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nterview 박재완고용노동부 장관의 작심 발언 대한민국에서 일하고, 사랑하고, 즐겁게 사는 것은 개인에게만 달린 문제일까. 국가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박재완(56)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기 전 갑 자기 떠오른 생각이다. 그가 이 나라의 고용과 노동 정책을 책임지는 장관 자리에 있으니 많은 이가 바라는 형태의 노동과 삶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지 그에게 확인 하고 싶었다. 길거리에는 아직도 홈리스가 넘쳐나고, 청년실업자는 30만명에 육박하며, 얼마 전 까지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노조는 벼랑 끝 농성을 25일이나 했고, 번듯한 정규직 사원들도 만성적으로 과로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게 대한민국 현주소다. 만족 스러운 주 5일 근무를 하고, 금요일 오후부터는 가족과 함께 여행 떠날 준비에 마음이 들뜬외국의평범한사람들처럼살수는없을까. 건강한몸과마음을유지하며, 서로아 1955년 경남 마산 生 부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하버드대 정책학 석사ㆍ박사 행정고시 23회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경실련 정책위원장 17대 국회의원(한나라당 비례대표) 한나라당 제3정조위원장ㆍ 대표 비서실장 이명박 정부 초대 정무수석ㆍ 국정기획수석 무책임한 대기업 노사문화가 불공정 사회 만든다 청년실업 30만 vs 구인난 30만, 근로가능빈민 30만 vs 조선족 30만 매칭시킬 것 연간 근로시간 10% 이상 줄여야 선진국 수준 일벌레는 오명 인식 확산시키겠다 1급 실장 6명 일괄사표 박재완식 인사개혁 가동 모닝에서 아반떼 하이브리드로 업그레이드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170 김형우 기자
끼고 존중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더 나은 삶을위해열심히공부할수있는희망적인사회는기대난망일까. 장관한명이바뀐다고새세상이오는것도아닌데, 그런기대를적었다가지면낭비 라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박재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뒤 청와대 정무수석, 국정기획수석을 맡으며 한국 사회의 방향을 조율해왔던 이다. 이제 국민의 일자리와 직접 관련이 있는 고용노동부로 옮겼으니 그에 맞는 큰 그 림을 그리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12월10일 오전 고용노동부 서울사무실로 박 장관을 만나러가는길이, 그래서결코가볍지않았다. 일자리 창출 전도사 박재완 장관에 대한 수사는 여러 가지다. 일자리 창출 전도사 청와대 순장 3인 방, 선생님(일부 고용부 직원들의 호칭), 교수님(실제 성균관대 교수 출신이다), 프로 야구롯데자이언츠광팬. 일중독자 라는표현은그가청와대수석비서관으로근무 할때밤늦게까지일하다임시숙소나사무실야전침대에서잠자곤해붙은별명이다. 그런 그가 지난 7월 세종시 수정안 실패의 책임을 지고 청와대를 떠났다가 불과 한 달 만에 고용정책을 총괄하는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다시 대통령 곁에 섰다. 흥미롭게 도이번엔상대적으로그의전문분야(경제학, 행정정책, 조세, 복지)가아닌쪽을맡았 다. 그럼에도 취임 이후 4개월 동안 청년고용 문제 해결에 집중해 상황 악화를 막았고, 청년 내 일 만들기 프로젝트 등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았으며, 2020년까지의 국가고 용전략 청사진도 제시했다. 고용노동부의 서울사무소에서 만나자마자 박 장관은 먼 저고용노동부일의복잡함을토로했다. 고용노동부일이정말복잡해요. 그러니공인노무사같은분들이필요하지요. 고용 이나 노동과 관련된 용어들도 우리가 알아듣기 쉽게 바꿔야 합니다. 예컨대 사람을 부 린다는 뜻의 사용자( 使 用 者 )라는 이름도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LG 같은 회사 에선노사가아니라노경(노동자와경영자) 관계라고합니다. 용어의 복잡함에 대한 얘기를 듣자 기자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실업률이 었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실업률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지난 11월 한 국의 실업률은 3.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실업률은 8.7%, 미국은 9.8%였다. 일할 능력과 취업할 의사가 있는 사람 가운데 일자리가 없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실업률은 실업자 수를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수로 나눠서 구한다. 