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포럼제 1 권제 3 호 (2012) 사전의료의향서 : 의료현장에서의활용과그한계 임채만 울산대학교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내과 / 중환자실 우리나라환자, 보호자및의사를대상으로한연명치료중지관련의사결정에관한조사에의하면사전의료지시의필요성에대하여환자의경우필요하다고답한사람은 85%, 보호자의경우약 95% 인것으로나타났다 1). 그러나저자개인적으로는중환자실의사로근무한지난 20년간 end-of-life decision에있어사전의료의향서나유언장이활용되었던일은거의없었다. 이러한사전의료의향서의저조한활용은병원윤리위원회활동을통해서도엿볼수있다. 저자가근무하는병원의경우 2004년-2011년까지위원회회의는총 17건 ( 성인 13명, 소아 4명 ) 열렸으며이중환자의사전의료의향서가근거가되어소집된경우는단 3건이었다. 2011년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에서발간한연명치료중지및사전의료의향서조사연구보고서 2) 와병원윤리위원회조사연구보고서 3) 도유사한현실을보여주고있다. 2009년부터 2010년두해동안병원급이상의료기관의전체연명치료중지고려환자수는총 2,896명이었으나이중병원윤리위원회에서심의된것은 19건으로전체의 0.6% 에불과하였다. 이와같은통계에서알수있듯이사전의료의향서는우리나라에서아직먼현실이다. 의료현장에서말기환자의연명치료와관련된중요한결정기제는여전히 전통적 / 관습적가치관이다. 그첫째는죽음에대한태도및가치관이다. 김순 이등 4) 의조사에의하면가족과임종에대해이야기한적이있는환자는불 1) 권복규등. 우리나라일부병원에서환자, 보호자, 의료진의연명치료중지관련의사결정에관한태도연구. 한국의료윤리학회지 2010;13:1-16 2)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 연명치료중지및사전의료의향서조사연구. 2011. 12 3)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 병원윤리위원회조사연구보고서. 2011. 12 4) 김순이등. 성인의 Advance Directives(AD, 生命延長術事前選擇 ) 에대한태도연구. 의료윤리교육 2001;4:231-44 - 1 -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보고서 과 23.5% 로대부분의환자들이죽음에관한대화를꺼리는것을알수있다. 그리고우리나라는개인이가족의일부로파악되는사회로서한사람의죽음도개인의일보다가족의일로받아들여진다. 따라서죽음의과정에서도개인의자기결정권보다가족의연대적결정권이더존중을받는경향이있다. 앞의연구에서자신이말기환자가되었을때생명연장술여부에대해가족이잘결정할것이라고한대답이 88.2% 에달했다. 즉, 생애의마지막과정에관련된중요한의사결정을가족에게위임하고있는것이다. 의료현장에서환자의가족들이의학적권고에반하는결정을하면서도도덕적부담을갖지않는것은이러한상호위임에대한확신이있기때문일것이다. 실제로앞의권복규등의연구에의하면생명유지장치관련의사결정에서환자들이원하는결정의주체는배우자와자녀를합하여 89% 였고, 의료진은 5% 에불과했다. 허대석 5) 에따르면우리나라몇병원에서이루어진 DNR (do-not-resuscitate) 결정에서환자자신이한경우는거의없었던것도이러한문화를잘보여준다. 환자의자율권에대하여는또한인종간차이가큰것으로알려져있다. 우리나라는살아있을때는 신체발부수지부모 ( 身體髮膚受之父母 ) 라하고죽었을때는 숨을거두셨습니다 라고하는데서나타나듯이생명의시작과종료에있어개인의자율성보다는천부적의식이강하다. 한연구에따르면생명유지장치여부를환자가결정해야하는지에대해유럽계미국인은 60% 찬성, 멕시코계미국인은 41% 찬성, 한국계미국인은 28% 찬성으로뚜렷한차이가있었다 6). 두번째기제는경제문제이다. 우리나라연구에따르면말기환자치료과정에서겪는어려움중경제적부담은환자자신의경우죽음에대한불안보다더흔한문제였다 7). 의료현장에서생기는갈등은의료적판단에대한경우못지않게그배후에경제문제가숨어있는경우가많으며이는중환자 / 말기환자를치료하는임상의사들이공통적으로경험하는것이다. 5) 허대석. 환자의자기결정권과사전의료지시서. 대한의사협회지 2009;52:865-70 6) Blackhall LJ, Murphy ST, Frank G, Michel V, Azen S.Ethnicity and attitudes toward patient autonomy. JAMA. 1995;274:820-5 7) 권복규등. 앞의논문 - 2 -
