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소설 100선 감상 언덕에서
소개글 소설이라 함은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나간 산문체의 문학 양식으로 일정한 구조 속에서 배경과 등 장인물의 행동, 사상, 심리 따위를 통하여 인간의 모습이나 사회상을 드러낸다. 블로그 북 '(청소년을 위한)소설의 이해와 감상'에 이어 '명작소 설 100선 감상'을 발간해보았다. 본 블로그에서 포스팅한 내가 읽은 동서고금의 주옥 같은 소설의 소개서이다. 많은 작품들을 읽으면서 한국 작 가들의 작품 또한 세계적인 수준에 전혀 뒤지지 않음을 늘 인식하고 있고 이 점 자랑스럽다. 많은 분들이 이 블로그북과 친해져서 풍성한 인문 학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기를 기원한다.
목차 1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8 2 스탕달의 장편소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17 3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 21 4 D.H. 로렌스의 소설 아들과 연인(Sons and Lovers) 24 5 발자크의 장편소설 고리오 영감 27 6 고민과 생의 의지, 앙티로망 소설의 선구 구토( 嘔 吐.La nausee) 30 7 삶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회화적인 구조로 소설화한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33 8 장 즈네의 자서전적 장편소설 도둑일기(Journal du Voleur) 36 9 196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 무진기행( 霧 津 紀 行 ) 39 10 솔제니친의 처녀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43 11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47 12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Une Vie) 50 13 멜빌의 장편소설 백경( 白 鯨.모비 딕.Moby Dick/White Whale) 54 14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57 15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대작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61 16 <무녀도>를 장편으로 개작한 소설 을화( 乙 火 ) 65 17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 68 18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치( 白 痴 ) 72 19 베르테르여, 영원하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75 20 어떤 귀향에 관한 이야기 눈길 80 21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Les Mise rables) 83 22 미국 3대 문학작품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 87 23 이상( 李 箱 )의 마지막 소설 종생기( 終 生 記 ) 90 24 바진의 마지막 장편소설 차가운 밤 93 25 <세계 문학의 숲>- 헨리 제임스 작. 나사의 회전 96
26 포스터의 마지막 장편소설 -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 102 27 기억에 아파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105 28 <세계 문학의 숲>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실격( 人 間 失 格 ) 108 29 이청준의 소설 병신과 머저리 111 30 황석영의 소설 객지 115 31 R.마르탱 뒤 가르의 대하소설 티보가의 사람들(Les Thibault) 118 32 톨스토이의 대하소설 전쟁과 평화 121 33 토마스 만의 대표작.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Buddenbrooks) 124 34 생의 마지막 그리움에 바치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헌사 팅커스 127 35 <세계 문학의 숲> 20세기 불멸의 소설 -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31 36 권력의 본질과 붕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35 37 인간 자유의지의 극한 영혼 靈 魂 )의 산( 山 ) 138 38 만연원년의 풋볼( 万 延 元 年 のフットボ-ル) 140 39 단군 이래 최대의 치욕을 적다 - 남한산성 142 40 음풍농월과 살아있는 자의 음악 - 현의 노래 145 41 현실의 변두리를 떠돌아다니는 떠돌이들의 환상 - 황제를 위하여 149 42 그녀의 눈언저리에 쌓인 세월의 흔적 - 아우와의 만남 152 43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156 44 현대인들의 우울하고 답답한 초상 - 경마장 가는 길 163 45 하루의 일상으로 응축된 수천 년의 피비린 지적 모험 율리시즈(Ulysses) 168 46 외설문학의 개척자 헨리밀러와 북회귀선 172 47 위험한 전체주의 '1984년'과 조지 오웰 177 48 강경애의 장편소설 '인간문제' 183 49 도스트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Brat'ya Karamazovy)' 186 50 김정한의 소설 '사하촌( 寺 下 村 )' 189
51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193 52 F. 카프카의 장편소설 '성( 城.Das Schloss) ' 195 53 죠반니노 과레스키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97 54 심상대의 연작소설 '떨림' 200 55 게오르규의 장편소설 '25시(La Vingt Cinguie me Heure)' 203 56 손창섭의 소설 '잉여인간( 剩 餘 人 間 )' 206 57 파스테르나크의 장편소설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 208 58 이범선의 소설 '오발탄( 誤 發 彈 )' 211 59 서정인의 소설 '강( 江 )' 215 60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 218 61 A.지드의 소설 '좁은 문' 220 62 이상( 李 箱 )의 소설 '날개' 222 63 프루스트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24 64 N.호돈의 장편소설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 227 65 박경리의 장편소설 '토지( 土 地 )' 230 66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집 '픽션들' 233 67 막심 고리끼의 장편소설 '어머니' 235 68 고골리의 장편소설 '죽은 혼(Mertvye Dushi)' 237 69 이청준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240 70 홍명희의 장편소설 '임꺽정( 林 巨 正 )' 243 71 클라인바움의 장편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 246 72 최명희의 장편소설 '혼불' 248 73 R.L.B.스티븐슨의 괴기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250 74 박영한의 연작소설 '왕룽 일가' 252 75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 257
76 사르트르의 장편소설 '자유의 길' 261 77 헤리엣 비처 스토우의 장편소설 '엉클 톰스 캐빈(Uncle Tom's Cabin)' 263 78 윌리암 골딩의 장편소설 '파리대왕(Lord of flies)' 265 79 이광수의 장편소설 '사랑' 267 80 샤롯 브론테의 장편소설 '제인 에어(Jane Eyre)' 270 81 중국고대 장편소설 '수호전( 水 滸 傳 )' 273 82 샐린저의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 275 83 강신재의 단편소설 '젊은 느티나무' 277 84 펄 벅의 장편소설 '대지(The Good Earth)' 280 85 루쉰의 중편소설 '아큐정전( 阿 Q 正 傳 )' 283 86 M. 미첼의 장편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285 87 최창학의 중편소설 '창( 槍 )' 287 88 이문열의 장편소설 '사람의 아들' 289 89 김은국의 영문 장편소설 '순교자( 殉 敎 者.The Martyred)' 291 90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 293 91 채만식 장편소설 '탁류( 濁 流 )' 296 92 헤밍웨이의 장편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 299 93 레마르크의 장편소설 '개선문( 凱 旋 門 )' 301 94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 키호테(Don Quixote)' 303 95 왕멍의 장편소설 '변신인형' 306 96 심훈의 장편소설 '상록수' 308 97 나관중의 고대 장편소설 '삼국지연의( 三 國 志 演 義 )' 311 98 카뮈의 '이방인' 315 99 F.S. 피츠 제럴드의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317 100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320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2011.11.01 06:00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지난 29일, 30일 휴일에 읽은 김훈의 장편소설 흑산 은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조선 사회의 전통과 충돌한 정약 전, 황사영 등 지식인들의 내면 풍경을 다룬 소설이다. 표지를 넘기면 작가는 작중 등장인물에 대해서 일부는 사실이 고 일부는 자신이 만든 허구임을 밝히고 있다. 모 중앙일간지의 보도에 의하면 이 소설로 인하여 암투병 중인 소설가 최인호가 김훈 작가를 청하여 식사를 했다고 한다. 주변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전에는 마주친 일이 별로 없었는데, 1980년대 중반 김씨가 일간지 문학기자로 필명을 드날리던 시절에도 교분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이날 만남은 최씨가 김씨에게 제안해 이뤄졌는데 최근 19세기 천주교 박해사를 소재로 한 장편 흑산 을 낸 후배 작가 김씨를 격려하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천주교 신자인 최씨는 김씨에게 (투병 중이므로) 당신 글을 읽을 수는 없지만 이번에 천주교 관련 글(소설)을 써줘 고맙다 고 말했다고 한다. 특히 정약전 형제 중 맏이인 정약현의 큰 딸 명련( 命 連 )과 그의 남편 황사영의 애틋한 사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7
연을 자신도 언젠가 소설로 써보고 싶었는데 김씨가 먼저 써서 반가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김훈은 어릴 때 혜화 동성당에서 영세를 받고 복사활동을 할 정도였으나 지금은 냉담 중이라고 한다. 황사영은 16세의 나이에 과거에 장원급제한 엘리트였으나 천주교를 믿게 된 후 로마 교황에게 조선 왕국을 무너뜨리 기 위한 군대를 파견해달라는 이른바 황사영 백서 를 보내 비극적 최후를 맞은 인물이다. 소설에는 황사영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이 비중 있게 다뤄져 있다. 나는 고교시절 국사시간에 황사영을 처음 접했는데 이완용과 비슷한 '매국 노'의 느낌으로 그와 처음 조우했던 기억이 난다(주입식 교육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작가는 모 신문과의 대담 에서 이 소설은 주인공이 없는 소설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전개되는 내용은 정약전과 그의 조카사위 황사영 두 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부패한 관료들의 학정과 성리학적 신분 질서의 부당함에 눈떠가 는 백성들 사이에서는 해도 진인 이 도래하여 새 세상을 연다는 '정감록' 사상이 유포되고 있었다. 서양 문물과 함 께 유입된 천주교는 이러한 조선 후기의 혼란을 극복하고자 한 지식인들의 새로운 대안이었던 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황사영은 16세의 나이로 사마시( 司 馬 試 )에 장원급제하여 진사가 되었으며, 정약종의 맏형인 약현( 若 鉉 )의 딸 명련( 命 連 )과 혼인하는데 처삼촌인 정약종에게 사사받아 천주교인이 되고 벼슬의 꿈을 접는다. 신유박해로 인해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형제가 천주교를 믿고 국가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죄목으로 관헌에 체포되고 정약종은 의금부의 문초에서 형과 동생의 믿음이란 깊은 것이 못된다고 진술하여 자신은 처형당하고 형제들은 죽음 에서 빠져나오게 한다. 정약전은 유배지인 고도절해 흑산도에서 좌절하고 낙담한다. 일개 수군별장이 흑산도 주민에게 생사여탈권을 쥐고 그들을 착취하고 있으며 민초들은 차마 죽지 못해 연명할 뿐이다. 황사영은 어느새 조선천주교인들의 수괴로 지명수배 된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주자학의 세상이 사라지고 백성이 평 등하며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천주의 나라가 임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는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인간 의 상하귀천이 없고 특권계층의 민초에 대한 수탈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다. 황사영은 휘하의 노비들을 면천시켜 해 방시키고 신앙조직을 확대해 가던 중 박해를 피해 충청도 배론의 산골로 숨어들어간다. 그 사이 교인들은 배교자 박 차돌의 밀고와 북경에 가서 구베아 주교를 만나서 영세를 받은 마부 마노리의 은화유출 실수로 말미암아 일망타진 되어 죽음을 당한다. 황사영은 서소문 밖에서 참수당하고 처자식은 유배를 당한다.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8
