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 개념에 관한 헌법이론적 고찰 - 독일 헌법학이론을 분석하며 - 이 부 하 * 1) Ⅰ. 서 론 Ⅱ. 수단화 금지로서의 존엄(I. Kant) 1. 수단화 금지의 내용 2. 칸트의 목적-수단 공식의 적용 3. 절대적 가치로서의 존엄 4. 결 어 Ⅲ. 객체화 금지로서의 존엄(G. Dürig) 1. 칸트 이론의 수용 및 발전 2. 인간 존엄 보장의 헌법해석의 전개 3. 인간 존엄 보장의 구체화 4. 평 가 Ⅳ. 적극적으로 개념 정의를 모색하는 입장 1. 성과이론 2. 관계이론 3. 평 가 Ⅴ. 원칙/규칙으로서의 존엄(R. Alexy) 1. 알렉시의 인간 존엄 2. 평 가 Ⅵ.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입장 및 결론 1.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판례 2. 결 론 Ⅰ. 서 론 2009년 3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 구에 대해 재정 지원을 하기로 했다. 2013년 1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국립보건 원이 재정을 지원하는 줄기세포 연구가 과학 실험 과정에서 인간배아의 생성이나 파괴를 금지한 연방법을 위반했다며 두 명의 과학자가 제기한 상고 사건을 각하했 다. 1) 배아 줄기세포는 마스터 세포(master cells)로서 여러 가지 세포 및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것으로 세계 각국이 이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오 바마 대통령이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키로 한 것은 미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 해서는 기술을 많이 축적한 생명공학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생명공학 연구는 인간의 존엄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인간의 존엄 문제는 헌법국가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2) 법학자들 및 인 *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1082209485&code=970201 (검색일 : 2014년 3월 8일) 2) E.-W. Böckenförde, Die Würde des Menschen war unantastbar, FAZ, Nr.204, 03.09.2003, S. 33.
2 第 26 卷 第 2 號 (2014.06) 권론자들은 인간의 존엄에 대한 침해 금지를 절대적으로 주장한다. 이는 인간이 동전과 같이 주조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3) 인간의 존엄은 실 용적으로 취급되어서도 안되고 반대로 무제한으로 보장될 수도 없다. 4) 결국 인간 의 존엄은 형량할 수 없다고 결론짓거나 아니면 다른 기본권과 형량할 수밖에 없 다는 결론에 이른다. 5) 인간 존엄의 규범화와 해석학은 인간 존엄의 형량화 여부 사이에서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법규범적 관점에서 인간 존엄 개념에 대한 구체적 이론들이 있다. 첫 번째 견해 로서, 칸트(I. Kant)는 존엄을 인간의 수단화 금지 로 이해한다. 두 번째 견해로 뒤 리히(G. Dürig)는 칸트의 개념을 재구성하지만, 칸트처럼 인간을 사용하는 의미의 인간의 수단화는 현대사회에서 주체성을 위협함으로서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인간 존엄의 보장은 인간의 수단화 금지에서 인간의 객체화 금지 로 변 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견해로는 적극적으로 인간 존엄의 개념 정의 를 모색하는 성과이론 과 관계이론 이 있다. 네 번째 견해로는 알렉시(R. Alexy)의 원칙/규칙 구분에 의한 인간 존엄 개념이다. 다섯 번째 견해로는 독일 연방헌법재 판소의 판례에서 발전시킨 존엄개념이다. 즉, 수단화 금지와 객체화 금지로서 이해 했던 존엄보장을 주관적 권리로서 이해하는 입장이다. 본고에서는 먼저, 칸트(I. Kant)의 수단화 금지로서의 존엄, 뒤리히(G. Dürig)의 객 체화 금지로서의 존엄, 성과이론과 관계이론, 알렉시(R. Alexy)의 원칙/규칙으로서 의 인간 존엄 개념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또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견해를 설명하고, 인간 존엄에 관해 개인적 입장을 밝히도록 한다. Ⅱ. 수단화 금지로서의 존엄 (Immanuel Kant) 1. 수단화 금지의 내용 인간의 수단화 금지는 정신사적 전통에 기초를 두고 있다. 수단화 금지론은 계 3) Vgl. H. Dreier, in: GG-Kommentar, Bd. 1, 2. Aufl., Art. 1 Abs. 1, Rn. 47. 4) Vgl. H. Hofmann, Die versprochene Menschenwürde, Berlin 1993, S. 34 Fn. 106. 5) Vgl. M. Kloepfer, Grundrechtstatbestand und Grundrechtsschranken in der Rechtsprechung des Bundesverfassungsgerichts, in: Chr. Starck (Hrsg.), BVerfG und GG Bd. II, 1976, S. 405 (412 f.); ders., Leben und Würde des Menschen, in: P. Badura/H. Dreier (Hrsg.), FS 50 Jahre Bundesver- fassungsgericht, Bd. II, 2001, S. 77 (97 f.).
인간의 존엄 개념에 관한 헌법이론적 고찰 3 몽주의시대까지 소급하고, 칸트의 철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칸트의 존엄 개 념은 헌법 영역과 국제법 영역의 논의에서 정신사적 진수( 眞 髓 )를 이루고 있다. 칸 트의 존엄 개념은 수단이자 목적으로서의 인간을 상정하고 있다. 6) 가. 존엄의 근거로서의 자율성 칸트의 인간 존엄 개념은 인간의 자율성에 기초하 고 있다. 자율성은 인간 존엄의 근거이고 이성적 특 성을 지닌다. 7) 칸트에 의하면, 자율성은 자기 입법의 능력이다. 8) 또한 인간의 존엄은 이러한 입법에 스스 로 복종하는 조건하에서 일반적으로 입법화되는 능력 이 있다. 9) 칸트에 있어서 인간 개념은 모든 인간 집단(인류) 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 존재 (homo noumenon)로서 개별적 인간과 관련 되어 있다. 10) 자기 입법의 능력 배후에는 정언( 定 言 ) 명령, 즉 일반적 법률 공식이 있다. 첫째, 정언( 定 言 ) 명령은 자기 입법의 능력을 요구한다. 둘째, 자기 입법은 자율성이 있다. 셋째, 자율성은 인간 존엄의 근거이다. 11) 첫 번째 공식인 정언( 定 言 ) 명령과 일반적 법률 공식은 정언 명령의 두 번째 공식과 그 자체로서 목적 공 식과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졌다. 12) 나. 도덕적인 존중의무로서의 존엄 칸트는 도덕의 형이상학적 토대에 실천 명령을 두고 있다. 칸트는 인간은 자신 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목적으로서 행동하라! 결코 수단으 로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13) 고 주장한다. 또한 인간은 스스로 존엄하다. 왜냐하 6) Vgl. J. Hruschka, Die Würde des Menschen bei Kant, in: ARSP 88, 2002, S. 463 (477). 7) I.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1785), in: W. Weischedel (Hrsg.), Werkausgabe, Bd. 7, 11. Aufl., 1991, S. BA 79. 8) I.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in: Königlich Preußische Akademie der Wissenschaften(Hrsg.), Kant s gesammelte Schriften, Bd. Ⅳ, Berlin 1903/11, S. 447: 자기 스스로 법률이 되는 성질을 지 닌 자율성 9) I. Kant, 각주 8) 논문, S. 440. 10) I. Kant, Die Metaphysik der Sitten, in: Königlich Preußische Akademie der Wissenschaften(Hrsg.), Kant s gesammelte Schriften, Bd. Ⅵ, Berlin 1907/14, S. 239. 11) R. Alexy, Kants Begriff des praktischen Gesetzes, Göttingen 2006, S. 205 f. 12) H. J. Paton, Der kategorische Imperativ, Berlin 1962, S. 206 f.
4 第 26 卷 第 2 號 (2014.06) 면, 인간은 단지 수단으로서 사용되어서는 안되고, 목적으로서 취급되어야 하기 때 문이다. 14) 이렇게 칸트는 인간의 도덕적 자율성이 인간 존엄의 근거를 형성한다고 보았 다. 15) 도덕적 자율성은 실천 명령에 의해 규범상 자신의 의사를 의무적으로 관철 하려는 능력이라고 한다. 또한 이성은 다른 원인에 의해 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스 스로 유발되어 행동할 수 있는 자율성의 사고 에서 나온다. 16) 이성은 사물의 경험 적 질서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에 의한 완전한 자율성으로 고유한 질 서를 형성한다. 17) 자유의 사유가능성을 논리적으로 만드는 정언( 定 言 ) 명령은 절대 적인 당위(Sollen)이다. 실천이성은 스스로 보편타당한 도덕률(Sittengesetz)을 세우고, 이에 따라 자율적 으로 행위하도록 명령하는 도덕적 의지 규정의 능력이다. 실천이성은 인간에게 무 한한 가능성, 당위적인 규범법칙, 목적과 이상을 마련해 주고, 여기에 접근하도록 이끌어 주는 최고의 능력이다. 도덕적 자율성은 인간 존엄의 근거이고 이성( 理 性 )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다. 18) 도덕적 자율성은 내적인 것이다. 칸트는 이를 내적인 자유, 선천적인 인간의 존엄 이라 말한다. 19) 도덕적 자율성은 실천의지의 규범적 반향으로서 타인이나 국가로 부터 외부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도덕적 자율성은 스스로 침해 되지 않는다. 즉, 인간의 존엄은 불가침적이다. 인간 존엄은 각 인간에게 타인에 대한 존중을 강요한다. 20) 그러나 이러한 인간 존엄에 근거한 타인에 대한 존중의 무는 지켜지지 않고 침해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이 존엄하고 가치있다고 여기는 존엄은 결코 인간을 단지 수단으로 대우해서는 안되고, 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 21) 수단으로서의 도구나 기계는 가치나 존엄을 지니고 있지 않다. 가치를 지닌다는 13) I. Kant, 각주 7) 논문, S. BA 66 f. 14) I. Kant, Die Metaphysik der Sitten (1797), in: W. Weischedel (Hrsg.), Werkausgabe, Bd. 8, 9. Aufl., 1991, S. A 140. 15) I. Kant,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1788), in: W. Weischedel (Hrsg.), Werkausgabe, Bd. 7, 11. Aufl., 1991, S. A 155 f., 237. 16) I. Kant, Kritik der reinen Vernunft (1781), in: W. Weischedel (Hrsg.), Werkausgabe, Bd. 3 und 4, 11. Aufl., 1990, S. B 561 / A 533. 17) I. Kant, 각주 16) 논문, S. B 576 / A 548. 18) I. Kant, 각주 7) 논문, S. BA 79. 19) I. Kant, 각주 14) 논문, S. A 68. 20) I. Kant, 각주 14) 논문, S. A 93. 21) I. Kant, 각주 7) 논문, S. BA 66 f.
