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논집제 28 집 2012 년 2 월 Sogang Journal of Philosophy Vol. 28, Feb. 2012, pp.197-221 1) 존재의소리와고독 : 하이데거와릴케 박유정 전남대 주제분류 시론, 존재론, 해석학, 문학철학 주제어 고독, 존재, 시작 ( 詩作 ), 사유 요약문 이글은시작 ( 詩作 ) 의근원에대한릴케와하이데거의논의를살펴하이데거해석학의의미를드러내고자한다. 릴케는실존적원천속에시작의근원이있다고생각했다면, 하이데거는릴케의그러한언어체계를면밀히분석하면서그러한원천의존재론적근원을제시하기에이른다. 따라서릴케의논의, 그에대한하이데거의분석그리고양자에대한비교분석을통해시작과사유가공속하는근원이무엇인지를숙고해보고자한다. 우선릴케는시창작의원천은 고독 에있다고말한다. 고독은릴케의시세계를한마디로대변할수있는핵심어로서본질적존재를증득하는실존적개념이다. 릴케는그의서간집 젊은시인에게보내는편지 에서시는외부로부터평가될수없고오로지내면으로의침잠속에서만길어낼수있다고조언한다. 즉시창작의원천은비평과같은외부적장치가아니라신비에찬실존으로의내면적고독에있다는것이다. 이에내면으로전환하여가슴깊숙한곳에뿌리박고있는필연성에자신을내맡기면, 거기서시가우러나온다는것이다. 가장내면적이고필연적인실존의공간에서흘러나온시는, 곧내생명의목소리이자그편린으로서가장자랑스러운보화라는것이다. 이러한실존의내적원천으로서의고독은외적세계로환원되지않는 어두움 이고, 실존의 죽음 이며, 가장순수하며승화된세계로서의사랑에비견될수있다고릴케는노래한다. 이러한것은그의후기대작인 두이노의비가 와 오르페우스에게바치는소네트 에서는연관 (Bezug), 변용 (Verwandeln), 세계내면공간 (Weltinnenraum), 천사 (Engel) 등의시어들을통해보다체계적으로읊어진다. 이에비해하이데거는전회이후에시론과예술론을전개하는과정에서횔덜린을비롯하여트라클, 게오르게와더불어중요하게다루는시인이릴케이다. 그는 숲길 가운데있는 무엇을위한시인인가? 에서릴케의후기시를중심으로시작의근원에대해모색해나간다. 특히 두이노의비가 와 오르페우스에게바치는소네트 에서등장하는실존의고독에대한시어체계를존중하는가운데그러한시 투고일 : 1 월 31 일, 심사완료일 : 2 월 15 일, 게재확정일 : 2 월 25 일
198 철학논집 ( 제 28 집 ) 적원천의존재론적근원을탐색하는것이다. 즉존재자전체로서의 자연 은모든존재자의중심으로서그것들에게무게를주는 ' 연관 ' 이고, 그러한전연관혹은순수연관은제한을벗어나존재자를개방하는 열린장 (das Offene) 이다. 열린장가운데에서식물이나동물은비호를받고서저울의흔들리지않는영역속에서안주하지만, 인간은의욕함속에서자기수행을하기때문에사물을대상화함으로써열린장에마주서는까닭에저울의흔들림속에서모험을하게된다. 특히기술문명속에서인간의의욕은의지에의의지 (Wille zum Willen) 라는인간의본질속에서사물을계산하고교환하는상인으로전락하여열린장과 이별 (Abschied) 한다는것이다. 이러한이별은 변용 을통해 세계내면공간 으로옮겨지고, 그때비호를받지못하는인간은상인의손으로부터변용이자기속에서이루어진 천사 의곁으로넘겨진다고릴케는노래한다. 이렇게되돌려넘겨주는이가곧 시인 이라고하이데거는말한다. 시인은존재의집인언어를가지고모험을하는자로서존재의본질로서의언어의본질, 즉존재의소리를듣고그부름에응답하는자이기때문이다. 즉고요의울림이자침묵의언어로서현성하는존재의소리에응답하고그부름을듣는것이, 존재를온전하게하는거룩함의발자취를찾아나서는시인의소명이라는것이다. 따라서존재의온전함과거룩함의발자취가현성하는그부름속에시작과사유의근원이있고, 시인은그것을알아인간에게전하는소명을가진자이며, 릴케는그런점에서횔덜린과같은시인의선각자이자궁핍한시대의시인이라는것이다. 요컨대릴케가고독이라는실존적침잠에서시창작의신비적원천을그려내었다면, 하이데거는그러한실존적고독이근거하는존재론적심연을시작과사유가공속하는존재의온전함과거룩함의발자취가머무는근원이라고논의한다. 릴케의실존적고독이시의원천을생명의소리의내적필연성이라고명명한다면, 하이데거는그것을존재의소리에응답하고그부름을듣는침묵과고요의울림의언어라고말한다. 따라서릴케에서인간적실존에머물던시의근원은하이데거에서사유와시작이공속하는존재론적근원으로서그자리를드러내보이기에이른다고생각된다. Ⅰ. 서론 이글은릴케의시론에대한하이데거의해석을통해하이데거존재론 이갖는특징을드러내고자한다. 릴케는 20 세기최고의시인으로서우리
존재의소리와고독 : 하이데거와릴케 199 에게실존주의적시세계를보여준시인으로유명하다. 예컨대그의후기의대작 두이노의비가 와 오르페우스에게바치는소네트 는그러한그의시세계를특징짓는언어체계를갖는심대한작품들이다. 하이데거는그러한언어체계를사려깊게고려하는가운데릴케를넘어선사유의존재론적지평을제시한다. 특히릴케는고독이라는개념을가지고시의원천에대해서논하는데, 이러한점은시작 ( ) 의근원을논하는하이데거와유사하다. 이러한근원에대한사유가노정하는개념들을대비하면서릴케에서발화하는시적원천으로서의고독과생명의소리가하이데거에서어떻게존재의소리와시작적사유의공속성으로존재론적으로변형되는지를보여주고자한다. 따라서이글은릴케의고독개념이보여주는시세계를논하고 (2), 이에대한하이데거의변형을다루며 (3), 이러한양자를비교분석하면서결론을맺을것이다 (4).. 릴케와고독 : 생명의목소리 어두움 죽음 사랑 하이데거는언젠가그의철학이라는것이릴케가시적으로말한것을사유로전개한것에다름아닐거라고말했다. 1) 릴케의시와하이데거의철학이어떻게같다는것일까? 물론두사람의대표작이각각 1923 년릴케의 두이노의비가 와 1927 년하이데거의 존재와시간 으로서시대적으로나사상적으로영향관계가있는것은사실이다. 그래서우리시대의표상으로서, 혹은실존철학과생철학적연관관계에서두사람의시와철학이논해지곤했다. 2) 특히릴케가 시도시집 (Das Stundenbuch) 과 신시집 (Neue Gedichte) 을쓸때키르케고르에심취해있었던것은그러한연관에 1) O. F. Bollnow, Rilke. Stuttgart : W. Kohlhammer Verlag, 2 1956, S. 20 참조. 2) 같은책, S. 9-15, S. 19-33 참조 ; 김주연, 릴케의생애와작품, 릴케 작가 총서 8, 문학과지성사, 1987, 13-17 쪽참조.
