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국가배상책임 * 1) 박 태 현 **1)2) <국문초록> 2015년 1월 29일 법원은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유해물질로부터 국민의 생명ㆍ신체를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게을리 하였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 구사건에서 국가가 가습기 살균제를 유해물질로 지정하여 관리하지 않은 데 대하여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구체 적으로 법원의 청구기각사유를 살펴보면, 법원은 원고들이 망인들의 사망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PGH에 대한 2003년 유해성 심사 결과( 급성경구독성이 낮고 피부와 눈에 자극성 및 부식성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도 아니며 돌연변이 유발 물질도 아니어서 유독물 또 는 관찰물질에 해당하지 않는다 )는 당시 관련 법령에 따른 판정이었고 거기에 어떠한 주의의무 의 해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국가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본다. 먼저, 유해성 심 사기관이 2003년 심사 당시 PGH에 대한 흡입 및 경피 독성 평가를 하지 아니한 채 유해성 여부 를 판정한 것은 당시 유해성 심사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만약 환경부가 당시 규정에 따라 유해성 심사를 제대로 하였더라면 PGH의 흡입 독성 등 유해성을 확인하고 생명ㆍ신체에의 위해 발생 가능성을 예견하여 사용 제한 등 적절한 손해 회피 조치를 취하였고 그 결과 가습기 살균제 사용 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으리라 본다. 따라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본다. 또한 신규 용도 변경에 따른 유해성 재심사 제도는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으로 보호하기 위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다. 이러한 유해성 재심사 제도가 있었더라면 가습기 살균제로의 사용에 따라 PGH의 유해성 심사가 다시 이루어졌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PGH 사용으로 인한 생명ㆍ신체에의 위해 발생 가능성을 예견하여 사용제한 등 적절한 손해 회피 조치가 취해져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으리라 본다. 따라 서 신규 용도 변경에 따른 유해성 재심사 제도를 두지 아니한 국가는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책 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본다. 주제어: 가습기 살균제, 규제 부작위, 유해성 심사,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과소보호 금지원칙 DOI: 10.18215/envlp.16..201602.35 * 2015년 강원대학교 대학회계 학술연구조성비로 연구하였음. **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36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Ⅰ. 들어가며 Ⅱ.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의 요지 Ⅲ. 규제부작위와 국가배상책임 Ⅳ. 입법부작위와 국가배상책임 Ⅴ. 나가며 Ⅰ. 들어가며 2015년 1월 29일 법원은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유해물질로부터 국민의 생명ㆍ신체를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게을리 하였다며 국가 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서 국가가 가습기 살균제를 유해물질로 지 정하여 관리하지 않은 데 대하여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 렵다 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판결 이라 한다). 1) 구체적으로 법원의 청구기각사유를 살펴보면, 법원은 원고들이 망인들의 사망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PGH에 대한 2003년 유해성 심사 결과( 급성경구독성이 낮고 피부와 눈에 자극성 및 부식성 과민반응을 일으 키는 물질도 아니며 돌연변이 유발 물질도 아니어서 유독물 또는 관찰물질에 해당 하지 않는다 )는 당시 관련 법령에 따른 판정이었고 거기에 어떠한 주의의무의 해 태가 없다는 것이다. 2) 그런데 이러한 법원의 판단에는 몇 가지 의문이 든다. 먼저 가습기 살균제 성분 인 PGH의 (유해성심사신청서에 기재된) 예정 용도에 비추어 보면 PGH에 대한 유 해성 심사는 경구독성보다는 흡입 및 경피 독성에 초점이 맞춰졌어야 한다. 그런 데 2003년 유해성 심사 당시 경구독성 자료(시험성적서)에 근거해 유해성 심사 판 정이 이루어졌는데 이것이 과연 법원의 판단처럼 당시 유해성 심사의 근거법인 유 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적법한 심사였을까 하는 점이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발생한 이후 PGH에 대한 유해성 심사를 다시 하였는데, 경구 피부 흡입 어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 29. 선고 2012가합4515 판결. 2) 위 판결문 7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국가배상책임 _ 박태현 37 류 독성실험에서 모두 유해한 것으로 나타나자 2013. 8. 5. PGH를 유독물로 지정 고시하였다. 3) 여기서 2003년 흡입 및 경피 독성을 심사하였더라면 유해성 심사결 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점을 넉넉히 예상할 수 있다. 한편, PGH에 대한 2003년 유해성 심사 이후 이 성분물질을 가습기 살균제로 사 용하려는 경우 사전에 흡입 및 경피 독성 심사를 거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물질의 용도 변경에 따라 노출경로가 경구에서 흡입 및 경피 로 달라지는 경우 종전의 경구 독성 중심의 유해성 심사결과는 그 유효성이 상실 되므로 변경된 용도 및 노출경로에 따라 유해성 심사를 해야 하는 제도가 마련되 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화학물질은 노출 방식에 따라 독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독성학의 기본 상식이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 특성에 따라 유해화 학물질관리법에 용도변경에 따른 유해성 재심사 제도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 각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크게 이러한 두 가지 의문에 대한 저자의 결론에 기대 피고 국가는 유 해화학물질관리법상 어떠한 주의의무도 해태하지 아니하였다는 위 판결 이유를 비 판적으로 검토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하여 먼저 1심 판결 이유를 구체적 으로 분석하고(Ⅱ), 2003년 당시 PGH에 대한 급성경구독성 중심의 유해성 심사 가 관련 법령에 따른 적법한 심사였는지를 검토하고, 유해성 심사에서 국가에 어 떠한 주의의무의 해태도 없는지를 판단한다(Ⅲ). 또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서 화 학물질의 용도 변경에 따른 유해성 재심사 제도를 두지 않은 것이 불충분한 내용 의 입법으로 이른바 부진정 입법부작위에 해당하여 국가에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사유가 될 수 있는지를 따져보기로 한다(Ⅳ). Ⅱ.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의 요지 1. 원고 주장 요지 3) 참고로 환경부는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의 폐질환 원인물질으로 알려진 CMIT/MIT와 PHMG도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경구 피부 흡입 어류 독성실험에서 모두 유해한 것으로 나 타났다며 2012년 9월 유독물로 지정ㆍ고시한 바 있다.
