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권의 책을 펴내며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에 수시로 게재했던 글들을 재편집하여 세권의 단행본을 낸다. 세 권의 책들은 연작물은 아니지만 서로 상통하는 내용이 많다. 다만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사 안별로 묶어 한 권씩 순차적으로(책의 제목을 달리하면서) 펴낼 것이다. 그런데 글을 쓴지 6~7년 만에 책을 펴내기 위해 수정보완하다 보니 예상치 못했던 장벽이 나타났다. 책을 펴내는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관점과 몇 년 전에 글을 쓸 당시의 관점의 차이가 어느 정 도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정세분석의 결이 다른 점도 드러났다. 과 거에 쓴 글의 관점 정세분석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시 절의 흐름 속에서 다시 성찰해 보니 약간 어긋난 점, 결이 다른 점, 느낌이 다른 점, 눈높이가 다른 점이 드러났다. 그런데 필자는 이러한 장벽을 우회하기로 했다. 과거의 글을 무 턱대고 재단하여 현재의 관점에 걸맞게 꿰어 맞추려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자칫하면 과거의 판단은 모두 잘못되었고 현재 의 판단은 모두 옳다는 전칭부정( 全 稱 否 定 ) 전칭긍정( 全 稱 肯 定 )의 2분법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글을 쓸 당시의 정세
판단에 대한 믿음을 송두리째 부정하면 현재의 정세판단이 진리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현재의 판단력에도 문제가 내재해 있을 가능성 이 있으므로 현재의 관점을 진리의 잣대로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특히 첫 번째 저작인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에 정세판 단의 어긋남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러나는 것 같다.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은 2003년 3월에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때를 서술의 출발점으로 삼으므로, 정세 분석의 오류를 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이어 두 번째의 전쟁 상대로 북한, 세 번째의 상대로 이란을 상정하고 있다고 예전의 글에서 예상했는데, 지금 보 면 이 예상은 빗나갔다. 이럴 경우 현재의 정세판단에 따라 과거의 글을 손질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저자는 그대로 놔두었다, 이라크 전 쟁 당시 국내외의 석학들이 이라크에 뒤이어 북한을 상대로 한 전쟁 을 미국이 일으키고 그다음에 이란을 공격할 거라고 예상했으며 저 자 역시 그러한 예상을 신뢰했다. 이렇게 예상이 빗나갔지만 과거의 정세판단 자체를 전면부정하 기 보다는 현재의 정세판단과의 다름이 존재하는 측면에 주목했다. 당시 정세 판단할 때의 집단지성에 더욱 큰 무게를 두기 때문에 정 세판단의 어긋남을 대폭 수정하지 않았다. 위와 같은 변명 아닌 변명을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장황한 설 명문을 붙이니 독자 여러분들께서 너그럽게 받아주시기 바란다.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의 머리말 부시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회부하고 싶은 심정으로 이라크 전 쟁과 반전평화 운동 을 펴낸다. 부시 대통령은 권좌에서 물러나자마 자 국제 전범 재판소의 법정에 서야 한다. 그를 이라크 전쟁의 주범 으로 기소하는 반전평화 운동의 힘이 강하면 전범재판에 회부될 것 이다. 그러나 반전평화 운동의 힘을 능가하는 제국 미국 이 건재하 는 한 그에게 면죄부가 발행될 것이다. 만약 부시가 범부( 凡 夫 )로서 잔인무도한 이라크 전쟁을 저질렀다 면 후세인에 앞서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을 것이다. 墨 子 非 攻 편 에 殺 一 人 謂 之 不 義 今 至 大 爲 不 義 功 國 則 弗 之 而 非 從 而 譽 之 謂 之 義 라는 문구가 있다. 이 문구를 우리말로 해석하면 한 사람을 죽이면 그것을 불의( 不 義 )라고 말하고 오늘날 최대의 불의는 의롭 지 않게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그른 짓이라 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를 좇아 칭송하면서 의( 義 )로움이라고 말한 다. 이처럼 전쟁을 일으켜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사람을 많이 죽일 수록 영웅 의인( 義 人 )이 되는 세태는, 묵자가 생존했던 고대(춘추전 국 시대)나 현대(21세기)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한 사람을 죽이면 사형 언도를 받는데 전쟁에서 많은 사람을 죽 일수록 영웅이 되는 말세( 末 世 ) 의 표상이 부시 대통령이다. 부시는 이라크 전쟁에서 죄 없는 사람들을 많이 죽인 살인자 임에도 불구 하고 미국인들에게는 영웅이다. 수난자인 이라크 민중의 관점에서 보면 살인마( 殺 人 魔 )인데도 영웅시되고 있다(빈 라덴 등의 이슬람 게릴라들이 살인마 부시를 그토록 증오하며 테러 행위에 나서는 심정을 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쟁을 지속되는 게 아 닐까?). 살인마 부시이든 살인자 부시이든 전범재판의 대상임에 틀림 없다. 이렇듯 전범 재판에 회부되어야 하는 부시 대통령이 오히려 평화주의자를 자처하는 모습은 적반하장( 賊 反 荷 杖 ) 의 극치이다. 2008년 1월 중동국가를 순방 중이던 부시 대통령은 사람들은 나를 전쟁광 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평화구축의 초석을 세웠으며 실 상 자유는 중동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나는 나 자신이 전쟁 광이 아니라 평화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며 강변했다. 자신은 평화주의자인데 전쟁광 으로 비난 받는 까닭을 알 수 없 다는 부시의 양심 불감증에 경악할 뿐이다. 이라크 전쟁의 주역인 부시가 평화주의자라면, 제2차 대전의 주역(히틀러, 무솔리니, 일본 의 쇼와 昭 和 천황)도 평화주의자이다. 히틀러가 평화주의자이면 히 틀러에 의한 유대인 학살도 평화적인 행동이 된다. 쇼와( 昭 和 ) 천황
이 평화주의자라면 천황의 군대가 종군위안부를 성 노예로 삼아 집 단윤간한 것도 평화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종군위안부를 성 노예로 삼아 여성의 성을 집단적으로 강탈한 짓은, 식인종보다 더욱 악랄한 행위가 아닐까? 墨 子 魯 問 편에 殺 其 父 而 賞 其 子 何 以 異 食 其 子 而 賞 其 父 者 哉 (전쟁에서 그 아 비를 죽게 하고 그 아들에게 상을 주는 것이 그 자식을 잡아먹고 그 아비에게 상을 주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묵자가, 중국의 식인( 食 人 ) 풍습 1) 을 전쟁터의 살인에 빗대어 한 말 이다. 전쟁터에서 아버지를 죽게 하고 그 아들이 상을 받는 풍습은, 아들을 잡아먹고 그 아비가 상을 받는 식인과 무엇이 다른가? 라는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전쟁터에서의 살인이 식인의 풍습보다 더 악 질적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묵자의 명구( 名 句 )이다. 이 명구를 종군위안부에 적용하면, 종군위안부를 성 노예로 삼은 일은 식인( 食 人 )에 버금가는 것이며, 종군위안부를 집단윤간한 일본 군은 식인종보다 더 극악한 전범집단이다. 이러한 전범집단의 수장 인 일본군 수뇌들이 제2차대전 직후에 열린 전범재판소에 회부되어 사형당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위와 동일한 논리를 이라크 전쟁에 입력해 보자. 아부 그라이브 1) 초( 楚 ) 나라의 남쪽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교( 橋 ) 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에서는 누구 나 맏아들을 낳으면 잡아먹는데 그를 먹으면 그 동생에게 좋다고들 말합니다. 그리고 맛이 좋으면 그 임금에게 바치는데 임금을 기쁘게 하면 그 아비에게 상을 준다고 합니 다. 어찌 나쁜 풍습이 아니겠습니까. ( 墨 子, 魯 問 편)
형무소에 수용된 이라크인들을 성고문하고 무고한 이라크 민중을 집 단살인(Genocide)한 것은 식인( 食 人 )에 버금가는 행위이며, 이런 짓 을 저지른 미군은 전범집단이다. 그러므로 전범집단의 수장인 부시 대통령과 부시 정권의 수뇌부는 마땅히 전범 재판소에 회부되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이 평화주의자인지 살인자인지 살인마인지 식인종 인지의 진위여부를 전범 재판소에서 가린 뒤 인류평화를 저해한 죄 악이 인정된다면 일본군 수뇌들처럼 죗값을 받아야 한다.
[제 1부 ] 이라크 전쟁 13 들어가는 말 15 이라크 전쟁의 숨 막혔던 순간 18 자원 약탈 조폭 전쟁 23 미국은 석유 날강도 29 돈과 이라크 전쟁 31 미군, 열화우라늄탄 퍼부어 41 미군의 성( 性 )고문 성( 性 )학대 46 김선일 증후군 과 평화 불감증 66 부시와 神 들의 전쟁 108 종교사회적 관점에서 본 이라크 전쟁 113 이라크 전쟁은 미국 멸망의 서막? 128
[제 2부 ] 반전평화 운동 133 미국 영화가에 반전물결 137 베트남전 반대와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의 차이 142 이라크 민중은 왜 투쟁하나 145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50가지 논점 153 이라크 파병반대 운동 평가 175 전 세계 반전평화 운동의 구도 278 아시아의 평화 운동 개관 378 2004년도의 평화통일 운동 400 반미+반전 운동의 시너지 효과 427 양심적인 군사비 납세거부 운동 444 국제연대에 왕도 없다 455 Corea 운동의 의미 460
제1부 이 라크 전쟁
들어가는 말 이라크 전쟁과 관련하여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에 기고한 글들을 뒤늦게 선보인다. 광속도의 삶을 살고 있는 한국인들 에게, 이라크 전쟁은 한물간 전쟁놀이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그러나 이라크 현지에서는 미군과 무슬림 무장 게릴라 사이의 치열한 전투 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라크 전쟁을 지금도 거론할 만하다. 특히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전쟁광들이 이라크에 이어 북한 에서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 점에서, 이라크와 한반도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이라크의 전쟁 이야기를 하면서도 긴장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라크 전쟁의 긴장감은, 전쟁 전야에 백악관에서 벌어진 긴박한 상황을 담은 글 이라크 전쟁의 숨 막힌 순간 에서 잘 드러난다. 부 시 대통령과 그를 에워싼 네오콘(Neo-Con)들(체이니 부통령 등)이 전쟁에 미쳐 날뛰면서 일으킨 전쟁을 한마디로 규정하면 자원 약탈 조폭 전쟁이다. 자원 약탈 조폭 전쟁 은 이라크의 자원(석유)을 강탈하기 위해 집요하게 기획한 이라크 전쟁을 냉소적으로 다룬다. 미국의 석유 강탈이 어느 정도로 잔악했던 것이었나를 드러내는 미 국은 석유 날강도 를 읽어 보면, 자원 약탈 조폭 전쟁이라는 규정 제1부 이라크 전쟁 15
이 적절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의 석유를 날강도한 전쟁광 집단 부시 정권의 돈줄을 파헤친 돈과 이라크 전쟁 은, 전쟁 관련 기업제품의 불매운동을 주창한다. 이어 인간 안보(human security)의 차원에서 세 편의 글 미군, 열화우라늄탄 퍼부어, 미군의 성( 性 ) 고문, 김선일 증후군 과 평화 불감증 을 싣는다. 미군, 열화우라늄탄 퍼부어 는, 비인도적인 무기인 열화우라늄탄을 퍼부은 펜타곤을 비판한다. 미군의 성( 性 ) 고문 은, 2004년 5월 아부 그라이브 형무소 안에서 벌어진 미군의 성고문에 관하여 쓴 글이다. 워싱턴 포스트 등의 미국 언론이 이 라크인 죄수들을 상대로 한 외설적인 성고문 사진을 공개하는 바람 에 포르노 군단 미군의 모습이 여지없이 폭로되었다. 필자는 워싱 턴 포스트 보다 앞서서 평화 만들기 에 성고문 사진을 게재하면서 해설을 곁들였으나, 이것이 문제가 되어 사진 해설을 삭제한 뒤 평 론 중심으로 쓴 것이 미군의 성( 性 ) 고문 이다. 젠더(Gender) 문제 와 이라크 전쟁의 관련성을 극적으로 보여 준 글이다. 2004년 6월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알카에다와 관련이 있는 게 릴라 단체)에 의해 납치된 김선일 씨(가나 무역의 사원). 그를 납치 한 무장 세력 측이 이라크 파병 한국군의 철군을 요구했다가 수용될 가능성이 없자 처형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사건을 에워싸고 온 국민이 김선일 증후군 에 시달렸다. 그런데 무장 세력에 대한 피 의 보복을 주장하는 국내 냉전 수구 세력의 평화 불감증 으로 말미 16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암아 김선일 증후군 을 평화적으로 치유하지 못한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김선일 증후군 과 평화 불감증 을 썼다. 그리고 이라크 전쟁의 배후에 있는 기독교-이슬람교의 종교전 쟁을 다루기 위해 부시와 神 들의 전쟁, 종교 사회적 관점에서 본 이라크 전쟁 을 싣는다. 두 편의 글 모두 네오콘이 믿는 기독교의 전쟁신( 戰 爭 神 )에 관한 것이다. 부시와 神 들의 전쟁 은, 부시 대통 령이 神 의 이름으로 전쟁을 선포한 점을 기술한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을 적( 敵 ) 그리스도(anti Christ) 를 타도하는 성전(holy war)으로 보고 있음을, 종교 사회적 관점에서 본 이라크 전쟁 에서 강조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의 늪에 빠진 미국의 국력쇠퇴를 암시하기 위한 글 이 이라크 전쟁은 미국멸망의 서막? 이다. 게르만 민족이라는 오랑 캐에 의해 로마가 멸망했듯이, 중동의 새로운 오랑캐에 의해 미국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은근히 드러내려고 했다. 제1부 이라크 전쟁 17
