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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서강대학교철학연구소논문집철학논집제 23 집 2010. 11. 하이데거의 실존 을벗어난사르트르의 현존 조광제 ( 철학아카데미 ) 요약 후설의존재론은근본적으로무한소의 지금 여기 에바탕을두고있다. 그래서후설의철학의현존철학이라불러야한다. 그런반면에하이데거철학에있어서 Existenz 는 실존 ( 實存 ), 즉진정으로존재함이라는번역어를할당하는것이적절한것이고, 그의철학에대해서도 실존철학 이라는명칭을붙여마땅하다. 이러한하이데거의실존철학은 후설의 현존주의 내지는 현존철학 을비틀면서벗어난다. 말하자면, 하이데거의실존철학은인간주의 (Anthropologismus) 를바탕으로한신학적 존재론적인철학이지, 엄밀하게말하면현상학이아니다. 사르트르의철학에대해하이데거적인의미의 실존철학 이라는명칭을붙여서는결코안된다. 후설의 현존철학 의정신을그대로이어받으면서하이데거와는전혀다르게특수한유물론적인입장을취한다고하는점에서, 사르트르의철학은 유물론적현존철학 이라불러야한다. 사르트르가말하는주체는이미늘자유로운주체이지, 자유로운주체가되어야하는그런주체가아니다. 사르트르에서자유는인간의 existence 가성립하는이른바대자 ( 對自, pour-soi) 의근본적인존재론적인성격으로서그자체현존하는것이지존재하는것이아니다. 그리고하이데거의실존철학에서처럼획득되어야하는것이아니다. 사르트르가말하는 현존 은이세계에존재하는모든것들에대해적용될수있는것이고, 그와중에인간에대해서도적용될수있는데, 다만, 인간의 현존 은존재하는모든것들의각 현존 이성립하는데근본적인바탕이될뿐이고, 그렇기때문에인간과관련해서이세계에존재하는모든것들이

142 철학논집 23 집 현존한다고할수있는것이다. 사르트르의현존주의내지는현존철학은일체의본질주의를바탕에서부터거부하고, 천상 으로향한본질적인영원을거부하면서우리자신과존재하는 모든것들을바탕에서부터떠받치고있는 지상 으로혹은심지어 지하 로향하는하강의철학이다. 사르트르의하강의철학인 현존주의철학 은지금우리의삶을적극적으로긍정하지않으면안된다고하는강력한메시지를담고있다. 그런점에서사르트르의 현존주의철학 이야말로여전히긴급하게살아있다고할수있다. 다시말하거니와 실존 대신에 현존 을, 실존주의 대신에 현존주의 를, 그리고 실존철학 대신에 현존철학 을제시해야한다. 이는물론하이데거적인철학적사유대신에사르트르적인철학적사유를내세울필요가있다는것을의미한다. 주제분류 : 핵심어 : 서양현대철학, 실존철학실존, 현존, 실존주의, 현존주의, 대자, 즉자, 유물론, 후설, 하이데거, 사르트르 Ⅰ. 후설의 현존주의 후설의저유명한현상학적 -초월론적환원, 즉에포케 1 는현상학적인사유를하려면수행하지않으면안되는일종의명령이다. 그명령은내눈앞에서전개되는이모든것들에대해존재론적인판단을중지하라는것이다. 있음과없음, 임과 가아님에대한판단을중지 1. 이에관해서는 Edmund Husserl, Ideen zu einer reinen Phänomenologie und phänomenologischen Philosophie, ersters Buch, Martinus Nijhoff, 1950. 31-33 에소상하게나와있다.

하이데거의 실존 을벗어난사르트르의 현존 143 하고서도과연남아도는것이무엇인가를직접확인해보라는것이다. 이른바최종적인 현상학적인잔여 를확보하라는것이다. 물질이니몸이니정신이니심리니하는판단을하지말고, 그것들이갖는본질에관련해서갖는일체의인식적규정들을삭제하라는것이다. 그리고그것들에대해있다느니없다느니하지말라는것이다. 그렇게할지라도뭔가최종적으로주어지는것이있을것이니그렇다고해서주어지는것에대해서조차있다느니없다느니하는생각을하지말라는것이다. 있음과없음, 임과 가아님은최종적으로남아도는최종적인소여에비해파생적이고이차적인이른바사후의일이라는것이다. 과연최종적으로남아도는현상학적인잔여는무엇이던가? 그것은일체의통념적인시간적인규정을벗어나버린극미한순간들을주파하는현출들 ( 顯出, Erscheinungen) 의급격한흐름이다. 이를일컬어후설은질료 (Hyle) 라는이름을붙였다. 그리고이질료의급격한흐름이주어지는터가있어야할터, 이를초월론적인순수의식이라부르면서, 그러나최종적인현상학적잔여의차원에서질료와초월론적인순수의식이존재에있어서분리가될수없음을염두에두어이둘이하나로통일되어흘러가는것으로보았다. 그래서이영역을순수의식의내실적영역 (reelle Späre des reine Bewußtseins) 이라불렀던것이다. 2 순수의식의내실적영역은가장근원적이고내적인의식의영역으로서여기에서이른바 내적시간의식 이성립해서발동된다. 후설이진정한시간이라고내세운저유명한 생생한현재 (lebendige Gegenwart) 를산출해내는것이바로내적시간의식이다. 내적시간 2. Husserl, 같은책, 175 쪽참조.

144 철학논집 23 집 의식에서이루어지는종합은질료의급격한흐름을붙들어일정하게통일된최초의사태를일구어내는이른바수동적이면서도가장근원적종합 (Ursynthesis) 이다. 이는질료의급격한흐름에서미분적 ( 微分的 ) 으로성립하는바극미한 (infinitesimal) 순간인지금주어지는원인상 (Urimpression), 그원인상이극미한순간이지난뒤변경되면서도그다음의극미한순간에주어지는또다른원인상에거의가감없이 아직붙들려 있는파지상 ( 파지, Retention), 그리고극미한지금의순간에극미한순간의간격을두고서 미리붙들려 있는예지상 ( 예지, Protention) 이셋이저절로종합되는것이다. 그다음에이종합을바탕으로해서파지가연속적으로일어나면서생겨나뒤늦게붙들려들어오는상기 (Erinnerung) 와재상기 (Wiedererinnerung) 그리고예지가연속적으로이어지면서확대되어붙들려들어오는예상 (Erwartung) 등의결합이이루어지면서생생한현재가산출된다. 3 이러한후설의시간론에있어서가장근원이되는것은 극미한지금 (infinitestimales Jetzt) 이다. 이극미한지금은그존재방식에있어서그야말로철저히현존 (Existenz, existentia) 이다. 라틴어로보아, existentia ( 現存 ) 는 essentia ( 本質 ) 과대립되면서전통적인존재론의두축중의하나로자리매김되어왔다. 그리고한자말 現存 에서 現 은 지금 과 드러남 이라는뜻을동시에지닌다. 라틴어 existentia 의동사는 exsistere 이다. 이는 ex+sistere 인데, ex- 는그리스어 밖에 혹은 너머 라는뜻을지닌 εξ - (eks-) 혹은 εκ- (ek-) 에서온것이다. 그리고 sistere 는 자리를잡다 라는뜻을갖는다. 그러니까 existere 는 밖에자리하다 혹은 너머에자리하다 라는뜻이다. 문제는여기에서 가무엇인가하 3. Edmund Husserl, Zur Phänomenolgie des innern Zeitbewußtseins (1893-1917), Martinus Nijhoff, 1966, 24-29 쪽참조.