능력이 있 어도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은 여기서 빠지기 때문에 이 수치가 실업 상태를 정확히 반 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우리나라에선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구직포기자나주부학생군인등을실업률계산에포함하지않고있다. -실업률 계산도 현실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나라 실업률 계산은 ILO(국제노동기구) 기준에 따른 거니까, 문제는 없어요. 선진국도 대부분 같은 방식으로 산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고용률에 있습니다. 이것 을높이기위해노력해야합니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실제 취업한 이의 수치를 말한다. 실업률 보다 더 체감하기 쉬운 수치다. 2010년 10월 한국의 고용률은 59.4%, 선진국 평균 70%보다10% 정도낮다. 실업률은낮은데왜고용률은올라가지않는걸까. 이것은일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OECD 회원국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다. 11월 한국의 비경제활동인구는 1563만2000명으로 15세 이상 인구의 38.6%, OECD 회원국 평균은 30%대였다. 이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박 장관의 2011년 큰그림에들어있다. 일 통한 공정사회 만들기 2010년 10월25일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맨 오른쪽) 등 노사정 대표자들이 청와대에 모여 이명박 대통령(가운데)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일을 통해 잘사는 공정사회 를 만들기 위해 새해 4대 중점과제를 마 련했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하기 일을 통해 스스로 일어서기 든든하고 활기 찬일터만들기 노사한마음일터가꾸기등이그것. 예컨대빈곤층이일을통해자립할수있는제도를정착시키겠다는게그첫테마다. 복지제도가 잘돼 있는 선진국을 보면 일하지 않고 그 혜택만 받으려는 이가 많아서 172 <인터뷰>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_ 173
사회적 문제가 돼왔지요. 그런데 한국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기 초생활수급자에게는 법정급여말고도 전기요금 할인, 자녀학자금, 휴대전화요금 할인 등 많게는 32개 급여가 추가로 지급됩니다. 모두 합하면 월 20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 습니다. 웬만한 중소기업에서도 초과근로 포함해서 월 150만원 받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니 일하는 것보다 복지혜택 받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고 있는 이 가운데 일할 능력이 있는 이가 30만명정도됩니다. 이들에게새로운기회를주고자합니다. 그래서 나온 그의 셈법이 독특하다. 예컨대 외국인근로자들이 일하는 곳보다는 근 무환경이 나은 곳에 취업해 있는 동포 방문취업자만 해도 30만명에 달한다. 이들의 수 를줄일경우기초수급자들의일자리수요일부를충당할수있을것으로보고있다. 박 장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청년실업자 30만명과 만성적 구인난을 겪고 있 는 기업의 일자리 수요 30만개를 치환할 경우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다. 여기에2008년대외경제위기로인해갑자기없어졌다가다시생겨나고있는일자 리 30만개가 있다. 박 장관은 이 마( 魔 )의 30만 5개 수치가 서로 잘 어울리게 연결하 는일을고용노동부의향후핵심정책으로상정하고있다 고말했다. 서로간단순치환 이 아니라 각각의 수요와 공급 등 복잡한 함수를 생각한 매칭(matching 어울리게 연결) 업무가필요하다는것이다. 예컨대원전을수주하거나, 글로벌기업의투자를국내에유치하는등기본적일거 리가늘어나야고용률이높아집니다. 이분야업무는경제부처가해야할일이고요. 고 용부는 서로 엇박자가 나 있는 일과 인력의 관계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예 컨대 빈 일자리를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채우게 되면 정부 재정도 줄일 수있고, 빈곤층도일을통해자립할수있지않겠습니까. 고용부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취업이 가능한 사람을 선별한 다음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자립지원 상 외국인근로자들이 일하는 곳보다는 담사 48명을 우선 배치할 계획이다. 근무환경이 나은 곳에 취업해 있는 동포 방문취업자만 해도 또 지방고용센터에 취업전담팀을 두 30만명에 달한다. 