특집Ⅱ 국내외 언론 속의 한류 해외언론의 한류보도 송성훈 매일경제 지식부 팀장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미국 미시간대 MBA 매일경제 경제부ㆍ금융부ㆍ증권부ㆍ 산업부 기자 씨티언론인상, 지속가능발전기업협 의회 언론상 수상 저서: 한류본색 벤처캐피탈사이 클 외 세계 인구의 0.7%밖에 안 되는 조그마한 나라의 대중문화가 전 세 전 계인들 마음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0.7%의 반란 또는 단군 이래 최대 이벤트 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도 하다.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한국가수들의 공연장에 몰려든 수 많은 유럽팬들의 모습에 정작 한국언론들이 놀랐을 정도다. 이러한 열풍은 최근 구글 본사에서 열린 한류스타들의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드 라마에 울고 웃고, 한국 가요를 즐기는 팬들이 아시아를 넘어 이제 유럽과 북미, 중남미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현지인들이 느끼는 한류열풍이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하는 궁금증 은 여전하다. 한층 고무된 국내 언론들의 보도처럼 외국인들이 한류에 푹 빠져 있는 건지, 아니면 뭔가 색다른 문화현상에 대한 일시적인 호응인지 에 대한 구체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매일경제신문이 지난 3월 한류를 주제로 개최한 국민보고대회 준비과정 에서도 이러한 의문에 대한 분석을 가장 먼저 시도했다. 국민보고대회 준 해외언론의 한류보도 39
비팀은 최근 1년 동안 전 세계 20개 주요국가의 언론에서 조명한 한류현상 에 대한 기사를 면밀하게 분석해 봤다. 한류에 대한 해외언론의 반응은 크게 차이가 났다. 한류에 대한 비판적 인 기사에서부터 한류전략을 분석하면서 이를 본받아야 한다는 시각까지 다양했다. 이는 한류 전파과정과 흡수 정도에 따라서도 크게 달랐고, 국민 소득 수준에 따라서도 차이가 컸다. 선 후진국 한류 보도 태도 달라 우선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높은 선진국과 한국보다 낮은 후진국 의 언론보도 태도가 다르게 나타났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부 한류에 대 한 비판적 의견이 존재했다. 자국 내에 한류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현상과 이에 따른 자국문화 위축에 대한 우려 표명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비판기 사에는 K팝 제작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는 언론도 꽤 많았다. 기획형 아 이돌 스타의 문제점과 연예인과 기획사 간의 노예계약을 집중적으로 파고 드는 기사들도 나왔다. 아울러 정부주도형 한류에 대한 비판도 존재했다. 반면 1인당 GDP가 한국 대비 낮은 국가에선 한류의 영향력에 대해 인 정하고 이를 배워야 한다는 경향이 많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한류로 인한 파생적 효과를 집중분석하면서 자기들도 한국을 본받아 자국문화 증진방 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또한 한류확산 현상에 대 한 심층분석 기사도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자국 내 한류스타의 활동과 드 라마나 K팝 콘텐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면서 한 류관련 분야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를 르포 형식으로 기사화하기도 했다. 이러한 해외언론의 차별화한 보도태도는 지역별로도 차이가 두드러졌 다. 한류열풍이 가장 먼저 확산되고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도 잡고 있는 동 남아지역에서는 우호적인 보도가 주를 이뤘다. 1970~80년대 한국에서 서 구 대중문화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열광했던 한국의 모습을 생각하 40 관훈저널 여름호
면 된다. 반면 이제 한류가 막 도입되기 시작한 유럽이나 북미, 남미 지역에 선 독특한 형태의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호기심 차원에서 접근하는 사례 가 많았다. 한류의 범위가 드라마나 K팝에 국한된 경우가 많고, 일부 부정 적인 보도가 나오는 지역도 이곳이다. 일부에서는 주류문화가 아닌 새로운 하부문화 정도로 인식하기도 했다. 지역별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한류 수용도가 가장 높은 아시아 지역은 한류 전 세계 확산의 근거지라고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언론보도의 양적인 측면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다른 지역과는 분명히 다르다. 아시아지 역에서는 언론들이 한류를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이미 자리 잡은 하나 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류스타에 대한 기본적인 기사는 물론, 드라 마나 K팝, 영화, 게임 등 다양한 한류 콘텐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지 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한류에 대한 취재와 보도 대상도 분야를 넓혀가 면서 계속 확장되는 추세다. 