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호 pp.93~100 한국노동연구원 이탈리아금속노조파업으로 살펴본 단체교섭체계 International Labor Trends 국제노동동향 ④ - 이탈리아 신수정 (이화여자대학교 노동법 박사과정 수료) 머리말 지난 1월 28일 이탈리아에서는 이탈리아 노동조합총연맹(Confederazione Generale Italiana del Lavoro : CGIL) 산하 금속노조(Federazione Impiegati Operai Metallurgici : FIOM)의 총파업이 전국 적으로 진행되었다. 금속노조의 총파업은 피아트(Fiat)의 산별협약 탈퇴 및 기업별 협약 강요에서 비롯되었다. 피아트의 새로운 사장 세르지오 마르키오네(Sergio Marchionne)1)는 금융계 출신으로 구조조정과 기업별 단체협약의 체결을 밀어붙여 노동조합의 반발을 사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탈리아 금속노조 파업의 원인과 그 경과를 살펴본 후, 헌법의 노동관련 규정들과, 현재 노동조합의 실태 및 단체교섭 단체협약의 형태 등의 이탈리아 단체교섭 체계에 대해서 개관 하기로 한다. 금속노조 파업의 원인과 경과 2010년 1월 피아트는 같은 해 6월 11일에 시칠리아 섬에 있는 테르미니 이메네제(Termini 1) 피아트는 2009년 미국의 빅3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를 인수했다. 피아트 사장은 현재 크라이슬러의 사장이기도 하다. >> _93
Imenese) 공장을 폐쇄하고 2011년에 폴란드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것은 노동자 1,400여 명의 정리해고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또한 피아트는 나폴리 근처에 있는 포밀리아노(Pomigliano) 공장에 7억 유로를 투자하여 2012년부터 판다(Panda) 차량 생산을 개시하는 조건으로 산별협약의 파기, 연간 잔업시간의 연장(40시간에서 120시간으로), 조립 라인의 휴게시간 단축(40분에서 30분 으로), 질병수당의 삭감 등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노조에게 제시하였다. 이탈리아노총인 CGIL 소속 금속노조는 이 제안이 헌법과 노동법, 그리고 노동조합권을 침해하 는 것이라며 반대하였다. 그러나 다른 2개 노총 소속의 금속노조들은 이 제안을 조합원 투표에 부쳐 과반수로 통과시켰다. 이에 힘입어 피아트는 2010년 12월, 토리노(Torino)의 미라피오리(Mirafiori) 공장에 똑같은 조건 을 제시하며 찬반투표에 부쳐 종업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1억 유로를 투자할 것이지만, 만약 찬성을 얻지 못하면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발표를 한다. 다른 2개 노조는 앞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여 종업원 찬반투표가 2011년 1월 13~14일,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다. 그러나 찬반투표 결과는 예상보다 저조한 54% 찬성에 그쳤다. 피아트 토리노 공장의 금속노조 조합원이 700명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도 반대가 2,000명이나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현장의 반대 목소리가 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금속노조는 피아트에서 밀리면 전체 산별협약이 무너지고, 노동3권이 무너진다는 판단 하에 여세를 몰아 금속노조 차원의 총파업을 1월 28일 단행하기로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하였으며, CGIL도 연대지역집회를 공동으로 전개하였다. 한편, 다른 노조들(CISL, UIL) 2) 은 고용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정부와 경영계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있고, 정부와 경영계는 이러한 노동계의 분열을 틈타 금속노조와 CGIL에 대한 반대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현재 정치적으로는 베를루스코니(Berlusconi)의 우파연합이 의회의 과반수를 차지 하고 있고, 민주당이 20%대의 지지율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좌파 정당들은 약화되어 있는 상태 이다. 이런 정치적 지형 또한 CGIL과 금속노조를 정부와 단독으로 정면 대치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탈리아 노동3권과 관련된 기본적인 내용들을 살펴볼 2) 이에 대해서는 다음 항(이탈리아 노동조합의 실태)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94_ 2011년 3월호 <<