되어 죽음을 당한다. 황사영은 서소문 밖에서 참수당하고 처자식은 유배를 당한다. 절해고도인 흑산도에서 어류와 조류를 관찰하던 정약전은 그 관찰의 결과를 기록하여 책제목을 자산어보( 玆 山 魚 譜 ) 라 명명한다. 흑산( 黑 山 )은 너무 검기에 밝은 빛이 도는 자산( 玆 山 )으로 칭하고 그곳에서 생을 마친다. 정약전이 유배와서 생을 마친 흑산도 사리마을 복성재 작가 김훈은 천주교에 연루된 정약전과 그의 조카사위이자 조선 천주교회 지도자인 황사영의 삶과 죽음에 방점을 찍 고 흑산 을 전개한다. 정약전은 한때 세상 너머를 엿보았으나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 배반의 삶을 살았다. 그는 유 배지 흑산 바다에서 눈앞의 물고기를 들여다보며 실증적인 어류생태학 서적 '자산어보'를 썼다. 반면, 황사영은 세상 너머의 구원을 위해 온몸으로 기존 사회의 질서와 이념에 맞섰다. 황사영은 조정의 체포망을 피해 숨은 제천 배론 산골에서 황사영 백서 로 알려진, 북경 교회에 보내는 편지를 썼 다. 비단 폭에 일만 삼천삼백(13,300)여 글자로 이루어진 이 글에서 황사영은 박해의 참상을 고발하고 낡은 조선을 쓰 러뜨릴 새로운 천주의 세상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1801년 11월 배론 토굴에서 사로잡힌 그는 대역부 도 의 죄명으로 능지처참을 맞는다(소설 속에서는 황사영이 '참수'당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참수'는 작가의 착각으 로 보인다).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9
황사영이 숨어 살았던 충북 진천의 배론 성지 이 소설 흑산 의 등장인물들은 20여 명이 넘는다. 이 또한 김훈 소설 가운데 최다 등장인물이라고 한다. 정약전과 황사영의 이야기를 한 축으로, 조정과 양반 지식인, 중인, 하급 관원, 마부, 어부, 노비 등 각 계층의 생생한 캐릭터 들이 엮어가는 이야기가 흑산 의 장관을 이루는 또 다른 축이다. 이 소설은 조선 민초들의 참상을 소름끼치는 묘사력으로 그려낸다. 서너 달에 한 번씩 바뀌는 수령을 위해 송덕비를 세우다 농사를 작파하게 된 백성들의 상소(22쪽), 흙떡을 쪄먹고 공납을 피해 어린 소나무 뿌리를 뽑아 던지는 흑산 주민 장팔수의 절규(196쪽), 주여, 우리를 매 맞아 죽지 않게 하소서. 주여, 우리를 굶어 죽지 않게 하소서 (본문 58쪽)라고 기도하는 오동희의 언문 기도문에서 조선의 민초들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피폐한 삶을 견뎌간 다. 이는 유교경전에의 탐독만 일삼던 노론 세력의 횡포와 기존의 무능한 정치체계 때문이다. 이 소설 흑산 의 곳 곳에서 말세와 새로운 세상을 노래하는 '정감록' 등 도참의 주문이 천주교의 구원과 지복에 대한 간절한 염원과 겹쳐 지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10
영화 <초대받은 사람들>의 한 장면. 여배우 원미경은 정약종의 딸 정정혜 역을 맡았다. 정정혜 역시 기해사옥 때 참 수 당헀다. 흑산 을 쓰기 위해 김훈 작가는 흑산도, 경기 화성시 남양 성모성지, 충북 제천시 배론 성지 등을 답사했으며 비변사등록 등 사료와 천주교사 연구서 등 책 뒤에 붙은 참고 문헌은 작가가 당시를 그리기 위해 쏟은 고투를 보 여준다.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11
끝으로, 생각나는 사족( 蛇 足 ) 두 가지. 첫째, 몇 달 전 경남 진주시 사봉면에 정찬문 순교자 묘지(성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정찬문의 삶 또한 황사영 과 다름 없었다. 한국 천주교에서는 교황청으로부터 이미 시성받은 103위 성인 뿐만 아니라 시복시성 대상자가 125명 에 달한다고 한다. 종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죽어갔던 이들이 적어도 1만명 이상이라니 이데올로기라는 도그마가 지배 하는 세상이 인간을 얼마나 잔인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숙연해질 뿐이다. 둘째, 김훈의 소설에서 항상 보이는 삼인칭 전지전능 시점의 경서( 經 書 )적 어투는 군더더기 없으나 왠지 식상하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 등에서 많이 접한 연유 때문일 것이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작가만의 색깔이라 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독자의 상상력을 좁히는 것 같은 생각이 내내 듦은 어쩔 수 없었다.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어 있지만 풍부한 한학실력, 유연한 표현력, 국보급의 문장력을 가진 이문열이 정약전과 황사영을 소재로 한 작품을 썼었더라면 어쨌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이건, 만고 부질없는 내 생각이다.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12
황사영과 황사영 백서 사건 황사영은 1791년 16세의 어린 나이로 진사시에 장원으로 합격했다. 정조는 그를 친히 궁으로 불러 손목을 어루만지며 치하했고 황사영은 어수가 닿은 손목에 붉은 비단을 감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황사영은 당대의 석학들을 만나 학문을 넓히던 중 다산 정약용 일가를 만나고 정약전 형제의 맏형 정약현의 사위가 된다. 처가인 마재 정씨 집안으로 부터 천주교 교리에 대해 전해들은 황사영은 벼슬길을 마다하고 조선 천주교회의 지도자가 됨으로써 고난의 길을 걷 는다. 황사영은 1801년 신유박해가 터짐과 동시에 서울을 빠져 나와 충청도 제천 산골 배론으로 숨어든다. 교도들에 대한 탄압과 주문모 신부의 처형 소식을 들은 그는 낙심과 의분으로 북경 교회의 구베아 주교에게 보내는 탄원서를 적는 다. 하지만 백서(비단에 쓰였기에 백서 帛 書 로 불린다)를 품고 북경으로 향하던 황심이 붙잡히고 황사영도 대역 죄인으로 능지처참의 극형에 처해진다. 이때가 그의 나이 27세였다. 이 사건으로 그의 홀어머니는 거제도로, 부인 정 명련은 제주도로, 외아들 경한은 추자도로 각각 유배된다. 백서의 원본은 1백여 년 동안 의금부 창고 속에 방치되어 있다가 1894년에야 비로소 빛을 본다. 뮈텔 주교는 1925년 한국 순교자 79위 시복식 때 이를 교황 비오 11세에게 봉정했고, 현재는 바티칸에 소장돼 있다. 백서는 하얀 비단에 가로 62센티미터, 세로 38센티미터 크기이며, 122줄 13,384자가 극세필로 깨알처럼 작고 단정하게 쓰였다. 그 내용은 대략 3부분으로 되어 있다. 먼저 당시의 천주교 교세와 중국인 주문모 신부의 활동, 신유박해 사실과 이때 죽은 순교 자들의 약전을 기록하고, 다음에는 주문모 신부의 자수와 처형 사실, 끝으로 당시 조선 국내의 실정과 이후 포교하는 데 필요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외세를 끌어들이려 했다는 점에서 황사영 백서 는 민족 감정에서 나오는 공격 의 대상이 되어왔지만, 한편 교회의 평등주의라는 원칙과 당시 조선사회에 미친 혁명적인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는 입장이 역사가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13
신유박해 천주교에 대해 비교적 온건한 정책을 펴왔던 정조가 죽자 1801년(순조 1) 대왕대비 김씨는 천주교 신자들을 색출해 역률로 다스리라는 금교령을 내린다. 이때 정약종이 천주교 서적을 옮기다 발각되는 사건이 일어났고 이 사건은 대대 적인 박해의 도화선이 되었다. 중국인 신부로서 조선에 잠입해 전도하던 주문모 신부가 이해 5월 참수되었고 11월 황사영 등이 체포되고 12월에 능 지처참됨으로써 박해는 일단락된다. 신유박해라 불리는 이 최초의 대규모 천주교도 박해 사건은 성리학적 질서와 전 통을 고수하려는 세력과 새로운 사회를 열망한 민중과 지식인의 충돌이었다. 이 사건으로 위축된 천주교 세력은 지식 인 중심에서 중인과 선교사 중심의 포교로 재편되고 향후 더 큰 대규모 박해를 예고하게 된다. 정난주(명련 : 1772 ~ 1838) 황사영의 처. 조선 순조, 헌종 때 제주 대정에 유배된 정난주는 아명이 정명련( 丁 命 連 ), 세례명은 마리아이고 다산( 茶 山 ) 정약용( 丁 若 鏞 )의 조카다. 어려서 둘째아버지인 정약전( 丁 若 銓 )에게 서학을 배우고, 장성한 뒤 고모부인 베드로 이승훈( 李 承 薰 )에게 세례를 받는다. 외숙인 이벽( 李 蘗 )에 의해 천주교에 대한 신앙심이 더욱 다져졌다. 정난주는 큰아버지 정약종( 丁 若 鍾 )에게 학문을 배우던 황사영( 黃 嗣 永 )과 혼인하게 된다. 황사영은 16세에 문과에 장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14
원급제한 인재로 정약종에 의해 천주학에 눈을 뜨게 되었다. 1799년 정조가 승하하고 정순황후의 섭정이 시작되자 천주교에 대한 탄압정책이 시작되었다. 1801년(순조1년) 1월 7 일 사학금지포고령 이 내려지고 정난주와 식구들은 마재로 피신한다. 남편 황사영은 이들과 헤어져 충북 제천의 배 론 골짜기에 은신하는데, 그곳에서 백서를 써서 북경의 주교에게 보낸다. 그러나 발송 직전에 발각되어 모반 등의 죄 로 능지처참 당한다. 이 일로 정난주는 두 살인 아들을 데리고 제주도로 귀양가게 된다. 유배를 가던 중 호송선이 하추자도 예초리 서남 쪽 물세울에 잠시 머물게 되는데, 정난주는 아들 황경헌을 살리기 위해 황새바위 갈대밭에 내려두고 유배의 길로 떠났다. 지금 황경헌의 6대손 황이정씨가 예초리에 생존해 있다고 한다. 정난주는 대정현에 관노로 귀양 가서 김석구의 아들 김상집(8세) 형제를 양자처럼 기르며 1838년 음력 2월 1일 66세 를 일기로 죽으니 모두 '한양 할머니'가 죽었다고 슬퍼하였다.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 9번지의 정난주 묘역은 천주교 제주교구 선교 1백주년 기념사업으로 천주교 성지로 개발되 었다. 정약전, 황사영... 김훈의 장편소설 黑 山 15
스탕달의 장편소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2011.10.27 06:00 스탕달의 장편소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의 장편소설로 부제( 副 題 )는 1830년 연대사( 年 代 史 ) 이며 1830년 간행되었다. 스탕달이 사회로부터의 탈출과 해방을 가장 절실히 꿈꾸었던 왕정복고기에 쓰인 소설이다. 이 소설 주인공 줄리엥 소렐의 비극적인 생애는 연구자에 따라서는 사회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낭만적 젊은이의 좌절된 인생에 대한 교훈 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또한 좌절당한 젊은이가 그와 같은 인생경로를 걷게 만든 자신의 시대와 사회에 던지는 준열 한 고발로 해석하기도 한다. 스탕달은 이 작품에서 인간 심정의 세밀한 관찰을 넘어 시대화의 구체적인 관계를 통해 전개되는 인간의 삶을 통찰력 있게 묘사하여, 자신의 시대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시골 도시 베리에르의 목재상( 木 材 商 )의 아들로서, 나폴레옹 몰락 후 군대에서의 영달( 榮 達 )의 길이 막힌 시대에, 아 직도 나폴레옹을 숭배하는 야심적인 청년 줄리앙 소렐이 주인공이다. 뛰어난 지성과 불굴의 의지로 출세가도를 헤쳐 나가면서 타고난 미모와 섬세한 감수성 때문에 연거푸 연애 사건에 말려들며, 끝내는 사회의 중압에 굴복하여 단두대 의 이슬로 짧은 일생을 마친다는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스탕달의 장편소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16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톱장이 목재상인 아버지와 형에게 학대받으며 자란 줄리앙 소렐은, 라틴어를 잘 하여 부유한 레날 시장( 市 長 ) 집의 가정교사가 된다. 처음에는 부유한 계급에 대한 증오심에서 신앙심이 두텁고 정숙한 레날 부인을 유혹하지만, 그녀의 순정에 끌려 열렬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시내에 소문이 퍼지자 그 집을 떠나 브장송의 신학교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교장인 피라르 사제( 司 祭 )에게 인정을 받아 그의 추천으로 파리의 대귀족 라몰 후작의 비서가 된다. 상경하는 도중에 베리에르로 가서 레날 부인의 방에 몰래 들어가 환락의 하룻밤을 지낸다. 후작 집에 들어가서는, 자존심이 강한 딸 마틸드의 도전에 응해, 귀족 계급에 대한 증오심에서 그녀를 범한다. 상호의 증오에서 발단한 이 관계도 곧 정열적인 연애로 변하고 딸이 임신하자 부득이 후작은 두 사람의 결혼에 동의한다. 후작의 품행 조회에 대 해서, 레날 부인이 본의 아니게도 진상을 알렸기 때문에, 귀족 딸과의 결혼으로 사회적 신분상의 성공을 거두려던 줄 리앙의 꿈은 좌절된다. 격분한 줄리앙은 황급히 베리에르로 가서, 교회 미사에 참례중인 레날 부인을 권총으로 저격 한다. 부상한 부인은 옥중의 줄리앙을 찾아가고, 두 사람은 애정을 확인한다. 줄리앙은 사형 전의 몇 달 동안을 평안 과 행복 속에 지내고 유유히 단두대에 오른다. 나폴레옹 몰락 후 서민층 자제가 입신하는 길은 무공보다는 승직( 僧 職 )이었다. 톱장이 아들 쥴리앙 소렐 이 읍장 집 가정교사가 되었다가 신학 공부하러 파리로 나와 귀족 집에 드나들게 되었다. 그 집 딸과의 연애가 전의 애인이었 던 읍장 부인의 폭로로 깨어지자 분노하여 고향으로 돌아와 성당에서 그 여자를 저격, 자신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 스탕달의 장편소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17
진다는 이 이야기는 귀족과 성직자와 부자만이 권세를 누리던 사회에서 아무 것도 없는 맨주먹의 청년은 어떻게 하 면 좋은가 하는 테마를 통하여, 이지( 理 智 )와 정열의 양면을 지닌 에고티스트(egotiste: 自 意 識 家 )'의 복잡한 성격을 분석하였다. 왕정복고 시대의 프랑스 사회를 예리하게 비판함으로써, 스탕달은 프랑스 근대 소설의 최초의 걸작을 이 룩하였다. 이 소설의 제목은 그 당시 야심의 목표였던 군복(군인의 영광)을 빨강으로, 사제복( 司 祭 服 )을 검정으로 나 타낸 것이다. 이 작품은 일면 달콤하고, 또 한편으로는 출세 가도를 향해 달리는 세속적인 이야기로 일관하고 있다. 1830년 연 대사 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7월 혁명 전의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평민 청년의 야심을 통해 귀족과 승려, 부르 주아지, 세 계급간의 격전에서 그 당시 사회의 반동성을 철저하게 비판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복합적인 시대 상황 속에서 인간의 진실이란 무엇인가를 규명하고자 하였던 것은, 주인공이 대담한 모험을 감행하며 자신의 운 명을 개척해 가는 중에 인간의 순수한 정열이 타산적인 삶을 초월하여 순수한 사랑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장면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스탕달의 장편소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18
