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보정 ( 以經補政 ) 의한 러협력 2017. 09. 14. CO 17-27 현승수 ( 국제전략연구실연구위원 ) 러시아역할론? 문재인대통령과러시아의푸틴대통령은지난 9월 6일, 러시아극동지방의미항블라디보스토크에서정상회담을갖고, 북핵공조와한 러양국의경제협력증진에대해논의했다. 이자리에서문재인대통령은대북제재강화의일환으로러시아의대북석유수출과북한노동자수입의중단을요청했다. 하지만푸틴대통령은압박과제재로북한의핵 미사일개발을포기시킬수없다면서우리정상의요구를정면으로거절했다. 5월에출범한문재인정부가정체속에빠진한 러관계를복원하고북핵문제해결에서러시아의협력을기대해왔던만큼, 이번정상회담은상호인식차이를확인한다소실망스러운결과로볼수도있을것이다. 그러나러시아의대답은이미예상돼있었다는게대다수전문가들의견해다. 필자역시여기에동의한다. 우리정부가교착상태에빠진북핵문제해결을위해러시아의역할에주목한데에는중국역할론의미진함과북 중관계냉각이그배경으로작용했을것이다. 그러나 2013년부터북한과러시아의관계가 밀월 ( 蜜月 ) 이라표현될정도로긴밀해져온사실도러시아의역할에주목하게끔만든측면이있다. 러시아는북한이소련에진채무의 90퍼센트를탕감해주면서까지북한과의관계복원에공을들였고, 북한철도의현대화사업이나나진항개발등을통해북한경제 [06578] 서울특별시서초구반포대로 217 통일연구원 Tel. (02) 2023-8000 l www.kinu.or.kr
살리기에주력해왔다. 북한역시소원해진중국과의관계를러시아로대신하는듯한일련의움직임을보여주었다. 최근미국외교당국이북핵문제해결을위한새로운지렛대로러시아를주목하고있다는보도도흘러나왔다. 1) 그렇다면러시아역할론은어느정도유효할까? 이질문에답하기위해서는러시아의대북인식과북핵문제에대한입장을조금더자세히들여다볼필요가있다. 첫째, 러시아는중국과공조하면서 쌍중단, 쌍궤병행 해법을통한북핵문제해결을지향하는한편, 한 미가주도하는제재 압박을통한해결에반대하고있다. 7월 4일, 중 러정상은크렘린에서회담을갖고 쌍중단 과 쌍궤병행 양대구상에기반한한반도긴장완화공동성명을발표했다. 쌍중단 이란북한이핵과미사일도발을중단하고, 동시에미국과한국이대규모합동군사훈련을중단하는 쌍방동시중단 과제를지칭한다. 또 쌍궤병행 이란이같은과제이행을통해한반도비핵화와북 미간평화체제구축이라는두가지궤 ( 목표 ) 를병행추진한다는의미다. 러시아의북핵 6자회담차석대표인올레그부르미스트로프외교부순회대사는 7월 22~25 일동안북한을방문해신홍철외무성부상을예방하고외무성북아메리카담당국장을만나한반도정세에대해의견을교환했다. 이때러시아측이북한에쌍중단해법을전달했다는보도가나왔다. 한 미는일단연합군사훈련의축소또는조정은없다는것이공식입장이다. 둘째, 러시아는북한의핵보유국지위를인정하지않으며유엔안보리차원의대북제재에는원칙적으로찬성하지만양자제재나강도높은압박은북한체제의붕괴와인도적재앙을초래할수있기때문에반대한다는입장이다. 이러한입장은이번한 러정상회담에서푸틴대통령의발언을통해서도다시한번확인됐다. 그는 북한은아무리압박을가해도핵을포기하지않을것 이며 석유공급중단이북한의병원등민간에피해를줄우려 가있다면서 감정에휩싸여북한을막다른골목으로몰아세울필요는없다 고말했다. 러시아의북한살리기는행동으로도증명되고있다. 작년에이어올해도러시아정부는세계식량계획 (WFP) 의대북영양지원사업을통해밀가루 5,200톤을지원하기로하고수차례에걸쳐청진항으로밀가루를운송했는가하면, 모스크바에주러북한대사관과 1) 영국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 의 8 월 6 일자기사.