인간의 존엄 개념에 관한 헌법이론적 고찰 5 것은 어떤 것이 다른 것과 등가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 즉 어떠한 등가성이 인정되는 경우, 존엄을 가진다고 한다. 22) 존엄 개념은 모든 경험과는 무관하게 순수 이성의 개념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존엄 개념으로 인해 인간 존중의 의무가 생긴다. 칸트에게 있어서 인간으로서의 자격은 도덕적 자율성으로 충분하다. 23) 이러한 도덕적 자율성을 개개 인간은 보유 하고 있다. 24) 따라서 인간 존엄은 각 개인에게 인간 존중의무를 부여한다. 다. 상호간 법적 존중권으로서의 존엄 인간을 단지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으로서 대우해야 한다 는 칸 트의 명령은 도덕률(moralisches Gesetz) 25) 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다. 칸트는 합법성 과 도덕성 간의 구분을 전제로 한다. 합법성 은 동기에 대한 고 려없이 법률에 합치되는 행동인지 여부이다(법률적합성). 도덕성 은 행위의 동기임 과 동시에 법률에 의한 의무 개념이다. 26) 합법성과 도덕성간의 관계와 관련하여, 칸트는 합법성과 도덕성을 구분하면서, 양자는 비결합적으로 병존하고 상호간 어 떠한 기능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27) 존중권은 목적과 수단의 관계에 있는 일방적 의무가 아니라, 쌍방적 권리이다. 인간은 모두 이성적 존재로서 평등하게 존재한다. 각자에 의해 평등한 존재로서 평가되고, 스스로 목적이 되며, 결코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 다. 28) 칸트는 쌍방의 법적 존중권으로서의 존엄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개개 의 인간은 자신의 주변인에 대한 법적합적 존중권을 지니고, 쌍방적으로 각각 다 른 사람과 연관되어 있다. 29) 결국 인간의 존엄은 일방적 및 도덕적 의무를 요구 할 뿐만 아니라, 쌍방적 및 법적 인간에 대한 인정도 요구한다. 인간의 존엄은 동 료인 타인에 의해 법적합적 존중권을 개개인에게 전달한다. 22) I. Kant, 각주 7) 논문, S. BA 77. 23) I. Kant, 각주 14) 논문, S. A 113 / B 112. 24) I. Kant, Mutmaßlicher Anfang der Menschengeschichte(1786), in: W. Weischedel(Hrsg.), Werkausgabe, Bd. 11, 1977, S. A 11. 25) I. Kant,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1788), S. A 155, 237. 26) I. Kant, 각주 14) 논문, S. AB 15. 27) R. Zaczyk, Das Unrecht der versuchten Tat, Berlin 1989, S. 149 ff. 28) I. Kant, 각주 24) 논문, S. A 11. 29) I. Kant, 각주 14) 논문, S. A 139.
6 第 26 卷 第 2 號 (2014.06) 2. 칸트의 목적-수단 공식의 적용 칸트는 목적-수단 공식을 사법( 私 法 )과 공법( 公 法 ) 영역에 적용하고 있다. 가. 사법 영역 혼인법을 예로 들어 칸트는 특히 혼인법의 해석과 관련하여, 혼인제도에 있어서 법적 형성은 수단으 로서 인간의 쌍방적 사용을 보정하는 역할을 한다. 칸트에 의하면, 성공동체에서 한 인간이 다른 사람의 성기관과 재산을 쌍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30) 이는 혼 인의 경험적 구성요건을 특징지우는 다른 사람에 대한 개인간의 객관화이다. 혼인 관계의 양 당사자 중 누구나 스스로 수단이자 자기 목적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다른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즉 단지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기 위해 규범적인 보충을 필요로 한다. 칸트에 의하면, 혼인은 성적 지위에서 삶의 쌍방적 소유를 위 해 상이한 성을 지닌 두 사람간의 결합이라고 정의된다. 31) 나. 형법 영역 형벌을 예로 들어 칸트에 의하면, 형벌은 범죄자 자신을 위해 또는 시민 공동체를 위해, 즉 다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단지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오직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범죄자는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인간은 결코 다른 목적을 위해 단지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32) 다. 공법 영역 병역의무를 예로 들어 국가가 자신의 신민을 다른 국가와의 전쟁에 동원하고 그 신민들의 생명이나 재 산을 희생시킬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를 칸트는 질문한다. 33)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칸트는 국가의 자연물 및 재산에 대한 획득권을 인정한다. 왜냐하면 이 러한 것들은 국가에 의해 이루어진 인공물 34) 로 보았기 때문이다. 재산의 법적 근거는 국가가 위험이 가득찬 병역에 활용하도록 하는 제한된 조건 하에서 그들의 대표자들에 의해 수행되는 교전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특별한 선 전 포고를 위해서 이다. 35) 30) I. Kant, 각주 14) 논문, S. AB 106. 31) I. Kant, 각주 14) 논문, S. AB 107. 32) I. Kant, 각주 14) 논문, S. A 196/B 226. 33) I. Kant, 각주 14) 논문, S. A 217 ff./b 247 ff. 34) I. Kant, 각주 14) 논문, S. A 218/B 248.
인간의 존엄 개념에 관한 헌법이론적 고찰 7 병역의무와 정치적 대표자의 헌법적 안전조치간의 관계는 인간 존엄의 규범적 기능을 보여준다. 전쟁에서 국민 생명의 처분은 국민의 정치적 동의를 전제로 한 다. 주체로서의 국민을 이해하고 규범적 연관을 추구함으로써, 대표성의 관계는 국 민의 객체적 지위를 보충한다. 국민의 정치적 대표에 대해 동의를 한 경우, 병역의 무를 진 국민은 단지 수단으로서만 이해될 수 없다. 3. 절대적 가치로서의 존엄 인간의 존엄이 절대적이라는 광범위하게 인식된 이론은 칸트에 의해 주장된 것 이다. 도덕적 현실적 이성의 주체로서 개인인 인간은 초가치적이다. 왜냐하면, 이 성적 존재 (homo noumenon)로서의 인간은 다른 목적을 위해 단지 수단으로 사용되 지 않으며, 자기 스스로의 목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인간은 모든 다른 이성적 존 재에 의해 존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엄을 지니고 있다. 각인은 다른 사람에 의 해 그러한 방식으로 평가되고 평등에 기초하여 평가될 수 있다. 36) 존엄과 평등의 결합은 자유와 평등의 상위개념으로서 자유 개념과 개념필수적으로 관련성을 지니 면서 존엄을 나타내고 있다. 37) 인간의 존엄은 창조자인 신에 의해 또는 자연에 의해 부여받은 것이라고 한다. 38) 이러한 이론은 독일 기본법 제1조 제1항 제정시 인간의 존엄에 관한 기본입장이 되었다. 39) 칸트에 의하면, 인간의 윤리적 자유의지에 기초한 도덕성으로 말미암아 인간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인 존엄성을 지닌다고 한다. 40) 4. 결 어 정언( 定 言 ) 명령은 목적-수단 공식의 변수를 지닌 도덕률이다. 칸트는 쌍방의 법 적 존중권으로서의 인간 존엄 개념을 일관되게 법학과 헌법학에 소개하고 있다. 칸트의 이론은 인간이 수단으로서 사용되어질 수 있다는 종속관계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존엄 개념의 규범적 전환은 존중권과 보호권을 이끌어 내고 있다. 경험적 종 35) I. Kant, 각주 14) 논문, S. A 220/B 249 f. 36) I. Kant, 각주 10) 논문, S. 434 f. 37) P. Unruh, Der Verfassungsbegriff des Grundgesetzes, Tübingen 2002, S. 352. 38) Vgl. W. Graf Vitzthum, Die Menschenwürde als Verfassungsbegriff, JZ 1985, S. 201(205 f.); Chr. Starck, in: v. Mangoldt/Klein, Art. 1 Abs. 1 Rn. 3, 5. 39) Vgl. Matz, JöR 1 n.f.(1951), S. 48 ff. 40) I. Kant, 각주 10) 논문, S. 434 f.
8 第 26 卷 第 2 號 (2014.06) 속관계성은 규범적으로 인간을 항상 목적 그 자체로 이해하고자 한다. 특히 종속 관계성에 대해 규범적 보충을 하고 있다. 주체의 규범적 재구성은 일반적인 문제 가 아닌, 구체적인 경우에 해결될 문제이다. 규범적 보충의 기준은 목적 그 자체인 인간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주체로서의 인간은 자신의 행위 목적을 스스로 그리고 자유롭게 정하기 때문이다. Ⅲ. 객체화 금지로서의 존엄 (Günter Dürig) 뒤리히(Dürig)는 인간의 객체화 금지 공식을 자신의 주석서에서 다음과 같이 설 명하고 있다. 구체적 인간이 객체로서, 즉 단지 수단으로서 인정될 수 있을 정도 로 경시되어질 때, 인간의 존엄은 침해된다. 41) 1. 칸트 이론의 수용 및 발전 뒤리히(Dürig)는 존엄의 이론구성에 있어서 칸트의 이론을 수용하였다. 42) 뒤리히는 이를 수용하면서도 인 간을 객체화해서는 안된다는 이론을 처음으로 주장하 였다. 객체화 공식은 인간에 의한 인간의 단순한 사용 뿐만 아니라, 수단적 이성의 부재하에서 인간이 단순 히 객체로 전락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뒤리히의 객 체화 금지는 칸트의 수단화 금지를 포함할 뿐만 아니 라, 이를 넘어서 존중권이라는 목적을 뛰어넘는 목적과 무관한 객체화 금지를 포 함하고 있다. 2. 인간 존엄 보장의 헌법해석의 전개 뒤리히(Dürig)는 자신의 기본적인 생각을 인간 존엄의 해석을 통해 체계적으로 41) G. Dürig, Der Grundrechtssatz von der Menschenwürde, in: AöR 81, S. 127; G. Dürig, in: Maunz/Dürig, Art. 1 Abs. 1 GG, 2001, Rn. 28. 42) Graf Vitzthum, Die Spur zu verfolgen, wo er seinen Weg nahm, in: P. Lerche et. al. (Hrsg.), Zum Gedanken an Professor Dr. iur. Günter Dürig, 1999, S. 73 Fn. 54: 뒤리히의 객체화 공식은 칸트 의 정언 명령의 변형이다.
인간의 존엄 개념에 관한 헌법이론적 고찰 9 발전시켰다. 인간의 존엄은 독일 기본법 제1조 제1항 제1문에 의해 법적 가치로 서 인정된 도덕적 가치이다. 43) 법적 가치를 위한 국가의 객관법적 보호의무는 독 일 기본법 제1조 제1항 제2문에 근거한다. 44) 비록 독일 기본법 제1조 제1항 제1 문은 존엄에 대한 가치권 45) 을 나타내지만, 직접적으로 실행할 수 있고 관철할 수 있는 주관적 공권의 의미에서 기본권 46) 은 아니라고 뒤리히는 설명한다. 뒤리히는 독일 기본법 제1조 제1항을 최상의 헌법원칙의 의미에서 개별적인 법 주체를 위해 단계적으로 실현시키는 객관법 47) 으로 이해한다. 독일 기본법 제1조 (인간의 존엄)는 국가의 방향설정에 있어서 모든 국가행위를 위한 가치충족적 기 준을 제공한다. 독일 기본법 제1조(인간의 존엄)는 국가목적과 국가과제를 규정하 고 제한하며, 인격적 도덕적 가치로서 국가와 법의 정당성을 설명한다. 48) 뒤리히에 있어서 독일 기본법 제1조(인간의 존엄)는 전체 헌법의 토대가 된다. 49) 뒤리히에 의하면, 인간 존엄은 그 토대위에서 개인이 자신의 기본권을 발현할 수 있는 법적 지위라고 하면서, 기본권은 독일 기본법 제2조 제1항의 주요 기본 권 50), 독일 기본법 제3조 제1항의 주요 평등권 51) 그리고 독일 기본법 제19조 제4 항의 주요 절차권 52) 에 기초하고 있다고 한다. 뒤리히에 의해 주장된 가치 체계 및 청구권 체계는 2가지 구조원칙에 의해 특징 지워진다. 첫째, 완전한(빈틈없는) 가치보호규범을 상정한다. 53) 인간 존엄에 대한 어떠한 제약(침입)은 특별한 기본권의 제약으로 이해된다. 뒤리히의 견해에 의하 면, 독일 기본법 제1조 제1항을 특별한 기본권으로 해석함으로써 완전한(빈틈없는) 가치보호규범에 의해 인간 존엄의 주관법적 이해는 불필요하게 된다. 둘째, 가치 체계 및 청구권 체계는 불가침적이다. 54) 독일 기본법 제1조 제1항은 기본법 제19 43) G. Dürig, Der Grundrechtssatz von der Menschenwürde, in: AöR 81, S. 117, 142, 147; G. Dürig, in: Maunz/Dürig, Art. 1 Abs. 1 GG, 2001, Rn. 1. 44) G. Dürig, 각주 43) 논문, S. 117 f., 123 f., 126; G. Dürig, in: Maunz/Dürig, Art. 1 Abs. 1 GG, 2001, Rn. 2 f., 16, 23, 48. 45) G. Dürig, 각주 43) 논문, S. 118; G. Dürig, in: Maunz/Dürig, Art. 1 Abs. 1 GG, 2001, Rn. 4. 46) G. Dürig, 각주 43) 논문, S. 118 f.; G. Dürig, 각주 45) 책, Rn. 4. 47) G. Dürig, 각주 43) 논문, S. 119; G. Dürig, 각주 45) 책, Rn. 4. 48) G. Dürig, 각주 43) 논문, S. 123; G. Dürig, 각주 45) 책, Rn. 15. 49) G. Dürig, 각주 43) 논문, S. 119; G. Dürig, 각주 45) 책, Rn. 5. 50) G. Dürig, 각주 45) 책, Rn. 10 f. 51) G. Dürig, 각주 45) 책, Rn. 10, 12. 52) G. Dürig, 각주 45) 책, Rn. 12. 53) G. Dürig, 각주 45) 책, Rn. 13. 54) G. Dürig, 각주 45) 책, Rn. 11.
