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현장 치솟는 중계권료, 날개를 꺾어라 스포츠 중계권 독점과 불공정계약 논란 정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0년에 상업방송 SBS가 스포츠 방송권을 독점하 여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과 월드컵을 방송하지 못하는 파행을 겪었다. 이후 상업방송의 스포츠 독점과 공영방송의 무능함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일어나면서, 지상파 3 사가 공동중계체제로 복귀했다. 보편적 시청권, 무용지물로 전락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일반경기는 방송사가 돌아 가면서 방송하고, 결승전 등의 중요경기는 2사 공동 생중계를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비판 여론과 규제, 방송 3사의 이해관계에 의한 일시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며 스포츠 방송권 가격의 급등, 특정 방송사의 독점과 보편적 시청권을 해결하는 근원적 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앞으로 여건이 변하면 스포츠 방송권을 둘러싼 갈등과 문제점은 더욱 커질 것이다. SBS는 스포츠 독점에 대한 사회적 비판여론에 도 불구하고 2018년부터 2024년까지의 올림픽과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월드컵 중계를 추가로 계 약해 스포츠방송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SBS는 LPGA 골프, 영국 프리미어리그뿐 아니라 올림픽과 월드컵에도 과도하게 투자했다. 스포츠방송권료의 급등으로 인한 외화유출이라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물론 SBS는 주요 스포츠를 독점하여 스포츠는 SBS 라는 채널 이미지를 강화하고 올림픽과 월드컵 공식스폰서로서 특혜를 누릴 것이다. 스포츠 독점을 통해 주요 콘텐츠를 확보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신문과방송 2012 08 155
JTBC가 2012년 6월 8일 독점중계한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방송 장면 도 지상파 3사의 공동중계 복귀로 보편적 시청권도 획득한 것이 아니냐고 반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포츠 방송권의 가격 급등을 막고 국민이 무료 로 국민적 스포츠를 시청하게 하자는 취지의 보편 적 시청권 규제 는 무용지물임이 여실히 증명되었다. 2007년에 방송법에서 보편적 시청권 규제를 도입했 지만 SBS가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을 독점하면서 가격급등을 막지 못했다. 더군다나 방송통신위원회 는 가시청 가구 90% 이상을 확보하도록 하는 조항에 유료방송인 케이블TV를 집어넣었다. 이 조치는 무료 시청권의 법적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케이블TV를 통 한 난시청 가구가 많다는 것이 케이블TV가 포함된 이 유다. 비슷한 실정의 독일과 덴마크에서는 케이블 기 본형 가구와 무료시청 혹은 저렴한 가격의 시청 가구 를 아우르는 정도로 정의한다. 최근에 방송통신위원회는 무료시청 가구에 케 이블TV뿐만 아니라 위성방송과 IPTV 등 유료방송 가 구 전체를 포함시켰다. 무료시청을 위해 유료방송을 규제하는 보편적 시청권 규제의 입법 취지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종 합편성채널인 JTBC가 월드컵 예선 두 경기를 독점으 로 방송했지만 규제하지 못했다. 정작 유료방송을 시 청하지 못하는 직접수신 가구들이 국가적 스포츠 이 벤트를 보지 못하는 기막힌 현실이 벌어진 것이다. 공영방송이 배제되고 지상파 상업방송이 올림 픽과 월드컵을 독점한 것은 국내방송사상 초유의 사 건이며, 외국에서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일본은 NHK, 영국은 BBC, 독일은 ARD 중심의 방송컨소시 엄이 올림픽과 월드컵을 방송했다. 공영방송 중심의 컨소시엄이 방송하는 것에는 전 국민이 무료로 지구 촌의 스포츠 축제를 즐겨야 한다는 보편적 시청권의 정신이 담겨 있다. 156
