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중단정책을보는눈 < 호스피스 - 완화의료및임종과정에있는환자의연명의료결정에 관한법률 > 이지난 2 월 4 일부터시행되었다. 이법은삶의말기에 사람으로서존엄과가치를보호할목적으로제정되었다. 이윤성 ( 국가생명윤리정책원원장, 서울대학교명예교수 ( 법의학 )) 품위있는삶의마무리준비하기 개정연명의료결정법의문제점 법체계를유지한다면의사에대한형사처벌의문제는형법의규 정으로도충분하다. 따라서연명의료결정법의안착을위해서는 과도하며불필요한형사처벌규정을개정해야한다. 박형욱 ( 단국대학교의과대학인문사회의학교실교수 ) 60
< 사례1> 38살남자가중환자실에입원한아버지때문에심각하게고민하고있었다. 아버지는 69살이고어머니는 7년전에돌아가셨다. 건강하던아버지는석달전에주무시다가의식이없는채로발견되어대학병원으로옮겼고여러가지검사를거쳐뇌졸중 ( 뇌출혈 ) 인데수술을하였지만이미뇌손상이심하여전혀의식이없이중환자실에서인공호흡기등을착용하고연명하는상태였다. 담당의사도회복할가능성은없고특별히치료할것도없다는말이었다. 이남자는부인과함께작은중국요리집을운영하는데, 자신이주방을맡고아버지와부인이카운터와홀을맡았었다. 아버지가이렇게되어부인과번갈아병실그리고중환자실을지키자니가게는석달째문을닫았다. 중환자실비용도비용이려니와가게를열지못하는일은가계에심한타격을주었다. 담당의사에게 아버지상태가가망이없으면, 편히집에서돌아가시도록하겠다 고하였더니, 인공호흡기를떼면의사가살인죄로처벌을받으니그럴수없다는답을들었다. 이법을만들게된사정은 < 보라매병원사건 > (1997년) 때문이다. 가정폭력만일삼은만성알코올중독자남편이머리를심하게다쳐보라매병원에서응급으로큰수술을받았다는사실을들은부인은 남편이회복되지않고사망하기 를원하였다. 그리고수술직후라중환자실에서인공호흡기를착용한채생명을유지하고있는남편을즉각퇴원하게해달라고담당의사에게지속적으로요구하였다. ( 법원에서는인정하지않았으나치명적인합병증이시작하자 ) 담당의사는인공호흡기적용을중단하고퇴원하도록결정하고시행하였다. 이때문에담당의사는대법원에서 < 살인방조죄 > 유죄판결을받았다. 이를전해들은전국의사들은 - 회생가능성이있는환자라는전제조건을고려하지않고단순히- 인공호흡기적용을중단하면 살인죄 로처벌받는다고생각하였다. 사회적으로는회생가능성이없는환자조차계속연명의료를받는현상이생겼다. Vol. 59 - Summer 2018 연명의료결정법일부개정법률안이지난 2월 28일국회본회의를통과하였다. 법이제정되어시행된후불과 6개월여만에긴급하게개정된것이다. 이는연명의료결정법이현실을외면한채제정되었음을알려준다. 개정법률은연명의료결정법이가지고있던흠결중일부를긴급하게치유하였다. 그러나의료현장에서는여전히적지않은혼란을계속될것으로보인다. 다음의의문점이해소되지않으면연명의료결정법이의료현장에제대로정착되기는어려울것이다. 1. 연명의료결정법의적용범위에대한의문연명의료결정법이시행된후응급실을담당하는의사들은법을제대로적용하는것이불가능하다는것을깨닫게되었다. 이들은보건복지부에질의를하였고보건복지부의답변은아래와같다. [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과정에있는환자 에대해연명의료를시행하지않거나중단할수있는절차를규정한법이며, 임종과정에있는환자 판단이되지않은환자에대한의료행위는이법에따른처벌대상이아님. 다만, 의료법 및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에적합한지여부는개별 구체적인검토가필요함 ]( 연명의료결정법처벌대상관련법령해석안내, 보건복지부, 2018.2.5) 연명의료결정법제2조제1호에따르면 임종과정에있는환자 가되기위해서는담당의사와해당분야의전문의 1명의의학적판단을받아야한다. 보건복지부의유권해석에따르면의사 1명이판단한경우 임종과정에있는환자 가될수없고아예연명의료결정법의적용이배제된다는것이다. 의사 2인이 24시간상주하는응급실은 500여개의응급실중 10% 정도다. 따라서대부분의응급실은사실상 임종과정에있는환자 라는판단을할수없다. 더욱이긴급한의사결정을해야하는응급실에서가족관계증명서등복잡한서식을요구하는연명의료결정법은적용이불가능하다는것이현장의목소리다 (2018 대한응급의학회춘계학술대회. 김순용, 응급실과연명의료결정법. 현장에서체감하는문제점과개선필요성및방향 ) 보건복지부의유권해석에다르면의사 1인이진료하는응급실은사실상연명의료결정법의 61