10 第 26 卷 第 2 號 (2014.06) 조 제2항과 기본법 제79조 제3항의 안전장치를 지니고 체계적인 관련성을 위한 토 대로서 기능한다. 55) 3. 인간 존엄 보장의 구체화 뒤리히는 인간 존엄 보장을 최고의 헌법원칙이자 독자적인 헌법원칙으로 이해했 다. 뒤리히는 객체화 공식에 의해 인간 존엄의 침해과정을 소극적으로 규정하려 했다. 인간 존엄을 적극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위험성이 높다고 보았다. 뒤리히는 인간 존엄의 침해를 적극적으로 개념 정의하지 않기로 명확히 했다. 56) 객체화 금 지 공식은 주체를 이해함없이 객체화 금지 공식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인간 존 엄의 침해를 심사함에 있어서 단지 수단으로서 인간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할 경우, 자기목적으로서 인간의 특성 개념과 관련짓게 된다. 디 파비오(Di Fabio) 교 수가 언급한 바와 같이, 객체화 공식은 동시에 주체화 공식이다. 57) 뒤리히는 인간에게 존중권이 부여되어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의식, 자결, 자기형성에 의해 특징지워지기 때문이다. 뒤리히에 의하면, 인간 존엄 개념 의 헌법적 최소한은 정신적 종교적 일반화 가능성을 입증하는 합의 에 근거하고 있다. 58) 이러한 의미에서 헌법을 인간에 의해 다원화된 공동체의 합의로 이해하고, 인간에게 일반적 인격권과 일반적 평등원칙을 법적으로 부여한다. 뒤리히에 의하 면, 자유가 평등원칙을 다시 기속하기 때문에, 인간의 자유에 존재하는 진실한 가 치 59) 가 인간의 중심적 특성으로 발전된다. 60) 뒤리히는 이러한 자유에 대한 이해 를 자의식, 자결, 자기형성이라는 3가지 개념으로 표현했다. 인간의 자유에 대해 2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자유는 규범적으로 재귀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인간은 자기 스스로 의식하고,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자기 스스 로 형성한다. 규범적 재귀성은 인간의 자율성에 근거하고 있다. 뒤리히는 재귀적 자유에 대한 이해의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유에 대한 강제는 자유를 55) G. Dürig, 각주 45) 책, Rn. 3 Fn. 3. 56) Heuermann/Kröger, Die Menschenwürde und die Forschung an Embryonen, in: MedR 7, 1989, S. 174. 57) Di Fabio, Der Schutz der Menschenwürde durch allgemeine Programmgrundsätze, München 1999, S. 21. 58) E.-W. Böckenförde, Die Würde des Menschen war unantastbar, FAZ, Nr.204, 03.09.2003, S. 33. 59) G. Dürig, 각주 45) 책, Rn. 18. 60) G. Dürig, 각주 45) 책, Rn. 19-22.
인간의 존엄 개념에 관한 헌법이론적 고찰 11 무력화시킨다. 61) 둘째, 자의식, 자결, 자기형성이라는 개념 결과는 인간의 자기발 현이라는 동태적 동기에서 나온다. 뒤리히에 의해 주장되는, 자기 스스로 발현되는 인간으로서의 이해는 자기 발현을 함에 있어서 개인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개인 중심적 개념에 이른다. 62) 인간의 존엄에 있어서 뒤리히는 항상 존재하는 것이자 불가양적이고 포기할 수 없는 항상 존재하는 진실한 가치 63) 또는 진실한 가치, 자율성, 실체, 인간의 특 성 64) 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각각의 인간은 자신의 사실적인 개성 및 능력과 무관 하게 존엄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가치이론은 은사이론 이라고도 불리운다. 65) 인간의 신성으로부터 나오는 존엄의 개념이 가치이론에 전수된 것이다. 이러한 가치이론 은 신학적, 자연법적, 이성법적으로 각인된 전통적인 존엄 해석에 기반하고 있다. 4. 평 가 은사이론은 모든 부류의 사람을 동등하게 인간으로서 존중하도록 요구하고 있 다. 66) 또한 은사이론 은 실정적인 개념규정을 포기하고 그 대신 각각의 침해과정 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기의 한계로서 인간의 존엄성의 사회적 기능만을 설명 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해석론적으로 보호영역의 문제로부터 보호영역 의 제한(침입: Eingriff) 문제로 이행하게 했다. 67) 뒤리히는 인간 존엄 개념의 헌법적 최소한은 정신적 종교적 일반화 가능성을 증 명하는 합의 에 근거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헌법국가에서 인간 존엄과 관련하여 문제되는 행위가 발생하면, 헌법상 인간의 존엄 위반 여부와 관련하여 어떠한 합 의도 도출되지 않는다. 68) 61) G. Dürig, 각주 43) 논문, S. 155 Fn. 93. 62) G. Dürig, Freizügigkeit, in: F. L. Neumann et. al. (Hrsg.), Die Grundrechte, 2 Bd., Berlin 1954, S. 522. 63) G. Dürig, in: Maunz/Dürig, Art. 1 Abs. 1 GG, 1958, Rn. 2. 64) H. C. Nipperdey, Die Würde des Menschen, in: F. L. Neumann/H. C. Nipperdey/U. Scheuner (Hrsg.), Die Grundrechte, Bd. 2, 2. Aufl., Berlin 1968, S. 1. 65) 은사이론이라는 개념의 사용에 관해서는 H. Hofmann, Die versprochene Menschenwürde, AöR 118 (1993), S. 361. 66) Pieroth/Schlink, Grundrechte - Staatsrecht Ⅱ, Rn. 355, 356. 67) W. Höfling, in: Sachs, Art. 1 Rn. 15 a.e.; Pieroth/Schlink, Grundrechte - Staatsrecht Ⅱ, Rn. 358. 68) Chr. Enders, Die Menschenwürde in der Verfassungsordnung, 1997, S. 22; Graf Vitzthum, Die Spur zu verfolgen, wo er seinen Weg nahm, in: P. Lerche et. al. (Hrsg.), Zum Gedanken an Professor Dr. iur. Günter Dürig, 1999, S. 76 f.
12 第 26 卷 第 2 號 (2014.06) Ⅳ. 적극적으로 개념 정의를 모색하는 입장 인간 존엄을 적극적으로 개념 정의하는 이론에는 성과이론 69) (Leistungstheorie)과 관계이론(인정이론)이 있다. 1. 성과이론 (Leistungstheorie) 인간의 존엄을 성과로 이해하기 때문에 성과이론 이라 부른다. 성과로서의 존엄은 인간에게 부여된 가 치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에 의해 이루어내야만 하기 때문에 존엄을 획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 70) 루만(N. Luhmann)에 의하면, 71) 인간의 존엄은 사회적 교류에 서 개인의 인격으로서 인간의 정체성 형성(Identitätsbildung)과 성취되는 자기표현이다. 72) 성과이론은 독자적인 창조작으로서 인간의 주관성 이라는 특수성을 강조한다. 즉, 개인은 자신의 독자적인 자기확정적인 행위에 의거 하여 자신의 존엄을 가진다. 성과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존엄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 또는 사회적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인간 의 존엄을 이해하는 것이다. 루만(N. Luhmann)에 주장에 의하면, 인간의 존엄과 자 유의 보장은 개별적 인간에 있어서 자신의 사회적 행위들을 인격적인 행위들의 총 합(synthese)에 일치시키기 위해 필요한 형성여지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73) 가치이 론과 비교하여 성과이론의 장점은 인간의 존엄이라는 구체적이고 실제적 문제를 그 중심에 둔다는 것이다. 74) 독일 기본법 제1조 제1항은 인간의 행위를 존중하고 보호하라는 것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를 존중하고 보호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성과이론보다는 가치이론이 헌법해석에 있어서 더욱 선호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격과 사회관련성의 관계 69) 성과이론에 대한 설명으로는 박진완, 우리 헌법상의 일반적 인격권의 보장체계, 공법연구 제33 집 제1호, 2004. 11, 306-307면. 70) Niklas Luhmann, Grundrechte als Institution, 1965, S. 60 ff. 71) Niklas Luhmann, 각주 68) 책, S. 53 ff. 72) Niklas Luhmann, 각주 68) 책, S. 61 f.; Podlech, AK, Art. 1 Abs. 1 Rn. 11. 73) Niklas Luhmann, 각주 68) 책, S. 53. 74) Podlech, AK, Art. 1 Abs. 1 Rn. 11.
인간의 존엄 개념에 관한 헌법이론적 고찰 13 에 대해서는 성과이론의 의미가 과소평가될 수 없다. 일정한 측면에서 성과이론은 사회적 존경과 명예의 의미에서 존엄(dignitas)을 받아야 된다는 전통적인 존엄 해 석과 일맥상통하게 된다. 75) 2. 관계이론 (인정이론; Kommunikationstheorie) 관계이론(인정이론) 은 가장 최근에 제안된 이론이 다. 인간의 존엄은 부여된 가치도 아니고 획득한 성 과도 아닌, 사회적 존중권의 긍정적인 평가에 의한 사회적 인정에 있다. 76) 즉, 인간존엄은 인간 상호간의 사회적 평가와 존중에 의해 인정된다고 한다. 법적 의미에서 인간의 존엄은 실체, 특성이나 성과의 개념 이 아니라, 관계 나 교류 의 개념이다. 인간의 존엄은 구체적인 사회적 관계의 전제조건이자 결과물이다. 77) 결국 인간의 존엄은 개인의 인간성의 하나의 범주로서 개념지워진다. 78) 노이만(Ulfrid Neumann)은 관계로 이해하는 존엄 개념은 구체적 인간의 실제적 필요와 이익의 침해시 나타나고, 그 침해의 척도는 사회적 경시(무시) 79) 라고 하였 다. 이러한 입장에서 하버마스(J. Habermas)는 다음과 같이 인정이론(관계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은 지능이나 파란 눈처럼 본래 소지하고 있는 특성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은 상호간의 인정이라는 인간관계에서 그리고 상호간 평등한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불가침성을 지닌다. 80) 3. 평 가 루만의 성과이론 은 어느 특정한 철학적 전통에 기속되어 그 법적 근거를 부여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및 인간의 존엄과 정체성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상 여 러 다른 근본결단들(법치국가원리와 사회국가원리, 평등권, 자유권)을 연결시켰다 는 점에서 장점을 지닌다. 81) 또한 개인의 존엄성은 형성하는 주체 스스로에 의해 75) G. Vitzthum, Die Menschenwürde als Verfassungsbegriff, JZ 1985, S. 207. 76) H. Hofmann, Die versprochene Menschenwürde, AöR 118 (1993), S. 353 (364). 77) H. Hofmann, 각주 74) 논문, S. 353 (371). 78) H. Hofmann, 각주 74) 논문, S. 353 (364). 79) Ulfrid Neumann, Die Tyrannei der Würde, ARSP 84 (1998), S. 165 f. 80) J. Habermas, Die Zukunft der menschlichen Natur, Frankfurt am Main 2001, S. 62.