38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피해자인 가족들이 소외 (주)세퓨가 제조,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가 그 제품에 포함되어 있는 PGH 성분으로 인하여 간질성 폐손 상으로 사망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피고 국가는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가 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화학성분이 위험하고 폐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국민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미칠 수 있는 유해 물질을 엄격히 관리,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피고로서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 에 따라 역할조사 등을 통하여 신속히 원인을 규명하고 가습기 살균제의 판매와 사용을 중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방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은 유해물질로부터 국민의 생명ㆍ신체를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게을리 하였고 그로 말미암아 피해자 들이 사망하였으므로 국가가 이에 대해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 법원의 판단 요지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 청구로 보았다. 그리 하여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국가배상법 제2 조 제1항의 법령 위반 요건과 관련하여 우선 공무원에게 작위의무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법원은 여기서의 작위의무는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규정되거나 국민의 생명ㆍ신체ㆍ재산에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른바 조리( 條 理 )에 의해서도 인정될 수 있다고 하였다. 법원은 또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고의 또는 과실 요건과 관련하여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하여 발생한 결과에 대해 관련 공무원에게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피해자들이 사망하기 전에 가습기 살균제로 인하 여 급성 간질성 폐질환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의심할만한 분명하고도 객관적인 정 황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나아가 피고에게 관련 법령에 따라 가 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확인하여 그 판매를 중지시킬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 다며 결국 피고의 주의의무(작위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법원은 피 고에게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을 몇 가지 들고 있 는데 여기서는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심사 결과에 한정해 살펴보고자 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국가배상책임 _ 박태현 39 이 부분 법원의 판시 요지는 다음과 같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는 신청인이 제출 한 자료 등을 통해 유해성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피고는 2003년경 PGH에 대하여 유해성심사를 한 결과 급성경구독성이 낮고 피부와 눈에 자극성 및 부식성,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도 아니며 돌연변이 유발 물질도 아니어서 유독물 또는 관찰물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정을 하였는데 이는 법령의 규 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가 가습기 살균제(정확히는 물질성분인 PGH-필자 첨가)를 유해화학물질로 지정하여 관리하지 않은 데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없다. 글머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가습기 살균제로의 사용형태 달리 말하면 시민들 의 노출 경로에 비추어 본다면 PGH에 대한 유해성 심사의 초점은 경구독성이 아 니라 흡입 및 경피 독성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2003년 당시 PGH에 대한 유 해성 심사는 경구독성 중심으로만 이루어졌는바 이것이 당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에 따른 적법한 심사였는지를 우선 규명할 필요가 있다. 당시 관련 법령에 의하더 라도 흡입 및 경피 독성 심사를 했어야 한다고 본다면 피고가 PGH를 유해화학물 질로 지정, 관리하지 않은 데 대해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없다고 볼 수 없 기 때문이다. Ⅲ. 규제부작위와 국가배상책임 피고 국가가 PGH의 사용 금지나 제한 등 그 유해성을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아 니한 까닭은 결과적으로 PGH가 유독물 내지 관찰물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심사 판정에 근거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규제부작위를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논증 하려는 여기서는 우선 피고의 심사판정에 하자가 없는지를 여부를 심사 당시 유해 화학물질관리법에 비추어 검토하기로 한다. 검토 결과 심사판정에 유해화학물질관 리법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고 한다면 담당 공무원의 과실은 물론 피고 국가에 PGH의 사용에 따른 이 사건 피해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 및 회피가능성이 있었음 을 인정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국가배상책임을 인 정하기 위한 중요한 요건으로 PGH와 이 사건 피해와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살펴보
40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고자 한다. 4) 1. 2003년 유해성 심사 당시 유해화학물질관리법령 검토 (1) 유해화학물질관리법령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제7조 (신규화학물질의 유해성심사 신청등) 1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화학물질을 제외한 화학물질을 제조 또는 수입하고자 하는 자는 환경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 여 당해 화학물질에 대하여 미리 환경부장관의 유해성심사를 받아야 한다. 1. 유독물 2. 관찰물질 2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유해성심사를 받고자 하는 자가 환경부장관에게 유해성심사 를 신청하는 때에는 당해 화학물질의 독성 분해성등에 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험 연구기관에서 실시한 시험의 결과를 기재한 서류(이하 "시험성적서"라 한다)를 제출하 여야 한다. 다만, 환경부령이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8조 (유해성심사) 1 환경부장관은 제7조의 규정에 의한 유해성심사의 신청을 받은 화학물질과 유해성심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화학물질에 대하여 제9조의 규정에 의한 화학물질심사단의 기술검토를 거쳐 그 유해성심사를 하여야 한다. 2 환경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심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환경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유해성심사를 신청한 자 또는 당해 화학물질을 제조 또는 수입한 자에 대하여 유해성심사에 필요한 서류 기타 관계자료의 제출을 요청하거나 명할 수 있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시행규칙 5) 제2조 (유해성심사 신청) 1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7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제조 수입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심사를 신청하고자 하는 자는 별 지 제1호서식의 신청서에 다음 각호의 자료를 첨부하여 국립환경연구원장에게 제출하 여야 한다. 4) 규제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 사례에 관해서는 박종일ㆍ원종석, 행정규제부작위와 국가배 상: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나타난 수거명령 해태ㆍ지연에 따른 피해발생과 관련하여, 법 과정책 제18집 제1호, 2012, 158면 이하 참고. 5) 환경부령 제132호, 2002.10.1., 일부개정[시행 2002.10.1.]