하이데거의 실존 을벗어난사르트르의 현존 145 는것이다. 내용의판면에서보자면 어떤것 이겠지만, 후설의현상학적인잔여에서는이미내용적인규정은삭제되고없다. 따라서시간발생의근본형식으로볼수밖에없다. 그것은다름아닌 극미한지금 이다. 그렇게되면, exsistere 는 극미한지금의밖에자리하다 혹은 극미한지금의너머에자리하다 가된다. 그래서 극미한지금은극미한지금의자신밖에자리한다. 라고하는일종의역리가성립한다. 극미한지금 이라는술어로써지칭할수있는일정한지점이성립할수없다는이야기다. 그러니까일체의현존을바탕에서부터그근본형식에있어서떠받치는것은바로 극미한지금 인것이고, 후설현상학의근원은바로현존에있는것이다. 후설현상학에대해본질주의라는명칭을붙일수있는것은 노에마의구성 이니해서사후에이루어지는후설의작업에대해서일뿐, 그의최종근원적인철학적작업에대해서는어디까지나 현존주의 (Existentialismus) 내지는 현존철학 (existentiale Philosophie) 이라고해야한다. 특히후설의 현존주의 내지는 현존철학 은그가존재한다고일컬을수있는일체의것들을싸잡아 절대적체험류 (abolutes Erlebnisstrom) 라고하는데서절정을이룬다. 이절대적체험류의근원적인축은바로 현존 을근원적인존재방식으로하는내적시간의식이기때문이다. 2. 하이데거의 실존주의 그런데하이데거는이러한후설의시간론을한껏활용하면서도거 기에서충분히간취할수있는 현존주의 를짐짓비틀어버린다. 그것 은그가 Existenz 에대해인간중심주의에입각해 독창적으로 전혀

146 철학논집 23 집 다른의미를부여함으로써일종의독단적인이설을풀어낸데서, 그리고이를위해그의주저존재와시간이라는제목에들어있는시간내지는시간성 (Zeitlichkeit) 문제역시인간중심주의에입각해전혀엉뚱하게 독창적으로 해석해활용하는데서드러난다. 먼저그가말하는시간성에대한해석부터보기로하자. 우리가현존재라고이름하는그존재자의존재의의미로서시간성 (Zeitlichkeit) 이제시될것이다. ( ) 현존재는존재하면서존재와같은어떤것을이해하는그런방식으로존재한다. 이러한맥락을확고하게견지하면서보여주어야할것은, 현존재가도대체존재와같은어떤것을노골적이지않게이해하고해석할때출발하는것이있는데그것이바로시간 (Zeit) 이라는점이다. 시간이모든존재이해및모든존재해석의지평으로서밝혀져야하며진정으로파악되어야한다. 이것이통찰될수있기위해서는, 시간을존재이해의지평으로서설명하되존재를이해하는현존재의존재인시간성에서부터근원적으로설명하는일이필요하다 (17/35). 4 시간성이란후설이본래의진정한시간인 생생한현재 를일구어내는내적시간의식의근원적인종합을일컫는다고보아야한다. 후설의내적시간의식은엄격하게말하면, 그리고하이데거의용어를빌어말하면, 현존재인인간에해당하는것이아니다. 에포케를통해인간을비롯해일체의존재자 (Seiendes) 의판면을넘어서있는것이고, 굳이하이데거와비교를하자면하이데거가말하는바존재 (Sein) 로육박해 4. 앞의쪽수는 Sein und Zeit, Max Niemeyer Verlag, Tübingen, 1972 의쪽수이고, 뒤의쪽수는이기상선생의국역본존재와시간 ( 까치, 2007) 의쪽수이다. 이하특별한다른지적이없는한, 하이데거의언명에대한인용은이를나타낸다.

하이데거의 실존 을벗어난사르트르의 현존 147 들어간것이라할수있기때문이다. 이대목에서하이데거가말하는 존재 (Sein) 라고하는것이후설의내적시간의식의근원적인영역을하이데거가그야말로 독창적으로 짐짓오독함으로써신비화시킨것이아닌가하는근거를생각해볼수있다. 예컨대하이데거는 1979 년에출판된존재와시간 15판의어느각주에서 ( 존재자의존재 ) 로서의존재가차이로서 ( 던짐에의해 ), 내던져진것으로서의현-존재 안에 있다 라고말한적이있는데 5, 존재 를이렇게 차이 로본다는것은한편으로보면동일성철학을거부하는하이데거의면모를보이는것이기에특히현대프랑스철학과견주어볼때철학사적으로대단히큰의미가있다고할것이다. 그러나다른한편으로보면, 이는하이데거가말하는 존재 란것이근원적으로후설의내적시간의식에서비롯된것임을반증하기도한다. 후설의내적시간의식에서간취되는 극미한지금 의현존과그급격한흐름이야말로, 데리다가목소리와현상에서후설의시간론을역이용해흔적의흔적이동일자인원본의근원임을역설한데서엇비슷하게알수있듯이, 바로차이의급격한흐름이라할수있기때문이다. 사실상, 현존이란것은차이와동일성을구분하는것자체가의미가없는것일수도있는그야말로근원적인존재방식이다. 차이와동일성도현존에비하면결코근원적인사유의범주가아니라는것이다. 현존이근원적인존재의판면에서성립하는반면, 차이와동일성은인식의판면에서성립하는것이다. 미리말하자면, 차이와동일성을놓고서싸우는것보다현존 (Existenz, existentia) 과존재 (Sein, esse) 를놓고서싸우는것이훨씬더근본적이다. 더큰문제는하이데거가 현존 이라는존재론적인근본개념을아 5. 이기상선생의국역본 250 쪽에나와있음.

148 철학논집 23 집 예인간현존재에게만축소시켜게다가여기에 본래적인 (eigentliche) 이라는관형어를붙이지않으면안된다는식으로부가적으로해석함으로써, 현존 이라고번역되어야마땅한 Existenz 를굳이 실존 이라고번역하지않으면안되도록만든다. 이를살펴보기로하자. 현존재가이렇게또는저렇게관계를맺을수있고또언제나어떻게든관계를맺고있는그존재자체 (das Sein selbst) 를우리는실존 (Existenz) 이라고부른다 (12/28). 문맥상 그존재자체 라는말만보면, 실존이현존재의존재가아니라존재자와존재론적인차이를갖는존재인것처럼여겨진다. 하지만하이데거가여백주들 6 을통해밝히고있는반영해서다시쓰면이렇게된다. 현존재가이렇게또는저렇게관계를맺을수있고또언제나어떻게든자신의고유한존재로서관계를맺고있는바그러한존재를우리는실존 (Existenz) 이라고부른다. 실존, 즉현존은다름아닌현존재의존재인것이다. 이는이보다 앞서하이데거가 현존재 를자신의존재에대해물음을던지는존재 자라고정의할때나온바로그 자신의존재 다. 그는이렇게말했다. 존재물음의정리작업이란, 한존재자 묻고있는자 를그자신의존재에서투명하게만드는것을말한다. ( ) 이러한존재자, 즉우리들자신이각기그것이며여러그중에서도물음이라 6. 이여백주는이기상선생의번역본에나와있다.

