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논집제37집 2014년 5월 Sogang Journal of Philosophy Vol.37, May 2014, pp. 83-114 83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의신 ( 神 ) 이념 홍우람 ( 서강대 ) 주제분류 근대독일철학, 형이상학 주제어 순수이성비판, 초월적이념, 신, 최고실재존재자, 신학 요약문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는신이념을비롯한이성의초월적이념들이경험적인식들에대해체계적통일성을부여하는규제적기능을수행한다고주장한다. 그러나 순수이성비판 에서신이념은이러한규제적기능이외에또하나의특별한기능, 즉신학과관련된소극적기능을가지고있다. 이논문에서우리는신이념이가지는이소극적인신학적기능을해명하고자한다. 이를위해우리는다음과같이논의한다. 첫째, 신이념을포함한세가지초월적이념들은원리들의능력이라는이성의본성으로부터필연적으로유래하는순수이성의개념들이며, 각각의초월적이념들은이성의본성이발현되는세가지이성추리의형식들, 즉정언, 가언그리고선언추리의형식에뿌리를두고있다. 둘째, 선언적이성추리의형식에뿌리는두고있는신이념은 사고될수있는모든것을가능하게하는최고조건 인 최고실재존재자 에대한개념으로이해된다. 마지막으로, 신이념은객관적실재성을지니지못하는 문제성있는 개념이기때문에, 최고실재존재자 에대한개념으로서신이념은그자체로우리에게신에대한아무런규정적인식도제공할수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신이념은, 이성의본성으로부터필연적으로유래하는유일한개념이자 오류에서자유로운 개념인한에서, 다른모든가능한신학적주장들이반드시그에합치해야만하는 검열 기준으로서기능할수있다. 따라서신이념은스스로신학적인식을제공하는원천으로서신학을위해적극적으로기능하지는못하지만, 다른원천으로부터주어지는모든가능한신학적주장들을검열하는기준으로서신학을위해소극적으로기능할수있다. I. 들어가는말 순수이성비판 1) 의변증론 1권에서칸트는신 ( 神 ) 이념을순수이성의개념들인세가지초월적이념들중하나로제시하고, 이세가지초월적
84 철학논집 ( 제 37 집 ) 이념들을전통적특수형이상학 (metaphysica specialis) 의세가지분야와각각관련시킨다. 이성의본성으로부터영혼의이념이영혼론 (psychologia rationalis) 을위해주어지고세계의이념이우주론 (cosmologia rationalis) 을위해주어지듯이, 이성의본성으로부터신의이념은신학 (theologia transscendentalis) 을위해주어진다 (A334/B392). 그러나이어지는변증론 2권에서칸트는이세가지이념만으로부터그대상, 즉영혼, 세계그리고신에대해어떤규정적인인식을도출해내려는모든시도를궤변적 (vernünftelnde) 추리에근거한부당한시도로규정한다 (Cf. A339/B397). 특히변증론 2권 3장 순수이성의이상 에서칸트는신의현존과속성에대해객관적으로타당한인식을얻어내기위해신이념을실체화 (hypostasieren) 하는것은그이념의 본령과허용 (Bestimmung und Zulässigkeit) 의한계 (Grenzen) 를넘어선것 (A580/B508) 이라고역설한다. 따라서칸트는선험적으로주어지는순수한신이념만으로부터신의현존을사변적으로증명하고자한기존의모든형이상학적시도들이불법적시도에불과하다고결론내린다. 이처럼 순수이성비판 에서제시된칸트의신이념에대한입장은기존의전통적인신학적주장들에대한급진적비판으로귀결되며, 이는의심의여지가없는분명한사실이다. 그러나이사실에대해우리는주의할필요가있다. 왜냐하면이사실로인해사람들은 순수이성비판 에서의신이념이신학을위해선험적으로주어진개념임에도불구하고신학을위해아무런기여도하지못하는무언가오류 (Fehler) 를가진개념이라고섣부르게오해할수있기때문이다. 실제로이섣부른오해로부터사람들은, 많은칸트학자들이일반적으로그러하듯이, 신이념이수행할수있는유일한기 1) 순수이성비판 은 Felix Meiner 판 (I. Kant, Kritik der reinen Vernunft, hrsg. Raymund Schmidt, Hamburg, 1998) 을참조하고, 인용은관례에따라 A/B로표기한다. 번역은아카넷판 ( 임마누엘칸트, 순수이성비판, 전2권, 백종현옮김, 아카넷, 2002) 을따르되, 필요한경우수정을가하였다. 그외의칸트의저작들은베를린학술원판칸트전집 (Kants gesammelte Schriften, hrsg. Königliche Preußischen Akademie der Wissenschaft / Deutschen Akademie der Wissenschaft zu Berlin, Berlin, 1900~2009) 을참조및인용한다.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의신 ( 神 ) 이념 85 능이란다른두초월적이념들과더불어서경험적인식들에대해체계적통일성을부여하는규제적기능뿐이라고잘못단정짓곤한다. 그러나 순수이성비판 에따르면규제적기능은 순수이성비판 에서신이념이가지는유일한기능이아니다.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는, 경험적인식의체계적통일이라는규제적기능과별개로, 신이념에대해나름대로의신학적기능을부여하고있다. 칸트에따르면, 신이념은이성의사변적사용영역내에서언제나 한낱이상그러나오류에서자유로운이상 (ein bloßes, aber doch fehlerfreies Ideal, A641/B669) 으로남아있으며, 그런한에서신이념은비록신에대한규정적인식을제공하는인식원천으로서적극적인신학적기능을발휘하지는못하지만, 모든가능한신학적주장들의부적격성 (Untauglichkeit) 을판정하는검열관 (Zensur) 으로서소극적인신학적기능을수행할수있다 (A640/B668). 이논문을통해우리는 순수이성비판 의신이념과관련하여지금까지간과되어온저소극적인신학적기능을해명하고자한다. 이를위해우리는우선첫째로초월적이념들이어떻게이성의본성으로부터선험적으로기원하는지칸트의설명을검토한뒤이에근거하여둘째로 최고실재존재자 (ens realissimum) 라는신이념의본성적의미를밝힐것이다. 그리고셋째로신이념이이론적인식의영역에서가지고있는한계를분명히하는동시에신이념이그럼에도불구하고신학과관련하여소극적으로그러나필수적으로가지고있는기능이무엇인지확인할것이다. II. 초월적이념들의선험적기원 신이념은이성의본성으로부터유래하는세가지초월적이념들중하나이다. 초월적이념들은, 칸트에따르면, 특수한개념들이다. 칸트는초월적이념들의선험적기원을설명한뒤에, 초월적이념들에대해다음과같이정리한다. 나는 이념 이라는말로그것에합치하는아무런대상도감관에주어질수
86 철학논집 ( 제 37 집 ) 없는필연적인이성개념을뜻한다. 그러므로우리가지금고구한순수이성개념들은초월적이념들이다. 그것들은순수이성의개념들이다. 왜냐하면그것들은모든경험인식을조건들의절대적전체에의해규정된것으로관찰하는것이기때문이다. 그것들은자의적으로지어내진것이아니라, 이성자체의본성에의해부과된것으로, 따라서필연적으로전지성사용과관계맺는다. 그것들은마침내는초험적이고, 모든경험의한계를넘어간다. 그러므로그안에서는결코초월적이념들에일치하는대상이나타날수없다. A327/B383-4 초월적이념들은넓은의미에서개념이지만, 지성의개념들과는틀린특수한개념들이다. 앞으로보겠지만이성은감성의조건에의해제약받지않는, 경험내에자기를제한하고자하지않는 (A310/B367) 능력이며, 그러한본성으로부터나온이성의개념들은경험내에서그와합치하는대상들을결코발견할수없는개념들이다. 따라서칸트는이성의본성으로부터비롯되는개념들을지성의개념들과구별하기위해이념들이라고부르고, 특히이성의실천적본성이아니라이론적본성으로부터비롯되는개념들을초월적이념들이라고부른다. 따라서칸트에게있어서신이념의본성이무엇인지파악하기위해가장먼저해야할일은어떻게신이념이초월적이념들중하나로서우리에게주어지는지, 즉어떻게신이념이다른두가지초월적이념들과더불어이성의이론적본성에서기인하는지확인하는일이다. 