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맞춤형 훈 이들의 수를 줄일 경우 련과 수급자 자녀에 대한 무료 직업 기초수급자들의 일자리 수요 일부를 훈련도 펼 계획이다. 자활대상자의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근로 의욕을 높이기 위해 그 자녀들 을 인턴이나 직업 중심 학교인 한국 폴리텍대학등에서우선적으로선발하고, 취업할경우교육 의료 주거급여도연장 해줄 계획이다. 또 영세사업자가 실업급여에 가입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을 개정하 고 택배기사, 퀵서비스 종사자 등 특수형태의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산 재보험적용을추진키로했다. 과로에 지친 사회 고용노동부의새해두번째테마는더많은사람이함께일하기. 이를추진하게된배 경은근로자대부분이직면한장시간근로와이로인한피로다. 우리나라근로자는세계에서일을가장많이해요. 상습적으로과로에시달리고있 어요. 월화수목, 금금금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로 투입량이 많으니 노동생산성 이 떨어져요. 따로 여유가 없으니 근로시간 중에 은행에도 가고, 집안일도 합니다. 늘 피곤에 절어 있다 보니 산업재해가 많아요. 통 계에 의하면 교통사고 보다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6배나 더 큰 것으로 나와 있습 니다. 노사갈등으로 인 한 손실보다 16배나 더 큽니다. 가족과 함께 보 내는 시간이 적다 보니 가족 가치가 훼손됐어 요. 자기계발을 위해 투 자할 시간도 부족합니 다. 학교에선 교육열이 높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지만, 직장에 들 어가면 자기계발은 현 실과는 먼 꿈입니다. 일 자리가 적으니 서로 나 눌 필요가 있지만, 여기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2010년 9월3일 민주노총을 찾아 에 대한 공감대도 부족 김영훈 위원장과 악수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 174 <인터뷰>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_ 175
합니다. 한마디로우리사회는소수정예가과로에지친사회입니다. 2009년 근로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보면 한국은 25.1달러다. 룩셈부르크 74달러, 미 국57.4달러, 영국47.6달러에비하면크게뒤진다. 결국이런문제점들을한꺼번에해 결하기위해선근로시간을줄여서일자리를늘려야한다는게박장관의생각이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74시간입니다. OECD 국가 중 유일하 게 2000시간이 넘어요. 기획재정부의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보면 전체 근로자의 근로 시간은 2300시간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독일은 1300시간이고 선진국 평균은 1700시 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10%만 줄여서 우리 근로시간을 1800시간으로 끌어내 린다면엄청난변화가올수있어요. 근로시간정상화는1석6조의효과가있을겁니다. 고용률제고, 생산성증가, 산재감소, 직업능력개발투자확대, 가족가치복원, 삶의질 향상. 박 장관은 기자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하고, 사랑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일을 국가가 나서서 이끌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이것이 얼마나 실현가 능한가하는점이다. 정차장이하고있는기자업무를다른사람이교대해서대신하기는쉽지않을거예 요. 연구개발직도그럴겁니다. 그러나서비스업의많은부문, 심지어일반적인제조업 에서는 교대제, 요일제가 가능합니다. 그렇게 하면 일감을 더 만들어내지 않아도 일자 리를늘리고고용률을높일수있어요. 틀을 깨겠다 -이제까지 그런 해법이 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근로자들이초과근로를할경우급여를더받을수있으니일을더해서소득을 올리려는 생각이 강합니다. 젊은이들은 생각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 근로자 대부분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선 쉽게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업주도 인원을 늘릴 경우 노무관 리등인건비에주름살이생긴다고여깁니다. 당연히소수정예를더원해요. -그런 틀을 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근로시간 단축이 일견 쾌도난마식 해법으로 보이 지만, 사회 전체에 전면적으로 시행되지 않으면 소득 감소와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를 없애기 가 쉽지 않을 듯한데요. 틀을 깨는 게 결국 더 이익이라는 것을 알게 하겠습니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교대 제 도입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거든요. 