International Labor Trends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탈리아 헌법의 노동3권과 노동조합의 실태 및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의 형태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기로 한다. 이탈리아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노동3권 1947년 12월 22일에 제정되어 1948년 1월 1일부터 발효된 이탈리아 헌법(G.U. 27-12-1947, n.298, ed. straord.)은 노동법에 관련된 규정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특히, 헌법은 제1조 제1항에 서 이탈리아는 노동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이다(L italia è una Repubblica democratica, fondata sul lavoro) 라고 선언하고 있는데, 헌법에서 노동에 기초한 민주공화국 이라고 명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탈리아 헌법은 노동3권 중 단결권과 파업권을 제39조와 제40조에서 각각 규정하고 있다. 제39조는 제1항에서 노동조합의 조직은 자유이다(L organizzazione sindacale è livera) 라고 해서 단결권 보장규정을 두고 있고, 제40조는 파업권은 규정된 법률의 범위 안에서 행사되어야 한다(Il diritto di sciopero si esercita nell ambito delle leggi che lo regolano) 라고 하여 파업권을 별도로 보장하고 있다. 이탈리아에는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사용자의 교섭응락의무를 정하는 규정은 없다. 또한 단체 협약에 규범적 효력이나 일반적 구속력을 정하는 법률도 존재하지 않는다. 1948년에 시행된 현행 헌법 제39조는 제1항에서 이른바 결사의 자유 의 원리를 규정한 후에 제2항 이하에서 조합의 등록, 등록조합의 법인격의 취득, 등록조합의 비례통일대표,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을 인정 하는 독특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3) 3) 제39조 제2항 조합에 대해서 법률에서 정한 지방 또는 중앙사무소에서 등록하는 것 이외의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Ai sindacati non puòo essere imposto altro obbligo se non la loro registrazione presso uffici locali o centrali, secondo le norme di legge). 제39조 제3항 등록요건은 조합의 규약이 민주적 기초를 가진 내부질서를 승인하고 있는 것이다(È condizione per la registrazione che gli statuti dei sindacati sanciscano un ordinamento interno a base >> _95
헌법 제39조 제2항 이하의 단체협약법제는 등록 제도라는 형태로 국가의 개입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전면적인 개입을 가져온 파시즘 시기의 노동법제와 결별을 규정한 헌법 제39조 제 1항과 원칙적인 일관성에 흠결을 가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판례 및 학설은 단체협약이론을 헌법 의 규정으로부터 분리하여 일반법의 범위에서 해석하는 것으로 구축하려고 한다. 즉 파시즘 체제 후의 협약이론은 제39조 제2항 이하에서 규정한 협약 모델로부터 분리되어 제1항의 결사의 자유 만을 기본적인 원리로 하고, 나머지는 일반법상의 계약에 관한 규정(민법전 제1321조 이하) 에 의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4) 이탈리아 노동조합의 현황 이탈리아는 기본적으로 산업별노조로 조직되어 있는데, 1970년에 제정된 노동자권리법 에의 해 교섭상대자로 공식 인정되는 가장 대표적 노조 로는 CGIL(Confederazione Generale Italiana del Lavoro, 이탈리아노동조합총연맹), CISL(Confederazione Italiana Sindacati Lavoratori, 이탈리 아노동조합연맹), UIL(Unione Italiana del Lavoro, 이탈리아노동연합)이 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자율노조들까지 가세하여 노조의 수가 많아졌지만, 국가의 협의 파트너로 주로 거론되는 것은 기존의 CGIL, CISL, UIL이다. 한때 국가에 끌려다니던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 나 1993년 이후 재개된 노사정 협의체제에서는 3개 노조의 입장을 통일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노동계의 입장을 대표하는 단체로 인정을 받았다. democratica). 