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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전재성(서울대 외교학과) 국문요약 본 논문은 변화하는 국제질서와 한반도 내부의 상황을 고려하여, 21세기 한반도 통일 을 새로운 관점에서 이론적으로 분석하고자 시도한다. 21세기 하나의 주권을 가진 하나 의 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통일론은 결국 한반도 거버넌스의 문제이다. 한반도에서 사는 전통적 한민족, 그리고 늘어나는 한국의 외국인들을 어떠한 정치적 틀 속에서 통치하는 가의 문제이다. 그러나 정치적 거버넌스의 문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만큼, 기존의 근 대적 통일관도 변화하고 있다. 21세기 세계화, 정보화, 민주화의 대조류는 지구거버넌스 의 모습을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국민국가 이외의 지역국가, 지구제국, 민족국가 등이 지구정치의 새로운 주요 단위로 떠오르고자 경쟁하고 있다. 만약 한반도의 남과 북 이 빠른 시간 내에 통일되지 않는다면, 국민국가 단위가 지구상에서 소멸할 지도 모른다. 따라서 통일에 관한 이론적 시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지구정치론, 동북아정치론, 그 리고 남북한 관계론이 다차원적으로, 그리고 상호보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본 논 문은 국제정치이론 중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 및 남북한 관계론에 입각하여 한반 도 통일에 관한 논의를 살펴본 후, 네트워크적 시각에 근거한 통일론은 제시해 본다. 통 일을 고려함에 있어, 한반도 통일, 한반도 내부의 새로운 거버넌스와, 한국인의 바람직한 대외적 정체성 형성, 그리고 국가전략의 수립은, 안팎으로 매우 중첩적이고 복합적인 네 트워크를 새로운 통일상으로 제시해 본다. 네트워크 국가로서의 한국의 국가전략과 통일론 간의 일치성, 그리고 북한의 바람직한 미래와 통일론 간의 일체성이 중요한 요소들이다. 과거와는 달리 정부의 역할은 모든 영 역에서 주된 행위자로 활약하기 보다는 다차원의 행위자들, 즉, 시민사회의 행위자들과, 국제적 행위자들이 한국의 이익과 맞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의 효율성을 증진 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네트워크 지식국가로서 거버넌스의 양상을 근저에서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73 뒷받침하고 전체적인 방향타의 역할을 하는 메타거버넌스의 기능을 해야 할 것이다. 주제어: 통일, 네트워크, 지식국가,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 남북한관계론, 거버넌스 I. 문제의 제기 21세기 하나의 주권을 가진 하나의 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통일론은 결 국 한반도 거버넌스의 문제이다. 한반도에서 사는 전통적 한민족, 그리 고 늘어나는 한국의 외국인들을 어떠한 정치적 틀 속에서 통치하는가의 문제이다. 정치적 거버넌스의 문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무엇보다 한반도가 속해있는 동북아 정치체제, 더 크게는 지구적 정치체계의 모습 을 반영한다. 역사의 발전도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단위이자, 다양한 힘 들이 평형을 이루는 단위가 표준단위로 등장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근대 국제정치의 단위인 국민국가를 한반도 거버넌스의 당위적 형태로 여겨 왔다. 그러나 미래에도 그러할 것인가? 21세기 세계화, 정보화, 민주화의 대조류는 지구거버넌스의 모습을 빠 른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국민국가 이외의 지역국가, 지구제국, 민족 국가 등이 지구정치의 새로운 주요 단위로 떠오르고자 경쟁하고 있다. 만약 한반도의 남과 북이 빠른 시간 내에 통일되지 않는다면, 국민국가 단위가 지구상에서 소멸할 지도 모른다. 일례로 서독과 동독이 통일되지 않은 채, 유럽의 냉전구도가 빠르게 해체되고, EU가 동독으로까지 확대 되었다면, 서독과 동독은 국민국가 단위로 굳이 통일되지 않은 채, 지역 국가 내에서 통합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 독일은 유럽 지역의 거버 넌스 내에서 근대 전형적이지 않은 단위로 재편되었을 수도 있는 일이

74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다. 남과 북 역시 동북아의 지역통합이 남북 통합 또는 통일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면 국민국가 모습의 한반도 거버넌스를 완성하지 못한 채, 더 큰 차원의 통합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 일이다. 냉전의 종식 이후, 사실 동북아의 통합성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으 며, 남북한의 통합보다 늦은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 일 례로 한중관계의 진전을 생각해 보면, 남북관계의 진전을 오히려 앞서고 있는 부분이 있다. 북한을 제외한 동북아 국가들 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통합정도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동북아는 한편으로는 국 가 중심의 세력균형의 공간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과 국제제도에 의 한 통합진행형의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통일에 관한 이론적 시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지구정치론, 동 북아정치론, 그리고 남북한 관계론이 다차원적으로, 그리고 상호보완적 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구정치론과 동북아정치론은 기존에 국제정 치이론이 다룬 영역이다. 반면 남북한 관계론은 남북관계의 이중성, 즉, 국가 대 국가의 관계와 민족 내부의 관계의 이중성 때문에 명확한 이론 화가 지연되어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분단국가라는 이중성이 근대 국 제정치의 3세계 모습을 설명하는 하나의 요소라는 점을 기존의 국제정 치학이 충분히 인식해오지 못한 것이다. 유럽 국제정치의 확장과정에서 3세계 국가들의 분단, 소멸, 병합 등의 상태는 오히려 정상상태라고 보아 야 할 것이다. 탈냉전은 물론 21세기 변화하는 국제정치전반의 조류를 반영하는 국 제정치이론과 남북관계론이 정립되어야 과거 지향적 통일론이 극복될 것 이다. 통일을 지향했던 과거의 방안론들은 곧 그 유효성이 감소될 것이다. 세대가 유전하면서, 새로운 세대들은 남과 북 상대방의 주민들을 자신의 민족으로 인식하는 정도가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한국에 서 살고 있는 많은 외국인과 혼인, 사업, 인척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코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75 스모폴리탄적 정체성, 동아시아 정체성을 획득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북한을 하나의 민족으로 계속 인식할 것인가? 현재까지는 1민족 2국가, 혹은 1민족 1국가 지향의 통일론이라는 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었으 나, 앞으로는 1민족의 전제가 약화될 가능성, 혹은 민족정체성이 정치적 거버넌스에서 덜 중요해질 가능성 등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변화하는 지구정치와 남북관계를 반영하는 통일론에 대한 분 석적 차원논의와 당위적 차원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본고는 한반도 통 일에 관한 기존의 이론들과 국제정치이론, 그리고 네트워크적 시각을 검 토하여 21세기 한반도 통일, 통합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는 하나 의 길을 살펴보고자 한다. 본고는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의 시론으로 서 기존의 통일방안을 모두 고찰하거나, 구체적인 사안을 다루기보다는 변화하는 국내외의 상황에 맞추어 이론적 논점을 제시하는데 목적을 한 정하기로 한다. Ⅱ. 통일의 개념 한국이 안고 있는 통일의 과제는 항상 단위의 문제이다. 어떠한 정치 단위를 이루며 살 것인가의 문제인데, 단위의 문제는 체제의 문제와 맞 닿아 있다. 체제의 변화 속에서 단위가 구성되며, 특히 상대적으로 약한 단위들은 체제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체제에 구성되는 정도 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전통 국제관계 속에서 동아시아 지역 거버넌스는 중원을 중심으로 한 위계적 권력 네트워크로 구성되었었다. 19세기 근대유럽의 국제관계가 폭력적으로 이식되어, 체제적 속성이 외부에서부터 변화되면서, 새로운 단위의 창출 문제가 동아시아 모든 국가들에게 절대절명의 문제로 제기