의료집착적인현상을해결될듯한기회가있었다. 10년이지나다른대법원판결 ( 이른바세브란스병원김할머니사건 ) 에서 회복불가능한사망의단계에무의미한침해행위에해당하는연명치료는인간의존엄과가치를해친다 며지속적식물상태인환자에게인공호흡기를제거하는결정을하였다. 환자는인공호흡기를제거한뒤 200일가량생존하였는데, 가족에둘러싸여일반병실에서삶을마감하였다. 어찌되었든이사건을계기로의료계는현장을충분히반영한지침서를제정하였고 (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 2009년 ), 보건의료연구원을비롯한단체와정부는합리적인연명의료결정제도를마련하고자하였다. 대부분합의에이르지못하였고, 마련된지침은외면을받았다. 의료현장에있는의료인들은더힘있는 (?) 규범, 즉법률제정을원하였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특별위원회로하여금합리적인제안을하도록하였고, 그제안을바탕으로보건복지부가법을제정하도록권고하였다 (2013 년 ). 몇국회의원이발의한유사한법안을아울러법안이만들어졌고, 우여곡절을거쳐 2016년 2월 3일에 < 연명의료결정법 > 이공포되었다. 법은두가지원칙을세웠다. 의학적으로회생가능성이없는환자여야하며, 당해환자의자기결정권을존중한다는취지다. 의학적판단과환자의뜻이모순이없다면연명의료를중지하거나유보할수있다. 다만법을만드는과정에대상환자의범위는매우좁아졌고, 법이적용하는연명의료도매우전문적이고특수한장비가필요한것으로제한하였다. 환자의뜻을확인이나추정을하거나환자에게최선의이익을결정하는절차는복잡해졌다. 의료인들에게이런용어나절차와업무가낯설다. 쓸모없이상황을어렵게만든법 이라는악평도있었다. 대상환자는 ( 일반인이알고있는것보다는엄격하지만 ) 의료현장에서수용하고있는 < 말기환자 > 보다더범위를좁혀 < 임종과정에있는환자 > 로하였다. 거칠게표현하면의학적으로여명이수개월정도남은환자는대상이될수없고, 여명이며칠또는한두주남은환자만대상이될수있다.( 확정할수없는기준이다.) 법이시행되었을때에생명을경시하는풍조가생길것을걱정하는분들의의견이크게반영되었다. RESEARCH REPORT 품위있는삶의마무리준비하기 적용대상이되지않는다. 그러나연명의료결정법은 명시적으로법의적용범위를제한하고있지않다. 개정연명의료결정법역시마찬가지다. 따라서 응급실에서의연명의료결정법적용여부에대한 의문이해소되어야한다. 2. 자기결정권행사방법과가족의범위에대한의문 연명의료결정법은환자의최선의이익을보장하고자기결정을존중하여인간으로서의존엄과가치를보호하는것을목적으로한다 ( 법제1조 ). 환자가자기결정권을행사하는방법은세가지가있다. 첫째, 구두, 둘째, 서면, 셋째, 대리인의지정 (durable power of attorney). 그러나연명의료결정법은서면의양식을요구하고있으며대리인지정을인정하지않고있다. 서면은대리인지정과달리환자의상황에맞게유연한의사결정을할수없다는문제점을갖고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이대리인지정을배제하고있다는점은환자의의사를추정할때가족의범위를광범위하게요구하는규정과맞물리면서법의적용을어렵게만들고있다. 연명의료결정법제17조는환자가의사를표현할수없는경우환자가족 2명이상의일치하는진술을요구하고있으며, 동법제18 조는환자의의사를확인할수없는경우환자가족전원의합의를요구하고있다. 그런데연명의료결정법제17조제1항제3호는가족의범위를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 위에해당하는사람인없는경우형제자매라고규정하고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은민법과달리대습상속규정이없기때문에직계비속에는손자, 손녀까지포함된다고해석할수밖에없다. 더중요한것은현실세계에서는매우다양한가족관계가존재한다는점이다. 직계존비속이나형제자매가아닌가족관계도존재한다. 연명의료결정법이대리인지정을배제한다면현실에있는다양한가족관계를포섭할수없다. 3. 형사처벌의범위에대한의문개정연명의료결정법형사처벌에관한우려를상당부분해소하였다. 그러나여전히그범위가합당한지의문이다. 62