이라크 전쟁의 숨 막혔던 순간 - 이라크 전쟁 1주년을 맞이하여 2003년 3월 19일 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부인 로라 여사 와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미국은 이미 후세인과 두 아들이 48시 간 이내에 망명할 것 을 요구하면서, 이 요구를 거부하면 공격하겠 다는 최후통첩을 이라크에 보낸 상태이었다. 3월 19일 밤은 최후통 첩의 기한이 임박한 시각이었다. 기한인 밤 8시가 지나자 부시 대통령이 식사를 하고 있는 방의 전화기가 울렸다. 대통령의 측근인 알든 카드 수석 보좌관의 전화였 다: 후세인이 이라크를 떠났다는 흔적이 없습니다. 이제 예정대로 전쟁에 돌입할 수밖에 후세인의 망명 거부는 전 쟁을 의미했다. 이미 미군 전투기가 바그다드 상공을 향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저녁식사 이전에 공격의 결단을 내렸다. 3월 19일은 부시 대통령이 2년여 백악관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길고 숨 막히는 날 이었다. 18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부시 대통령은 이른 아침부터 전쟁 지도( 指 導 )회의를 소집했다. 체이니 부통령,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 파웰 국무장관, 라이스 국가 안전보장 보좌관, 테넷 CIA 장관, 마이야즈 통합참모 본부장 등이 모였다. 이라크 공격을 지휘하는 토미 프랑크스 중앙군 사령관 등은, 중동의 카타르 전선 본부에서 비디오 회의에 참여했다. 회의 때 이례적인 긴장감이 감돌았다. 몇 분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핀이 떨어져도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회의에 참가한 고관 중 한 사람 이 New York Times 기자에게 들려준 회고담은 긴장을 더해 준다. 이라크 전쟁은 상대방(후세인 정권)의 공격을 받아 응수하는 전 쟁이 아니다. 부시 정권이 선택한 전쟁이다. 미군 전사자 수를 최소 한으로 줄이고 신속하게 승리해야 하는 등 부시 정권의 운명이 걸린 전쟁, 미국의 미래가 걸린 전쟁이다. 그래서 회의 참석자 모두가 대 통령의 전쟁 개시 결정의 엄중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탓인지 최 종단계에서 전쟁개시에 이의( 異 議 )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드디어 파웰 국무장관이 손을 뻗어 부시 대통령의 손을 만졌다. 결단을 재촉하는 몸짓이었다. 대통령은 드디어 작전의 실행을 명령 했다. 텔레비전 화상의 저쪽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작전의 실행을 명 령받은) 프랑크스 사령관이 경례했다. 오전 8시였다.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날 부시가 소집한 첫 회의가 끝났다. * 출처=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23호(2004.3.22) 제1부 이라크 전쟁 19
당초 예정된 작전은, 이라크 전역( 全 域 )에 정밀유도폭탄을 일제 히 뿌려 이라크 지도부를 마비시키려는 것이었다. 이는 국방대학에 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전략가인 해런 울만 박사가 정리한 충격과 공 포 이론에 기초를 둔 것이었다. 울만 박사는, 걸프전 이후 미군의 새 로운 전략을 생각해 냈다. 압도적인 전력( 戰 力 )을 집중적으로 사용함 으로써, 상대방이 전투를 포기하게 하는 심리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최후의 순간에 이 작전이 변경되었다. 이날(2003년 3월 19일) 오후가 되자, 이라크 정권 안에서 암약 해 온 스파이로부터 귀중한 정보가 날아 들어왔다. 이 정보에 의하 면, 후세인 대통령이 이날 밤에 바그다드 시의 남부에 있는 방공호 로 몸을 숨긴다는 것이다. 테넷 CIA 장관은 곧장 국방성으로 달려 가, 럼스펠드 국방장관 마이야스 통합참모 본부장과 협의에 들어갔 다. 거의 같은 시간에 현지의 CIA로부터 연락을 받은 프랑크스 중 앙군 사령관은, 대통령으로부터의 공격명령에 대비하여 F117 스텔스 전투기 2기를 띄워 공중에 대기시켜 놓았다. 19일 오후 3시부터 백악관에 럼스펠드, 마이야스, 테넷 등 3명이 모였다. 라이스 보좌관과 카트 수석 보좌관도 참가했다. 부시 대통령 앞에서 후세인 개인을 노린 공격으로 작전을 바꿀까 말까 하는 이 야기 를 나누었다. 이 모임이 부시가 이라크 전쟁을 위해 주도한 두 번째 회의이다. * 출처=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24호(2004.3.29) 20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후세인 대통령 개인을 노리고 전쟁을 개시하는 것은 모험적인 작전이었다. 후세인의 신상에 대하여 잘못된 정보를 믿고 전쟁을 벌 일 경우 그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후세인과 관계없 는 시설을 공격했을 경우, 무고한 이라크 시민을 죽였다. 는 이라크 측의 선전공세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사실이 어찌 되었든지 이라 크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선전전( 宣 傳 戰 )으로 나올 것이다. 따라서 이런 여러 가지 우려 사항을 백악관에서 논의하는 바람에 부시는 2003년 3월 19일 하루 종일 분주했다. 프랑크스 중부 사령부의 사령관의 보고에 의하면, 폭격기가 되돌 아갈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한 시간은 (3월 19일) 오전 7시 15분이었 다. 선포포고를 향한 마지막 논의가 늘어져 논의의 마감시간이 재깍 재깍 다가왔다. 부시 대통령이 렛스 고(let s go) 의 결단을 내린 것 은, 폭격기가 되돌아올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 3분 전이었다. 3월 19일 저녁 8시 로라 부인과 식사를 하던 부시 대통령은, 이 미 두 차례의 고비를 넘겼다. 밤 9시 30분. 폭탄이 바그다드의 방공 호에 작렬했다. 10시 15분.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의 집무실에서 나 와 텔레비전 앞에 서서 미국 국민과 전 세계를 향해 다음과 같이 개 전을 선언했다: 미국 국민 여러분! 지금 이 시각에 미군과 동맹군 이 군사작전의 초기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이라크를 무장해제시켜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고 세계를 중대한 위험으로부터 지켜 내기 위해서입니다. 동맹군은 나의 명령에 따라 군사적으로 중요한 목표 제1부 이라크 전쟁 21
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사담 후세인의 공격능력을 떨어뜨리 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개전 단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폭넓게 일치단 결한 작전이 앞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35개국 이상의 나라들이 중요 한 지원을 해 주었습니다. 협력내용은, 해군기지나 비행장의 사용, 정보나 후방지원의 제공부터 전투부대의 파견까지 다양합니다. 이 동맹에 참가한 각국은 의무를 지고 공동방위에 참가하는 명예를 나 누어 갖기로 선택했습니다. * 출처=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25호(2004.4.5) 22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자원 약탈 조폭 전쟁 이라크에 대한 일방적인 무력행사를 전쟁 이란 일반 명사로 규 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한 발상이다. 동양사회에서 전쟁과 관련 된 여러 용법이 있는데 가장 흔한 것이 전( 戰 ) 이란 단어이다. 이 단 어는 동등한 정치집단 간의 무력 충돌을 지칭한다. 이라크 전쟁의 경우 미국이 지나치게 일방적인 공습을 단행했으므로 戰 자를 붙여 이라크 戰 이라고 부를 수 없다. 제1차대전과 제2차대전은 비교적 비슷한 힘을 가진 강대국들끼리의 싸움이므로 戰 자를 붙여도 무방 하다. 현재 진행 중인 이라크 사태는 제국 미국 의 패권욕에 따른 전 쟁이므로 그에 어울리는 다음과 같은 한자를 떠올린다: 征 (군주가 군대를 파견하여 악당을 정벌하다)/ 討 (치죄 治 罪 하기 위해 치다)/ 侵 (침략하다)/ 襲 (덮치다. 습격하다)/ 伐 (죄 있는 자를 치다. 토벌). 이 한자들을 하나하나 나열하면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정확한 개념규정을 시도한다. 첫째, 이라크 전쟁은 정벌 전쟁이다. 21세기의 군주인 부시가 미국의 군대를 파견하여 악의 축 두목인 후세인을 정벌한 것이다. 미국이 최첨단 무기를 총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제1부 이라크 전쟁 23
쟁의 양식은 중세기 봉건영주 시대의 사무라이(기사도) 전쟁 을 재 현했다. 21세기의 정보화 자본주의 아래에서 중세기 전쟁을 벌인 셈 이다. 21세기의 군주국가 제왕( 帝 王 ) 국가를 노리는 미국은 미군 을 봉건영주 시대의 사무라이로 부려 먹으면서 역사를 중세기로 역 행시켰다.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의 세계정세는 중세의 암흑기로 돌 입했다. 둘째, 전쟁 하이에나 부시는 악의 축 국가인 이라크를 치죄( 治 罪 )한다며 전쟁이라는 더욱 큰 죄 를 저질렀다. 이라크 북한 등의 반미국가가 얼마나 죽을죄를 지었는지 알 수 없으나 죄를 지었다면 미국문명에 대한 존경심이 부족하고, 미국에 불복하고, 미국을 뱁새 눈으로 쳐다보는 불경죄일 것이다. 이런 불경죄를 다스리기 위해 융단폭격을 가하는 것은 말할 수 없이 중대한 전쟁범죄이다. 죄에는 반드시 벌이 따른다. 제3세계 반미국가의 대표선수가 된 덕택에 악의 축 국가 로 뽑힌 이라크 북한 이란은 불경죄에 따른 벌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 받을 것이다. 그 첫 번째 벌을 받은 이라 크가 지금 전쟁의 지옥에 빠져 있다. 두 번째는 북한이며 세 번째로 이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더욱 큰 전쟁범죄를 저지른 미국은 벌을 받지 않고 있으 며, 미국에 천벌을 내릴 세력이 전무한 지구촌의 모순은 참담함을 넘은 절망 자체이다. 24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셋째, 이라크 전쟁은 명백한 침략행위이다. 유엔의 승인절차를 무시한 침략이다. 이라크는 악의 축 국가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대량파괴무기 사찰을 흔쾌하게 받은 끝에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이 무혐의 판정에 초조한 미국이 서둘러 이라크를 침략한 사실은 세계 시민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전쟁 하이에나 부시의 몰이성이, 세계 인의 이성 양식을 진압 침략한 것이다. 이성의 회복이라는 차원에 서라도 부시 정권(미국) 반대 운동이 요청된다. 바그다드에 대한 공습은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의 양심에 대한 공습이다. 미국 영국 등 앵글로 색슨족의 전쟁구도를 따르지 않은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의 평화 노력에 대한 습격이다. Pax Americana(미국의 힘에 의한 세계평정)의 전형인 이라크 전쟁 은, 아랍 민족주의의 상징인 후세인 체제에 대한 습격이며 이슬람 세계의 Jihad(평화로운 성전)에 대한 공습이다. 앞으로 Pax Americana의 도전을 받은 Jihad의 응전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일 이다. 넷째, 이라크 전쟁은 악의 축 오랑캐[ 夷 狄 ]에 대한 토벌작전이 다. 기독교 자유주의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은 언제나 선( 善 )이며 이 체제에 저항하는 세력은 언제나 악마라는 마니교식( 式 ) 2분법 심판 논리에 따른 마녀 토벌 전쟁 이다. 21세기 벽두의 마녀인 이 라크 북한 이란을 (오랑캐의 죄를 물어) 무찌르는 아마겟돈 성전 이 바로 이라크 전쟁이다. 제1부 이라크 전쟁 25
자원 약탈 조폭 전쟁 이라크 전쟁에 대하여 한자풀이를 하다 보니 표의문자인 한자가 지닌 고상함 때문에 전쟁 하이에나 부시의 행각이 적나라하게 드 러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원색적인 우리말로 표현하여 이라크 전쟁은 이라크의 석유(원유)를 통째로 빼앗으려는 조폭 전쟁 이라 고 하면 실감이 나는 듯하다. 이라크의 유전( 油 田 )을 노린 油 戰 (유 전: 석유전쟁) 이라는 뜻이다. 이 油 戰 에서 미국이 이기면 더욱 강대 한 有 錢 국가(자본주의 국가)가 됨과 동시에 승전의 월계관을 쓰고 전쟁범죄에서 영원히 벗어나 무죄가 된다. 이라크가 지면 후세인이 (유고의 밀로세비치처럼) 헤이그의 국제사법 재판소에서 재판을 받 아 처형된다. 한마디로 이라크의 油 田 을 노린 油 戰 은 有 錢 無 罪 (유 전무죄)의 법칙(?)이 적용되는 조폭의 세계화 를 반영한다. 그리고 제국의 자원 약탈 전쟁( 油 戰 )은 면죄부를 받아 무죄가 되므로 油 戰 無 罪 (유전무죄)이다. 油 戰 無 罪 의 새로운 법칙(?)이 적용되는 조폭 세계화 의 두목이 바로 제국 미국 이다. 뒷골목의 조폭 들의 세계에는 그나마 의리가 있다. 그러나 제국 미국 이 주도하는 전쟁 조폭 의 세계에는 의리도 피도 눈물도 없 다. 이란을 덮치기 위한 선봉장으로 이라크를 앞세워 이란-이라크 8년 전쟁을 벌인 미국. 이 미국이 이제 이라크에 비수를 들이대는 인정머리 없는 제국의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러므로 전쟁 조폭 26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국가 미국을 치죄( 治 罪 )하지 않으면 평화의 세계화 는 난망이다. 이라크 전쟁을 규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회과학적인 분석틀을 동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자원 약탈형 조폭 전쟁은 일찍이 없었던 행태이므로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15~16세기 포르투갈 스페인 등 초기 제국주의의 원시적 자본축적(primitive capital accumulation)을 위한 무지한 약탈수법 에서 근거를 찾아야 할 것이 다. 이라크 전쟁과 같은 자원 약탈형 조폭 전쟁 은 마르크스의 생존 시에도, 레닌 시대에도, 모택동 시절에도 없었고(이들의 생존 시에 자원 약탈형 제국주의 전쟁은 있었으나 무지막지한 깡패 같은 악의 축 전쟁은 없었다), 현대의 석학 그람시(Gramsci)나 네그리(Negri) 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야만 적인 전쟁이므로 사회과학적인 개념정립에 앞서 자원 약탈형 조폭 전쟁 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다. 앞으로 북한 등을 상대로 벌어질지 모를 제국 미국의 조폭 전쟁에서의 폭력을 지양할 세계 체제(시스템)가 무엇보다도 절실하 다. 2003년 3월 20일 바그다드를 공습한 순간부터 세계 체제는 제 국(미국)과 반( 反 )제국으로 갈라졌다(물론 제국 대 반제국 대항 전선 의 중립지대에 많은 나라들이 속해 있다). 앞으로 세계정세는 제국 대 반제국의 구도 로 분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국 대 반제국의 대립 전선 아래에서 한반도의 특수한 분단상황을 대입하는 정세분석 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제1부 이라크 전쟁 27
