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st IFES-APRC INTERNATIONAL CONFERENCE November 2-3, 2009, Moscow 북한 핵문제와 북한 중국관계: 변화와 지속 The China- North Korea relations and the Nuclear Issue in Korean Peninsula 문흥호(한양대 국제학대학원) Ⅰ. 서론 장쩌민( 江 澤 民 ) 집권 후반 중국은 도광양회 ( 韜 光 養 晦 )로 상징되던 기존의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대외전략 기조를 전환하여 화평굴기 ( 和 平 崛 起 ), 유소작위 ( 有 所 作 爲 )로 표현되는 보다 공세적인 대외전략을 표방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이러한 전략적 조정은 개혁개방의 성과에 따른 소위 종합국력 의 대대적인 신장을 대외적 영향력 확대로 연계시키려는 자신감의 발로였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와 주변국의 대 중 견제 심리를 자극했다. 따라서 중국은 부상, 팽창 의 부정적, 도전적 의미로 전달되기 쉬운 화평굴기 보다는 화평발전 ( 和 平 發 展 )을 강조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후진타오( 胡 錦 濤 )의 권력 승계가 마무리된 2003년 이후에는 갈등보다는 화합, 대립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는 화 자 위 선 ( 和 字 爲 先 ), 화 해 세 계 ( 和 諧 世 界 )를 대외전략의 전면에 내세웠다. 1 1 물론 중국의 이러한 화해외교 를 중국이 자국의 부상과 위협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계심을 완화하는 동시에 보다 책임감 있는 이해 상관자 (responsible stakeholder)로 인식시키기 위해 마치 강한 주먹을 부드러운 벨벳으로 감싸는(velvet-glove approach) 전략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David M. Lampton, The Faces of Chinese Power, Foreign Affairs. Vol 86, No. 1(January 〳 February 2007), pp. 118-120 참조. 177
중국의 이러한 대외전략 변화는 어느 특정 국가, 지역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강대국관계, 한반도를 위시한 주변국관계 등 전반적인 국제정세와 함께 대내적인 국면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특히 후진타오 집권 이후 중국은 기존의 성장 일변도 정책을 지양하고 안정, 분배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국가전략은 곧 과학적발전관 ( 科 學 的 發 展 觀 )과 사회주의화해론 ( 社 會 主 義 和 諧 論 )으로 집약되었다. 결국 이러한 대내적 차원의 국가 대전략 (grand strategy)의 조정은 대외전략 기조의 변화를 야기했고 현 단계 중국의 대외정책은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2 한편 중국의 대내외 전략과 정책의 변화과정은 국가, 지역별 정책의 변화를 불가피하게 하며 그중에서도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는 중국의 이러한 정책변화가 매우 민감하게 투영되는 대상이다. 즉 중국의 한반도정책은 비록 중국이 추구하는 대외전략의 핵심적인 부분은 아니더라도 정치 경제 안보적 측면에서 그들의 대외전략 변화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부분이다. 특히 중국의 대 북한 인식과 정책은 보다 높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대외전략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판단 기준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5월 25일 제2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에 대한 중국의 강경한 대응 조치는 중국의 전략적 변화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3 즉 중국은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중요 강대국과의 전략적 협력, 호혜와 국제사회의 평화, 안정을 최상위의 전략 기조로 유지하고 있으며 북 중관계의 특수성 역시 더 이상 이를 벗어나기 어렵다. 2 중국의 이러한 국가대전략의 조정과 그에 따른 대외전략 기조의 변화는 2009 년 3 월 5 일 제 11 기 2 차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정부공작보고 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원자바오( 溫 家 寶 ) 총리는 중국은 和 平 發 展 合 作 을 기치로 和 平 發 展, 和 平 外 交, 互 利 共 贏 (윈-윈)의 정책을 견지할 것 을 강조했다. 人 民 日 報, 2009. 3. 6 참조. 3 중국정부는 핵실험 직후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또 다시 핵실험을 실시한 것을 결사 반대( 堅 決 反 對 )한다 (http://www.fmprc.gov.cn/chn/gxh/tyb.<검색일: 2009.6.1>)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 불쾌함을 표명하는 동시에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에 적극 동참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은 2009 년 5 월 29 일의 외무성 담화를 통해 위성 발사가 주권 국가의 자주적 권리라고 말해 놓고 정작 위성이 발사된 후에는 유엔에서 규탄 책동을 벌이고 있다 는 점을 강조하고 심지어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아부, 추종하는 세력 임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노동신문, 2009. 5. 29; 엄태암, 2 차 북한 핵실험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 동북아정세분석 (2009. 6), 한국국방연구원, 2 쪽. 178
본 논문은 바로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후진타오 집권 이후 중국의 대 북한 인식과 그러한 인식의 연장선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북정책을 심층적으로 분석 전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첫째, 북 중관계의 기본 구조와 특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는 1992년 한 중수교 이후 북 중관계가 갖고 있는 특수성 의 변화와 지속의 측면을 검토하는 것이다. 둘째, 후진타오체제의 대북한 인식과 정책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는 후진타오를 중심으로 한 제4세대 지도부가 중국의 전반적인 정치과정을 전면적으로 장악한 이후 이들이 갖고 있는 대 북한 인식과 정책 기조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현 단계 북 중관계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북 중관계의 향후 변화 방향을 다각적으로 분석 전망하고자 한다. 특히 세계적 차원의 금융위기와 경제 불황 및 미국의 오바마(Barack Obama) 신정부 출범에 따른 중 미관계 변화 가능성, 중국의 제5세대 지도부의 정치적 기능 증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북한의 정치 경제적 위기 심화, 제2차 핵실험 강행 등 북한의 강경한 대외정책 추진, 한 중관계의 질적 변화 조짐 등 새로운 대내외 환경과의 연계 하에서 북 중관계를 중장기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특히 2009년 10월 초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과 한 중 일 북경 정상회담, 북 미 양자회담 재개 움직임 등에 따른 북한 핵문제 및 북 중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전망하고자 한다. Ⅱ. 북 중관계의 구조적 특성 1. 정치, 이념적 유대의 퇴색 북한과 중국의 이념적 유대는 초기 공산주의 운동 및 혁명 과정, 한국전쟁을 통하여 맺어진 소위 혈맹 으로 상징되어 왔으며 이는 북 중 수교 이후 양국관계 전반을 규정했다. 그러나 사회주의 이념과 혁명경험의 공유, 인적 유대에 기반한 북 중간의 혈맹 관계는 한 중수교 이후 급격히 약화되기 시작했다. 즉 양국의 전통적 우호관계는 그 기반이 깊고 튼튼하여 결코 훼손될 수 없다 는 공식적 179
표현에도 불구하고 그 내면은 급격하게 퇴색되었다. 4 특히 중국은 최근 북한의 의도와 무관하게 북 중관계를 설명하는 각종 문건에서 혈맹 이라는 표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 5 북 중관계의 이념적 요인의 약화와 현실적 요인의 증대는 북한보다는 주로 중국 측의 정책 변화에 기인하며 이러한 변화의 배경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추진하는 대내외정책의 급속한 탈이념화를 지적할 수 있다. 특히 1992년 10월 중국공산당 제14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사회주의시장경제체제 확립을 최고의 국책으로 설정하면서 소위 개혁개방정책의 사회주의 성격, 자본주의 성격에 대한 성사성자 ( 姓 社 姓 資 ) 논쟁은 일단락되었으며 대외정책 기조 역시 이념적 색채를 더욱 희석시켰다. 이는 중국이 1989년의 6.4 천안문 사건, 소련과 사회주의권 붕괴 등 대내외적 위기를 극복하고 한 차원 높은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대내적 기반을 정비한 것이며 중국의 이러한 변신은 가뜩이나 한 중수교로 최대 위기를 맞았던 북 중관계를 더욱 냉각시켰다. 6 둘째, 혁명 1세대 원로간부들을 중심으로 한 북 중간 인적 유대의 소실 또한 중국의 탈이념화에 따른 관계약화를 가중시켰다. 즉 이념적으로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있던 원로 혁명 간부들의 부재는 이념적 괴리를 만회하거나 적어도 관계약화의 속도를 조절해 줄 수 있는 정치적, 인적 통로마저 소멸시켰다. 특히 중국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직후 김정일 위원장의 권력 승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했지만 7 내면적으로는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부자 세습 에 대한 4 예를 들어 2005 년 10 월 8 일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의 우이( 吳 儀 ) 부총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조 중간의 전통적 우호관계는 선배 지도자들이 구축한 것으로 그 기반이 깊고 튼튼하여 절대 훼손될 수 없다 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는 김 위원장의 자기 희망적 진단이라고 할 수 있다. 