하이데거의 실존 을벗어난사르트르의 현존 149 는존재가능성을가지고있는그런존재자를우리는현존재 (Dasein) 라는용어로파악하기로하자 (7/22). 여기에서 그자신의존재에서 (in seinem Sein) 이라고할때이는곧현존재의존재인것이고, 그자신의존재에대해물음을던지는존재자를현존재라고하자는것인데, 그가말하는 Existenz 는바로현존재의현존에만해당하는것이다. 더군다나하이데거는 현존재의 본질 은그의실존에있다 (42/67) 라고함으로써이 Existenz 를확실하게현존재에해당하는것으로굳히게된다. 그런데하이데거는여기에서한걸음더나아간다. 그것은 Existenz 에서그동사 ( 動詞 ) 를이끌어내어 existieren 이란말을하면서거기에일종의당위의측면을부가하는것이다. 예컨대그는이렇게말한다. 현존재는언제나자기자신을그의실존에서부터, 즉그자신으로존재하거나그자신이아닌것으로존재하거나할수있는그자신의한가능성에서부터이해한다. ( ) 실존은오직그때마다의현존재에의해장악하거나놓치는방식으로결정된다. 실존의문제는언제나오직실존함 (Existieren) 자체에의해서만처리될수있다이때의주도적인자기자신에대한이해를우리는실존적이해라고부른다 (12/28-9). 이제여기에서부터는 Existenz 와그에따른형용사 existenzielle 혹은동사 existieren 에대해미련없이 현존 이라는번역어대신에 실존 이라는번역어를사용할수밖에없다. 실존함 이라는것이현존재가자신의실존을장악할수도있고놓칠수도있다는것을전제로해서, 현존재가자신의실존을장악함으로써성립하는것인양말하고있다. 말하자면현존재가실존하지않고서는자신의존재이자본질인

150 철학논집 23 집 실존에대해이른바 실존적이해 를할수조차없다는것이다. 후설의내적시간의식에서간취할수있는 현존 은그럴수도있고그렇지않을수도있는것이아니다. 그렇게되려고한다고해서그렇게되는것도아니고, 그렇게되지않으려한다고해서그렇게되지않는것도아니다. 그런데하이데거가말하는 실존 은그렇게되지않을수도있으니, 아니그렇게되지않을가능성이더크기때문에, 그렇게되도록노력해야한다는것을함축하고있다. 이에하이데거가말하는 Existenz 즉 실존 은이른바 그들 ( 세인, das Man) 과한껏대비되면서, 그들 이현존재의이른바 비본래적인 (uneingentliche) 존재양태로, 즉자신의본질을상실한것인데반해, 실존 은현존재의이른바 본래적인 (eigentliche) 존재양태로정위된다. 그바탕에는물론잘알려진것처럼현존재의 죽음으로향한존재 와죽음으로부터유래되는불안과그불안을맞닥뜨려도피하느냐아니면결단을통해자신이근원적으로탓이있음 ( 죄의상태에있음 ) 을받아들임으로써정면승부를하느냐하는등의문제들이고스란히작동하고있다. 우선하이데거의다음이야기를들어보자. 일상적현존재의자기는, 우리가본래적인자기 (eigentlichen Selbst), 다시말하게고유하게장악한자기와구별하고있는그들 - 자기 (Man-selst) 이다. ( ) 우선현사실적인현존재는평균적으로발견된공동세계 (Mitwelt) 속에존재한다. 우선 나 는고유한자기의의미에서 존재하지 않고오히려 그들 (das Man) 의방식으로타인들로존재한다 (129/180). eigentliche 란 Eigentum 이 소유물 내지는 재산 이라는뜻을갖 는데서잘알수있듯이, 자기자신에게만속한 혹은 자기자신에 게고유한 이란뜻을지닌다. 이를 본래적 이라고번역하는것이과연

하이데거의 실존 을벗어난사르트르의 현존 151 뜻을제대로살린것인가하는문제가있을수있다. 하이데거가말하는 실존 이란것이각현존재의 자기만의고유한 존재를의미한다면, 게다가하이데거가현존재의 각자성 (Jemeinigkeit) 을현존재의근본성격으로삼는다는사실과본래성과비본래성이라는존재양태가현존재의각자성에근거해서성립하는것으로본다는사실 (43/68 참조 ) 을염두에둔다면, 하이데거가말하는 실존 은자폐적인유아론적구도를벗어나기가결코쉽지않은것이라말할수있게된다. 설사그가 공존재 (Mitsein) 혹은 공현존재 (Mitdasein) 를운위한다할지라도그것은기실 그들 (das Man) 의존재방식일뿐이다. 이는 그들 이현존재가 공동세계 (Mitwelt) 에서평균적으로존재한다는사실에서잘드러난다. 말하자면, 하이데거는우선현존재를본래적인존재양태에서보면유아론적이고, 비본래적인존재양태에서보면평균적이고전혀자신이라고할수없는익명성으로빠져버린것으로보는것이다. 하이데거는현존재가완전히대립된두존재양태를동시에지닌것으로보는셈인데, 하지만본래적인 실존 의존재양태란것이현존재가비본래적인 그들 의존재양태를결단을통해초월함으로써성립한다는점을감안할때, 비록그가이둘사이에존재등급의문제가없다고말하긴하지만 (42/68 참조 ), 적어도결국에가서하이데거의철학이본색을드러내는 신학 윤리학적인관점 에서볼때에는존재등급이있다고할수밖에없다. 다음의대목들은하이데거의철학에대해 신학 윤리학적인관점 을운위할수밖에없도록하는대표적인것들이다. 양심은 어떤것 을이해하게해준다. 즉양심은열어밝힌다. ( ) 양심에대한더철저한분석은양심을부름 (Ruf) 으로서밝힌

152 철학논집 23 집 다. 부름 (Rufen) 은말의한양태이다. 양심의부름 (Gewissensruf) 은현존재를그의가장고유한자기존재가능 (auf eigenstes Selbstseinkönnen) 으로불러냄 (Anruf) 이라는성격을가지며, 아울러가장고유한탓이있음으로 (zum eigensten Schuldigsein) 불러냄이라는성격을가진다. ( ) 양심의부름에가능한들음 (Hören) 이대응한다. 양심의불러냄을이해함은양심을가지기를원함 (Gewissenhabenwollen) 으로밝혀진다. 그러나이러한현상안에는우리가찾고있는, 자기존재의선택을실존적으로선택함이놓여있으며우리는이것을, 그실존론적인구조에상응해서, 결단성 (Entschlossenheit) 이라일컫는다 (269-70/360). 현존재자신안에서그의양심에의해서증시되고있는, 탁월한본래적인이러한열어밝혀져있음을, 즉침묵하고있으면서불안의태세속에서가장고유한탓이있음에로자기자신을기투함 (Sichentwerfen) 을우리는결단성 (Entschlossenheit) 이라부른다 (296-7/395). 이를재구성하면이렇다 : 일상적인삶을살고있는나는죽음에서오는불안으로부터도피하고자한다. 그런데양심이나를부르면서내가가장고유한탓이있다고즉내가근원적으로죄가있다고찔러댄다. 그리고그 원죄 를인정하면그속에서내가나의가장고유한존재를확보해전혀다른방식으로살수있다고속삭인다. 그러면서그런쪽으로결단하라고, 말하자면 회개하라 고촉구한다. 그렇게되면, 비본래적이고평균적이고익명적인타인에불과한 그들 로둘러빠져있는 (verfallen) 상태에서벗어나, 즉타락한상태 (175/240 참조 ) 에서벗어나본래의실존적인존재양태를회복할수있다고, 즉구원받을수있다고속삭인다. 영락없이기독교신학의골간을이른바기이한실존론적인용어로변형시킨것이고, 이를통해윤리학이출발하는근본지점을드러내고