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국가배상책임 _ 박태현 41 1. 주요용도, 녹는점 끓는점 증기압 용해도 및 옥탄올물분배계수등의 물리 화학적 성 질에 관한 자료 2. 급성독성 유전독성 및 분해성에 관한 시험성적서 3. 환경에 배출되는 주요경로 및 예상배출량에 관한 자료 2제1항 각호의 규정에 의한 자료의 작성방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립환경 연구원장이 고시한다. 제4조 (유해성심사의 방법 절차등) 1 국립환경연구원장은 법 제8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유해성심사의 신청을 받은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심사를 하는 때에는 제2조제 1항의 규정에 의하여 제출된 자료에 의하여 유해성심사를 하되, 그 심사결과 당해화학 물질이 제5조제1항의 규정에 해당하는 화학물질인 경우에는 동 규정에 의하여 추가로 제출된 자료에 의하여 다시 유해성심사를 하여야 한다. 4 국립환경연구원장은 유해성심사를 한 화학물질이 법 제11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 여 제조 수입 또는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그 사유 와 금지 또는 제한하는 경우 산업에 미치는 영향등을 검토하여 환경부장관에게 보고하 여야 한다. 5 유해성심사의 구체적 방법 기타 필요한 사항은 국립환경연구원장이 고시한다. 화학물질의 유해성심사 등에 관한 규정 6) 제7조(신청서의 첨부서류 작성방법) 1규칙 제2조제1항제1호의 규정에 의한 주요 용도, 녹는점 끓는점 증기압 용해도 및 옥탄올물분배계수 등의 물리 화학적 성질에 관한 자료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1. 주요 용도에는 일반적인 용도와 구체적 사용 예 등 2~3. 생략 2규칙 제2조제1항제2호의 규정에 의한 급성독성 유전독성 및 분해성에 관한 시 험성적서(이하 "기본자료"라 한다)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1. 급성독성 시험성적서는 설치류에 대한 급성경구독성 시험성적서. 단, 물리화학적 성질이나 용도상으로 주 노출경로가 경피 또는 흡입으로 판단되는 경우 이에 대 한 시험성적서 2-3. 각 생략 6) 국립환경연구원고시 제1999-39호(1999.6.14., 일부개정)(국립환경과학원고시 제2005-19호, 2006.1.6., 일부개정 전의 것).
42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4규칙 제2조제1항제3호의 규정에 의한 환경에 배출되는 주요경로 및 예상배출 량에 관한 자료에는 다음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1. 용도, 물리 화학적 특성, 제조공정 등을 고려한 제조 또는 사용과정 중에 배 출될 수 있는 환경매체별 경로 2. 제1호의 규정에 의한 환경매체별 경로별 예상 환경배출 정도 (2) 2003년 유해성 심사에 관한 주요 내용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당시 유해성 심사에 관한 규정 가운데 특히 의미 있는 규정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해성 심사의 신청을 받은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는 신청자가 제 출한 자료를 기초로 심사한다. 다만 심사기관은 신청인에게 유해성 심사에 필요한 서류 기타 관계자료의 제출을 요청하거나 명할 수 있다. 둘째 유해성 심사를 신청하는 자는 신청서에 주요 용도에 관한 자료, 급성 독성 유전독성 및 분해성에 관한 시험성적서, 환경에 배출되는 주요경로 및 예상 배출량에 관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 때 주요 용도는 일반적인 용도와 구체 적 사용 예 등을 적시하여야 한다. 급성독성 시험성적서는 1차적으로는 (설치류 에 대한) 급성경구독성 시험성적서이지만, 용도상으로 주 노출경로가 경피 또는 흡 입으로 판단되는 경우 이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그리고 환경에 배출되는 주요경로 및 예상배출량에 관한 자료에는 용도 등을 고려한 제조 또는 사용과정 중에 배출될 수 있는 환경매체별 경로와 환경매체별 경로별 예상 환경배 출 정도가 포함되어야 한다. 셋째, 유해성 심사 결과 제조 수입 또는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필요가 있다 고 판단되는 때에는 그 사유와 금지 또는 제한하는 경우 산업에 미치는 영향등을 검토하여 환경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2. 2003년 PGH에 대한 경구독성 중심의 유해성 심사의 타당성 검토: 유 해화학물질관리법 위반 여부 국가는 이 사건 소송에서 가습기 사고의 원인물질로 판명된 PHMG와 PGH에 대한 유해성 심사 당시에는 신청자가 제출한 자료에 근거하여 유독물 및 관찰물질 에 해당하는 사항이 없어 그렇게 통지 및 고시하였다. 7), PGH 유해성심사 신청 서에 이 물질은 고무, 목재, 직물 등 보존을 위한 향균제로 사용될 예정으로, 심사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국가배상책임 _ 박태현 43 신청 당시 반복 흡입 노출에 의한 영향을 판단할 수 있는 독성자료가 법적 심사 신청의 구비서류가 아니었고 따라서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 고 한다. 8)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시 유해성 심사규정에 따르면 용도에 따른 주 노 출경로에 따라 경구, 경피 또는 흡입독성 시험성적서 를 제출하여야 한다. 그런데 2003년 유해성 심사 신청서의 첨부서류에는 심사 신청 대상 물질이 환경에 배출되 는 주요경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3. 배출경로: Agrosept or Akacid 23~30% conc.-수용액(희석) -제품에 첨가(spray or aerosol 제품등/항균효과) -세탁 시 하수로 배출 등. 여기서 심사 신청 물질이 spray or aerosol 제품 등으로 제품에 첨가된다는 내용 이 중요하다. 즉 PGH가 spray or aerosol 형태로 향균제로 사용되는 경우 PGH의 용도에 따른 주 노출 경로는 흡입과 경피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유해성 심 사규정에 따라 신청자는 경구 독성은 물론 흡입 및 경피 독성에 관한 시험성적서 를 제출하여야 한다. 만약 신청자가 이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하였을 경우 심사기 관은 신청자에게 이의 제출을 명해야 한다(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제8조제2항). 따라 서 심사 신청 당시 흡입 노출에 의한 영향을 판단할 수 있는 독성자료가 법적 심 사 신청의 구비서류가 아니었다 는 피고 국가의 주장은 심사 당시 시행된 유해화 학물질관리법에 대한 바른 해석이 아니다. 요약하면 2003년 심사 당시 심사기관은 신청인에게 PGH에 대한 흡입 독성 경 피 독성에 관한 시험성적서를 제출할 것을 명하고, 제출된 시험성적서에 따라 PGH의 유독성에 대한 최종 판정을 해야 했다. 물론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는 심사 기관은 신청인에게 유해성 심사에 필요한 서류 기타 관계 자료의 제출을 요청하 거나 명할 수 있다 고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PGH의 사용용도에 따른 주 노출 경로에 비추어 경피 또는 흡입독성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해당 독성 시험성적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심사기관으로서는 PGH의 경피 및 흡입 독성을 판 정할 수가 없다는 점에서 심사기관은 신청인에게 반드시 해당 독성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입법목적이나 유해성 심 사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해당 독성 자료제출을 요구하지 아니한 행위는 현 7) 국가소송수행자가 이 소송 사건에서 제출한 2012. 12. 31.자 준비서면 1면. 8) 국가소송수행자가 이 소송 사건에서 제출한 2012. 12. 31.자 준비서면 3-4면.