부시 정권은 2003년 3월 20일자로 전쟁범죄 집단이 되었으므로 인류의 양심이 모인 전범 재판장에서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와 더 불어 부시 정권의 조폭 전쟁 에 동조하는 아류 국가들(일본, 한국) 역시 새끼 조폭 으로 낙인찍어 전쟁범죄 집단의 예비자 명단에 집 어넣어야 할 게 아닌가?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역시 노무현 정권을 전쟁범죄 집단의 예비자 명단에 넣느냐 마느냐는 기준에서 다루어져 야 할 엄중한 사안이 아닌가? * 출처=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12호(2004.1.5) 28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미국은 석유 날강도 - 이라크 원유를 배럴당 98센트에 구입 미국이 이라크의 원유를 1배럴당 98센트에 구입하고 있다고 인 터넷 신문 바스라 네트 (2004.6.11)가 폭로했다. 바스라 네트 는 이라크의 저술가인 알리 자비리 씨의 이라크 참상에 관한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최근 1년간 이라크의 원유가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수출되 었지만, 그 원유가 누구에게 팔렸으며 실제의 산출량이나 수출가격 을 알고 있는 이라크 사람은 아무도 없다. 2주 전에 이라크 석유부의 고관이 한 다음의 발언만큼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이 없다: 미국의 석유기업이 이라크에서 구입하는 원 유의 전량( 全 量 )이 1배럴당 98센트를 초과하지 않는다. 전쟁통에 이라크가 입은 손실액은 4천억 달러이다. 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이라크는 모든 것을 팔아 치우고 있다. 후세인 정권 때 1백만 달러를 주고 사들인 전차를 암시장에서 1천 달러에 팔고 있다. 이라크의 국보인 원유마저 거의 공짜로 미국에 팔아 치우고 제1부 이라크 전쟁 29
있다. 그럼에도 실업률이 70%에 이른다. 세계 최대의 원유 보유국가 가 극빈 국가로 전락한 이유 중 하나는, 미국에게 원유를 헐값으로 강탈당하기 때문이다. 이라크 정부가 주권을 회복하는 첩경은 석유 자원의 독립에 있 다. 그런데 미국에 헐값으로 빼앗기고 있으니 독립의 길은 멀다. 알 자지라 방송의 저명한 캐스터인 아하마드 만슬 씨는 2004년 5월 30 일의 방송에서 이라크의 대외 부채가 1,279억 달러임을 지적한 다음 에 이라크의 자원은 공짜나 다름없이 약탈되고 있다. 고 분개했다. 이처럼 이라크가 친미국가가 되면 될수록 원유를 강탈당할 확률 이 높아진다. 친미국가인 쿠웨이트 역시 원유의 20%를 무상으로 미 국에 넘겨주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를 시장가격에 관계없이 배럴당 7달러에 구입하고 있다고 바스라 네트 (2004.7.5)가 전했다. * 출처=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39호(2004.7.11) 30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돈과 이라크 전쟁 - 전쟁 관련 기업제품 불매운동을 미국이 이라크의 석유 이권을 쥐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견해가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이라크 전쟁의 진짜 목적은 석유 그 자체가 아니고, 석유 대금을 지불하는 통화 쪽에 있다는 관점을 놓 치고 있다. 석유 대금을 어느 나라 화폐로 결제하느냐가 이라크 전 쟁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달러로 석유 대금을 결제했는 데, 달러화 결제 시스템이 흔들리면서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석유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던 시스템의 동요를 막기 위해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돈-이라크 전쟁-석유 이권의 3차 방정식 그러면 지금부터 돈(달러 체제의 동요)-이라크 전쟁-석유 이 권의 3차 방정식을 풀어 보자.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이지만, 미국의 무역적자 경상 적자 재정 적자가 늘어날수록 기축통화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미국의 무 제1부 이라크 전쟁 31
역적자 경상 적자 재정 적자의 누증으로 인한 통화위기 초( 超 )인 플레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달러의 일극( 一 極 )지배를 통해 미국의 통화가 전 세계에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러 일극 지배체제에 도전하는 유로화가 등장함으로써 새로운 사태가 생기고 있다. 이라크 등의 원유 생산국가들이 취약한 달러화 대신에 유로화를 선호하기 시작하자 미국 경제에 비상이 걸 렸다. 달러의 일극 지배체제가 도전을 받으면 미국 경제의 동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동요를 경제적인 수단으로 예방 하면 다행이지만, 경제 이외의 군사적인 수단, 즉 전쟁을 통해 예방 하려면 전쟁의 악순환 이외의 길이 없다. 다행스럽게 프랭클린 루즈 벨트 대통령은 뉴 딜(New Deal) 정책을 통해 미국경제의 위기를 넘 겼으나, 부시 대통령은 군사적인 수단, 즉 전쟁을 통해 달러화 일극 지배체제의 동요 현상(유로화 선호 현상) 을 돌파하려고 했으며 그 결과가 이라크 전쟁이다. 달러화 일극 지배체제의 동요 와 이라크 전쟁의 관련성 그러면 달러화 일극 지배체제의 동요(유로화 선호) 와 이라크 전쟁의 관련성을 아래와 같이 살펴본다. 32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후세인 정권은 2000년 11월 6일자로 원유 거래를 달러에서 유로 (EURO)화로 바꿈으로써 철두철미하게 미국에 등을 돌렸다(북한도 최근에 결제화폐를 유로화로 바꿈으로써 달러를 배척하는 진짜 반미 국가가 되었다. 이로써 달러마저 거부하는 반미국가=악의 축 국가 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다). 만일 이라크처럼 달러 대신 유로화로 결제 하는 나라들이 중동 산유국 가운데 증가하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OPEC(석유수출국 기구)의 공식 결제화폐로 유로화가 지정될 것이다. 이렇게 공포스러운 사태에 직면하여 전쟁을 통해서라도 결사적으로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을 부시 정권이 가졌을 터이다. 미국의 국익을 좌지우지하는 원유 달러(Oil Dollar)가 한물가고 그 자리에 유로화가 들어선다는 것은, 제국 미국 을 강타하는 끔찍 한 일이다. 실제로 중동 산유국 중에서 불안정한 달러 대신 유로화 로 바꾸려고 검토하고 있는 나라가 꽤 있다고 한다. 그래서 원유 가 격을 유로화로 바꾸려는 산유국의 움직임을 미국이 상당히 두려워하 고 있다.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유로화로 결제화폐를 바 꾸는 대열의 선두에 서 있는) 후세인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게 미 국의 세계지배 체제 유지의 급선무가 되었다. 미국이 오랫동안 갖은 노력을 기울여 후세인 정권의 타도를 시도했으나 불발탄에 그치자, 이라크 석유강탈 전쟁을 강행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을 따르면, 미국이 이라크의 원유를 빼앗으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욕심일 뿐이다. 진짜 속셈은 OPEC 등의 원유 대금 제1부 이라크 전쟁 33
결제화폐를 유로화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군기(?)를 잡으려는 데 있 다. 후세인의 이라크를 시범 케이스로 군기 잡아 다른 나라들이 감 히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이라크 전 쟁을 벌였을지 모른다. 이라크의 군기를 잡기 위한 전쟁을 통해 달 러 체제를 군사적으로 방어하려는 목적이 내재해 있다. 이라크 전쟁은 달러 방위 전쟁 한마디로 이라크 전쟁은 달러 방위 전쟁이다. 이 달러 방위 전쟁 의 막후에서 지금도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달러화와 새로이 도전장을 내고 있는 유로화의 기( 氣 )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원유 결제 화폐를 에워싸고 달러화와 유로화의 대결이 이라크 전쟁의 뒷전에서 벌어지 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럽의 맹주인 프랑스와 독일이 미국 의 이라크 전쟁 체계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이러한 달러 방위 전쟁의 선봉장은 토마호크 미사일이다. 이라크 전쟁 때 미국이 이라크에 대하여 결사적으로 토마호크 미사일을 퍼 부은 배후에, 달러 지배체제 고수의 집념이 도사리고 있다. 돈(달러 지배체제 고수)과 전쟁은 실과 바늘 이란 상식을 미국이 몸소 전쟁 을 통해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34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사실 화폐제도는 누군가가 이것을 돈으로 받아들여 줄 것 이라 는 기대에 의해 성립된다, 그래서 돈이란 실체가 없는 상당히 취약 한 것이다. 누군가 그 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 다. 어쨌든 달러라는 돈을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모두 신용하고 수취 하기 때문에, 미국은 달러를 마구 찍어 내어 전 세계에서 필요한 모 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유로화가 달러와 동격의 기축통화로 된다면 필요 한 것이 있으면 돈을 찍어 내면 되는 특권을 미국이 잃어버리게 된 다. 유로화가 강세를 나타낼수록 미국이 달러를 남발할 능력을 상실 하여 (달러 지배체제에 입각한) 제국 미국 의 기반이 붕괴되므로, 전쟁을 감행해서라도 이를 예방해야 한다. 종합적으로 설명하면 미국이 무슨 일이 있어도 이라크를 공격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 는, 이라크를 시범 케이스 로 족쳐 군대를 주둔시킴으로써 중동의 산유국이 달러로부터 이탈하 지 않도록 견제하기 위한 것 이다. 달러 불매운동이 최대의 반전운동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이라크 전쟁을 중단시키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모두 달러화를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모두가 달러를 사용 제1부 이라크 전쟁 35
하지 않게 되면, 미국의 지대한 힘도 무력화되어 버린다. 미국의 힘 을 무력화시키려면 전 세계의 민중들이 달러를 사용하지 않으면 된 다. 달러로 물건을 사지 않는 달러 불매운동이, 최대의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이 된다. 더 나아가 달러로 표시되는 미국 제품의 불매운 동은 금상첨화이다. 미국의 대기업과 초(다)국적 금융자본을 통해 달 러가 유통되므로 미국 제품의 불매운동은 곧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운동으로 연결되며, 이 운동이 커질수록 미국의 힘도 그에 비례하여 무력화된다. 미국 제품 불매운동 특히 부시 정권은 미국의 대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므로 미 국 대기업 제품의 불매운동은 부시 정권의 목을 비트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전 세계인이 이라크 전쟁이 끝날 때까지 미국 대기업 제품을 구입하지 않으면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시위 중심의 반전운동보다 더욱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가 온통 세계화되어 있는 마당에 미국 제품 모두를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일상생활 자체를 포기하라는 말이 된다. 더구나 부시 정권에 영향력을 갖지 않는 미국 기업의 제품까 지 보이콧(boycott)하면, 거꾸로 경제적 약자의 생활을 곤란하게 만 드는 꼴이 된다. 그렇다면 어떤 제품을 보이콧하는 게 부시 정부의 급소를 찌르는 결과를 가져올까? 36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불매운동 대상 기업 명단 생각건대 부시 정권을 비호하는 기업의 제품을 개인이 사지 않 거나 자국의 정부가 사지 않도록 압력을 넣는 불매운동을 전개하면 (부시 정부에 견제구를 날림으로써) 이라크 전쟁에 제동을 걸 수 있 을 것 같다. 이러한 차원에서 전쟁 반대 차원의 불매운동 대상 기업 을, 부시 정권을 비호하는 유형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1. 부시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헌금 기업(맨 뒤의 숫자는 헌금 액수) 1) 메릴 린치(투자 고문) 132,425달러 2) Price Water House 쿠퍼스(컨설팅) 127,798달러 3) City Group(은행) 114,300달러 4) 엔론(에너지) 113,800달러 5) 텍사스 주(주 정부) 87,254달러 2000년 대통령 선거 당시의 데이터임. 2. 부시 정권의 각료 보좌관-헌금 기업의 연결구조 1) 죤 애쉬크로푸트(사법부 장관)---AT&T사(통신), 마이크 로소프트(컴퓨터 소프트) 기타 2) 도날드 럼스펠드(국방부 장관)---팔마시아 사(제약), 모토 롤라 사(전자 기기) 기타 제1부 이라크 전쟁 37
