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강. 한국의재벌 2012.10.31( 수 ) 1. 성장과정과자본축적방식 한국의재벌은단순한대기업이아니라경제ㆍ정치ㆍ사회ㆍ문화ㆍ사법등사회전반을지배하는경제력입니다. 재벌이자본을축적해온과정이바로이런거대한세력을쌓은과정이기도합니다. 역사적순서에따라어떤방식으로재벌이자본을축적하여성장했는가를살펴봅시다. 1) 1945년일본의패망과함께일본정부, 일본의법인과개인이소유하던모든재산은미군정으로넘어갔고 1948~57년에거의무상으로한국인에게 1) 불하되었습니다. 이때미군정당국이나이승만정권과연줄이있는사람들이불하를받아거대한경제세력으로등장했는데, 이것이재벌의시작입니다. 2) 1950 년대는미국의원조물자 ( 밀ㆍ원당ㆍ원면 ) 와원조달러를배정받아재벌은자본 을축적했습니다. 이른바 3 백산업 ( 제분ㆍ제당ㆍ방적산업 ) 이지배하게되었고, 원조달러로 국내에부족한상품들을수입하여폭리를취했습니다. 3) 1962년부터시작한 경제개발5개년계획 에서는박정희정부가재벌의경영능력과자금조달능력을이용하기위해재벌들에게핵심투자부문을맡기면서, 재벌의외자도입에는정부가보증하며국내자본조달에는금리를대폭싸게했습니다. 또한수출증대에기여하는재벌에게는금리가매우낮은금융을제공하고, 각종조세를감면하며, 수출용원자재수입에대한관세를면제하고, 전기료와철도사용료등도감면했습니다. 4) 정부가도로ㆍ지하철ㆍ항만ㆍ학교ㆍ신도시등을건설하기시작하고, 고소득의주민들이새로운주거방식을선호하기시작하자, 재벌은토지투기와아파트건설에서막대한이윤을얻었습니다. 이과정에서 1977~78년 ( 박정희시절 ) 과 1987~89년 ( 노태우시절 ) 에토지가격이폭등하고주택가격과전세가격이폭등하여서민의생활을위협했습니다. 이리하여노태우는 1988~93년에 200만호의아파트를건설하게된것입니다. 5) 1970년대중반이후정부는중화학공업화를추진했는데, 정부는중화학공업투자자로선정된재벌에게외국차관과국내금융에서특혜를주었을뿐아니라중화학제품의수입제한을통해해외의경쟁을막아주었습니다. 이과정에서외국차관이지나치게많이도입되어 외채망국론 이등장했고, 부실기업도증가했습니다. 1) ( 拂下 ) : 국가또는공공단체의재산을개인에게팔아넘기는일. 매각, 팔아버림. - 1 -
6) 재벌은부실기업정리과정에서도큰혜택을받았습니다. 정부는 1960년대말에서 1970년대초까지는대일청구권자금에의거한차관기업의부실화를정리했고, 1979~80년에는부실중화학공업을구조조정했으며, 1985~88년에는해외건설과해운업을비롯해조선 합판 섬유 제지 종합상사등을정리했습니다. 그런데정부는부실기업을정리하는과정에서재벌에게부실기업을인수 합병하기를권장했으며, 인수 합병하는대가로부실기업의채무를탕감하고부실기업의합리화를위한금융을지원했습니다. 이것은은행을희생해재벌에게특혜를주는것이었지만, 정부는한국은행으로하여금이자율이매우낮은특별금융을은행에게제공함으로써은행의손실을막아주었습니다. 이경우은행은 관치금융 을싫어한것이아니라손쉽게돈을버는방법이라고생각하게된것입니다. 이런관치금융의피해를입는당사자는결국한국은행의값싼대출이야기하는정부의재정적자때문에세금을더많이내거나물가상승에허덕이게되는국민들이었습니다. 7) 재벌총수는계열기업사이의 순환출자 를통해아무런자본도없이새로운기업을문어발식으로설립했습니다. 쉽게설명해봅시다. 기존의 A기업이새로설립될 B기업의주식을매입함으로써 B기업을설립하고, 그뒤 B기업은 A기업의지급보증에의해은행대출을받아영업을확대합니다. 