14 第 26 卷 第 2 號 (2014.06) 획득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루만의 성과이론은 개인이 행위무능력자이거나 의사무능력자이기에 정체 성 형성을 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그 개인에게 인간의 존엄을 부여할 수 없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독일 기본법 제1조 제1항은 인간의 본질적 성격으로서 인 간의 존엄을 실정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성과이론은 헌법에서 어떠한 실정 법적 근거를 발견할 수 없다. 82) 성과이론은 성취되는 자기표현을 할 수 없는 인간 도 존엄이 존재하기 때문에 불충분한 논거가 되고, 이러한 상황에 처한 인간에게 특별한 존엄 보호가 불가능하다. 83) 성과이론에 의하면, 인간 존엄에 대한 국가의 보장은 사망과 동시에 끝나지 않게 된다. 또한 성과이론에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 의 존엄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은 헌법상 인간의 존엄 보장이 되 어야 한다는 것과 상충되게 된다. 84) 관계이론 은 인간의 특정한 관계(Relation)나 상태(Zustand)를 인간의 존엄의 근 거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존엄의 근거는 인간의 특정한 관계 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 에서 구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85) Ⅴ. 원칙/규칙으로서의 인간 존엄 (Robert Alexy) 1. 알렉시의 인간 존엄 알렉시(Alexy)의 원칙이론 86) 에 의하면, 규범을 규칙 (Regeln)과 원칙 (Prinzipien) 으로 구분한다. 87) 원칙 은 어떠한 것을 법적 가능성과 사실적 가능성에 따라 상대 적으로 가능한 한 높은 정도로 실현하도록 하는 잠정적 명령 규범이다. 그리고 원 칙 은 최적화명령 이다. 88) 이 원칙을 위해 전형적인 법적용 형식은 형량 이다. 81) Podlech, AK, Art. 1 Abs. 1, Rn. 17 ff. 82) Unruh, Der Verfassungsbegriff des Grundgesetzes, S. 357. 83) H. Dreier, in: Dreier, GG, Art. 1 Abs. 1 Rn. 56. 84) Hain, Die Grundsätze des Grundgesetzes, S. 235. 85) 이부하, 인간의 존엄에 관한 논의와 개별적 문제로의 적용, 헌법학연구 제15권 제2호, 2009. 6, 377면. 86) 알렉시의 원칙이론을 소개한 문헌으로는 로베르트 알렉시(R. Alexy)(이준일 옮김), 기본권이 론, 한길사, 2007; 박진완, 규칙과 원리로서 기본권, 공법연구 제34집 제1호, 2005. 11, 273 면 이하 참조. 87) R. Alexy, Theorie der Grundrechte, 1996, S. 71 f. 88) R. Alexy, 각주 87) 책, S. 75 f.
인간의 존엄 개념에 관한 헌법이론적 고찰 15 그에 반해 규칙 은 항상 실현될 수 있거나 실현될 수 없는 규범이다. 89) 규칙 은 효력적 측면에서 구성요건을 충족하면 실현되고 그렇지 않으면 실현되지 않는 확 정적 명령 규범이다. 90) 원칙이론에 의하면, 독일 기본법 제1조 제1항 제1문은 그 규범이 원칙 또는 규 칙인지를 중요하게 다룬 후에, 형량가능하고 형량이 필요하든지 아니면 형량이 불 가능하든지를 판단해야 한다. 원칙이론에서는 절대적 효력을 지닌 원칙은 어떠한 경우에도 우선한다. 이러 한 절대성을 지닌 원칙에는 형량의 여지가 없게 된다. 알렉시(Alexy)는 인간의 존엄이 결코 절대적 원칙이 아니라고 결론짓는다. 절대적 원칙이 존재한다면, 원 칙 개념에 대한 정의가 변경되어야 한다. 91) 왜냐하 면, 절대적 원칙에는 상충이론이 적용될 수 없기 때문 이다. 절대적 원칙은 결코 다른 원칙과의 선호관계를 설정할 수 없게 된다. 92) 원칙간의 충돌에 있어서 상황을 고려하여 절대적 우위관 계가 아닌, 조건화된 우위관계가 정해지게 된다. 절대적 원칙은 상이한 정도로 실 현되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실현될 수 있거나 실현될 수 없게 되기 때문 에, 절대적 원칙은 실제로는 규칙 이거나 원칙과 규칙의 구분에 의한 상충이론에 부적합 하다고 한다. 93) 알렉시(Alexy)에 의하면, 인간 존엄의 절대성의 주장 근거는 인간존엄 규칙 과 인간존엄 원칙 이라는 2개의 인간존엄 규범 이 있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또한 더 높은 안전성을 지닌 인간존엄 원칙 이 모든 다른 원칙보다 우선한다는 일련의 조 건들을 전제한다. 94) 알렉시(Alexy)의 이론은 독일 기본법 제1조 제1항 제1문(인간의 존엄)은 인간존 엄 규칙 과 인간존엄 원칙 이라는 2개의 규범을 규정하고 있다는데서 근원한다. 일반적인 기본권규정의 이중성을 취하고 있다. 95) 기본권규정의 이중성은 원칙 으 89) R. Alexy, 각주 87) 책, S. 76. 90) R. Alexy, 각주 87) 책, S. 88. 91) R. Alexy, 각주 87) 책, S. 94. 92) R. Alexy, 각주 87) 책, S. 93. 93) R. Alexy, Zum Begriff des Rechtsprinzips, in: ders., Recht, Vernunft, Diskurs, Frankfurt am Main 1995, S. 199. 94) R. Alexy, 각주 87) 책, 1996, S. 97. 95) R. Alexy, 각주 87) 책, S. 121.
16 第 26 卷 第 2 號 (2014.06) 로도 규칙 으로도 규정될 수 있다는데 있다. 96) 기본권규정에 의해 상충하는 원칙 들의 요청에서 상대적으로 확정되어질 때, 기본권규정에 의해 원칙 으로뿐만 아니라, 규칙 으로도 규정되어진다. 97) 기본권규정에 의해 확정된 내용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형량이 되어져야 하기 때문에, 기본권규정에 의해 확정된 내용은 불완전 한 성격을 갖는다. 98) 기본권규정에 의해 확정된 헌법규정을 진지하게 수용해야 한 다는 요구는 헌법 기속 원칙의 일부분이 된다. 직접적으로 규정된 규칙은 대부분 완전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러한 규칙은 형량없이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99) 독일 기본법 제1조 제1항 제1문(인간의 존엄)의 확정적 내용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동시에 인간 존엄의 침해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를 밝혀야 한다. 인간 존엄의 침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인간 존엄의 내용을 확 정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간 존엄의 개념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기본권규정 에 의해 직접 확정된 인간존엄 규칙 은 의미론적으로 개방되어 있다. 이러한 개방 성 영역에 언제 인간 존엄에 해당되는지의 확정하기 위해 넓은 재량이 열려 있다. 이러한 확정시에 형량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100) 그러나 형량은 원칙 영역에서 행 해지기 때문에, 기본권 직접적인 규칙 영역 101) 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절대적인 인간존엄 규칙 은 그 의미론적 개방성의 관점에서 제한이 필요 없다. 알렉시(Alexy)의 이론의 장점은 첫째, 인간 존엄의 기본권 규범에 구성요건의 제 한 조항을 수용해야 하는 문제를 회피할 수 있다는 점과 둘째, 인간 존엄 원칙과 다른 원칙간의 형량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102) 알렉시(Alexy)의 이론에 의하면, 인간 존엄의 추상적 우위를 전제한다. 추상적 내지 절대적인 우위관계에 있어서 중요도의 차원에서 입증된 규범만이 조절될 수 있다. 원칙간의 충돌에 있어서 특정한 원칙은 각 사건의 조건과 무관하게 다른 원 칙에 항상 우선한다는 추상적 또는 절대적 우위관계를 나타낸다. 103) 이를 표시하 는 선호 공식은 2가지가 가능하다. 96) R. Alexy, 각주 87) 책, S. 121. 97) R. Alexy, 각주 87) 책, S. 121. 98) R. Alexy, 각주 87) 책, S. 121. 99) R. Alexy, 각주 87) 책, S. 121. 100) R. Alexy, 각주 87) 책, S. 96. 101) 규칙 영역은 기본권 직접적 규칙 영역 과 충돌법칙으로부터 도출되는 기본권 간접적 규칙 영 역 으로 구분된다(M. Borowski, Grundrechte als Prinzipien, 2. Aufl., 2007, S. 86, Fn. 104). 102) R. Alexy, 각주 87) 책, S. 97, Fn. 69. 103) R. Alexy, 각주 87) 책, S. 82; M. Borowski, Grundrechte als Prinzipien, 2. Aufl., 2007, S. 81 Fn. 75.
인간의 존엄 개념에 관한 헌법이론적 고찰 17 ⑴ P : 원칙 이 모든 조건하에서 원칙 보다 우선한다. ⑵ P : 원칙 가 모든 조건하에서 원칙 보다 우선한다. 그런데 추상적 또는 절대적 우위관계에 있어서 어떤 원칙이 더 높은 추상적 중 요도를 가지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원칙 이 원칙 보다 더 높은 추상적 중요도가 있음을 입증할 경우, 원칙 이 원칙 보다 우선하게 된다. 형량의 구조 는 산술적 공식인 중요도공식 104) 으로 도식화하여 설명하고 있다. 105) 라는 원칙 의 구체적 중요도는 상충하는 원칙 을 상대적으로 확정할 수 있다. 106) 와 의 변수는 2개의 원칙인 원칙 와 원칙 의 추상적 중요도를 반영한다. 와 의 변수는 법질서에 의거하여 특별히 높고 뛰어난 중요도가 부 여되는 인간의 존엄과 같은 원칙의 재구성에 있어서 중요하다. 107) 는 원칙 와 원칙 두 원칙의 비실현을 통한 기본권 제약(침입)의 구체적 정도를 나타내고, 는 각각의 경험적 전제의 안전(확실성)을 나타낸다. 2. 평 가 알렉시(Alexy)의 인간존엄 원칙 은 필수불가결하게 형량관련적이고, 임의적으로 설정된 형량 대상간의 상충이다. 108) 알렉시(Alexy)의 견해에 의하면, 인간 존엄은 처음부터 개념적으로 상충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인간 존엄은 불가피한 한계로 서 중요한 가치체계의 중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109) 알렉시(Alexy)의 이론에 104) R. Alexy, Die Gewichtsformel, in: Jickeli/Kreutz/Reuter (Hrsg.), Gedächtnisschrift für Jürgen Sonnenschein, 2003, S. 771 ff. 105) R. Alexy, 각주 104) 논문, S. 791. 106) R. Alexy, 각주 104) 논문, S. 783 ff. 107) 추상적 중요도의 도움을 받아 인간의 존엄의 재구성화에 대해서는 M. Klatt/M. Meister, Verhältnismäßigkeit als universelles Verfassungsprinzip, Der Staat 2012, S. 159-162. 108) Chr. Enders, Die Menschenwürde in der Verfassungsordnung, Tübingen 1997, S. 108 f.; J. von Bernstorff, Pflichtenkollision und Menschenwürdegarantie, Der Staat 47, 2008, S. 30 f.