기본적으로 아시아지역 언론은 한류의 전략을 분석하고, 이를 본받아 자신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중국 언론, 한류에 대해 광범위한 정의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이다. 지난해 12월 해방일보는 한류스타 방문 때 공항이 마비되는 현상을 소개하면서 팬들의 의식 개선을 촉구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인민일보는 한국정부가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서비스를 개선하 면서 중국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고, 한국을 찾는 요인 중 하나가 한류열풍 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 패션 소개, 한국 연예인처럼 되기 위한 다이 어트 또는 뷰티 비법 설명, 성형관련 기사도 많이 나온다. 특히 드라마 촬영 지 방문이나 스타가 입는 옷, 화장품, 음식 등에 대한 구매로 이어지며 다양 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은 한류에 대한 광범 위한 정의를 내리는 모습이다. 문화뿐만 아니라 한국 출신 인물이나 제품 등이 인기를 얻으면 모두 한류~ 로 표기할 정도다. 물론 일방적으로 확산 해외언론의 한류보도 41
되고 있는 한류 콘텐츠에 대한 반감이나 경계심을 보이는 기사도 있지만 한류로 인한 파생적 효과를 분석하고, 중국 문화에서도 향후 증진시킬 방 안이 필요하다는 기사가 더 많다. 지난해 4월 차이나데일리 보도가 그렇다. 한국문화를 아시아에서 중국이나 미국 문화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평하면 서 한류가 그 증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은 아직 문화적 파워를 가지 려면 긴 여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일본 언론, 부정적 전망 비중 높아 일본도 한류 범주를 광범위하게 정의하면서 한국 드라마나 K팝을 위주 로 한류스타나 콘텐츠에 대한 보도가 많다. 한류스타들의 한국, 일본, 해외 에서의 활동에 대한 기사화가 활발하고, 한류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 소개 도 많다. 다만 중국과 달리 일본 언론은 한류에 대한 경계심과 부정적 전망 을 보여주는 기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일본 언론은 한류를 한 국의 국가전략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다수의 분석을 실었다. K팝 생산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현재의 퀄리티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난해 1월 아사히신문 보도가 대표적이다. 아사히는 한류의 장 기 전속계약 문제와 장기간의 트레이닝 시스템, 장시간 노동, 이익배분 갈 등 등을 다뤘다. 주요 일간지에서는 반한류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으나 자국문화 침식 에 대한 우려의 시각은 존재했다. 우익 성향이 강한 산케이 정도에서 한류 의 침투를 경계하는 논조의 기사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0월 한류 드라마 를 많이 방영하는 후지TV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배 우 다카오카 하지메가 트위터에 후지는 한류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 보지 않는다 는 기사를 내보낸 곳이 바로 산케이다. 하지만 이러한 산케이마저 도 지난해 한류관련 주간지를 만들었다는 것은 한류열풍이 일본에서 강하 다는 방증이다. 42 관훈저널 여름호
대만 언론의 반응은 중국이나 일본과는 또 다르다. 다른 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한류나 한국에 대한 일반적 관심이 존재하기 때문에 관련보도 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자국 문화 상실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기사 가 많은 편이다. 특히 대만 드라마의 상대적 위축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 다. 또한 한류 흠집내기성 기사가 많은 곳이 대만이다. 지난해 10월 차이나 뉴스에서 보도한 한류 연예인의 90% 이상이 성형을 했다는 기사가 대표 적이다. 그러나 한류 콘텐츠의 질적인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는 거의 없다. 한류 자체에 대한 비판보다는 한류스타에 대한 흠집내기성 기사가 많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선 한국의 대중문화 산업을 본받자 는 기사가 많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연예계 관련 각 종 홍보를 포함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대도 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와 K팝 같은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에 서 이제는 미용, 음식 등 일반문화로 관심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태국 언론은 한국 스타일(K-Look)에 대한 열풍으로, 한국 스타일 메이크 업이 젊은 여성 사이에서 인기라는 기사를 많이 소개하고 있다. BB크림, 타투 아이라이너, 립글로스 등을 젊은 여성이 필수로 가지고 다닐 정도로 한류가 인기라는 현상분석 기사가 많다. 또한 한국 레스토랑 소개에서부터 패션,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등 다양한 분야의 한류를 자국 독자들에게 알 리는 기사가 많다. 심지어 필리핀의 MB에서는 아기 이름을 한류스타의 이 름을 따 짓는 것이 젊은이 사이에 유행일 정도로 한류가 다양한 분야에서 필리핀에 침투했다는 기사를 내보낼 정도였다. 동남아, 염려보다는 교훈 얻자 분위기 동남아에서는 한류 확산에 대한 염려보다는 교훈을 얻으려는 기사가 주 를 이룬다. 올 초 인도네시아 유력지인 콤파스는 한류처럼 인도네시아 웨 이브를 만들자는 기사를 내보냈을 정도다. 지난해 9월 필리핀의 MB는 한 해외언론의 한류보도 43