그런데현행법률에는 B가다시 A의주식을매입하는것은 상호출자 로서금지되어있기때문에, B가 C기업의주식을매입하고, C는 A기업의주식을매입하면, B기업에출자한돈이다시 A기업으로돌아가는것입니다. 이것이 순환출자 입니다. 위에서본것처럼역사적으로볼때, 재벌은기술혁신을통해자본을축적하기보다는정경유착, 부동산투기, 순환출자등을통해자본을축적한것입니다. 그러나개방과자유화라는자본의세계화조류에서재벌은업종전문화를통해무한경쟁을이겨나가지않을수없었습니다. 노동집약적인산업에서는중국과동남아에게뒤떨어지고, 기술집약적인산업에서는일본 독일 미국 영국등선진국에게뒤떨어지기때문에, 재벌은탈출구를마련하고자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정보통신등의분야에막대한자금 ( 외자와내자 ) 을투자했는데, 세계시장이기대만큼확대되지않아제품을제값에대량판매할수없게되어재벌은채무상환에허덕이게되었습니다. 이것이결국 1997년 12월의금융ㆍ외환위기로폭발한것입니다. - 2 -
2. 재벌의지배구조 재벌의주식소유구조는재벌총수와특수관계인 ( 즉일가친척과친구 ) 이중핵기업의주식 을대량소유하고, 이중핵기업이다수의계열기업의주식을대량소유하며, 또한대부분의 계열기업은자기회사의주식 ( 자사주 ) 을소유하고있는상태입니다. 2010년 9월을기준으로삼성재벌의소유구조는다음과같습니다. 이건희의아들이재용이삼성에버랜드의주식을 25.1% 소유하고, 삼성에버랜드는삼성생명의주식을 19.3% 소유하며, 삼성생명이삼성증권 삼성전자의주식을소유하고, 이들이또한다른기업들의주식을소유하고있는구조입니다. 그런데삼성물산의지분 5% 를가진영국헤르메스연금운용이 2004년삼성물산의경영권을장악하려고시도한적이있습니다. 삼성물산은당시에버랜드와삼성전자등삼성재벌산하 18개사의지분을갖고있는핵심회사인데, 총수이건희와삼성계열사가가진삼성물산의지분은 12.88%( 이건희지분 1.38%) 인반면외국인지분은 45% 에이르고있었습니다. 삼성재벌은 2004년 9월 17일삼성물산의경영권방어를위해삼성SDI로하여금삼성물산주식을 700억원어치매입하게했습니다. 이로써삼성SDI 가소유한삼성물산의지분은 4.52% 에서 7.2% 로늘어나게되었습니다. 그런데삼성물산은삼성전자의주식 4.02% 를, 삼성전자는삼성SDI 주식 20.9% 를가지고있었으므로, 완벽한순환출자구조 (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SDI) 를형성하게된것입니다. 또한 2010년현재삼성에버랜드가삼성생명주식의 19.3% 를, 삼성생명이삼성카드의주식 26.4% 를, 그리고삼성카드가삼성에버랜드의주식 25.6% 를가지고있는것도순환출자입니다. 흔히우리는총수 ( 또는지배주주 ) 의영향력아래에있는지분을 내부지분 이라고정의하며, 거기에는총수, 총수의특수관계인, 계열사들이소유한지분과자사주가포함됩니다. 자산기준 5조원이상의 53개대기업집단중총수가있는 35개대기업집단의내부지분율 ( 상장회사와비상장회사를포함 ) 은 2010년 4월현재총수 2.12%, 총수친족 2.28%, 계열사 43.58%, 그리고비영리법인 임원등이 2.52% 로서합계 50.5% 이었습니다. 실제로재벌총수와그가족등이가진주식은재벌기업전체주식의 4.4% 에불과한데도, 계열사의소유주식이전체주식의 43.58% 이기때문에, 결국재벌총수는재벌전체주식의 50.5% 를좌우하는최대주주로재벌을지배하는셈입니다. 