200 철학논집 ( 제 28 집 ) 관한증거로서거론되곤한다. 그러나이러한사실적관계를넘어서하이데거는보다근원적인점을지적하고있다. 그리고그러한근원성을의식한시인이릴케였고, 그런점에서릴케는시인중의시인인횔덜린처럼시인의사명을가장잘인식한시인이라는것이다. 3) 그렇다면어떤근원성, 즉시와철학이거기서유래하고그로부터그것들이서로공속하게되는근원성이란어떤것인가? 시와철학의이러한공속성과관계된근원성의문제에서릴케가건네는답변은 고독 이다. 즉고독이근원적공속성을생산하는조건이라는것이다. 다시말해서고독은인간이존재의근원으로가는실존적언어라는것이다. 한편릴케에서고독은그의초기시에서부터중요한문학적테마였고, 심지어그것은그의삶의에토스였다. 4) 즉고독은독일적내면성의계승자로서그가평생처절할정도로무섭게겨룬주제였다. 5) 왜냐하면고독은그어떤경우에도그를사로잡았던주제로서인간이벗어날수없는존재론적질문이자실존적조건이기때문이다. 6) 그러나존재의근원적공속성에서말하는고독은이보다심층적인의미를갖는데, 그의미는특히두번의러시아여행에서체험한신비주의와관계가있다. 당시릴케에게예술적흠모의대상이자경쟁상대였던루살로메 7) 와함께했던두번의러시아여행에서, 그는러시아의광활한대지와종교속에깃든신비, 즉사물속에자리한신과영혼의깊이를체험한다. 8) 이러한존재의깊이에대한신비체험을통해릴케는시의근원이자원동력을깨닫고그것을드러내는것이시인의사명이라고느끼게되는데, 9) 그러한것을가능하게하는 3) M. Heidegger, Holzwege(Hw). Frankfurt (M), 1977, S. 319-320 참조. 4) 김재혁, 독일문학. 84권, 한국독어독문학회, 2002, 168쪽참조. 5) 조두환, 라이너마리아릴케. 건국대학교출판부, 2003, 155쪽참조. 6) 김주연, 앞의논문, 17쪽참조. 7) 같은논문, 22쪽참조. 8) R. M. Rilke, 젊은시인에게보내는편지. 홍경호역, 범우사, 2006, 8-9쪽참조 ; 조두환, 앞의책, 21쪽참조 ; 김주연, 앞의논문, 22쪽참조.
존재의소리와고독 : 하이데거와릴케 201 단초가곧고독이라는것이다. 이러한신비주의와고독은죽음 불안 어두움의개념과함께릴케에서시적창작의근원어가된다. 10) 릴케는그의서간집가운데 젊은시인에게보내는편지 에서이러한고독의의미에대해상론한다. 11) 시인이되고싶어하는카프스에게, 자신이쓴시가어떤지를평가받고자보낸그의편지에서릴케는우선비평으로예술작품에다가갈수없다고단언한다. 왜냐하면예술작품은단편적비평으로포착되지않는영속적인것이요, 신비에찬존재이기때문이다. 그렇게작품에대한평가는외부에서유래하는것이아니라는것이다. 이신비로운영속적존재에다가가기위해서는외부가아닌내부, 즉자신의내면으로침잠해야한다고릴케는조언한다. 그리고자신의가슴깊숙한곳에서쓰지않고는살수없다는확고한대답을내릴수있거든그필연성에자신의생애를맡기라고충고한다. 즉쓰고싶다는욕구가자신의가슴깊숙한곳으로부터뿌리내리고있는지그의문에확고한대답을내릴수있다면시인이될수있다는것이다 : 당신은자기의밖을내다보고계십니다. 그러나이제는무엇보다도그러지말아야할때가되었습니다. 누구도충고를해주거나당신을도와줄수없기때문입니다. 그럴사람은아무도없습니다. 단한가지방법밖에는없습니다. 자기자신속으로침잠하십시오. 12) 9) R. M. Rilke, 앞의책, 9쪽참조 ; 김주연, 앞의논문, 22쪽참조. 10) 김주연, 앞의논문, 15-16 쪽참조. 11) 물론그의소설 말테의수기 의주제또한이러한고독에관한것이지만, 거기서고독에대해논하는방식은모더니즘계열의소설처럼단편적인기술의형태를취하기때문에논의의전모를추리하기쉽지않다. 이에그의 젊은시인에게보내는편지 에서상론된고독을중심으로하고, 러시아여행과로댕의비서를경유하는 1899-1910 년에출간되는소설 말테의수기 나시집 형상시집 시도시집 신시집, 그리고그의후기의대작인 두이노의비가 와 오르페우스에게바치는소네트 를참조하면서시창작의근원이되는신비주의적고독에대해논해보고자한다. 12) R. M. Rilke, 앞의책, 22-23 쪽재인용.
