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234-2885 Sogang Law Review
目 次 발간사 ǀ편집위원장ǀ ⅰ 격려사 ǀ김광수 서강 로리뷰 지도교수ǀ ⅲ 논문 WTO에서의 TRIPs 관련 분쟁 사례로 본 분쟁해결제도의 한계와 개선점 ǀ김세연ǀ 3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과 우리의 대응방안 ǀ김연진ǀ 23 지하공간에서 변하게 될 건축적 패러다임과 입체적 관점에서의 물권법 제안 ǀ신상은ǀ 49 Suggestions of Preconditions of Business Judgment Rule in Korean Commercial Code ǀ이지훈ǀ 69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명예훼손책임에 관한 유형별 고찰 ǀ전정환ǀ 89 의무 라는 단어의 헌법상의 중의성 ǀ정병민ǀ 103 The Implications and the Applications of Article 102 of TFEU Within EU Competition Law ǀ황윤정ǀ 131 증권인수인의 책임에 대한 검토 ǀ황칠상ǀ 153
Sogang Law Review Vol.6, February 2014. Sogang Law School 특별기획 법률시장 개방과 외국 로펌의 한국 진출 ǀ김금남,박혜연,오선주,유혜인ǀ 177 노동분쟁의 해결을 위한 법적 구제수단 검토 ǀ방종성,손가은,최강용ǀ 199 2013 국제인권 모의재판대회 서면 ǀ전소영,이상덕,김현지ǀ 221 홍콩에서의 20일 - 법무부 파견 홍콩 인턴기 ǀ김용성ǀ 255 부록 서강로리뷰 편집위원회 운영규정 269 서강로리뷰 발행 및 심사 규정 272 서강로리뷰 연구윤리 규정 277 원고 작성 규정 280
발 간 사 기록적인 추위를 몰고 왔던 계사년의 겨울이 지나고, 절기상 봄의 문턱이라는 갑오년 의 입춘을 지난지도 어느덧 열흘에 가깝습니다. 수은주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그것이 달력에 기록된 절기가 되었든 잠시간 풀린 한파가 되었든, 사람들은 더욱 봄을 그리워합 니다. 그러나 봄은 달력이나 수은주에서 그의 현현을 유추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봄은 먼저 온 사람이 뿌리고 간 씨앗이 땅의 힘을 빌고, 내린 눈의 물을 빌고, 태양의 빛 을 받아 움터 자라난 연초록의 살이 풍성한 어린 새싹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그런 의 미에서, 이 모든 것들을 지나 보고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봄이 오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은 누군가 힘껏 잡아당겼다 풀어낸 시위서 갓 풀린 살처럼 흐르는 것이어서, 첫 발간의 기쁨과 서강로리뷰가 정기간행물임을 선언한 제2호의 발간을 지나, 이 작 은 책자에 제6호라는 숫자를 허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서강로리뷰는 당장 보아야 할 많은 책과 날로 가중되는 변호사시험의 부담을 고스란히 안은 채, 미래 법조인으 로서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구성원들이 가진 다양한 고민을 법학이란 틀로 풀어내는 작은 창으로서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에 2014년 봄에 이르러, 서강로리 뷰는 그 싹을 온전히 틔웠다고 감히 선언하고자 합니다. 서강이라는 너른 들판에 선 배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뿌려진 씨앗이 움터 봄이 왔음을 알리는 이번 호이기에, 여 섯 번째 발간사를 적어 내려가는 이 못난 손이 자못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다양한 전공지식과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을 법조인으로 양성하는 로스쿨제도의 취지가 얼마나 자리 잡고 있는가 하고 궁금해 하는 이들이 있다면, 저는 당당하게 서 강로리뷰 제6호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그 결과 9편의 우수한 논문과 대회수상 서면을 실어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이번 서강로리뷰에는 WTO분쟁해결절차와 미국 독점규제법, EU 경쟁법을 비롯한 국제상거래의 제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논문들이 있는가 하면, 공무원에게 의제되는 특별권력관계에서의 의무 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의 헌법적 중의성을 다루고, 건축학적 관점에서 지하 공간 건축의 패러다임 변화를 물권법적 측면에서 바라보며, 상법상 경영 판단에 대한 판례의 태도를 분석하 는 글을 게재하였습니다. 또한,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자본시장법의 증권 인수인의 책임과 인터넷상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유형화 및 고찰에 관한 논문들이 심 사를 거쳐 게재되었으며, 국제모의인권대회 수상작을 함께 실어 향후 대회에 참가하 고자 하는 원우님들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i
서강로리뷰 편집부는 사회 제 문제와 변화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문제의식을 바탕 으로 한 특별기획을 매호 준비하여 원우들과 함께 법률가의 시각에서 고민을 나눠왔습 니다. 제6호에서는 한국에 진출한 영미계 로펌의 한국지사 대표 세 분과의 대담을 통해 법률시장개방에 따른 법조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며 시장개방에 따른 예비 법조인들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살펴보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겪는 대표적인 갈등 중 하나인 노동분쟁의 해결방안으로서의 노동법원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아낸 두 편의 특별기 획을 준비하였습니다. 이 두 편의 글은 편집부가 비단 원우들 뿐 아니라, 서강로리뷰를 읽는 모든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나누기 위해 뿌린 씨앗입니다. 씨앗이 자라 뿌리를 내리고 지표를 뚫고 나와 모두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서강로리뷰의 봄은 만지고 보고 느낄 수 있는 현실이 될 것이기에, 그러한 가까운 미래를 그려봅니다. 작은 일이라도 많은 이들의 관심과 지원, 아낌없는 사랑과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 다는 사실은 부러 언급하지 않아도 주지의 사실입니다만, 짧은 지면을 빌어 감사와 사 랑을 전하고자 합니다. 항상 서강로리뷰를 격려해주시는 이상복 원장님과 박준우 부 원장님, 서강로리뷰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조언자이신 김광수 지도교수님, 발간을 위 한 실질적인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행정실과 법학 연구소 직원여러분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서강로리뷰 제6호의 발간을 위해 열 의를 다해준 성신영 부편집위원장님, 권병철 안태연 편집팀장님, 김하연 장태훈 선 임편집위원님, 그리고 편집과 특별기획으로 고생한 김금남 박혜연 방종성 손가 은 오선주 유혜인 최강용 편집위원님들께 무한한 감사와 신뢰를 보냅니다. 서강로리뷰는 선배님들이 걸어온 그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갈 것입니다. 또한 우 리가 가는 이 길이 후배님들을 위한 작은 정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타인을 위해 봉사 하고 나아가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념을 대표하는 법학 학술지로서 서강로리뷰가 꽃피우는 완연한 봄을 맞이할 때까지, 독자제현의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리며 여기서 부족한 발간사를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2월 서강로리뷰편집위원회 편집위원장 김 용 성 ii
격 려 사 사회발전과 인간의 복리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우리 경제가 수치상으로 는 높은 소득을 자랑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행복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고 보고되고 있다. 학문세계도 유사하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는 승진할 때 혹은 재임용 당할 때 논 문 2편 혹은 그에 상응하는 연구업적을 제출하는 것으로 충분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 다섯 배 정도 되는 연구실적을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교수의 급여나 학교의 서열을 논 문수로 평가하여 책정하고자 하는 추세가 대세로 되었다. 그러니 너도나도 논문 생산하 기에 분주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내 논문을 열심히 쓰기도 하려니와 남의 논문을 평가하는 기회도 많아졌다. 근데 이전에는 심사대상이 되는 논문을 받아보면 그 가운데 합격과 불합격이 비교적 분명하였다. 분량이 많고 참고문헌이 빼곡하면 대체로 합격점수를 주어도 지장 이 없었다. 한데 어떻게 알았는지 요즘 논문들은 분량도 적지 않고 참고문헌도 많고 각 주도 화려하게 붙어 있다. 그래서 논문심사하기 편하지 않다. 어차피 모든 간행물에는 지면이 제한된다고 할 때 투고되는 많은 글 가운데 선택하고 선택받을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양 위주의 평가였다면 논문쓰기 산업의 발전은 논문평 가를 질 위주의 평가로 전환하였다고 할 수 있겠다. 가령 외국의 전통 있는 학술잡지에 실리는 글들은 게재된다는 자체만으로 크게 보도 된다. 특히 우수한 논문은 표지를 장식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는 그 잡지에 실으려고 하는 글들이 답지하기 때문에 실리려고 하는 경쟁이 원인이 되어 실리지 못한 글들 위에 실린 글들이 놓이고, 자연스럽게 실린 글들은 땅에서 솟아올라 하늘 가까이로 높게 밀어 올려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논문의 숫자에 따라서 연구자를 평가 하고, 대학을 줄 세우는 행위가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개개인은 피곤하고 죽을 맛이지만 이 과정을 통하여 인류를 구원하고, 우리 모두의 살림살이를 낫게 만드는 여러 아이디어가 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작성하여 싣는 이번의 로리뷰 글들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된다. 경쟁 이나 치열함은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지만 학생들은 아직 논문쓰기의 경험이 없다는 점 에서 우리 직업 연구자들이 글을 만드는데 있어서 느끼는 것 못지않은 고통을 겪으며 노 고를 마다하지 아니 하였을 터이다. iii
옛날에 흔히 논문 혹은 글이라는 이름 앞에 주옥같다 는 말을 꾸몄다. 맘만 먹으면 뚝딱뚝딱 논문을 만들어내던 시절에는 이 말이 그리 실감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사 정으로 개인적으로 글읽기와 글쓰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요즈음은 이 단어가 주는 의미 를 알게 되고, 그 무게를 크게 느끼게 된다. 글을 쓴 학생들의 헌신에 감사한다. 그리고 심한 학업생활의 중압감 속에서 시간을 내어 로리뷰 편집에 공헌한 김용성 학생을 비롯 한 편집부원들에게도 심심한 치하와 격려의 말을 전한다. 변함없이 로리뷰 발간을 지원해 주시는 원장님과 부원장님 그리고 행정실에도 이 기 회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2014년 2월 김광수 서강 로리뷰 지도교수 iv
논 문
Sogang Law Review Vol.6, February 2014. 3-21 Sogang Law School 서 강 로 리 뷰 2014년 2월 제6호 3-21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WTO에서의 TRIPs 관련 분쟁 사례로 본 분쟁해결제도의 한계와 개선점 -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US-Copyrights,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사건의 분석을 중심으로 - 김 세 연 1) 目 次 Ⅰ. 서론 Ⅱ. TRIPs 협정의 체결 배경 및 목적 Ⅲ. TRIPs 협정상의 분쟁해결제도 1. TRIPs 협정과 분쟁해결 및 절차에 관한 협정 2. TRIPs 협정 관련 분쟁해결의 현황 Ⅳ. TRIPs 협정 관련 DS114, DS160 및 DS362 사건의 분석 1. 각 사건의 개요 및 제소국의 주장 2. 각 사건에 대한 패널의 주요 판단 3. 종합적인 검토 Ⅴ. TRIPs 협정의 한계 및 정책적 제언 1. TRIPs 협정의 실체법적 한계 2. TRIPs 협정의 절차법적 한계 3. 정책적 제언 4. 소결 Ⅵ. 결론 Ⅰ. 서론 자유무역과 세계화는 GATT 이후 1995년 WTO의 설립과 함께 가속화되어 왔다. 1)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4기. 3