44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저하게 불합리 한 행위로 이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명백하여 굳이 학설 상의 재량권수축이론 이나 재량권의 소극적 남용론 9) 등에 의한 상세한 논증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환경부는 경구독성에만 주로 근거해 PGH는 유독물 또는 관찰물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정하였는바 이는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여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정당한 심사를 그르친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03년경 PGH는 급성경구독성이 낮은 등 유독물 또는 관찰물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해 성심사판정은 법령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는 법원의 판단은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 대한 무지 내지 오해에 따른 잘못된 판단이다. 4. PGH로 인한 생명ᆞ신체에의 위해 발생에 대한 예견 및 회피가능성 검 토: 공무원의 과실 유무 검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3년 PGH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경구 피부 흡입 어류 독성실험에서는 모두 유해한 것으로 나타나 유독물로 지정되었다. 10) 그러나 2003 9) 재량권의 소극적 남용론이란 규제권한의 불행사가 현저히 불합리한 경우 에는 그 부작 위가 일종의 재량권의 소극적 남용이라는 의미에서 재량권의 수축이론을 적용하지 않고 곧바로 재량하자라는 의미에서 국가배상법 제2조의 법령에 위반하여 라는 위법성의 요 건을 충족한다는 이론이다(박정훈, 행정부작위와 국가배상책임의 구조적 해석, 토지공법 연구 제63집, 2013, 178면) 10) 가습기살균제 피해의심사례가 310건을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피해 및 사망 원 인을 밝힐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영남대 단백질센서연구소 연구팀(소장 조경현 교수)은 시중에서 유통되는 가습기살균제의 원료인 PHMG와 PGH를 연구한 결과, 이 들 물질이 심혈관 급성 독성, 피부세포 노화 촉진, 배아염증 유발 등의 심각한 독성을 지닌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연구팀은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PHMG(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와 PGH(염화 에톡시에틸 구아디닌)를 구입해 사람과 제브라피쉬에 대한 연구를 진행, 관찰했다. PHMG와 PGH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질환의 원인물질로 알려져 왔다. 연구팀 이 PHMG 제품을 10배 희석 처리해 사람의 피부세포에 처리한 결과, 세포의 절반 정도가 사 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부세포 노화는 더욱 촉진됐으며, 혈관 대식세포(선천적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로 변형이 발생할 경우 각종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짐) 변형 및 동맥경화 유발 효과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가습기살균제 성분의 위해성을 증명한 것이다. 또한 연구팀 이 가습기 물통에 넣는 농도대로 PHMG를 처리한 물에 제브라피쉬를 넣고 생존을 관찰한 결 과, PHMG(최종 농도 0.3%) 처리군에서는 75분, PGH(최종 10mM) 처리군에서는 65분만에 제브라피쉬가 전멸했다. 죽은 제브라피쉬의 심장조직을 분석하자 심장 대동맥에서는 콜라겐 섬유화가 급격히 진행됨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중증폐질환자의 돌연 사 원인이 급성 염증의 증가 및 심장 대동맥 섬유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 명했다. 또한 폐사한 제브라피쉬의 혈청에서는 염증인자가 대조군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 으며 간 조직 분석에서도 심각한 지방간 유발 및 급격한 간 염증 증가가 나타났다. PHMG와 PGH가 미세 주입된 제브라피쉬의 배아에서는 발달 속도가 느려지고 염증이 증가하면서 배아 사멸이 증가했으며, 특히 PGH를 주입했을 때 배아의 발달 속도가 가장 느리고 염증도 가장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국가배상책임 _ 박태현 45 년 심사 당시 심사기관은 (신청인에게 PGH의 흡입 및 경피 독성에 관한 시험성적 서의 제출을 명하지 아니한 채) 오로지 경구 독성 시험성적서에 의지해 PGH는 유 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정하였고, 그 결과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PGH 의 유해성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 못한 것이다. 국가배상법에서 과실이란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당해 직무를 담당 하는 공무원이 보통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것을 말한다. 11) 오늘날 과 실의 객관화론에 의하여 과실을 완화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가령 공무원의 위법 행위로 인한 국가작용의 흠이라는 정도로 완화시키려는 견해나 과실을 공무원의 직무상 요구되는 일반적인 주의의무에 위반되는 상태로 보아 과실의 내용을 추상 화하려는 학설상의 견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겠다. 12) 그런데 굳이 과실의 객 관화론에 기대지 않고 전통적 과실 개념에 따르더라도, 그리고 특히 행정청이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여 위법한 것으로 되는 경우에 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실도 인정된다 는 이른바 젤리컵 사건 판결 등에 비 추어 본다면 이 사건의 경우 심사 당시 담당 공무원에게 직무상의 과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5. PGH에 대한 규제부작위와 이 사건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 검토: 손해 검토 국가배상법에서 공무원의 부작위로 손해 가 발생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법적 보호이익의 침해가 요구되는데(따라서 단순히 반사적 이익의 침해로는 손해가 있 다고 할 수 없다)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과 관련하여 법적 보호이익인지 반 사적 이익인지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13) 이른바 군산윤락가화재사건에서 대법원은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 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 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면, 공무원이 그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함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상당인 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는 것 이라고 판시하였다. 14) 심각했다. 11) 대법원 1987. 9. 22. 선고 87다카1164 판결. 12) 김철용, 행정법(전면개정판), 2012, 고시계사, 412면. 13) 박정훈, 앞의 논문, 189면.
