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책머리에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이 흘렀다. 우리 사회가 성매 매여성의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0년, 2002년 2회에 걸친 화재 사건이었다. 성매매여성의 죽음에서 시작된 전국적인 반성매매운동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이란 결과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10년 간 반성매매운동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부침을 거듭해왔다. 성매매 집결지의 폐지 소식이 들리는 한편 산업형 성매매 업소의 증가와 단 속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우리나라는 미국무부 인신매매보고서 3 등급 국가에서 1등급 국가로 승격되었지만 해외 성매매 관광의 목적 국으로 질타를 받았다. 성매매 인식변화를 위해 예방교육을 제도화 했 으나 성매매 업소는 여전히 성행중이다. 성매매특별법 10년을 맞는 지 금, 지나온 역사를 되돌아보고 평가해 보다 나은 방향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성매매특별법이 갖는 의미가 무엇이며, 어떻게 정책과 활동이 진행되어왔는지 평가하고, 향후 10년의 방향을 모색해 보았다. 특집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10년을 되돌아보다>를 주제로 3개의 원 고로 구성하였다. 이나영은 성매매특별법 10년 : 새롭게 등장한 논쟁 구도와 여성인권 실현을 위한 제언 에서 성매매특별법 제정의 배경과 의의를 살펴보고, 법 제정 이후 등장한 논란과 쟁점에 대한 올바른 시 각을 제시한다. 더불어 성매매를 여성인권 실현의 측면에서 사고할 것 을 촉구한다. 김용화는 성매매처벌법 및 방지법에 대한 재고 를 통해 8
Women's Human Rights 여성과 인권 2004년 법 제정 당시 규정과 현행법의 주요 개념을 중심으로 내용과 한계점을 살펴보고 향후 입법방향을 제안한다. 성매매 근절을 위해 반 드시 법의 적극적 대처가 수반되어야 하며, 성구매 및 알선행위의 엄중 한 처벌과 성매매여성의 피해자화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김자영은 이 슈로 되돌아 본 성매매, 지난 10년간의 발자취 에서 우리사회의 주요 이슈 및 사건 9가지를 중심으로 지난 10년간의 발자취를 정리하였다. <현장에서 본 성매매방지활동>을 주제로 한 현장연구는 반성매매 활동의 역사와 평가, 향후 방향에 대해 당사자 활동가, 현장단체, 일반 인 등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보았다. 성매매경험당자사 네트워크 뭉치 의 마음으로 이어진 실타래로 시작해, 세상에 울림 있는 목소리를 낸 성매매경험당사자 운동 은 성매매방지현장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당사자 활동가가 경험한 성매매현장과 성매매방지활동을 정리하였다. 이희애는 성매매피해자 지원 활동, 그 성과와 향후 과제 을 통해 법 시행전부터 지금까지 피해자 지원활동의 변화를 되짚어보고, 효과적인 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신박진영은 성매매처벌법 시행과 성산업의 변화 에서 지난 10년간 성매매 규모 및 법률지원 과 정을 정리하고, 변화하는 성산업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 다. 마지막으로 남성들이 바라본 우리사회 성매매 를 주제로 집담회 를 개최하여 남성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성매매와 성산업에 대한 인식 을 살펴보고, 성매매 근절방안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이번 호에 소개된 논문은 멜리사 팔리(Melissa Farley)의 성매매와 자유주의 그리고 노예제 이다. 본 글에서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이 바 라보는 성매매 시각을 비판하며, 성매매 폐지론자의 접근법을 지지한 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다. 성매매는 신노예제도이자 불균형한 권력체제의 산물임을 주장하 며, 폐지의 당위성을 역설한다. 성매매방지 및 인권분야 전문가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슈&피플에 서는 유럽의회의 성매수자 처벌법 가결을 이끈 메리 허니볼(Mary Honeyball)의원과 국내 반성매매운동을 이끈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 국연대 정미례 공동대표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외에도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와 꽃을 던지고 싶다 의 주제서평과 노예 12년 영화비평을 게재하였다. 이번 호의 정보마당은 성매매 분야의 각종 통 계와 작년 한해 발간된 연구자료, 개정된 법령, 상반기 해외 동향 등 의 정보를 담고 있다.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에서는 성매매특별법 제정의 의미를 되 짚고, 지난 10년간 성매매방지활동의 흐름을 살펴보았다. 과거는 미래 의 거울이란 말이 보여주듯, 우리는 이제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 의 반성매매 활동을 예측하고 설계해 나가야 한다. 본지가 지난 10년 의 역사를 면밀히 분석, 평가하여 향후 성매매 근절 및 성매매여성의 인권향상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2014년 6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 강 월 구 10
특집1 성매매특별법 10년 : 새롭게 등장한 논쟁구도와 여성인권 실현을 위한 제언 이 나 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1. 서론 : 성매매특별법 제정의 배경과 의의 오래 걸렸다.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전 국민이 공유하기까지. 2004년 시행된 성매매특별법(보호법과 처벌법 포함, 이하 성매매방지 법 또는 성특법) 1) 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너무나 당연시했던 관습에 문제제기하게 한 첫걸음이었다. 그간 수많은 여성들이 매 맞고 착취당 하며 손가락질 받고 죽어갔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한 창녀들 에게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며, 그나마 양심 있는 소수만 동정의 눈 길을 던졌을 뿐이었다. 그들은 그냥 비가시화된 채 평생 숨죽여 지내 거나 사라지는 비체 2) 였다. 여성주의자들의 도전은 지배적인 사회적 통념과 맞서 싸우면서, 동 시에 권력관계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는 남성들에 의해 성적 폭력과 착취를 당하는 여성들을 보호하고 이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고자 하는 소박한 관점에서 출발했다. 오래전부터 현장의 여성 활동가들은 성매매가 개인의 도덕성 문제이거나 남성들의 본질적 성 1)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로 이루어져 있으며 2004년 9월 23일 시행되었다. 2) 비체(biche)는 프랑스어로 첩, 화류계 여성(demi-mondaine)을 뜻한다(편집자 주). 12
성매매특별법 10년 : 새롭게 등장한 논쟁구도와 여성인권 실현을 위한 제언 적 욕망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을 전제로 가부장제 와 남성중심적 성문화, 자본주의의 착취적인 성산업 구조에 제동을 걸 어 왔다. 더불어 인권의 차원에서 성매매여성들이 겪고 있는 피해 실 태를 공론화하고, 부정적인 사회적 낙인과 시선을 변화시키고자 노력 해 왔다. 특히 그동안 비가시화된 여성들의 경험을 드러내는 작업과 함께 진행되어 온 반성매매 여성운동은 성매매여성들을 개인적으로 타락한 윤락녀 이거나 단순히 선도나 구제의 대상, 또는 불쌍하고 나 약한 피해자가 아니라, 성차별적 사회구조와 성별화된 성적 권력의 피 해자이자, 착취적 성산업 구조의 직접적인 피해자로 규정짓게 하는데 기여하였다. 이들은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저소득층 여성들의 자발 적 선택이 어떤 의미인지 되묻고, 강제라는 것이 반드시 물리적 폭력을 동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강제/자발이라는 이 분법의 모순에도 문제제기해 왔다. 그리하여 마침내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성매매특별법 의 제정은 윤락행위방지법이 사문화되면서 집창촌의 방치, 행정적 관 리 등 국가에서 성매매를 사실상 묵인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윤락( 淪 落 )이라는 용어 자체가 스스로 타락한 여성이라는 의미로 성을 파는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판단을 포함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만연 한 성매매를 억제하고 성매매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성매매특별법은 윤락을 성매매라는 용어로 대체 하면서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들을 성매매 피해자 로 규정해 형사 처벌을 면제하고, 단순 성매매자 에 대해서는 보호처분을 원칙으로 하 며, 그동안 간과되어 왔던 제3자인 성매매알선, 권유, 유인, 강요, 장 소제공을 한 자 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성매매방지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국가 등의 책임을 강조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무엇보 1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다 성매매가 범죄행위이자 반인권적 행위임을 사회구성원들에게 각인 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여성주의자들은 뜻밖의 상황에 부 딪히게 되었다. 이미 예상되었던 남성들의 저항은 차치하고라도 생존 권을 주장하는 성매매여성들의 단식투쟁 과 지금까지 간간이 이어지 고 있는 거리 농성, 성노동 을 주장하는 여성주의자들의 등장, 풍선효 과를 주장하는 수많은 관료들과 학자들, 심지어 다른 진보단체의 활동 가들, 2012년 당사자에 의한 성매매특별법 헌법소원에 이르기까지 당 시에는 예상치 못한 복잡한 갈등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성매매는 이제 성산업과 성착취, 성구매자와 알선자의 문제가 아니 라, 여성주의자들과 여성주의자들 간의 갈등, 진보진영 내부의 분열, 심지어 중산층 여성주의자들과 성매매 종사자들 간의 의견 대립을 초래한 성매매특별법 이 문제의 핵심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주요 행위자들은 무대 위에서 빠진 채 관객으로 앉아 구경하고 있는 기이 한 형국이 야기된 것이다. 이로써 성매매는 다시 여성들만의 문제가 되고, 성매매특별법과 반성매매운동이 성을 파는 여성들을 억압하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반면, 성매매의 근본원인이자 재생산구조의 근간인 권력의 카르텔(가부장제, 자본주의, 계급주의, 인종주의, 이성애 중심 주의의 상호교차성)에 대한 비판은 설 자리가 애매해졌다. 그러는 사 이 성산업은 축소되기는커녕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었고, 한국남성들 의 해외원정 성매매, 외국여성의 국내인신매매, 한국여성의 해외인신 매매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아 왔다. 더 큰 문제는 성매매라는 용어 를 성노동 으로 전환하여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 고 이들에 대한 낙인을 줄이며 실질적인 권익을 신장하자는 주장이 성매매 합법화 주장으로 이어져 다수의 진보진영과 젊은 사람들의 동 14
성매매특별법 10년 : 새롭게 등장한 논쟁구도와 여성인권 실현을 위한 제언 조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첨예하게 엇갈리 는 주요한 쟁점들은 무엇이며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여성인권의 관 점에서 성매매를 사유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며, 우리는 반성매매 운 동을 어떻게 진전시켜야 하는가? 2. 성매매특별법 이후 등장한 논란과 쟁점 1) 풍선효과 논란 일반 국민들 사이에 가장 광범위하게 퍼진 담론은 성매매특별법으 로 인해 성매매가 축소되기는커녕 각종 신 변종 업체 등 새로운 형태 의 성매매로 확장되어 풍선효과 만 야기했다는 것이다. 실제 2002년, 2007년에 실시된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실태조사>에 근거해 성매매 추이를 살펴보면 모든 부분에서 증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성매매 여성 수는 2002년 79,012천 명에서 2007년 118,671천 명으로, 성매매 건수는 19,224천 건에서 36,337천 건으로, 성구매자 수는 2002 년 4.052만 명에서 2007년 4.134만 명으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성매매 증가현상을 놓고 성매매특별법과 성매매 증 가 간의 인과관계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는 2007년 조사결 과 김씨 성을 가진 사람들의 분포가 경상도에 많다 는 결과를 두고 김씨 성과 경사도간의 인과관계를 따지는 것과 유사하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풍선효과가 있는지도 불명확하지만, 백 번 양보해 풍선효과가 있다하더라도 성특법과의 인과관계는 불분명하다고 본다. 그러한 주장 의 근거는 첫째, 소위 신 변종 업소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인터넷 성매매보다 노래방, 유흥주점, 집결지 성매매가 여전히 수적으로 월등 1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히 많다. 둘째, 신 변종 업소의 증가 현상은 성특법이 원인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과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다각화되고 있는 산업에 의해 야기된 전반적인 사회문화적 현상과 보다 긴밀한 관계가 있다. 셋째, 질적 조사 결과, 변종형 업소나 인터넷 성매매의 구매자들 대부 분은 집결지나 겸업형 성매매 업소에서 성매매를 경험한 사람들이라 고 한다. 따라서 끊임없이 새롭게 출현하는 변종형 업소들은 집결지나 겸업형 업소의 대체물이 아니라 그것의 파생물, 즉 새로운 성매매 욕 구의 결과물이다(여성가족부, 2010). 넷째, 설령 풍선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성특법이 원인이 아니 라 구매자와 성매매업소(알선 포함)의 문제다. 전 남성의 약 50%가 성구매를 하는 현실 3) 에서 문제의 핵심은 법망을 피해서라도 성을 구 매하려고 하는 남성들의 의식과 행태, 이를 통해 이윤을 획득하고자 하는 성산업의 문제지 이를 억제하고자 성특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 마어마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수요가 없다면 어떻게 거대한 경제규 모를 가진 성산업이 존재할 수 있는가? 법이 있음에도 성을 구매하고 자 하는 남성이 없다면 성매매가 존재할 수 있는가? 성매매를 통해 착취적인 이윤을 획득하는 성산업에 대한 처벌이 미온적인 상태에서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는 자본주의 논리가 이상하게도 성매매 현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을 도외시한 채 성특법만 문제 시하며 풍선효과 운운하는 것은 결국 남성들의 성구매와 성산업을 정 당화하는 논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질문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성매매가 다양한 업종으로 확 산되고 있다거나, 성매매여성이 줄지 않고 해외로 나간다는 식이 아니 라, 한국사회에는 왜 성구매자 수와 성산업의 규모가 감소되지 않는지 3) 한국여성의전화. 2003. 성매매에 대한 대중의식 토론회 16
성매매특별법 10년 : 새롭게 등장한 논쟁구도와 여성인권 실현을 위한 제언 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어야 한다. 여성의 성적 대상화, 상품 화하는 문화, 기업에 만연한 (성)접대문화의 문제점은 무시된 채 성특 법만 거론하는 것이 결국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게 되는 것인지도 심 각하게 질문되어야 한다. 2) 성매매특별법의 위헌여부 논란 이 문제는 2013년 1월 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 4단독 오OO판사가 2012년 9월 성매매행위로 기소된 여성이 신청한 성매매특별법 제 21 조 1항 (성매매를 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 금 등에 처하도록 한) 조항의 위헌 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함 으로써 수면위로 떠올랐다. 주요 쟁점은 개인 간 성행위에 대한 국가 개입의 문제, 보호법익의 문제, 성적 자기결정권과 평등권침해의 문제, 강제/자발 구분의 필요성에 관한 것이다. 제기결정문의 요지는 법률제정 경위의 적절성과 성매매행위를 전면 적으로 금지하고자 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판단하나 성매매 여성 에게 교화가 아닌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 고 판단되며, 착취나 강요가 아닌 성인 간의 성행위는 개인의 자기 결 정권에 맡겨야 하고 국가는 형벌권 행사로써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변화된 사회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또한 해당 판사는 평등권 침해와 관련해 특정인을 위한 축첩행 위는 처벌되지 않으므로 차별이고, 성매매여성에 대한 차별적 범죄화 와 국제협약간의 충돌을 지적하면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다고 하였 다. 결론적으로 자발적인 성매도일 경우, 성매매 당사자의 성적자기결 정권과 사생활의 자유 보장이 필요하며, 성착취형 범죄와 강제적 성매 1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매만을 유지하고 자발적 성매매의 경우는 당사자 모두 비범죄화하거 나 제한적 합법화가 타당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성착취 행위로서 성매매와 개인 간의 성행위를 혼돈하고 있다. 성산업의 엄청 난 규모와 착취, 여성들의 인권침해상황, 성을 파는 여성들에 대한 사 회적 낙인, 선택권이 제한된 여성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라는 현실을 무시한 채 성매매를 마치 개인 간의 자유로운 성행위로 혼돈하면서 사회구조적 문제인 성매매 문제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자발과 강제의 이분법적 접근에 기인한다. 경제적 이유에 의 해 선택권이 제한된 사회적 약자, 저소득층 여성들의 선택은 진정 자 발적인가? 최근 문제가 된 빈곤계층의 자살행위는 이제 광범위한 사 회적 타살 행위로 인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하에 서 사회적 약자가 어쩔 수 없이 성을 팔게 되는 상황이 온전히 개인 의 자율적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는가? 성적 폭력과 성적 거래의 경 계가 불분명한 현장에서 성매매를 단순히 1:1 개인(성인) 간의 성적서 비스 행위이거나 자유로운 거래행위로 축소해서 볼 수 있는가? 선택 이라는 협소한 개념에 집중하여 3자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여성에 대 한 폭력적, 차별적, 착취적 요소는 완전히 간과되고 있다. 셋째, 성매매특별법이 성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현실을 완전히 호도하는 것이다. 실제 법집행 과정에서 성판매자가 스스로 비 자발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무죄판결을 받기 어려워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또한 포주나 업주가 성매매여성을 통제하 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하므로 일면 타당한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성특법이 성매매 여성들의 선택지를 넓히고 인권을 신장시키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고 말하며(구제, 보호, 18
성매매특별법 10년 : 새롭게 등장한 논쟁구도와 여성인권 실현을 위한 제언 탈성매매 지원 등), 무엇보다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법 자체가 아니라 법 집행력을 강화하는 것이며, 보다 폭넓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성매 매를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다. 3) 성노동 을 둘러싼 논란 성노동을 둘러싼 논의는 그간 학계와 진보운동 단체 내부에서 가장 급진적으로 확산되어 젊은 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해 왔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성노동 개념의 도입과 성매매의 합법화가 성판매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고 사회적 지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들이 선택한 주요 전략 중 하나는 그동안 나쁜 것 으로 인식되어 왔 던 매춘, 혹은 성노동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일종의 통념 뒤집기를 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성노동 논의는 합법화(성노 동)/성판매자 비범죄화(성구매자와 알선자, 업주 처벌)/불법화(현행법 강화와 유지)라는 새롭지 않은 논쟁을 재점화했다. 1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표 2> 성매매에 관한 관점의 차이와 논쟁 지형도 금지주의 (불법화, 범죄주의) 부분적 금지주의(성구매 자 처벌법) 국가규제주의 합법화 (성노동론) 비범죄화 (규제 철폐론) 인신론적 프레임 도덕주의 여성주의 (젠더차별) 자유주의 (반차별) 자유주의 성매매에 대한 관점 죄, 사회병리적 현상, 퇴폐행위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성적 착취, 젠더 간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기인한 차별의 문제 성인들 간의 자유로운 성거래, 서비스 노동, 성노동 정상적인 직업의 하나 개인 간의 성적 거래, 성적 서비스로서 성매매는 다른 합법화된 상업적 행위들과 유사하게 취급되며 특정 산업에 기반한 규제의 대상이 아님 법 적 대 응 성판매 불법 비범죄화 (성판매자는 피해자) 합법 (성노동자: 불법화하는 것은 성판매자에 대한 차별을 야기) 합법 성구매 불법 불법 합법 합법 알선업 (포주 업주) 불법 불법 합법 (부분적 규제와 통제) 불법 목표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건전한 성문화 정착, 성매매 근절(억제)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 근절, 가부장적 성문화 변화, 성매매 근절(억제) 자유로운성적거래, 성노동자의 생존권 인정, 매춘노동의 정상화를 통한 사회적 낙인 해소 자율적 성거래에 대한 국가 개입 지양 채택 국가 한국, 중국, 러시아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네덜란드, 호주 일부 주 프랑스, 이태리, 영국 현재 한국의 논쟁 지형 일부 여성주의자와 정책 입안자, 일반 국민 대다수의 여성주의자들 (최근 여성비범죄화 연대체 구성) 남성연대(보수), 일부 여성주의자, 일부 진보 남성들, 일반 국민 일부 진보 남성들 20
성매매특별법 10년 : 새롭게 등장한 논쟁구도와 여성인권 실현을 위한 제언 그러나 성매매를 일반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고 여 전히 여성은 남성의 성적욕구의 배출을 받아주는 용기 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많은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성노동의 합법화는 최대한 양보 한다 해도 임시 방편책에 불과할 뿐이다. 개인의 성적 자유와 권리, 선택과 개별적 책임이라는 명목으로 유지되고 재생산되는 착취적인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현실을 방치하고 성매매 내부의 억압과 착취 구조를 비가시화하며, 개인이 성매매가 아닌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방기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실 제 수많은 여성주의 활동가와 연구자들은 성노동이라는 단어를 사용 하지 않고도 성매매 여성의 현실과 구조적 맥락에 주목하고 이들의 인권증진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성특법에 의거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무리한 단속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성노동에 대한 주장은 노동 과 노동자 의 권리를 중요한 이슈로 제기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에 관한 (신)자유주의적 관 점과 성에 관한 남성중심적(성맹적) 관점에 토대를 둔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 남성중심적 사회 속에서 성구매자와 성산업에 대한 문 제제기 없이 성노동이라는 명명만으로 성판매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순진하거나 무지하다. 우리의 현실 은 여전히 윤방법 시대에 머물고 있으며 많은 남성들은 온정적 가부 장의 얼굴 로 국내/외에서 여성의 몸과 성을 죄책감 없이 자연스럽게 거래한다. 이때 남성 간의 거래 대상이거나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상은 취약계층의 몸과 성이다. 성매매가 합법화된 소위 몇몇 선진 국 에서조차 불법적 성매매의 증가와 성산업의 확산, 성매매 현장에서 의 강간과 폭력의 증가, 성구매자로서 남성들의 요구의 가시화, 정당 화와 더불어 초국적 인신매매의 증가가 문제시되고 있는데, 한국의 척 2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박한 현실을 간과한 성노동 담론은 세상을 변화시키기엔 너무나 무기 력하다 4). 우리사회는 여전히 성매매가 필요악 이란 관점이 지배적이다. 일반 여성들에 대한 강간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남성의 성적 욕구를 해소 할 사회의 하수구 가 필요하다는 논리(예를 들어, <남성연대>는 성욕 총량 의 법칙을 주장한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이므로 현실적으 로 폐지가 불가능하다는 입장, 경제적인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 까지 얼핏 다양해 보이나 결론은 대부분 성매매가 필요하다 로 귀결 된다. 성매매에 부정적인 입장 또한 성에 관한 본질주의 관점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모두 인간의 성적 욕구가 사회적, 역 사적으로 구성된 것이라는 사실을 무시한 채 남성의 성적욕구만을 자 연화하고, 성본능이라는 이름하에 성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논리구조에 기반한다. 성산업의 축소로 인해 국가경제에 타격이 올 것이라는 경 제우선논리 는 한국사회 성산업의 기형적인 성장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문제 삼아야 할 점은 성특법 자체가 아니라 법적 실행력이다. 현행 성특법의 처벌규정은 성구매자보다 성판매자에게 좀 더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성구매자에 대한 낮은 기소율, 법 적용 의 일관성 결여가 두드러진다. 2007년부터 3년간 피의자 신분의 성매 매 여성 중 실제 기소로 이어진 비율은 23.2%였지만, 성구매 남성의 기소율은 17.3%에 그치고 있다. 초범일 경우, 존스쿨 이수 조건부 기 소유예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동일한 조건의 사안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단순 기소유예에 그치거나 약식명령을 청구한 사례도 있어 4) 이나영, 2009. 여성주의 성노동 논의의 재고, 경제와 사회 ; Mary L. Sullivan, 2007. Making Sex Work: A Failed Experiment with Legalized Prostitution. North Melbourne, Vic: Spinifex Press 등 참고. 22
성매매특별법 10년 : 새롭게 등장한 논쟁구도와 여성인권 실현을 위한 제언 일관성마저 결여되어 있다. 게다가 성판매자에 대한 무죄 인정의 가능 성은 극히 희박한 것이 현실이다(경찰청, 2013년 내부자료). 이런 상황에서 성노동의 합법화는 여성의 성노동권을 인정하는 듯 보이지만 남성의 자연적인 성적 욕구에 기반한 성매매는 불가피한 것 이라는 관점에 타의든 자의든 동조하면서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의 전유를 인정하고 성산업의 확장에 정당한 논리구조를 제공한다. 노동 이라는 가장 진보적인 주장의 외피를 입고 가장 퇴행적이며 여성억압 적인 공창제 를 주장하는 것은 슬픈 역설이 아닐 수 없다. 3. 나가며 : 여성인권 실현을 위한 포괄적 제언 흔히 스스로를 진보 라 지칭하는 사람들, 그리고 여성주의자 라 정 체화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그만두고 성매매특별법 의 제정 배경 및 의의를 재확인하면서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반성매매 관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법적 실효성을 제고하는 일 뿐만 아 니라 성매매와 연관된 국가의 근본적인 책임을 보다 강조해야 한다. 국가는 사회적 약자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착취, 폭력과 낙인의 굴레 를 덜어내야 할 책무를 가지며,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조건형성을 국가에 요구할 권리가 있다. 유엔인권협약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 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5) 은 1조에서 여성차별이란 5)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줄여서 여성차별철폐협약은 유엔총회 가 1979년 12월 18일 채택했다. 여성차별철폐협약은 20번째 비준서가 유엔 사무총장에 게 기탁된 1981년 9월 3일부터 효력을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1984년 12월 27일 이 협약 을 비준하였고, 1985년 1월 26일부터 시행되었다. 2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시민적 또는 기타 분야에 있어서 여 성이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누리는 것을 저해하는 모든 형태의 구별, 배제 혹은 제한을 의미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1995년 제4차 세 계여성대회에서 채택된 북경행동강령 6) 은 여성의 임파워먼트를 위한 국제적 아젠다로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공, 사 영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남녀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바꾸어 인권을 증진하고 사 회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며 여성에 대한 폭력 의 문제를 중시하고 있 다. 성매매는 바로 국제적 차원에서 여성들의 기본적인 자유와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고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해소하고자 하는 여성인권의 핵심적 실천 영역이다. 그러므로 여성주의자들의 역할은 남성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득권층이 외면했던 약자들의 고통에 주목하고 이들의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다. 차별, 학대, 착취, 비윤리적 행위를 포착하고 드러내어 권력층이 이를 잊지 않도록 하는 것, 이를 통해 보 다 나은 사회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 그러므로 성특법이 아니라, 신자 유주의 시장경제체제에 굴복한 기업국가가 야기한 리스크의 부정적인 결과를 사회적 약자들에게 떠넘기는 방식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성매매는 섹슈얼리티의 단순한 일대일 교환관계이거나, 성적욕망을 충족시키는 사용가치가 아니라 젠더불평등의 효과이자 이를 유지, 재 생산하는 제도이다. 또한 섹슈얼리티, 나이, 계급, 민족, 인종 등의 문 제가 얽힌 포괄적인 권력관계(기반이자 결과)의 문제이며 이에 기인한 착취와 폭력의 문제다.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유지되고 재생산 되는 성별, 인종, 소수자, 약자의 관점에서 성매매를 재사고하고 개입 6) 북경행동강령은 여성과 빈곤, 여성과 경제, 여성의 교육과 훈련, 여성과 건강, 여성에 대한 폭력, 여성인권, 여성과 무력분쟁, 권력구조 및 의사 결정과 여성, 여성발전을 위 한 제도적 장치, 여성과 매체 여성과 환경, 여아동과 소녀 등 12개의 영역을 중심으로 전략 목표를 설정하고 행동 지침을 명기하고 있다. 24
성매매특별법 10년 : 새롭게 등장한 논쟁구도와 여성인권 실현을 위한 제언 할 필요가 바로 여기서 대두되는 것이다. 누가 누구와 거래하고, 누가 이윤을 획득하는가? 이때 누가 주로 거래의 대상이 되며, 심지어 차별 과 폭력, 착취의 대상이 되는가? 성매매에 관련된 어떠한 법도 완벽하지 않다. 아니 어떠한 법도 특정 범죄행위를 완벽하게 근절할 수 없다. 결국 법은 어떤 국가로 갈 것인 지에 대한 국민의 의지와 비전을 반영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최소 한의 장치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역할은 차별이 발생하는 곳에 주목하 고 차별받는 자들을 보호해야 함은 물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구조와 이를 뒷받침하는 인식에 대한 변화를 지향하는 것, 그리하여 국민들이 보다 예측가능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 는 것이다. 한 사회의 이상은 그 사회의 일상적 활동들 속에서 확인되 고 반추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의 할 일은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와 국 가의 이상을 다시 정립하고 성매매를 여성인권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재사고하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실천에 동참하는 일일 것이다. 25
특집2 성매매처벌법 및 방지법에 대한 재고 1) 김 용 화 (숙명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1. 서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매매는 음성적인 사회적 관행으로 비록 적 극적으로 권장되지는 않았지만 사회의 필요악이라는 이유로 용인되어 왔다. 인류의 역사와 그 시발점을 같이 한 성매매는 그간 윤락, 매춘, 매매춘, 성매매 등으로 불려왔고, 현대사회에서는 또 하나의 성범죄로 서 인식되면서 이를 근절시키기 위해 국내외적으로 입법과 정책이 공 유되고 있다. 그러나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 성매매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 남성의 성욕을 분출하기 위해 성매매가 필요하다는 주장, 그리 고 성인간의 자율에 의한 성매매는 범죄가 아니다라는 주장 등 성매 매 합법화에 대한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반면, 성매매를 또 하나의 성범죄로 보는 시각은 성매매, 즉 성매매여성과 성구매자, 그리고 성 매매여성과 성매매알선자, 성매매여성과 인신매매자, 성매매여성과 성 매매업주 및 광고업자, 성구매자와 성매매업주 및 광고업자, 알선자 그리고 인신매매자 등의 관계에서 볼 때, 성매매여성(성판매자)과 성 구매자 및 알선자등과의 관계는 불평등할 뿐 아니라 그 자체를 범죄 로 여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성매매가 합법화되든 비범죄화되든 성매 1) 본 글은 성매매여성의 탈성매매지원방안에 관한 연구 및 성매매 근절을 위한 입법적 정책적 대안, 그리고 다양한 성매매관련 연구의 일부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기술하였다. 26
성매매처벌법 및 방지법에 대한 재고 매여성에 대한 폭력과 착취 그리고 수치심, 사회적 고립은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시장체제는 공급이 아닌 수요에 의해 형성 유지된다. 성매 매로 대표되는 성산업(향락산업)은 불법적이고 범죄적임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성구매자의 수요로 인하여 성매매여성이 다양한 방식으로 공 급되고 있다. 최근 유엔은 성구매 행위를 강간과 같은 범죄라고하며, 성구매에 따른 수요가 성매매를 지속시키는 원인임을 천명하였다. 성 구매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성이 여성과 아동의 성을 사고 착취하 는 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양)성 평등은 이루어질 수 없다. 현재 성매매에 대한 입법정책은 성매매 금지, 제한적 허용이 대부분 이고, 제한적 허용 또는 완전 허용을 하는 국가조차 금지주의로의 입 법화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성매매를 허용하고 있는 국가에 서 성매매를 매개로 한 조직범죄, 불법성매매업소 확산, 인신매매, 성 매매여성의 인권침해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입법방 향을 선회하고 있다. 이는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할 수 있었던 다양한 내용들이 결국 성매매를 통해 성적 착취를 가능케 했던 궁색한 변명 임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 공동체에서 법적으로 사적자치, 계약자유의 원칙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공공복리, 질서유지를 위해 이러한 기본권은 최소한으로 제한할 수 있음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으며, 이는 법 이전에 도덕과 윤리적 규범을 지키고자하는 것이다. 인간의 섹슈얼리티(sexuality)를 노동으로 또는 물건으로 치부하는 것 은 인간의 존엄성에 전면 배치된다. 다원화, 다양화되는 현대사회라 할지라도 인간 존엄의 가치는 반드시 지키고 유지되어야 한다. 성매매 에 대한 처벌 및 방지에 관하여는 이미 법이 제정 시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성매매가 증가하는 이유는 법의 타당성이나 실효성의 문제라 2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기보다는 소극적인 법집행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리 형법은 성매매, 즉 음행매매에 대한 직접적인 금지규정 없이 음행매개(형법 제242조)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한 경우(형법 제288조) 등 성매매알선 등만을 범죄로 규정한다.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등방지법 은 윤락행위방지와 윤락 여성의 선도를 목적으로 44년간 법으로써 존재해 왔으나, 2000년, 2002년 감금된 성매매여성들의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이들의 인권문제 가 제기되면서, 동법의 법적 실효성이 논란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우선적으로 성매매업주 및 알선자에 대한 강력한 처 벌과 성매매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법과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에 그간 거의 사문화되었던 윤락행위등방지법 을 2004 년에 폐지하고,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이하 성매 매처벌법이라 함)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성매매방지법이라 함, 또한 이하 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방지법을 성매 매특별법이라 함)을 제정하여 2014년 현재 시행 10년이 되었다. 성매 매특별법의 법적 타당성 및 실효성은 규정 보완과 함께 실질적인 집 행력이 있어야 한다. 본 글은 성매매특별법의 제정시 규정과 현행법을 주요 개념 중심으로 비교분석하여 그 내용과 한계점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향후 입법방향에 대하여 제안하고자 한다. 28
성매매처벌법 및 방지법에 대한 재고 2. 성매매처벌법 및 방지법의 내용 및 한계점 1) 성매매처벌법 (1) 제 개정의 배경 동 처벌법은 성매매 공급자와 중간매개체를 차단하기 위하여 성매 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처벌하고, 성매매알선 등 행위로부터 취득한 금 품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은 몰수 추징하도록 하는 등 성매매알선 등 행위와 성매매의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제정되었다. 동 처벌법은 2004년 제정이후 7차례의 개정이 있었는데, 일부개정은 2 회, 5회는 타법개정이었다. 일부 개정의 주요내용은 2005년, 종전의 규 정이, 판사는 성매매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보호처분이 필요할 때에 는 지원시설에의 감호위탁처분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감호위탁 을 수행할 지원시설의 인적 물적 지원이 미비함으로 현실성이 떨어져 지원시설 운영상의 혼란이 초래될 수 있고, 지원시설의 입소를 강제함 으로써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하여 감호위탁처분 내용을 삭제하 였다. 이후 2011년, 규정체계 정비 등 일부개정이 있었다 2). 특히 2013 년 타법인 형법개정에 따라 동처벌법상 성매매목적의 인신매매에 대 한 처벌규정이 삭제되었다. 그 외에는 특별한 개정 없이 현재에 이르 고 있다. 제 개정을 통한 동 처벌법의 구체적인 입법목적은 성매매 강요행위 나 성매매알선 등의 행위에 대한 단속 및 처벌 강화로 성매매를 근절 하고 성매매피해자의 인권보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성매매 근절 및 2) http://www.law.go.kr/lsrvsrsnlistp.do?lsiseqs 2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성매매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성매매알선 등의 행위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전제가 되는 성구매 행위에 대한 제재 및 처벌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동 처벌법의 성구매 행위 에 대한 규정은 폐지된 윤락행위등방지법 규정과 동일한 처벌규정 만을 두고 있어 소극적인 입법이라는, 그리고 이에 따른 행정 역시 소 극적 행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성매매알선자 등에 대한 엄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수요를 차단하지 않고는 궁극적으로 성매매 를 근절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수많은 연구와 현장에서 탈성매매를 지 원하고 있는 이들 그리고 성매매피해자 등의 공통된 입장이다. (2) 주요내용 제정당시 동 처벌법의 주요내용은 첫째, 누구든지 성매매, 성매매알 선 등 행위,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 성을 파는 행위를 하게 할 목적 으로 타인을 고용 모집하거나 성매매가 행하여진다는 사실을 알고 직 업을 소개 알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다. 둘째, 위계 위력 그 밖 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자 등 성매매피해자의 성매매는 처벌하지 않고, 동 처벌법에 의한 범죄를 신고한 자 또는 성 매매피해자를 조사하거나 증인으로 심문하는 경우 관련법의 규정을 준용하여 신고자 및 피해자를 보호하도록 한다. 셋째, 신고자 등을 법 원에서 증인으로 신문하거나 수사기관이 조사하는 때에는 신뢰관계에 있는 자를 동석하게 할 수 있도록 하며, 청소년이나 의사능력이 없는 자 등의 경우, 신청이 있는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동석을 허 용하도록 한다. 넷째, 법원은 신고자 등의 사생활 보호 또는 신변보호 등을 위하여 결정으로 심리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한다. 다섯 30
성매매처벌법 및 방지법에 대한 재고 째, 성매매알선 등 행위를 한 자가 성을 파는 행위를 하였거나 할 자 에게 가지는 채권은 계약의 형식이나 명목에 관계없이 무효로 하고, 그 채권을 양도하거나 그 채무를 인수한 경우에도 이를 무효로 하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성을 파는 자의 채무불이행사건을 수사할 때 당해 채권이 불법원인 채권인지 여부를 확인하여 수사에 참작하도록 한다. 여섯째, 외국인 여성이 동 처벌법에 규정된 범죄를 신고하거나 외국인 여성을 성매매피해자로 수사하는 때에는 당해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거나 공소를 제기할 때까지 출입국법상의 강제퇴거명령이나 보 호의 집행을 유예하도록 한다. 일곱째, 판사는 성매매를 한 자에 대하 여 사회봉사 수강명령, 특정장소나 지역의 출입금지, 보호관찰, 감호위 탁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되, 사회봉사 수강명령은 100시간을, 다른 보호처분의 기간은 6월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다. 여덟째, 성매 매강요 또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를 할 목적으로 단체 또는 집단을 구 성하거나 단체 또는 집단에 가입한 자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 률 의 예에 의하여 처벌하도록 한다 3). 이와 함께 성매매 업주 및 알 선 광고자 그리고 장소제공자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성매매범죄수 익을 전액 몰수 추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주요개 념에 대한 내용과 그 한계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성매매 인신매매 금지 및 성매매에 의한 착취금지에 관한 협약 은 타인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성매매를 목적으로 성매매여성의 동 의여부와 관계없이 소개하거나 유혹 또는 유괴하는 자, 그리고 합의여 부에도 불구하고 성매매여성을 착취하는 자에 대하여 처벌하도록 규 3) http://www.law.go.kr/lsrvsrsnlistp.do?lsiseqs 3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정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협약은 성매매를 성매매여성의 동의/선택과 관계없이 성구매 행위와 성매매알선 등의 행위를 범죄로 규정한다. 동 처벌법은 성매매를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 약속하고 성교행위 및 유사성교 행위를 하거나 그 상대방이 되는 것으로 규정한다. 인간의 성(Sexuality)은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 으로, 성구매자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성적 서비스의 여하한 거래는 범죄로 규정한다. 한편 성매매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성교행위, 유사성교 행위가 실제로 있어야 하는데, 성구매자의 자백 없이 이를 증 명하기는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수사/단속시 대부분의 성구매자는 혐의를 부인하거나 증거불충분으로 처벌을 면하게 된다. 그 러나 성매매여성은 성판매 혐의를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적 처벌과는 별개로 성매매여성은 성매매장소에 있었던 사실만으로 범죄자 로서 신변이 확보되나 성구매자의 경우 증거나 자백이 아니면 이를 인 정하기가 어렵다. 이는 동 처벌법에서 성매매, 특히 성구매 미수범에 대 한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기왕의 아동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 률 에서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구매를 하는 자에 대하여 - 미수( 未 遂 ) 4) -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데, 아동 청소년 대상만으로 제한하지 말 고, 대상에 관계없이 성구매의 모든 미수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 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는 성구매 미수범을 처벌하고 있다. 반면, 성매매 범주를 확대하자는 주장 5) 도 있는데 이러한 주장도 타당성이 있으나 성 매매, 즉 성교행위, 유사성행위 등의 구매행위에 대한 미수 및 기수 행 위에 대한 처벌, 그리고 성매매알선행위 등에 대한 처벌을 실제적으로 집행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4) 법률용어로 범죄를 실행하려다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일을 뜻한다(편집자 주). 5) 정미례, 성매매방지법 시행 8주년 정책토론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2012, 13면 참조. 32
성매매처벌법 및 방지법에 대한 재고 2 성매매피해자 동 처벌법에서는 이전법과는 달리 성매매피해자를 규정한다. 즉 위 계 위력,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자, 업무 고용, 보 호 감독하는 자에 의하여 마약 등에 중독되어 성매매한 자, 청소년, 심신미약자, 장애자로서 성매매하도록 알선 유인된 자, 성매매 목적으 로 인신매매 당한 자로 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성매매피해 자 - 비자발적 성매매여성 - 로 보아 이들의 성매매(성판매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 그 외의 성매매여성 - 소위 자발적 성매매여성 - 은 이전법과 같이 범죄자로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 처벌법 제 10조에서 성매매여성에 대한 불법원인으로 인한 채권을 무효로 하고 있어 - 대부분의 성매매여성이 성매매업소 유입시 뿐만 아니라 유입 이후 알선자 등에 의한 불법적인 선불금, 대여금 등으로 관계가 유착 되어 있다 - 이는 성매매여성의 성매매 유입 자체가 비자발적인 것을 전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 처벌법에서는 자발적/비자발적 성매매여성을 구분하여 비자발적 성매매여성만을 성매매피해자로 보고 있어 규정 간에 모순이 있다. 더욱이 성매매여성을 자발적/비자발적으로 구분하 여 피해자/범죄자로 구분하여야 한다면, 그 기준은 성매매여성이 업소 에 유입당시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하였는지가 아니라 성매매과정에서 성매매여성을 억압하고 강제하기 위한 폭력(정신적 육체적)과 착취가 있었는지 여부다 6). 그러나 동 처벌법에서는 정신적 폭력의 행태나 착 취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의가 없다. 다양해진 성매매 유형 속에서 성 매매여성에 대한 물리적인 폭력이나 감금, 협박의 경우보다는 심리적, 6)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매매방지법상 성매매피해자에 관한 연구, 2005, 83면 참조. 3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정신적 폭력이나 사기 또는 경제적 강제력 등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 을 감안하면, 단순히 외형적 폭력이나 감금 등으로 성매매여성을 자발 적/비자발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법논리라 할 것이다. 또한 성매매의 속성상 성매매여성에게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기 때 문에 - 기대불가능성( 期 待 不 可 能 性 ) - 책임이 조각되므로 처벌이 면 해져야 한다 7). 이들은 신체적 심리적 강요행위로 인하여 성매매를 거 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 성구매자는 자신의 우월 한 경제적 지위를 이용, 성매매여성의 신체를 타인의 처분에 맡기도록 강요하였다는 점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8). - 이러한 강요행위는 외형적으로 표출되는 경우도 있지만 심리적 기제로 작동 하기 때문에, 외형적 상황만을 가지고 자발적 또는 선택이라고 보는 것은 명백한 편견이다. 어느 누구도 성매매를 자신의 직업으로 선택하 는 경우는 없다. 자발적 성매매여성이라는 말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타인의 성적 서비스 도구가 된다는 것은, 그것이 설령 외형적으로 성 인간의 자율적인 매매라 할지라도 이는 폭력의 한 형태이다. 대등한 관계에서 매매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성매매는 결혼이 나 사회적으로 구성된 sexuality처럼 외형적으로 여성이 동의하게끔 만든다 9). 그렇기 때문에 성매매여성 모두는 성매매피해자인 것이다. 이들은 성구매자, 성매매알선자 등에 의해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한 다. 진정한 선택은 행위자가 명백한 대안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하다. 7) 책임사유는 적법행위의 기대불가능성이라는 기본사상에 근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대가능성이론은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책임이 조각된다. 대법원이 어로작업 중 납북되어 북한지역에서 한 찬양 고무행위는 살기 위한 부득이한 행위로서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기대불가능성을 일반적으로 책임조각사유로 인정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재상, 형법총론, 박영사, 337-339면 참조). 8)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매매방지 종합대책 및 전략적 추진방향 개선연구, 2007, 29면 참조. 9) 김용화, 성매매여성의 탈성매매 지원방안에 관한 연구, 성균관법학 제22권제3호, 2010, 47면 참조. 34