서강로리뷰 제6호 이후 2000년대에 들어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의 확산으 로 물품, 서비스를 비롯한 모든 품목에 대한 전면적인 무역장벽의 철폐가 진행되고 있다. 2)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특히 지적재산권(또는 지식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 문제가 국제적으로 대두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국가 간 분쟁 역시 향후 그 의미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WTO는 무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 (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이하 TRIPs 협정 )을 통해 WTO의 회원국이 준수해야 하는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행사에 관한 최소한의 표준을 정하고 있다. 3) 하 지만 TRIPs 협정 그 자체의 불완전성과 더불어 여전히 WTO 분쟁해결제도상의 한계 가 존재한다는 비판이 있다. 혹자는 지난 15여 년간의 WTO 지적재산권 분쟁 사례들 을 일컬어 짖어대지만 물지 않는 개 (The Dog That Barked But Didn t Bite)라고 칭 하고 있기도 하다. 4) 본 연구에서는 우선적으로 TRIPs 협정의 목적과 체결배경을 밝히고 지적재산권 이 슈가 문제되었던 주요 WTO 사건들을 중심으로 분쟁해결제도의 한계를 지적하고자 한다. 특히 사건 분석에 있어서는 캐나다의 의약품 특허보호에 관한 Canada- Pharmaceutical Patents (DS114) 사건, 미국의 저작권법의 저작권 제한 규정에 관한 US-Copyright (DS160) 사건 및 지난 2008년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WTO에 제소하였 던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DS362) 사건 등을 그 중심에 두고 비교 분석 하여 정책적 제언을 모색하고자 한다. Ⅱ. TRIPs 협정의 체결배경 및 목적 TRIPs협정 제7조는 지식재산권의 보호와 제도의 시행은 기술혁신의 증진과 기술 2) WTO 홈페이지의 공식 집계에 의하면 FTA를 비롯한 지역무역협정의 통지건수는 575건에 달하며, 이 가운데 379건이 발효되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상태이다. (2013. 7. 31. 기준) http:// www.wto.org, 검색일: 2013. 11. 27. 3) 정재환 이봉수, TRIPS 협정의 성립과정과 진전에 관한 연구, 무역학회지 제38권 제1호, 2013, 48면. 4) Joost Pauwelyn, The Dog that Barked but Didn t Bite: 15 Years of Intellectual Property Disputes at the WTO, Journal of International Dispute Settlement, 2010, p.1. 4
WTO에서의 TRIPs 관련 분쟁 사례로 본 분쟁해결제도의 한계와 개선점 -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US-Copyrights,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사건의 분석을 중심으로 - 의 이전 및 전파에 기여하고, 기술 지식의 생산자와 사용자에게 상호이익이 되고, 사 회 및 경제복지에 기여하는 방법으로 권리와 의무의 균형에 기여하여야 한다고 규정 하고 있다. 5) 또한 원칙에 있어서 회원국들은 공중보건 및 영양 상태를 보호하고, 자 국의 사회 경제 및 기술적인 발전에 매우 중요한 분야의 공공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하 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제8조 제1항) 6), 권리자의 지적재산권의 남용 또는 불합리하게 무역을 제한하거나 국가 간 기술이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관행을 방지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수 있다(동조 제2항) 7) 고 하여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의 이익간의 적절한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TRIPs 협정의 체결은 선진국 정부와 자본이 기술적 우위와 시장을 유지 하기 위해서 지적재산권을 강화할 필요성이 대두되며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하였 다. 8) 특히 세계지적재산권기구인 WIPO(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에서 관장하는 조약들이 조약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는 점, WIPO 회원국이라고 해도 WIPO가 관장하는 모든 조약에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닌 점, 그 변경에 있어서 모든 회원의 동의를 원칙으로 하므로 각종 협약들의 보호수준을 높이 기 위한 개정도 어려운 문제인 점 등이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고 지적재 산권의 보호를 두텁게 하여 자국 및 자국 기업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선진국 들 사이에서는 WTO와 같은 제도적으로 설립된 상설적인 국제기구에서 지적재산권 관련 이슈가 다루어져야 한다는 합의가 생긴 것이다. 5) TRIPs 협정 제7조 The protection and enforcement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should contribute to the promotion of technological innovation and to the transfer and dissemination of technology, to the mutual advantage of producers and users of technological knowledge and in a manner conducive to social and economic welfare, and to a balance of rights and obligations. 6) TRIPs 협정 제8조 제1항 Members may, in formulating or amending their laws and regulations, adopt measures necessary to protect public health and nutrition, and to promote the public interest in sectors of vital importance to their socio-economic and technological development, provided that such measures are consistent with the provisions of this Agreement. 7) TRIPs 협정 제8조 제2항 Appropriate measures, provided that they are consistent with the provisions of this Agreement, may be needed to prevent the abuse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by right holders or the resort to practices which unreasonably restrain trade or adversely affect the international transfer of technology. 8) 정영진 이재민, 글로벌시대를 위한 신 통상법 및 통상정책, 초판, 박영사, 2012, 284면. 5
서강로리뷰 제6호 Ⅲ. TRIPs 협정상의 분쟁해결제도 이 부분에서는 WTO 협정 가운데 TRIPs와 관련된 분쟁해결 규칙과 절차에 관한 양 해각서(DSU: Understanding on Rules and Procedures Governing the Settlement of Dispute)에 대하여 분석한 후 관련 현황들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1. TRIPs 협정과 분쟁해결 및 절차에 관한 협정 TRIPs 협정의 출범 당시의 우려 또는 기대와는 달리 TRIPs 협정에 관한 분쟁 사건 은 과거 1995년 이후 10% 정도를 차지하였으나 9) 2010년 이후 전체 제소 사건의 5% 를 넘지 않는 비율로 제기되고 있는 상태이다. 10) 한편, TRIPs 협정 제64조의 경우 관 련 분쟁을 GATT 1994 제12조, 제13조의 규정에 의해 처리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 고 있다. 11) 지적재산권 보호문제를 통상 의제 중 새로운 분야의 하나로 선진국들이 상정할 것을 주장했던 가장 강력한 이유가 바로 지적재산권 분쟁에 분쟁해결절차를 원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 WTO의 무역 분쟁해결 절차는 과거 GATT의 무역 분쟁해결제도의 약점들을 보완 하여 1995년 WTO의 출범과 더불어 새롭게 마련되었다. 일례로 과거 GATT의 경우 분쟁해결제도가 특별히 문제 자체가 되었던 적이 없는데 이는 패널보고서에 대한 채 택 여부를 이사회에서 총의로 결정하는 방식에 기인한다. 따라서 WTO의 경우 이와 다르게 역총의 방식(reverse consensus system) 13) 에 따라 안건이 올라감에 따라 사 9) 오미영, WTO TRIPs 협정상의 특허보호 분쟁사례 연구 비위반제소 문제를 중심으로-, 비교사법 제12권 4호, 2005, 725면. 10) Joost Pauwelyn, op. cit., p.6. 11) TRIPs 협정 제64조 제1항 및 제2항 1. The provisions of Articles XXII and XXIII of GATT 1994 as elaborated and applied by the Dispute Settlement Understanding shall apply to consultations and the settlement of disputes under this Agreement except as otherwise specifically provided herein. 2. Subparagraphs 1(b) and 1(c) of Article XXIII of GATT 1994 shall not apply to the settlement of disputes under this Agreement for a period of five years from the date of entry into force of the WTO Agreement. 12) 한국국제경제법학회, 신 국제경제법, 보정판, 박영사, 2013, 543면. 6
WTO에서의 TRIPs 관련 분쟁 사례로 본 분쟁해결제도의 한계와 개선점 -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US-Copyrights,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사건의 분석을 중심으로 - 실상 자동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채택이 되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WTO의 패널 보고서는 그 발행이 곧 법적 구속력을 갖는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선진국들은 WIPO의 지적재산권 협약들이 실효성 있는 확실한 이행수단이 결여되 어 있는 것을 문제점으로 삼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GATT와 WTO를 통한 무역제재 조치 방안을 주장하였다. 따라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14) 을 통해 선진국들은 자신들 이 원했던 분쟁해결 규칙과 절차에 관한 양해각서(DSU)를 포함시키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결국 관철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15) 2. TRIPs 협정 관련 분쟁해결의 현황 2010년까지 진행된 Joost Pauwelyn 교수의 연구 16) 에 따르면, 지적재산권 분쟁과 관련하 여 TRIPs가 직접적으로 다루어진 사건은 WTO 출범 이래 패널 보고서가 나온 사건이 9건 정도가 되며 이후 항소기구(Appellate Body) 보고서까지 채택된 사건의 경우 India-Patent 사건, Canada-Patent Term 사건, US-Havana Club 사건 등 총 3건에 불과하다. 13) 1994년 미국에 의해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국제 무역의 분쟁해결절차에서의 의사결정수단으로 도입 되었다. 이전의 GATT 체제에서는, 국제무역의 분쟁해결을 위해 패널 보고서가 작성되어도, 분쟁의 양 당사국의 동의를 포함한 총의에 의해서 그 패널보고서를 채택하였기 때문에, 그 채택이 상당히 지연되거나 거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 WTO에서는 총의로 패널 보고서를 거 부하지 않는 한 채택이 되도록 하였다. - 최광수, WTO 분쟁해결체제에 관한 연구, 박사학위논문, 조선대학교, 2007, 23면. 14) 1986년 9월 남미 우루과이의 푸타델에스테(Punta del Este)에서 개최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각료회의를 출발점으로 하여 8번째인 1993년 12월 타결된 다자간 무역협상이다. 특히 우루과이 라운드에서는 서비스, 무역관련 투자조치, 무역관련 지적재산권(TRIPs) 등의 의제가 다자 간 협상의제로 처음으로 채택되어 논의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15) 한국국제경제법학회, 앞의 책, 544면. 16) Joost Pauwelyn, op. cit., p.1. 7
서강로리뷰 제6호 [표1] 패널 보고서 및 항소기구 보고서 채택 현황 17) PANEL REPORTS making TRIPS Findings APPELLATE BODY REPORTS making TRIPS Findings 1. India-Patent (US) India-Patent (US) 1998. 2. Indonesia-Autos (EC, Japan, US) 1998. 3. India-Patent (EC) 1998. 4.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EC) 2000. 5. US-Copyrights (EC) 2000. 6. Canada-Patent Term (US) Canada-Patent Term (US) 2000. 7. US-Havana Club (EC) US-Havana Club (EC) 2002. 8. EC-Trademarks & GIs (US, Australia) 2005. 9.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US) 2009. 특히 유의할 점은 위 표에서 음영처리가 된 4.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DS114) 사건, 5. US-Copyrights (DS160) 사건, 9.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DS362) 사건들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지적재산권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진 사 건이 아니라는 부분이다. Joost Pauwelyn 교수는 여타 사건들의 경우 사실상 TRIPs 협정이 없었어도 여타 WTO 및 GATT 규정상의 법 해석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었 다고 한다. 18) 따라서 이하에서는 특히 전통적인 지적재산권 문제들이 정면으로 다루어졌던 위 세 가지의 사건을 각 분석하여 지적재산권 분쟁해결의 실효성을 검토해보고 관련 문 제점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17) Joost Pauwelyn, op. cit., p.10. 18) Joost Pauwelyn, op. cit., p.11. 8