하이데거의 실존 을벗어난사르트르의 현존 153 있는것같은형국이다. 그러니 신학 윤리학적인관점 이라고하지않을수없게되고, 현존재의존재에대해존재등급을언급한것이라하지않을수없다. 이러한존재등급을염두에둘수밖에없기때문에하이데거철학에있어서 Existenz 는 실존 ( 實存 ), 즉진정으로존재함이라는번역어를할당하는것이적절한것이고, 그의철학에대해서도 실존철학 이라는명칭을붙여마땅한것이다. 이러한하이데거의실존철학은앞서간단히제시한후설의 현존주의 내지는 현존철학 에비교해보면, 가능한한인간주의 (Anthropologismus) 를벗어나하이데거자신의말처럼 사태그자체 를추구하는현상학적 존재론적인차원을벗어나있는셈이다. 그대신, 종래의신학적 존재론적인구도를인간주의에입각해재구성한것이다. 3. 사르트르의현존주의 1) 사르트르의기본입장 이런정도의 Existenz 에대한고찰을하고나면, 하이데거의실존철학과사르트르의이른바 실존철학 이얼마나다른가를다소쉽게드러낼수있다. 미리말하자면, 사르트르의철학에대해하이데거적인의미의 실존철학 이라는명칭을붙여서는결코안된다는것이다. 사르트르가후설의 현존철학 의정신을그대로이어받으면서하이데거와는전혀다르게특수한유물론적인입장을취한다고하는점에서, 사르트르의철학은 유물론적현존철학 이라불러야한다. 어째서그럴수밖에없는가를살펴볼차례다.

154 철학논집 23 집 사르트르가하이데거로부터상당하게영향을받은것은사실이다. 예컨대사르트르가인간을지칭하는데쓰는 인간- 실재 (réalité-humaine) 라는개념은하이데거의 현존재 를그대로받아불어로번역한것임에틀림없다. 그리고인간- 실재의근본적인존재방식의하나로서제시하는 세계- 내-존재 (être-dans-le-monde) 가하이데거의 세계- 내-존재 (In-der-Welt-sein) 를그대로받아불어로번역한것임에틀림없다. 그리고인간- 실재가자신의가능들 (possibles) 을선택해서나아간다고하는것도하이데거의 존재가능 (Seinskönnen) 에서가져왔다는느낌을준다. 그래서적어도인간- 실재에대한탐구를해나감에있어서는하이데거의 실존론적인분석 을상당히원용하는것같은느낌을준다. 그러나사르트르의철학에서는하이데거의 실존철학 에서드러나는바 신학적 존재론적인측면 은전혀찾아볼수없고, 더욱이책임을중심으로한윤리학적인측면은강하지만, 양심 을중심으로한윤리학적인측면을찾기가쉽지않다. 하이데거에서는전혀찾아볼수없는의식에대한분석이많은양을차지하고, 의식의존재방식과그근본구조및성격을있는그대로분석 기술함으로써말그대로현상학적인태도를견지한다. 즉하이데거와는달리 본래적인실존 을향한결단등과같은어디를향한목적지향적인당위에의거한주장을거의하지않는다. 전체적으로볼때, 사르트르는하이데거보다후설에훨씬더충실하다고할수있다. 특히의식을철학의중심에놓는것이그러하다. 다만, 사르트르는후설이 선술어적인영역 (vorprädikative Sphäre) 이라고해서수동적인의식의영역으로취급했던것을자신의의식탐구중심에놓는다. 이른바 conscience (de) quelque chose 의형식으로표현되는바비정립적내지는선반성적의식을의식의본령으로삼아

하이데거의 실존 을벗어난사르트르의 현존 155 분석하는것이후설과다르다. 또한하이데거는물론이고후설역시전혀다루고있지않은이른바 즉자 (en-soi) 를 대자 (pour-soi) 의존재적인근거로삼는다는점에서이들과는완전히다른, 굳이말하면유물론적이라불러마땅한존재론을펼친다는점이확다르다. 그러나본논문에서이모든것들을일일이다룬다는것은논문의의도에도어긋날뿐더러주어진여건도허락하지않는다. 중점적으로보이고자하는것은사르트르가말하는 existence 가과연어떤하이데거적인의미로다 실존 이라고번역되면왜안되고굳이 현존 이라고번역해야하고, 아울러 existentialisme 역시 실존주의 라고번역하면왜안되고굳이 현존주의 라고번역해야하는가하는것이다. 물론이를드러내는과정에서위사안들에관한논의도곁들이게될것이다. 2) 존재함 (être) 과현존함 (exister) 의구분 사르트르가쓴그의주저존재와무를제대로이해하고자할때, 가장긴급한것은존재함 (être) 과현존함 (exister) 을잘구분하는것 이다. 7 예컨대다음의언명을보자. 시간성은, 자신의존재이여야만하는하나의존재그내부구조로서만, 즉대자의내부구조로서만있다 (Il n'y a de temporalité que comme ). 대자가시간성에대해존재론적인우선성을갖는것이아니다. 시간성은, 대자가탈자적으로 (ek-statiquement) 7. 사르트르의존재와무를가장먼저국문으로완역한인물은손우성선생이다. 그는존재와무 I 과존재와무 II 으로나누어 1976 년삼성출판사를통해국역본을냈다. 그런데그는이국역본에서이두낱말을모두 존재하다 로번역함으로써혼란을빚는다.

156 철학논집 23 집 대자로있어야하는한에서대자의존재다. 시간성은존재하지않는다 (n est pas). 대자가현존하면서 (en existant) 스스로를시간화한다 (se temporalise, 172/272). 8 여기에서눈여겨보아야할대목은 시간성은존재하지않는다 (n'est pas) 라는것이다. 이는시간성에대해서 존재함 (être) 라는동사를쓸수없다는것을의미한다. 그대신 il y a 라는표현을쓸수는있다. 그런데사르트르는, 존재의 거기에있음 (qu il y ait) 이라는사실은존재의내적인규정 있는그대로의그것임 (qui est ce qu il est ) 이아니고, 부정성의내적인규정이다 (215/335) 라고말하고있다. 이를별수없이 있다 라고번역했지만존재함 (être) 의순전한의미를갖는것이아닌것이다. 이렇게시간성에대해 존재함 이라는동사를쓸수없는까닭은시간성이근본적으로대자가 현존하면서 (en existant) 스스로를시간화하는데서만시간성이성립하기때문이다. 대자는존재하는 (être) 것이아니라, 오로지현존하는 (exister) 것이다. 따라서대자에의거하지않고서는존립할수없는일체의것들은근본적으로존재하는것이아니라현존할수밖에없는것이다. 사르트르는이를이렇게정돈한다. 시간성은모든존재들, 특히인간 - 실재들을담아내는보편적시간이아니다. 시간성은바깥에서부터존재에게강제될법한전개의법칙이더이상아니다. 시간성은더이상존재 (l'être) 가아 8. 앞의번호는 L'être et le néant (Éditions Gallimard, 1943) 의쪽수이고, 뒤의번호는손우성선생님의국역본의쪽수이다. 다만, 여기에서처럼앞번호가뒤번호보다작으면국역본은 I 권이고, 그반대로앞번호가뒤번호보다크면국역본은 II 권이다.