3) 스펜서 에이브러함(에너지부 장관)---GM 사(자동차), 포 드 사(자동차) 기타 4) 콜린 파웰(국무부 장관)---AOL 사(Internet Provider) 기타 5) 콘도리사 라이스(국가안전보장 담당 대통령 보좌관)---셰 브론 사(석유) 기타 3. 세계의 군수기업 Big 20(맨 뒤의 숫자는 계약고) 1) 록히드 마틴(미국)---179억 달러 2) 보잉(미국)---156억 달러 3) BAE 시스템(미국)---155억 달러 4) 레이시온(미국)---115억 달러 5) 노스롭 그라만(미국)---71억 달러 6) 제너럴 다이내믹(미국)---56억 달러 7) 토마스 CSF(프랑스)---41억 달러 8) 리튼(미국)---39억 달러 9) UTC(미국)---35억 달러 10) AM(프랑스)---33억 달러 11) 다임러 크라이슬러(독일)---31억 달러 12) IRI(이탈리아)---30억 달러 13) TRW(미국)---30억 달러 14) 미쯔비시 중공업(일본)---25억 달러 15) 롤스로이스(영국)---24억 달러 16) GKN(영국)---19억 달러 38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17) 뉴 포트 뉴스(미국)---18억 달러 18) DCN(프랑스)---17억 달러 19) 제너럴 일렉트릭(미국)---16억 달러 20) Computer Science C(미국)---15억 달러 스톡홀름 국제평화 연구소(SIPRI)의 자료(2001)에서. 4. 불매 대상 제품 서비스 1) 부시 정권에 헌금하는 회사와 주요 생산제품 1 쇠고기(미국 산) 텍사스 주(정권에 헌금)의 특산물 2 Kellog의 시리얼 3 몬산토 사( 社 )의 대두( 大 豆 ) 100%라고 표시되어 있지 않 은 간장(유전자 변환한 大 豆 ) 4 City Bank의 계좌, 외화 예금 5 Acusa 생명보험의 개인연금, 종신보험 6 메릴 린치 증권 7 노스웨스트 항공 8 유나이티드 항공 9 포드 자동차 회사의 포커스, 몬데오 등 10 필립 모리스 社 의 말보로, 버지니아 슬림, 필립 모리스 11 마이크로소프트 12 AOL 13 AT&T 14 모토롤라의 휴대 전화, 모뎀 등 제1부 이라크 전쟁 39
15 칼텍스의 엔진 오일 (셰브론 사의 자회사) 2) 석유 군수 관계 회사 1 동연( 東 燃 ) 제너럴 석유 2 모빌 석유 3 Esso 석유 4 코카콜라 회사의 스프라이트, 환타, 조지아 등 (전쟁터의 미국 병사에게 제공되는 음료) 5 칼텍스 社 의 엔진 오일 Multi National Monitor 誌 의 최악덕( 最 惡 德 ) 기업 명단에서 3) 기타 1 디즈니랜드 社 의 유원지, 캐릭터, 영화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조직(Zionist 조직)에 계속 기부함> 2 맥도날드(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식량 지원에 참가) * 출처=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12호(2004.1.5) 40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미군, 열화우라늄탄 퍼부어 - 클러스터 폭탄도 사용 1. 열화우라늄 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에 열화우라늄 탄을 투하함으 로써 이 전쟁의 부도덕성을 결정적으로 증명했다. 펜타곤은, 개전 직 전에 열화우라늄의 사용 금지를 요구하는 세계의 여론에 도전하듯 열 화우라늄 탄의 사용을 선언했다. Guardian 인터넷 판(2003.2.14) 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페르시아 만 지역에 열화우라늄 탄을 배치하고 열화우라늄을 사용한 것을 인정했다(http://www.guardian.co.uk/ uk_news/story/0,3604,895223,00.html) 이어 대( 對 )전차 공격기인 A-10이 이라크 전쟁에 출동했다는 보 도가 있었다. A-10은 전차를 공격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며, A-10 기의 기관포탄은 4발의 열화우라늄 탄과 1발의 작열 탄을 공장에 서 혼합하여 출하된 것이다. A-10의 출격은 열화우라늄 탄의 발사를 확실히 말해 준다. 이 밖에 열화우라늄 탄을 발사할 수 있는 아파치 헬리콥터, 해리어, AC-130 등도 출격하여 공격을 반복하고 있다. 제1부 이라크 전쟁 41
미국 영국군이 이라크의 남부를 중심으로 한 이라크 전역에 열 화우라늄 탄을 발사하고 있음이 확실하다. 열화우라늄 탄의 발사량은 아직 모르지만, 사막을 전쟁터로 삼아 싸웠던 걸프전에 비하여 도시 를 무대로 싸우는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의 열화우라늄 탄 공격은 더 욱 끔찍한 결과를 가져와 열화우라늄 탄에 의한 학살 이 우려된다. 이라크에서 앞으로 열화우라늄 탄에 의한 환경오염 암 등 각종 질병 대량 발생 등 엄청난 인명피해가 속출할 것이다(걸프전에서 사용한 열화우라늄 탄은 약 100만 발, 320톤이라고 펜타곤이 발표했다). 2. 관통형 폭탄 집속( 集 束 ) 탄 사용 개전 당일부터 후세인 대통령이 숨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 하벙커를 관통하여 폭파하기 위한 세계 최대 화력의 관통형 폭탄을 퍼부음으로써 수많은 바그다드 시민이 몰살당했다. 이 또한 학살이 아닐 수 없다. 페르시아 만 북부에 있는 키티호크 항공모함의 해군 당국자는 2003년 3월 26일 항공모함 탑재기인 FA 18 전투공격기가 바그다 드 남방 약 80킬로 지점의 칼바라에서 클러스터(집속) 폭탄 2발을 투하했다. 고 밝혔다. 미군은 또 이라크의 지도부를 붕괴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벙커 버스터 라고 불리는 관통형 유도폭탄을 F-117 스텔스기에 탑재하여 42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투하하였다. 그런데 이 폭탄은 모두 열화우라늄으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 전쟁 이후에 전쟁범죄의 재판정에 제소할 만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이라크의 방공포를 피하여 고공에서 B-52가 발사한) 공 중발사 순항미사일과 (해상의 함선 잠수함에서 비가 내리듯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의 탄두도 열화우라늄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12호(2004.1.5) [용어해설 1] 열화( 劣 化 )우라늄 탄( 彈 ) (DU: Depleted Uranium Ammunition) 원자력 발전소의 연료 제조과정에서 생기는 열화 우라늄(감손우 라늄)을 사용하여 전차나 탱크 등의 두꺼운 장갑을 뚫을 수 있도록 고안된 포탄이 열화 우라늄 탄이다. 비중이 납에 비해 약 1.7배 이 상 높아 텅스텐과 더불어 철갑탄의 관통자로서 적합하며, 장갑 관통 시 선단부가 버섯모양으로 퍼지는 텅스텐과 달리 Self-Sharpning이 라 불리는 가소성 변형을 통해 관통력을 높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 서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산화우라늄 입자를 생성한다. 1991년 걸프전쟁에서 미군이 처음으로 사용하여 이라크 전차 1,200여 대를 파괴하는 전과를 올렸으며, 이후 세계 전역으로 급속 제1부 이라크 전쟁 43
히 확산되었다. 그러나 걸프전쟁에 참가한 군인들 중 걸프증후군 이 라고 하는 정체불명의 병을 앓는 사람이 늘어나자 그 원인으로 열화 우라늄 탄이 거론되면서 문제가 되었다. 또한 1995년의 보스니아전 쟁, 1999년의 코소보전쟁에서도 사용되어 발칸증후군 을 유발하기 도 하였다. [용어해설 2] 클러스터 폭탄( 集 束 彈 : Cluster bomb) 클러스터 폭탄은 한 개의 탄 안에 수백 발의 작은 자탄( 子 彈 : 아 들 탄)이 들어 있어서 폭발과 동시에 수백 발의 자탄이 공중에서 지 상으로 내리꽂히게 된다. 이 자탄은 폭탄은 아니지만 일종의 파편으 로 총알에 가까운 속력으로 지상에 닿기 때문에 파괴력이 엄청나다. 또한 지상에서 2차 폭발을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일반 폭탄처럼 폭발력으로 파괴시키거나 열로 기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백 발의 파편으로 일거에 넓은 범위에 타격을 입히는 형식이다. 클러스터 폭 탄은 전략 폭격기나 F-15기에서 투하한다. [용어해설 3] 벙커 버스터(Bunker buster) 폭탄 미국의 지하 침투용 무기로, 6m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뚫고 들 어갈 수 있는 레이저 유도폭탄이 벙커 버스터 폭탄이다. 1991년의 44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걸프전 당시 이라크 지하사령부를 파괴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며, 그 후 개조과정을 거쳤다. 벙커 버스터 폭탄은 길이 5.7m, 무게 2,260 kg의 레이저 유도폭탄으로, F-15 등의 전투기를 이용하여 투하한 다. 미군은 9 11테러 이후 오사마 빈 라덴이 은신한 것으로 알려진 산악지대의 동굴을 파괴하기 위해 벙커 버스터를 사용했으며, 2003 년 3월 이라크 공습 때 후세인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곳에도 벙커 버 스터를 투하했다. 제1부 이라크 전쟁 45
미군의 성( 性 )고문 성( 性 )학대 1. 들어가는 말 2004년 5월 초에 미국의 CBS는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 에 관한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국내의 언론사 중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일부 방송이 이 사건을 보도했다. 아직 주요 일간지가 이 사건을 크게 다루고 있지 않다. 아마 한국의 기자들이 CBS의 프로그 램을 보지 않았거나 보았더라도 자제 또는 외면하고 있을지 모른다. 필자 역시 이 사건을 단순하게 취급하는 국내 언론의 보도 방향에 따라 별 관심 없이 지내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http://www.albasrah.net/ images/iraqi-pow/iraqi-pow를 접속하고(사건 발생 뒤 폐쇄하여 지 금은 접속할 수 없음. http://www.albasrah.net은 접속가능함) 까무러 치게 놀랐다(위의 사이트에 실린 사진과 동일한 성고문 성학대 장 면이 워싱턴 포스트 등에 의해 공개적으로 폭로되었다). 2. 미군은 해방군? 성폭행군( 性 暴 行 軍 )? 우선 이라크 주둔 미군의 성격변화에 관하여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라크 점령 당시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미군을 이라크의 일부 국민이 환영했다. 이라크 국민의 환영을 받으며 바그다드에 입 46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성한 미군은 해방군으로 자처했다. 그러나 부시 정권이 세우려는 이 라크 잠정정부 수립의 구도가 민중지향적인 민주주의(이슬람교를 믿 는 민중의 정서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를 외면하고 친미정권을 지향 하자, 이라크인들은 미군을 점령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이슬람 게릴라들의 무장공격이 시작되었다. 이어 이라크의 무장 게릴라에 대한 미군의 소탕작전이 벌어졌으 며, 팔루자에서의 정면충돌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군은 군사 작전의 이름으로 팔루자 주민들에 대한 학살을 야기했다. 팔루자 학 살은 이라크 주둔 미군이 학살군임을 여지없이 증명했다. 학살군으로 성격이 바뀐 미군은, 또 하나의 학살인 성학대극 을 준비했다. 바그다드 부근의 미군 형무소에서 이라크인 포로에 대한 성고문 성학대 1) 가 은밀하게 벌어진 것이다. 이라크 전쟁 종료 1년 만에 미군은 도덕적으로 추락(해방군~점 령군~학살군~포르노 군단 / 성고문 성학대군으로 전락)하고 있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패배한 이유는 무기의 수준이 뒤떨어진 데 있지 않다. 미군과 남베트남 정권의 부도덕성이 북베트남과 베트콩의 도 1) 국내외의 언론매체가 이라크 포로에 대한 학대 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얻은 자료에 의하면 단순한 학대가 아닌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성고문이자 성학대이다(성을 도구로 삼은 고문 학대). 성학대가 혹평이라면 성추행, 성모멸 정도의 단어가 떠오 를 텐데 이 정도의 표현으로 미흡한 느낌이다. 비록 성모멸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라도 가학성 변태성욕(sadism) 에 의한 성도착증이 나타나므로 성학대 로 포괄해 도 크게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제1부 이라크 전쟁 47
덕적 혁명성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민중의 민심을 등 진 악행(민중학살, 강간 등)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라크 종전 1년에 즈음하여 미군이 학살군 포르노 군단(성학 대군)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면, 베트남에서처럼 미군의 불명예스러 운 철수가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질 것 같다. 이런 마당에 미군(학살 군 포르노 군단 성고문 군단)과 호흡을 맞추며 작전을 전개하기 위해 이라크 파병을 서두르는 한국군은, 파병 자체에 대하여 깊이 숙고해야 할 것이다. 3. 군대와 성 군대가 주둔하는 한 성폭행 성학대가 일어난다고 법칙처럼 말 할 수 없으나, 그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 군대가 민중지향적일수 록 성폭행 성학대의 비율은 줄어든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 군 대(인민군)가 전쟁터에서 여성을 강간했다는 기록이나, (이라크 주둔 미군처럼) 성폭행군 이었다는 보고서를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한반도를 유린한 미군은 조선 여성을 강간 성폭행했다. 군대는 원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집단적으로 밀집해 있는 곳이므 로, 정욕의 억제가 사실상 쉽지 않다.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좁은 내무반에서 스트레스에 싸여 생활하다 보니, 욕구 분출의 돌파구를 여성의 신체에 대한 폭행 에서 찾는 경우가 있다. 이때 지휘관이나 군부대 자체가 도덕적으로 무장되어 있거나 목적의식 작전의 대의 48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명분이 확실하면, 정욕의 개인적 집단적인 분출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대의명분이 없는 전쟁을 벌이는 군대의 경우 정욕의 억 제는 병사 개인의 도덕심에 돌려진다. 상당한 도덕력을 갖춘 장병이 라면 양심에 어긋나는 성폭행을 삼갈 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군중심리에 의한 매춘 강간 성폭행이 일어나곤 한다. 군부대 주변 의 매춘 업소는 이런 경향을 반증한다. 그러나 군대를 운영하는 국 가권력의 의지에 따라 아예 매춘 강간 성폭행을 제도화하는 사례 도 있다. 일본군대의 종군 위안부(정신대)의 합법화가 그것이다. 일 제 군대의 종군 위안부 합법화는, 에도 시절부터 내려온 공창의 합 법화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변명 섞인 해석도 있으나, 군대의 도덕적 타락임에 분명하다. 4. 이 사건을 보는 10가지 관점 그러면 미군의 성고문 성학대를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나? 이 질문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10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1) 미국의 국가권력이, 성고문 성학대하는 미군병사를 통하여 이라크 포로에게 나타나고 있다. 지배자인 미군의 지배양식 이 성학대로 드러나고 있다. 2) 이라크 전쟁의 인간관계, 즉 미군이라는 가해자와 이라크 민 중이라는 피해자의 관계가 성학대로 나타날 수 있다. 제1부 이라크 전쟁 49