세가지초월적이념들이이성의이론적본성으로부터필연적으로유래한다는것은 순수이성비판 변증론의가장근본적인주장이다. 이를설명하기위해칸트는앞서분석론에서순수지성의개념들, 즉범주들의선험적기원을설명하기위해사용했던방법을유비적으로사용한다. 지성과관련해서와마찬가지로이성의순전히형식적인, 다시말해논리적인사용이있는데, 그때이성은인식의일체내용을도외시하되, 그러나또한실재적인사용도있어서, 이때는이성자신이감관에서도지성에서도얻어온것이아닌일정한개념과원칙들의근원을자기안에갖는다. 첫째의기능은확실히오래전에논리학자들에의해 ( 무매개적인추리, 곧직접추리와구별하여 ) 간접적으로추리하는기능이라설명되었다. 그러나둘째기능, 곧스스로개념을산출하는기능은이것으로써는아직통찰되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의신 ( 神 ) 이념 87 지못했다. 무릇여기서이성이논리적기능과초월적기능으로구분되고있으므로, 이두개념을자기아래에포섭하는, 이인식원천에대한상위개념을찾아야한다. 그런데우리는지성개념들에유비해서, 논리적개념이동시에초월적개념의열쇠를제공하고, 전자의기능들의표가동시에이성개념들의계보 (Stammleiter) 를제공하리라기대할수있다. A299/B355-6 범주들이지성의본성으로부터선험적으로유래한다는사실을보이기위해칸트는지성의논리적기능과초월적기능이근본적으로동일한능력으로부터비롯된것, 즉원천 (Quelle) 이되는하나의능력이작동함으로써발휘되는두가지기능들이라는점에주목한다. 2) 그리고칸트는지성능력의두기능들중하나인논리적기능의규칙들, 즉논리적판단형식들을실마리 (Leitfaden) 로삼아다른하나의기능인초월적기능의규칙들, 즉범주들을발견한다. 칸트는이방법을유비적으로도입하여순수이성의개념들인초월적이념들의선험적기원을설명하고자시도한다. 3) 우선칸트는논리적기능과초월적기능의원천이되는이성능력을 원리들의능력 (A299/B356), 즉원리에의거해다양한판단들을통일하는능력으로규정한다. 일반논리학의관점에서파악되는이원천능력의논리적기능은, 주어진 판단 ( 추리명제 ) 의보편적조건을찾는 (A307/B364) 기능으로확인된다. 즉, 우리에게주어지는판단들은항상조건적인것 (das Bedingte) 이며, 이성은항상그런판단들을그아래에포섭할수있는조건 (das Bedingung) 을찾음으로써다양한판단들에통일성을부여한다. 칸트에따르면, 이러한이성의논리적통일기능은이성추리 (Vernunftschluβ), 즉삼단논법 (Syllogismus) 을통해이루어지기때문에, 우리가이성추리의모든내용을도외시하고그형식에만주목한다면, 이성의논리적통일기능이이루어지는가장기본적인형식들을발견할수있다. 그리고일반논리학을통해우리는이미이논리적형식들에 세종류곧정언적, 가언적, 선언적이성추리 가있다는사실을알고있다 (A304/B361; Cf. A299/B355). 2) 지성의논리적기능과초월적기능에대해칸트는 한판단에서서로다른표상들에게통일성을부여하는동일한기능이, 곧또한한직관에서의여러표상들의순전한종합에통일성을부여하는것이다 (A79/B104-5) 라고말한다. 3) Cf. M. L. Miles, Logik und Metaphysik bei Kant, Frankfurt, 1978, 282~283.
88 철학논집 ( 제 37 집 ) 그런데이성의논리적통일기능은단지일회적인이성추리로만확인되는것이아니다. 이성의논리적통일기능은연속적인이성추리의계열을통해더욱분명히확인된다. 조건적인것으로서주어진어떤판단에대해이성이이성추리를통해찾아내는어떤보편조건은이일회적이성추리의대전제로서일종의원리라할수있지만, 칸트에따르면그것은단지 상대적인원리 (A301/B358) 일뿐이다. 그역시무조건적인판단이아니라조건적인판단에불과하기때문이다. 이성추리는그자신도다름이아니라하나의판단으로, 그판단의조건을보편적규칙 ( 대전제 ) 아래포섭시키는것을매개로하는판단이다. 그런데이규칙은다시금이성의똑같은시도에내맡겨지고, 그렇게해서 ( 전기 [ 前起 ] 삼단논법을매개로 ) 조건의조건을할수있는데까지찾아야만하기때문에, 여기에서사람들은 ( 논리적사용에서 ) 이성일반의고유한원칙인지성의제약된인식들을위해그인식들의통일을완성시키는무조건적인것을찾는것임을충분히알게된다. A307/B364 그러므로이성의논리적기능은조건적인판단이주어지면그무조건적인조건을찾으라는일종의준칙 (Maxime) 에따라발휘된다. 그리고이준칙에따른이성의논리적기능의궁극적형식은일회적이성추리의형식이아니라모든조건적판단들이그아래에서통일될수있는무조건적인조건을찾아서일련의이성추리들을무한히거듭하며올라가는상향적이성추리의형식, 즉전기삼단논법 (Prosyllogismus) 4) 의형식이다. 이러한전기삼단논법은조건적인것으로부터그조건을향해올라가는이성추리를말하기때문에, 그형식은일반논리학이밝혀놓은이성추리의세가지형식들을그대로이어받아서세종류로, 즉정언적, 가언적, 선언적전기삼단논법으로구별될수있다 (Cf. A323/B379). 5) 4) 복합적추리들을이어갈때우리는, 근거들로부터결과들을향해내려가거나결과들로부터근거들을향해올라가는두가지방식들로추론할수있다. 전자는후기 ( 後起 ) 삼단논법들 (Episyllogismen) 에의해, 후자의방식은전기 ( 前起 ) 삼단논법들 (Prosyllogismen) 에의해일어난다 (Logik 9:134). 5) 좀더정확히말하자면, 조건적인것으로부터그무조건적인조건을향해거슬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의신 ( 神 ) 이념 89 이제일반논리학의관점에서파악된이성의논리적기능은초월논리학의관점에서파악되어야할이성의초월적기능을이해하기위한실마리를제공한다. 이실마리를올바로이해하기위해서는우선이성의논리적기능과초월적기능이어떻게구별되는지정확히파악해야한다. 칸트는 이성추리들에서의이성의형식적논리적수행방식이우리에게순수이성에의한종합적인식에서그것의초월적원리가의거하게될근거에관해서이미충분한안내를해준다 (A306/B363) 고말한다. 이말은, 이성의논리적기능이 형식적 인데에반해서, 이성의초월적기능은 종합적 임을알려주고있다. 이말을, 지성의논리적기능과초월적기능의구별에유비하여다시이해한다면, 이성의논리적기능은분석적통일의기능인데에반해서이성의초월적기능은종합적통일의기능임을알수있다. 6) 즉, 원리에따라다양한판단들을통일하는능력으로서이성의논리적기능이조건적인것을그조건들아래에서분석적으로통일하는기능이라면, 그초월적기능은조건적인것을그조건들아래에서종합적으로통일하는기능이라고말할수있다. 7) 실제로칸트는, 이성이어떤조건적인판단을그조건아래로논리 러올라가며이어지는일련의이성추리들은모두동일한지표 (Exponent) 에따라이루어진다. 칸트에따르면, 규칙이란보편적조건아래에서의주장 (Assertion) 이다. 이주장이저조건아래에어떻게놓여있는지, 즉이주장에대한저조건의관계는규칙의지표이다 (Logik 9:121; R3202 16:710). 저일련의이성추리들을이루고있는각각의이성추리에서규칙이란대전제를말하며, 이규칙은관계의범주에대응하는세가지지표들, 즉정언적, 가언적그리고선언적관계의지표에의해표현되고, 이세가지지표중하나에따라서결론이소전제의매개를거쳐대전제에의해규정된다. 따라서일련의이성추리들은동일한지표를공유함으로써서로연쇄적으로나아가게된다. 칸트의 지표 개념에대해서는 K. Reich, The Completeness of Kant s Table of Judgments, trans. J. Kneller/M. Losonsky, Stanford, 1992, 79~81 참조. 6) 동일한지성이더구나그가개념들에서, 판단의논리적형식을성립시켰던분석적통일을매개로한그작용을통해, 직관일반에서의잡다의종합적통일을매개로그의표상들에게초월적내용을부여한다 (A79/B105). 7) 앨리슨 (H. Allison) 이올바로지적하듯이, 여기서분석적통일과종합적통일에대한구별은분석적판단과종합적판단에대한칸트의구별과관련된것으