하이데거의 실존 을벗어난사르트르의 현존 157 니다. 시간성은그자신의고유한무화인존재의내부구조다. 즉대자존재에게고유한존재방식이다. 대자는시간성의디아스포라적인형식하에서자신의존재여야하는존재이다 (178, 281). 대자가갖는현존 [ 성 ](existence) 은대자의존재방식자체에서본래부터피할수없이, 일컫자면운명적으로그러한것이지대자가추구해서달성해야할무엇이결코아니다. 이러한대자의현존할뿐존재할수없다는것에대해사르트르는이렇게말한다. 대자가존재한다고긍정할수있을그어떤순간도결코없다. 그것은바로대자가결코존재하지않기때문이다. 그반대로시간성은전적으로순간의거부로서시간화된다 (185, 290-1). 시간성이시간화된다는것은대자의구조내에서의일이다. 이를통해대자가현존적인존재방식만을갖지만, 한편으로이는대자가 자기에의현전 으로존립한다는데서, 그에따른 자기와의분리 혹은 자기와의간극 등에의거해존립한다는데서비롯된다. 이에관한사르트르의언명을다소길지만그대로인용하면이렇다. 대자의존재법칙은의식의존재론적인토대인바, 그것은자기에의현전 (présence à soi) 이라는형식하에자기자신이라는사실이다. ( ) 모든 에의현전 (présence à ) 은이원성을함축한다. 그러므로적어도잠재적인분리를함축한다. 존재의자기에의현전은자기와의관계에있어서존재를벗겨냄 (décollement) 을함축한다. ( ) 자기에의현전은만져서느낄수없는미세한균열이존재속에스며들어있다는것을전제한다. 만약자기가자기에게현전한다면, 그것은전적으로자기가아니기때문이다. 현전은일치의직접적인파괴다. 왜냐하면현전은분리를전제하기때문이다 (113 /189).

158 철학논집 23 집 저앞에서후설의 현존철학 을제시하면서설명한 exisistere 즉현존함에대한어원적인분석의내용이여기사르트르가대자를설명하는데에그대로적용되고있다. 對自 는말그대로자기를대해있는것이고, 자기에게현전해있는것이다. 이현전은오로지시간성이시간화되는구조속에서만성립한다. 극미한지금이스스로존재할수없고항상자기가아닌것으로서존재할수밖에없는것이고, 그런점에서오로지현존할뿐이라고한것과그구조가완전히동일하다. 그래서사르트르는현재도없고 (n'est pas), 미래도없다 (n'est pas) 라고말한다 (158/252-3, 164/262 참조 ). 다만, 대자와마찬가지로현재와미래는존재하지않고현존할뿐이다. 이러한대자의 자기에의현전 에의거한대자의현존은그저자기에의현전에만머물지않는다. 사르트르는대자가 존재에의현전 (présence à l être) 으로정의된다고말한다. 그러면서즉자존재의총체를있도록하고존재하는모든것들이하나의세계속에공현전하도록한다고말한다. 그리고이를이렇게장엄하게표현한다. 존재들은하나의세계속에공현전하는것으로드러나고, 그세계속에서대자는자기자신의피로써, 현전으로호칭되는자기의탈자적인 (ek-statique) 그전반적인희생에의해그존재들을결합시킨다. ( ) 대자는현재가세계속에들어오도록하는존재이다 (157, 251). 대자가자신의존재함을희생하고오로지현존함만을취함으로써일체의존재들이하나의세계속에공현전하면서현재의시제속에결합되도록한다는것이다. 그렇기때문에대자는존재와대립되는바무 (néant) 일수밖에없고, 이무는대자가현전하고있는대자의자기를무화하는 (néantisation) 초월 (transcendance) 내지는넘어서기

하이데거의 실존 을벗어난사르트르의 현존 159 (dépassement) 혹은존재를벗겨내기 (décollement de l être) 라고하는대자의작용을지시하는것이다. 무로서의대자가수행하는이모든작용들은존재함의방식이아니라근본적으로현존함의방식을지칭하는것이다. 그런데이러한대자의작용들은할수도있고하지않을수도있는것이아니라, 대자가현존하는한이미늘수행되는것이다. 그리고대자가현존함으로써수행하는이모든작용들은당연히자기동일적인것들을파괴하는힘이다. 이에관해사르트르는이렇게웅변한다. 대자는그자신의무이어야한다. 의식인한에서의식의존재는자기에의현전으로서자기와의거리를두고서존립한다. 그리고이러한존재가자신의존재속에지니고있는전무 ( 全無 ) 한이거리 (cette distance nulle), 그것은무다. 그래서하나의자기가존립하기위해서는이존재의통일성에, 자기동일적인것에대한무화로서자기나름의무가포함되어있어야한다 (114/190-1). 그렇다고해서일체의존재들이근본적으로보아무라는것은결코아니다. 오히려무는존재를드러내는역할을할뿐이고, 그리고그렇게드러내면서존재를넘어서는역할을할뿐이고, 그렇게존재를넘어섬으로써존재를드러내게하는역할을할뿐이다. 무인대자내지는의식이존재그자체를건드릴수있는것은결코아니다. 무는존재에대한기생충이되, 그 심장 에이미늘들러붙어있는기생충이다. 이에관한사르트르의언명은이렇다. 무는존재라는바탕위에서만스스로를무화할수있다. 만약무가주어질수있다면, 그것은존재이전도아니고존재이후도아니고, 일반적으로말해그것은존재바깥에서도아니다. 무가주어질수있는것은존재의중심자체에서이다. 무는기생충처럼

160 철학논집 23 집 존재의심장에붙어있다 (55-6/111). 사르트르의이언명은흔히사르트르에대해데카르트의이원론을더욱극단화했다고말하거나사르트르의존재론을마치극단적인관념론인양말하는일체의주장들이아예말도안되는것임을여실히보여준다. 그반대로이언명은사르트르가유물론적인입장을견지한다는것을말해준다. 의식은근본적으로존재가없이는아예존립할수없다고말하고있기때문이다. 이는사르트르의다음의언명에서더욱강화된다. 즉자는그자체로충만해있다. 더이상의충만함을생각할수없을것이고, 내용이내용을담는용기와그보다완전히일치하는것을생각할수없을것이다. [ 즉자라는 ] 그존재속에는최소한의공백 (le moindre vide) 도없다. 즉무가끼어들수있는최소한의틈 (la moindre fissure) 도없다. / 이와반대로, 의식의특징은그것이존재적인감압 ( 減壓, décompression d être) 이라는데있다. 의식을자기와의일치로정의하는것은실제로불가능하다 (110, 185). 말하자면완전한충만함의밀도를지닌즉자라고하는존재가감압을일으킴으로써의식이발생한다는식의이야기다. 존재적인감압 이라는말이상당히비유적이긴한데, 그렇다고그저비유적인것은아니다. 다만, 그실증성이허약할뿐이다. 이를존재함과현존함에적용해서말하면, 현존함이란존재함에비해존재론적인비중이나그위상에있어서이차적이고파생적이라는것을말한다. 따라서 존재는있고 (est), 무는없다 (n'est pas) 는것이다 (49-50/103) 라고말할수밖에없고, 존재하지않는무는차용된현존만을가질수있을뿐이다. 무가그존재를갖는것은존재로부터