줄리앙은 지성을 갖춘 청년으로 귀족에 대한 불만과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려고 애를 쓰다 실패하는 인물로 나타난 다. 그가 꿈꾸었던 것을 다 성취시켰다고 해도 좋을 시점에서 자의에 의해 좌절당하고, 죽음 직전에 비로소 진정한 사랑에 눈떠 행복을 맛본다. 권위적인 종교에서 보다 진실한 사랑으로 구원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때 기품 있는 얼굴과 훤칠한 용모를 이용하여 파괴적인 행위를 일삼으며 성직을 꿈꿔왔던 청년의 소용돌이와 같은 순간에 비 하면 인간의 진실한 영혼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적과 흑'의 장면> 한편, 이 작품의 묘미는 연애소설의 극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8세의 미청년이( 美 靑 年 )이 정숙하고 아름다운 유부 녀를 유혹하고, 그 덫에 걸린 부인이 고통을 감내하며 연인 관계를 지속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소설의 전반부에서 한결 흥미 있는 소설의 참맛을 느끼게 하며, 이후 전개되는 주인공 줄리앙의 능란한 연애 기술, 음모와 배신 등은 극 적인 구성으로 긴장미가 넘치는 소설적 묘사로 이어진다. 또한, 야망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위장이나 간계도 서슴 지 않는 위인이 자의식( 自 意 識 )이 강하여 굴종이나 능멸을 당하고는 참지 못하는 기상을 갖고 있음에 되레 위선적이 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부단히 신분 상승을 노리는 부류 가 있음에 비추어 볼 때 보다 더 높고 부유하고픈 인간의 적나라한 심성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많은 불륜의 관계와 부도덕성의 갈등은 인간 영혼의 구원으로 향한 해결책으로 그려지고 있다. 진실한 사랑을 끝으로 확인하면서 죽음으로 가는 남과 여의 순수 앞에 어떤 부도덕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스탕달의 장편소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19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 2011.10.20 06:00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 아일랜드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소설로 1891년 간행되었으며 영국의 세기말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주인공 도리언은 작자의 사상적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헨리 워튼경( 卿 )의 유미적( 唯 美 的 ) 쾌락주의에 촉발되어 악과 관능의 세계에 탐닉하고 여기에서 생기는 추( 醜 ) 와 노쇠( 老 衰 ) 는 모두 그의 초상에 새겨진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그 자신은 언제까지나 아름다움과 젊음을 잃지 않고 계속 죄를 거듭한다. 그러나 결국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위하여 그 초상을 파기하려고 단검으로 찌르지만, 그것은 또한 자신을 찌르는 것이 되고 만다. 쓰러진 그의 시 체에는 노쇠와 추악함이 몰골사납게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악과 관능의 세계에서 자신이 저지른 죄는 모두 자신의 초상화에 전가시키고, 쾌락을 추구하던 한 젊은이가 결국은 파멸하고 마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19세기말에는 세기말적인 퇴폐적 유미주의( 唯 美 主 義 )가 세계를 풍미했다. 이때의 많은 작가들은 신기하고 새로운 감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 20
각을 찾기 위해 마약을 복용하거나 불륜의 연애사건에 휘말려들곤 하다가 대부분 요절했다. 와일드의 이 작품은 이러한 시대가 낳은 대표적 산물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세기말의 장미꽃 향기가 짙은 어느 초여름 밤, 런던에 있는 버질 홀워드의 화실( 畵 室 )이 배경이다. 그는 지금 세상 에서 보기 드문 미모의 젊은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를 막 완성하려는 참이다. 이를 보고 있는 친구 헨리 버튼 경 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미( 美 ), 진정한 미라고 하는 것은 지적 표현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야. 이 사람은 두뇌가 없는 아름다운 생물이야. 라고 말한다. 이때 그림의 주인공이 들어온다, 그는 헨리 경의 악마적 유미주의 사상에 매료되어 자신은 그대로 젊음 을 유지하는 대신 초상화 속의 인물만 추하게 늙어버렸으면 하고 바란다. 한편, 도리언은 변두리 가설극장에서 본 여배우 시빌 베인에게 매혹된다. 그러나 그녀가 무대 위의 줄리엣에서 현실 속의 시빌 베인으로 돌아와 아름다운 왕자 인 자신을 열애하게 되자 그녀를 멀리한다. 이때 도리언은 자신의 초상 화에서 전에 없던 미묘한 변화를 알아챈다. 자신의 추해진 모습을 보면서 과오를 뉘우치고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하지 만, 그녀는 이미 자살한 뒤였다. 그 후 그는 환락의 생활 속에서 점점 타락해 간다. 여자들을 마구 유혹하면서 사창굴에 출입하고, 끝에 가서는 친구 인 화학자와 시빌의 남동생 홀 워드까지 살해한다. 38세 된 어느 날 밤, 그는 자신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인 행위, 즉 칼로 초상화를 찢은 후 쭈글쭈글한 주름투성이 의 얼굴로 바닥에 쓰러져 죽는다.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 21
<영화 '도리언 그레이'의 한 장면> 오스카 와일드는 영국 문학사에 가장 특이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자신이 "예술가는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이 다"라고 했듯이, 이 장편소설에서 그의 인생관과 예술지상주의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이 당시 영국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킨 것은 이 작품의 특성으로 보아 당연한 면이 있다. 도덕성에 관한 한 오스카 와일드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던 도덕관을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특히 도리언과 헨리 경과의 관계는 오늘날에도 완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이 아닌가 한다. 이는 오스카 와일드 자신이 주장하고 있는 예술 을 위한 예술 의 예술지상주의적 입장을 천명한 바, 예술작품은 오직 예술을 위하여서만 기여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곧 유미주의의 문학 사건을 낳게 한 계기가 되었다. 주인공인 도리언은 순수한 청년으로 영원히 자신의 젊음과 미모를 간직하고 싶어한다. 이런 도리언과 그를 모델로 하는 초상화와 버질이라는 존재는 작품 전개와 결말에 큰 암시를 처음부터 주고 있다. 여기에 헨리 경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급속도로 전환되고, 시빌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창출한다. 즉, 미와 욕망의 관념 전개에서 보상과 대타협을 향한 심리적 움직임이 다소 미스테리하게 나타난다. 마지막 대타협은 주인공 도리언의 죽음으로 결말나는 데, 이 소설 전체의 줄거리를 해결하는 상징으로 극히 함축적으로 처리되어 있다. 도리언의 젊고 아름다운 모습의 초 상과 늙고 추한 모습, 그리고 욕망을 보상하는 죽음의 모습이 그것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 작품을 통하여 자신의 도덕관과 미에 대한 관념을 표현했으나, 당시 영국 사회는 이를 받아들이 기 어려운 입장에 있어 물의를 일으켰다. 그러나 그가 철저하게 자신의 이념을 자기의 인생관과 체험을 통하여 숨김 없이 그대로 작품에 반영하여 유미주의로 가는 길목을 텄다는 점에서 영국 문학사에 커다란 유산으로 남겨져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 22
D.H. 로렌스의 소설 아들과 연인(Sons and Lovers) 2011.09.23 06:00 D.H. 로렌스의 소설 아들과 연인(Sons and Lovers) 영국의 작가 D.H.로렌스가 쓴 초기의 대표적 장편소설로 1913년 간행되었다. 다분히 자서전적인 소설이며, 작가의 가 정에 실재하고 있는 인물이 남김없이 작중에 투입되어 있다. 표제는 Mrs. Morel s Sons and Lovers 의 뜻이 며, 광부인 모렐 부부의 가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자는 자신의 청춘의 체험을 통하여, 폴을 중심으로 한 어머니와 미리엄 사이의 사랑의 갈등을 그리면서 현대 청년 군상의 비극적 정신생활을 묘사, 사실적인 필치로 표현하고 있다. 작품 속에 작가 자신의 은밀한 부분들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로렌스의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의 중요한 틀인 무지한 아버지와 교양 있는 어머니, 그 사이에서 어두운 청춘기를 보내는 아들,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 등은 모두 작가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D.H. 로렌스의 소설 아들과 연인(Sons and Lovers) 23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광부인 모렐 부부의 가정이 배경이다. 아버지 월터 모렐은 무식하고 거칠며 가정에 등한한 탄광부이고, 어머니 거트루드는 온화하고 교양 있는 여자이다. 장남 윌리엄이 런던에서 일하다 약혼자와 함께 귀향한 후 폐렴과 매독으로 죽어버렸기 때문에 둘째 아들 폴의 장래에 대해 대단한 기대를 걸고 있다. 계급, 교육 정 도의 불균형으로 불행한 부부생활에서 기댈 곳은 오직 자식뿐이기 때문이다. 2부는 폴과 어머니, 폴의 애인 밀리엄, 유부녀 클라라 도즈와의 관계가 중심을 이룬다. 어머니에 대해 압박감과 애정 을 동시에 느끼는 폴은 애인들에게서 어머니의 사랑과 똑같은 애정을 느끼고 싶어 한다. 밀리엄과의 관계에서 폴은 정신만을 중시하는 밀리엄의 사랑의 방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어머니가 방해를 했기 때문 에 실패로 끝나고 만다. 폴은 다음으로 여권운동( 女 權 運 動 )에 참가하고 있는 연상의 여인 클라라를 사랑하게 된다. 그 러나 밀리엄에 대한 폴의 미련과 남편에 대한 클라라의 집착 때문에 둘의 사랑 역시 좌절되고 만다. 폴이 25세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폴은 완전히 고독 속에서 방황한다. 그러나 차츰 어머니의 굴레를 벗어나 자립 의 길을 모색해 나간다. D.H. 로렌스의 소설 아들과 연인(Sons and Lovers) 24
작가의 청년기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성장 소설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즉, 지나친 기대와 애정을 쏟는 어머니 아래서 정신적 자유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한 청년의 심리적 갈등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폴 모렐은 작가 로렌스의 분신이며, 폴의 연인 밀리엄과 클라라는 각각 로렌스가 연모했던 제시 쳄버스, 스 승의 아내였으나 후에 로렌스와 결혼한 프리다 부인을 모델로 하고 있다. 폴은 자신에 대해 지나친 기대와 대리 만족적 욕구를 지닌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영혼과 육 체의 안식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밀리엄, 클라라와 사랑에 빠져 보지만, 두 여인의 사랑의 방식에 대한 불만족과 어 머니에 대한 죄책감으로 실패하고 만다. 아들 폴과 어머니의 관계는 평범한 모자( 母 子 ) 관계를 넘어서 연인 사이 같은 느낌까지 주며, 어머니와 아들의 연인 사이에 묘한 질투와 반목의 감정이 흐름을 느낄 수 있다. 로렌스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 다. D.H. 로렌스의 소설 아들과 연인(Sons and Lovers) 25
발자크의 장편소설 고리오 영감 2011.09.01 06:00 발자크의 장편소설 고리오 영감 프랑스의 작가 발자크의 장편소설로 1834 1835년 발표되었다. 두 딸을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한 고리오 영감이 딸들 의 배은망덕의 소행에 비분( 悲 憤 )과 오뇌를 거듭하면서도 그래도 동물적인 애정을 기울인 끝에 비참하게 병사한다는 이야기이다. 부( 副 ) 테마로서 왕정복고 시대, 파리에 있어서의 시골 출신의 청년 귀족 라스치냐크의 야심에 대한 지각 과 탈옥수 보트랑의 기성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도전을 묘사하고 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두 딸의 행복을 빌면서 일체를 희생한 고리오영감은 딸들의 결혼 후의 배은망덕에 비분과 고뇌 를 참지 못한다. 결국 병상에도 찾아오지 않는 두 딸을 저주도 하고 축복도 하면서 비참하게 죽어간다는 이야기의 부 ( 副 )주제로서, 시골 귀족출신의 가난한 청년 라스치냐크의 출세 야욕과, 탈옥수 모트랑의 기성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도전이 묘사되어 있다. 고리오영감의 동물적인 혹애( 惑 愛 )를 작자는 부성애( 父 性 愛 )의 그리스도라고 하며, 이 때문에 <리어왕>과 비교된다. <인간희극>의 한 걸작으로 귀족사회의 퇴폐와 서민계급의 생기( 生 氣 )가 선명하게 대비 발자크의 장편소설 고리오 영감 26
된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819년 파리의 초라한 하숙집 보케 여인숙에는 예전에 큰 부자였던 고리오 영감과 자칭 상인이라는 보트랑, 그리고 시골 출신의 귀족 법학도인 라스티냐크가 살고 있었다. 이곳에는 이들 이외에도 여러 명의 특이한 사람들이 함께 기 거하고 있었다. 고리오는 젊었을 때 제분업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세도도 당당하고 권력도 가지고 있었으나, 귀족에게 시집보낸 자 신의 두 딸 아나스타리와 텔피느의 사치와 방종, 그리고 시집보내는 데 거액의 지참금을 딸려 보내 지금은 거의 무일 푼 상태였다. 그런 고리오 영감을 두 딸들은 평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부끄러워하였으며, 이제는 싸구려 하숙집에 살 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학문과 사교계의 진출을 꿈꾸면서 성공을 노리는 라스티냐크는 보세앙 부인을 통해 고리오의 막내딸인 투싱겐 남작 부인에게 접근하여 연인으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그의 행동을 지켜보던 보트랑은 라스티냐크에게 음모와 술수 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순수함을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다고 부추기면서 자신들과 함께 한탕 하자며 그의 마음을 흔 들어 놓는다. 그것은 은행가의 딸과 결혼한 뒤, 상속자인 아들을 죽이면 재산이 모두 자신들의 것이 된다는 계략이었 다. 보트랑의 말대로 라스티냐크는 은행가의 딸에게 접근하고, 일을 진행시켜 가던 중 탈옥자였던 보트랑이 체포되면 서 라스티냐크는 다행히 위험한 책략에서 벗어난다. 한편, 고리오 영감은 거듭되는 딸들의 낭비로 인해 마침내 무일푼으로 파산하게 되고 더 이상 두 딸들을 도와주지 못하는 데 괴로워하고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한 고리오 앞에서 두 딸들은 돈 때문에 싸우게 되고 이 모습을 보다 못한 고리오 영감은 충격으로 쓰러지게 된다. 그러나 그가 헌신적으로 사랑했던 두 딸들은 병문안조차 오지 않 았으며, 끝내 회생치 못하고 딸들을 원망하면서도 아아, 나의 천사들 이란 말을 남기면서 죽고 만다. 딸들은 그이 장례식에조차 참석하지 않았으며, 라스티냐크가 루싱겐 부인에게 받은 시계를 전당포에 맡기고 혼자 고리오 영감의 장례를 치러 준다. 고리오의 장례식을 마친 라스티냐크는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며, 자, 이제 파리와의 한판 승부다 라고 외치면서 사회와의 한판 승부를 위해 고리오 영감의 막내딸이자 자신의 연인인 루싱겐 부인의 저택으로 만찬을 들기 위해 떠 난다. 발자크의 장편소설 고리오 영감 27