90 철학논집 ( 제 37 집 ) 적으로통일시킬때, 그조건적인판단의주어가그아래에포함되는어떤상위개념을찾고그주어를이상위개념아래에포섭시켜야한다고말한다. 칸트자신의예를들자면, 가이우스는죽는다 라는조건적인판단을 모든사람은죽는다 라는그조건아래에서논리적으로통일하기위해이성은우선, 이판단의주어 가이우스 가그아래에포함되는 사람 이라는상위개념을찾고, 가이우스는사람이다 라는소전제를통해전자를후자아래에포섭시켜야한다 (A322/B378). 이논리적통일기능에서핵심은저소전제에의한포섭작용이며, 논리적측면에서저소전제의포섭작용은저두표상들을논리적으로분석하고비교한결과이다. 따라서이성의논리적기능은지성의조건적판단들이그무조건적조건아래에포섭될때까지전기삼단논법의형식을따라분석적통일작용을계속이어간다. 이에반해이성의초월적기능은조건적인것을그조건들아래에서종합적으로통일해야한다. 칸트의표현을빌자면, 전기삼단논법의형식을따라연속적으로발견되는조건들의계열아래에서조건적인판단을통일할때, 일반논리학은단지각각의조건들이가져야할형식상의 보편성 (Allgemeinheit [Universalitas]) 만을고려하는데에반해서초월논리학은저연속적으로발견되는조건들의내용상의 모두임내지는전체 (Allheit [Universitas] oder Totalität) 를고려한다 (A322/B379). 따라서일반논리학에서확인되는이성의논리적기능은, 조건적인것이주어지면그무조건적조건을찾으라는논리적준칙을따라서, 조건적인판단을그근접조건의 논리적보편성 아래에서분석적으로통일해나가는데에있다. 그러나초월논리학에서확인되는이성의초월적기능은, 조건적인것이주어지면상호종속하는조건들의전계열 - 그러니까이것자신은무조건적인것인 - 도주어진다 (A307/B364) 는초월적가정하에서, 조건적인판단을그조건들의전계열의 초월적전체성 아래에서종합적으로통일하는데에있다. 그러나이성의초월적기능이수행하는종합적통일은지성의초월적기능이수행하는종합적통일과는다르다. 칸트는다음과같이말한다. 로오해해서는안된다 (H. E. Allison, Kant s Transcendental Idealism, New Haven, 2004, 154; Cf. Reich, The Completeness of Kant s Table of Judgments, 9~10).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의신 ( 神 ) 이념 91... 이성추리는 ( 지성이범주들을가지고그렇게하듯이 ) 직관들을규칙들아래에포섭하려고직관들에관여하는것이아니라, 개념과판단들에관여한다. 그러므로만약순수이성이대상들에관여한다하더라도, 그것은이것들과이것들에대한직관과직접적으로관계맺는것이아니라, 단지지성과지성의판단들과만관계맺는것이다. 이지성의판단들이감관들과, 그리고그것들의대상을규정하기위해서그것들의직관과최초로접한것이다. 그러므로이성통일은가능한경험의통일이아니며, 지성의통일인이것과는본질적으로구별된다. A306-7/B363 칸트에따르면, 감성이지성에대해서그러한것과똑같이, 지성은이성에대해서대상을이룬다 (A664/B692). 이비유적표현은이성의통일작용의대상이감성을통해주어지는직관들이아니라지성을통해주어지는개념들임을의미한다. 따라서이성이이성추리를통해분석적으로통일하는것은감성의직관들이아니라지성의개념들이다. 마찬가지로이성이이성추리의형식을통해종합적으로통일하는것은직관들의잡다가아니라개념들의잡다이다. 8) 지성이직관들의잡다를하나의대상에대한표상으로종합적으로통일한다면, 이성은개념들의잡다를하나의개념체계에대한표상으로종합적으로통일한다. 다시말해서지성이직관들의잡다를종합적으로통일할때주어지는표상은직관적구성의산물로서하나의대상에대한종합적표상이지만, 이성이개념들의잡다를종합적으로통일할때주어지는표상은개념적추리의산물로서하나의개념체계에대한종합적표상이다. 9) 실제로칸트는 종합 이라는용어를직관적구성에한정하지않는다. 칸트는 종합이라는말을가장일반적인의미에서여러표상들을서로덧붙이고그잡다함을한인식에서파악하는활동작용으로이해한다 (A77/B103). 즉, 지성과이성의종합적통일작용은잡다한표상들을하나의표상으로통일적으로파악하게한다는점에서동일하다. 그러나그차이는, 지성이감성을통해주어진잡다한표상들을하나의대상에대한표상을구성하고있는것으로통일시켜파악하는데에반해서, 이성은지성을 8) 지성이잡다를객관에서개념들에의해통일하듯이, 이성은그나름으로개념들의잡다를이념들에의해통일한다 (A644/B672). 9) 칸트에따르면 순수이성에의한개념들 은 추리된개념들 이다 (A310/B366).
92 철학논집 ( 제 37 집 ) 통해주어진잡다한표상들이하나의체계에대한표상을구성하고있는것으로통일시켜파악한다는점에있다. 지성의모든종합적통일작용의기초에놓여있는선험적인종합적통일작용의규칙으로서반성되는것이범주들이라면, 이성의모든종합적통일작용의기초에놓여있는선험적인종합적통일작용의원리로서추리되는것이이념들이다. 따라서범주들과달리이념들은그에대응하는직관이전혀주어질수없는개념들일수밖에없다. 순수지성의개념들로서범주들은지성의모든종합적통일작용의기초에놓여있는선험적인종합적통일작용의규칙들로서주어지며, 지성의감성과의선험적관계를통해그에대응하는직관을얻을수있다. 그러나이에반해순수이성의개념들로서이념들은이성의모든종합적통일작용의기초에놓여있는선험적인종합적통일작용의규칙들로서주어지지만, 이성이감성과직접적으로관계하지않기때문에, 그에대응하는직관을얻을수없다. 10) 이성이그초월적기능에의해어떤조건적판단을그조건들의전체계열아래에서종합적으로통일할때그규칙들로서주어지는개념은이조건들의 전체 를가능하게하는근거로서추리된개념이다. 그러므로초월적이성개념이란다름아니라주어진조건적인것을위한조건들전체라는개념이다. 이제무조건적인것만이조건들전체를가능하게하고, 거꾸로보자면조건들전체는항상그자체로무조건적이므로, 순수이성개념일반은무조건자라는개념에의해, 이무조건자라는개념이조건적인것의종합근거를함유하는한에서, 설명될수있다. A322/B379 지성으로부터어떤조건적판단이주어질때이성은초월적기능에의해, 그조건적판단의조건들의전체계열도함께주어지는것으로생각한다. 10) 대응하는직관이주어질수없기때문에신이념을비롯한순수이성의개념들은이론적인식을제공할수없다. 개념에대응하는직관이전혀주어질수없다면, 개념은형식상으로는사고이지만, 아무런대상을갖지않고, 그러니까그것을통해서는어떤사물에대한인식도가능하지가않 (B146) 기때문이다. 우리는이론적인식으로서초월적이념들이가지는한계에대해뒤에서다시논의할것이다.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의신 ( 神 ) 이념 93 그리고이성은전기삼단논법의형식을따라이어지는저조건들의전체계열을가능하게하는하나의개념을추리하고그개념을규칙으로삼아지성개념들의잡다를종합적으로통일한다. 여기서조건들의전체는조건적판단의무조건적조건까지포함한다는점에서그자체로도무조건적이며, 따라서이러한무조건적전체를가능하게하는것은마찬가지로무조건적이어야한다. 순수이성의개념이란바로이성의본성으로부터유래하는초월적기능의필수요소로서, 지성의조건적판단들을그조건들의전체와종합적으로통일하기위한근거로추리되어야만하는무조건적인것에대한개념이다. 조건들의전체가전기삼단논법의세가지형식들을따라이루어지는한에서, 저조건들의전체의가능성을근거짓는순수이성의개념들역시세가지종류가있을수있다. 즉, 그초월적본성에따라이성은, 전기삼단논법의각각의형식들에의거한조건들의전체를근거짓는것으로서, 첫째로주관에서정언적종합의무조건자 에대한개념, 둘째로한계열을이룬연쇄항들의가언적종합의무조건자 에대한개념, 셋째로한체계에서부분들의선언적종합의무조건자 에대한개념을가진다 (A323/B379). 이어서칸트는첫번째개념을사고하는주체로서의영혼에대한개념이자이성적심리학 (psychologia rationalis) 의대상으로, 두번째개념을현상들의총합으로서의세계에대한개념이자이성적우주론 (cosmologia rationalis) 의대상으로, 세번째개념을존재자중의존재자로서의신에대한개념이자초월적신학 (Theologia transscendentalis) 의대상으로규정한다 (A334-5/B391-2). 이로써칸트는신이념을비롯한세가지초월적이념들을 우리이성의본성으로부터주관적으로이끌어내는일 (A336/B393) 이성공적으로수행되었다고선언한다. 11) 11) 칸트는범주들의선험적기원을밝히는일을형이상학적연역이라고부른데에반해서, 초월적이념들의선험적기원을밝히는일은단지 주관적도출 (subjektive Ableitung, A336/B393)) 이라고부른다. 그이유에대한자세한설명은 N. F. Klimmek, Kants System der transzendentalen Ideen, Berlin, 2005, 7~13.
