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과 법적 주체 생산 : 포스트-식민법 이론에 서서 65강 민 구 * 연구 목적과 글의 구성 연구 목적 글의 구성 왜 포스트 식민법인가 서브알턴 주체 생산 기제로서의 법 서브알턴 주체 생산에 대한 구성적 시각 법적 차원의 상징적 주체 생산 포스트 식민법 제 세계 현실과 법의 접점 찾기 법적 주체 생산 비교법적 검토 분석대상 일본군위안부 관련 법령들 법적 주체 생산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 특별법과 비교 포스트 식민법 이론에 선 문제제기적 비 평 법적 주체로서 비본질주의적 목소리 담아내기 정리 및 전망 국문초록 이 논문의 목적은 일본군위안부라는 법적 주체 가 생산되는 단면을 포스트-식민법 이론에 서서 조명하는 것이다. 법적 차원은 서브알턴의 주체 구성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환원되지 않는 고유의 상징적이며 실제적인 고유의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트-식민법 이론은 포스트-식민주 의와 대비하여, 식민 전과 후의 시간적 축에 따른 변동을 법 의 창에서 고찰하게 해 준다. 이는 한편으로는 사회적 차원을 반영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차원을 규정하는 것이다. 근대 국민 국가 성립 과정의 4 3, 근대 국민 국가 성립 후의 5 18 관련 특별법과의 비교를 통해, 그리고 다른 일제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관련 법령들과의 비교를 통해,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이 생산하는 법적 주체는 포스트-식민법 이론의 제3세계적 맥락을 강조해야 할 필요성을 강 력히 제기하였다. 왜 다른 일제 관련 문제들에 비해 법적 규정 이 대한민국의 책임을 배제한 일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2 기. E-mail: agapekmk98@naver.com
106 통권 제12 호 (2012) 제에 의하여 라는 외부적인 포스트- 식민화의 문제점을 노정하는지, 그리고 4 3이나 5 18과 비교 할 때 근대 국민 국가 성립 전의 조선과 대한민국을 포괄하여 일본군위안부가 어떻게 법적 언어로 구성되고 있는지는 국가주의, 민족주의, 젠더와 같은 다층적 범주를 동원해야 하는 역동적 과정이 라는 점에서 Sally Engle Merry의 법률 다원주의적 분석이나 Nicola Lacey의 법적 언어와 주체 생산이라는 보편적 설명틀과 다른 역사적 특수성과 맥락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이 논문은 제3세계적 맥락성을 강조한 포스트-식민법 이론에 서서 서브알턴의 법적 주체 구성 탐구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 논문이 서브알턴 주체성 연구에서 법적 차원이 제3세계와의 접점 에서 어떻게 탐구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모색의 하나가 될 것을 희망해 본다. * 주제어 : 일본군위안부, 법적 주체, 포스트- 식민법, 포스트- 식민주의, 구성주의, 제3세계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과 법적 주체 생산 107. 연구 목적과 글의 구성 1. 연구 목적 이 논문은 서브알턴(sub-altern) 과 법 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실정법을 분석하여 서브 알턴 주체 생산의 한 단면을 보이고자 한다. 서브알턴이 말할 수 있는가? 라는 고전적 문제의식을 이 논문의 시도에 결부시켜 본다면, 서브알턴이 말할 수 없게 된 또는 말하더 라도 들리지 못하게 된 이유를 서브알턴의 주체 생산 기제에 작동하는 차원 중 하나인 법적 차원에서 찾아보려는 것이다. 이 논문은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이라는 실정법 분 석을 포함하고 있지만, 실증주의보다는 법의 역할에 대한 포스트-식민법 이론에 기반한 문제제기적 논평을 주목적으로 한다. 2. 글의 구성 이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논문의 이론적 프리즘인 서브알턴 주체 생산에 대한 포스트- 식민법 이론을 세 차원으로 나누어 정리한다.( ). 첫째, 서브알턴 주체 생산 을 구성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점이 무엇인가(.1.), 둘째, 서브알턴의 주체 구성 과정 에서 법적 차원이 왜 중요한가(.2.), 셋째, 법적 차원의 중요성이 인정된다면, 포스트-식 민법 논의는 어떤 지점에서 법적 차원을 새롭게 포착해내는가(.3.) 이다. 이어서,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이라는 실정법에 대해 분석( ) 한 후, 포스트-식민법 이론에 선 문제제기적 논평( ) 을 시도한다.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에 대한 분석은 제3 세계라는 특수한 맥락의 영향을 받은 서브알턴 주체 생산의 한 사례로서, 일본군위안부 가 국내에서 어떤 주체로 생산되는지 포스트- 식민적 문제 상황을 날 세워 보여준다. 여기 ( beyond 로서의 서 포스트( next 로서의 post )-식민적 문제 상황이란 식민주의의 해방 후에도 탈 post )-식민주의로 나아가는 데 지체가 되고 있는 법적 차원을 의미한 다. 포스트-식민법 이론은 포스트- 식민적 상황을 법 의 프리즘에서 주목하는 이론적 흐 름에 기대어 있다. 와 는 실증적 분석과 이론적 평가라는 점에서 구분되지만, 이 논
108 통권 제12 호 (2012) 문의 목적을 규명하기 위한 두 축으로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마지막으로는, 이 논문의 결론으로서 이 연구의 성과와 한계를 한국적 맥락에서 재조 명해 본다( ). 포스트-식민 이론이 한국 현실을 설명해주는 이론 틀로서 관심을 환기하 고 있는데 반해 포스트-식민법 이론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관련 연구가 절대적으로 부족 한 상황이다. 이 시론적 연구의 성과와 한계를 한국의 역사적 경험이라는 맥락에서 재음 미함으로써 향후 연구 과제를 간접적으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 왜 포스트- 식민법인가? 서브알턴 주체 생산 기제로서의 법 1. 서브알턴 주체 생산에 대한 구성적 시각 이 논문은 첫째, 서브알턴 연구에서 주체 생산에 대한 구성적 시각을 취하고 있다. 이 문제의식은 서브알턴 연구에서 가장 첨예한 논쟁지점 중 하나인 서브알턴의 주체성 문제 대한 본질주의- 반본질주의의 대립과 관련되어 있다. 이 논문이 취하는 주체 생산 에 대 한 구성적 시각은 주체를 본질주의적 일반으로 고정시키지 않으며, 그렇다고 주체를 반 본질주의적 개별로 사고하지도 않는다. 주체 생산이라는 구성주의적 시각의 이점을 법여 성학에서 여성의 목소리와 본질적 경험 의 문제에 대해 이론적 논쟁을 벌였던 저명한 법 여성학자인 Robin West와 Angela Harris 의 논쟁을 빌려 살펴보겠다. 그 논쟁은 Robin West(1989) 의 기념비적 논문에 대해 이루어졌다. Angela Harris(1990) 가 문제제기를 하는 방식으로 Robin West 는 남성과 동등해지는 것이 여성주의의 본령처럼 여겨지던 때 우리 여성 (we women) 의 목소리가 존재하며 이에 대한 본질적 공통 경험에 주목할 필요성을 제기 함으로써 동등과 차이 논쟁에 급진적인 반환점을 제시하였다. 중립적인 주체를 전제하던 동등 의 요구에 대해, 존재론적 차원에서 남성과 다른 여성의 본질적 측면이 존재함을 부각시킴으로써 차이 에 대한 급진적 전환이 필요함을 역설한 것이다. 이에 대해 Angela Harris는 Robin West 가 말하는 우리 여성 은 허구적이며 흑인 여성 은 백인 여성 과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과 법적 주체 생산 109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며 본질주의를 비판한다. 차이 에 대한 Robin West의 문제제 기가 남성에 대한 차이 를 드러냄으로써 동등에 대한 신화에 타격을 가하는데 성공했음 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서 여성을 동등 하게 간주하고 여성 안의 차이를 동질화하는 우를 범했다는 것이다. Robin West와 Angela Harris의 논쟁은 일견 여성의 목소리와 경험에 대한 상이한 입 장들로 보일 수 있지만, 양자 모두 여성이라는 주체를 특정한 범주로 고정화해 사고한다 는 점은 동일하다. 여성만의 공통적 경험에 대한 Robin West의 강조나 인종 등에 따라 여성의 경험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비판은 모두 여성과 인종이라는 고정된 위치에서 여성의 주체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다. 이런 정적인 분석은 여성의 주체성을 명쾌하게 제 시할 수 있지만, 주체의 변화하는 모습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한다. 