人 民 日 報, 2005. 10. 9 참조. 5 물론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시진핑( 習 近 平 )이 2008 년 6 월 북한 방문과정에서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 과정중 북 중관계를 피로써 얽혀진 관계 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것이 북 중관계의 혈맹 복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이희옥, 최근 북 중관계의 변화와 발전, 북 중관계: 구조와 이슈,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동아시아지역연구소, 2008.9), 32 쪽 참조. 6 북한은 옛 친구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중국의 거듭된 설득과 양해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시장화개혁이 자본주의에 대한 잘못된 환상 내지는 경제만능주의에 기인하며, 한ㆍ중 수교 역시 그러한 정책적 오류의 연장선에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문흥호, 중국의 대외전략과 한반도 (서울: 율력, 2006), 106 쪽 참조. 7 당시 중국은 중국공산당 국무원 전국인대( 全 國 人 大 ) 대표의 명의로 보낸 조문에서 북한 인민은 김일성 주석의 뜻을 이어 김정일을 수반으로 하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를 중심으로 굳게 뭉쳐야 하고, 한반도 180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으며 이 역시 북 중 지도부간의 이념적 유대를 크게 저하시킨 요인이다. 셋째, 중국 신세대 지도부들의 실용적 태도와 북한 지도부에 대한 무관심 내지는 무시에 따른 양국간 실무 차원의 소통 약화를 지적할 수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지도부의 의식과 정책결정 및 각종 업무 처리 방식은 가히 놀라운 변화를 거듭하여 왔다. 즉 장쩌민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제3세대 지도부는 이미 좌경 과 우경 에 대한 당내 논란을 정리했고, 8 후진타오를 중심으로 한 제4세대 지도부하에서는 대내외정책에서의 실리, 실용적 측면을 배가시켰다. 더욱이 2007년의 중국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를 계기로 부상하고 있는 시진핑, 리커창( 李 克 强 ) 등 5세대 지도부의 탈이념적 성향과 국가이익을 철저히 고려하는 정책결정 행태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이는 결국 북한의 비정상적인 리더십과 정치과정에 대한 이들의 불만과 회의, 더 나아가 정책변화를 불가피하게 할 것이다. 9 2. 기대와 불신, 협력과 갈등의 공존 북 중간의 상호 신뢰, 기대와 불신의 공존은 양국관계를 규정하는 또 다른 구조적 특성이다. 물론 양국간의 상호불신이 전적으로 한 중수교 이후에 형성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 정치, 이념적 유대가 퇴색하면서 더욱 증대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우선 북한은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정상화를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하여야 하며, 양국간의 우호관계는 지속될 것 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人 民 日 報, 1994. 7. 10 참조. 8 중국공산당 제 14 차 전국대표대회에서 행한 정치공작보고에서 장쩌민은 하나의 중심 (경제건설)과 두개의 기본점 (4 개 기본원칙, 개혁개방)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당이 좌 와 우 를 함부로 거론하지 말고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더 나아가 좌 와 우 모두가 사회주의를 매장시킬 위험이 있지만 문화대혁명과 같은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우 를 경계하는 것보다 좌 를 방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장쩌민의 이러한 지적은 당시 당내 보수파를 중심으로 우 경향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中 共 中 央 文 獻 硏 究 室, 十 四 大 以 來 - 重 要 文 獻 先 編 ( 上 ), ( 北 京 : 人 民 出 版 社, 1995), p. 14~15 참조. 9 이와 관련 이동률은 중국에게 있어 전통적인 혈맹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북한 요인 은 그 기능이 약화되고 역내 강대국 및 한국과의 관계에서 영향력 증대를 염두에 둔 전략적 지렛대로서의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동률, 중국의 북한에 대한 인식과 전략: 주요 현안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브리프,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제 3 권 제 4 호(2008.11), p. 101 참조. 181
구체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극도의 배신감을 느꼈으며 북한의 이러한 불만은 가뜩이나 한ㆍ소 수교, 소련ㆍ동구 사회주의권의 해체, 국제사회로부터의 직간접적 압력 등으로 대내외적 위기에 봉착한 상황 하에서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결국 북한으로 하여금 제국주의자들과의 협력ㆍ원조에 기대지 않는 우리식 사회주의 10 를 보다 강조하게 하였지만 당시 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만은 한 소 수교시 소련에 대한 비난에 비해 매우 절제된 형태로 표출되었다. 이는 북한이 중국에 대해 감정적으로 심한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자신들의 대내외적 곤경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중국밖에 없다는 현실적 기대에서 노골적인 비난을 자제한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기대와 불신의 교차, 공존은 최근의 북 중관계에서도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곧 북 중관계의 특성인 이중구조의 핵심적 부분이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초 북한 핵문제가 부상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를 둘러싼 북한과 중국의 입장은 상호 기대와 불신, 협력과 갈등이 지속적으로 병존하는 전형적 형태를 보이고 있다. 즉 중국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의 핵개발은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저해하며 따라서 대화 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주장은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체제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을 누구보다도 이해하고 지원해 주어야 할 중국이 한반도 평화 안정이라는 구실과 북한의 체제 보장, 평화적 해결을 조건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불만은 결국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중국의 태도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정도까지 고조되었다. 11 실제로 중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과정에서 단순한 중재자 차원을 넘어 자국의 역할과 비중을 극대화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소위 책임지는 대국 (responsible great power)의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했다. 더 나아가 중국은 북한체제의 존속을 전제로 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 실현을 자국의 21세기 대외 전략 추진의 유용한 에너지로 활용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두고 많은 중국전문가들은 중국이 10 김정일, 사회주의는 과학이다, 노동신문, 1994. 11. 4 참조. 11 김정일 위원장은 2005 년 정동영 당시 통일부장관의 방북 과정에서 중국이 대만문제와 북한 핵문제에 있어서 어부지리를 취하고 있다 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희옥, 최근 북 중관계의 변화와 발전, 북 중관계: 구조와 이슈, p. 32 참조. 182
미국과 남북한을 오가는 은밀한 외교적 중재(diplomatic conduits)를 즐기고 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는데 이는 김정일 위원장의 불만과 유사한 맥락이다. 12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의 이러한 전략적 의도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중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밖에 없었으나 2005년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불법 자금세탁, 위조 달러 유통을 방조했다는 혐의를 들어 마카오의 BDA (Banco Delta Asia)은행을 자 금 세 탁 요주의 대상 (primary money-laundering concern)으로 지정하자 중국이 마카오 특별행정구 정부로 하여금 북한의 관련 계좌를 동결시키는 등 비우호적인 태도를 취하자 북한은 중국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명하는 동시에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유효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 결국 북 중관계의 냉각과 상호불신은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최고조에 달했으며 당시 중국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한데 대해 전례없는 강한 표현을 하면서까지 북한을 비난했다. 13 사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하자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의지 와 능력 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크게 실추되고 6자회담 자체가 와해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에서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14 한편 2009년 5월 25일 북한의 제2차 핵실험은 북 중간의 불신과 갈등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즉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은 중국의 핵개발 결사 반대 입장을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특히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이들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여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입장에 아부, 추종하고 있다는 강경한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북한이 중국, 러시아가 자신들의 핵개발에 전혀 긍정적인 지원 세력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 12 문흥호, 앞의 책, p. 121 참조 13 당시 중국의 공식 입장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悍 然 )핵실험을 강행한 것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는 것이었으며 결국 중국은 2006 년 10 월 14 일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제재 내용을 명시한 유엔안보리 1718 호 결의안에 찬성했다. 