94 철학논집 ( 제 37 집 ) III. 최고실재존재자 (ens realissimum) 에대한개념으로서신이념의본성적의미 지금까지살펴본것처럼, 다른두가지초월적이념들과더불어신이념이임의적으로생각된개념이아니라이성의본성그자체로부터필연적으로생각된개념이라는칸트의입장은확고하다. 그러나우리는단지신이념의선험적기원에대한칸트의입장만을확인하였을뿐, 신이념이그러한선험적기원을통해지니게되는구체적의미는파악하지못하였다. 칸트의이론철학체계내에서신이념이가지는한계와의의를밝히기위해서우리는이제신이념의구체적의미를분명히할필요가있다. 앞서확인한바에따르면, 신이념은선언적전기삼단논법의형식에따라연쇄적으로이어지는조건들의전체를근거짓는무조건자에대한개념이다. 선언적전기삼단논법은근거로부터결과를향해올라가는방향으로실행된선언적이성추리를말하며, 선언적이성추리는그대전제가선언판단의형식을가지는추론을말한다 (Logik 9:129). 일반논리학에따르면, 선언적전기삼단논법을따라이루어지는이성의선언적추리는 논리적구분 과 배중률 에의해설명된다. 칸트가이성의선언추리를그대전제가선언판단의형식을가지는추리라고정의하는한, 이성의선언추리는어떤개념의논리적구분 (Logische Einteilung) 을전제로하고있다. 칸트스스로말하듯이, 선언판단은논리적구분에대한표상이외에다른것이아니 (Logik Bloomberg 16:277) 기때문이다. 칸트는논리적구분을논리적분해 (Logische Teilung) 와구별하여다음과같이말한다. 그러므로어떤개념을분해하는것 (teilen) 과구분하는것 (einteilen) 은매우다르다. 개념을분해함으로써나는 ( 분석에의해 ) 그개념안에포함되어있는것을보지만, 개념을구분할때나는그개념아래에포함되어있는것을고찰한다. 후자의경우에나는개념그자체가아니라개념의영역을구분한다. Logik 9: 146 ( 강조는필자 ) 칸트에따르면, 논리적분해가개념 안 에포함되어있는것, 즉개념의내포를구별하는논리적작업인데에반해서, 논리적구분은개념 아래 에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의신 ( 神 ) 이념 95 포함되어있는것, 즉개념의외연을구별하는논리적작업이다. 어떤개념의외연을구별하기위해논리적구분은그개념아래에서생각되는모든대상들의전체영역을그하위개념들아래에서각각생각될수있는대상들의영역들로나누어야하는데, 첫째로, 그하위개념들은서로반대되어야하고, 둘째로그하위개념들은모두그상위개념아래에속해야하며, 셋째로하위개념들에대응하는각각의영역들의합은그상위개념에대응하는전체영역과완전히일치해야한다. 12) 따라서칸트에게있어서선언판단은오직 배타적의미 의선언판단만을포함하고 포괄적또는비배타적의미 의선언판단을배제한다. 13) 논리적구분에대한표상으로서선언판단은, 하나의상위개념을논리적으로구분하는각각의하위개념들이 논리적인상호대립의관계 (A73/B99) 로결합되어있는판단이다. 이러한선언판단을원리로서대전제로포함하고있는이성의선언적추리는, 근거로부터결과를향해내려가는방향으로후기삼단논법을따라진행될때, 배중률에의거하여어떤개념을논리적으로규정하는데에사용된다. 이성에의한한개념의논리적규정은선언적이성추리에의거하는데, 여기서대전제는논리적구분 ( 곧, 한보편적인개념의권역분할 ) 을포함하고, 소전제는이권역을한부분까지로제한하며, 결론은그개념을이부분에의해규정한다. A576-7/B604-5 대전제를통해하나의상위개념을논리적으로구분하는두개의하위개념들이주어지면, 이성은배중률, 즉 서로모순적으로대당되는것들중어느하나를부정함으로써다른하나를긍정하거나어느하나를정립함으로써다른하나를부정하는것은타당하다 (Logik 9:130; Cf. A571/B599) 는원리에의해저상위개념을두개의하위개념들중어느하나에의해규정한다. 14) 결국일반논리학에따르면, 후기삼단논법을통해이루어지는 12) Logik 9: 146. Cf. Logik Pölitz 24:576. 또한 S. Andersen, Ideal und Singularität, Berlin, 1983, 186~187. 13) 이병덕, 논리적추론과증명, 이제이북스, 2008, 34~35. 14) 칸트에따르면 선언추리들의원리는배중률이다 (Logik 9:130).
96 철학논집 ( 제 37 집 ) 선언적이성추리의핵심은어떤개념에논리적규정을부여하여특수화 (Specifikation) 하는데에있다. 그렇다면이와반대로전기삼단논법을통해이루어지는선언적이성추리의핵심은어떤개념에특수하게부여된논리적규정을제거하여보편화 (Allgemeinmachung) 하는데에있다. 따라서조건적인판단이주어지면그무조건적조건을찾을때까지이성추리를이어가라는이성의논리적기능의준칙은, 선언적전기삼단논법의형식을고려할때, 개념의순수한형식으로서의보편성을확장하라는논리적요구의표현이다. 15) 그러나앞서살펴봤듯이원리의능력으로서이성에의해이루어지는이성추리를초월적논리학은다른관점에서고찰한다. 왜냐하면이성의초월적기능은, 특수하게조건지어진것으로주어지는개념들의보편성을무조건적보편성에다다를때까지계속해서확장해나가는데에있는것이아니라, 조건지어진개념들과더불어그조건들의무조건적인계열도함께주어진다고가정하고그것을하나의전체로파악할수있도록종합적으로통일하는데에있기때문이다. 이때종합적통일은이성의초월적기능에의해이루어지는선험적인작용으로서경험적으로이루어져서도안되고이루어질수도없다. 그렇지만칸트에따르면, 선언적이성추리와관련하여이성의초월적기능에의해이루어지는선험적종합이어떠한것인지이성의논리적기능을실마리로삼아이해할수있다. 왜냐하면선언적이성추리에서이성의논리적기능이개념들의보편성을확장시키는데있다면, 그논리적기능에의해다다르게될무조건적조건이란최고의보편성을가진개념임을선험적으로알수있기때문이다. 경험적인이성추리로부터독립적으로, 선언적전기삼단논법의형식은이성의선언적인논리적기능이궁극적으로도달하게될무조건적조건이가장보편적인개념, 즉우리가사유할수있는모든대상들을그외연으로가지고있는개념임을알려준다. 그리고그개념을칸트는 사고일반의모든대상들 (A334/B391) 에대한개념이라고말한다. 따라서이성은대상일반에대한개념을시작으로논리적 15) 모든개념에서질료와형식이구별된다. 개념들의질료는대상이고개념들의형식은보편성이다 (Logik 9:91).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의신 ( 神 ) 이념 97 구분을통해연속적으로이어져가는무조건적체계로서의전체를선험적으로생각할수있다. 16) 이말은물론, 이성이이무조건적체계를구성하는개개의개념들을모두선험적으로생각할수있다는말이아니라, 이성이그초월적기능에의해저체계를구성하는모든개념들을선험적으로종합할수있다는말이다. 즉, 저체계는사고될수있는모든대상들을그외연으로가지고있는대상일반이라는개념의논리적구분체계이므로, 그것들을하나의전체로종합한결과는곧사고될수있는모든대상들의전체체계이다. 이성의초월적기능에의해선험적으로종합되는이체계는결국이성으로하여금그체계를가능하게하는무조건자를추리하도록필연적으로인도한다. 칸트에따르면, 그무조건자는바로 사고될수있는모든것을가능하게하는최상조건을함유하는사물 ( 곧, 존재자중의존재자 ) (A334/B391) 이며, 이는곧신학의대상으로서신이다. 17) 이렇게이성의본성으로부터필연적으로추리된신이념이어떤의미를가지는지칸트는변증론 2권 3장중 2절 초월적이상에대하여 에서좀더구체적으로설명한다. 18) 칸트에따르면, 대상일반, 즉사고될수있는모든대상들을가능하게하는최상조건으로서신이념은무엇보다도 최고실재존재자 (ens realissimum) 를의미한다. 칸트는사고될수있는모든대상들중에서개별적사물들에대해생각해볼것을제안한다. 칸트에따르면, 모든개별적사물들은 완전한규정의원칙 (Grundsatz der durchgängigen Bestimmung) 에종속되며, 어떤개별적사물이실존한다는것은모든가능한실재적속성들과관련하여그사물이완전히규정되어있 16) 이무조건적전체는곧조건지어진개념에대해서선언적전기삼단논법의형식을따라발견되는조건들의전체계열과일치한다. 17) 하임죄트 (H. Heimsoeth) 에따르면, 신이념은모든대상일반의가능조건으로서추리되기때문에, 모든이성개념들중최고의이성개념 으로간주될수있다. H. Heimsoeth, Transzendentale Dialektik, Vol. 3, Berlin, 1969, 412. 18) 이절에서칸트는다른두이념과별도로신이념만의선험적기원을추가적으로설명한다. 이에대한자세한논의는 W. Hong, An Almost Neglected Aspect of Kant's Theology: the Metaphysical Deduction of the Idea of God, Bijdragen Vol. 73, No. 1, 2012, 28~54 참조.
