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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후 이순신 인물 서사 변화 과정의 의미 연구 45) * 김경남 차 례 Ⅰ. 서론 Ⅱ. 근대 계몽기 이순신 서사와 뺷유년필독뺸 Ⅲ. 일제 강점기 실기(實記)와 뺷문예독본뺸의 이순신 Ⅳ. 광복 이후의 이순신 서사 Ⅴ. 결론 국문초록 이 연구는 근대이후 교재에 나타난 이순신상을 중심으로, 영웅 서사가 어떻게 변화하 는가를 살피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연구에서 대상으로 삼은 교재는 근대 계몽기(1895 1910), 일제 강점기(1910 1945), 교수요목기(1945 1955)의 우리말 관련 교재들이다. 연구 대상으로 삼은 교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근대 계몽기의 독본류, 일제 강점기의 조선어과 교과서 및 독본 그리고 교수 요목기의 교과서들이다. 근대 계몽기의 이순신상은 주로 영웅의 활약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 이유는 근대 계몽기 국권 침탈의 위기에서 민족적 영웅 호출이 절실히 필요하였고, 이에 따라 신채호를 비롯한 선각자들이 이순신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의 교과서에는 이순신이 등장하지 않으나 이윤재(1931)의 뺷문예독본뺸에는 이광수의 충무공 기행문이 수록된다. 그 이유는 근대 계몽기와 마찬가지로 민족의 기억 속에 이순신이 남아 있는 까닭도 있겠지만, 1931년 충무공 위토 문제와 이순신 사적 보존 운동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특히 이 시기 이순신 관련 서사물에서는 이순신과 주변 인물에 대한 성격이 창조 적으로 부여되는데, 교재 속의 이순신은 그러한 모습을 띨 수가 없었다. 광복 이후 미군정 기의 교본에는 이순신의 노래와 활약상이 그려지나, 정부 수립 이후부터는 이순신의 장 * 건국대학교 글로컬 소통ㆍ통섭 교육원 강의교수

280 韓民族語文學 第61輯 렬한 최후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처럼 동일한 영웅일지라도 서사 내용과 인물의 성격 창조 등이 달라지는 이유는 교재가 교육을 전제로 하며, 교육의 목표가 되는 인물상은 시대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순신 서사가 끊임없이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유는 이순신의 행적이 이상적 인간형의 하나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제어: 이순신, 서사, 근대 계몽기, 일제 강점기, 정부 수립, 영웅 Ⅰ. 서론 국어를 비롯한 언어 교과의 경우 타 교과와는 달리 교재(교육용 재료)로 서 인물이 선정될 경우가 많다. 이들 인물은 교과 교육의 목표를 구현할 수 있도록 선정한 인물로, 국어과의 경우 해당 인물의 행적뿐만 아니라 서 사적인 요소에 따라 형상화가 이루어진다. 교과서 속의 인물이 미치는 교육적 효과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오래 전 부터 존재하였다. 특히 국체가 위협을 받거나 사상적 혼돈이 가중될 때일 수록 교과서 속의 인물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예 를 들어 뺷대한매일신보뺸광무 9년(1905) 10월 12일자 사설에서는 各其 社會 中에셔 一般 會員을 愛國 熱心으로 一致 養成코져 면 先히 東西 各國 近世 史記와 有名 人物의 史蹟과 各種 學業의 文字 或 國漢 文을 交用 야 譯述 며 或 純國文으로 以 야 或 歌謠로 以 야 曉解 기를 便易케 며 라고 주장한 바 있고, 같은 신문의 광무 10년(1906) 4월 13일자 사설에서는 교육에서의 국성(國性)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是故로 民族之發達이 其國性이 有 으로 由 고 國性之維持가 其國語 로 由 거 以知之也라. (중략) 陸軍에 不過 幾萬名 軍隊로 百萬之 衆을 率來侵犯 던 隋煬帝 擊退 던 乙支文德 氏가 有 고 海軍에

근대 이후 이순신 인물 서사 변화 과정의 의미 연구 281 世界萬國 中에 鐵甲船을 率先 發明 야 威氣凜凜 던 日本 艦隊 粉 碎 李舜臣 氏가 有 데 라고 하여 국성 교육에 언어와 인물이 주요 수 단이 됨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근대 계몽기에 교과서를 비롯하여 서사 문학에서 역사 인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국권 침탈이라는 민족적 위기라는 시대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특히 국권 침탈의 주체가 일본이라는 점에서 임진왜란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 점은 금협산인(錦頰 山人) 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신채호의 뺷이순신전(李舜臣傳)뺸 서론(緖 論) 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1) 嗚呼라 嶼國殊裡이 代代 韓國의 血敵이 되야 葦相望에 視線이 毒注 고 九世必報에 骨怨을 深刻 야 韓國 四千載 歷史에 外國 來侵을 歷數 면 倭寇二字가 幾年拾之八九에 居 야 변 烽의 警과 海氣의 惡으로 百年高 枕 時節이 罕호 來則駭鼠 며 去則嬉戱 야 淡淡 手腕으로 扼후 與鬪 者 無 고 壹時 姑息으로 最策을 作 沿海奧地에 血腥의 臭가 不絶 얏스니 檀君 子孫의 遺恥不絶 얏도다. 今에 往昔 日本과 對抗 에 足히 我 民族의 名譽를 代 만 偉人을 求 건 上古에 兩 偉人이니 (一) 高句 麗 廣開土王 (二) 新羅 太宗王이오 近世에 三偉人이니 (一) 金方慶 (二) 鄭地 (三) 李舜臣이니 凡 五人에 止 얏도다. (하략)-뺷대한매일신보뺸 1908.5.2. (1)에는 우리나라 역사의 외침 가운데 십중팔구는 왜구(일본)의 침입이 었으며, 그 과정에서 광개토, 신라 태종, 김방경, 정지, 이순신 이라는 영웅이 탄생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기가 이순신을 대상으로 한 것이 기 때문에 임진왜란 관련 인물로는 이순신 만을 내세우고 있으나, 근대 계 몽기의 대표적인 개인 저술 독본인 현채의뺷유년필독뺸(1907)에는 임진란의 기록과 함께 의병장 김덕령, 상주 왜군을 격파하고 고령의 적장을 생포한

282 韓 民 族 語 文 學 第 61 輯 것으로 유명한 정기룡 장군에 대한 서사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교육 재료로서의 인물 서사는 해당 인물의 행적을 통해 교훈을 얻음으로써 그 교훈에 합당한 인간을 형성하는 데 유효하다. 그렇기 때문 에 근대식 교과서가 출현한 이후로 교육 이데올로기에 따라 교과서에 등장 하는 인물이 달라질 뿐 아니라, 인물의 행적이나 서사 방식에도 차이가 생 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차원에서 국어 교과서의 인물상에 대한 이데올로 기적 접근을 시도한 예는 강진호 외(2007)에 수록된 김예니(2007)의 국어 과 교육과정의 변천과 교과서의 구현 양상, 최윤정(2007)의 교과서 속의 어린이상과 국가, 김신정(2007)의 교과서 수록 시의 여성 재현 양상 등이 있다. 이들 논문은 국어 교과서의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에 주목하여, 국가 이데올로기나 반공 이데올로기를 구현하기 위해 구축된 인물상을 분석하 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들 인물상 분석이 반공 이나 여성 등의 제한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짐으로써, 인물 서사를 통한 시대상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는 한계를 보인다. 이 점을 참고하여 이 논문에서는 근대 계몽기로부터 광복 이후 정부 수 립까지 국어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순신 을 중심으로 위인 서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피고자 한다. 국어 교과서의 변천 과정은 윤여탁 외(2005) 에서 제시한 시대 구분법을 기준으로 하여, 근대 계몽기, 일제 강점기, 광복 이후 로 나누며, 이순신 텍스트의 조사 범위는 각 시대별 교과용 도서 를 기본으로 하고, 근대 계몽기와 일제 강점기의 경우 교과서 발행이 자유 롭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여 교과용이 아닌 독본 을 포함한다. 이를 바탕으 로 각 시대별 이순신 서사의 특징을 기술하고, 이와 함께 해당 시대의 교재 에서 이순신 관련 단원을 찾아 그 특징을 분석하기로 한다.