이 논문에서 다루는 일본군위안부만 하더라도, 김학순 할머니의 최초 증언 이전과 이후, 일본군위안부 관련 위헌 결정 이전과 이후의 주체성이 다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그 주체성을 주체의 구성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인종과 계급, 여성이라는 범주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범주가 생산되고 있는 역동적 양상이다. 그 주체 생산에 대한 구성적 접근을 통해 서브알 턴의 주체성이 겪는 역동적 변화 과정을 가장 잘 들여다 볼 수 있다. 2. 법적 차원의 상징적 주체 생산 이 논문은 둘째, 서브알턴의 상징적 주체가 법적 차원에서 생산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에 대해서는 그동안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왔다 1. 법적 차원에 대한 주목은 서 브알턴의 주체를 규정하는 데 있어 법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의 관계를 바라보게 해 준다 는 점에서 포스트-식민주의 논의가 제시하는 전통적인 답변과 구별되는 포스트-식민법 논의의 실익을 보여준다. 이는 고전적인 서브알턴 연구가 사회문화 차원에서 서브알턴의 목소리 상실에 주목했던 것과 논의의 초점을 달리한다. 포스트-식민주의가 사회문화 영 역에서 실재적 주체의 지위를 복원할 이론과 방법론을 찾으려 했다면, 포스트-식민법 논의는 실정법- 관습법 영역에서 주체의 지위가 놓인 법상징적 지점을 묻는다. 법적 영 역에서의 상징적 주체 생산과 사회문화적 영역에서의 실재적 주체 생산이 상호길항적으 1 포스트- 식민법 시각의 최근 연구로는 양현아, 한국 가족법 읽기: 전통, 식민지성, 젠더의 교차로 에서 ( 창비, 2011) 를 참고하라.
110 통권 제12 호 (2012) 로 나타난다고 할 때, 이 논문의 초점은 전자라 할 수 있다. 실재가 존재의 차원이고 실 제가 효력의 차원이라면, 법은 상징적 차원에서 실제적 효력을 낳는 주체 생산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법이 가지는 공식 지위의 강제력만큼이나 중요한 점은 법이 한편으로는 사회적인 서브알턴의 표상을 반영함과 동시에 사회에 그 표상을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법은 그 자체로서 실정법적인 강제력의 언어이자 상징적인 사회구성/ 재구성의 언 어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연구로는 Nicola Lacey(2004) 를 들 수 있다. 포스트-모더 니즘의 세례를 받은 Nicola Lacey는 법령에 대해서도 마치 문학작품 연구처럼 텍스트 분 석(text analysis) 이 가능하다고 본다. 언어학적 선회(linguistic turn) 라는 포스트-모더니 즘의 공통 지반 위에서, 언어는 구조를 반영하고 동시에 구조를 변형시키는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기제가 된다. 소쉬르의 전통적 언어 분석이 구조를 드러내는 데 주목하였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의 세례를 받은 Nicola Lacey는 언어가 구조를 드러내며 동시에 구조를 변형시킨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논문은 그의 실정법에 대한 법여성학적 텍스트 분석과 문제제기의 이론적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병역법 제3조 제1항 2 의 규정이 한 국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 주체를 차별적으로 생산한다거나, 재산분할청구권( 민법 제839 조의2 3 ) 이 남녀를 동등한 재산권의 주체로 생산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문은 Nicola Lacey의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포스트-식민적 차원에서 적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Nicola Lacey의 논의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제 3 세계의 제국주의적( 외부적) 식민 경험과 그 이후의 국가적( 내부적) 식민 경험은 연속적 으로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근대화와 탈근대화라는 근대의 연장을 고민하는 서구와는 시 대정신이 다르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 주체구성의 상징성과 실제성에 대한 Nicola Lacey의 이론 틀을 포스트-식민적으로 재가공할 때 한국과 같은 제3세계 서브알 2 병역법 ( 법률 제10866 호, 타법개정 2011. 7. 21, 시행 2012. 7. 22.) 제3조 제1 항 대한민국 국민 인 남자는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자는 지 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 3 민법 ( 법률 제11300 호, 일부개정 2012. 2. 10, 시행 2012. 2. 10.) 제839조의2 ( 재산분할청구권)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제1항의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 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 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제1항의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 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과 법적 주체 생산 111 턴의 주체 생산을 보다 밀도 있게 설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이 논문에서 다루 는 위안부 지원 법령 은 사회적 여론 환기 전에 공백으로 남아있던 일본군위안부를 법적 주체로 호명한다. 이는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일어나기 쉬운 서브알턴 목소리의 상실 과 대비되는 목소리의 회복 과정으로 이해될 여지도 있으나, 법적 호명으로 곧 주체가 목 소리로 말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낙관주의일 것이다. 서브알턴이 지원 법 령 속에서 법적 주체로 어떻게 생산되고 있는지에 대하여 제3세계의 맥락에서 포스트-식 민법적 논의가 요청되는 부분이다. 이를 서브알턴의 주체 생산에 대한 구성적 시각과 연 결시켜 본다면, 외적 식민화의 역사적 경험과 내적 식민화의 동역학에서 법의 상징적 역 할이 어떻게 실제적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3. 포스트- 식민법: 제3세계 현실과 법의 접점 찾기 이 논문은 셋째, 포스트-식민법 이론만이 새롭게 포착해내는 제3세계적 맥락에 주목 한다. 이는 포스트- 식민법 이론에 대한 비판적 독해를 필요로 하는 대목이다. 포스트-식 민법 이론이 제국주의적 식민화 경험에 대한 비판 이론으로서 서구에서 비교적 활발히 연구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논문은 특히 제3세계 서브알턴 주체 생산이 지닌 역동성에 주목하여 서구에서 전개되고 있는 포스트-식민법 이론을 비판적으로 적용하고 자 한다. 왜냐하면 제3 세계의 내 외부적 복잡한 맥락들 민족주의, 젠더, 국가권력, 외 교관계 등 을 고려하지 않고 분석대상을 포스트- 식민법의 전형으로만 바라 볼 경우, 서브알턴의 주체 구성이 지닌 중층적이고 역동적인 성격은 소거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포스트-식민법 연구자인 Sally Engle Merry 에 대한 검토를 통해 답해보겠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의 유산은 국가들이 불평등한 권력과 구분되는 관할[ 사법권] 의 겹치면 서도 모순되는 법률 체계를 지니는 복잡한 법률 다원주의(legal pluralism)이다. 사회법적 연 구의 기본적인 특성은 동일한 사회 공간에 각각이 서로 다른 법규와 소송절차를 갖는 하나 이상의 법률 체계가 빈번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열의 분리 체계들 사이의 역동적[ 동역학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은 법과 사회에 대한 연구의 중심적 문제이 다.(Merry, 1988, 2000). 식민법과 포스트-식민법에 대한 분석은 이러한 법률적 영역들 사이의 교차 그리고 그들의 불평등한 권위와 권력의 함축을 탐구할 것을 요구한다[ 필요로 한다]. 이 것은 합법성의 층[ 지층/ 층위] 들 그리고 그것들의 퇴적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하나의 역사적 분석인 법의 고고학을 의미한다. 4 ( 번역 그리고 볼드 강조: 연구자)