성매매처벌법 및 방지법에 대한 재고 성매매여성의 선택이 진정한 선택인가? 어떤 여성이 성매매를 진정한 선택으로 할 수 있을까? 어느 여성도 성매매를 비롯한 여하한 성착취 의 조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법은 외형적으로 선택한 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성매매여성의 피해자여부는 수사과정에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결정하도록 규정된다. 성매매에 대한 이해없이 다른 범죄와 같이 취급 한다면, 성매매여성은 성매매피해자로 인정되기 보다는 자발적 성매매 여성으로서의 지위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성매매 수사 지침 내지 가이드북의 제공과 정기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이 수사를 전담하는 담 당자에게 요구된다. 3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 범죄 구성요건인 인신매매, 폭력, 감금 등 이 있는 경우에 동죄로 처벌되기 때문에 그 해석이 엄격하여 처벌대 상이 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즉 외형적인 물리적 폭력이 동반되거나 감금되거나 협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매매를 목적으로 인신매매 된 성매매여성의 경우, 물리적인 폭력이나 감금, 협박의 경 우보다는 심리적, 정신적 폭력이나 사기 또는 경제적 강제력이나 사회 적 권력관계에 의해 발생되기 때문에 단순히 외형적 폭력이나 감금 등으로 나타나는 현상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소극적인 법률 해석이다. 따라서 그 성매매목적의 인신매매의 범위확대 및 구성요건에 대한 구 체적인 규정마련이 필요하다. 한편, 동 처벌법 제18조 제3항 제3호에서 규정한 성매매 목적의 인 신매매에 대한 처벌조항(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은 지난 2013 년 4월 5일 형법개정에 따라 삭제되고, 개정형법 제289조 제3항에 노 3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동력 착취, 성매매와 성적 착취, 장기적출을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로 편제되었다. 그러나 형법에 신설된 유사한 성매매와 성적 착취에 대한 양형은 동 처벌법 의 양형보다 지나치게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형법 제289조 3 항에서 노동력 착취, 성매매와 성적 착취, 장기적출의 범죄를 병렬적 으로 제시하면서 동일한 형량을 적용한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개 정된 형법의 동조문은 국제연합 국제조직범죄방지협약을 보충하는 인 신 특히 여성과 아동의 매매방지 및 억제를 위한 의정서(Protocol to Prevent, Suppress and Punish Trafficking in Persons, Especially Women and Children, supplementing the UN Convention against Transnational Organized Crime) 10) 의 인신매매에 대한 정의, 즉 위 협, 사기, 속임, 힘의 남용, 취약적 상황, 금품 또는 이익을 주고받는 것 등의 방법으로 다른 사람에 대해 힘을 가지고 있는 자의 동의를 얻어 착취의 목적으로 사람을 보충, 운송, 이동 또는 수령하는 것, 그 리고 착취는 최소한 다른 사람들을 성매매에 이용하거나 다른 형태 의 성적 남용, 강제된 노동이나 서비스 또는 노예소유와 비슷한 행동 또는 장기제거 등을 포함한다 11). 라는 국제협약 규정과 유사하다. 인 신매매의 범주가 동 국제협약과 유사한 것은 무방하나, 범죄 성격이 다른, 노동력 착취나 장기적출 그리고 성매매와 성적 착취에 대한 형 량을 동일하게 한 부분은 입법적 고려가 필요하다. 특별법의 일부조항 을 일반법내로 편제하여 규정한 것은 신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입법 적 노력의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이미 특별법에서 중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을 폐지하고 그보다 낮은 양형으로 규정한 것은 성매매목적 10) 우리나라는 현재 이 의정서를 비준하지 않고 있어, 유엔으로부터 비준 권고를 받고 있다. 11) 여성부, 여성폭력종식-담론에서 행동으로-, UN사무총장 보고서, 여성부, 2008, 70면 참조. 36
성매매처벌법 및 방지법에 대한 재고 의 인신매매에 대한 범죄성을 낮게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동조로 처 벌된 예가 없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떠한 경우라도 동일한 범죄 의 처벌형을 낮게 규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우며, 특별법의 제정의미 를 퇴색시켰다할 것이다. 또한 동 처벌법에 범죄로 규정하면서 이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지 않는 것은 법체계상 문제가 있다할 것이다. 4 불법원인으로 인한 채권무효 동 처벌법 제10조의 불법원인으로 인한 채권무효는 윤락행위등방 지법 에서도 규정되어 있었다. 성매매알선자 등이 성매매여성에게 선 지급한 선불금의 채권효력을 무효화한다는 규정이다. 동 처벌법이 제 정된 직후, 선불금 관련 사건에 대한 경 검, 법원의 적극적 판단이 다 수였으나, 최근 선불금의 지급방식이 변화함에 따른 것인지, 이에 대 한 판단이 소극적이다. 최근 성매매알선자 등은 선불금을 단순히 개인 간의 대여금 형태로 보이기 위하여 성매매피해자 등을 제2, 제3금융 권, 사채업자에게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즉 불법원 인채권이 무효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성매매피해자 등에게 주는 선불금이 다양한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데, 제2, 제3금융권, 사채업자 등이 성매매알선자 등과 연계하여 성매매피해자 등에게 대출금(실제 적인 선불금)을 교부하고 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이들에게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성매매알선자 등과 같은 행위를 통해 이익을 편취한다. 즉 대출받는 성매매피해자 등에게 성매매를 시키고 이자와 원금을 납 입하게 하는 등의 역할을 성매매알선자 등이 하고 제2, 제3금융권, 사 채업자는 높은 이자를 받음으로써 이들은 사실상 성매매알선자 등과 공범적 관계에 놓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법적으로 증명하 기엔 한계가 많아, 무혐의 처분 및 기소 유예와 중지 등의 처벌에 그 3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치는 경우가 많다 12). 따라서 제2, 제3금융권, 사채업자의 행위도 불법 원인으로 인한 채권으로 보아 성매매피해자 등에게 상환의무를 면하 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불법원인으로 인한 채권 무효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우선 채권무효 범주를 성매매여성들의 성매매행위와 관련한 채무관계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탈성 매매를 원하는 성매매여성들에게 선불금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음 을 홍보 내지 교육시키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안이 강구되지 않으면 탈성매매여성은 또다시 선불금이라는 유혹에 넘어가 성매매에 재진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13). 5 성매매알선 등 동 처벌법에서 성매매알선 등의 행위는 성매매를 알선, 권유, 또는 강요하는 행위, 성매매의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 성매매에 제공된 사 실을 알면서 자금, 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그러 나 성매매업소에 대한 온라인 오프라인에서의 광고행위, 그리고 그러 한 광고물이나 광고가 게재된 출판물을 배포하는 행위 등은 성매매알 선 행위임에도 누락되어 있다. 이미 성매매알선 등의 행위에 대한 처 벌과 광고행위 등에 대한 처벌내용이 동 처벌법 제19조 및 제20조에 서 동일한 형량으로 규정되어 있으니, 이러한 행위 역시 성매매알선 등의 행위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급증하고 있는 바,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광고 등을 하는 행위 역시 성매매알선 행위인 것이다.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는 성매매관 련 광고지, 인터넷상 광고 등은 대상도 장소도 불문하고 있기 때문에 12)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앞의 보고서, 91면 참조. 13) 관계부처합동, 성매매방지 종합대책, 여성가족부, 2007, 37면 이하 참조. 38
성매매처벌법 및 방지법에 대한 재고 이는 직접적인 장소나 건물 제공 등과 형태를 달리할 뿐 그 범죄성은 동일하다할 것이다. 또한 성매매알선 등에 제공되어 단속된 무허가, 비등록 업소에 대한 행정처분과 불법건축물 및 국유지 점유 업소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처 분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리고 인터넷 성매매의 단속을 위하여 경 찰청 사이버 수사대의 인적 물적 지원을 확대하고, 신 변종 성매매업 소에 대한 단속의 강화와 함께 특히 신고보상금제 등을 확대하여 성 매매를 예방 근절하도록 하여야 한다. 경찰인력만으로는 온라인 오프 라인상의 성매매를 단속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민신고제 등 을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시행령이나 시행규 칙에 그 절차와 관계기관과의 업무 공조에 대한 방법 등을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6 성구매자 현실적으로 성매매는 남성 소비자 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 성의 의지, 여성의 선택 또는 여성의 성매매여성이 될 권리 라는 것에 여론이 집중되면서, 성구매자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성매매가 존재한 다는 근본적인 요인이 논쟁에서 빠지게 된다. 그러나 성매매가 존재하 는 첫 번째 이유는 성구매자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며 성산업은 시장 의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여성의 몸을 공급하면서 인신매 매에서 성매매 업소에 이르기까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14). 그럼에 도 불구하고 성매매 근절에 대한 입법적 정책적 논의에 있어서 성구 매자는 가장 마지막에 다루어진다. 성매매의 대부분 구매자가 남성이 고 판매자가 여성임을 감안하면 형식적 동의에 의한 거래일뿐 실질적 14) Kathleen Barry, 정금나외 역, 섹슈얼리티의 매춘화, 삼인, 2004, 62면 참조. 3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으로는 일방적인 성착취 행위이다. 성매매는 비공개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즉 구매자는 익명성을 유지하면서 성매매여성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선택한다. 따라서 성매매는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 제이며 젠더화된 성산업이라 할 수 있다 15). 하지만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전의 윤락행위등방지법 에서도 윤락의 상대, 즉 성구매자에 대하여도 동일한 처벌규정이 있었으나 실제로 이 들에 대한 처벌은 상당히 관대하였다. 동 처벌법도 윤락행위등방지법 과 마찬가지로 성구매자, 그리고 소위 자발적 성매매여성 모두에 대해 쌍벌주의를 규정하고 있으며 처벌내용도 동일하다. 그러나 최근 유엔 은 성매매 근절을 위해 성매매 수요에 대한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고 하며, 성구매자는 이미 인신매매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더욱 부가 시키고, 이는 강간죄와 같은 수위로서 성매매에 여성을 유입시키거나 성매매여성의 위치를 존속시키려는 모든 행위보다 위험수위가 높다고 하였다 16). 성구매자는 성매매피해자 등이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하는 지, 알선이나 강요 등에 의한 것인지, 심지어 인신매매에 의한 것인지 를 구별하지 않고, 그 대상이 미성년자인지 아닌지 상관하지 않는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 보면 성구매 행위는 그 자체가 성적 가해 행위 이며 지불된 강간행위라 할 수 있다 17). 따라서 성구매자, 특히 상습적인 성구매자의 처벌 수위는 성매매알 선자등과 유사하도록 해야 한다. 성구매자는 성매매를 목적으로 인신 15) 정미례, 성매매방지법 시행 8주년 정책토론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2012, 13면 참조. 16) 김용화, 성매매근절을 위한 입법적 정책적 대안(앞의 논문 1), 경희법학연구소, 경희 법학 제45권 제3호, 2010, 129면 참조. 17) 모니카 오코너외, 앞의 보고서, 19-20면 참조. 40
성매매처벌법 및 방지법에 대한 재고 매매된 성매매여성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상태 여부에 관계없이 직접 적 또는 제 3자를 통하여 성을 구매하기 때문에 성매매업주 및 알선 자 등과 공범관계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성매매처벌 과 관련하여 성구매자에게 관대한 처분 또는 관례적으로 처벌 대상에 서 제외시켜 왔다. 이는 법에 처벌규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적 인 식과 법감정이 남성들의 성문화에 대하여 전통적 성규범을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성구매 자체가 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진정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상습적인 성구 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임으로써 일반예방효과를 증진시켜야 한다. 성매매를 범죄로 규정한 이상 성매매라는 결과의 발생이 일어나지 않 았더라도 재범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처벌하여야 한다. 물론 성매매 - 성을 구매하는 자와 성을 판매하는 자의 행위 - 의 미수범 처벌규정 을 둔다면, 성구매 남성보다 성매매여성을 상습범화 시킬 우려가 있 다. 그러나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성매매는 오늘날 국가형벌권의 이 상적인 행사를 모색하는 국가들이 성매매여성을 범죄자, 즉 사회에 대 한 가해자로 간주하기보다는 사회의 보호대상이 되는 피해자로 보고 탈성매매를 위한 자립자활교육 및 지원 등을 실시 18) 하고 있음을 고려 하여, 성구매자에 한하여 처벌 - 기수는 물론 미수행위 - 을 강화해 야 할 것이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사람으로부터 성적 서비스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loiter(기웃거리다) 하는 것을 범죄 행위로 규정한다. 성구매 남성은 성매매여성보다 더 많은 자유선택권 을 갖고 있기에 이들에 대한 법적처벌의 위협은 성구매를 억지하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19). 18) 임웅, 비범죄화의 이론, 범문사, 1999, 105-106면 참조. 19)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앞의 보고서, 31면 참조. 4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7 몰수 및 추징 성매매특별법 제정으로 단속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성매매알선 행위 의 근절이 어려운 이유는 성매매알선이 막대한 수익창출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성매매알선업은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범죄행위이다. 이 러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성매매알선을 통해 돈을 벌 수 없 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가장 효과적 대응은 범죄수익금 에 대한 몰수 추징이다.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 성매매업소들은 건물주와 업주, 알선자, 광 고업자 등에 의해 불법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성매매 불법영업 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는 업주 및 알선업자 그리고 건물주, 광고 업자 등에 대하여 처벌과 함께 범죄수익금에 대하여 적극적인 추징, 몰수가 요구된다. 성매매 불법수익을 환수하는 것이 성매매 축소의 중 요한 방안이라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성매 매관련 범죄수익의 환수금액이 약 1,003억원에 이른다 20). 이러한 환수 금을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와 같이, 몰수자산기금으로 조성하여 성매 매관련 수사, 탈성매매 지원 및 성매매 예방교육에 적극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동 처벌법 및 시행령, 성매매불법환수금에 대한 사용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하여 실질적으로 성매매근절을 위한 사업 비 등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20) 강월구, 성매매방지법 시행 8주년 정책토론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2012, 78면 참조. 42
성매매처벌법 및 방지법에 대한 재고 2) 성매매방지법 (1) 제 개정의 배경 동 방지법은 성매매된 자 및 성매매피해자 등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하여 지원시설과 상담소의 설치 및 운영을 활성화하고, 이용자의 의 사에 따라 지원시설과 상담소에서 제공하는 의료지원 취업교육 및 법 률지원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원활한 사회복귀와 성 매매행위의 재발을 방지하도록 하려는 입법목적으로 2004년에 제정되 어 2014년 현재, 15차례의 개정이 있었다. 그간 개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2006년에는 성매매피해자 등을 보호하고 이들에 대한 자립 지원을 강화하기 위하여 성매매피해자 등이 일반지원시설에 입소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하고, 성매매피해자 등의 의료지원을 위하여 성 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에 의하여 지정받은 전담의료기관 등을 성매매피해자 등의 치료를 위한 전담의료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2008년 실효성 있는 성매매방지정책을 수립 집행하기 위해서는 3년마다 국내외의 성매매 실태조사를 실시하 고, 성매매 예방교육의 실시주체를 초 중 고등학교의 장 외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였다. 또한 해외 성매매피해자 에 대한 보호 지원 활동을 하는 비영리법인/단체에게 경비를 보조하여 해외 성매매피해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관련규정을 개정하 였다. 2010년에는 성매매 피해자 지원시설과 상담소의 운영실적을 3년 마다 평가하고, 보호 및 지원과 관련된 업무의 개선을 도모하고, 서비 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상담소 종사자에게 보수교육을 실시하도 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였다. 2011년에는 국내외 성매매 실태조사 항목 4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에 성접대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성접대 용어를 정의하였다. 2012 년에는 유흥종사자를 둘 수 있는 식품접객업의 영업자 등에게 성매매 와 관련된 채권은 불법원인으로 인한 무효라는 사실과 성매매피해자 등을 위한 상담소의 업무 연락처 등을 해당 사업장에 게시하도록 규 정을 신설하였다. 2014년에는 성매매 예방교육 강화, 성매매 방지를 위한 홍보영상 제작, 온라인 사이트 및 어플리케이션을 매개로 하여 발생가능한 성매매의 사전 방지대책과 지원시설 입소기간 연장, 취학 지원, 주거지원, 보호비용 지원 등을 통한 성매매피해자 등에 대한 지 원 범위 확대 등 관련 규정을 제 개정하였다. (2) 주요내용 1 성접대 동 방지법은 2011년 개정에서 성접대라는 용어를 정의하였는데, 즉 거래나 업무관계에 있는 상대방에게 거래나 업무행위에 대한 대가로 서 성을 제공하거나 알선 권유하는 행위로 하고 있다. 새로이 도입된 성접대에 대한 정의의 필요성은 국내외 성매매 실태조사의 항목에 성 접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성접대에 관한 실태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추가된 규정이다. 즉 성매매 실태조사를 통해 성접대 문화를 타파하는 정책을 수립하고자하는 것이 신설된 이유이 다. 그러나 성매매처벌법에 성접대와 관련한 처벌이 명시적으로 규정 되어 있지 않다. 성접대를 알선 권유한 자를 성매매알선행위 등을 한 자와 처벌을 동일하게 한다는 규정이 필요하다. 단순히 성접대에 관한 실태파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성접대라 는 불법적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성접대를 알선한 자에 대한 명시적 44
성매매처벌법 및 방지법에 대한 재고 처벌규정이 있어야 한다. 2 국가의 책무 동 방지법에선 성매매, 성매매피해자 등의 보호와 피해회복 및 자 립 자활을 지원하기 위하여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및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조치에 대한 책무 사항을 추가하였다. 즉 신고체계의 구축 운 영, 성매매피해자 등에 대한 주거지원, 직업훈련, 법률구조 등의 서비 스 제공, 이들의 보호 지원을 위한 관련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 운영 및 유해환경 감시 등이다. 제정시보다 구체적, 실질적인 지원체계의 실행을 책무로 규정한다. 그 중에서 특히 성매매피해자 등의 탈성매매 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우선적으로 주거 및 생계비 지원이 절실하다. 즉 성매매업소에서 나오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의지를 추동 할 수 있도록 생존권보장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성매매여성의 경우 모 든 동일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성에 따라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지원하여야 하는데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 이 주거이다. 임대주택이든 그룹홈이든 어떠한 방식으로든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자활을 위한 다양한 훈련과 사회적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동 방지법은 주거지원의 책무만 부여할 뿐 구체적인 사항이 명시되지 않고 지원시설 입소만 제시되어 있다. 성매매피해여성의 탈성매매는 1~2년 정도로 가능한 것이 아니고 최 소한 4 5년 이상 준비가 필요하다. 이미 2005년 특수 사회취약계층 주거지원 방안 연구가 여성폭력 피해자를 중심으로 논의되었고 2008 년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피해여성들에게 임대주택 입주권을 우선 부여하는 방안이 추진되었으나 2009년 11월부터 가정폭력피해 여성에 게만 국민임대주택 입주권이 우선 부여되고 있다 21). 특히 성매매피해 4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자 중 자녀를 동반한 여성이나 고령의 여성들에게 시설입소를 통한 단기간 지원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으므로 성매매피해자 등 전체에 대한 주거대책 마련은 별도로 논의하더라도 자격요건을 제한해서라도 당장에 시설입소가 어려운 성매매피해자 등에게 국민주택 입주권이 부여되도록 하는 입법정책이 필요하다. 3 성매매 실태조사 실태조사를 통하여 수집된 자료를 근거로 성매매예방 정책을 수립 하기 위하여 3년마다 국내외 성매매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한다. 다양해지는 성매매의 구조 및 양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실효성 있 는 성매매방지정책을 수립 집행하기 위해서는 단속 처벌, 보호 지원 등 종합적 접근을 위한 정보 구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주기적인 실 태조사가 필요하다. 다만 실태조사기관 지정에 관하여 장관이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을 보완하여 조사기관의 자격에 대하여 구체적으 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성매매 예방교육 제정당시 성매매 예방교육을 초 중 고교장에게만 부과하였던 것을 공공단체까지 확대하고, 교육의 내용도 성폭력, 가정폭력 등을 고려하 여 성평등 관점에서 통합하여 실시하도록 개정하였다. 그러나 교육의 대상이 공공단체까지로 확대는 되었으나, 성접대 등이 빈번이 발생하 고 있는 민간기업 등에도 성희롱 교육과 병행하여 성매매 예방교육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양립 지원에 관한법률 이 사업주의 직장내 성희롱예방교육 의 21) 김용화, 앞의 논문2, 59면 참조. 46
성매매처벌법 및 방지법에 대한 재고 무를 부과하고 있는 바, 성매매예방교육도 병행하도록 규정을 통합하 는 것이 바람직하다. 5 성매매피해자를 위한 지원시설에 대한 보호비용 지원 일반 청소년 외국인 지원시설에 입소한 성매매피해자 등의 보호를 위하여 생계비, 아동교육지원비, 아동양육비 등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기왕에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립을 위하여 직업훈련 지원을 동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 실질적인 직업훈련비용의 지원이 필요하다. 한편 청소년 성매매피해자에 대한 구조 상담 법률지원 의료지원 등 의 지원체계가 현저히 부족하다.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들은 흡연, 약 물, 성병, 가정폭력, 성폭력, 정신병적 문제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으나 전문적인 치료기관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소년 특성에 맞는 심리치료뿐만 아니라 일반 의료지원시설이 갖추어진 청소년 성 매매피해자 전문치료시설의 설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설에서의 정신 적 육체적 치유를 통하여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여 야 한다 22). 또한 청소년 성매매피해자에 대한 구조와 법률지원의 지원 체계가 전무하여 청소년들이 탈 성매매를 하고자하더라도 구조를 받 기 어렵고 탈성매매한 이후에도 법률지원을 받을 곳이 없어 법적 문 제에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지도 못하고 해결되지 않은 법적 문제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어 청소년 성매매피해자등이 겪는 이중 피해는 심각하다 23).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기왕에 설치되어 있는 여성 학교폭력피해자 ONE-STOP지원센터 의 기능 중 청소년 대상 을 특화하고 청소년 상담전화 1388, 지역별 청소년 관련기관 등과의 22) 이정미, 성매매방지법 6주년, 그 성과와 과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2010, 27면 참조. 23)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매매실태와 향후 정책방향모색(앞의 보고서2), 2008, 125면. 4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연계를 강화하여 이들의 실질적인 이용이 쉽도록 체계의 간단화와 신 속화 그리고 홍보가 요구된다 24). 6 자활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성매매피해자 등의 회복과 자립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자활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할 수 있으며, 동센터 는 성매매피해자 등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동센터에서 작업 장의 설치 운영, 취업 및 기술교육, 취업 및 창업을 위한 정보제공 - 적성검사 및 직업상담 지도 실시, 직업훈련 및 창업지원, 일자리 제공 지원 등 탈 성매매여성에 대한 전문적 체계적 전업활동 지원 - 과 그 밖에 성매매피해자 등의 사회적응을 위한 필요한 지원을 한다. 특히 성 매매업소 집결지역의 성매매여성을 대상으로 탈성매매를 위한 상담, 의 료 법률 직업훈련 지원 등 자활지원프로그램 -현장상담 및 자활 프로그 램 운영, 탈 업소의 장애요인 제거를 위한 의료 법률 지원 제공, 자활 준비를 위한 직업훈련 지원, 탈업소 여성의 기존 자활지원체계로의 연 계 및 사업 참여 여성에 대한 사후 관리 - 을 제공한다. 현재 자활지원 센터는 전국에 9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25). 한편 성매매피해자 등의 지원 정책에 소외되는 성매매여성이 존재 한다. 정책 수혜대상이 자활 가능성이 높은 20대 비장애 여성에게로 대부분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산업 주변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 는 중장년, 노인여성이나 기지촌에 유입되어 있는 여성이나 노인이 된 여성들, 장애여성들, 외국인 여성들, 청소년 등 대상에 따른 체계적이 며 지속적인 자활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26). 성매매여성의 자활은 단 24) 김용화, 앞의 논문2, 60면 참조. 25) 여성가족부, www.mogef.go.kr, 집결지 사업(현장기능강화 사업)수행을 위하여 14개 상 담소에서 열린터 9개소 운영하고 있다. 48
성매매처벌법 및 방지법에 대한 재고 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매매여성들 내에서의 다양한 계층을 고 려하여 이들에 대한 자활지원이 성과로 가시화되기까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이러한 자활의 과정은 이들이 사회에 적응 하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7). 또한 성매매방지 및 성매매 자활지원센터의 역할 중, 성매매피해자 등을 위한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매매피해자 등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 다. 따라서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종사자들이 지속적으로 연계선상 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이들의 처우를 향상시켜야 한다. 성매매 처벌 법 및 방지법의 입법목적이 실현되기 위해서라도 현장에서 활동하는 단체의 재정적 지원 확대 및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종사자 들의 처우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탈성매매를 원하는 성 매매피해자 등이 다시 성매매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쉼터 의 기능이 실질적으로 보강되어야 한다 28). 7 전담의료기관 지정 국가는 성폭력피해자의 치료를 위하여 지정한 전담의료기관을 성매 매피해자의 치료를 위한 전담의료기관으로 지정하고, 동기관은 상담소 장 등의 요청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보건 상담 및 지도, 성매매피해의 치료, 성병 감염 여부의 검사 및 감염된 성병의 치료, 성매매로 인한 정신질환, 알코올중독 또는 약물중독의 치료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이에 소요되는 의료비는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도록 규정한 다. 26)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앞의 보고서2, 125면 참조. 27)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앞의 보고서2, 133면 28)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앞의 보고서1, 97면 참조. 4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8 상담소 연락처 게시 유흥종사자를 두고 있는 업소에 성매매 및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신고, 상담소 업무와 연락처, 불법원인으로 인한 채권무효 등의 내용 이 기재된 게시물을 게시하도록 의무화하였다. 또한 정보통신서비스제 공자 및 온라인 서비스제공자에게 성매매가 처벌대상임을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게시의 의무를 부과한다. 이러한 예방정책이 효과를 거 둘 수 있도록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 항은 시행령에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9 벌칙 지원시설, 자활지원센터, 상담소 등에 대한 설치 운영에 관하여 신 고하지 않은 경우, 상담소 등을 영리 목적으로 설치 운영한 경우, 상 담소 등의 장 또는 종사자 등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하지 않 고 위반한 경우 등에 대하여 제정 초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 만원 이하의 벌금형에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형 으로 개정되어, 벌금액의 상향조정이 있었다. 또한 상담소 등의 장이 공무원의 출입 검사를 거부 방해 또는 기피한 경우, 성매매관련 사항 이 기재된 게시물을 게시하지 않은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 도록 규정하고 있다. 50
성매매처벌법 및 방지법에 대한 재고 3. 향후 성매매범죄 근절을 위한 입법개정의 방향 성매매의 대상이나 행위는 인간의 경험과 역사를 바탕으로 초시대 적, 초국가적으로 존재해 왔다. 어떻게 그 장구한 세월 속에서 인간의 몸, 인간의 성이 철저한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는가에 대한 다양한 이 유가 존재한다. 최근 현대국가에서 성매매는 고부가가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사적자치, 자율적 거래 등의 법리를 앞세우며 성매매 비범죄화를 주장한다. 그러나 성매매는 그 자체가 범죄행위이며, 특히 성구매, 알선행위는 성매매를 지속시키는 주 요인이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시행된 지 10년이 되었다. 그간 성매 매특별법은 개정과 조항신설 및 삭제 등을 통하여 성매매관련 범죄의 처벌을 강화하고 성매매피해자 등의 탈성매매 지원을 위한 제도를 마 련하였다. 이러한 제도가 제대로 작동만 된다면, 성구매 및 알선행위 는 줄어들 것이고, 그로인해 성매매피해자 등도 감소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성구매 미수범처벌 규정의 신설이다. 성매매의 당사자인 성구매자와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을 이원화하여 모든 성매매여성은 피해자화함 으로써 처벌을 면하게 하고, 성구매자는 기수는 물론 미수까지도 처벌 할 수 있도록 규정의 신설이 필요하다. 둘째, 성매매목적의 인신매매 의 범주를 확대하고, 처벌수위를 개정전 동 처벌법의 형량으로 개정이 필요하다. 셋째, 제2, 3금융권, 사채업자에 의한 금전대출 역시 불법원 인으로 인한 채권으로 무효화하여야한다. 즉 채권무효 범위를 성매매 피해자 등이 불법인 성매매행위와 관련한 채권범주로 실질화해야 한 다. 넷째, 성매매광고물 내지 광고가 게시된 출판물배포 등의 행위를 성매매알선 등의 행위로 편제하여야 한다. 다섯째, 인터넷 성매매 및 5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신 변종 성매매업소에 대한 시민신고제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 필요하 다. 기왕에 신고보상금제가 동 처벌법에서 규정되어 있는 바, 이를 활 용하여 성매매 근절을 위한 시민의식 강화라는 효과를 함께 할 수 있 도록 시민신고제를 법제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여섯째, 초범성구매자 에 대한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인 존스쿨 교육을 동 처벌법에 규정하여 국민의 성매매범죄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또한 존 스쿨 교육 대상자에 일정한 교육비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정 책도 요구된다. 일곱째, 성매매알선 등의 불법행위로 얻은 수익, 즉 범 죄수익금에 대한 적극적인 몰수 추징이 실행되어야 한다. 몰수 추징의 대상이 되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에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광고업 자등도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 여덟번째, 성접대에 대한 처벌규정이 필요하다. 동 방지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성접대에 대한 처벌조항을 동 처벌법에 규정하여 다른 범죄와 병합하여 처벌하도록 하여야한다. 아 홉번째, 탈성매매 여성들의 주거지원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이 미 가정폭력피해자에게 부여된 국민주택 우선 입주권의 형태로 보장 되어야 한다. 열번째, 성매매피해자 등의 탈성매매를 지원하는 기관 및 종사자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요구된다. 성매매 근절에 대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통일된 목소리를 기대하긴 어렵다. 수천 년의 인류역사 속에서 성매매는 그 형태의 변화가 있어 왔을 뿐 근절되지 못하고 오히려 현대국가에 와서는 다양화된 성산업 으로써 자리매김하였다. 성매매가 성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이전보다 는 높아졌지만, 성구매자, 성매매알선자 등에 의한 성매매 시장의 유 지 및 발전은 그리스 로마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이다. 이러한 모순 속 에서 성매매피해자 등은 계속 양산되고 있어 사회문제화 되었다. 결국 법의 적극적 대처만이 성매매 근절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 52
성매매처벌법 및 방지법에 대한 재고 의 최소한의 요구인 법으로써 성구매, 성매매알선행위 등을 엄하게 처 벌함으로써 이들의 숫자를 줄여 성매매를 예방할 수 있고, 성매매여성 을 피해자화하여 이들의 자립을 지원하여 사회에 포섭될 수 있게 한 다면 성매매는 최소화되거나 근절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인간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목적으로 대우되어야지 수단으로 대우되어서는 안 된다. 성매매특별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극적인 법의 제 개정 및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53
특집3 이슈로 되돌아 본 성매매, 지난 10년간의 발자취 김 자 영 (한국여성인권진흥원) 1. 들어가며 우리사회가 여성의 인권, 그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생각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보여주듯 그동안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후, 올바른 성의식을 알리기 위해 성매매 예 방교육이 도입되었다. 사법기관의 업무에 성매매 관련 단속과 처벌이 추가되고, 공적 시스템 내에서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 축되었다. 해외의 상황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미국무부에서 발 간하는 인신매매보고서 1) 의 1등급 국가로 자리매김되었고, 민간 차원 의 협력 2) 을 통해 해외의 한인 피해자 지원이 진행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다. 반면,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를 에워싼 성매매업 소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법과 단속을 피해 새롭게 진화한 업소는 우리 삶 속 깊숙이 침투해 있다. 또한 한국은 여전히 성착취 1) 국제인신매매보고서는 2000년 제정된 인신매매피해자 보호법(TVPA: Trafficking Victims Protection Act) 에 의거 미 국무부에서 발간하는 보고서로 전 세계 국가들을 4단계(1등급, 2등급, 주의2등급, 3등급)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01년 가장 최하위인 3등급이었으며, 2002년 1등급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2) 살림 성매매피해상담소는 호주에, 쉬고는 미국에 파견되어 한인 성매매 피해여성의 실태 파악과 지원을 진행한 바 있다. 54
이슈로 되돌아 본 성매매, 지난 10년간의 발자취 인신매매의 공급국이자, 목적국, 경유국으로 지목되며, 성매매 관광, 골프 관광으로 질타를 받기도 한다. 이렇듯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양 극단이 함께 위치한 현실을 보 며, 지난 10년 간 성매매 관련 활동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궁금해졌 다. 그래서 2004년 법이 제정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어떤 사건과 변화가 일어났는지, 주요 이슈와 사건을 중심으로 지난 10년간 의 흔적을 따라가 보았다. 2. 성매매특별법 제 개정 지난 10년간 가장 큰 이슈로는 2004년 3월 22일 제정, 9월 23일 시 행된 성매매특별법 3) 을 들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윤락행위방지법 이 존재했으나 실질적인 효력을 갖지 못한 실정이었다. 이후 발생한 성매매여성의 화재사건은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정부의 인권정책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성매매법을 제정할 수 있게 되었다. 성 매매특별법의 제정은 성매매여성의 인권을 양지로 이끌어 낸 진일보 한 조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성구매 행위에 대한 소극적 처벌, 성매 매여성을 피해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하고 처벌하는 항목, 피 해자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부분에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법제정 후 10년이 지난 2014년 성매매방지법의 전면 개정이 이루어 졌다. 주요 내용은 성매매 예방교육 강화와 피해자 보호체계 확대로, 성매매 정책 방향을 사전차단에 초점을 두고 공적시스템 내에서 지원 기간을 확대하였다. 한편 성매매처벌법 개정논의 역시 진행되고 있는 3)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이하 처벌법)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보호법)으로 구성되며, 각각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소관으로 나뉜다. 5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데 4), 성구매자와 알선업자의 처벌을 강화하고, 성매매여성을 처벌에서 제외시키는 법안이 제안되었으나 아직까지 논의되지 않고 있다 5). 법 개정은 사회 변화와 요구에 의해 계속 진행되는 작업으로, 성산업의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법 개정의 방향에 대해 현장과 정부, 국 회의 협조와 논의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3. 성구매자 처벌과 존스쿨 두 번째 이슈로 성구매자 처벌을 선정하였다. 우리 사회가 성구매자 의 성매매 행위를 범죄로 여기고, 성매매처벌법에 근거한 법집행을 시 작했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성구매자 처벌 정책으로 2005년 8월 27 일 시행된 존스쿨(John School, 성구매자재범방지교육)을 들 수 있다. 존스쿨은 성구매 초범자에게 기소유예( 起 訴 猶 豫 ) 6) 를 주는 대신 교육 에 참여시켜 스스로의 인식을 변화시켜 재범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 된 교육프로그램이다. 집행 초기 1일 8시간의 교육에서 2012년 2일 16시간으로 강화되고, 집행기관 역시 2005년 13개에서 2014년 42개소로 확대되었다. 존스쿨 이수자는 2005년 2,214명에서 2009년 34,762명으로 정점에 이르렀고, 가장 최근인 2012년 4,518명으로 집계되었다 7). 4) 원민경. 2012. 그간 성매매 정책의 성과 및 향후 대안모색. 성매매 피해여성의 법적 보호강화 방안 토론회 자료집 5) 2013년 5월 김상희 의원을 포함한 여러 의원들이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을 제안하였으나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출처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http://likms.assembly.go.kr) 6) 기소유예란 범죄의 객관적 혐의가 존재하여 법원의 유죄판결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 하고 형사정책적 이유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을 뜻한다. 7) 존스쿨 교육실적(2005 2012) 56
이슈로 되돌아 본 성매매, 지난 10년간의 발자취 존스쿨은 범죄에 대한 처분과 교육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성구매 자의 인식과 행동변화를 유도하고 사회로 빠른 복귀를 추구한다는 점 에서 유용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지만 형식적인 교육내용과 짧 은 교육시간으로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초범자가 아닌 재범자들에게도 적용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 고 있어 보다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교육프로그램이 되도록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8). 4. 성매매 집결지 폐쇄 성매매 집결지는 성매매업소가 밀집된 특정지역을 일컫는 단어로, 성매매알선 및 성매매 행위가 공공연히 이뤄지는 곳이다. 일명 24시간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팻말이 위치한 지역으로, 파주 용주골, 부산 완 월동, 인천 옐로우하우스, 전주 선미촌, 대전 유천동, 대구 자갈마당이 대표적 예이다.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는 집결지 폐쇄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 했다. 사법당국은 공권력을 투입해 대대적인 단속을 진행했고, 정부는 집결지 여성의 사회복귀를 돕는 집결지 사업 9) 을 시행했다. 현장단체 는 정기적으로 집결지 아웃리치를 실시하여 여성들을 직접 만나 상담 연도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접수 3,210 12,541 17,127 19,433 37,679 13,471 8,936 5,954 집행인원 2,214 11,217 15,124 17,956 34,762 14,283 7,409 4,518 집행률 69.0 89.4 88.3 92.4 92.2 106.0 82.9 75.9 출처: 법무연감. 2013. 법무부. pp.195 196. 8) 박혜진. 2012. 성매매 재범방지 대책과 존스쿨. 한국형사정책연구지 9) 집결지 사업은 2014년 현재 성매매집결지 현장기능강화사업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으며, 전국 15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출처: 여성가족부. 2007. 집결지 자활지원사업 평가 를 위한 관계자 워크숍 자료 5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과 구조 및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그 결과 집결지 폐쇄라는 가 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2008년 서울 동대문 장안동과 대전 유천동 집결지는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과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폐쇄 되었고, 2013년 춘천시의 강력한 의지로 난초촌이 완전히 철거 10) 되었 다. 2014년 현재 전주 선미촌과 청주 중앙동 집결지 역시 폐쇄 정비 가 추진되고 있다 11). 집결지 폐쇄 및 축소는 지난 10년 동안 이룬 큰 성과이다. 이제는 폐쇄된 집결지 사례를 분석하여, 향후 전국의 모든 집결지가 폐쇄될 수 있도록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또한 폐쇄된 업소와 종사자들이 산업형 성매매로 이동되지 않도록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강구 되어야 할 것이다. 5. 산업형 성매매 산업형 성매매는 집결지와 달리 주업이 있는 업소에서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성매매로, 주로 음식숙박업, 오락 및 문화서비스업, 개인 및 가사서비스업 등의 3차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본 다 12). 산업형 성매매로 분류되는 업소들은 예전부터 존재해 온 것으 로, 정부의 규제와 단속을 피해 휴게텔, 전화방, 키스방 등의 형태로 변화해 왔다. 2002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실태조사 보고서와 2004년 10) 난초촌 집결지는 평화롭게 폐쇄가 진행되어 집결지 문제해결의 우수사례로 꼽힌다. 이는 탈성매매여성 긴급 생계비를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고, 지역사회단체와 끊임없이 연대하며, 업주와의 조율 끝에 이뤄낼 수 있었다. (강원일보 2013. 12. 4. 난초촌 평화적 폐쇄 전국 우수사례로 소개) 11) 2014년 2월 19일 전주 선미촌 정비를 위한 민관협의회가 발족되었고, 청주시청은 2014년 4월부터 민관 협력 TF를 구성하여 성매매 업소 퇴출운동을 벌이고 있다. 12) 변화순 황정임. 1998. 산업형 매매춘에 관한 연구. 한국여성개발연구원. 58