46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심사시관에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은 단순히 공공 일 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부수적으로도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 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임을 인정할 수 있으리라 본다. 또한 위에서 본 바와 같 이 만약 2003년 당시 심사기관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신청인에게 흡입 및 경피 독성에 관한 시험성적서를 제출하게 함으로써 흡입 및 경피 독성에 대한 판 단이 이루어졌다면, PGH는 유독물로 지정되었을 개연성이 무척 높았음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PGH가 유독물로 지정되었더라면, 관련법에 따라 PGH는 사용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등 적절한 손해 회피 조치가 이루어졌을 것이고 그럼으로써 가습기 살균제로의 사용으로 인한 사망 등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으리라 본다 (상당인과관계). 15) 6. 소결 유해성 심사기관이 2003년 심사 당시 PGH에 대한 흡입 및 경피 독성 평가를 하지 아니한 채 유해성 여부를 판정한 것은 당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의 유해성 심사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만약 심사기관이 당시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유해성 심사를 하였더라면 PGH의 흡입 및 경피 독성을 확인하고 생명ㆍ신체에의 위해 발 생 가능성을 예견하여 PGH를 유독물로 지정하고 사용 금지나 제한 등 적절한 손 해회피조치를 취함으로써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으리라 본다. 이런 점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본다. Ⅳ. 입법부작위와 국가배상책임 1. 문제의 소재 어떻게 2003년도 PGH에 대한 급성경구독성 중심의 유해성 심사결과에 근거해 14)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5다48994 판결. 15) 작위의무 위반행위와 손해의 발생 간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상당인과관계의 유무 판단은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령 기타 행동 규범의 목적, 그 수행하는 직무의 목적 내지 기능으로부터 예견가능한 행위 후의 사정,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4. 24. 선고 2001다59842 판결 참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국가배상책임 _ 박태현 47 2009년 흡입및 경피 독성 심사가 요구되는 가습기 살균제로의 사용이 허용될 수 있었을까? 세퓨의 가습기 살균제는 2009년도에 출시되었다. PGH를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주 노출경로는 흡입 및 경피가 된다. 그런데 2003년 유 해성 심사는 경구독성 평가만 이루어졌는바, 물질의 독성효과는 노출량, 노출경로, 노출기간, 노출빈도에 좌우된다 는 독성학의 기본원리에 따라 2009년 가습기 살균 제가 시장판되기 전에 흡입 및 경피 독성에 관한 유해성 심사가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 국가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당시 유해성심사는 화학 물질 자체에 대한 자료를 통해 유해성을 평가하는 물질 신고제도로 한번 신고가 이루어지고 나면, 후에 같은 물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해도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의 해 다시 신고하거나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16) 말하자면 유해성 심사제도가 용도에 대한 등록제(이하 용도등록제 라 한다)가 아니므로 국가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독성학 기 본원리에 비추어 본다면 용도 변경에 따라 노출경로가 달라진다면 거기에 맞춰 유 해성 심사를 다시 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분명 타당한 지적이 아닐까? 당시 유해성 심사제도가 그 주장하는 바와 같이 물질에 대한 신고제도라 해서 이 기본 상식이 방기되어야 하는 것일까? 여기서 유해성 심사제도의 근본취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김홍균 교수는 자신의 환경법 교과서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이 제 도의 기본취지는 화학물질의 고유한 유해성을 확인하여 표시 등을 통하여 화학물 질을 취급 및 사용하는 근로자 및 소비자 등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화학물질 에 대한 안전 사용 요령을 제공함으로써 노출 위험성을 사전에 예방하고, 적정한 방제방법을 제공하여 국민 보건 또는 환경보전상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객관적 ㆍ과학적 근거를 제공해 줄 뿐 아니라 직접 규제적 효과를 발생하는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17) 따라서 당시 유해성 심사제도가 용도등록제로 설계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지를 검 16) 국가소송수행자가 이 소송사건에서 제출한 2012. 12. 31.자 준비서면 4면. 17) 김홍균, 환경법 제3판, 홍문사, 2014, 656면.