202 철학논집 ( 제 28 집 ) 그리하여당신께쓰라고명령하는그근거를캐보십시오. 그리고그쓰고싶다는욕구가당신의가슴깊숙한곳에서부터뿌리를뻗어나오고있는지를알아보시고, 만일쓰는일을그만둘경우에는차라리죽기라도하겠는지스스로에게물어보십시오. 만일에그대답이그렇다고하거나쓰지않고는죽을수밖에없다는, 그진지한의문에대한명확하고확고한대답을내릴수있거든, 당신은당신의생애를그필연성에의해서세우십시오. 13) 왜냐하면내면의침잠을통해가슴깊숙한곳에서발견된대답은곧시의원천이되는생명의목소리이기때문이다. 즉자기자신속으로파고들어서자신의생명이근원하는그깊이에서말하는내적필연성속에시의원천이있다. 그리고이러한생명의목소리는자기생명의한편린으로서작품창작의자연스럽고도자랑스러운재화라는것이다. 따라서이러한시의원천속에서만시에대한비평은가능하고, 그러한원천은안으로의전환속에서유래하는생명의목소리를음미하는가운데생기하는것이다 : 그리하여안으로의전환에서, 자기세계속으로의침잠으로부터시가나오게되면당신은그시가좋으냐고누구에게물어볼생각은하지않게될겁니다. 그저당신은자기작품속에서자랑스럽고도자연스러운재화 ( 財貨 ), 즉자기생명의한편린 ( 片鱗 ), 그생명의목소리를듣게되기때문입니다. 내적필연성에서이루어진예술작품은훌륭한것입니다. 시의원천에의해서만시가좋으냐나쁘냐하는판단이가능하기때문입니다. 다른판단은있을수없습니다. 그러므로제가드릴수있는충고는이것뿐입니다. 자기자신으로파고들어서당신의생명이근원한그깊이를음미하도록하라는겁니다. 14) 예술창작과비평의가능근거가되는이러한시적원천은내면으로의 침잠속에서울려오는생명의목소리이다. 이러한생명의목소리를가능하 게하는침잠의과정이곧고독이다. 끊임없는고독속에서예술작품이나 13) 같은책, 23 쪽재인용. 14) 같은책, 24-25 쪽재인용.
존재의소리와고독 : 하이데거와릴케 203 오는것이고, 그것은비평으로는도저히접근할수없는어두움이다. 15) 이때의어두움은물리적그늘이아니라영혼의어두움, 즉정신적고독을말한다. 이런의미에서어두움은인간의생명이근거하는근원이라고릴케는노래한다. 즉 너어두움, 그로부터내가유래하고,/ 나는너를불꽃보다더사랑한다,/ 그러나어둠은그자신속에모든것을지니고있으니 :/ 나는밤을믿는다. 16) 라고. 이런어두움으로서고독은또한죽음에다름아니라고릴케는말한다. 이에그는 시도시집 에서 주여, 오월의정취가무르익어가는곳에 / 격자울타리위로삶을묶어올리는법을아는 / 그런죽음을우리에게허락하소서 17) 라고노래한다. 즉인간각자에게주어진고유한죽음을기원하는것이다. 이는생물학적사실로서의죽음이아니라곧영혼의죽음, 즉정신의죽음이고, 나아가자신의가장고유한존재를증득하는실존의죽음을말한다. 고독은곧그러한죽음의어두움인것이다. 이러한어두움이자죽음으로서의고독에비견할수있는것으로서릴케는성적체험이나사랑을거론한다. 왜냐하면그것은존재의신비를온전히살고수용하며그필연성에몸을맡기는, 즉신비를체험하는것이기때문이다. 18) 즉 사랑은오랜세월을두고인생의내부까지깊이파고드는고독이며, 사랑하는자를위해서는사랑이란승화되고심화된독거 ( 獨居 ) 19) 라는것이다. 그런데이때의사랑은어떤대가를바라지않는, 그런소유로부터해방된순수한사랑을말한다. 이러한사랑은어떤목적없는사랑, 즉순수한헌신그자체이다. 20) 특히이러한사랑의전형을그는모성적 15) 같은책, 32쪽참조. 16) E. Heller, Rainer Maria Rilke. Ausgewählte Gedichte. einschließlich Duineser Elegien und der Sonnette an Orpheus. Suhrkamp Verlag, 1986, S.16. 17) 조두환, 앞의책, 121쪽참조. 18) R. M. Rilke, 앞의책, 32-34 쪽, 38-41 쪽참조. 19) 같은책, 57쪽재인용. 20) 조두환, 앞의책, 157-158 쪽이하참조.
204 철학논집 ( 제 28 집 ) 사랑혹은버림받은여인들의사랑에서찾는다. 왜냐하면모성적사랑은남성적사랑이갖는이기적이고충동적인욕망과는달리보답을기대하지않는헌신을통해스스로승화된정신적세계이기때문이다. 즉모성적사랑은순수한헌신속에서스스로의고통을참음으로써완성의경지에이른다. 그리고거기에비로소편협하고불안하며조잡한욕망의세계를넘어서서스스로확장된숭고하고영원한세계가있다는것이다. 21) 이런의미에서 사랑은개인이자기내부에서그무엇이되고세계가되며, 자기자체로서타인을위해하나의세계가될숭고한계기임과동시에자기에대한크나큰요구이고자기를뽑아내어보다넓은곳으로불러내는그무엇이다. 22) 이에 그러므로당신께서는당신의고독을사랑하시고당신께부닥쳐오는고통을아름다운음조로참고견디십시오 23) 라고릴케는조언한다. 왜냐하면고독과같은이러한인간속에있는자연, 그리고그신비에대한체험만이인간의유일한의지처이자고향이기때문이다. 24) 나아가이러한고향으로서고독은존재의모든 연관 (Bezug) 을모아들이는것이고, 그로써 그것들을 열린장 (das Offene) 으로안내하며, 이러한존재의변용 (Verwandeln) 을통해 세계내면공간 (Weltinnenraum) 을열어밝힌다. 고독을통해일어나는연관, 열린장, 세계내면공간이라는개념은천사의개념과함께릴케의후기대작인 두이노의비가 와 오르페우스에게바치는소네트 의중심어이고, 하이데거는이네가지개념을중심으로릴케의시작에드러난존재사유를조명한다. 즉릴케는사유와공속하는존재의근원을열어밝히는시작을하였고, 그러한시인의사명을깨닫고있었던시인이라는것이다. 이러한하이데거의논의속에서릴케의시와그의고독개념은보다뚜렷한존재의미를가지게된다고생각된다. 21) 같은책, 80-81 쪽이하참조. 22) R. M. Rilke, 앞의책, 58쪽재인용. 23) 같은책, 43쪽재인용. 24) 같은책, 45쪽참조.