WTO에서의 TRIPs 관련 분쟁 사례로 본 분쟁해결제도의 한계와 개선점 -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US-Copyrights,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사건의 분석을 중심으로 - Ⅳ. TRIPs 협정 관련 DS114, DS160 및 DS362 사건의 분석 1. 각 사건의 개요 및 제소국의 주장 1)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DS114) 사건 제소국인 EC(유럽 경제 공동체)는 캐나다 특허법(Patent Act)의 일부 조항들이 일 반 의약 제조사들로 하여금 특정한 경우에 특허권 보유자의 권리를 무효화시킨다는 이유로 1997년 협의요청절차(request for consultations)를 개시하였다. 19) 당해 사건 에서 특히 문제가 되었던 것은 캐나다 특허법이 TRIPs 협정의 제27.1조(차별금지), 제28.1조(특허권 보유자의 권리) 및 제30조(그 예외) 조항들을 침해하는 규정을 가지 고 있다는 점이다. 2) US-Copyrights (DS160) 사건 미국의 저작권법 제110장이 문제가 된 DS160 사건에서는 저작권 보유자의 배타적 인 권리에 대한 제한 규정이 문제가 되었다. 20) 미국 저작권법에서는 가정적인 형태 의 공연 또는 전시에 관한 예외 규정(homestyle exemption) 및 경영상의 공연 또는 전시에 관한 예외 규정(business exemption) 을 저작권 비보유자인 이용자에게 허용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제소국인 EC측은 1999년 TRIPs 제13조(배타적인 저작권에 대한 제한)를 위배하였다는 주장을 제기하여 협의요청절차를 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자국의 조치가 베른협약(Bern Convention)에 따른 이른바 사소한 예외의 원칙(minor exceptions doctrine) 에 해당하여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였다. 19) WTO, WTO Dispute Settlement: One-Page Case Summaries Canada Pharmaceutical Patents, 1995-2011 (2012 Edition), 2012, p.47. 20) WTO, WTO Dispute Settlement: One-Page Case Summaries US Section 110(5) Copyright Act, 1995-2011 (2012 Edition), 2012, p.64. 9
서강로리뷰 제6호 3)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DS362) 사건 당해 사건에서 제소국인 미국은 2007년 4월 10일 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및 집행 과 관련된 조치들에 대하여 중국 정부 측과 WTO 분쟁해결절차의 제1단계에 해당하 는 협의요청절차를 개시하였다. 21) 해당 사안에서 특히 문제가 되었던 점은 저작권 (copyright) 및 상표권(trademarks)과 관련하여 i)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관한 형 사 절차 및 형벌에 관한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해석, ii) 관세 당국에 의해 압수당한 불 법복제물의 처리 실태, iii) 중국내에서 배급이 허용되지 않은 저작물들에 대한 보호 및 집행을 거부하는 중국 저작권법 제4조 등이 문제가 되었다. 22) 2. 각 사건에 대한 패널의 주요 판단 1)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사건 해당 사건에서는 먼저, 입증책임의 귀속에 관한 쟁점이 대두되었는데 패널은 TRIPs 제30조가 제28.1조에 대한 예외조항이기 때문에 피제소국인 캐나다 측에서 자 국의 규정이 예외조항에 해당하여 TRIPs 제28.1조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 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후 비축 조항(stockpiling provision)이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캐나다 측의 주장에 관하여 TRIPs 제30조 소정의 예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고 패널은 판단하였다. 이는 특허법의 해당 조항에 비축을 위한 생산량에 관한 허용 치 기준이 없기에 시장 배타성(market exclusivity)과 관련하여 상당한 제한을 가지고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패널은 해당 조항이 TRIPs 제28조에 반하여 특허권 보유자들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외에도 TRIPs 제27조(차별금 지)가 문제되었는데 패널은 해당 부분에서 EC측이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de jure or de facto) 차별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하는데 이를 다하지 못하여 차별금지 조항에 대한 위반이 아니라고 보았다. 21) WTO Panel Report DS362. 22) WTO, WTO Dispute Settlement: One-Page Case Summaries China -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1995-2011 (2012 Edition), 2012, p.146. 10
WTO에서의 TRIPs 관련 분쟁 사례로 본 분쟁해결제도의 한계와 개선점 -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US-Copyrights,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사건의 분석을 중심으로 - 2) US-Copyrights 사건 US-Copyrights 사건에서 미국 측이 주장한 사소한 예외의 원칙 에 대하여 패널은 우선적으로 i) 베른협약 제11조에 적용되는 해당 원칙이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ii) 그 러한 원칙이 TRIPs 협정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후 본안 판단에서 패널은 첫째 가정적인 형태의 공연 또는 전시에 관한 예외 규정 과 관련하여 세 가지 논거 23) 를 들어 TRIPs 제13조 소정의 일부 특수한 상황(certain special cases) 24) 에 해당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반면에 패널은 경영상의 예외 규정(business exemption) 에 대해서는 i) 이를 허용할 경우 일반음식점을 포함한 다 수의 요식업이 잠재적 이용자에 포함될 수 있으며 ii) 해당 예외가 저작물의 일반적인 이용 범위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제13조의 예외적인 상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고 하였다. 3)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사건 가장 최근인 2009년에 채택되었던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사건 패널 보 고서에서 WTO 패널은 TRIPs 제61조(국경조치-구제수단), 제59조(구제수단), 제9.1 조(베른협약 제5(1)조 및 제17조) 및 TRIPs 제41.1조(집행-일반적 의무사항) 등에 관하여 각각 판단을 내린 바 있다. 25) 23) (i) the exemption was confined to certain special cases as it was well-defined and limited in its scope and reach (13-18 per cent of establishments covered); (ii) the exemption did not conflict with a normal exploitation of the work, as there was little or no direct licensing by individual right holders for dramatic musical works (i.e. the only type of material covered by the homestyle exemption); and (iii) the exemption did not cause unreasonable prejudice to the legitimate interests of the right holders in light of its narrow scope and there was no evidence showing that the right holders, if given opportunities, would exercise their licensing rights. - Excerpts from the Panel Findings of DS 160. 24) TRIPs 협정 제13조 Members shall confine limitations or exceptions to exclusive rights to certain special cases which do not conflict with a normal exploitation of the work and do not unreasonably prejudice the legitimate interests of the right holder. 25) WTO, WTO Dispute Settlement: One-Page Case Summaries China-Intellectual Property 11
서강로리뷰 제6호 첫째, 패널은 중국의 형사 처벌규정이 일정 숫자 이상의 불법복제물의 매출, 이익, 판매를 처벌하고 그 이하에 대해서는 형사적 책임을 면제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 로는 TRIPs 제61조의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는 TRIPs의 해당 규정 이 모든 불법복제물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반드시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 이다. 패널은 제61조의 상업적 규모(commercial scale) 에 대한 개념 정의 26) 를 내리 며 현재 중국 정부의 처벌 기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하였다. 하지만 결 국 패널은 중국 시장에 있어서 상업적 규모의 기준에 대한 입증책임을 미국 측이 다 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었다. 둘째, 패널은 TRIPs 제51조에서 제60조까지의 규정들 27) 이 관세 당국의 조치에 대 하여 수출품에서와 같은 수준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님을 밝혔다. 또한 수입품과 관련 하여 관세 당국의 물품 경매가 제59조에 의해 명문상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제59조 규정과 모순되는 조치라고 결론내리며 중국 관세 당국에 의해 압수당한 불법복제물 의 처리에 관한 조치가 제59조에 위반된다고 하였다. 셋째, 패널은 중국이 저작물의 유통 및 전시에 관하여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 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보호 거부를 정당화 하지는 못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불법적인 내용으로 인하여 금지된 저작물에 대한 저 작권 보호를 방치한 중국 정부는 베른협약 및 TRIPs 제41.1조에 위반한 것이라고 결 론 내렸다. 3. 종합적인 검토 앞서 언급한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사건, US-Copyrights 사건, China- Rights, 1995-2011 (2012 Edition), 2012, p.146. 26) the magnitude or extent of typical or usual commercial activity with respect to a given product in a given market - Excerpts from the Panel Findings of DS362. 27) TRIPs Article 51 (Suspension of Release by Customs Authorities), Article 52 (Application), Article 53 (Security or Equivalent Assurance), Article 54 (Notice of Suspension), Article 55 (Duration of Suspension), Article 56 (Indemnification of the Importer and of the Owner of the Goods), Article 57 (Right of Inspection and Information), Article 58 (Ex Officio Action), Article 59 (Remedies) and Article 60 (De Minimis Imports). 12
WTO에서의 TRIPs 관련 분쟁 사례로 본 분쟁해결제도의 한계와 개선점 -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US-Copyrights,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사건의 분석을 중심으로 -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사건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 실이다. 하지만 해당 사건들은 모두 WTO의 TRIPs 협정이 그 쟁점이 되어 직접적으 로 다루어졌다는 점, 후진국 또는 최빈개발도상국 간의 분쟁이라기보다는 전통적인 선진국(또는 강대국) 간의 분쟁이라는 점, 기업 또는 단체 간 분쟁이라기보다는 특정 국가가 타국의 사법 제도를 그 제소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 등이 공통적으로 드러나 는 사건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위 세 가지 사건들이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가지는 영향력 내지 파급효과이다. 먼저,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사건의 경우 제소국인 EC는 단 지 캐나다의 법적 제도만을 문제 삼기 위해 협의신청을 개시한 것이 아니라 특허권의 보호 기간인 20년을 단축할지 여부에 관한 WTO 회원국 간의 논의를 촉발하고자 하 는 의도 하에 제기된 사건이라는 점에 있어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US-Copyrights 사건 역시 단지 EC측 작곡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미국 내 음반 및 방송 업계 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다. 끝으로,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사건의 경 우 중국의 WTO 가입으로 인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충돌이 표면화된 단적인 예로서 혹자들은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이 사안 역시 중국뿐만 아니라 여타 지적재산권 위반국 들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가 없는 사건이었다. 특히 향후 우리나라 또한 중국과 지적 재산권 통상 분쟁을 겪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는 점 28) 에서 그 의미가 큰 사건이라 고 할 것이다. Ⅴ. TRIPs 협정의 한계 및 정책적 제언 설시한 세 가지 사건들을 중심으로 TRIPs 협정과 관련된 분쟁해결에서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크게 실체법적인 한계 그리고 절차법적인 한계로 나누어 지적하여 볼 수 있 으며 이에 따른 정책적 제언을 하고자 한다. 28) 정영진 이재민, 앞의 책, 286면. 13