人 民 日 報, 2006.10. 9 참조. 14 1 차 핵실험을 전후로 한 북 중간의 갈등은 한중수교 이후 심화되어 온 상호불신의 연장선에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북한의 입장에서 중국이 북 미관계 개선에 대한 아무런 배려없이 한국과 수교를 한 것은 중국이 불량 후원자 (bad patron)가 된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핵실험을 포함한 일련의 핵개발 과정을 통하여 자신들이 더 이상 20 세기 초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 이전의 보호국 이 아니라는 점을 중국에 인식시키려는 의도를 갖게 되었다. Jayshree Bajoria, "The China-North Korea Relationship," Backgrounder,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June 18, 2008, p. 3 참조. 183
연장선에서 중국 등이 북한의 소위 자위적 핵개발에 제동을 걸 수 없음을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하는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입장과 비난에 대해 중국은 정면으로 반박하기 보다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5 사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불만과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큰 범위의 국익을 고려할 때 국제적 분위기를 외면한 북한의 일방적인 처사를 더 이상 두둔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을 전후하여 북 중간 불신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경색 국면 타파에 대한 기대와 현실적 필요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양국간 협력이 불가피하며 이는 곧 북 중관계의 구조적 특성이다. 실제로 2007년 BDA 의 대북 송금 재개, 미국의 대북 압박 완화,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등도 북 중간의 물밑 접촉과 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더욱이 2008년 이후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확산되고 국제사회에 북한의 체제 붕괴, 급변 사태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는 미우나 고우나 중국에게 결정적인 바람막이 역할을 기대할 수 밖에 없었고 중국 역시 다목적의 전략적 유용성을 가진 북한이 자국의 국가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상황을 무조건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심화된 북 중간 갈등도 양국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현 단계의 북 중관계는 기존의 정치, 이념적 유대의 공백을 전략적 이해관계가 보충하고 있지만 이는 부분적일 수밖에 없고 더욱이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갖는 유동성, 다면성으로 인해 양국간의 협력이 제한적이고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북한 핵문제가 국제사회의 민감한 안보 현안으로 확산되면서 북 중관계가 양국만의 고유한 영역이 축소되고 다국간의 복합적 관계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는 기대와 불신, 갈등과 협력의 기복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15 예를 들어 중국은 핵 실험 당일인 2009 년 5 월 25 일 왕광야( 王 光 亞 ) 외교부 부부장이 최진수 주중 북한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강력히 항의했고 26 일에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하여 확고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한 시진핑 국가 부주석은 27 일 한국의 이상희 국방부장관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북한의 핵 실험은 중국이 표방하는 원칙과 국가 이익에 위배된다 는 점을 강조했으며 6 월 2 일에는 한국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가입 취지를 이해한다 는 외교부 성명을 발표했다. 人 民 日 報, 2009. 5. 28; 人 民 日 報, 2009. 5. 29; http: www.fmprc.gov.cn chn pds wjdt gjldrhd t565017.htm <검색일: 2009.6.4> 184
Ⅲ. 후진타오체제의 대 북한 정책 기조 1. 북한체제의 존속과 분단의 안정적 관리 후진타오체제가 추진하고 있는 대 북한정책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북한체제의 존속과 이를 통한 남북한 분단체제의 안정적 관리로 규정할 수 있다. 물론 북한체제의 존속 필요성과 이를 위해 중국이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의 최대치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을 가능성은 다분하지만 적어도 현 단계에서 중국이 북한체제의 존속을 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최근 중국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북한의 전략적 가치 내지는 유용성과 관련하여 북한을 여전히 중국의 안보에 매우 중요한 완충지대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전략적으로 무용할 뿐만 아니라 중국에 부담스러운 존재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적어도 아직까지는 북 중관계의 특수성과 전략적 유용성을 인정하는 의견이 보다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북한의 비정상적인 행태에 대해 불만을 갖고 그러한 북한이 중국의 중요 국가이익을 해친다고 주장하는 소위 부담론자 들도 북한체제 자체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은 현대 군사전력의 획기적인 변화와 함께 주한 미군의 재배치, 전략적 유연성이 강화되고 있는 안보 환경 하에서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저하되었으며 따라서 북 중관계를 구태의연한 순망치한 ( 脣 亡 齒 寒 )의 관계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6 16 통일연구원 전병곤 박사는 중국 내의 다양한 논의와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북 중간 당 정 군( 黨 政 軍 ) 관계에 대한 입체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한다. 첫째, 탈 냉전기 북 중 당 대 당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전통적 우호협력관계이고, 정 대 정의 관계는 갈등을 내포한 협력관계이며, 군 대 군의 관계는 혈맹의 전통이 내재한 우호협력관계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둘째, 중국의 권력구도 특성상 주요 지도자들의 당 정 군 겸직과 당의 지배가 여전히 관철되고 있어서 당 정 군의 대북 인식 및 정책에 대한 입장이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당 정 군의 주요 인사가 함께 참여하는 영도소조( 領 導 小 組 )의 합의에 의해 주요 정책이 결정되기 때문에 중국의 대북정책 역시 당 정 군의 입장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셋째, 결과적으로 현 단계 북 중관계는 공식적으로는 전통적 우호협력관계이지만 실제 정책 추진과정에서는 각자의 국익을 고려한 사안별 협력과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선택적 185