3) 모든 군사주의는 가부장적인 남성 병사가 여성을 강간하도록 되어 있나? 혹시 여성 병사가 남성이나 동성인 여성을 성학 대 성희롱하는 경우는 없나? 관련 사진을 보면, 여군(미군 여성)이 성학대의 가해자로 등장한다. 따라서 군사주의와 페 미니즘의 가부장적인 남성문화가 만악의 근원이라 는 정식 은 일부 수정될 필요가 있다. 4) 성고문 성학대는 이라크 주둔 미군만이 하는 게 아니다. 다 른 나라의 군대, 아니 혁명을 자처하는 군대도 성학대를 할 수 있다. 유엔 평화 유지군이 코소보에서 성폭행 사건을 일 으켰다. 이러한 측면에서 군대와 성 의 문제를 더욱 심층적 으로 다루어야 한다. 5) 관련 사진에서 보듯이, 미군의 동작에 타학적인 요소, 즉 새 디즘(sadism) 의 요소가 배어 있다. 변태적임과 동시에 타학 적인 성학대를 어떤 잣대로 해석해야 하나? 프로이드의 정신 분석학을 도입하여 항문기의 성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분출 한 성도착증 으로 보아야 하나? 아니면 미군이 남자이기 때 문에 성학대를 한다는 군사주의와 페미니즘 의 논리에 머물 러야 하나? 6) 논란이 많은 페미니즘과 민족주의 에 관한 것인데, 외세의 군대인 미군 앞에서 이라크 민족의 구성원이 신체적으로 수 탈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나? 7) 민중론적인 시각에서 이라크의 민중 과 제국 미국의 군대 의 대결선상에서 성학대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하나? 50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8)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든 이라크에 자유 민주주의를 정착시 키기 위해 파병된 미군 의 성학대 장면은, 이라크인에 자유 는커녕 성폭행을, 민주주의는커녕 포르노 군단의 반민주성 을 부각시켰다. 9) 한국군이 이라크에 파병된다면 포르노 군단 이 될 확률이 영(zero)인가? 베트남 전쟁 때 파병된 한국군의 성폭행 사례 가 이라크에서 재발되지 말란 법이 없다. 10) 이라크처럼 군사적으로 종속될 경우 민중의 신체가 타격을 입는다. 식민지 이라크의 백성들이 몸뚱이로 저항하다가 체 포되거나 포로가 되면, 사진에서처럼 성고문 성학대를 받 을 수 있다. 이때 민중의 신체를 어떤 시각에서 보아야 하며, 가해자인 미군의 신체는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하나? * 출처=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29호(2004.5.3.) 5. 이라크의 아랫것들 이 성학대 당했다 일반 언론매체처럼 성학대 사건의 피해자를 이라크 포로 로 규 정하면 너무나 단순하다. 가해자인 미군에 의해 성학대를 당한 관계 를 설정하는 개념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제1부 이라크 전쟁 51
이라크 포로 에는 가해자(미군)와 피해자의 성을 에워싼 지배- 피지배 관계 가 깃들어 있지 않다. 미군은 이라크의 권력을 쥔 자로 서 성학대를 저질렀다. 따라서 성을 에워싼 지배-피지배 관계 에 권력 이 내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성을 둘러싼 권력의 피지배자인 이라크 포로 를 어떠 한 사회과학적인 개념으로 파악해야 하나? 그냥 민중이라고 하기에 싱겁다면 제3세계 민중 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제3세계 민중 의 일원( 一 員 )인 이라크 포로 가 제국 미국 군대의 일원(미군)에 의해 성학대를 받았다고 보아도 괜찮을 듯하다. 그러나 이렇게 설명 하면 관계의 그물망이 너무 커진다. 여기에서 스피박(Gayatri Chakravorty Spivak)의 하위주체(Subaltern) 개념을 적용하면 어떨까? 스피박이 말하는 subaltern을 하위주 체로 번역하면 좀 고답적인 듯하다. 우리말에 흔한 아랫것들 로 옮 기면 어떨까 생각한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체제의 아랫것들(이라크 식민지 백성) 중 아부 그라이브 형무소의 포로들이 집중적으로 성 학대를 당했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먼저 스피박이 말하는 subaltern 이 무슨 뜻인지 소개한다. subaltern 은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의 글에서 유래하는데 계 급, 카스트, 젠더, 인종, 언어, 문화와 관련된 종속성을 함축한다. 이 단어에서 sub는 하위 나 하부 의 뜻을 갖는 동시에 substance에서 52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의 sub처럼 우리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처럼 우리를 우리로 존재하게 하는 소중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실체를 가리킨다. 인도에서 1982년에 출범한 하위주체 연구회 는 엘리트 중심의 식민주의적 인도 역사기술을 비판하며 농민과 같은 하위층을 전면에 내세우는 역사기술을 시도한다. 하위주체와 엘리트가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하고 서로의 경계를 가로지르는가에 관심을 가질 때, 식민 담론의 틈새와 모순의 효과로 출현하는 하위주체를 지배담론에 압력 을 가하는 일종의 저항적 차이로 설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하위주체 개념은 마르크스의 프롤레타리아 혹은 기층 민중 개념과 어떤 차이를 갖는가? 우리 사회에서 기층민중 개념은 1970년대, 1980년대에 주로 쓰였으며 생산과 임노동 중심이라서 성, 인종, 계급, 성적 취향, 종교 등의 축에 따라 전 지구적으로 엮이고 얽히는 복잡하고 다원화하는 21세기 현실의 다층들과 문화적 변동들 을 담아낼 수 없다. 대신 하위주체는 생산 위주의 자본주의 체계에 서 중심을 차지하던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물론 성, 인종, 문화적으로 주변부에 속하는 사람들을 포괄할 수 있다. 말하자면 하위주체는 프 롤레타리아 계급의 가능성을 복합화하고 확대한 것이다. 2) 그런데 이라크 포로들을 그냥 하위주체(아랫것들) 로 부르면 부 족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추측건대 아부 그라이브 형무소에 수감 중인 이라크 포로 중 상당수는 미군의 점령체제에 저항한 혐의 로 2) 가야트리 스피박 지음, 태혜숙 옮김 다른 세상에서(In Other Worlds) (서울, 여이연, 2003) 541~542쪽 요약. 제1부 이라크 전쟁 53
잡혀 온 아랫것들 일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이유나 종교적인 이유 로 미국 점령체제에 저항해 온 투사들이 성고문 성학대의 대상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투사들은 현재 이라크 전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반미 민중운동 세력, 게릴라 부대, 이슬람 전사 조직과 일정한 연관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정보부 대는 이들 포로들의 주리를 틀어 반미 민중운동 세력에 관한 정보를 캐려 했을 것이고, 가장 효율적인 고문 수단으로 성학대를 일상화했 을 것이다. 그러므로 성학대 당한 일부 이라크 포로는 단순한 시민 (양민)이 아니라 저항의 주체, 즉 반미 투사, 해방운동의 투사, 민족 봉기(Intifata)의 투사이다. 위에서 저항의 주체 를 강조하는 이유는 subaltern 개념에 저항 의 주체 라는 요소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가 제국 (2000)에서 주장하듯 전 지구적 현실에서 이제 제국주의가 아니라 제국 에 실질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할 때 그것은 지구적 연대를 상상하고 실천하지 않고 서는 힘들다.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전 지구상에 다양한 형태로 흩어져 있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는 거대한 영역을 담아내고 담론화해서 자본의 논리에 희생당하고 착취당하면서도 자본의 논리 를 거슬러 갈 수 있는 저항적 주체성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 런 맥락에서 스피박은 전지구성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는 하위주체를 내세우면서 몇 중으로 침묵되고 가려져 있는 제3세계적 포지션에 처 54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해 있는 보통 여성, 즉 하위주체의 젠더화 과정에 따른 젠더화된 하 위주체의 말하기 를 중시한다. 3) 이와 같은 하위주체의 젠더화 과정 을 따라 이라크 성학대 사건 의 피해자 인 이라크 여성 포로(수감자)의 정황을 분석하면 어떨까? 스피박의 저서인 다른 세상에서(In Other Worlds) 에는 두 편 의 인도 단편소설에 대한 번역이 실려 있다. 그중에서도 한없이 너 그러운 두올로티 는 독립 후 인도여성이 하위주체로서 몸으로 겪어 야만 했던 신(재)식민지화의 참상을, 독립 전에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농민반란에 참가했던 인도 하위주체 여성이 겪는 성적인 침해의 고 통을 그려 주고 있다. 두올리티는 아버지가 진 빚 300루피[8천 원] 때문에 유곽으로 팔 려 간다. 이 고리대 빚은 한 세대에 갚지 못하면 다음 세대로 대물림 된다. 이처럼 빚에 팔려서 유곽으로 흘러들어 간 여성들은 카미야 (Kamija) 성노동자 라고 불리는데 가족 에 저당 잡혀 매춘을 하는 셈 이다. 카미야가 된 인도여성들은 포주 키샨찬드, 영국인 사장, 인도 하위주체 남성들로부터 성적 경제적으로 착취된다. 두올로티는 8년 동안 4만 루피를 벌어서 포주에게 바치느라고 쇠약해진 몸인데도 계 속 하루에 다섯 명에서 스무 명의 손님을 받다가 병들자 유곽에서 쫓 겨난다. 몸이 완전히 망가진 두올로티는 고향으로 가는데 인도독립 3) 위의 책, 543쪽. 제1부 이라크 전쟁 55
기념일을 축하하느라고 학교 운동장에 그려 놓은 인도 지도 위에 몸 을 눕히고 마지막 남은 피를 모두 쏟아 낸 다음 그 위에서 죽는다. 4) 스피박이 말하는 인도 여인 두올로티와 (아부 그라이브 형무소 에서 성폭행당한) 이라크 여인이 거의 비슷한 고난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그들은 동일한 아랫것들(subaltern) 이 아닐까? * 출처=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31호(2004.5.14) 6. 어떤 민간기업의 지시에 따랐나? 2004년 5월 8일자 워싱턴 포스트 는 성고문 성학대 사건으로 고발된 미국 여자 병사(잉글랜드 일병: 여성 기술병)와 이메일로 인 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잉글랜드는 발가벗겨진 이라크 남성의 그것 을 향해 손가락질을 한 여군이다. 그녀는 정보장교의 지시에 따라 심문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학 대를 계속한 실태를 밝혔다. 그녀는 나체의 이라크 남성의 머리를 끈으로 동여매고 개 취급한 다른 여군과 함께 헌병대에 속해 있다. 잉글랜드는 워싱턴 포스트 에 보낸 이메일에서 헌병이 하는 일은 포로(수감자)들을 잠재우지 않고, 참혹한 꼴을 당하게 하는 것 4) 같은 책, 545~546쪽. 56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이었다. 고 지적하면서 육군 정보장교나 CIA 요원, 심문을 맡은 민 간기업 사원들로부터 지시가 있었다는 점 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서 육군 정보장교나 CIA 요원 등은 군 정보 계통의 인 물이어서 이채롭지 않으나 민간기업 사원들 이 등장하는 게 이상하 다. 그렇다면 성고문 성학대를 지시한 민간기업은 도대체 어떤 기 업을 말하나? 일상적으로 이라크의 전후복구 사업을 위해 미국 기업들이 진 출해 있는 것 으로 알고 있는데, 성학대 성고문을 상업적으로 하는 기업이라도 있단 말인가? 성학대 성고문 방법을 가르쳐 주는 회사 라도 있다는 말인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전쟁 청부 기업(PMC) 에 관한 아래의 글 을 참고하기 바란다: 미국은 확장되는 신제국( 新 帝 國 ) 의 범위를 지키며 군사적 우 위를 활용하고 일련의 위협적인 첨단무기 群 (an awesome array of new high-tech Weaponry) 을 개발하며, 이 무기군의 활용을 수십 개의 사설 군사기업(PMC: Private Military Company)의 전문가들에 게 대행시키고 있다. 이라크를 점령한 14만 명의 미군과 2만 2천 명의 영국군에 의한 단기간의 전투승리와 유전의 안전확보는, 민간 군사계약 기업활용의 성패를 시험하고 있다. 디지털 전쟁, 컴퓨터 네트워크 전쟁이라고 불 제1부 이라크 전쟁 57