생명윤리포럼제 1 권제 3 호 (2012) 세번째로중요한요인은환자의상태나특정치료 / 시술이연명치료인지또는회생치료일지에대한의료적판단의어려움이다. 권복규등의연구에서도말기환자의진료에임하는의료진에게있어서의료적판단의불확실성은중요한어려움중의하나였다. 또, 특정질환에서의 DNR 결정이의학발전과함께달라지기도한다. 20년전만해도 COPD 환자가급성호흡부전에빠진경우인공호흡기치료는연명장치로인식되었고 DNR릉논의하는것이관행적으로이루어졌다. 그러나지금은이런환자의 80% 가량이인공호흡기를이탈하고생존하며따라서이제는 COPD 급성호흡부전환자에서 DNR 을고려하는것이오히려비윤리적인것이되었다. 다른예로, 체외막형산소화기치료는 30년전에는치료성공율이 10% 가안되었으나근자에는 70-80% 에이르고있어 8) 더이상무의미한연명치료법으로분류할수없게되었다. 이와같이의료자체의변천은 말기 나 무의미한치료 의경계를변동시킬수있다. 한편, 동일한환자, 동일한치료를두고의료진이갖는태도가환자의결정에큰영향을줄수있는것이알려져있다. 즉, 성공률이 70% 인어떤치료법이있을때 치료를받아도사망률이 30% 이다 고말하는것과 치료를받으면살가능성이 70% 가된다 고말하는것은환자에게주는메시지가다른것이다 9). 노인들을대상으로한연구에서의학적시나리오를전달할때긍정적인문장, 사전의료의향서에있는문장, 그리고부정적인문장의세가지방식으로말한결과치료를받겠다는대답이각각 30%, 18%, 12% 로차이가있었다 10). 그리고시나리오전달하는방식을바꾼경우조사참여자의 77% 8) Australia and New Zealand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ANZ ECMO) Influenza Investigators, Davies A, Jones D, Bailey M, Beca J, Bellomo R, Blackwell N, Forrest P, Gattas D, 9. Granger E, Herkes R, Jackson A, McGuinness S, Nair P, Pellegrino V, Pettilä V, Plunkett B, Pye R, Torzillo P, Webb S, Wilson M, Ziegenfuss M.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for 2009 Influenza A(H1N1) 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 JAMA. 2009;302:1888-95 9) Moxey A, O'Connell D, McGettigan P, Henry D.Describing treatment effects to patients. J Gen Intern Med. 2003;18:948-59. 10) Malloy TR, Wigton RS, Meeske J, Tape TG.The influence of treatment descriptions on advance medical directive decisions. J Am Geriatr Soc. 1992;40:1255-60 - 3 -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보고서 가자신들의처음결정을바꾸었다. 어떤결정이회생을위한치료인지연명치료인지에대한판단은의료진내부에서도의견이일치하지않을수있다. 한연구에따르면한내과계중환자실에서있었던 DNR 결정에있어서의사와담당간호사간의견이 10% 까지불일치하였다 11). 지금까지의사전의료의향서는환자의다양한상황이나요구를반영하기에한계가있다. 사람은미래의일에대해바른결정을내리는데한계가있고또한때의마음이불변하리라는보장이없다. 사전의료의향서역시작성하는시점과효력을발휘하는시점사이의시차가있는것으로이사이환자의선호나가치관이바뀔수있다 12). 연명치료중지및사전의료의향서조사연구에의하면말기가되었을때통증조절조치를원치않음이라고답한경우가남자의경우 40% 였는데 13) 이것은현실이되지않은의학적상황에대해일반인이판단을하는데한계가있다는것을나타내는예이다. 사전의료의향서가작성되어있는경우이를해석하는데있어서도환자의대리인이든의사이든한계가있다. Shalowitz 등 14) 에의하면환자-대리인짝 (pair) 의의사결정을비교한결과대리인의결정이환자의뜻을반영한경우는 68% 에그쳤다. Melisa 등 15) 의연구에서 144 환자-대리인짝의 DNR 결정에있어서대리인의결정의 63% 는투사, 즉환자의의사가아닌대리자본인의선호가반영된것이었다. 또, 통증조절을우선할것인지, 생명연장을우선할것인지에대한결정에있어서는대리인의결정의 88% 가투사였다. 우리나라연구에의하면가족이환자와충분히대화를한다는경우는 21% 였고 16), 환자의가치관에대해보호자가충분히인지하고있는경우도 20% 에불과하였다. 이는가족일지라도환자의가치관을충분하고세밀하게반영하는것에한계 11) Eliasson AH, Howard RS, Torrington KG, Dillard TA, Phillips Y Y.Do-not-resuscitate decisions in the medical ICU: comparing physician and nurse opinions. Chest. 