서강로리뷰 제6호 1. TRIPs 협정의 실체법적 한계 실체법적으로 TRIPs 협정과 관련된 분쟁의 해결에 있어서 규정상의 원칙적 부분보 다는 예외적 부분에 관한 판결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 29), 그 예외의 적용 범위에 있어 서 매우 제한된 해석을 하고 있다는 점, 여전히 선진국들의 우선순위와 개발도상국들 의 우선순위가 충돌하고 있다는 점 30) 등이 특히 문제가 된다. China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사건에서 보듯 패널은 소유권에 관한 부분이 TRIPs 규정에 존재하지 않는 한 TRIPs 협정은 검열제도에 관한 판단을 하지 못한다 고 스스로 그 적용 범위를 제한한 바 있다. 31) 또한 Canada Pharmaceutical Patents 사건에서 WTO 패널은 TRIPs의 예외규정들에 대해 지나치게 제한된 해석을 하는 태 도를 보여 Canada의 패소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 간의 우선순위가 충돌하여 실체법적으로 무엇을 어 느 정도의 강도로 규율할지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EC, 일본 등의 선진국들 은 기본적으로 TRIPs 조항의 추가 개정을 통해 실체법적으로 더욱 명확히 모든 사항 을 규율하여 빠짐없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비정부 기구를 포함한 개발도상국들은 일부 사안들(예를 들어 공예품, 식재료 등에 관한 지리 적 표시 등) 32) 에 있어서 선진국과 입장을 같이 하기도 하지만 이외의 사안들에 대해서 는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상태이기에 그 충돌은 필연적인 것이다. 2. TRIPs 협정의 절차법적 한계 한편, 절차법적으로는 패소국이 WTO 분쟁해결절차에 따른 의무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단지 제소국과 피제소국간의 분쟁이라기보다는 이를 둘러싼 제3 국들의 입장까지도 필요 이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이 그 한계로 지적되고 29) Joost Pauwelyn, op. cit., p.17. 30) Duncan Matthews, Globalising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The TRIPs Agreement, Taylor & Francis, 2004, p.136. 31) Joost Pauwelyn, op. cit., p.18. 32) Duncan Matthews, op. cit., p.137. 14
WTO에서의 TRIPs 관련 분쟁 사례로 본 분쟁해결제도의 한계와 개선점 -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US-Copyrights,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사건의 분석을 중심으로 - 있다. 첫째, 패소국의 의무 이행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일례로 EC 측이 제소한 US-Copyrights 사건에서 미국의 저작권법의 제한 규정이 TRIPs 제13조 위반이라는 결론이 내려졌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합리적인 시간(reasonable period of time) 이 DSU 제25조 33) 에 따라 중재를 통해 12개월로 정해졌으나, 미국 의회는 여 태까지 해당 법조항의 개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34) 양자(미국과 EC) 합 의에 의하여 미국은 EC측에 DSU 제22조 제1항 35) 에 따른 금전적 보상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마저도 2005년부터는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저작권법의 해당 조항 은 개정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둘째, 제3국들의 입장이 패널 보고서에 부속서의 형식으로 첨부되며 이와 더불어 WIPO 사무총장의 의견서가 제공되는 관행에 비추어 볼 때 분쟁당사자인 제소국과 피제소국 뿐만 아닌 제3자들의 이익이 지나치게 고려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 문제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정 국가의 국내법의 규정 및 집행이 문제되었던 China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사건에서는 양 당사국들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EC, 인도, 일본, 한국, 멕시코, 대만, 태국, 터키 등 12개국이 제 3자로 참여하였다. 36) 이러한 제3국들의 참여는 패널의 판단에 있어서 다양한 의견을 33) DSU 제25조 제1항 1. Expeditious arbitration within the WTO as an alternative means of dispute settlement can facilitate the solution of certain disputes that concern issues that are clearly defined by both parties. 34) The United States has thereafter presented status reports to the DSB informing that the US Administration will work closely with the US Congress and will continue to confer with the European Union in order to reach a mutually satisfactory resolution of this matter. Retrieved from Implementation of adopted reports Section of DS160 of WTO website (http://www. wto.org/english/tratop_e/dispu_e/cases_e/ds160_e.htm). 35) DSU 제22조 제1항 1. Compensation and the suspension of concessions or other obligations are temporary measures available in the event that the recommendations and rulings are not implemented within a reasonable period of time. However, neither compensation nor the suspension of concessions or other obligations is preferred to full implementation of a recommendation to bring a measure into conformity with the covered agreements. Compensation is voluntary and, if granted, shall be consistent with the covered agreements. 36) ANNEX C of the Panel Report DS362. 15
서강로리뷰 제6호 개진함으로서 그 공정성을 증진시킨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있다. 37) 하지만 이는 동시에 자칫 사법적 해결이 아닌 제소국 및 피제소국을 둘러싼 정치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존재하여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3. 정책적 제언 먼저, 패소국의 의무 이행을 담보하는 수단 또는 이를 위한 강화된 강제 이행 수단 이 마련되어야만 할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설시한 US-Copyright 사건뿐만 아니라 자신이 패소국이 되었던 또 다른 사건인 US-Havana Club 사건에서도 여전히 자신들 의 의무 이행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분쟁 당사국의 국내법 및 제도에 대한 입법 개 선을 강제할 만한 현실적인 수단이 마련되기 힘들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되나, 현 재와 같이 특정 강대국이 국제사회적 절차에서 벗어나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임에 도 지속적으로 이를 방관할 경우, WTO 자체의 공정성과 강제력이 그 의미를 상실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3국의 지나친 개입을 자제하고 공정한 사법적 판단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패널에 좀 더 독립적이고 국내 법원의 사법적 권한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해야 할 것 이다. 일례로 현재 WTO의 통상적인 분쟁해결절차에는 이른바 중간점검제도 (Interim Review) 38) 등이 시행되고 있어 당사국들이 사전에 패널 보고서를 열람하도 록 하여 오판가능성을 줄이고자 하고 있다. 39)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사실상 최종 판 37) 이는 마치 미국의 사법제도 가운데 법정의 친구(amicus curiae) 제도와 같이 소송 당사자의 허락이 나 법정의 허락을 받은 뒤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제3자의 참여는 한쪽 당사자의 입장을 강화할 목적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특히 국가 간 분쟁으로 비화되는 통상 분 쟁의 특성상 정치적 외교적 영향력을 배제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38) DSU 제15조 제1항 Following the consideration of rebuttal submissions and oral arguments, the panel shall issue the descriptive (factual and argument) sections of its draft report to the parties to the dispute. Within a period of time set by the panel, the parties shall submit their comments in writing. 동조 제3항 The findings of the final panel report shall include a discussion of the arguments made at the interim review stage. The interim review stage shall be conducted within the time-period set out in paragraph 8 of Article 12. 39) 한국국제경제법학회, 앞의 책, 61면. 16
WTO에서의 TRIPs 관련 분쟁 사례로 본 분쟁해결제도의 한계와 개선점 -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US-Copyrights,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사건의 분석을 중심으로 - 단이 내려지기 전에 패널의 독립성과 권한을 침해하는 역기능을 가지고 있음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절차법적인 공정성을 위해 패널 구성에 관하여 투명한 절차를 통해 선정하되 그 외의 절차에 있어서 패널들은 독립된 국내 재판부와 동일한 수준의 권한을 부여받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4. 소결 살펴본 바와 같이 TRIPs 분쟁해결에 있어서 실체법적으로는 i) TRIPs 협정과 관련 된 분쟁의 해결에 있어서 규정상의 원칙적 부분보다는 예외적 부분에 관한 판결로 일 관하고 있다는 점, ii) 그 예외의 적용 범위에 있어서 매우 제한된 해석을 하고 있다는 점, iii) 선진국들의 우선순위와 개발도상국들의 우선순위가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 문 제가 되고 있으며, 절차법적으로는 i) 패소국이 WTO 분쟁해결절차에 따른 의무 사항 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ii) 단지 제소국과 피제소국간의 분쟁이라기보다는 이를 둘러싼 제3국들의 입장까지도 필요 이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이 그 한계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위 실체법적 절차법적 한계를 극복하 기 위한 정책적 제언으로 i) 패소국의 의무 이행의 담보 수단 및 강화된 강제 이행 수 단의 마련, ii) 패널의 독립성 증진 및 권한의 강화 등을 제시하였다. Ⅵ. 결론 본 연구에서는 WTO TRIPs 협정을 통한 지적재산권 관련 분쟁해결제도에 관하여 그 의의와 배경을 고찰하고 관련 분쟁 사례들 가운데 Canada Pharmaceutical Patents 사건, US Copyrights 사건, China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사건을 중심 으로 각 당사국들의 주장 및 패널의 판단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이후 해당 사건들을 통하여 본 현행 TRIPs 협정 및 분쟁해결제도 하의 실체법적 그리고 절차법적 한계점 들을 지적하였다. 나아가 결론에 있어서는 이행담보수단 등 강화된 강제 이행 수단의 마련과 패널의 독립성 증진 및 권한의 강화를 그 해결책으로 제시하였다. 17
서강로리뷰 제6호 참고문헌 [국내 단행본] 정영진 이재민, 글로벌시대를 위한 신 통상법 및 통상정책, 초판, 박영사, 2012. 한국국제경제법학회, 신 국제경제법, 보정판, 박영사, 2013. [해외 단행본] Alexander James Stack, International Patent Law: Cooperation, Harmonization and an Institutional Analysis of WIPO and the WTO, University of Toronto, 2008. Duncan Matthews, Globalising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The TRIPs Agreement, Taylor & Francis, 2004. WTO, WTO Dispute Settlement: One-Page Case Summaries, 1995-2011 (2012 Edition), 2012. [국내 논문 및 학술지] 오미영, WTO TRIPs 협정상의 특허보호 분쟁사례 연구 -비위반제소 문제를 중 심으로-, 비교사법 제12권 4호, 2005. 정재환 이봉수, TRIPS 협정의 성립과정과 진전에 관한 연구, 무역학회지 제 38권, 2013. 최광수, WTO 분쟁해결체제에 관한 연구, 박사학위논문, 조선대학교, 2007. [해외 논문 및 학술지] H. Wager & M. Geuze, WTO Dispute Settlement Practice Relating to the TRIPS Agreement,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 Law vol. 2 No. 2, 1999. Joost Pauwelyn, The Dog That Barked But Didn t Bite: 15 Years of Intellectual 18