이 작품은 19세기 근대 시민사회에서 금전 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악한 인간들의 허욕을 보여주고 있다. 즉, 고 리오 영감의 딸들에 대한 부성애와 가난한 학생 라스티냐크의 출세하려는 의지를 주요 테마로 해서 19세기 프랑스 자본주의 사회를 명확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묘사했다. 이 작품은 1834년 12월부터 1835년 2월까지 [르네 드 파리]지에 발표되었고, 곧이어 1835년 3월 [붸르데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일찍이 아내를 여의고 두 딸들에게 집착하여 결국 버림까지 받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면서, 왕정복고 시대에 출세 욕으로 야심에 찬 시골 귀족 출신 청년, 그리고 탈옥수로 사회에 도전하고 반항하는 보트랑 등 소위 밑바닥 인생의 전형적인 인간과 부패한 상류사회의 모습을 대비시킴으로써 파리의 한 시대라는 제한적 배경을 두 가지 면에서 재현 시키고 있다. 쾌락과 부와 환락이 있는 파리와 악과 비리가 판치는 파리가 그것이다. 그럼으로써 근대 시민 사회를 지탱한 금전과 출세욕 등을 여러 등장인물의 개성에 맞추어 사실감 있게 그려가고 있다. 특히 헌신적인 아버지의 상 ( 像 ), 즉, 부성애의 화신으로서 비극적인 아버지의 전형으로 표현된 고리오 영감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리어 왕>과 비 교되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발자크는 이 작품에서 각각의 소설에 인물을 등장시켜 전체 소설로 연결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인물 재등 장 수법을 처음 사용하였으며, 치밀한 관찰을 통해 인물을 묘사함으로써 근대 사실주의의 대표적인 작가로 불리고 있다. 발자크의 장편소설 고리오 영감 28
고민과 생의 의지, 앙티로망 소설의 선구 구토( 嘔 吐.La nausee) 2011.08.19 06:00 고민과 생의 의지, 앙티로망 소설의 선구 구토( 嘔 吐.La nausee) 프랑스의 작가 J.P.사르트르의 장편소설로 1938년에 발표되었으며, 30세의 연금생활자( 年 金 生 活 者 ) 로강탱의 일기체 수기( 手 記 )형식으로 된 소설이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을 담은 첫 장편소설이며, 앙티로망의 선구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이 작품 <구토>는 엄밀히 말해서 소설은 아니다. 그것은 철학적 관심들로 가득 찬 에세이와 같은 느낌이 들고, 뚜렷 한 사건도 없다. 이런 특징들로 인해 <구토>는 최초의 앙티로망(반 소설)이 되었다. 고민과 생의 의지, 앙티로망 소설의 선구 구토( 嘔 吐.La nausee) 29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30세의 주인공 로강탱은 예전에는 애인 아니 가 있었지만 지금은 가족도 없고 완전히 혼자이다. 다만, 가끔씩 호텔 마담과 성관계를 갖기도 하고, 그에게 일종의 동경을 품고 접근하는 독학자 와의 대화를 하는 정도 이외에는 전혀 인간적인 접촉을 하지 않는다. 그는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가능한 한 방해물을 제거한 인간이며, 존재 이유에 의문을 던져주는 구토증을 체험한 인 물이다. 주인공 로강탱은 드 로르봉 후작( 侯 爵 )이라는 역사상의 인물에 관해 조사하기 위해 부빌이라는 곳에 머무는 중 카페 의 마담과 육체적 관계를 가지기도 하지만, 매우 고독하고 변화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주인공 로강 탱이 일기를 쓰게 된 것은 얼마 전부터 외계( 外 界 )의 사물이나 인간들이 가져다주는 구토증의 의미를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구토증이란 결국 존재 그 자체가 우연이고 부조리이며, 존재계( 存 在 界 )가 모두 의미와 필연성을 상실한 것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이다. 그는 그것을 옛 애인 아니와의 6년만의 재회를 앞두고, 공원의 마로니에를 응시하다가 직감적으로 확신하게 된다. 오랜만에 보는 아니도 옛날의 신비적 매력을 잃고 타성에 젖은 허무감 속에서 살고 있다. 절망한 로강탱은 역사 연구 도 포기하고 그 곳을 떠나면서 재즈음악이 주는 감동 속에 장차 소설을 쓰는 것이 구원이 되지나 않을까 하고 희망 을 가져보는 데서 소설은 끝난다. 2010년에 프랑스 작가 장 폴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 가 사르트르 서거 30주년을 맞아 대학로에서 무용 무대에 올랐다. 세컨드네이처컴퍼니 고민과 생의 의지, 앙티로망 소설의 선구 구토( 嘔 吐.La nausee) 30
는 숨이 막히도록 토해내는 무용수들의 몸짓에서 실존적인 고민과 생의 의지를 느끼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부빌이라는 가공의 도시를 중심으로 역사학자인 앙트완 로강탱의 일기 형식을 빌려 쓴 작품이다. 로강탱 은 30세로 부빌의 부르주아들은 사정없이 비웃고 있지만, 그는 기존 질서와 습관을 벗기 위한 자유에 대해 항상 괴로 워한다. 그는 바닷가에 널려있는 조약돌이나 문의 손잡이 따위 등에도 구역질을 느끼는 인물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로강탱 은 이 구토감의 본질을 추적해 가고, 외계의 사물이나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이 느끼는 구토감을 일기에 상세히 기술 한다. 즉, 그가 느낀 구토감의 원인은 사물의 존재에 있었다. 로강탱은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다. 그 아래 마로니에 뿌리가 땅 속에 파묻혀 있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강탱 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그것을 뿌리 라고만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로강탱에게 그것은 이미 어떤 존재의 도구로 다가왔다. 마로니에 뿌리는 인간이 부여한 언어의 기초가 아닌 존재의 본성으로 나타난 그 무엇이었 다. 그것은 로강탱과 아무런 연관도 없이 다만 동떨어져서 존재할 뿐이었다. 이는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물과 자 기와는 모든 관습과 때 묻은 의미를 제거해 버린 것을 뜻한다. 로강탱은 이러한 의미 없는 사물의 현존 앞에서 놀라 고 당황한다. 그리하여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로강탱에게 구토 를 느끼게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마로니에 뿌리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구토감의 허무주의에서 이유를 부여하게 되고, 실체에 목적 을 두기 위한 사고가 일어난다. 그는 깊은 절망감에서 궁극적으로 인간의 절망감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소설을 쓰기로 하고 희망을 갖는다. 이 희망으로의 회귀는 작자 자신의 주요한 명제인 존재는 본질에 선행한다 에 부합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 하면, 존재하고 있는 사물에 본질이 부여됨으로써 그것은 하나의 사르트르의 철학을 가장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문학에서뿐만 아니라, 현재 실존철학의 맹주로서의 사르트르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드러낸 작품이 바로 이 작 품 <구토>가 아닌가 한다. 고민과 생의 의지, 앙티로망 소설의 선구 구토( 嘔 吐.La nausee) 31
삶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회화적인 구조로 소설화한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2011.08.05 06:00 삶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회화적인 구조로 소설화한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이제하의 중편소설로 1985년 발표되었다. 이 작품으로 그는 1985년 제9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1987년 이장호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었다. 이제하는 이상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전통적인 사실주의 기법으로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그는 현실적 국면에서 현실을 예술적으로 변용시키기보다 큰 현실을 역동적으로 보여 주고자 했다. 이제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화가이다. 1956년 동화 <수정 구슬>이 [새벗]에 당선되었고, 1959년 [현대문학]에 시 < 노을>이 추천 완료되었으며, 단편 <황색의 개>가 [신태양]에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회화적인 문체와 시적인 상징 수법 을 통해 초현실적 은유를 활용하는 '환상적 리얼리즘' 작가로 불리며, 1987년 <광화사>로 한국일보문학상과 1999년 제 9회 편운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삶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회화적인 구조로 소설화한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32
이 작품은 삶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회화적인 구조로 소설화한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3년 전에 죽은 아내의 뼈를 뿌리러 속초행 버스를 탄 그는 물치 삼거리에 잠깐 선 버스에서 자신도 모르는 힘에 떠 밀려 급히 내린다. 그곳 간이식당에서 중풍 노인을 데리고 방황하는 '미세스 최'라는 간호사와 해후한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 여 인의 이상한 흡인력에 빨려들지 않으려고 내면으로 저항한다. 여로( 旅 路 )에서 불가사의하고 필연적인 일들이 벌어진 다. 간호사를 외면하고 식당에서 만난 사내들과 함께 '백설여관'에 든 그는 고스톱을 치고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새 벽녘에 일어나 간밤에 잠시 함께 했던 '미스 최'라는 여자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떠밀리다시피 그곳을 떠나 다시 물치로 가서 노인과 간호사를 찾았으나 이미 떠난 후였다. 그는 경포로 가서 아내의 뼈를 날려 보내고는 술에 취해 여인숙에서 잠이 들었다가 밤이 되어서야 깨어난다. 다음날 아침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타러 길을 나선 그는 한 여자가 달리는 차에 뛰어드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 여자는 간밤 에 잠깐 그와 함께 한 여자인 것 같고, 그 모습에 겹쳐 몇 년 전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된 숨진 아내의 죽음이 환영 같은 실상( 實 像 )으로 그를 엄습한다. 폭설로 귀경이 늦어진 그는 간호사를 다시 만나고 운명 같은 힘을 느껴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러나 아내와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길에서는 결합하지 않는다. 그녀와 날을 정해 살림을 차릴 것을 약속하고 뱃머리에 서 헤어질 무렵, 뱃전에서 오구굿을 하던 무당이 간호사에게 부채를 내밀고, 신이 내린 그녀는 어쩌지 못하고 부채를 흔들며 춤추는 걸음이 된다. 삶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회화적인 구조로 소설화한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33
이 작품은 개인적인 삶의 한( 恨 )이 집단적으로 함몰되어가는 과정을 추적한 것으로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 다. 이제하의 소설은 구체적인 줄거리나 명백한 주제를 배제하고 회화적인 문체와 시적인 비유를 많이 사용한다. 사건이 불투명하고 비현실적이며 인간이 추상적으로 묘사된다. 이를 작가는 '환상적 리얼리즘'이라 부른다. 이 작품의 줄거리 속에는 현실과 유리된, 현실과 철저히 대립되어 있는 현실과 양립 불가능한 가치 세계가 아니라, 현실적 가치에 대한 예술적 변용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세계는 인간의 기본적 가치 위에서 선행되는 것으로, 삶 에 대한 본질적 의문과 극히 회화적인 구조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실 자체에 연연하는 인간의 구조적 삶의 모 습이 변용되어 나타나는 세계를 기교적 터치로 완성시키고 있다. 삶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회화적인 구조로 소설화한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34
장 즈네의 자서전적 장편소설 도둑일기(Journal du Voleur) 2011.07.21 06:00 장 즈네의 자서전적 장편소설 도둑일기(Journal du Voleur) 프랑스의 작가 J.즈네의 자서전적 장편소설로 1949년 발표되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작자 자신의 특이한 생활 체험기 이며 자기 신조의 고백서( 告 白 書 )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수록된 에피소드들의 진위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자전적인 작품으로 즈네는 현실과 문학이라는 양 갈래 길에서 전설적인 히로인을 만들어 냈다는 평판을 듣게 되었다. 작가가 바르셀로나의 빈민가에 살면서 거지행각ㆍ소매치기ㆍ매춘 등을 한다는 내용이다. 장 즈네의 자서전적 장편소설 도둑일기(Journal du Voleur) 35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32년 에스파냐를 유랑하여 온 작자는 한 마리의 이( 蝨 )와 같이, 도둑과 매춘부와 거지가 들끓는 바르셀로나의 빈민 가에 자리를 잡는다. 거기서 거지 노릇을 하면서 얼마 후 남창이 되고, 날치기가 되었다가 도둑 패로 들어간다. 벨기 에ㆍ이탈리아를 비롯하여 여러 나라를 표박( 漂 泊 )한 후 프랑스로 돌아온다. <도둑 일기>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감옥에 갇혀 있든 혹은 길에서 구걸하든, 모두 호화롭고 아름답게 묘사된다. 하지 만 주네는 이 세계를 배반과 절도와 동성애 라는,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세 가지 덕목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그 려 낼 뿐 아니라, 그 덕목들을 완벽히 갖추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아름다운 존재로 묘사한다. 장 즈네의 자서전적 장편소설 도둑일기(Journal du Voleur) 36