리는 이번 전쟁에서 유전의 파괴가 거의 없었다(걸프전 당시에는 320곳의 유전에 불이 났다). 이라크 전쟁은, 컴퓨터 서비스, 유전 서 비스 등의 민간기업과 그 기업 전사( 戰 士 )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 체이니 부대통령, 부시 대통령, 파웰 국무장 관 등은 펜타곤과 관련이 깊은 기업의 사외 사내 중역, 때로는 최 고 경영자가 된다. 이들은 미국 주식회사의 경영 테크노크라트 (technocrat)의 입장에서 펜타곤을 경영한다. 비즈니스맨 출신의 럼스 펠드 국방장관은, 펜타곤의 CEO(경영 최고 책임자)로 일컬어지며, 미국 군장비의 첨단화 민간 첨단기업의 군사기술 흡수와 민간기업 의 활용을 정력적으로 하고 있다. 최첨단 디지털 네트워크 전쟁이 거론된 것은 1990년대부터이지 만, 1991년의 걸프전쟁 때는 병사 1백 명 중 한 사람이 민간기업 출 신 기업 전사였다. 그런데 이라크 전쟁에서는 10명 중 한 사람 이상 (13%)이 기업 출신 전사였다.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인 제압이 끝난 뒤에도 전투원이 잔류하고, 점령지의 치안 유지 부흥에 임하지 않 으면 안 되는 세계정세 아래에서 군복을 입을 필요가 없는 기업 전 사의 수비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유전의 보위 부흥, 신규 원유 수 송관 건설, 테러 예방이 이라크 전쟁의 구도이다. 이 구도 속에서 해 리버튼의 켈로그 브라운 & 루트(KBR), 벡텔 등의 독무대가 이루 어지고 있다. 민생기술에서 전용한 첨단무기 IT무기의 조작은, 민 간 엔지니어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IT 거품의 붕괴 과잉 서비스 공급 아래의 가격인하 경쟁으로 고전하는 정보통신 업 계에 있어서도 펜타곤은 지옥 속의 부처님 으로 비쳐질지 모른다. 58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펜타곤 사업의 2003 회계연도 수주액 중 록히드 마틴(219억 달러), 2위 보잉(173억 달러), 3위 노스롭 그라만(111억 달러), 4위 제네랄 다이나믹스(82억 달러), 5위 레이시온(79억 달러), 6위 유나 이티드 테크놀로지(45억 달러)까지는 예전과 마찬가지이고, 軍 産 복합체 기업의 과점화( 寡 占 化 )를 나타낸다. 현재 7위에 KBR(39억 달러)이 들어가고 8위의 GE(28억 달러)에 이어 9위가 사이언스 어 플리케이션즈 인터내셔널(26억 달러)이 올라 있다. 10위가 된 컴퓨 터 서비스(CSC: 25억 달러)는 지난해에는 21위였다. CSC는 펜타곤과 연결된 PMC로서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 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현지 군사 서비스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다인 코프(Dyn Corp)를 2002년 말에 10억 달러로 매수했다. 다인 코프는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경호를 담당하며 암살을 미연에 방지하는 능력으로 유명하다. 실리콘 밸리에서 태어난 통신 신흥기업인 L-3 컴뮤니케이션즈 (L-3 communications)는 1987년에 퇴역 고급군인 집단이 창립했으 며, 현재 세계 수십 개 나라에서 활동하는 고도 군사 컨설턴트, 훈련 교육 회사인 MPRI(Military Professional Resources Incorporated) 를 2000년에 3,500만 달러에 매수했다. 럼스펠드는 민간기업에 전투를 아웃소싱 해 줌으로써 원가를 낮 추는 노선을 새롭게 취하고 있다. 부시-럼스펠드 군사전략의 참모들 대부분은 기업가이기도 하다. 군사참모의 최상위직으로 네오콘 대표인 펄(전 국방성 정책고문)은, 통신회사 글로벌 크로싱 과 (국방 데이터를 서비스하는) 오토노미 社 의 제1부 이라크 전쟁 59
사외 중역이다. 퇴역 해군제독인 데이비드 E 제레미 씨는 Technology Strategy 社 의 사장이다. 이처럼 정부 펜타곤 수뇌부에 있는 사람들이 軍 産 복합체 확 장의 비즈니스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 전형적인 예가 체이니 부대 통령이다. 체이니는 국방장관 시절부터 육성한 해리버튼의 KBR에서 사설 군사기업(PMC: Private Military Company)의 대표자 노릇을 했다. KBR의 기업 전사( 戰 士 )들은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유지 보수해 왔으며, 사용방법을 미군에 가르쳤다. KBR은 이란, 아프가니스탄, 코소보, 보스니아, 아이티에서 미군을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에서 KBR의 존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재 이라크 점령 당국의 미국 담당관 1천 명과 수십만 명의 미군은 식량에서 잠자리 까지 모든 것을 KBR에 의존하고 있다. 미 공병대도 KBR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으며, 원유 및 원유 수송관의 유지 보수 전반을 KBR이 차지하고 있다(82억 달러의 계약). KBR의 최대의 사업은, 1999년 7월에 완성된 발칸 반도 최대의 군사기지 본스틸 의 건설이다. 이 기지는 발칸 반도를 횡단하여 카 스피해~흑해(불가리아의 불가스 항)에 이르는 원유 수송관의 가까 이에 있다. 해리버튼 본사가 있는 텍사스 주의 석유 전문가들은 체 이니를 군사-석유 복합체(the military petroleum complex)의 대 부 라 부르곤 한다. KBR은 최근 10년간 지구상의 극지, 정치적으로 위험한 지역에 서 싸우는 미군에게도 식량 무기 안식처를 제공하고, 미국의 세계 60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적인 反 테러 작전의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체이니 부통령은 백악관의 최고 실력자로서 KBR의 활동을 간접적으로 지원한다. 위의 글에서 보다시피 이라크 전쟁의 만능 민간기업인 KBR은, 체이니 부통령<이라크 전쟁을 원격조종하는 네오콘(Neo Con)의 수 장>이 적극 지원하는 기업이다. 그렇다면 KBR로 대변되는 사설 군 사기업(PMC)과 잉글랜드가 말하는 기업(성학대를 지시한 민간기 업) 은 다른가? 같은가? 이것이 문제로다. * 출처=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31호(2004.5.14) 7. 정신분석 으로 풀어 본 성학대 미군의 이라크 포로에 대한 성학대는 기본적으로 제국 미국 의 제3세계 민중(이라크 민중)에 대한 성적인 학대이다. 즉 성을 통한 제3세계 민중의 학대(성적인 착취)이다. 이라크는 미국에 의해 악의 축 국가로 지정되어 있으므로, 제국 미국 에 의한 악의 축 국가의 구성원(국민) 에 대한 성적인 착취라고 규정해도 좋을 듯하다. 성학 대 사건이 미군 당국에 의해 조직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하면 더욱 그렇다. 제국의 군대가 성학대의 조직적인 주체가 된 사건이어 서 충격이 더욱 크다는 뜻이다. 부시 대통령 등 미국의 권부는 이라 크 주둔 병사 중 망나니들이 벌인 잘못으로 축소하려고 하나, 이미 조직적이고 일상적으로 이라크인에 대한 성적인 학대가 전개되어 왔 음이 계속 폭로되고 있다. 제1부 이라크 전쟁 61
성학대 사건은 제국의 군대(이라크 주둔 미군)가 제3세계 민중(이 라크 민중)을 3류 인간이나 인간 이하로 취급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제국 미국의 제3세계관, 세계관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만든다. 부시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미국(제국 미국 )은 세계를 우리들 과 놈들(우리들에 비하면 형편없는 놈들) 로 구분하여 지배하고 있 다. 우리들 의 범주에 드는 세력은 미국, 친미 서방국가, 친미 국가 군(일본, 한국 등), 친미 제3세계 국가이며, 미국의 Power Elite<백 인의 앵글로 색슨 프로테스탄트(WASP), 유태인, 초국적 금융 독점 자본가, 군수 자본가 등> 가 이들 국가군을 총괄한다. 미국이 이끄는 이들 국가군( 國 家 群 )의 이데올로기는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군 사주의 의 합성체이다.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생략하고 자유주의+자 본주의의 합성체 가 군사주의( 軍 産 복합체) 와 만나면서 폭력지향 적으로 변하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자유주의+자본주의 의 폭력 성이 신자유주의로 나타나고 있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으며, 국가권 력(부시 정권)이 신자유주의의 폭력성을 수렴하는 권력 장치이다. 이 권력장치(부시 정권)가 군사력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신자유주의 폭력성의 군사화(군사주의화)가 과잉 표출된다. 결국 부시 정권은 자유주의+자본주의 의 폭력성과 군사주의( 軍 産 복합체가 군사 주의의 주동자임) 의 폭력성이 (제곱으로) 중첩되어 성립된 폭압 정 권 이다. 이 폭압 정권의 강권( 强 權 : power / Gestalt)이 성폭력으로 62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둔갑하는 것은 순간적인 일이며, 특히 미군 형무소와 같이 밀폐된 곳에서 성학대로 나타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이다. 그러면 앞에서 언급한 놈들 은 누굴 지칭하나? 일단 자유민주 주의+자본주의 를 신념체계로 갖지 않은 국가 집단 개인이다. 5) 여기에서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를 신념체계로 갖지 않은 국가 집단 개인 중에서 미국을 곱게 보지 않고 미국을 향해 삿대질하며 미국을 비난하는 세력들이 있다. 악의 축 국가들(이라크, 이란, 북 한, 시리아, 쿠바 등) 및 악의 축 국가와 연계된 원리주의 무장 세 력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악의 축 놈들 은 우리들 과 다른 신념체계를 갖고 있다. 중동의 악의 축 놈들은 이슬람 종교 체계를 신봉하며 (부시가 신봉 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와 맞대결하고 있다(이런 현상을 헌팅턴이 잘 못 보고 문명의 충돌 을 언급했다). 동아시아의 악의 축 놈 인 김 정일 국방위원장은 주체사상이라는 다른 신념체계를 통해 미국의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군사주의 에 대항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 중동의 악의 축 놈들(후세인 정권, 이란 정권, 시리 5) 때로는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를 신념체계로 갖고 있더라도 하대할 때가 있다. 부시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this man 이라고 부른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 나 노무현 대통령처럼 쉽게 길들여질 것 같으면 easy man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 리들 안에도 등급이 있으며 이 등급의 하위권에 속해 있는 한국은 these men / easy men 의 집합체이다. 제1부 이라크 전쟁 63
아 정권)과 동북아시아의 악의 축 놈(김정일 정권)을 동시에 죽이려 는 전략이 중동과 한반도라는 두 개의 전쟁터에서 동시에 승리하는 (win-win war) 전략 이다. 후세인 정권과 김정일 정권을 동시에 붕 괴시키려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9 11 사태라는 절호의 기회에 편승하여 구체화된 다. 9 11 사태 발생 직후 부시는 전 세계를 향해 우리들 편에 서 든지 놈들 의 편에 서든지 양자택일하라고 강요했다. 이렇게 강요하 는 억압구조 안에 이미 우리들 과 놈들 을 가르는 편집증적인 2분 법 이 깃들어 있다. 우리들 은 정의이고 놈들 은 악당이라는 정신병 적인 편집증이 내재해 있다는 말이다. 그 이후 9 11 사태를 계기로 발생한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 쟁 및 (이라크 전쟁 이후에 내정된) 북한과의 전쟁은, 정신병적인 편 집증의 소산이다. 이런 편집증을 정신분석적으로 분석하면, 미숙하고 원시적인 세계관에 젖은 미숙아의 정신구조가 드러난다. 9 11 사태 이후 세계를 2분법적으로 구별하여 놈들 을 타도하 려는 부시의 발언(이라크 전쟁이 십자군 전쟁의 재판이라는 발상)은, 미숙아들의 원시적인 방어기제( 防 禦 機 制 )가 상당히 강하게 남아 있 음을 증명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라크 전쟁은 정신 미숙아 부시 가 세계를 2 64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분법적으로 경영하면서 발생한 더러운 전쟁(dirty war) 이다. 이라크 포로에 대한 성고문 성학대 사건 역시 미숙아 부시의 아류들 (epigonen)이 벌인 더러운 성학대극 이다. 이 더러운 성학대극 은 우리들 과 놈들 을 구분지어 놈들 은 성학대 성고문해도 좋다는 발상에서 나온 작태이다. 성스러운 우 리들 은 악의 축 놈들 을 성학대 성고문할 권리 의무가 있다는 정신도착증의 결과물이다.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군사주의 의 성 도착 증세를 반영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제국의 타 락이 성적인 도착을 통해 드러난 게 심각하다는 이야기이다. 나(우리 미국) 만 우등생이고 남(특히 악의 축) 은 열등생이라 는 미숙아의 정신구조가 성학대 성고문 사건의 뿌리에 있다. 타자 ( 他 者 ) 타 문화(이슬람 문화 등)와의 평화 공존 상생( 相 生 )을 꿈조 차 꿀 수 없는 부시 정권이 존재하는 한, 제국의 성도착 현상인 성 고문 성학대 는 그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평화를 애호하는 인류 는, 부시 정권을 정신병동에 보낸 뒤(국제형사 재판소에 전범으로 제소할 수 없으므로 정신병동에 보낼 수밖에 없다) 미숙아의 정신병 (미군의 성도착증)을 치유하기 위해 격리수용해야 한다. * 출처= 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32호(2004.5.18) 제1부 이라크 전쟁 65
김선일 증후군 과 평화 불감증 이라크 전쟁 1) 의 무고한 희생자가 된 故 김선일 씨의 명복을 빈 다. 명부( 冥 府 )에 전쟁이 없다면 그곳에서 장수하기 바란다. 김선일( 金 鮮 一 : 1970년 9월 13일~2004년 6월 22일) 씨는 이라 크 주둔 미군과 거래하는 업체인 주식회사 가나무역 소속으로 이라 크에서 근무하는 통역사였다. 그는 아랍어를 전공하여 2003년 2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중동의 선교사가 되 기를 원하였고 가나무역에 취직하여 2003년 6월 15일에 이라크로 갔다. 가나무역이 기독교 선교를 지원했다는 설이 있다. 2004년 5월 30일 바그다드 시에서 서쪽으로 50km 떨어진 팔루자 시에서 알 자 르카위가 이끄는 이슬람 무장단체인 자마트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 (아랍어로 유일신과 성전 이라는 뜻)의 인질로 납치되었다. 이 단체 는 파병국인 대한민국 정부에게 이라크 추가 파병 중단 및 한국군을 1) 필자가 보기에, 현재 이라크에서 2차 이라크 전쟁 이 전개되고 있다. 1차 이라크 전 쟁 은 지난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킨 전쟁을 말한다. 2차 이라크 전쟁 은, 현재 제국 미국에 저항하는 무슬림 무장 근본주의 세력과 점령군(미국+영국+일본+한국 등의 연합군)과의 전쟁을 말한다. 김선일 씨 피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2차 이라크 전쟁 이지만, 1차 이라크 전쟁 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두 개의 전쟁을 종합하는 의미에서 이라크 전쟁 이라고 표현했다. 1차 이라크 전쟁 과 2차 이라크 전쟁 을 특 별히 구분할 필요가 있을 때는 2차 이라크 전쟁 을 명기할 것이다. 66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즉각 철수시키라고 요구하였고, 정부가 이를 거부하자 6월 22일에 그를 참살하였다. 이렇게 무고한 참살을 당한 김선일 씨에게 바치는 조사( 弔 辭 )를 써야 마땅하지만, 그에 앞서 평화의 시각 으로 곱씹어 볼 사안이 상 당히 많다. 1. 김선일 증후군 김 씨가 납치되었다는 뉴스를 들은 한국민은 가슴을 졸이며 생 환을 바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참수 소식이 들리자 날벼락을 맞은 듯 경악했고, 곧 이어 살인자 집단에 대한 증오 보복심리가 발동되 는 등 시민사회 전체가 참수 증후군(syndrome) 에 사로잡혀 있다. 필자는 이 글에서 김 씨 피살 이후의 사회 현상을 김선일 증후군 으로 요약하고, 이 증후군에 대한 한국 사회의 대응이 평화 불감증 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을 비판하고자 한다. 김선일 증후군과 연관된 한 국인(특히 냉전 수구 세력)의 평화 불감증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2) 먼저 김선일 증후군을 열거한다. 2) 진보 세력은 평화 불감증에서 벗어나 있으나, 파병 반대에만 머물러 있을 뿐 김선일 씨 피살의 본질적인 원인규명과 대안 찾기에 큰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않다. 제1부 이라크 전쟁 67