근대 이후 이순신 인물 서사 변화 과정의 의미 연구 283 Ⅱ. 근대 계몽기 이순신 서사와 뺷유년필독뺸 1. 영웅 제조와 이순신 전기의 효용성 서사 문학에 관심을 기울인 많은 연구자들은 소설 에 관한 인식이 급변 했던 근대 계몽기의 역사ㆍ전기 소설을 주목한 바 있다. 송백헌(1982), 강 영주(1986), 김치홍(1986), 홍정운(1986), 홍성암(1988), 문철주(1993), 공 임순(2000) 등의 근대 역사 소설 전반에 관한 박사 학위 논문이 나온 바 있고, 김영민(1997), 권보드래(2000) 등의 단행본과 송현호(1997), 이상금 ㆍ장희권(2001) 등의 논문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시기 소설은 서사성보다 는 계몽성을 중시했으며, 따라서 역사 인물에 대한 전기 서사가 중시되었 다. 이는 근대 역사 담론 생산 과정에 주목한 이승윤(2009)에서, 박은식, 신채호 등의 역사ㆍ전기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서사상의 약화와 계몽성의 강조는 그들이 소설 양식을 통해 도달하고자 했던 뚜렷한 목적의 식의 소산 이라고 진술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근대 계몽기 서사물에서 주목한 목적의식은 무엇일까? 이승윤 (2009)에서는 박은식의 뺷서사건국지(瑞士建國誌)뺸의 인심풍속(人心風 俗) 과 정치사상(政治思想) 에 주목하여 한 사회의 기풍과 사상 결정 의 도구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목적의식을 전제로 할 때, 근대 계몽기 의 지식인들이 전 시대의 국문소설의 통속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그 대 안으로 계몽성이 강한 역사ㆍ전기 에 주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다음 논설을 살펴보자. (2) ① 一國의 風俗을 改良코져 진 近世의 閱覽 小說과 近日에 演劇 戱臺를 必先改良이니 何者오. 小說과 戱臺가 不甚與世 輕重이로 其源을 語 면 佳士坊客의 無聊不平 著述이오 娼婦舞女의 俳優嬉笑 資料ㅣ니 大人雅士의 掛齒煩目 아니나 其流를 究 면 個人의 腦

284 韓民族語文學 第61輯 髓에 浹洽 고 社會의 風氣에 薰染 야 心志를 䀌惑 고 性情을 盪移 야 不可思議의 효力이 有 지라 ② 大抵 神奇를 喜 고 平常을 厭 며 刺激을 感 고 凡例를 忘 은 世人 의 常情이니 是故로 話席의 淫談俚說은 一生을 終토록 必憶必記호 經傳 의 誠謨賢訓은 數月을 經 야 若存若兦 며 樽俎揖讓之筳에 憚而不赴호 荒淫遊戱之場에 樂而忘返 니 小說 與 戱臺 尋常婦孺의 最所感 覺 고 最所貪嗜 者라. (중략) ③ 然則 此 小說 與 戱臺가 風俗의 有關 이 曷云淺尠이리오. 故로 泰西 列邦에 小說의 著述과 戱臺의 演劇이 대 英雄 대 賢人의 경天動地 事 業을 撮影而活動 고 演역 而說明 야 國民의 思想을 鼓吹 고 國民의 義 氣 발揚 야 足히 文明 自由의 前提가 될 바어 我 韓國은 小說과 戱臺 의 資料가 不乏이로 雄偉活躍 氣像은 絶無 고 荒淫怪癖 慣習만 滋 長케 니 人心의 淆漓와 民 의 困瘁未或不由於此라 故로 風俗을 改良코 자 진 小說과 戱臺를 必先改良이라 노라. -小說과 戱臺가 風俗과 有 關, 뺷대한매일신보뺸 1910.7.20. 이 논설은 소설과 희대(戱臺)가 풍속과 매우 밀접하며(①), 그러한 예를 소설 작품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으므로(②), 대영웅과 대현인의 경천동지 한 사업, 웅위활약한 기상 을 드러낼 수 있도록 소설과 희대를 개량해야 함(③)을 주장하고 있다.1) 이처럼 소설과 희대를 개량함에 영웅의 웅위활 약상 을 중심으로 하는 데 필요한 요소는 영웅의 전기가 적합해 보인다. 이 점은 다음과 같은 논설에서도 증명된다. 1) 이 논설에서는 국문소설의 효력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지만, 박은식의 뺷서사건 국지뺸에서는 我韓은 由來 小說의 善本이 無 야 國人所著 九雲夢과 南征記 數 種에 不過 고 自支那 來者 西廂記의 玉麟夢과 剪燈神話와 水湖志 等이오 國文 小說은 所謂 蕭大成傳이니 蘇學士傳이니 長豊雲傳이니 淑英娘子傳이니 種類 가 閭巷之間에 盛行 야 匹夫匹婦의 菽栗茶盤을 供 니 是 皆荒誕無稽 고 妖 靡不經 야 適足히 人心을 蕩了 고 風習을 壤了 야 라고 하여 풍속과 사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근대 이후 이순신 인물 서사 변화 과정의 의미 연구 285 (3) 英雄을 製造 機械 英雄을 誰가 造 뇨. 時代乎아, 地勢乎아. 學校乎아, 書籍乎아. 英雄을 製造 者ㅣ 果然 誰乎아. (중략) 卽彼英雄多産의 國을 觀 라. 壹學科에 頓悟 靑年과 壹技術에 精通 秀才면 有 야도 全社會가 此 熱誠으로 崇拜 야 此 讚美 며 此 鞭策 야 英雄되 前途에 登케 며 英雄되 門戶에 入케 고 英雄의 壹鬚眉가 飄櫌 면 千百 畵家가 集 야 吐를 模畵 며 英雄의 壹睡咳가 流滴 면 千億史가 來 야 此를 收拾 며 英雄 行蹟에 頌祝이 燦熳 며 英雄 身後에는 銅像이 屹然 야 其 民族의 英雄 에 對 信仰心이 神明과 如 며 聖師와 如 니 吁라 是心은 卽 英雄을 鑄 造 機械로다. (하략) -뺷대한매일신보뺸융희 2년(1908) 8월 11일 논설에서 이 논설은 국권 침탈의 위기 상황에서 영웅이 필요함을 전제로 누가 영 웅을 만드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 뒤, 민족의 영웅에 대한 신앙심 이 필요함 을 강조하고 있다. 곧 영웅은 사회 전체가 열성으로 찬미하고 편책하는 대상 이며 이는 곧 영웅에 대한 신앙심 에서 비롯된다고 본 것이다.이와 같 은 관점에서 임진왜란 당시의 영웅에 대한 민중의 기억을 재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대 상황에 적합한 영웅상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은 이 시대 서 사 문학의 한 방향으로 볼 수 있으며, 그 대상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 이 순신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순신의 재생은 단재 신채호의 리슌신젼 에서 가장 잘 이루어진 것으 로 보인다. 신동욱(1992)에서는 뺷리슌신젼뺸에 나타난 이순신상을 고찰하 면서, 이순신의 역사적 공적은 여러 문헌에 나타나 있어, 역사, 전기, 소설 및 그밖의 여러 문예 양식에서 자주 다루어져, 이른바 이순신학을 세울 만 큼 그 범위가 방대하다. 라고 진술한 바 있다. 이처럼 임진왜란 이후 우리 민중의 무의식적 영웅상으로 이순신 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임진왜란 400 주년을 맞이하여 실기문학(實記文學) 을 중점적으로 연구한 황패강(1992) 에서도 충분히 증명된 바 있다.2) 이는 곧 임진왜란 이후 이순신의 행적이