도둑 일기 에서 성스럽게 재창조된 악의 논리는 사회의 가치관에 대항한 또 다른 신성성을 만들어 내면서, 당시 프랑스 문단은 물론 로마교황청에서까지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가장 비천한 것들을 가장 신성한 자리 에 올려놓음으로써, 진정한 자유인이자 진정한 혁명가, 장폴 사르트르가 칭했듯 악의 성자 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 작품은 소설이라는 장르에 포함시키기에는 어딘가 모호한 작품으로, 즈네의 재능이 순수하게 결실을 맺은 방랑기 이다. 일기라고는 하지만 날짜도 없고 연대도 없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분방한 수법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추남( 醜 男 ) 살바도르, 오른손이 없는 미남자 스티리타노, 동작이 우아한 청년 미카에리스, 완강하고 난폭한 까까머리 아르망, 남성미가 넘치는 배덕( 背 德 )의 경찰관 베르널리니 등과의 성적 교섭을 생생하게 그렸는데, 이들 불량배들도 작자의 장려한 언어와 문장력에 의하여 고귀한 빛에 싸인 성도( 聖 徒 )로 그려졌다. 오욕( 汚 辱 )을 그대로 아름다움으로 전환하고 성화( 聖 化 )하여 자기를 구제하는 과정이 수많은 에피소드를 통하여 증언 된다. 즈네의 재능이 순수하게 결실된 드물게 보는 방랑기이다. 주인공은 즈네 자신이다. 그것은 단순히 젊은 도둑이 아니라 오욕과 비참함을 아름다운 문장력으로 성스럽게 바꾸어 놓은 인물인 것이다. 어 려서부터 도둑 이라는 낙인이 찍힌 즈네는 사람들이 비난하는 대로 돼 버리자 라는 거의 자포자기 상태에서 악의 길로 들어선다. 그 길의 마지막 행로에서 떠오르는 것이 성스러움 이라는 종교적ㆍ윤리적인 관념이었다. 그 는 죄인의 죄를 스스로 떠맡는 것이 성자( 聖 者 )의 몫이라면, 세상의 여러 악을 행하는 것은 성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까라는 생각을 했다. 장 즈네의 자서전적 장편소설 도둑일기(Journal du Voleur) 37
196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 무진기행( 霧 津 紀 行 ) 2011.07.15 06:00 196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 무진기행( 霧 津 紀 行 ) 김승옥이 1964년 10월 [사상계]에 발표된 단편소설로, 자기 존재 이유의 확인을 통하여 지적 패배주의나 윤리적인 자 기 도피를 극복해 보려 하는 작가 의식을 담고 있다. 안개로 상징되는 어린 시절의 고향 무진 에 다녀오는 한 인간의 체험을 통해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의식을 해부하고 있는 작품이며, 불안하고 답답한 분위기와 무책임하고 비굴한 인물의 행동이 아무런 주저 없이 표현 되었다는 점에서 1960년대 독자에게 충격을 가했으며, 더욱이 외적 사물에 예민하게 변화 있게 반응하는 작가의 감성 과 이국적인 문체는 그를 1960년대의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만들었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 무진기행( 霧 津 紀 行 ) 38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아내의 권유로 '나'는 고향 무진( 霧 津 )으로 떠난다. 젊고 부유한 미망인과 결혼을 했고, 얼마 후 제약회사 전무가 될 서른세 살의 '나'는 어머니의 묘가 있고 더 젊은 날의 추억이 있는 무진으로 간다. 짙은 안개, 그것은 무진의 명물이 었다. 과거에도 무언가 새 출발이 필요할 때면 무진에 오곤 했었다. 그러나 늘 어두운 골방 속에서의 화투와 불면과 수음( 手 淫 ), 그리고 초조함이 있었을 뿐이다. 무진에 온 날 밤, 중학 교사로 있는 후배 '박'을 만난다. 그와 함께 지금은 그곳 세무서장이 된 중학 동창 '조'를 만난 다. 그는 '손금이 나쁜 사내가 스스로 손금을 파서 성공했다.'는 투의 얘기에 늘 감격해 하던 친구다. 거기서 '하인 숙'이라는 음악 선생을 소개받는다. 대학 졸업 음악회 때 '나비 부인'의 아리아 '어떤 개인 날'을 불렀다는 그녀는 술 자리에서 청승맞게 유행가를 부르고 둘만이 함께 있을 때, 무진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것을 '나'에게 간청한다. '나'는 그녀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발견한다. 다음날 만나기로 약속한다. 이튿날, 어머니 산소에 다녀오는 길에 방죽 밑에서 술집 여자의 시체를 본다. 바다로 뻗은 방죽, 거기 '나'가 과거에 폐병으로 요양했던 집에서 하인숙과 정사( 情 事 )를 갖는다.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끝내 말하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 아내로부터 온 급전( 急 電 )이 과거의 의식에 빠져 있던 '나'를 일깨운다. 하인숙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쓰지만 곧 찢어 버린다. 이제는 영원히 기억의 저편으로 무진을 묻어 두기로 결심하면서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그 곳을 떠난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 무진기행( 霧 津 紀 行 ) 39
인간은 누구나 일상을 벗어나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러한 충동은 이유 없이 발동하는 선험적( 先 驗 的 ) 인 것이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허무와 회의를 느낀다든가, 실의와 좌절에 빠져 있을 때 특히 강렬하게 나타난다. 여 기에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 어떤 구원의 빛을 던져 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의욕의 회복, 건강함의 재충전 등을 위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니는 이 일상으로부터의 분리 는, 그러므로 우리의 생활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이러한 욕구를 하루에도 몇 번 씩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욕구는 완전히 일상으로부터 분리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거의 대부분 복귀 를 전제로 하는 잠시 동안의 일탈( 逸 脫 )이고, 또 그럴 때 그 분리는 현실적인 의미를 갖는다. 어떤 경험을 통해 힘을 얻고 다시 돌아와서 새로운 의욕으로 삶을 영위해 나간다는 것이 이 분리(떠남)의 참다운 의미라 할 수 있다. <무진 기행>은 이러한 보편적인 인간 심성을 극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윤희중이 서울을 떠나 무진으로 갔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 무진기행( 霧 津 紀 行 ) 40
가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거리이다. 떠나 보았자 아무런 구원도 의미도 없었기 때문에 다시 돌 아오는 것이 아니라, 떠나 있는 동안 서울의 생활이 지니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이야기이 다. 흔히 볼 수 있는 여행의 구조와 동일한 구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러므로 윤희중의 떠남은 도피가 아니라 발 견을 위한 탐색 여행인 것이고, 그 탐색 여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다음 다시 자기의 세계로 돌아올 것을 전제로 한 떠남이다. 윤희중이 그의 고향인 무진으로 가서 몇 사람을 만나고, 또 몇 가지 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그는 무진을 다시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발견한다. 특히 하인숙을 통해 그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주인공 자신의 인간적 욕구의 실 현이 가능한 장소는 서울이라는 깨달음이다. 이 작품은, 인간은 자신을 새롭게 발견함으로써 인생의 의미를 찾아간다는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한 가지 이 작 품은 1960년대적인 삶에 대한 회의와 허무 의식을 그 제재로 하고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 무진기행( 霧 津 紀 行 ) 41
솔제니친의 처녀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2011.07.07 06:00 솔제니친의 처녀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의 처녀작으로 1962년 발표되었는데, 발표와 동시에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것은 종래 에 금기였던 스탈린 시대의 강제수용소 내부를 철저하게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그 작품 자체가 19세기 러시아문학의 전통을 계승하는 본격적인 문학이었기 때문이다. 솔제니친은 한 출판사에 이 작품의 간행을 의뢰했으나 오래도록 책이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스탈린 체제하의 특징 중 하나인 강제수용소 라게리 의 실상을 낱낱이 폭로함으로써 추궁당할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62년 이 책이 출판되자 일대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었다. 내용은 스탈린 시대의 수용소의 하루를 억제된 필치로 담담하게 묘사한 것으로서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솔제니친의 처녀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42
서민 출신의 생활력이 왕성한 인물로 등장한다. 조국을 배신했다는 죄명으로 라게리에 수용된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가 수용소생활을 하면서 사소한 것에 이르기 까지의 하루를 상세히 기록했다. 여기에는 스탈린 시대의 암울함을 상징하는 라게리의 실태가 폭로되어 있는데, 실제 로 솔제니친은 이곳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었다. 무서운 현실을 꾸밈새 없는 유머까지 섞어가며 서술한 점에 오히려 문학이 지닌 무한한 매력과 진실이 있다. 러시아 문학의 걸작의 하나로서 높이 평가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51년초 라게리 생활 8년째를 맞이한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새벽 5시 기상 신호를 듣고 점에서 깨어났다. 지금 까지 그는 기상을 알리는 레일 두드리는 망치소리를 듣지 못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기상에서 점호까지는 1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이 있다. 그는 어제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작업에는 빠질 수가 없었다. 만원인 식당에서 생선뼈와 썩은 양배추 잎사귀가 둥둥 떠있는 아침 식사 550g의 빵을 둘로 나누어 그 한 쪽을 이불 밑에 숨겨둔다. 이런 급식도 언제나 확보된 것이 아니어서 못 먹을 때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알루미늄 조각 을 주워 만든 스푼은 최고의 재산이기에 펠트화 속에 감추고 다녀야 한다. 또한 기력을 잃으면 관 속에 들어가기 십 상이어서 가급적 몸을 아껴야 한다. 평범한 농촌 출신의 슈호프가 수용소 인생으로 굴러떨어진 사연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2차대전의 독소전선 에 투입되었던 사병들의 일반적인 숙명처럼 그도 포로가 되었고, 기적적으로 탈출에 성공하였으나 그의 단순성 때문 에 그는 수사 당국에 의해 반역 스파이로 몰려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런 조작된 누명은 당국이 공포 정치 체제를 굳 히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되던 시대의 산물이었다. 조국 반역죄를 범한 수인( 囚 人 )들이 수용된 이 특수 라게리 의 제104반 반원들의 경우는 거의 대동소이하다. 이들은 모두 시대와 체제의 희생자들이었다. 반장 추린은 라게리 생활 19년이나 되었다. 그는 부농 가계를 속인 탓에 느닷없이 복무 중인 군영에서 쫓겨나 여기 에 와 있었다. 아침에 작업장으로 나갈 때처럼 괴로운 때는 없다. 어둡고 춥고 뱃속은 벌써 비었다. 이제 세상이 온통 동토( 凍 土 )인 곳에서 강제노동의 일과가 기다릴 뿐이다. 극지( 極 地 )의 혹한 속에서 점호를 치루고 신체검사를 받는다. 슈호프가 소속된 104반은 경찰견과 자동소총을 갖춘 간 솔제니친의 처녀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43