이슈로 되돌아 본 성매매, 지난 10년간의 발자취 경찰청의 성매매단속실적 통계에서 보듯 산업형 성매매 업소는 전체 성매매 업소의 90%이상을 이미 차지하고 있었다 13). 법 시행 이후 성매매 집결지가 단속의 집중대상이 되면서 업소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우리 주변에 은밀히 침투한 산업형 성매매 업소 의 활동이 부각되었다. 사회적으로 산업형 성매매 논란이 확산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국회에서는 2007년 산업형 성매매 축소 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여 행정규제를 통한 축소 방안을 모색하 였고, 현장은 산업형 성매매 업소에 대한 지속적인 아웃리치와 더불어 산업형 성매매 업소 실태조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14). 지자체의 노력도 있었는데, 2012년 강남구는 불법퇴폐행위근절특별T/F팀을 구성하여 강남구에 위치한 산업형 업소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각종 행정제재를 부과하면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2014년 경찰은 보다 효율적인 증거 채취를 위하여 부착형 카메라를 도입하기로 발표하였다 15). 위와 같은 노력에도 여전히 우리 주변엔 다양한 유흥업소가 위치하 고, 성매매를 암시하는 자극적인 전단지가 널려있다. 법과 단속을 피 해 날로 지능화되는 이들을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우리사회의 성문화, 접대문화를 바꿔나가고, 유흥업소의 단속과 규제를 강화하며, 성구매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정책이 함께 마련되어 야 한다. 13) 2004년 경찰청 단속실적 통계를 보면 총 단속건수 1,575건 중 집결지는 70건(4.4%), 그 외 유흥업소, 다방, 출장마사지 등이 1,505건(95.5%)이었다. 14) 김자영. 2012. 지역별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본 산업형 성매매의 현황과 특성. 여성과 인권 통권 제8호. 15) 연합뉴스 경찰, 성매매, 도박장 단속에 실시간 몰카 활용 2012.5.15 5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6. 연예인 성접대 사건 2009년 3월 7일 신인 연기자 고 장자연씨의 자살로 드러난 연예계 의 성접대 실태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우울증을 앓 고 있는 연예인의 자살로 치부될 수 있었던 본 사건은 고인이 직접 작성한 문건이 발견되면서 언론에 등장하였다. 기획사에 의한 성접대 강요, 폭력과 협박으로 인한 정신과 치료, 장자연 리스트 등은 공공연 히 떠돌던 연예계의 관행과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관행과 음지에 둘러싸인 여성연예인의 인권을 부각시켰 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연예인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경각 심을 갖고,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대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여성연예인의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실시 16) 하였고, 본 사건을 모티브로 연예계 성상납 실태를 비판한 영화 노리개 가 제 작되었다. 법적 보호를 위한 움직임도 진행되었는데, 2011년 여성연예 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법제화방안 연구가 수행되고, 2011년 3월 성접 대 용어를 법률에 처음 도입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2013년 일명 장자연법으로 통하는 대중문 화예술산업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17) 이 가결되었다. 성접대는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고질적인 병폐로 지금도 언론 에서는 수많은 성상납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 18). 제도권의 사각지대에 16) 본 조사에서 여성 연기자의 45.3%가 술시중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60.2%는 성접대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17) 본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연예인에게 성매매를 강요했을 경우 엄한 처벌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연예인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 지며, 성매매 행위를 알선 권유 유인한 자 역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명령된다. 특히 19세 미만의 청소년 연예인에게 성행위를 하게 한 자는 5년 이상 유기징 역에 처해진다. 60
이슈로 되돌아 본 성매매, 지난 10년간의 발자취 놓인 여성들에게 성접대는 빠져나올 수 없는 견고한 착취 고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성접대를 근절하고 여성연예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사 회 구성원과 관계 기관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피해자들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7. 성매매여성의 죽음 성매매여성의 죽음으로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이후에도 여 전히 여성들의 죽음은 되풀이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언론에 가장 많이 회자된 사건은 포항 유흥업소 종사자 자살로, 2010년에서 2011년까지 2년 동안 총 9명의 여성이 자살하였다. 여성들의 죽음 뒤엔 고질적인 선불금과 고리사채, 업주와의 노예계약,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협박과 감시가 있었다. 무엇보다 성매매 여성들 간 옭아맨 연대보증은 자살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고, 업주와 경찰의 유착관계는 사회의 부패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19). 이는 제대로 법이 집행되지 못한 결과로, 성 매매여성의 인권유린 상황이 법 제정 이전과 같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본 사건은 사회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현장에서는 대책 위를 구성하여 성명서를 발표하고 긴급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성역 없 는 수사와 대책을 촉구하였다. 포항 사건 외에도 성매매여성의 죽음은 계속되었다. 2010년 7월 청 량리 집결지에서 끔직한 살해와 시신훼손 사건이 발생하였고, 2013년 성매매에 내몰린 탈북여성을 살해한 30대 남성이 중형을 받기도 하였 다 20). 같은해 9월 충북 보은의 유흥주점 화재로 여종업원 2명이 사망 18) 뉴시스1. 악덕 기획사 모델 구인구직 사이트 활개 관리 사각지대. 2014.4.12 19) 시사저널. 죽음은 계속된다. 2010.7.27. / SBS '그것이 알고싶다' '포항괴담, 끝나지 않는 죽음의 도미노' 방영 2011.7.2 6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했으며 21), 2014년 1월 대전에서 50대 남성에 의한 성매매 여성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22). 이렇듯 성매매여성들의 죽음은 끝나지 않고 있다. 성매매여성의 인 권보호를 위해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의 제정취지에 맞춰 이들이 안전 하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유흥업소에 대한 강력한 법적 규제와 더불어 법망을 피해 다양화되는 여성들의 착취구조를 끊을 수 있는 제재수단이 요구된다. 8. 해외 성매매 등장 국내 성매매에 이어 해외 성매매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해외 성매매 문제는 크게 한인 여성의 해외 성매매 피해와 한국 남성의 성 매매관광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한인 여성의 피해는 2010년에 들어서 언론에 본격적으로 보도 되었는데 23), 국내의 여성이 일본, 호주, 미국 등지의 성매매업소에 진 출한 후 현지 단속에 적발되면서 점차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었다. 해외 성매매 이면에는 선불금, 고리사채, 연대보증 등이 있으며, 이는 결국 이전부터 여성들을 옭아 매온 구조가 단지 해외로 확장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빚이 늘어나면, 사채업 자와 업주의 협박과 회유로 여성은 해외로 보내지고, 브로커와 해외 업주로부터 선불금을 받아 국내의 빚을 변제받게 악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20) 연합뉴스. 성매매 내몰린 탈북여성 살해한 30대 중형. 2013.7.2 21) 뉴시스. 보은 유흥주점 화재 사망자 4명으로 늘어. 2013.9.23 22) 대전일보. 성매매여성 살해 50대 구속. 2014.2.4 23) 시사저널. 이국 땅 수렁 에 빠진 한국 여성들. 1157호. 2011.12.21 62
이슈로 되돌아 본 성매매, 지난 10년간의 발자취 반면, 한국 남성은 동남아시아 지역 아동 성매매 관광의 주요 고객 으로 파악되어 국제적인 비난을 받게 되었다 24). 낮에는 골프, 밤에는 성매매로 이어지는 잘못된 접대문화가 만연하고, 단속의 손길이 미치 지 못하면서 더욱 늘어났다 25). 여성과 아동의 성착취 문제로 이어져 시급한 대책이 요구되었다 26). 이에 우리사회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외 성매매 사범에 대 한 단속을 강화하고, 성매매방지 국제심포지움 27) 을 개최하여 초국가적 인 대안을 모색하였다. 또한 한인 피해여성 지원을 위해 해당 정부, NGO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핫라인 28) 을 개설과 현지 신문과 방송을 통한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한인 여성의 해외 성매매 근절을 위해선 철저한 단속과 수사 강화, 피해자 지원 정책 확대가 필요하나 근본적 으로 선불금에서 시작되는 착취구조가 해결되어야 한다 29). 더불어 성 매매 관광의 경우 법은 있으나 법 집행력의 약화가 문제이므로 사법 기관의 인식전환과 강력한 법 집행 의지가 필요하다. 24) 존스홉킨스 대학 프로텍션 프로젝트(2007), 엑팟 국가보고서(2007, 2013), 미국무부 인신 매매 보고서(2008 2013), 유엔마약 및 범죄국 프로젝트 차일드후드(2012) 25) 이투데이. 韓 남성 필리핀 성매매 국제적 망신 낮에는 골프 밤에는 성매매. 2013.6.18 26) 뉴시스. 한국 남성들, 필리핀 등 동남아서 성매매 갈수록 심해진다. 2013.6.17 27) 성매매방지 국제심포지움은 2012년 이래 매년 개최되고 있다. 2012년 개최된 제1회 국제심포지움은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 한인여성 피해 실태와 대응전략 모색 을 주 제로 미국, 일본, 호주, 한국 관계자들이 모여 대응방안을 모색하였다. 2013년 제2회 심포지움 주제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성착취 인신매매 근절 방안 모색 으로 UN, 캄보 디아, 필리핀, 태국, 한국 관계자가 함께 하였다. 28) 해외 성매매 피해자들을 위한 수신자부담 국제전화(국가별 접속번호-800-1366-1366) 전화이다. 29) 한국일보. 국민 얼굴 못 들게 하는 성매매 수출대국. 2012.6.16 6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9. 외국인 성매매 피해여성 문제 코리안 드림(Korean dream) 30) 을 꿈꾸며 한국행을 선택한 외국인, 특히 동남아시아 여성의 인신매매, 성매매 피해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었다. 외국인 여성들은 한국 내 서비스업 종사를 위해 E-6비자(예술흥행비자) 를 받은 후 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브로커와 업주에게 속아 여권을 압 수당하고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게 된다. 2007년 두레방에서 발간한 경기도 외국인 성매매 피해여성 실태조사 를 통해 이들의 실태가 드러나게 되었다 31). 실제 이들이 처한 인권유린의 상황과 노동착취는 내국인에 비해 훨씬 더 심각했고 32), 이후 각종 지원책 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9년 경기도에 외국인 쉼터인 두레방이 문을 열었 고 33), 2013년 국제 인신매매 처벌 피해방지 대책 세미나 를 개최하였 다 34). 여성가족부는 지난 3월에 제35차 성매매방지대책추진점검단회의에 서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점검을 논의하였다 35). 외국인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해자에 대한 엄 중한 처벌이 요구된다. 그리고 피해자를 위해 의료, 법률 지원 및 증인보 호시스템이 필요하며 현재 1개소에 불과한 외국인 지원시설의 확대가 요 구된다. 30)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면 많은 돈을 벌어 잘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뜻한다. 아메리칸 드림 에 빗대어 나온 말로,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흔히 쓰인다. 31) 한겨레21. 필리핀에서 건너온 춘희 들. 2008.1.29. 32) 두레방. 2007. 외국인 성매매피해여성 실태조사 / 안태윤. 2012. 경기도 기지촌 외국인 여성 성매매 실태조사.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33) 두레방 상담소와 부산 살림 상담소, 부산 살림 쉼터에서는 한국인, 외국인 성매매 피해 여성을 모두 지원하고 있다. 34) 연합신문. 유흥업소 외국인 여성 성매매 대책 강화 논의. 2013.9.5. 35) 여성가족부. 예술 흥행(E-6)비자 입국 외국인 여성 인권보호 강화. 2014.3.26. 64
이슈로 되돌아 본 성매매, 지난 10년간의 발자취 10. 성매매, 불법 vs 합법 논쟁 성매매 불법 대 합법 논쟁 역시 주요 이슈로 볼 수 있다. 성매매특 별법이 제정된 후 지금까지 총 7번의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는데, 헌법 재판소는 모두 합헌 또는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건물주들이 제기한 3 건 모두 합헌이라며 기각했고, 성구매 남성이 제기한 4건은 자기 관련 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36). 그리고 2013년 1월 4일 서울북부지법 판사는 다시금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성매매특별법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심 판하게 되었다. 본 사건은 우리사회 양 극단의 시각차를 확인할 수 있 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한터를 비롯한 성노동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본 법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한다. 반 면, 법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성노동의 표현 자체가 성립될 수 없음을 지적하며, 성매매를 개인적 차원의 성관계와 관련된 성적자기결정권으 36) 성매매특별법 관련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 연도 구분 심판대상 청구인 결과 2013.1 성매매 여성 위헌심판 직접 성매매한 사람 처벌 서울북부지방법 제청 원 제청 심리중 2012.12 헌법소원 성매매 업자에게 건물 임대한 2건 자 처벌 및 수익 몰수 성매매 건물주 기각(합헌) 2012.10 헌법소원 성매매처벌법 성구매 남성 각하 2008.4 헌법소원 성매매방지법 성구매 남성 각하 2006.6 헌법소원 성매매 업자에게 건물 임대한자 처벌 성매매 건물주 기각(합헌) 2005.12 헌법소원 성매매방지법 스포츠마사지 업자 각하 2004.11 헌법소원 성매매방지법 성구매 남성 각하 출처 : 국민일보. 성매매특별법 모두 합헌 각하... 이번에는. 2013.1.11 6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로 접근하기보다는 사회 경제적 약자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봐 야 함을 주장한다 37). 더 나아가 성매매 근절을 위해 성구매자 처벌과 성매매여성의 비범죄화를 제안한다. 일부 연구자들은 양 극단의 의견을 인정하며, 성노동과 성착취라는 논의구도보다는 성매매 여성의 현실에 더욱 주목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38). 2014년 현재 위헌법률심판(사건번호 2013헌가2)은 심리 중에 있다. 이 사건은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입장에서 바라보고 논 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의견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논의와 토론이 여성의 인 권과 보호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지속되어야 하며, 우리 사회가 성평등 을 향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11. 나가며 지금까지 지난 10년간 성매매관련 주요 사건과 이슈를 다뤄보았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끈 중요한 이슈를 중심으로 정리하였는데, 이외에 도 현장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사안들이 있다. 먼저 성매매사건 수사 전담팀 마련과 수사 체계 개선에 대한 사안 이다. 2004년 법시행 당시 각 경찰청은 여성기동수사대 등 성매매 사 건 전담팀을 조직하여 피해여성에 대한 수사를 전적으로 담당했다. 시 간이 흐르면서 전담팀은 해체되고, 성매매 업무는 여성청소년계에서 이제는 경제팀으로 이관되었다. 업무의 이관과 전담팀의 해체로 성매 37) 조주은. 2013. 성매매처벌법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둘러싼 쟁점과 과제보고서. 국회 입법 조사처 38) 경향신문. 성매매 불법화 또는 합법화 논란의 중심에 서다. 2013.1.19. 중 신상숙 교수 인터뷰 66
이슈로 되돌아 본 성매매, 지난 10년간의 발자취 매사건의 중요성과 전문성이 예전에 비해 약화되어 전담팀의 마련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청소년 성매매, 인터넷을 포함한 사이버 성매매에 대한 대책 마련이다. 청소년들은 주로 가정에서 양육 받지 못하고 가출과 생계유지를 위해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스마 트폰을 이용해 성매매를 하게 된다. 정부와 현장은 청소년 성매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이버 또래상담, 청소년 성장캠프, 인턴십 센터, 단기 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날로 지능화되는 사이버 성매 매의 현실을 볼 때, 더욱 발빠른 대응책과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작업이 계속되어야 한다. 성매매는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사회 현상으로 우리사회가 성매 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근절 대책을 세운지 이제 십여 년 이 지났다. 지난 10년이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고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구체적인 해결책과 하나 된 국민의식으로 피해자의 인권을 향상시켜 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지 난 10년의 역사를 교훈삼아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성매매 근절의 전 략과 대책을 재정비 해나가야 한다. 성매매 근절을 위한 우리의 발걸 음은 이제 시작이다.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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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연구1 마음으로 이어진 실타래로 시작해, 세상에 울림 있는 목소리를 낸 성매매경험당사자 운동 뭉치 대표 (성매매경험당사자 네트워크 뭉치)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한 것은 많이도 변했고, 변하지 않는 것은 더욱 견고해 지는 것 같다. 성매매특별법 제정 전 업소에 있었고, 특별법 시행 즈음 업 소에서 나온 나에게 10년이란 세월이 참 빠르게 느껴진다. 그 시간 동 안 많은 여성들이 희생되었고, 많은 여성들은 잊혀 졌고, 아직도 그 힘듦을 견디는 여성들이 있다. 그렇게 그 10년이 아렸고, 슬펐다. 그래 서 나는 당사자 활동을 꼭 해야만 했다. 성매매경험당사자 네트워크 뭉치 나는 10년의 기억을 성매매경험당사자 네트워크 뭉치 의 역사로 풀 어보려고 한다. 뭉치는 성매매경험당사자 네트워크이다. 전국 8개 지역의 자조모임 1) 으로 구성되며, 성매매에 대한 경험적 입장을 가지고 지금 의 성매매 를 이야기하는 조직이다. 2006년 성매매를 경험한 당사자들이 모여 어 디에서도 한 적 없던 각자의 경험을 쏟아내기 시작하며 우리는 뭉치 1) 성매매경험당사자들이 주체적으로 만든 모임으로 지역별(인천, 대전, 전주, 광주, 여수, 대구, 부산, 제주) 모임을 가지고 있으며, 지역자조 모임원이 뭉치의 모임원이 된다. 70
마음으로 이어진 실타래로 시작해, 세상에 울림 있는 목소리를 낸 성매매경험당사자 운동 가 되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성매매현장에서 살아나와 이 자리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뜨겁게 바라볼 수 있어서 감 동이었다. 뭉치는 매년 워크숍을 진행한다. 처음 몇 년간은 서로의 안부를 묻 기만도 바빴다. 그 땐 서로의 안부가 제일 중요했기 때문이다. 워크숍 에서 우리는 사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탈성매매여성으로, 경험당사 자로 살기란 참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낙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온갖 두려움을 참아내야 하는 이야기들, 그래서 그 누구에게도 쉽게 이야기 할 수 없고, 자유로울 수 없었다. 가족을 만들 수도, 학교를 다닐 수 도, 취업을 할 수도, 모든 것이 가로막혀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이야기 들은 넋두리가 되기도 했고 분노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이 수많은 이 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처음으로 우리의 경험을 새로이 해석할 수 있 었다. 피해자에서 당사자로... 그래서 우리는 성매매경험당사자들을 둘 러싼 벽들을 넘어 우리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성매매 현장 우리는 성매매경험당사자다. 그래서 성매매현장을 우리가 본 대로, 우리가 느낀 대로 이야기 하고자 했다. 돈만 주고 성기 이외의 것들까지 요구하고, 구매하려는 성매수자 이 야기. 그들은 정말 섹스 행위만 매수했는지... 우리가 알고 있는 성매수 자는 성기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자기 마음대로 하고자 한다는 이야기 들,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취급하는지,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며 그들을 비웃기도 하고, 욕하기도 했다. 그 다음은 업주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장님이며, 엄마라고 불리며, 7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때론 언니로 여겨지는 업주에 대해, 도대체 얼마만큼 벌어줘야 욕을 듣지 않고 일하는지, 내 빚은 과연 갚아질 수 있는 것인지, 얼마만큼 말을 잘 들어야 다른 곳으로 넘기지 않을지 그런 이야기들을 하며 각 자가 겪은 수많은 업주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소개업자 이야기. 매니저이자, 관리자이고, 나를 잡으러 다니 는 사람인 소개쟁이, 내 빚을 부풀려 업주도 속이고 나도 속여 결국 빚더미에 앉게 만들었고, 고생 좀 해봐야 한다며 제일 힘들다는 지역 으로 보내기도 했고, 가끔은 애인으로 둔갑하는 등 수 만 가지 얼굴의 사기꾼 소개업자 이야기. 또 함께 일했던 언니들의 이야기. 빚이 많아 팔려간 언니, 강제로 성형수술을 한 언니, 언제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 언니, 알코올 중독인 언니, 텐프로 언니, 단속된 언니 그 이야기를 하며 그 많던 언니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했다. 마지막으로 그 모든 사람들과 엮여있는 나의 이야기까지 여러 시간 동안 앉아 우리는 토해냈다. 업소도 다르고, 업주도 달랐지만 우리의 경험은 무척이나 닮아서 그 모든 이야기를 하며 위로보다는 이해와 웃음을 나눌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존재하고 있는 낙인과 싸우 고, 우리를 부정하고 있는 세상과 싸워 지금 우리의 현실에 대해 보여 주고자 했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들이 진실이 되어서 세상에 나오길 원했다. 우리의 경험적 진실이 업주나 성매수자에 의해 사라져 버리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72
마음으로 이어진 실타래로 시작해, 세상에 울림 있는 목소리를 낸 성매매경험당사자 운동 처음 성매매경험여성으로 그들을 만나다 2011년 우리는 그간의 수많은 토론과 넘쳐나는 이야기들을 다른 방 식으로 풀어내기 위해 영상이라는 매체로 성매매경험당사자 들의 입 장을 알리고자 했다. 영상제작 과정에서 마주한 것들은 생각보다 많았 다. 어떤 모습으로 뭉치가 보일지, 우리가 원하던 모습을 담을 수 있 을지, 수많은 고민들이 있었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 보 자. 세상이 듣고자 하는 이야기 말고, 그 현장에 그 시간에 우리는 어 떠했는지,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렇게 전국에 있는 당사자들을 만나 탄생한 <우리의 존재가 실천 이다>의 완성된 영상을 본 우리는 눈물겨웠다. 물론 지금도 그 영상 을 보면 코가 시큰거린다. 화면 속 내 얼굴은 그림으로 덮여져 있다. 그 이유는 아직 세상이 나를(성매매경험당사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이다. 그 영상으로 관객들과 우린 직접 만났다. 화면속의 그림얼굴이 아닌 내 얼굴로 만났다. 관객들은 질문했다. 어떻게 나오게 되었냐고, 지금 어떻게 살고 있냐고, 무엇이 제일 힘들었냐고, 용감하다고, 수많은 질문들을 우 리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단 한 번도 낙인이라는 것을, 한 번도 성 매매를 한 여성이어서 주눅든 적 없는 것처럼 그렇게 관객과 마주 했다. 그 시간은 뭉치가 글이나 그림얼굴이 아닌 맨얼굴로 성매매 를 경험했던 낙인덩어리 자체로 그렇게 무대 위에 섰던 것은 우리 에겐 역사가 되었다. 사람들은 성매매에 대한 오해를 많이도 가지고 있다. 또 사실을 왜 곡해서 이해하기 마련이다. 성매매, 특히 성매매여성에 대해서 말이다.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다양하게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7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우리가 입을 열면!! 이란 생각에 다시 도약했다. 세상이 진실을 알도 록, 세상이 놀라 자빠지기를 바라면서. 우리가 입을 열었을 때 2013년 3월 여성주의 저널 일다 와 함께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경 험을 나누었다.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경험을 가지고 우리 스스로에 게 던진 질문들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연재가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 이 성매매에 대해, 탈성매매여성에 대해, 성매매경험여성에 대해, 성매 매현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 1. 당사자의 목소리로 성매매를 말합니다. 2. 성매매 자발, 비자발 따위는 없다 3. 성매매현장, 상상도 하지마! 4. 창녀 라는 낙인, 밝히 거나 불쌍하거나 5. 방송과 신문에 성매매여성 은 없다, 6. 우리가 원 하는 첫 변화 성매매여성 무죄 주제로 진행되었다. 아무런 편집도 없 이 우리가 한 말들을 그대로 글로 옮겨졌다. 그 전에도 우리의 이야기 가 기사로 작성된 적은 있었지만 단 한 번의 왜곡 없이, 우리가 원하 는 대로, 우리에 의해 쓰여진 기사는 처음이었다. 댓글로 혹은 SNS로 옮겨지며 말도 많았지만 그것은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우린 일다 연재를 마친 후, 성매매경험당사자로 민얼굴로 만 나 발설하고자 입을 열었다. <무한발설>은 2013년 전북, 대구, 부산, 대전, 수원, 광주, 제주, 서울 2회로 총 9회에 걸쳐 전국에서 진행되었 다. 그 안에서 이야기 된 것은 1. 자발 비자발 따위는 없다. 2. 너 맞 았니, 돈받았니? 3. 성매매라 쓰고, 성착취라 읽는다. 4. 밝히거나 더럽 거나 불쌍하거나 라는 주제였다. 첫 번째, 자발, 비자발 따위는 없다 는 성매매에서 자발과 비자발은 74
마음으로 이어진 실타래로 시작해, 세상에 울림 있는 목소리를 낸 성매매경험당사자 운동 나눌 수 없는데, 경찰이나 사람들은 어떻게든 구분 지으려고 한다. 비 자발 그러니까 강제적이었다면 용서 가능하지만 자발이라면 봐줄 수 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뭉치에서 이야기 한 것은 그 누구도 자 발과 비자발로 나눌 수 없으며, 어떤 순간을 자발이라 말할 수 있는가 이다. 그것을 누가 정하는가 하는 것, 지금 나를 조사하는 경찰에게 비 자발임을 강조하며 조사를 받아야만 하는 것, 하지만 성매매현장 안에 서 피해를 당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돈이 오고 갔기 때문에 어떤 피 해든 여성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착 취라고 말하면서 왜 구분을 지으려고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두 번째, 너 맞았니, 돈 받았니? 는 성매매여성에게 성폭력이란 단 어를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언제나 성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 일 을 하고 있는 여성은 언제든 어떤 식이든 돈을 주면 상관없다는 것이 다. 그 돈 역시 가해자(성매수자)가 정한다. 그렇게 돈을 받게 되면(내 가 모르는 사이에 돈을 넣든, 외상이든) 성매매여성이 된다. 성폭행 이후 돈을 받지 않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성폭행 피해자가 될 수 없다. 왜냐면 성매매현장에서 의례 생길 수 있는 과정 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여자 는 성폭행 을 당해도 법적 테두리 안에 보호받지 못한다. 세 번째, 성매매라 쓰고 성착취라 읽는다 는 실제로 성매매 현장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 하는 성매매에 대한 상상 그러니까 그 안에 있는 여성들은 사치스러 울 것이다, 그 안에서 하고 싶은 섹스 는 실컷 하고 돈도 번다는 그런 생각들... 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인신에 대한 구속, 심리 적 억압에 대해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탈성매매 이후 여성들은 그 공간에 있었던 기억이 현재 몸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7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그것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 네 번째, 밝히거나 더럽거나 불쌍하거나 는 성매매여성들을 이렇게 3가지 분류로 보고 싶어 한다. 밝히는 여성은 본인이 섹스 를 너무 좋 아해서 그 일을 하고 있다고, 더럽다는 것은 나와 분리되어서 아무 남 자에게나 성을 판다는 것, 불쌍하거나는 비자발적으로, 강제적으로 성 매매업소에서 일을 했거나 그 안에서 몹쓸 짓을 당한 여성을 가리킨 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불리고 싶지 않다. 뻔뻔한 얼굴로 울지도 않고, 큰소리로 신나게 말하는 우리를 보고 함께 한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우린 당당한 피해자로, 성매매경험당사 자로 진실을 이야기 했기에, 우리의 힘을 드러냈기에 함께 한 사람들 도 우리를 응원했고, 지지했다. 또 그들은 우리에게 말했다. 성매매에 대한 생각의 폭이 좁았다고, 성매매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 지 몰랐다고, 보편적 사실이 꼭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참 좋아 하는 말 우리의 존재가 실천이다 당사자 활동에 대 해 사람들은 편견을 가지고 성매매한 여자들이 무엇을 잘했다고 세상 에 경험을 드러내는가 하지만 지금 우리의 움직임에 세상은, 사람들은 달라질 것을 믿기 때문에 우리는 그 자리에서 발설 할 수 있었다. 2004년 9월 23일, 2014년 9월 23일 성매매특별법10년, 성매매경험당사자 네트워크 뭉치 가 원하는 것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탈성매매를 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뭉치 모임원들에게 성매매현장에 있을 때 특별법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질문했을 때 대부분 몰랐고, 알고 있 다 하더라도 여성을 돕는 법으로 알지 못했다. 만약 우리가 업소 안에 76
마음으로 이어진 실타래로 시작해, 세상에 울림 있는 목소리를 낸 성매매경험당사자 운동 있는 동안 피의자 가 되더라도 탈성매매 하겠냐는 제안을 받는다면, 나오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현장을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 역시 낙인이든 피의 심 2) 이든 벌금형이든 내가 이 곳을 나갈 수 있다면, 업주가 나와 가족 들을 괴롭히지 않는다면 다른 것은 상관없었을 것이다. 탈성매매를 하면서 가진 다짐과 용기 그리고 절박함, 또 모든 관계 를 단절하면서 한 탈성매매이지만 현장에서 나온 후 삶은 녹록치 않 았다. 먹고 살 일 뿐만 아니라 민 형사소송이라는 결코 쉽지 않는 일 들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다른 일 을 한다는 것 혹은 돈을 버는 일 을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면 성매매 현장이 전부 (사회)였고, 사회경력도, 학력도 짧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만 해결이 되면 괜찮아 지는가? 답은 그렇지 않다 이다. 성매매여성을 둘러싼 오 만가지의 편견과 낙인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성매매를 하 고 싶다는 사람은 없다. 이 모든 것들을 감내하면서 어렵더라도 살아 간다. 혹은... 다시 업소로 들어간다. 그래서 뭉치는 그때도 지금도 원하고 있다. 특별법이 제정되어 우리 에게 어떤 부분에서 숨통을 틔워줬다면 이제 숨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폭력 공간(성매매현장) 안에서 아무런 대안 없이 탈성매매할 수 없고, 처벌받을지도 모르는(괜히 벌금만 받아 오히려 빚만 늘게 되 는) 세상에 나올 수 없는 것이다. 특별법이 생겨서 고맙다, 내가 나왔을 때 있어줘서 고맙다. 이런 말 을 하기 보다는 모두가 안전하게 나오고 누구나 그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한다. 그래서 뭉치는 말한다. 여성이 비범죄화 되어야 한다고, 2) 피의자심문의 줄임말로,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기 전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는 것을 말한다 (편집자 주). 7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그 폭력적인 공간 속에서 수많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의자 로 불리면 안 된다고, 성매매 여성이라는 낙인이 강화되어서는 안 된 다고 말이다. 성매매가 여성에게 오는 질문이나 경계가 아니라, 수십 년 전부터 지겹도록 이야기한 그 구조를 보고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 이다. 내가 그 곳 에서 나온 지 10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10년 올해 성매매특별법 시행 10년, 내가 현장에서 나온 지 10년, 수많은 그녀들이 나온 지 10년이 되었다. 뭉치가 만드는 당사자 운동, 언제든 내가 될 수 있는 수많은 여성들과 함께 만들어갈 10년이 기대된다. 우 리가 말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우리 는 분리된 세상에 감춰진 존재로 살아야 할 것을 알기에 입을 열었다. 우리의 입을 두려워하는 많은 사 람들에게 더욱 두렵도록 그래서 그 썩은 부분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 겠다고, 그렇게 드러내고 말하고, 행동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늘 미안하고 미안한, 성매매특별법을 눈물로 만들어낸 군산시 개복동 대명동 화재참사로 돌아가신 여성들과, 함께하지 못하 고 죽어간 수많은 성매매피해여성들에게 특별법 10년을 맞아 인사합 니다. 죄송합니다. 이 길 위에 함께 하겠습니다. 78
현장연구2 성매매피해자 지원 활동, 그 성과와 향후 과제 이 희 애 (사단법인 에코젠더 부설 여성인권센터 쉬고 대표) 1. 들어가며 2004년 제정된 성매매방지법의 가장 큰 의의 중 하나는 성매매여성 의 피해를 법적으로 인정하여 여성들에게 피해자의 지위를 부여했다 는 점이다. 이른바 요보호여성 에서 성매매피해자 로의 지위 변화는 그간 현장에서 진행되던 지원활동의 양적 확대와 발전은 물론이고 보 호 시스템에도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왔다. 성매매방지법 제정 10주 년을 맞이하여 법 시행 전 후의 지원활동의 변화를 되짚어보고 10년 간의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성매매피해자 지원 1) 성매매방지법 제정 이전의 지원 (1) 성매매여성에 대한 국가적 지원 시스템의 출발 : 보호 지 도소 와 직업보도시설 보호지도소 란 윤락행위등방지법(법률 771호. 1961년 11월 9일 제 정)에 의거하여 보건사회부 1) 장관이 지정하는 주요 도시 및 기타 필 7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요한 곳에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기관으로 윤락행위의 상습이 있는 자 2) 와 환경 또는 성행으로 보아 윤락행위를 하게 될 현저한 우려가 있는 여성 들을 선도ㆍ보호할 목적으로 운영되던 보건복지부 산하 기 관이다. 보호지도소 의 주요 업무는 요보호여자 3) 의 신상과 기타 문제 에 관한 상담, 요보호여자의 성격이나 가정 또는 그 환경 등에 대한 원인 탐구 및 지도, 요보호여자의 동태와 분포상황에 대한 조사 및 파 악, 임시 수용 및 보호, 선량한 직업의 알선, 가족이나 기타 연고자에 게 귀환조치, 기타 선도보호사업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 정되는 일 등을 주요 업무로 삼았다 4). 전국에 6개의 수용 보호소가 설치되어 상담과 정신교육을 실시하였는데 5), 실제 운영측면에서 보면 여성들의 자활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여성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처벌적 기능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보호지도소의 역할이 처벌인지 지원인지에 대해 모호한 측면이 있는데 실제로 여성들의 증언에 등장 하는 보호지도소는 적법한 절차 없이 수용되며 외출 금지는 물론이고 외부와의 연락이 일절 차단된 상태로 생활했다. 심지어 보호자 없이 나갈 수 없는 경우도 있어 부랑자 등과 합동결혼식을 올린 후에 보호 지도소에서 나올 수 있었다는 사례도 있다. 보호지도소는 성매매 현장 에서 단속에 걸리면 수용되었던 장소로 여성들에게는 보호나 자활을 위한 지원시설로 기억되기보다는 수용소나 감옥의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다 6). 1) 현 보건복지부의 전신. 2001년 여성부가 신설되기 이전은 보건복지부(보건사회부)가 주무부처임. 2)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위해 당시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 함. 뒤의 요보호여자 역시 같은 이유로 그대로 사용. 3) 요보호여자( 要 保 護 女 子 ) : 보호를 요하는 여자, 법에서는 윤락행위를 하게 될 우려가 있는 여성을 의미함. 4) 윤락행위등방지법 제 7조 2항 5)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여성복지사업 참조 80
성매매피해자 지원 활동, 그 성과와 향후 과제 <참고자료 : 보호지도소에 대한 기사 동아일보 1963년 1월 22일 기사 윤락여성 보호지도소를 신축. 갖가지 기술시설 3월부터 본격적인 선도사업 서울시는 이제까지 미온적인 대책으 로 그쳤던 윤락여성들의 선도를 위 하여 이번 영등포구 대방동 7) 에 이층 철근 콩크리트 로된 부녀보호 지도소 를 신축, 각종 시설을 갖춰 오는 3월 초순부터 본격적인 보호사 업에 나선다. (이하 중략) 앞으로 수예, 재봉, 편물, 미용 기술 지도를 위한 시설을 많이 갖추어 실 속 있는 선도에 주력하리라 하며 금 년도 계획으로 직업보도장 건물을 또 하나 세우리라 한다. 직업보도시설 은 동법 제8조에 명시된 시설로 법 시행 2년여 만인 1963년 10월 윤락행위등방지법에의한직업보도시설의시설기준령 이 제 정되었다. 제정된 기준령 에는 직업보도 종목별로 매우 세부적인 시설 기준이 명시되어있다. 예를 들면 양재 또는 양복의 조제기술 보도를 목적으로 하는 직업보도소의 경우, 실습실의 규모는 물론이고 재봉기, 6) 막달레나, 막 달래나? (2000. 개마서원), 붉은 벨벳앨범 속의 여인들 (2007. 도서출판 그린비) 등 출판물 참조 7) 현재 서울여성플라자 가 위치한 곳. 이 보호지도소는 1998년 서울 강남 수서로 이전하 였고 2001년 서울특별시 여성보호센터 로 명칭을 변경함. 8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재단대, 마네킹의 필요 숫자까지 적시되어 있다. 직업보도시설은 요보 호자 에 대하여 양재, 편물, 이 미용, 타자, 요리 등의 직업교육을 실시 하는 기관으로, 1995년 화재로 3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여자 기 술학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후 방화사건과 수용된 여성이 제기 한 헌법소원으로 윤락행위등방지법이 1995년 1월 5일 전부개정 됨에 따라 직업보도시설 은 선도보호시설 로 그 명칭이 전환된다. (2) 국가 시설의 민간 위탁 및 법인 시설의 활성화 : 일시보 호소 와 선도보호시설, 여성복지상담소 1995년 개정된 윤락행위등방지법에는 일시보호소 와 선도보호시설, 자립자활시설 이라는 명칭이 새롭게 등장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 은 사회복지법인 과 비영리법인 이 시 군 구의 허가를 받아 시설을 설 치ㆍ운영 할 수 있게 되어 8), 이전과 비교해 볼 때 시설의 개방적 운 영과 시설 확대의 기반이 조성되었다는 점이다. 기존의 기술교육 중심 에서 한걸음 나아가 성매매여성의 특성을 반영한 전문적인 지원기관 으로 변모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현재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몇 몇 일반지원시설은 직업보도시설 시기부터 그 활동의 맥을 이어오지 만 현재 일반지원시설의 전신은 선도보호시설로 보는 것이 좀 더 보 편적 상황이다. 당시 규모가 비교적 작은 시설들은 대부분 일시보호 소 로 분류되었는데 현재의 일부 청소년지원시설이 당시의 일시보호 소 로 분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시보호소 는 당시 선도일시보호 시설 로, 선도보호시설 은 선도중장기보호시설 로 구분하여 표현되었 고 일반적으로 선도보호시설 이라 하면 선도일시보호시설 과 선도중 8) 윤락행위등방지법(법률 제 4911호, 1995년 1.5 전부개정) 제 12조 2항. 82
성매매피해자 지원 활동, 그 성과와 향후 과제 장기보호시설 을 모두 포함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1995년 법 개정 당 시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일시보호소 의 시설 운영에 대한 명확한 지침은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시설의 기능면에 있어서도 종사자 배치 기준 외에 선도보호시설 과의 큰 차별이 없었다. 예컨대 지금의 일반 지원시설과 청소년지원시설의 구분처럼 입소대상자의 연령에 따른 구 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설 규모나 입소 정원에 대한 별 도의 기준도 따로 제시되지도 않았다. 다만 2004년 지침에 의하면 선 도일시보호시설은 3월 미만의 일시보호와 상담을 하고, 재입소를 통해 보호기간이 6월을 넘길 시에는 가급적 인근의 선도 중장기보호시설로 연계하도록 지침이 마련되었다. 선도중장기보호시설의 보호기간은 6월 로 하되,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에는 6월의 범위 내에서 연장이 가능하 도록 되어있다. 보건복지부 부녀과의 여성복지시설 현황 자료에 의하면 1998년 6월 30일 기준 전국에 12개의 선도보호시설이 운영되다가 2001년 청소녀 쉼터들이 선도일시보호시설로 등록하면서 22개소 9) 로 증가하였고, 2003 년 6월 기준으로 전국에 26개의 선도보호시설이 운영되었다 10). 이후의 문서에는 선도보호시설이라는 명칭은 사라지고 성매매피해여성 지원시 설로 소개되는데 2005년 권익증진 사업안내 자료에 따르면, 2004년 12 월 기준으로 총 38개의 시설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난다. 9) 서울특별시 2001년 여성복지사업 안내 참조. 2001년 선도보호시설의 운영효율화를 위 한 정책 개발 세미나 자료 참조 10) 권익증진사업안내. 2004-2005. 여성부. 65p. 8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표 1] 여성복지시설현황 1998.6.30 현재 단위: 개소, 명 구 분 모자 보호시설 미혼모 모자 일시보호소 선도 보호시설 성폭력 피해자보호 성폭력 상담소 여성복지 상담소 시설 수 39 8 6 12 3 40 117 보호인원 및 이용자 수 902세대 258명 124명 425명 11명 10,158명 166,899명 자료 : 보건복지부 부녀과(1998). 또한 95년 개정된 법에는 지금의 성매매피해상담소에 해당하는 여 성복지상담소 설치규정이 등장한다. 선도보호시설과 마찬가지로 상담 소의 설치 주체로 사회복지법인 등에 의한 민간 운영을 허용하고 있 으나 당시여성복지상담소는 대부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조 직으로 상담원은 지방직 공무원이 하도록 되어있다. 1998년 무려 117 개소의 여성복지상담소가, 2003년 12월 기준으로는 총 40개의 여성복 지 상담소가 운영 중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후 자료에는 여성복지 상담소 라는 명칭은 사라지고 성매매피해상담소 라는 명칭이 사용된 다. 2004년 12월 기준으로 총 35개소의 성매매피해상담소가 운영 중으 로, 이중 국가 및 지자체에 의한 상담소가 18개소, 민간 상담소가 1 7 11) 개소로 나타났다. 한해 뒤인 2005년 12월 조사에는 29개의 성매매 피해상담소가 운영 중인 것으로 발표되었다. 발표된 상담소의 숫자로 만 보면 성매매방지법 실행 이후에 상담소가 축소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성매매피해자들을 위한 직접지원 등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여성복지상담소 를 정리하고 실질적인 피해자지원이나 법률 이 정한 상담소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기관만이 상담소로 인정받기 11) 2003년과 비교하면 민간 상담소 10개 증가. 84
성매매피해자 지원 활동, 그 성과와 향후 과제 시작한 것이다. 2005년 말 기준으로 운영 중인 상담소 29개 중 2개소 만이 지자체 소속 12) 이고 나머지 27개소가 민간 운영 상담소인데 이들 상담소의 대부분이 2014년 현재까지 성매매피해자를 위한 활동을 이 어가고 있다. 자립자활시설 은 요보호자 또는 선도보호시설에서 퇴소한 자 중 사 회적응이 곤란하거나 거주할 곳이 없는 자로서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6월의 범위 내에서 숙식 직업알선 등을 제공하여 사회적응을 용이하 게 하는 시설이라고 법에 명시되어 있다. 현재 그룹홈 에 해당하는 기 능을 하는 시설이지만 실제로 자립자활시설 이 설치 운영된 바는 없 고 문서로만 존재했던 시설이다. 2) 성매매방지법 제정 이후의 지원 (1) 성매매피해자 구조지원사업 성매매방지법이 제정 된 직후인 2004년 9월부터 시작된 성매매피해 자구조지원사업은 복권기금을 운용하여 전액 국비로 지원되다가 2008 년부터는 일반회계로 전환되어 현재까지 수행 중이다. 성매매피해자 구조지원 사업은 성매매방지법 이전 현장에서 여성들을 지원한 활동 내용을 토대로 구성되었다. 사업 첫해인 2004년은 의료 법률 직업훈련 3개 영역에서 지원하였 다. 의료지원의 경우 대부분의 여성들이 건강에 문제가 있는 상태로 성매매에서 벗어난다는 점, 건강 악화가 때로 여성들에게 탈성매매의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탈성매매가 궁극적으로 자활로 이어지기 위해서 12) 서울 1개소, 대구 1개소. 8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는 반드시 의료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지원되었다. 성매매로 인 한 피해 질환은 신체질환 및 정신과 영역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포함 되었다. 법률지원의 경우, 성매매로부터 벗어난 여성들 대부분이 업주 등과 해결해야 하는 법률적 문제가 남아있기 마련인데 외부의 지원 없이 여성들 힘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문제해결에 소요되는 기간도 길게는 수년이 소요된다는 면에서 여성들에게는 가장 큰 문제로 인식 된다. 특히 선불금은 성매매로의 유입은 물론이고 한번 유입된 여성을 계속 성산업공간에 머무르게 할 뿐 아니라, 탈성매매 이후에도 가장 강력한 통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적어도 불법원인급여인 선불 금 문제해결 만큼은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해결해야한다는 공론이 형 성되었다. 선불금 이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의 법률지원이 진행되었는 데 신용회복이나 파산 면책과 같은 경제활동을 위한 영역도 포함되었 고 호적이 없는 여성들에게 상담소나 지원시설의 장이 후견인이 되어 호적취득절차를 지원하거나 성매매와 관련된 혼인 상태에 대한 정리 등 가정법원 사건도 법률지원에 일부 포함되었다. 또한 탈성매매가 궁 극적 자활로 이어지기 위해서 안정적인 직업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인 데 대부분의 여성들이 성매매 이외의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므로 별도 의 특화된 교육과정이나 훈련이 필요한 상황임을 감안하여 직업훈련 영역이 포함되었다. 이렇게 의료 법률 직업훈련 3개영역에서 진행된 성매매피해자 구조지원사업은 바로 다음해인 2005년부터는 여성들의 자활을 위해서는 심리 정서적 치유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 이 반영되어 치료회복프로그램 영역이 추가되었고 이 4개 분야의 지 원이 2014년 현재까지 계속 되고 있다. 86