존재의소리와고독 : 하이데거와릴케 205. 하이데거와존재의소리 : 침묵 고요의울림 하이데거는그의 숲길 가운데있는 무엇을위한시인인가? 에서릴케의시를통해사유와시작이공속하는근원과시인의사명에대해논한다. 궁핍한시대에무엇을위한시인인가? 하이데거는횔덜린의 < 빵과포도주 > 에나오는이구절을원용하여시의본질을이야기한다. 우선 궁핍한시대 가시의본질을말하게만드는조건이라는것이다. 그렇다면궁핍한시대란? 하이데거에따르면그것은신의부재, 즉신의결여 (der Fehl Gottes) 를특징으로하는시대이고, 밑바탕이송두리째날아간시대, 즉심연 (Abgrund) 에걸린시대이다. 이에하이데거는궁핍한시대를세계의밤의시대 (Die Zeit der Weltnacht) 라고표현한다. 25) 그리고자신의궁핍을궁핍으로서알아차리지못할정도가되면세계의밤은한밤중에이르고시대의궁핍은극에달한다는것이다. 그러나하이데거는횔덜린의시 < 므네모쉬네 > 를원용하여 지상의인간들이먼저심연에이른다는이야기이다 / 그러기에전회하는것은이네들인간들이다./ 26) 라고말한다. 즉인간이천상의신들보다먼저심연에이르고, 그런죽을자로서의인간에의해시대의전회 (Wendung) 가가능하다는것이다. 27) 그리고이러한전회를가능하게하는자가곧 시인 이다. 횔덜린에따르면시인은달아나버린신들이남긴발자취를뒤밟아나서는사람이다. 즉시인은달아나버린신들의흔적을놓칠세라뒤밟아서자신의친족이나다름없는인간이전회에이르도록그길목을터주는사람인것이다. 28) 25) M. Heidegger, Wozu Dichter?, Holzwege(Hw). Frankfurt (M), 1977, S. 269-270 참조. 26) Hw, S. 270. 27) Hw, S. 271 참조. 28) Hw, S. 272 참조.
206 철학논집 ( 제 28 집 ) 이런점에서하이데거는궁핍한시대에시인이된다는것은다음과같 다고말한다 : 궁핍한시대에시인이된다는것은, 노래하는가운데달아나버린신들의흔적을눈여겨본다는것을의미한다. 그러기에시인은세계의밤이라는때를맞아거룩함을읊게된다. 그러기에세계의밤은횔덜린의언어속에서성스러운밤이된다. 29) 궁핍한시대에시인은신들의흔적을노래하는자이고, 그를통해세계의밤은거룩한밤으로읊어지며, 그로써인간은심연으로부터전회하게되는것이다. 그리고무엇보다도궁핍한시대의시인은 시인의사명 을다해야한다고하이데거는강조한다. 시인의사명이란시의본질을시작 ( ) 한다고하는그것이다. 30) 그래야인간은시인의시작을통해서숨겨진존재를놓치지않고살아갈수있기때문이다. 라이너마리아릴케는그러한궁핍한시대의시인인가? 그는얼마나시인의사명을깨닫고시작했는가? 시인의사명과더불어하이데거는궁극적으로시작과사유가공속하는근원을탐색하고자한다. 시작과사유사이의대화라는본질적근원에서횔덜린을추월할시인은드물지만, 31) 릴케또한존재자의비은폐를그나름의방식으로시의세계에서경험하고이겨낸시인이라고하이데거는평가한다. 32) 왜냐하면릴케의시집 두이노의비가 와 오르페우스에게보내는소네트 를보면그러한끈기있는집중이드러나있기때문이다. 33) 이에대해해명하기위해시인의사명이그심연에이르는오솔길위에세운표식을이정표로삼는다고하이데거는말한다. 34) 그리고그러한이정표가되는말로는 연관 (Bezug), 열린장 (das 29) Hw, S. 272. 30) Hw, S. 272 참조. 31) Hw, S. 276 참조. 32) Hw, S. 275-276 참조. 33) Hw, S. 274 참조.
존재의소리와고독 : 하이데거와릴케 207 Offene), 이별 (Abschied), 천사 (Engel) 가있고, 이네개의말을가지고하이데거는분석을진행한다. 그러나이네개의말이외에도 변용 (Verwandeln) 과 세계내면공간 (der Weltinnenraum) 이라는말이릴케의시해석에서중요하다. 35) 하이데거는제목이없는릴케의 < 즉흥시 > 를가지고우선 자연 개념을분석해간다. 릴케는이시에서자연을 원바탕 (Urgrund) 이라고부르는데, 36) 이는존재자의바탕을가리킨다. 존재자의바탕은예부터 존재 라고불렸다. 37) 이에자연은 존재자의존재 라는뜻이고, 38) 존재자는어느것이든지의지를좇아의욕하면서존재하기때문에존재자의존재는 의지 (Wille) 라는것이다. 39) 존재자는의지가있는것 (Gewilltes) 으로존재한다. 40) 그리고이시에는존재자가 모험 (Wagnis) 에내맡겨진다는내용이나온다. 모험의본질이의지에있으니, 존재자는의지를가지고모험을하도록내맡겨지고, 그럼으로써제나름의존재자가된다는것이다. 41) 하이데거는 모험한다는것은위험속으로집어던진다 고풀이하면서, 그것은위험을막아준다는의미의 비호 (Schutz) 와반대된다고해석한다. 42) 그리고모험하다 (wagen) 는어원상저울 (Wage) 혹은무게를달다 (wägen, wiegen) 와연관되어 저울위에올려놓다 (auf die Wage legen) 혹은 위험속으로풀어놓다 (in die Gefahr loslassen) 로풀이된다. 43) 그리하여모험을겪은자 (das Gewagte) 는비호를받지못하지만저울위에올라서있는까닭에모 34) Hw, S. 275 참조. 35) 김주연, 앞의책참조 ; 조두환, 앞의책참조. 36) Hw, S. 277, S. 279 참조. 37) Hw, S. 279 참조. 38) Hw, S. 278 참조. 39) Hw, S. 278 참조. 40) Hw, S. 278. 41) Hw, S. 279 참조. 42) Hw, S. 280 참조. 43) Hw, S. 281 참조.