76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되었다. 동북아시아의 국가들은 대부분 전형적인 근대적 단위로 탈바꿈 하는데 실패하여 왔다. 두 개의 중국과 두 개의 한국은 전통적 의미의 민 족과 근대적 의미의 국민 간에 괴리가 생겼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주권과 하나의 국민, 하나의 영토가 대응하는 것이 전형적 국민국가라고 할 때, 중국과 한국은 전형적 의미의 근대단위 이행에 실패한 것이다. 일 본은 영토, 국민을 성공적으로 보존하였으나, 제국주의와 태평양전쟁을 겪으면서 결과적으로 제약된 주권을 가지게 되었다. 보통국가론이 그 반 증이다. 근대 이행의 질곡은 20세기 후반 냉전과 더불어 더욱 심화되었 다. 분단은 양극체제의 체제적 속성과 맞물려 고착화되었다. 결국 중국 과 한국의 통일문제, 일본의 보통국가화의 문제는 동북아시아의 근대 이 행, 그리고 냉전의 국제정치 체제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 동북아시아 정치단위들의 특수성이라는 인식, 즉, 분단국가들(한국과 중국)과 주권이 제약된 국가(일본)라는 인식은 전통국제관계의 민족개념 과, 근대유럽국제관계에서의 근대국가 개념에 대비된 개념이다. 분단국 가의 경우, 통일이 규범적으로 궁극의 목적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 러나 국제정치적 근대 를 상정함에 있어, 비유럽지역이 구미지역과 마 찬가지로 완전한 주권국가 간 국제관계로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은 구미 국제정치이론 혹은 담론의 착시현상이다. 지구적 의미의 국제정치적 근 대는, 굳이 세계체제론과 같은 구조주의적 국제정치이론을 차용하지 않 더라도, 단위의 불평등성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3세계 국가 들이 주권국가로 탄생하였음은 확실하지만, 그들의 주권성, 혹은 주권적 인 정도(sovereign-ness)는 전형적인 구미 국가들의 주권성과 상당한 거리 가 있다는 것이다. 1) 1) Robert H. Jackson, Quasi-States: Sovereignty, International Relations and the Third World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3) 참조.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77 비서구 지역의 권력네트워크는 정치적 주권, 영토국가 등의 구성적 요 소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19세기에 서구국가들의 제국주의 의 물결을 타고 비서구 지역으로 확장하면서 근대 유럽의 체제적 속성을 이식시켰다. 정치집단은 주권을 가진 영토국가로 재탄생하고, 그 과정에 서 국민이 형성되어 왔다. 많은 정치집단들, 민족들이 기존의 정치적 틀 을 잃고, 완전히 다른 형태의 국가 속으로 편입되거나, 분단되었다. 2차 대전 이후의 냉전기에 또한 많은 국가들이 주권을 잃거나 분단되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주권을 잃고 소련 연방에 편입되었고, 베트남, 중 국, 오스트리아, 독일, 그리고 한국 등이 분단되었다. 근대 이행이라는 체제적 변화와, 냉전이라는 세력배분구조의 변화로 인해 약소국들은 국 가상실, 분단, 통합 등의 근본적 변화를 겪어왔다. 그렇게 볼 때, 비유럽 지역의 단위들이 항상 전통적 의미와 유럽적 의미에서 통일된 국민주권 국가로 존립할 수 있다고 상정하는 것은 유럽중심의 국제정치이론이 주 는 착시현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조선이 1876년 근대국제체제에 편입된 이래, 한반도가 어떠한 정치권 력체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서구 및 일본 의 제국주의 위협 속에서 식민지로 존속할 수도 있었고, 이는 국가의 소 멸을 의미하였다. 청일전쟁 이후, 일본과 러시아는 만한교환론은 물론, 러시아 중심으로 39도선 분할론을 제기한 바도 있다. 결국 근대 국제정 치체제 속의 한반도 정치거버넌스의 정상상태란 단일한 근대적 국민국 가였던 적이 매우 드물었던 것이다. 식민지 및 국가의 소멸, 분단, 단일 국민국가의 스펙트럼 속에서 항상 위협적 상황 속에 놓여져 있었다. 전 통지역질서와 유럽의 전형적 사례에서 파생된 상상된 공동체 로서의 통 2) 조작된 위선으로서의 주권개념도 이와 상통한다. Stephen Krasner, Sovereignty: Organized Hypocrisy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9) 참조.

78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일된 주권적 한반도란 근대 국제정치의 지구적 차원을 생각해 볼 때, 달 성이 어려운 과제였음이 확실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통상 통일은 남과 북이 단일한 근대 국민국가를 창출함을 의미하여 왔다. 현재 남과 북은 서로를 주권적 근대 정치집단 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근대 국가의 구성요소를 주권, 영토, 국민이라 고 할 때, 한국의 경우 한국은 한반도 내 유일한 주권체이자, 한반도 전 체 영토와 한반도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을 국민으로 간주한다. 북한 역 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남과 북은 국제연합에 단독 가입하여 주권적 정치집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통일은 현실 논리에서 개별적으로 주권을 소유하고 있는 두 정치집단의 문제로 인식된다. 다만 676년 이래 한반도는 하나의 정치집단으로 존재하여 왔기 때문에, 역사적 측면에서 민족개념이 확고하고, 대외적으로도 역사적, 문화적 민족이 하나의 근대 적 국민을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대내외적으로 자리잡아 왔다. 결국 통일이란 역사적, 문화적 민족이 어떠한 정치적 틀 속에 자리 잡는가 하는 문제이다. 혹은 주권적 권한을 어떠한 방식으로 소유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남과 북은 모두 전통국제관계 속의 민족개념과 근대 유 럽 국제정치체제의 전형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 상의 통일된 근대적 국 민국가 창출을 목표로 해왔다. 냉전은 미소 간의 양극적 세력배분구조이자,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 는 양면성을 가졌다. 한반도의 분단을 근대 이행기 주변 강대국들의 이 익균형의 산물로 보면, 그 역사는 이미 개항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볼 수 도 있다. 그러나 분단을 한민족 내부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의 소산이라는 내인론의 관점, 그리고 냉전의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보면 분단은 2차 대전 이후에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분단은 물론 양자의 결합이다. 냉 전 자체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기도 하지만, 미소의 현실주의적 초강대 국 세력균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첨가되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79 면서, 근대국가의 전형적인 주권성, 영토성, 국민성이 부분적으로 변형 된 것도 사실이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는 각기 국가주권성과 영토성, 국민성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는 국가의 소멸과, 국가주권의 약화, 공산주의 국가들 간의 영토적, 국민적 네트워크 강화 등을 주창하 였다. 자본주의 역시 시장의 상호의존과, 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 등으로 전형적 근대국가 간 관계를 상당부분 변화시켰다. 남과 북은 각각 양대 진영에 편입되어 자신의 진영 내의 단위들과의 통합성은 증대시킨 반면, 남과 북 상호 간의 통합성은 더욱 약화한 것이 냉전기의 역사이다. 지구적 차원의 냉전이 종식되었을 때, 한반도는 강대국의 세력과 이익 의 균형, 이데올로기 대립의 요소들로 인하여 통일된 거버넌스를 가지는 것이 더욱 어려운 상태이다. 기존의 통일노력들은 현실주의적 병합의 다 른 이름이며, 통일방안들은 정책적 대안들로서 통일의 결과물에 대한 유 형론의 성격을 짙게 가져왔다. 근대 이행과 냉전기 한반도 거버넌스의 현실정치적 정상상태가 식민지와 분단이었다고 볼 때, 탈냉전기 한국이 추진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한반도 정치체의 모습은 무엇인가? 21세기 한반도 정치체를 생각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거대한 변화 는 20세기 후반에 시작되었다. 세계화와 정보화, 그리고 민주화의 거대 조류들은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부분의 흐름을 새롭게 결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들이 어떠한 정치체를 창출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국민국가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경을 넘는 각 부문에서의 변화가 워낙 증가 했기 때문에 정부의 자율성이 심각히 축소되었다는 논의이다. 비정부행 위자들, 특히 시민사회와 기업, 언론, 개인 등의 국내적 행위자들이 초국 경적으로 국가부문을 우회하여 지구정치에 영향을 가하는 정도가 심화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 자체가 분화되는 추세를 보인다. 3) 정부의 각 부처들이 정부 전체의 통괄적 권한을 우회하여 각 전문 분야별로 다