WTO에서의 TRIPs 관련 분쟁 사례로 본 분쟁해결제도의 한계와 개선점 -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US-Copyrights,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사건의 분석을 중심으로 - Property Disputes at the WTO, Journal of International Dispute Settlement vol. 1 No. 2, 2010. Ryan Cardwell, The Effects of the TRIPS Agreement on International Protection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International Trade Journal 26(1), 2010. [기타] 세계무역기구 홈페이지 (http://www.wto.org). 19
서강로리뷰 제6호 ABSTRACT The Limitations in Dispute Settlement Procedures of WTO TRIPs - Focusing on the Case Analysis of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US-Copyrights and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 Kim, Saeyeon This paper examines the current status of TRIPs (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and highlights the limitations in dispute settlement procedures by focusing on the most prominent WTO TRIPs cases including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US-Copyrights and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In the above mentioned cases, interpretation of certain provisions in TRIPs has been at the center of debate in the panel decisions. Also, the three cases commonly involve disputes between developed countries rather than developing or the least developed countries. Lastly, in all three cases, the respondent countries legal systems and legislations were put into question. In dealing with substantive issues, the cases have shown that i) panel decisions focus too much on what TRIPs is not about rather than what TRIPs is about, ii) the exception clauses on TRIPs are interpreted too narrowly and iii) the interests of the developed countries consistently collide with those of the developing countries. Also, i) the losing party s failure to implement legislative changes and ii) too much consideration on the third parties interests have been spotted as the limitations in dispute 20
WTO에서의 TRIPs 관련 분쟁 사례로 본 분쟁해결제도의 한계와 개선점 -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US-Copyrights,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사건의 분석을 중심으로 - settlement of TRIPs with regard to the procedural matters. For the conclusion of this paper, two policy recommendations are made to overcome the limitations in dispute settlement of WTO TRIPs. First is to secure the implementation of the losing party by means of securities or collaterals. Secondly, it is suggested that the independence of the panels be enhanced in order to achieve both procedural and substantive justice in the dispute settlement system of WTO TRIPs. ----------------------------------------------------------------- Keywords :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TRIPs), World Trade Organization (WTO), Canada-Pharmaceutical Patents (DS114), US-Copyrights (DS160), China-Intellectual Property Rights (DS362). 주 제 어 : 지적재산권, TRIPs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 WTO 분쟁 해결제도, 세계무역기구 (WTO), DS114 사건, DS160 사건, DS362 사건. 21
Sogang Law Review Vol.6, February 2014. 23-48 Sogang Law School 서 강 로 리 뷰 2014년 2월 제6호 23-48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과 우리의 대응방안 김 연 진 1) 目 次 Ⅰ. 서론 Ⅱ.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 법리 발전 1. 사안의 요지 2. 문제의 제기 3. 사안의 검토 4. 사안의 적용 5. 소결 Ⅲ. 글로벌 경쟁법의 필요성 및 가능성 검토 1. 사안의 요지 2. 문제의 제기 3. 사안의 검토 4. 사안의 적용 5. 소결 Ⅳ. 우리의 대응방안 1. 사안의 요지 2. 문제의 제기 3. 사안의 검토 4. 사안의 적용 5. 소결 Ⅴ. 결론 1)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4기. 23
서강로리뷰 제6호 Ⅰ. 서론 라면업체 4사(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는 근래에 국내ㆍ외적으로 법 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2012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위 4사에 대하여 10년에 걸쳐 라면 가격정보를 교환하는 등의 가격담합 혐의로 총 1,354억 원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다. 나아가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인 마트도 같은 이유로 위 4 사에 대하여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이 미국의 집단소송에 빌미를 제공한 것 같은 인상이 든다. 그런데 미국에 제기된 집단소송의 정당성에 관하여 의문점이 제기된다. 설령 위 4사가 라면가격을 담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내에서 이루어진 행위이므로 국내법이 적용 되어야 하며, 미국 독점규제법이 적용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국내에서 이루어진 담합행 위의 여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 또는 서울고등법원의 행정소송을 통하여 판단되어 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담합 결정의 대상에 수출품은 포함시키지 않았는 바, 실체적 판단에 앞서 미국의 집단소송 자체가 제기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미국 법원은 역외적용을 부정하다가 영향이론 을 통해 역외적용을 긍정하였으며, 이후 이익형량이론 을 선언하였으나, 최근 다시 영향이론 으로 입장을 변경하였다. 그러나 상대국과 어떠한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국내법을 역외적용(Extra territorial Application) 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원칙에 어긋나며, 이는 국제예양 원칙(principle of comity)에도 위배된다고 보인다. 이하에서는 미국의 역외적용 법리를 살펴본 후, LA에서 제기된 집단소송의 가능성 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이후에는, 역외적용의 문제점을 제시하면서 관련 WTO 규정 및 한ㆍ미 FTA에 위배되는지 여부 및 글로벌경쟁법의 필요성 및 가능성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또한, 이에 대한 우리 기업, 정부, 국가 차원에서의 대응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 법리 발전 1. 사안의 요지 24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과 우리의 대응방안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한국야쿠르트 등 4개 라면회사에 대 하여 10년에 걸친 가격담합혐의로 총 1,354억 원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린 바 있 다. 이에 대하여 2013년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인 마트는 위 농심 등 4개 업체에 대하여 8,400억 원의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2. 문제의 제기 미국은 주로 독점규제법을 중심으로 역외적용 법리를 발전시켜 왔으며, 1993년에 는 일본 팩스 용지 기업인에 대하여 미국 독점규제법의 한 주축인 Sherman Act를 형 사적으로 역외적용한 바 있다. 이에 대하여 농심 등 4개 라면회사의 민사 및 형사책 임 여부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3. 사안의 검토 1)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 관련 법리 (1) 미국의 독점규제법 미국의 독점규제법은 Sherman Act와 Clayton Act가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으나, Sherman Act나 Clayton Act에 직접적으로 역외적용의 근거가 되는 조항은 없다. 2) 다 만, Sherman Act 제1조가 외국과의 거래 또는 상업을 불합리하게 제한하는 모든 계약, 결합 또는 공모 를 금지하고, 동법 제2조가 외국과의 거래 또는 상업의 어 떤 부분을 독점하는 것, 이것을 독점하기 위한 기도와 공모 를 금지하고 있다. 3) 또 한, 미국의 독점규제법은 수범자가 사업자가 아닌 자( 者, person)라고 되어 있는 바, 2) 왕상한,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과 외국기업인의 형사처벌, 통상법률 제17호, 법무처, 1997, 8-9면. 3) 강희갑, 미국 독점금지법의 역외 적용에 관한 연구, 사회과학논총 제9권, 명지대학교 사회과학 연구소, 1994, 8면. 25
서강로리뷰 제6호 자( 者 )라고 함은 미국의 법률, 준주( 準 州 )의 법률, 주법 또는 외국의 법률에 근거하여 설립되거나 인가된 법인 및 단체를 포함하는 개념이다(Sherman Act 제8조, Clayton Act 제1조). 따라서 미국의 독점규제법은 원칙적으로 모든 행위 주체에 대하여 적용 된다. 4) 미국 법원은 판례를 통하여 역외적용 법리를 발전시키면서, 미국의 국내법인 독점규제법을 역외적용해 왔다. (2) 역외적용 관련 판례의 태도 5) 1 American Banana 사건 6) 피고 United Fruit Co.는 원고 American Banana Co.를 축출할 목적으로 코스타리 카 내 원고 소유 바나나 농장을 몰수하도록 하자, 원고는 피고의 행위가 경쟁제한적 행위 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Holmes 판사는 어떤 행위가 합법적인지 또는 불합법적인지 여부는 오로지 행위가 이루어진 그 나라 법률에 따라서 결정되어야 한다 라는 일반적, 보편 적 원칙(the general and almost universal rule) 을 선언하면서, 미국법의 역외적용을 부정하였다. 2 Alcoa 사건 7) 캐나다 회사인 Aluminum Limited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회사들과 생산량 을 제한하는 일종의 카르텔을 결성하였다. 이들 업체들은 스위스에 한 관리회사를 설 립하면서 각 회원사들에게 알루미늄 생산량을 할당하였는데, 이 가운데 미국에 대한 수출량도 포함되어 미국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미국 정 부는 이들 업체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의 Hand 판 4) 차성민, 독점규제법상의 적용대상, 어디까지인가?, 한국학술정보(주), 2006, 161-162면. 5) 왕상한, 앞의 글, 9-13면. 6) American Banana Co. v. United Fruit Co., 213 U.S. 347. 7) United States v. Aluminum Co. of America, 148 F.2d 416. 26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과 우리의 대응방안 사는 이전의 American Banana 판결은 미국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 행위에 대 해서까지 의회가 처벌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면서, 외국에서의 행위가 국내법상 금지하는 결 과를 야기한 경우 국가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고 판시하였다. Hand 판사 의 논리는 이후 비록 외국에서 이루어진 외국 기업의 행위라 하더라도 그것이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intent)가 있고 또 실제로 그 영향이 미쳤다면 미국의 독점규제법을 적용할 수 있다 라는 영향이론(effect doctrine) 으로 발전되었다. 3 Timberlane 사건 8) 1965년 제2차 리스테이트먼트 9) 는 역외적용과 관련하여 기본적으로 영향이론 이 바탕이 되지만, 국제예양(Comity) 에 입각한 이익형량이론 을 선언하였다. 본 사안 에서, 중미 온두라스에서 발생한 Timberlane 사건에 미국의 Sherman Act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는 바, 1심 법원은 영향이론 에 입각하여 Sherman Act 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반면, 2심 법원은 1심의 판결을 인용하면서도 이익형량 의 원칙을 반영한 판결을 하였다. 미국 제9지구 항소법원의 Choy판사는 기존의 영 향이론 은 타국가의 국익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역외적용을 할 때에는 역 외적용이 정당화될 만큼 미국 국익과 관련된 부분이 외국 국익과 관련된 부분보다 커 야 한다 라고 판시한 바 있다. 4 Hartford 사건 10) Hartford 사건에서는 영국 보험회사들이 영국에서 행한 행위에 대해 Sherman Act 제1조가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1심에서는 이익형량의 원칙에 입 각하여 영국 보험회사가 승소하였지만, 항소법원은 영국 보험회사들의 행위에 대해 8) Timberlane Lumber Co. v. Bank of America, N.F. & S.A., 549 F. 2d 597. 9) Restatement (Second) of the Foreign Relations Law 18, 40. 10) Hartford Fire Ins. Co. v. California, 113 S. Ct. 2891. 27