112 통권 제12 호 (2012) Sally Engle Merry는 포스트- 식민법의 전형을 법률 다원주의 에서 찾는다. 식민지 상 태에서 벗어난 후, 식민주의적 법률이 잔재한 채 법률이 새로이 제정되어 양자가 혼종하 는 역학적 관계가 바로 포스트- 식민법의 주요 연구대상이라는 것이다. Sally Engle Merry 가 중층적인 제3세계의 포스트-식민법적 상황을 포착하려 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법률 다원주의라는 표현에서 집약되는 바, Sally Engle Merry 는 법률들의 중첩, 그 것도 다원적( ) 차원의 존재를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제3세계에서 포스트-식민법 적 상황은 그 전형보다 훨씬 중층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이는 다른 서브알턴들의 법적 주체 생산과정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그 미묘한 차이를 부각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다원 ( ) 이라는 말 자체가 비슷한 차원들이 대등하게 존재하고 그 독자성을 전제하고 존중 해야 한다는 다양성( ) 을 강조하는데 있다면, 이 논문은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 을 다른 서브알턴들의 법적 주체 구성과 비교하는 방식을 통해 제3세계로서의 조선과 대 한민국이 어떻게 일본군위안부를 법적 주체로서 포스트-식민적으로 규정하고 있는지 주 목한다. 4 3과 5 18을 택한 이유는 각각 대한민국 성립과정 그리고 성립 후라는 시기가 대한민국 성립 전 조선으로부터 대한민국 성립 후까지 이어지는 일본군위안부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Sally Engle Merry 의 다원성 에 대한 강조보다는 역사적 시대와 맥락 비교를 통한 특이성 강조가 포스트-식민법적 상황을 더욱 잘 보여줄 수 있음을 시 사한다. 물론 포스트-식민법적 접근이라고 해서 식민과 해방의 시간적 축에만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시간의 켜들 속에서 법 제도와 사회문화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 심영희는 그러한 법 제도와 사회문화 사이의 역동적 관계에 대한 법사회학적 고찰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고, 이 논문 역시 그러한 통찰에 기대고 있다. 그리고 50년간의 침묵이 깨어지게 된 것은 결국 정부에서 위안부를 위한 법 제도를 만들 고 신고를 받게 된 것이 큰 배경이 되었고, 정부가 그렇게 하게 된 것은 정대협의 10년간의 노력의 결과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이해와 규정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집합 기억의 복원을 위해서는 법적인 제도와 장치가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법적인 제도와 장치를 만들도록 추진력을 가하는 데는 시민운동을 통한 의식 변화와 여 론 및 담론 형성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5 ( 볼드 강조: 연구자) 4 Sally Engle Merry, Colonial and Postcolonial Law, The Blackwell Companion to Law and Society (Blackwell, 2004), 569-570.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과 법적 주체 생산 113. 법적 주체 생산: 비교법적 검토 1. 분석대상: 일본군위안부 관련 법령들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직 간접적 관련을 갖는 법령은 총 다섯 가지인데, 이 논문은 1 차적으로 직접적으로 관련성을 가진 법령에 주목한다. 첫째,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지원 법 률인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 법 률 제9932 호, 타법개정 2010. 1. 18, 시행 2010. 3. 19. 이하 일본군위안부 관련 법률 이 라 칭하기로 한다) 이 직접적인 관련성을 지닌 법령으로 이 논문의 집중적 분석대상이 된 다. 위안부 문제를 법령 의 수준에서 어떻게 호명 하고 있는지가 분석의 초점이다. 둘째, 이 논문은 일본군위안부 관련 법률 분석과 대조적 이해를 돕기 위해 2차적으 로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 ( 법률 제8435 호, 일부개정 2007. 5. 17, 시행 2008. 1. 1.),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 법률 제10986 호, 일부개정 2011. 8. 4, 시행 2011. 8. 4.) 6 역시 분석할 것이다. 이들은 직접적인 검토 대상 법령이 아니라 첫째의 직접적 분석과 관련하 여 대조적 이해를 돕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시선의 동일성과 차이성에 대한 검토가 분석 의 초점이다. 5 심영희, 침묵에서 증언으로: 군위안부 피해자들의 귀국이후의 삶을 중심으로, 정신문화연구 제 23권 제2 호 (2000), 142. 6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 ( 법률 제8669 호, 제정 2007. 12. 10, 시행 2008. 6. 11, 타법폐지 2010. 3. 22.) 의 후신으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 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 법률 제10143 호, 제정 2010. 3. 22, 시행 2010. 3. 22.) 이 제정된 만큼, 전자는 분석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또한 동북아역사재단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 법률 제7955 호, 제정 2006. 5. 19, 시행 2006. 8. 20.) 은 직 간접적 비교분석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 법령에 의해 동북아 역사재단이 설립되었으며, 동북아 역사재단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 작업을 진행 중이고 그 대표적 성과가 바로 김부자 조시현 하 종문 양현아 박배근 문규석 이근관 오미영 김형만 홍성필 최태현(2009) 이다. 따라서 이 법률 은 포스트- 식민법적 시각에 가장 가까운 법률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률은 동 북아 역사 연구라는 포괄적 과제 속에서 진행되는 지원 법률일 뿐이고 직 간접적으로 법령 자 체가 일본군위안부를 호명하고 구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114 통권 제12 호 (2012) 셋째, 직접 관련 법령 혹은 일본군위안부 관련 법률 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서 브알턴의 법적 주체 생산과정이 드러난다고 판단되는 법률들로서 5 18민주화운동 관련 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 법률 제9932 호, 일부개정 2010. 1. 18, 시행 2010. 3. 19. 이하 5 18 지원 특별법 이라 칭하기로 한다.), 제주4 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 법률 제8435 호, 타법개정 2007. 5. 17, 시행 2008. 1. 1. 이하 4 3 특별법 이라 칭하기로 한다.) 을 추가적으로 검토한다. 제3세계의 맥락 속에서도 서브알턴이 법적 주체로서 다양하게 다루어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그 속에서 일본군위안부의 법적 주체 구성의 특수성을 밝힌다. 2. 법적 주체 생산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 4 3, 5 18 특별법과 비교 1) 비교법적 접근의 필요성: 제3세계적 위치성 포스트- 식민법 시각에서 볼 때, 법의 영역에서 일본군위안부는 어떤 주체로서 생산되 고 있는가? 그리고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호명은 한국 근대사의 강제징용자, 4 3 사건 관 련자, 5 18 민주화운동 관련자에 대한 호명과 어떤 점에서 유사하거나 차이가 있기에 유 독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법적 공론화가 상대적으로 느렸는가? 이는 일본군위안부 주체 생산이 한국 사회에서 특수한 주변부적 성격을 지닌 데서 기인한다. 이는 서브알턴의 법 적 주체 생산이 대단히 상이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서구적인 포스트-식민법 이론의 전형 을 적용할 때 발견하기 힘든 점이기도 하다. 주의할 점은 이 법령 7 의 안과 밖 다시 말해 포스트-식민법적 시각에서 포착할 수 있는 제3 세계의 특수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포스트- 식민법적 견지에서 볼 때 법령의 주체 형성과정에는 법령 외 의 언어들, 다시 말 해 민족/ 젠더/ 계급 등이 담론 이라는 언어로 법령 안 의 언어들에 개입한다. 