수의 감시 아래 작업장을 향해 천천히 행진한다. 상부에서는 그들 104반원들을 새로운 건설 자구의 사회주의적 촌 락 으로 배치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반장인 추린의 노력으로 비교적 나은 일을 맡았다. 모자와 가슴과 무릎, 등 뒤에 번호를 단 수인들을 황야에 있는 발전소 건설장으로 향하는데 대열을 흐트러뜨리면 간수는 발포하게 되어 있었 다. 오늘 작업은 시멘트를 이기고 벽돌을 쌓는 일 등 2달 동안이나 방치되어 있던 발전소의 벽과 지붕을 손질하는 일이 다. 반장은 수인들을 제설반, 기재나 물, 모래나 시멘트를 운반하는 반, 벽돌쌓기 반, 몰타르 만들기 반 등으로 나누 었다. 슈호프는 키르가스와 함께 2층 벽에 블록을 쌓아올리도록 명령을 받았다. 키르가스는 농담을 좋아하지만, 빈틈 없는 사람이었기에 슈호프는 그를 좋아했다. 슈호프는 점심 때 취사반원의 눈을 속여 국그릇을 하나 더 받아냈다. 저녁도 잽싸게 노력봉사를 해 준 대가로 식사 한몫을 따로 챙겼다. 또한 그는 운이 좋게도 작업장에서 강철톱 토막을 주워 숨겨가지고 돌아왔으니, 오늘은 행운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슈호프는 아침에 좋지 않았던 몸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중영창에도 가지 않았으 며, 일도 쉬운 것을 배당받았다. 이런 행복에 더하여 작업장에서의 블록담 쌓기는 아주 열성적이며 능률적으로 진행 되어갔다. 드디어 작업 끝 신호가 울렸다. 해는 지평선으로 아주 떨어지고 작업반원들은 다시 수용소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잠시 후 경비병들이 인원 점검을 하자 1명이 비었다. 곧 수색 작업을 하자 그는 미쟁이 발판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 다. 사방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한 사람 때문에 전체가 30분 이상이나 떨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화가 난 이유였 다. 이윽고 수용소로 돌아온 수인들은 식사를 하고 곧 잠자리에 들었다. 슈호프는 지극히 만족한 기분으로 밤을 청했다. 오늘 하루 그에게는 기분 좋은 일이 많았다. 슈호프는 하루를 꽤 만족감으로 채웠던 것이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군대에 나갔다가 포로가 된 뒤 탈출해 온 슈호프가 간첩 혐의로 수용소에에 수용되어 강제 노동을 하는 것을 다루고 있다. 슈호프는 다른 수인들과 아무런 차이점도 없는 평범한 러시아의 한 농민이었다. 그는 소박한 인물이면서 선천적으로 치밀함과 실리적인 정신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가 비록 강제노동일지라도 자기에 게 맡겨진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자신의 운명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날그날의 목숨이 이어지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면서 산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한 인간이 강제노동에 동원되는 일과 노동 현장에서의 배후를 실감있게 표현함으로써 사회주 의의 모순과 비인간성을 폭로하고,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여 오면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져 고발하려 했다. 수용소에 있는 많은 죄수들은 그 안에서는 꿋꿋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배고픔을 참고 성실 을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밥그릇을 핥지 말라는 것, 들개로 전 락될 수 없다는 데서 강력한 인간성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의 주요 배경은 작가 자신이 스스로 체험했던 라게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는 라게리를 배경으로 하여 스탈린 시대의 부정적인 면을 폭로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극적 구성에 있어서 일상적인 날 가운데의 끊임없는 긴 장, 동일한 운명에 얽매인 수인들끼리의 갈등과 애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살아남기 위한 삶에의 지혜와 애 착은, 사실 이상의 허구요, 묘사 이상의 표현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작가 솔제니친은 스탈린 치하에 행해졌던 비리와 악덕을 공개하여 어떤 식으로든 그 불행했던 과거를 청산해 조국의 밝은 미래를 희구했던 것이다. 그는 반체제 인사로서 이런 노력 때문에 국내에서의 저작활동을 중지당하고, 드디어는 추방을 통해 조국을 상실하는 솔제니친의 처녀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44
결과를 낳았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은 개화한 소련 문학의 정점을 이루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솔제니친의 처녀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45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2011.07.05 06:00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영국의 여류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로 1847년 발표되었다. 브론테 자매가 살던 요크셔 지방을 연상시키는 황량한 자연을 배경으로 거칠고 악마적이라고 할 격렬한 인간의 애증을 강력한 필치로 묘사한 이 소설은 작자가 가명으로 발표한 당시에는 완전히 묵살되고 비난까지 받았으나, 1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날, 인간의 정열을 극한까지 추구한 고 도의 예술작품으로서 높이 평가된다. 이 작품은 1939년 W.와일러 감독으로 영화화되어 문예영화의 고전( 古 典 )이라 일 컬어졌다. 한국에서는 1952년에 소개되었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46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끊임없이 불어대는 바람을 맞고 서 있는 폭풍의 언덕이라 불리는 요크셔 농장은 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 농 장의 주인인 안쇼는 리버풀에서 한 명의 고아를 데려와 그 아이에게 히스클리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의 아이인 힌들리, 캐더린과 함께 산다. 히스클리프는 안쇼의 친아들인 힌들리와는 사이가 좋지 않으나 캐더린과는 사이가 좋아 처음부터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한편, 힌들리는 아버지인 안쇼가 히스클리프에 대해 정을 쏟는 것에 못마땅해 하여 항상 히스클리프를 적대시하는 데, 안쇼 역시 힌들리의 이러한 태도를 좋지 않게 생각한다. 이것을 안 하인 조세프는 안쇼에게 힌들리를 대학에 보 내라고 권유하게 되고, 안쇼는 이를 받아들여 힌들리는 대학에 가게 된다. 얼마 후 안쇼는 병으로 죽고, 장례식에 참 석한 힌들리는 결혼하여 아내를 데리고 온다. 드러시크로스에 다기 돌아온 힌들리는 예전보다 더 심하게 히스클리프를 학대하여 부엌 골방으로 내쫓고 만다. 이런 학대를 받으며 지내는 히스클리프와 캐더린은 더욱더 질긴 끈으로 엮어져만 간다. 한편, 힌들리의 아내는 아이를 낳 고 목숨을 잃는다. 평소 포악한 성격이던 힌들리의 성격은 더욱 거칠어지고, 우연한 기회로 유복한 지주의 아들인 애 드거를 알게 된 캐더린은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면서도 에드거의 구혼을 받아들여 힌들 리가 지배하는 생활로부터 탈 출하고자 한다. 힌들리 밑에서 종처럼 일하는 히스클리프가 불결해 보이고, 에드거의 핸섬하고 교양 있는 태도에 호 감이 갔던 것도 사실이었다. 캐더린이 넬리 하녀에게 에드거와의 혼인을 받아들일 뜻이 있음을 알리고, 히스클리프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던 중 히스클리프는 이 말을 엿듣고 곧장 수소문하여 그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결혼식을 올려 에드거의 여동생 이사벨라 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룬다. 이로부터 폭풍의 언덕은 3년쯤의 세월이 흐르고 홀연히 히스클리프는 훌륭한 신사의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그렌지 저 택을 찾아온다. 그 동안의 생활이 어떠했는지는 몰라도 행동이 억세고 당당해진 모습이었다. 캐더린의 마음은 여전히 히스클리프에게 있었고, 히스클리프 또한 캐더린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였지만, 그의 내면에는 힌들리와 주변 사람들 에 대한 증오와 강렬한 복수심이 불타고 있었다. 에드거는 캐더린의 마음을 알고 히스클리프와 다투게 되는데, 캐더 린은 이에 크게 실망한다. 술과 도박으로 자가의 외로움을 달래고 있는 힌들리의 집에 머물고 있는 히스클리프는 힌 들리를 점점 자포자기하도록 만들며, 애드거의 여동생 이사벨라의 환심을 사 결혼한다. 이 결혼 역시 히스클리프의 복수심에서 나온 계산된 행위이기에 이사벨라는 히스클리프의 냉대와 학대를 감내해야 했다. 에드거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히스클리프는 하녀 넬리에게 캐더린을 만나게 해 줄 것을 요청한다. 꿈에도 잊지 못 하던 히스클리프를 만나고부터 시름시름 앓던 캐더린은 그날 밤 히스클리프를 만나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 에드거 의 딸인 캐더린(캐디)을 낳다가 죽고 만다. 캐더린의 죽음에 대해 에드거의 슬픔은 컸으나, 히스클리프의 슬픔은 더욱 더 컸다. 캐더린의 장례식 날 이사벨라는 폭풍의 언덕에서 도망쳐 잠시 넬리를 만나 그 동안의 히스클리프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주고 히스클리프 곁을 떠나 런던 근교에서 생활한다. 캐더린이 운명한 지 13년쯤 뒤 이사벨라는 죽고, 그녀의 아들인 린튼은 열두 살이 되었다. 그 동안 힌들리는 히스클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47
리프와의 결투에서 입은 상처로 죽었고, 에드거 역시 병으로 죽었다. 히스클리프는 린튼 가의 재산을 손에 넣기 위해 캐더린의 딸과 린튼을 강제 결혼시키는데, 린튼은 곧 병사했다. 이제 복수의 집념이 다한 히스클리프는 캐더린의 환 영 속에서 살다가 그녀와 함께 영원한 사랑의 나라로 가 버렸다. 이로써 워더링 하이츠 가( 家 )의 이야기는 끝나고 다음 세대인 레어튼, 캐디, 린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한 히스클 리프의 끝나지 않은 복수심은 다음 세대에 이어져 캐디와 린튼의 결혼 약속과 이들에 대한 히스클리프의 집요한 학 대와 복수는 결국 파국을 맞게 되는데, 이것은 캐더린에 대한 지나친 격정의 소산이었다. <폭풍의 언덕>은 극단적인 사랑과 증오의 교차점이 전반적으로 낭만성이 풍기는 가운데 이어져 간다. 힌들리와 히스 클리프, 에드거와 히스클리프, 캐더린과 히스클리프, 이들의 관계는 작품 곳곳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 갈등 은 마무리를 위해 끝까지 호흡하고 있다. <폭풍의 언덕>이 발표될 당시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것은 등장인물들의 인간관계를 너무 무리하게 다루었고, 노골적 인 문체와 거친 문장으로 야만스러운 것, 반기독교적인 작품이라고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26년 발표된 L.P 생리의 <폭풍의 언덕의 구조>에 의해 놀라운 구성력과 주의 깊은 집필이 증명되었고, 사건에 대해서도 사실성이 인정 되었다. 이 작품은 개관적인 입장과 이중적인 구조로 이야기의 주관과 객관을 함께 전달하는 효과를 얻고 있으며, 마지막에 취한 히스클리프의 행동은 작가의 혼이 짙게 밴 개성의 결과라고 보인다. 이 작품은 3대에 걸쳐 폭풍의 언덕에서 일 어난 사랑과 애증, 복수의 인간 드라마이다. 캐더린에 대한 히스클리프의 집요한 사랑이 가슴을 울리지만, 그런 복수 극을 불러일으킨 그의 사랑의 방식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W.S. 몸이 <서밍업>(1938)에서 세계 10 대소설의 하나로 꼽았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48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Une Vie) 2011.06.24 06:00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Une Vie) 프랑스의 작가 모파상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로 원제목은 어느 생애 라는 뜻이다. 이 작품은 정교한 단편작가로서 알려진 모파상의 첫 번째 장편이다. 신문지상에 연재하다가 1883년에 출판되자 이듬해 초에는 25판을 거듭할 만큼 호 평을 얻어 작가는 그 명성을 일약 전 유럽에 떨쳤다. 이 작품에는 인생에 대한 사무치는 애수와 아름다운 서정이 흐르고 있다. 모파상은 이 이야기를 한 여성에게만 국한 시키지 않고 인생의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우리들 각자의 깊은 절망과 혐오를 집약시켜 놓고 있다. 소녀 시절에 품었던 낭만적인 삶이 현실에서 무참히 파괴되면서 잔느는 자신의 운명에 수동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여 인이 되어 버린다. 잔느는 결혼 상대자 선택에서부터 재산을 모두 탕진했을 때조차도 주체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운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Une Vie) 49
명에 몸을 맡겨 버리는 것이다. 이 소설은 꿈과 희망에 넘친 처녀의 수도원에서의 출발로 시작되어, 결혼에 대한 환멸, 남편의 배반과 죽음, 자식에 대한 실망 등, 현실과의 접촉으로 가지가지의 환멸을 맛보는 한 여성의 생활이 노르망디의 고원과 바다를 배경으로 그려져 있다. 그 테마와 묘사법으로 모파상의 대표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노르망디의 귀족의 딸로 태어난 잔느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열두 살 때부터 열일곱 살 때까지 수도원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교양을 쌓는다. 수도원을 나온 잔느는 오랫동안 동경해 오던 인생의 온갖 행복을 꿈꾸며 양친과 하녀 로잘리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베 피코 사제의 소개로 줄리앙이라는 젊은 자작을 알게 된다. 순진무구한 잔느는 자작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자작의 청혼으로 결혼한다. 그러나 첫날밤 줄리앙의 사나운 행동에 잔느의 아름다운 꿈들이 무참히 무 너져 버린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니 줄리앙은 잔느의 일에 더 이상 마음 쓰지 않았으며, 침실을 따로 쓰게 된다. 어느 날, 잔느와 친형제나 다름없이 자란 하녀 로잘리를 남편이 건드려 사생아를 낳게 된다. 잔느는 사제의 주선으 로 로잘리를 시집보내 버린다. 모든 것을 체념한 잔느는 임신하여 아들 폴을 낳는다. 폴은 잔느의 희망으로 열정적인 애정을 쏟아 붓는다. 남편 줄리앙은 로잘리 이외에도 이웃에 사는 푸르빌 백작 부인과도 관계를 맺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잔느는 괴로 워한다. 잔느가 처한 잔혹한 상황은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상처를 받는다. 어머니의 유품인 편지 속에서 어머니가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Une Vie) 50