대상의료행위도 전문적인의학지식을가진사람이특수한장비를사용하여야하는 특수연명의료로한정하였다. 일반적인감정으로단순히음식이나물, 간단한장비로써산소를공급하는일따위는중단하거나유보할수없도록하였다. 이른바 굶어죽게할수없다 는감성을반영하였다. 더불어체온유지, 통증완화, 체위교정, 비교적쉬운대증 ( 對症, 증상이나징후를교정하는 ) 요법등도계속해야한다. 자기결정권행사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와 연명의료계획서 로표현할수있다. 후자는치명적일수있는질환으로말기상태라면, 의료진에게자신의상태, 앞으로치료계획, 예후등의설명을듣고, 만약연명의료를시행해야하는단계가되면어떻게할것인지를의사표시를하면, 담당의사가작성하는서식이다. 한편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성인이라면누구나건강할때라도등록된기관에가서연명의료나호스피스등에대한설명을듣고자신의뜻을표현한서식이다. 두서식은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등록되어전국어디에서도 ( 자격있는사람이 ) 열람할수있다. 또자신의뜻은언제라도몇번이라도철회하거나변경할수있다. 법이시행된지두달반만에 1만7천이상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접수되었고, 연명의료계획서도 2천5백을넘었다. 이러저러한절차를거쳐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이행한사례도 4천5 백에이른다. 법이제정되어시행하고있다. 문제점이있으면개선해야한다. 그러나법을일부러비틀어해석하여문제점을만들어낼필요는없다. 법을제정한취지와내용을이해하고, 사소한불편은감수할수도있어야한다. 적응하고미립이트이면해결될일도많다. 다른나라에서주로논의하고있는내용은조력사망 (Aid-in-Dying) 이다. 말기상태의환자가자신의남아있는삶이자신의가치관으로보아고통일뿐품위를지킬수없다고판단하여, 담당의사에게삶을마감할수있는약물이나기구를처방받아, 자신이원하는때와장소에사망을실현하는방법이다. 이미네덜란드, 스위스, 캐나다같은나라나미국의오리건, 캘리포니아, 하와이주등에서법 ( 예 ; 존엄사법 ) 으로써허용한다. 혹시연명의료결정법을존엄사법이라고간주하는사람들에게는그차이를분명히밝힐필요가있다. 죽음이란매우개인적이고사사로운일이다. 많은사람들이원하는죽음은익숙한장소에서친근한사람들에둘러싸여 ( 고통없이 ) 편안하게맞이하는 개정연명의료결정법의문제점 Vol. 59 - Summer 2018 개정연명의료결정법제40조제2호는 임종과정에있는환자에대하여제17조에따른환자의의사또는제18조에따른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반하여연명의료를시행하지아니하거나중단한자 에대하여 1년이하의징역또는 1천만원이하의벌금에처하도록규정하고있다. 의사가회생가능성이있는환자에대하여자의적으로환자진료를중단해서는안될것이다. 그러나임종과정에있는환자는사실상의사의진료가의학적으로무의미한경우에해당한다. 왜냐하면임종과정에있는환자는 회생의가능성이없을뿐아니라급속도로증상이악화되어사망에임박한상태 이기때문이다. 보라매병원판결선고후의료계는커다란충격을받았다. 생명을존중해야한다는판결취지를이해하지못하는것은아니지만어떤환자에대해어떤연명치료를어느정도까지지속해야하는지알수없었기때문이다. 이러한의문에대해당시법원은이판결을소생가능성없는환자에대한치료중단까지살인방조죄로처벌한다는것으로확대해서는안된다는공보자료를낸바있다. 한편세브란스병원의김할머니사건에서도법원은 회복불가능한사망의단계 를정의하고연명치료중단가능성을언급하고있다. 판결에따르면회복불가능한사망의단계라함은의학적으로환자가의식의회복가능성이없고생명과관련된중요한생체기능의상실을회복할수없으며환자의신체상태에비추어짧은시간내에사망에이를수있음이명백한경우다. 위판례들이직접적으로언급한것은아니지만소생가능성이없는환자혹은회복불가능한환자에대한연명의료가무한정지속되어야한다는의미는아닐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령도의학적으로인정되는범위안의진료를요구하고있다. 우리나라의의사들은국민건강보험법의요양기관강제지정제에따라자신의의사와무관하게국민건강보험진료를해야한다. 의사들은건강보험법령과관련고시에따라진료를해야하고이를위반할경우요양급여비용삭감처분, 부당이득환수처분, 업무정지등의행정처분을받는다. 국민건강보험하위법령인 요양급여의기준에관한규칙 에따르면의사는환자의연령 성별 직업및 63