연계된북한관광전문대리점의개설을허가했다. 또 5월 17일부터는만경봉호가주 1회, 북한나진항과블라디보스토크항을운항하고있다. 2) 셋째, 남 북 러삼각경협이완전히중단된상황에서도러시아는대북경협의끈을놓지않으려고심하고있다. 8월 4일, 러시아정부는북한주민들의블라디보스토크방문시전자입국사증을발급하는조치를취했는데, 이는사실상비자를면제하는효과를주기때문에북한노동자들의러시아유입이더욱탄력을받을것이란전망이나왔다. 현재러시아국내에는약 5만명의북한노동자가파견되어일하고있는것으로추산되며, 이를통해북한은연간 1억 2천만달러의소득을거두고있는것으로분석되고있다. 러시아의북한살리기와관련해최근주목받고있는것이러시아의대북석유수출이다. 러시아가올 1~6월북한으로수출한휘발유와경유등석유제품은약 4천304 톤으로약 240만달러에달한다. 이는 2천171 톤, 98만달러어치가수출된지난해같은기간보다두배이상늘어난규모다. 문제는이러한공식통계가진실을완전히반영하지못한다는데있다. 일본도쿄신문 (6월 29일자 ) 은북한이최근까지러시아로부터연간 20만 ~30만톤의경유등석유제품을제공받아왔다는기사를실었다. 이는북한노동당 39호실 에서연료조달을담당하던전간부리정호가교도통신에서폭로한내용에근거한것이다. 이기사에따르면, 러시아산석유는서류조작등을통해중국수출용으로둔갑했다가북한으로운송되기때문에공식통계에는드러나지않는다. 또신문에따르면, 북한은 1990 년대부터러시아로부터연료를수입해왔으며그절반이상이경유다. 싱가포르의중개업자를통해블라디보스토크나나홋카로부터유조선으로수송하는방식이다. 주목할점은중국산원유를정제한가솔린이나경유는 17만 ~20만톤으로북한군이독점하는데반해, 러시아산석유제품은자동차나선박, 열차등광범위한용도로유통되고있다는사실이다. 어떤의미에서북한의시장경제는러시아에연료를의존한다고볼수있다. 6월초, 미재무부가 100만달러상당의석유제품을북한에수출했다는이유로러시아석유회사를제재대상에포함시킨것도이같은정보의신빙성을더해준다. 이상을근거로우리는러시아가동북아에서영향력제고를위해, 또미국의군사적 패권 에대응하기위해북한을활용하려는의도를분명히갖고있음을알수있다. 2) 연합뉴스 9 월 4 일자기사에따르면, 만경봉호는블라디보스토크항만측과의상업분쟁과경영난을이유로취항 3 개월여만에운항을중단했다.
동북아에서중국과의전략적연대를확대하면서북한을완충지대로남겨놓으려는러시아의전략은, 최근미의회의대러제재강화조치로인해더욱힘을받는형국이다. 북 러관계의현재를이해하는키워드는 동병상련 이다. 하지만러시아는중국을대신할수없다. 2017 년 1분기북 러교역규모가대폭증가하기는했지만, 여전히북한의대러무역량은전체의 1.2% 에불과해중국의 92.5% 에는비교불가다. 국제유가하락과루블화폭락, 서방의대러제재등으로경제난이지속되고있는러시아가북한에영향력을행사하기는쉽지않다. 북한역시러시아와정상적인무역관계를기대하기보다는과거소련이북한에해주었던것처럼원조와지원을기대하는것으로보인다. 서로주고받는것이적으면상대를움직이는지렛대를작용시키기가힘들다. 러시아의대북중재역할이전혀불가능해보이지는않지만, 지나친기대는금물이다. 극동개발의의미와한 러경협 물론, 한국은러시아와의협력을북핵문제해결이라는잣대로만재서는안된다. 문재인대통령이북한을우회한한 러경협을언급한것은환영할만하다. 러시아가바라는메가프로젝트들을성공시키려면, 또우리가북방으로나아가기위해서는북한을경유하거나참여시키는일이불가결하다. 하지만더이상북한으로인해한 러협력이저해를받아서는안된다. 한 러가협력의장을만들어두고북한을유인하는것이더욱현실적이고미래지향적이다. 러시아의극동지역개발이우리에게주는의미를경제에만국한시켜서는안되는이유가여기에있다. 물론외국기업에투자하고합작사업을벌이며개발에참여하는행위는수익창출에목적이있다. 경제성이담보되지않은사업에뛰어들수는없는노릇이다. 그런의미에서러시아의극동지역은여전히주판알만튕겨서는답이나오지않는땅이다. 무한한잠재력이있지만, 인프라가약하고시장이협소하다. 푸틴정부가선도개발구역을지정하고블라디보스토크를자유항으로선언하는한편, 외국자본을유치하기위해통큰제도들을연이어내놓고있음에도불구하고극동개발의미래를선뜻장밋빛으로만그리기는힘들다. 하지만극동 연해주는역사적으로우리에게특별한땅이며또통일한국이유라시아대륙으로나아갈출구다. 아시아패러독스로갈등이끊이지않는동북아에서극동은한국과러시아, 중국과일본의미래가교차하는경쟁과협력의공간이며다자협력의전범 ( 典範 ) 이
될수있는평화지대이다. 극동의번영을한반도로끌어들인다는비전없이수익성만보고이지역개발에뛰어드는일은무모할수있다. 러시아의시간은우리보다훨씬천천히간다. 즉일이시작되고성과를내기까지많은시간이필요하다는것이다. 그렇기때문에우리는작은일서부터시작해서큰사업으로확대시켜나가야한다. 우리가원하더라도당장성과를내기가어려운이른바메가프로젝트들은일단미래의성공을위해연구하는시간으로돌리고, 중소규모의알찬사업아이템들을하나둘씩늘려가면서극동비즈니스에익숙해져야한다. 우리에게는이미자동차수출과식품등분야에서러시아를상대로성공을거둔사업아이템이적지않다. 극동개발의이점으로자주거론되는신성장동력을한 러가함께만들어세계에발신할때다. 한 러협력에서무엇보다중요한것은실천이며인내심과중장기적비전이다. 상황은녹녹치않다. 9월 11일채택된안보리대북제재결의 2375호에중 러의입김이크게작용하면서제재의실효성에의문이제기되고있듯이, 앞으로북핵문제해결에서러시아가어느정도우리의편이되어줄지는미지수다. 하지만문재인정부가설정한대러정책의방향은일단최선의선택이었다고평가할수있다. 이경보정 ( 以經補政 ), 즉경제로써정치를보완하자는것이다. 이글의내용은집필자의개인적견해이며, 통일연구원의공식적견해가아님을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