286 韓民族語文學 第61輯 민중에게 무의식적으로 전파되어 있었으며, 역사적 기억으로 뚜렷이 각인 되어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 점은 융희 2년(1908) 5월 2일부터 8월 18일까 지 금협산인이라는 필명으로 연재된 조선 제일 수군 이순신 의 원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 작품의 제18장 李舜臣의 諸將과 李舜臣의 遺蹟 及 其奇談 및 제19장 결론 에 등장하는 문헌으로는, 뺷정씨 가승(丁氏 家 乘)뺸(정영달), 뺷宋汝종 碑銘뺸(송여종), 뺷진천현지뺸(리영남), 뺷직산현지와 이충무공 실기뺸(황세득), 뺷영천군지뺸(김완), 뺷나주목지뺸(오득린), 뺷흥양현 지뺸(진무성), 뺷제만춘전뺸(제만춘), 뺷강진현지뺸, 뺷호남기문뺸 등 13종에 이른 다. 이들 자료에 이순신 관련 기록이 폭넓게 산재한다는 사실은 민중에게 장기(長期) 기억으로 남아 있는 이순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근대 계몽기 현채(1907)의 뺷이순신전뺸, 박은식(1908) 의 인물고 이순신, 신채호의 뺷이순신전뺸(1908: 금협산인 명의 뺷대한매일 신보뺸연재물) 등이 출현한 것은 시대 상황을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일이었 다고 할 수 있다. 2. 뺷유년필독뺸의 이순신 서사 국권 침탈기의 영웅 호출 의식은 교육적인 차원에서도 유효하게 작용하 였다. 그러나 근대 계몽기 교과서 저술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였다. 2) 황패강(1992)에서는 임진왜란과 관련된 실기문학의 자료로서 유성룡의 뺷징비록뺸, 이 순신의 뺷난중일기뺸, 조정의 뺷임진왜란일기뺸, 오희문의 뺷쇄미록뺸, 유삼의 뺷임진녹뺸(국 문본), 정영방의 뺷임진조변사적뺸, 채휴징의 뺷매헌실기뺸, 조경남의 뺷난중잡록뺸, 신경의 뺷재조번방지뺸, 임동량의 뺷기재사초뺸, 윤국형의 뺷문소만록뺸, 이노의 뺷용사일기뺸, 홍양 호의 뺷호남절의록뺸, 송계필ㆍ송윤길ㆍ송윤덕의 뺷서호충렬록뺸, 정치형 등의 뺷임진왜란 수성록뺸, 정희맹의 뺷선양정임란일기뺸, 김충장공유사편찬위원회의 뺷김충장공유사뺸, 정 탁의 뺷용사일기뺸, 김용의 뺷호종일기뺸 등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였다. 특히 실기(實 記)는 정사(正史)와 달리 작자 자신의 주변적 사실과 개인적인 생활 현실을 다루게 마련 (황패강, 1992: 11)이라는 입장에서 현실 비판이나 항왜(抗倭)의 국면, 왜군이나 명군의 실상, 작자 주변의 문제 등을 소상하게 분석하였다.

근대 이후 이순신 인물 서사 변화 과정의 의미 연구 287 박붕배(1987), 이종국(1992), 윤여탁 외(2005) 등에 따르면 근대식 학제가 도입된 1895년부터 1905년까지의 교과서 저술은 학부가 중심을 이루었고, 1906년 이후부터는 민간 저술이 많아졌으나 통감시대 학부의 통제가 극심 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부의 통제를 받던 1906년 이후의 학부 교재에 는 민족정신 환기나 영웅 호출은 가능하지 않았다.3) 민족정신과 영웅 호출의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저서는 현채(1907)의 뺷유 년필독(幼年必讀)뺸(광무11년 5월 5일, 휘문관)이다. 이 교과서는 아동용으 로 4권 132과로 구성되었는데, 그 가운데 43과가 우리 민족의 영웅을 대상 으로 하였다. 범례4)에 나타나듯이, 이 교재는 애국심과 국가 사상을 불러일 으키는 것을 목표로 하였으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역사와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하였다. 이 교과서에 등장하는 역사적인 인물로는 을 지문덕(1권 13 15과), 양만춘(1권 16 18과), 성충(24 25과), 계백(1권 26 27과), 김유신(2권 4 5과), 김양(2권 6 7과), 장보고(2권 8 9과), 최 치원(2권 10 11과), 유금필(2권 24과), 서희(2권 25 28과), 강감찬(2권 2 9 30과), 정몽주(2권 31과), 황희(3권 9과), 손순(3권 12과), 윤두수(3권 1 9 20과), 이순신(3권 21과), 김덕령(3권 27 28과), 정기룡(3권 32과), 이 원익(4권 4 5과), 정충신(4권 8과), 임경업(4권 13 14과) 등이 있다. 이 교재에서도 대중 항쟁 영웅인 을지문덕, 양만춘, 서희 등과 비교했을 때 임진왜란의 영웅이었던 이순신 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그뿐 만 아니라, 김덕령 이 2과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시기의 시대적 상황과 3) 예를 들어 학부 편찬(1907)의 뺷보통학교학도용 국어독본뺸에는 영조대왕(3권 3과), 을 지문덕(4권 13과), 김적명(4권 22과), 세종과 성종(6권 1과)로 임진왜란 관련 영웅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4) 이 교재는 我韓人 尙泥舊習昧於愛國誠故, 此書專以喚起國家思想爲主, 以歷史爲 摠括, 傍及地誌與世界事狀 이라고 하였듯이, 애국성에 몽매한 우리 한인들에게 국가 사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하여 역사를 총괄하고 지지 및 세계의 여러 가지 일을 곁들인 교재이다.

288 韓民族語文學 第61輯 영웅 호출에 대한 열망, 그리고 민중이 기억하고 있는 역사를 고려할 때 대일 항쟁 영웅에 대한 기록은 상대적으로 미약하였다. 이순신에 대한 전 반적인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뺷유년필독뺸의 이순신 서사는 다음과 같다. (4) 卷三 第二十一課 ① 李舜臣[리슌신]은 우리나라의 第一名將[뎨일명쟝]이라. 全羅[젼라], 慶 尙[경샹] 兩道[량도] 바다에셔 敵兵[뎍병)을 大破[대파] 기 數十次[수십 ] 가 되니 日本[일본]의 水軍[슈군]이 다 여긔셔 盡[진] 지라. 만일 舜臣[슌신] 이 아니면 壬辰亂[임진란]이 더욱 限[한]이 업셧슬 거시오, 그 龜船[거북션] 이라 鐵[텰]로써 쌋스니 곳 世界[셰계] 各國[각국] 鐵甲船[텰갑션] 의 始祖[시조]라 이다. ② 그러 나 奸臣[간신]의 誣訴[무소] 입어 險難[험란]을 지 기 數次 [수 ]오, 이외에 趙憲[죠헌]과 高敬命[고경명]과 金千鎰[김천일]과 郭再 祐[곽 우] 等[등]은 義兵[의병]을 이르켜 그 忠烈[충렬]이 天人[하날과 사 ]을 감동 며, ③ 李浚慶[리쥰경]의 공업과 李滉[리황]의 문학과 차외에 朴淳[박슌]과 盧守愼[로슈신]과 柳成龍[류셩룡]과 李恒福[리항복]과 李德馨[리덕형]과 李 廷龜[리졍귀] 等[등]은 다 일 名臣[명신]이오이다. (4)의 주요 내용은 이순신이 명장인 이유(①: 적병 대파, 철갑선의 시조), 이순신에 대한 무소와 의병장의 활약(②), 임진왜란 당시의 명신(③)으로 이루어져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순신에 대한 서사는 ①과 ②의 첫 문장만 해당하는 셈이다. 이처럼 현채(1907)에서 이순신 서사를 단순히 언급하는 정도에 그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현채(1907)의 뺷유년필독석의(幼年必讀釋義)뺸(이하 석의)에서 찾을 수 있다. 석의는 일종의 교사용 지도서이다.5) 석의의 성격 5) 뺷유년필독석의뺸의 머리말에서는 (전략)玆將我韓古史地志及世界事情掇爲若干篇

근대 이후 이순신 인물 서사 변화 과정의 의미 연구 289 이 교수용 보조 자료로써 뺷유년필독뺸에서 기술하지 못한 내용을 보충했음 을 고려할 때 권3 제18과의 임진란 과 제21과의 이순신 에 대한 기록은 주목할 만하다. 임진란 에 대한 보충 기술은 뺷대동기년뺸을 번역 편찬한 것 으로 권3 전체 146쪽 가운데 53쪽을 차지하며, 이순신 은 24쪽을 차지한다. 두 단원에 대한 보충 설명이 권3의 반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뺷유년필독뺸을 저술할 때, 임진왜란과 이순신에 대한 충분한 서술이 이루어지 못했음을 의미하며, 따라서 이순신 서사도 문학적 또는 교육적 차원에서 충분히 이 루어지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교과서의 임진왜란과 이순신 서사가 불완전한 이유는 통감시대 의 교육 통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 것으로 보인다. 일제는 통감시대 이 후 일본문으로 된 초학 교과서 출판, 일본인 교사 고용, 교과용 도서 검 정 제도 도입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조선의 교육을 통제하고자 하였다.6) 그 가운데 교과서 통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통감시 대 초기의 통제 대상은 학부가 편찬하는 교과서였지만 1908년에 이르러 서는 교과용 도서 검정 제도 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비록 뺷유년필독뺸이나 뺷석의뺸의 저술 연대가 검정제 도입 1년 전이었지만, 이 시기의 교과서 통 제는 검정제 실시와 무관하게 광범위하게 전개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但文字濶略無以悉其梗槪 故又編成釋義四卷 以資敎授之用呼 此書出而豈有補於 時 但所願者髫齡兒輩 因此而發愛國心至於自主自立則不佞之榮辛苦何如哉 是爲 之志 라고 하여 석의의 성격과 저술 목적을 밝힌 바 있다. 6) 통감시대의 교육 통제에 대해서는 박붕배(1987), 윤여탁 외(2005), 허재영(2009) 등을 참고할 수 있다.