48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토해볼 필요가 있다. 법이나 제도라는 것은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고 시간 경과에 따라 내재한 결함이나 부족한 점이 발견되어 교정됨으로써 개선, 발전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회고적으로 보아 과거의 법과 제도가 불충분하였다고 평가 되더라도 이를 이유로 일률적으로 법과 제도상의 흠결에 따른 어떤 법적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 없음은 이러한 법과 제도의 진화라는 측면에 비추어 두말할 필요 가 없다. 그러나 당시의 과학적 지식이나 기술수준, 선진국 사례 등에 비추어 적절 하고 효율적인 최소한 보호조치마저 결여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헌법 이 국가에 부과하고 있는 생명 및 신체의 안전한 보호의무 등에 비추어 법적 책임 을 물을 수 있는 것으로 말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는 법과 제도 의 속성상 불가피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한) 흠결과 그 렇지 않고 법적 책임을 발생시키는 흠결을 구별하는 기준(이하 귀책기준 이라 한 다)의 정립에 있을 것이다. 항을 바꾸어 살펴보기로 한다. 2. 사례 검토: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와 과소보호의 금지의 원칙 (1) 정온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와 국가의 보호의무 청구인은 2006. 5. 31. 실시된 전국 동시지방선거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자들 이 확성장치 등을 사용하여 소음을 유발함으로써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을 받았다고 하면서, 현행 공직선거법이 선거운동 시 확성장치의 출력수 등 소음에 대한 허용 기준 조항을 두지 아니하는 등 불충분하여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및 환경권을 침해 한다는 이유로 2006. 6. 2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구체적으로 청구 인은 공직선거마다 발생하는 과도한 소음으로 인해 정신적ㆍ육체적 피해를 받고 있는바, 이는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휴대용 확성장치 및 자동차에 부착된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확성장치 사용에 따른 소음 등의 제한기준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므로 위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침해한다. 고 주장하였다. 18) 헌재는 이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다.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는 법률 에 의해 구체적으로 정해지는 것이기는 하나(헌법 제35조 제2항), 이 헌법조항의 18) 헌재 2008.07.31, 2006헌마711, 판례집 제20권 2집 상, 345.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국가배상책임 _ 박태현 49 취지는 특별히 명문으로 헌법에서 정한 환경권을 입법자가 그 취지에 부합하도록 법률로써 내용을 구체화하도록 한 것이지 환경권이 완전히 무의미하게 되는데도 그에 대한 입법을 전혀 하지 아니하거나, 어떠한 내용이든 법률로써 정하기만 하 면 된다는 것은 아니 라며, 따라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될 때 환경권 보호를 위한 입법이 없거나 현저히 불충분 하여 국민의 환경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면 헌 법재판소에 그 구제를 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특히,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 활할 권리를 보장해야 할 국가의 의무와 관련하여, 헌법 제10조의 규정에 의하여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여야 할 의무가 인정된다는 점, 19) 헌법 제35조 제1항이 국가와 국민에게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의무를 부여하 고 있는 점, 환경침해는 사인에 의해서 빈번하게 유발되므로 입법자가 그 허용 범 위에 관해 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 환경피해는 생명ㆍ신체의 보호와 같은 중요한 기본권적 법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일정한 경우 국가는 사인인 제3자에 의한 국민의 환경권 침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기본권 보호조치 를 취할 의무를 진다고 하였다. 헌재는 다만 국가가 기본권에 대한 보호의무를 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입법자 가 어떻게 실현하여야 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권력분립원칙과 민주주의원칙에 따 라 국민에 의해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입법자의 책 임범위에 속하는 것이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제한적으로만 심사할 수 있을 따름이 라며, 이 때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적 법익 보호를 위하여 적어도 적 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했는가 하는 이른바 과소보호 금지원칙 의 위반 여부를 심사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하였다. 20) 19) 그것이 국가가 아닌 제3자로서의 사인에 의해서 유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생명ㆍ 신체의 보호와 같은 중요한 기본권적 법익 침해에 대해서는 국가가 적극적인 보호의 의무 를 진다(헌재 1997. 1. 16. 90헌마110등, 판례집 9-1, 90, 119-120 참조) 20)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은 갈렸다. 먼저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 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를 형성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지도록 하는 공직 선거법의 목적(제1조)을 구현하는 한편, 선거운동을 함에 있어 확성장치의 사용을 제한함 으로써 심각한 소음 공해를 예방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해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을 조화하기 위해 규정된 조항이며, 공직선거법에는 선거운동의 기간, 확성장치의 사용장소, 사용대수, 사용방법 등에 대한 규정까지 두고 있는 이상, 확성장치 소음규제기 준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청구인의 정온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 한 입법자의 의무를 과소하게 이행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고 하였다. 그러나 소수 의견은 환경권의 경우 국가가 환경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기본권 침해가 초래되는지를 판단하는 경우에 과소보호 금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함은 마찬가지이나, 특히 오늘날 환 경권은 국민의 생명ㆍ신체의 안전에 관한 법익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입법자가