208 철학논집 ( 제 28 집 ) 험이라는밑받침속에몸을감추고있는것이다. 44) 이러한밑받침이존재자란존재자를제몸가까이에끌어들이는 중심 (Mitte), 존재자를모험에내맡기는모험으로서의중심이고, 그것이존재자를그러한 연관 (Bezug) 으로끌어들여붙들어두는 존재 라는것이다. 45) 존재는모험을겪은자에게무게 (Gewicht), 즉무거움 (Schwere) 을안겨주는힘이고, 46) 이시에등장하는 중력 (Schwerkraft) 이라는말은그러한존재자들의중심을말한다고하이데거는해석한다. 47) 이러한순수한힘의중력을연관이라고부르고, 48) 연관이라는말의용례에서볼때그것은어떤것들을자신의목표로끌어당기는것을말한다. 49) 그리고 연관 (Bezug) 이라는말은릴케시의바탕이되는것으로서하이데거가첫번째로지적하는말이다. 연관은단순히관계 (Beziehung) 나상관관계 (Relation) 를뜻하지않는다. 더욱이그것은주관과대상과의관계는아니고, 이러한의미들은연관의본래뜻에서파생된것들이라고하이데거는지적한다. 50) 연관의본래뜻은순수한여러힘의중력이고중심이며, 그러한순수연관혹은전연관 (der ganzen Bezug) 으로서자연이자생이며모험이라는것이다. 51) 이러한뜻은곧 전체에있어서존재자자체 (das Seiende als solches im Ganzen) 를말하고, 이러한것은형이상학의역사에서존재를가리킨다. 52) 존재자는연관이끌어당기는인력의크기에따라존재한다는것이다. 이렇게모험을겪어서제나름대로의성격을가진존재자가자신의몸을내 44) HW, S. 281 참조. 45) Hw, S. 281 참조. 46) Hw, S. 281 참조. 47) Hw, S. 282 참조. 48) Hw, S. 282 참조. 49) Hw, S. 282-283 참조. 50) Hw, S. 283 이하참조. 51) Hw, S. 283 참조. 52) Hw, S. 283 참조.
존재의소리와고독 : 하이데거와릴케 209 맡기고있는전연관을, 릴케는 열린장 (das Offene) 이라고부른다. 53) 열린장은릴케의시에서바탕이되는또하나의말이라고하이데거는지적한다. 54) 여기서 열려있다 (offen) 는말은막힘이없다, 제약하지않는다는뜻으로, 모든제약을벗어난다는의미이다. 55) 그래서열린장은제약을벗어난모든것들이끌려들어가는거대한전체이고, 순수연관속으로모험을겪은자들을끌어당겨주는것이다. 56) 그런데하이데거에따르면릴케에서열린장은존재자를드러내현존 (anwesen) 시킨다는의미에서개방 (Offenheit) 은아니다. 그것은비은폐성 (Unverborgenheit) 혹은비은폐 (das Unverborgene) 는아니고오히려그런의미에서는닫힌장 (das Geschlossene) 이라는것이다. 왜냐하면열린장은투명하게환희트인세계는아니기때문이다. 그리고열린장은맞서있는대상세계가아니라대상이될수없는전체라는것이다. 57) 따라서열린장은두가지의뜻, 즉제약을벗어난연관전체이고동시에제약을벗어났다는의미의개방이라고하이데거는말한다. 58) 하이데거는릴케의열린장이다음과같다고말한다. 두이노의비가 의 < 제8비가 > 에대해질문한러시아독자에게릴케가쓴편지에서 : 제가이비가에서제기해보고자했던 열린장 이라는개념은 동물은순간순간마다세계와대립되는일은없습니다. 동물은세계안에있는것입니다. 그러나우리인간은 높은의식이있기에세계와마주서게되는것입니다. 그러기에열린장은 59) 짐작컨대동물이라든가꽃같 53) Hw, S. 284 참조. 54) Hw, S. 284 참조. 55) Hw, S. 284 참조. 56) Hw, S. 284 참조. 57) Hw, S. 284 참조. 58) Hw, S. 284-285 참조. 59) Hw, S. 285; M. Heidegger, 하이데거의 과. 김광진역, 탐구당, 67-68 참조.
210 철학논집 ( 제 28 집 ) 은이런것전부라고말할수있겠지요. 스스로해명할필요도없는것이고, 자기눈앞에, 자기몸위에저꺼릴것없는자유라는것을누리고있지않습니까. 우리인간의경우, 이자유라는것은 이를테면사랑하는사람한테서바로자기자신의세계가퍼져나감을엿보게되는사랑의맨처음순간이라든가, 신에게마음을쏟는순간이라도있어야만 ( 아주눈깜빡할사이지만 ) 이와맞먹을만한것을찾아내게되는것입니다. 60) 식물이나동물은열린장안에, 세계안에들어와있다. 그것들은순수연관의끌어당김속에끌려들어간, 의식을떠난관계에있다. 반면에의식이높아감에따라, 의식의본질은표상작용에있으므로세계와마주서게된다. 이에따라인간은열린장에들어와있지않다. 즉인간은전연관의끌어당김에이웃해살고있지않은것이다. 따라서열린장에이웃해살고있는것은열린장의힘에끌려들어가있는것, 즉스스로의본질상의식이없는존재이고, 이들은은근한즐거움을누리고있다고하이데거는말한다. 61) 그러기에릴케는 오르페우스에게바치는소네트 의어느시에서 꽃의운명은우리에게위대하여라 (uns sei Blume-sein gross) 라고읊는것이다. 62) 그리고다시한번열린장은공간이열려있다는의미에서의개방이아니라 존재의밝힘 (Lichtung des Seins) 이라는것을그의시에서도읽을수있다고하이데거는말한다. 63) 열린장의밝힘속에서식물이나동물은충만한반면, 인간은의욕함 (Wollen) 속에서대상을좇는다. 64) 즉식물이나동물은의욕이없어서모험을하지않는까닭에열린장속에서충만하고대상이되지못하는반면, 인간은의식을가지고모험을하는까닭에그러한의욕속에서열린장이 60) Hw, S. 286; 같은책, 68쪽참조. 61) Hw, S. 286 참조. 62) Hw, S. 287 참조. 63) Hw, S. 286 참조. 64) Hw, S. 290 참조.