성매매피해자 지원 활동, 그 성과와 향후 과제 지원 영역별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분 수행 기관 세부내용 1인당 지원금액 법률 지원 지원시설 상담소 선불금등 법률문제 해결을 위한 변호사 선임비용, 인지대, 증거수집 비용, 조사동행 비용, 교통비, 녹취비 등 법률지원에 소요되는 직ㆍ간접비용 250만원 의료 지원 지원시설 상담소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시행규칙 제10조의 규정에 의한 범위 사업수행 초반 의료지원에 포함된 부분 술, 담배, 불규칙한 생활로 인한 신체 허약 및 치아손상 치료(한방물리요법 및 한방생약제제를 포함) 성매매로 인한 임신과 관련한 사항 및 성폭력(강요, 강제에 의한 성매매)으로 인한 임신중절. 기타 성매매피해로 인해 발생한 질병의 치료를 위한 수술비용. 단, 미용목적의 의료비는 제외 300만원 직업 훈련 지원시설 지원시설에 1개월 이상 입소한 자의 직업훈련 및 검정고시 교육비용. 단 외부 교육기관에 한하며 시설에서 진행되는 검정고시 교육비는 제외. 실질적 취업이나 창업이 가능한 직업교육이나 진학교육을 우선 지급하도록 함 재료비를 포함한 직접교육비는 월 35만원, 총 210만원(6개월)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음 월 10만원 13) 이내의 교육훈련수당 지급이 가능함 210만원 치료 회복 프로 그램 지원시설 집결지 시범사업 사무소 전문가 상담, 심리치료 등을 위한 강사료 및 상담료 집단상담을 위한 장소 및 기자재 임차료, 재료비 치료캠프를 위한 숙식비, 교통비 등 적용 없음 14) 구조지원사업 수행 초기에는 의료비의 지급 범위를 매우 포괄적으 로 해석하여 지원하였다. 강요, 강제에 의한 성매매를 성폭력으로 판 단, 임신중절에 대한 지원을 포함했고, 신체 허약과 같은 증상에 대한 13) 2009년부터는 직업훈련 수당이 20만원으로 인상 됨. 14) 치료회복프로그램 운영 비용은 개별지원으로 보지 않아 1인당 지원한도액에 포함하지 않음. 8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한방치료, 한방생약제제 지원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가능했다. 이 는 성매매와 질병의 연관성을 판단할 때 진단 기준이 아닌 여성들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판단했음을 의미하며 건강에 해로운 성매매현장의 생활환경을 성매매피해로 인정했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현장의 요청을 지침에 반영하여 2007년과 2008년에는 간병인 비용지원에 대한 기준 이 마련되어 1인당 지원한도 내에서 최장 5일 이내의 간병비가 집행 되기도 했다. 당시 수술 등으로 인한 입원 치료 시 대부분 지원시설이 나 상담소 등 시설의 종자자가 간병까지 담당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지원시설의 경우 함께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여성들이 간병에 동원 되기도 했는데 직업훈련으로 간병인 자격증을 취득한 여성들을 확보 하고 있는 시설에서는 이러한 인력을 활용하기도 했고 이는 여성들의 자활을 다각도에서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권장되기도 했다. 2009년부터 의료비의 지급 범위가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시행규 칙 제 10조의 규정에 의한 범위로 한정되면서 그간 지원되던 치과치 료비용, 한방약재, 간병비 지원이 전면 금지되었다. 치과치료비용의 경 우 성매매와 관련한 치아손상비용이 2010년 시행규칙에 성매매로 인 한 질환에 포함되면서 다시 지원되고 있다. 기금 집행에 있어서 위 표와 같이 지원항목별 한도액이 제시되어 있으나, 1인당 지급 총액인 760만원 한도 내에서 사례에 따라 융통성 있는 예산 집행이 가능하다. 지원항목별 지급액은 의료비는 450만원, 법률지원비는 375만원, 직업훈련비용은 315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도 록 지침이 마련되었고, 입소기간 연장 등으로 인하여 지원기간이 6개 월을 초과하는 경우 직업훈련비에 한하여 특별히 100% 추가지급이 가능하다. 이는 의료나 법률지원이 궁극적으로는 자활을 목적으로 하 고 있기 때문에 자활의 결정적 요건을 갖추게 하는 직업훈련에 대해 88
성매매피해자 지원 활동, 그 성과와 향후 과제 서는 좀 더 융통성 있는 기금 사용을 하도록 한 것인데 현재는 항목 별 한도액과 상관없이 개인의 상황에 따라 총액내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성매매피해자 구조지원사업으로 2004년 성매매피해상담소 14개소, 2006년 12개소에 긴급구조 등을 위한 차량구입비가 지급되었 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의해 설치 운영 중이던 지원시설에는 운영 비 지급이 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복권기금에서 운영비가 지원되었다. (2) 성매매집결지 사업 성매매집결지 사업은 크게 세단계로 변화의 과정을 겪으며 수행되었 다. 2004년 11월 시작된 성매매집결지 시범사업 은 집결지 사업의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부산과 인천 2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사업이 실시 되었고, 그 이듬해인 2005년 5월 사업평가를 통해 정식 사업으로 확대 되었다. 2005년 9월 시범사업 수행 지역 외, 전국 5개의 성매매집결지 로 확대 실시되면서 사업명이 성매매집결지 자활지원사업 으로 변경되 었다. 같은 해 10월 다시 2개의 성매매집결지가 사업대상지역에 추가되 었고, 그 이듬해인 2006년에 3개 지역으로 확대되어 총 12개 성매매집 결지에서 성매매집결지 자활지원사업 이 수행되었다. 그 후 2009년부터 성매매집결지 현장기능강화사업 으로 다시 사업명과 세부 사업 내용이 일부 변경되어 진행 중이다. 각 단계별 사업 수행 지역은 다음과 같다. 사업명 사업수행지역 사업수행주체 사업수행기간 성매매 집결지 시범사업 부산 완월동 (사)부산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2004. 11월~ 2007. 12월 인천 (사)인천여성의전화 부설 숭의 2004. 8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성매매 집결지 자활지원 사업 성매매 집결지 현장기능 강화사업 숭의동ㆍ학익동 서울 용산 부산 범전동 경기 성남 중동 경기 동두천 서울 천호동 경기 파주 연풍리ㆍ대능리 전북 전주 서노송동 대구 도원동 서울 청량리 서울 미아리 부산 충무동ㆍ초장동 인천 숭의동 서울 용산 부산 범전동 경기 성남 중동 성매매피해상담소 강강술래 (사)막달레나공동체 현장상담센터 사회복지법인 꿈아리 부전현장상담센터 (사)경원사회복지회 새움터 쏘냐의집 (사)에코젠더부설 파주여성인권센터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부설 현장상담센터 대구여성회관 성매매없는 세상 이룸 자립지지공동체 (사)부산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사)인권희망센터 강강술래 부설 희희낙낙 (사)막달레나공동체 현장상담센터 사회복지법인 꿈아리 부전현장상담센터 (사)경원사회복지회 부설 With Us 11~2008.12 학익 2004. 11~2007.6 2005. 9월~ 2008. 12월 2005. 9월~ 2008. 12월 2005. 9월~ 2008. 12월 2005. 10월~ 2006. 12월 2005. 9월~ 2009. 12월 2005. 9월~ 2009. 12월 2005. 10월~ 2009. 3월 2006. 3월~ 2009. 12월 2006. 4월~ 2009. 3월 2006. 4월~ 2007. 8월 2009년 1월 시작 서울 영등포 다시함께상담센터 광주 대인동 전북 전주 서노송동 (사)광주여성인권센터 부설 성매매피해상담소 언니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부설 현장상담센터 2009년 7월 시작 90
성매매피해자 지원 활동, 그 성과와 향후 과제 경북 포항 대흥동 경남 마산 신포동 서울 천호동 경기 파주 연풍리ㆍ대능리 대구 도원동 강원 춘천 학성동 경기 수원 매산로 경북 성매매피해상담소 새날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집 (사)에코젠더 부설 여성인권센터 쉬고 (사)대구여성회 부설 성매매피해상담소 힘내 (사)강원여성인권지원공동체 춘천길잡이의 집 성매매피해상담소 어깨동무 2010년 1월 시작 2011년 1월 시작 이 사업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다른 사업과 비교해볼 때 지원대상이 다르다는 데 있다. 시범사업시기의 지원대상은 집결지 성매매 여성 중 탈성매매를 희망하는 자 로 지원조건은 월 4회 이상 상담 참여 를 하는 경우로 한정했다. 기존의 지원체계나 다른 지원사업이 탈성매매여성, 성 매매피해여성 15) 으로 하고 있는 것과는 차별된다. 시범사업과 집결지자 활지원사업 에는 긴급생계비 지급이라는 이례적인 지원이 제공되었다. 긴급생계비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최저 생계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사업대상 여성 중 지원조건을 충족한 경우 지급하게 된다. 시범사업 시 기에는 월 37만원 16) 씩 최장 6개월간 지급되었고 집결지자활지원사업 시기에는 월 46만원 17) 정도의 생계비와 부양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 1인 당 10만원 18) 이 추가 지급되었다. 15) 매우 협의의 의미에서. 16)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해당년도의 1인 최저 생계비 기준 17) 사업수행연도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1인 생계비 기준 금액 18) 만 18세 미만인 자녀에 한하여 3인까지 지원 9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이 사업의 추진 배경에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직후 성매매집결지의 상황변화에 대해 정부와 여성단체 19) 의 신속한 대응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4년 9월 23일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후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는 단속의 집중 대상이 되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 한국사 회엔 다양한 유형의 성산업이 존재했지만 성매매집결지는 말 그대로 집결 하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단속 역시도 성매매집결지로 집중되었 다. 당시 정부는 엄정한 법집행을 천명하였고 경찰의 단속은 예정된 한 달을 지나 몇 달간 지속되었다. 전례없는 단속은 급기야 생존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집회와 국회 앞 단식 농성으로 이어졌다. 여성들의 생존권 요구에 정부는 당장 성매매를 그만 둘 수 없는 여성들의 사 정을 반영하여 시범사업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집결지 사업의 추진으 로 그간 진행되던 성매매집결지에서의 현장활동(Out-Reach)이 체계화 되고 안정화되었다. 또한 집결지 사업의 수행을 위해 설치된 현장지 원센터 와 열린터 의 운영으로 집결지 여성들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 들이 시도되었다. (3) 자활지원센터 운영 자활지원센터 는 2004년 성매매방지법 제정 이후 새롭게 등장한 유 형의 비입소 이용시설이다. 자활지원센터는 2006년 3개소를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9개소가 운영 중에 있는데 여성부는 2006년 정식 자활지 원센터를 개소하기에 앞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탈성매매자 활지원센터 를 시범운영 20) 하여 자활지원센터의 운영에 관한 부분을 숙 19)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와 한국여성단체연합 은 부산 완월동 성매매집결지 여성 조직인 해어와 와 인천 옐로우하우스 여성 조직인 상조회 와 함께 2004년 10월 27일 공 동기자회견을 열어 집결지에서의 지원 사업 시행을 촉구하였다. 92
성매매피해자 지원 활동, 그 성과와 향후 과제 고하였다. 탈성매매자활지원센터 운영에 있어 특이할만한 점은 전문인력 채용 및 배치에 관한 사항으로 성매매업소 종사 경험이 있는 여성으로 1년 이상 성매매관련 민간단체에서 현장상담 또는 방문상담의 경험이 있 는 자를 동료교육 상담원으로서 1인 이상 필수 배치 하도록 했다는 점 이다. 이는 탈성매매 및 자활을 지원하기 위한 모든 시도의 출발이 여 성들의 상황과 경험에 맞게 충실하게 구성되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하 겠다. 2003년부터 2005년 까지 필수 및 선택 사업으로 제시되었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업명 동료교육 프로그램 직업재활상담 사업내용 심리상담 및 집단상담을 통해 성매매로 인한 정신적 상처를 극복하고 직장 적응력을 높임 취업 및 기술교육 등에 대한 정보제공 프로그램을 통해서 취업에 관한 정보를 수집ㆍ제공 필수 사업 직업재활교육 취업에 필요한 기술 습득 면접기술 및 직장적응훈련, 인간관계개선훈련 등의 취업 교육을 통해 취업에 대한 자신감과 가능성을 높임 일자리제공 프로그램 창업이나 취업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이루기 이전까지 한시적으로 일자리제공프로그램에서 일하면서 경제적인 자립을 이루고 직장에 대한 적응력을 높임 창업프로그램 일자리제공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이 팀을 구성하여 창업을 함으로써 실질적이고 안정적인 경제적 자립을 도모 20) 경기 새움터 와 서울 막달레나의집 에서 사업을 수행함. 9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선택 사업 의료 및 법률지원 피해여성 긴급보호 성매매관련 여성질환 등 응급치료 지원 여성폭력 피해여성을 위한 무료 법률구조사업 을 통한 피해자 구조의 기초자료 조사, 법원 동행 등 법률지원 여성부 지원의 장ㆍ단기 보호시설로의 연계 전에 피해여성에 대한 일시보호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시된 사업의 일부는 현재 치료회복프로그 램의 일환으로 제공되고, 선택사업의 경우 지원시설 및 성매매피해상 담소에서 성매매피해자 구조지원사업으로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필 수 사업의 대부분은 현재 자활지원센터의 주요 사업으로 발전하였다. 일자리제공 사업 중 인턴십 프로그램은 시범운영 2년차인 2004년에는 인력을 채용한 업체나 기관에서 급여의 50%을 지급하고 나머지 50% 의 급여를 사업비에서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현재의 인턴 십 프로그램은 사업비에서 전액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차이를 보인다. 중요한 점은 자활지원센터의 역할과 기능을 정립하기에 앞서 매우 다 양한 시도들이 있었고 이러한 시도를 통해 지원시설들의 역할 및 자 활지원센터의 주요 기능에 대한 정리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2006년에 3개소로 시작된 자활지원센터는 2007년 5개소, 2008년 6개소, 2009년 8개소, 2011년 9개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신규 설치가 이뤄지지 않 았다. 현재 자활지원센터의 주요사업은 다음과 같다. 사업명 사업 내용 비고 취업ㆍ진학 및 기술교육 취업ㆍ창업 또는 진학 준비와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된 직업훈련 지원 (취업능력 제고를 위한 진학훈련 포함) 1인당 지원한도액 760만원 적용 21) 94
성매매피해자 지원 활동, 그 성과와 향후 과제 외부 위탁 훈련으로 진행되는 취업 및 진학 훈련의 경우 출석률 80%이상의 참여자일 경우 월20만원 한도이내의 직업훈련수당 지급 전업 및 사회통합 지원 일자리제공 사업 전업관련 적성검사 및 직업상담ㆍ지도 사회통합을 위한 기본적 소양 교육 창업지원 및 창업자 사후 지원 공동작업장 운영 : 전문기술 습득 후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으로 선정. 참여기간은 1년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심사과정을 거쳐 최장 3년 까지 연장 가능. 인턴십 프로그램 : 사업수행업체(기관)과의 제휴, 협약체결을 통해 운영. 참여자의 적성과 선호에 맞는 업종을 선택 지원기간은 1년을 원칙으로 하되 공동작업장 지원기간 3년 중 잔여기간만큼을 추가 지원 받을 수 있음. 월 100~150시간 근로 원칙. 시간당 6,030원 지급 22) 의료ㆍ법률 지원 자립 및 자활의 과정에서 중대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의료적, 법률적 문제해결을 위한 지원비 의료지원의 범위는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10조의 범위 1인당 지원한도액 760만원 적용 23) 성매매피해자 구조지원사업과 별개로 진행하던 자활지원센터의 의 료 법률 직업훈련지원은 2009년부터 구조지원사업과 동일하게 1인당 지원한도 금액 760만원 이내에서 집행하도록 기준이 변경되었다. 자활 지원센터 운영 초기인 2007년까지는 자활지원센터에서의 의료 법률지 원은 시행하지 않다가 2008년부터는 시행토록 했다. 이는 자활지원센 터의 이용대상을 성매매피해상담소 및 지원시설의 지원을 받거나 또 21) 지원시설이나 상담소 등에서 의료 법률 직업훈련 지원을 받은 경우 동종항목에 대해 자 활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을 수 없음. 22) 만 18세 미만의 부양자녀가 있는 경우 3인까지 1인당 10만원 추가지급. 23) 위 21)과 동일. 9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는 스스로 의료 법률적 문제 등이 어느 정도 해결되어 자활의 기반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는 탈 성매매 여성 으로 명시하였기 때문이다. 성매매피해자의 법률 의료 문제는 그 특성상 필연적으로 탈 성매매 이후, 수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이는 자립이나 자활 과정에서 중대 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사업 수 행의 범위를 변경한 것이다. 3. 성매매피해자 지원활동의 향후 과제 1) 선택과 집중 : 현장기능강화사업 성매매집결지를 대상으로 그간 진행된 지원사업은 사업 수행 초기 부터 성매매여성의 탈업소와 자활을 지원함과 동시에 집결지 정비기 반을 마련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시범사업시기부터 지금의 현장 기능강화사업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22개 성매매집결지에서 사업이 진 행되었지만 현재까지 정비된 성매매집결지는 인천 학익동, 서울 용 산, 춘천의 난초촌 정도에 그친다. 일부에서는 한국사회의 성매매가 다양해지고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전통형 집결지 성매매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산업형 신변종 성매매로 정책의 방향을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성매매에 대한 개입이 시급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집결지 성매매에 대한 선택과 집중 역시 여전히 절실하다. 성매매방지 현장에서의 성매매 집결지는 한국 사회 성매매 지형에서 가장 상징적인 의미를 안고 있으며 또한 업계 의 대표성을 띄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다른 유형의 성매매와 비교하 여 조직화가 용이하여 정책을 적용하거나 행정을 집행할 수 있는 가 96
성매매피해자 지원 활동, 그 성과와 향후 과제 능성이 가장 높다는 특성도 있다. 대한민국 성매매 방지정책이 지난 10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장 외형화 된 집결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정책의 방향을 옮겨서는 안된다.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 향후 몇 년간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집중이 필요할 것으로 보 인다. 여성들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사업의 기본 운영 방향인 집결지 정비 기반 마련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성매매방지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정책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부처 간 협력이 필수적이고 지자체의 참여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기존의 도심 재개발을 통한 집결지 폐쇄와 재건축 형태만으로는 대안을 찾기 힘든 실정이므로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정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연 구가 선행되어야 하고 지역별로 연구 결과에 따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도심과 비 도심, 상업지역과 도 농 복합지역, 개 발이익 발생 여부 등에 따라 맞춤형 정비 계획이 필요하다. 2) 청소년 성매매 전문성 강화 : 전담 상담원 배치 등 개입 전략 수립 성매매방지법 제정 이후 성인 성매매피해자에 대한 개입은 여성들 의 자활 과정에 맞게 비교적 체계적으로 정립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시설을 중심으로 보면 현장개입과 구조를 담당하는 성매매피해 상담소의 개입에서 시작하여, 지원시설의 입소 24) 나 자활지원센터를 이 용한 직업훈련 지원, 그룹홈을 통한 주거지원 등 각 단계별로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다. 사업을 중심으로 달리 설명하면 Out-Reach 현 장방문활동이 최일선에서 진행되어 지원 대상자를 만나게 되고, 구조 24) 비 입소 이용자도 포함 됨. 9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지원사업을 통한 각종 문제의 해결, 일자리제공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통한 자활 지원이 단계별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청소 년 성매매는 이러한 전달체계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성매매피해상담소가 성인 성매매피해자에게 집중되 어 있다는 것에서 첫 번째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대부분의 성매매피 해상담소가 청소년 성매매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는 현재의 인력배치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보여 진다. 현장기능강화사업을 수행하지 않는 일반 성매매피해상담소는 사무원 1인과 시설장을 포함하여 총 5인이 배치되어있다. 현장기능강화사업을 수행하더라도 추가된 인력 25) 은 현장기능강화사업에 배치되고 그 인력 만으로 집결지사업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력 부족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청소년 성매매의 개입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청소년 성매매만을 전담하는 센터 를 따로 개소하는 방법과 기존의 성매매피해상담소에 청소년 전담 인력을 추가 배치하 는 방법이 있다. 비용적인 측면만 비교해도 전자는 새로운 시설의 개 소에 따른 추가비용 26) 이 많이 발생한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따라 서 이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기존의 전달체계인 성매매피해상담소 에 청소년 성매매에 전담 인력을 추가 배치하여 청소년 성매매에 대 한 개입을 활성화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개입 전략을 점검함에 있어 현재의 위기청소년 교육센터 운영 방안에 대한 점검도 함께 고민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국 9개 지역에서 10개소 27) 의 위기청소년교육센터가 운영 중에 있으며, 기존의 성매매방지 지원체계와 별도로 진행되어 대상청소년의 25) 성매매집결지 규모와 사업 수행 지역 수에 따라 2인 3인 배치. 26) 시설비, 임차료, 운영비 등 27) 운영을 총괄하는 중앙위기청소년교육센터 제외. 98
성매매피해자 지원 활동, 그 성과와 향후 과제 확보 및 지원 28), 청소년지원시설로의 연계 등의 어려움을 갖고 있다. 이는 시설 지원의 근거가 되는 법이 각각 성매매방지법과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으로 다르기 때문에 야기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성 매매방지기관과 위기청소년교육센터의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하며, 교 육센터의 대상청소년 확보를 위한 검찰, 경찰과의 연계, 아웃리치활동 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편, 성매매피해상담소는 현장방문활동에 있어서 가장 전문성을 가 지고 있는 기관이다. 청소년 성매매 문제의 개입에 있어 그간 사이버 공간에서 아웃리치나 상담이 가장 효과성 있는 전략으로 논의되었던 측면이 있는데, 결국 성매매가 일어나는 장소는 오프라인이므로 개입 전략을 점검함에 있어 오프라인상의 개입에 대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 다고 여겨진다. 청소년 성매매가 성매매방지 지원 체계 안에서 구축된 전달체계를 활용하면서도 그 전문성을 확보 유지하기 위한 전략에 대 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3) 지원시설의 변화 (1) 성매매피해자 지원시설 성매매방지법 제정 10주년인 현재 성매매피해자 지원시설에서는 그 야말로 다양한 시도들이 전개되고 있다. 각 시설의 설립 목적이나 지 향, 규모, 자원에 따라 쉼 회복 기능에서부터 전문적인 전업 창업에 이 르기까지 그간의 성과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다 채롭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그간 시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28) 의료지원 등 9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나 거부감 등도 많이 완화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 고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주거지원이 필요함에도 지원시설 입소에 대 해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원시설의 입소는 이른바 밀착 지원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어 좀 더 많은 여성들이 지원시설에서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시대변화에 따른 시설 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공동체 생활 속에서도 자신만의 공간을 보장 받고자 하는 여성들의 기대가 있다. 이를테면 공동체 생활의 장점을 경험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 물리적, 심 리적 완충 공간의 제공, 1인 1실 제공이라든가 개인 물건을 충분히 보 관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제공된다든가 하는 부분에 대한 여성들의 욕구가 시설에 반영되기를 바란다. (2) 자활지원센터 확대 설치 자활지원센터는 2011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추가 설치되지 못하 고 현재 전국에 9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도 각 상담소와 지원시 설에서는 자활의 여건이 갖추어진 여성, 이른바 자활지원센터의 이용 대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여성들의 탈성매매가 궁극적 자활로 이 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활지원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활지 원센터의 확대설치에 대한 필요성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여러 가지 여건으로 새로운 센터의 추가 설치가 어렵다면 센터의 확 대가 아닌 사업의 확대라도 진행되길 기대한다. 100
현장연구3 성매매처벌법 시행과 성산업의 변화 신 박 진 영 (대구여성인권센터 힘내 대표) 1. 들어가며 특정시기 누군가의 죽음 에 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여기에 사회 적 의미가 부여되며 그로인해 변화의 진통을 겪게 되는 일은 줄기차 게 반복되어왔다. 성매매 관련 정책과 사회적 인식은 여기에서 한치 의 벗어남이 없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2000년과 2002년 군산에서 두 번의 화재참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각각 성매매 집결지와 방석집이라 불리는 유흥주점에서 일어난 불은 감금 과 고립상태에 있던 여성의 삶을 날 것 그대로 우리사회에 드러냈다. 사실 성매매라는 공간은 늘 여성들의 죽음 을 담보로 해왔었다. 다만 군산 화재참사는 우리사회에 당면 과제인 인권국가의 도약시점과 맞 물려 공동체적 의미를 획득하고, 여성들의 죽음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즉, 여성인권의 화두에 성매매여성의 인권 이 포함되고, 성매매 알선업자의 극악한 행위성이 첨예화되면서 성매 매 에 대한 법집행은 국면전환을 맞게 된다. <윤락행위등방지법>은 90년대 중반 알선업자와 성구매자 처벌을 포함하여 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국가가 묵인하고 장려하는 성산업에 서 이들의 처벌은 미미할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법집행권력자는 알선 업자의 로비 대상인 비지니스 프렌들리 로 존재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10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외형적으로라도 급선회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사건이 바로 군산화재 참사 이다. 화재사건 이후 2000년 11월 경찰청은 노예매춘 실태 파악 과 관련자 검거를 위한 특별단속을 실시하여 선불금을 제공하고 성매 매를 시킨 업주와 소개업자를 검거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법 원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법원판결에서 불법원인급여에 의한 채권무효 조항이 효력을 발휘하여 성매매를 조건으로 여성들에게 지급하는 선 불금에 대한 다툼의 가능성을 널리 인지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법집행 관들은 마치 오래전부터 그랬다는 듯, 여성들을 이해하는 태도가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고 시행되었다. 법명에서 드러나듯 성매매알선업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골자로 한 처벌법 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여성에 대한 보호를 골자로 한 보호 법 이 한 쌍이 되어 성매매특별법은 만들어졌다. 진보적 여성인권운동 단체들은 <윤락행위등방지법>이 여성을 중심으로 범죄를 구성하는 일종의 도덕적 규율에 관한 법이었다면 <성매매특별법>을 여성의 피 해를 중심으로 범죄를 구성하는 인권법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하지만 피해자와 자발적 행위자로 여성을 구분하는 법조항은 그대로 통과되 어 처벌법은 여성들을 이중 잣대로 나누어 판단하고, 성매매 범죄를 구성하는 공범으로 보아 이를 단죄하게끔 되었다. 때문에 이로 인한 부작용은 법이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였다. 성매매 를 여성인권의 관 점에서 보던 시각은 법집행초기 군산화재참사 로 인한 영향을 벗어나 며 어느새 도덕적 관점에서 여성을 비난하는 관점으로 회귀하였다. 2004년 법이 제정되고 10년이 흘렀다.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성 매매특별법>은 여전히 현장에서 여성들을 지원하고 성매매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법 에만 매달리기에 성매매 를 일상으로 102
성매매처벌법 시행과 성산업의 변화 만드는 문화적 인식 변화는 요원하며, 상대적 빈곤을 악화시키는 양극 화는 더욱 심화되고, 규모의 경제에서 절대적 우세에 있는 성매매 알 선조직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법대로 만 하라고 외치는 것은 너무 순진하게 여겨지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그 법 이라 도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2. 기간별 성매매 규모 개괄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해 오히려 음지의 주택가로 파고든 성매매 가 늘어난다는 풍선효과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전통형 성 매매 집결지 업주모임인 한터 의 주장에 편승해 이를 그대로 기사화 한다. 법 집행이 좀 더 실효성 있게 집행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사라지고, 성매매를 통해 막대한 불법적 수익을 쌓아온 세력과 그들을 비호하며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통념에 기대어 마치 과학적 논점이라는 듯 주장을 펴는 사람들의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아무런 의 심없이 받아들여진다.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면은 성매매 의 근본적 본 질일 수밖에 없기에 성매매 규모에 대한 실태파악은 추정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의 성매매산업은 오히려 규모의 거대함 때문에 외형 적 추정이 가능하다. 성매매 를 보편화된 거래로 인지하는 주요 알선 업체인 유흥접객업소 등을 중심으로 우리는 이미 수치화되기 이전에 이미 실체를 파악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전인 2002년 형사정책연구원은 <성매매경제규 모전국조사>를 통해 전국 성매매 알선업체 수가 7개 업종에 5만개의 업소가 있고, 종사 여성수는 최소 33만 명으로 이들은 전문적 형태로 성매매를 하여 생계를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은 성매매 종사여 10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성 수치는 20 30대 여성인구의 4.1%를 차지하고, 같은 연령대 취업 여성 인구의 8%를 차지하는 것이다. 2007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한국갤럽조사연구소는 공동으로 전국 성매매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하였다. 전국의 성매매업소는 4만 6천여곳, 성매매여성수는 26만명으로 추정하여 2002년 조사와 비 교해 볼 때 모든 부분에서 실질적인 감소가 이루어졌다. 물론 이 수치 에는 신변종 성매매업소와 해외 인신매매형 성매매가 포함되지 않았 기 때문에 실태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공식적 수치는 감소하였지만 그 외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영역이 있음도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 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신변종 업소는 주요 성매매거래가 일어나는 업 소수에 비해 수치상으로는 전체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 고 판단된다. 경찰의 단속 또한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기존의 성매매 업소가 아닌 신변종 업소에 치중되어 나타나는 경향 1) 이 있기 때문에 기존의 성매매업소를 축소시켜나가기 위한 대응이 우선적으로 요구된 다. 2002년과 2007년 실시된 실태조사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많 1) 안마업소 단속률 룸살롱 3배 향락업소 단속도 양극화? <해럴드 경제>, 박병국 기자, 2012-06-11. : 퇴폐 안마 마사지업소에 대한 단속은 활발한 반면 고급 룸살롱에 대한 성매매 단속은 저조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향락업소 단속에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 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안마 마사지업소에 대한 경찰 단속 비율 은 룸살롱 등 고급 유흥주점보다 3배나 많았다. 지난해 말 기준 마사지업소 3576곳, 안 마시술업소 1574곳 중 성매매 등 퇴폐영업행위로 단속이 이뤄진 곳은 전체의 20.6%인 1083곳에 달했다. 이에 반해 룸살롱 등 고급 유흥업소의 경우 경찰 관리하의 전국 3만 2571곳 중 7.5%인 2443곳만이 성매매 등의 불법행위로 단속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룸 살롱 등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는 적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마사지업소 등과 단속 건수 가 차이 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경찰 관계자는 유흥업소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는 호 텔ㆍ모텔 등에서 이뤄져 현장을 잡기가 힘들다. 반면 안마업소 등은 성매매가 업소 자 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하기가 쉽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향락업소 단속 에도 못 가진 자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기사중 발췌) 104
성매매처벌법 시행과 성산업의 변화 은 이들이 풍선효과 를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성매매특별법의 시행과 사회적인식의 변화가 전체 성매매 규모에 전반적인 감소를 가져왔으 며 특히 법 집행 초기인 2004년에서 2007년의 변화폭이 컸다. 전업형 성매매 집결지는 폐쇄된 지역을 포함해 축소의 규모가 매우 큰데 대 구 자갈마당의 경우 63개의 업소에서 48여개의 업소로 여성수는 600 여명에서 250여명으로 축소되었다. 이는 법 시행 초기 급격히 줄었으 며 2007년경 이후 법집행에 대한 정부의 정책부재 속에 정체되어 있 는 상황이다. 너무나 분명하게도 <성매매특별법>은 규모에 변화를 가져왔다. 하 지만 시장규모가 가장 큰 유흥접객업소에는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2) 이 사실이다. 이는 지난 10년간 <성매매특별법>에 의한 성산업 억제는 효과를 발휘했지만 가장 수치적으로 규모가 큰 성매매 알선업소인 유흥접객업소에 대한 법 집행력이 제대로 발휘되 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는 성매매피해여성 상담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알선업소가 유흥접객업이라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3. 성매매피해여성 법률지원 내용의 구성 성매수 의 대상이 된다는 건 중첩된 현실의 어려운 상황들, 가장 직 접적인 건 경제 적 이유 때문이다. 당장 돈 을 많이 벌어야 하기 때문 이 아니라 방값이 없고, 지원해줄 친족도, 도움을 줄 친구가 없고, 학 2) 경기침체에도 룸살롱 등 유흥주점 되레 증가; 5년 새 2%늘어 3만466개 일반음식점은 3.8% 감소 세계일보, 이귀전기자, 2011. 05. 12. : 2004년 이후 2009년까지 식품위생법에서 규정한 식품접객업소 수는 감소세를 보였으 나 룸살롱과 같은 유흥주점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도 향락업종 은 건재했음을 보여주는 통계치다.(기사중 발췌) 10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력이 낮고, 빈곤한, 사회적 자원을 박탈당한 여성이 한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기회의 끈 을 잡는 것이다. 그 끈이 자신을 옭아매도 그게 유일한 생존의 밧줄이라고 여길 수밖 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성매매 유입 초기 그녀들은 버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 각한다. 하지만 알게 된다. 그녀에게 없다고 여겨졌던 그녀 자신과 그 녀의 시간 이란 자원마저 차압당했다는 것을. 그렇게 몇 번의 계절을 보내고 어느 날 문득 햇빛 한 줌에 놀라, 텔레비전 속 명절 풍경에 아득해져서, 업소 창밖 거리의 첫 눈에 소스라쳐서 어떤 그녀 는 지푸 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를 건다. 거기 상담소죠 그렇게 그녀들 의 한순간을 만나고, 그 순간은 건조한 수치로 남아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전후로 알선업자들은 사적영역에서 자신 들의 물리적 힘으로 여성들을 통제하는 한편, 공적영역에서는 도망가 거나 말을 듣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사기나 횡령, 절도 등 다양한 죄 를 만들어 사법적 통제 또한 임의로 행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지금도 여전하다. 하지만 대응방식에 있어 변화를 보였는데, 성매매특 별법 제정 전에는 업주들의 사법적 통제에 수동적으로 방어하는데 급 급했으나 법 제정 이후 피해사실에 대한 적극적인 진정과 고발 등으 로 알선업주들의 횡포를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되었다. 여성들이 탈성매매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법률문제 이다. 선불금에 의한 성매매 강요가 가장 대표적인 유형으로 이를 해 결하기 위해 법률문제 상담이 가장 많이 이뤄진다. 하지만 그 외에도 업주가 여성을 횡령, 절도로 고소하거나 여성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 기를 치는 경우에 이르기까지 실로 복잡한 구조로 얽혀 있다. 구타, 감금, 위협 등 폭력이 상담내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볼 때 106
성매매처벌법 시행과 성산업의 변화 여성들이 성매매 구조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녹녹치 않은 일이다. 물 리적인 힘까지 동원되는 알선구조의 힘 에 맞서기 위해 여성들이 기 댈 수 있는 힘 은 바로 공권력이다. 그것도 그리 여성들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지만 상담소에 오는 여성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지 원은 법대로 하자고 권유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여 성들이 업주들에게 법대로 당하는 곳이 바로 성매매 현장이었다. 각종 법지식과 조직력을 이용해 여성들을 옭아매는 업주에 대항하 기 위해 성매매피해상담소는 법률지원에 올인 할 수밖에 없다. 매우 까다로운 일부 민사소송만 변호사의 조력을 받고 그 외의 모든 부분 을 상담소가 전적으로 여성과 함께 모든 과정을 만들어나간다. 때문에 법률상담에 이어 소송지원은 법률지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또한 성매매알선조직은 단순히 업소를 소유한 업주만을 뜻하지 않기 때문 에 한 내담자의 경우에도 형사 민사소송을 몇 건씩 하게 된다. 소송지 원에는 수사의뢰, 고소장, 진정서 접수에서 증거물 수집을 위한 활동 등이 포함된다. 소송 과정에서 내담자와 상담자는 거의 모든 곳을 함 께 동행한다. 이는 내담자가 무력해서가 아니라 소송과정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업소에서 일하면서 임신중절을 하게 됐다거나, 골반염으로 심하게 앓았다거나 하는 의료적 증거들은 업소와 근거리에 있는 곳이 많고 어떤 경우 병원과 업주가 유착된 곳도 있다. 공증서류를 떼기 위 해 찾는 공증사무소의 경우 한 지역의 유흥주점들이 모두 한 사무소 에서 공증서류 작업을 해서 업주들이 최대의 고객인 경우도 있다. 경 찰 검찰의 조사과정에도 내담자와 함께 동석하여 내담자가 받는 심리 적 공포를 방어해주고, 실제 있는 물리적 위압에 대응한다. 경찰조사 시 업주가 여러 명의 측근들과 함께 와 입구에서부터 여성에게 위협 을 가하는 일은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이러한 일은 검찰, 재판 단 10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계에도 계속된다. 그림 1과 그림 2는 형사소송 고소건과 민사소송 소제기건 판결을 중심으로 적용된 법률 종류를 분석한 결과로 성매매 알선구조의 치밀 함과 불법성을 보여준다. 성매매 알선구조 안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노골적이고 교묘한 착취방식과 성매매알선을 통한 이익편취 방법은 거의 전방위적이다. 고소장이나 진정서에 쓰이는 내용은 여기에 적용 되는 모든 내용들이 포함된다. 하지만 실제 법적용에서는 증거불충분 또는 법해석의 여지에 따라 대부분 인정되지 않는다. 그림 1. 형사소송-고소건 적용법 비율 출처 : 대구여성인권센터 성매매피해상담소 힘내 2004~2013 상담통계 108
성매매처벌법 시행과 성산업의 변화 그림 2. 민사소송-소제기건 적용법 비율 출처 : 대구여성인권센터 성매매피해상담소 힘내 2004~2013 상담통계 여성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현장조사나 기획수사 등을 한다면 어떤 업소나 업주이든지 <성매매알선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행위-세 금포탈과 상납비리 등 운영과 관련한 불법행위와 여성들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쓰이는 대부업 관련 위반 등 성매매알선행위를 통해 부당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행해지는 모든 범죄행위-에 대한 적절한 처벌 과 징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 성매매 는 취약한 계층의 사람의 몸 을 통제하고 조정하여 돈을 벌고자 하는 행위로, 이 행위가 가능하기 위 해서 반드시 여타의 불법적 범죄행위들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성매매 가 일상화되어 있다면 그러한 사회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는 분명하다. 여성이 피소를 당하는 대부분은 주로 사기 이다. 업주들은 여성들이 업소를 벗어나면 무조건 사기 로 고소한다. 경찰서 경제팀 소속의 조 사관은 2004년 이전 사기 사건의 70%가 선불금 사기 건이었다고 말 한다. 유흥주점, 다방 소개업자, 사채업자, 전주 등 선불금을 제공하는 이들의 역할은 다양하다. 화장품 옷 판매업자들 역시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과 외상거래를 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업소를 벗어날 경우 업주 10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들과 연대하거나 또는 홀로 여성들을 사기 로 고소한다. 업소의 선불 금부터 오랫동안의 외상거래를 통해 고의적 요소가 없는 상거래 행위 에까지 성매매알선구조에서는 여성을 범죄자로 몰고 이를 통해 오히 려 자신들이 여성들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해온 것이다. 상담소의 법률지원을 통해 소송을 진행할 경우 성매매 행위에 대한 여성들의 기소 비율은 매우 낮다.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 률> 중 성매매피해자 3) 의 경우 이 법의 처벌대상이 아니며 신고, 자수 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법 제정 초기 성매매여성에 대한 인권법으로서 성매매특별법을 이해하던 분위기가 급격히 여성을 쌍벌로 처벌하는 원칙으로 선회하면서 오히 3)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4. 성매매피해자 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가. 위계, 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 나. 업무관계, 고용관계,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보호 또는 감독하는 사람에 의하여 마약 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또는 대마(이하 마약등 이라 한다)에 중독되어 성매매를 한 사람 다. 청소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사람 또는 대통령령 으로 정하는 중대한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서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 유인된 사람 라.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사람 제6조(성매매피해자에 대한 처벌특례와 보호) 1 성매매피해자의 성매매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2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과정에서 피의자 또는 참고인이 성매매피해자에 해당한다 고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지체 없이 법정대리인, 친족 또는 변호인에게 통지하고, 신변보호, 수사의 비공개, 친족 또는 지원시설 성매매피해상담소에의 인계 등 그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피의자 또는 참고인의 사생활 보호 등 부 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통지하지 아니할 수 있다. 3 법원 또는 수사기관이 이 법에 규정된 범죄를 신고(고소 고발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한 사람 또는 성매매피해자(이하 신고자등 이라 한다. 이하 같다)를 조사하거나 증인 으로 신문( 訊 問 )하는 경우에는 특정범죄 신고자 등 보호법 제7조부터 제13조까지의 규정을 준용한다. 이 경우 특정범죄 신고자 등 보호법 제9조와 제13조를 제외하고는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어야 한다는 요건이 필요하지 아니하다. 제26조(형의 감면)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이 수사기관에 신고하거나 자수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110
성매매처벌법 시행과 성산업의 변화 려 여성들이 고소, 진정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상담소 지원을 받는 여 성들의 경우가 이렇다면 단속에 걸리거나 상담소 지원 없이 홀로 경 찰이나 검찰을 찾는 여성들의 경우는 어떠할까? 단속에 걸리는 성매매여성의 경우 피해자로 인정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상담소에 찾아와 자신의 성매매 피해사실을 알리는 여성들만 피해 를 당한 것일까? 사실 여성들의 증언과 오랜 기간의 상담을 통 해 현재 한국의 성매매 알선구조는 위계 위력에 의한 통제가 일반화 된 현상임을 알 수 있다. 성매매여성 사건이 알려질 때마다 그러한 피 해가 비단 사고를 입은 여성만이 아니라 성매매 업소들의 기본구조라 는 불편한 진실들은 언론매체를 가득 메운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여 전히 성매매 단속현장에 까발려지는 것은 여성의 몸이고 알선구조와 성구매자는 사업가와 생활인으로 사라져버린다. 경찰단속에 걸리는 여 성들은 자신들이 원치 않는 상황에서 노출되고 범죄자로 취급받는 열 악한 상황에 놓인다. 더구나 알선업자의 통제는 단속을 당한 상황에서 도 여전히 발휘된다. 그림 3. 민사소송-피소건 적용법 비율 출처 : 대구여성인권센터 성매매피해상담소 힘내 2004~2013 상담통계 11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그림 3은 민사소송 적용법의 내용을 보여준다. 민사소송은 대부분 선불금 관련 채무부존재 확인소송과 대여금반환 청구소송이다. 돈 을 벌기위한 성매매에서 여성들은 그 돈 때문에 벗어나지 못한다.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많은 빚을 지게 된다는 현실에 무 너진다. 빚의 구조는 업소에서 직접 주거나 업소와 관련된 기관이나 사람으로부터 받는 선불금에서 이자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한 일수 사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사채업자의 가장 큰 먹잇감이다. 송 태경은 자신의 책 <대출천국의 비밀> 4) 에서 고리사채의 가장 근본적 형태가 선불금 구조에서 나왔으며, 이것이 정책부재와 맞물리며 외연 이 확장되어 빈곤한 일반시민들에게까지 횡포를 휘두르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민사소송은 아니면 말고 식의 업주들의 소제기가 끊임 없이 이어진다. 소를 제기해도 주거가 안정적이지 못해 대부분 제대로 우편물을 전달받지 못한다. 이런 서류에 두려움부터 가질 수밖에 없는 개인들의 상황을 악용해서 돈을 이미 갚은 차용증이나 또는 백지 차 용증에 사인을 받아둔 뒤 이를 이용해 소제기를 한다. 때문에 여성이 피소를 당한 경우 소제기한 원고가 끝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 이미 오래전 업소를 벗어난 경우 법원에서 날아오는 이러한 서류 는 그 행위만으로 이미 여성들을 위축시키고 공포에 떨게 만든다. 4. 성매매피해여성 현장지원의 상황변화 최근 몇 년간 현장에서 성매매피해여성 상담을 전담하는 기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경찰과 법집행기관의 자세가 법집행 초기 3 4 4) 송태경(2011), 대출천국의 비밀-내 빚더미에 감춰진 진실, 도서출판 개마고원. 112