80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른 국가의 전문 분야 부처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경향이다. 즉, 분절 (disaggregated) 정부의 현상이다. 초국가기구, 혹은 국제기구의 역할이 증진된 것도 두드러진 현상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초국가적 이슈들 이 증가하고 이를 관장하기 위한 국제기구의 역할이 확대된 것이다. 21세기 국제정치는 국제 를 넘어선 지구 를 단위로 하고 있다. 동시 에 분야별로 더욱 분절화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지구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지구정치는 거버넌스적 네트워크를 보이고 있다. 정 보화의 발전으로 각 개체들의 정체성도 다층화되어 이를 뒷받침하고 있 다. 문제는 이러한 변환(transformation), 혹은 거시 이행의 시기에 가장 걸맞는 정치단위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유럽의 15, 16세 기 역시 정치, 경제, 군사, 문화부문의 변환적 이행요인을 겪었고, 다양 한 정치단위들의 경쟁 속에서 영토국가가 승리하였다. 그리고 절대주의 국가는 국민국가로 변화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변화 역시 근본적인 부분이 있다고 평가한다면, 이에 걸맞는 단위의 성 격도 변모될 것이다. 4) 이미 유럽은 지역국가 형태의 유럽연합을 발전시 키고 있다. 미국은 거대조류를 최대한 이용하여 지구적 군사/정치/경제/ 문화 공간의 네트워크 제국을 건설하려는 실험을 하고 있다. 반면 동북 아시아는 여전히 근대적인 국제정치를 겪고 있다. 군사부문의 경쟁과 상 대적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국민국가 완성을 위한 국제정치가 진행 되고 있다. 그렇다고 거시이행이 전무한 것은 물론 아니다. 세계화와 정 보화, 민주화의 영향을 받아 경쟁력 있는 단위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은 물론 진행 중이다. 그 중의 하나가 지역주의 혹은 공동체를 위한 각 국가 3) Anne-Marie Slaughter, A New World Order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5) 4) 유럽의 경우에 관해서는 Hendrik Spryut, The Sovereign State and Its Competitors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6) 참조.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81 들의 노력이다. 국민국가 단위를 넘어서는 영향권을 설정하기 위하여 동 북아시아의 각 국가들은 자신이 주도하는 공동체를 설립주도하고자 노 력하고 있다. 그 범위는 동북아를 넘어 전체 아시아, 혹은 그 이상의 지 역에 펼쳐있기도 하다. 5) 한반도에서의 통일국가 수립의 목표는 변화하는 국제정치, 특히 국제 정치의 현실에 가장 잘 적용될 수 있는 정치단위의 창출이라는 목표와 일맥상통하여 왔다.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전통적 민족공동 체를 보존하면서, 독립과 생존 그리고 번영을 이룰 수 있는 단위를 추구 했으며, 그러한 단위는 19세기 후반에 설정된 근대적 국민국가였다. 한 국은 21세기 한반도에서 또다시 적절한 단위를 창출하여 21세기의 지구 정치 속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과연 한국이 추구해 야 할 21세기적 정치단위는 무엇인가? 그 단위는 현재까지 한국이 추진 해온 통일의 궁극지향점과 같은 것인가? 새로운 정치단위는 어떠한 내용 을 담고, 어떠한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가? 한반도의 통일국가는 전통민족공동체의 보존, 이산가족 등 인도주의 적 가치 추구, 평화달성, 한반도 전체의 공동번영 추구, 동아시아 국제정 치에의 공헌, 그리고 지구적으로 모범이 되는 이상적인 국가 달성의 목 적을 실현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통일은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시 점에 올 수 있다. 북한 내 급변사태 등으로 급박하게 다가올 수도 있고, 비교적 가까운 장래에 통일 국민국가 건설의 형태로 다가올 수 있다. 문 제는 한국이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며, 어떠한 목표가 21세기 국제정치 의 특성상 가장 가능성이 있는 목표인가 하는 점이다. 만약 통일의 시점 을 장기적으로 설정하고,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특성을 반영한다면, 남과 5) 아프리카까지 펼쳐지는 중국의 자원외교망과 일본의 자유와 번영의 호 논의 가 예가 될 수 있다.

82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북은 근대적 국민국가가 아닌, 보다 미래지향적인 네트워크 국가로 연결 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통일이론은 통일이라는 현상에 대한 분석적 이론과, 바람직한 통일을 위한 규범적 이론으로 나뉠 수 있다. 본고는 통일이라는 현상을 분석하 기 위하여 기존의 이론들, 특히 국제정치이론들의 가능한 설명방식을 재 구성해본다. 그리고 21세기 남북한의 통일을 위한 규범적 차원에서의 논 의를 이러한 설명에 기반을 두고 이끌어 보고자 한다. Ⅱ. 국제정치 이론의 시각에서 본 통일 1. 현실주의와 통일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가들은 이론적 관점에서 한반도 통일의 가능성 에 대하여 어떠한 평가를 할 것인가? 통일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면, 국제정치의 본질상 어떠한 방법론을 제시할 것인가? 근대국제관계를 대상으로 발전해 온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 특히 20 세기 후반의 신현실주의는 국가중심성과 권력정치성을 가장 중요한 이 론적 전제로 삼는다. 주권은 대내외적으로 최고와 독립, 불가분을 의미 하기 때문에, 국가 간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전제이다. 또한 국가는 이 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존과 번영을 도모하고, 권력으로 정의된 이익 의 개념을 가장 중시한다. 특히, 폭력이 분산적으로 소유되어 있는 근대 국제관계의 조직원리에서 군사력은 가장 중요한 국력 요소들 중의 하나 일 수밖에 없다. 근대국가건설 단계(state-building)는 물론, 건설된 근대국가의 팽창, 병 합, 통일 단계에서 주권의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실주의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83 이론은 통일의 문제가 주권과 국가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주권의 문제인 이상, 권력정치의 문제이고, 따라서 모든 국력을 사용한 주권상 화의 변화가 통일의 문제이다. 통일은 한편의 주권체가 자신의 주권적 권리를 포기할 때 이루어지는 사건이다. 현실주의 관점에서 볼 때, 주권 적 권리의 포기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기가 대단히 어렵다. 전쟁, 내부 붕괴 등의 사건으로 세력균형이 한쪽으로 완전히 편향되었을 때, 불가피 하게 이루어지는 사건이 통일이다. 역사적으로 두드러진 통일의 사례들을 볼 때, 국가의 주권성 변화는 강력한 권력정치적 요소가 개입된 모습을 보였다. 19세기 이탈리아와 독 일의 통일, 20세기 베트남과 독일의 통일이 그러한 예이다. 19세기의 사례를 볼 때, 이탈리아와 독일 내부에서 자유주의 및 공화 주의에 기반한 점차적 통일방안이 존재했었다. 이탈리아의 마찌니가 주 창한 통일방안과, 1848년 프랑스 2월혁명의 영향을 받아 프랑크푸르트에 서 의회주의자들이 주창한 통일방안들이 그러한 방안들이다. 그러나 통 일은 결국 카부르와 비스마르크에 의해 이루어졌다. 두 통일 모두 군사 력을 사용하여 권력정치의 결과 성취되었다. 이탈리아의 경우 북부 이탈 리아를 통치하던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하여 얻어진 것이다. 독일의 경 우, 독일 통일의 주도권 경쟁대상이었던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은 물론, 독일 통일을 방해하는 프랑스와의 전쟁까지 수행하여 얻는 통일이다. 근 대국제정치에서 주권의 문제가 걸려있는 상황에서, 군사력과 같은 국력 요소가 첨예하게 개입되지 않고 통일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 는 사례이다. 20세기 베트남과 독일의 통일 역시 권력정치의 강력한 개입이 있었다. 북베트남은 남베트남은 물론, 자유진영의 연합군과 20여 년에 걸친 무력 대립을 통하여 통일을 이루어내었다. 독일은 전투없는 냉전이라는 전쟁 을 거치면서 통일되었다. 서독은 동독과의 체제대결에서 승리하는 한편,

84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지구적 차원의 냉전종식기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통일을 이룰 수 있었 다. 미국과 소련이 40여 년에 걸쳐 대립하던 권력정치가 판가름나는 상 황에서 주권상황의 변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국가중심성과 권력정치성의 전제로 통일이라는 사건을 설명하는 현실 주의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강대국정치이다. 통일이 상대적 약소 국의 일일 경우, 주변 강대국들 간의 세력균형과 이익균형은 절대적 중 요성을 가진다는 것이 현실주의의 강조점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당시 강대국이었던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사이의 외교가 대단히 중요했다. 오 스트리아의 군사력을 독자적 능력으로 물리칠 수 없었던 이탈리아는 사 보이와 니스 등 영토할양은 물론, 통일과정에서 프랑스의 배신행위를 무 릅쓰고 강대국 정치의 틈바구니에서 통일의 가능성을 찾아야 했다. 강대 국이었던 프러시아 역시, 통일을 위해선 러시아와의 외교, 프랑스에 대 한 균형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끎으로써 순차적인 통일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20세기 초강대국 간의 냉전적 대립상황 속에서 성취된 베트남의 통일 과, 탈냉전 이행기에 성취된 독일의 통일은 그 자체가 국제정치적 사건 이었다. 북베트남은 남베트남이라기보다는, 인도차이나 반도와 동남아 시아를 냉전의 전장으로 보는 미국을 상대로 싸워 승리하였다. 서독은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이후 통일을 달성하는 1990년 10월 3일까지 수차례에 걸친 2+4 회담 속에서 통일을 성취하였다. 미국 과 소련, 영국과 프랑스 등 강대국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 성 공을 거두었기에, 특히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동독을 흡수통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현실주의는 권력정치의 요소와 강대국 간 세력균형을 통일 의 필수적 요건으로 설명한다. 21세기 한반도는 어떠한가? 한반도의 통 일은 주권국가 체제를 갖추고 있는 남북간의 대립이자, 국제적으로 주권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85 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두 집단 간의 통일이다. 그리고 이는 동북아 세력 균형의 급격한 변동을 의미하는 국제정치적 현상이다. 현재의 동북아는 여전히 전형적인 근대의 세력균형정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변의 강대 국으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통일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는 사안이며, 이들 간의 권력정치의 요소들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통일이다. 현실주의 이론의 관점에서 설명하자면, 통일주체의 강력한 국력축적 및 사용, 상당한 정도의 세력불균형에 의한 경쟁판도의 변화, 그리고 강 대국 상대 외교에서 성공을 거두어야만 통일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현 실주의는 궁극적으로 군사력 요소를 고려한 통일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규범적 입장에서 한반도의 전쟁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에 재앙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전쟁을 통한 통일은 용납되기 어렵 다. 전쟁의 요소를 회피한 통일방안은 강대국 국제정치의 파생효과로서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1990년 독일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이 다. 그러나 한국과 북한은 서독과 동독처럼 미국과 러시아 등 주변강대 국의 영향력을 절대적으로 받고 있지 않다. 특히 동독의 경우, 소련의 지 원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국가였던 상황이 북한의 경우에 적용되기 어렵 다. 강대국 정치의 근본적 변화가 있더라도 한반도의 주권적 대립상황이 쉽게 변화할 수 없음은 이미 탈냉전 초기의 상황에서 반증된 바 있다. 따 라서 현재까지의 현실주의 설명을 볼 때, 군사력의 사용을 전제로 한 통 일을 제외할 때, 국력의 심각한 불균형으로 인한 세력균형과 경쟁판도의 변화만으로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볼 것이다. 이때의 국력은 군사력을 포함, 외교력, 경제력, 그리고 사회문화체제의 강고성 등이 모두 포함될 것이다.