위치 짓기 (positioning) 또는 위치성(positionality) 은 법적 주체 생산의 구조를 형성하는 핵심 부분 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치 짓기 또는 위치성은 특별법의 목적 조항( 통상 제1 조) 에서 가 장 명시적으로 다루어진다. 7 이 법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이 논문의 취지가 아님을 강조해 둔다. 이 법령이 실효적 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긍정적 작용을 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 법령만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시각의 재조명이 일단락되었다고 보기 힘 들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과 법적 주체 생산 115 2) 법적 주체 생산 분석 (1): 목적과 정의 규정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 다음의 법령들은 기본적으로 부정의한 과거사 청산 이라는 국가주의적인 과거사 바 로잡기를 공통의 목표로 취한다는 점에서 국가 를 주어 또는 주체로 설정한다. 비록 국 가가 라는 명시적 주어는 5 18 민주화 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에서만 드러나 지만, 다른 법률들의 숨은 주어 역시 국가 ( 보다 정확히는 근대 국민 국가) 라는 점은 쉽 게 추론할 수 있다. 지금 논의하고 있는 법령은 대한민국이라는 근대 국민 국가 단위의 법령들이기 때문이다. 일본군위안부 관련 법령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기념사업을 수행 하고,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꾀하고, 국민의 올바른 역사관 정립과 인권 증진에 이바지 하는 주체는 그 법을 공포하고 집행하는 근대 국민 국가 대한민국이다. 4 3 특별법에서 도 진상을 규명하고, 명예를 회복시키며, 인권신장 민주발전 국민화합에 이바지하는 주 체는 근대 국민 국가 로서의 대한민국이다. 제 조 목적 < 표 1> 일본군위안부, 4 3 사건, 5 18 민주화 운동 관련 특별법 제1 조( 목적) 비교 ( 볼드 및 고딕체 강조: 연구자)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제 조 목적 이 법은 일제에 의하 여 강제로 동원되어 위안부로서 의 생활을 강요당한 피해자를 보 호 지원하고 일본군위안부 피해 자의 명예 회복과 진상 규명을 위한 기념사업을 수행함으로써 이들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 을 꾀하고 국민의 올바른 역사 관 정립과 인권 증진에 이바지 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주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 별법 제 조 목적 이 법은 제주 제 조 목적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 고 이 사건과 관련된 희생 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줌으로써 인권신 장과 민주발전 및 국민화 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 상 등에 관한 법률 8 이 법은 년 월 일을 전후한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사 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자 또 는 상이를 입은 자 이하 관 련자 라 한다 와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명예를 회복 시켜 주고 그에 따라 관련 자와 그 유족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함으로써 생활안정 과 복지향상을 도모하며 나 아가 국민화합과 민주발전 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 다 개정 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은 여기서 비교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본군위안 5 18. 부 관련 법령이 경제적 지원을 실질적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동일선상에서의 비교가 불가
116 통권 제12 호 (2012)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의문이 제기된다. 법률이 상정하는 보상의 주체에 주목한다면 세 법률은 각각의 사건의 서브알턴 구성 방식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왜 2011 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전까지 9 일본군위안부는 적어도 법률 차원에서는 근 대 국민 국가의 중립적이고 시혜적인 경제적 원조대상으로만 그려져 왔을 뿐인 것일까? 이는 4 3 특별법이 국가폭력의 극한적 양상을 보여준 4 3 에 대해 반공 이데올로기(red complex) 가 여전히 주류적인 상황 속에서도, 4 3 평화공원 조성 등 일정 정도 서브알턴 성에 대한 공식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는 국내에서 법학/ 여성학/ 사회학 등 학문적 논의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수요 집회 10 등 시민 운동적 차원과 UN을 위시한 세계 인권 운동 차원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꾸준히 조명되어 왔던 것과 달리 법적 차원에서 일본군위안부의 생산이 왜곡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적어도 법률 규정상으로는 군인 군속 노무자 위안부 등 의 피해를 대상으로 하는 일 제강점기 하 강제 국내 및 국제 동원에 대한 특별법들에서도 일제의 의하여 라는 표현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의문이다.(< 표 2> 참조) 군인, 군속, 노무자 에 대해서는 적어도 일본군위안부에 비해서 민족주의적 담론의 지원을 받아 비교적 일찍 이 문제제기되었고 공론화도 훨씬 진척되었으며 사회적 인지도 역시 훨씬 높다. 동일한 일제 문제에서, 사회는 왜 유독 일본군위안부에 대해서만 더욱 심각한 공적 침묵을 보 였던 것일까? 일반 대중이 정신대와 일본군위안부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정진성(2001) 의 지적은 이 문제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렇다면 일제의 의하여 라는 근대 국민 국 가 11 적인 법령 구조가 문제인 것은 아닐까? 능하기 때문이다. 9 이 논문의 수정 과정에서 발표된 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6헌마788 결정은, 헌법적 차 원의 사법과정이 입법과정의 서브알턴 주체 생산을 뛰어넘어 그 서브알턴성에 보다 근접하여 기본권 침해와 국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포스트- 식민법적 성취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논문은 따라서 이 결정의 사법적 차원이 아닌 법령 차원에 주목하여 수십 년 간의 그리고 헌법 재판소 결정 이후에도 여전히 법률로서 존재하며 주체 생산의 과정 속에 있는 법령 차원의 분석 이라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에 대해서는 연구자가 공저자로 참여하고 동호에 게재 될 예정인 인권의 적극적 실현을 위한 국가의 의무: 일본군 위안부 위헌 결정( 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6헌마788 결정) 을 중심으로 를 참고할 수 있다. 10 수요 집회의 역사와 현재에 대해서는, 20년이 넘는 수요 집회의 의미를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내 고 있는 윤미향, 20 년간의 수요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외치는 당당한 희망 ( 웅진주니 어, 2010) 을 참고하라. 11 근대 국민 국가를 가리킬 때에는 nation-state 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그러나 민족주의를 의미하 는 nationalism 을 고려할 때, 위 표현은 어려운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nation이 지닌 의미 때문인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과 법적 주체 생산 117 제 조 목적 < 표 2> 일본군위안부 관련 법령, 일제하 강제동원 진상규명 특별법, 일제하 강제동원 보상 특별법 제1 조( 목적) 