98 철학논집 ( 제 37 집 ) 음을의미한다 (A573/B601). 따라서어떤실존하는개별적사물을생각할수있기위해서는이사물이그와관련하여완전히규정되어야하는모든실재적속성들의전체, 즉 실재성전부 (omnitudo realitatis) 를생각해야만하며, 이실재성전부에대해최고로완전하게규정되어있는 유일존재자 로서 최고실재존재자 를모든사물들의 원상 (Urbild) 이자 원형 (Prototypon) 으로전제해야만한다 (A576/B604; A578/B606). 19) 결국, 칸트가앞서선언적종합의무조건자에대한개념으로서신이념을 사고될수있는모든것을가능하게하는최상조건 으로규정했을때, 그구체적의미는바로 최고실재존재자 로서의신이다. 칸트는최고실재존재자에대한개념으로서신이념이 모든것을가능하게하는최상의완벽한질료적조건 이며, 대상들일반에대한모든사고는내용상이것에소급되어야만 하고, 따라서 그것은인간이성의능력이미치는유일한본래적인이상 으로서 초월적이상 이라고말한다 (A576/B604). 나아가최고실재존재자로서신이념의대상은, 칸트에따르면, 다른모든가능성의근원이라는점에서 근원존재자 (ens originarium) 라일컬어지며, 그것이자기위에는아무것도갖지않는다는점에서는최고존재자 (ens summum) 로, 모든것들이조건적인것으로서그것아래종속해있다는점에서는모든존재들의존재자 (ens entium) 로일컬어진다 "(A578/B606). 19) 이러한칸트주장의근본적형식은비판기이전부터, 특히 형이상학적인식의제1원리에대한새로운해설 (Principiorum primorum cognitionis metaphysicae nova dilucidatio, 1755)) 과 신존재증명을위한유일한가능근거 (Der einzige möglich Beweisgrund zu einer Demonstration des Dasein Gottes, 1763) 에서이미확인할수있다. 그러나비판기이전에칸트는동일한주장으로부터신의필연적현존을증명하고자했던데에반해서,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는단지신이념의필연성을증명하는데에그친다. 이차이에대해서는 Hong, An Almost Neglected Aspect of Kant's Theology, 48~50 참조. Cf. M. Fisher and E. Watkins, Kant on the Material Ground of Possibility, The Review of Metaphysics, Vol. 52, No. 2, 1998, 369~395; 김진, 칸트의존재신학, 칸트연구, 제1집, 칸트학회, 1995, 353~396.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의신 ( 神 ) 이념 99 IV. 이론적인식으로서신이념이가지는한계와신학적의의 그러나이렇게신이념의의미를구체적으로해명한다음칸트는이이념을 그것의본령과허용의한계 (A580/B608) 를넘어서신학적으로사용해서는안된다고경고한다. 그이유에대해칸트는다음과같이말한다. 왜냐하면이성은이이념을단지모든실재성이라는개념으로사물들일반의일관적규정의기초에두었을뿐, 이모든실재성이객관적으로주어져있고, 그자신이하나의사물을이룰것을요구하지는않으니말이다. 이하나의사물이란순전히지어낸것으로, 이것으로우리는잡다한우리의이념을한특수한존재자로서의한이상안에개괄하고실재화하지만, 우리는이에대한권한이없다. 그뿐아니라도무지그러한가정의가능성을곧바로받아들일권한조차도없다. A580/B608 칸트가여기서비판하고있는신이념의신학적사용은 이이념을실체화 (hypostasieren) (A582/B610) 하여불법적으로객관적규정을부여하는일을말한다. 칸트가신이념의선험적기원을설명하면서밝히고자한것은신이념의선험적기원과그의미일뿐이다. 최고실재존재자로서의신이념이이성의본성으로부터필연적으로유래한다는사실은신이념을객관적으로규정하여그대상에대한이론적인식을얻으려는시도를정당화하지못한다. 이미칸트는초월적이념들의선험적기원을설명하면서, 신이념을비롯한초월적이념들을실체화하여객관적으로규정하려는모든시도가불법적임을강종한바있다. 칸트는초월적이념들의선험적기원을설명한직후다음과같이말한다. 순전한초월적이념의대상은, 비록이이념이전적으로필연적으로이성안에서이성의근원적법칙들에따라생겼다하더라도, 우리가그것에관해아무런개념도갖지못하는그런어떤것이다 라고말할수있다. 이성의요구에부합한다는그런대상에대해서도실상은어떠한지성개념, 다시말해가능한경험중에서지시되고직관화될수있는그러한개념이가능하지않으니말이다. 그러나 이념에대응하는객관에관한아무런지
100 철학논집 ( 제 37 집 ) 식도 - 그에관한문제성있는개념이라면모를까 - 우리는가질수없다 고말했다면, 오해받을위험이덜하게더잘만한것이겠다. A338-9/B396-7 신이념이비록이성의본성으로부터필연적으로유래한다하더라도우리는, 적어도이론철학의관점에서는, 그대상에대한어떤지성개념도, 즉그대상에대한어떤객관적규정도가질수없다. 어떤개념을객관적으로규정하기위해필수적인감성의직관이신이념에대해서결코주어질수없기때문이다. 앞서지적했듯이, 칸트에따르면, 이성은지성과달리감성과직접적으로관계하지못하기때문에이성의초월적기능에의해발견되는모든개념들은대응하는직관없이단지개념적으로추리된표상들일뿐이다. 이표상들은이성의본성으로부터필연적으로추리되어생겨나지만, 그개념의객관적실재성이결코인식될수없는그런개념 인한에서 문제성있는 (problematisch) 개념 이다 (A254/B310). 감성과직접적으로관계하지못하는이성은감성의조건에구애받지않고경험의한계너머에있는무조건자, 즉초험적대상에대한사고로까지나아간다. 이성의초월적기능에의해필연적으로종합되는 사고될수있는모든대상들의체계 그리고이체계를위해필수적인것으로추리되는 신 은시공간이라는감성조건에제약되지않는이성이무조건적조건을추구함으로써사고하게되는초험적인것들이다. 비록그에대응하는직관이주어질수없는대상, 즉경험너머의초험적대상에대한개념이라하더라도, 이개념들을통해초험적대상들을사고하는것자체는전혀불법이아니다. 심지어우리는이개념들에대해자유롭게범주를적용하여생각할수있다. 칸트가말하듯이, 사고함에서범주들은우리의감성적직관의조건들에제한받지않고, 오히려무한정한들판을갖는것 이고, 우리가사고하는것을인식함만이, 즉객관의규정만이직관을필요로하는것 이기때문이다 (B167n.). 따라서문제가생기는것은초월적이념들에의해그초험적대상들을단지생각할때가아니라초월적이념들에의해그초험적대상들을이론적으로인식하고자할때이다. 