290 韓民族語文學 第61輯 Ⅲ. 일제 강점기 실기(實記)와 뺷문예독본뺸의 이순신 1. 일제 강점기의 역사ㆍ전기와 이순신 서사 국권을 상실한 일제 강점기의 공교육은 조선어과 (혹은 조선어급한문 과)를 제외한 모든 교과목에서 일본어로 이루어졌다. 이 점에서 조선의 역 사 인물 교육은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도 민중의 기억 속에 잠재하는 역사 인물에 대한 서사는 존 속되었다. 이는 이순신도 마찬가지이다. 일제 강점기의 이순신을 대상으로 한 역사물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최남선(1918)의 뺷충무공전서뺸(신문 관)7), 최찬식(1925)의 뺷이순신 실기(李舜臣實記)뺸(박문사), 김유동(1928) 의 뺷임진급병자록(壬辰及丙子錄)뺸(조선박문사), 이윤재(1931)의 뺷성웅 이 순신뺸(한성도서주식회사)8), 이광수(1932)의 뺷이순신뺸(문성서림), 이훈구 (1939)의 이순신 (뺷조선위인전뺸, 조선일보사)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일제 강점기의 이순신 서사의 특징을 드러내는 것으로 최찬식(1925), 김유동 (1928), 이훈구(1939) 등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들 서사 는 이 시기 이순신 서사의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찬식(1925)는 근대 계몽기 이후 발생한 전형적인 실기 문학의 형태이 다. 실기(實記)란 사실성을 강조한 전기 문학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신동욱(1992)에서 분석했듯이, 전기 소설은 상상적이고 허구적인 예술적 장치보다는 역사적 사실 또는 진실을 강조한다.9) 이 점은 최찬식(1925)의 7) 이 책은 정조 19년(1795) 유득공이 편집ㆍ간행한 것을 최남선이 중간한 책이다. 8) 이 책은 민중 계몽의 차원에서 쓰인 전기문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이 책을 광고하면서, 조선이 가진 세계 최대의 위인을 알라! 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으며, 충무공 탄생 당시 의 시대, 충무공의 탄생, 가정, 수양시대, 출신, 거북선의 창제, 경상도로 부원, 대해전, 통제사의 시대, 충무공의 잡힘, 충무공의 출옥과 가운 불행, 우리 해군의 몰패와 충무 공의 새 게획, 명량 대해전, 충무공과 명장 진린 노량 대해전과 충무공의 전사, 附年譜 로 이루어져 있다.

근대 이후 이순신 인물 서사 변화 과정의 의미 연구 291 서언 에서도 잘 드러난다. (5) 최찬식(1925), 서언(緖言), 뺷이순신 실기뺸, 박문서관. 이 세상에는 일만 물건이 각각 고르지 못하며 일만 사람이 각각 갓지 안이 함은 텬디가 조판한 이래로 리치의 원측이어늘 즁국 반만년과 죠션 반만년 사이에 가장 국가를 붓들고 력사를 빗내인 위인으로 그 졍대한 심지도 갓고 그 광명한 긔상도 갓트며 그 웅대한 지략도 갓고 그 충즉한 졀개도 갓트며 그 강개한 말로 지 갓튼 두 사람이 잇스니 그와 갓티 갓튼 사람은 만고에 단 두 사람이라. (중략) 그러하되 이는 비록 갓지 아니한 바이라고 안이할 수 는 업스나 만약 츙무공과 졔갈무후로 하야곰 그 디위와 경우를 박구어 노흐면 셔로 역시 그러할지니 엇지 감히 갓지 안이하다 하리오. 그럼으로 이 셰상에 인물이 생긴 후에는 쳔만고에 그 심지가 갓고 긔상이 갓고 지략이 갓고 츙렬 이 갓고 말로가 갓튼 자는 다만 즁국의 졔갈무후와 조션의 리츙무 두 사람 이라 할지라. 이에 리공에 뎐긔를 져술하야 그 위대한 공훈을 만고에 젼하고 자 손을 씻고 향을 피우며 붓을 들고 열누를 리노라. 著者 識 (5)에서는 뺷이순신 실기뺸의 저술 목적이 명백히 드러난다. 역사적 사실 또는 진실을 바탕으로 인물의 영웅됨을 부각하고, 위대한 공훈을 만고에 전하고자 하는 것이 이 소설의 저술 목적이다.10) 이 소설은 실기 소설답게 이순신의 출생과 출사(出仕), 임진왜란의 발발로부터 노량해전에서 이순 신이 전사하기까지의 과정을 사실적으로 기록하였다. 9) 신동욱(1992)에서는 단재의 뺷리슌신젼뺸을 분석하면서, 전기 소설의 서사 배열은 역 사서의 열전(列傳) 양식에서 비롯되어 역사적 의미와 개인사가 합쳐지는 객관적 서 사 라고 하면서, 상상적이고 허구적인 이야기라면 예술적 장치로서 서사 배치의 효과 적인 솜씨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거의 확정된 인물을 전기 소설 로 다룰 때에는 예술적 고안보다는 역사적 사실 또는 진실을 더 주요한 서술 대상으로 말하려는 경향이 큼을 알 수 있다. 고 진술하였다. 10) 최찬식(1925)의 뺷이순신 실기뺸는 김유동(1928)의 뺷임진급병자록뺸과 함께 김경남 (2007)에서 분석한 바 있다.

292 韓民族語文學 第61輯 이와 마찬가지로 김유동(1928)의 뺷임진급병자록뺸은 임진왜란과 병자호 란의 전 과정을 일기식으로 정리한 자료이다.11) 책의 내용은 임진록(壬辰 錄) 에 징비록근폭집(懲毖錄芹曝集) 을 첨부하고 군문등록(軍門謄錄) 과 관자내정편(管子內政編) 을 덧붙였다. 본문에 해당하는 임진록 은 임진 병란(壬辰丙亂)-대가서수(大駕西狩), 이순신액알해로(李舜臣扼遏海路), 삼도근왕병용인패적(三道勤王兵龍仁敗績), 북도지함(北道之陷), 연안지 첩(延安之捷), 진주지첩(晉州之捷), 구구명조수복경성(求救明朝修復京 城), 권율행주지첩(權慄幸州之捷) 등 33부로 구성하였는데, 이 가운데 이 순신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 있는 부분은 이순신액알해로, 정유일병재출 이순신진도지첩, 명병수륙동정일병철퇴 의 세 부분이다. 이순신액알해로 는 말 그대로 임진왜란 발발 직후 이순신이 바다에서 왜적을 막은 기록이며, 정유일병재출이순신진도지첩 은 정유재란 당시 이 순신의 백의종군과 원균의 패배, 이순신의 명량해전을 서술한 부분이다. 또한 명병수륙동정일병철환 은 이순신의 전사와 전쟁의 종결을 다룬 부분 이다. 흥미로운 점은 각종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편찬한 뺷임진급병자록뺸에 서는 임진왜란의 전말뿐만 아니라 특정 인물에 일정한 성격을 부여할 수 있는 형상화 요소가 가미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순신의 경우는 신중하면서도 융통성 있는 인물이자 충의로운 인물로 묘사된다. 다음을 살 펴보자. (6) 이순신액알해로 (전략) ① 均이 遂與雲龍 等으로 退在露粱하니 敵兵이 跟追而至라. 時에 11) 이 책의 판권은 세 종이 있는데 김경남(2007)의 판본은 저작 겸 발행자가 조선박문 사 로 되어 있으나, 국립중앙도서관본은 저작 겸 발행자가 김유동(金逌東)으로 되어 있다. 김유동 저작 판권의 발행 연도는 소화3년(1928) 3월과 6월이며, 조선박문사 저 작 판권은 소화3년(1928) 9월이다. 두 판본의 내용은 동일하다.