과 제2 조( 정의) 비교 ( 볼드 및 고딕체 강조: 연구자)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 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제 조 목적 이 법은 일제에 의하여 강제로 동원되어 위안 부로서의 생활을 강요당한 피 해자를 보호 지원하고 일본 군위안부 피해자의 명예 회복 과 진상 규명을 위한 기념사 업을 수행함으로써 이들의 생 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꾀하 고 국민의 올바른 역사관 정 립과 인권 증진에 이바지함 을 목적으로 한다 제 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 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란 일제에 의하여 강제로 동원 되어 성적 성적 학대를 받으 며 위안부로서의 생활을 강 요당한 피해자를 말한다 생활안정지원대상자 란 일본 군위안부 중 생존자로서 제 조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 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 제 조 목적 이 법은 일제강 점하강제동원 피해의 진상을 규명하여 역사의 진실을 밝 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 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 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개정 일제강점하강제동원 피해 라 함은 만주사변 이후 태평양 전쟁에 이르는 시기에 일제에 의하여 강제동원되어 군인 군속 노무자 위안부 등의 생 활을 강요당한 자가 입은 생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 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 조 목적 이 법은 대일항 쟁기 강제동원 피해의 진상 을 규명하여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나아가 년에 체 결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 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 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 한 협정 과 관련하여 국가가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강제동 원 희생자와 그 유족 등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위로금 등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고통을 치유하고 국민화합에 기여함 을 목적으로 한다 제 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 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 해 란 만주사변 이후 태평양 전쟁에 이르는 시기에 일제 에 의하여 강제동원되어 군 인 군무원 노무자 위안부 등 의 생활을 강요당한 자가 입 은 생명 신체 재산 등의 피 데, 일상적으로는 이 단어 역시 국가 로 번역되곤 하지만 national, nationalism과 같은 용어에서 처럼 이에는 state 에 의해 국민으로 통합된 민족 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근대 또는 근대성의 문제와 분리할 수 없다. 물론 서구에서 nation-state에서 독일처럼 nation에 방점을 둔 게르만 민족을 기저에 둔 독일민족주의로 국가를 건설한 나라가 있는가 하면 state에 방점을 두어 공화국이라는 국가 아래 국민을 포섭하는 프랑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nationstate 를 바라보는 강조점은 근대 에 있다. 근대성(modernity) 과 식민성(coloniality) 담론은 함께 다룰 수밖에 없고, 흔히 근대화론이라는 근대화= 서구화의 등식을 전제하는 발전 담론 하에서 식 민지는 미발전 국가, 말하자면 전근대 국가라고 파악하나, 식민지 자체도 근대성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근대성 그 자체의 담론과 연결시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자의 생각이며, 그에 입각 해 위의 표현을 사용하였음을 밝혀 둔다. 근대 국민 국가 전이라는 시기부터 근대 국민 국가 성 립 후를 아우르는 시간대에 놓인 일본군위안부 관련 법령에 대한 포스트-식민법적 검토도 결국 근대성과 식민성을 함께 다루는 근대 담론 자체로서의 탐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18 통권 제12 호 (2012) 에 따라 등록된 사람을 말한다 제 조의 국가의 의무 국가는 일제하 일본군위안 부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인권 증진을 위하여 진상 규명과 올 바른 역사교육 등에 대하여 적 극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국가는 일본군위안부 피 해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가 안정 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 록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 야 한다 명 신체 재산 등의 피해를 말한다 피해자 라 함은 제 호에 따른 일제강점하강제동원 피 해를 입은 자로서 제 조제 항제 호에 따라 피해자로 결 정된 자를 말한다 유족 이라 함은 일제강 점하 강제동원 중 사망한 피 해자의 배우자 사실상의 배 우자를 포함한다 및 직계존 비속을 말한다 다만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이 없는 경우 에는 형제자매를 말한다 해를 말한다 3) 법적 주체 생산 분석 (2): 법적 차원의 주체 생산과 사회문화적 현실 그만큼 일본군위안부를 법의 영역에서 어떻게 호명할 것인지는 대단히 중층적 차원을 지닌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중의 호명 틀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 째는 일제에 의하여 라는 데서 볼 수 있듯 비록 피동형 표현 속에 생략되었을지라도 어 쨌든 대한민국이 주어인 경우와는 차별되어 일본군위안부가 호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대한민국은 면책의 역할, 시혜의 역할, 민족적 보상의 역할로 규정되며, 포스트- 식민적인 문제제기는 침묵을 강요당한다. 이는 나눔의 집 부설 역사연구소가 사립 이라는 현실에서 극명하게 발견된다 (< 그림 1>). 그리고 이는 4 3 평화공원 (< 그림 2>) 이나 5 18 기념관(< 그림 3>) 이 각각 특별법을 기반으로 국가적, 법적 차원에서 운영되는 것과 대비된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8만에서 20만 명이 1930년대부터 1945년까지 십여 년 동안 일본군 주둔지 각지로 가서 성적 착취를 당하고 귀 국한 후에도 국내에서 침묵을 강요당하는 말하지 못하는 서브알턴의 위치에서 1990년대를 맞이 하였음을 고려할 때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게다가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정신대 문제대책협의회가 주관이 되어 시민기금으로 서대문 형무소 기념관 매점터(< 그림 4>) 라는 애초 기획했던 장소에의 건립이 무산되고, 마포구 성산동의 주택을 개조하여 설립되는 현실 은 위 법조항처럼 일본군위안부가 포스트- 식민법적으로 국내법적으로 주변화되는 상황과 공 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위 법률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게 경제적 생활지원을 보장한다 는 점에서 소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트- 식민법적 견지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공적 인 주체로서, 법 의 차원에서 목소리 있는 주체 로서 생산하고 있지는 못하다.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과 법적 주체 생산 119 [그림] 법적 주체로서 호명되기 그리고 공적 논의의 주체되기 : 포스트-식민법적 비교 <그림 1> 나눔의 집 부설 역사박물관 벽면의 한 현판 [2010. 4. 18. 나눔의 집 방문시] * 왜 우리는 사립 으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하는가? 근대 국민국가에 일본군 위안부는 포섭될 수 없는 것인가? <그림 2> 제주 4 3 평화 공원 [2011. 1. 답사] * 제주 4 3 평화 공원은 아마도 근대 국민 국가의 국민 만들기 와 반공 이데올로기 의 접점에 서 국내적 근대성을 탈식민하는 하나의 대표적 경우라 할 수 있다. 5 18처럼 특별법으로 입 법적 진전을 본 경우이다.