50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2) 생명 및 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와 국가의 보호의무 청구인들은 육류를 구입하고 섭취하는 소비자들이다. 청구인들은 밀집사육시설인 이른바 공장식 축산 을 허용하고 있는 축산법등이 청구인들의 생명 및 신체의 안 전에 관한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구체적으로 축산법등에 따른 가축사육시설의 기준이 지나치게 낮아 이러한 시설에서 사육되는 가축들의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환경오염이 심화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간의 생명 신체의 안전이 침해된다). 21) 이에 대해 헌재는 가축사육시설의 환경이 지나치게 열악할 경우 그러한 시설에 서 사육되고 생산된 축산물을 섭취하는 인간의 건강도 악화될 우려가 있으므로, 국가로서는 건강하고 위생적이며 쾌적한 시설에서 가축을 사육할 수 있도록 필요 한 적절하고도 효율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소비자인 국민의 생명 신체의 안전에 관한 기본권을 보호할 구체적인 헌법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축산법 등 은 가축사육업 허가를 받거나 등록을 할 때 갖추어야 하는 가축사육시설기준으로 서, 가축사육시설의 환경이 열악해지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기준이라 할 것이고, 그 규제 정도도 점진적으로 강화되고 있으므로 위 축산법 조항만으로 곧바로 가축 들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결과적으로 청구인들의 생명 신체의 안전이 침해되었다 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또한, 국가는 축산법 뿐 아니라 그 밖의 다른 관련법 령에서 가축의 사육 및 도축, 유통에 이르는 전 단계에 걸쳐 가축의 질병 발생과 그에 대한 보호의무를 충분하게 이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심사할 때에는 국민의 생명ㆍ 신체의 안전이라는 법익의 중대성과 헌법질서에서의 위상, 법익에 대한 위험의 직접성ㆍ 심각성ㆍ불가역성 등을 종합 검토하여 입법자의 보호의무 위반이 명백한지의 여부에 대 한 판단에서 나아가, 입법내용에 대한 보다 엄격한 통제가 가해질 필요가 있다.특히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온한 생활환경이 보장되어야 할 거주 지역에서 저녁시간까지 확 성장치를 사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과소보호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고 하였다. 21) 청구인의 법리적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심판대상 조항들은 대규모의 집약적 축산방 식인 이른바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 가축을 사육하도록 함으로써 국가의 생명존중, 동 물보호, 환경보전의 의무를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하고, 청구인들에게 정신 적인 충격과 고통을 야기하여 청구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둘째, 심판대상 조항들에 따라 사육되는 가축들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각종 질환에 시 달리게 되고, 이러한 축산물을 섭취하는 인간도 각종 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따라서 심 판대상 조항들은 국민의 생명 신체의 안전에 관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권리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 셋째, 심판대상 조항들은 사육규모나 사육두수에 아무런 제한도 두고 있지 않아 대규모 가축 사육시설에서 다량의 분뇨와 이산화질소 등이 배출됨으로써 국가의 환경보전의무를 위반 하여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헌재 2015. 9. 24. 2013헌마384 결정문 참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국가배상책임 _ 박태현 51 확산을 방지하고 가축사육시설을 규제함으로써, 국민의 생명 신체에 대한 안전이 침해받지 않도록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축산법등 심판대 상조항이 국민의 생명 신체의 안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에 관한 과소보호금지원 칙에 위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결정하였다. 22) 3. 비교법적 검토: 미국 독성물질관리법상의 SNUR/SNUN제도(신규 용도 위해성 재평가 제도) 미국 독성물질관리법(Toxic Substance Control Act of 1976, TSCA)은 화학물질 의 제조자 및 수입자는 신규화학물질의 제조 및 수입 90일 전에 환경청(EPA)에 사전제조신고(Prior Manufacturing Notification, PMN)를 하여야 한다. PMN에 필요 한 정보는 물질의 특성, 생산량, 부반응물, 용도, 환경적 배출, 폐기 방 법 및 인체 노출 등이다. 환경청은 미국에서 제조 또는 가공되는 화학물질의 목록 (TSCA 목록)을 취합하고, 최신본을 유지하고, 발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TSCA 목록에 등재된 물질이 기존물질이며, 등재되지 아니한 물질이 신규물질이다. PMN 검토가 완료된 이후에는 PMN을 제출한 기업은 제조자 또는 수입자개시신고 (NOC)를 처음으로 제조되거나 수입된 날짜로부터 30일 이내에 환경청에 제출하면 된다. 한편 환경청이 중요 신규 용도 규칙(Significant New Use Rule, SNUR)을 발 표하면 TSCA 목록에 등재된 물질을 새로운 용도로 사용을 원하는 제조자 또는 가공자는 중요 신규 용도 신고(Significant New Use Notification, SNUN)를 90일 이전에 제출해야 한다. 제조자가 SNUN을 제출하고 90일의 검토기간이 종료되었다 할지라도 환경청이 SNUR을 수정하기 이전에는 다른 가공자 또는 제조자가 새로 운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SNUN을 제출해야 한다. 특히, 미국 TSCA에 따르면 PMN 검토가 완료된 TSCA 목록에 등재된 물질이라 하더라도 용도가 중요하게 달라지면 제조자는 제조 전 환경청에 SNUN을 제출하 여야 하고 환경청은 해당 물질이 그 변경하고자 하는 용도로의 사용하는 경우 안 전한지 여부를 다시 검토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환경청으로 하여금 해당 화학물 질을 신규 용도로 제조, 가공하기 전에 자료를 다시 검토, 평가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재심사가 필요한 용도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모든 관련 요소들을 종 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관련 요소 가운데 특히 화학물질의 제 22) 헌재 2015. 9. 24. 2013헌마384 결정.