존재의소리와고독 : 하이데거와릴케 211 라는순수연관속에들어가지못하고대상이되는타자가된다. 인간의본질은이러한의욕함에있고, 근대의인간규정은바로그러하다고하이데거는말한다. 65) 의욕함은모든것을자기테두리안으로억지로끌어들이는자기수행 (Sichdurchsetzen) 인데, 세계를의도에따라만들어낸다고하는기술의현상은바로의욕함으로서의인간본질의필연적결과라는것이다. 66) 그런데이러한기술의현상에의해사물은대상이되어가고, 그로써사물은그자신의고유한면을보여주지못하여사물이사라지게된다고하이데거는말한다. 67) 릴케는이를두고 아직저희할아버지때만해도 옷이며외투라든가, 어느것을보나인간냄새가풍겨왔지요. 세계는자꾸움츠러들고있습니다. 사물은자기의존재라는것을점점더화폐의진동속으로옮겨갈뿐만아니라거기서정신이나다를바없는세계를굳혀가고있는것입니다. 68) 라고말한다. 기술의이러한본질은곧니체의형이상학이보여주는의지에의의지 (Wille zum Willen) 가판을치기시작한세계라고할수있는데, 69) 그속에서인간과사물의고유성은의욕함의자기수행의안쪽에서시장의교환가치라는계산속으로내몰리게된다. 즉의지에의의지는계산이라는숫자가필요없는곳에서도존재자를그존재의본질에서장사를하며, 그러한계산행위가판을치고있는것이다. 70) 인간이식물이나동물보다모험을더하고, 그러한모험속에서의욕함으로써존재를표상하고대상화시킨다. 그러한의욕함은인간을열린장으로부터가로막아버리고, 그로써사물은대상이되고인간은그러한자기수행에서자기를상실한다. 즉인간이열린장으로부터비호를받지못하는존재가되는것이다. 특히기술은세계를대상으로건설함으로써열린 65) Hw, S. 288-289 참조. 66) Hw, S. 289 참조. 67) Hw, S. 291 참조. 68) Hw, S. 291; 김광진역, 77-78 쪽참조. 69) Hw, S. 291 참조. 70) Hw, S. 292 참조.
212 철학논집 ( 제 28 집 ) 장에이르는길을온통막아버린다. 즉기술의시대에사는인간은열린장, 순수연관으로부터등을댄채그로부터이별하는사이가된다. 71) 기술은이렇게비호받지못하는존재를제한없이, 순수연관의중심으로부터이반하게만드는데, 이별 (Abschied) 은릴케시에나오는또하나의바탕이되는말이라고하이데거는말한다. 72) 이별은열린장과등을대는이별을뜻하고, 이는비호를받지못하는존재가된다는것이다. 73) 그리고이별의바탕은세계를대상으로삼는데있다. 74) 세계를대상으로삼는다는것은, 특히기술에서죽음을거부한다는것이고, 75) 이는존재의일면만을수용한다는의미가된다. 76) 이에릴케는 죽음 이라는말을거부하지않고읽는것이중요하다 77) 고말하는것이다. 따라서비호를받지못하는존재를열린장과의이별로부터돌이켜주어야하는데, 78) 이때세계를대상으로삼는것이계산을바탕으로한의식이라는내면공간을갖는다는것을발견해야한다. 79) 왜냐하면존재를돌이킨다는것은그러한내면공간을갖는의식을돌이킨다는것이고, 이내면공간은곧이별을돌이켜줄방식을규정하기때문이다. 80) 이러한내면공간은릴케의시에서 세계내면공간 (Weltinnenraum) 으로불린다. 파스칼이계산하는이성의논리에대해심정의, 마음의논리가있다고했듯이, 심정공간이라는보이지는않지만계산하는표상보다더깊은세계가곧세계내면공간이라고하이데거는설명한다. 81) 71) Hw, S. 293-294 참조. 72) Hw, S. 294 참조. 73) Hw, S. 305 참조. 74) Hw, S. 305 참조. 75) Hw, S. 303 참조. 76) Hw, S. 302-303 참조. 77) Hw, S. 303. 78) Hw, S. 303-304 참조. 79) Hw, S. 305 참조. 80) Hw, S. 305 참조.
존재의소리와고독 : 하이데거와릴케 213 릴케는뮈조트에서띄운편지에서 외부세계는 이내면세계의깊은차원과는비교가될수없는것입니다 라고하여, 82) 결국세계전체가이내면공간이라는현존재 (Dasein), 즉열린장에이르게된다고한다. 83) 즉일상적인우리의의식은피라밋의꼭대기라면우리가슴속의내면세계는피라밋의바탕과같이넓은것이라서, 84) 심정공간가운데가장깊은세계내면공간은우리의눈에열린장으로나타난다는것이다. 85) 그렇다면 의식에이미내재하고있는대상을심정의가장깊은내면세계안으로바꿔놓는것, 이것은어떻게해서일어날수있는것일까? 86) : 안으로바꿔놓는다는말은열린장이라는가장넓은원주안으로들어가도록이별의방향을돌이켜준다는뜻이다. 가사자인인간중에누가이처럼돌이켜주면서안으로바꿔놓을수있을까? 87) 이런역할을하는존재는릴케의 두이노의비가 에서는 천사 의모습으로나타난다. 88) 왜냐하면비가에나타난천사는눈에보이는세계에서눈에보이지않는세계로옮아가는 변용 이자기안에서이미이루어진피조물이기때문이다. 89) 천사와변용은릴케의시에서연관, 열린장, 이별과같이바탕이되는말이다. 90) 릴케에따르면존재자의존재, 즉자연은모험을하고, 모험을겪은존재자는모두저울위에올라서있으며, 그들은모두위험에빠져있다. 91) 그 81) Hw, S. 306 참조. 82) Hw, S. 306-307 참조. 83) Hw, S. 306 참조. 84) Hw, S. 307 참조. 85) Hw, S. 309 참조. 86) Hw, S. 309. 87) Hw, S. 309. 88) Hw, S. 312 참조. 89) Hw, S. 312 참조. 90) Hw, S. 312 참조.
214 철학논집 ( 제 28 집 ) 러나식물이나동물은저울의흔들리는영역에미치지않고시름없이열린장에들어가안주한다. 92) 이에반해의욕함에서자기수행을하는인간은, 존재를계산의대상으로삼음으로써순수연관과등을대는이별을하게되어그의모험은저울이흔들리는가운데자리잡게된다. 93) 이렇게인간은비호를받지못하고끊임없이교환을하는상인이된다고하이데거는말한다. 94) 그리고천사란눈에보이는세계를눈에보이지않는세계로변용함으로써세계내면공간의안쪽, 즉저울의외부에있는흔들리지않는열린장의안정속에있다는것이다. 95) 그런데비호를받지못하는존재를열린장으로돌려주고눈에보이지않는세계의심정공간을자리잡아주면, 존재의흔들림은저곳, 즉세계내면공간의통일속으로옮아간다는것이다. 96) 이때위험이라는저울은계산하는의욕의영역을벗어나천사의곁으로옮아가게된다고하이데거는말한다. 97) 릴케는만년에쓴시에서이를표현하길, 저울이상인의손에서 / 저천사한테로넘어가면 / 하늘에서저울은고요해지고 / 공간과조화되어흔들리지않는다. 98) 여기서조화된공간은열린장의세계전체를수용한세계내면공간이라는것이다. 99) 그렇다면상인의손에서천사의손으로저울을넘겨주는이는누구일까? 100) 저울이상인의손에서천사한테로넘어간다는것은곧이별이뒤집힌다는것이며그것을세계내면공간으로바꿔놓는다는것인데, 이러한것은 91) Hw, S. 313 참조. 92) Hw, S. 313 참조. 93) Hw, S. 313 참조. 94) Hw, S. 314 참조. 95) Hw, S. 313 참조. 96) Hw, S. 314 참조. 97) Hw, S. 314 참조. 98) Hw, S. 314 참조. 99) Hw, S. 314 참조. 100) Hw, S. 315 참조.