86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2. 자유주의와 통일 자유주의가 보는 국가 간의 관계는 현실주의와는 많은 점에서 차이가 난다. 국가중심성을 비판하고, 시민사회와 국제제도의 주체성에 주목하 고, 관계의 본질 역시 군사력 중심이 경쟁성보다는 시장과 사회문화적 교류에 의한 협력성을 강조한다. 국가 간 복합상호의존, 국제제도에 의 한 협력의 제도화, 통합(integration), 다층적 협력으로서의 거버넌스 등이 자유주의가 논하는 협력의 근거이다. 자유주의는 주권체 간의 통일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통일의 최고형태 가 정치적, 군사적 통합이라고 한다면, 자유주의는 직접적으로 이를 다 루지 않는다. 다만, 사회차원의 협력, 국가차원의 협력, 그리고 국제제도 수준의 협력 등 다차원적 협력이 복합적 상호의존의 증가, 통합정도의 심화를 가져온다고 본다. 이슈영역별로는 경제, 사회문화와 같은 저위정 치적 협력사안이 정부의 정치적 노력에 의해 정치, 군사와 같은 고위정 치적 협력으로 확산(spillover)될 수 있다고 본다. 하스(Haas)와 같은 신기 능주의자의 대표적 견해이다. 자유주의적 협력과 통합이 심화되면 통일이 도래하는가? 둘, 혹은 둘 이상의 정치체가 다차원적 협력을 통해 통합을 이루어갈 때, 정치적 통 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자유주의의 견해는 크게 둘로 나뉠 수 있 다. 첫째는 방어적 자유주의라고 이름 붙일 수 있고, 둘째는 공격적 자유 주의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겠다. 원래 공격적-방어적의 구분은 현실주의 의 구분에서 비롯된 것이다. 6) 공격적 현실주의는 무정부상태 속에서 국 6) 공격적, 방어적 현실주의의 논의에 대해서는 Sean M. Lynn-Jones, Offense-Defense Theory and Its Critics, Security Studies vol.4, no. 4 (1995), pp. 660~695 ; Jack Snyder, Myths of Empire: Domestic Politics and International Ambition (Ithaca, N.Y.: Cornell University Press, 1991) 등도 참조. Gideon Rose, Neoclassical Realism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87 가이익의 추구를 위해 공격적 외교정책이 불가피함을 주장하는 이론이 고, 방어적 현실주의는 비록 무정부상태가 체제적 요건이긴 하나, 상호 간의 조정과 협력기제에 힘입어 방어적 외교정책으로도 안정과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자유주의는 정치체 간 협력을 강조하기에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 행위 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유주의 협력의 3대 요소인 시장, 민 주주의, 제도는 모두 복합상호의존과, 민주평화, 제도적 협력을 통하여 갈등과 경쟁보다 협력을 도모하는 경향이 있다. 굳이 정치적 통일이 없 더라도 통합이 보장되면 안정과 평화가 지속될 수 있다. 상대방의 변화 나 정치적 통일을 추구하지 않는 방어적이면서, 현상유지적인 자유주의 를 방어적 자유주의라고 명명할 수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국가의 기본 이념으로 하는 국가들이 시장과, 민주평화, 협 력의 제도화를 통해, 때로는 정부 간 교섭을 통해, 때로는 초국가적 협력 에 의해 통합을 이루어왔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의 정체체제, 경제체제, 정체성의 속성 등을 바꾸어 자국과의 통합을 촉진시키거나, 정치적 통일 을 추진하는 모습은 거의 없었다. 7) and Theories of Foreign Policy, World Politics vol. 51, no. 1 (1988), pp. 144~172 ; Benjamin Frankel, Restating the Realist Case: An Introduction, Security Studies vol. 5, no. 3 (1996) ; Stephen G. Brooks, Dueling Realisms, International Organization vol. 51, no. 3 (1997), pp. 445~477 등 참조. 7) David Mitrany, A Working Peace System (Quadrangle Books, 1966) ; Ernst B. Haas, The Uniting of Europe: Political, Social, and Economic Forces, 1950~1957 (Stanford University Press, 1958) ; Karl W. Deutsch ed. al., Political Community and the North Atlantic Area: International Organization in the Light of Historical Experience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57) ; Paul Pierson, The Path to European Integration: A Historical Institutionalist Analysis,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 vol. 29, no. 2 (1996), pp. 123~163 ; Emanuel Adler and Michael Barnett, A frame work for the study of security communities, in Emanuel Adler and Michael Barnett, eds., Security Communitie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8), pp. 30~37 등 참조.

88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반면 공격적 자유주의는 상대방의 궁극적 변화를 추구한다. 다만 그 추구 방법이 현실주의의 경우처럼, 군사력, 강압 등의 강제적 방법이 아 닐 뿐이다. 시장에 의한 상호협력, 민주평화를 앞세운 인도주의, 혹은 인 권개입, 국제제도를 통한 상대방 체제에 대한 변화추구 등은 모두 자유 주의의 공격적 속성이다. 자유주의가 자유 를 보장하는 정치이데올로기 라는 기본 속성 때문에, 공격적일 수 없다는 전제를 가지기 쉬우나, 사실 상 자유주의 국제정치이론은 자유주의를 담지하는 세력에 의해 공격적 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상대국이 제한된 의미에서 자본주 의 체제를 유지하거나, 민주화가 되지 않은 국가인 경우, 그리고 국제제 도에 적극적으로 편입되어 있지 않는 국가의 경우, 자유주의적 협력을 도모한다는 것은 사실상 상대국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노력으로 이어 져왔다. 자유주의적 방법과 자원이 강제적인 모습을 띠고 있지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상대방의 정치체제, 국내정치의 변화를 도모한다면, 이는 공격적인 성격의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방어적 자유주의와 공격적 자유주의는 모두 상대방과의 협력, 특히 관 여(engagemet)를 전략으로 한 협력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관여주체 가 시장, 민주주의와 인권, 국제제도 등을 통하여 피관여대상을 끌어들 이는 것이다. 유인요인은 영토, 경제적 유인, 사회문화교류, 군사적 위협 감소, 인도적 지원, 기술 교류 등 다양하다. 관여정책을 통해 상대방은 관여주체의 체제에 익숙해지고, 대가를 획득한다. 관여는 관여의 심도에 따라 행위적 관여와 구조적 관여로 나뉜다. 행위적 관여는 단기적 상호 성과 그때그때의 주고받기식 관여이다.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상대방의 호응적 정책을 유도한다. 반면 구조적 관여는 장기적 상호성을 강조하 며, 몰아주고 몰아받기 식의 관여도 용납한다. 그러나 행위적 관여의 심 도가 상대적으로 얕은 데 반하여, 구조적 관여는 상대체제의 구조를 천 천히 변화시킨다. 행위적 관여에 비해 구조적 관여는 더 불가역적이다.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89 구조적 관여의 결과 상대방의 체제가 변화되면 궁극적으로 체제 간 동질 성이 증가하고, 체제 간 통합에 이어 정부 간,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간 통일이 더욱 가능해질 것이다. 방어적 자유주의가 추구하는 관여는 행위적 관여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고, 행태도 유화적 관여이다. 상대방과의 평화공존을 위하여 주고 받 기식 교류, 협력을 증진한다. 그러나 평화공존과 교류, 협력의 증진이 곧 통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관여주체와 피관여국 사이에 존재하 는 상이한 구조 간의 긴장과 갈등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체제적 동 질성을 증진시키는 노력의 수위가 정해져있을 진대, 방어적 자유주의에 서 통일을 논하기란 용이한 일이 아니다. 반면 공격적 자유주의는 겉모습은 교류협력의 증진 같지만, 실제로는 구조적 관여에 의한 변화유도적 관여를 추구한다. 구조적 변화는 불가역 적이고, 장기적인 교류가 그러한 변화를 가져온다. 구조적 변화는 관여 국이 추진하는 다양한 규범, 물적 유인, 제도적 장치 등이 피관여국으로 침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체제적 동질성이 증가하거나, 혹은 구조적으 로 두 국가가 맞물려 체제 간의 결속력이 높아질 때, 통일의 가능성이 높 아질 것이다. 따라서 통일을 회피하려는 피관여국은 최대한 행위적, 유 화적 관여를 이끌어 내려 할 것이고, 통일을 주도적으로 이루려는 관여 국은 최대한 구조적, 변화유도적 관여를 실현시키려 할 것이다. 한반도 통일에 관한 자유주의의 시각은 방어적 자유주의와 공격적 자 유주의에 따라 차이가 난다. 방어적 자유주의자에 따르면, 남과 북이 저 위정치의 영역에서 보다 많은 협력과 교류를 하여 평화공존을 추구하면 일차적으로 성공적이라고 본다. 복합적 상호의존이나 통합이론에서 이 야기하듯이 남과 북이 경제적 협력, 사회문화적 협력을 하면서 협력과 교류의 심도를 더해가면, 점차 평화가 정착되고 공존이 가능할 수 있다. 문제는 저위정치 영역에서 협력이 심화되더라도 통일이 앞당겨질 수 있