남편의 친구인 포르 테르테느마르와 불륜 관계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느낀다. 줄리앙과 푸르빌 백작 부인이 보코트 언덕의 양치기 이동식 막사에서 밀회를 즐기고 있던 현장을 목격한 푸르빌 백 작이 이동식 막사를 절벽 아래로 밀어 남편이 죽고 만다. 바로 그날 밤 잔느는 죽은 계집아이를 낳는다. 이제 잔느에 게는 폴이 전부였다. 폴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낙이었고, 폴은 어리광을 부리며 자라났다. 폴은 15세가 되던 해에 아브르에 있는 중학교 기숙사에 들어간다. 자주 면회 오는 어머니를 반갑게 여기지 않는 폴 은 공부를 하지 않아 낙제를 하고 만다. 폴은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사귀던 여자와 파리로 떠나버린다. 절망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잔느는 폴이 진 엄청난 빚을 갚아나가야만 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죽고 곧 이어 이모 도 숨을 거둔다. 모든 재산을 날려버린 잔느는 전에 내보냈던 하녀 로잘 리가 찾아와서는 함께 살자고 하여 둘은 서 로 의지하며 오두막에서 생활을 한다. 어느 날 파리에 있던 폴에게서 아내가 출산 후 위독하다는 편지가 날아온다. 잔느는 파리로 가서 손녀를 데리고 온 다. 잔느는 손녀를 품 안에 꼭 껴안고는 미친 듯이 입을 맞춘다. 그런 잔느를 바라보던 로잘 리가 이렇게 중얼거린다. 따지고 보면, 인생이란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즐거운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니로군요. 이 작품은 자연주의 소설의 전형임에는 틀림없으나, 작품의 이면에는 인생에 대한 사무치는 애수( 哀 愁 )와 아름다운 시정( 詩 情 )이 흐른다. 러시아의 대문호인 톨스토이는 모파상의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창부를 주인공으로 한 그의 작품 에서 볼 수 있는 너무나도 자연주의적인 경향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였으나, 이 작품을 읽고는 종래의 생각을 고쳐 진 심으로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꿈과 희망에 가득 찬 수도원 생활로부터 시작하여, 결혼에 의한 환멸, 남편의 배반과 죽음, 자식에 대한 실망 등 현 실과의 접촉에서 오는 여러 가지 환멸을 맛보는 한 여인의 일생이, 노르만디의 고원( 高 原 )과 바다를 배경으로 하여 소명( 昭 明 )하게 그려져 있다. 그 테마와 사실주의적 묘사법으로 말미암아 모파상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톨스토이는 <여자의 일생>을 이렇게 논하고 있다. 여기에 한 선량하고 귀엽고 상냥스러운, 좋은 일이면 무슨 일이라도 하는 소질을 가진 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 웬 일인지 희생물로 바쳐진다. 처음에는 난폭하고 교양 없고 어리석고 동물적인 남편의, 다음에는 이 남편과 같은 아들 의 희생물로. 그래서 이 세상에는 무엇 하나 주지 못한 채 사라져 간다. 왜 그런가? 이 작자는 이와 같은 문제를 제 기, 짐짓 아무런 해답도 주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은 이 소설 전체, 여주인공에 대한 동정과 여주인 공을 파멸시킨 그 모든 것이 이미 작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고 있는 것이다.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Une Vie) 51
이 소설은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한 채 일생을 살아온 이모가 약혼중인 잔느의 행복을 시새움하다 설움을 견디지 못해 끝내 오열을 터뜨리는 이야기라든가, 지나치게 엄격한 계율로 인해 괴로워하는 젊은 신부가 연인들의 밀회를 방 해하고 새끼 밴 개를 때려죽이는 이야기 등, 단편 소설적 구성을 지닌 삽화들이 중첩되며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인생의 진실한 단편이라 해야 할 이런 삽화들은 모두 남자들의 뻔뻔스러움, 늙어 가야 하는 인간의 비애, 교육과 종 교의 모순 등 작가 자신의 페미니즘이 관통하고 있으며, 그것이 유기적으로 구성됨으로써 잔느라는 한 여성의 이야기 에 그치지 않고, 인생의 다양한 모습에 대한 작가의 깊은 절망과 혐오를 집약하여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소설에서는 작가의 부정적인 종교관을 엿볼 수 있으며 잔의 아버지 남작의 입을 통해 오히려 자연신 예찬론 자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잔의 입을 통해 오직 아름다운 것은 물과 빛과 공기라고 말한다. 인간조차도 동물보다 별 로 나을 게 없으며 철학은 탁상공론격이고, 사회생활은 깨뜨릴 수 없는 전제적인, 또한 영원히 계속되는 추악한 현상 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게다가 각각의 존재들은 서로서로 고립되어 있어 상대방에 침투할 수 없으며, 각 존재 들 간의 사랑이나 우정도 진정한 위로를 주지 못한다. 여주인공 잔은 냉혹한 남편에게 버림받고 이어서 자식에게서도 배신당한다. 그녀와 나란히 늙어가는 하녀 로잘리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즐거운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니로군요." 여주인공 잔의 암담한 회색으로 물든 길은 결국 근대 생활에 대한 가혹한 판결이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증오하고 조소할 만한 진실 이외에 동정할 만한 진실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정확하게 시대를 설정한 풍속 소설로 읽을 수도 있다. 이야기 첫머리에 1819년이라는 시대가 명시되고, 잔과 쥘리앵이 신혼여행을 코르시카로 건너갈 때에는 기선이 다니기 시작하고 있었는데, 잔이 아들을 찾아 파로 나갈 때는 "6년 전부터 화제가 되어 있던 철도가 파리와 르 아브르 사이를 왕래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모파상은 인간 마 음의 날카로운 탐구자였다. 인간의 세계가 숨기고 있는 뜻밖의 진실, 특히 인간 감정을 초월하는 환멸적 작용의 탐구 에 몰두하는 태도가 이 작품에 현저하게 나타나 있다. 하녀 로잘리가 하는 작품의 마지막 대사는 지당하다 하더라도, 잔은 이 말로 치료받을 수 없는 고독감에 사로잡혀 있고, 인생에 대해 옳고 그른 판단을 내리지 못할 만큼 타격을 받 고 있었다.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Une Vie) 52
멜빌의 장편소설 백경( 白 鯨.모비 딕.Moby Dick/White Whale) 2011.06.22 06:00 멜빌의 장편소설 백경( 白 鯨.모비 딕.Moby Dick/White Whale) 미국의 소설가 H.멜빌이 1851년에 지은 장편소설로 모비 딕 이라는 머리가 흰 거대한 고래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에이헤브(Ahab)의 복수담이다. 책을 펼치면 서툰 낱말이 많이 튀어나온다. 육지 사람들로서는 상상도 못할 험악한 바다생활이 펼쳐진다. 포경선 피쿼드호의 선장 에이헤브는 고래에 대한 복수심으로 동료들의 충고도 아랑곳 않고 백경을 찾아 대서양에서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으로, 태평양으로 항해를 계속한다. 어느 날 돌연 백경이 나타나 3일이나 사투를 계속한 끝에 선장은 작살을 명중시켰으나 결국 고래에게 끌려 바다 밑으로 빠져들어 가고 피쿼드호도 침몰한다는 비극의 내용을 단 한 사람 살아남은 선원 이스마엘이 전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한때 포경선을 탄 경험이 있는 멜빌은 작은 배로 거 대한 백경과 싸우는 웅장한 광경을 잘 묘사하였다. 발표 당시에는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였으나, 20세기에 이르러 재 평가되어 격조 높은 서사시적 산문의 아름다움과 함께 세계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이 이야기의 화자( 話 者 ) 이스마엘 은 이스라엘 민족의 시조 아브라함의 사생아로 태어나지만, 곧 추방되어 황야 멜빌의 장편소설 백경( 白 鯨.모비 딕.Moby Dick/White Whale) 53
를 떠도는 방랑자가 된다. 이스마엘은 바로 멜빌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육지생활에 불만을 품고 포경선을 타 게 되는데, 이 작품은 그의 선원생활을 토대로 하여 쓰인 것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자신의 이름을 이스마엘이라고 부르는 작중 화자는 육상의 생활에 불만을 품고 생명력이 있을 것 같은 바다를 동경 하여 그곳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어느 날 밤, 이스마엘은 싸구려 여관에서 작살꾼인 퀴퀘그를 만나 한 방에서 자게 된다. 둘은 여기서 함께 바다로 나가기로 약속하고 포경선을 찾아 나선다. 그들은 낡고 허름한 피쿼드 호라는 포경선을 만나 크리스마스 날 아침 항 해에 나선다. 피쿼드 호 선장인 에이헤브는 모비 딕이라는 백경에게 한쪽 다리를 잃고는 복수를 맹세한 노인으로, 일 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배가 남하하여 따뜻한 지역에 도착을 해서야 이스마엘과 퀴퀘그는 선장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밀향고래의 뼈로 만든 의족( 義 足 )을 한 에이헤브 선장의 모습에 둘은 전율을 느낀다. 선장은 선원들을 모아놓고 자신 의 다리를 잃게 한 고래, 모비 딕을 처치하는 것이 항해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모비 딕은 선원들에게 전설화된 고래로, 인간들에게 악의 화신과도 같은 존재이며, 공포의 대상이다. 에이헤브 선장 은 어떤 고난도, 선원들의 희생도 불사하며 복수의 일념으로 끈질기게 추적한다. 피쿼드 호는 다른 배들로부터 백경 의 행적에 대해 정보를 받으면서 인도양, 대서양, 태평양을 헤매며 항해를 계속한다. 그러던 중 드디어 백경을 발견한다. 친신만고 끝에 복수의 기회를 얻은 에이헤브는 모비 딕과 3일간의 처절한 혈투 를 벌인다. 첫날, 백경의 등에 작살을 꽂지만, 모비 딕은 보트를 뒤엎어 버리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둘째 날도 작살을 꽂는데 성공하지만, 배가 뒤집어지고 선원의 목숨만 앗아간다. 셋째날, 더욱 난폭해진 백경은 피쿼드 호로 달려들고, 복수에 불타 있는 에이헤브 선장은 고래를 향해 작살을 던진다. 그러나 에이헤브는 고래의 목에 꽂힌 작살의 밧줄에 목이 감겨 물 속 깊이 사라지고 만다. 피쿼드 호의 모든 선원들 이 죽음을 당하고 이스마엘만이 지나가던 배에 의해 구조된다. 멜빌의 장편소설 백경( 白 鯨.모비 딕.Moby Dick/White Whale) 54
이 작품은 배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이스마엘이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19세기 중엽 미국의 주요 산 업이었던 포경업에 대해 공상과 리얼리즘을 섞어 서술하고 있다. 이 작품은 모비 딕이라는 악의 화신과도 같은 흉포한 살인고래에게 한 쪽 다리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 있는 한 인간 의 집념을 그리고 있다. 오로지 복수의 일념으로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을 항해한 끝에 드디어 모비 딕을 만나게 되 고, 사흘간의 처절한 사투 끝에 에이헤브 선장은 백경 모비 딕과 함께 바다로 돌아가고 만다. 에이헤브 선장의 행동이 비록 맹목적이고, 광적이며, 비극적일지라도 그의 집념과 투지는 생에 대한 숭고함을 갖게 한다. 작품 내용 중에 경학( 鯨 學 )에 관한 이야기며, 여러 문헌을 발췌한 부분이 많다. 이는 <백경>이 멜빌이 포경선에서 겪 은 체험과 고래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조사를 바탕으로 오랜 집필 과정을 거쳐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빼어난 작 품임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비록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으나, 제1차 세계대전을 겪은 젊은 세대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사나운 흰 고래( 白 鯨 ) 모비 딕에게 한쪽 다리를 빼앗긴 이래 복수의 화신으로 변한 선장( 船 長 ) 에이헤브(Ahab)는 끝 까지 복수를 하려고 그 흰 고래의 행방을 추구하여 겨우 목표로 한 상대와 만났으나, 아차 할 순간 실수로 격투 도중 에 바다 속으로 끌려들어가 죽고 만다.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지만, 이 속에는 우의( 寓 意 )가 풍겨져 있고, 결국 악( 惡 )의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유한( 有 限 )한 몸으로써 무한한 것에 도전하는 작자의, 인간적인 비극을 취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비극을 묘사하는 데 있어 작자는 독특한 문체와 힘찬 리듬으로 비장( 悲 壯 )한 감개를 부어넣는 문장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 문장 속에는 고래와 바다에 관한 많은 지식이 깃들어져 있어 웅대한 바다의 서사시를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미국문학 최대 걸작 중의 하나일 뿐 아니라, 가끔 <신곡( 神 曲 )> 및 <리어 왕>과도 비유되는 유명한 작품이 다. 멜빌의 장편소설 백경( 白 鯨.모비 딕.Moby Dick/White Whale) 55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2011.06.10 06:00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독일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H.헤세의 초기 작품으로 1906년에 발표되었다. 헤세의 마울브론신학교 시절의 체험을 바탕으로, 천부의 소질이 있는 한 소년이 몰이해한 어른들의 세계에서 상처를 입고 고민하는 것을 묘사한, 서정미가 짙은 작품이다. 헤세는 명문 마울브론 신학교에 입학하지만, 그곳의 속박된 기숙사 생활에 견디지 못하고 탈주( 脫 走 ), 자살을 기도한 다. 이 소설은 체험에 의한 것으로, 고통 받았던 생활의 단편이 숨쉬고 있다. 고 그는 고백하고 있다. 작중의 자유분방한 시인적 기질을 가진 헤르만 하이로나와 한스를 통해 작가는 1인 2역을 맡 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56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4살이 된 '한스'는 독일 어느 시골 라틴어 학교의 학생이다. 그는 언제나 1등을 차지하는 우수한 소년으로, 총명해 보이는 이마, 빛나는 눈동자, 품위 있는 몸가짐으로 여러 사람에게 사랑과 믿음을 받고 있다. 주에서 주관하는 시험에 합격하면 신학교에 입학하여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지만, 그것은 선택된 극소수의 학생에게 만 허용된 좁고 험난한 길이다. 한스는 매일 밤늦도록 공부한 보람이 있어 시험에 2등으로 합격한다. 한스는 신학교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얻어 그의 앞에는 빛나는 미래가 펼쳐진다. 여기에서 한스는 '하이르너'라는 소 년과 친하게 되는데, 하이르너는 자유분방한 성격과 아름답고 훌륭한 말솜씨, 게다가 고대 건축과 조각에도 깊은 이 해가 있는 소년 시인이었다. 한스는 하이르너에게 왠지 마음이 이끌렸는데, 그것은 난생 처음으로 느끼는 자유에 대 한 동경이었다. 신학교의 엄격한 교육은 하이르너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마침내 그는 학교 규칙을 어기고 선생에게도 반 항을 하는 불량 학생으로 낙인이 찍히고 만다. 소심한 한스는 하이르너와 가깝게 지내게 되면 자신도 불량 학생으로 생각될까 봐 차츰 그를 멀리한다. 한스는 하이 르너와의 우정을 배신했다는 죄 의식으로 고민하지만, 겨울이 되어 두 사람은 다시 우정의 꽃을 피운다. 그러나 하이 르너는 신학교를 탈출하여 결국 퇴학당하고 한스도 열등생으로 낙인이 찍혀 학교에서 쫓겨난다. 고향으로 돌아온 한스는 이미 다른 사람들로부터 옛날처럼 사랑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자살의 유혹에 사로잡힌 한 스는 비참한 생각을 하던 중, 죽음의 그림자에 이끌려 나골트 강에 몸을 던져 꽃 같은 목숨을 끝마친다.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57