52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조가공의 예상량과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형태의 변화 정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 23) 4. 귀책기준의 설정 및 사안 검토 2003년 급성경구독성 중심의 유해성 심사결과에 근거하여 2009년 흡입 및 경구 독성 평가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사용규제 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이 받아들일 수 있는 흠결(불충분 내지 불완전)인지 아닌 지 구별하는 귀책기준으로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적 법익 보호를 위하여 적어도 적 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했는가 하는 이른바 과소보호 금지원칙 을 채용할 수 있다고 본다. 1 수만 종의 화학물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가 화학물질의 유 해성(위해성)을 사전에 적절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일반 국민 들로는 유해한 화학물질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 2 2003년 당시 우리 사회의 과학적 지식(특히 미국 독성물질규제법상 관련 제도의 존재)과 정부의 정책수립 능력 등에 비추어 용도에 따른 노출경로가 달라지면 물 질의 독성효과가 달라진다는 독성학의 기본상식이 유해성심사방법에 반드시 반영 23) 원문은 다음과 같다. TSCA Section 5 Significant New Use Rules Section 5(a) of the Toxic Substances Control Act (TSCA) authorizes EPA to determine if a use of a chemical substance is a significant new use. EPA must make this determination by rule after considering all relevant factors, including those listed in TSCA section 5(a)(2): The projected volume of manufacturing and processing of a chemical substance. The extent to which a use changes the type or form of exposure of humans or the environment to a chemical substance. The extent to which a use increases the magnitude and duration of exposure of humans or the environment to a chemical substance. The reasonably anticipated manner and methods of manufacturing, processing, distribution in commerce, and disposal of a chemical substance. Once EPA determines that a use of a chemical substance is a significant new use, TSCA section 5(a) requires persons to submit a significant new use notice (SNUN) to EPA at least 90 days before they manufacture (including import), or process the chemical substance for that use. This provides EPA with an opportunity to review and evaluate the data before the submitter begins manufacturing (including importing), or processing for the significant new use. EPA may then regulate the manufacture (including import), or processing of that chemical substance before the initiation of the significant new use, if regulation is warranted(http://www.epa.gov/opptintr/existingchemicals/ pubs/sect5a2.html)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국가배상책임 _ 박태현 53 되었어야 한다는 점, 3 용도 및 노출 경로 변경에 따른 유해성 재심사에 관하여 규정하는 것이 입법기술 내지 정부 규제기법 측면에서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고 또 이것이 제조자 등에게 특별히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종 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용도(노출경로) 변경에 따른 유해성 재심사에 관하여 규정하 지 아니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적 법익 보호를 위하여 적어도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과소보호 금지원칙 을 위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이처럼 유해성 재심사 제도가 있었더라면 마찬가지로 PGH의 유해성을 확인하고 생명ㆍ신체에 위해 발생 가능성을 예견하여 사용 제한 등 적절한 손해 회피 조치 가 취해졌으리라보고, 이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로의 사용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으리라는 개연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새로운 용도 및 노출 변경에 따른 유 해성 재심사 제도는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으로 보호하기 위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라고 여겨지므로 이것을 마련하지 못한 국가는 원고들의 손해에 대해 배상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Ⅴ. 나가며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하여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는지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환경부가 2003년 유해성 심사 당시 PGH에 대한 흡입 및 경피 독성 평가 를 하지 아니한 채 유해성 여부를 판정한 것은 당시 유해성 심사규정을 위반한 것 이다. 만약 환경부가 당시 규정에 따라 유해성 심사를 제대로 하였더라면 PGH의 흡입 독성 등 유해성을 확인하고 생명ㆍ신체에의 위해 발생 가능성을 예견하여 사 용 제한 등 적절한 손해 회피 조치를 취하였고 그 결과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으리라 본다. 따라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 을 진다고 하겠다. 또한 신규 용도 변경에 따른 유해성 재심사 제도는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으로 보호하기 위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다. 이러한 유해성 재심사 제도가 있었더라면 가습기 살균제로의 사용에 따라 PGH의
54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유해성 심사가 다시 이루어졌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PGH 사용으로 인한 생명ㆍ신 체에의 위해 발생 가능성을 예견하여 사용제한 등 적절한 손해 회피 조치가 취해 져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으리라 본다. 따라서 새로 운 용도 및 노출 경로 변경에 따른 유해성 재심사 제도를 두지 아니한 국가는 원 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하겠다. 1988년 경구용 소아마비백신을 복용하고 피해를 입은 아이의 부모가 국가를 상 대로 백신의 제조 및 판매를 허용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한 Berkovitz v. U.S. 사건에서 미국 법원은 식 의약품 감독부(FDA)는 의약품의 제조 시판 허용에 앞서 당해 의약품이 안전한 데이터에 의해 처방 되었는가? 생산물에 대한 투약실 험을 통하여 안전성을 검토하였는가? 검토결과가 각종 안전기준에 합치되는가? 등 을 충분히 검토했을 경우에만 재량면책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당해사건은 재량면 책을 부정하고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24)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본다. 투고일자 2015.09.02, 심사일자 2016.02.17, 게재확정일자 2016.02.17 24) 김민호, 규제부작위와 국가배상책임, 성균관법학 제6권 제1호, 1995, 149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국가배상책임 _ 박태현 55 참고문헌 김민호, 규제부작위와 국가배상책임, 성균관법학 제6권 제1호, 1995 김철용, 행정법(전면개정판), 고시계사, 2012 김홍균, 환경법 제3판, 홍문사, 2014 박정훈, 행정부작위와 국가배상책임의 구조적 해석, 토지공법연구 제63집, 2013 박종일ㆍ원종석, 행정규제부작위와 국가배상: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나타난 수거 명령 해태ㆍ지연에 따른 피해발생과 관련하여, 법과정책 제18집 제1호, 2012 방영철,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한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배상요건의 문제점 및 입법론을 중심으로-, 한양법학, 2001 배병호, 입법부작위와 국가배상, 판례연구 23집(2), 서울지방변호사회, 2009 정연주,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 헌법연구, 법영사, 2014 질병관리본부, 원인미상 폐손상 역학조사 중간결과, 건강과 질병 제4권 제45호, 2011 황창근, 행정입법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 행정판례평선, 박영사, 2011
56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Abstract> Humidfier Disinfectant Case and State Liability Park, Tae-Hyun *25) The State has the duty to actively take actions for protection of the constitutional right of people from hazardous chemical substances. In deciding whether the State reviews the hazard of the chemical PGH in question here according to Hazardous Chemicals Control Act(HCCA) that enacted when reviewing it is determinant to identify the type or form of exposure of humans to a chemical substance. In light of a projected use based on the data submitted by the applicant for hazardous review the hazardous review was focused on the inhalation-related toxicity and integument-related toxicity at that time of reviewing. On the contrary the hazardous review of PGH primarily rested on the (acute) mouth-related toxicity and then was made determination that PGH did not fall within toxic matters Meanwhile in deciding whether the State fails to fulfill its duty to protect basic rights of the people from a risk accompanied by the new significant change in chemical's use, the 'principle of prohibition of insufficient protection', which means that the nation should provide relevant and sufficient protective measures at a minimum to safeguard the people's basic rights, could be employed. In this case, the State failed to fulfill its duty to protect in that relevant and sufficient protective measures did not exist. Key words: Humidfier Disinfectant, Regulatory Inaction, Hazardous Review, Hazardous Chemicals Control Act, Principle of Prohibition of Insufficient Protection * Professor, Kangwon National University School of 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