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브라질의 교육 - 성과와 문제 양은미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성과 2012년 11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지에 피어슨(Pearson)사가 40개 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교육수준 조사 결과가 실렸다. 이 조사에서 브 라질이 차지한 순위는 39위. 이는 교육의 민주화나 학교교육 시설 확충 등 연방정부뿐 아니라 주 시 차원에서 실시해 온 다양한 프로젝트의 실효 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룰라 정부가 대대적으로 교육의 중요성 을 강조해온 것을 염두에 두면 회의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최근 약 20년간 브라질 정부가 이루어낸 빈곤퇴치, 이와 긴 밀하게 맞물려 진행된 교육 접근성 확대와 관련한 성과는 무시할 수는 없 다. 적어도 양적인 측면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 2000년에 시작 하여 2015년 종료 예정인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8개 도전 과제 중 두 번째 목표인 모두를 위한 양질의 기초교육 과 관련해 브라질이 일 궈낸 성과를 살펴보자. 우선 취학률의 증가가 눈에 띈다. 2009년 만 7세 에서 14세에 해당하는 인구의 초등교육(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 기관 취 학률은 95.3%를 기록했다. 다만 초등교육 과정의 첫 단계를 마지막까지 무사히 마친 학생 수는 만 11세 어린이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같은 해, 성년이 된 청소년의 75%가 초등교육 과정 전체를 이수했는데, 1992 년의 34%에 비하면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08 년과 2009년 사이에는 증가폭이 단 0.2%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제 정책입
42 트랜스라틴 23호 (2013년 3월) 안자는 그간의 노력의 방향과 방법을 이제는 재고할 필요가 있는 듯하다. 더욱이 취학률과 진학률은 상당한 증가율을 보이지만 잦은 중도 포기와 낙제 등으로 졸업률은 여전히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한편, 현재 브라질 취학 연령 인구의 98%가 기초교육의 수혜를 받고 있다는 점은 브라질이 모두를 위한 기초교육 이라는 목표를 명목상으로나 마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초교육 투자도 오랫동 안 너무 낮다고 비판을 받아왔는데, 최근에는 증가한 바 있다. 2011년도 대비 2012년도 교육 예산은 19.12% 증액(2012년 교육 예산은 1,143억 헤 알)되었고, 학생 1인 당 최소 투자금액도 2011년과 비교해 21.2% 확대되 었다. 그 외, 브라질의 야심찬 성장촉진프로그램(PAC 2)의 일환으로 브 라질 전역에 1,507개의 탁아소와 유아유치원 증설 계획안이 통과된 것, 체육시설 증설, 버스와 자전거 등 학생 통학 교통수단 확대 공급 역시 체 감하기 쉬운 변화 중 일부이다. 이와 더불어 교사를 비롯한 교육 관련 종사자에 대한 사회 인식과 합 당하지 않은 보수는 브라질 교육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악순환의 고 리를 만들어낸 요인 중 하나였다. 최근 주 40시간 근무하는 중견 교사의 최저 급여를 22.22%(2011년 1,187 헤알에서 2012년 1,451헤알로) 인상한 것은, 아직 이상적인 수준과는 거리가 멀지만 정부가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점진적인 인상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볼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 프로그램이 수혜자를 대상으로 2011년 10월, 11월에 정부가 실시한 등록 여부 조사에 응한 만 6세~17세의 수혜 학생 약 86.6% 중 96%가 해당 프로그램이 애초에 지원 조건으로 내걸었 던 출석률과 동일하거나 그보다 높은 출석률을 기록한 것도 고무적인 결 과이다. 그 밖에도 기초교육유지 및 발전과 교육 관련 종사자 가치 증대를 위 한 기금(Fundeb) 창설을 통한 교육에 할당된 자원의 재분배 촉진 노력,
43 브라질의 각종 교육 지수 전국 학교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정부가 2007년 고안해 낸 기초교육발전 지수(Ideb) 등 앞서 열거한 프로그램과 그 성과의 지속적인 평가를 위한 체계 구축 등의 노력도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 돈을 어디에 쓰느냐 브라질 정부는 이상의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보도하고, 각종 매체에는 정부 프로그램의 수혜자들이 정부의 노력으로 인해 달라진 삶을 활짝 웃 으며 전한다. 정부가 실시하는 정규 교육, 기술 교육을 받고 더 나은 직 장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 노력의 한계 또는 애초에 잘못된 점 등을 비판하는 사람을 찾아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요즘은 누구나 교육을 논한다. 브라질에서도 브라질 교육의 문제점 을 논하는 것이 상식 내지는 비판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척도인 것처럼 되었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교육의 실효성, 특히 사립과 대비되는 국공 립 교육기관의 열악한 환경, 사립 초중등 교육기관 졸업자가 최고로 인정 받는 국공립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모순, 교원 자질 및 대우 등 브라질 교육이 가진 문제점에 관해서 할 말이 없는 사람이 없다.