당장 인건비는 더 들어가지만 매출과 수익이 늘 고 생산성이 향상된 기업들이 있습니다. 근로자들도 소득이 줄기는 하지만 가족과 보 낼수있는시간이늘어나고, 심신의건강도향상됐다며긍정적반응을보였어요. 초과 근로니 일벌레니 하는 말들이 이젠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오명이 될 수 있어요. 제도도 바꾸고캠페인도벌이려합니다. 기업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교대제 도입 등 근로시간을 줄여서 직원을 추가로 채 용했다는 것을 기업이 입증하면 인건비 일부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 지 온종일 근무하는 일자리를 얻어야 제대로 된 취직이라 여기는 관념부터 바꾸려고 합니다. 여성들의경우아이를키우면서하루몇시간만일하고싶어하기도합니다. 일 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젊은이도 많습니다. 기업으로선 관록 있 는50대중 후반사람들을정년퇴직이라고무조건내보내기아까울수있습니다. 근로시간 줄이고 경쟁력 향상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의 대외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까요. 우리경제의대외의존도는90%가넘습니다. 무역을하지않고북한처럼고립된자 주경제를외치는것은더이상있을수없는일입니다. 그래서다른나라기업과경쟁에 서살아남으려면기술개발등도중요하지만인력운용에서도효율을중시하지않을수 없어요. 글로벌경쟁력에비춰보면일감이없을때는사람을좀줄여야하고, 많을때는 늘려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지요. 대기업이나 공기업 가운데 노조가 있는 곳은 정규직이 과보호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로 인한 기업의 부 담은 다시 협력업체나 하도급업체 등 중소기업으로, 또 비정규직과 노조가 없는 기업 에고스란히전가되는측면이있습니다. 대 중 소기업동반성장이란말도파트너십 박재완 장관이 2010년 12월3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176 <인터뷰>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_ 177
을확립해서함께발전해가자는취지아닙니까. 전향적인의식이필요한때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대기업 등의 거대 노조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근로조건 격차는 법 제도적 문제 라기보다는 대기업 노사 양측이 서로 이익 극대화를 위해 벌이고 있는 행태와 관행 탓 에 심화되고 있습니다. 불공정한 하도급 관행,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고용 임금체 계 근로시간제도의 경직성이 문제입니다. 대기업 거대 노조는 자기 이익을 위해 기 업의 책임 이행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노사의 사회적 책임 의 일환으로 과도한 근 로조건보호가협력업체에미치는영향을고려하는변화가필요할것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노동체제가 노사대결 구도에 입각해 있었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체제는 노동력의 외주화와 불안한 노사타협 구도였다면, 앞으로는 근로의 유연 안정화와함께노사책임구도로바뀌어야합니다. 일부대기업의경우협력업체의근무제도와근로조건을개선하기위해펀드를조성 하고 인력관리 노하우를 지원하는 등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청 회사(대기업) 근로자는 과도한 근로조건 보호가 협력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고, 원청회사는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을 회사발전을 위한 투자로 생각한 결과입니다. 이 처럼 대기업의 노사가 함께 사회적 책임 을 다할 때 공정한 하도급 관계가 정립돼 대 중 소기업의상생이가능해질것입니다. 새해 주 40시간제 도입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을 줄이고 교대조를 확대해서 성공한 사례로 대명화학을 꼽 았다. 이 회사 근로자들은 하루 12시간 2조 2교대로 주 6일 근무를 해왔다. 직원들에게 피로가 쌓여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았다. 교대조를 늘리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때 근로자는 근로시간 감소로 인한 임금 저하를, 경영자는 인건비 부담을 우려했다. 그러 나 2004년 10월 3조 2교대제를 도입한 뒤 1년 동안 매출액과 직원 만족도가 크게 높아 졌다. 전해 120억원이던 매출이 그해 183억원으로 52.5%가 늘었고, 58명이던 직원이 94명으로 늘었지만 매출액 대비 인건비도 10.5%에서 9.9%로 하락했다. 