120 통권 제12호 (2012) <그림 3> 국립 5 18 민주 묘지 기념탑 (국립 5 18 민주묘지 홈페이지에서 인용) * 국가적 시각에서의 식민성 문제에 대한 전환을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5 18 특별 법 제정을 통해 국가적, 법적 차원에서 국내적 식민성의 탈식민이 진전을 본 경우이다. <그림 4>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 예정지였다 철회던 서대문 형무소 공원의 매점 부지 * 광복회 등 민족주의적 진영 일부에서는 일본군 위안부의 삶과 역사를 조명하는 전쟁과 여성 박물 관의 서대문 형무소 공원 내 건립을 반대하였다. 결국 계획은 최소되었고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은 주택 을 개조하여 별도 부지(마포구 성산동)에 설립되었다. 공식적인 기억의 공간에서 분리된 점은, 민족주의 담론과 젠더 담론 사이의 포스트-식민법적 담론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과 법적 주체 생산 121 이러한 균열의 존재는 에서 보았듯 제3세계의 맥락을 고려한 포스트-식민법적 검토 를 요한다. Ranajit Guha, Gayatri Chakravorty Spivak 등 초기 서브알턴 이론가들이 문제 제기 하였듯 대문자 역사로서의 계급과 권력 문제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가령 민족 내 의 권력 구조의 문제일 수 있으며, 따라서 식민국가가 형식적으로 해방되었다고 해서 그 식민성의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식민 이후에도 현존하며 서브알턴의 주체 생산을 왜곡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군위안부의 법적 주체 생산 검토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포스트-식민법적 이론의 의의와 적용상 유의점은 제3세계의 사회구조적 모순점에 주목해 서 법적 주체로 등장하기, 그리고 그 안에서 왜곡되기를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본군위안부 관련 법령에는 일제에 의하여 라는 표현에서 상징되는 국가/ 민족주의적 시각 외에도 동일하게 일제에 의하여 강제 동원되었던 다른 서브알턴들인 군인, 군속, 노무자와 대비되는 이중의 젠더적 권력 억압이 작동한다는 제3 세계 적 해석이 가능해지 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일본군위안부 문제 관련 법률은 수많은 복합적인 미시사 적 권력관계들을 고려하지는 못하고 문제를 국가/ 민족주의적 식민성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 요컨대,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민족주의적, 국가주의적 또는 근대-민족국가의 식민성의 논의에 갇혀 있고 동시에 젠더라는 범주가 다시 한 번 일본군위안부의 호명에 있어 권력 적 제약을 가함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일본군위안부 관련 법률과 달리 4 3 특별법이나 5 18 지원 특별법의 경우 명시적이지 않더라도 간접적 피동형 12 으로나마 주어가 대한민 국 임을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명징한 대비를 이룬다. 또한 그 일제에 의한 피해자 들 사이에서도 일본군위안부는 젠더적으로 이중 주변화된 중층적 권력 억압 구조 속에 서 호명된다. 이는 여태까지 한국 정부가 일관되게 과거사 청산 이라는 국가주의적 관점 만을 중시하고, 문제를 지엽적인 집합기억의 공적 논의 부재에 국한시킴으로써 일본군 12 피동형 문장은 원래 우리말에 없었다고 하며, 영어식 표현이라고 알려져 있다. 영어에서 피동형 이 쓰이는 가장 큰 이유는 주어 를 생략함으로써 가해자를 숨기고 싶어 할 때라고 한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들의 연설에서 정치적으로 논쟁적이거나 난처한 문제에 대해서는 수동형으로 부드 럽게 책임 회피를 하는 화법이 자주 쓰인다고 한다. 이 논문에서는 이런 지점을 고려하여, 4 3 특별법에서 국가가 가해자 이자 배상자 의 이중적 성격을 지닌 주체이기 때문에 주어가 명기 되지 않아도 국가 라는 주어를 추론하는데 간접적 증거가 됨을 지적해 둔다. 5 18은 1987년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공론화가 많이 되었고 1990년대 초 김영삼 정부의 역사적 청산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가장 공식적 차원의 해결인 법적 해결까지도 일단락 된 사건이기 때문에 국가 라는 주어가 명시적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한다.
122 통권 제12 호 (2012) 위안부 문제 해결의 열쇠인 포스트- 식민적 상흔을 간과해 왔음은 떠올리게 한다. 이 점에 서 Nicola Lacey의 포스트-페미니즘 논의는 법 외부의 사회구조적 언어의 교차지점을 고 려함으로써 법 분석 작업에 국한해서는 볼 수 없는 서브알턴 주체 구성의 동적인 과정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양현아의 아래 지적은 비록 십 수 년 전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군위안부를 구성하는 현행법이 얼마나 근대 국민 국가 또는 민족주의적 틀에 갇혀 있는 지, 그리고 법에 반영되지 못한 젠더와 같은 다양한 범주들이 교차하며 억압 권력구조를 얼마나 심화 재생산하는지를 명징하게 폭로한다. 이 논문은 헌법재판소의 진일보한 결정 에도 불구하고 법적이고 공식적인 차원에서 목소리 없는 주체로서 왜곡 생산되고 있는 현재 의 법적 차원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래 양현아가 지적하는 현재의 의미부 여 중 한 차원을 다룬 셈이다. 흔히 한국에서는 주로 정부의 공식적 담화에서, 식민지 역사와 관련된 쟁점들이 과거사 라고 불리곤 한다. 이러한 호명에 따라, 식민지 문제란 과거의 사안으로서, 그리고 그것이 현 재와 가지는 연관성이랑 오로지 문제의 청산 여부에만 있게 되는 것으로서 의미가 부여되곤 한다. 이 글은 먼저 일본군위안부 역사를 과거의 문제로 고정시켜 놓은 공식적 기억 방식에 대하여 질문한다. 왜냐하면 과거의 사건들은 과거를 재구성하는 현재의 의미 부여를 통해서만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은 현재의 의미 부여를 탐구함으로써 과거를 다시 이해 하고자 하는 접근을 취한다. 13. 포스트-식민법 이론에 선 문제제기적 비평 : 법적 주체로서 비본질주의적 목소리 담아내기 에서 일본군위안부 관련 법령이 어떻게 일본군위안부를 호명하는지 분석하였는데, 이는 포스트- 모던법의 한국적 구성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시사한다. 첫째, 법령이 취하고 있는 근대 국민 국가의 국가주의적, 민족주의적 단일 차원성이 가지는 포스트-모 던법적 한계가 발견되었다. Nicola Lacey가 주체 구성이 언어의 문제라고 하며 법을 대 13 양현아, 한국인 군 위안부 를 기억한다는 것, 일레인 김 최정무 편저, 박은미 옮김, 위험한 여 성 ( 삼인, 2001), 158. 볼드 강조는 연구자가 한 것이 아니라 원문 그대로의 형태임을 밝혀둔다.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과 법적 주체 생산 123 표적인 주체 구성 언어로 주목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일본군위안부 관련 법령들은 공통 적으로 일제의 의하여 라는 문언과 국가가 라는 지원 주체 설정을 통해 가해자 일본 대 지원자 한국이라는 근대 국민 국가의 식민성의 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는 근대 국민 국가라는 틀에 포섭되지 않은 포스트- 식민성의 문제 가령 한국 내부의 젠더, 계급, 권력 등의 갈등 구조에 대한 간과를 낳고 더 나아가 식민성의 문제를 축소시키고 있다. 