한국은 해외스포츠가 인기를 끄는 반면, 국내스포츠는 프로야구 정도를 제외하면 인기가 별로 없는 스포츠 방송권 수입국가 로서 FIFA와 IOC의 상업주의 전략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FIFA와 IOC는 월드컵과 올림픽 방송권료를 대폭 올린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공영방송 중심의 코리아 풀(국내 지 상파 사업자의 연합체) 을 유지하는 것은 그리 간단 하지 않다. 한국은 해외스포츠가 인기를 끄는 반면, 국내스포츠는 프로야구 정도를 제외하면 인기가 별 로 없는 스포츠 방송권 수입국가 이다. 영국의 프리 미어리그가 국내 프로축구보다, 미국의 메이저 프로 야구가 국내 프로야구보다 스포츠 방송권 가격이 훨 씬 높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월드컵과 올림픽은 FIFA 와 IOC의 상업주의 전략에 철저하게 당할 수밖에 없 었다. 앞으로도 FIFA와 IOC는 유럽 프로축구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는 유럽과 아시아지역의 월드컵과 올 림픽 방송권료를 대폭 올린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유럽의 아시아지역 방송권료 상승에 걸림돌 이 되는 유럽방송연맹(EBU)이나 코리아 풀을 제치 고 현지 방송사와 직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FIFA와 IOC 등은 코리아 풀에 대해 수요자 담합 으로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SBS와 단 독계약을 취하고 코리아 풀에 재판매하는 형식이어 서 문제가 없지만, 유럽의 경우에는 유럽방송연맹에 여러 차례 소송을 제기했다. 스포츠 방송권의 수요자 독점은 친경쟁적일 수 있지만, 시장에서 강력한 지위 를 가지면 반경쟁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유럽방송 연맹과 저팬 컨소시엄은 BSkyB, 스카이퍼펙TV 같은 거대 유료 방송사업자와 Sport Five, 덴츠 등 막강한 스포츠마케팅회사들이 있어서 친경쟁적이다. 하지만 한국은 지상파방송 외에 경쟁 유료 방송사업자 및 마 케팅회사가 약하기 때문에 수요자 담합으로 패소할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방송법 76조 4항에서 공동 계약을 권고하고 있어서 규제기관의 과도한 시장개 입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SBS, FIFA 및 IOC와 불공정계약 맺어 SBS가 런던 올림픽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면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독점생중계 방식을 고 집했을 것이다. 일본의 상업방송인 아사히TV는 모스 크바 올림픽의 독점권을 획득했다가 자본주의 진영 의 불참으로 큰 손해를 보고 나서야 저팬 컨소시엄에 복귀했다. 불확실한 고위험, 고수익 의 속성을 가진 스포츠 이벤트는 커다란 시장실패를 겪어보지 않으 면 언제든지 독점거래로 돌아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이것이 과거에도 방송사 간 이해관계로 깨진 적이 있 는 코리아 풀이 여전히 불안한 이유다. 상업방송이 올림픽과 월드컵 독점을 가져온 대 신문과방송 2012 08 157
위해 인터넷과 모바일은 물론이고 거리의 전광판 방 송에까지 높은 요금을 요구해 원성이 자자했다. SBS는 올림픽 8년간 4개 대회, 월드컵 8년간 2개 대회와 관련해 장기적으로 계약을 맺었다. 지상파와 케이블 및 위성방송권에 인터넷과 모바일, 전광판 방 송권까지 패키지로 묶어서 고가로 판매하기도 했다. 이는 불공정거래의 소지가 있다. SBS는 부대수익과 브랜드가치를 고려해 높은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국 내 스포츠방송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절실했다. SBS는 돈벌이에 혈안이 된 FIFA 및 IOC와 철저하게 불공정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규제기구들은 FIFA와 IOC는 물론이고 유럽축구연맹(UEFA)과 영국축구연맹의 불공정 스 포츠 방송권 계약에 대해 철저하게 규제하고 있다. 유 럽축구연맹은 개별 국가의 특정 방송사업자에게 장 SBS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올림픽 중계 독점권을 확보했다는 내용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보도자료 가는 매우 비싸다. SBS는 2010년 월드컵을 중계한 대 가로 전 대회에 비해 세 배 가까운 금액을 지불했다. 2018년과 2022년 대회도 그전 두 대회 비용인 1억 4,000만 달러보다 훨씬 비싼 1억 9,600만 달러를 지불 했다. 이는 올림픽에서도 비슷하다. 값비싼 비용을 치 르고 확보한 올림픽과 월드컵의 본전을 뽑기 위해서 는 인터넷, 모바일 방송권 등의 재판매 비용을 높게 받아야 한다. 