90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는가 하는 점이다. 신기능주의는 경제, 사회, 문화적 협력이 정치, 군사 적 협력으로 확산될 것으로 본다. 유럽의 경우 유럽연합의 형성과정에서 저위정치의 협력이 고위정치로 확산되었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무엇 보다 유럽의 사례가 동북아, 특히 한국에서 반복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가 있다. 더구나 유럽통합과정을 보는 시각 중에 신기능주의는 하나에 불과하다. 유럽통합이 정치적 타협에 의해 이루어진 바가 크다는 정부 간 협상론, 크게는 현실주의적 시각도 설득력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또 한 유럽 통합의 과정이 각 단계마다 특수한 형태로 진행되어, 하나의 이 론으로 유럽통합사 50년 이상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없다는 난점이 제기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어적 자유주의가 논하는 바, 한국의 대 북 관여가 통일로 이어질 수 있는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현실 적으로 대북 포용정책이 상호적이지 못했고, 퍼주기에 불과했다는 논란 은 이론적으로 방어적 현실주의의 행위적 관여의 성격, 그리고 유화적 관여의 성격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공격적 자유주의는 방어적 자유주의보다 한반도의 통일 자체에 관해 서는 더욱 적극적인 논의를 전개할 수 있다. 공격적 자유주의에 의하면, 한국의 대북 관여가 구조적 관여이자, 변화유도적 관여이어야 한다. 시 장에 의한 상호공존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북한의 개혁, 개방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주의적 수단을 이 용하지만, 무조건 유화적 수단만을 택하는 것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시장과 인권 등의 가치를 통해 북한의 관여하되,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하여 보다 강력한 전술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로써 북한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하고, 점차 남과 북의 체제적 동질성 이 확보됨에 따라, 통일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 이 관여되는 것에 대한 저항을 만만치 않게 하리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핵무기 개발을 통한 관여의 거부, 그리고 경협이 북한의 개혁, 개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91 방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는 제한된 경협정책, 그리고 남북교류를 통해 북한의 정체성이 바뀌지 않도록 하려는 사상단속 등이 북한 노력의 일단 을 보여준다. 방어적 자유주의는 구조적 관여를 통해 이러한 저항을 극 복하고 통일로 나아가도록 주장할 것인데, 과연 이러한 과정에서 어떠한 부가적 수단을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보다 강압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북한의 저항을 극복하고, 구조적 관여를 실현시켜야 할 지, 혹은 다른 방법에 의해 관여를 구현할지에 대해 명백한 이론적 근거 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구성주의와 통일 구성주의는 구조와 행위자의 상호구성성, 그리고 구조에 의해 구성된 행위자의 정체성이 국가 이익과 전략개념을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 을 강조한다. 국제체제와 국내체제는 행위자의 정체성을 구성하는데, 그 주된 내용은 관념, 이념, 문화 요소로 채워진다. 따라서 관념, 이념, 문화 요소를 매개로 한 구조의 영향이 소위 구조주의적 관념론에 의해 개체에 미치는 것이다. 정체성이 국가이익을 구성한다고 할 때, 정체성이 변화 하면 국가의 이익 개념도 따라서 바뀌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구성주의 는 구조주의적 현실주의 등의 정태적 이론을 탈피하여, 역사적 변화에 따른 국제정치의 변화와 개체의 변화를 설명하고자 시도한다. 구성주의는 현실주의와 자유주의가 논하는 많은 세부 논제들에 적용 된다. 통일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구성주의는 단위의 정체성 변 수를 주된 변수로 삼음으로써, 분단과 대립, 통일의 과정에서 정체성 변 수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단위의 정체성은 구조 가 발휘하는 문화적 파생효과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제체제와 국내체 제 구조의 변화가 어떠한 정체성 변화를 가져오는지 살펴보고, 그 속에

92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서 통일의 가능성을 발견해야 한다. 냉전적 양극체제가 탈냉전적 다극체 제로 바뀌면서 많은 국가 단위들은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라는 국가정체 성을 탈피하였다. 또한 양대 진영론에서 고착화된 대립적 집합정체성도 탈피하기 시작하였다. 국제적 세력배분구조의 변화에 의한 개체 정체성 의 변화는 국가 이익을 새롭게 구성하는 변화를 가져오고, 새로운 국가 이익에 입각한 국가전략과 정책 역시 변화를 겪게 된다. 이러한 과정 중 에 기존의 국제관계의 속성들, 거시적으로는 무정부상태의 성질, 미시적 으로는 대립과 협력의 상호관계가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구성주의이론 에 입각하여 통일을 논할 때에는 통일을 바라보는 단위들의 국익관을 보 아야 하고, 국익이 정체성에 의해 구성되므로 정체성의 변화과정에 주목 해야 하며, 다시 정체성은 구조적 변화를 문화적으로 매개하여 변화하므 로, 체제적 변화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구성주의 관점에서 한반도의 통일 가능성을 분석하면 어떠한가? 냉전 적 양극체제가 형성되면서, 남과 북이 각자 대립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이러한 정체성에 기반한 이익개념을 만들어 서로 간에 적대전략과 정책 을 추진하여 왔다. 냉전의 종식은 지구적, 지역적 세력배분구조의 변화 이며, 이는 남과 북 단위의 정체성의 변화를 상당부분 가져온 것이 사실 이다. 특히 외부의 구조적 변화에 문화적으로 열려있는 한국의 경우, 한 국의 정체성에 대한 기존의 관념, 북한에 대한 적대의식에 상당한 변화 를 가져왔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호감도, 북한의 적대성에 대한 한국인 의 의식이 급속히 바뀌는 것만 보아도, 탈냉전기 한국의 국가정체성 변 화를 알 수 있다. 북한 역시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 미국의 단측체제 지 속, 그리고 남과 북의 교류협력 등으로 전반적인 정체성의 변화를 겪고 있는 실마리들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냉전적 구조가 종식되 면서, 남과 북의 정체성에 문화적 변화가 왔고, 이러한 정체성 변화가 남 과 북의 국익관에 영향을 미쳐 대북, 대남 정책의 변화를 일정 정도 이끌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93 어 내었다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8) 그러나 구성주의적 분석에는 여전히 많은 미해결의 문제가 남아있다. 남과 북의 정체성이 변한 정도와 변하지 않은 정도를 상대적으로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가? 정체성의 변화가 국익 개념의 변화를 이끌 만큼 강력 한 것이라고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냉전이 종식되면서 남과 북이 새 롭게 가지게 된 정체성과, 기존의 냉전적 정체성의 상호관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남과 북이 냉전-탈냉전의 구조적 대립축 이외의 구조 에서 가지고 있는 정체성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예를 들어 민족주 의적 정서에서 비롯된 남과 북이 하나라는 민족적 정체성은 과연 탈냉전 기에 강화되고 있는 것인가? 남과 북 간의 정체성이 아닌, 다른 정체성 들, 예를 들어 세계화와 정보화의 발전으로 인한 한국인들의 코스모폴리 탄적 정체성은 대북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구성주의는 정체성의 변화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인식론적 도구 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또한 한 국가단위가 하나의 정체성만을 가지 는 것이 아니라, 다중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국가이익 개념에 영 향을 미치는 다중의 정체성을 분석적으로 독립하여 측정하는데 많은 어 려움을 가지고 있다. 만약 남과 북이 탈냉전기에 기존의 정체성을 탈피 하여 좀더 서로를 호의적으로 보고, 통일을 통한 국익증진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해도, 이를 정책화할 만큼 자신있게 서로의 정체성 변화를 확신할 수 있는 길이 있는가? 구성주의는 현실주의와 자유주의의 논의를 정체성, 문화, 이념의 관점에서 보완하고 있고, 또한 이러한 요소 들의 중요성을 적절히 지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반도 통일과 같은 구체적 사안에 대해 정확한 평가와 정책제안을 할 만큼 조작적 이 8) 전재성, 구성주의 국제정치이론과 남북관계, 하영선 김영호 김명섭 공편, ꡔ한국외교사와 국제정치학ꡕ (서울: 성신여자대학교 출판부, 2005) 참조.