류의 성공은 우연이 아닌 전략적 성공 이라고 치켜세웠다. 중앙아시아나 서남아시아, 중동지역은 기존 인기영역에서 타 영역으로 한류 범위가 확장되는 국면이다. 중앙아시아의 경우는 드라마가 인기이고, K팝은 보급 중인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단계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국 어와 한국음식이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가 간간이 나오고 있고, 한 국문화를 높은 수준으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몽골의 UB Post는 한국을 몽 골보다 높은 수준의 문화와 경제력을 가진 나라로 인식하고 있으며 코리 안 드림 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고 보도했다. 카자흐스탄의 경우는 한류 를 이제 막 소개하는 수준이다. Kazpravda의 경우 한국의 해, 한국영화주 간, 한국대사관의 한국어교실 등 한국관련 행사들을 주로 보도했다. 인도는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10대 사이에서 한류가 빠르게 퍼지고 있 다. 더 텔레그래프는 지난해 8월 기사에서 한류를 음악, 드라마, 영화부터 온라인게임 및 음식까지 한국문화가 유명해지는 현상으로 정의하면서 한 류 확산은 아리랑TV가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만 10대 사이 에서 한국문화가 지속적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전 했다. 문화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동지역은 대장금, 주몽 등 사극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가 인기다. K 팝은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상황이다. 반미 정서가 강한 국가 특 성상 미국 드라마나 음악보다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1 월 걸프뉴스의 경우 한국 아이돌 스타는 미국과는 다르게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노래에 영어가 들어가거나 영어자막이 지원되기 때문에 따라 부 르기 쉬운 장점이 있다고 한류열풍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류에 대한 보도는 유럽이나 중남미, 북미, 오세아니아 등으로 가면 또 달라진다. 소수계층을 대상으로 한 K팝 중심의 한류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유럽은 자국의 현상이 아닌 동아시아 중심의 한류열풍을 소개하는 수준이 많다. 지난해 SM Town의 파리 공연을 기점으로 자국 내 K팝 문화 에 대한 소개가 시작됐을 정도다. 44 관훈저널 여름호
유럽 중남미 등 K팝 중심으로 인식 프랑스 언론은 전체적으로 새로운 사건이자 시작인 K팝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환상적이다 라거나 K팝에 맞춰 클럽에서 춤출 날이 올지도 모른다 식의 내용도 들어가 있지만 이것은 방송 프로그램의 특성상 가벼운 코멘트로 보는 게 옳다. 부정적 내용을 방송했던 M6 방송국 의 경우, 한류나 K팝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 젊은 세대의 아이돌 사랑에 무게중심을 뒀다. 아직까지는 유럽인들이 한류를 잘 모르기 때문에 소개해 주는 수준의 보도나 기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부정적 분석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르몽드는 지난해 6월 K팝의 부정적 면모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 관심을 모았다. 한국 정부가 한국 음악을 역동적인 이미지를 전파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또한 K팝을 철저하게 기획돼 만들어진 상품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BBC도 지난해 6월 방송에서 한류를 돈과 인권 문제 대상 으로 폄하했 다. 일본, 미국, 유럽으로 진출하는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예계약, 노동력 착취 등 한국 대중문화산업의 문제점도 지적하면 서 한류를 문화현상이라기보다는 한국 업계와 정부가 돈을 벌기 위한 행 위로 비하했다. 전반적으로 유럽에서의 한류는 하나의 흐름으로 소개되고 있다기보다는 일회성 또는 관심이 갈 만한 좀 특이한 이슈 정도로 인식하 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다. 중남미 언론은 한류를 청소년들의 독특한 문화로 신기하다는 듯이 보도 하는 모습이다. 소수 마니아층의 문화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위도 K팝에 국한되어 있어, 자국 내에서 열린 K팝 경연대회나 한류스타들의 공 연 소식을 위주로 세세하게 전달하는 수준이다. 북미나 호주도 비슷하다. 아직까지는 아시아 또는 히스패닉 계통의 일부 인종에 국한된 시장을 형 성하고 있어 소수문화에 대한 보도 수준으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해외언론의 한류보도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