이처럼 북한의 전략적 유용성과 바람직한 북 중관계에 대한 분분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는 기본적으로 북한체제의 존속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부합하는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정책은 다음과 같은 전략적 고려 하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첫째, 북 중관계의 변화와 갈등에도 불구하고 양국간의 기본적인 기대와 신뢰, 상호 의존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여전히 중국에게 유용한 전략적 가치를 제공한다. 둘째,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적 곤경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적절한 대내외적 지원을 통해서 존속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대 남한, 미국, 일본 혹은 국제사회와 관련된 북한카드 의 실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셋째, 현 단계에서 남북한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초래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국이 이를 주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더욱이 한반도의 평화 안정 기조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중국은 북한체제의 존속과 남북한 세력균형, 한반도의 평화 안정이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북한이 최소한의 대내외적 자생력을 확보하도록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 이는 현 단계에서 가능성이 높지 않은 남북한 통일보다는 분단의 안정적 관리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후진타오체제의 대 북한정책의 핵심이다. 2.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 후진타오체제가 출범한 2002년 후반기는 공교롭게도 제2차 북한 핵문제가 국제사회의 민감한 현안으로 본격 부상한 시점이다. 따라서 후진타오 집권 초기부터 북한 핵문제관련 정책은 대 북한정책의 중요한 부분을 점하고 있으며 그 핵심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이다. 물론 후진타오 집권기 중국의 북한 핵문제 관련 정책은 장쩌민 집권기부터 중국이 주창해왔던 북 핵 3원칙 즉 한반도 평화 안정, 평화적 해결, 한반도 비핵화를 근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제1차 북한 핵문제가 발생했던 당시에 비해 북한의 핵개발 및 보유 가능성이 보다 구체화되고 부시정부 출범 이후 협력관계, 즉 보편적 국가관계로 완전히 전이되지 않은 채 사회주의 전통관계가 내재해 있는 과도기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 전병곤, 왕자루이 방북을 계기로 본 북한과 중국의 당 정 군 관계 Online Series CO 2009-19 (통일연구원) 참조. 186
미국의 대 북한정책이 강경 일변도로 전환되면서 중국은 3자회담, 6자회담의 주선, 북한에 대한 설득과 압력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정책을 구사해왔다. 우선 중국은 과거에 비해 한반도의 평화 안정 유지를 북한 핵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강조하고 있는 데 이는 핵문제의 확산과 한반도 주변정세의 긴장이 자신들이 한반도정책의 최우선적인 목표로 설정한 한반도 평화 안정 유지에 근본적으로 위배된다는 인식과 함께 제2차 북한 핵문제가 과거에 비해 북한의 핵 개발 진척 상황, 북한의 공세적 태도, 미국의 강경정책 등의 측면에서 한반도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 보유 이후 북한체제의 정권 안보, 한반도 정세 및 일본, 대만 등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의 핵개발 의도 증대, 그리고 그러한 상황이 자국의 정치 안보상황은 물론 소위 전면적 소강사회 ( 小 康 社 會 )를 향한 21세기 경제발전 전략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핵개발 강행과 미국의 대 북한 압박, 이로 인한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의 긴장 국면이 결코 자국에 이롭지 않다는 판단 아래 보다 적극적인 개입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그 연장선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함으로써 통해 한반도의 장기적인 평화 안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게 된 것이다. 17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이 주장하는 또 하나의 주요 원칙이며 이는 비단 북한 핵문제에 국한되는 원칙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가 그들의 표현대로 무핵화 ( 無 核 化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주장에는 북한 핵문제의 해결과 함께 남한의 핵무기 개발 혹은 배치 가능성을 억제함으로써 북한의 체제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동시에 자국의 정치 안보와 직결된 접경지역이 핵무장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전략적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는 군부를 중심으로 북한이 핵을 보유할 경우 17 후진타오 집권 초기 중국의 이러한 입장은 2003 년 8 월 27 일 북경에서 개최된 북한 핵문제 관련 6 자 회담에서도 잘 나타났다. 즉 당시 중국의 수석 대표였던 왕이( 王 毅 ) 외교부 부부장은 개막 연설을 통해 북경 6 자회담이 4 월의 북경 3 자회담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는 확대회의 성격을 갖는 동시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물론 평화체제 실현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人 民 日 報, 2003. 8. 28; China Daily, August 28, 2003 참조. 187
중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 핵을 보유한 4개국과 국경을 접하게 된다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우려의 연장선에서 최근 중국 내 일부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은 핵을 보유한 북한이 장기적 측면에서 중국과 동아시아 지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더 나아가 북한 혹은 통일한국과 중국의 향후 관계에서 핵 외교 (nuclear weapon diplomacy)가 전개될 수 있다는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18 이러한 분석들은 또한 북한의 핵 개발이 기본적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핵무기가 중국에 대한 위협으로도 활용될 수 있고 그 경우 북한의 핵무기는 중국이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특히 국경 분규 등) 매우 복잡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따라서 중국이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19 한편 한반도의 비핵화 필요성에 대한 중국의 주장은 지구적 차원의 핵무기, 핵전력에 대한 그들의 기본 인식과 동일한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한반도 비핵화와 자국의 핵정책을 별개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탈냉전이 세계질서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하에 대 외 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후견자 로서의 군사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핵 추진 잠수함, 항공모함 등을 포함한 핵전력 강화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주장은 철저히 자신들의 안보적 이해에 대한 전략적 판단에 기인한다. 즉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원칙이 단순히 북한 핵문제 해결만이 아닌 한반도의 근본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듯이 중국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 역시 북한의 핵개발 저지에 국한된다기보다 18 Shen Dingli, "North Korea's Strategic Significance to China," China Security, Autumn 2006, pp. 26~27 19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외교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미국 내의 많은 분석가들도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은 중국과의 지나친 종속관계(lop-sided relations with Beijing)의 탈피를 원하며 그러한 차원에서 핵무기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을 협박하는 카드(trump card to intimidate China as much as the United States)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Dick K. Nanto, Emma Chanlett-Avery, "The North Korean Economy: Leverage and Policy Analysis," CRS Report for Congress,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March 4, 2008, pp. 41. 188
미국과 남한, 일본, 대만 등을 의식한 한반도 및 동아시아전역의 비핵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20 한편 대화에 의한 평화적 해결 역시 중국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내세우는 중요한 원칙의 하나이다. 사실 중국은 부시 미행정부가 클린턴(Bill Clinton) 전임 정부의 대 북한정책을 전혀 승계하지 않고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취하자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는 동시에 자국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결국 자신들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통해 관련 당사국간의 대화와 협상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21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은 단순한 중재자 역할에서 더 나아가 대화 협상 과정을 주도하고 이를 자국의 국제적 이미지 개선 및 영향력 확대 계기로 삼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2003년 봄 전국적으로 급 성 호 흡 기 증후군 (SARS)이 확산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북 미 중의 베이징 3자회담을 성사시켰고 이를 시작으로 6자회담 및 다양한 방식의 공식, 비공식 접촉과 회담을 주도해왔다. 