94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론이 되는 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Ⅲ. 남북관계이론의 시각에서 본 통일론 남북관계는 국가 간 관계이자,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이기도 하다. 또 한 안보위협을 가하는 상호적 적대성을 가지기도 하고, 통일의 상대이자 한 민족의 부분으로서 통합성을 가지기도 한다. 남북관계의 이중성이다.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보면, 국제정치이론으로 남북관계이론을 정 립할 수 있다. 그러나, 남과 북이 궁극적으로 통일을 목적으로 하고 있 고, 주변국가들 역시 남과 북의 통일을 가능하며, 정당한 변화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를 이론화할 경우,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관계의 이론이 특수관계와 이중성에 기반하여 정립된 다면 이에 따라 통일론도 특수한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많은 논자들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이론 을 정립하고자 노력하여 왔다. 예를 들어 백낙청은 분단체제론을 제시한 바 있다, 남과 북의 지배층이 남북 대립관계를 이용하여 각각 내부의 통 치를 강화하는데 효율성을 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남북 내부의 지배 관계가 분단체제 속에서 구조화되면 이를 극복하는 것이 남북 내부의 정 치적 문제와 연계되어 대단히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분단체제 론의 관점에서 통일을 보자면, 남과 북의 민중세력이 각기 내부의 지배 모순을 극복하고, 이를 분단체제의 극복으로 연결시키는 노력을 기울여 야 할 것이라는 논지이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길은 멀다. 북한 내부의 시민사회가 지극히 취약하여 북한의 지배체제를 극복하고 한국의 민중 과 연결망을 형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 정상회담 이후 남 북 간 사회차원의 교류, 협력이 증대되어 온 상황을 볼 때, 가능성을 완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95 전히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분단체제론자들이 주목하는 바이다. 9) 이종석, 박명림 등의 논자들 역시 남과 북의 상호관계를 강조한다. 적 대적 상호의존관계, 거울 영상효과, 대쌍관계동학 등은 이러한 측면을 보여주는 표현들이다. 10) 남과 북의 정권은 서로를 적대하지만 정당성이 부족한 정치체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존재를 국내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구조적 상호의존성을 심화시켜왔다는 것이다. 한국의 권위주 의 체제와 북한의 독재적 정치체제가 이러한 대쌍관계동학의 수혜자이 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고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적대적 상호의존의 정치적 이익을 해소하고, 진정한 남북협력관계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민주화가 진전되어 이러한 상황이 상당부분 극복된 것이 사 실이지만, 북한의 경우는 여전히 분단국가의 존재가 정치적 자산으로 사 용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임현진, 정영철의 결손국가론 역시 남북의 특수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분단국가 등의 표현이 분단을 정태적으로 파악하여 통일의 가능성을 감 소시킨다고 보는 이들 논자들은 문화적, 전통적 의미의 에스니(ethnie)를 회복하는 과정에서의 결손국가로 한반도 정치체를 파악함으로써 남북관 계의 특수성을 강조하고, 통일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이들 논자들은 남과 북의 경제발전, 정치체제 상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 는 문제해결적 통일한반도 국가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11) 이들 논의들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이론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2) 국가 대 국가의 관계와 민 9) 백낙청, ꡔ흔들리는 분단체제ꡕ (서울: 창작과 비평사, 1998). 10) 이종석, 탈냉전기 남북관계와 국내정치, 박기덕 편, ꡔ한국민주주의 10년: 변화 와 지속ꡕ (서울: 세종연구소, 1998) ; 박명림, 분단질서의 구조와 변화: 적대와 의존의 대쌍관계동학, 1945~1995, ꡔ국가전략ꡕ, 제3권 1호 (1997) 참조. 11) 임현진 정영철, ꡔ21세기 통일한국을 향한 모색: 분단과 통일의 변증법ꡕ (서울: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5) 참조.

96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족 내부 관계, 적대성과 동포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이중관계 속에서 통 일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논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러한 남북관계의 특수 동학을 앞 절에서 논한 국제관계와 어떻게 조율하 는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구갑우의 논의는 하나의 좋은 시사점 을 준다. 구갑우는 국제정치이론과 분단체제론 양자의 장단점을 살피고, 한미동맹 등 국제공조 편향의 통일방안, 민족공조 편향의 통일방안 모두 를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안은 한반도 문제가 국제문제 임을 고려하면서 동북아 차원의 지역적 시각을 기초로 분단체제를 극복 하는 방법 이다. 자주냐 동맹이냐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이 같은 대안은 소위 평화국가 만들기의 대안으로 정립된다. 13) 평화국가 담론은 21세기 국제정치의 변화에 따라 좀 더 구체화될 필요 가 있다고 보여진다. 동북아와 지구 차원의 국제정치가 20세기와는 다른 모습을 띠게 되기 때문이다. 국제정치가 소위 탈근대 거시이행을 거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의 대안도 좀 더 미래지향적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위에서 논한 기존의 논의를 참고하면서도 변화하고 있는 한반도 안과 밖의 상황을 반영한, 그리고 미래 통일 시점의 한반도를 고 려한 통일, 한반도 거버넌스의 형태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Ⅳ.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통일론 시도 국제 와 민족 의 관점을 넘어선 21세기 통일론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은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국제정치 변화의 12) 남북관계이론의 필요성과 작업에 대해서는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편, ꡔ남북 한 관계론ꡕ (서울: 한울, 2005) 참조. 13) 구갑우, ꡔ비판적 평화연구와 한반도ꡕ (서울: 후마니타스, 2007), pp. 64~65 참조.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97 근본적 성격이다: 과연 21세기 초 국제정치가 탈근대이행을 겪고 있는 가? 국제정치적 근대가 거시이행과정을 통하여 탈근대지구정치로 이행 하고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무엇보다 지구정치의 조직원리의 변화 이자, 기본 단위의 성격변화이다. 근대 국제정치는 주권적 국민국가, 영 토국가로 이루어진 무정부상태의 조직원리 위에 기반하고 있다. 물론 변 화의 완결성에 따라 완전한 근대 국민국가와, 여전히 근대 이행 중인 이 행국가, 불완전한 이행으로 굳어진 비정상국가 등이 혼재하는 것이 지구 적 근대이지만, 이념형적으로는 근대국민국가가 기본 단위임에는 의심 의 여지가 없다. 탈근대 이행은 정치, 경제, 군사, 이념/지식 부문의 각 변화가 맞물려 거시이행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선례는 유럽의 자생적인 탈 중세 근대이행에서 발견된다. 총포의 발명이라는 군사혁명, 자본주의 발 전이라는 경제혁명, 영토국가의 성립이라는 정치혁명, 인쇄술의 발명과 종교혁명이라는 이념/지식혁명이 15세기 후반부터 맞물려 국제정치적 근대를 창출한 것이다. 21세기 초 군사변환이라는 군사혁명, 세계화로 인한 지구경제의 변화, 국가의 약화, 지구적 민주화 및 비국가 행위자들 간의 다층적 거버넌스의 출현, 정보통신혁명으로 인한 지구적 이념 및 정체성의 변화라는 각 부분의 근본적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 러한 거대변화는 국제정치적 근대의 거시 이행을 불러오고 있다. 유럽의 근대 이행이 100년 이상에 걸쳐 일어나는 과정에서, 조직원리의 변화와 기본 단위의 정착이 서서히 이루어졌듯이, 21세기 초 지구정치의 변화도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날 것이고, 경쟁하는 기본단위들 간의 싸움도 오 랜 시간이 흘러야 윤곽이 잡힐 것이다. 그러나 근대 국제정치의 기본 속 성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두드러진 현상이다. 14) 14) 전재성, 이행과 중첩, 복합의 국제정치학이론: 유럽의 국제정치적 근대의 출현