성매매처벌법 시행과 성산업의 변화 년 이후 다시 <윤락행위등방지법> 시절과 같아졌기 때문이다. 성매 매 알선업자 처벌에 미온적이고, 진정을 하거나 고소를 하는 여성들 을 오히려 범죄자로 낙인찍는 일이 두드러지게 늘어난 것이다. 2012년 많은 지역에서 성매매피해여성의 조사 전담부서가 여성청소년계에서 경제팀으로 바뀌었다. 더 심한 것은 경찰청에서 1년이 넘도록 성매매 사건 전담부서를 정하지 못하고 서로 자신들의 영역이 아니라며 미루 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초기 각 경찰청은 여성기동수사대 등 성 매매사건 전담팀을 만들고 여성들에 대한 조사시 인권보호를 위한 조 치에 성의를 다했다. 그런데 해가 바뀔 때마다,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사건 등 언론의 주목을 받는 사건이 생길 때마다, 경찰청은 여성청소 년과 기존 인력들을 매번 이름과 배치만 달리하면 돌려막기식의 임시 방편만 하였다. 이 과정에서 성매매 관련 사건은 경찰이 회피하고 싶 어하고 달가워하지 않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경찰청의 전담팀에 먼 저 배당되던 사건은 2년 여의 시간이 지난 뒤 지역 경찰서 여성청소 년계에 의뢰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성청소년계가 아닌 경제팀으로 성 매매관련 사건이 넘겨진 것이다. 경제팀 또한 성매매관련 사건에서 낯 설지 않은 부서이다. 주로 업주들이 여성들을 사기로 고소하면 조사를 받기위해 빈번히 가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업주들을 고소인으로 한 사기사건에 익숙하던 경찰은 이제 여성들의 피해사실을 들어야했다. 업주와 여성들의 관계를 채권채무관계로 인지하는 경찰들에게 성매매 피해 란 낯설고도 이해되지 않는 일, 여성들이 직접 강력한 물리적 피 해를 입증하지 않는 한 성매매란 그저 계약에 의한 자발적 행위일 뿐 이고, 선불금이란 위계, 위력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고유한 업주의 재산권행사로만 이야기 되었다. 11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지역 경찰들에게 업주들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사업 을 하는 생활 인이었기에 업주들에 의한 사기피고건에서 업주들의 말은 신뢰할만한 것으로 여성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일은 비일비 재하다. 성매매알선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성매매피해여성에게 피의자 진술을 요구하는 일은 거의 일반화된다. 여성이 피해자임을 스스로 입 증하도록 하며, 피해자 규정을 협소하게 해석하여 감금 폭행 강요 등 이 없으면 자발적인 성매매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경향은 검찰과 법원 단계에서도 동일하지만 일차적 수사를 전담하는 경찰의 입장은 이후 의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신의 피해사실을 진술하는 성매매여성은 성매매범죄 근절의 핵 심적 존재이다. 피해 여성이 진술을 해야 성매매사건이 입증될 수 있 을 뿐 아니라 알선과 구매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 성매매업소 단속에 서는 말할 필요도 없고 여성이 스스로 피해자로 진정하는 사건에서 조차 피의자조사 를 요구하는 것은 다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성매매 라는 범죄행위를 평생의 낙인으로 갖고 살아야 하는 여성들이 일단 업주가 두려워 진술하기를 꺼려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범죄자로 만드 는 진술을 하도록 하는 것은 상담을 책임진 이들에게 너무나 두렵고 힘겨운 상황에 놓이게 하는 것이다. 5. 성매매 알선유형의 중심적 문제 변화추이 그동안 누적된 상담 유형과 내용을 보면 성매매알선 형태와 여성들 의 상황은 일관된 패턴을 보인다. 성매매 안에 굴종( 屈 從 )시키는 빚과 폭력의 문제도, 성매매 로 생기는 질병의 문제도 여전히 여성들을 괴 롭힌다. 이렇듯 본질적인 내용은 변하지 않으나 사회흐름에 따라 변화 114
성매매처벌법 시행과 성산업의 변화 하는 성매매 의 유형에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 조건 이라는 이름으 로 성행하는 스마트폰 을 이용한 청소년 성매매 문제나 취약한 상황 의 이주여성, 탈북여성들에게까지 뻗치는 알선조직의 문제 등에도 적 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한다. 풍선효과로 변종 업소가 늘어나는 듯 설명하는 기사가 많았지만 성 매매업소는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기존의 겸업형 성매매 알선업소, 즉 유흥주점과 티켓다방 등이 포함된 식품접객업소가 여전히 월등한 비 중을 차지한다. 공공연한 2차 를 내세워 성매매를 알선하는 유흥주점 의 행태는 가장 방대한 규모를 차지한다. 성매매 알선구조의 문제는 풍선효과, 즉 한 곳을 눌러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어느 곳도 제대 로 누르지 않아서 생기는 풍선유지 또는 풍선불기 효과일 것이다. 유흥주점은 대도시 비싼 지역에 위치한 고급룸살롱이 상위계급을 위한 영업을 한다면 서민층을 겨냥한 노래방식주점 의 형태가 있고, 좀 더 저렴한 방석집 형태의 업소도 있다. 같은 유흥주점이지만 유흥 주점에도 급수에 따라 다양한 형태들이 존재한다. 유흥주점이나 티켓 다방처럼 누구나 성매매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는 업소들 은 성매매를 통해 여전히 엄청난 수익 5) 을 올리고 있으며, 전혀 위협 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양한 영업방식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려는 일명 변종업소 의 등장은 당연한 귀결이다. 2002년 상담을 시작한 초기의 유흥주점은 고정 으로 여성들을 고용한 반면, 이젠 일부 고급룸살롱 외에는 대체로 보도방 6) 에서 여성들을 공급 5) 연합뉴스, 檢, 강남 풀살롱 업주들 기소... 140억 탈세 드러나, 2013-11-15 / MBC, 수백억 풀살롱 또 적발... 여종업원 150명 고용, 2013-03-18. 6) 뉴스엔, 성매매하는 유흥주점 도우미도 합법? 보도방 협회 실체 살펴보니, 김종효기 자, 2012-10-26. : 유흥주점 도우미 공급권 독점을 위해 일명 보도방 협회 를 조직한 조직폭력배와 보도 방 업주들이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월말께 순천지역 신xx파 조직원 김모 11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받는 형태로 변하였다. 때문에 보도방이 세력화되면서 보도방협회 등을 결성하고, 이는 또 다른 거대알선조직이 되었다. 업소형태에 변화된 양상 을 반영해 상담소에서는 2009년부터 인터넷, 보도방, 마사지 업소를 따로 분류하여 표시하고 있다. 그림 4. 업소유형별 비율 출처 : 대구여성인권센터 성매매피해상담소 힘내 2004~2013 상담통계 성매매알선 유형의 변화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규모의 변화는 조금 씩 있으나 여전히 중심축으로 작동하는 업소들은 유흥접객업소, 티켓 다방 등임을 알 수 있다. 앞서 기술한 것처럼 성매매를 획기적으로 줄 이지 못하는 이유는 문제가 명백함에도 이를 도려내려는 의지의 부재 로 보인다. 탈세의 온상이 되는 룸살롱 등 유흥접객업소 7) 등의 문제, (36) 씨는 유흥협회 전남도지부 사무국장 정모(54) 씨와 순천지역 보도방 업주 32명 을 규합했다. 이들은 불법을 합법화한다, 도우미 공급권을 장악해 유흥업소 업 주 위에 군림한다, 순천지역 보도방은 우리만 영업한다, 연합회에 가입하지 않 은 보도방을 어떻게든 정리한다, 유료직업소개소 면허자를 내세운 뒤 보도방 업주 들을 종사자로 위장 취업시켜 도우미 공급권을 합법화한다, 보도방 콜번호에 대한 권리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조직을 성장시킨다 등의 행동강령 아래 속칭 보도방 협회 를 조직했다. 7) 깊은 밤 김밥 5백만 원? 진화하는 룸살롱 탈세; 경찰, 억대 룸살롱 탈세 도우미 2명 116
성매매처벌법 시행과 성산업의 변화 고위직 공무원을 위시한 검사 등의 뇌물상납과 성매매 알선업자들과 의 유착문제 8) 등 사회적 부정부패와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즉 성매 매를 줄여나가는 문제는 사사로운 개인의 범죄행위 해결이 아니라 국 가적 차원의 정의 를 실현시켜야 함께 해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강남스타일 조성>이라는 생경한 제목의 홍보책자를 받았다. 부제는 불법 퇴폐행위 근절을 통한 건전하고 즐거운 이었다. 성매매 알선업소 를 여전히 성도덕적 관점에서 다루는 퇴폐 라는 말은 거슬렸지만 그 안 의 내용은 매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보여주었다. 그 간 불법적 행위 내용 을 게시하고 행위근절을 위한 특별전담 T/F팀을 꾸려 어떻게 근절해나갈 것인지 상세히 기재하고 있다. 이것은 시민들에게 필요성을 알리고 동시 에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 한 유사사례는 그간 대구 양지로, 대전 유천동, 서울 장안평 등에서 있었 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규모가 거대한 강남지역 일대 풀살롱 업소들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해나가고 있는 것은 성매매 관련 불법산업에 어떻 게 접근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9). 추적, SBS뉴스, 최우철기자, 2013. 11. 10. : 토요일 새벽 2시, 김밥 전문점 5백만 원 이란 휴대전화 문자를 받았다는 사람. 새벽 1 시에 3백만 원짜리 국밥 영수증. 누군가 술값 또는 성매매에 쓴 돈이 보통 음식점 매 출로 둔갑하는 걸 비꼰 인터넷 유머들입니다. 룸살롱 등 유흥주점이 일반음식점 매출 인 양 손님 신용카드를 허위 결제하는 건 고전적인 탈세 수법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이걸 전문적으로 대신해주는 전문 업자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딱 한 달, 가짜 분식 집을 차려놓고 룸살롱 여러 곳에 출장 결제를 해주다 사라지는 겁니다. 경찰은 이 억 대 탈세 도우미 2명을 쫓고 있습니다.(기사중 발췌) 8) 최근 1년간의 관련기사만해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공직자들의 성매매 관련 범죄행위와 2009년 검사와 스폰서 라는 제목의 MBC 피디수첩의 방송내용 등은 이미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것들을 확인시켜주는 것이었다. 검사와 스폰서 는 담당 PD가 실명으로 책까지 나와 있고, 책 내용은 익히 알고 있는 권력자들이 얼마나 사사 로이 권력을 이용해 성매매알선업자와 유착관계를 가지고 성매매를 당연시하고 있는가 를 확인시켜준다. 9) 건물 主 압박하니 잡초 같던 性 매매업소 바로 퇴출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2013.11.05 03:03 : [경찰, 두달 만에 전국 150여개 업소 자진 철거 이끌어내] 건물주, 과거엔 단속 걸려 11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6. 맺음말 1) 성매매여성에 대한 무조건적 피의자 추정 및 처벌이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성매매특별법 제정의도와 상충하는 법집행은 성매매특별법을 흔들 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은 여성인권에 관한 법이고, 성매매 알선조직의 구조적 인권착취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시 대적 배경, 성매매여성의 인권유린이라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을 만 도 성매매 몰랐다 며 법망 피해가. 경찰, 전략 바꿔 문건으로 통보. 두번째 걸리면 형사처벌 가능 건물주들 위기감 느껴 내보내. 지난 9월 11일 오후 이동식 철거 장 비 한 대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건물 앞에서 라고 적힌 간판을 뜯어냈다. 내 부 인테리어도 모조리 허물었다. 건물 지하 2층에 자리한 이 업소는 11개의 마사지 방 수면실을 보유한 강남 최대 규모(약 150평) 성매매 안마방으로, 이날 건물 주인에 의해 자진 철거 됐다. 경찰이 이 업소 성매매 현장을 단속한 지 두 달 만이다. 건물주 는 철거 비용은 물론 권리금까지 쥐여주면서 성매매 업주를 내보냈다고 경찰은 전했 다. 그간 성매매업소는 단속을 그리 무서워하지 않았다. 걸려도 벌금만 내면 끝 이라 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영업정지를 당하면 업소명 업주를 바꿔 다시 영업하곤 했다. 업소가 입주한 건물 주인들도 경찰이 책임을 추궁하면 나는 성매매하는 줄 몰랐다 고 발뺌하며 사실상 영업을 방치했다. 업소 관계자들은 호객꾼들이 자기 건물 앞에 나와 손님을 끌어 모으는데 건물주가 이걸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 며 자기들도 돈 이 되니까 우리 영업(성매매)을 묵인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고심하던 경찰은 업소 단 속을 한 후 반드시 건물주에게 당신 건물에 있는 업소가 성매매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고 문건으로 통보하기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렇게 해놓으면 두 번째 단속부터는 건물 주인에게 성매매 장소 제공에 대한 혐의를 물을 수 있게 된다 며 한 번 통보했기 때문에 다음부터 건물주는 몰랐다 고 발뺌할 수도 없다 고 말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단속에 걸려도 계속 영업을 이어가는 성매매업소의 생리를 잘 아는 건물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업소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방법으 로 서울 강남권에서는 지금까지 26개 성매매 유사성행위 업소가 자진 철거됐고, 10개 업소가 철거 중이다. 단속 경찰 인력보다 성매매업소가 훨씬 많은 제주도 경기 일대 에서도 90여개 성매매업소가 자진 철거하거나 업종을 바꿨다. 매월 들어오는 임대료 300만원을 포기하고 400만원의 철거 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성매매업소를 쫓아낸 건물 주 A(63)씨는 내가 (성매매 사실을) 몰랐다면 몰라도, 한번 알게 된 이상 내버려 둘 수 있겠느냐 고 했다(기사중 발췌) 118
성매매처벌법 시행과 성산업의 변화 큼의 상황이 있었다면 그 이면에 엄청난 인권유린을 조장한 현실적 토대 또한 그대로 상존하는 것이다. 성매매를 통해 엄청난 부를 편취 해온 거대한 성산업 구조와 그 구조를 가능케 했던 공적, 사적 세력의 연대는 인권보호라는 당위 앞에서 잠깐 가만히 있었으나 언제든 이 법을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이 누려왔던 것을 그대로 영위하고자 할 것 은 분명하다. 때문에 이 구조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피해 당사자인 성매매여성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이들의 증언을 통해 구조적 범죄행 위를 무력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2004년 당시 우려했던 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최초 법의 제정취지를 망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성매매업소를 나와 자신의 안전도 담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본인의 피해를 진정하는 여성들의 증언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고, 성매 매를 한 진술에 대해 피의자조서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현장에서 지원 하면서 가장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로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의 지시라며 다시 피의자 조 사를 받으러 오라고 하고, 업주에 대해서는 성매매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으면 알선이 아니라고 한다. 이 때 직접 지시란 말로 성매매 라고 발언해야 한다는 뜻이다. 선불금을 받은 이상 이미 2차, 티켓 등 성 매매를 할 수 밖에 없는 당연히 그렇게 하도록 되어있는 시스템은 문 제화 하지 않는다. 또 업주는 이러한 과정을 당연시 하며 자신의 영 업권리를 주장한다. 여성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법집행기관은 그저 묻 는다 너는 성매매를 했는가, 누가 너더러 하라고 했느냐, 하지 않아 도 되는데 니가 돈벌기 위해 한게 아니냐, 왜 무고한 업주만 범죄자 로 만드냐 이제 너무 익숙해진 진술과정이 되버린 이러한 과정에서 여성은 좌절하고, 이는 현재 업소에 있는 성매매여성들을 무력화시킨 다. 성매매업소의 여성들이 결국 자살을 택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 11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다. 결국엔 자신만 당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선행 학습한 결과이다. 내 부고발자라 하더라도 증인에 대한 모든 신분상의 안전을 보호하고 죄 를 묻지 않아야 하는데 범죄행위를 증언하는 피해자를 죄인으로 몰고 있는 현실은 과연 무엇 때문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단속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성매매범죄에서 피해자는 당사자 여 성이다. 그런데 사법당국은 당사자여성을 단속하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장잠입은 성매매업소의 운영방식을 알기위한 것이 아니라 성매매행위 사실에만 집착하여 이에 손님으로 접근, 성매매여 성에 대한 인권유린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사례를 일일이 드러내는 것이 또 다른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가 될 수 있기에 이를 다 고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성매매현장에서 여성들은 업주, 소개업자 등 성매매조직에 대한 두 려움과 동시에 법을 집행하는 이들에 의해서도 감시를 받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여성이 경찰, 검찰, 더 나아가 국가에게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7년을 감금당해 노예처럼 살아야 했 던 여성에게 오히려 묻는다. 왜 진작에 오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렇게 7년 만에 자신의 피해를 말하는 그녀에게 말한다. 믿을 수 없다, 나를 믿게 만들어봐라. 이러한 법집행은 오히려 성매매 알선조직을 지원하 는 꼴이 된다. 그들은 여성들에게 너희들은 국가의 법의 보호를 받기 는 커녕 오히려 가면 범죄자로 낙인찍힐 것이라는 협박이 그대로 현 실이 되기 때문이다. 120
성매매처벌법 시행과 성산업의 변화 2) 성매매관련 처벌의 형평성은 있는가 : 성매매업소 선불금 과 관련한 사기사건의 양형과 성매매알선업자와 구매업자 의 양형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어느 경찰서 경제과의 형사가 말했다. 사기사건 고소의 70%이상이 선불금 관련이라고. 여전히 여성들은 성매매 알선업자에게 선불금 사 기고소를 당한다. 성매매 알선업자는 단지 1인의 업주가 있지 않다. 티켓다방만해도 실제업주, 소개업자, 사채업자 등등 다수의 알선자가 존재한다. 이들이 동시에 선불금 사기로 고소를 하면 이들 중 알선업 자로 처벌받은 1인을 제외한 사람이 고소한 건에 대해 사기로 인정한 다. 심지어 알선으로 처벌받은 업주의 고소가 사기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상담소의 법률지원으로 알선업자를 진정하고 처벌받은 경우 그 처벌내용으로 사기가 아니라고 주장이라도 할 수 있지만 만약 진정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기 고소되는 경우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성매매 알선업자들은 여성들을 사기전과자로 만들고 그 이후 여성 들에 대해 그야말로 함부로 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사기전과자가 된 후 여성이 다시 그 업소에 오게 되면 이제는 전력이 있는 범죄자 취 급을 하기 때문에 여성은 업주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또 자신 의 피해에 대해 진정을 해도 경찰이나 검찰은 이미 있었던 여성의 전 과를 빌미로 사기를 다시 인정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청소년 성 매매에서도 비일비재로 일어나는 일이다. 성매매 착취구조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여성에게 집행이 이루어지고 구형 또한 높은데 비해 알선업자들에 대해서는 어떠한지 과연 제대로 된 구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성매매알선으로 업주가 이미 처벌을 받아 집행유예기간에 다시 피 12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해사실을 진정 당하였으나 구속 조치되지 않고, 동일한 영업을 하고 있어도 단지 업주 명의가 다르다는 이유로 동일인이 업주임을 증언해 도 이를 처벌하지 않고 명의상 업주를 처벌하려 하거나 성매매알선행 위에 대해 가벼운 처벌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성매매를 알선하는 행위는 사회도덕이 아닌 인권을 침해하는 악질적 범죄행위이다. 그래 서 성매매특별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여성들과 비교할 때 여성들은 업주의 사기고소로 처벌받고, 또 성매매행위의 피의자로 처벌받는다. 여성들은 피해자로 보아야 함에도 처벌이 이렇게 형평성 에도 맞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이 법이 해야 할 바를 완전히 역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고 이러한 상황이 여성들로 하여금 법 의 존재이유에 의문을 품게 한다. 3) 조사 및 재판과정에서 성매매여성의 안전 보장 및 권리 강화 성매매피해사실을 진정하는 자리에서 조차 여전히 조사과정에서 상 담원 동석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이니 사기조사를 받 거나 성매매피의자로 조사를 받을 때 상담원동석을 요구할 경우 매우 모욕적인 말로 이를 거부당한다. 성매매 알선구조의 착취방식이 너무 나 교묘하게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성매매 구조 안에서 여성 이 스스로를 피해자로 인식하는 것은 힘들다. 또 자신이 억울하다고 생각해도 두려움 때문에 이를 나서서 진술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여성 이 조금이라도 기회를 갖고 성매매알선업주에 대한 피해를 진정할 수 있도록 수사과정시 성매매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경우 무조건 상담원 동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의 권리를 인식시키고 이 과정을 통해 성매매 알선업자에 대해 122
성매매처벌법 시행과 성산업의 변화 적극적으로 진술 할 수 있도록 안전한 상황을 만들어 주어야한다. 이 는 사법당국이 성매매여성들의 인권보장과 더불어 성매매 알선구조에 대한 증언을 확보하고 범죄행위를 밝혀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고, 성매매여성에 대한 보호체계를 오히려 먼저 나서서 적극 활용해야 함 에도 불구하고 동석하겠다는 상담원조차 내치는 상황은 참으로 어처 구니없는 일이다. 4) 공무원의 내부문화 및 의식 변화 : 유흥주점 출입, 접대문 화 일신 등에 대한 공개적 대책 필요 공무원들의 성매매관련 사건이 있을 때마다 요란스럽게 보도가 되 지만 접대를 일상화한 문화는 쉽게 바뀌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 에 가장 환호하는 이들은 아마도 성매매 알선업자이다. 4대악이라고 하지만 실제 사회악에 대한 모든 우선적 책임은 변화를 위한 힘 을 가지고 있는 권력고위층에게 있다. 이들이 저지르는 비리가 사회의 모든 악 의 원인일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다. 자신들의 부패에는 한없이 너그러울 뿐 아니라 자신의 부패를 흐리기 위해 조직 전체를 부패에 물들이는 권 력자는 사회의 대표 악 이다. 때문에 4대악에 앞선 대표 악 을 근절하 기 위한 자정노력이 우선시될 때 사회정의 를 위한 그 어떤 구호도 실천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성매매 문제에 대해서 사건이 터진 후 일벌백계가 아니라 이전에 앞장서 시민들에게 성매매 업소 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성매매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모두 답답해하며 묻는다. 왜 성매매 를 그냥 방치하는지, 너무나 확실하고 분명한 사실이 눈앞에 12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있는데 왜 그것이 상식처럼 통하고 아무 거리낌 없이 행하도록 놔두 느냐고. 사실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성매매를 위한 인터 넷의 포털 사이트에 성구매자 후기사이트(동호회 형식)에서부터 구직 구인에 이르기까지 그 규모 또한 크고 수적으로도 많다. 여기에 올라 오는 후기를 통해 일반인들의 성매매 실태조사가 아주 소상히 이루어 질 수 있을 정도이다. 온라인과 함께 오프라인에서의 광고행위도 발에 밟힐 정도로 흔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성매매광고물이 집중적으로 뿌려지는 곳에 주변 상인들조차 이러한 광고물 배포행위가 광범위하 게 일어나고 있으며 이를 관리하는 조직이 어느 정도 인지를 말해 줄 정도이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알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 그 어떤 조 치도 취해지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의 경우 다른 시도의 요란스런 단 속 등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비추어진다. 성매매가 일상적 경험이 되는 곳에서 자원활동가들이 마음만 먹으 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통해 성매매를 대처할 수 있는데도 왜 대처 하지 않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완전무결한 법 도 없고 완벽한 정 책 도 없다. 다만 최선을 다해 잘못은 수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나 가며 실행해 갈 뿐이다. 우리는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움직이지 않을 뿐이다. 현장에서 여성들이 겪는 피해경험의 본질적 성격과 형식 은 반복적이다. 그러나 어느 면에선 우려가 된다. 혹시 드러나지 않는 피해의 내용은 훨씬 더 심각한데 거기까지 우리가 닿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여성들의 두려움은 여전하고 우리의 피해에 대한 감각은 무뎌진다. 대책은 이미 나와 있다. 성매매특별법 제정당시 정부는 성매매방지 기획단을 만들었고 2004년 3월 31일 <성매매방지종합대책안>이 나왔 다. 이 대책이 거의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다. 그 내용은 성매매예방 124
성매매처벌법 시행과 성산업의 변화 을 위한 국민적 의식개선 및 법 제도 정비와 유형별 성매매방지 대책 그리고 향후 실천체계구축에 대한 것까지 담겨있다. 그리고 어느새 10 년이 된다. 이제 그 방법을 만들었던 사회적 의지 를 새롭게 다지고 어떻게 실행의 전체 그물망을 움직여 나갈지 그 구체적 실천이 요구 된다. 125
현장연구4 [집담회] 남성들이 바라본 우리사회 성매매 우리는 성매매 관련 내용을 논할 때, 주로 여성전문가들이 모인 공간에서 여성들의 시각으로 다뤄왔다. 사실 남성들이 이 주제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꺼내긴 쉽지 않다. 그래서 성매매특별 법 제정 10년이 지난 2014년 현재 남성들이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성매매는 어떠한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연령대별, 직종별로 다양하게 구성된 총 6명의 남성들이 한 자리 에 모여, 성매매와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인식, 성매매 근절을 위 한 방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석자는 모두 가명 으로 처리했다. 일 시 : 2014년 5월 29일(목) 오후 7시 30분 장 소 :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참석자 : 김경환 (대학생, 20대) 박현우 (사회적기업 대표, 30대) 이준혁 (기자, 30대) 최영상 (의사, 40대) 나경태 (회사원, 40대) 진 행 : 황우식 (교수, 40대) 정 리 : 김자영 (한국여성인권진흥원) 126
남성들이 바라본 우리사회 성매매 성매매가 범죄? 사회적 인식의 합의일 뿐 본질적 변화는 아직 멀어 진행 : 오늘 이 자리는 여기에 모인 남성들, 그리고 우리 주변의 남성 들이 어떻게 성매매를 바라보는지 알아보기 위해 마련했는데요. 각자 갖고 있는 우리사회 성매매, 성산업에 대한 생각을 자연스럽 게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평소에 성매매, 성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는지요? 나경태(회사원, 40대) : 성은 참 어떻게 보면 남자들이나 여자들 사이 에서 아름답게 표현이 되어야 되는데, 기본적으로 남자들끼리 얘 기하면 다 그냥 안 좋은 거라고 인식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성은 아름다운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원론적 으로 따지면 성은 인간들 사이의 본능인데 너무 왜곡되어 성매매 라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경환(대학생, 20대) : 저는 일단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살았죠. 성매 매가 딱히 좋은 거라고는,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거라고 생각을 하 거든요. 제 주변에도 대부분 다 그런 입장이고, 안 좋게 보는 생 각이고. 제가 군대 졸업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군에 있을 때 제 후임이 한번은 휴가 갔다 와서 다들 한번 씩 물어보잖아요? 휴 가 나갔다 와서 뭐했냐? 그런데 이 뭐했냐가 진짜 뭐했냐고 묻 는 게 아니라 그런 일이 있었냐고 묻는 거에요. 그리고 후임친구 네 어머님께서 그런 업체를 운영을 하세요. 그래서 마주쳐서 창피 했다. 이런 얘기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군대라는 폐쇄적인 집 12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단이 아닌데도 돈 모아서 보내주고 이런 것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들으면서 본인들한테 그럼 너네는 그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데? 라고 물어보면 별로라고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고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것 보면, 제 주변에서도 안 좋게 생각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준혁(기자, 30대) : 성매매특별법 이후에 드러나는 양태가 좀 바뀐 것 같아요. 사실 본질적으로 변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은 계속 갖고 있어요. 지금 논의되는 과정도 금지된 것, 옳지 못한 것, 나 쁜 것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거든요. 그 반대편의 옳은 것, 좋은 것, 허용되는 것. 과연 인간의 성이나 성매매를 이런 범주로 나눌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를 갖고 있어요. 그리고 금지하지 않고 허 용되고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있으면 또 다시 할 거냐? 라고 물어봤을 때 어느 누구도 아니 난 하지 않을 거다 라고 할 수 있 는 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고요. 여전히 저희 세대만 해도, 아니 제 주변만 해도 사회지도층이나 그것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좋은 데 가자 라고 할 때 그 좋은 데 는 정말 수십년 동 안 얘기했던 그 좋은 데 가 계속 좋은 데인 거죠. 하지만 하나 덧 붙여진 거는 거기는 금지된 것이라는 거나, 아니면 사회적 인식에 서 나쁜 곳, 뭐 이정도. 사회적 인식 수준에서의 혐오감 정도지 정말 본질적으로 변했는가라는 그런 의구심을 좀 갖고 있어요. 박현우(대표, 30대) : 성노동을 이야기한 쪽에서 보면 좀 더 자유로운 생각을 가지신 분들은 이야기를 많이 하시잖아요? 우리가 성을 제 생각으로는 친밀감의 표시라거나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데 좀 128
남성들이 바라본 우리사회 성매매 더 자유로워야 되지 않나 그리고 그런 것들이 또 오히려 성매매 를 더 축소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 특유의 접대문화와 성매매로 쉽게 빠지는 성산업 구조가 문제 진행 : 그럼 우리 사회 성산업과 성구매 문화에 대해 논의하고 싶은데 요. 기업의 접대문화를 비롯해, 한국사회의 남성들끼리의 유흥문 화가 어떤 양태로 벌어지고 있나요? 이준혁(기자, 30대) : 경제부나 이런데 있으면 사실 접대를 많이 받는 데요. 저희들 같은 경우 많이 자제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가는 경우가 있어요. 접대문화를 경험하면서 제가 직장에 있 은 지 10년 정도 됐는데, 10년 전하고 지금은 좀 달라졌어요. 예 를 들면 10년 전엔 술을 마시면 꼭 2차를 갔었어요. 여기자들은 보통 쇼핑을 가거나 아니면 밤늦게 더 맛있는 곳으로 자기들끼리 가고, 남자기자들만 추스른 다음에 말하자면 2차가 가능한 술집으 로 가죠.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달라지긴 한 거 같아요. 좀 다양해 졌어요. 예를 들면, 스크린 골프를 치러 간다든지, 아니면 또 다양 하게 바뀌어 가고 있긴 해요. 그래도 또 보면 2차를 스크린 골프 를 갔다가 3차를 가는 경우도 있기는 해요. 다들 원하거든요. 이 렇게 하다 보면 이게 하나의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내가 이 정도는 누려야지 내가 접대를 받으면 이 정도는 누려야 지 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긴 하죠. 12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최영상(의사, 40대) : 닥터들은 자기 돈 내고 가야 하거든요. 누가 접 대를 안 해주잖아요. 개인사업을 하는 데 누가 접대를 해줘요. 제 가 무슨 접대를 혹시 뭐를 해주면 모를까, 그걸 다 비싸다고 생각 하고 아깝다고 이런 생각들을 하기 때문에, 나이트클럽에 가서 부 킹으로 만난다거나,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더 많아요. 대신 부킹 으로 만나게 되는 관계들이 성매매로 만나게 되는 것보단 오래 가죠. 그런 게 무척 오래 가는 경향이 있어요. 이준혁(기자, 30대) : 제가 한마디만 보태면 방금 말씀하신 게 좀 의미 가 있는 것 같아요. 취재를 해보면 실제로 흔히 돌아다니는 얘기, 이곳에 와서 가장 진상떠는 게 대부분 사 자, 혹은 자 이런 사람 들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예를 들면 의사 같은 경우에는 제 약회사 스폰서라든가 아니면 검사, 판사 같은 경우에도 법조 브로 커나 변호사들. 기자는 아까 말씀 드렸지만 홍보팀이나 아니면 유 력한 취재원들. 뭐 군인이라든가 사정기관에 있는 사람들도 아마 같은 상황일 것 같아요. 그러니깐 접대문화에서 사회지도층이라든 가 아니면 전문직종들이 그렇게 하는 거지, 말씀하셨던 것처럼 개 인사업자인 경우에는 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현우(대표, 30대) : 만약 성매매 구조가 없었다면, 이 사회에 성산업 같은 게 없었다면 갈 일은 없거든요. 있기 때문에 가거든요. 남성 들 같은 경우에도 누군가 위험하게 일부러 찾아서 원조교제를 한 다거나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리고 누군가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걸어서 성매매를 한다거나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그런데 쉽 게 성매매를 할 수 있는 구조들이 있는 게 좀 문제인 거 같아요. 130
남성들이 바라본 우리사회 성매매 여성들도 쉽게 들어갈 수 있고, 남성들, 구매자들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구조가 있는 게 좀 큰 문제인 거 같아요. 진행 : 우리 사회의 이런 현상들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유독 한 국이 일본과 더불어 강한 것 같아요. 어느 나라나 접대는 있지만, 반드시 성이 포함되고 대규모로 법인카드를 쓰면서 하는 건 일본 과 대만 정도가 약간 비슷하긴 하죠. 하지만 최근 일본 같은 경우 에는 경기도 안 좋아지면서 그런 부분이 많이 줄었다고 얘기들을 하더라고요. 우리가 볼 때 확실히 한국이 조금 독특한 부분이 있 는 거 같긴 합니다. 법 제정으로 인식과 용어의 변화를 일으켜 그러나 성매매와 성산업은 여전히 남아있어 최영상(의사, 40대) : 예전에 80년대 유명한 영화였던 매춘 이라는 영 화가 있었잖아요? 매춘이라는 말이 매매춘으로 바뀌었다가 성매 매 이런 식으로 바뀌죠 아마? 그것도 굉장히 장족의 발전이라 생 각을 하거든요. 그 전에는 그 주체에 대한 생각이 없었죠, 제 인 식도 개인적으로 참 새로웠다고 생각을 해요. 제가 이번에 집담회 참여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이거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뭔가했 더니, 용어의 변천이 일어난 게 굉장히 큰일이구나 하는 것과, 국 가가 관심을 가지고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것도 굉장히 진보한 일이었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또 한편으로는 법이 10년 전에 제정이 되어서 이렇게 끌어왔는데 그 10년 전이랑 지금이랑 서베 13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이를 하면 그렇게 많이 차이 안 날 거라고 생각을 해요. 업계가 바뀌든지 뭐가 바뀌는 형태로 갈 거라고 생각을 해요. 나경태(회사원, 40대) : 2004년에 성매매특별법이 생겼는데, 제가 2003 년도에 술을 끊었어요. 저 같은 경우 그 전에 사업도 하고, 직장 생활도 하고, 영업도 하고 다 했는데 저도 이제 2003년 전 후로 나뉘는 거죠. 술 문화 자체는 성매매특별법이 생기면서 많이 바뀌 었어요. 요즘 20, 30대도 2차, 3차 많이 안 가게 되고, 그래서 제 가 볼 때 성매매는 줄긴 줄었으나, 암암리에 다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또 특히나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워낙 발달을 하다 보니 깐, 그런 면에서는 성매매특별법이 생긴 것은 단지 집결지만 없어 졌을 뿐이고. 박현우(대표, 30대) : 제가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일을 돕고 있거든요. 요즘에 핸드폰에 위치 GPS로 근처에 가까이 있는 남녀들 채팅하 고 그런 게 요즘 많이 뜨는 것 같은데 이런 게 엄청나게 많아요. 그러니까 전에는 단순히 채팅사이트들 있잖아요. 버디버디 그런 것들을 통해서 많이 하고 그랬었는데, 요즘에는 거리가 측정되는 어플로 업그레이드 된거죠. 그래서 이제 뭐 어린 여성들이 원조교 제에 많이 활용하고, 그런데 이게 전에 업주들이 하는 얘기를 들 어 보면, 본인들이 하는 주된 업무는 이 여성들을 보호하는 것이 다. 그게 좀 안타까운 상황인 것 같아요. 여성들이 업주들한테 착 취당하던 상황에서 이제는 개인적으로 많이 넘어온 것 같아요. 근 거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하면서, 좀 더 위험한 상황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외국 추리 수사물 같은 걸 보면 살해당하 132
남성들이 바라본 우리사회 성매매 고 그런 일들이 있잖아요. 그런 일들이 좀 더 많이 벌어지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있거든요. 개인들이 하게 되면 자신을 지키는게 쉽지 않잖아요. 나경태(회사원, 40대) : 제가 엊그제 강남역에 저녁약속이 있어서 한 7 시쯤에 강남역에 갔었어요. 한 1시간 반, 2시간동안 얘기를 하고. 저 먼저 가겠다고, 나와서 강남역에서 택시를 타려고 하는데, 흔 히 말하는 집결지는 없지만, 단란주점이라든가 풀살롱은 기본적으 로 있더라구요. 거기 광장에서 제 딸 또래 되는 여자친구들이 담 배를 피면서 다리를 쫙 벌리고 있는데, 제 눈 앞에서 보이는 광경 이 믿기지 않더라구요. 제가 느끼기에 그 친구들은 성매매를 하는 친구들인 것 같더라고요. 안타까운거죠. 이준혁(기자, 30대) : 제가 이 분야를 취재한지는 벌써 한 사, 오년 되 었는데 별로 변하는 건 사실 못 느껴요. 방금 강남 말씀하셨지만, 강남에 가면 대로가 있고, 강남경찰서부터 법조타운까지 그 대로 사이에 우리가 흔히 아는 대기업들이 대로에 존재하고 그 뒤에 식당가가 형성되어있고 술집이 있는데, 그 다음 블럭이 모텔과 오 피스텔들이 있잖아요. 거기에 밀집되어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전 혀 변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거죠. 또, 업종이 너무 다양해졌어요. 귀를 파주기도 하고, 키스만 하기도 하고, 어디는 뭐 대화만 하기 도 하고, 이런 여러 가지 유사한 성매매 구조들이 적극 장려되는 분위기가 여기저기 생겨난 거예요. 우리가 여기 충정로에 앉아있 지만, 여기서 몇 발자국 나가면 어? 저기에 저게 있었어? 라고 생 각할 만한 그런 유사성행위 업소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 있거든 13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어떻게 할 것 인가에 대해 고민들이 좀 있어야 해요. 제가 또 느낀 건,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아니면 우리 가 흔히 생각하는 성격적으로 어 쟤는 할 거 같은데, 아까 말씀하 셨던 것처럼, 차림새라든가 태도라든가, 이런 것과는 전혀 별개로 있다는 거. 계층적으로 말하자면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고, 성격 적으로나 태도적으로도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굉장히 다 양하게,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다양한 양태로 벌어지고 있어요. 김경환(대학생, 20대) : 법이 제정되었을 때는 제가 10년 전엔 진짜 학 생 때라, 13살이라 뉴스에서만 보고 별로 생각을 못했었죠. 대학 생이 되고 나서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몇 번 있었어요. 한번은 새벽 두시에 용산역에 떨어져서, 심야버스를 타고 집에 가야 되는 상황이라 길로 나왔는데, 할머니들이 나와서 쉬었다 가라고 잡은 경험도 있었고, 한번은 영등포 타임스퀘어 근처에 옷 사러 갈 때 길 못 찾고 있다가 건물 보이길래 아 저기만 보고 가면 되겠다 해서 가는데 타임스퀘어 뒤쪽에 가는데 그 입구부터 뭔가 이상했 어요. 불이 무슨 다 정육점마냥 불이 시뻘겋고, 여기 지나가도 되 는 거 맞나.. 일단 가자.. 그래서 이제 가는데 살색밖에 안 보이시 는 분들이 손 뻗고.. 아 저희 아니라고.. 이런 일도 있었고. 접할 기회가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생계도 생계라는 문제가 있지만 그 래도.. 어릴 때부터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잦은 거 아닌가.. 그게 제일 큰 문제다 싶어요. 134
남성들이 바라본 우리사회 성매매 사법기관의 제대로 된 인식과 집행의지 필요 진행 : 사실상 여러분들 잘 모르겠지만 존스쿨이라고 아시나요? 성구 매자를 처벌하는 교육 프로그램이지요. 사실 성구매자가 구속되는 케이스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아동 성매매 같은 특별한 케이스거 나 간혹 해외에서 남성들이 성매매를 했다가 걸려서 어쩔 수없이 한국에 통보가 돼서 한국에서 여권을 뺏는다든지 그런 정도만 되 고 있죠. 혹시 성매매 단속이나 처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 나요? 박현우(대표, 30대) :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었을 당시 이 법은 한 2 3 년이면 끝이다란 소리를 사람들이 많이 했잖아요. 술자리에서 그런 얘기 돌다가 요즘은 그런 얘기도 잘 안 하는 거 같아요. 실제 단속 을 하거나, 뭐 인간승리 같은 피해자의 증언이 터져 나온다거나 그 런 사건이 집중되는 게 있었다면 다를 텐데 수그러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은 마약 청정국가로 인식되고 있잖아요. 성매매도 그런 식으로 처벌받는다면 웬만한 사람들은 아마 못 갈 텐데... 나경태(회사원, 40대) : 검찰이나 경찰이 그 강남 쪽에 테헤란로에도 제가 알기로는 풀살롱이나 이런 것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제 가보기에는 다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단속을 안 하는 거 아 닌가 싶구요. 박현우(대표, 30대) : 단속은 정권에서 노력을 해야 하는 거죠. 유병언 회장을 잡는 것만큼 인력을 투여한다면 성매매가 엄청나게 줄어 13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들 수 있거든요, 열심히 한다면, 근데 이제 안하고 있는 거죠. 그 런 거품들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고, 자 신들이 실제로 그런 성매매를 통해 이득을 본다거나 자기가 성매 매를 좋아한다거나 그런 사람들이 정권에 상당수가 아닐까 저는 이런 억측을 해보는 거고요. 진행 : 제가 지금까지 연구해 오면서 가장 중요한 건 법이 아무리 강 력하더라도 그것보다 이 사회에서 법을 집행하는 단위들이 제대 로 된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들 집단자체가 그런 성접대, 유흥 문화에 찌들어 있는, 사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검찰 이나, 경찰이나 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 법을 집행하는 단위가 굉 장히 그런 어떤 성에 대한 잘못된 생각, 성매매에 대한 잘못된 생 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외에도 실질적인 결탁이나 어떤 부패 구조까지 포함하면 당연히 이게 제대로 집행이 안 된다고 좀 생 각이 듭니다.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면, 만약에 그런 쪽으로 빠질 수 있는 구조가 적다면, 굳이 그렇게 까지 성매매를 하면서 돈을 벌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되는 거죠, 뭐 물질 만능주 의도 있을 수 있고 다 있지만, 그런 구조자체가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136
남성들이 바라본 우리사회 성매매 성매매 축소를 향한 발걸음 교육, 인식 변화, 철저한 단속으로 문화를 바꿔나가야.. 진행 : 이제 정리를 하자면 성매매 문제를 축소시켜야 된다에 동의를 하신다면, 또 나름대로의 대안이랄까 방향들이 어떤 것들이 있어 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또 자연스럽게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 보죠. 나경태(회사원, 40대) : 제일 중요한 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 이 어떻게 되는 가에 따라 성매매가 줄어들지 않을까 이런 생각 이 들어요. 제가 볼 때는 여성들의 의식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 요, 왜냐하면 물질만능주의, 돈을 버는 것 자체가 쉽거든요? 요즘 시급이 올라서 한 시간에 5천원이라고 생각을 다들 하는데, 근데 거기 가서 남자들 만나서 접대하고 하면 하루에 제가 알기론, 하 룻밤에 몇 십만원? 이렇게 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뭐 포주라거 나 그런 사람들에게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바뀌 지 않으면 성매매는 계속 유지가 되고 어차피 그게 이제 뭐 줄여 나가는 방법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국민모두의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 우리 모든 국민들 이 성매매가 아주 안좋다 이렇게 변해야 하지요. 성매매 특별법도 지금 10년이 됐는데, 실질적으로 암암리에 과거의 그 산업보다 더 교묘하게 변하고 있다는 거죠. 그거를 잡으려면 강력하게 법도 존 재해야 하고, 강력한 규제도 하고, 법집행을 해야 하지만, 기본적 으로 우리 인식, 그 다음에 교육이 전체적인, 사회적인 문화가, 공 감대라 형성되어야지만 해결할 수 있는 거죠. 성매매여성이 내 자 13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식이 될 수도 있고, 내 딸이 될 수 도 있다, 그런 생각을 가져야 지, 국민들도 가져야지만, 문화가 그렇게 형성이 될 때, 점차 사그 라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박현우(대표, 30대) : 현재 경찰과 검찰이 성매매축소 노력을 하기에는 쉽지 않아보이거든요. 진짜로 너무 광범위하고 단속하고, 보호하 고, 처벌되고 이런게 너무 많기 때문에 현재의 조직에선 잠깐 반 짝했다가 빠지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여성 단체들 위주로 상담소를 꾸리는 것도 성매매에서 빠져나온 피해 자들을 돕는 형태밖에는 안 되는 거잖아요. 다른 식의 행정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 동사무소가 행정을 하고, 복지관들이 복지업무 를 대행하는 것처럼, 뭔가 성매매 업무를 전담하는 행정기구가 좀 필요하지 않나,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구석구석까지 케어할 수 있 는 시스템이 안 이루어질 것 같거든요. 이준혁(기자, 30대) : 저도 교육이 먼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사 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동감을 해요. 일단 법이 강력해서 말씀하신 대로 처벌을 계속 당한다? 처벌 받는 모 습이 자꾸 노출이 돼서 아 저렇게 되는구나 이렇게 해서라도 분 위기가 형성이 되고 이와 병행해서 교육이 진행이 되야 된다고 저도 생각하거든요. 다 공감을 할 것 같아요. 저가 예전에 영등포 집결지에 갔었을 때에도 경찰차가 지나갔거든요. 경찰차가 옆에 지나가는데도 그냥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138
남성들이 바라본 우리사회 성매매 최영상(의사, 40대) : 제가 분당에 사는데 분당에서 한 6~7년 전에 한 2년 정도 굉장히 음주운전단속을 세게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도는 소문은 분당 경찰서장의 아드님이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죽은 거 에요. 그래서 내 아들 같은 이런 걸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고 해서 2년을 세게 단속하니까, 정말 줄더라고요. 왜냐하면 거기는 늘 이 양반이 있는 한 이 단속을 한다고 주민들이 생각을 하니까, 실제 로 줄어요. 뭐 이런 것처럼, 성산업도 계속 단속을 해주고, 그게 일관성 있게 지속이 되면, 그때는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요? 의지 는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박현우(대표, 30대) : 인식과 관련해서, 제가 94학번인데 저희가 대학 갈 때만 해도 강의실에서 담배를 피고, 그게 당연한 거고, 담배를 안 피면 뭔가 아프거나, 교회 다니거나 둘 중 하나로 생각되는 구 조였는데, 점점 바뀌면서 요즘에는 안 피는 게 좀 상당히 많이 만 연한 추세잖아요. 그런 인식 부분도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런 인식 부분을 우리가 그냥 만들 수는 없는 거고요, 정부가 나서 야죠. 정부에서 나서서 TV도 계속 나가고, 사례도 계속 나오고, 뭐 처벌한 사례도 나오고 과연 건전한 관계란 어떤 것인가, 사람 을 어떻게 잘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내용도 교육에서 하고 그러면서 병행되야 될 것 같기도 해요. 인식부분하고 처벌 부분하 고. 이준혁(기자, 30대) : 저는 성매매를 금지로 생각하고 취재를 한 건 아 니고, 여러 가지 사례를 놓고 귀납적인 방법으로 결론을 얻어가자 는 형식으로 취재를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아직 사실 생각 13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은 약간 열려있는 편이에요. 그러니깐 과연 우리 사회가 금지가 많은 것이 좋은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사실 하거든요. 청소년의 성에 대해서는 좀 더 엄격하게 규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 만 어떤 사례나 상황에 대해서 정부나 국가가 나서서 금지를 하 는 것이 과연 100% 옳은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담배를 피우는 문제라든가 아니면 음주문화도 마찬가지인 것 같거든요? 예전에는 남자들끼리는 커피숍을 사실 잘 안 갔어요. 그 돈이면 술을 마셨죠. 근데 요즘에는 커피숍을 많이 가거든요. 요즘 같은 경우에는 접대를 받는 게 아니라, 같이 취재원이랑 저녁을 먹고, 다른 데 가는 게 아니라 커피를 마신다거나, 아니면 그냥 아예 처 음에 커피약속을, 차 약속을 잡고 만나거나 이렇게 좀 많이 바뀌 거든요? 흡연이나 음주문화처럼, 접대문화가 바뀌고 이렇게 전반 적인 문화가 바뀌는 것과 과연 금지가 우선인가에 대해 고민이 있습니다. 진행 : 지금까지 다양한 얘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성매매와 성산업에 얽혀 있는 돈, 구조, 그런 힘의 관계들이 굉장히 크잖아요. 이 부 분을 축소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을 해봤습니다. 지 금 논의된 것처럼 체계적인 교육과 국민들의 인식변화, 법 집행기 관의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좀 더 줄어들지 않을까 예상을 해봤습니다. 어쨌든 굉장히 세밀하게 접근해야 할 거라고 생각이 들고요. 오늘 이렇게 장시간 많은 말씀 나눠 주셔서 감사 합니다. 140