이는 장쩌민에 비해 후진타오 집권기에 북한 핵문제가 실제적인 위협 요인으로 부각되었던 만큼 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중국의 중재 역할이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6자회담이 북한의 거부로 장기간 중단되는 등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관련국들이 해결사 로서의 중국의 의지 와 능력 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의문의 핵심은 과연 중국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있는지 그리고 그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수단과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중국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부정하기 어렵지만 능력과 수단이 불충분했던 것은 사실이며 그 근거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중국의 대 북한 영향력이 그대로 핵문제 해결 능력으로 전환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최근 대 북한 영향력 자체가 계속 감소하여 왔다. 둘째, 중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20 바로 이러한 점은 중국이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해 극도의 불만을 표출하는 이유다. 사실 중국 내 일부 국제정치학자들은 북한이 중국의 중단 권유를 무시하고 핵 실험을 강행한 것은 마치 북한이 중국의 뺨을 때린 것과 같으며 중국 정부는 이미 북한의 김정일체제가 국제사회에 편입하기 위해 현명한 정책결정을 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환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Zhu Feng, "Shifting Tides: China and North Korea," China Security, Autumn 2006, pp. 39~41. 21 사실 중국은 부시정부가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 차원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고 북한정권을 악의 축, 불량 국가 등으로 명명하면서 북 미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미국의 대 북한 무력 공격으로 인한 한반도 내 무력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한반도정책 기조가 무너지고 결과적으로 대 한반도 영향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189
북한을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핵문제 해결도 안 되고 대 북한 영향력마저 상실함으로써 중 미, 중 일, 한 중관계, 대만문제 등에서 유리한 입지를 상실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기가 어려웠다. 22 이처럼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중국의 의지는 분명하나 해결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며 그 한계의 저변에는 대 북한 영향력 행사의 제약과 함께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과 한국, 미국, 일본 등 기타 관련 국가 간의 근본적인 인식 차이가 내포되어 있다. 23 3.북한의 개혁개방과 국제사회 진출 북한의 개혁개방과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의 복귀는 후진타오체제가 추진하는 대 북한정책의 궁극적 목표이다. 이는 중국이 주변국과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소위 三 隣 政 策 즉 睦 隣 (선린관계 유지), 安 隣 (주변정세의 안정 유지), 富 隣 (주변국들과의 공동 발전 추구) 중에서 마지막 부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후진타오 집권 이후 북한의 개혁개방과 경제적 자생력 증대, 북 미관계 개선 등을 통한 국제사회의 진출을 직간접적으로 설득하여 왔다. 즉 중국은 에너지, 식량, 비료 등 일부 전략물자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면서도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북한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경제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후진타오 주석은 2005년 10월 방북 과정에서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만찬 연설 등에서 구체적인 통계 수치까지 인용하면서 중국이 개혁개방을 통해 어떻게 국력과 인민의 생활수준을 대폭 향상시켰는지를 22 Robert Sutter, "China's Foreign policy toward North Korea - US Perspective," International Journal of Korean Studies, Fall 2007, Vol., No. 2, pp. 171, 177. 23 미국 CSIS(The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Bonnie S. Glaser 는 그동안 중국이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압력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북한의 HEU(highly enriched uranium) 생산에 대한 미국의 비난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고 둘째,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카드화하여 미국의 양보를 얻고자 한다는 차원에서 북 미 양자간 협상을 통한 해결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으며 셋째, 부시(George W. Bush) 정부의 북한에 대한 경멸(disdain)은 중국의 관리, 분석가들로 하여금 미국의 핵심 정책 목표가 군사적 수단을 포함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김정일을 축출(depose)하는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Bonnie S. Glaser, "North Korea: The Beginning of a China- U.S. Partnership," The Washington Quarterly, Summer 2008, p167. 190
상세하게 소개했다. 이는 거의 전례가 없는 것이며 북한 지도부에 대해 개혁개방의 불가피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사실 후진타오 집권기 중국의 대 북한 경제지원은 규모와 방식의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이는 곧 중국이 지원 일변도의 수혈( 輸 血 )정책을 줄여가고, 북한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혈( 造 血 ) 위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중국이 북 중 경제관계에서 점차 현실적인 이해득실에 대한 고려를 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북 중간 경제관계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무역의 경우 2008년 말 현재 27억 달러를 상회했으며 최근에는 북한이 단동( 丹 東 )에 선양 주재 북한영사관 분소를 설치하여 양국의 경제교류 확대를 도모하는 한편 2009년 10월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 과정에서는 단동과 신의주를 잇는 제2 압록강 대교를 중국측의 전액 부담으로 건설한다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24 물론 북한의 개혁개방과 관련된 중국의 정책은 매우 신중하고 간접적인 권유를 통하여 북한 최고지도부에게 개혁개방의 불가피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매우 점진적인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이 과연 북한의 개혁개방을 진정 바라는 것인지, 특히 2002년 9월 북한이 신의주 특별행정구 장관으로 임명한 네델란드 국적 중국인 양빈( 楊 斌 )을 경제사범으로 전격 구속하자 중국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원할 의도가 있는지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신의주 경제특구 건설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북한이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는 개혁개방의 본격 추진을 위한 선결조건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개혁 개방과 자생력 확보, 남북한 세력 24 2008 년 말 현재 중국의 대북 수출은 20 억 3 천 3 백만 달러, 수입은 7 억 5 천 4 백만 달러로서 전년 대비 29.6%, 46% 각각 증가하였는데 이러한 역대 최고의 교역량 증가 배경으로는 원유, 식량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남북한교역 정체에 따른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73%) 증가가 지적되고 있다(임강택, 박형중, 2008 년 북 중무역의 주요 특징, 통일연구원 통일정세분석 2009-05(2009.3), 3~4 쪽; 홍익표, 이종운, 북한의 2 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향 및 한국의 대응방안, 오늘의 세계경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Vol.9, No.16, 2009 년 5 월 28 일, 7 쪽). 한편 중국은 이러한 교역량 증대 추세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문제 등과 같은 정치적 요인 때문에 북 중간 경제협력, 특히 보다 높은 차원의 경제합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계속 강조함으로써 북한 지도부의 인식 전환과 정책 변화를 직간접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呂 楚, 中 朝 經 濟 關 係 的 現 狀 與 前 景, 중 북 분야별 협력 현황과 북한의 변화 전망, 통일연구원 핵심국정과제 연구시리즈 08-05(2008. 12), 215~216 쪽 참조. 191