특히 여러 경기가 동시에 열리는 올림픽 은 SBS TV와 케이블 몇 개 채널 정도로는 본전 뽑기 가 힘들다. 2010년 월드컵에서는 한국이 16강에 올 라간 덕분에 적자를 면할 수 있었다. 원금을 회수하기 기간(4년) 단일 패키지로 독점판매 했다. 이에 유럽집 행위원회는 유럽축구연맹의 중계권 판매 방식이 EU 조약 81조(3)에 의거해 반경쟁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유럽집행위원회 규제 이후 유럽축구연맹 은 공동판매를 하되 14개의 패키지로 분할하고, 계약 기간도 3년으로 줄였다. 2개 핵심 패키지(골드와 실 버)는 무료와 유료 방송사에 판매되어 각 국가에서 적 어도 2개 방송사가 권리를 소지했다. 방송 환경이 다채널시대를 지나 원하는 시간대 에 자유롭게 이용하는 스마트미디어 시대로 돌입하 였다. 전통적인 방송사업자는 TV 방송권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모바일 방송권을 패키지화하여 독점하고 있다. TV 방송권의 가치가 스마트폰 방송권의 가치보 다 훨씬 크므로 TV방송사들이 전체 방송권 패키지를 158
SBS가 런던 올림픽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면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독점생중계 방식을 고집했을 것이다. 일본 아사히TV는 모스크바 올림픽의 독점권을 획득했다가 큰 손해를 보고 나서야 저팬 컨소시엄에 복귀했다. 고위험, 고수익 의 속성을 가진 스포츠 이벤트는 언제든지 독점거래로 돌아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구매하여 잠재적인 경쟁자를 제거한다. 반면 스포츠 콘텐츠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회사의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위해 가입자를 모으는 것이 핵심요소이다. 하 지만 모바일과 인터넷서비스 회사들은 보급 범위가 제한돼 배타적인 독점권을 가질 수 없다. 인터넷과 모 바일 회사들은 TV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스포츠 방송 권 전체를 패키지로 일괄 판매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 한다. 이들은 인기 스포츠연맹과 전통적인 방송사업 자들이 불공정하며, 반경쟁적으로 시장권력을 남용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2004년 유럽집행위원회는 스포츠 콘텐츠와 모 바일 회사의 관련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유럽집행 위원회는 소비자의 선택을 극대화하고 혁신과 경쟁 을 장려하기 위해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스포츠 콘텐 츠의 접근이 반경쟁적 시장관행으로 인해 제한돼서 는 안 된다는 경쟁정책을 지지했다. 최근 유럽집행위 원회는 IOC가 인터넷과 모바일 매체에 방송권을 판 매하지 않는 정책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IOC와 FIFA는 보편적 시청권 규제와 공동구매 를 강력하게 저지하고 있다. 보편적 시청권 대상을 결 승, 준결승전과 같은 중요경기에 한정하고 유럽방송 연맹을 구매자 담합으로 제소했다. 하지만 규제기관 들은 보편적 시청권과 공동구매를 지지하는 쪽으로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에 IOC와 FIFA는 유럽방송연 맹을 제치고 개별 방송사와 직거래를 하는 쪽으로 전 환하였다. 협상에 적극 개입하는 유럽 참고해야 국내에서는 보편적 시청권 규제와 코리아 풀에 의존 하여 치솟는 중계권료에 대해 대처해왔으나 실패했 다. 지상파 상업방송이 주요 스포츠를 독점하여 가 격 급상승을 막지 못했으며, 코리아 풀도 합의 위반이 반복되었다. 보편적 시청권 규제는 입법취지와는 달 리 시장지배력이 강한 지상파 상업방송의 기득권만 강화시켰다. 상황변화에 따라 인기 스포츠연맹들은 박찬호 선수가 출전하여 인기를 모은 미국 프로야구 (MLB)처럼 현지 방송사를 분열시켜 경쟁을 유도할 것이다. 특히 코리아 풀은 유럽과 같이 강력한 경쟁사 가 없기 때문에 수요자 담합으로 패소할 가능성이 매 우 높다. 따라서 보편적 시청권 규제의 개정과 코리아 풀의 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유럽 규 제기관처럼 올림픽과 월드컵의 방송권 계약내용을 정확하게 조사하여 불공정거래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신문과방송 2012 08 07 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