재벌계대기업에서대주주의전횡을막기위해참여연대등시민단체는소액주주운동을펼치고있습니다. 즉집단소송제와집중투표제를실시하라고주장하고있습니다. 집단소송제는허위공시와부실기재등으로피해를본주주중일부가손해배상소송을하여승소할경우다른주주도같은혜택을볼수있게하는제도입니다. 그리고집중투표제는기업이 2 인이상의이사를선출할때 3% 이상의지분을보유한주주가요청하면주총에서투표를실시해표를많이얻은순서대로이사를선출하는제도입니다. 또한사외이사제에관한법에의하면, 상장기업이면무조건총이사수의 1/4 이상의사외이사를, 그리고자산 2조원이상상장기업은 1/2 이상의사외이사를뽑아야합니다. 따라서 독립적인 사외이사는재벌기업의경영행태에큰변화를가져올수도있습니다. - 3 -
3. 재벌을비난하는이유 : 문어발확장과독재체제 재벌을비난하는이유는크게보아두가지입니다. 하나는다수의업종에종사하기때문에세계적으로경쟁력있는기업으로발전하지못하고있다는비난이고, 다른하나는재벌이경제력을기반으로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에영향력을행사할뿐아니라, 언론 스포츠 문화등의분야도지배함으로써, 정경유착에따른부정과부패는물론이고국민들의일상생활까지도지배하고있다는비난입니다. 재벌은출자 회사채인수 지급보증등으로다수의업종에계열기업을설립했는데, 이런문어발식확장은사실상 어느업종이큰이윤을낳을까 를모르는상황에서불가피했을수도있습니다. 또한정부가부실기업을몇차례대대적으로정리하는과정에서재벌들에게떠맡긴업종도있습니다. 그러나모든업종이동시에성공할수는없기때문에, 재벌은성공적인계열기업의이윤으로실패하는계열기업을살리는데지원함으로써성공적인기업이더욱발전하는것을촉진할수없었습니다. 더욱이모든계열기업을동시에유지ㆍ발전시키기위해재벌은금융기관으로부터큰부채를지게되었는데, 대체로부채 / 자기자본의비율이 500% 정도에이르렀습니다. 이런상황에서상품의판매가원활하지못해재벌이현금부족을느낄때, 금융기관이부채의만기일을연장하지않고부채의상환을요구하면재벌은도산하지않을수없습니다. 1997년초부터시작한재벌의도산은이것의한예입니다. 대기업집단의부채 / 자기자본비율 ( 금융 보험계열사는제외 ) 은 IMF 위기직후인 1998년의 518.9% 이래계속저하해, 2003년에는 128.9%(42개민간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 2010 년에는 114.9%(45개민간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 로감소했습니다. 그러나이같은감소추세는추가증자나부채상환그리고부채의출자전환을통해실질적으로그비율을줄인것이아니라, 대부분 자산재평가 와유상증자를통한자산부풀리기에의해장부상으로비율을축소한것입니다. 사실상역대정부는재벌의과도한경제력집중을막기위해노력했습니다. 1987년의공정거래법에서는공정거래위원회가자산규모 ( 계열사합산 ) 의순서로 1-30위그룹을매년 대규모기업집단 ( 즉재벌 ) 으로지정하고, 대규모기업집단은출자총액제한, 계열사간상호출자와상호지급보증금지, 부당내부거래조사등의규제를받도록했습니다. 출자총액제한은 30대재벌의계열사가순자산의 25% 이상을다른기업에출자하는것을금지하는것입니다. 