18 第 26 卷 第 2 號 (2014.06) 서 인간존엄 규칙 의 내용은 인간존엄 원칙 과 이에 상충하는 원칙간에 형량의 결 과라는 것은 인간존엄 규범 이 원래부터 상충되는 내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입 증했어야 한다. 알렉시(Alexy)의 인간존엄 원칙 은 불명확하고 정체성이 없어서 전체 로도 이해되고 무 로도 이해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110) 또한 알렉시(Alexy) 의 인간존엄은 그 절대성으로 인해 독자적이고 주관적인 권리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개념내재적 제한 을 전제하고서는 인간 존엄 보장의 주관법적 내 용을 정당화할 수 없게 된다. 111) 인간 존엄의 이중성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112) 알렉시(Alexy)의 이론에서 인간의 존엄 규범 이 기본권 과 어떠한 구조적 차이를 지니는지 그 논거 를 제시해야 한다. 113) 원칙이론에서의 형량 은 인간 존엄의 개념 정의 문제로 이 동하게 된다. 알렉시(Alexy)의 원칙/규칙 이론은 헌법해석의 기준으로서 기능하는 인간 존엄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 존엄은 항상 우선하며, 객체가 아니라 기본권 최적화의 기준이 된다. 114) 원칙이론에 의하면, 형량을 통해 도출된 인간 존엄의 규칙 내용은 매 사건마다 변화될 것이고, 이는 확정되어 법문에 규정된 인간 존엄 규칙 을 편입시킬 수 없게 만든다. 115) 인간 존엄의 보장은 스스로 조건화된 확정적 내용을 지니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조건화된 확정적 내용은 형량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형량으로부터 도출 된 규칙 이 인간 존엄 보장의 구성요소가 된다면, 이는 헌법에 규정된 인간 존엄의 불가침성에 불합치하게 되고, 인간 존엄의 보장 내용은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116) Ⅵ.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입장 및 결 론 1.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판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인간의 존엄을 판시하고 있다. 109) Chr. Enders, 각주 108) 책, S. 107. 110) Chr. Enders, 각주 108) 책, S. 109. 111) Chr. Enders, 각주 108) 책, S. 110. 112) T. Geddert-Steinacher, Die Menschenwürde als Verfassungsbegriff, Berlin 1990, S. 24. 113) T. Geddert-Steinacher, 각주 112) 책, S. 129. 114) T. Geddert-Steinacher, 각주 112) 책, S. 129. 115) K.-E. Hain, Die Grundsätze des Grundgesetzes, Baden-Baden 1999, S. 253 Fn. 194. 116) K.-E. Hain, 각주 115) 책, S. 165 Fn. 380.
인간의 존엄 개념에 관한 헌법이론적 고찰 19 인간의 사회적 가치권과 존엄권은 인간 존엄의 개념과 관련되어 있다. 이는 인간 을 단지 국가의 객체로 삼거나 또는 인간을 단지 국가의 객체로 취급함으로써 자 신의 주체성을 원칙적으로 위태롭게 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간의 존엄은 단지 개별적 개인의 존엄이 아니라, 오히려 인류로서의 인간의 존엄을 말하 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특성, 자신의 성과,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고려함 없이도 존엄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인간의 존엄은 자신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상태 로 인해 의미있게 행동하지 않을 수 있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인간은 비존엄한 행위로 인해 스스로 그 존재 자체를 상실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권은 침해 될 수 있다. 117)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이 판결에서 독일 기본법 제1조 제1항(인간의 존엄)을 구체화하였다. 또한 인간의 존엄은 불가침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인간은 스스로에 의해서도 존엄을 침해할 수 없다. 인간은 스스로 발현된 주체임을 전제한다. 인간 의 존엄은 구체적인 능력이나 성과를 요구하지 않고, 인류로서의 존엄을 상정하고 있다. 또한 존엄권 이라는 기본권으로 인식하였다. 2. 결 론 인간의 존엄이 침해되었는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인간존엄의 보호영역이 무엇 인가가 확정되어야 하는데, 인간존엄의 보호영역과 관련하여 무엇이 인간존엄인가 를 적극적으로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대로 어떠한 경우에 인간의 존엄이 침 해되는가를 소극적으로 인식하여 그 보장영역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즉, 기본권의 보호영역과 기본권의 제한이라는 심사구조를 지니지 않고, 어떠한 경우에 인간의 존엄이 침해될 수 있는가를 확인함에 의해 인간 존엄의 보호영역이 확정된다. 118) 인간의 존엄성 조항은 객관적인 헌법원칙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되거나 보호받지 못할 경우, 개인이 침해의 배제나 적극적인 보호를 요구할 구체적 기본권으로 보아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 조항을 단지 객관 적인 헌법원칙으로만 이해한다면, 인간의 존엄권이라는 기본권을 주장하여 국가의 117) BVerfGE 87, 209 (228); BVerfGE 96, 375 (399). 118) Graf Vitzthum, Die Menschenwürde als Verfassungsbegriff, JZ 1985, S. 201 (204); W. Höfling, Die Unantastbarkeit der Menschenwürde, S. 860.
20 第 26 卷 第 2 號 (2014.06) 침해로부터 방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인간의 존엄성의 기본권성을 인정할 경우, 개인이 국가의 침해로부터 보호를 요청할 방어권의 성격을 지니며, 국가권력뿐만 아니라 인간 존엄권에 대해 다른 사인의 가해가 있을 경우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가 발생하게 된다. 인간의 존엄권을 보장하는 것이 헌법상 최고의 가치이자 기본권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의 존재이유이므로 인간의 존엄권은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입법부, 사법 부, 행정부 등 국가권력에 의해 침해되어서는 안되는 절대적 기본권 119) 으로서 다 른 법익과 비교형량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120) 즉, 인간의 존엄권은 다른 헌법 적 가치나 기본권과 형량되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인간의 존엄은 다른 기본권적 가치와 형량할 대상이 아니라, 외부의 절대적 한계로서 형량과정을 지도하고 교정 하여야 한다. 121) (논문접수일 : 2014.04.29, 심사개시일 : 2014.05.13, 게재확정일 : 2014.06.10) 이부하 인간의 존엄(Menschenwürde), 수단화 금지(Instrumentalisierungsverbot), 객체화 금지(Objektivierungsverbot), 성과이론(Leistungstheorie), 관계이 론(Kommunikationstheorie) 119) W. Brugger, Menschenwürde, Menschenrechte, Grundrechte, 1997, S. 9. 120) W. Höfling, Die Unantastbarkeit der Menschenwürde, JuS 1995, S. 859; Kunig, in: Münch/Kunig, GG, Art. 1 Rn. 4; Pieroth/Schlink, Grundrechte - Staatsrecht Ⅱ, Rn. 365. 121) J. von Bernstorff, Pflichtenkollision und Menschenwürdegarantie, Der Staat 47. Bd., 2008, S. 31-32.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모든 기본권의 원천으로서 인간의 존엄은 어떠한 개별적 기본 권과도 형량할 수 없다. 고 판시하고 있다(BVerfGE 93, 266 (293)).
Eine verfassungstheoretische Untersuchung vom Begriff der Menschenwürde 21 Abstract Eine verfassungstheoretische Untersuchung vom Begriff der Menschenwürde Lee, Boo-Ha In Bezug auf den Begriff der Menschenwürde hat Kant wie folgt gefasst: Handle so, dass du die Menschheit, sowohl in deiner Person, als in der Person eines jeden andern, jederzeit zugleich als Zweck, niemals bloß als Mittel brauchtest. Die Würde der Person fordert nicht nur die einseitig-sittliche Pflicht, sondern auch die wechselseitig-rechtliche Anerkennung der Menschen. Und dem Einzelnen vermittelt sie einen rechtmäßigen Anspruch auf Achtung durch seine Mitmenschen. Die Objektformel Dürigs setzte sich nachfolgend durch: Hiernach ist die Menschenwürde betroffen, wenn der konkrete Mensch zum Objekt, zu einem bloßen Mittel, zur vertretbaren Größe herabgewürdigt wird. Der Mensch darf also keiner Behandlung ausgesetzt werden, die seinen verfassungsrechtlich geschützten sozialen Wert- und Achtungsanspruch verletzt und damit seine Subjektqualität prinzipiell in Frage stellt. Nach der sog. Kommunikationstheorie stellt sich die Würde des Menschen nicht als Seinsgegebenheit dar, sondern als Relations- oder Kommunikationsbegriff. Demgegenüber erkennt die sog. Mitgifttheorie, die in den Beratungen des Parlamentarischen Rates prägend gewesen ist, das Spezifische der Menschenwürde im besonderen Wert des Menschen, der ihm durch den göttlichen Schöpfer oder durch die Natur verliehen worden ist.
22 SungKyunKwan Law Review Vol.26 No.2(2014.06) Alexy kommt zu dem Ergebnis, dass die Menschenwürde kein absolutes Prinzip ist. Der Grund für den Eindruck der Absolutheit der Menschenwürde ergebe sich nach Alexy daraus, dass es zwei Menschenwürde-Normen gibt, eine Menschenwürde-Regel und ein Menschenwürde- Prinzip, sowie daraus, dass es eine Reihe von Bedingungen gibt, unter denen das Menschenwürde-Prinzip mit hoher Sicherheit allen anderen Prinzipien vorgeht. Die Behauptung eines abstrakten Vorrangs der Menschenwürde setzt bereits ihren Prinzipiencharakter voraus. Denn in Vorrangrelationen können nur Normen eingestellt werden, die die Dimension des Gewichts aufweisen.
유럽사회의 정치적 통합에서 유럽헌법의 의미 정 채 연 * 1) Ⅰ. 들어가며 Ⅱ. 세계화 시대에서 유럽통합 1. 세계화 시대에서 국민국가의 정당성 위기 2. 경제적 연맹을 넘어서는 정치적 통합 Ⅲ. 유럽통합에서 유럽헌법의 의미 1. 탈민족시대의 새로운 정체성으로서 헌정애국주의 2. 유럽정체성의 역사성 3. 유럽사회에서 시민적 연대와 공론장의 형성 4. 유럽통합 과정에서 핵심유럽의 역할 5. 소결 Ⅳ. 유럽통합과 유럽헌법의 이론적ㆍ실천적 과제 1. 유럽연합의 민주적 정당성 결핍 2. 핵심 유럽에 의해 소외된 또 다른 유럽 3. 유럽정체성의 윤리적 실질 Ⅴ. 맺음말 Ⅰ. 들어가며: 세계주의의 맥락에서 유럽통합 현대사회에서 세계화와 다문화사회의 출현은 국민국가를 넘어서는(beyond the nation-state) 새로운 정치공동체의 형성을 이끌었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은 이러한 국가 경계를 넘어서는 정치적 연합체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유럽사회의 경제적 통합을 넘어 정치적 통합으로 나아가는 유럽통합 논의의 지평을 열어주었다. 유럽연합과 유럽사회의 정치적 통합은 좀 더 거시적인 맥락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하버마스(Habermas)는 고전적 국제법으로부터 세계주의적 질서 로 (from classical international law to cosmopolitan order) 1) 나아가는 지향점에서 유럽통합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으로 세계화 시대와 다문화사회에서 국민국가가 직면한 한계와, 다른 한편으로 초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국제질서가 재편되 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하버마스는 유럽연합과 같은 광범위한 대륙 단위의 정치적 연합들이 참여하는 탈국가적 지평에서의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2) *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법학박사, 뉴욕 주 변호사 1) G. Borradori, Reconstructing Terrorism Habermas, Philosophy in a Time of Terror Dialogues with Jürgen Habermas and Jacques Derrida,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3, p. 51.