근대 이후 이순신 인물 서사 변화 과정의 의미 연구 293 全羅 左水使 李舜臣 右水使 李億祺 舟師ㅣ 在全羅水營前洋이어늘 雲龍이 請求救於舜臣하고 卽以單舸로 馳赴整兵이 己滿於泗川南海之洋하야 諸鎭 瓦解하고 水使 均이 力不能支하니 願乞全師하야 勦其先鋒하라 不然이면 禍且及湖南矣니라. ② 舜臣 等이 撫然相顧하니 光陽縣監 魚泳潭이 見其推托不快하고 奮然 大言曰 嶺南이 獨非王土요 敵兵이 非國敵耶아. 嶺南 諸鎭이 盡陷하고 只數 船이 泊我境하야 匪茹之敵이 在其後라 我以一道完師로 懇視請援이라가 坐 致하야 嶺海之敗ㅣ 可乎아. 諸將이 疾視러라.(僉載에 曰 均이 遣栗浦萬戶 李英男하야 詣舜臣諸援하니 諸將이 多言我守疆且不足이어늘 何暇에 赴他 道師아. 惟鹿島萬戶 鄭運 軍官 宋希立이 慷慨泣涕하고 勸舜臣進擊호대 以 爲討敵에 無彼此道요 先挫敵鋒則本道를 亦可保也니다) ③ 舜臣이 沈思不容이러니 翌曉에 聚壯丁하고 召泳潭曰 光陽之言이 且 有理나 但水路深遠하야 無人經識이 此可憂也라. 泳潭曰 此則小將이 當之 하리니 願爲公作鋒하노라. 舜臣이 喜曰依光陽之計하리라. -(중략)④ 一說에 初에 舜臣이 聞日兵이 連陷釜萊하고 會諸將計事하니 鹿島 萬 戶 鄭雲과 軍官 宋喜立이 願以死自效에 辭語慷慨라. 舜臣이 大悅하야 以五 月初四日노 領水軍下海하니 戰船八十餘艘라. 與元均으로 約會至玉浦(屬 巨濟)前洋하니 有敵船三十餘艘ㅣ 四面圍帳하고 竪紅白旗하고 碇佳洋中니 라. 分兵登岸하야 燒閭舍하야 烟餤遍山하니 敵이 見我師猝至하고 一時 登 船이어 舜臣이 督諸軍焚敵船二十五艘하고 約以明日노 決戰이라가 聞京 城失守하고 各還本鎭하야 捷上行在하니 百官이 引領相賀하고 遂進秩嘉善 이러니 居無何에 夢見白頭老翁이 蹴其曰 敵來矣라. 舜臣이 蹶然驚起하야 促戰艦會均于露粱하니(屬南海) 敵果來矣라. (6)의 서사 내용은 ① 원균의 패배와 이운룡의 구원 요청, ② 어영담을 비롯한 제장의 출전 거부 이유와 정운, 송희립의 출전 권유, ③ 이순신의 출전, ④ 이순신의 옥포 해전에 대한 일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 가운 데 ②, ③에서는 이순신의 신중한 성격이 드러난다. 제장들의 출전 만류와 출전 독려의 논쟁 속에서 장수로서의 냉정함을 잃지 않고, 적을 토벌함에

294 韓民族語文學 第61輯 피도와 차도가 없으며, 적의 선봉을 꺾어야 본도를 지킬 수 있다. 라고 제 장들을 설득한다. 이러한 인물의 성격 부여는 사건 중심의 서사에서 인물 의 성격 중심의 서사로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④와 같은 일화를 덧붙인 것은 정사와 달리 인물 주변에 관한 기사 를 수록하는 실기문학(實記文學)의 특징이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특징은 정유일병재출이순신진도지첩 에서도 나타난다. (7)丁酉日兵再出李舜臣珍島之捷 (전략) ① 行長이 又遣時羅하야 給應瑞曰敵船이 某日에 當添至니 朝鮮 舟師ㅣ 猶可邀擊이니라. 應西ㅣ 信之하고 言于元師하야 促均進兵하니 均 이 盡率舟艦前進하야 見敵退하고 追加德敵兵이라가 掩擊大敗하고 追至漆 川島하니 權慄이 檄召均하야 杖之하고 督令更進하니 均이 到軍醉臥터니 夜半에 敵來襲之하야 軍潰走死하다.(중략) ② 初六日에 舟師諸將이 自閑山下海하야 與敵交戰하니 寶城郡守 安弘 國이 敗死하다. (중략) 權慄이 到昆陽하야 以元均이 不自下海하고 畏敵逗 遛라 하야 傳令招致하야 杖之曰 國家ㅣ 待汝以高秩者는 徒爲安享富貴耶 아. 是夜에 均이 含憤而退하야 至閑山하야 掃率留防兵하고 (중략) ③ 初에 舜臣이 聞命하고 單騎로 馳到會寧浦하니 時 新敗之餘라. 舟船 器械ㅣ 蕩然無存이러니 道遇慶尙右水使 裵楔하니 楔所帶戰船ㅣ 只有八艘 요 又得鹿島戰艦 一艘하니 楔曰事急矣라. 不如捨船登陸하야 自托於湖南 陳下하야 助戰自效니라. 舜臣이 不聽하니 楔ㅣ 果棄船而去라. 舜臣이 召全 羅右水使 金憶秋하야 收拾戰艦하고 約曰 吾等이 共受王命하니 義當同死 生이라. 國事至此하니 何惜一死리오. 惟死於忠義면 沒亦有榮이니라. (중략) (7)의 ①은 원균의 패배와 권율의 문책, ②는 권율의 문책과 원균의 출 전, ③은 칠천도 패전 이후 명량 해전 직전의 이순신의 행보를 그린 부분이 다. 이 과정에서 밑줄 그은 부분은 대부분 인물의 성격을 나타내는 설명과 대사이다. 앞의 인물됨과 마찬가지로 서사 과정에서 해당 인물의 성격이