죽음이다. 가족들이들어올수없는중환자실에서여러종류의장치를매달고이별의과정도없이어처구니없이당하는죽음을원하는사람은없다. 죽음을법으로규제하기는어렵다. 미리자신의뜻을밝히지않으면의료인이알아서챙기기도어렵다. 죽음의과정이법이아닌문화로승화하기를기대한다. 의료인들은대개환자에게긍정적이고희망적인말은잘하지만, 어렵고불편한말을하는훈련은받지못하였다. 환자스스로는죽음을예감하지만의료인누구도일러주지않았기에자신의삶을마감하는기회를놓치고어처구니없이죽음을당하는경우도많다. < 사례2> 63살남자가대학병원에입원하여진단을받았는데, 이미위암이폐와뼈로전이하였고 항암제를사용했으나효과는없고오히려부작용만심하였다. 같은병원에교수로근무하는사촌동생에게크게기대할만한치료방법도없으니편하게품위있게삶을마감하십사는말을들었다. 환자는부인과자식들을한사람씩또는여럿을불러모아함께살아온얘기, 그동안못했던얘기, 섭섭했던것, 미안했던것등을나누었고, 가까운친척과친구들과도그리하였다. 큰딸에게했던것이특별했다. 너는아빠생각을하면무엇이생각나니?, 나는어릴때아빠가아파트복도를걸어오시면서흥얼거리는노래를들으면아빠가퇴근해서오시는구나하던때가생각나요. 그러자남자는딸에게휴대전화기를달라더니노래를불러녹음하고서는, 옜다. 이노래맞지? 앞으로아빠생각나면한번들으려무나. RESEARCH REPORT 품위있는삶의마무리준비하기 64
이사례는후배의사에게들었다. 짧든길든삶을마감하는일은누구에게나중요하다. 화해할사람도있고용서하거나용서받을사람도있다. 처리할일도있고정리할일도있다. 죽음은누구에게나당연하고직면해야하며피할수없는일이다. 미리고민하고준비한다고해서죽음을재촉하는것이아니라면, 누구나한번쯤깊이생각해야할일이다. 아직멀었겠지만반드시찾아올죽음에대하여나도생각하고준비해야하겠다. 개정연명의료결정법의문제점 Vol. 59 - Summer 2018 심신상태등의특성을고려하여의학적으로인정되는범위안에서최적의방법으로진료를해야한다. 체외순환막형산화장치 ( 에크모, ECMO) 거치술의예를들어보자. 에크모는개정전연명의료결정법에서연명의료에포함되지않았다. 그러나에크모는인공호흡기보다더고도화된의료기술로서개정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대통령령으로정하는연명의료에포함될수밖에없다. 환자의회복가능성은일도양단적으로구별할수없는경우는많다. 의사가환자의생명을살리기위해일단에크모거치술을시행한후언제까지지속해야하는가? 국민건강보험하위고시인 요양급여의적용기준및방법에관한세부사항 에서는회복이불가능한경우를에크모금기증으로나열하고있다. 그리고실제에크모거치술을시행했던환자가사망하면회복불가능한환자에대하여에크모거치술을시행했다는이유로삭감처분혹은부당이득환수처분을하고있다. 결국의사들은국민건강보험법령이요구하는의학적으로인정되는진료를하면개정연명의료 결정법에따라형사처벌을받게되고반대로개정연명의료결정법에따르면국민건강보험법령에따라행정처분을받게된다. 이는불합리한요구이며모순된요구다. 더욱이연명의료결정법은항암제투여까지연명의료의범위에포함하고있다. 사망이임박한상태에서환자나환자의가족이원한다고하여의학적으로무의미한항암제투여까지의사에게강제하고이를위반할경우 1년이하의징역또는 1천만원이하의벌금에처하는것은과도하다. 그런나라가있는지도의문이다. 소생가능성이있는환자혹은회복가능성있는환자에대하여연명의료를중단하여환자의생명을잃는다면형사처벌의필요성은있다. 그것은형법의규정으로도충분하다. 연명의료결정법의안착을위해서는과도하며불필요한형사처벌규정을개정해야한다.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