24 第 26 卷 第 2 號 (2014.06) 이렇듯 하버마스의 유럽통합 논의는 그의 세계주의 구상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 고 전개되어 왔다. 그는 세계사회를 구성하는 다층적 체계(multi-level system)를 제 시한 바 있다: i) 초국가적 공간(supranational arena)에서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과 같은 세계조직의 평화 수호와 인권 보호; ii) 탈국가적 공간(transnational arena)에서 지역적/대륙적 레짐(regional/continental regime)의 세계적 내정(global domestic politics), iii) 국가적 공간(national arena)에서 국민국가. 이러한 하버마스의 세계주의 구상은 세계정부 없는 세계적 내정 (World Domestic Politics without World Government; Weltinnenpolitik ohne Weltregierung)으로 압축적으로 정리되며, 이는 칸트(Kant)의 국제법의 헌법화 (constitutionalization of international law)를 대 화이론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하버마스는 유럽연합이 진정한 의 미의 헌법적 정치공동체로 발전한다면 세계주의로 나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전기 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버마스에게 있어서 유럽이라는 역사적ㆍ지역적ㆍ문화적 공간은 중요한 이론적 ㆍ실천적 함의를 갖는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 치즘과 같은 민족주의의 극복과 통일 이후 독일의 사회통합 등과 같은 당시 유럽 (독일)사회의 시대적 과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 왔다. 하버마스의 사상이 규범적 목표로 삼고 있는 모더니티의 (아직) 끝나지 않은 기획 (Unfinished Project of Modernity) 4) 을 완수해 나아가는 연장선에서 유럽통합이라는 유럽의 기획 (European Project)이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세계주의적 지향점에서 유럽통합과 유럽헌법에 대한 하버마스의 논의를 검토해 보는 데 목적이 있다. 5) 이를 위해, 먼저 하버마스가 탈국가적 정치 2) J. Habermas & G. Borradori, Fundamentalism and Terror: A Dialogue with Jürgen Habermas, Philosophy in a Time of Terror Dialogues with Jürgen Habermas and Jacques Derrida,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3, p. 40. 3) 칸트의 영구평화론을 발전적으로 재구성하는 논의에 대해 J. Habermas, Kant s Idea of Perpetual Peace, with the Benefit of Two Hundred Years Hindsight, Perpetual Peace: Essays on Kant s Cosmopolitan Ideal(J. Bohman & M. Lutz-Buachmann(eds.)), The MIT Press, 1997. 4) J. Habermas, Modernity: An Unfinished Project, Habermas and the Unfinished Project of Modernity(M. P. d Entrèves & S. Benhabib(eds.)), The MIT Press, 1997. 5) 논자는 앞서 하버마스의 세계주의 구상을 초국가적 지평과 국가적 지평에서 논의했던 바 있다. 이에 대해 각각 정채연, 하버마스의 세계주의 구상과 국제법의 헌법화, 중앙법학 제15집 제2호, 2013, 305-342쪽; 정채연 헌정애국주의와 관용의 한계, 법과사회 제45호, 2013, 279-306쪽 참고. 이 논문에서는 하버마스의 탈국가적 지평에 대한 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밝혀둔다.
유럽사회의 정치적 통합에서 유럽헌법의 의미 25 공동체의 통합을 제시하게 된 시대상황적 맥락을 살펴보고(Ⅱ), 그의 유럽통합 구 상에서 유럽헌법이 가지는 의미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특히 여기에서는 하버마스 가 탈민족시대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제시하는 헌정애국주의 개념과 유럽의 공통된 정체성의 원천, 유럽의 정치적 통합을 통한 유럽시민의 연대와 유럽공론장의 형성, 그리고 유럽통합을 위한 실천적 과제로 제시된 핵심유럽론을 중심으로 논의하도록 한다(Ⅲ). 나아가 하버마스의 유럽통합 및 유럽헌법에 대한 논의가 남겨두고 있는 이론적ㆍ실천적 과제를 제시하고(Ⅳ), 마지막으로 또 다른 탈국가적 정치공동체로 서 동북아시아의 정치적 통합에 대한 논의 가능성을 간략히 제안하면서 논의를 마 치고자 한다(Ⅴ). Ⅱ. 세계화 시대에서 유럽통합 1. 세계화 시대에서 국민국가의 정당성 위기 하버마스의 유럽통합 논의는 세계화 시대에서 국민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된다. 초국가적 범죄와 환경오염 등 현대사회에서 제기되는 다 양한 문제들은 더 이상 개별 국민국가에 의해 해결될 수 없는 속성을 갖는다. 특 히 하버마스는 자본의 세계화(globalization of markets) 현상에 주목한다. 유럽의 복 지국가들은 시장의 자기규제 메커니즘을 유지하면서도 자본주의의 시장실패를 교 정하고 완화하는 사회보장체계를 갖추어 왔다. 6) 그러나 국내의 경제정책이 세계경 제의 흐름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자본의 세계화로 인해 이러한 복지국가의 원칙 은 무력화되며, 이로 인해 국민국가의 주권(sovereignty)과 민주적 정당성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국민국가의 민주적 정당성은 해당 문제와 관련된 모든 시민들이 자유롭고 평등 하게 참여하는 대화절차에서의 합의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 이러한 민주적 정당성 의 결함은 민주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이들과 이러한 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는 이들이 불일치할 때 발생한다. 7) 이는 법의 수신자(addressees)가 동시에 저자 6) J. Habermas, Beyond the Nation-State?: On Some Consequences of Economic Globalization, Democracy in the European Union: Integration through Deliberation?(E. O. Eriksen & J. E. Fossum(eds.)), Routledge, 2000, p. 33. 7) J. Habermas, The European Nation-State and the Pressures of Globalization, New Left Review, No. 235, 1999, p. 49.
26 第 26 卷 第 2 號 (2014.06) (authors)가 되는 자기입법(self-legislation)의 관념과 연결된다. 8) 국민국가가 점점 더 탈국가적 시장질서에 의존적일수록, 국민국가의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 제들이 더 이상 이들이 참여하는 국내 공론에서 이끌어져 나온 합의에 근거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에서 국민국가의 정당성 위기를 이해할 수 있다. 국민국가는 사 회통합과 민주적 정당성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분명한 기여를 해 왔지 만, 세계화 시대에서 국민국가는 이러한 민주적 정당성의 역량을 대내외적으로 도 전받고 있는 것이다. 2. 경제적 연맹을 넘어서는 정치적 통합 세계화 현상은 국민국가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으며, 어떠한 형태가 이를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9) 특히 자본의 세계화는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프 리카 연합(AU), 서아프리카 경제협력체(ECOWAS) 등과 같은 전( 全 )-대륙적인 경제 적 연맹이 형성될 계기를 마련하였다. 유럽연합에 이르기까지의 유럽통합의 과정 역시 탈국가적 수준의 경제적 결속에 그 목적을 두고 발전해 온 역사를 갖는다. 하버마스가 제시하는 탈국가적 지형 (postnational constellation) 10) 은 국가들 간의 경제적 연맹을 넘어서 탈국가적 공동체의 정치적 통합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요청한다. 특히 복지국가의 수립을 국민국가의 중요한 성취 중 하나로 평가하는 하버마스는 세계화 시대에서 사회보장정책을 수행할 정치적 역량을 갖추기 위해 서, 유럽연합과 같은 탈국가적 정치공동체가 제도적 차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절차 를 갖춘 연방(federation)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11) 이를 위해 유럽연합은 탈국가적 지평에서 정치적ㆍ사회적 통합과 경제적 통합의 비대칭적 상황, 곧 시장 을 통한 수평적(horizontal) 통합과 유럽국가들의 수직적(vertical) 통합 사이에 존재 하는 불균형(asymmetry)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12) 자 본주의 시장질서는 민주적 의사결정절차에 의해 이루어지는 자기성찰적 구조를 갖 8) J. Habermas, Toward a Cosmopolitan Europe, Journal of Democracy, Vol. 14, No. 4, 2003, p. 87. 9) G. Borradori, Reconstructing Terrorism Habermas, p. 51. 10) J. Habermas, The Postnational Constellation and the Future of Democracy, The Postnational Constellation: Political Essays(M. Pensky(trans.)(ed.)), The MIT Press, 2001, pp. 58-112. 11) J. Habermas, Crossing Globalization s Valley of Tears, New Perspectives Quarterly, Vol. 17, Iss. 4, 2000, p. 55. 12) J. Habermas, Why Europe Needs a Constitution, New Left Review, Vol. 11, 2001, p. 13.
유럽사회의 정치적 통합에서 유럽헌법의 의미 27 고 있지 않으며, 민주적 정당성은 신자유주의적 논리로 대체되어서는 안 된다. 따 라서 세계화 시대에서 경제적 효율성과 더불어 정치적 자유와 사회보장정책이 동 시에 보장되기 위해서는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광범위한 탈국가적 공동체의 정치적 통합을 통해 이미 세계화된 자본을 따라잡아(catching up) 정치적 울타리 안에 두 어야 한다. 13) 하버마스에 따르면 정치적 통합이란 정치공동체 구성원들의 의견 및 의지형성 (opinion and will-formation)을 제도화할 수 있는 의사소통적 절차를 공동체 안에 짜 넣음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의 원천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치적 통합은 본래 국민국가에서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이를 통해 국민국가는 국 가권력의 민주화, 시민들 사이의 연대 형성, 행정-조세국가, 복지국가라는 목적 및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에서 국민국가의 역량은 한계에 도달해 있으며, 따라서 세계화된 자본의 침투에 대해 정치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탈국가적 공동체의 정치적 통합을 통해 세계적 복지(국가) 레짐(global welfare regime) 14) 을 확립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서 요청된다고 하겠다. Ⅲ. 유럽통합에서 유럽헌법의 의미 1. 탈민족시대의 새로운 정체성으로서 헌정애국주의 1950년대 유럽석탄철강공동체(Coal and Steel Community)와 유럽경제공동체 (European Economic Community; EEC)의 출범 단계에서 유럽통합은 경제적 통합의 차원에서 주로 논의되었기에 정치적 차원의 민주적 정당성은 중요한 이슈로 다루 어지지 않았다. 15) 이후 유럽통합에 있어서 중대한 전환점은 1992년 마스트리히트 (Maastricht) 조약을 통해 1993년 유럽연합의 창설 단계에서 마련되었다. 이를 기점 으로 유럽연합은 국제기구의 성격을 넘어서 독립적인 정치공동체로 전환되기 시작 하였다. 16) 유럽연합은 국가와 같은(state-like) 정치공동체의 속성들, 예컨대 대표적 인 정부기구들과 유로화와 같은 공동 통화(currency) 등을 갖추고 유럽연합과 회원 국들 간의 관계를 정립해 나가면서 그 헌법적 지위가 한층 더 본격적으로 논해지 13) J. Habermas, Why Europe Needs a Constitution, p. 14. 14) J. Habermas, Beyond the Nation-State?, p. 35. 15) 김남국, 유럽통합과 민주주의의 결여, 국제정치논총 제44집 제1호, 2004, 284쪽. 16) 김남국, 유럽통합과 민주주의의 결여, 285쪽.