주당 근로시 간은 72시간에서 56시간으로 줄었고, 1인당 연간 교육시간이 연간 70시간에서 200시 간으로 늘었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대신 회사는 급여보전수당을 지급해 기존 임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아직은 드문 사례이기도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건 분 명하다. 고용부는 새해 7월1일부터 20인 미만 사업장에 주 40시간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연 차휴가를 활성화하고, 주 12시간 이상 초과근로가 가능한 업종(운수업, 통신업 등 12 개)인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축소할 예정이다. 또 근로시간저축휴가제(초과근로 시간 을모아휴가로쓸수있게하는제도), 탄력적근로시간제의단위기간확대등도도입하 게된다. 일터의학습조직이나체계적현장훈련등에대한지원이강화되고, 대학의주 말 야간과정, 시간제등록도확대된다. -시간제 근무나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명확하게 개선되지 않으면 근로시간 단축이 어렵지 않을까요. 시간제 일자리는 대체로 상용직보다 급여기준이 낮습니다. 4대 보험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부가적 급여에서도 차별을 받습니다. 그래서 새해에 시간제 근로자 고용촉진법을 만들어 시간 비례의 원칙, 차별금지의 원칙 등을 정할 예정입니 다. 시간제 일자리도 4대 보험을 인정받고, 일주일에 며칠이라도 장기간 일할 수 있다 는 보장만 생기면 부정적 인식이 바뀔 거예요. 고용을 보장받고 임금과 복리후생 등 근 로조건에서 정규직과 차별이 없는 일자리를 뜻하는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상용형 시간제일자리에대한선호도도높아질겁니다. 더욱이 시간제 일자리를 많이 늘리면 고용률이 크게 올라갈 거예요. 선진국 수준인 70%대로 올리려면 2020년까지 매년 24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경제부처 가외국투자유치, 신규일감창출등으로일감을늘려가고고용부는시간제, 교대제확 대 등으로 근로시간 정상화와 마( 魔 )의 30만 숫자를 조정한다면 이것이 가능할 겁니 다. 그런데 독일 네덜란드의 고용률을 따져보면 반일제 일자리도 취업자수에 포함시 키고 있습니다. 예컨대 반일제 2명을 전일제 1명과 같이 취급하는 FTE(Full-time equivalent 정규직 등가) 방식을 사용 합니다. 우리도 시간제 일자리의 안정성 을 높이고 그런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고 새해에 시간제근로자 용률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 고용촉진법을 만들어 시간 래서 새해 고용정책의 방향은 더 많은 사 비례의 원칙, 차별금지의 람이함께일하기 로정했습니다. 원칙 등을 정할 예정입니다. -고용률 높이자고 계산법을 바꾸는 조삼모사 시간제 일자리도 4대 보험을 인정받고, 일주일에 ( 朝 三 暮 四 )는 아닌지요. 며칠이라도 장기간 일할 수 눈가림이 아닙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는 보장만 생기면 있을 듯합니다. 세끼 중에 저녁만 과식해 부정적 인식이 바뀔 거예요. 서 지금 성인병 6가지(고용률 하락, 생산 성 감소, 산재 증가, 직업능력 미개발, 가 족가치 소홀, 삶의 질 하락)에 걸려 있으므 178 <인터뷰>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_ 179
로이걸고치기위해저녁을좀적게먹고아침도먹는식으로균형을잡자는겁니다. 청년실업 대책의 어려움 -청년실업이 여전한 숙제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청년 내 일 만들기 프로젝트 를 추진하고 있 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서 청년 친화적 일자리라고 제시한 사회적 기업가 육성, 소방 치안분야 공무원 증원, 인턴 후 취업 등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은 청년이 관심을 가질까요. 인구통계학상 2014년까지는 청년 구직자가 퇴직자 숫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납 니다. 그동안은일자리자체를크게늘리지않으면안되는상황이에요. 이후에는베이 비부머 세대가 대거 퇴직하기 때문에 상황이 역전됩니다. 그래서 2014년까지는 청년 실업에대한특단의대책이필요합니다. 이후에는퇴직자들이점진적으로은퇴하도록 붙잡아두는 정책을 펴야 하고요. 청년 내 일 만들기 대책은 이런 맥락에서 고육지책 으로 나온 거지요. 현 시점에서 청년층에게 분야별로 7만1000개의 구체적인 일자리 규모와 일정을 제시하고 거기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고자 하는 겁니다. 곧 구체적인 공 모 날짜가 발표될 겁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청년들이 이 프로젝트를 위해 준비 하는그룹도만들어지고있다고합니다. 청년들의반응이좋은편입니다. -말씀하셨듯이 이 프로그램은 고육지책인데요. 