하이데거의 실존 을벗어난사르트르의 현존 161 이다. 무의존재적인무 (son néant d être) 는존재의한계들안에서만만나진다. ( ) 비존재는존재의표면에서만있을뿐이다 (50-51/ 104-5) 라는식으로말할수밖에없는것이다. 그런데이무를세계속에가져오도록하는것, 달리말하면존재가세계로서드러나도록하는것은바로인간이라고사르트르는말한다. 이에관해, 그러면서이렇게말한다. 인간은무를세계에오도록하는존재다. 그러나이는곧바로다른물음을일으킨다. 인간에의해무가존재에로오도록하기위해서인간은그존재에있어서어떠해야하는가?(59/115) 이에대한사르트르의다음과같은답변은그의철학적인간학의 요체를말해준다고할수있다. 문제는인간 - 실재를, 그러하지않은그것이면서그러한것이아닌것인존재로구성하는것이다. 9 (93/163) 사람이사람그것인것이아님 (n être pas ce qu on est) 이라는근원적인구조는미리부터, [ 사람이 ] 즉자존재로된다거나 사람이사람그것인것임 (être ce qu on est) 으로되는모든일을불가능하게한다 (97/169). 자기인것이아니면서자기가아닌것이어야한다는것, 이것이바로인간- 실재를현존이게끔하는근원적인구조다. 이구조는대자가아니고서는존립할수없는인간- 실재가이미늘발휘하는근본구조다. 사르트르에서의 existence 는인간-실재에게만해당되는것 9. 이에관한원문은이렇다. 원문을제시하는까닭은우리말로번역했을때다소혼란이올수있기때문이다. il s agit de constituer la réalité-humanine comme un être qui est ce qu il n est pas et qui n est pas ce qu il est.

162 철학논집 23 집 이아닐뿐더러, 인간- 실재의것일경우하이데거처럼무슨결단을통해가능적으로획득해야하는것이아니라, 본래부터그러하고그러하지않을수없는근본구조인것이다. 그렇기때문에이를하이데거에서처럼 실존 이라고번역해서는안되고, 현존 이라고번역해야하는것이다. 3) 사르트르의유물론적현존주의, 본질주의에대한근원적인배격 사르트르의철학을가장잘대변해주는것으로유명하게알려진, 흔히 실존은본질에앞선다. 라고번역되는명제야말로 실존 대신에 현존 이라고번역해야한다. 이명제는사르트르가 1946 년에발간한실존주의는휴머니즘이다에서언명된것으로서, 그원문은 L'existence précède l'essence 이다. 이명제는당연히 현존은본질에앞선다. 로바꾸어새롭게번역해야한다. 그뿐만아니라이명제가들어있는책의제목역시현존주의는휴머니즘이다로새롭게번역해야한다. 이렇게해야만사르트르의철학사적인진면목이드러날수있다. 포스트모더니즘내지는포스트구조주의가힘을발휘하면서플라톤에서부터연원하는본질주의에대한거부가대단히확산되어있다. 본질주의 에정확하게대립될수있는말은바로 현존주의 이지 실존주의 가아닌것이다. 현존주의 는본질에대한존재론적인근거인플라톤의이데아내지는형상 (eidos) 을최종적인존재론적인근원으로삼는것을배격한다. 그뿐만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처럼질료와형상이결합되어있음으로써비로소존재자로서의자격을갖는다는입장도배격한다. 사르트르의바로위명제에서선언되고있는 현존주의 는일체의본질혹은형상이 지금 여기 의현존에비해파생적인존재

하이데거의 실존 을벗어난사르트르의 현존 163 임을확언한다. 조심해야할것은사르트르가일체의현존에대해그바탕으로서언급하고있는존재, 즉근원적인존재충만인즉자는현존에비해더욱더본질과거리가멀다. 이는소설구토의주제이기도하지만, 즉자는비밀을가지고있지않다. 존재는덩어리져있다 10 (33/84), 라고말하는데서그리고 존재는자기와의관계가아니다. 존재는자기이다. 존재는자기를실재화 (réaliser) 할수없는내재성이요, 자기를긍정할없는긍정함이요, 작용을가할수없는능동성이다. 왜냐하면, 존재는자기자체로반죽되어있기 (s'est empâté) 때문이다 (32/82-3) 라는데서분명하게제시되고있다. 이는더이상왈가왈부할필요가없다. 다만, 이에관해서는즉자가세계에드러나는최초의형태인 이것 ( 들 ) (ceci) 에관한논의를통해더욱상세하게이야기될것이다. 그것은즉자가무차별하게덩어리져있긴하지만, 칸트의 물자체 처럼우리에게서원리상완전히은폐되어있는것이아니라, 구토를일으키는방식으로해서드러날수있다는것이다. 문제는어떻게드러나는가하는것이다. 이는사르트르가 이것 ( 들 ) 에관련해서제시하는다음의언명을통해알수있다. 이것 (ceci) 이세계혹은다른이것들과의모든외적인관계를벗어나있는것으로간주될때, 질 (qualité) 은이것의존재 (l'être du ceci) 이외다른것이결코아니다. ( ) 이레몬의노랑 (le jaune) 은이레몬에대한주관적인파악양식이아니다. 이레몬의노랑은이레몬이다.(le jaune du citron est le citron.) 대상 X 가잡다한전체질들을거머쥐고있는텅빈형식으로나타난다는것을더이상참이아니다. 사실, 레몬은그것의질들을관통 10. 원문은이렇다. L en-soi n a pas de secret : il est massif.

164 철학논집 23 집 하면서전적으로연장되어있고, 레몬의질들의각각은레몬의다른각각의질들을관통하면서전적으로연장되어있다. 노란것 (qui est jaune) 은레몬의새콤함 (l'acidité) 이고, 새콤한것 (qui est acid) 은레몬의노랑 (le jaune) 이다. ( ) 이것 (le ceci) 이라불리는것은이러한 [ 질들간의 ] 전반적인상호관통 (interpénétration totale) 이다. 이는화가들특히세잔의경험들이잘보여준다 (222-3, 345). 설명을하자니까 레몬 이라는예를든것일뿐, 실상은여기에서 레몬 은레몬이아니라그냥특정한하나의 이것 이다. 통상적으로말하면 이것 은사물이다. 그리고여기에서질이란바로감각적인질이다. 이것 이질들간의전반적인상호관통이라고말하는것은사르트르가들고있는예에서잘알수있듯이사물이곧감각들자체로된덩어리라는이야기다. 이는메를로 -퐁티가훨씬더뒤 1958 년쯤에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의 교직- 교차 에서살존재론을전개하면서언급한 감각덩어리 (masse du sensible) 11 를사르트르가일찍이선취한것이아닐수없다. 사르트르의현존주의 가개별적인사물을보편적인형상보다훨씬더중요시한다는것은인식적인판면에서보자면이같이개념보다감각을훨씬더근원적인것으로본다는것을의미한다. 현존주의 는 지금 여기 의탈자적인현존을바탕으로한다. 이는 현존주의 가보편적인개념이나구조및법칙들에비해 이것 인개별적인사물을인식적으로뿐만아니라존재적으로도더근본적인것으로본다는것과직결된다. 중요한것은지금여기에서의이개별적인사물을 감각적인질들의전반적인상호관통 즉 감각덩어리 로본다 11. Maurice Merleau-Ponty, Le visible at l'invisible, Gallimard, 1964, 179 쪽참조.