제39조 제4항 등록된 조합은 법인격을 가진다. 등록조합은 그 가입자에 비례하여 통일적으로 대표 하고 해당 부문에 속하여만 하는 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I sindacati registrati hanno personalitàa giuridica. Possono, rappresentati unitariamente in proporzione dei loro iscritti, stipulare contratti collettivi di lavoro con efficacia obbligatoria per tutti gli appartenenti alle categorie alle quali il contratto si riferisce). 4), イタリアの,, 2003, p.196. 96_ 2011년 3월호 <<
International Labor Trends 그러나 1995년에는 국민투표로 기업 내 근로자대표로서의 지위를 3대 총연합에게 사실상 우선 적으로 인정한 법 규정(1970년 법률 제300호 제19조)이 폐지되었다. 이것은 이탈리아의 전후 노사 관계 전부를 지지하여 온 3대 총연합의 힘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단체교섭의 주된 형태 이탈리아에는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이나 사용자의 교섭응락의무를 정하는 규정은 없다. 단체 협약 개정교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별 전국 단체협약의 개정교섭이다. 일반적으로 기업과 공장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기업별교섭은 산별협약을 토대로 하여 기업의 특수한 임금 및 근로 <표 1> 이탈리아의 단체교섭 구조 교섭 차원 협약 적용 교섭 상대방 교섭 내용 노조총연합과 사용자단체 전국 노조총연합과 사용자단 체전국연합체 산업관계 일반, 쌍방 협의기구 구성, 직업 창출, 환경문제, 각종 보험 3자 협상 전국 노조총연합 통합연맹, 사용자단체전국연합체, 정부 임금, 물가, 공공요금, 투자 등 소득 고용 경제 정책, 사회정책, 재정정책, 연금, 노동시장, 지역 개발정책, 보건체계, 연구개발정책, 공공투자, 학교교육, 직업교육 산별 교섭 (1차 협약) 전국 산별노조(혹은 산별노조 연맹체), 산별사용자단체 기능습득체계, 최저임금, 승진, 노동시간, 노조 권한 관련사항, 휴가 등 기업별 교섭 (2차 협약) 기업 등 단위사업장 단위사업장 노조대표체 (RSU)와 기업 산별협약으로부터 위임된 사항, 노조권한 관련 사항, 정보, 각종 수당과 보상금, 작업조직, 환경, 직업교육, 임금보조기금 관련사항, 지역별 교섭 (산별내) 주( ), 지구 지역별노조조직과 그에 상당하는 사용자단체 각종 수당과 보상금, 노조대표권 관련 지역별 교섭 (초산별차원) 주( ), 지구 지역별노조조직과 그에 상당하는 사용자단체 노동시장, 직업교육, 재교육, 직업변동 자료 : 정병기 편저, 이탈리아 노동운동사, 현장에서 미래를, 2000, p.338. >> _97
조건을 상세하게 다루어 왔다. 이러한 단체교섭은 대체로 다음의 3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첫째, 협약의 개정교섭에서 교섭사항으로 된 구체적인 요구에서 나온 요구안(piattaforme rivendicative)이 작성된다. 이러한 요구안의 내용은 전체 근로자가 참가한 직장집회(assemblea)에 서 토의를 거쳐 하부로부터 형성된다. 둘째, 노사의 대표자 간에 교섭이 행해지지만, 그 교섭은 자주 장기화되고, 쟁의행위를 동반하는 것이 많다. 협약 개정을 하는 해에는 쟁의행위의 수가 대폭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셋째, 노사 간에 교섭이 타결되면 협정안(ipotesi d accordo)이 작성된다. 이 협정안은 통상적으 로는 직장집회에서의 승인을 거친 후에 최종적으로 단체협약이 된다. 교섭사항이 되었던 사항에 대해서는 묵시적으로 갱신된 것으로 본다. 단체협약의 주된 형태 원칙적으로 산별협약에서 분권된 2차 협약으로서 기업별 단체협약은 산별 단체협약을 보완하 도록 되어 있다. 그에 따라 임금과 근로조건의 기초가 되는 모든 최소 규정은 전국 차원의 산별 단 체협약으로 규정된다. 산별노조가 정착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그렇듯이 이탈리아에서도 산별 단체 교섭이 노사관계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특히 1968~69년의 자연발생적 파 업 이후에는 공장평의회 운동을 통해 분권화된 단체협약 체계가 구축되었다. 이 분권화를 토대로 하여 산별 단체협약과 초산별 단체협약이 상대적으로 약화됨에 따라 기업별 협약은 기업 차원에 서 근로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주요 기제가 되어 왔다. 기업별 단체협약의 가장 중요한 대상은 임금과 기타 수당들의 인상이며, 실제 체결된 기업별 협약들 중 대다수가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 현실적으로 그 인상 수준은 이미 산별협약의 규정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정규 노동시간(산별협약의 고유권한)을 제외한 기타 노동시간 규정들과 기업 차원의 노조 권리와 권한도 많은 기업별 협약들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98_ 2011년 3월호 <<