98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각 부문의 변화는 한 마디로 지구정치의 네트워크성을 강화하고 있 다. 15) 존재론적으로 모든 실체는 관계의 총합이라는 속성을 가진다. 외 부와 구별된 존재경계를 가진다고 생각하는 자기완결적 존재도 사실상 내외부의 네트워크적 관계의 응결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네트워크의 고 정성이 커져 내부의 변화와 외부의 침투정도가 약할 때, 고정된 실체로 보 인다. 그러나 현대 물리학 역시 모든 실체의 속성을 입자와 파동의 이중 성에서 찾듯이, 사회적 존재론의 기초를 원자론적 실체론에서 찾을 필요 는 없다. 기존의 국제관계가 상호 네트워크의 시공적 한계로 인하여 실 체적 단위 간의 관계로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술 의 발전으로 인한 관계의 증가는 단위의 속성을 사고하는 방식을 변화시 키고 있다. 국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가 내부의 행위자들의 수적 증가, 정치적 힘의 증가, 상호 간의 작용 내용의 증가 등의 요소가 두드러지면 서, 국가의 네트워크적 관계 속성이 증가하고 있다. 국가는 내부 행위자 들의 관계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변화와 흐름의 담지자로 이해 된다. 국가 간, 혹은 국가의 영토를 꿰뚫고 흐르는 비국가행위자들의 상 호작용은 국가를 외부적 네트워크 흐름의 한 노드로 이해하게 한다. 16) 지구정치의 네트워크성이 강화되면서 영토성, 국민성, 그리고 주권성 이 기존과는 다른 성격을 띠게 된다. 물리적 의미의 영토보다 군사적 투 사 범위로서의 영토, 경제적 거래행위의 범위로서의 영토, 지구인들의 마음의 공간 영토, 그리고 온라인 영토 등, 국가의 가치창출활동의 영토 성이 변화하고 있다. 국민들의 정체성 역시 국민국가적 정체성을 벗어나 에 관한 이론 연구, 한국정치학회 발표논문 ; 전재성, 국가주권의 재성찰, ꡔ세계정치ꡕ, 제25집 1호 (2004). 15) Emilie M. Hafner-Burton, Miles Kahler, and Alexander H. Montgomery, Network Analysis for International Relations, Forthcoming, International Organization (2009) 참조. 16) 하영선 김상배 편, ꡔ네트워크 지식국가ꡕ (서울: 을유출판사, 2007).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99 초국가적 정체성, 지역적, 지구적 정체성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국가의 주권 역시,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영토성과 국민성의 지 구적 확장이 가능하다면, 지구제국의 출현을 예고하는 지구적 주권성의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21세기 초 미국 신보수주의자들의 지구적 제국 건설의 실험이 이러한 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영토성과 국민성이 한 지 역적 확장에 그친다면, 지역국가가 출현할 것이다. 유럽 연합이 그러한 예이다. 현재까지 제국과 지역국가가 21세기 탈근대 거시 이행 이후 새 로운 단위로서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이외의 단위들이 여전히 혼재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국가의 지속성, 테러집단과 같은 유력한 비국가행위 자들의 출현 등이 그러한 현상이다. 기본 단위의 변화는 점차 지구정치의 조직원리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 다. 현재까지 그러한 변화는 정확한 용어로 정착되지 못했다. 현실의 변 화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시작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소위 거버넌스적 현상으로서의 지구정치 변화는 이러한 변화의 한 단면을 나타내고 있다. 웬트와 같은 구성주의자들이 주장한 바 있는 무정부상태의 성격변화도 그러한 단면을 담고 있다. 소위 홉스적 무정부상태에서 로크적 무정부상 태로의 변화, 다시 칸트적 무정부상태로의 변화, 궁극적으로는 세계국가 로의 변화가 이러한 논리의 단면을 담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에서 공통 된 점은 현재의 무정부상태보다 네트워크성이 강화된 조직원리가 출현 하고 있다는 점이며, 배타적인 주권보다는 공유된 주권, 다층적 주권, 신 중세적 주권 도래 등의 성격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동북아시아와 한반도는 시대적 중첩성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국제정 치공간이다. 앞에서 논의한 바대로 분단국가와 비정상국가가 공존하는 근대 이행 미완결의 공간이자, 미완결의 비정상적 정착으로 근대를 고정 시켜가고 있는 독특한 공간이다. 분단국가로서 미완성 국가이면서, 근대 논리 속에서 두 개의 주권국가인 남과 북의 이중 관계가 그러한 시대적