서강로리뷰 제6호 미국의 관련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연방대법원은 역외적용에 관해서는 1945년 Alcoa 판례에 나타난 영향이론 이 미국 법 이라고 선언하면서, 영국 보험회사들이 영국 내에서 행한 행위가 미국에 상당한 실질 적 영향을 끼칠 의도가 있었고, 실제로 그러한 영향을 끼친 이상 Sherman Act 제1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국제예양의 원칙이 문제되는 것은 국내법과 외 국법 간에 진정한 충돌(true conflict) 이 존재하는 경우일 뿐이며 여기서 말하는 진정한 충돌이란 외국인이 외국법과 미국법을 동시에 준수할 수 없는 경우 라고 판시한 바 있다. 2) 형사적 역외적용 사례 11) (1) 사실관계 1990년 초 Nippon Paper Industries Co., Ltd.와 다른 팩스용지 제조업체들은 북미 지역에서 판매되는 팩스용지 가격을 인상하기로 일본에서 공모하였고, 그 결과 미국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팩스용지의 가격이 인상되었다. 팩스용지를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것은 무역회사들(Japan Pulp & Paper Co., Ltd.와 Mitsui & Co., Ltd. 등)이었는데, 일본 팩스용지 제조업체들은 무역회사 가 미국 소비자에게 특정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할 것을 계약조건으로 하였고, 계약을 체결한 무역회사가 미국시장에서 성실히 가격인상을 하고 있는지를 감시하였다. 그 러나 공모 및 계약, 무역회사에 대한 가격인상 지시는 일본에서 이루어졌다. (2) 1심 법원의 판단 Joseph L. Tauro 판사는, 피고는 미국과 계속적이고 조직적인(continuous and systemic) 관련을 맺고 있으므로 관할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1심 법원 은 피고의 가격담합 공모가 일본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Sherman Act 11) 왕상한, 앞의 글, 13-22면. 28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과 우리의 대응방안 는 외국에서 이루어진 공모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피고를 형사 처벌하 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3) 항소심 법원의 판단 Selya 판사는 외국에서 행해진 행위라 하더라도 미국에 의도한 상당효과를 미칠 경우에는 Sherman Act 제1조에 의해 형사 처벌할 수 있다 고 판시하였다. 또한, 이 원칙(국제예양 원칙)은 외국에서의 행위가 미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경우에만 미 국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 이라고 적시하였다. 또한, Sherman Act 제1조의 적용범 위를 결정함에 있어 Foreign Trade Antitrust Improvements Act of 1982를 근거법령 에서 제외하였다. 4. 사안의 적용 1) 미국 판례에서의 역외적용 법리의 변화 미국 법원은 American Banana 사건에서는 역외적용을 부정하였으나, Alcoa 사건 에서는 독점규제법을 역외적용하면서 영향이론(effect doctrine) 을 도입하였다. 그 러나 Timberlane 사건에서 미국 법원이 이익형량이론 을 선언하면서 영향이론 은 잠 시 주춤하는 듯하였으나, Hartford 사건에서 미국 법원은 역외적용을 긍정하면서 다 시 영향이론 으로 회귀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2) 미국 판례이론의 타당성 (1) 영향이론 이 적합한 기준인지 여부 전적으로 외국에서 이루어진 행위에 대하여 역외적용을 시도할 때에는 주권존중 의 원칙 과 국제예양의 원칙 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역외적용을 긍정하기 위한 예 29
서강로리뷰 제6호 외기준을 설정할 때에는 원칙을 부정하고 예외를 인정하는 것인 만큼, 엄격한 요건에 따라 예외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 판례이론은 이에 대한 예외로 영향 이론 을 들고 있는데, 영향이론 이 예외에 적합한 기준인지는 의문이 든다. 영향이론 은 직접적이고 실질적이며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영향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 표현이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12) 기준이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되면, 동일한 사건으로 보이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상반된 결론이 제시될 수 있어 예측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법적 안정성 또한 저해하게 된다. 따라서 미국 판례이론이 지지하 고 있는 영향이론 은 역외적용에 적합한 이론적 토대가 될 수 없다. (2) 형사적 역외적용이 가능한지 여부 미국 법원은 United States of America vs. Nippon Paper Industries Co., Ltd. 사 건 13) 에서 Sherman Act로 민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 형사적으로도 처벌하지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Sherman Act는 역외적용 자체를 전제로 하 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임에도 이를 간과하였다는 점 14) 에서 위 판결은 타당하지 않다. Sherman Act 자체에는 역외적용 을 할 수 있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 민사책임이 있다고 하여 형사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혹 영향이론 이 역외적용에 적합한 기준이 된다고 하더라도, 민사책임은 손해를 전보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에, 형사책임은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양자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따라서 형사적 역 외적용을 긍정하고 있는 위 판례는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3) 미국 판례이론에 따른 본 사건의 판단 (1) 라면업체의 가격담합이 미국경제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 12) 왕상한, 앞의 글, 24면. 13) United States of America vs. Nippon Paper Industries Co., Ltd., et al. 14) 왕상한, 미국 통상법의 허상과 실체, 법문사, 2002, 320-321면. 30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과 우리의 대응방안 라면업계에서 가격담합을 하였는지 여부는 현재로서 명확하지 않으나 농심, 오뚜 기, 한국야쿠르트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과징금 등 취소소송에서 패소판결 을 받았다. 삼양식품은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로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다시 말해 한국 법원은 라면회사들에 대하여 라면가격의 가격을 담합하였다는 판단을 번 복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만약 라면업체가 가격담합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주었다 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집단소송에서 위 라면업체 4사들이 승소판결을 받을 가능성 이 더 높아졌을 것이다. 미국 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영향이론에 따르면, 외국에서 이루어진 외국 기업의 행 위라 하더라도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고, 또 실제로 영향이 미쳤다 면 미국의 독점규제법을 역외적용할 수 있다. 라면업체 위 4사들이 한국에서 과징금 등 취소소송에서 승소하였다면, 담합한 사 실이 없다는 사실을 들어 미국에서의 로스앤젤레스 집단소송에서 별다른 어려움 없 이 승소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영향이론에 따라 라면회사들의 행위를 판단하여 보건대, 라면회사들이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실제로 미국 경제에 영향을 끼친 사실 또한 드러난 바가 없다. 국내에서와 달리 해외에서는 전적으로 개별회사의 판단에 의하여 가격이 결정되 기 때문에, 라면가격 담합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농심의 경우 미국에서 판매하는 물 량의 대부분을 LA 현지공장에서 생산하고 있고, 라면회사별로 원가구조와 유통 단계 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담합의 여지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결정을 내릴 때 도 수출품은 대상이 아니었다. 15) 이에 비추어 보건대, 설사 라면회사들이 국내에서 담합을 공모하였다고 하더라도, 수출품에 대하여는 담합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 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라면업체의 담합행위로 인하여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다. (2) 라면업체의 가격담합이 미국에 의도한 상당효과를 미쳤는지 여부 15) 한국경제, 라면업계, 공정위 무리한 담합 결정이 수천억 원대 美 소송 빌미,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etc&oid=015&aid=0002919992, 검색일: 2013. 10. 6. 31
서강로리뷰 제6호 미국 법원은 외국에서 행해진 행위라고 하더라도 미국에 의도한 상당효과를 미칠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미국 법원은 민사에서와 유사 한 기준에 입각하여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위 (1)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라면업체들은 미국에 가격인상을 담합하려는 의도가 없었고, 미국에서의 담합이 인 정되지 않으므로, 미국에 의도한 상당효과를 미쳤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라면업체 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 5. 소결 미국 판례의 역외적용 관련 법리들이 발전해 온 양상을 살펴 본 바, 민사에서는 영 향이론(effect doctrine) 이 현재 강하게 지배하고 있으며, 형사에서도 유사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영향이론 은 추상적인 기준이며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의 근본적인 차 이를 무시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영향이론 에 입각하여 라면업체 들의 행위를 판단해 보았을 때, 미국에서의 라면가격을 인상하는 공모 및 담합이 이 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미국에 의도한 상당효 과를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Ⅲ. 글로벌경쟁법의 필요성 및 가능성 검토 1. 사안의 요지 라면회사들은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집단소송을 제기 당하 였는바, 미국 독점규제법 및 WTO 규정과 한ㆍ미 FTA 등 관련규정의 검토가 필요하다. 2. 문제의 제기 미국의 독점규제법이 WTO 규정 및 한ㆍ미 FTA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 32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과 우리의 대응방안 하여 관련 규정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 논의를 재검토하면서 역외적용에 대한 통합적인 논의, 즉 글로벌경쟁법 제정의 필요성 및 가능성을 보아야 한다. 3. 사안의 검토 1) WTO 규정 및 한ㆍ미FTA 검토 (1) WTO 관련규정 WTO 협정에는 무역과 경쟁에 관한 조항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하바나 헌장의 경쟁조항과는 달리 경쟁 제한적 영업 관행을 직접적으로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각국 경쟁법 집행의 조화ㆍ협력 문제도 다루지 않고 있어 진정한 의미에서의 글로벌 경쟁법 조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표1] WTO협정상 경쟁관련 조항 16) WTO 협정 GATT 제17조 해석에 관한 양해각서 GATT 제6조 이행에 관한 협정 무역관련 투자조치에 관한 협정 선적전검사에 관한 협정 무역관련 기술장벽에 관한 협정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 긴급수입제한조치에 관한 협정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기본통신서비스협정 무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 금융서비스 약속에 관한 양해각서 경쟁관련 조항 제1조 제3.5조 제9조 제2조 제3조, 제4조, 제8조 제6조, 제15.5조 제11조 1항(b) 제8조, 제9조 부속서 Reference Paper 제7조, 제8조 2항, 제40조 제1조, 제10조 16) 왕상한 외 27인, 신국제경제법, 박영사, 2013, 779면. 33