44 트랜스라틴 23호 (2013년 3월) 그러나 어떠한 요인이 그 문제를 만들어냈느냐, 나아가 어떻게 그 문 제를 해결해야 하느냐라는 단계에 이르면 논의가 좀처럼 구체적인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문제의 대부분 이 실제로 브라질 교육에서 비판받을만한 부분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에서나 국외에서나 브라질 교육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브라질의 빈곤이 구조적이고 복 합적인 문제인 것처럼 브라질의 교육 역시 한 마디로 명쾌하게 해답을 제 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다만 현재 브라질 정부가 행하고 있는 수많 은 프로젝트, 프로그램과 관련해 좀 더 좁은 범위에서 보다 실질적인, 어 쩌면 정책입안자의 동의와 의지만 있다면 가장 즉각적으로 개선할 수 있 는 문제점을 제시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바로 돈을 어디에다 쓰느냐? 라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브라질의 최근 교육 예산은 확대된 바 있지 만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 코노미스트 지는 높은 교육 예산 지출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교육의 질은 다른 개발도상국의 교육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한다. 다양한 국적 의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과학과목의 능력 평가를 시행한 결과 브 라질 학생은 한국, 칠레, 멕시코, 인도네시아 학생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 하였다. 이는 멕시코를 제외하고, 브라질이 약 5% 정도로 이들 국가들보 다 GDP의 더 높은 비중을 교육 예산으로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실망스러운 결과이다. 문해율이 상승했다고 이곳저곳에서 선전하고 있고, 과거 브라질의 수 준과 비교할 때 무시할 수 없는 문맹 퇴치를 이뤄내긴 했지만 비슷한 경 제력의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이다. 또한 문자 를 읽고 쓸 줄은 알되 자신이 거주하거나 일하는 환경, 분야에 적합한 언 어를 이해하고 구사하지 못하는 기능성 문맹의 존재를 감안한다면 브라질 이 실질적인 의미의 문맹 퇴치에 이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 다. 전국의 학교에 컴퓨터 등 첨단 교육 장비를 지급해도, 교사들부터 컴
45 퓨터의 언어와 사용법을 익히 지 못해 많은 장비들이 무용지 물로 방치되어 있다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브라질 교육 시스템의 또 다른 치명적 문제인 유자격 교사의 부족과도 연결된다. 이 문제는 학생의 높은 낙제율과 함께 앞 서 언급된 브라질의 수많은 교 육 문제 중에서도 선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 문제가 여전히 미 룰라 정부의 교육 예산을 풍자한 만화 결의 문제로 남아있는 한 많은 이들이 브라질 정부가 효과적으로 교육 예 산을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할 것이다. 브라질의 낮은 평가 수준에 대한 또 다른 분석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초중등 교육과 고등교육에 쏟는 브라 질의 불균형적인 노력을 생각하게 해 준다. 한 마디로 브라질은 아이들에 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는 대신에 대학을 비롯한 고등교육 및 연구기관 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다소 늦게 교육을 시작했다. 아직 브라질이 포르투갈의 식민지였을 때에는 엘리트조차도 가 정에서 교육의 기회를 갖는 경우가 드물었다. 1930년에는 5명당 1명꼴로 학교에 다녔고, 브라질이 전 국민을 위한 국가 교육체계를 구축하기로 결 정했을 때에도 엘리트의 요구가 먼저 반영되었다.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면, 현재 이미 통과된 여러 교육 관련 프로젝 트가 종이에서 나와 보지도 못한 채 수면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에는 많은 한계와 문제점이 내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실행되기만 했어도 지금보다는 더 많은 진전이 있었을 것이다.