존재의소리와고독 : 하이데거와릴케 215 모험을더하는존재 (die Wagenderen) 가있을때일어나는일이라고하이데거는말한다. 101) 이모험을더하는존재는존재자체를두고모험을하므로발언을더하는존재 (die Sagenderen) 라고할수있다는것이다. 102) 왜냐하면존재는말가운데자리잡게되며언어는존재의집이기때문에 103) 모험을더하는존재는곧발언을모험하는것이다. 104) 이때의발언은의욕에서나온수단적방법적발언이아니라특별한발언, 즉언어가운데로뚫고들어가는 (das Eingehen in die Sage) 발언이다. 105) 이러한발언은트라클의시 < 겨울밤 > 에서드러난 고요의울림 (das Geläut der Stille), 즉사물과세계의차-이 (Unter-schied) 를발현시키는언어의본질에응답함 (entsprechen) 이다. 106) 말할수없는언어의본질로서의본래적언어, 즉존재의언어는그러한침묵의언어라는것이다. 107) 그리고이러한침묵의언어는게오르게의시 < 말 > 에서체념을통한언어경험에서현시되는들음 (Hören) 이자말걸어옴 (Zuspruch) 이다. 108) 그것은말이없는곳에는사물도없다는일종의무 ( ) 의경험, 즉언어의존재로부터존재의언어로의변형을겪은사유경험에서드러나는사유와시작이공속하는언어의본질로서의승낙 (Zusage) 이다. 109) 이러한발언은그양이많아지면노래가되고, 그노래속에서세계내면공간이살림을차리고인간은전회하게된다. 110) 101) Hw, S. 315 참조. 102) Hw, S. 315 참조. 103) Hw, S. 310 참조. 104) Hw, S. 311-312, S. 315, S. 316 참조. 105) Hw, S. 315-316 참조. 106) M. Heidegger, Die Sprache, Unterwegs zur Sprache(US). Frankfurt (M), 1985, S. 28-30 참조. 107) R. Bernasconi, The Question of Language in Heidegger's History of Being. Humanities Press Inc., 1985, p. 53-60 참조. 108) M. Heidegger, Das Wesen der Sprache, Unterwegs zur Sprache(US). Frankfurt (M), 1985, S. 173-176 참조. 109) 같은책, 같은쪽참조 ; R. Bernasconi, op. cit., p. 58 참조.
216 철학논집 ( 제 28 집 ) 이렇게발언을하는자, 모험을더하는존재가곧시인이라고하이데거는말한다. 111) 시인은열린장으로부터등을댄이별을뒤집어주어비호를받지못하는인간을열린장으로전회하게하고, 그로써불치의병인이별을치유하여그를온전하게해준다. 112) 이러한온전함가운데거룩함이나타날수있고, 그런점에서시인은거룩함이남긴발자취를찾아나서는자, 거룩함의눈짓을불러들이는자, 신을불러들이는자라고하이데거는말한다. 113) 이러한것이횔덜린이 < 마치축제일처럼 > 에서노래한신들의눈짓을맨머리로받아노래로감싸서민족에게전한다는시인의사명이고, 114) 그런점에서횔덜린은시인중의시인이자시인의선각자이며, 115) 릴케또한그러한시인의본질을자각한궁핍한시대의시인이라는것이다. 116). 존재의소리와생명의소리 : 존재의사유 vs 영혼의시작 릴케에서시창작의원천은고독이다. 시를쓴다는것은단순히문학을하는것이아니라고독이라는내면공간을형성하는것이다. 이내면공간은외부세계로환원될수없는철저하게자신의실존에뿌리박고있는생명의편린이다. 이실존적내면의고독속에서자기다움의가장순수한개성이그의생명의목소리로서말하는것을담아내는것이시창작이라는것 110) Hw, S. 316 참조. 111) Hw, S. 318 참조. 112) Hw, S. 318 참조. 113) Hw, S. 319 참조. 114) M. Heidegger, Hölderlins Hymnen Germanien und der Rein (GR). Frankfurt (M), 1980, S. 30-31 참조. 115) M. Heidegger, Hölderlin und Das Wesen der Dichtung, Erläuterungen zur Hölderlins Dichtung(HD). Frankfurt (M), 1981, S. 34 참조 ; Hw, S. 320 참조. 116) Hw, S. 319-320 참조.
