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러 가스관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한국의 경우 윤 성 학 * 1. 서론 한반도의 정치경제적 지형에 일대 전환점이 될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2012 년 남북러 각각 최고 지도자가 바뀌면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2011년 8월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의 시베리아 울란우데 정상회담에서 북한 통과 가스관 연결을 위한 MOU를 체결한 이후, 9월 8일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보다 빠르게 논의가 진행될 것 1) 이라고 받아치면서 이 프로젝트는 긴박한 정책 아젠다가 되었다. 2012년 남북러 최고 의사결정자가 바뀌면서 가스관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 이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의 정권교체는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2011년 말 김정 일의 사망으로 북한의 권력교체가 일어나면서 가스관 사업은 동북아 정세 변화 의 신호탄으로 바뀌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정부도 2012년 등 장하면서 가스관 사업을 둘러싼 복잡한 역학관계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러 가스관 프로젝트에 대해 북한의 태도는 다소 모호하지만 김정일 사후에도 여전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러시아 방문 기간 중 김 위원장을 수행했던 빅토르 이샤예프(Victor Ishaev)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2012년 현재 극동개발부 장관)는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남한이 천연가스 공급에 합의하면 김 위원장이 가스관 건설을 위해 영토를 내줄 준비가 돼 있다 는 점을 강조하였다. 2)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 로 이어지는 북한의 정치체제의 특징상,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은 김정일의 유 * 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1) 2011년 11월 상트페트르부르그에서 열린 한 러 정상회담에서 남북러 가스관 사업 의 로드맵에 대해 포괄적인 합의안이 도출되었다. 2) http://www.izvestia.ru/news/501761(검색일: 2011.12.8).
260 러시아연구 제22권 제2호 훈을 적극 받들 뿐만 아니라 대북 경제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한국 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스관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3) 세계 2위의 천연가스 보유국이자 생산대국인 러시아가 동시베리아 극동의 가스를 한국으로 공급하겠다는 구상은 2007년 12월 러시아 산업에너지부가 제 안한 동부 천연가스 프로그램(Eastern Gas Program) 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되었 다. 이 전략은 러시아가 동시베리아와 극동의 가스 자원을 개발하여 2030년까지 약 120.8bcm의 천연가스를 극동지역과 동북아 국가에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4) 러시아는 이 지역의 최대 잠재 수요국가 중의 하나인 한국으로의 수출을 위해 북한의 동해안을 가로지르는 육상 가스관과 동해 해저를 따라 건설되는 해저 가스관, 그리고 LNG 형태의 해상 운송 등 세 가지 방안을 검토하였다. 러시아 는 다양한 분석을 통해 북한을 통과하는 육상가스관이 경제적으로 가장 효율성 이 높은 프로젝트라는 결론을 내리고 5) 북한 설득에 노력을 기울였다. 2008년 한러정상은 정상회담을 통해 2015년부터 매년 시베리아 천연가스 750만톤을 30년 동안 들여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그 방안으로 육 상 가스관을 결정지었다. 그러나 2008년 합의된 프로젝트는 구체적인 실행방 안을 담고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협상 파트너인 북한이 배제된 가운데 남북한은 이후 몇 년 동안 파국적인 대결로 이 의제를 논의할 자리조 차 갖지 못했다. 북한의 입장으로서는 지난 정권에 합의된 나진-핫산 철도 연결조차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스관 연결 사업은 실질적인 고 려사항이 아니었다. 한편 우리 정부도 가스관 연결은 공급국의 역할이라며 러 시아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여기에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의 발생과 대북관계 의 악화, 김정일의 사망과 김정은 체제의 등장으로 가스관 사업은 표류하였고 가스 공급 시기도 2015년에서 2017년으로 연기되었다. 남북 사이의 관계를 조정하고 사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해야 하는 러시아가 2009-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 프로젝트는 현안과제가 되지 못 하였다. 러시아는 내부 위기를 극복하고 2012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 APEC 3) 발레리 수히닌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는 2012년 2월 2일 인테르팍스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을 정점으로 한 북한 새 지도부가 가스관 프로젝트를 포함, 이전에 러시아와 체결한 모든 합의를 지지하고 있다고 강 조했다. http://www.interfax.rubusiness/txt.asp?id=283827(검색일: 2012.9.14). 4) A. I. Gromov(2009), 8. 5) 윤성학(2008), 62.