이때우리는초월적이념들의본령과허용의한계를넘어서는불법을범하게된다. 감성적조건너머에있는대상을감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의신 ( 神 ) 이념 101 성조건하에있는것처럼규정하는것혹은감성조건너머의대상에대해단지사고한것으로부터그대상에대한이론적인식을도출하는것모두독단적으로행해지는불법적시도에불과하다. 따라서우리는한낱신이념만으로부터그대상인신의현존뿐만아니라그속성들에대해어떤이론적인식도얻을수없으며, 얻고자시도해서도안된다. 이론적인식으로서이러한한계를가짐에도불구하고칸트에게있어서신이념은한낱허구에불과한아무런소용없는개념이아니다. 우선, 잘알려져있다시피, 이론적인식과관련하여신이념은다른두초월적이념들과더불어경험적인식들을하나의체계로통일하기위해규제적으로기능한다. 칸트는다음과같이말한다. 우리가이제초월적이성개념들에대해서 그것들은오직이념일뿐이다 라고말해야한다하더라도, 우리는그것들을결코남아넘치는아무것도아닌것으로보아서는안될것이다. 이것들에의해어떤객관이규정될수있는것은아니지만, 그럼에도그것들은근본적으로그리고부지불식간에지성에대해지성을확장적이고통일적으로사용하는데규준으로쓰일수있기때문이다. 곧, 초월적이성개념들에의해지성은그의개념들에따라그가인식할것이상을인식하는것은아니지만, 이인식에서라도더좋게더멀리지도된다. A329/B385-6 칸트에따르면, 우리마음의본성으로부터유래하는모든것은그합목적적이고올바른기능을가지고있다 (A642-3/B670-1). 이성의본성으로부터유래하는초월적이념들의경우그합목적적이고올바른기능이란바로지성사용을지도하여경험적인식들에대해체계적통일성을부여하는규제적기능이다. 초월적이념들은그초험적대상들에대해아무런이론적인식도제공할수없지만, 지성사용을통해얻어지는경험적대상들에대한이론적인식들이체계적으로확장되고통일될수있는방향성을제시한다. 즉, 초월적이념들에의해그초험적대상들은경험적인식들이그를향해확장되고통일되어야하는가상의목표점 (focus imaginarius) 으로서설정된다. 즉, 지성의경험적사용의모든규칙들은이념에서의그러한대상을전제로해서체계적통일에이르고, 경험인식을항상확장해 (A671/B699) 간다. 칸
102 철학논집 ( 제 37 집 ) 트에따르면, 초월적이념들의이규제적기능은우리의경험과관련하여단지유용한기능이아니라 훌륭하고불가결한필연적인 기능이다. 이규제적기능없이우리의경험들은무의미하게흩어진한낱단편들로남을뿐, 의미있는체계로엮어지지못하기때문이다. 20) 특히그중에서도신이념은경험적인식들에대해최고의형식적통일성, 즉합목적적통일성을부여한다. 사고될수있는모든대상들의종합적체계의가능성을보장하는근거인 최고실재존재자 로서추리되는신이념은비록그자체로신에대한아무런이론적인식도제공하지못하지만, 우리가 세계내의모든정돈을마치그것이하나의최고최상의이성의의도로부터유래된것처럼보도록 만듦으로써, 우리가 목적론적법칙들에따라세계의사물들을연결하고... 사물들의최대로체계적인통일에이르는전적으로새로운전망 을가질수있게한다 (A686-7/B714-5). 하지만신이념은, 경험적인식의체계적통일이라는규제적기능과별개로, 신학그자체와관련하여서도중요한기능을가지고있다. 신이념을다루는변증론 2권 3장에서세가지방식의전통적신존재증명에대한비판을모두끝마친후에칸트는그마지막절에서최종적으로, 한낱신이념만으로부터신에대한이론적인식을이끌어내려는모든독단적시도들이불가능함을다시한번역설한다. 그러나이절을마무리하기전에칸트는다음과같이덧붙인다. 그러나이성이비록그순전히사변적인사용에서이렇게나위대한의도에는, 곧최상존재자의현존에이르는데에는훨씬미치지못한다해도, 그최상존재자에대한인식을다른곳에서퍼내올수있을경우에이성은그인식을바로잡고, 그것을자기자신및모든예지적의도와일치하도록만들고, 그것을근원존재자의개념과어긋남직한모든것으로부터, 또경험적인제한들과혼합되는것으로부터순수하게지킨다는바로그점에서매우큰효용을갖는다. A639-40/B667-8 20) 초월적이념들의규제적기능이경험의가능성과관련하여지니고있는필수성에대해서는, 홍우람, 순수이성비판 에서초월적이념들의초월적연역에대하여, 칸트연구, 제32집, 칸트학회, 2013, 295~326 참조.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의신 ( 神 ) 이념 103 신이념은그자체로신에대한어떤이론적인식도제공하지못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신학을위해그나름대로기여한다. 사고할수있는모든대상들의가능성의근거로서생각되는신이념, 즉최고실재존재자로서의신에대한개념이임의적으로구성된개념이아니라이성의본성으로부터필연적으로유래한개념인한에서, 이개념은이후에어떤방식으로든주어지게될모든가능한신학적인식들을 검열 (Zensur) 하는기준으로서사용될수있다. 물론칸트스스로지적하듯이이러한기능은신이념을사용해신의현존을증명하려는저위대한사변적시도와비교한다면단지 소극적인 기능에불과하지만, 저사변적시도가한낱불법적시도에불과하다는것을기억한다면이소극적기능은이론철학내에서신이념이가지는유일한신학적기능으로서그중요성이간과되어서는안된다 (A640/B668). 신이념이이성의본성으로부터필연적으로유래한다는것은모든인간들에게신이념이, 그들에게의식되건의식되지않건간에, 근원적표상으로서선험적으로주어져있음을의미한다. 신이념이선험적으로주어져있다는것은신이념이 주관적인우리의실존과함께심어진 (B167) 것, 즉선천적으로얻은것이라는말이아니다. 범주들과관련하여지성이그러하듯이초월적이념들과관련하여이성은이표상들을 형성하는고유의가능성을지니고있지만그가능성은경험적계기를통해비로소실현 21) 된다. 규칙의능력으로서지성이경험적계기와더불어그종합적통일의기능을선험적으로발휘할때범주들이필연적으로얻어지듯이, 22) 원리의능력으로서이성역시경험적계기와더불어그종합적통일의기능을선험적으로발휘할때초월적이념들이필연적으로얻어진다. 그리고이때범주들과초월적이념들은경험의결과물로서얻어지는것이아니라경험그자체를비로소가능하게하는우리마음의선험적요소로서얻어진다. 그러므로범주들과초월적이념들은, 칸트가말하듯이우리가그것들의존재를 의식하든말든 (B132), 우리의본성으로부터필연적으로주어질뿐만아니라우리경험의필수적요소로서주어진다. 이론철학의영역에서다른초월 21) 강영안, 칸트의형이상학과표상적사유, 서강대학교출판부, 2009, 192. 22) 이에대한자세한논의는강영안, 칸트의형이상학과표상적사유, 189~194.