100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중첩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동시에 세계화, 정보화, 민주화 등의 거대 조류들이 빠르게 확산되어 국제관계의 여러 측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 키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은 내부적 민주화, 세계화, 빠른 정보화의 영향을 압도적으로 받은 국가로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네트워 크성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내외의 정체성으 로 인하여 고정된 조직성만을 가지고 있다. 남과 북의 관계는 동북아의 시대적 중첩성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시대적 중첩성을 보이고 있는 것 이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통일론은 어떻게 가능한가? 만약 국제정치의 변화 가 탈근대 이행으로 나타난다면, 그리하여 기본 단위의 속성이 배타적 주 권성에서 공유주권성, 혹은 다차원적 주권성으로 옮아간다면, 기존의 근 대적 주권국가 지향의 통일론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될 것이다. 물론 기존의 통일안들처럼 국가연합을 거쳐 하나의 주권적 국민국가를 성립한 연후에, 네트워크 국가로서의 통일한반도 국가를 추구해도 좋을 것이다. 문제는 시점의 문제이다. 만약 근대국가 완성의 통일이 지연되 고, 그 와중에 국제정치는 더욱 변환의 흐름을 탄다면, 대북 정책에 집중 하여 국가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국가전략은 상당부분 소진적인 국가정 책이 될 것이다. 통일의 전략은 국가의 전반적 전략과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한국이 네트워크 국가로서 지구적, 지역적, 국내적 차원에서 보다 효율적인 네트워크성을 강화해야 하는 국가전략의 목적을 안고 있음에 도 불구하고, 대북 정책에 몰입한다면 균형잡힌 정책을 펴기가 어렵다. 현재까지 한국정부가 추진해온 통일방안과, 대북 관여정책에 근거한 자유주의적 통일론은 논리상 상당기간을 요할 것이다. 북한은 관여되기 를 거부하고, 구조적으로 변화되기를 주저할 것이다. 남북 간의 체제적 동질성이 확보되지 않는 가운데, 한국이 대북정책에 몰입하는 것은 국제 정치의 변화를 뒤따라가야 하는 한국의 전반적 대외전략이 지연될 수도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101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공유된 주권의 시대, 혹은 네트워크적 거버넌 스의 시대에 한국은 최대한 북한과의 공존, 협력, 더 나아가 북한의 구조 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국내적, 남북한 간, 대북 지원의 네트워크를 효 율화하는 동시에, 한국의 힘을 증진하는 방안의 통일론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한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계화의 영향, 민족담론의 변화도 통일론 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21세기에 빠르게 변화하는 지구적, 지 역적, 한반도 차원의 정세 속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정체성의 변화를 실증적으로 정확히 밝히는 것은 어렵지만, 한국 인이 전통적으로 가져왔던 단일민족적 정체성의 전형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한 세대 간의 인식격차는 날로 커져 향후 분 단상황이 지속될 경우, 남과 북의 젊은 세대간 이질성은 매우 커질 것이 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그들의 정치적 인식을 형성하는 10대와 20대에 전 세계의 문화를 빠르게 흡수하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주변 국가의 시 민들과 인터넷 등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교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번도 만난 적이 없고, 통신교류 등을 하지 못하는 북한의 주민들과 공 통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기에 전통의 무게는 그리 무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인들은 북한주민, 새터민을 만나는 회수보다, 한국 내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 해외 국민들, 그리고 옆집의 외국인 아주머니를 만나는 횟수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고, 앞으로 그 속도는 더욱 가 속화될 것이다. 향후 한국이 어떠한 정체성을 디자인해나가는가 하는 것 은 한국의 국가전략, 특히 대외전략과 대북 전략의 핵심적 내용을 결정 하게 될 것이다.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구성주의 국제정치이론이 논하 는 바와 같이, 정체성은 이익의 개념과 내용을 구성하고, 이는 정책목표 와 내용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02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21세기 한국의 국가전략은 한반도를 넘어선 동아시아 지역, 그리고 지 구전체로 뻗어나가고 있다. 동북아의 지역균형자라는 전략적 목표를 추 구한 바도 있고, 현 행정부는 글로벌 코리아라는 기치 하에, 지구적 평화 유지와 공적개발원조를 중요한 국가이익의 추구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 러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지구 문제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세계인들에 대한 한국 인의 초보적 공동정체성 형성을 기초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들이다. 이라크 파병과, 3세계 저발전 문제에 대한 지원 정책 등은 한국인의 일 정한 정체성 변화를 전제로 한 정책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한국 민족주의, 민족 개념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많은 필자들이 지구화 시대의 민족주의 담론 의 변화를 논하고 있다. 17) 탈민족, 탈국가적 한국을 개념화하는가 하면, 다문화주의와 똘레랑스의 필요성을 논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추세는 견고한 민족정체성과 민족 주의에 기반해야 함은 물론이다. 18) 스스로 기초가 되는 정체성이 없이는 다문화주의가 기준없는 혼합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기반이 되어야 해외 동포들과의 네트워크, 한국적 디아 스포라가 바람직하게 자리 잡을 수 있기도 하다. 19) 특히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치와 지역질서를 생각해 볼 때, 지구화와 지역협력의 추세에 어긋 나는 민족주의의 재등장, 혹은 민족정체성의 재강화와 같은 역행적, 혼 17) 박명규, 한국 내셔널 담론의 의미구조와 정치적 지향, ꡔ한국문화ꡕ, 제41집 (2008), pp. 245~262 ; 최형익, 한국 민족주의와 통일의 조건 하나의 민주주의 적 관점, ꡔ민주주의와 인권ꡕ, 제6권 2호 (2006) ; 백승욱, 동아시아 속의 민족 주의 한국과 중국, ꡔ문화과학ꡕ, 통권 52호 (2007), pp. 155~167 참조. 18) 양승태, 똘레랑스, 차이성과 정체성, 민족 정체성, 그리고 21세기 한국의 민족 주의, ꡔ정치사상연구ꡕ, vol. 13, no. 1 (2007), pp. 53~78, 참조. 19) 박수연, 디아스포라와 민족적 정체성, ꡔ비교한국학ꡕ, vol. 16, no. 1 (2008), pp. 253~ 277 ; 윤인진, 코리안 디아스포라: 재외한인의 이주, 적용, 정체성, ꡔ한국사회학ꡕ, vol. 37, no. 4 (2003), pp. 101~144 참조.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103 합적 현장이 일어나기 때문에, 민족적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것도 중요 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한반도 통일, 한반도 내부의 새로운 거버넌스와, 한국인의 바람 직한 대외적 정체성 형성, 그리고 국가전략의 수립은, 안팎으로 매우 중 첩적이고 복합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형성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21세 기는 이제 하나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국가행위자만을 중심으로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다중의 정체성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국 가이익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국가로서의 한국의 국가전략과 통일론 간의 일치성, 그리고 북한의 바람직한 미래와 통일론 간의 일체성이 중요한 요소들이다. 과거 와는 달리 정부의 역할은 모든 영역에서 주된 행위자로 활약하기 보다는 다차원의 행위자들, 즉, 시민사회의 행위자들과, 국제적 행위자들이 한 국의 이익과 맞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거버넌스의 양상을 근저에서 뒷받침하고 전체적 인 방향타의 역할을 하는 메타거버넌스의 기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미 네트워크적 성격이 강화된 국제정치환경에서 국가와 정부는 각 행위자 들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메타거버넌스적 국가역할을 수행하는 가장 좋은 정책적 수단은 지식 이다. 한국의 발전전략, 북한의 미래, 그리고 평화공존의 남북관계와 통 일을 지향하는 정책지를 체계화하여 국내외적으로 설득력을 발휘한다면, 세계화와 정보화의 시대에 한국은 권위있는 향후 계획을 확보하게 될 것 이다. 네트워크지식국가로서의 통일전략을 위해서는 남북관계와 동아시 아 지역, 그리고 지구적으로 효율적인 정책네트워크를 창출하고, 북한이 그 네트워크 속에서 발전의 계기를 발견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네 트워크적으로 공유된 주권의 국제정치 속에서 공유된 주권을 기초로 한

104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남북통합네트워크는 새로운 형태의 통일을 지향할 수 있을 것이다. Ⅴ. 결론 본 논문은 변화하는 국제, 국내 환경 속에서 한반도 통일의 의미와 비 전을 다른 각도에서 이론적으로 분석해 보았다. 통일은 하나의 근대적 민족국가를 이루려는 숙원임에 틀림없다. 한반도가 근대 국제체제에 편 입된 이래, 온전한 민족국가를 유지해 오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통일 의 목표는 반드시 달성되어야 할 지향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정세와 한국 내의 변화는 이미 근대적 특징을 넘어서는 많은 현상들을 노정하고 있다. 국제정치의 빠른 제도화, 민족국가 이외 단위들의 등장, 한국 국민들의 정체성 변화는 근대적 국내, 국제정치의 변화상을 보여주 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은 미래 한반도의 거버넌스에 관한 논의로서, 단 순히 근대적 민족국가만을 고집하는 회귀적 과제에 집착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한국과 북한 간의 다층적, 다양한 네트워크를 강 화하는 동시에, 국제적 행위자들과 한반도를 관통하는 네트워크를 동시 에 강화하는 일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물론, 동북아는 세력균형과 세력 전이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실주의적 공간이다. 그러나 동북아 역시 세계 속의 지역으로서 빠르게 네트워크화되어 가고 있다. 한국은 북한과의 정 치적, 근대국가적 통일을 지향하면서도, 동시에 다차원적인 네트워크 강 화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통일은 실천적, 규범적으로도 많은 함의를 가질 수 있다. 우선, 북한과의 근대국가적 통일만을 고집하지 않음으로써, 통일 과정에 상대방의 주권 소멸의 우려를 감소시킬 수 있다. 공존과 사실상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105 의 통일을 네트워크 통일의 한 단계로 상정함으로써, 통일논의의 공격성 을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둘째, 한국의 국가전략의 차원에서 북한과 의 관계에만 국력을 쏟는 실패를 극복할 수 있다. 네트워크 통일이 한반 도 안에서의 네트워크이기도 하지만, 밖으로의 네트워크라고 볼 때, 한 국은 통일을 지향하면서도, 동북아와 세계에서 중요한 네트워크적 위치 를 점하여, 통일과 지구적 국가발전의 두 목적을 동시에 지향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 통일이 근대국가적 통일을 배제하거나, 이 와 상충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차원의 네트워크는 궁극적인 정치적 통일과 유기적 관계를 가지면서, 이를 이루는 중요한 사실상의 기반이 될 것이다. 문제는 적절한 시기와 단계를 고려해가면서, 변화하는 국내 외 상황 속에서 양자를 효율적으로 연결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접수: 2009년 4월 24일 / 수정: 2009년 5월 25일 / 게재확정: 2009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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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통일과 평화(창간호 2009) Abstract A Theoretical Analysis of Reunification of Korea Chun, Chae-sung(Department of International Relations, SNU) This article attempts to suggest a theoretical analysis of Korean reunification based on an evaluation of rapidely changing situations in and out of Korean Peninsula. Reunification concerns future governance of Korean peninsula: the appropriate form of governance of Korean people living in the Peninsula. The concept of reunification, then, changes under different situations in which postmodern transition in international relations happens with megatrends of globalization, democratization and the information revolution. New units of global politics such as regional states, global state, and also nation-states compete for the next stage of global politics, in which new unit on the Peninsula should live with them. Theoretical view, then, needs to reflect various levels of analysis, which will require insights not only from theories of inter-korean relations, but also international relations theories such as realism, liberalism, and constructivism. New forms of reunificaiton will be determined by multi-leveled, and multi-faceted networks of different actors including multi-ethnic groups living on the Peninsula. Network knowledge state will take a new role in goverening different and diverse networks between two Koreas, and between two Koreas and international, and subnational institutions. States, then, will perform as an actor to meta-govern these diverse actors to enhance network-type reunification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론적 고찰 109 between two Koreas and other actors. Keywords: reunification, network, knowledge state, realism, liberalim, constructivism, inter-korean relations theories, governance 전재성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부교수 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강대국의 부상과 대응 메커니즘: 이론적 분석과 유럽의 사례,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자주외교 연구, 한반도 평화체제의 건설: 쟁점, 과제, 전망, 한반도 평화체제: 남북한의 구상과 정책 비교검토, 미국 부시행정부의 변환외교: 정보화 시대 제국적 지식외교의 등장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