일제에 의하여 를 한국적 특수성에 대한 고려의 일부로서 읽는다고 해도 차이에 주목 할 때 드러나는 가해자와 피해자/ 생존자의 중층구조를 포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국 적 특수성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는 식민지성을 간과하고 젠더만 읽는 국제 인권 담론의 불균형한 태도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적 포스트-식민법의 성립을 위해서는 민 족, 젠더, 계급 등의 교차가 필요하고 이 논문은 특히 개별적/ 구체적/ 소문자 역사적 인 시각에서 중층구조적 서브알턴성을 모색할 필요성에 집중한다. 그간 비교적 풍부하게 수 집되고 기록된 증언집은 일본군위안부를 법적 주체로 호명하기 위한 탄력적 매개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포스트- 식민법은 법령 자체의 문제만으로 확인하기 힘든 법령 외부 의 문제들 에 주목해야 한다는 다소 역설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일제에 의하여 라는 가해자 규정 차원이나 국가가 라는 법규정의 차원만으로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한국적 위치성의 구 성과정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었다. 법령상으로 군인, 군속, 노무자와 대등 하게 나열되 는 위안부 가 현실에서 군인, 군속, 노무자와 다른 방식으로 주체가 구성되고 침묵이 강 요되어 왔던 사실은 Nicola Lacey 의 법 언어에 대한 강조 못지않게 법 밖 의 언어와 법 안 의 언어가 만나는 방향에서만 한국적 포스트-식민법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 한다. Nicola Lacey의 포스트-모더니즘적 이론의 견지에 선 서구의 포스트-페미니즘 논의 가 Ranajit Guha, Gayatri Chakravorty Spivak 등 제3세계 탈식민 이론들과 맞물려 더 풍 부한 방법론적 페미니즘으로 변형되어 재구성될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Sally Engle Merry와 대척점에서 Angela Harris 는 흑인 여성 이라는 주변화된 위치에서 여성 ( 실질 적으로는 백인 여성) 이라는 일반화된 규범에 질문을 던진다. 일본군위안부 관련 법령의 법적 주체 생산 분석에서 발견된 근대 민족 국가적 시선에 의한 민족주의적 본질화 또는 국가의 중립적 본질화/ 탈맥락화는 포스트-식민법 논의가 Sally Engle Merry가 강조하지 않는 제3 세계의 특성에서 출발해야 함을 이론적, 방법론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Angela Harris 의 문제의식과 닮아 있다.
124 통권 제12 호 (2012) 나는 이 글에서, 여성의 경험의 다양성으로부터 본질적인 여성적 자아와 목소리를 끌어내 려는 시도는 다르다 고 인식되는 여성의 경험들을 무시되거나 ( 백인) 규범의 변형으로서 취급하기 때문에, 젠더 본질주의는 여성주의 법이론에 위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나는 앞서의 논점, 즉 여성주의 법이론을 포함하여 법이론은 아주 오랫동안, 상당한 정도로 우리 인민 의 목소리에 의해 현혹되어왔다. 법이론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서, 우리는 개별적인 것, 차이를 갖는 것, 지금까지 침묵되었던 것에 대한 서술과 이야기, 해명들로 기존의 법이론을 전복할 필요가 있다. 우연이든 아니든, 요즘 이와 같은 이야기를 서술하는 법이론가들 중 많은 사람들은 유색인 여성이다. 마리 마추다(Mari Matsuda) 는 법학적 방법론으로서의 다면적 의식 을 요청한다. 패트리샤 윌리엄스(Patricia Williams) 는 다층적인 이야기와 명상을 담은 방법을 보여준다. 이 러한 글들은 일반 법이론 뿐 아니라 여성주의 법이론을 건강하게 만든다. 우리 존재 안에 담긴 복합적 메시지들 을 인정하면서, 그들은 푸네스와 우리 인민 사이의 창조적인 투쟁, 즉 다면적인 의식을 반영하는 창조적인 투쟁을 통해 법이론에 힘을 불어넣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14 ( 볼드 강조: 연구자) 그러나 이는 서브알턴의 문제를 법적 주체 생산으로서 바라보는 데 있어 또 하나의 본질주의를 요청하는 것은 아니다. 포스트-식민법 이론이 서브알턴의 법적 주체 생산에 핵심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제3세계성이라는 특수성을 제기하는 그 자체에 있는 것 이 아니다. 오히려, 그 제3세계의 맥락이라는 차이가 대립이자 본질화된 실체로서 규정되 지 않고 고유한 목소리들을 법적 주체 생산에 담아내는 실마리이자 그 고유하되 대립으 로 상정되거나 본질화되지 않은 목소리들 채로 서브알턴 일반 이론에 접속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Gilles Deleuze의 아래 말은 포스트-식민법 이론의 제3세계성이 말하는 고유한 차이가 법적 주체 생산과 관련하여 고유한 차이가 본질주의적 대립을 피하면서 거대 담론과 공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군위안부 관련한 법적 주체의 제3세계성에 대한 왜곡도 보편과 특수의 공존을 담아내는 이론적, 방법론적 지평으로 시정해나갈 필 요가 있다. 15 차이는 대립을 가정하지 않는다. 대립을 가정하는 것이 차이가 아니라 차이를 가정하는 것이 대립이다. 그리고 대립은 차이를 해소하기는커녕, 다시 말해서 근거로까지 끌고 가기는 14 Angela Harris, Race and Essentialism in Feminist Legal Theory, Stanford Law Review 42 (1990), 36. 15 연구자는 그 구체적 연구 방법으로 증언집에 대한 질적 분석이 어떻게 비본질적이지만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드러내는 포스트- 식민주의적 중층성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그와 같 은 이론적, 방법론적 틀의 증언집 분석 논문을 준비 중이다.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과 법적 주체 생산 125 커녕, 차이를 왜곡하고 변질시키나. 우리는 즉자적 차이 그 자체가 이미 모순이 아님을 말하 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나아가 차이는 모순으로 환원되거나 소급되는 것이 아님을 또한 말 하고 있다. 모순은 깊이가 얕고 차이만큼 깊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조건에서 차이는 어떤 평 면적 공간으로 인도되고 그 평면에 투사되는가? 정확히 그것은 차이가 미리 설정된 어떤 동일 성 안에, 동일자의 경사면 위에 강제로 놓일 때이다. 이 경사면에 의해 차이는 필연적으로 동 일성이 원하는 곳으로 끌려가게 되고 동일성이 원하는 곳 안에, 다시 말해서 부정적인 것 안 에 반영된다. 그러나 차이는 분명 따라지 않고 있다. 다만 여전히 자신의 고유한 공간의 깊이 안에 걸려 있고, 언제나 독특성들로 이루어진 어떤 변별적 실재의 지금-여기에 붙들려 있다. 종종 지적되는 것처럼, 운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하고자 하는 사상가들이 있어 왔 음에도 불구하고 운동은 여전히 계속 일어나고 있다. 16 ( 볼드 강조: 연구자). 정리 및 전망 이 논문은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 이 일본군위안부를 법적 주체로서 어떻게 생산하 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법사회학의 한 갈래라 할 포스트-식민법 논의는 해방 이후에도 식민 후를 겪고 있는 제3세계에서의 서브알턴의 주체 구성의 문제를 제국주의적 근대화 담론과 반제국주의적 민족주의 담론과 같은 본질주의(essentialism) 담론을 모두 뛰어넘 어 권력관계의 복합적인 틀로 바라보게 해 준다. 제국주의적 근대화 담론과 반제국주의 적 민족주의 담론의 틀과 다른 제3의 포스트-식민이라는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본질주의 또는 반- 본질주의를 넘어서는 틀을 모색하는 것이다. 고발하는 자가 그 고발의 틀을 새롭 게 설정하지 못하면 고발하는 자가 고발대상을 닮는 모순에 대해 와 같이 말한다. Jacques Derrida는 아래 결과적으로 민족학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그리고 이것은 민족학자의 결정에 달린 것이 아닌데, 민족학자는 그가 민족 중심주의를 고발하는 바로 그 순간 민족 중심주의의 전제 17 들을 자신의 담론에 받아들이게 된다. 곧 경제와 전략의 문제이다. ( 볼드 강조: 연구자) Jacques Derrida 는 교환에 있어서 전략의 문제를 제기한다. Jacques Derrida에게 경제 16 질 들뢰즈, 김상환 옮김, 차이와 반복 ( 민음사, 2004), 134-135. 17 데리다, 남수인 옮김, 글쓰기와 차이 ( 동문선, 2001), 444-445.