논문 성매매와 자유주의 그리고 노예제 1) 멜리사 팔리(Melissa Farley) 2) 성산업을 자유화의 힘으로 규정하는 사람들은 성매매 피해자들의 평균 수명이나 최초 유입 연령, 평균 수입과 같은 불편한 통계치와 사실들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포식 행위가 진보로 규정될 때, 여기 서 실현되는 자유 가 대체로 남성들이 여성과 아이들의 몸을 이용 할 수 있는 자유 또는 G8국가 3) 들이 제3세계의 시장과 천연자원을 약탈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는 사실은 쉽게 묵과된다(D.A. Clarke, 2004). 스웨덴의 성평등 장관(Minister of Gender Equality)을 역임한 마가 레타 윈버그(Margareta Winberg)는 성매매는 여성과 아동, 특히 경 제적, 민족적으로 가장 취약한 집단의 여성과 아동이 남성들에게 성적 서비스를 제공할 운명을 지닌 카스트 집단처럼 취급된다. 고 했다. 안 드레아 드워킨(Andrea Dworkin)은 성매매를 성폭력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여성에게 해(hurting)를 입히는 행위는 나쁘다. 페미니 스트들은 그것을 반대한다. 고 했다. 그러나 자칭 자유주의 페미니스 1) Prostitution, Liberalism, and Slavery 본 논문은 [LOGOS: a journal of modern society & culture] vol.12 no.3(2013년)에 실린 것으로 저자와 학회의 동의하에 본 지에 번역 게재한다. 2) 멜리사 팔리(Melissa Farley)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반성매매단체 Prostitution Research and Education 대표로 있다. E-mail: mfarley@prostitutionresearch.com 3) G8(Group of eight)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서방 선진 7개국(G7)과 러시아로 구성된다. 세계경제에 영향력을 미치는 경제대국 정상들의 모임으로, 흔히 서밋(Summit) 으로 불린다(편집자 주). 142
성매매와 자유주의 그리고 노예제 트를 포함한 자유주의자들은 성매매가 여성에게 해가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성매매 제도를 용인함으로써 가장 취약한 집 단에게 가하는 해악 행위에 눈을 감는다. 성매매는 여성들을 사회적 역할의 제약에서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노예제 또는 노예제와 비슷 한 성차별적, 인종차별적인 역할극 속에 가둔다. 자유주의자들은 인종, 계급, 종교적 근본주의에 대한 억압을 인정한다. 그러나 남성 자유주 의자들은 여성들이 성매매없이 살 권리 보다 남성들의 성적 접근권 을 더 중요시해 왔다. 성매매는 여성폭력을 상품으로 포장한 것으로, 직업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어떤 이들은 성매매를 피해자 없는 범 죄로 묘사하고, 여성의 자발적 선택으로 성매매가 이뤄진다고 말한다. 심지어 성매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의 거짓말을 내세우면서 성매 매의 참혹하고도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다. 성산업은 성매매의 폐해가 사회적, 정치적, 법적으로 부정되는 현실 속에서 번성한다. 강간문화(Rape cultures)는 여성의 성적 대상화와 상품화를 정상적 으로 간주하고, 피해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린다. 강간문화에서 강간 과 성매매의 성적 테러주의는 무시되거나 부인된다. 15 44세 여성의 경우 암, 말라리아, 교통사고, 전쟁으로 인한 상해와 사망 수를 합한 것보다 남성의 폭력에 의한 상해, 사망 수가 더 많다는 연구 결과는, 성폭력을 문화적으로 용인하여 발생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성매매 는 강간문화의 기반이다. 한 성매매 피해자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하면 강간이 되지만 우리에게 하면 정상적인 행위로 간주된 다. 성구매자에게 성적 대상으로 취급당한 여성과 아동들이 심각한 피 해에 시달린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들에 의해 이미 입증되었다. 성매매 14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로 인한 정신적 피해는 여성의 계급, 합법성 여부, 장소(업소, 스트립 클럽, 마사지업소, 길거리)와 상관없이 모든 문화권에서 동일하게 나 타난다. 이들은 하루에 열 명의 남성에게 구강성교를 하고, 매주 강간 을 당하며, 포주나 성구매자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면서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는다. 우울증, 자살경향성, PTSD 4), 해리장애, 약물남용, 식이장애 등 성매매로 인한 정신적 피해 증상은 끝이 없다. 성매매 종사여성과 남성,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한 9개국 조사에서 응답자의 2/3가 PTSD 진단을 받았다. 이들의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 스는 심리학자들이 정신적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규정한 사람들 인 가정폭력 피해여성, 강간 피해자, 참전군인, 고문 생존자 등의 증상 과 비슷하다. 스트립클럽의 앞줄에 앉아 있는 남성들을 위해 전라로 춤을 추는 여성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분리시켜야 한다. 스트립클럽에서 성매매 를 경험한 생존자는 정신적 폐해에 대해 호소하는데, 랩 댄서로 일했 던 한 여성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난 이제 그것이 누구든 간에 남자의 손길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 다. 남자의 손은 노동과 수모, 절박함과 절망이라는 슬프고 괴로운 감정과 동일하다. 그리고 내가 견뎌내야 했던 증오와 악의, 경멸, 적개심으로 가득 찬 발언들. 잔혹하고 분노에 찬 사람들, 절박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토해낸 분노가 내게 쌓였다. 나는 결국 증오를 넘 어서 무감각해졌다(Jordan, 2004). 4)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발생되는 정신 적, 심리적 질환이다(편집자 주). 144
성매매와 자유주의 그리고 노예제 스트립클럽은 성매매 산업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성매매가 일어나 지 않는다는 통념이 존재한다. 어느 경찰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성매매 단속을 하면서 그러한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스트립클럽이나 에스코트 서비스는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스트립클럽과 에스코트 서비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 나는 소위 남자친구라고 불리는 포주들을 보았다. 그리고 여성들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도 보았다. 그 경험은 내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Schoenmann, 2003). 성착취를 부정하는 최악의 발언을 들었다고 생각할 때마다 곧이어 또 다른 발언들이 튀어나왔다. 베트남, 중국, 태국, 한국의 여성들이 조 직범죄단에 이끌려 샌프란시스코로 이동되고 노예와 같은 조건하에 남 성들에게 성적으로 이용당한다. 그런데 이들은 이주 성노동자 로 불린 다.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인신매매 피해자들은 세계시장에서 보다 나은 임금을 찾아 국경을 넘는 여성들일 뿐이다. 문제는 이민정책 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러한 연구에서 성차별주의나 인종차별주의가 고 려되지 않는 것이다. 성폭력과 인종폭력을 부인하는 또 하나의 절망스 러운 사례가 있다. 포스트모던 영화 전공 교수인 셀린 시미주(Celine Shimizu, 1999)는 인종적 예속관계에서 쾌락과 폭력의 패러독스 와 관 련하여, 주인에 의한 노예의 강간에 대해 논하면서 노예의 성적 만족이 란 관점에서 노예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속단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18세기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을 납치해 카리브해 영국 식민주의자들에게 팔아 넘긴 노예상과 선주들로 구성된 영국서인도제도위원회(British West India Committee)의 선전물을 보는 14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것 같다. 이 위원회는 노예제 지지 캠페인에서 이들 노예를 농업 조력 인(assistant planters) 이라고 불렀다. 독립적인 고급 에스코트 라는 환상도 자유주의자들이 성매매의 폐 해를 부인하는데 일조한다. 사업성이 좋다. 여성이 성매매를 선택했고, 돈을 많이 벌며, 포주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전 세계 성매매 여성의 1% 정도가 여기에 해당할지는 몰라도, 이는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들 이 처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전체 성매매 여성의 약 80%가 포주의 통제 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때 포주의 행위와 제3자의 통 제는 인신매매에 대한 법적 정의와 일치한다. 나머지 성매매 여성들은 성, 인종, 경제적 불평등에 의한 억압을 받는다. 전 뉴욕 주지사인 엘 리엇 스피처(Elliot Spitzer)는 언론이 고급 에스코트 에이전시로 지칭 한 엠퍼러스 클럽 VIP(VIP Emperor's Club)에서 한 여성을 샀다. 그 여성은 폭력가정 출신으로 노숙 생활을 했으며, 약물중독자였다. 17살 에는 조 프랜시스(Joe Francis)와 함께 Girls Gone Wild라는 포르노 영화를 찍었는데, 조 프랜시스는 성매매와 아동학대, 폭행, 목격자 매 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었다. 엠퍼러스 클럽 VIP의 포주 들은 이 여성이 받은 돈의 50%를 가져갔다. 스피처에게 성매매를 제 공한 다른 여성들에 따르면 스피처는 콘돔 사용을 거부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여성의 생명까지도 위협한 것이다. 상품화 상품화는 성차별주의와 성매매의 근간이다.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여아 성애화 연구팀(Task Force on the Sexualization of Girls)은 성적 대상화를 정의하면서 여성이 다른 사 146
성매매와 자유주의 그리고 노예제 람들이 성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하나의 사물이 되면 성폭력을 위한 무대가 마련된다고 하였다. 여성폭력의 심리적 기반이자 비인간적 과 정으로 볼 수 있는 (여성의) 성적 대상화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 를 강화시킨다. 성매매에서 성적대상은 제도화되고 금전( 金 錢 )처럼 되 어 있다. 그러나 자유주의자들은 상품화를 대할 때 인종차별주의와 계 급주의만을 다룬다.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와 같은 단체들은 여성의 상품화를 정당화하면서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 이시아, 필리핀의 경우 GDP의 2~14%가 성매매에 의존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네덜란드는 GDP의 5%가 성매매에서 창출된다. 오늘날 자유주의는 우리 모두를 기업에 종속시킨다. 월마트, 갭, 나 이키가 여성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임금은 너무 낮아, 사실상 이 기 업들은 여성들을 성매매로 몰아넣는 역할을 한다. 특히 기업의 통제 하에 가장 무력하고, 성적 거래에서 공급 측에 속하는 가난한 유색여 성과 여아들은 성적 사업가(erotic entrepreneurs) 라고 불린다. 소비지 상주의를 근사하고, 재미있고, 심지어 민주적으로 브랜드화하는 행위 역시 성매매가 용인되는데 기여했다. 개인의 선택에 대한 자유주의자의 믿음과 피해의 부정 전체 성매매 여성 중 극소수만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선택했다. 대부 분 진정한 선택이 아니다. 진정한 선택의 필요조건인 신체적 안전, 구 매자와의 동등한 권력관계, 현실적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1%는 민족과 계급 측면에서 볼 때 다른 탈출구가 있기 때문에 특권층이라고 할 수 있다. 빈곤한 여성과 유색인종 여성 들은 그러한 옵션이 없다. 14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성매매는 생존을 위한 다른 방편이 없는 여성들의 상황을 악용한다. 미국 선주민 출신으로 성매매 생존자인 한 여성은 2009년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구강성교(blowjob)가 아니라 진정한 일자리(job)를 원 한다. 9개국 연구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자의 89%가 경제적 생존을 위한 다른 대안과 탈출구가 없기 때문에 계속 성매매를 한다고 대답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가 성매매 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다. 성차별, 빈곤, 인종차별, 유기 등으로 어린 소녀들은 성매매에 유입된다. 성매매 여성들은 일반 여성에 비해 유년 시절 성학대를 입은 비율이 훨씬 높다. 이들은 어렸을 때 강간범에 의 해 창녀 로 규정되고 결국 성매매에 이르게 된다. 성장하면서 받은 학 대가 이제는 돈을 받으면서 당하는 상황으로 변하고, 자신은 그런 곳 에만 쓸모가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여성들을 성매매로 이끄는 비가시적( 非 可 視 的 )인 위협의 네 가지 예이다. 각 사례의 해당 여성은 자신이 성매매에 동의했다고 응 답했지만 그 여성이 처한 조건을 보면 성매매를 피하는 것이 불가능 했음을 알 수 있다. 인도의 한 여성은 벵갈 서부지역 여자들의 일자리 가 대부분 윗사람의 성착취를 감내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성매매를 하는 것이 같은 일을 하고 돈을 더 많이 버는 길이라고 말 했다. 당시 실업률이 90%에 달했던 잠비아의 한 여성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자신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터키 의 한 여성은 이혼 후, 여성의 경제활동을 억압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에서 생계를 유지할만한 다른 수단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경찰이 경비를 서는 국영 업소에서 성매매를 했다. 한 여성은 16살 때 부모에 의해 네바다주에 있는 합법 업소에 팔렸다. 그로부터 10년 후 성매매를 견디기 위해 날마다 여섯 종류의 신경정신과 약을 복용했다. 148
성매매와 자유주의 그리고 노예제 성산업을 용인하는 자유주의자들은 성매매를 성노동 으로 지칭하면 서 마치 공장 일처럼 힘든 노동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생존자들은 돈 주고 하는 강간, 선택 아닌 선택 으로 부른다. 포스트모던 자유주의자 들은 성애화, 즉 대상화된 성매매 여성은 자기 자신의 착취와 상품화 로부터 이윤을 취한다고 주장한다. 성매매의 폐해가 감추어진다는 말 은 그저 추상적인 주장이 아니라 현실이다. 일례로 호주에서 열린 좌 파/노동 회의에서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로 규정한 발표자에 게 발언권이 거부되었다. 대신 에로스 재단(Eros Foundation)에서 고 용한 거짓 페미니스트(pseudofeminist) 5) 발표자가 성매매는 성적 자유 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논리적 궤변에 의해 성매매 여성들의 진실 이 파묻히게 할 수는 없다. 근친강간, 성희롱, 여성혐오, 인종차별적 발언, 스토킹, 강간, 아내 구타, 성고문 등 여성운동을 통해 가시화된 폭력행위들은 성매매라는 폭력의 연속선상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동 의 능력이 있는 성인들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성매매를 지지하는 자 유주의자들은 이러한 폭력성을 부인한다. 자유주의 성향의 성산업 지 지자들은 반인신매매 활동을 성노예 공포증 으로 주장하고, 다수의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자신이 앞으로 성매매를 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인신매매에도 실질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데비 나 탄(Debbie Nathan)은 나는 태국여성 중 자신이 성노동에 종사할 것 을 모르고 이곳으로 밀입국되어 성노동을 하게 된 여성을 본 적이 없 다 고 주장했다. 나탄의 말은 자신이 성매매를 할 것을 알았다면 무슨 일을 당해도 불평할 자격이 없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5) pseudofeminist는 페미니스트가 주장하는 근본적인 개념에는 반대하나, 본인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지칭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fake feminist로도 종종 쓰인다(편집자 주). 14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끔찍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전체주의 국가 6), 폭력적 관계, 노예 제, 성매매 등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해가 더 적은 일에 동의 한다. 이 때 동의는 대안의 생존 전략이다. 그러나 운 좋게 성매매를 피한 우리 가 수동적인 방관자가 되거나 폭력적인 제도가 번성하도록 내버려둬 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굶주림을 피하기 위한 성매매 생존자의 행위 성(agency)은 중산층 유럽계 학자의 행위성과 다르다. 행위성과 억압 은 여성들의 삶에서 공존한다. 둘 다 명명되어지고, 나타낼 수 있다. 지지집단과 콘돔은 제공하나 탈출을 제공하지 않는 피해 최소화 프 로그램도 성매매의 폐해를 부정하는 데 일조한다. 무료로 (여성용과 남성용) 콘돔을 나눠줌으로써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 지지자들은 반창고를 붙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들은 콘돔과 지지를 받으며 동시에 탈출 가능성 을 모색한다. 여성들은 피해를 줄이는 것만 아니라 (성매매 탈출을 통 해) 피해를 완전히 없앨 권리도 있다. 성매매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성매매를 하려면 무감각해지고, 해리되 고, 자신의 진정한 자아로부터 분리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반면 자유 주의자들은 자아를 없애는 파괴적인 행동을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라고 주장한다. 돈을 받는다는 이유로, 자아를 없애야 살아남을 수 있 는 현실이 감추어진다. 6) 개인의 모든 활동은 민족 국가와 같은 전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하여서만 존재한다는 이 념 아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를 통치원리로 삼는 국가로, 이탈리아의 파시 즘과 독일의 나치즘이 대표적 예이다(편집자 주). 150
성매매와 자유주의 그리고 노예제 성구매자들 실제로 성매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뿌리를 보려면 다 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 성매매에서 면죄부를 받는 사람은 누구 인가? 누가 비난을 받는가? 그러면 성매매에 내재된 불평등성은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성구매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성매매 여성 들이 섹스를 즐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성구매자들을 대상으로 한 몇 몇 연구에서 익명의 성구매자들은 성매매를 10분간 남의 장기를 임대 하는 것 으로, 성매매 여성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 생물학적 대상일 뿐 이라고 말했다. 또 어떤 남성은 나는 식당이나 공중화장실 의 시설을 이용하는 것처럼 성매매 여성들을 이용한다. 내 약혼자가 항문성교를 거부하면 성매매 여성한테 가서 하면 된다. 고 말했다. 성구매자들은 그저 섹스만을 원하는 착한 남성들이 아니다. 그들은 포식자들이다. 성매매에 대한 남성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여성 폭력을 정당화하는 태도와 의견들을 모아놓은 것 같다.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 하며 여성들을 성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남성들의 성적 공격성에 대한 다른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연구에 서도 성매매를 하지 않는 남성 집단에 비해 성구매자들은 (성매매와 함께) 다른 불법행위들을 저지르고, 비관계적 성관계를 즐기며, 섹스 상대의 수가 많고, 포르노그래피에 몰입하는 경향성이 더 컸다. 또 성 구매자들은 성매매를 안 하는 남성들에게 공감하지 못했고, 처벌만 받 지 않으면 강간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일반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도 공격적인 성행위를 하는 비율이 높았다. 15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고문 성구매자들은 고문의 법적 정의에 부합하는 행위들을 성매매 여성 에게 자행한다. 고문의 정의는 상대를 벌주기 위해서, 상대나 제3자에 게 위협을 가하기 위해서, 차별에 근거한 이유로 상대에게 의도적으로 신체적, 정신적인 극심한 고통을 가하는 행위이다. 최근의 정의에 따 르면 고문은 개인적 행위가 될 수 있고 국가에 의해 자행될 수도 있 다. 언어적 성희롱, 강제로 옷 벗기기, 강간, 성적 조롱, 신체적 성희롱, 기본적인 위생을 허용하지 않는 행위 등 성매매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행위들은 고문으로 규정된 행위들과 동일하다. 포주들은 경제적 이윤 과 가학적 쾌락을 위해 예측 불가능한 방식이자 극한 폭력인 고문을 이용한다. 포주들은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해서 고 문자들이 쓰는 방법을 이용해 체계적으로 괴롭힌다. 그들은 상시적 공 포감, 감금, 지원 통로의 차단 등을 통해 심리적, 생물학적, 사회적, 경 제적 통제권을 행사한다. 성매매 여성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고, 잠 을 재우지 않고, 단백질을 공급하지 않고, 생리적으로 과다각성 (hyperarousal) 7) 상태를 만들고, 예측 불가능한 폭력을 자행하고, 무력 감을 학습시킨다. 포주들은 모든 자율성을 불복종으로 간주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억압한다. 고문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은 성구매자나 포주 의 요구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도록 되는 것이다. 고문자와 같이 포주 들도 폭력과 협박에 간헐적으로 특별한 보상을 주거나 친근하게 대해 7) 과다각성(hyperarousal)은 자극에 대해 정상보다 과민하게 반응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조현병(정신분열병)의 전 단계 증상으로, 보통 불면을 수반하고 극도의 피로를 느끼게 된다(편집자 주). 152
성매매와 자유주의 그리고 노예제 주면서 여성들을 조종하는데 이 모든 것들은 강력하고 지속적인 트라 우마를 생성한다. 포주와 인신매매범의 목적은 고문자들이 사용하는 취약성, 공포, 의 존성이라는 세 가지 전략을 이용해 피해자의 자아를 파괴시키는 것이 다. 고문은 피해자가 전적으로 무가치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국가기관 고문전문가는 성고문의 목적을 고문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 이 인간이 아닌 동물이나 창녀로 믿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어느 고문 생존자는 고문은 나를 인간이 아닌 어떤 것으로 만들어 버린 다. 고 말했다. 비인간화의 과정으로 볼 수 있는 성매매 역시 여성을 특정한 상품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성구매자는 여성을 자신의 신 체적, 심리적, 자위 도구로 간주한다. 에블리나 기욥(Evelina Giobbe) 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성매매 여성(남성) prostitute이라는 단어는 더 깊은 정체성 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체성의 부재이다. 자아의 도난(theft)과 연속적인 유기 상태이다. 그래서 그 일 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들만 남는다: 입, 성기, 항문, 가슴 그리고 상표(label)이다 (Giobbe, 1991). 자유주의자들은 국가기관의 고문에서 사용되는 것과 같은 성적 수 치심과 고문 기술이 불법/합법 성매매에서 사용된다는 사실을 인지하 지 못한다. 역사학자인 조안나 버크(Joanna Bourke)는 아부 그라이브 에서 미 육군이 자행한 성고문 사진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고문의 목적은 피해자의 자아와 연결을 막음으로써 그의 인격의 주 된 부분을 해체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가 성적인 특성을 띄 15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는 것은 고문자가 피해자들의 정체성에 있어서 섹슈얼리티가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사진에서 가해자는 피해 자에게 극도의 성적 수치심을 가하고 이를 기록함으로써 피해자의 자아감을 파괴시키고자 한다. 자유주의자들은 아부 그라이브에서 미군이 죄수들에게 자행한 고문 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남성들이 성매매 여성들에게 돈을 주고 똑같은 행위를 할 때는 성적 유흥이라고 말한다. 노예제 자유주의자들은 성매매의 본질적 폭력성, 성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 빈곤의 연관성을 보지 못하므로 왜 반성매매주의자들이 성매매를 극 도로 억압적인 제도로 규정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자메이카에서 노예로 착취당한 가족사를 갖고 있는 앤서니 검스(Anthony Gumbs) 는 성매매가 또 하나의 노예제이므로 반대한다고 말한다. 오늘날 자메이카는 성매매 여성들을 정치적으로 세탁된 용어인 성 노동자 로, 성매매는 성산업 으로 지칭하는데 이러한 용어는 성매매 의 용인, 정당화 또는 합법화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메 이카인들은 노예제와 빈곤, 치욕적 상황, 착취로부터 자국민들을 해 방시키기 위해 몸바쳐 싸워 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에 와 서 포기할 것인가? 자신의 머리나 손이 아닌, 성기를 빌려주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인간 존엄성이라는 측면에서 노예와 별 반 차이가 없다. 그것이 우리가 자메이카라고 부르는 이 아름다운 154
성매매와 자유주의 그리고 노예제 나라에서 용인되고자 하는 방식인가? 그것이 우리 국민들을 위해 우리가 원하는 것인가? 성차별주의는 묵과하면서 인종차별주의 철폐에 앞장서는 모습은 전 혀 새롭지 않다. 19세기 노예제 폐지론자는 노예제를 극도의 부당하고 부도덕한 행위로 비난한 반면 여성의 투표권은 지지하지 않았다. 참정 권 운동가이자 노예제 폐지론자였던 올림피아 브라운(Olympia Brown)은 이에 분노하면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나는 (그들의 말을 믿을 수 있 다면) 흑인들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면서 여성의 권익증 진을 위한 활동은 극렬히 반대하는 남성들을 자주 본다. 노예제는 폭력이나 폭력의 위협으로 자유가 상실된 상태이다. 극심 한 권력 불균형, 신체적 학대, 자유의사의 부재 등 노예제의 모든 요 소들이 포주/인신매매범과 성매매 피해자들 사이에 존재한다. 성매매 는 음식, 수면, 돈을 박탈당하고, 폭행, 강간, 고문을 당하고, 살해의 위협을 당하는 등 미국 수정헌법 13조에 규정된 모든 형태의 협박과 취약성이 존재한다. 노예제는 이동과 물리적 환경의 통제, 탈출금지 조치, 무력, 무력이나 협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 잔혹한 처우와 학대, 성적 통제, 강제노역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통제 행위는 포주/성구매자와 성매매 여성 간의 관계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노예제는 선택권이 없는 상황이다. 노예제와 마찬가지로, 여성이 겪 는 부자유(unfreedom)의 정도에 따라 성매매의 경험도 다양하다. 계급 적, 인종적으로 특권층에 속한 여성들은 자신이 원할 때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한 남성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는 성매매가 강간하고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강간이 더 나쁘다. 하지만 연속선상에서 보면 강간에 가깝다. 왜냐하면 피상적인 동의 15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성매매 여성이 거기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삶의 환경으로 인해 그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불이 난 건물에서 뛰 어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 사람이 뛰어내리기로 선택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사람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 는 것이다(Farley et al., 2011). 포주가 성매매 여성을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면 그 여성은 자유가 없는 노예이다. 다른 비가시적인 요소들도 자유의 부재 에 기여한다. 경제적으로 더 절박할수록, 인종적 불평등이나 성폭력에 의해 더 제약을 받을수록, 성매매에서 갖는 자유가 적고 탈출 자원도 제한적이다. 배고픔과 교육 및 직업훈련의 부재는 여성들을 성매매로 몰아넣을 수 있다. 그리고 한 번 들어가면 탈출이 어렵거나 불가능하 다. 미국에서 여성들은 햄버거와 자동차 기름값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했다. 노예 구매자와 성구매자가 상품에 보이는 성적 도착은 그들이 구입 하는 상품 의 세부적 요소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다. 노예 판 매상과 구매자들은 노예의 피부색을 놀라울 정도로 세세하게 목록화 했다. 성구매자들 역시 온라인 채팅방에서 자신의 성매매 경험을 평가 하고, 등급을 매기고, 자랑하면서 자신이 산 여성들에 대한 세부 정보 를 목록화한다. 온라인 광고는 인신매매를 조장하며, 현재 성매매 사 업의 80%가 온라인에서 운영되고 있다. 플랜테이션의 농장주들은 때로 로맨스를 흉내 내는데, 일시적으로 자신들이 노예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찬 가지로 오늘날의 일부 성구매자들도 성매매 여성에게 돈을 주고 애인 156
성매매와 자유주의 그리고 노예제 관계를 흉내 내게 하는 여자친구 놀이 를 하는데, 구매자가 속아 넘어 갈 정도로 연기를 잘 해야 한다. 성매매와 노예라는 경험에는 비하와 굴욕감이 핵심적으로 자리한다. 과거 노예였던 해리엇 제이콥스(Harriet Jacobs)는 노예가 아닌 사람 들은 노예들이 느끼는 굴욕감의 깊이를 결코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 했다. 마찬가지로 클로드 자겟(Claude Jaget)은 업소에서 한 줄로 서 서 남성의 선택을 기다릴 때의 끔찍한 경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 했다. 난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 경험은 정말 끔찍했다. 남자들은 나 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 순간, 남자들이 나를 쳐다보고, 재보고, 평가하는 것을 느낄 때 그리고 그 남자들, 우리의 절반만큼도 가치가 없는 그 살찐 돼지들이 농담을 하고 뭐라고 지껄인다 그들은 나에게 이쪽, 저쪽으로 돌아보라고 한다. 정면을 보는 것만 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분노했지만 동시에 공포감에 사로잡혀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몸이 겁에 질리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내 자신감을 뒤흔들어 놓았다. 나는 정말 처절한 비하감을 느꼈다 나는 말 그대로 남자들이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었다. 남자들은 우시장에서 소를 평가하듯이 나를 평가했다. 그것은 역겹고, 구역질나고, 끔찍한 일이다.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 코 상상할 수 없는 경험이다. 성매매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은 성매매가 지독하게 치욕스러운 경험 으로, 인간 변소처럼 남성들의 배설물을 받아내는 물건 이 되는 경험 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한 노예여성의 말을 빌리자면 노예는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자신을 강간하려는 주인에게 반항한 15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16살의 노예소녀는 미국 동부에서 남부로 팔려가 죽을 때까지 노역을 해야 했다. 2007년에 어느 젊은 여성은 포주가 하루도 빠짐없이 날마 다 12명의 남성들을 받도록 강요했는데, 이 때문에 자신은 성매매로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네바다주 합법 업소에서 일하 는 한 여성은 다른 사람에게 팔리는 기분을 즐길 사람은 아무도 없 다. 강간당해도 좋다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라고 말 했다. 또 한 여성은 네덜란드의 합법적 성매매를 자발적 노예제 로 설명했다. 성매매로 인한 정신적 폐해를 보여주는 생존자의 발언들은 올랜도 패터슨(Orlando Patterson)이 노예제로 인한 사회적 죽음에 대해 설명 한 것과 비슷하다. 패터슨은 그것은 내면을 갉아 먹는다. 다른 사람 들이 내게 하는 행동과 말들이 그대로 내면화된다. 어떻게 내 자신이 이런 일을 하도록 내버려두느냐, 이 사람들은 왜 나한테 이런 짓을 하 는지 의문이 든다. 고 기술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그 역할을 수용하고 포주들에게 동조(accept)하기 시작하면 통제를 위한 물리적 폭력의 사용은 없어진다. 성매매는 점차 정상적인 일로, 계산된 폭력이라기보다는 다만 떳떳하지 않은 삶의 방 식으로 여겨진다. 포주의 위협적인 통제 방식은 두려움, 무력감, 의존 성을 유발한다. 영국의 한 인신매매 피해자는 무언가 할 필요를 전혀 못 느끼고, 다 소용없어 보인다. 누군가 아주 오랫동안 당신을 통제하 고 모든 결정을 내리면 당신은 더 이상 혼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고 말했다. 이와 똑같은 역학이 노예제에도 존재한다. 역사학자 들은 다른 사람에게 곧 팔려갈 처지에 놓인 노예들에게서 절망적이고 공허한 눈빛이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158
성매매와 자유주의 그리고 노예제 1840년대 노예제 폐지 운동가들이 직면했던 난관이 오늘날 성매매 폐지운동에서 똑같이 나타난다. 노예 판매상과 구매자, 성구매자와 포 주들이 친절(kind) 하다고 묘사되거나, 온건하거나 폭력적이지 않은 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노예제와 성매매는, 그 지배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든지 간에, 노예와 성매매 여성은 다 른 사람의 지배와 의지에 종속되는 특징을 갖는다. 노예나 성매매 여 성이 채찍을 한 번 맞건 백 번 맞건 간에, 얻어먹는 음식의 질이 좋건 나쁘건 간에, 위협의 연속선상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노예제와 성매매 는 모두 뼈 속까지 곪아 있다. 패터슨이 말한 것처럼 노예에게 주는 음식의 질을 높이고 대서양을 건너는 동안 의료적 치료를 해준다고 해서 노예제의 추악성 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콘돔을 제공하는 것이 성매매 여성들의 건강 문제에 대한 빠른 해결책으로 간주되고, 성매매 의 합법화가 성매매라는 낙인 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 러나 두 방법 모두 성매매의 본질적인 추악성을 없애지는 못한다. 법률 빈곤 여성을 위한 합리적인 직업적 대안으로 성매매를 지지하는 사 람들과 성매매는 본질적으로 부당하고 차별적, 폭력적이므로 없애야 한 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간에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자유주의적 성향의 잡지인 더 네이션(The Nation) 에서 프리드먼(Friedmand)은 1996년에, 그리고 비숍(Bishop)은 1993년에 성매매를 각각 성노예제와 성적 소멸 (sexual annihilation)로 규정하였다. 이후 이러한 견해는 크게 바뀌었다. 오늘날 자유주의자들은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재규정하였다. 노동 이라 15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는 단어를 통해 성매매에 내재된 성차별주의와 신체적, 정신적 폭력이 비가시화 되었다. 18세기 당시 노예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규제주의적 법률이 마련 되었는데, 이는 규제적 법률이 없는 것보다 낫다는 의견들로 뒷받침되 었다. 노예교역 자체는 정당하며 다만 잘못 운영되었다는 인식의 확산 을 우려한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법은 배의 무 게를 바탕으로 운반 가능한 노예의 수를 제한하고, 모든 배는 의무적 으로 의사를 두어야 하며, 사망한 선원과 노예에 관한 정보를 기록하 도록 규정했다. 이는 오늘날 성매매의 합법화 또는 규제에 관한 논쟁 과 흡사하다. 호주와 네덜란드, 네바다주의 합법적 성매매에서 드러난 폐해의 증거가 문서로 기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법화된 성매매 가 불법화된 성매매보다 안전하다는 잘못된 통념이 만연하다. 150개국 의 경제적 분석에 의해 성매매가 합법화된 곳에서는 반드시 인신매매 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Cho, Dreher, & Neumayer, 2013). 암스테르담 시의회 노동당 의원이자 에이즈 연구자인 프랭크 드 울 프(Frank de Wolf)는 과거에 우리는 성매매 합법화를 여성해방의 문 제로 보았다. 이제는 여성착취의 문제로 보고, 착취가 근절되어야 한 다. 고 말했다. 성매매가 번성하는 곳은 언제나 성적 인신매매도 번성한다. 당신이 포주라면 당신의 상품 을 어디에서 홍보하겠는가? 성구매와 포주 행 위가 법으로 금지된 스웨덴보다는, 네덜란드, 독일, 호주와 같이 포주 와 성구매자들이 법적으로 환영받는 국가에 여성들을 팔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반대로 스웨덴은 성구매자, 포주, 인신매매범들을 처벌하 되 성매매 피해자는 처벌하지 않는 페미니스트적인 성매매법이 마련 되어 있다. 이 법이 통과된 이후 스웨덴의 인신매매율이 급감했다. 스 160
성매매와 자유주의 그리고 노예제 웨덴의 반성매매법은 성매매가 언제나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을 착취하기 때문에 유해한 사회제도라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포주나 성구매자의 돈에 의해 성매매에서 성희롱, 강간, 폭력 행위 가 일어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자유주의자들이 노예제의 부당성을 입 증하는 증거로 지적했던 힘의 불균형, 대상화, 성적/노동적 착취(그렇 다, 성매매 여성들이 청소와 요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협박, 자 유의 부재 등의 억압적 상황이 성매매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우리가 성매매에 내재하는 성, 인종, 계급의 구조적 불평등을 간과한다면, 성 매매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무시한다면, 우 리는 현실에서 동떨어진 자유주의적 이론에 따라 성매매가 성적 선택 의 문제로, 노동자의 권리나 성적 인신매매가 이민 문제로 규정되는 포스트모던한 가상의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 성매매는 국제적으로 자 행되는 성착취 사업이다. 성구매자들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적 정책에 대해 스웨덴의 한 수사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신매매는 사업이 고, 우리는 그 시장을 파괴하고자 한다.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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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피플1 유럽의회 성매수자 처벌법 가결을 이끌다! - 유럽의회 메리 허니볼(Mary Honeyball) 의원 인터뷰 - 2014년 2월 유럽의회에서 놀랄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노르딕 모 델에 기반한 새로운 성매매법이 통과된 것이다. 본 법안은 성매 수를 범죄로 규정하고 성판매자가 아닌 성매수자를 처벌하는 것 을 골자로 한다. 당초 본 법은 보수주의자의 강한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찬성 343표, 반대 139표로 과반의 찬성을 얻어 가결되었다. 법안의 통과에는 본 법을 발의한 유럽의회 메리 허니볼 의원의 숨은 노력이 담겨 있다. 여성인권과 성매매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진 메리 허니볼 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하여, 법안을 발의한 배 경과 가결된 법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 한국에 주는 시사점 등을 알아보았다. 처음 만나는 한국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주요 관 심사, 활동 분야에 대해 알려 주세요. 저는 2000년 이래 영국의회 노동당과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 5월 재선되었습니다. 유럽의회 여권과 성평등위원회 (Women's Rights and Gender Equality Committee) 노동당 대표로 참여하고 있으며, 유럽의회 문화교육위원회에서 사회주의 / 민주주의 그룹(Socialist & Democrat group) 조정관을 맡고 있습니다. 166
유럽의회 성매수자 처벌법 가결을 이끌다 우리 영국은 인신매매의 실상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기 때문에 경찰 을 비롯한 관련 당국이 가해자들을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몇 해 전, 저는 런던경찰청 인신매매단속반 폐지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런던 인신매매단속반은 활동이 아주 우수했음에도 불구 하고 폐지 위기에 처했지요. 다행히 캠페인이 성공해서 단속반이 유 지되었는데, 그 일로 인해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얼마나 취약한 지를 깨달았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인신매매, 여성 및 아동 착취와 관련한 EU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유럽의회의 구체적인 역할을 설명해 주세요. 유럽의회는 유럽연합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와 함 께 EU의 입법기관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유럽의회는 법안 심의와 통과 외에,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1) 의 활동을 감시 하고 이사회와 함께 EU의 예산을 심의하고 승인할 권한을 갖습니 다. 참고로 유럽의회 선거는 5년마다 열리는데 지난 5월 22일에 선 거가 있었습니다. 유럽의회에서 노르딕 모델의 성매수자 처벌법을 채택했다는 소 식을 들었는데요, 의원님께서 유럽의회에 결의안을 제출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1) EU 집행위원회는 20명의 위원(European Commissioner)으로 구성된 EU의 주요 집행기관 으로 각 국가의 이익이 아닌 EU차원의 이익을 대변한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각 2명의 위원을 선출하며 기타 10개국은 1명의 위원을 선출한다(편집자 주). 16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제 결의안은 정부가 성매수자를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의 도입을 촉 구하고 있습니다. 또 EU 차원에서 하나의 프레임워크를 채택하도록 촉구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섹스관광을 조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 니다. 성매매 종사자의 건강과 복지를 담당하는 기관들에 따르면 외국에 서 인신매매되어 온 여성들이 많다고 합니다. 다른 EU 국가들과 발 맞추기 위해 성매매에 관한 영국의 입장을 검토해야 합니다. 일례 로, 프랑스, 벨기에, 아일랜드는 성매매 관련법을 보다 강화하는 방 향을 검토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조차 기존의 입장을 재검토하고 있 는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한 유럽 차원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여 겼습니다. 제가 계속 주장하듯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으 면 영국이 실질적인 타겟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채택된 성적 착취와 성매매가 성평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결의안(report in sexual exploitation and prostitution and its impact on gender equality) 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요? 영국에서 성판매는 불법이 아니지만, 호객 행위, 성매수자가 길거리 성매매를 하기 위해 배회하는 행위, 업소 운영 등은 불법입니다. 이 결의안은 누구의 책임인지와 누가 처벌 받아야 하는지, 그 선을 분 명히 하고 있습니다. 노르딕 모델은 성매매가 성매수자의 책임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 접근법을 채택한 국가들을 보면 이 전략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 타나고 있습니다. 매수자 처벌을 선도한 스웨덴의 경우, 경찰 통계 에 따르면 스웨덴 내 길거리 성매매 종사자의 수가 현재 약 1,000명 168
유럽의회 성매수자 처벌법 가결을 이끌다 정도로 1998년에 성매수자 처벌법을 도입한 이래 그 수가 3분의 2 가량 줄었다고 합니다. 제 결의안은 2012년 채택된 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침과 2011년 채 택된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지침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인신매 매가 성매매를 조장하고 성매매가 다시 인신매매를 조장하고 있음 이 분명하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바로 성매매를 초국경적인 문제로 봐야 하는 주된 이유입니다. 성평등 측면에서 보자면, 이 결의안은 성매매 종사자 중 자유의사에 따라 성매매를 선택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저 는 이 문제를 연구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 을 많이 만났는데 전적으로 자신의 의지로 성매매를 선택한 여성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성매매는 결코 여느 직업과 같지 않습니다. 제가 결의안에서 스웨덴 과 같은 노르딕 모델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성매매가 철저하게 성평등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스웨덴은 1999년에 이 모델을 채택한 이래 성매매 수준을 반으로 줄였는데 이는 아주 엄청난 성과입니다. 이번 결의안의 핵심으로 성매수자 처벌을 들 수 있는데요. 성매 매 근절에 있어 성매수자 처벌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부분의 성매매 종사자들은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협박이나 인신매매로 성매매를 하게 되므로 돈을 주고, 성을 사는 사람들의 책임이 큽니다. 그들이 수요(demand)를 촉진하기 때 문이죠. 그래서 성구매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16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더불어 민간단체와 경찰, 기타 이해관계자들은 성매매 피해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합니다. 피해자들은 이 기관들을 신 뢰할 수 있어야 하고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없도록 제도가 만들어 져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성매매 여성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는데요. 본 결의안에서 보는 성매매 여성은 어떠한가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다수의 성매매 종사자들이 인신매매 피해자 들입니다. 일례로, EU의 공식 조사에 따르면 EU에서 인신매매 된 사람들의 62%가 성착취 목적으로 인신매매되었습니다. 이들은 아주 어린 여성이나 아동인 경우가 많은데, 그것만으로도 아주 끔찍한 일입니다. 또 약물 중독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분야는 통계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 수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성매매 종사자의 다수가 위기가정 출신이거나 아동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경제위기 속에서 가난 때문에 성매매를 시작한 사람들도 많이 있지요. 유럽의회의 이번 결정이 유럽 각 국가에 미치는 파급력은 어떠 한가요? 전반적인 전략이나 다른 초국경적 사안들에 대한 조치들과는 반대 로, 성매매 관련법은 각 회원국들의 자율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그 형태가 아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170