104 철학논집 ( 제 37 집 ) 적이념들과더불어신이념이필연적이고필수적인요소로서주어진다면, 이성은이러한신이념의의미, 즉최고실재존재자로서의신이라는의미와합치하지않는모든신에대한사유를적합하지못한것으로평가해야해야한다. 신이념과의합치성은신에대해가능한모든인식의진리성을평가하기위한소극적이지만필수적인조건이다. 23) 최고실재존재자로서의신이념에합치하지않는신에대한모든사유는칸트의이론철학내에서허용될수없다. 최고실재존재자로서의신이념이이론철학내에서필연적으로그리고필수적으로추리되는유일한신개념이기때문이다. 나아가이론철학이외의영역에서시도되는신에대한사유도역시이론철학의신이념과합치하지않는다면허용될수없다. 이론철학에서그가능성조차인정되지않았던것에대해실천철학이가능성을인정한다면그것은모순이기때문이다. 24) 따라서 순수이성비판 의신이념은, 위인용문에서말하듯이, 신에대한다른모든가능한사유들이 근원존재자의개념과어긋나지 않도록그리고 경험적인제한들과혼합되지 않도록지켜낸다. 예를들어, 이론적관점이아닌어떤다른관점에서신에대한새로운사유가제시된다면, 신이념은저새로운사유를 필연적이고최고실재적인존재의개념으로정확히규정 하고저새로운사유로부터 최고실재성에어긋나는것 과 한낱현상들에 ( 넓은의미에서의인관 [Anthropomorphism] 에 ) 속하는것을제거 하며 무신론적이든, 이신론 23) Cf. M. Caimi, On a Non-Regulative Function of the Ideal of Pure Reason, Proceedings of the Eighth International Kant Congress, ed. H. Robinson, Milwaukee, 1995, Vol. 1, 542~544; W. Hong, The Regulative Use of Kant's Idea of God in the Critique of Pure Reason, Ph.D. dissertation, KU Leuven, 2013, 219~226. 24) 칸트가 순수이성비판 에서그가능성을부정하는신존재증명은신존재증명일반이아니라신존재에대한 사변적인모든증명들 (A638/B666) 뿐이다. 따라서사변적이지않은방식의신존재증명들의가능성은여전히허용된다. 뿐만아니라칸트에따르면그어떤가능한신학을위해서라도필수적으로요구되는 술어들의순수화된개념 은신이념을바탕으로한이론철학에서만끌어낼수있다 (A642/B670).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의신 ( 神 ) 이념 105 적이든, 의인관적이든모든대립적인주장들을배제 한다. 신에대해가능한모든사유들에대해 순수이성비판 의신이념은 이성의고정적인검열관 으로서기능한다 (A640/B668). 결론적으로칸트는신이념에대한논의를다음과같이말하며끝맺는다. 그러므로최고존재자는이성의순전한사변적사용에대해서는순전한, 그러나오류에서자유로운이상으로남는다. 그것은인간의전체인식을완결하고왕관을씌워주는개념으로, 그것의객관적실재성은이런도정에서는증명될수없지만, 또한반박될수도없는것이다. 그리고만약이결함을보완할수있는도덕신학이있다고할것같으면, 그때는앞서의단지문제성있는초월적신학은그것의불가피성 (Unentbehrlichkeit, 강조는필자 ) 을, 그것의개념을규정함으로써, 그리고감성으로인해충분히자주혼동하고, 자기자신과언제나일치하지는않는이성에대해끊임없이검열함으로써증명한다. A641/B669 칸트에따르면, 신이라는대상과관련하여신이념의객관적실재성은 아직, 즉이론철학의도정에서는증명될수없지만, 그이념자체는여전히주관적으로필연적인개념이자경험을위해필수적인개념으로서 오류에서자유로운이상 (fehlerfreies Ideal) 으로남는다. 신이념이이론적인식으로서마땅히가져야할객관적실재성을가질수없다는말은단지, 신이념이이론철학에서가능한유일한객관적인식형태인 자연인식, 즉 가능한경험에주어질수있는것 에대한인식일수없다는것을의미할뿐이다 (A635/B663). 다시말해서, 신이념의선험적기원이나필수적의미를포함하여신이념은그자체로아무런오류가없으며, 단지이론적인식으로서부족함 (Mangel) 이있을뿐이다. 이성의이론적사용의영역에서신은필연적으로그리고필수적으로사고되어야하지만, 객관적으로인식될수없다. 이러한부족함이이성의이론적사용영역에서결코해결될수없다고해도, 이성은이부족함을그대로두고볼수없다. 이성은항상완전성을추구하기때문이다. 칸트는객관적인식으로서신이념의부족함, 즉신이념의객관적실재성이이성의실천적사용영역에서메워질수있을것이라고기대하고있다. 물론이때객관적실재성은이론적인식을위한것이아
106 철학논집 ( 제 37 집 ) 니라실천적인식을위한것으로서여전히신이념만으로부터이론적인식을얻는것은불가능할터이지만, 이성의이론적사용영역에서신이념이지니는신학적필수성 (Unentbehrlichkeit) 이보다적극적으로확인될수있을것이다. 신에대한모든가능한사유들중에서부적합한것을걸러내는검열관으로서의신이념의기능은신이념의객관적실재성이확인되기전까지는필수적이지만한낱소극적기능일뿐이다. 그러나신이념의객관적실재성을증명할수있는, 예컨대도덕신학과같은것이확인된다면, 신이념은그러한올바른신학을부적합한신학적주장들로부터지켜내기위한검열관으로서기능할뿐만아니라그올바른신학이이론적바탕위에세워질수있는 토대 (A319/B376) 로서적극적으로기능할수있을것이다. V. 맺음말 지금까지우리는 순수이성비판 에서신이념이, 첫째로조건적인것을항상그조건들전체의체계에의해조건지어진것으로이해하려는이성의초월적본성으로부터나온것이고, 둘째로그개념적의미는대상들일반의체계를가능하게하는무조건자, 즉최고실재존재자이며, 셋째로감성의조건에의해제약받지않는이성의초월적본성에의해추리된신이념은그에대응하는감성적직관이결코주어질수없는문제성있는개념으로서그대상에대한어떤이론적인식도제공할수없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이이념은신학적진리가가능하기위해반드시그에합치해야하는소극적조건으로서기능한다는사실을확인하였다. 결론적으로말하면, 칸트가 순수이성비판 에서시도한전통적신학비판은모든신학의가능성자체를거부하고자하는부정적의도로부터나온것이아니라올바른신학이가능하기위한 토대를고르고견고하게 마련하고자하는긍정적의도로부터나온것이다. 그리고오직순수이성으로부터비롯된신이념에만의존하는 순수이성비판 의초월적신학은, 칸트의비판을통해서, 신에대한모든이론적인식을거부하는텅빈 문제성있는 신학으로서아무런사용가치도없이영원히배척되는것이아니라자신의 결함을보완할수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의신 ( 神 ) 이념 107 있는 다른방식의신학을기다리면서 어떤신학이라도몹시필요로하는 (A642/B670) 이론적개념들을지켜내는비록소극적이지만필수적인기능을부여받고있다. 그렇다면이제우리는 순수이성비판 이출판된이래로사람들의머릿속에오랫동안뿌리내려온칸트에대한신학적오해를바로잡을수있다. 이신학적오해의뿌리는독일의유명한시인이자비평가인하이네 (H. Heine) 에게서가장생생하게확인할수있다. 하이네는 순수이성비판 이당시독일의지식인사회에얼마나큰충격을안겨주었는지다음과같이극적으로묘사한다. 이책 [ 순수이성비판 ] 과더불어독일에서는프랑스에서시작되었던물질적혁명과놀랄만큼유사한지적혁명이시작된다. 사려깊은사상가들이라면프랑스의저혁명만큼이나이지적혁명을중요시해야한다. 이두혁명들은동일한양상을띠고발전했으며, 이둘사이에는매우주목할만한유사점들이존재한다. 라인강의양편에서우리는과거가무너지는동일한모습을목격한다. 전통에대한모든존경이거부된다. 이쪽프랑스에서모든권리가그러했듯이, 저쪽독일에서는모든사유가정당화되어야만한다. 이쪽에서는오랜사회질서의핵심으로서왕정이그러했듯이, 저쪽에서는오랜정신체제의핵심으로서이신론 ( 理神論 ) 이전복된다. 25) 하이네에게있어서 순수이성비판 은전통적가치에대한전복, 무엇보다도그가전통적인지적사유의정수 ( 精髓 ) 라고이해하고있는이신론의전복을획책한불온한서적이다. 그에따르면, 순수이성비판 의핵심적목표중하나는신존재증명을위한모든전통적논변들을반박하는데에있었으며, 이책을통해칸트는 지금까지신이라고일컬어졌던저이상적이고초월적인존재가한낱허구 임을주장함으로써 독일에서이신론을단칼에없애 버렸다. 26) 결국하이네의주장은 순수이성비판 에서신이념이란 한낱허구 에불과하며, 신이념의분석을통해칸트가시도한전통적신 25) H. Heine, Religion and Philosophy in Germany: A Fragment, trans. J. Snodgrass, London, 1882, 102. 26) Heine, Religion and Philosophy in Germany, 115; 107.