28 第 26 卷 第 2 號 (2014.06) 기 시작하였다. 2000년 니스(Nice) 조약 이후 유럽미래회의(The Convention on the Future of Europe)가 구성되어 유럽헌법초안이 구상되었고, 2004년 로마 조약이 체 결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이에 대한 비준이 좌절된 이후, 이를 대체할 2007년 리스본 조약에서 헌법비준에 대한 요청이 되살아난 바 있다. 17) 이러한 일련의 유럽통합과 유럽헌법제정 과정을 미루어 볼 때, 하버마스는 아직 유럽연합이 경제적 통합을 넘어서는 정치적 통합으로 충분히 나아가지 못했다고 진단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유럽헌법의 제정이 더욱더 필수적으로 요청된다고 역 설한다. 18) 유럽통합은 i) 유럽연합과 회원국들 사이의 권력분배를 조정하여, 유럽제 도의 권한을 증대시키고, ii) 유럽차원의 의사결정절차에 유럽시민들의 참여를 촉진 시키는 두 가지 지평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19) 이러한 유럽통합의 규범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하버마스는 개별 국가의 헌법과 같이 공통의 유럽정체성을 담은 유럽헌법을 제정하여 유럽연합 회원국과 유럽시민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함으로 써 현재 유럽연합에 내재하는 민주적 결핍(democratic deficit)을 메우고 진정한 의 미의 정치적 통합을 달성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하버마스는 민주적 정치공동체의 세 가지 구성요소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i) 자유롭고 평등한 법인격의 수평적 연합; ii) 집단적 행위를 위한 관료적 조직; iii) 정치적 통합의 매개로서 시민적 연 대. 20) 따라서 유럽통합이라는 과제는 새로운 민주적 형태를 창안해(invent)내는 것 이 아니라 국민국가의 중요한 민주적 성취를 국가경계를 넘어서 보존(conserve)하 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21) 다시 말해, 하버마스에게 있어서 유럽통합 의 이상적인 모습은 유럽헌법의 제정을 통한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정부 22) 로서 유 럽연합의 수립과 유럽시민사회의 성장으로 집약될 수 있다. 나아가 유럽사회의 정 치적 통합은 세계화 시대에서 국민국가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서 세계주의적 질서로 한 단계 도약하는 의미를 갖는다. 곧, 하버마스는 유럽통합을 통해 한 단 17) 강미란, 위르겐 하버마스가 본 세계화 시대의 세계시민사회: 유럽핵심론과 세계시민사회론을 중 심으로, 독일어문학 제32집, 2006, 8쪽. 18) 강미란, 위르겐 하버마스가 본 세계화 시대의 세계시민사회, 4쪽. 19) J. Habermas, Bringing the Integration of Citizens into Line with the Integration of States, European Law Journal, Vol. 18, No. 4, 2012, p. 485. 20) J. Habermas, The Crisis of the European Union in the Light of a Constitutionalization of International Law, The European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Vol. 23, No. 2, 2012, p. 339. 21) J. Habermas, Why Europe Needs a Constitution, p. 6. 22) J. Habermas(장은주 역), 분열된 서구, 나남, 2009, 77쪽.
유럽사회의 정치적 통합에서 유럽헌법의 의미 29 계 더 나아가는 (one step further forward) 23) 모더니티의 과제를 지속하고자 한다. 하버마스가 유럽국가들의 연방공화국(Federal Republic)을 구상하는데 있어서 헌 정애국주의(constitutional patriotism; Verfassungspatriotismus) 24) 는 이론적 바탕이 된 다고 할 수 있다. 25) 하버마스는 민족적 전통을 대체하는 독일사회의 탈민족적 정 체성(transnational identity)으로서 헌정애국주의를 제시한 바 있다. 26) 그는 독일시민 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민족적 전통이 아닌 헌정애국주의에서만 찾아야 하며, 이는 인간의 상호공존을 위한 조건으로서 보편주의적 원칙과 절차, 곧 민주적 헌정질서 (constitutional democracy)에 대한 헌신 내지 충성을 의미한다고 역설한다. 만일 우리가 민족성과 운명공동체라는 전( 前 )-정치적 버팀목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 그 무엇보다 다양한 국민국가들이 통합된 유럽국가로의 길로 자유롭게 이 행할 수 없을 것이다. 공화주의적 자기이해와 헌정애국주의에 근거하지 않은 민족정체 성은 인간의 상호공존이라는 보편주의적 원칙과 불가피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다. 27) 하버마스는 이러한 헌정애국주의 개념을 독일사회에서 유럽사회의 지평으로 연 23) J. Habermas, Beyond the Nation-State?, p. 37. 24) 학자들에 따라 헌정애국주의 개념 및 맥락이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솔튼(Soltan)은 헌정애국주의 에 대한 논의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될 수 있는 몇 가지 특성을 정리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로 헌정애국주의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보편적인 이상과 원칙에 대한 헌신 내지 충 성을 추구하며, 자유주의적 민족주의와 국가중심적 공화주의의 다양한 형태를 대체하면서, 특정 국가 내지 민족에 한정지어진 충성이 아닌 보다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정치적 공동체, 예컨대 세 계주의적 지평에서의 헌정애국주의 형태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한다(K. E. Soltan, Constitutional Patriotism and Militant Modera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Constitutional Law, Vol. 6, No. 1, 2008, p. 98). 25) 이러한 하버마스의 이해는 세계주의적 헌정애국주의 (cosmopolitan constitutional patriotism)로 표 제화되기도 한다(M. Canovan, Patriotism is Not Enough, British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Vol. 30, No. 3, 2000, p. 416). 26) 헌정애국주의는 슈테른베르거(Sternberger)가 1950-60년대 전후( 戰 後 ) 독일사회의 민족 (Volk) 관 념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통해 고안해낸 개념이다. 이후 하버마스는 1980년 역사학자논쟁 (Historikerstreit)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으로서 헌정애국주의 개념을 논의하기 시작하였고, 독일사 회를 넘어서 유럽사회와 세계사회라는 새로운 지평으로 확대시켜왔다. 그러나 이 개념이 태동하 게 된 배경이 독일의 특유한 정치상황적 맥락과 분리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지적되기 도 한다. 이에 대해 J. W. Müller, Another Country: German Intellectuals, Unification and National Identity, Yale University Press, 2000; C. Turner, Jürgen Habermas: European or German?, European Journal of Political Theory, Vol. 3, No. 3, 2004, pp. 293-314 참고. 27) J. Habermas, Yet Again: German Identity-A Unified Nation of Angry DM-Burghers, When the Wall Came Down: Reactions to German Unification(H. James & M. Stone(eds.)), Routledge, 1992, pp. 86-102.
30 第 26 卷 第 2 號 (2014.06) 장시키고자 한다. 곧, 헌정애국주의는 유럽통합을 위해 개별 국민국가의 민족적 전 통을 대체하는 정체성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유럽연합의 헌 법이 제정된다면 유럽 전역의 정치공동체에서도 특정 국가의 민주적 헌정질서에 대한 충성과 유사한 형태가 생겨날 것이라고 본다. 28) 유럽헌법제정에 대한 상당수의 우려는 단일한 헌법의 존재가 개별 회원국들이 보유하는 특수성과 고유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는 점에 있다. 곧, 유럽통합의 중요한 과제는 유럽공동체의 통일성(unity)과 분열(fragmentation) 내 지 유럽주의(Europeanism)와 국가 개별주의(State individualism)라는 이중적 속성을 조화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9) 이에 대해 하버마스는 동일한(same) 법원칙은 상이한(different) 민족적 전통과 역사적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한다. 30) 보 편적이고 추상적인 원칙과 절차는 구체적인 해석의 대상이 되는 것이며, 따라서 유럽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적 헌정질서에 대한 헌신을 통해 역사적ㆍ지역적ㆍ문화 적 배경에 따라 다양한 헌법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고, 이에 따라 고유한 지역성과 문화적 전통이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31) 곧, 민주적 헌정질서는 다양한 형태로 실재( 實 在 )할 수 있다. 하버마스는 헌정애국주의를 통해 보편주의와 다원주의가 양 립가능하며, 오히려 유럽 내의 다양성에 대한 평등한 존중이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이해한다. 정리하자면, 하버마스는 헌정애국주의를 통해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다원 주의가 가능하기 위한 조건을 제공함으로써, 획일성이 아닌 통일성 (unity without uniformity) 내지 분열이 아닌 다양성 (diversity without fragmentation) 32) 이 이루어 지는 유럽통합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28) J. Habermas, Why Europe Needs a Constitution, pp. 5, 15-16. 29) A. Wagner, The European Dual Nature: Unity/Fragmentation, Interpretation of Law in the Global World: From Particularism to a Universal Approach(J. Jemielniak & P. Miklaszewicz(eds.)), Springer-Verlag Berlin Heidelberg, 2010, pp. 87-89. 30) J. Habermas, Citizenship and National Identity: Some Reflections on the Future of Europe, Praxis International, Vol. 12, No. 1, 1992, p. 7. 31) M. Canovan, Patriotism is Not Enough, p. 415. 32) A. Wagner, The European Dual Nature, p. 87-89.
유럽사회의 정치적 통합에서 유럽헌법의 의미 31 2. 유럽정체성의 역사성: 과거를 통한 자기성찰적 과정 헌법은 국가제도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틀을 제공하고, 개인과 공적 권위 사이의 관계를 정의내리며, 나아가 해당 사회에 공유되는 가치, 이상, 상징을 보호하고 이 를 반영하는 기능을 갖는다. 33) 곧, 헌법은 해당 정치공동체와 구성원들의 규범적ㆍ 문화적 정체성을 정의내리는 근원적인 역할까지도 수행하는 것이다. 34) 따라서 유 럽헌법의 제정 필요성 및 실현가능성은 특히 유럽정체성(European Identity)에 대한 논의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유럽헌법이 정초할 유럽사회와 유럽시민의 공통된 정 체성이 존재하는가? 하버마스의 유럽통합과 유럽헌법 논의는 유럽의 공통된 정체성이 존재한다는 믿 음에 기반하고 있다. 탈민족시대에서 유럽의 새로운 정체성으로서 헌정애국주의는 유럽사회에 공유된 공통의 정치문화에 대한 헌신 및 충성을 요청하며, 하버마스는 이를 통해 유럽사회의 정치적 통합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공통의 정치문 화는 유럽사회의 역사적 경험과 반성적 성찰에 그 원천을 둔다. 유럽사회는 종교 전쟁, 계급갈등,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나치즘과 같은 전체주의 레짐과 홀로코스트 (Holocaust) 등 부정적인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노 력을 기울여 왔다. 35) 특히 1950년대 말 나치시대의 과거를 청산하고자 하는 기억 의 정치 (Gedächtnispolitik) 36) 는 유럽시민들의 공통된 역사에 대한 성찰적 담론을 이끌어내었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역사적 경험은 미래세대에 단지 전달되는 것이 아니며, 억누를 수 없는 과거 (unmasterable past; unbewältige Vergangenheit) 37) 를 통해 거듭나는 것이 그의 역사관이라고 할 수 있다. 38) 하버마스는 유럽사회가 특히 20세기 역사적 트라우마 39) 를 겪으면서 자기비판 33) S. Cvijic & L. Zucca, Does the European Constitution Need Christian Values?, Oxford Journal of Legal Studies, Vol. 24, No. 4, 2004, p. 742. 34) S. Cvijic & L. Zucca, Does the European Constitution Need Christian Values?, p. 742. 35) J. Habermas(장은주 역), 분열된 서구, 77쪽. 36) J. Habermas(장은주 역), 분열된 서구, 83쪽. 37) G. Borradori, Introduction: Terrorism and the Legacy of the Enlightenment, Philosophy in a Time of Terror,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3, p. 9. 38) 이러한 역사관은 특히 독일의 역사적 경험에 근거한다. 독일의 역사에서 헌법화의 과정 자체는 과거를 통한 작업 (Working Through the Past; Aufarbeitung der Vergangenheit)으로 이해된다. 이에 대해, C. Joerges, Introduction to the Special Issue: Confronting Memories: European Bitter Experiences and the Constitutionalization Process: Constructing Europe in the Shadow of its Pasts, German Law Journal, Vol. 6, No. 2, 2005, p. 247 이하. 39) G. Borradori, Introduction, p. 9.