1) 김선일 씨 참수와 관련된 trauma(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 trauma를 일으키는 정황은 다음과 같다: 1 이라크 저항 세력에 붙잡혀 심문을 받는 김선일 씨가 살려 달라. 나는 죽고 싶지 않다. 고 부르짖는 목소리. 이 목소리를 들은 한국의 시민들이 무언가 김선일 씨를 구출하기 위해 손 을 쓰고 싶은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자책감 어린 슬픔. 2 참수된 김선일 씨의 목. 3 김선일 씨가 입은 오렌지색 옷. 이 옷은 아부 그라이브 미 군 형무소에서 학대당한 이라크 인들이 입은 옷과 색깔이 똑같다. 김선일 씨의 살해자들은 이 옷을 김 씨에게 입힘으 로써 복수의 상징화를 시도했다. 4 스트레스 받게 하는 한국 정부의 대응. 김선일 씨 납치 사 실을 정부 당국이 미리 알았을 법한데 파병강행 발표를 한 괘씸죄. 5 미국에 줄 것 다 주면서 찬밥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정부. 미국이 파병하라면 끽 소리 못 하고 맹종하면서도, 김 선일 씨 피살 관련 정보를 미국으로부터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여 대책을 세울 수 없었던 한국 정부. 한국 정부의 협상 력 외교력 부족을 생각하면 열 받는다. 6 파병 반대=국론 분열=테러에 굴복 이라는 등식이 주는 스 트레스. 68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7 애꿎은 국내의 이슬람 사원을 향해 분풀이하는 못난 백성 들 의 신경질. 8 일부 네티즌들의 집단 공격성. 국방부 홈페이지 등에 극우 보수적인 글을 올려야 겨우 대리만족하는 군사주의의 노예 들. 주적 만들기에 너무나 익숙한 한국인들이 이라크의 저 항 세력을 새로운 주적으로 만들려는 심리적 기제. 주적이 없으면 불안한 한국사회. 너무나 쉽게 상대방을 적으로 만 드는 국민 심성. 이라크 저항 세력의 행위를 전체 이슬람권 사람들의 적대행위로 간주하고 반( 反 )이슬람 파쇼 의 칼날 을 가는 대중심리. 초전박살 내듯 이라크에 특전사를 풀어 섬멸하자는 실미도 발상. 2) 테러 공포증 한국이 테러의 무풍지대가 아니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에서 테러 라는 날벼락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막연한 테러 공포증(정부 당국은 이 테러 공포증에 편승하여 테러 방지법을 입법하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이라크의 저항 세력은 한국을 테러 공격의 취약한 고리로 여기고 있다. 이라크 주둔 한국군을 비롯한 수많은 한국민이 김선일 씨처럼 처참하게 당할지 모른다. 내가 재수 없이 테러에 걸려들지 모른다는 불안감. 제1부 이라크 전쟁 69
3) 동영상 위의 테러 공포증과 참수에 대한 호기심이 묘하게 배합되어 참 수 동영상을 보고 싶게 만드는 심리적인 자극. 4) 응징 보복 욕구 피의 보복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단순한 분풀이를 벗어나 보 복성 파병을 하여 람보 처럼 이라크 저항 세력을 소탕해야 한다는 보복 욕구. 앞에서 열거한 증후군은 한국 사회에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민으로 하여금 전쟁의 기억, 학살의 기억, 보 복의 기억, 증오의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북한을 상대로 형성되어 온 원수 상( 像 ) 이 이라크의 저항 세력 위에 그려지고 있 다. 그러므로 이런 증후군을 평화의 담론을 통해 치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서 평화의 담론을 통한 치유 를 가로막는 것은, 김선 일 씨 사건을 에워싼 해석의 남남갈등 이다. 분단 상황에서 켜켜이 쌓인 남남 갈등이, 김선일 씨 사건과 연관된 파병 논란을 통해 도지 고 있다. 김 씨 피살 사태의 해석을 둘러싼 남남 갈등은, 전쟁지향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쪽과 평화지향적으로 대응하려는 쪽으로 나뉘는 지점 70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자가 응징 보복 파병론으로, 후자가 파 병 반대(전면적인 파병 철회)론으로 나타나면서 양자 간의 팽팽한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이 긴장은 남북문제를 에워싼 오랜 남남 갈 등의 재판이다. 한편 김 씨 피살 사건이 국제적인 관심사가 된 측면에서 보면, 지금까지 한반도에 국한되어 온 남남 갈등이 세계화(?)되고 있다고 나 할까? 이라크 전쟁 자체가 미국 주도의 전쟁이 세계화된 것(제 국의 무장력의 세계적 진출로서의 이라크 전쟁) 이어서 그런지, 이라 크 전쟁 중에 터진 김선일 사건 속에도 세계화 담론이 내재해 있다. 이 담론 중의 하나로 김선일 씨 피살에 관한 국제적인 논란이 벌어 지고 있으므로, 김 씨 피살과 관련된 남남 갈등 역시 자연스럽게 세 계화되어 전 세계의 매스컴에 한동안 오르내렸다. 이 남남 갈등의 오른쪽에 있는 냉전 수구 세력의 평화 불감증이 심각하다. 이들은 분단체제의 사생아로서 평화의 감수성이 부족한 대신 전쟁의 감수성에 뛰어나다. 이들의 우익적인 세계관이 보복성 파병(참전)으로 연결되는 등 평화 불감증이 우심함을 드러내고 있다. 2. 피살의 의미 김선일 씨를 직접 살인한 자는 이라크의 저항 세력, 즉 자마트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 이다. 그러나 간접적인 살인자로 노무현 정 제1부 이라크 전쟁 71
권과 부시 정권을 상정할 수 있다. 이 간접적인 살인자에 의한 죽음 의 의미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정치사( 政 治 死 ) 한미 두 정부는 김선일 씨를 정치적으로 죽였다. 김 씨는 이라크 전쟁의 무고한 희생자이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도입하지 않더 라도 현대 전쟁은 정치의 연장선상에 있다. 따라서 김 씨의 죽음은, 전쟁이라는 이름을 빌린 정치에 의한 사망, 즉 정치사( 政 治 死 : politicide)이다. 이런 측면에서 김 씨가 세 번 죽임을 당했다고 말할 수 있다. 저항 세력에 의해 첫 번째로 죽임을 당한 김 씨의 시신 위 에, 미국의 군가권력과 한국의 국가권력이 차례로 정치사( 政 治 死 )의 낙인을 찍었다. 2) 한국 미국의 국가권력에 의한 사망 정치사( 政 治 死 )의 주범은 한국과 미국의 국가권력이다. 이라크 전쟁 자체가 미국의 국가권력에 의한 전쟁이고, 한국이 이 전쟁 구 도에 파병의 이름으로 참전하고 있다. 그러므로 김선일 씨의 간접적 인 살인자는 한국과 미국의 국가권력이다. 72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3) 동맹에 의한 사망 이라크 전쟁은 미국 영국의 앵글로 색슨 동맹이 주도했으며, 이 전쟁에 한-미-일 군사 공동체가 참여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에 일본의 자위대와 한국군이 파병되어 있는 구조는, 한-미-일 군사 공동체의 군대가 의지 연합 을 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라크의 전쟁구조는 유럽형 동맹(미국+영국의 앵글로 색슨 동 맹)과 아시아형 동맹(한-미-일 군사공동체)의 연합구조이다. 이 동 맹의 연합구조에 저항하는 이라크의 무장 세력이 김 씨를 참수했다. 그러므로 이 동맹의 연합구조가 김 씨의 간접적인 사망 원인을 제공 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김선일 씨의 목숨이 백척간두에 서 있던 바로 그 위기의 순간에 파병 방침 불변 이라고 미국의 요구에 충실하게 화 답을 했다. 테러범들은 이 메시지를 듣고 김선일 씨를 살해했다. 김 선일 씨의 살해 소식이 알려진 이후에도 부시는 재차 한국 정부가 파병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고 못을 박았다. 곧, 한국 정부는 부시 의 부도덕한 전쟁을 지지하기 위해 김선일 씨를 버렸다. 이 시점에 서 한국이 오직 부시를 도와주기 위해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추가 로 보내려 한다는 사실, 그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한국 인의 목숨을 포기하더라도 미국의 으름장에 화답해야 했다는 사실이 문제의 근원이다. 동맹 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지난 50년 동안 그 제1부 이라크 전쟁 73
만큼 많은 한국인이 죽고 다쳤으면 되었지 얼마나 더 죽어야 하나? 3) 4) 전쟁 체제에 의한 사망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주도하는 최첨단 전쟁과 이에 원시적으로 맞서는 이라크 저항 세력의 대결구도이다. 이라크 저항 세력은 무장 세력의 근육을 총동원하는 노동집약적이고 신체 접촉형 전쟁을 수행 중인 데 비하여, 미국은 기술집약적이고 신체 접촉을 꺼리는 원격형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이 전쟁의 승부는 쉽게 판가름 나기 어 렵다. 양측이 서로 승리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가운데 신체 접촉형의 이라크 저항 세력이 납치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을 것이 다. 이라크 저항 세력은 납치 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유보한 채, 점령군에 대한 전술 로서 납치-참수극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서 생 명을 초개같이 여긴 이라크 저항 세력의 도덕 불감증을 간파할 수 있다. 어쨌든, 김 씨는 미국과 이라크 저항 세력의 첨예한 전쟁체계의 한가운데에서 홀로 서 있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참변을 당한 김 씨의 신체를, 양측 전략의 상충 속에서 독파하는 게 중요하다. 김 씨는 미군을 도와주는 군납업체인 가나무역 의 근로자였으므 3) 김동춘 한-미 동맹 위해 김선일을 버렸다, 한겨레 신문(2004.6.26). 74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로, 이라크 저항 세력이 보기에 미군의 동조자이다. 따라서 납치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김 씨는 이라크의 최전선에서 노동력을 제공한 전쟁 노동자 4) 이므로, 노동집약적인 전투를 벌이는 이라크 저항 세력 의 밥 이 된 것이다. 이 구조를 모른 채 김 씨가 참수당한 동영상만 보고 흥분하면 안 된다. 김 씨의 신체가 미군 측에 서 있었기 때문 에 납치의 대상이 된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물론 김 씨는 돈벌 이하러 간 일반 노동자의 성격도 지닌다. 예전에 중동으로 돈벌이 간 노동자와 달리 전쟁터에서 돈을 벌려고 했고, 돈 버는 행위가 미 국 측과 연관이 있었기 때문에(이라크 저항 세력은 김 씨의 행위를 친미행동으로 보았을 것이다) 납치의 명단에 올랐다(김 씨가 이라크 주둔 미군 부대에 납품하고 돌아오던 길에 납치된 경위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음). 어찌 되었든 돈벌이에 나선 가난한 전쟁 노동자 김선일 씨가 거 대한 전쟁체계의 희생양이 되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일 반 산업장에서 근무하는 일반 노동자의 죽음보다 더욱 처절한 구조 적인 사망 으로 보아야 한다. 4) 가나 무역은 미국 관변의 민간 전사 戰 士 기업(PMC: Private Military Company) 인 AAFES와 계약을 맺은 회사이다. 김 씨가 가나 무역의 근로자이므로 김 씨는 민간 전 사 기업 계통의 전쟁 노동자로 분류된다. 제1부 이라크 전쟁 75
5) 부국 강병론의 희생자 미국 제국의 부국강병론(중동의 원유 패권을 장악함으로써 미국 의 국익 증진)에 입각한 이라크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김 씨가 피 살된 것이므로, 김 씨는 전쟁을 통한 미국형 부국강병론 의 희생자 이다. 그리고 김 씨의 피살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강행하려는 한국 정부 역시 파병을 통한 국익을 주장하므로, 김 씨는 파병을 통한 한국형 부국강병론 의 희생자이다. 6) 제국에 의한 사망 이라크 전쟁은 제국 미국의 Pax Americana(미국의 힘에 의한 세계 평정) 형 전쟁이다. 그러므로 김 씨의 죽음은. 제국 미국 에 의 한 간접적인 사망이다. 7) 전쟁 자본에 의한 사망 가나무역의 원청업체로 알려진 AAFES(The Army and Air Force Exchange Service: 미국 육 공군 복지기관)는 신종 죽음의 상인 으로 등장하고 있는 민간 전사( 戰 士 ) 기업(PMC)의 일종이다. 이 회 사의 이사회는 미군 현역장성 정부고위직 인사로 구성돼 있으며, 직원 중 1,000명이 현역장병이다. AAFES의 이사회 의장은 미군 중 장인 찰스 S. 메헌 Jr.이며 다른 현역 장성 외에도 미 육군성 존 맥 76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클로린 부차관보, 미 공군성 켈리 F. 크레이븐 부차관보 등이 포함 돼 있다. 또 AAFES 소속 직원 47,323명 가운데 1,000명 가까운 1.9%는 현역 미군 장병이다. AAFES는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미군 서비스 업체 로서 흔히 말하는 군수업체이다. 생각건대 AAFES는 미국 군 산 복합체( 軍 産 複 合 體 : military industrial complex)의 한 지류를 형성하는 PMC계 열의 관변회사로서 군수자본의 담지자이다. AAFES는 이라크를 종 횡무진하는 미국계 전쟁 자본의 한 지파이고, 이 지파의 지파인 가 나무역에 김 씨가 고용되었으므로, 김 씨는 전쟁 자본의 희생자이다. 최근에 등장한 PMC는 전쟁자본가이고 김 씨는 전쟁 노동자이 므로, 형식상 전쟁을 에워싼 노사관계가 형성되지만 전쟁터에서 죽 고 사는 문제를 놓고 계약하므로 생명을 담보로 한 노사관계라고 보 아야 마땅하다. 다만 일반 노동자처럼 생산현장에서 일하지 않으므 로, 전쟁 노동자로서 충분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 이 점에서 전쟁 노 동자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면서 김 씨의 사망에 대한 관점을 정립 해야 할 것이다. 즉 전쟁 자본의 희생자인 김 씨를 자본과 노동의 관계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5) 5) AAFES를 전형적인 PMC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면 전형적인 PMC에 고용 되어 이라크 현지에서 활동하다가 저항 세력에 납치 참수된 전쟁 노동자의 문제를 생 각하게 하는 다음의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2004년 6월 15일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 조직에 의해 납치된 사실이 인터넷에 공개 됐던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의 직원 폴 마셜 존슨(49)은 6월 18일 참수당했다. 또 제1부 이라크 전쟁 77