근대 이후 이순신 인물 서사 변화 과정의 의미 연구 295 부여되고 있다.12) 이와 같은 차원에서 일반적인 전기문과 실기 문학은 다소의 차이를 보 인다. 일제 강점기 대표적인 이순신 전기의 하나로 이훈구(1939)를 들 수 있다. (8) 이훈구(1939), 이순신, 뺷조선위인전뺸, 조선일보사. ① 東洋의 넬손 李舜臣 將軍은 누구나 다 잘 아는 바이다. 本貫은 德水요 名은 舜臣이요 字는 汝諧다. 李朝 仁宗 元年(西紀 一五四五) 京城에서 出生 하였는데 어렸을 때부터 英爽하고도 嵌制를 좇지 아니하며 동무 아히들과 遊戱를 할 때에도 반드시 戰陣의 흉을 내고 뭇아히들의 將帥가 되어서 號令 을 하였다. 동리에 틀리는 일이 생기면 將軍이 나서서 억지뻬를 쓰고 경위를 따지는 까닭에 동리사람들이 다 두려워하였었다. 壯丁이 되매 뜻을 文筆에 두지 않고 騎射를 練習하여 拔群의 技能을 나타내었다. 將軍의 三十二歲 때에 武科에 及第하여 (중략) ② 壬辰兵役 中 將軍의 超群拔類의 功績과 武勳은 忠武公全書 및 忠武 公實記에 詳述되어 있으므로 一切 省略하거니와 當時 所謂 天將으로 驕慢 無禮하기 짝이 없던 明의 水師提督 陳璘이가 李舜臣, 有經天緯地之才 補天 沐日之功 이라고 絶讚한 것만 보아도 將軍이 武將으로서 얼마나 非凡하였던 가를 想起할 수가 있는 것이다. 將軍의 創案으로 된 龜船은 今日 潛航艇과 鐵甲船의 鼻祖로 潛航艇의 歷史를 쓰는 사람은 將軍을 筆頭로 안 내워세면 안 되게 되었다. (8)의 ①은 유년 시절 이순신의 영웅성을 그려낸 부분이며, ②는 이순신 의 공적을 치하하는 내용이다. 인물의 성격보다는 영웅성과 교훈성을 연설 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이 점은 실기 와 전기 의 주요한 차이라고 할 12) 이순신의 개인 행적을 바탕으로 성격을 부여한 것은 최찬식(1925)에서도 마찬가지이 다. 사실성과 객관성을 바탕으로 한 인물 성격 부여의 차원을 고려할 때, 김유동(1928) 의 기록도 실기문학(實記文學)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296 韓民族語文學 第61輯 수 있다. 2. 이윤재 편 뺷문예독본뺸 일제 강점기 조선어(또는 조선어급한문) 교과에서 우리나라의 역사 인 물에 대한 교육은 그다지 중시되지 않았다. 이들 인물은 대체로 보통학교 용 교과서에 나타나는데, 역사적 인물의 영웅성은 사라지고 학문이나 예술 분야, 또는 설화성을 강조하는 형태로 기술하고 있다.13) 이러한 상황에서 교재 속의 이순신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이 시기 개인 저술의 독본류인 이윤재(1931)의 뺷문예독본(文藝讀本)뺸(하)14)에 나타나는 이광 수의 기행문 이충무공 묘에서 가 유일해 보인다. 그 가운데 이순신 사적과 관련된 내용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3) 일제 강점기 조선어과 교과서에 대해서는 강진호ㆍ허재영(2010)의 전수 조사가 있 다. 이 자료집에 나타난 역사 인물로는 제1차 조선교육령기의 뺷보통학교 조선어급한 문독본뺸의 문익점(권2 33과), 석탈해(권5 34과), 이차돈(권5 40과), 덕만(권5 45과), 설씨녀(권6 18과), 세종(권6 27과), 신숙주(권6 36과), 이퇴계(권6 51과) 등이 있으며, 뺷고등조선어급한문독본뺸에는 신흠의 처 이씨(권3 12과)가 있다. 제3차 조선교육령기 의 뺷조선어독본뺸에는 혁거세(권3 17과), 화공 양수(권4 16과), 한석봉(권5 6과), 서경 덕(권6 3과)이 나타나며, 뺷신편고등조선어독본뺸에는 석학 이퇴계(권1 18과), 정몽주 (권3, 4과), 박태성(권4 11과), 임준원(권4 13과), 고주몽(권5 8과), 뺷여자고등조선어독 본뺸에는 정몽주(권3 4과), 지은의 효양(권 24과), 박태성(권4 19과), 신흠의 처(권4 24 과)가 등장한다. 제4차 조선교육령기의 뺷보통학교 조선어독본뺸 도 이와 유사한데, 한 석봉(권2 31과), 혁거세(권3 5과), 김정호(권5 4과), 황희(권6 12과), 뺷중등교육 조선어 급한문독본뺸에 박연(권2 7과), 김생(권2 한문지부 4과), 정약용(권3 16과), 문익점(권3 한문지부 17과)가 등장한다. 이들 역사 인물의 특징은 개국 인물이거나 예술가, 학자 라는 점이며, 개국 인물의 경우는 개국의 위대성은 사라지고 설화적인 내용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14) 이윤재는 1931년 뺷성웅 이순신뺸(한성도서주식회사)을 출간하였지만, 교육적 의미를 갖고 있는 이 독본에서는 이순신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이윤재(1931)의 뺷문예독 본뺸에 대해서는 구자황ㆍ문혜윤(2009)를 참고할 수 있다.

근대 이후 이순신 인물 서사 변화 과정의 의미 연구 297 (9) 이충무공 묘에서 ① 五月 十九日 晴: 午前 十時 京城驛 發. 午後 一時 四十分 溫陽 着. 그러나 이 길은 溫陽 놀이 온 길은 아닙니다. 社命으로 우리 忠武公 李舜臣 의 史蹟을 찾는 길, 그야말로 忠武公 遺蹟 巡禮의 길입니다. (중략) ② 五月 二十日 曇後晴: 昨夜에 旅館에서 忠武公 長侄 芬의 作인 行狀을 읽엇습니다. 名文입니다. (중략) 여기 서서 洞天에 가득하게 벅국새 소리가 들럿습니다. 忠武公 旅閭에 이러케 썻습니다. 忠臣(줄 바꿈) 有明水軍都督朝鮮國 贈效忠杖義迪毅協力宣武功巨大匡 輔國崇祿大夫議政府領議政兼領經筵弘文館藝文舘春秋舘觀象監事豊德府 院君行正憲大夫全羅左道水軍節度使兼忠淸全羅慶尙三道統制使 諡忠武 公李舜臣之閭 宣廟甲辰十月日 命旋 (중략) 그 후에 公의 遺物을 보앗습니다. 三尺誓天山河動色 이란 銘이 잇는 칼과 一揮掃蕩血染山河 라는 名이 잇는 칼이 遺物 中에도 가장 寶物이니, 이 두 칼은 公의 陣中에서 항상 몸에 떠나게 하지 아니하든 것입니다. 그 劒名은 다 公의 親筆인데 金으로 사기엇습니다. (중략) 墓 바루 石前에 碑 하나가 잇고, 御製碑는 四十五步나 나려와서 잇는데, 御製碑文은 忠武公의 略史라 할 만합니다. 바루 墓前에 잇는 碑의 碑文은 李頤命의 撰인데, 그 중에는 이러한 句節이 잇습니다. 東土之人雖婦孺皆能知壬辰李統制之爲忠臣設使舊不終傾且泐樵童牧 豎必不忍傷墓前一草然則石之存亡不憂也何必改之 라 한 것이 잇습니다. 대단히 간절한 句節이라고 생각하거니와, 그는 아 직 忠武公을 한 忠臣으로 밖에는 더 몰랏습니다. 이 點이 不及한 點입니다. (하략) (9)의 ①은 5월 19일자의 일기로 이순신 순례임을 밝힌 내용이며, ②는 5월 20일자 일기로 이순신의 행적을 알려주는 기록을 발췌한 부분이다. 그 런데 이 두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이순신의 행적은 거의 없다. ②에 나타나는 행적은 이순신이 받은 작위와 그의 유물뿐이다. 이광수가 어제 비문을 인용하면서 충무공의 약사 라고 일컬었지만, 이 또한 이순신의 행

298 韓民族語文學 第61輯 적이나 영웅성, 그의 인물됨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윤재(1931)의 독본에 이순신 사적 기행문이 실린 이유는 무 엇 때문일까? 이 또한 1930년대의 시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승윤 (2009: 138)에서 살폈듯이, 1930년대 초에는 일제 강점 하에 조선 고적 보 존 운동 이 전개되었고, 1931년 5월에는 충남 아산군 옥봉면 사정리에 있는 이순신 묘소 위토가 동일은행에 저당 잡혀 경매에 붙여지는 사건이 벌어진 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순신을 되새기는 것은 민족적 수치 를 일깨우는 계 기가 되었으며, 그러한 시대 상황에서 독본에 이순신 관련 기행문15)이 수 록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광수의 이순신 에 대한 관심은 뺷동아일 보뺸1931년부터 1932년 4월 3일까지 연재한 소설 이순신 을 통해 잘 드러 난다. 이 소설은 전 시대의 역사ㆍ전기 서사와는 달리 현대 소설의 서사 양식이 뚜렷하며, 이순신을 비롯한 여러 장수 및 원균에 대한 성격 부여가 명확하다. 이처럼 이광수가 이순신을 주목한 것은 신간회의 해체 이후 민 족지도 단체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중을 계몽하는 지도자상으로 이순신을 영웅화하고자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16) 15) 이경훈(2003)은 이광수의 기행이 민족주의와 부국강병에 대한 기대를 표현한 것이라 고 한 바 있다. 16) 이순신 위토 경매 사건 이후 이광수는 조선의 지도자로 이순신과 같은 영웅을 제시하 고자 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는 뺷동광뺸1931년 7월호에 이충무공행장록 (李芬 原著)을 번역 수록하였으며, 같은 호에 지도자론 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 시기 이광수는 대 중을 계몽하는 영웅을 지도자로 설정하고자 했는데, 이에 모범이 되는 인물로 이순신 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도자론 에 대한 김명식(1932)의 勿論 壬辰時代 에 李舜臣이 없엇으면 水陸竝進한 外敵의 馬蹄에 全朝鮮이 蹂躪되엇을 것은 틀림없 는 事實이다. 그러나 一下萬戶이든 李舜臣이 水軍統制使가 當時의 朝鮮情勢를 먼 저 考察치 아니하면 아니된다. 만일 當時의 李舜臣이 萬戶이엇드면 兵水使에 그첫드 면 그리고 元均의 失策이 없엇드면 李舜臣의 史實에 적지 아니한 變動이 잇엇슬 것이다. 그리고 元均의 卑怯과 猜忌와 耽溺은 元均 個人에 限한 生活現象이 아니요, 當時 支配階級과 共通한 生活哲學인 것을 잊어서는 아니된다. ( 영웅주의와 파시즘이광수 씨의 蒙을 啓함-, 뺷동광뺸1932년 3월호)라는 비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근대 이후 이순신 인물 서사 변화 과정의 의미 연구 299 Ⅳ. 광복 이후의 이순신 서사 1. 광복 이후의 시대 상황과 이순신에 대한 관심 광복 이후의 이순신 서사는 교과서에서 먼저 찾아볼 수 있다. 광복 직후 조선어학회에서 편찬한 초등국어교본 (하)(1946.5.5.)의 제4과에는 이순 신 장군 이라는 노래가 실렸고, 중등국어교본 (중)(1946.1.26.) 제14과에 는 이선근의 이순신과 한산도 대첩 이 실렸다. 이처럼 교과서에서 이순신 이 되살아난 것은 근대 계몽기의 애국 계몽사상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 인다. 그러나 미군정 초기의 교육 사조는 국가 재건(애국주의), 민주주의, 과학주의 등을 바탕으로 하였다. 이러한 용어들은 이 시기 수많은 논설에 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교육과 관련하여 애 국주의 와 민주주의 는 광복 이후 나아가야 할 주요 방향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었다. 다음 논설도 이러한 경향을 대변한다. (10) 건설과 교육 우리는 이제 잔인포학한 침략자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자유를 얻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모저모로 나라 다시 세우기에 분주히 힘을 쓰고 있다. 삼년이란 세월도 그리 짜르지 아니한 시간인즉 어느 쪽으로나 다시 소생하는 실적이 나타났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바람은 온통 어그러지고 말았다. 건설의 길로 나아감이 있 기는커녕 도리어 파멸의 구성으로 한걸음 한걸음 떠러지는 것이 넉넉히 눈앞 에 보인다. 소위 지도자나 지도를 받는 자나 물론하고 오직 사삿 권리와 사삿 이익을 얻기에만 눈이 어두워 동포끼리 서로 찢고 서로 헐기를 거리낌없이 한다. (중략) 이제 교육에 종사하는 우리들로서는 그 책임이 여간 큰 것이 아 니다. 우리가 이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어떠한 바른 방침이 세워져 야 할 것이며, 따라서 막대한 노력이 요구된다.(하략) -장지영, 건설과 교육, 새교육 창간호(1948년 7월)