126 통권 제12 호 (2012) 는 돈 이 아니라 교환성 이라는 추상적 가치로 사고되기에 위와 같은 교환성에서 전략 의 문제, 전략의 함정을 문제제기하는 것이다. Jacques Derrida 에 따르면, 민족중심주의를 비판하는 민족학자는 그 고발의 순간 민족 중심주의의 전제들을 고려하게 된다. 민족 중 심주의를 고발한다 하여도 민족 중심주의의 틀 안에서 고발하고 대안적 틀을 고민하지 못할 경우 상대방의 전제들을 결국 부정하는 동시에 그 전제에 서서 비판하고 있는 것이 기 때문이다. 제3 세계의 역사적 식민주의의 잔재, 새로운 내적 식민주의의 발생의 복합적 문맥을 읽기 위해서라도 제3 의 틀이 필요한 것이다. 이 논문이 본론에서 수행한 법령 분석 및 이론적 비평은 포스트-식민이론 논의에서 다 루어져 오지 않은 법적 차원이 어떻게 제3세계 현실과 조응하며 일본군위안부 주체를 생 산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에 있었다. 4 3 및 5 18 특별법에 대한 비교를 통해 각 사안마다 어떻게 상이한 주체 생산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실증적인 분석과 이론적 검토를 병행하 려 하였다. 그리고 이들과 현실 사이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법적 언어가 생산하는 상징 적 차원과 감각할 수 있는 현실의 작성 사이에 놓인 거리도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포스 트-식민법 연구는 법이 어떻게 주체 생산 과정에 개입하는지를 밝힘으로써 포스트-식민 상황에 따른 다층적인 법적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과 법적 주체 생산 127 참고문헌 단행본 김부자 조시현 하종문 양현아 박배근 문규석 이근관 오미영 김형만 홍성필 최태현 한일간 역 사현안의 국제법적 재조명 동북아역사재단 자크 데리다 남수인 옮김 글쓰기와 차이 동문선 질 들뢰즈 김상환 옮김 차이와 반복 민음사 양현아 한국 가족법 읽기 전통 식민지성 젠더의 교차로에서 창비 윤미향 년간의 수요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외치는 당당한 희망 웅진주니어 논문 심영희 침묵에서 증언으로 군위안부 피해자들의 귀국이후의 삶을 중심으로 정신문화연구 제 권 제 호 양현아 한국인 군 위안부 를 기억한다는 것 일레인 김 최정무 편저 박은미 옮김 위험한 여 성 삼인 정진성 군위안부 정신대 개념에 관한 고찰 사회와 역사 제 집 법령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법률 제 호 일부개정 시행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법률 제 호 일부개정 시행 동북아역사재단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법률 제 호 제정 시행 민법 법률 제 호 일부개정 시행
128 통권 제12 호 (2012) 병역법 법률 제 호 타법개정 시행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 법률 제 호 일부개정 시행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법률 제 호 타법개정 시행 제주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법률 제 호 타법개정 시행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 법률 제 호 제정 시행 타법폐지
일본군위안부 지원 법령과 법적 주체 생산 129 Abstract 18Kang, Min Gu *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envision the production of a legal subject of Japanese Military Comfort Women in the perspective of post-colonial law. Legal dimension unique to social dimension has symbolic and virtual impacts on the construction of the subject of the subaltern. Post-colonial law theories in contrast with post-colonialism theories help us view the change before and after colonialization in the eye of law. This approach, on one hand, reflects social dimension and on the other hand defines social dimension. By comparing it with 4 3 case, 5 18 case, and other law cases for Japanese Imperial Victims, this article strongly suggests the necessity of the third world context in the post-colonial law theory to understand the production of Japanese Military Comfort Women as a legal subject. Legal expressions of Japanese Military Comfort Women excludes the Republic of Korea the subject of legal responsibility when compared to other similar laws which is itself a post colonializing phenomenon. In that sense, more specific and contextual approach for the third world, different from the frame of Sally Engle Merry s legal pluralism and Nicola Lacey s legal subject production by legal text analysis, is needed to explain the complex constructing boundaries of Statism, nationalism, and gender. Overall, this article suggests the importance of studying the legal subject construction * J.D. Candidate(2013), Seoul National University School of Law.
130 통권 제12 호 (2012) in post-colonial law analysis in third-world context. Hopefully, this article is one of the possibilities to research the subaltern subject production in crossroads of legal dimension and the third world. Keywords : Japanese Military Comfort Women, legal subject, post-colonial law, post-colonialism, constructionism, the third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