유럽의회 성매수자 처벌법 가결을 이끌다 영국에서 성매매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호객행위, 종사자 조달행위, 업소 운영 등은 불법입니다. 독일이나 네덜란드는 성매매가 전적으로 합법화되어 있고요. 우리는 이처럼 다양한 입장들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 간 의원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성매매 근절 활동에 대한 조언을 해 주신다면? 성매매를 근절하려는 한국의 입법적 방향은 좋다고 봅니다. 이제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이 성매매를 근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지요. 또 많은 성매매 종사자들 이 인신매매 피해자라는 점을 기억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 지원이 아주 중요합니다. 성매매 종사자들이 이 형벌 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성매매를 줄이려면 수요를 줄여야 하는데, 유일하게 수요를 줄인 것으로 입증된 모델은 스웨덴이 현재 채택하고 있는 모델입니다. 메리 허니볼(Mary Honeyball) 유럽의회 의원 1952년 영국 출생으로 옥스퍼드대학교 졸업 후 비정부 기구 및 자선단체에 몸담아 왔다. 2000년 영국의회 노동당의원, 유럽의회 멤버로 당선된 이래 지금까지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 다. 주요 관심사는 여성의 권리와 인권, 남녀평등 분야이며, 2014년 유럽의회 성매수자 처벌법 가결을 주도하였다. * 홈페이지 http://thehoneyballbuzz.com 171
이슈&피플2 반성매매 운동을 이끈 현장의 리더를 만나다! -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대표 인터뷰 - 진행 : 김지혜 팀장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정리 : 김자영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매매방지활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성매매문제 해결을위한전국연대(이하 전국연대) 라는 단체에 대해 들어보았 을 것이다. 이 단체는 2000년 군산의 대표적 성매매집결지인 대 명동 화재사건 이후 성매매여성의 인권과 성매매 근절을 위해 설 립된 여성인권운동단체이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에 있어 현장의 기폭제 역할을 수행하였고, 지금까지 반성매매 운동을 이 끌어 가고 있다. 봄의 기운이 완연한 5월, 지난 10년간 성매매 근절이라는 당연하 지만 지난한 과제를 묵묵히 수행해 온 전국연대 정미례 공동대표 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된 순간부터 현재까지 활동을 살펴보고, 전국연대의 향후 계획과 성매매방지 활동의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지속적으로 반성매매 운동을 해오시고 있는데, 특별히 이 분야 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172
반성매매 운동을 이끈 현장의 리더를 만나다 저는 원래 노동운동을 하다 여성운동을 한 사람으로 기본적인 관심 은 여성노동과 인권이었고, 사실 성매매 문제는 아니었어요. 그러다 가 군산 대명동 화재사건을 겪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성매매 분야 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어요. 사건 당시 저는 군산여성의 전화 사무 국장이었는데, 화재사건을 뉴스로 접하고 직접 현장에 나가 상황을 확인하면서 충격적인 성매매 현실을 알게 된 거에요. 대명동 사건이 일어난 곳은 제가 근무한 사무실에서 15분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 리였거든요. 그곳에 갔더니 주변 상인들이 화재가 어떻게 발생되고, 거기에 있는 여성들이 불쌍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래 서 의문을 갖고 사건을 알아보면서 여성들의 상황과 업주의 폭력, 인권침해 문제 등 성매매 실상을 알게 된 거죠. 그런데 단순화재사 건으로만 수사가 진행되고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더라구요. 이대로 가다가는 억울한 죽음이 그냥 묻힐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안타까 워하고 있는데 유가족분들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할 데가 여성 단체 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우리 단체를 찾아오신거예요. 지역사회 에서도 사건의 진상규명과 관련 책임자 처벌을 통해 인권유린의 현 장인 성매매현장에서 희생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강하였고, 그래서 이를 해결해 보려고 지역에서 대책위를 조직해서 활동하게 된 거예요. 성매매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 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걸 확인하게 된 거죠. 사실 제가 광주에 살면서 5 18을 겪었거든요. 엄청난 역사적 사건을 통해서 불의한 것을 바꾸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아요. 참 혹한 시절을 겪으면서 뭔가를 만들어 놓고,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 들이 그걸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저는 또 다른 곳에 필요로 하 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리고 사건의 회오리 17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안에 있었던 사람 누군가는 계속해서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 어요. 내가 원하건 원치 않건 그 안에서 사건을 목격했고, 생존자로 서의 위치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이 분야에 지금까지 있었던 것 같아요. 대명동 화재사건 이후의 반성매매 운동은 어떻게 이어졌나요? 군산 대명동 대책위 활동 이후 당시 몸도 굉장히 안 좋아졌고(당시 머리가 너무 빠져 유가족분들이 소송 끝나면 가발사주신다고 위로 하셨어요. 당시 국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진행했는데 2004년 9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꼬박 4년이 걸렸어요.) 임기도 끝 나고 해서 쉬고 있었는데, 어떻게들 알았는지 그 이후에도 성매매와 관련된 활동이나 상담은 계속해서 저한테 연결이 되었어요. 대명동 사건 이후 군산여성의 전화에서는 가정폭력, 성폭력 활동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었고, 사실 성매매방지 활동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 어요. 반성매매 활동을 개인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조직 적으로 함께 대응하고 이끌어 가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 있었어요. 그래서 결국 전북여성단체연합에서 부설기관으로 2001년 전북여성 인권지원센터를 설립했고 제가 센터장을 맡으면서 성매매 이슈를 여성운동단체가 계속 가지고 가게 된거지요. 다음해인 2002년 군산 개복동 화재사건이 일어났고, 이때는 전북센터를 중심으로 대책위원 회를 구성해서 일련의 상황을 진행했어요. 그 후 지역에서 어렵고 힘들게 활동하는 현장단체들이 모여 반성매매 운동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연대체가 필요하다는 논의를 해서 연대단체 준비위 원회 를 꾸리게 되었어요. 2004년 법이 제정된 후에 기존의 단체들 174
반성매매 운동을 이끈 현장의 리더를 만나다 이 상담소나 쉼터로 전환되었는데, 저는 이 부분도 있지만 지역운 동, 시민운동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꼈어 요.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제도화되고 난 후 우리가 이슈나 내 용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라는 질문을 했을 때, 여성운동이 지속적 으로 이슈를 제기하고 제대로 된 정책을 이끌어 가야 하는 연대체 가 있어야 한다는 잠정적 합의가 내부적으로 있었어요. 그래서 준 비위원회 형태로 있던 조직을 정비하여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 연대 를 발족 한 거지요(6월 19일 발족일이예요. 기억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지만요). 전국연대는 지역의 현장단체들이 함께 네트워크를 형성해 반성매매 운동 및 여성인권운동을 함께 하기 위한 조직이에 요. 2000년 시작된 반성매매 운동은 2004년 법 제정으로 이어졌는 데, 제도화로 이끌게 된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법이 통과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우리 내부적으로 두 개의 큰 사건 1) 을 겪으면서 많은 고민들이 있었 어요. 사실 사건이 터지면 그 당시에는 큰 이슈가 되지만 이후에는 묻히게 되거든요. 특히나 여성이슈는 더 그래요. 당시에는 주변의 많은 단체와 함께 모여서 진행하지만 끝나고 나면 결국 우리만 또 남는 거예요. 굉장히 더디가고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지속적으 로 갈 수 있도록 제도화, 시스템을 주장하게 된 거에요. 사실 여성 1) 2001년 군산 대명동 사건, 2002년 군산 개복동 사건을 의미한다. 군산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이자 유흥업소 지역으로, 탈출이 불가능한 감금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각각 5 명, 14명의 성매매여성이 사망하였다(편집자 주). 17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운동이 법 제정에 목숨을 걸진 않잖아요. 근데 이 분야는 법이 있어 야지만 제대로 된 집행력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 죠. 또 저 개인적으로 보면, 윤방법 2) 을 통째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여성들이 처벌을 받는 부분하고, 두 번째로 여성들이 우리 에게 호소한 선불금 때문이었어요. 여성들을 긴급구조하고 지원하면 서 제일 이상했던 것은 사기 피해고소였어요. 고소자는 업주이고, 업주가 경찰서에 여성들을 잡으러 오고 폭력을 쓰는데도 경찰은 공 권력 행사를 하지 않는 거예요.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겪으면서 성 매매방지는 전체적인 구조를 바꾸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 했어요. 2001년 여성단체가 주축이 되어 법안 초안을 만들었고, 그 해 11월 여성폭력추방주간에 입법청원을 했어요. 당시 조배숙 의원을 비롯한 몇 명의 의원이 발의는 해 놓았는데, 실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어 요. 왜냐면 성매매 이슈는 우리사회 성산업과 성구매 문화를 다룰 수밖에 없는데, 이게 국회나 정부에 큰 부담이 된 거죠. 그러다 2002 년 개복동 화재사건이 벌어졌고, 이후 법 제정이 급물살을 타게 되 었는데 당시 국회의원이나 정부관계자들이 현장을 직접 보면서 문제 의 심각성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사실 우 리나라는 사건이 이슈가 되고 이슈가 여론화되어야 법제정에 이르거 든요. 개복동 사건은 사회적으로 매우 큰 충격을 안겼고, 여론화 작 업도 잘 이뤄졌어요. 일단 희생자 숫자도 많았고, 대명동 충격이 가 시기도 전에 다시 화재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에 그러면서 국민들도 2) 윤락행위등방지법의 줄임말로 1995년 공포된 후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으로 폐지되 었다(편집자 주). 176
반성매매 운동을 이끈 현장의 리더를 만나다 뭔가 바꿔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결정적으로 법이 통 과될 수 있었던 건 저는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사건이라고 봐요. 성매매특별법이 통과된 후 개인적인 소회는 어떠했는지? 본회의장보다는 법사위에서 통과되었을 때 저는 개인적으로 뿌듯하 다기 보다는 굉장히 회한이 남았어요. 사실 본회의장에서 통과되는 것보다 법사위에서 본회의로 넘어가는 것이 어렵거든요. 그래서 법 사위에서 통과되었을 때가 더 기억에 남아요. 안타까움이 남았던 이 유는 우리가 가장 원했던 내용이 성매매 여성은 처벌해서는 안 된 다는 것이었는데, 이 부분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되었어요. 특히 선불 금과 불법원인으로 인한 무효조항 역시 재산권 문제와 대치되어서 우리 원안대로 갈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법이 제정되었을 때 환영 논평은 했지만 또 법안의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법 제정 전과 후로 우리사회가 변화한 측면은 무엇이 있는지? 또 성매매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얼마나 변화되었다고 보시는지요? 성매매특별법이 만들어져서 예전에 없던 성매매여성을 위한 새로운 지원체계를 만들고, 지역사회 인프라를 통해서 지원이 필요한 사람 한테 적절히 갈 수 있는 통로를 새롭게 만든 거죠. 그 과정에서 이 전에 드러나지 않았던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상황이 보다 구체적으 로 드러나게 되었고, 그들이 공적서비스 영역으로 들어와 공적서비 스를 받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변화가 있었죠. 그리고 여성 전체의 17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입장에서 볼 때 예전에는 이 여성들을 나와는 별개의 다른 사람으 로 구분했다면 이젠 그게 아니라 전체 여성에 대한 문제, 인권의 문 제로 접근하게 되었다는 점이 달라진 거라고 할 수 있죠. 또 국가의 예산을 가지고 운영하는 집행력을 갖게 되었잖아요. 이건 분명 지난 10년간 국민들에게 미친 긍정적인 역할이라고 봐요. 그런데 국민들의 인식변화는 어려운 부분이에요. 예를 들면 어감이 다르잖아요. 10년이나 되었다, 10년밖에 안 되었다. 이걸 어떻게 보 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 성매매 문제는 예전부터 있었는데 이걸 단지 10년 동안 모두 바꾼다는 것은 어려운 거죠. 기존의 관행 과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 두, 세 배의 노력이 필요한 건데, 과연 우 리가 그만큼의 노력과 인식변화를 위해 논의하고 있는가를 봐야 할 것 같아요. 성매매보호법이 10년 만에 전면 개정되었는데, 개정된 법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법은 최소한의 기준이고, 시대 상황과 사회적인 문제를 뒤따라가는 것이잖아요. 성매매는 법도 법이지만 사회문화적인 것, 관행적으로 해왔던 것, 관례라고 하는 모든 것들이 같이 바뀌어 져야 하는데 오 히려 성산업 확산 속도를 못 따라 가기 때문에 격차가 점점 커지는 거죠. 성산업은 확대되고, 법은 따라가지 못하고 예전 방식을 고수 하다 보니 전면 개정의 필요성이 생겼던 거죠. 우리가 법 개정 작업을 진행하면서 중점을 둔 것은 처벌법이었어요. 처벌법이 우리사회에서 제대로 작동되어진다면 피해자 보호는 어느 정도 해소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데 처벌법이 제대로 작동되지 178
반성매매 운동을 이끈 현장의 리더를 만나다 않아서 국가가 피해자 보호에 쓰는 돈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처벌 법에 중점을 두었고, 그 중에서도 성매매 수요 차단에 집중했어요. 왜냐면 수요가 차단되어야 장기적으로 볼 때 성산업이 줄어들 수 있고, 성매매로 유입될 수 있는 사람들도 줄어들기 때문에 국가가 집중해야 할 부분이 수요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거예요. 즉 수요차 단!! 성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집행과 행정처분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성매매 수요를 차단할 때 우리가 빠뜨리지 말아야 할 부분 은 성매수자죠. 성을 구매하고 성산업을 확산시키는 기여자로서 작 동하는 성매수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바꿨는데, 이건 전혀 논의 가 안 되고 있어요. 반면 성매매보호법 개정작업에서 논의를 모은 부분은 여성폭력 피 해여성들이 공적영역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거였 어요. 성매매 여성들은 국민연금이나 사회보험 체계에 들어갈 수 없 기 때문에 공적서비스를 받을 수 없잖아요. 국가의 지원을 받기 위 해서는 시설에 들어가야만 하는데 사실 이게 사회서비스 체계의 문 제인 거죠. 왜냐면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지만, 실제 시설은 사회복지사 업법 하위법령에 있기 때문에 조건도 까다롭고, 마치 사회가 요보호 여성들을 보호하는 것처럼 되는 거예요. 그래서 사회보호라는 개념 을 바꾸고 개별 여성에게 제공되는 공적서비스를 어떻게 확대할 수 있을까에 대해 가장 많이 토론했어요. 그렇게 되려면 이 여성들이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주거 공간과 성매매가 아닌 다른 생계 수단을 가질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해요. 최소한 일 년 정도는 주거지 원과 생계비 지급이 이뤄져야 하고, 만약 이런 구조가 구축되지 않 으면 여성들은 생계대책이 없기 때문에 성매매를 벗어날 수 없는 17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거예요. 그래서 국가책임을 강조하는 부분에 중심을 두었어요. 그런 데 개정된 법에 보면 주거지원의 문제 3), 긴급생계비는 법에 반영이 안 되었고, 시설에 입소하는 기간을 연장만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는 데 이건 한계가 분명하다고 봐요. 그런 지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산 수반이 중요한데, 성매매 범죄로 인한 재산몰수 기금은 성매매방지활동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나요? 우리나라 형법체계에서 몰수추징은 국가로 들어가는 거예요. 모든 금액이 국가로 귀속되는 거죠. 사실 처음 법안을 제안했을 때 몰수 추징된 금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금관리로 전환해서 성매매여성들 의 탈성매매를 지원하고 피해회복이나 대안마련을 위해 쓰일수 있 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했지만 국가 법체계와는 안 맞는다고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이번 처벌법 개정안에도 몰수추징 된 금액 의 일부를 피해자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 는데 아마 정부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부정적이겠지요. 몰수추징 금액 이 국가에 귀속되는 재산이라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요. 다 만 귀속된 재산 중에서 일정부분만큼은 이 부분의 피해자를 위해 쓰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거예요. 피해자를 위해 어떻게 쓸 것인가 이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봐요. 3) 주거지원의 문제는 국토교통부 소관 법령에 반영되어야한다(편집자 주). 180
반성매매 운동을 이끈 현장의 리더를 만나다 향후 전국연대에서 계획하는 성매매방지 활동은 무엇인가요? 법제정 이후 10년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목소리가 드러 난 과정이었잖아요. 그리고 앞으로 더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 로 생각되고, 그 안에서 여성운동은 이 부분을 어떤 관점을 가지고 갈 것인가가 중요한 거라고 봐요. 성매매는 여전히 성평등의 문제이 고, 젠더화된 권력의 문제에요. 성매매가 성불평등을 강화시키고, 어 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야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변화 와 노력이 필요한지 지속적으로 활동해 나가야 하죠. 그래서 저는 오히려 좀 더 다양한 방식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봐요. 여성의 상황과 다양한 욕구에 대응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더 다양 한 목소리가 나와야 하죠. 현재 전국의 성매매방지기관이 91개소가 있지만, 자활지원센터는 9 개소 밖에 없고 상담소도 성폭, 가폭에 비하면 적어요. 성매매여성 들의 접근성을 고려한다면 많다고 보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시설 을 늘려달라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곳에 있는 여성들이 쉽게 접근 해서 도움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우리를 찾 아오기보다는 우리가 직접 찾아가서 현장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 다고 봐요. 그리고 정책을 제안하는 데 있어서 문제제기를 좀 더 치 열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전국연대에서는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가지고 제대로 된 수요 차단 정책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있어요. 또 올해가 성매매특별법 10주년 을 맞는 해이기 때문에 법제정 이후 10년의 성과와 이후의 대안에 대해 준비하고 있어요. 법이 만들어진 배경을 짚어보고, 지금까지 제대로 해 왔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성과가 무엇인지, 해결하지 18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못한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가지고 가야하는지 논의하려고 해요. 우 리가 논의하려는 핵심은 크게 3가지 축이에요. 성산업의 규모와 변 화가 법의 효과로 이룬 것인지 보고, 제도화가 변화하는데 영향을 미쳤는지, 미쳤다면 어떤 부분에 영향을 끼친 건지 그 과정을 다루 고, 반성매매 여성운동이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보는 거예요. 결국 이건 성산업에 대한 문제제기와 더불어 성매매여성에 대한 비범죄 화를 어떤 방식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있 는 것이죠. 그래서 특별연구모임을 만들었고, 포럼도 개최하고, 외부 연구자와 함께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논의된 내용을 9월에 토론 회나 포럼 개최방식으로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구요. 본 글을 읽을 독자들과 특히 성매매방지 현장에 있는 단체, 관련 연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반성매매 운동은 주변의 수많은 활동가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여기 까지 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 분야는 물론 힘들다고 할 수 있지만 역동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고, 현장하고 함께 숨 쉴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더 많은 활동가들이 열심히 같이 해갔 으면 좋겠어요. 활동하는 만큼 현장은 변화 될 거라고 믿어요.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을 가져 주 시길 기대합니다. 182
반성매매 운동을 이끈 현장의 리더를 만나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후 학생운동, 노동운동, 여성운동에 몸담아 왔다. 군산여성의전화 사무국장, 인천여성노동자회, 한 국여성의전화연합 인권국장, 전북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 소 장, 군산대명동화재참사 대책위 사무국장, 군산개복동화재참사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한국여성단체연합 성매매방지법제정특 위 공동집행위원장,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팀장을 거쳤으며 현 재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 이메일 goodmirye@hanmail.net 18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184
주제서평 어느 성폭력 생존자의 목소리 -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꽃을 던지고 싶다 - 신 그 리 나 (십대여성인권센터 교육팀장)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예수님, 왜 제 게는 이런 개 같은 아빠를 주셔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강간을 당하게 하셨나요? (중략) 이 글이, 내 삶이, 내가 살아내고 견뎌낸 고통의 시간이 의미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당신에게. (수연.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p.166) (생략) 때로 경험이 우리에게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잃게 하더라 도 인생의 길에 앞서 넘어진 사람들은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돌부 리가 있음을 알려준다. - 나는 페미니스트다 (너울. 꽃을 던지고 싶다, p.105) 성폭력 생존자들의 경험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성폭력의 고통은 긴 시간 동안 개인의 몸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 앞에 주어진 언어로는 그것 들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고, 표현된 언어만으로 그 경험이 품고 있는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지금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치고 올라 오는 불편함은 수연과 너울의 고통이 아동 친족 성폭력 이라는 이름 으로 통칭하여 담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너무나 오랫동안 처절하 게 계속되어 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과 같은 피해자들이 숨죽 186
어느 성폭력 생존자의 목소리 여 고통을 감내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혹시나 내 안에 남아 있는 편견이 수연과 너울을 비롯한 성폭력 생존자들의 상 처를 더 덧나게 하지는 않을까, 한자 한자 적어 내려가는 것이 힘겹 다. 하지만 여성폭력은 인권 침해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에, 이슈화된 사건이 있을 때만 한시적인 대책들을 내어놓는 우리 사회에, 수연과 너울처럼 성폭력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 이 있음을 알리고, 생존자의 목소리를 통해 성폭력을 둘러싼 의미와 구조를 통찰할 필요를 제기하기 위해 이 글을 시작한다.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의 저자 수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부터 대학교 1학년까지 약 9년 동안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처음 성폭행을 당한 날 밤, 수연은 자신 안의 모든 밝은 빛을 잃게 되었다 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녀는 화내고 미워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기 보다는 그날 그날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수행하며 그 사건 에 대해 소리 내지 않고 9년을 견딘다. 그리고 마침내 그 끔찍한 환경에서 탈 출에 성공한다. 수연은 그날 밤에 잃어버린 자신의 빛을 찾기 위해 글 을 쓰기로 결심한다. 수연의 글에는 끔찍한 폭력 장면이 너무나 사실 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이게 정말 친부가 딸에게 행 할 수 있는 일인지 믿기 어렵게 만들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게 만든다. 그러나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고, 여전히 우 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뉴스 속 기사에는 아동 여성 등 약자에 대한 성폭력 사건들로 가득 하다. 그리고 곧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OOO 사건, OOO 사건 이라 는 타이틀만 남게 된다. 폭력 피해를 당한 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 아파... 아프다... 아프다... 를 외치는 생존자의 목소리를 전달하 는 이는 아무도 없다. 수연의 글에는 몸은 탈출했지만 그 공간과 시간 18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에 머무른 기억들 때문에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너무나 가슴 시리게 녹아있다. 어떤 경험의 밖에 있는 사람들은 당사 자들의 고통과 생존을 위한 치열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 길 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수연의 글은 사건 으로만 기억되던 성폭력 피 해를 여성으로서의 일상과 그 속에서 맞닥뜨리는 고통과 갈등, 그리고 치유의 과정으로 풀어내어 그동안 사회적으로 무감각했던 여성폭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한다. 꽃을 던지고 싶다 의 저자 너울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각기 다른 대상들로부터 일곱 번의 성폭력을 경험한다. 상 당수가 친족과 이웃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동네 아저씨부터 삼촌, 그 리고 고용관계에 있던 사장까지 그 권력관계는 너무나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너울은 남녀 간의 권력보다도 사회계층이 중요했다고 이야기 한다. 9살의 어린 나이에 성폭력을 경험하고도 부모에게 조차 알리지 못했던 이유는 폭력과 외도를 일삼는 아버지, 지독했던 가난, 그리고 그것을 꿋꿋이 견뎌내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여기에 여자로서 수치스럽고 말하면 안 되는 일 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그녀의 성폭력 피해를 침묵으로 연결시켰다. 결국 너울 에게 주어진 환경은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고 성인이 되어서까지 비슷 한 상황을 재경험하게 된다. 나에게는 수연의 글보다 너울의 글이 더 힘들게 다가왔는데, 수연의 글에는 성폭력 상황 이외의 일상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면, 너울의 글은 성폭력 상황과 그에 대한 트라우마에 더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 다. 너울의 글은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자주 성폭력 상황에 노출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떻게 한 개인에게 이런 일 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런데 너울의 188
어느 성폭력 생존자의 목소리 글을 읽으면서 성폭력 경험이 주는 트라우마, 그리고 그에 따른 저항 력의 상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너울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고통과 직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피해자에서 생존자가 되었다고 한 다. 그러나 여전히 봄꽃들이 만발하는 4월이 되면 9살 그날로 돌아간 다. 그 기억들에서 멀어질 수는 있어도 사라지지는 않는다 는 너울의 말은 아동 성폭력 문제를 사회와 국가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1. 성폭력 경험에 대한 기록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와 꽃을 던지고 싶다 는 생존자 의 경험이 기록되어야 할 필요를 상기시킨다. 이들의 기록은 성폭력이 발생되는 사회구조를 문제시하면서 여성의 입장에서 성폭력 피해를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사회는 성폭력을 하나의 사건 으로 다 루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어떤 관계 에서 어떻게 발생되었고 어떤 피해 를 남겼는지에 집중한다. 피해 경험이 여성들의 전 생애에 미치 는 영향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서 위치추적 전자장치제도 1), 신상 정보등록 및 공개제도, 치료감호제도 등 가해자 재범방지 목적의 제도 에 비해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는 늘 미비하다. 만약 수연과 너 울의 이야기가 그들의 글을 통해 전해지지 않고 사건 으로만 다루어 졌다면, 성폭력 피해 이후 생존자들의 삶의 결은 아동 친족 성폭력 이 라는 이름으로 단순화 되었을 것이다. 수연의 친부가 강아지를 이용해 성폭행을 시도했던 일, 수능 전날 끔찍한 언어적 신체적 학대를 행사 1) 위치추적 전자장치제도는 2008. 9. 1. 본격 시행되었으며, 부착창지(일명 전자발찌), 휴대용 추적장치, 재택감독장치로 구성된다(편집자 주). 18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했던 일, 친구를 성폭행한 일 등 생존자만이 알 수 있는 다양한 경험 과 그에 따른 아픔은 결코 우리에게 전달될 수 없었을 것이다. 수연과 너울의 글은 건조하고 담담한 언어로 지난 일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언어화 할 수 없는 아픔과 상처가 있음을 알려준다. 그와 동시에 그렇게 취약한 상태에서도 적응적 삶을 살아가기 위한 생존자 의 힘을 보여준다. 2. 성폭력을 한 개인의 경험으로만 다루어서는 안 되는 이유 너울의 글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 성폭력 피 해에 노출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너울의 글을 읽으며 얼 마 전에 만난 성매매피해 청소년의 사례가 연상되었다. 그 친구는 초 등학교 때 사촌오빠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고 그 이후로도 동네 아저씨, 아는 오빠들에게 비슷한 경험을 당했다. 이 친구는 사촌오빠로부터 성 폭력을 당했음을 부모에게 알렸으나 부모는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묵인하였다. 너울이 그랬듯 이 친구도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했다. 가장 힘이 되어주어야 할 가족으로부터 적절 한 보호를 받지 못한 이 친구는 성폭력 피해에 무기력해진 듯 보였다. 저항해봐야 피할 수 없다는 것과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경험으 로 알게 된 것이다. 이후 이 친구는 성관계, 성폭력, 성매매의 경계 속 에서 더 많은 폭력 피해를 경험하게 되었다. 강압적인 성관계나 성폭 력 보다 돈이라도 쥐어주고 아프냐고, 어떠냐고 물어봐 주는 성매매가 덜 폭력적으로 느껴졌다는 이 친구의 말을 통해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성경험 속에서 착취성과 폭력성을 변별해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수연과 너 190
어느 성폭력 생존자의 목소리 울의 수기는 여성으로서 겪는 복합적인 피해 경험과 그것이 여성의 삶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경험을 통 해 성폭력은 비정상적인 가족에서, 취약한 개인에게 발생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책임으로 인식해야 하는 약자에 대한 폭력이며 인권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3. 빛 이 되어주는 사회 수연과 너울은 도와줄 사람도, 말할 사람도, 말할 곳도 없었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머리채를 잡힌 채 얼굴을 주먹으로 맞으며 강간당했다고 큰 소리로 외쳐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피해자를 상담했던 교수라는 사람 은 피해자를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이름조차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만약 수연과 너울이 성폭력의 위기에 놓였을 때 그 옆에 누군가, 또는 그들을 도와줄 어떤 시스템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미 일이 발생된 직후라도 그들의 힘든 경험을 편안하게 풀어낼 수 있었 다면 지금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가장 가까운 가족의 지지는 피해 경험을 극복하는데 절대적인 힘이 된다. 하지만 그 지지자가 꼭 가족일 필 요는 없다. 너울은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그녀를 지지 해주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이 있었기에 삶의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빅터 플랭클은 죽음의 수용소 에서 인간에게 살아야 할 의미를 주는 것은 자기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어떤 것 과 어떤 사람 이 라고 했다. 자유의지로 선택한 어떤 목표 와 자신을 믿어주고 믿을 수 있 는 한 사람 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연에게 빛 은 성폭력이 부끄러워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울고 웃어준 주 변 사람들이었다. 19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수연과 너울의 경험은 다시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아동 성범죄는 우리사회에서 계속되고 있다. 성폭력이 4 대 악에 포함되고 다양한 정책이 입안, 시행되고 있지만 피해 입증의 어려움, 수사과정에서의 2차 피해,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회적 낙인으 로 인해 여전히 자신의 피해 경험을 이야기하긴 쉽지 않다. 그런 현실 속에서 수연과 너울은 또 다른 수연과 너울을 위해 이 글들을 감내하 며 써내려갔다. 그리고 오늘도 그들은 최선을 다해 생존해 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생존자의 경험과 그에 대 한 해석은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더디기 는 하지만 성폭력방지법, 성매매방지법 등 여성폭력 방지를 위한 다양 한 움직임이 시행된 후 전과 비교해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그 긍정적 인 변화는 폭력 피해자를 비롯한 취약 계층의 사람들에게 빛 이 되는 사회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그 믿음이 현실이 되는 날이 더 늦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도 그런 기대와 믿음 속에서 어 른들의 노리개로 온갖 성적 착취를 경험하고 있는 성매매피해 청소년 들을 위해 어떤 것 과 어떤 사람 이 되도록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 다짐해 본다. 192
영화비평 온정과 연대 이전에 요청되는 것들 예 화국에서의 분열증적 체험과 초극의 순간들, <노예 12년> - -노 공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1), 김성윤 중앙대학교 강사) 1. 이중의 도시, 아이러니의 세계 <노예 12년>이 노예 생활 이야기의 시작으로 워싱턴의 공간 분할 을 제시했다는 점은 다소 직설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 솔로몬 이 납치되어 노예 감옥에 갇히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건물 바깥에서 창살 속 솔로몬을 비추다 옥상 위로 틸트업(tilt up)2)해서 저 멀리 국 회의사당을 관조한다(그림 1). 솔로몬은 창살 밖을 향해 도와달라고 외치지만 인간의 거래를 방관하는 국가는 저 멀리 신기루처럼 보일 1) 문화연대 부설 연구소로, 시민과 문화가 중심이 되는 사회를 지향하며 문화정책, 문화 연구, 문화교육을 위하여 설립된 전문 연구기관이다(www.kccs.or.kr). 2) 고정된 촬영기를 수직으로 아래에서 위를 향하여 움직이면서 촬영하는 기법을 뜻한다 (편집자 주). 19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뿐이다. 두 세계는 노예 노동을 허락하는 바로 이곳과 보편적 인권을 보장하는 저 너머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셈이다. 감독 스티브 맥퀸은 단 한 번의 샷(shot)으로써 이 둘이 별도의 세 계가 아닌 하나의 사회구성체 내에 공존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자유인 솔로몬에게 노예 이름 플랫은 거부해야 하지만, 거부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름인 것처럼 말이다. 이 모든 사단이 일어난 곳은 1841년 당 시의 미국일 뿐 아니라 지금의 미국이자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바 로 이 세계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미덕 중 하나는 이 장면을 제외한다면 어지간해선 규칙 적이거나 도식적인 구도를 끄집어내기 어렵다는 데 있다. 거기에는 영 화 내내 정직하다 싶을 정도로 평면적으로 흐르는 서술 방식은 물론 이고 인물들 간에 배치된 복잡다단한 갈등 구조도 한몫을 한다. 가령 백인 주인이 있으면 그들 사이에도 채권채무 관계가 얽혀 있고, 백인 들 사이에서도 고용주와 중간관리자 피고용인이 있으며, 심지어는 빚 을 갚기 위해 노예로 전락한 이도 있다. 여기에 다른 심급( 審 級 ) 3) 이 추가될수록 위계질서는 더욱 분화된다. 흑인들 사이에도 솔로몬처럼 자유인이 있는가 하면, 백인 주인의 곁을 지키는 이가 있고 허드렛일 을 하는 이도 있다. 나아가 성적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여성들은 교차적 억압의 조건에 처한 노예로 살아간다. 텍스트에 대한 비평적 해부가 어렵다는 건 그만큼 텍스트가 현실의 세계를 잘 담아내고 있 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저런 식으로 감독이 펼쳐놓은 위계지도는 흑백갈등이나 인종주 의를 확인하고자 했던 이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도 그럴 3) 같은 소송 사건을 서로 다른 종류의 법원에서 반복적으로 심판하는 경우, 법원들 사이의 심판 순서나 그 상하의 관계를 뜻한다(편집자 주). 194
온정과 연대 이전에 요청되는 것들 것이,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심지어 자기들 내면 자체가 아이러니 일색이다. 주인공 솔로몬부터가 노예 플랫으로 두 가지 삶을 왕복하며 살아야 했고 그와 같은 위치성 때문에 다른 동료들과 동질성을 갖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음은 물론이다 아마도 동질화의 계기는 같 이 일하던 동료가 죽고 장례를 치르던 시점이었을 것이다. 그토록 온 정적이던 첫 번째 주인 포드는 재산권 문제가 닥치자마자 더할 나위 없는 냉혈한으로 변하고, 그에 비하자면 순수해보이기까지 하는 두 번 째 주인 엡스는 인간이 아닌 노예를 사랑하고 그래서 더 분열에 빠지 는 모순 덩어리의 현신( 現 身 )이다. 솔로몬 또는 감독이 백인들의 정신세계에서 일정한 모순의 형식들 을 목격한 것은 자못 흥미로운 대목이다. 주인들 외에도, 엡스 부인은 남편이 팻시에 집착하자 극심한 질투를 가감없이 드러내면서 그녀 자 신이 젠더 관계에 충실한 듯 모습을 보이지만, 또 어느 순간에는 폭력 적인 남편마저 압박해 움직이게 할 정도로 권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낮은 계급의 백인들 역시도 마찬가지다. 어떤 백인은 힘도 능력도 없는 주제에 노예를 부리며 허세를 떨고, 또 어떤 백인은 솔로몬을 도와줄 것처럼 하다가 함정에 빠뜨리는 위선을 보여준다. 심 지어는 솔로몬을 납치하는 사기꾼마저도 약물에 취한 그를 가엽게 여 길 정도로 이율배반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인물은 엡스와 한 마을에 사는 쇼 부인이 다. 그녀는 쇼의 전처를 대신해 안주인이 되면서 흑인 노예를 부리는 흑인 주인 으로 살고 있는데, 그 시대 흑인 여성들에게는 하나의 성공 신화로 구실했을 만한 인물이다. 그녀는 팻시에게 엡스를 받아들여 노 예 신세를 탈출하라고 부추기기도 한다. 팻시로서는 엡스와 엡스 부인 의 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편이었을 것이다. 19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사실 자유인이 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기도 하고. 물론 관객을 대신해주는 솔로몬의 눈에는 그보다 더 어리석은 선택 도 없어 보인다. 쇼 부인의 성공사례가 모든 흑인 여성들에게 적용 가 능한 것일까. 혹시라도 그녀는 주인의 성적 향락에 이용되기만 하는 건 아닐까. 나아가 질투 많은 엡스 부인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커지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솔로몬 자신이 숨죽인 노예가 되기로 결심한 것 처럼) 우리는 단지 관객일 뿐이고, 무엇보다도 팻시 자신이 그런 욕망 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을 아는 이상 어떤 개입도 할 수 없다. 나를 포함하여 대다수 관객들은 주인공이 예속되어 있다가 어느 순 간 깨침을 얻고 저항의 주체가 되기를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영 화는 노예 생활의 참혹함을 묘사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예속과 저 항을 구분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차라리 그 어떤 구분도 무의미하다는 듯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다. 삶다운 삶을 살겠다던 솔로 몬은 온정적이었던 첫 번째 주인 포드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하는 자 기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2. 두 명의 주인 : 온정과 억압이라는 다른 얼굴을 가진 하나의 몸통 솔로몬의 노예 생활은 비극적이다. 이 비극이 묘한 것은 노예 상선 에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부터다. 태어나길 노예로 태어 난 이들은 지금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겠지만, 자유롭게 태어나 노예가 된 이들은 맞서 싸우고자 하는 의도가 생긴다는 것. 그럼에도 자유인이라 외치며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증명하고자 하던 솔로몬 은 기운이 조금씩 꺾인다. 자유인은 예전 자기 주인의 이름이 되었 196
온정과 연대 이전에 요청되는 것들 고 4), 그의 모든 기술적 능력은 충실한 종이 되기 위한 방편으로 전락 한다. 애초에 그는 살아남는(survive) 게 아니라 살고 싶었다(live). 그 러나 어느 순간부터 산다는 것의 목적이 무엇인지 조금씩 불분명해지 기 시작한다. 솔 로 몬 : 엘라이자. 엘라이자. 그만! 그만 질질 짜! 울어봤자 마음 만 아프다구. 엘라이자 : 당신은 애들 때문에 울어본 적도 없어? 하긴 아무 소리 도 안 내지. 애들을 맘에 담아두기나 하겠어? 솔 로 몬 : 애들은 내 살과도 같아. 엘라이자 : 그럼 마음 아플 게 누군데? 내가 나리와 마님을 화나게 라도 하나? 당신한테는 내가 아픈 것보다 그 사람들 안 위가 중요하겠지? 솔 로 몬 : 포드 나리는 괜찮은 사람이야. 엘라이자 : 그래봤자 노예 주인이야! 솔 로 몬 : 상황이 그러니까 엘라이자 : 상황이 그러니까 노예 주인이라고! 근데도 당신은 그 사 람 발밑에 엎드려서. 솔 로 몬 : 아니야. 엘라이자 : 그 사람 친절에 호사를 누리고 있잖아. 솔 로 몬 : 난 살아남을 거야! 절망에 허우적대지 않을 거라고! 포 드 나리에게 내 재능을 바칠 거야! 자유를 얻을 때까지 충심을 다할 거라고! 엘라이자 : 포드가 기회라고? 당신이 원하는 게 자유란 걸 그가 모 를 거 같아? 당신한텐 아무 것도 안 줘. 아무 것도. 당 4) 물론 이 같은 유보적 발언은 자기의 주인은 자기 라는 확신이 꺾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19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신은 그냥 좋은 가축이나 마찬가지야. 그 사람한테 말해 봐. 말해! 당신이 원래 어땠었는지 말하라고. 그리고 뭘 얻을지 보자고, 솔로몬.. 그렇게 플랫 노릇에 안주하 게 되는 거야, 그치? 엘라이자의 말에 흥분하며 반박하는 순간 그는 이미 자백을 해버린 꼴이 됐다. 어느새 삶을 말하는 게 아니라 생존을 바라게 됐고, 플랫 이라는 호명에 순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자 유인 솔로몬은 희박해지고 착한 주인의 발밑 에서 충직한 노예로 인 정받고자 하는 전도된 욕망이 그를 사로잡아버렸다. 자유인 솔로몬과 노예 플랫은 이제 더 이상은 구분 불가능하다. 어쩌면 이 순간 솔로몬 은 노예 신분으로 태어난 다른 노예들보다 더, 그리고 아이들과 떨어 져 울 수밖에 없는 엘라이자보다 더 비참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 일 수도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 이제는 무엇이 다행이고 무엇이 불행인지도 불분명하게 됐다 - 솔로몬의 환상은 철저하게 좌절된다. 그 좌절은 그의 재능 을 시기한 백인 중간관리자의 괴롭힘에서부터 시작된 셈인 데, 물론 그는 나무에 매달려 교수를 당할 와중에도 착한 주인에 대한 충심과 기대감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을 보호해주던 관 대한 주인의 실체를 알게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첫 번째 주인 포드는 솔로몬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까봐 노심초사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사 유재산으로서 노예를 잃을지도 모르는 염려와 분리되는 감정이 결코 아니었다. 솔로몬 : 포드 나리. 제가 노예가 아니란 걸 분명 알고 계시잖습니까. 포 드 : 알아들을 수가 없군. 198