헤세는 독일의 시인이자 소설가, 수필가로서 토마스 만과 더불어 현대 독일 최대의 작가로 평가되고 있는 작가이다. 독일 남부 슈바벤에서 선교사를 하던 부모의 영향을 받아 인도주의적이고 평화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14세 때 신학교에 입학하여 목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지만, 마음에 맞지 않아 반 년 만에 자퇴해 버리고 만다. 신 경 쇠약증으로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 그는 시계공의 견습생으로, 책방의 점원으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문학 공부를 시 작하여 여기에 소개하는 <수레바퀴 아래서>를 발표하고, 1911년에는 인도를 위시하여 싱가폴, 수마트라, 세일론 등지 를 여행하는 동안 동양 문화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는 그 이후 젊은 시절의 성장 과정을 그린<데미안(Demian)>(1923), 인도 철학을 아름답게 그린 <싯다르타 (Siddartha)>(1922), <황야의 늑대>(1927), <유리알 유희>(1943) 등의 대작을 발표함으로써 1946년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된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전쟁보다는 평화가, 증오보다는 사랑이'라는 전쟁을 반대하는 논문을 발표하여 조 국인 독일로부터 매국노라는 낙인이 찍혀 스위스로 귀화해 버리고 그곳에서 여생을 보냈다. 이 소설은 헤세의 자서전적인 요소가 짙게 풍기는 작품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국가시험, 신학교 입학, 신학교 탈 출 사건 등은 바로 작가인 헤세 자신의 체험이다. 주인공 한스는 '나'라는 좁은 세계를 벗어나 '다른 세계'에 눈을 돌 림으로써 약속된 미래를 잃어버린다. 여기서 '다른 세계'는 '하이르너'라는 친구로 표현되고 있다. 한스는 결국 약속된 미래를 잃어버렸을 뿐 아니라, 자유에 대한 꿈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질서'라는 큰 수레바퀴 아래 깔려 희생되고 만다. 우리는 '한 어린 영혼이 고뇌하면서 주위를 살펴보고 있지만, 누구 한 사람도 그를 애정으로 감싸주지 못하고 무관 심하였다.'는 사실에 진한 슬픔을 느끼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58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59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대작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2011.06.09 06:00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대작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독일의 작가 헤르만 헤세의 미래의 공상사회를 그린 장편소설. 교양소설(1943)로 이 소설은 루디 요제프 크네히트의 생애를 기술하면서 학문과 예술, 사유와 감정을 '유리알 유희'라는 상징으로 통합해보려고 시도했다. 선택된 정신의 소유자들은 미래의 세계에서라도 정신과 삶 사이의 모든 긴장을 극복해보려고 하지만, 이 세상의 삶의 요구를 정당화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크네히트는 세상을 하직한다는 내용으로, 정신과 충동의 이원론을 형상화해보려는 헤세 작품 세계의 총결산으로 평가된다. 이 소설은 헤세가 1931 42년에 쓴 작품으로 43년 스위스에서 간행되었다. 1946년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이기도 하 다. 유리알 유희 라는 것은 헤세가 창작한 것으로서, 그러한 유희가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유리알 유 희라는 것은 수십 개의 철사를 친 틀 속에 유리알을 늘어놓은 것으로, 헤세가 창작한 것이다. 카스터리엔이라는 미래의 이상향에서 2400년경에 쓰였다는 설정을 해놓고, 이보다 약 200년 전에 존재하였던 카스터 리엔의 유희의 명인( 名 人 ) 크네히트를 회상하며 서술하는 형식을 취한 정신문화사적인 미래소설이다.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대작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60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20세기는 전쟁의 세기라고 불리고, 가공할 만한 정신의 황폐를 초래하였다. 이런 와중에서 정신의 권위를 되찾으려 는 운동이 일어나, 교양 있는 사람들에 의해 종교적인 이상향이 건설되고, 이 곳 학교에서는 유리알 유희 라는 고 래( 古 來 )의 온갖 학예의 정화( 精 華 )를 종합한 영재교육이 실시된다. 정신적 유토피아 카스터리엔에서 최고의 영재교육을 받은 주인공은 전력을 유희 에 집중하여 유희의 명수가 된 다. 이 유희는 문화의 전체 내용과 가치를 가지고 하는 유희 이며, 인류가 학문과 예술 각 분야에서 획득한 일체 의 가치를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듯이 다루는 종합예술을 묘사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피를 받아들여 자신을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카스터리엔을 떠난 뒤, 속세에서 옛 친구의 아들을 교육하 기 시작하나 이 소년에 대한 사랑의 순난자( 殉 難 者 )로 물에 빠져 죽는다. 즉, 제자에게 헌신적 사랑을 가르친 후 자신 은 호수에 빠져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대작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61
여기에서의 유희 란 문학이나 예술, 또는 종교나 사상을 통한 자기 나름대로의 심오한 사유행위를 의미한다. 그 것은 매우 절실하면서 또 자유로운 것이며, 그를 통한 깨달음이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주동 인물 요오 제프 크네히트는 그런 유리알 유희의 명수였다. 그는 그 모든 분야에 대해 심오한 경지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대 단히 아름다운 유희의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또 그는 높은 정신, 향기로운 인격의 소유자였다. 더구나 그가 세 속 친구의 아들 티토를 위해 호수에 빠져 죽었을 때 독자들은 처음으로 죽음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유리알 유희>라는 것은 헤세가 창작한 것으로서, 그러한 유희가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카스터리엔이라 는 미래의 이상향에서 2400년경에 쓰여졌다는 설정을 해놓고, 이보다 약 200년 전에 존재하였던 카스터리엔의 유희의 명인( 名 人 ) 크네히트를 회상하며 서술하는 형식을 취한 정신문화사적인 미래소설이다. 20세기는 전쟁의 세기라고 불리고, 가공할 만한 정신의 황폐를 초래하였다. 이런 와중에서 정신의 권위를 되찾으려 는 운동이 일어나, 교양있는 사람들에 의해 종교적인 이상향이 건설되고, 이곳 학교에서는 '유리알 유희'라는 고래( 古 來 )의 온갖 학예의 정화( 精 華 )를 종합한 영재교육이 실시된다. 이 유희는 '문화의 전체 내용과 가치를 가지고 하는 유 희'이며, 인류가 학문과 예술의 각 분야에서 획득한 일체의 가치를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듯이 다루는 종합예술을 묘 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얼핏 보기에는 초시대적인 가공( 架 空 )의 이야기 같지만, 20세기 문화에 대한 비판과 헤세가 도달한 최고의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대작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62
지성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이 작품에는 헤세의 정신옹호의 정열이 잘 나타나 있으며, 20세기 문학의 여러 가지 문 제가 제기되어 있다. 이 소설에서는 시간ㆍ공간을 초월한 정신적ㆍ영적 가치의 종합을 시도하였다. <유희의 명수 요 제프 크네히트의 회상>이라는 부제가 붙는다. 요제프 크네히트는 헤세가 추구한 인물로, 데미안ㆍ싯다르타ㆍ나르치스 의 완성형이다. 이 작품은 얼핏 보기에는 초시대적인 가공( 架 空 )의 이야기 같지만, 20세기 문화에 대한 비판과 헤세가 도달한 최고의 지성이 잘 나타나 있다.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대작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63
<무녀도>를 장편으로 개작한 소설 을화( 乙 火 ) 2011.06.08 06:00 <무녀도>를 장편으로 개작한 소설 을화( 乙 火 ) 김동리의 장편소설로 이 소설은 1936년 [중앙]지 5월호에 발표된 단편 <무녀도>를 1978년 장편으로 개작하여 [문학사 상]지에 발표한 작품이다. 이에 대해 작가 자신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을화>를 쓰게 된 동기는 샤머니즘의 세계를 더욱 자세하게 문학적으로 형상화시키는 일과, 샤머니즘에서의 죽음과 삶에 대한 문제점을 한국문학, 나아가서는 세계문학에 제의해 보고자 한 것이라고 한다. <무녀도>를 장편으로 개작한 소설 을화( 乙 火 ) 64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가난과 무식과 소박한 토속적 삶의 얽힘 속에서 옥선(을화의 처녀 때 이름)은 이웃집 총각 성출과 사랑을 맺고, 처녀 의 몸으로 영술을 가진 후 마을을 쫓겨나게 된다. 그러다가 영술의 병으로 무당을 찾게 되는데, 영술의 병은 나았지만, 옥선이가 병을 얻게 되고, 이때 신이 지피게 되 어 무당이 된다. 이때부터 을화로 명명되며, 큰무당으로 명성을 얻고, 젊은 화랑 방돌이와 정을 통하여 딸 월희를 갖 게 된다. 이후 영술은 교회를 찾고, 박 장로를 만나게 되는 것이 인연이 되어 그의 생부( 生 父 )인 이성출과 만나게 되고, 성( 姓 도) 찾게 된다. 박 장로는 양반 가문의 집안 출신으로, 독립운동에 가담하고, 계몽운동에도 참여하고, 미신 타파에 앞 장 선 인물이다. 월희도 교회에 나가보려고 하는데, 을화는 이를 반대한다. 오구굿 때 정 부잣집 아들이 월희의 미모를 보고 첩으로 들이려 하자, 을화는 반가워하지만, 영술은 이에 반대한다. 그러다가 을화는 아들 영술이가 생부( 生 父 )를 찾은 사실을 알게 되고, 빼앗길까 봐 두려워하면서 기독교에 대한 강한 반발을 드러낸다. 어느 날, 영술은 을화가 태우는 성경책 을 빼앗으려다가 을화의 칼에 찔리게 된다. 결국, 영술은 죽고, 방돌이는 월희를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 버린다. <무녀도>를 장편으로 개작한 소설 을화( 乙 火 ) 65
<천년 축제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무형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의 서막을 알리는 국사성황제가 28일 대관령 국사성황사에서 열린 가운데 행사에 앞서 잠시 무녀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 이 작품 을화 는 단순한 샤먼의 세계를 그려낸 소설이 아닌 샤먼의 세계를 소설미학의 세계로 끌어올린 대단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그들이 바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택해왔다는 점이다. 작가가 사실 작품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한다. 을화 에 등장하는 인물들 은 사실 그 시대에 비추어 보면 굉장히 극단적이고 혁신적인 인물들이다. 작가의 토착적이고 민족적인 소재를 거시적인 시각과 원형적인 것들에 입각해 특유의 상징적 깊이로 민족문학과 순 수 문학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이끌어낸 부분을 이 작품 을화 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작가는 이 작품의 주인공 을화 를 통해 삶과 죽음의 세계가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으며, 오 구굿 장면에서 영술이 굿을 보는 동네 사람들과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분명히 인식함으로써 우리의 공동 의식이나 일체감을 확인시키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을화>는 김동리의 문학 완숙기에 쓰인 작품으로, 샤머니즘적 인간의 생명에 대한, 그리고 죽음에 대한 김동리의 가 치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하겠다. <무녀도>를 장편으로 개작한 소설 을화( 乙 火 ) 66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 2011.05.31 06:00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로 1866년 잡지 [러시아 통보( 通 報 )]에 발표된 세계 문학 걸작의 하나로 한 국에서도 애독되는 작품이다. 근대 도시의 양상을 배경으로, 작중의 하급 관리 마르멜라도프의 말대로 아무데도 갈 데가 없는 사람들로 가득 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뒷거리가 무대이다. 가난한 학생 라스콜리니코프는 병적인 사색 속에서, 나폴레옹적인 선택된 강자는 인류를 위하여 사회의 도덕률을 딛고 넘어설 권리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이( 蝨 )와 같은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죽여 버림으로써 이 사상을 실천에 옮긴다. 그런데 이 행위는 뜻밖 에도 그를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하고, 인류와의 단절감 에 괴로워하는 비참한 자신을 발 견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민감한 예심판사 포르필리가 대는 혐의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맞서나가면서도 죄의식의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