1997;111:1106-11 12) Kirschner KL. When written advance directives are not enough. Clin Geriatr Med. 2005;21:193-209 13)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 연명치료중지및사전의료의향서조사연구. 앞의보고서 14) Shalowitz DI, Garrett-Mayer E, Wendler D.The accuracy of surrogate decision makers: a systematic review. Arch Intern Med. 2006;166:493-7 15) Marks MA, Arkes HR. Patient and surrogate disagreement in end-of-life decisions: can surrogates accurately predict patients' preferences? Med Decis Making. 2008;28:524-31 16) 권복규등. 앞의논문 - 4 -
생명윤리포럼제 1 권제 3 호 (2012) 가있다는것을뜻한다. 한편, 말기환자의의료결정에대한보호자와의사간의견일치율도높지않다. 한연구에따르면말기환자에서인공호흡기치료여부에대한보호자와의사의의견일치율이 39% 였다 17). 1995년에발표된 SUPPORT 연구 18) 에의하면잘훈련된간호사에의한장기간의중재에도불구하고환자-의사간 CPR에관련된사전논의율, DNR 여부, 환자의희망에대한의사의사전인지정도, 중환자실입실기간, 인공호흡기치료율, 사망전혼수여부, 통증관리등의주요지표가호전되지않았으며의료자원의절약이라는경제적목표도달성하지못하였다. 2009년대법원의무의미한연명치료장치제거등에관한판례는 환자가의식의회복가능성이없고, 생명과관련된 생체기능의상실을회복할수없으며,. 짧은시간내에사망에이를수있음이명백한경우 라고전제가되어있다. 즉, 이런엄격한조건이충족된경우에한하여생명권보다자기 ( 또는가족 ) 결정권을우선하는것을허용한것이다. 그러나이는바꾸어말하면 신체상태가명백하게회복불가능한단계를지나지않았으면 생명권이자기결정권에우선한다는것이며이것이아직까지우리사회의보편적가치이다. 따라서이런경우는사회는환자를치료해야할책무가있고환자는치료받을권리가있는것이다. 사전의료의향서는시행한지가오래된구미에서도그효용에있어서한계를보이고있으며 19) 전통적으로개인의자율권이약한우리나라에서는더욱정착되기어려울것이예상된다. 사전의료의향서는일견죽음의과정과관련된기술 ( 技術 ) 적인문서이지만동시에각개인의독특한가치관을담는것이기때문이다. 따라서제도나홍보를통해강제하거나확산시키고자하는것은지나치게단순한접근이라할수있다. 또사전의료의향서가있는환자의경우라고해도현실에서그것이품위있는죽음을보장하거나그를둘러싼모든윤리적갈등을차단해주는것은아니다. 연명치료중단과관련하여한가지 17) 허대석. 앞의논문 18) Connors et al. A controlled trial to improve care for seriously ill hospitalized patients. The study to understand prognoses and preferences for outcomes and risks of treatments (SUPPORT). The SUPPORT Principal Investigators. JAMA. 1995;274:1591-8. 19) Connors et al. 앞의논문 - 5 -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보고서 간과할수없는것은그반대의상황, 즉거짓 (pseudo) 말기환자의문제이다. 즉, 생존가능성이있는환자들에서여러사회경제적인문제로치료가시행되지못하거나받고있던치료가중도에거두어지는더욱비윤리적인일이적지않은것이다. 저자는우리사회가무의미한연명치료를어떻게줄일것인지에대한논의와함께사회경제적으로취약한환자들에서의미있는회생치료를어떻게보장할것인지에대한논의도함께해야한다고생각한다. 한사회가가지고있는의료자원을우산으로비유한다면그우산아래에는의료의공익성과생명의존엄성이공존하고있다. 이상충되는두가지가치는우산이작을수록더욱첨예하게대립될수밖에없으며한쪽논리가지나치게커지는것은다른한쪽을우산밖으로몰아내는일이될수있다. 지금까지의말기환자에관한논의가이두가치의경계를어디로해야하는지에대한것이었다면앞으로는우산의크기를늘리는것에관한것에대해서도사회적인논의가있어야한다. 즉, 가용한의료자원을늘려가는것자체가말기환자를둘러싼갈등을상당부분줄일수있을것이며이를위해서정부의역할이나공적부조가지금보다확대되어야할것이다. 그래서진정한말기환자들은경제적부담없이품위있는죽음을맞을수있는한편, 회생치료의대상이되는환자들은사회경제적인이유로 성급한 말기환자취급을받는일이없어야할것이다. -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