서강로리뷰 제6호 (2) 한ㆍ미 FTA 관련규정 2012년 3월 15일 발효된 한ㆍ미 FTA 제16장은 경쟁 관련 사안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으며, 제16.1조는 경쟁법과 반경쟁적 영업행위, 제16.2조는 지정 독점, 제16.3조는 공기업, 제16.4조는 가격차별, 제16.5조는 투명성, 제16.6조는 국경 간 소비자 보호, 제16.7조는 협의, 제16.8조는 분쟁해결, 제16.9조는 정의규정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2) 기존 논의의 재검토 (1) 우리나라에서의 역외적용 검토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국제적인 반경쟁행위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규제하 고 있다. 17) 2004. 12. 31. 제11차 법 개정 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 )에 역외적용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18) 또한, 2009년 2월부터 발효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도 제2조에 역외적용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고 있다. 19) 한편, 독점규제법 제2조의 2에서 역외적용 조항을 신설하기 전에 법원 은 이미 국내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을 인정하고 있었다. 법원은 비타민생산 6개 업 체의 부당공동행위 건 20) 및 6개 흑연전극봉 생산업체들의 부당공동행위 건 21) 에서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을 인정하였다. 이는 미국을 지배하고 있던 영향이론 을 수용 한 것으로 보인다. 17) 최수정, 경쟁법 역외적용의 세계적 확산과 산업정책적 의의에 관한 연구, 석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2013, 15면. 18)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조의2(국외행위에 대한 적용) 이 법은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 위라도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적용한다. 19)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2조(국외행위에 대한 적용) 이 법은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 로서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치는 경우에는 적용한다. 20) 서울고등법원 2004. 11. 24. 2003누9000 판결. 6개의 비타민 제조업자들이 원료용 비타민의 판매량 을 할당하고 판매가격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조치 및 과징금 총 34억 원을 부과하였다. 21)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4두11275 판결. 6개 흑연전극봉 생산업체들이 공동하여 흑연전극봉의 가격을 결정, 유지하기로 하는 합의 및 그에 기한 실행행위를 한 행위에 대하여, 그로 인한 영향이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시하였다. 34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과 우리의 대응방안 대법원은 외국사업자가 외국에서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 를 하였더라도, 그 합의의 대상에 국내시장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로 인한 영향이 국 내시장에 미쳤다면 그 합의가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친 한도 내에서 독점규제법이 적 용 된다 라고 하면서(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4두11275), 이른바 영향이론 의 입 장에서 판시를 한 바 있다. 22) (2) 역외적용의 문제점 위 (1)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독점규제법은 명문으로 역외적용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대법원은 미국의 영향이론 과 유사한 내용의 판시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영향이론 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첫째, 영향이론 의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둘째, 형사적 역외적용에 관한 기준을 정립하지 않음으로써 미국과 유사하게 영향이론 을 형사적 역외적용에 도 적용하는 실수를 범할 우려가 높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한 행위 에 대하여 외국에서 역외적용을 시도하게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기업에 대하여 보복성 역외적용을 시도하게 됨으로써 국가 간 분쟁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역외적용 은 사실상 외국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덧붙여, 국제적 기 업결합의 경우 거래비용의 증가를 초래하고, 대항입법에 의하여 의한 정보획득이 제한 될 수 있으며, 조사의 단계 및 경쟁법 집행과정상 문제점도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 23) 3) 통일된 국제경쟁규범의 제정 (1) 글로벌경쟁법 제정의 필요성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논의된 역외적용에 관한 기존 논리를 재검토 해보았을 때, 역 22) 신동권, 독점규제법, 박영사, 2011, 119면. 23) 박정구, 글로벌시대의 경쟁정책 국제화방안 : 경쟁법 역외적용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중심으로, 상 사법연구 제23권 제4호 통권 제45호, 한국상사법학회, 2005, 118-120면. 35
서강로리뷰 제6호 외적용의 이론적 토대인 영향이론 에 내포된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역외적용 의 결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특히, 일방적 역외적용을 할 경우 국가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국가 간 충돌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국제법의 영역에서 통일된 경쟁규범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자조약을 통한 무역과 경쟁정책 조화 논의는 2004년 제네바 일반이사회에서 공 식적으로 폐기되었지만, 글로벌 경쟁 이슈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경제협력개발기구 등과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다자간 경쟁법ㆍ정책 집행 협력이 어려워지자, 국가들은 양자조약 또는 FTA나 양해각서를 통하여 경쟁법 정책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 24) 한ㆍ미 FTA도 관련규정이 제16장에 있지만, 구체적 인 경쟁법을 마련했다기보다는 추상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 라 통합적인 경쟁법 제정을 마련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2) 글로벌경쟁법 제정의 가능성 25) 1 긍정적 측면 글로벌경쟁법을 제정하게 되면, 국내 경쟁법의 개별적 집행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 는 국가 간 마찰을 방지할 수 있고, 글로벌 시장의 경쟁을 통하여 소비자의 후생이 증 진될 수 있다. 또한 오늘날 경쟁법이 대륙법계, 영미법계를 떠나 경제이론에 바탕을 둔 공통적인 법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글로벌경쟁법이 보다 용이하게 제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부정적 측면 경쟁법은 시장경쟁 촉진 및 효율성 증진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나, 국가마다 국 내적 사정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ㆍ정치적 목적을 가질 수 있다. 예컨대, 중소기업의 24) 왕상한 외 27인, 앞의 책, 781-784면. 25) 위의 책, 797-802면. 36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과 우리의 대응방안 보호라는 목적과 전적으로 시장경쟁 촉진이라는 목적은 상반되는데, 이렇듯 상충되 는 경쟁법의 목적이 글로벌경쟁법의 제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영업관행이 등장하는 등 경쟁 이슈가 복잡해 질 수 있어 경쟁 이슈 전반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덧붙여, 어떤 영업관행을 불법으로 금지할 것인가에 대하여 합리의 원칙 과 당연위법 이라는 두 가지 접근방식이 존재하고, 대부분 국가는 이에 대하여 순수한 국내적 관할사항으 로 여기고 있어 글로벌경쟁법의 제정에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4. 사안의 적용 1) WTO 규정 및 한 미 FTA 위반여부 WTO 협정에 무역과 경쟁에 관한 규정들이 있으나, 경쟁제한적 영업관행을 직접 적으로 규제하는 규정은 없다. 또한, 한ㆍ미 FTA 제16장에 관련된 규정들이 있으나, 경쟁법에 대한 추상적인 지침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 독점규제법이 WTO 규정 및 한ㆍ미 FTA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한ㆍ미 FTA 제16장 제16.8조(분쟁해결) 26) 는 제16.1조(경쟁법과 반경쟁적 영업행위)ㆍ제16.6조(국경간 소비자 보호) 또는 제16.7조(협의)에서 발생하는 사안 에 대한 분쟁해결에 있어서 명시적으로 한ㆍ미 FTA상의 분쟁해결을 이용할 수 없도 록 규정함으로써 제16장 규정들의 실효성을 저해하고 있다. 즉, 경쟁 관련 사안에 관 한 분쟁해결은 한ㆍ미 FTA 규정을 따르지 않고 미국 독점규제법 등 국내 경쟁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2) 글로벌경쟁법 제정의 가능성 26) 한ㆍ미 FTA(2012. 3. 15. 발효) 제16장(경쟁 관련 사안) 제16.8조(분쟁해결) 어떠한 당사국도 제 16.1조ㆍ제16.6조 또는 제16.7조에서 발생하는 어떠한 사안에 대하여도 이 협정상의 분쟁해결을 이용할 수 없다. 37
서강로리뷰 제6호 역외적용의 문제점 및 국가 간 마찰 방지, 소비자의 후생 증진의 측면에서 볼 때 글 로벌경쟁법의 필요성은 의심할 여지없이 인정된다. 문제는, 글로벌경쟁법이 제정되 는 데에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국가 간 상이한 목적 추구, 새로운 경쟁 이 슈의 복잡성, 그리고 접근방식의 국내적 관할 사항으로의 간주 등 글로벌경쟁법이 제 정되기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글로벌경쟁법이 제정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미국과 추후 한ㆍ미간 경쟁법의 집행협력에 관한 양자협정을 체 결함으로써 통일된 규범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27) 또한 다른 국가들과도 새 로운 양자조약 및 양해각서 체결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5. 소결 미국의 독점규제법은 WTO 규정 및 한ㆍ미 FTA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글 로벌경쟁법 제정을 통해 통일된 국제경쟁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글로 벌경쟁법이 제정되는 데에 다소 어려움이 따르므로, 국가 간 다자조약 및 양자조약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Ⅳ. 우리의 대응방안 1. 사안의 요지 미국 법원에서 라면업체에 대한 과징금 부과판결을 내릴 경우, 기업 차원에서의 조 치 마련 및 대항입법 제정, 국가 차원에서의 외교적 노력 강화가 필요하다. 2. 문제의 제기 미국의 역외적용에 대한 대응방안과 관련하여 기업이 사전에 취하여야 할 조치와 27) 신현윤, 경쟁법 역외적용의 최근동향, 경쟁법연구 제20권, 한국경제법학회, 2009, 43면. 38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과 우리의 대응방안 외국의 대항입법과의 비교를 통한 국내 대항입법 제정이 필요하다. 더불어, 국가 차 원에서 ICN 등에서의 의견개진 등을 통한 대응방안 또한 살펴보아야 한다. 3. 사안의 검토 1) 기업의 사전조치 우리 기업은 무엇보다 미국의 독점규제법 역외적용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행위를 하 지 않아야 한다. 미국의 1995년도 독점금지법의 국제적 사업활동에 대한 적용지침 (Antitrust Enforcement Guidelines for International Operations) 은 미국 독점규제법 의 역외적용 대상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미국 내 수입의 경우는 some substantial effect(중대한 효과) 라는 요건을 충족하면 되고, 수입 외 다른 대외무역은 a direct, substantial and reasonably foreseeable effect(직접적이고, 중대한,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효과) 라는 요건을 충족하면 된다는 것이다. 위 기준은 지나치게 주관적이라 미국과 관련된 모든 경제행위는 독점규제법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도 있다. 28) 또한 하나의 혐의가 포착되면 많은 나라에서 경쟁당국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게 되므로, 기업은 이러한 점을 유념하여 경제활동을 하여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미 국, EU등지에서 이미 적발된 사안을 기초로 확인절차를 거쳐 흑연전극봉 및 비타민 의 국제카르텔을 적발하고 혐의를 입증할 수 있었다. 29) 이처럼 반경쟁적인 행위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개연성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30) 2) 정부의 대항입법 마련 (1) 대항입법의 필요성 28) 왕상한, 앞의 글, 28면. 29) 심영섭, 산업세계화 시대 경쟁법 역외적용의 세계적 확산과 그 함의, 산업연구원, 2007, 21-22면. 30) 위의 책, 78면. 39