이것은재벌의무분별한출자 ( 투자 ) 를막기위한것인데, IMF 위기직후외국인에의한적대적인수 합병이허용되면서계열사경영권방어를위해, 출자총액제한은 1998 년 2월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그뒤계열사출자의급증, 부실계열사에대한지원, 명목상의부채비율감축등부작용이나타남에따라 1999년 12월출자총액제한제도를다시도입하고 2001년 4월부터다시시행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 11월경제여건의변화에따라자산순위 30대대규모기업집단지정제도대신에자산규모 5조원이상인기업집단은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으로, 2조원이상인기업집단은상호출자 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으로지정하는등출자총액제한제도를전면적으로개편했습니다. 그런데전경련을필두로한재계에서는출자총액제한제도등자산기준에의한대기업집단규제가차별적인규제로서위헌소지가있으며, 신규투자를저해한다고주장하면서출자총액제한제도를끊임없이축소하려하였습니다. 그결과사실상출자총액의절반이상이각종적용제외와예외인정을받 - 4 -
아출자총액제한제도의실효성이크게훼손되다가, 결국 2009 년 3 월공정거래법개정을 통해폐지되었습니다. 그결과재벌의문어발확장은여전히유지되고있습니다. 김대중정부는재벌들이서로서로사업을교환함으로써한재벌이하나의사업에전문화하도록촉구했습니다. 이것이이른바 Big Deal 정책 이었습니다. 그러나어느재벌이든현재나미래에수익성이높은업종을가지려고하기때문에, 사업교환은불가능했습니다. 자동차산업에서는현대 ( 자 ) 가기아 ( 자 ) 를인수하고, 르노가삼성 ( 자 ) 을, 그리고 GM이대우 ( 자 ) 를인수했기때문에, 한국계기업으로서는현대가사실상자동차업종의전문기업이되었습니다. 이런방식의전문화는동시에독점화를야기하기때문에, 독점에서오는폐해도고려해야할것입니다. 다음으로재벌의독재체제를살펴봅시다. 재벌총수는 황제 처럼군림해계열기업의주요업무를자기마음대로결정합니다. 전문경영인이나이사회나감사는실질적인권한을행사하지못하고있습니다. 그리고재벌총수는자기의후계자를지명하며, 이세습황제가다시재벌을지배합니다. 1997년이래다수의재벌이도산했는데, 그이유중의하나는제2 세대의재벌총수가경영능력이모자랐기때문이라는것입니다. 따라서재벌총수의독재력을빼앗거나축소하는것이큰과제로등장하고있습니다. 그리고재벌총수는일부계열사를분리시켜동생들과자녀들에게소유권과경영권을물려주고있는데, 이것은거대재벌이대물림하면서중소재벌로세포분열하는것과같습니다. 또한재벌은언론 스포츠 문화에도크게진출하고있습니다. 언론을통해재벌의이익을옹호하고재벌에호의적인정치세력을지원하며재벌을규제하는법률을비난하고, 재벌의개혁이나철폐를요구하는모든운동을매도합니다. 물론언론분야에는산업이나금융에종사하지않는 언론재벌 도있지만, 언론을지배하는세력은항상자기의이익을증대시키기위해여론을조작합니다. 스포츠는재벌을홍보하는수단의하나이고, 미술관이나동물원이나병원도재벌의홍보에도움을줍니다. 이런재벌의독재체제를어떻게민주화할수있는가가재벌경영에책임성과전문성을도입할뿐아니라경제민주화나사회민주화의큰과제입니다. 비록정치에서는자유롭고민주적인선거가확보되어있지만, 회사에서는총수가수많은종업원에게독재적인권력을휘두르고, 사회전체에서도소수의기득권층이국민의대다수를지배하고있는상황을타파해야만, 진정으로민주적이고평등한사회가태어날것입니다. -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