300 韓民族語文學 第61輯 이 논설에서 장지영은 당시 교육의 문제점을 국가에 대한 관념 부족, 애국심 부족, 각박한 왜풍 왜속에 물듦, 원대하고 씩씩한 정신 부족, 공사 구분 및 서로 돕는 정신 부족, 과학 지식 부족, 근로정신 부족 등의 일곱 가지로 정리하고, 이를 타파할 수 있는 방책을 촉구한 바 있다. 이러한 시 대 상황에서 왜색 탈피 와 애국 을 대변하는 인물로 이순신이 되살아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광복 이후 이순신에 대한 본격적인 조명은 1947년 12월 19일 이충무공 기념사업회가 조직되고 난 뒤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기념사업회는 이범석 국무총리를 회장으로, 신성모 씨를 부회장으로 하였 으며, 진단학회가 주관을 맡았다.17) 이 사업의 일환으로 진단학회 회원 가 운데 이순신의 업적을 연구한 사람들도 많아졌다. 특히 뺷자유신문뺸1947년 12월 17일, 18일, 20일에 걸쳐 연재한 이홍식의 수난의 충무공 은 기존의 이순신 서사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왜냐하면 이 논문은 영웅의 활약상보 다 수난 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장엄미 또는 비장미(悲壯美)를 형상화하는 새로운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11) 受難의 忠武公 ① 忠武公의 壬辰丁酉 양亂의 血戰記를 살필 때 누구나 當時 公을 둘 러싼 難局과 그의 孤獨한 心境에 對하여 가슴이 절이지 안을 수 업슬 것이다. 또 그것은 오로지 時에 限한 것이 아닌 우리 民族史의 어느 段階에 잇서서도 逢着하는 숙명과 우리 民族이 되풀이하고 잇는 無心한 過誤도 反省되는 點 이 만타.(중략) -뺷자유신문뺸1947.12.17. ② 筆者가 初頭에 말한 公의 孤獨한 心境이란 것은 卽 이것을 意味한 것이다. 壯烈한 忠武公의 戰死. 三百五十年 後 民族의 危機에 逢着한 오늘, 亦是 千百의 元均의 輩가 잇기 쉬웁고 忠武公의 精神을 繼承할 사람이 貴하 17) 이에 대해서는 뺷자유신문뺸1947년 12월 20일자 내 죽엄을 숨기고 싸우라: 歷史는 흘러 三百五十年, 公의 結草丹心 더욱 귀에 새롭다. 라는 기사 참고.

근대 이후 이순신 인물 서사 변화 과정의 의미 연구 301 다는 것을 다시 한번 反省 銘心하여야 할 것이다. -뺷자유신문뺸1947.12.20. (11)의 ①, ②는 이순신의 장렬한 최후를 부각하면서, 민족의 위기에 충무 공 정신을 계승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한 부분이다. 이 논문에서도 원균의 구 원 요청에서 보인 이순신의 신중함이나 정유재란 당시 강직함 등과 같은 인물 의 성격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전 시대에 부여되기 시작한 원균 캐릭터는 훨씬 더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이와 같은 시대 상황에서 미군정기와 정부 수 립기의 교과서에서 이순신 서사의 변화가 일어난다. 2. 광복 이후 이순신 서사의 변화 광복 이후 조선어학회가 편찬한 뺷초등국어교본뺸과 뺷중등국어교본뺸의 이 순신은 근대 계몽기와 마찬가지로 영웅의 활약상 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 다. 이는 다음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12) 미군정기 교본: 조선어학회 편찬 ① 이순신 장군 (노래, 제4과), 뺷초등국어교본(하)뺸, 조선어학회, 군정청문 교부 머언 남쪽 바다로 침노하는 왜군을 오는 대로 다 잡은 우리 장군 이순신(李舜臣) 그 손으로 만드신 신기로운 거북배 이 세상에 발명된 철갑선(鐵甲船)의 첨일세. ② 이선근, 이순신과 한산도 대첩 (제14과), 뺷중등국어교본(중)뺸, 조선어학 회, 군정청 문교부/ 군정청 문교부의 뺷중등국어뺸에서는 권3 제6과로 옮김(이 선근이 필자임을 밝힘) (전략) 선조(宣祖) 이십오년 왜란의 대전운은 일게 되고 말았다. 풍신수길 은 이십오만 대군을 동원하여 소서행장(小西行長), 가등청정(加藤淸正), 흑 전장성(黑田長成)을 삼군(三軍)의 장(將)으로 삼아, 오만 장병을 선발하게 하고, 그 뒤에 대 부대가 따르게 하였다. (중략)

302 韓民族語文學 第61輯 돌이켜 보건대 육군이 전멸되다 싶이 된 이즈음 적의 십만 수군이 서해(西 海)를 돌게 된다는 것은 대세를 결정하고 마는 최후의 전국이었으니, 이럼에 도 불구하고 경상(慶尙) 우수사(右水使) 원균(元均)은 일본 수사(水師)가 웅 천(熊川) 해상(海上)에 이르자 전선(戰船)과 무기를 물 속에 쳐넣고 상륙 도 주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의 부하 이운룡(李雲龍)이 극언(極言) 항쟁하는 바람에 마음대로 못 하고 겨우 전라(全羅) 좌수사(左水使) 이순신에게 구원 을 청하게 되었으니, 그 인물됨이 얼마나 겁약하였던가. (중략) 이순신의 공을 말한다면 평양 성하(城下)에서 수의 수군을 격파한 왕제(王弟) 건무(建武)에 서 더한 바 있고, 서기 일천팔백 오년 트라팔가 해상에서 불서(佛西) 연합함 대를 격파하여 나폴레온의 말발굽으로부터 대영(大英)제국의 운명을 구해낸 넬손 제독의 그것이나 무엇이 다를 바 있으랴? 공을 세우기 다 못하여 원균 따위 소인의 작간으로 일시 피쳬한 바 있었으나, 노량의 최후 일전에 또 다시 대첩한 후 유탄에 맞아 몸을 진중(陣中)에 바쳤음을 넬손의 최후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12)의 ①은 초등 교과서에 실린 이순신 장군 이란 노래로 영웅적인 활 약상과 거북선 발명을 강조한 내용이며, ②는 이선근의 글로 영국의 넬슨 과 견줄 만큼 뛰어난 활약을 보인 영웅상을 서술하고 있다. 이처럼 미군정 기의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순신은 근대 계몽기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 다. 또한 텍스트 자체가 전기문이어서 인물의 성격 부여나 형상화가 치밀 하지도 않다. 다만 주제면에서 이순신의 영웅상 과 애국심 을 교훈으로 삼 는 데 적합한 텍스트가 선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순신 서사에서 본격적인 변화를 보인 시점은 정부 수립기의 교과서이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중등 국어 교과서는 학년 당 1권씩 모두 6권으로 개발되었다. 그 가운데 이순신 텍스트가 실린 것은 뺷중등국 어뺸2(1948, 문교부)이다. 이 교과서에는 이은상의 이순신 장군의 최후 가 제1과에 실려 있다. 다음은 그 내용의 일부이다.