균형 등의 측면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북 미 관계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북한이 서방 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하고 국제사회에 진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무조건적으로 북 미 관계개선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며 자국의 이해관계를 크게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조건부, 제한적 지지의 입장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은 북 미 관계개선이 자신들이 설정한 범위를 벗어나 미국의 대북한 영향력 확대, 중국의 대북 영향력 축소로 발전될 가능성을 내심 우려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은 북 미 관계개선을 통해 북한의 대내외적 입지를 보다 강화시켜 주어야 할 필요성과 이것이 결과적으로 자국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 역시 후진타오체제의 대북정책에서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Ⅳ. 북 중관계의 변화 전망 1. 불안정한 전략적 제휴의 지속 중국과 북한의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양국이 과거의 정치 이념적 유대와 혈맹 으로서의 관계를 복원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인적 이념적 유대의 퇴색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북 중관계가 남 다 른 측면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실 중국은 제2차 북한 핵실험이 있기 이전 최근 들어 소원했던 북한과의 관계를 다소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예를 들어 중국은 차세대 지도자의 선두주자로 부상한 시진핑의 첫 번째 공식 해외 방문 대상을 북한으로 배려했고 2008년 6월 방문과정의 전반적 분위기도 북한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한과 중국은 마침 수교 60주년을 맞는 2009년을 조 중 친선의 해 ( 中 朝 友 好 年 )로 정하는 등 한동안 퇴보를 면치 못하던 양국관계를 추스르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움직임의 연장선에서 중국은 2009년 1월 23일 왕자루이 당 중앙 대외연락부장의 북한 방문을 통하여 김정일 위원장에게 후진타오 주석의 친서를 전달하고 각종 192
교류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함으로써 2008년 8월 이후 계속 제기되었던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북한의 급변 사태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한 대내외적인 의혹을 일축하고 북 중관계의 건실함 을 과시한 바 있다. 25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북한과 중국의 정치 이념적 관계 강화로 해석하기는 어려우며 특히 혈맹의 복원 움직임으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중국이 주도하는 최근의 움직임은 북한의 대내외적 변화 가능성을 고려하여 북 중관계를 보다 안정화시킴으로써 총체적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중국이 북한의 전략적 유용성이 상존한다는 인식하에 이를 유지 보수하는 차원에서 대북관계에 보다 성의를 보였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은 그 동안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진행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객관적 정보 획득, 영향력 행사의 한계를 절감했고 더욱이 북한이 중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2006년 10월 핵 실험을 강행하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중국은 대 북한관계의 총체적 재점검 필요성을 인식했고 그 연장선에 최근의 정책 변화가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북한의 제2차 핵실험은 북한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려던 중국의 입장에 또 한 차례의 변화를 불가피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중국은 북한의 1차 핵실험 강행으로 인해 주펑( 朱 鋒 ) 교수의 표현대로 뺨을 맞았으며 대 북한 영향력의 취약성을 대내외적으로 드러내는 수모를 겪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제2차 핵실험은 중국의 체면을 다시 한번 크게 손상시켰으며 결과적으로 중국이 후진타오를 중심으로 한 당 정 군 지도부들이 직접 나서서 기존의 대북정책과 북 중관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국가차원의 새로운 대북정책 전환을 도모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26 25 후진타오 주석은 왕자루이 부장이 전달한 친서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하는 동시에 중국의 당 정 지도부가 북 중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은 북 중관계는 과거, 현재, 미래가 한결같이 중요하다 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왕 부장은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평화 안정을 지지하며 이를 위해 북한과의 소통을 증진하고 6 자회담이 성과를 얻기를 바란다 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6 자회담과 관련된 중국의 중요한 역할을 고맙게 생각하며,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관련국과의 평화공존,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6 자회담의 진전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 고 강조했다. http: news.xinhuanet.com world 2009-01 23 content_10709454.htm <검색일: 2009.1. 24. 11:00 15> 26 http: www.fmprc.gov.cn chn pds wjdt gjldrhd t565911.htm <검색일: 2009.6.4>; Mark Landler and David E. Sanger, "U.S. Presses China for Tough Response to North Korea", The New York Times, May 28, 2009 참조 193
그렇다면 제2차 북한 핵실험은 북 중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불가피하게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우선 중국은 핵 실험이 국제사회의 원칙과 자제 요구를 무시한 무모한 행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UN 의 제재 절차에 적극 동참하였다. 이는 분명히 중국이 북한 핵실험에 대해 극도의 불쾌감을 갖고 있고 더 나아가 국제사회의 일정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반대하고 제재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곧 북 중관계의 근본적 인 변화를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에 대한 UN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제재의 실 행 보 다 는 북한을 대화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압 력 혹은 유인 으로서의 성격에 중점을 두었다. 즉 중국은 비록 UN 안보리가 대북 제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자신도 동참했지만 여전히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정 기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제재의 실행보다는 북한의 태도 변화 촉구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처럼 중국은 2006년의 제1차 핵실험 이후 소원했던 관계를 만회하고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관련된 북한의 리더십 불안정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북한과의 관계강화를 염두에 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제2차 핵실험이라는 중대한 변수를 만났다. 특히 북 중관계의 전통적인 정치 이념적 고리가 점점 약화되고 김정일 리더십을 포함한 북한의 정치 경제 안보 상황에 매우 회의적인 제5~6세대 중국지도부가 점차 당 정 군의 실무를 장악해가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인 북한과의 관계를 어떠한 수준에서 유지할 것인가는 중국지도부의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결국 북한을 어느 경우에도 무조건 지지해야 할 혈맹이 아닌 전략적 활용 내지는 관리 대상으로 인식하고 동맹 과 일반 관계의 중간적 수준에서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전략적 제휴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정책은 곧 북 중관계 그 자체보다는 중 미관계, 한 중관계, 북 미관계, 중 일관계 등 동아시아의 역학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서 북 중관계를 또 한 차원 변질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2. 김정일 이후의 새로운 북 중관계 모색 194
중국은 기본적으로 2008년 8월 이후 계속 제기되어 온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그로 인한 북한의 권력 공백,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의 위기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전략적 관리 대상으로 인식하는 북한의 정권 변동과 그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정치적 혼란 가능성을 예의주시했던 것은 분명하다. 당시 중국 학계, 외교가를 중심으로 제기되었던 북한관련 비공식적인 입장은 첫째,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으로 인한 북한의 정치적 위기 가능성 자체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았고, 둘째, 김정일 사망과 북한의 체제 붕괴를 동일시하지 않았으며, 셋째,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 북한의 체제 붕괴 가능성이 한국, 일본, 미국 등지에서 의도적으로 확대 해석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중국의 공식적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며, 이를 보다 요약하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상태가 심각하지 않고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을 강조하는 것은 일부 국가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은 2009년 1월 왕자루이 당 중앙 대외연락부장의 방북과 김정일 위원장 면담을 통하여 그동안 제기되었던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과 북한 체제위기 가능성의 상당 부분을 해소시켰다. 이처럼 중국은 그동안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부단히 제기되어 온 북한체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지극히 방어적이고도 신중한 자세를 보였는 데 결과적으로 중국의 이러한 입장이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중국은 북한의 정치적 위기, 특히 김정일 이후 북한의 체제 붕괴 가능성 등에 대해 전략적 고려와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중국내 동아시아, 한반도 전문가들의 대부분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무관하게 조만간 포스트 김정일 체제 의 도래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학 및 국책연구기관의 교수 연구원, 국방 안보부문 종사자, 외교부문의 현역 퇴임 외교관, 언론인 등과의 다양한 전략대화와 접촉을 통해 필자가 취득한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의 체제위기, 소위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단계별 대응 조치를 195