46 트랜스라틴 23호 (2013년 3월) 그러나 의미 있는 일보 많은 비판과 논란에도 불구하 고 브라질 정부가 모든 아동에게 교내생활 시간의 연장, 배움의 기 회, 양질의 교육을 보장한다는 취 지로 의무교육 연한을 8년에서 9 년으로 연장한 것 자체는 장기적 으로 볼 때 상당히 고무적인 결정 으로 보인다. 정부의 의도는 만 6 세의 아동이 초등교육 1학년에 입 학하여 14세가 되었을 때는 모든 초등교육을 온전히 마치도록 하는 것이다. 초등교육 확대는 2004년 부터 브라질에서 논의되기 시작하 모든 이에게 배움의 기회를, 2010년 5월 31일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열린 행진 홍보물 였으나 2005년에 이르러서야 일부 지역에서 최초로 시행되었고 전국적인 실시는 2010년으로 예정하였다. 1) 브라질이 그간 자국의 교육 문제점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모범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른 나라들 과 비교분석을 한 바 있으며 한국 역시 브라질의 주요 관심 국가 중 하나 였다. 한국 학생이 평균적으로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브라질 학생이 대 개 12시에서 2시 사이에는 학교 수업을 끝내고 나머지 시간을 각자 사용 해야 하는 현실과 매우 대조적인 것이었다. 이 방대한 자유 시간에 경제 적인 여유를 가진 사립학교 학생은 다른 기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으나 1) 브라질의 초등교육(ensino fundamental)은 기초교육(educação básica)의 한 단계로 한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을 아우르는 단계이며, 중등교육(ensino médio)이 한 국의 고등학교 과정에 해당한다. 개정된 법(Leo Ordinária 11274/2006)에 의거하여 만 6세에서 14세까지의 아동 및 청소년이 초등교육 대상자에 속하며, 기존에 의무교 육으로 규정되지 않았던 CA(Classe de Alfabetização - 한국의 한글 깨우치기 반) 과정을 공식적으로 1학년 과정으로 편입시킨 것이 인상적이다.
47 그렇지 못한 학생은 낭비하거나 교육과는 거리가 먼 활동(여가 또는 생 업)에 사용한다. 최근 교육부의 의무교육연한 연장은 그러한 문제점을 인 식한 결과이다. 인성 교육과 사회성 형성은 현대 특히 21세기 들어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듯하다. 국가는 국민으로 하여금 급변하는 경제 와 국제정세에 맞춰 구체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국가 경 쟁력을 증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 입안자를 비 롯한 사회 각 분야 전문가의 아젠다에서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하고 구체적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교육정책의 시행자와 수혜자 모두가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첫째는, 교육정책은 장기적으로 시행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국가의 교육환경 과 질 개선은 정부 혼자서 책임져야 할 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혜자 의 적극적 참여와 변화 노력 없이 외부적인 지원에만 의지한다면 본질적 이고 장기적인 교육 개선은 이뤄질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전문가의 분 석이 아니더라도 브라질의 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장기간에 걸쳐 사회 의 다양한 주체의 공동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공교육의 의미가 흔들리고 있는 요즘이지만 브라질이 당면한 각종 문제(사회 폭력, 경제 위기, 정치에 대한 불신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회 의적이지만 다시 한 번 교육에서 그 답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브라 질의 우선 과제는, 이미 첫걸음을 뗀 바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이 학교에 있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양은미 -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