서강로리뷰 제6호 미국 경쟁기관에 의한 역외적용에 대응하기 위하여 일부 국가들은 대항입법 (blocking statutes)을 제정하여 왔다. 만약 미국 영향이론 에 따라 역외적용이 긍정 된다면 자국에서 처벌받음과 동시에 미국에서도 처벌받게 되는 이중처벌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도 대항입법은 필요하다. (2) 대항입법의 강화 영국, 캐나다 등 다수 국가에서는 미국이 역외적용을 강화하자, 외교적 항의와 더 불어 미국의 역외적용을 봉쇄하기 위하여 대항입법을 통하여 대응하여 왔다. 대표적으로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 상업문서보호법(Business Record Protection Act of 1950)과 오스트레일리아의 특정증거제출 금지법(1976) 및 외국반트러스트판 결 집행제한법(1979), 영국의 무역이익보호법(Protection of trading Interests Acts of 1980) 31) 등에서는 외국정부나 외국법원의 명령에 의한 상업문서의 국외반출을 법으 로 금지하고 있다. 32) 특히 캐나다의 기업결합조사법(the Combines Investigation Act, 1976)은 제한적 거래관행위원회에게 국가이익과의 관련성 등 모든 조사를 한 후 캐나다인으로 하여 금 외국법이나 판결, 명령을 무시하도록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33) 3) 국가 차원에서의 외교적 노력의 강화 WTO, OECD, UNCTAD 등과 같은 국제기구 및 경쟁법에 특화된 실무기구로서 국 제경쟁네트워크(ICN: International Competition Network)를 통한 경쟁규범의 범세 계적 국제규범화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ICN은 2001년 10월 25일 미국 뉴욕에서 경 쟁법적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목적에서 창설되었다. 34) WTO차원의 31) 무역이익보호법은 크게 문서의 제출거부(제1조 내지 제4조)와 외국판결의 영국 내 집행금지(제5조 내지 제6조)에 관한 규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32) 이봉의, 앞의 글, 63면. 33) 오병선, 독점규제법의 역외적 적용과 국제무역마찰, 경상논총 제8권 제1호, 서강대학교 경제연 구소, 1984, 154면. 40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과 우리의 대응방안 국제경쟁규범에 관한 논의는 1996년 싱가폴회담 이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ICN은 이를 보완하고 있다. 더불어, 국가 간 양자협정 및 다자협정, APEC 등 지역적 차원의 협력방안 등이 실 현가능한 방안으로 마련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미국, EU, 일본 등 주요 나라와 정기적인 경쟁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WTO나 OECD 회의에 참여하여 입장을 개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바, 적극적인 자세로 참가하여 실효성 있는 대응방안 을 마련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35) 4. 사안의 적용 1) 기업의 예방조치 기업의 거의 모든 경제활동은 미국 독점규제법의 적용대상이 되므로, 우리 기업은 미국과 관련된 경제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각별히 유의하여야 한다. 물론 국내의 독 점규제법 또한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하지만, 미국의 경우 다소 불분명한 기준에 따라 역외적용을 시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징금과 관련하여서도 3배에 달하는 손해 배상금을 부담하게 되어 기업의 경제적 손실이 매우 커질 가능성이 많다. 본 사건의 라면업체를 비롯하여 다른 기업들 역시 미국 법원의 역외적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 하여 여타의 위반행위를 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2) 대항입법 마련 우리나라도 외국의 대항입법과 같은 법규를 제정하여야 한다. 대항입법은 주로 외 국 법원의 집행을 금지하거나 자료제출 요구를 금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즉, 입 법관할권과 집행관할권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는데 36), 집행 34) 박정구, 앞의 글, 127면. 35) 김한종, 경쟁법의 역외적용과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 상사법연구 제28권 제2호 통권 제64호, 한국상사법학회, 2009년, 611면. 41
서강로리뷰 제6호 관할권은 입법관할권을 전제로 하고 있고, 입법관할권은 집행관할권에 의하여 실질 적인 효력을 가지는 것이다. 37) 대항입법의 내용과 관련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정부나 외국법원의 명령에 의한 상 업문서의 국외반출을 법으로 금지하거나 외국판결의 국내에서의 집행금지 등을 내용 으로 하는 법규를 마련하여야 한다. 이를 통하여 다른 국가에 의한 역외적용이 연쇄 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으며, 우리 기업들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직 우리나라에 이러한 대항입법이 없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대항입법을 마련함으 로써 라면업체가 설령 과징금 부과 판결을 받더라도 이에 대한 집행을 거부할 수 있 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3) 국가의 외교를 통한 해결노력 우리나라는 기업 및 국내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주요 나라들과 정기적으로 경쟁정책협의회를 개최하거나, WTO나 OECD 회의에 참여하여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ICN을 통하여 경쟁규범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함으 로써 역외적용의 문제점을 시정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의 외교적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ICN에서 각 경쟁당국들은 상이한 제도를 수렴하기 위하여 비구속적 권고 (non-binding recommendations)를 제시하고 있는데 38), 우리나라도 ICN에서 다양한 권고사항을 제시함으로써 미국 집단소송에서의 라면업체가 과징금 부과 판결을 받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5. 소결 미국 법원 등 외국 법원의 역외적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업 차원에서는 미국 등 36) 소병천, 국내법의 역외적용에 관한 미국의 관행, 국제법학회논집 제49권 제3호, 대한국제법학회, 2004, 171면. 37) 윤종수, 인터넷에서의 국가관할과 국내법의 역외적용, 공법연구 제39집 제1호, 한국공법학회, 2010, 40면. 38) 최승필, 경쟁법의 역외적용에 대한 법적검토 : 역외적용 이론의 발전 및 적용상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외법논집 제33권 제1호,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연구소, 2009, 227면. 42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과 우리의 대응방안 외국에서의 경제활동에 각별히 유념하여야 하며, 정부는 대항입법을 제정하여 역외 적용으로부터 우리 기업을 보호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국가 차원에서는 기업 및 국 내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WTO나 OECD 회의 및 ICN을 통하여 경쟁규범의 문 제점에 대한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외교적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Ⅴ. 결론 현재 농심, 오뚜기, 한국야쿠르트는 1,354억 원 과징금 부과가 정당하다는 서울고 등법원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에 각각 상고하였다. 삼양식품은 리니언시(자진신고 감 면제도)로 과징금은 면제받았으나, 이들 업체와 더불어 올해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에서 집단소송을 제기 당하였으므로, 삼양식품 또한 결국 라면가격 담합소송의 올가 미에 걸리고 말았다. 국내 기업들의 세계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해외 소송에 시달리 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빈도는 잦아질 것이기에,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에 대 한 우리의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현실이다. 4개 라면업체 뿐만 아니라, LG 디스플레이에게도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담합 혐의로 집단소송이 제기되었고, 코오롱도 500억 원 규모의 아라미드 탄소섬유에 대하여 특허권을 보유한 미국 듀폰 사로부터 1조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당한 상태이다. 미국 법원의 역외적용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먼저 미국 독점규제법 의 역외적용 법리가 발전된 양상을 살펴보았다. 미국 법원은 역외적용을 부정하다가 영향이론(effect doctrine) 을 통하여 역외적용을 긍정하였고, 이익형량이론 을 선언하면 서 잠시 물러서는 듯하였으나, 최근에는 영향이론 이 다시 미국 법원을 지배하고 있다. LA연방지방법원은 올해 7월 한인마트가 제기한 집단소송 승인 신청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에 따른다면, 라면회사들이 총 8,40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4개 라면회사들 이 담합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설령 담합하였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서 이루 어진 것이며, 해외에서는 전적으로 개별회사의 판단에 의하여 가격이 결정되므로 승 43
서강로리뷰 제6호 소판결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극단적인 상황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된 WTO 규정은 있지만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조항은 없으며, 한ㆍ미 FTA 제16장에도 관련규정은 있으나 추상적인 지침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고, 제16.8 조에서 분쟁해결을 한ㆍ미 FTA 영역에서 배제하고 있어, 미국 독점규제법이 WTO 규정 및 한ㆍ미 FTA에 위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글로벌경쟁법의 필요 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각국 간 이해관계와 목적이 상반되는 등 어려움이 따라 현실적 으로 제정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결국, 현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외국에서의 경제활동을 할 때 위와 같은 사항들 을 각별히 유념할 수밖에 없다. 향후 정부는 영국, 캐나다처럼 대항입법을 마련함으 로써 외국 판결의 집행을 거부하거나, 외국 법원에서 관련 서류 등을 요구할 때 서류 제출을 금지하는 등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는 양자협정을 체결하거나 ICN에서의 의견개진을 통하여 우리 기업 및 국내 소비자들을 보호하도 록 외교적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44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과 우리의 대응방안 참고문헌 [단행본] 신동권, 독점규제법, 박영사, 2011. 심영섭, 경쟁법 역외적용의 세계적 확산과 그 함의, 산업연구원, 2007. 왕상한, 미국 통상법의 허상과 실체, 법문사, 2002. 왕상한 외 27인, 신 국제경제법, 박영사, 2013. 차성민, 독점규제법상의 적용대상, 어디까지인가?, 한국학술정보(주), 2006. [논문 및 학술지] 강희갑, 미국 독점금지법의 역외 적용에 관한 연구, 사회과학논총 제9권, 명 지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1994. 김한종, 경쟁법의 역외적용과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 상사법연구 제28권 제2 호 통권 제64호, 한국상사법학회, 2009. 박정구, 글로벌시대의 경쟁정책 국제화 방안 : 경쟁법 역외적용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상사법연구 제23권 제4호 통권 제45호, 한국상사법학회, 2005. 소병천, 국내법의 역외적용에 관한 미국의 관행, 국제법학회논집 제49권 제3호, 대한국제법학회, 2004. 신현윤, 경쟁법 역외적용의 최근동향, 경쟁법연구 제20권, 한국경제법학회, 2009. 오병선, 독점규제법의 역외적 적용과 국제무역마찰, 경상논총 제8권 제1호, 서강대학교 경제연구소, 1984. 왕상한,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과 외국기업인의 형사처벌, 통상법률 제17호, 법무처, 1997. 윤종수, 인터넷에서의 국가관할과 국내법의 역외적용, 공법연구 제39집 제1호, 한국공법학회, 2010. 이봉의,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 경쟁법연구 제4권, 한국경제법학회, 1992. 최수정, 경쟁법 역외적용의 세계적 확산과 산업정책적 의의에 관한 연구, 석사 학위논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2013.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