예상하면 다음과 같다. 27 첫째, 유엔의 주도하에 관련국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북한의 위기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주체를 구성하며 이와 관련된 모든 과정은 유엔이 주관한다. 둘째, 유엔의 관할권을 인정하되 현실적으로 한반도문제에 고유한 영향력과 지분을 갖고 있는 중국과 미국이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해 실질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셋째, 기타 관련국들의 소외에 따른 불만을 해소하고 중장기적 차원에서 한반도의 정치 경제적 안정화 과정에 동참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일본, 러시아에 일정한 역할을 부여한다. 넷째, 제한된 범위와 사안에 따라 한국의 역할을 허용하며, 다만 그 역할의 정도는 미국과 한국의 구체적인 정책과 당시 중 미, 한 중, 한 미관계의 우호협력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최근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상태가 비교적 양호하고 일단 정상적 통치가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중국이 소위 비 상계획 (contingency plan)을 더 이상 구체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내부적으로 중장기적 차원에서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적 불안정성을 고려한 다양한 사안별, 조건별 정책 대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특히 김정일 후계체제, 북한 핵문제 변화 추이는 거의 모든 사안에서 주요 변수로 상정될 것이다. 예를 들어 김정일 후계체제와 관련하여 중국은 비핵화된 친중국적, 안정적 정권 을 최상, 핵 보유의 반중국적 불안정 정권 을 최악으로 상정하고 핵 보유의 친중국 정권, 비핵화된 반중국 정권 등의 경우에 대해서도 정권의 안정, 불안정성을 대입하여 자국의 이해관계를 철저히 계산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중국은 김정일 위원장의 권력 승계 및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 대한 승인, 묵인, 협조, 거부 등의 다양한 정책적 선택을 운용하고자 할 것이다. 다만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의 3대 세습 가능성 문제가 보다 구체화된다면 이는 중국이 또 다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즉 중국이 아무리 국가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하더라도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삼대에 걸친 권력 27 2008 년 8 월 이후 필자가 참여했던 중국과의 각종 비공개 전략대화와 학술회의는 현대중국학회 베이징 회의(2008.10.23~24), 한중 씽크넷(Korea-China Think Net)과 중국의 China Foundation for International Studies 공동 주최 제주 회의(2009.12.18~19), 한중문화협회와 중국의 中 國 國 際 友 好 連 絡 會 공동 주최 베이징 회의(2009.4.23), 한국국제교류재단과 中 國 人 民 外 交 學 會 공동 주체 제 14 차 한중미래포럼 (2009.6.15~18) 등이다. 196
세습이 현실화될 경우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중국은 아직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의 가능성을 상정하고 그와 연계된 각각의 방안을 검토할 것이며 그 중에는 적어도 현 단계의 권력승계 과정에서 소외되어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의 거취, 예우 등과 관련된 부분도 중요한 안건에 포함될 것이다. 3. 북 미관계 변화와 북 중관계 북 중관계의 향배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 또 다른 문제는 북한 핵문제의 진전 여부와 결부된 북 미관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한관계의 변화 가능성이다. 우선 북한은 오바마 정부의 출범 전후하여 미국의 정책변화를 기대하고 핵 문제 등에 대한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으나 28 제2차 핵실험이 보여주는 것처럼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인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를 전제로 한 북 미관계의 빠른 진전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오바마 정부가 전임 부시 정부와 차별화된 대 북한정책을 추진하고 특히 핵문제에 대한 입장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경우 제한된 범위의 관계개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예상되는 중국의 역할과 그 결과는 북 미, 북 중 양자관계에 미묘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29 28 최진욱, 전현준외 2009 년 북한 신년 공동사설 분석, 통일연구원 통일정세분석 2009-01(2009.1), 16~17 쪽 참조. 29 사실 미국 내에서도 북 미 관계개선 가능성에 대한 중국 내의 논의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미국의 CSIS(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와 평화연구소(U.S. Institute of Peace)의 한 보고서는 중국 학자들의 견해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대부분의 중국학자와 관리들은 북 미 관계개선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북 미 관계개선은 한반도 비핵화에 유리하며 중국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둘째, 그러나 실제로 많은 중국학자들은 북 미 양국이 모종의 양자 협의를 할 가능성, 특히 북한이 비확산, 장거리 미사일 포기를 조건으로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정식 인정할 경우 중국이 고립되고 북 중관계가 심각하게 후퇴할 것이라는 점을 매우 우려한다. 셋째, 이러한 우려의 근거로 이들은 1998 년 인도의 핵실험 당시 미국이 중국정부로 하여금 인도에 압력을 행사할 것을 압박했지만 미국이 그에 역행하여 2005 년 인도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인정함으로써 중국만 소외되었고 중국은 인도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몇 년간을 심하게 고생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Bonnie Glaser, Scott Snyder, John S. Park, Keeping an Eye on an Unruly Neighbor: Chinese Views of Economic Reform and 197
사실 중국은 북한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회생에 북 미 관계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문제는 북 미관계 개선이 중국의 역할이 배제된 상태에서 이루어지거나 더욱이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중국에 대한 모종의 견제 수단으로 활용할 의도를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제2차 핵실험으로 인한 경색국면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정부 하에서 가속화될 수 있는 북한 핵문제, 북 미 관계개선 등의 논의 과정에서 북한으로부터는 후 견 인 혹은 성실한 중재자 (patron or honest broker), 미국으로부터는 전적인 이해상관자 (full-stakeholder)로서의 기대와 역할을 부여받고자 노력할 것이다. 만약 중국이 북한과 미국 모두로부터 이러한 기대와 역할을 부여받을 경우 북 미관계와 북 중관계는 양성 순환의 발전과정을 밟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양자관계가 대립, 갈등하고 결과적으로 북 중관계가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북한 핵문제, 북 미 관계개선 과정에서 중국이 전적으로 배제될 가능성은 희박하며 그 이유는 첫째, 북한은 북 미 관계개선이 간단치 않을 뿐만 아니라 설혹 실현된다 하더라도 현 단계 북 중관계가 가져다주는 혜택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인식하며, 둘째, 미국 역시 중국과의 관계를 최상위의 변수로 상정하고 있고 실제로 북한문제가 중 미관계의 하위변수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개선 과정에서 중국과의 갈등을 촉발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30 한편 남북한관계의 변화 역시 향후 북 중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은 비핵개방 3000 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대 북한 강경정책이 남북한의 대립과 한반도의 긴장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여 왔다. Stability in North Korea, A Joint Report by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 U.S. Institute of Peace, January 3, 2008, pp.9~10 참조. 30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태평양 정책을 담당하게 될 캠벨(Kurt M. Campbell) 국무부 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베이더(Jeffrey A. Bader)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평소 주장해 온 관점들을 통해 미국의 향후 대 중국정책을 대략 다음과 같이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관여(engagement)와 헷징(hedging)을 적절히 조합하여 지나치게 강경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유약하지도 않은 현실주의적, 실용주의적 정책을 유지하고자 할 것이다. 