32 第 26 卷 第 2 號 (2014.06) (self-criticism)과 자기교정(self-correction)의 역량을 길러올 수 있었다고 평가한 다. 40) 다양한 역사적 ㆍ 문화적 ㆍ 인종적 배경이 공존하는 유럽사회는 이러한 일 련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차이(difference)에 기인한 대립과 갈등을 폭력이 아닌 대 화로 해결하고 완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절차를 다른 문화권들보다 더 잘 갖출 수 있었다. 41) 이러한 공통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형성된 유럽정체성은 i) 세속주의, ii) 복지국가의 사회보장체계, iii) 타자의 타자성(the Other in her Otherness) 42) 에 대한 상호적 인정 등으로 구체화될 수 있겠다. 이를 하버마스는 더 나은 유럽의 정 신 (the better spirit of Europe) 43) 이라고 부른다. 하버마스에게 더 나은 유럽의 정 신 이란 합리적 논증 없이는 절대 뒷받침될 수 없는 이성주의의 전통에 있다. 44) 이 는 과거의 아픈 역사적 경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새로이 재구성된 유럽 (reconstructed Europe)이며, 또한 하버마스가 지속적으로 추구해 나아가고자 하는 성찰적 모더니티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유럽헌법조약의 전문(preamble)은 보편적인 가치로 승인된 인권, 민주주의, 법의 지배(Rule of Law)에 대한 유럽사회의 헌신을 강조하고 있다. 45) 이러한 이상적 가 치들은 역사상 쓰라린 경험 (bitter experience) 46) 을 통해 발전적으로 고양된 것이 며 이러한 역사적 기억은 유럽사회의 헌법화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47) 3. 유럽사회에서 시민적 연대와 공론장의 형성 하버마스에게 헌법은 헌법텍스트의 조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적 기 40) J. Habermas, Europe s Second Chance, The Past as Future, University of Nebraska Press, 1994, p. 96. 41) J. Habermas, Time of Transitions, Polity, 2006, p. 204. 42) J. Habermas & J. Derrida, February 15, or, What Binds Europeans Together; Plea for a Common Foreign Policy, Beginning in Core Europe, Old Europe, New Europe, Core Europe(D. Levy, M. Pensky, J. Torpey(eds.)), Verso, 2005, p. 9. 43) J. Habermas, Europe s Second Chance, p. 96. 44) G. Borradori, Reconstructing Terrorism Habermas, p. 50-51. 45) Drawing inspiration from the cultural, religious and humanist inheritance of Europe, from which have developed the universal values of the inviolable and inalienable rights of the human person, freedom, democracy, equality and the rule of law... 46) 이 표현은 폴란드 헌법전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Mindful of the bitter experiences of the times when fundamental freedoms and human rights were violated in our Homeland. 47) C. Joerges, Introduction to the Special Issue, p. 250.
유럽사회의 정치적 통합에서 유럽헌법의 의미 33 획(constitutional project)의 수행적 의미 (performative meaning) 48) 는 시민들의 자발 적인 정치적 연합의 기초를 닦는(founding) 입헌( 立 憲 ) 행위에 담겨져 있으며, 정치 공동체를 세우는 근원적 행위로서 입헌행위는 이후 세대가 지속해 나아가야 할 역 사적 과제를 던져주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유럽헌법은 기존 개별 국가에 소 속된 시민으로서의 자격과 별개로 유럽시민으로서의 구성원자격(European citizenship)을 부여하며, 이로써 유럽시민들은 민주적으로 정당한 법, 제도, 그리고 질서를 창출하는 유럽 차원의 대화절차에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게 된 다. 곧, 모든 시민들은 개별 국민국가의 시민임과 동시에 유럽연합의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끌어안아야 한다. 49) 이로 인해 유럽국가의 공론에서 유럽의 공통 문제에 대한 의사 및 의지형성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유럽 차원의 공론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유럽공론장에서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하는 주체로서의 경험이 유 럽시민으로서의 연대감과 소속감을 형성시킬 것이라고 본다. 경제적 연맹은 장기 적으로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정치적 통합의 단계로 나아 가기 위해서는 다른 이의 권리를 위해 자신의 희생을 감내해낼 수 있을 정도의 연 대감을 요청하게 된다. 50) 곧, 탈국가적 정치공동체로서 유럽연합이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민국가 단위로 한계지어진 시민의 연대감이 연장되어, 유럽시민사회에 세계주의적 연대감이 형성되어야 한다. 하버마스에게 있어서 시민적 연대(civic solidarity)는 의사소통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정당화되는 합의의 가능성 없이는 연대성의 정의에 전( 前 )-정치 적 가치 또는 주관적 감정이 개입할 여지가 높으며, 따라서 연대성과 사회적 유대 는 의사소통의 구조적 기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51) 유럽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쟁점들에 대한 토론이 동시적으로 일어나면서 국민국가에 한정지어진 시민적 연대 는 유럽연합의 모든 시민들을 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장되어, 스웨덴인과 포 르투갈인들이 서로를 위해 함께 행동할 수 있게(stand by one another) 되는 것이 다. 52) 곧, 하버마스는 유럽헌법이 유럽통합에 대한 유럽사회의 민주적 토론을 촉진 48) J. Habermas, On Law and Disagreement: Some Comments on Interpretative Pluralism, Ratio Juris, Vol. 16, Iss. 2, 2003, p. 193. 49) J. Habermas, Bringing the Integration of Citizens into Line with the Integration of States, p. 488. 50) 김남국, 유럽통합과 민주주의의 결여, 292쪽. 51) G. Borradori, Reconstructing Terrorism Habermas, p. 62. 52) J. Habermas, The European Nation-State and the Pressures of Globalization, p. 57.
34 第 26 卷 第 2 號 (2014.06) 시킬 것이며, 53) 이러한 대화절차에서 다양한 관점이 교환되는 과정을 통해 유럽시 민들 간의 연대감이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오늘날의 유럽사회에서 이러한 유럽시민들 간의 연대감은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버마스는 이러한 연대감이 단숨에 형성되는 것이 아 니라 일련의 학습의 과정 (learning process)을 통해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국민국가가 형성되어 온 역사적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유럽사회 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국민국가의 형태는 19세기에 이르러 형성되기 시작하 였으며, 54) 이러한 국민국가의 시민적 연대감은 사회통합으로 나아가는 점진적인 학습의 과정 속에서 형성되어 왔다고 분석한다. 그는 동일한 문화, 언어, 민족에 바탕을 두고 형성된 국민국가가 동질적인 연대감을 형성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유럽시민성과 유럽시민들 간의 연대감 역시 유럽통합의 과정 속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되어갈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하버마스는 유럽시민으로서의 연대감 및 소속감, 그리고 유럽공론장의 형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된 역사적 사건으로 미국의 대외 정책에 대한 유럽사 회의 강한 거부가 표출되었던 유럽시민운동을 제시한다. 2003년 2월 15일 런던, 로마,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베를린, 파리와 같은 대표적인 유럽 도시들에서 이라 크 전쟁에 반대하는 유럽시민들의 대규모 반전시위 55) 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 다. 56) 하버마스는 유럽의 목소리가 하나로 결집되었던 이 역사적 사건이 개별 국 가의 이익을 넘어서 보편주의적 이상을 옹호하는 유럽시민들의 결집이었다는 데에 서 의의를 발견한다. 57) 따라서 하버마스는 제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가장 대규모 로 일어난 이 사건이 유럽공론장의 탄생 (the birth of a European public sphere)을 알리는 신호였다고 평가한다. 58) 53) J. Habermas, Why Europe Needs a Constitution, p. 16. 54) J. Habermas, Beyond the Nation-State?, p. 33. 55) 반면 2003년 2월 15일의 반전시위는 전 세계 거의 모든 대륙에서, 이스탄불, 카이로, 서울, 도쿄, 모스크바, 상파울루, 시드니 등 수백 개의 도시들에서도 일어났다는 점에서 유럽공론장의 탄생 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다(I. M. Young, De-centering the Project of Global Democracy, Old Europe, New Europe, Core Europe(D. Levy, M. Pensky, J. Torpey(eds.)), Verso, 2005, p. 154). 56) J. Habermas & J. Derrida, February 15, or, What Binds Europeans Together, p. 4. 57) J. Habermas, Letter to American, The Nation, December 16, 2002. 58) J. Habermas & J. Derrida, February 15, or, What Binds Europeans Together, p. 4.
유럽사회의 정치적 통합에서 유럽헌법의 의미 35 4. 유럽통합 과정에서 핵심유럽의 역할 2003년 2월 15일 유럽시민들의 자발적인 사회운동은 2003년 1월 30일 영국과 스페인을 포함한 유럽연합 회원국 8개국이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 였던 8개국 서신 에 대반 반발로 일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9) 같은 해 5월 31 일 하버마스와 데리다(Derrida)를 포함한 6명의 유럽의 철학자와 지성인들은 7개의 유럽 신문에 개별적인 논설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60) 이때 하버마스는 데리다와 공 동으로 발표한 성명서(manifesto)에서, 61) 유럽사회가 미국정부의 일방주의적 헤게모 니에 반대하는 공동의 외교정책을 제시해야 하며, 이를 계기로 유럽공론장의 형성 과 유럽의 정치적 통합을 이끌어 국제적 지평의 상호협력을 촉진시킬 원동력이 되 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62) 이들은 특히 유럽 공동의 외교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 독일과 프랑스와 같은 핵 심유럽국(core European nations)들이 선두주자가 되어야 할 필요성을 피력하였다. 핵심유럽(core Europe; Kerneuropa)은 유럽경제공동체의 6개 창립회원국들이 자신 들의 역할을 재확인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이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중유럽 및 동유럽 국가들은 최근 자신들이 획득한 주권에 한계를 지울 준비가 아직 되어 있 지 않으며, 63) 이에 비해 핵심유럽국들은 유럽연합에 국가로서의 속성을 부여할 준 비가 충분히 되어있다고 평가한다. 64) 따라서 하버마스는 독일과 프랑스와 같은 유 럽국가들이 핵심 (core) 유럽을 형성하여 유럽연합에 연방국가와 같은 속성을 부여 하는 데 앞장설 것을 요청한다. 구체적으로 2000년 12월 유럽헌법초안이 구상되었 던 니스(Nice)에서 결의된 강화된 협력 (strengthened cooperation)에 따라 핵심유럽 국들이 공동의 외교정책, 사회보장정책, 안보정책을 위한 적절한 단계를 밟아 나가 면서 유럽통합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어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65) 이러한 단계 적 과정은 중심(centre)에서 먼저 시작되어야 하며, 66) 공통의 정책을 발전시켜 나 59) 강미란, 위르겐 하버마스가 본 세계화 시대의 세계시민사회, 7쪽. 60) L. Thomassen(ed.), The Derrida-Habermas Reader,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6, p. 270. 61) 데리다는 이 성명서를 공동으로 집필하지는 못했으나, 국제법 제도의 미래, 유럽중심주의를 넘 어서는 유럽의 새로운 정치적 책임과 같은 기본적인 전제와 관점에 있어서 하버마스의 입장과 일치한다는 점을 밝히고 공저로 발표하게 되었다(J. Habermas & J. Derrida, February 15, or, What Binds Europeans Together, p. 3). 62) L. Thomassen(ed.), The Derrida-Habermas Reader, p. 270. 63) J. Habermas & J. Derrida, February 15, or, What Binds Europeans Together, p. 5. 64) J. Habermas & J. Derrida, February 15, or, What Binds Europeans Together, p. 5. 65) J. Habermas & J. Derrida, February 15, or, What Binds Europeans Together, pp.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