근대 이후 이순신 인물 서사 변화 과정의 의미 연구 303 (13) 이은상, 이순신 장군의 최후 (1과), 뺷중등국어뺸2, 문교부. ① (전략) 대양(大洋) 오후 열시에 진 도독의 군선과 합세하여 출발하였다. 대양 밖으로 적선을 향하여 가는 충무공(忠武公)! 공은 무엇인지, 전과 달리 비관스런 생각을 금할 길이 없었다. 망망한 바다, 물결치는 바다를 내다보고 있던 충무공은 문득 일어나 손을 씻고 갑판(甲板) 위로 홀로 올라갔다. 무릎 을 꿇고 두 손을 모아 하늘께 빌었다. 만일 이 원수를 갚으면 죽어도 한이 없겠습니다. 오직 이 한 마디, 공의 눈에는 영웅의 눈물이 핑 돌았다. (중략) ② 여기에 참고하여, 청산도(靑山島) 진 도독 비문(陳都督碑文)의 일절을 소개하건대, 바로 그 전일 진 도독이 충무공에게 편지를 보내되, 내가 밤에 천문을 보고, 낮에 인사를 살피더니 동방 장성이 장차 병이 든지라, 아마도 공에게 멀지 않아 화가 있을 것이어늘, 공은 어찌하여 이를 알지 못하고 저 무후(武候)의 좋은 법을 쓰지 아니하오? 하였더니 공이 이에 진 도독에게 답서하되, 나는 충과 덕과 재가 무후에게 불급하거늘 비록 무후의 법을 쓴다 한들, 하늘이 어찌 응하리오. 하였다는 것이다. 공은 진실로 충성의 인(人)이 요, 엄정(嚴正)의 인일 따름이었다. (중략) ③ 어허, 슬프다! 붓을 놓고 통곡(痛哭)하고 싶구나. 적의 비탄(飛彈)에 공 은 왼편 겨드랑이를 맞아 관통하니, 분하고 원통하다. 이것이 충무공의 최후 였다. 공은 숨을 지우며, 그러나 조용히, 자기 곁에 활을 놓고 서 있는 장자 회(薈)와 조카 완(莞)을 향하여, 방패로 내 앞을 기리우라. 하니 이것은 적에 게 이 꼴을 보일가 함이요, 다시 입을 열어 유언해 가로되, 지금 전쟁이 한창 급하니, 내가 죽었다는 말을 내지 말라. 이 한 마디를 최후로 부탁하고 전선 위에서 눈을 감았으니, 이에 다시 기억하자. (하략) (13)에 제시된 이순신은 영웅적 활약상 보다 장렬함, 비장함 이 강조되 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술자의 감정을 독자에게 전이하는 감탄문이 반 복 사용되고 있으며, 이순신 행적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직설적으 로 설파되고 있다. 이 또한 정부 수립 이후의 교과서가 보여주는 이순신 서사의 큰 변화이다. 직전 시대의 이순신의 활약상 보다 추모나 추앙의 대

304 韓 民 族 語 文 學 第 61 輯 상으로 격상되면서 이순신의 성격이 변화하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제1 차 교육과정기의 이 충무공 동상찬 ( 중학국어 Ⅱ-Ⅱ, 1955년, 문교부)으 로 이어진다. 이처럼 광복 이후 이순신 서사가 주목을 받고, 또 그 내용에 서 변화를 보이는 것은, 광복의 의미가 일제로부터의 독립이자 항쟁의 과 정 또는 고난의 과정이었음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달리 말해 대일 관계가 복잡해질수록 이순신 서사에 대한 관심 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뜻이다. Ⅴ. 결론 이 연구는 시대별 교재에 나타난 이순신상을 중심으로, 영웅 서사가 어 떻게 변화하는가를 살피는 데 목적을 두었다. 이 연구에서 대상으로 삼은 교재는 근대 계몽기(1895 1910), 일제 강점기(1910 1945), 교수요목기 (1945 1955)의 우리말 관련 교재들이다. 연구 대상으로 삼은 교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근대 계몽기의 독본류, 일제 강점기의 조선어과 교과서 및 독본 그리고 교수 요목기의 교과서들이다. 근대 계몽기의 이순신상은 주로 영웅의 활약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 이유는 근대 계몽기 국권 침탈의 위기에서 민족적 영웅 호출이 절실히 필요하였고, 이에 따라 신채호를 비롯한 선각자들이 이순신에 주목했기 때 문이다. 일제 강점기의 교과서에는 이순신이 등장하지 않으나 이윤재 (1931)의 문예독본 에는 이광수의 충무공 기행문이 수록된다. 그 이유는 근대 계몽기와 마찬가지로 민족의 기억 속에 이순신이 남아 있는 까닭도 있겠지만, 1931년 충무공 위토 문제와 이순신 사적 보존 운동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특히 이 시기 이순신 관련 서사물에서는 이순신과 주변 인 물에 대한 성격이 창조적으로 부여되는데, 교재 속의 이순신은 그러한 모

근대 이후 이순신 인물 서사 변화 과정의 의미 연구 305 습을 띨 수가 없었다. 광복 이후 미군정기의 교본에는 이순신의 노래와 활 약상이 그려지나, 정부 수립 이후부터는 이순신의 장렬한 최후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처럼 동일한 영웅일지라도 서사 내용과 인물의 성격 창조 등이 달라 지는 이유는 교재가 교육을 전제로 하며, 교육의 목표가 되는 인물상은 시 대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순신 서사가 끊임없이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유는 이순신의 행적이 이상적 인간형의 하 나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을 생각할 때, 제1차 교육과정기 이후의 이순신 서사의 변화 도 흥미로운 연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1차 교육과정기 중학 국어 Ⅱ-Ⅱ의 이충무공 동상찬 이나 제3차 ~제5차 교육과정기까지 지속 적으로 실린 이상백의 인간 이충무공 은 각 시대의 교육 목적과 해당 인물 에 대한 서사 방식 등을 살필 수 있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는 후속 연구 과제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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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韓 民 族 語 文 學 第 61 輯 Abstract The Process of Change about the Story of Admiral Lee Soonshin after the Modern Enlightenment Times Kim, Kyung-nam This study aims to survey the story of Lee Soonshin who was a Korean hero in the Japanese Invasion of Korea in 1592 as told through the history of Korean textbooks. I think that the story of this hero has changed and been influenced for the purpose of education, the times and circumstances. I searched for the story of Lee in the textbook called YUNEONPILDOK( 幼 年 必 讀 : the the meaning is that children must read) written by Hyeon Chae in 1907. This text focused on the facts of the Japanese invasion and other heroism. These narrative methods have reflected the thoughts of historical people in the modern enlightenment times(1895~1910). During the period of the Japanese colonial rule(1910~1945), I found only once mention of Lee Soonshin. The text was a travel essay written by Lee Gwangsu. This text recorded MUNYEODOKBON as written by Lee Yunjae. This text was connected with the affair that Lee Soonshin's remain's were sold at auction in 1931. During the time of the so-called syllabus(1945-1955), there were various narrations of Lee Soonshin. Especially, the marked changes were made in forming the Korean Government. During this time, Lee Soonshin's narration was focused on grandeur or tragic beauty. Key words: Lee Soonshin, narration, modern enlightenment times, the Japanese colonial rule, forming the Korean Government.

근대 이후 이순신 인물 서사 변화 과정의 의미 연구 309 김경남 건국대학교 글로컬 소통ㆍ통섭 교육원 주소: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120 건국대학교 경영대 536호 전화번호: 02-450-3103, 010-5273-9247 전자우편: surhera@hanmail.net 이 논문은 2012년 7월 17일 투고되어 2012년 8월 10일까지 심사 완료하여 2012년 8월 17일 게재 확정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