하이데거의 실존 을벗어난사르트르의 현존 165 는것이다. 화가세잔까지들먹이는데, 세잔은 온우주는색으로되어있다. 심지어나자신도색으로되어있다. 라고말한적이있다. 이레몬의노랑이이레몬에대한주관적인파악양식이아니라고하는것은세잔의말처럼감각적인질자체가인간을넘어선지경 ( 地境 ) 에서그야말로객관적으로존재한다는것을의미한다. 이대목에서필자는사르트르가말하는즉자내지는존재역시 감각덩어리 가아닐까하는생각을하지않을수없다. 그러니까방금앞에서말한바즉자를 덩어리 라고했을때, 그 덩어리 를바로 감각덩어리 로보아야하지않느냐하는것이다. 이에관한사르트르의언명은없다. 하지만필자로서는이를거의확신한다. 그래서예컨대앙리레비가사르트르에대해 20세기최고의유물론자 라고했을때 12, 그유물론에서존재의근원이되는 물질 은물리학에서말하는비가시적이고추상적인물질이아니라, 비록그분절은카오스적이라할지라도감각적인질의덩어리인물질이라해야하고, 따라서사르트르의유물론은 감각적유물론 이라불러야할것이다. 더욱이이를그의현존주의와결합해서생각하지않으면안되기에그의철학은 감각적유물론에입각한현존주의 라불러야하는것이다. 4. 덧붙이는이야기 이미 실존 혹은 실존주의 가수십년간정식번역어인양고착되 어쓰이고있다. 한때 실존주의는극복되어야한다 라는말이한국에 서도유행을했다. 70 년대들어한국사회에서민주화를위한노력들 12. 베르나르앙리레비, 사르트르평전, 변광배옮김, 을유문화사, 2009.

166 철학논집 23 집 이새로운사회주의적인체제를형성하고자하는것과맞물려돌아갈때, 실존철학내지실존주의는자신의세계에자폐되어있는극단적인개인주의의한형태로인식될수밖에없었기때문이다. 그래서 실존주의 라는말에는이중적으로갈래지는함의가들어있었다. 한편으로는박정희의독재에의거한전일적이고획일적인전체주의에적극적으로대항하는개인의결단과그에따른자유의획득이라고하는비타협적인저항성을담고있었다. 다른한편으로는박정희의전체주의의정치경제학적인바탕은자본주의이고자본주의는철저히개인주의에입각한것인데철저히개인성에입각함으로써자본주의체제를암암리에방기내지는심지어옹호한다고하는순응적인타협성을암암리에담고있었다. 하지만결국 실존 이라는말은자폐적인소영웅주의에불과한것으로거의결론이나버렸다. 87년이후일정하게법적 형식적차원의민주화가정착되면서실존철학내지실존주의는어느새그야말로자폐성을면하지못하는것으로 용도폐기 된식물상태가되고만것이이를잘말해준다. 이를더욱부추긴것은 80년대후반부터슬그머니들어와 90년대들어크게힘을발휘하게된포스트모더니즘과이를뒷받침하는포스트구조주의의득세였다. 대체로일군의프랑스철학자들로구성된포스트구조주의는그바탕에구조주의를깔고있었다. 그런데프랑스에서구조주의는 1950년대들어왕성해지는데, 그출발점은사르트르의이른바 실존주의 에대한거부였다. 사르트르의실존주의는과도하게개인적주체에중심을두고서일체의의미들을주체중심으로재구성해나가는것으로해석되었던것이다. 그리고주체대신에구조를내세워구조내에서주체가어떤위치에있는가에따라주체가전적으로규정된다는것이구조주의의핵심주장이었다.

하이데거의 실존 을벗어난사르트르의 현존 167 이런구조주의적인생각이 철퇴 를맞은것이 1968년 5월프랑스에서일어난이른바 5월사태 이다. 이때프랑스의지성인들은인민의대대적인욕망을보았고, 그욕망의주체를기반에두지않으면안된다는생각에구조주의가포스트구조주의로전환한것이다. 다시되돌아가말하자면, 사르트르의철학에대한구조주의적인독법이완전히잘못되었다고할수는없다. 하지만반은맞고반은틀렸다. 뭉뚱그려말하면, 그래서틀렸다. 예컨대사르트르의철학적인간학에서기반을이루는것은자유다. 그런데사르트르가말하는자유는구속이나예속과대립되는것이아니다. 예컨대사르트르는 상황속에서만자유가있을뿐이고, 자유에의해서만상황이있을뿐이다 (534/274-5) 라고말한다. 그런가하면 우리는자유를중지할자유가없다 (484/206) 라고말한다. 자유로워야한다는것이아니라, 인간인이상이미늘근원적으로자유롭다는것이고, 이를벗어날수는없다는것이다. 사르트르가말하는주체는이미늘자유로운주체이지, 자유로운주체가되어야하는그런주체가아니다. 달리말하면, 자유로운주체는욕망의근원적인분출지점일뿐이다. 사르트르에서자유는인간의 existence 가성립하는이른바대자 ( 對自, pour-soi) 의근본적인존재론적인성격으로서그자체현존하는것이지존재하는것이아니다. 그리고하이데거의실존철학에서처럼획득되어야하는것이아니다. 사르트르가말하는 현존 은이세계에존재하는모든것들에대해적용될수있는것이고, 그와중에인간에대해서도적용될수있는데, 다만, 인간의 현존 은존재하는모든것들의각 현존 이성립하는데근본적인바탕이될뿐이고, 그렇기때문에인간과관련해서이세계에존재하는모든것들에대해현존한다고할수있는것이다. 사르트르의현존주의내지는현존철학은일체의본질주의를바탕에

168 철학논집 23 집 서부터거부하고, 천상 으로향한본질적인영원을거부하면서우리자신과존재하는모든것들을바탕에서부터떠받치고있는 지상 으로혹은심지어 지하 로향하는하강의철학이다. 사르트르의하강의철학인 현존주의철학 은지금우리의삶을적극적으로긍정하지않으면안된다고하는강력한메시지를담고있다. 그런점에서사르트르의 현존주의철학 이야말로여전히긴급하게살아있다고할수있다. 다시말하거니와 실존 대신에 현존 을, 실존주의 대신에 현존주의 를, 그리고 실존철학 대신에 현존철학 을제시해야한다. 이는물론하이데거적인철학적사유대신에사르트르적인철학적사유를내세울필요가있다는것을의미한다. 다소거칠지만심하게말하면, 하이데거는끝내인간을넘어선존재론을펼치지못하고있다. 저앞에서도말했지만, 하이데거는 1979 년에출판된존재와시간 15판의어느각주에서존재 (Sein) 를차이 (Differenz) 라고말한다. 하이데거가존재를차이라고말하는것은, 하이데거스스로도말하고있는셈이지만, 사르트르의입장에서보면하이데거가말하는존재란근본적으로인간- 실재, 즉인간의수중을벗어나지못한다는것을증시한것이다. 차이에대해사르트르는이렇게말하기때문이다. 대자가취하는존재에의현전 (présence à l être du pour-soi) 은, 대자가존재가현전하는가운데존재가아닌것으로서의자기에대한 (de soi) 증인임을함축한다. 말하자면, 존재에의현전은대자가존재하지않는한에서대자의현전 (présence du pour-soi) 이다. 왜냐하면부정 (négation) 은대자를존재로부터구분하는존재방식의차이에관한것이아니라, 존재적인차이 (une différence d être) 에관한것이기때문이다. 사람들이현재는존재하지않는다 (le présent n est pas) 고말함으로써간단하게표현하는것이바로이것이다 (158, 252-3).