8) 반미전사가 반미의식 소유자(?)를 죽인 사건 김선일 씨는 전쟁 노동자이면서도, 반전 반미 평화 의식이 뚜 렷했다. 6) 아마 이라크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의 반전 반미 6월 11일에는 이라크 건설노동자 2명과 함께 납치됐던 레바논인 후세엔 올라이얀도 목 잘린 주검으로 발견됐다. 6월 11일에는 인터넷 사이트에 미국인 닉 버그(26)가 참 수당하는 장면이 공개돼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이탈리아 무장 경 비업체 직원 파브리치오 쿼트로치가 다른 동료 3명과 함께 녹색여단 이라고 자칭하는 이라크 저항 세력에 의해 납치 살해됐다. 미국 기업 핼리버튼의 직원 티머시 벨과 윌 리엄 브래들리는 실종된 뒤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수 리공사에 참여했던 이라크 출신 캐나다인 리파트 모하메다 리파트(41), 요르단 사업가 와엘 맘두도 지난 4월 납치됐으며, 건설 용역 업체직원 터키인 2명은 지난 5월 10일 바그다드 서쪽 팔루자 인근에서 납치된 뒤 행방이 묘연하다. 앞에서 열거된 PMC 중 해리버튼은 미국의 이라크 전후 복구 사업 수주 제1위의 업체 이고 네오콘(Neo Con: 신보수주의자)의 수장인 체이니 부통령의 영향 아래에 있는 군 수업체이다. 해리버튼은 신자유주의 노선을 추종하는 초국적 기업이다. 해리버튼이 PMC로서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것은 신자유주의의 군사화에 해당되며, 이 기업의 종 사자 역시 봉급쟁이이지만 신자유주의 군사화를 이라크에서 펼쳤고, 이게 빌미가 되어 이라크 저항 세력의 납치대상이 되었다. 그러면 PMC 노동자의 전쟁을 위한 노동의 대가(전쟁의 확대재생산을 위한 사용가치 산출: 이 사용가치는 생명을 파괴하는 가치 이다)와 관련된 노사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하나? 전쟁터에서 생명을 파괴하기 위해 애쓴 노동자의 대가에 대한 사회적인 보상에 대한 관점은 어떻게 정립되는 게 바람직 한가? 6) <에이피 통신>의 영상 취재를 담당하는 <에이피 텔레비전뉴스(APTN)>는 2004년 6월 24일 김선일 씨가 지난달 말 납치된 직후 납치범들로부터 심문을 받는 4분 분량의 비 디오를 방영했다. 이 화면에서 김 씨는 흰색 원 안에 보디 글로브(Body glove)라고 영 어로 쓰인 어두운 남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으며, 짧은 머리에 면도를 한 깔끔한 모습 이었다. 김 씨는 약간 긴장한 듯 보였지만 손으로 제스처를 해 보이기도 하며 차분하 고 분명하게 답변했다. 화면에 드러나지 않은 한 명의 남자 질문자는 영어로 김 씨에 게 질문했다. 다음은 <에이피티엔>에 공개된 납치범과 김선일 씨의 대화 전문이다: -이름은? =김선일이다. -생년월일은? 78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평화 의식이 싹 텄을 것이다. 그런데 반미 반전 의식이 투철한 이라크의 저항 세력이, (반전 반미 평화 의식을 지닌) 김 씨를 참수한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 가? 이는 김 씨 피살의 열쇠를 푸는 암호이다. 김 씨를 일단 미국 =9월 13일, 1970년 9월 13일이다. -국적은? =한국, 남한이다. -직업은? =한국에서 수학을 가르쳤다. =이라크에는 언제 왔나? =바그다드에 말인가? 5일 후면 6개월이 된다. 나는 이라크를 돕고 싶어서 왔다. 또 아랍어도 더 배우고 싶었다. 나에게 남자형제는 없고 결혼한 3명의 누이가 있다. 나만 결혼하지 않았다. 조지 부시에 대해 말하고 싶다. 조지 부시가 진짜 테러리스트다. 내 가 한국에 있을 때 텔레비전으로 이라크와 미국의 전쟁을 봤다. 나는 부시가 이라크를 공격한 것은 석유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조지 부시와 미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흘 전 팔루자의 미군 캠프에 갔을 때 미군들은 가끔씩 총을 들이대며 이봐, 여기 왜 왔냐. 직업이 뭐냐? 고 물었다. (벽에 기대서 몸수색을 당하는 흉내를 내면서) 온몸 을 뒤지며 몸수색도 했다. 당신이 의심스럽다. 고도 했다. 미국 캠프에 물건을 배달하 긴 했지만 나는 미국 군인들과 부시를 싫어한다. 이것은 옳지 않다. 미군들은 팔루자와 이라크 전체에서 선량한 이라크인들을 죽이고 있다. 나는 이라크인들을 좋아한다. 이라 크인들은 매우 친절하다. 바그다드 거리에서 돈을 달라. 며 구걸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보았다. 나는 그들에게 돈을 주기도 했다. 김 씨의 위의 발언 중 다음의 내용이 그의 반전 반미 평화의식을 대변한다: 조지 부시에 대해 말하고 싶다. 조지 부시가 진짜 테러리스트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 텔레비전으로 이라크와 미국의 전쟁을 봤다. 나는 부시가 이라크를 공격한 것은 석유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조지 부시와 미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흘 전 팔루자의 미군 캠프에 갔을 때 미군들은 가끔씩 총을 들이대며 이봐, 여기 왜 왔냐. 직업이 뭐 냐? 고 물었다. (벽에 기대서 몸수색을 당하는 흉내를 내면서) 온몸을 뒤지며 몸수색도 했다. 당신이 의심스럽다. 고도 했다. 미국 캠프에 물건을 배달하긴 했지만 나는 미국 군인들과 부시를 싫어한다. 이것은 옳지 않다. 미군들은 팔루자와 이라크 전체에서 선 량한 이라크인들을 죽이고 있다. 제1부 이라크 전쟁 79
측 끄나풀로 여겨(김 씨가 미군에 납품하는 PMC계통 회사의 종업 원이었기 때문에) 납치한 이라크 저항 세력이 심문을 해 보니까, 자 기들과 상반되지 않는 의식(미국관)을 지니고 있음을 파악하고 약간 의 안도를 했을 것이다. <에이피 텔레비전뉴스(APTN)>가 제공한 비디오 영상물을 보면, 김 씨가 저항 세력 앞에서 거리낌 없이 전쟁광 부시를 비판하는 한 편 김 씨의 발언을 저항 세력이 느긋하게(?) 듣는 장면이 나온다. 특 히 마지막 대목에서 김 씨가 팔루자에 갔을 때, 자신을 가혹하게 검 문한 미군을 비난하는 몸짓을 보여 주는 분위기는 참수와는 거리가 멀다. 추측컨대 저항 세력 내부에서 의식이 괜찮은 놈이니 경우에 따 라 풀어 주자. 는 의견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다가 한국 정부의 파 병강행 소식을 듣자마자 김 씨를 참수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정 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이라크의 반미세력(저항 세력)이 김 씨와 같 은 반미의식 소유자를 참수한 사건을 납득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 서 김 씨의 간접적인 살해자는 노무현 정권이다. 80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3. 피살의 구도 1) 무장화한 근본주의 충돌 이라크 전쟁은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구도에 따라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전쟁의 맹주인 부시 정권이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에 심 취하여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에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다. 이라크 전쟁은, 부시 정권의 원군인 기독교 근본주의가 전개한 야훼 전쟁 이다. 구약성서의 야훼 전쟁론 에 따라 사탄(Satan)=악 의 축(Axis of Evil) 인 후세인 정권을 타도하는 성전(제2의 십자군 전쟁)을 벌인 것이다. 그런데 이라크의 저항 세력 역시 이슬람교의 성전(Jihad) 차원에서 점령군과 대결하고 있다. 이렇듯 양쪽의 무장 화한 근본주의(militarized fundamentalism) 사이에서 발생한 전쟁이 이라크 전쟁이다. 김 씨 피살은 이러한 무장화한 근본주의 간의 전쟁 에 기인한다. 미국 측의 무장화한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부시 정권)의 선제공격 7) 에 대한 무슬림 근본주의의 대응 폭력이 테러로 나타났으며, 극단적 인 테러의 한 종류인 참수가 김 씨를 상대로 이루어졌다. 7) 선제공격에는, 이라크의 무슬림을 기독교로 개종하려는 종교적인 선제공격이 포함된다. 기독교 신자인 김 씨도 이라크 현지에서 선교활동을 한 듯하다. 그러나 이라크의 무슬 림들을 기독교로 개종할 의지가 있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없다. 가나 무역에 취직한 인연이 그의 종교 활동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듯하다. 제1부 이라크 전쟁 81
2) 한국의 제3자 개입 이라크 전쟁은 본래 미국 제국과 이라크 민중의 대결양상을 띠 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이 싸움에 끼어들 여지가 없으며, 간섭할 자 격도 명분도 없다. 그런데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원죄 때문에 이라크 내전에 개입하고 있다. 파병의 이름으로. 이는 명백히 이라크 내전에 대한 제3자 개입이다. 노동 현장에 서 제3자 개입을 잘못하면 감옥에 간다. 노동 현장보다 더욱 엄혹한 국제 정치의 현장에서 제3자 개입을 함부로 하면 엄혹한 벌( 罰 )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예로부터 마름이 지주보다 더 날뛴다. 는 말이 있다. 이를 이라 크 전쟁에 적용해 보면 이라크 전쟁의 지주(맹주)는 미국이고, 파병 한 한국은 마름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용병인 한국군이 미군보다 더 날뛰며 베트콩을 학살했다. 베트남에서처럼 마름(이라크 파병 한국 군)이 지주(이라크 주둔 미군)보다 더 날뛰지 말라는 법이 있나? 이 처럼 날뛸 경우 한국군과 한국군의 총수인 대통령이 전범재판에 회 부되어야 마땅한 게 아닌가? 김 씨 피살 사건은, 이라크 내전에 3자 개입한 한국의 대통령 한국군 지도부가 전범재판에 회부될지 모른다는 경고음을 내고 있 다. 청와대는 이 경고음을 잘 들어야 할 것이다. 82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
3) 反 이슬람, 反 노무현, 反 부시, 反 美 파병을 통해 이라크 정세에 제3자 개입하는 죄를 저지르고 있는 한국 사회의 4 反 현상 에 대해 언급한다. 김 씨 피살에 대한 냉전 수구 세력의 반응은 응징과 보복이다. 이 응징 보복의 화살이 국내외의 이슬람 세력을 향하고 있다. 이들 은, 진보 세력의 파병강행 노무현 정권-미국 복합체를 향해 분노 의 화살을 날려라. 는 권유를 외면한 채, 이라크 저항 세력과 전혀 무관한 국내 이슬람교도들에게 분풀이하고 있다. 국내의 이슬람 사 원에 대한 살벌한 위협( 죽여 버리겠다. 는 등)이 이를 반증한다. 냉전 수구 세력은 단호한 대응 을 강조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하 여 오랜만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노무현과 일시적 제휴). 이들이 평 소에 반북(북한 반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반북-반이슬람-친노무현의 구도가 형성된다(노무현과 일시적으로 제휴한 이들 냉전 수구 세력은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의 표밭이다). 이에 반하여 진보 세력은 김 씨 피살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파병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파병반대 운동을 벌인 결과, 파병 을 강행하려는 노무현 정권과 대결하고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정권의 지지파였다. 이렇게 노무현 표밭의 일부가 파병을 반대하고, 노무현 반대파였던 냉전 수구 세력이 노무현을 지 제1부 이라크 전쟁 83
지하는 기현상이 이 나라 정치를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다. 파병 반대 세력 중 민중 진영(민주노총, 통일연대 등)은 김 씨 피살의 배후에 미국 제국주의와 부시가 있다며 반부시 반미의 목청 을 높이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 김 씨 피살을 에워싼 이와 같은 4 反 구도 가 파병 정국과 부딪 치면서 어수선한 제휴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4. 국가안보 對 생명안보 1) 개인의 목숨을 살리는 인간안보 김선일 씨 참수 뒤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익을 위해 파병을 강행하겠다. 는 국가안보 선언이었다. 이라크에 서의 평화재건을 위해 파병하는 것이 국가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내 용이었다. 이러한 국가안보 개념에 입각한 파병강행에 반대하는 시민사회 단체들은 국가안보보다 개인의 목숨을 살리는 인간안보(human security)가 더 중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이들 단체들은 국가안보라는 미명 아래 인간안보가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이번 김 선일 씨 피살사건을 통해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고 주장했다. 84 이라크 전쟁과 반전평화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