108 철학논집 ( 제 37 집 ) 학비판이란초월적존재인신을한낱이념으로환원시킴으로써신학의가능성을일체부정하고자한전복 ( 顚覆 ) 적시도라는것이다. 그러나우리가지금까지논의한것처럼칸트는신이념을한낱허구에불과한것으로제시하지도않았을뿐더러초월적존재를그런신이념으로환원시키지도않았다. 오히려칸트는초월적존재인신을한낱이념으로부터객관적으로인식하려는전통적시도가얼마나무모한지합리적반성에기초하여비판한다. 사실하이네를비롯한많은이들에게서발견되는칸트에대한저뿌리깊은신학적오해는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가어떤의도로신학비판을시도하였는지잘못파악함으로써비롯된것이다. 다시말해서칸트의신학비판을오해하고있는사람들은칸트에게있어서 비판 이란근본적으로부정적의도보다긍정적의도에서이루어진다는사실을간과하고있다. 순수이성비판 서문에서칸트가자신의시대를 비판의시대 로규정하고종교나법등등의전통적가치에대한성역없는비판이필요하다고주장할때, 그는자신의의도가전통적가치에대한존경을거부하는데에있는것이아니라오히려전통적가치에대한 꾸밈없는존경을승인 하는데에있다고분명히밝히고있다 (Axi fn.). 전통적가치로서주장되고있는것이이성의합법적권리에근거하고있는지아니면한낱월권으로부터비롯된것인지비판함으로써우리는전통적가치에대한부당한존경을거부하고합당한존경을표할수있다 (Axi-xii). 비판의이러한본래적의도에비추어본다면, 칸트의전통적신학에대한비판은전통적가치로서의신학그자체를부정하기위한것이아님을알수있다. 칸트의본래적의도는신에대한이성적논의가어떻게그리고어디까지가능한지, 즉초월적신학의가능성의 원천과범위그리고한계를규정 (Axii) 하는데에있는것이다. 칸트의신학비판은하이네가오해한것처럼신학그자체를전복시키기위한것이아니라, 신학과관련하여전통적으로이루어져온불법적시도들을반박함으로써전통적가치로서의신학에대한합당한존경의기반을마련하고자한것이다. 다행스럽게도최근에는전통적신학에대한칸트의비판을그의본래적의도에따라긍정적으로해석하려는시도가다양하게이루어지고있다. 팜
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의신 ( 神 ) 이념 109 키스트 (S. Palmquist) 는심지어 칸트의신학적이고종교적인입장들을해석하고있는많은사람들은지금, 전통적인유신론적논변들에대한칸트의비판이신학이나종교의타당성을공격하기위해의도된것이아니라신의실존을합리적으로긍정할수있는보다확실한길을준비하기위해의도된것이라는점에대해동의하고있다 고말한다. 27) 그러나칸트의본래적의도에주목하고있는이연구자들조차도 순수이성비판 에포함되어있는칸트의신학비판을긍정적으로이해하기위해서그근거는 순수이성비판 안에서가아니라 순수이성비판 바깥에서찾아져야한다고생각하고있는듯하다. 이들의공통적특징을파이어스톤 (C. Firestone) 은다음과같이설명한다. 신학적으로긍정적인칸트해석들은특징적으로, 부정적해석들과달리, 칸트의철학이신에대한담론, 신에대한사유, 그리고심지어신에대한경험을위한근거 (rationale) 를제공하고있다고주장한다. 이러한주장은 순수이성비판 그너머를그리고가끔은 1781 년전후의칸트저작을참조하지않고서는해명될수없다. 이논변들은대개칸트의철학적기획의전체에담긴의미, 흔히 순수이성비판 에천착할때에는놓쳐버리는의미를포착해야한다고강조한다. 28) 칸트철학을전체로서파악할때비로소칸트의신학적입장이온전하게드러날수있다는주장은반박의여지가없어보인다. 순수이성비판 이신학적저술이아닌한에서, 순수이성비판 에천착할때놓쳐버리게될칸트의중요한신학적입장들이많으리라는것도당연한주장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그러한이유때문에 순수이성비판 이그자체로포함하고있는신학적함축들을간과해서는안된다. 저일군의연구자들이 순수이성비판 의신학적의의를간과하는이유는, 파이어스톤에따르면, 순수이성비판 에서논의되는신이한낱 철학적유용성에의해구성된신개념이거 27) S. R. Palmquist, Kant's Religious Argument for the Existence of God? 철학논집, 제13호, 2007, 89~90 28) C. L. Firestone, Editor's Introduction, Kant and the New Philosophy of Religion, eds. C. L. Firestone and S. R. Palmquist, Bloomington, 2006, 3.
110 철학논집 ( 제 37 집 ) 나인간들이거주하고있는뉴턴의세계로부터무한히격리된채아무런철학적의미도갖지못하는신 29) 에불과하기때문이다. 그러나앞서우리가살펴본바에따르면이러한생각은또하나의오해일뿐이다. 무엇보다도 순수이성비판 에서신이념은철학적유용성에따른한낱구성물이아니다. 물론순수이성의개념들중하나로서신이념은경험적인식의규제적통일이라는철학적유용성을가진다. 그러나이념들은이유용성을위해임의적으로구성되는것이아니라이성의본성으로부터필연적으로주어지는것이다. 다시말해서신이념의철학적유용성은우리로하여금이이념을구성하게하는원인이아니라, 우리가이이념을올바르게사용함으로써얻어지는결과이다 (Cf. A642-3/B670-1). 나아가 순수이성비판 에서신개념을통해사유되는신은철학적으로무의미하지도않다. 오직이론적개념을통해서만이루어질뿐인 순수이성비판 에서의신에대한사유는신에대한객관적이고규정적인인식의원천이라는적극적의미를갖지는못하지만, 나름대로의소극적의미, 즉이후에등장할합법적인모든신학적사유의평가기준이자이론적근거라는소극적의미를가지기때문이다. 따라서칸트철학전체를바라보며칸트의적극적인신학적입장을확인하고자한다면, 순수이성비판 그너머로나아가기이전에무엇보다도먼저 순수이성비판 그자체에서제시된신이념의소극적의미를검토하는것이필수적이다. 하지만 순수이성비판 에서신이념이비록소극적이긴하지만나름대로의신학적기능을가진다는결론은우리에게분명한과제를하나남겨주고있다. 칸트스스로말하듯이신이념의이소극적인신학적의미는이후에등장할올바른신학체계의이론적기초로서 실제로 기능할때비로소적극적으로활용될수있기때문이다. 그러므로 실천이성비판 과 판단력비판 등을통해칸트스스로제시한올바른신학, 즉도덕신학이그이론적토대로서의신이념과어떤관계를맺고있는지해명되어야한다. 특히 판단력비판 에서신에대한이론적인식의대안으로서제시되는상징적인식이어떻게신이념이라는이론적토대위에서가능할수있는지밝히는일은우리에게중요한과제로남는다. 29) Firestone, Editor's Introduction,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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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 에서칸트의신 ( 神 ) 이념 113 <Abstract> Kant s Idea of God in the Critique of Pure Reason Hong Woo-Ram (Sogang Univ.) In the Critique of Pure Reason, Kant argues that the transcendental ideas of reason, including the idea of God, function as regulative principles for the systematic unity of our cognitions of experience. However, apart from this regulative function, Kant seems to endow the idea of God with an additional function in the Critique of Pure Reason, i.e., a negative function with regard to theology.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elucidate this negative function of the idea of God for theology. For this purpose, we proceed as follows: First, three transcendental ideas, including the idea of God, are pure concepts of reason which necessarily originate from the very nature of reason, and each of the transcendental ideas finds their origin respectively in three different forms of syllogisms according to which the faculty of reason manifests its nature. Secondly, the idea of God which is specifically derived from the disjunctive form of syllogisms is understood as a concept of an ens realissimum, i.e., as a concept of the supreme condition of the possibility of everything that can be thought. Finally, since the idea of God is a problematic concept whose objective reality cannot be cognized, the idea of God as an ens realissimum can never provide us with any determinate cognition on God. Nevertheless, this idea of God, insofar as being the only concept of God which necessarily originates from the nature of reason and which is in itself a faultless ideal of reason, can function as a ground of censorship with which all possible claims on God must be in accord. In short, although the idea of God cannot positively function as a source to provide any determinate cognition on God for theology,
114 철학논집 ( 제 37 집 ) it can negatively function as a ground to censor all possible claims on God which are provided by other sources for theology. Key words: Critique of Pure Reason, Transcendental Idea, God, Ens Realissimum, The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