하이데거의 실존 을벗어난사르트르의 현존 169 사르트르에게서부정은대자인인간- 실재에의거한것이다. 그러나이때부정은대자가수행하고말고하는대자의자의에의거한것이아니라, 대자의존재자체에근본적인구조적성격으로서이미늘주어져있는것이다. 이는대자에게서의자유와마찬가지다. 사르트르는이러한대자의부정에의거해서대자와즉자간의존재적인차이가드러난다고말하고있다. 이존재적인차이는이제까지말한바, 존재함 (être) 과현존함 (exister) 의차이라하지않을수없다. 하이데거가존재와존재자간의존재론적인차이를제시했다면, 사르트르는대자와존재즉대자와즉자간의존재적인차이를제시하는셈이다. 그런데바로앞에서제시한바하이데거가존재를차이라고했을때, 그차이는존재와존재자간의존재론적인차이가아니라사르트르가말하는존재적인차이라고보아야할것이다. 만약이를용인한다면, 하이데거가말하는 그대단한 존재 (Sein) 는사르트르의입장에서볼때, 인간- 실재에의거해서만성립할수있는것에불과한것이다. 하이데거가존재자일반을넘어선존재를제시해서대단한존재론적인위업을쌓은것으로평가되지만, 그바탕에 인간중심주의 를둠으로써존재자일반을넘어선것이아니라존재자일반에게서존재론적인근원성을박탈해버렸다고할수있다. 사르트르로오면존재자일반은즉자가된다. 13 즉자의존재적인감압에의해생겨난대자, 그대자의부정에의해 13. 사르트르가쓴현존주의는휴머니즘이다라는책제목만보더라도사르트르역시인간중심주의가아니냐고말할수있을것이다. 그러나앙리레비는오히려사르트르의 현존주의는반휴머니즘이다. 라고말하고있다. 이에관해서는따로논의가있어야할것이다.

170 철학논집 23 집 생겨나는현존적인차이, 그현존적인차이를극화 ( 極大化 ) 하여안출한 14 하이데거가말하는존재 (Sein), 그존재 (Sein) 로써존재자일반에게서즉즉자에게서존재론적인근원성을박탈해버린하이데거, 이를뒤엎어제자리로돌려놓고자하는사르트르의지난한노력. 이것이최종적인결론이라할것이다. 그렇기에사르트르의현존내지는현존주의를하이데거의실존내지는실존주의로바꿔치기해서는안되는것이다. 14. 이러한하이데거의철학적안출은사르트르가공박해마지않는 허공의사유 (pensée du survol) 의가장교묘한형태라할수있을것입니다. 사르트르가 대자존재 (être-pour-soi), 그것은세계를넘어서고그럼으로써세계를있게한다. 그러나세계를넘어섬, 그것은바로허공에서세계를내려다보는것이아니다.(Mais dépassement le monde, c'est précisément ne pas le survoler.) 세계를넘어섬은세계로부터창발하기 ( 創發, émerger) 위해세계속에참여하는것이다. 세계를넘어섬은필연적으로이러한넘어섬의조망을이루는것이다. 이런의미에서, 유한성 (la finitude) 은대자의근원적인기획에있어서필수적인조건이다.(366, 45) 라고말합니다.

하이데거의 실존 을벗어난사르트르의 현존 171 참고문헌 Husserl, Edmund., Ideen zu einer reinen Phänomenologie und phänomenologischen Philosophie, ersters Buch, Martinus Nijhoff, 1950., Zur Phänomenolgie des innern Zeitbewußtseins (1893-1917), Martinus Nijhoff, 1966. Heidegger, Martin., Sein und Zeit, Max Niemeyer Verlag, Tübingen, 1972. 존재와시간, 이기상옮김, 까치, 2007. Sartre, Jean-Paul., L'être et le néant, essai d'ontologie phénoménologiqeue, Éditions Gallimard, 1943. 존재와무 I, 존재와무 II, 손우성옮김, 삼성출판사, 1977. Merleau-Ponty, Maurice., Le visible at l'invisible, Gallimard, 1964. 베르나르앙리레비, 사르트르평전, 변광배옮김, 을유문화사, 2009. 이논문은 2010 년 10 월 20 일접수되고 2010 년 10 월 27 일심사완료되어 2010 년 11 월 15 일게재가확정되었습니다.

172 철학논집 23 집 Abstract Sartre s Existence deviate from Heidegger s Existenz Cho, Kwan Je (Academy of Philosophy) Ontology of Edmund Husserl is originally established upon a recognition of infinitesimal here and now. Therefore, it can be called existential philosophy. In this, the meaning of 'existential' is different from the meaning of existential of Martin Heidegger's philosophy. In philosophy of Martin Heidegger, Existenz ought to be translated as Silzôn ( 實存 ) in korean. And his philosophy ought to be named as Silzônchulhak ( 實存哲學 ) in korean. Heidegger's existential philosophy is an obliquity of Husserl's existential philosophy by its Anthropologismus. Heidegger s existential is a theological ontology. From a strict view, his existential philosophy is not phenomenological. It is impossible to attach existential philosophy in heideggerian meaning to Sartre's philosophy. Sartre's existential philosophy has a character of Husserl's existential philosophy. And the one is different from the other, because Sartre's philosophy is materialistic. It must be called materialistic-existential philosophy. The subject which Sartre says is not having to be free, but being always free. In Sartre's existential philosophy, freedom is an original ontological character of for-itself(pour-soi). It is not, but only exists. It is not a goal to be achieved. In this, it is very different from the freedom which Heidegger says. The term exisistence which Sartre says, it can be used not only to human being but also to all things which are in this world. However,

하이데거의 실존 을벗어난사르트르의 현존 173 existence of human being is a basis of existences of all another things. And then, only in relation of human being, all another things can be existed. Sartre s existential philosophy or existentialism rejects all sorts of essentialism. It is a philosophy of descending which rejects essential eternity being toward heaven. Sartre's existentialism as philosophy of descending presents us an important and strong message, affirm the life of here and now. It means that Sartre's existentialism is not dead, but alive vividly. We must insist Hyunzôn ( 現存 ) instead of Silzôn ( 實存 ), Hyunzônzui ( 現存主義 ) instead of Silzônzui( 實存主義 ). Of course, it means that we must insist sartrian philosophical thinking instead of heidggerian one. Key words: Existenz, existentialism, en-soi, pour-soi, materialism, Husserl, Heidegger, Sart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