온정과 연대 이전에 요청되는 것들 솔로몬 : (포드를 붙들며) 나리께 오기 전에 전 자유인이었단 말이에요. 포 드 : (솔로몬을 뿌리친다) 자네 목숨을 구하고 있지 않은가!. 갚아야 할 빚이 있는데, 지금은 에드윈 엡스에게 넘어갔 어. 괴팍한 사람이지. 자기가 니그로 브레이커로 불리는 걸 자랑스러워하고. 근데 솔직히, 자넬 데리고 있을 사람 을 찾기가 어렵잖나. 워낙에 고명해서 말이야. 상황이야 어쨌든 자넨 유별난 니그로야, 플랫. 안 좋은 일이라도 생 길까봐 무섭다고. 바이올린 선물도, 성경 말씀 강독도, 결국 그 모든 것은 기만이었다. 솔로몬은 바닥에 내팽개쳐진 채 숨을 몰아쉬는데, 그의 호흡은 자신의 헛된 기대에 대한 후회 그리고 주인에 대한 원망이 복잡하게 얽혔는 지 조금씩 거칠어진다. 그리고 다음 씬은 두 번째 주인 엡스의 성경 강독으로 바로 이어지는데, 이 점프 컷(jump cut) 5) 또는 의도된 삭제 에 이르는 동안 관객들은 솔로몬을 대신하여 이치를 깨달아 분노하고 또한 회한에 젖을 수밖에 없다. 주인이 나의 목숨 을 지켜주려 했던 것은 결국 재산을 지키기 위함이었으며, 맘껏 울게 해달라던 엘라이자 의 항변은 결국 솔로몬 자신의 처지가 어떨 것인지를 알려주는 예언 이었던 셈이다. 솔로몬의 분열적 주체성은 예정됐던 것일 수 있다. 같은 흑인이지만 자유인으로서 노예 상태를 경험하지 않았던 것은 그의 모호한 위치성 을 설명한다. 그래서 자유인 시절 상점에서 자신을 경이롭게 쳐다봤던 어느 흑인 노예의 시선은 모든 일이 벌어지고 난 다음에야 떠오르게 된다. 노예 신세가 되고난 후에야 자유인과 노예의 차이, 그리고 그 5) 장면의 급전환 으로 연속성이 갖는 흐름을 깨뜨리는 편집을 뜻하는 영화용어이다(편집자 주). 19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관계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는 지나치게 순진했 던 사람이었을 테지만, 고난의 12년을 겪으며 세계의 리얼리티 (reality)를 체험하고 비로소 자유인보다 더 많은 인식의 자유를 깨쳤 을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는 솔로몬의 비참함을 보여주다가도 그의 시선을 통해 다른 노 예들의 삶을 비춰준다. 솔로몬은 이야기의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19세 기 흑인 노예의 역사를 보는 관찰자이기도 하다. 이제 그는 새로운 주 인 밑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주체를 연기한다. 배우가 연기한다는 게 아니라 솔로몬 그 자신이 연기한다. 인정받으려 애쓰는 것보다 가만히 숨죽인 채 엎드려 사는 것.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렇게 모르기를 작정 했을 때 그는 모든 것을 알아가게 된다. 두 번째 주인 엡스는 첫 번째 주인 포드와 상반되는 인물로 보인다. 포드가 낮은 자를 섬기라는 마태복음을 읽어주었다면, 엡스는 주인의 뜻을 어긴 종은 매를 맞을 것이라는 누가복음을 읽어준다. 그러면서 엡스는 덧붙인다. 들었지? 매. 복종하지 않는 니그로는 주인한테, 알 겠지? 그런 니그로는 매를 많이 맞을 것이다. 여기서 많이 는 매우 많 다는 뜻이다. 40대, 100대, 150대. 그게 바로 성서다. 물론 성경에서 말한 그 주인이 신이고 종은 모든 인간이기에, 엡스의 성경 강독은 니 그로 브레이커로서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궤변임이 자명하다. 게다 가 같은 구절을 반복해 말하는 습관은 역으로 자신의 확신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여준다. 그가 가진 신념의 어긋남은 (이후에 솔로몬의 복권을 도와주는) 떠돌이 일꾼 배스와의 말다툼에서도 드러나듯 헤게 모니적 남성성(hegemonic masculinity)을 통해서 얼마간 봉합되기도 한다. 200
온정과 연대 이전에 요청되는 것들 배스: 법은 바뀌어요, 엡스씨. 보편적 진리는 변하지 않지만요. 그게 사실입니다. 평범하고 단순한 건데, 참이자 옳은 것은 누구에 게나 참이자 옳은 거예요. 백인이든 흑인이든. 엡스: 나를 니그로랑 비교하는 건가, 배스? 배스: 그냥 묻는 겁니다. 신의 눈으로 보면 차이란 게 있을까요? 엡스: 비비 원숭이와 백인 사이에 차이가 뭐냐고 물어보는 거 같군. 올리언스에서 짐승 한 마리를 봤는데 말이야, 내가 가진 니그 로랑 똑같은 줄로만 알았어. 배스: 엡스씨, 여기 니그로들도 사람이에요. 이들이 짐승처럼 나무 를 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당신 같은 분들은 책임을 져야만 할 겁니다. 이건 나쁜 일이에요, 엡스씨. 이 나라에 두루 퍼진 무서운 일이죠. 언젠가 심판의 날이 올 겁니다. 엡스: 자네 말은 자네가 들어야 할 거 같은데, 배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네가. 아무리 반박을 해도 검은 게 하얗다는 둥 하 얀 게 검다는 둥 하는데 말이야. 자네가 뉴잉글랜드 양키라는 좋은 가정(supposition)에 있지 6). 물론 아니겠지만. 아무렴 아닐 거야. 솔로몬이 엿보는 엡스의 순환논리- 힘이 말씀으로 변호되고 말씀은 힘으로 보증되는 -가 가진 곤궁은 노예 여성 팻시에 대한 집착에서 극에 달한다. 다른 노예들보다 배가 넘는 목화를 채취할 정도로 솜씨 좋은 팻시를 두고 엡스는 들판의 여왕 이라 부르길 주저치 않는다. 때 로는 그녀의 아름다운 춤사위에 넋을 뺏기기도 한다. 그러나 니그로 브레이커로 이름난 노예 주인이 노예를 사랑하는 것만큼 비극의 발단 6) 노예 해방 전까지만 하더라도 흑인 노예들에게 읽고 쓰는 것과 같은 교육이 전면 금지 되어 있었는데, 청교도 정신의 보편화를 이상으로 삼았던 19세기 뉴잉글랜드 양키들은 흑인들의 기본 교육을 지지하는 입장이었고, 미국 남부의 백인 소유자 계급들은 이러한 주장을 적대시하고 있었다. 20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이 될 만한 것도 없다. 엡스가 사랑에 빠질수록, 그리고 엡스 부인이 질투를 거듭할수록, 팻시에 대한 괴롭힘은 더욱 가혹해진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궁지에 빠져드는 것은 엡스 자신이기도 하다. 팻시에게 채찍질을 망설이는 엡스를 향해 카메라 프레임 바깥으로부터 들려오 는 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때려. 죽을 정도로 때려 ), 이는 자기 내면에서 흘러나온 음성이자 그 자신을 피할 수 없는 궁지로 몰아넣 는 심적 강박이기도 하다. 이런 일들이 반복될수록 솔로몬(과 관객)은 노예적 삶이 어떤 것인 지, 아니 정확하게는 세상 자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차차 눈을 떠간 다. 그러나 사회적 삶이 아니라 생물학적 삶의 길을 택한 솔로몬으로 선 더 이상 나설 자리가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그저 숨죽 인 관찰자로서 역사의 순간을 지켜보고 기록할 뿐이다. 다만, 지금 그 는 놀라운 사실들을 알아가고 있는 셈인데, 이를테면 주인 아래서 총 애를 받아봤자 더 심각한 노예 신세일 뿐이라는 깨침이 그렇다. 포드 아래서 그 자신이 그랬고, 지금 엡스 옆에서 팻시가 더 심하게 그러한 것처럼. 3. 의도된 삭제와 초극의 샷(shot)들 : 그저 노예에서 자유인으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솔로몬이 12년 동안 노예로 지내면서 어떤 고초를 겪게 될지 얼추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자유인 으로 살다가 한 순간 존재가 지워지고 여태껏 상상하지 못했던 다른 삶, 그것도 노예로서의 삶을 산다는 것은 얼마나 낯설고도 고통스러운 일일까. 어쩌면 우리는 바로 이 날 것 그대로의 삶을 확인하고자 이 영화를 택했을지도 모르겠다. <노예 12년>은 제목이 의미하는 그대로 202
온정과 연대 이전에 요청되는 것들 노예적 삶에 대한 사실적 재현과 정치적 경고를 다룬 뒤, 12년의 시간 이 끝나면 우리를 다시 현실의 제자리로 되돌려 놓을 것이기 때문이 다. 그런 점에서 연출자는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사명감을 제외한다면 그밖의 점에서는 굉장한 핸디캡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이미 관객들이 감정의 동요를 준비하고 들어오는 만큼 예측 가능한 영화로 전락할 공산도 크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주인공이- 노예 상선을 타고 첫 주인을 만나는 일련의 시퀀스(sequence) 7) 를 제외한다면 -두 번째 주인을 만나고 장 시간 파견노동을 다녀왔다가 마침내 자유인으로 돌아오는 여정에서 그 모든 중간 과정들이 삭제되거나 간략하게만 묘사된 것도 이상한 일만은 아니다. 차라리 의도적인 것으로 여겨질 정도다. 그도 그럴 것 이 루이지애나의 아름다운 풍광과 흑인 노예들의 비참한 삶을 대비하 면서 역설적 감정을 자극할 수는 있어도, 원작에 크게 손을 대지 않는 한 노예생활 자체로는 딱히 감정적 고조를 느낄 만한 이야기를 끄집 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감독으로선 일종의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으로 다가올 수밖 에 없다. 실제 있었던 솔로몬의 삶을 각색해서 극적 구조를 만들어낼 것인지, 아니면 관습적인 판타지를 버리고 그의 연대기를 좇을지. 다 른 말로 하자면, 상업적으로 흔한 탈출 영화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부담스럽더라도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강조할 것인지. 감독은 후자를 택한 듯 보이고, 실제로 영화는 전반적으로 기승전결 구조가 없는 채 로 다분히 평탄한 방식으로 흘러간다. 관객의 호흡을 뺏고 감정을 취 득하는 위기-절정-해소 식의 고전적 수법을 버리는 대신, 서로 연관 7) 특정 상황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묘사하는 영상 단락의 구분을 뜻한다. 몇 개의 신 (scene)이 한 시퀀스를 이룬다(편집자 주). 20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된 일련의 이야기들을 옴니버스처럼 배치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12년의 시간을 2시간짜리 러닝 타임에 담을 수도 없거니와, 실존했 던 솔로몬의 서사를 파괴하지 않고서는 영화와 관객의 예측가능한 거 리를 해체할 수 없다는 곤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솔로몬 의 이동과정을 불필요한 씬(scene)으로 여김으로써 별도의 의미론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자유인에서 노예로 전락하는 사건이 당사자는 물론 사회 전체에 있어서도 얼마나 큰 충격을 가지는 일인지는 비교 적 분명한 일이다. 그런데 폭압적인 노예거래상, 온정적인 첫 번째 주 인, 그리고 광기에 휩싸인 두 번째 주인을 연달아 만나는 경험들 각각 이 질적으로 얼마나 다른 일들이라 할 수 있을까. 하나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다른 정체성을 가지게 될 때 거기에는 일종의 통과의례라는 것이 따라붙게 마련이다.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될 때 졸업식을 거치고 용의자가 수인( 囚 人 )이 될 때 일련의 수감 절 차를 거치는 것처럼 말이다. 노예 감옥에서 등가죽이 찢어질 정도로 채찍질을 당하고도 아내가 선물해준 옷을 벗지 않으려는 솔로몬의 망 설임에는 바로 이 같은 상징의 문제가 걸려 있는 셈이었다. 찢어진 옷 을 내주는 순간 자유인으로서 솔로몬의 정체성 또한 한꺼풀 벗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의도된 삭제 라 불렀던 감독의 연출 수법은 주인공의 연대기 에서 일련의 이동과정을 삭제한 것이자, 동시에 그 전과 후가 질적으 로 전혀 다른 사회적 삶으로 볼 수 없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누군가에 게 팔려가든 일시적으로만 소속 중지의 상태일 뿐, 노예로서의 사회적 정체성이 다른 성격의 것으로 변환되는 통과의 과정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중개상 아래 있든 온정적 주인 아래 있든 노예는 노예일 뿐 이다. 마찬가지로 자유인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 역시 심하게 204
온정과 연대 이전에 요청되는 것들 축약되어 있는데, 감독으로선 그의 감정을 전달하면 될 뿐 원래 자유 인이었던 그가 노예에서 해방되어 자유인이 됐다는 식으로 과장할 필 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서사가 단절과 연속을 교차하는 가운데 영화는 솔로몬의 비 극적 생애를 담담히 따라간다. 하지만 그 단절은 노예 문제에 대해 감 독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삭제의 형태로 제시하게끔 한다. 이로써 관 객들은 자신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의미망에 들어서는 것은 물론, 자신 들이 확인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비로소 솔로몬의 이야기, 그리 고 감독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된다. 영화를 보다보면 솔로몬이 불가피하게 생존을 향해 시민됨을 포기 하는 변화에 수긍하게 된다. 오직 소유한 자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소유공화국에서, 그리고 어떤 능력일지라도 박탈당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노예 사회에서, 솔로몬은 자유인으로서의 지위와 능력을 더 이상 호소할 수가 없다. 그런데 솔로몬에 대한 관객의 동일시가 정점에 달 하는 씬(scene)은 그가 자유인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순간이 아니 라 역설적이게도 노예로서의 지위를 받아들이는 순간에 전개된다. 이 역시 감독이 할리우드의 관습적 서술 방식을 빗겨나가는 지점인데, 보 통은 곤란한 처지를 극복하는 영웅적 서사를 기대하곤 하지만 이 영 화에서는 더욱 곤란한 처지에 빠지는 계기에서 호흡을 빼앗기기 때문 이다. 엡스의 농장에서 매질과 과로로 에이브럼이 쓰러져 죽자 동료 노동 자들이 장례를 치루는 중 이들은 <요단강아 흘러라>(Roll, J ordan, Roll)라는 영가를 부른다. 손수 삽질을 해서 매장하는 순간조차 꿈쩍 않던 솔로몬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자 조금씩 감정이 북받쳐 그제야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약 1분이 넘는 동안의 클로즈업 20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샷은 관객과의 심적 거리감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울부짖는 솔로몬을 따라 울게 만든다. 이때부터 관찰자로서 기묘한 경계에 있던 솔로몬은 노예이길 거부하던 최후의 자존심마저 무너지게 된다 - 떠돌이 일꾼 배스와의 첫 대화에서 솔로몬은 거리낌 없이 배스 나리 라 부른다. 그 래서 그는 한동안을 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슬픈 순간에 형언하기 어려운 카타르시스가 뿜어지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이 씬을 교차하고 있는 어떤 복합적 의미들 때문에 그 러한데,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 회한의 순간에 어떤 쾌감 같은 정서가 지나간다. 그가 굴종( 屈 從 )의 길로 접어들수록 역설적으로 세상에 관 한 더 많은 이치를 알게 됐다는 것은 이미 확인한 바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삶을 완전히 포기하는 최후의 순간에 이르러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자유인으로 접어드는 환희를 체험하게 된 건 아닐까. 물론 이 부분은 확실하지 않다. 이후에 그는 배스와 접촉하고 얼마 안 돼 자유 인이 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미심장한 저 노래를 따라 부름으로써 그가 다른 노예노동 자들과 동류의식( 同 類 意 識 )을 갖게 됐음은 확실해 보인다. 일전에 고통 을 없애기 위해 자기를 죽여 달라던 팻시의 청을 거절한 바 있지만, 이 합창을 경험한 후 주인 엡스를 대신해 기꺼이 팻시를 채찍질하는 씬이 단적인 예가 된다 - 팻시는 말한다. 당신이 때리는 게 난 나아 요. 다른 흑인 노예들과의 거리감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만큼 솔로몬 이 다른 이들과 동질감을 형성했다는 의미이며, 나아가서는 같은 노예 의 몸을 하고 자유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는 초극의 의미인 셈이다. 이 장면에서 느끼게 되는 쾌감은 바로 그와 같은 방식의 어떤 숭고한 체험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밖에는 더 이상 설명할 길이 없다. 돌이켜 보면 영화 내내 이런 초극의 순간들은 불현 듯, 그것도 몇 206
온정과 연대 이전에 요청되는 것들 차례에 걸쳐 지나갔던 듯하다. 백인 주인이든 중간관리자든 그들은 끊 임없이 노예들을 말로써 가르친다. 그들은 일하는 법을, 성경의 이치 를 가르친다. 백인들이 언어를 동원하고 또 그렇게만 설복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은, 궁극에는 흑인 노예들이 제한적으로나마 인간으로 받아 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지배의 곤궁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 맨 첫 장면에서 수초 간 프레임 밖 화자를 멀뚱히 응시하는 흑인들의 형상은 경청이라기보다는 백인 주인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 같아 보인 다. 이러한 장면은 수차례에 걸쳐 반복되는데, 이 씬들은 쿠엔틴 타란 티노의 <장고: 분노의 추격자>(2012)에서 나왔던 질문, 흑인들을 보 고 자라면서 항상 궁금했소. 왜 들고 일어나서 백인들을 죽이지 않을 까? 에 대한 답을 들려주는 것만 같다. 애초부터 솔로몬이 굴종하고 있었다는 판단은 지배자가 가진 모종 의 편견이었을지 모른다. 솔로몬의 이야기에서 드러나듯, 지배와 예속 으로 보이는 헤게모니 과정은 실상 절대적 예속이 아니라 잠정적으로 만 고요한 계급투쟁 및 인정투쟁의 외양에 불과하다. 그래서 흑인 노 예들의 시선은 언제나 불온해보일 수밖에 없다. 의미를 알 수 없어 통 제할 수 없지만 어딘가 섬뜩한 시선. 너희들이 읽고 쓰는 능력과 물리 력을 독점하고 있어서 잠잠할지언정 우리는 너희보다 일도 더 잘 하 며 신에게도 더 가까이 있다고 말하는 듯 말이다. 20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4. 1841년과 2014년 노예 노동이 횡행하던 1841년과 신자유주의가 운운되는 2014년은 얼마나 다른 것일까. 실화를 바탕으로 과거를 재현한 영화를 보고나면 응당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모든 게 변했지만, 정작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노예 12년> 역시 그런 염세적( 厭 世 的 ) 감정을 자극하는 게 사실이다. 세월은 170년을 넘게 흘렀건만 대체 무엇이 달라진 걸 까. 어쩌면 잔상이 남아서 그럴 수도 있다. 영화를 봤던 나는 엔딩 타 이틀과 함께 객석의 나로 돌아오고, 이윽고 현재로 재귀하여 몇몇 시 퀀스들을 오늘의 세계에 대입해보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는 것이다. 잠깐이라도 정신을 놓고 있으면 우리가 보는 세계는 언뜻 본 영화만큼 이나 지극히 평탄한 것으로 다가오곤 한다. 현대세계를 사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이 만화경( 萬 華 鏡 ) 속에서 민주주의는 모두에 게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고, 자본주의는 모든 것이 합리적 절차에 의해 돌아가는 것처럼 여겨진다. 우리들 대다수는 세상이 순조롭 게 굴러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종의 외설이랄까. 자본주의 역사는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이면의 예외적 장치들을 통해 움직여왔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는 인 신매매, 강제 성매매, 아동 노동 등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현대판 노예생활에 시달리고 있다. 얼마 전 카타르 월드컵 축구경기장 건설 현장에서는 1천2백여 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이 죽어나가지 않았다던가. 그 덕에 유명해진 카팔라 시스템(후원자 제도) 8) 은 이들이 고용주에게 8) 걸프만 유역 국가들에서 시행되는 후원자 제도를 뜻하지만, 실상은 외국인노동자들이 고용 주의 통제 아래서 여권을 압수당하고 수용소에 갇혀 일하게끔 하는 등 각종 인권 침해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다. 208
온정과 연대 이전에 요청되는 것들 매여 자유-평등의 가치로부터 배제되었음을 드러냈다. 이 모든 게 나 라밖 이야기만도 아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지라 고 해서 질적으로 얼마나 다른지는 모호한 문제기 때문이다. 심지어 형제복지원이나 염전 노예 같은 뉴스들은 평범한 한국인들조차도 언 제든 노예 신세가 될 위험이 있다는 공포를 자극할 정도다. 이 아름답고 우아한 세계에서 여전히 어떤 이들은 가느다란 목숨 줄 에 발을 동동 구르며 겨우 생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전해지는 요청은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삶들에 온정을 베풀어야 한다거 나 연대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식을 초월하는 것 같다. 어떤 관객에게는 정치철학의 몇몇 익숙한 테마들이 식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만이 체득할 수 있는 어떤 고유의 세계관과 감각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며 그로써 세계가 재창조될 수도 있다는 것을 믿는다. 만약 이 영화가 관습적 문법을 그대로 따라갔더라면 나는 이런 믿 음을 절대 드러내지 않고 인권의 정치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웠다고 자학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와 같은 미학적 확신을 부여하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내가 영화를 제대로 본 게 맞는다면 이 글의 결말은 응당 이렇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 다. 오늘날 우리가 가져야 할 느낌은 우리 자신조차 어느 순간 노예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이나 공포가 아니라, 그들의 감각을 번역해낼 수 없다는 안타까움과 그런 노력조차 해본 적이 없다는 부끄러움이어 야 하지 않겠는가.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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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마당1 성매매 관련 통계 1. 성매매 위반범죄 관련 통계 (2010년~2012년) 1) 발생 및 검거정보 발생건수, 검거건수, 검거인원 연도 발생건수 발생비 검거건수 검거율 단위: 건, %, 명 검거인원 계 남 여 12년 4,700 9 4,646 98.9 16,824 10,306 6,518 11년 5,908 12 5,783 97.9 8,795 7,823 972 10년 9,048 18 9,026 99.8 17,048 14,499 2,549 발생비: 인구 100,000명에 대한 범죄 발생건수 검거율은 발생건수에 대한 검거건수의 백분율(%)임 출처: 범죄분석. 2011. 대검찰청. pp.110~111. 범죄분석. 2012. 대검찰청. pp.110~111. 범죄분석. 2013. 대검찰청. pp.110~111. 수사기관별 발생건수 단위: 건 연도 계 검찰 경찰청 해양경찰청 특별사법경찰 12년 4,700 137 4,484 79 0 11년 5,908 88 5,806 13 1 10년 9,048 31 8,607 406 4 출처: 범죄분석. 2011. 대검찰청. pp.110~209. 범죄분석. 2012. 대검찰청. pp.110~208. 범죄분석. 2013. 대검찰청. pp.110~208. 212
성매매 관련 통계 전국 경찰청별 성매매 위반 발생건수, 검거건수, 검거인원 연도 구분 발생 건수 단위: 건, %, 명 검거 건수 검거율 검거인원 계 남 여 12년 전체 4,484 4,443 99.1 16,436 9,998 6,438 서울지방경찰청 1,425 1,416 99.4 5,835 3,376 2,459 부산지방경찰청 350 340 97.1 812 375 437 대구지방경찰청 152 156 102.6 639 417 222 인천지방경찰청 167 146 87.4 654 374 280 울산지방경찰청 61 69 113.1 350 203 147 경기지방경찰청 1,118 1,130 101.1 4,202 2,536 1,666 강원지방경찰청 413 408 98.8 667 555 112 충북지방경찰청 51 38 74.5 316 249 67 충남지방경찰청 93 91 97.8 614 486 128 전북지방경찰청 69 68 98.6 268 133 135 전남지방경찰청 162 170 104.9 890 599 291 경북지방경찰청 101 98 97.0 481 266 215 경남지방경찰청 179 174 97.2 518 297 221 제주지방경찰청 143 139 97.2 190 132 58 11년 전체 5,806 5,698 98.1 8,654 7,711 943 서울지방경찰청 1,898 1,867 98.4 3,287 2,932 355 부산지방경찰청 472 476 100.8 591 480 111 대구지방경찰청 190 183 96.3 234 213 21 인천지방경찰청 199 202 101.5 405 290 115 울산지방경찰청 79 89 112.7 119 105 14 경기지방경찰청 1,828 1,767 96.7 2,464 2,275 189 강원지방경찰청 90 90 100.0 124 106 18 충북지방경찰청 68 67 98.5 99 84 15 충남지방경찰청 169 166 98.2 249 232 17 전북지방경찰청 87 82 94.3 87 82 5 전남지방경찰청 158 146 92.4 264 253 11 경북지방경찰청 126 105 83.3 241 198 43 경남지방경찰청 400 416 104.0 426 418 8 제주지방경찰청 42 42 100.0 64 43 21 21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연도 구분 발생 건수 검거 건수 검거율 검거인원 계 남 여 10년 전체 8,607 8,576 99.6 16,570 14,029 2,541 서울지방경찰청 4,090 4,094 100.1 8,321 7,242 1,079 부산지방경찰청 446 444 99.6 899 675 224 대구지방경찰청 364 365 100.3 907 746 161 인천지방경찰청 378 415 109.8 610 489 121 울산지방경찰청 126 124 98.4 230 182 48 경기지방경찰청 1,682 1,610 95.7 2,473 2,111 362 강원지방경찰청 65 62 95.4 116 77 39 충북지방경찰청 124 121 97.6 463 391 72 충남지방경찰청 578 596 103.1 1,101 960 141 전북지방경찰청 103 106 102.9 227 181 46 전남지방경찰청 275 263 95.6 457 370 87 경북지방경찰청 117 116 99.1 394 330 64 경남지방경찰청 206 211 102.4 319 230 89 제주지방경찰청 53 49 92.5 53 45 8 100%가 넘는 검거율은 이전 년도 사건에 대한 검거가 포함됨 출처: 범죄분석. 2011. 대검찰청. pp.116~209. 범죄분석. 2012. 대검찰청. pp.156~203. 범죄분석. 2013. 대검찰청. pp.156~203. 2) 범죄자 관련 정보 성별 단위: 명, % 연도 계(A) 남 여(B) B/A*100 미상 12년 17,039 10,306 6,518 38.3 215 11년 19,573 13,824 5,152 26.3 597 10년 26,602 20,295 5,609 21.1 698 출처: 범죄분석. 2011. 대검찰청. p.323. 범죄분석. 2012. 대검찰청. p.323. 범죄분석. 2013. 대검찰청. p.323. 214
성매매 관련 통계 내 외국인 현황 단위: 명 연도 계 내국인 계 중 국 베 트 남 미 국 태 국 외국인 몽 골 우즈 베키 스탄 12년 17,039 16,633 406 305 0 9 24 10 2 0 13 24 0 19 11년 19,573 19,212 361 172 10 10 9 9 5 25 3 5 0 113 10년 26,602 26,267 335 174 34 42 9 24 4 5 6 0 9 28 출처: 범죄분석. 2011. 대검찰청. p.339. 범죄분석. 2012. 대검찰청. p.339. 범죄분석. 2013. 대검찰청. p.339. 필 리 핀 대 만 일 본 러 시 아 기 타 전과유무 단위: 명 전과있음 연도 계 없음 미상 계 1범 2범 3범 4범 5범 6범 이상 12년 17,039 6,338 8,657 2,899 1,750 1,155 752 486 1,615 2,044 11년 19,573 7,810 9,578 3,419 1,980 1,246 766 534 1,633 2,185 10년 26,602 11,322 12,285 4,640 2,690 1,565 1,015 620 1,755 2,995 출처: 범죄분석. 2011. 대검찰청. p.346. 범죄분석. 2012. 대검찰청. pp.346~347. 범죄분석. 2013. 대검찰청. pp.346~347. 21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범죄자별 처분현황 연도 구 분 계 기소 불기소 성매매보호 사건송치 단위: 명 기타 12년 전 체 15,837 5,056 10,106 222 453 외국인 375 55 304 4 12 여 성 6,046 1,921 3,722 209 194 학 생 295 23 251 5 16 소 년 119 6 73 0 40 공무원 67 6 57 1 3 정신장애 14 8 6 0 0 11년 전 체 19,573 4,725 14,146 193 509 외국인 361 52 293 5 11 여 성 5,152 1,775 3,014 171 192 학 생 311 24 271 4 12 소 년 160 7 74 4 75 공무원 73 2 71 0 0 정신장애 15 5 9 0 1 10년 전 체 26,602 4,444 21,328 232 598 외국인 335 42 282 4 7 여 성 5,609 1,664 3,517 202 226 학 생 467 24 416 6 21 소 년 236 5 132 11 88 공무원 131 3 127 0 1 정신장애 49 6 42 0 1 기 소: 구공판, 구약식 불기소: 혐의없음, 기소유예,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 기 타: 기소중지, 참고인중지, 소년보호사건송치, 가정보호사건송치 출처: 범죄분석. 2011. 대검찰청. pp.342, 429, 546, 588, 619, 640, 688. 범죄분석. 2012. 대검찰청. pp.342, 429, 546, 588, 619, 639, 687. 범죄분석. 2013. 대검찰청. pp.342, 429, 546, 588, 619, 639, 687. 216
성매매 관련 통계 2. 청소년 성매매 관련 통계 (2005년~2012년) 발생 및 검거 조치 현황 단위: 명 연도 검거인원 구속 조치 불구속 12년 4,457 124 4,333 11년 2,006 41 1,965 10년 1,345 56 1,289 09년 2,182 125 2,057 08년 2,112 81 2,031 07년 2,582 126 2,456 06년 1,745 149 1,596 05년 1,946 295 1,651 출처: 청소년백서. 2013. 여성가족부. p.250.(경찰청 내부통계자료(2013) 재인용) 217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3. 존스쿨(성구매자재범방지교육) * 실적 (2005년~2012년) 단위: 개소, 명, % 연도 존스쿨 집행기관 접수 교육 집행인원 집행률 12년 42 5,954 4,518 75.9 11년 42 8,936 7,409 82.9 10년 42 13,471 14,283 106.0 * 09년 39 37,679 34,762 92.2 08년 29 19,433 17,956 92.4 07년 29 17,127 15,124 88.3 06년 22 12,541 11,217 89.4 05년 13 3,210 2,214 69.0 전년도 미집행 인원이 다음해 집행되어 접수인원보다 집행인원이 많음(법무부 여성통계, 2012). 출처: 법무연감. 2013. 법무부. pp.195~196. * 존스쿨(John-School, 성구매자재범방지교육)은 2004년 9월 성매매 알선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성구매 초범자에 대한 단순 기소유예 처분보다는 성구매 남성의성 의식 개선과 재범방지를 위한 전문적인 교육으로, 2005년 8월 최초 실시되었다. 218
정보마당2 성매매 관련 연구보고서(2013년)* * 1. 가정폭력 성폭력피해자 지원 강화를 위한 전략과제 개발 연 구 자 이미정 윤덕경 장미혜 이인선 발행기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발 행 일 2013. 12 연구 목적 성폭력 범죄 친고죄 폐지 등 정책적 환경 변화에 따라 국정과제의 효과성 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 지원 강화를 위한 실천전 략을 개발하고자 함 연구 방법 전문가 포럼, 최신 동향 파악 등 연구 내용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지원 강화 방안 가정폭력 사건 대응 전문성 및 피해자 인권보호 강화 방안 아동 청소년 성보호 강화방안 효과적인 피해자 지원을 위한 성폭력통합지원센터 운영 개선 방안 * 2013년 발간된 성매매 관련 연구 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주된 검색기관은 한국여성인권 진흥원을 포함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한국청소년정책연 구원, 지방자치단체별 여성연구기관(서울시여성가족재단,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강원도 여성가족연구원) 등이며, 연구소 홈페이지의 발간자료를 검색하였다. 본 자료는 보고서 제목 순서대로 배열하였으며, 세부 내용은 발행기관의 홈페이지를 참고하기 바란다. 21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2. 성범죄자를 위한 치료프로그램 개발 및 제도화방안(Ⅱ) : 교정시설내 성범죄자 치료프로그램의 효과성 평가 연 구 자 윤정숙 Raymond A. Knight 발행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발 행 일 2014. 2 연구 목적 성범죄자 재범방지를 위한 치료프로그램 개발 및 제도화방안의 2단계 연구로 우리나라 성범죄자 치료프로그램의 효과성을 평가 더불어 성범죄자 다면평가 도구(K-MIDSA)의 타당화 작업 보완 연구 방법 문헌연구, 동일 집단 사전-사후 설계 등 연구 내용 성범죄자 치료프로그램의 효과성 평가 성범죄자 다면평가 척도 타당화 연구 220
성매매 관련 연구보고서 3. 성착취적 국제 인신매매 피해관련 법 제도 및 대책방안 연 구 자 윤덕경 장미혜 박선영 발행기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발 행 일 2013. 10 연구 목적 우리나라의 인신매매 개념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UN 및 외국의 입법례와 비교하여 보완할 부분 검토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법적 수단 정비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적, 정책 적 방안 제시 연구 방법 문헌연구, 외국 입법례 및 정책현황 분석, 심층면접, 자문회의 등 연구 내용 성착취적 국제 인신매매 현황 우리나라 성착취적 국제 인신매매 관련 법 제도 분석 해외의 성착취적 국제 인신매매 관련 법 제도 분석 성착취적 국제 인신매매 피해 관련 법집행 사례조사 성착취적 국제 인신매매 방지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책방안 모색 22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4. 성폭력범죄의 친고제 폐지에 따른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내실화방안 연 구 자 이승현 박학모 김정혜 발행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발 행 일 2014. 2 연구 목적 성폭력범죄 친고제 폐지 전후의 정책변화 방향의 비교분석 피해자 보호 및 지원체계에 대한 재점검과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연구 방법 문헌연구, 자문회의, 법정책 및 통계자료 분석 등 연구 내용 친고제 폐지에 따른 피해자 보호 및 지원정책의 환경변화 분석 현행 성폭력범죄 피해자 보호 및 지원체계 분석 해외의 성폭력 범죄 피해자 보호 및 지원체계 조사 친고제 폐지에 따른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내실화 방안 모색 222
성매매 관련 연구보고서 5. 아동 청소년 성보호 종합대책 연구 Ⅱ : 아동 청소년 성매매 예방 및 피해지원 대책연구 연 구 자 이유진 윤옥경 조윤오 이상희 발행기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발 행 일 2013. 12 연구 목적 가출 및 성매매를 경험한 아동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과 그들의 욕구 분석 을 통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예방 및 피해지원 대책을 제안하기 위함 연구 방법 문헌연구, 전문가 의견조사(예비조사, 설문조사), 면접조사 (심증면접, 집단면접) 등 연구 내용 아동 청소년 성매매 실태 및 정책 현황 해외 주요 국가의 아동 청소년 성매매 정책 및 입법례 분석 아동 청소년 성매매 예방 및 피해지원에 관한 조사 아동 청소년 성매매 예방 및 피해지원 대책 제시 22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6. 유럽 지역 성매매 관련 법정책 및 실태 연 구 자 김지혜 장영림 최선화 발행기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발 행 일 2013. 12 연구 목적 유럽지역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영국, 프랑스 5개국의 성매매관련 정책 현황과 실태를 파악하고 피해자 보호에 대한 유용한 정보 및 성매매방지 정책의 기초자료 제공 연구 방법 문헌연구, 관련 자료 수집 및 분석 연구 내용 유럽 5개국(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영국, 프랑스)의 성매매 및 성착취 인 신매매 관련 법률과 정책 성매매 및 성착취 인신매매 현황과 성산업 실태, 성착취 인신매매 피해자 에 대한 보호 및 지원 제도 성산업의 실태와 피해자지원체계 및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와 비영리 기관 현황 및 주요활동 224
성매매 관련 연구보고서 7. 폭력피해경험여성의 경제적 자활 지원 강화 방안 연구 연 구 자 정재훈 장수정 황경란 김기태 발행기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발 행 일 2013. 12 연구 목적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폭력피해 여성들을 아우를 수 있는 통합적 경제조직의 모형 개발 및 성공적 운영 방안 모색 연구 방법 국내 외 문헌연구, 각종 통계 및 법률 자료 검토, 설문조사, 심층 면접조 사, 전문가 자문회의 등 연구 내용 폭력피해경험여성 자활 지원 관련 문헌 검토 및 통계자료 분석 국내 폭력피해경험여성 자활지원 및 자활기관 현장 조사 폭력피해경험여성 자활 관련 해외 사례 연구(스웨덴, 독일, 미국) 통합자활 모형 수행을 위한 법 정책 개선안 제시 22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8. 2013년 성매매피해자 관련시설 평가 연 구 자 김지혜 김자영 기선희 윤선미 김효정 발행기관 여성가족부 발 행 일 2013. 11 연구 목적 사회복지사업법 제43조의 2항(시설의 평가)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15조의2항(지원시설과 상담소의 평가)에 근거하여 3년마다 실시 시설 운영의 책임성을 확보하고, 종사자의 전문성 강화를 통해 성매매피해자 관련시설의 서비스 수준을 상향표준화 시키기 위함 연구 방법 총괄위원회, 평가지표 확정, 공청회, 자체평가, 현장평가, 전화 모니터링, 만족도조사, 실태조사, 결과 분석, 컨설팅 등 실시 연구 내용 평가항목 : 시설환경 및 안전도(A), 재정 및 운영관리(B), 인적자원관리(C), 서비스 및 인권보호(D), 지역사회연계 또는 입소자 만족도(E) 실태조사 : 시설분포 및 현황, 입소자(이용자) 현황, 직원 및 퇴직자 현황, 재정 현황, 기타 만족도조사 : 시설환경 만족, 서비스 만족, 종사자 만족, 현장평가위원 만족 성매매피해자 관련시설 운영 개선안, 평가제도 개선안, 평가지표 개선안 제시 226
성매매 관련 연구보고서 9. 2013년 여성폭력 관련시설 평가 연 구 자 이미정 문미경 황정임 김동식 이인선 이서원 정윤경 발행기관 여성가족부 발 행 일 2013. 12 연구 목적 사회복지사업법 제43조의 2항과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의 2항에 근거하여 3년마다 실시 연구 방법 총괄위원회, 평가지표 확정, 공청회, 현장평가, 전화 모니터링, 만족도조사, 결과 분석 등 실시 연구 내용 상담소(가정폭력피해상담소, 성폭력피해상담소, 장애인가정폭력 피해상담소, 장애인성폭력피해상담소, 통합상담소), 보호시설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시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장애인 가정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이주여성보호시설), 여성긴급전화 1366,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청소년성문화센터,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 평가 시설환경 및 안전도(A), 운영관리 및 인력관리(B), 서비스 및 인권보호(C), 종사자 근무환경(D), 지역사회연계(E) 항목 구성 여성폭력 관련시설 평가 개선 방안 제시 227
정보마당3 여성폭력 관련 법령 개정 정보 1.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일 : 2014년 3월 27일 시행일 : 2014년 9월 28일 주요 개정 내용 1) 1)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일부 신설(제3조) 1 성매매 등 신고체계의 구축 운영(제1호) 2 성매매피해자 등 주거지원, 직업훈련, 법률구조 등 지원서비스 제공(제4호) 3 피해자 등 보호 지원을 위한 관련기관 간 협력체계의 구축 운영(제5호) 4 성매매, 성매매알선 등 행위 예방을 위한 유해환경 감시(제6호) 2) 성매매 예방교육 강화(제5조) 1 일반 국민에 대한 성매매 예방교육 기회 제공(제3항) 2 성매매 예방교육 전문 강사 양성 및 교육프로그램 개발 보 급(제4항) 3 국가기관 등의 성매매 예방교육 실시결과 매년 점검(제5항), 점검결과 해당 기관 단체의 평가에 반영(제7항) 및 언론 등 공표(제8항) 4 점검결과 부실 기관에 대한 관리자 특별교육 등 조치 실시(제6항) 1) 여성가족부 2014.3.26. 보도자료 참고 228
여성폭력 관련 법령 개정 정보 3) 성매매 방지 홍보 등 성매매 예방 및 대국민 인식개선 강화 1 성매매, 성매매알선 등 행위,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 방지 및 성매매피해자등을 지원하기 위한 홍보영상 제작 배포 및 비상 업적 공익광고 편성비율의 범위에서 홍보영상 송출(제6조) 2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고취 및 범죄 예방을 위해 1년 중 1주간을 성매매 추방주간으로 지정(제7조) 3 상담소의 업무에 성매매 예방 홍보 및 교육 업무 신설(제18 조제5호) 4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및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2명 이 상이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디 지털콘텐츠의 대화 화면에 성매매가 처벌 대상이라는 사실 게시의무 부여(제33조) 5 위반시 5백 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제38조제1항제2호) 4) 성매매피해자등에 대한 보호 및 지원 강화 1 성매매피해자등 및 그 가족이 주소지 외의 지역에 취학할 경우 취학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지원(제8조) 2 피해자등의 보호, 피해 회복 및 자립 자활 지원 확대를 위해 지원시설의 입소기간 연장 및 자립지원 공동생활시설의 설치 근거 마련(제9조) 3 일반 청소년 외국인 지원시설에 입소한 피해자등에 대해 생계 비, 아동교육지원비, 아동양육비 등 보호비용 지원 법적근거 마련(제14조) 4 성매매피해자등이 성매매피해자 지원시설 자활지원센터 상담소 명칭을 사용할 경우 기관명칭 사용으로 인한 낙인과 피해를 방지 229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하기 위해 별도의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근거 마련(제35조) 5) 벌칙 및 과태료 규정 상향 조정 1 (벌칙)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안 및 국회사무처 법제예규의 기준에 따라 징역 1년당 1천 만원(개정전 5백 만원)의 비율 로 벌금형 현실화(제36조) 2 (과태료) 상담소등의 장이 관계 공무원의 출입 검사를 거부 방해 또는 기피한 경우 5백 만원(개정전 3백 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38조제1항제1호) 2.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일 : 2014년 1월 21일 시행일 : 2014년 7월 22일 주요 개정 내용 1) 성폭력 예방교육 의무대상기관이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경우, 성 매매 성희롱 가정폭력 예방교육 등을 성평등 관점에서 통합하여 실시할 수 있도록 함(제5조제2항 신설) 2) 여성가족부장관은 매년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결과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도록 함(제5조제5항 신설) 3) 여성가족부장관은 점검결과 교육이 부실하다고 인정되는 기관 단체에 대하여 관리자 특별교육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 (제5조제6항 신설) 4) 여성가족부장관은 점검결과를 정부업무평가 등 기관평가에 반영 230
여성폭력 관련 법령 개정 정보 하도록 해당 기관ㆍ단체에 요구할 수 있도록 함(제5조제7항 신설) 5) 여성가족부장관은 점검결과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언론 등에 공표하도록 함(제5조제8항 신설) 6) 일반보호시설의 입소기간을 1년 이내로 연장함(제16조제1항제1호) 7)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은 상담원 등이 될 수 없도록 자격기준을 변경하고 금치산자 등에 대한 경과조치를 부칙에 규 정함(제19조제1항제1호 및 부칙 제2조) 3.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일 : 2014년 1월 7일 시행일 : 2014년 1월 7일 주요 개정 내용 1) 제37조제2항 전단 중 징역 또는 금고 를 징역 으로 함 4.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일 : 2014년 1월 21일 시행일 : 2014년 7월 22일 주요 개정 내용 1) 가정폭력 예방교육 의무대상기관은 가정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231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경우, 성교육 및 성폭력 예방교육, 성희롱 예방교육, 성매매 예방 교육 등을 성평등 관점에서 통합하여 실시할 수 있도록 함(제4조 의3제2항) 2) 여성가족부장관은 매년 가정폭력 예방교육 실시 결과에 대한 점 검을 실시하도록 하고, 그 점검결과를 언론 등에 공표하도록 함 (제4조의3제5항 및 제8항 신설) 3) 여성가족부장관은 점검결과 교육이 부실하다고 인정되는 기관 단체에 대하여 관리자 특별교육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 (제4조의3제6항 신설) 4) 여성가족부장관은 점검결과를 정부업무평가 등 기관평가에 반영하 도록 해당 기관 단체에 요구할 수 있도록 함(제4조의3제7항 신설). 5) 벌금액을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안 및 국회사무처 법제예규의 기준인 징역 1년당 1천 만원의 비율로 개정함(제20조) 5.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일 : 2014년 1월 28일 시행일 : 2014년 9월 29일 주요 개정 내용 1) 아동학대범죄에 대하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 례법 을 우선 적용한다는 단서 조항 신설(제3조) 232
정보마당4 상반기 성매매 관련 해외 동향 * 노르딕 모델에 근거한 성구매자 처벌 및 인신매매 법안 마련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 및 수사 전략 모색 2014년 상반기 해외 각국에서는 성구매 처벌 및 인신매매 법안이 마련되었다. 유럽연합의회에서 노르딕 모델의 성매매법 채택권고안이 통과되었고, 캐나다 마니토바 주의 의원과 시민단체들은 현정부가 성 구매자 처벌법을 적용할 것을 촉구하였다. 특히 미국의 활동이 활발하 였는데, 하원은 아동성착취 인신매매 관련 5개 법안을 통과시켜 불법 인신매매 근절의 근거를 마련하였다. 뉴욕주는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 및 성구매자 처벌법을 개정하였고, 위스콘신주에서도 인신매매법을 통 과시켰으며, 펜실베니아 주는 재산몰수를 처벌 수단으로 확대하였다. 이외에도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 다. 캐나다 토론토시는 성착취 인신매매 피해여성을 위한 주거지원사 업을 계획 중에 있으며, 미국은 인신매매 피해자 구조를 위한 문자 메 시지 핫라인 서비스를 실시하였다. CNN International은 캄보디아 아 동 성착취 인신매매 문제와 근절을 위해 Every Day in Cambodia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다. 또한 효과적인 인신매매 수사를 위해 국제 인신매매수사연합은 제3회 인신매매 수사전략 컨퍼런스를 개최하였다. * 2014년 1월부터 2014년 6월까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홈페이지 [해외 동향] 코너에 게재된 기사를 분석하여 2014년 상반기 성매매 관련 해외 동향을 정리한다. 233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1. [유럽, 캐나다, 미국] 성구매자 처벌 및 인신매매 법안 마련 유럽연합의회 여성인권위원회는 노르딕 모델의 성매매법 채택권고 안을 통과시켰다. 런던 노동당의원 메리 허니볼이 제안한 본 안건은 성매매 여성이 아닌 성구매자를 처벌하는 스웨덴 모델의 성매매법 채 택을 권고하고 있다. 본 결과는 유럽 전역에서 성매매법을 성구매 처 벌법으로 채택하도록 강력히 권고하게 되었다. 캐나다 마니토바 주는 노르딕 모델을 옹호하는 최초의 주로 현 정부 의 성구매자 처벌법 적용을 촉구했다. 마니토바주 법무부 장관 앤드류 스완은 향후 캐나다의 성매매법은 성매매 수요 감소에 초점을 맞추면서 피해여성에 대한 상담, 건강, 자활, 심리 지원을 해야함을 주장하였다. 미 하원은 아동성착취 인신매매 관련 5개 법안을 통과시켜 불법 인 신매매 근절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였다. 각 법안은 인신매매착취금지 법,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및 보호 의무화, 국제매간법, 인신매매피해 자 정의법, 착취피해자광고금지법이다. 미국 개별 주의 활동도 활발하였는데, 뉴욕주는 인신매매 피해자 보 호 및 성구매자 처벌법을 개정하였다. 새 법은 인신매매 범죄를 최소 5년형의 B등급 중범죄로 보며, 아동 성매매는 최소 15년형을 선고하 도록 명시하였다. 위스콘신주 상원에서는 강화된 인신매매법을 통과시 켰으며, 펜실베니아주는 재산몰수를 성착취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처 벌 수단으로 확대하였다. 그레그 로위 펜실베니아 검사협회 대변인은 재산몰수를 통해 인신매매 범죄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수단으로 효과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234
상반기 성매매 관련 해외 동향 * 유럽연합의회, 노르딕 모델인 성구매자 처벌법 채택권고안에 투표 (기사전문 http://www.stop.or.kr/sub030301/29256) * 캐나다 마니토바주, 캐나다 노르딕 성구매자 처벌법 적용 촉구하는 물결 일어 (기사전문 http://www.stop.or.kr/sub030301/29894) * 미 하원, 아동성착취 인신매매 관련 5개 법안 통과시켜 (기사전문 http://www.stop.or.kr/sub030301/31314) * 미국 뉴욕,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 및 성구매자 처벌법 개정 (기사전문 http://www.stop.or.kr/sub030301/31312) * 미국 위스콘신주, 상원 인신매매법 강화 법안 통과시켜 (기사전문 http://www.stop.or.kr/sub030301/30222) * 미국 펜실베니아주, 재산몰수 성착취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처벌 강화 수단으로 확대 (기사전문 http://www.stop.or.kr/sub030301/28894) 2. [캐나다, 미국]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 및 수사 강화 캐나다 토론토시는 성착취 인신매매 피해여성을 위한 주거지원사업 을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주거지원은 필수 적 요소로 여겨지는데, 토론토 주택지원위원회는 약 85만 달러를 인신 매매피해자를 위한 소형 다가구 지역사회주택을 건축하도록 시에 건 의하였다. 본 안은 의회 논의를 거쳐 최종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235
여성과 인권 통권 제11호 미국 폴라리스 프로젝트는 인신매매 피해자 구조를 위해 문자메시 지 핫라인 서비스 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인신매매 피해자가 Be Free(233733)로 메시지를 보내 도움을 요청하면, 즉시 국가인신매매자 원센터(National Human Trafficking Resource Center) 핫라인으로 연 결되어 도움이 제공된다. 피해자들은 업주나 포주의 감시 속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나 본 서비스는 인신매매 피해 자 구조의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테네시주는 40여 명의 청소년 보호관찰관들이 인신매매 피해 자 식별교육을 받았으며, CNN International은 캄보디아 아동 성착취 인신매매 문제와 근절을 위해 Every Day in Cambodia 를 제작하여 배포하였다. 한편 국제인신매매수사연합은 제3회 인신매매 수사전략 컨퍼런스를 5월 28일~6월 30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에서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에 서는 경찰과 검찰을 대상으로 아동 여성에 대한 성착취 인신매매 및 노농착취 인신매매 사건의 특수성과 수사 시 필요한 정보, 효과적인 수사체계, 지원 요소 등의 교육을 진행하고, 지역사회의 수사 지원 방 안을 논의한다. * 캐나다 토론토, 인신매매 피해여성 및 위기청소년 대상 주거지원 시행 계획 (기사전문 http://www.stop.or.kr/sub030301/31316) * 미국, 폴라리스 프로젝트 : 인신매매 피해자 구조를 위한 문제메시지핫라인 서비스 실시 (기사전문 http://www.stop.or.kr/sub030301/30286) 236
상반기 성매매 관련 해외 동향 * 미국 테네시주, 인신매매 전문가들 위기청소년 보호를 위한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교육 강화 촉구해 (기사전문 http://www.stop.or.kr/sub030301/29719) * CNN International의 반인신매매 타큐멘터리 프로젝트 (기사전문 http://www.stop.or.kr/sub030301/28962) * 국제인신매매수사연합 경 검 대상 제 3회 인신매매 수사 전략 컨퍼런스 실시 (기사전문 http://www.stop.or.kr/sub030301/30849) 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