청년실업 전반에 대한 근본 대책은 무엇인지 요. 두 번째 대책은 눈높이 차이 등을 완화하기 위한 청년 인턴 프로그램입니다. 예컨 대 대기업만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알짜배기 중소기업에선 더 크고 넓게 직업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요. 우리 부에선 고용정보망을 획기적으로 강 화할 계획도 갖고 있고요. 전국의 유명 공단 가운데 환경이 좋지 않은 곳 5군데를 우선 적으로 신세대에 맞는 곳으로 리노베이션하려고 합니다. 배움터와 쉼터도 갖춘 첨단 환경으로바꾸려합니다. -공정사회라는 국가 어젠다를 실현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입니까. 우선 일을 하지 못하는 실업자가 많은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아니겠지요. 일감을 만들고, 어긋나 있는 수요공급을 맞춰주는 역할 외에도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지킬 수 있도록 공정일터 만들기에 노력하겠습니다. 임금체불이 매년 1조원 이상 발생합니다. 1000여 명의 근로감독관으로 이를 감독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서면근로계 약, 최저임금 준수, 임금체불 예방 등 3대 고용질서를 강화하는 방안을 2020 국가고용 전략에 포함시켰습니다. 2012년 1월1일부터는 서면근로계약 체결과 교부가 의무화됩 니다. 상습 체불 사업주는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할 계획입니다. 새해에 주 40시간 근로, 실업 등에 대한 ILO 협약 5개도 추가로 비 박재완 장관이 2010년 12월14일 청와대에서 고용노동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준할예정입니다. - 새해 7월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는데,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요.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되면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노조를 설립하거나 가입할 수 있 게 되기때문에근로자의단결권이 제한없이허용됩니다. 이는ILO 등의국제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이어서 노동후진국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지요. 다만 제도가 처 음 시행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혼란은 예상됩니다. 노조 설립은 지금보다 10%가량 증 가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초기에 일부 과열될 수 있지만 차츰 안정되도 록힘쓰겠습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직을 걸고 산재를 줄여나가겠다 고 밝혔는데, 구체적 실천방안은 무엇 인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선설을 믿는 문화적 원류가 있어선지 지나치게 낙관적입니 다. 그 정도면 무너지겠어? 작업장에서 아슬아슬한 상황인데도 군대 갔다 온 친구가 그것도 못해 하며 밀어붙입니다. 그러다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많이 나요. 우리나라 산재율(산재보험 가입자 가운데 재해를 입어 급여를 지급한 비율)은 평균 0.7%입니 다. 선진국은0.5% 수준인데요. 2010년3월제3차산업재해예방5개년계획을이미발 표했습니다만, 미진한 부분이 있어 수정 보완한 5개년계획 플러스를 곧 발표합니다. 새해엔 단기 성과보다 근본적인 예방대책을 추진하려 합니다. 산업별 맞춤 예방대책 을 세우고, 중소기업이 자율적인 안전보건관리 기반을 구축하도록 지원할 겁니다. 또 새로운 직업병의 유발요인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산업안전 보건의식을 높이기 위 해 우수사례를 알리는 등 안심일터를 만들 예정입니다. 산업안전을 위한 제도는 완성 180 <인터뷰>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_ 181
돼 있는데 사업주들이 까다로운 기준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아요. 경제적 인센티브를 줘서예방을위한투자가비용이훨씬적게든다는인식을확산시키려합니다. 박재완식 인사개혁 지난 8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으로부터 전문가가 아니다 는 지적을 받았던 박 장관은 4개월 만에 이처럼 현안 해결에 대한 자신감이 붙어 있었다. 고용노동부 업 무자체에대한개혁외에그는요즘조직내부도바꾸고있다. 그는그동안온정적이고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로 퇴출 우려가 없어 철밥통 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공직사회도 모범을보여야한다며인사개혁프로그램을가동시켰다. 