둘째,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되, 아시아에서 미국의 힘과 존재를 재 강화하고 중국이 책임 있는 이해상관자(responsible stakeholder)로 행동하도록 압력 설득하고자 할 것이다. 셋째, 미 중관계가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는 인식하에 아시아지역에서 중국의 강대국 지위를 인정하고, 세계무역기구, 핵 비확산 조약, 미사일 기술통제체제와 같은 국제적 규범에 따라 대 중국 외교를 수행하고자 할 것이다. 박형중, Campbell 과 Bader 의 동아시아 및 북한 비핵화 정책론, Online Series CO 2009-03 (통일연구원) 참조. 198
또한 중국은 이명박 정부가 김대중, 노무현정부의 유화적 대북정책을 부정하고 강경정책을 취하는 것이 현 단계 남북한관계와 한반도 평화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북한의 노골적인 적대감 표출, 김정일 의원장의 건강 악화설 확산, 한국의 김정일 사후 북한의 체제 붕괴 가능성 거론, 제2차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북한의 군사적 도발 언급 등 남북한관계가 극도로 경색되자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한국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을 다소 완화하고 특히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북한의 비이성적 공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군사적 수단의 동원보다는 북한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간의 대화 협상 필요성에 무게를 두자 중국은 남북한관계가 군사적 충돌로까지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면서도 한반도의 사태변화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북 정책변화, 한국 내의 여론 등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이 보다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기대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유발될 수 있는 자국의 이해관계 변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자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북 미관계의 경우와 같이 남북관계 변화가 자국의 북 중관계, 한 중관계와 관련된 이익을 손상시키지 않은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기를 원하며 가능한 한 이를 관리하고자 할 것이다. 이는 각 시기별로 중국이 인식하는 가장 바람직한 남북한관계의 수준이 존재하며 따라서 각각의 경우에 따라 남북한의 적절한 대립과 긴장, 화해 협력, 현상 유지 등이 최상의 남북한 관계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북 미관계와 함께 남북한 관계는 향후 중국의 대 북한정책에서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중국은 남북한 분단의 안정적 관리와 대 한반도 영향력 극대화라는 최상위의 한반도정책 기조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국의 입장에서 북 중관계와 한 중관계를 최대한 양립시키고자 할 것이며 중국의 이러한 전략적 의도는 미국 신정부의 대 한반도정책과 결부되어 더욱 구체화될 것이다. Ⅴ. 결론 199
후진타오 집권기 중국의 대 북한정책은 2001년 장쩌민의 북한 방문시 강조했던 소위 16자 방침 과 중국이 주변국과의 관계를 규정한 6자 방침 의 연장선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기조는 2009년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북한 방문과정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다만 후진타오 집권기의 대 북한정책은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와 탈 이념화, 북한 핵문제의 돌출, 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 등과 결부되어 기존의 특수성 을 축소하고 보편성 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현실화되었다. 물론 정치, 이념적 유대의 퇴보에도 불구하고 북 중관계는 기대와 불신, 협력과 갈등이 교차하는 이중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유지하려는 중국과 국제적 고립 상황에서 미우나 고우나 중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북한의 불가피한 선택에 따른 것이다. 중단기적으로 북 중관계의 이러한 이중적 구조는 여전히 양국관계를 규율하게 될 것이며 더 나아가 한반도문제와 관련된 복합적인 국제관계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향후 북 중관계를 전망하면 첫째, 중국의 대북정책이 다소 우호적으로 변화하는 조짐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정치 이념적 유대에 기반한 혈맹관계를 복원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후진타오체제를 승계할 제5세대 중국지도부는 김정일 리더십을 포함한 북한의 정치 경제적 상황에 매우 회의적이며 이들에게 있어 북한은 무조건 지지 보호해야 할 혈맹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향후 북 중관계는 수교 60주년에 즈음한 조 중 친선의 해 지정 등과 같은 외형적 치장과 틀에 박힌 외교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철저히 전략적 활용, 관리 대상으로 인식하는 중국, 그리고 중국에 대한 누적된 불만과 배신감을 삭히면서 정권안보의 절대적인 부분을 중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북한간의 불안정한 전략적 제휴 의 관계로 계속 변질되어 갈 것이다. 둘째, 김정일 후계체제, 북한 핵문제의 향배는 중국의 대 북한정책과 북 중관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우선 중국은 2008년 8월 이후 제기된 김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으로까지 확산되자 북한의 체제 위기가 의도적으로 과장되었다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며 결과적으로 2009년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 다이빙궈 대외담당 국무위원, 원자바오 총리로 이어진 고위지도부의 방북을 통하여 김위원장의 건재를 확인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과 김정일 후계구도, 200
핵문제의 변화 가능성 등을 고려한 전략적 대비를 할 수 밖에 없다. 즉 중국은 핵을 보유하지 않은 안정된 친중국 정권을 최상, 핵을 보유한 불안정한 반중국 정권을 최악의 북한으로 상정하고 그 범위 내의 중간적인 형태까지 고려한 다양한 대 북한정책을 구상, 적용하고자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북 중관계는 상호 인식 차이와 국익 상충으로 인해 크고 작은 갈등을 겪을 소지가 높고 특히 중국의 경우 북한의 핵 보유, 김정일 부자 세습 등에 대한 당 정 군 내부의 이견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역시 북 중관계의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셋째, 중국은 북 미관계 및 남북한관계의 변화 과정과 연계하여 대 북한정책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고자 할 것이다. 우선 중국은 미국의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핵문제의 진전과 제한된 범위의 북 미 관계개선이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그 과정에서 최대한 미국과 북한 모두로부터 건설적인 중재자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부여받고자 할 것이다. 이는 비록 북한의 체제유지 차원에서 중국이 북 미 관계개선을 지원할 의사가 있고 특히 그 과정에서 미국과 북한이 중국을 소외시킬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의 핵심적 이익이 침해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한편 중국은 북 미관계와 함께 남북한관계 변화 가능성을 주시할 것이며 특히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미국 신정부의 정책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한국의 대북정책 변화가 야기할 자국의 이해관계 변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자 할 것이다. 이는 중국이 북 중관계와 한 중관계를 최대한 양립시킴으로써 남북분단의 안정적 관리, 영향력 극대화라는 한반도정책의 핵심 기조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결국 한 중수교 이후 많은 변화를 경험했던 북 중관계는 후진타오 집권기 또 한 차례의 질적인 변화를 겪고 있으며 그러한 변화의 방향은 이념보다는 현실, 전통보다는 미래, 인적 유대보다는 제도적 협력 확대를 통해 보편적, 정상적 국가관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북 중관계의 이러한 변화가 곧 전통적인 양국관계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그들만의 특수성 을 유보함으로써 미국의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가속화될 한반도, 동아시아 정세변화 과정의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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