존재의소리와고독 : 하이데거와릴케 217 이다. 따라서단순히문학혹은문예가아니라그러한외부적산물이발원하는본질적원천을고민한다는데서릴케와하이데거의문제의식은상통한다. 릴케는이러한시의원천으로서의고독을 어두움 혹은 죽음 라고표현하거나가장순화된정신세계가임하는곳으로서 사랑 에비유한다. 그러다가그의후기대작 두이노의비가 와 오르페우스에게바치는소네트 에이르면고독은변용을통한세계내면공간으로표현된다. 즉고독은외부세계로부터벗어나내면세계로옮겨놓는변용에서발현하는세계내면공간인것이다. 이에모든외부적관심을끊고오로지안으로침잠해내려갈것을주문하고, 그러한내면으로의전환에서나의실존이뿌리박고있는생명의소리를들으라는것이다. 그러니시인이된다는것은그러한내면공간에서생명이말하는음성에자신을맡기고, 그러한고독의공간을형성하는데있다는것이다. 하이데거는이러한릴케의논의를존재론적으로심화시킨다. 릴케에서시의원천은고독이라는실존적내면공간을넘어존재의근원에서역사와민족의역운 (Geschick) 을담보하는것이된다. 그리고릴케에서고독이갖는생명의소리는존재의부름혹은존재의소리로서존재-역사적운명에응답하는것이된다. 즉하이데거는릴케의개념들, 변용, 세계내면공간, 연관, 열린장, 천사, 이별을가지고서그것들이근거하는존재론적근원을그려내고자하는것이다. 따라서릴케에서시작은인간적- 실존적인고독에서발원하는영혼의활동이라면, 하이데거에서는존재의근원의부름에응답하는존재론적사유가된다. 하이데거는릴케의시속에나타난 자연 이라는말을가지고자연의본질은 모험 이라고말하고, 모험은곧 의지 이며그렇게모험을겪은존재는위험하게된다고풀이한다. 즉모험을겪은존재는존재의위험이라는저울에올라가흔들린다는것이다. 이러한자연가운데식물이나동물은그러한위험의흔들림이미치지않는곳에서은근한즐거움으로존재한다
218 철학논집 ( 제 28 집 ) 면, 인간은의식을가지고존재를의욕함으로써그를대상화하여늘저울의흔들림속에서위험에처해있다는것이다. 특히기술문명속에서그러한의욕함은교환과환전을통해사물의고유성으로부터소외되어계산의장사속으로내몰린다. 이에인간은자연이라는순수연관의전체성, 즉열린장의비호를받지못하고위험에처해있다는것이다. 이러한비호를받지못하는위험으로부터열린장의순수연관으로옮겨놓는것은변용을통해세계내면공간을형성함으로써가능하다고하이데거는릴케를빌어말한다. 그리고그러한내면공간으로옮겨놓을자는곧존재의부름을알아듣는자, 그침묵의언어에응답할수있는자, 즉시인이라는것이다. 이런점에서시인은인간을존재로인도하여그를온전하게함으로써그온전함속에깃든거룩함을가능하게해주는자이다. 즉시인은거룩함의흔적을찾는자, 신들의눈짓을전하는자라는것이다. 이러한것이시인의소명이며, 릴케는횔덜린과같이그러한소명을시작한시인, 특히궁핍한시대의시인이라고하이데거는말한다. 왜냐하면기술문명속에서신들의발자취가사라진어둠속에서존재의열린장을노래하고자했기때문이다. 따라서하이데거에서시작은존재의근원에서그부름에응답하는사유에다름아니다. 요컨대릴케에서시작이고독이라는실존적원천에서생명의목소리에응답하는영혼의활동이라면, 하이데거는그러한실존적영혼을넘어선존재의근원에서민족과역사의운명에응답하는사유의활동이시작이라고말한다. 이러한근원에의사유는이미플라톤주의적이원론이망각한근원성을지적하고자한노력이며, 하이데거는릴케의시해석속에서존재의근원을시작적사유로서드러내밝혀보여주었다.
존재의소리와고독 : 하이데거와릴케 219 참고문헌 김재혁, 독일문학. 84 권, 한국독어독문학회, 2002. 김주연, 릴케의생애와작품, 릴케. 작가총서 8, 문학과지성사, 1987. 조두환, 라이너마리아릴케. 건국대학교출판부, 2003. M. Heidegger, 하이데거의詩論과詩文. 김광진역, 탐구당. R. M. Rilke, 젊은시인에게보내는편지. 홍경호역, 범우사, 2006. R. M. Rilke, 두이노의비가, 오르페우스에게바치는소네트외. 김재혁역, 책세상, 2008. R. M. Rilke, 말테의수기. 김용인역, 책세상, 2000. R. Bernasconi, The Question of Language in Heidegger's History of Being. Humanities Press Inc., 1985. O. F. Bollnow, Rilke. Stuttgart : W. Kohlhammer Verlag, 21956. M. Heidegger, Hölderlin und Das Wesen der Dichtung, Erläuterungen zur Hölderlins Dichtung. Frankfurt (M), 1981. M. Heidegger, Hölderlins Hymnen Germanien und der Rein. Frankfurt (M), 1980. M. Heidegger, Wozu Dichter?, Holzwege. Frankfurt (M), 1977. M. Heidegger, Die Sprache, Unterwegs zur Sprache. Frankfurt (M), 1985. M. Heidegger, Das Wesen der Sprache, Unterwegs zur Sprache. Frankfurt (M), 1985. E. Heller, Rainer Maria Rilke. Ausgewählte Gedichte. einschließlich Duineser Elegien und der Sonnette an Orpheus. Suhrkamp Verlag, 1986.
220 철학논집 ( 제 28 집 ) <Abstract> Stimme des Seins and Einsamkeit : Heidegger and Rilke Yu-Jeong, Park (Chonnam Univ.) This paper pursues to think about the meaning of Heidegger's Hermeneutics through study of Rilke. In other words, theme of this paper is about Rilke's Einsamkeit and ontological interpretation of it in Heidegger's Hermeneutics. So we hope that this discussion will be the moment to think deeply about the Origin of Dichten and Denken in Heidegger's Hermeneutics. According to Rilke, Einsamkeit is the Origin of Poetry. He said that creation or appreciation of poetry didn't lie in Outside of it, but in inner-room of it, namely Einsamkeit. So to be a poet is to make deep inner soul and to have that existential solitude, not simply to write literary poem. This internal room of our soul or existential solitude as the origin of poetry in Rilke is described as Dunkelheit of our external room and as Tod of our external soul. And late poetries of Rilke such as Duineser Elegien and Die Sonetten an Orpheus describe more systematically Einsamkeit with elaborated vocabularies. Pursuing the matter of art or poetry since his Kehre, Heidegger deals with Rilke as important poet including Hölderlin, Trakl, and George. He inquires the ontological Origin of Dichten with considering Rilke's vocabularies. Nature consists of the Bezug of all the beings, and the unlimitted Openness of this Bezug is Das Offene. Plants and Animals has peaceful life in das Offene, but Human can not help having Abschied of das Offene because he represents beings as object in his Wollen. Verwandeln transforms Abschied into Weltinnenraum which leads human to pure Bezug of nature, namely das Offene. The man who plays a role in this transforming is the poet like Engel. This poet is the man to answer the voice of Being(entsprechen Stimme des Seins)
존재의소리와고독 : 하이데거와릴케 221 which is the Origin of Dichten and Denken. To conclude, Einsamkeit as the origin of poetry in Rilke has been made further steps by Heidegger's ontological Interpretation. That is, Heidegger shows more profound Origin in Sein-dimension transcending Existence-dimension of Rilke. Keywords: Einsamkeit, Sein, Dichten, Denk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