직무능력이나리더십이부족 한공무원을대상으로현장교육등을운영하고개선되지않을경우퇴출하는프로그램 이다. 지난 연말 평가위원회에선 대상자 44명 가운데 13명을 보직 부여 불가 로분류 했다. -중앙부처로는 처음으로 무능 공무원 13명을 퇴출시키기로 했고, 인사혁신을 위해 원하는 업 무를 지원하는 잡호스팅(4~5급 대상), 파격승진 정례화, 사무관 승진 역량평가 등을 도입키 로 했습니다. 내부 반응은 어떠한지요 (박 장관은 인터뷰 뒤인 14일 고용부의 1급 실장 6명에 게 일괄 사표를 요구했다. 정기 인사를 앞둔 조치라고는 해도 고용부의 긴장감은 부쩍 높아졌 다). 직원 퇴출 등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직원 대표들과 간담회도 했는데, 이것을 정례화할 경우 직원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있었습니다. 이번프로그램의목적이직무수행자세에서필요한최소한의 긴장감을 높이려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런 반응은 예상됐던 겁니다. 고용노동부가 다 른기업에공정한인사운영, 노무관리의유연화등을요구하고있는데, 우리스스로모 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읍참마속 정도의 최소한의 조치는 불가피했습니 다. -또 다른 박재완식 개혁 이 예정돼 있는지요. 새해 화두가 장시간 근로 줄이기 니까 그와 관련해서 우리도 모범을 보이려 합니 다. 현재직제의기준은인원으로정해져있는데, 이기준에시간기준을더할생각입니 다. 장관을 시간제로 바꿔서 두 명이 교대로 하기는 어렵겠지만, 고용부에는 직업상담 사 등 교대제 반일제 적용이 가능한 직제가 있어요. 고용부 직원의 유연근무도 생각하 고있습니다. -어떤 방식의 유연근무를 말씀하시는지요. 업무의 성격이나 직원의 환경에 따라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 등도 도입할 계획입 니다. 다른 산업부문에선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공무원에겐 해당되지 않습니다. 법개 정 등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재량이 주어진 부문은 앞선 인사시스템으로 바꿔가겠습 니다. 외부에는변화를요구하면서우리스스로는바뀌지않으면누가따라오겠어요. 모닝에서 아반떼 하이브리드로 조직의인사개혁이나고용노동정책의개혁은박장관개인의개혁과자연스럽게연 결된다. 그는 청와대 시절 2년반 동안 줄곧 소형차 모닝을 타며 관료로서 직접 모범을 보였다. 경차를 타는 이유에 대해 그는 녹색성장의 주무 수석비서관으로서 모범을 보 이고 싶었다. 우리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자원빈국에 산다는 것을 잊고 산다 고말한적이있다. 이로인해튄다며눈총을받기도했지만그의모범은일회성에그친 게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모닝보다 차량 크기가 좀 커졌지만 역시 친환경 차종 인 아반떼 하이브리드 1600cc를 관용차로 이용하고 있다. 2010년 4월 공직자재산공 개때그의재산은6억9000만원이었다. 전해보다1억6000만원이줄었다. -청와대 수석 업무와 장관 업무는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나요. 청와대에선참모로서기획단계의일을많이했지요. 조타수노릇을했습니다. 고용 노동부에선 일선 기관장으로서 기획과 집행을 같이 합니다. 특히 우리 부는 지역단위 에 조직을 다 갖고 있어서 국민의 숨소리를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어요. 현장감이 더 있다고볼수있죠. 장관으로서 직접 국회나 언론, 노사 관련 단체, 이해관계자 등과 대 면접촉을 해야 하니 행사도 참 많습니다. 또 정책을 집행해서 성과를 내야 하는 곳이어 서어깨가무겁습니다. -어느 쪽이 더 만족감이 큰가요. 둘 다 중요하지요. 고용노동부에 온 지는 4개월밖에 안됐지만 청와대에선 2년 반 이나 있었어요. 그곳에선 국정 초기의 큰 그림이나 중요한 핵심정책을 수립하고, 조율 했기 때문에 자긍심이나 보람은 제가 지금까지 했던 어떤 일보다 컸어요. 고용부에서 도청와대시절보다더열심히해서그에못지않은보람을느끼도록하겠습니다. 박 장관은 새해 노동시장 전망에 대해 어려움이 계속될 것 이라고 솔직하게 토로했 다. 일자리증가규모도2010년보다둔화되고, 임시직이나일용직, 자영업자도계속줄 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부는 새해 주요 고용지표인 실업률은 3.5%, 취업자는 연평 균 28만명, 고용률은 58.8%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0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고용노동부의 계획대로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반듯하게 바뀌고, 장시간 근로 문화가크게개선된다면우리사회는즐겁게일하고즐겁게사는사회로갈것이분명하 다. 박장관도좀더일찍퇴근하게될것이다. 182 <인터뷰>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_ 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