International Labor Trends 맺음말 이탈리아는 유럽의 대표적 경제위기 국가인 PIGS 5)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경제위기가 우리나라 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우파 정부는 공공부문의 비정 규 고용 확대, 단체교섭 해태, 교육 및 연구부문 예산 삭감 등의 정책으로 노동계 및 교육계의 반발 을 사고 있다. 본고에서 살펴본 금속노조 등 노동계의 시위 외에도 교육 및 연구부문의 예산 삭감 으로 인한 학생(고등학생과 대학생) 및 교사들의 시위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또한 2010년 12월 14일, 이른바 루비 사건(Caso Ruby; 베를루스코니가 모로코 출신 미성년자인 나이트클럽 댄서와 성관계를 갖고 대가를 지불했다는 의혹)으로 인한 베룰루스코니 총리에 대한 의회 불신임 투표가 하원에서 불과 3표 차이로 부결되면서 전국적으로 과격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에 힘입어 각 사업장 단위의 사용자들에게서도 지금 까지 계속되어 왔던 산별 단체교섭 및 산별 단체협약의 구조에서 벗어나 상위 노동조합의 개입 없 이 기업별 교섭과 기업별 협약을 체결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피아트의 사례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탈리아 노동운동의 중심이 되어 온 CGIL, CISL, UIL 등 3대 총연합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 지금도 베를루스코니 정권에 대한 대응 방식의 차이로 연합 노동조합들이 CGIL 대 CISL과 UIL의 구도로 분열되어 있는 상태이다.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는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베를루스코니 우파 정권이 집권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현재 이탈리아의 상황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비리와 스캔들로 정치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베를루스코니에게 학생들, 교사들, 노동자들의 시위에 이어 여성들마저도 전국적인 시위로 그의 퇴임을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의 대응이 산별노조의 파업 에서 그치지 않고 총연합 차원의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월 13일, 이탈 5) 유럽 국가 가운데 최근 심각한 재정위기와 국가채무에 시달리고 있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앞 글자를 조합해 만든 신조어다. 최근 재정과 경상수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위기에 직 면한 유럽 국가가 증가하면서, PIGS에 아일랜드가 포함된 PIIGS, 영국이 포함된 PIGGS 라는 용 어도 만들어졌다(출처 :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 2010). >> _99
리아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총리와 내각 각료에게 최장 18개월 동안 재판 출석 의무를 자동적으로 면해주는 면책 법안의 일부 위헌 결정도 베를루스코니 정권의 미래에 영향을 줄 것이다. 앞으로 이 탈리아 정세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정병기 편저 (2000), 이탈리아 노동운동사, 현장에서 미래를. F. del Giudice - F. Mariano - F. Izzo (2007), Diritto del lavoro, simone. Dr. T. Treu(2007), Labour Law And Industrial Relations in Italy, KLUWER LAW. Luigi Pelliccia (2009), Il Libro Unico del Lavoro, MAGGIOLI EDITORE. (2003),,. 이탈리아 국회(http://www.parlamento.it/) 이탈리아 노동부(http://www.lavoro.gov.it/Lavoro) CGIL(http://www.cgil.it/) CISL(http://www.cisl.it/) 100_ 2011년 3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