남북러 가스관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261 정상회담에서 지속적 경제발전과 낙후된 극동지역 개발의 새로운 동력으로 역내 국가들과의 에너지 협력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을 천명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남북러 정권 교체기 이후 새롭게 조명되는 남북러 가스관 프 로젝트의 적실성을 분석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다른 무엇보다 경제적 관점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실질적인 효과를 검증해야 할 것이 다. 특히 수입국인 한국의 입장에서 러시아 가스를 어느 정도 가격으로 수입할 때 경제적 후생성이 가장 극대화될 것인가를 LNG 대비 비교 모델을 구체화하 여야 할 것이다. 모델 작업을 위해 러시아 가스 도입 단가와 수송비, 그리고 통과 비용을 계량화하고 후생성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도시가스로의 전량 도입 의 경우 상대적 비용 효과를 분석할 것이다. 이러한 분석 과정을 통해 한국이 정치적 논리로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러시아 가스를 도입할 경우 실질적인 후 생 효과가 발생하지 않음을 보여줄 것이다. 이 논문은 러시아 가스 도입이 보 다 구체화되는 시점에 적정 가격 모델을 제시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2. 남북러 가스관 추진 배경과 전략 2.1. 러시아 2008년 발표된 러시아의 에너지 전략 2030 은 러시아 남북러 가스관 추진 배경과 전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는 동북아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에너지 개발, 양자 및 다자관계 구축,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적극 참여할 것을 천명하였다. 러시아의 이와 같은 전략적 과제는 다양한 교통망의 확충과 에너지 연결통로의 확보, 그리고 지역내 자원개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래 <표 1>에서 보듯이 2010년 러시아 가스의 아태지역 비중은 1%에도 미치 지 못하는 실정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사할린-2 LNG 수출량은 13.3bcm이며 수 출국 비중은 주로 일본과 한국이며, 중국과 대만 등 동남아 국가들이 소량 구매 하고 있다. 러시아는 2030년에는 아태지역으로 PNG와 LNG 형태로 60-90bcm을 수출하여 아태지역 비중을 20%로 증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아태지 역 방면 에너지 운송망을 구축하여 중국, 한국, 몽골 등으로는 PNG 형태로 수출 하고, 다른 아태지역 국가들로는 LNG 형태로 수출하는 계획을 추진하였다. 6)
262 러시아연구 제22권 제2호 <표 1> 러시아 에너지의 동북아 수출 비중 2008년 제1단계 제2단계 제3단계 (실적치) (~2015년) (~2022년) (~2030년) 원유및석유제품 8% 10-11% 14-15% 22-25% 천연가스 - 11-12% 16-17% 19-20% 자료 = 에너지 전략 2030 러시아는 무엇보다 전체 수출 물량 가운데 동북아 시장 비중을 증가시키려 고 하고 있지만 중국과는 여전히 가격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 과는 북한 문제 때문에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지 못하다. 러시아는 설치와 운 영에 있어 노하우가 부족한 LNG보다는 투자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는 PNG 를 선호하고 있는 있는데 남북러 가스관은 이러한 환경에 가장 적절한 프로젝 트이다. 7) 러시아가 남북러 가스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배경은 세 가지로 분석할 수 있 다. 첫째, 러시아는 구소련 해체 이후 갈수록 위축되는 동북아 지역에서 영향력 을 회복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2009-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 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하고 이에 따라 야심차게 준비하였던 극동개발계획 도 예산 축소 등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다시 한 번 동북아 지역에서 입지상 실의 위기를 맞이하였다. 이에 반해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북한 에 대한 영향력이 보다 확대되고 있다. 최근 중국은 극동으로의 연결통로를 확보 하기 위해 나진 경제특구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철 도, 항만 등 인프라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러시아는 남북러 가스관 건설 사 업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한국과의 교역 및 투자를 확대할 수 있고 나아가 약화된 동북아시아 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둘째로, 러시아가 남북러 가스관 사업을 추진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경제적 이익 때문이다. 러시아는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통해 가스 수입대국인 한국 시장을 안정적으로 장악할 수 있다. 2008년 합의된 연간 공급 물량 750만 톤은 2012년 기준으로 약 30 50억 달러에 달하며, 30년간 규모로는 900 1,50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러시아는 약 300억 달러로 추정되는 동시 6) Восточная газовая программа, http://www.gazprom.ruabout/production/projects/eastprogram/(검색일: 2012.9.9). 7) Adam N. Stulberg(2011), 163-165.
남북러 가스관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263 베리아와 극동의 가스전 및 가스관 개발 자금 수요 때문에 한국과 같은 거대시 장과의 장기공급 계약 없이는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영국의 파이낸 셜타임스는 러시아가 한국시장을 먼저 선점한다면 중국에 대한 가스 협상에서 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8) 러시아는 먼저 한국과의 장기공 급계약을 바탕으로 중국과 일본 시장에 적극 진출할 예정이다. 셋째로, 러시아는 2012년부터 사할린 2 가스전 물량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공급하면서 향후 수출라인을 결정해야 되는데, 더 이상 노선 선택을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수송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될 시점에 러시아는 한 국으로 가스 공급을 육상 PNG 공급으로 결정하였다. PNG를 통한 가스 수출은 LNG보다 훨씬 저렴하고 안정적이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육상 PNG는 해 상 PNG보다 건설과 유지 관리 측면에서 월등한 경제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러시아가 육상 PNG로 결정한 이유는 사할린과 야쿠츠크의 가스를 극동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끌어오는 상황에서 수출을 위해 LNG 공장을 추가로 건설 하는 부담을 지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림 1> 주요 러시아 가스전 및 도입노선 8) http://www.ft.com/cms/s/0/8b9af37e-96b7-11e0-baca-00144feab49a.html(검색일: 2012.11.8).
264 러시아연구 제22권 제2호 2.2. 북한 북한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정상방문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제 기된 남북러 가스관에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남북러 철도연결 사업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 제안이 너무 앞서 가고 있다고 보았으며 6자회담과 북미수교 등 북한이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정책 과제가 이 사업으로 묻히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 중단, 천안함 사태 등 일련의 북한 봉쇄와 긴장이 지속되자 북한은 남북러 가스관 프로젝트를 새로운 돌파 카드 로서 고려하게 되었다. 북한은 남북러 가스관 추진을 통해 경제적 실익과 동북아 지역에서의 힘의 균형을 추진하고 있다. 일단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통과 수수료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중국에 경도된 동북아 관계에 러시아를 끌어들여 균형점을 찾을 수 있 으며, 나아가 한국마저 이 계획에 끌어들여 남북 경제협력과 경제적 실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월 31일자 북한의 조선중앙통신 은 일정에 오른 에네르기(에너지)공동계획 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4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가 스관 건설사업이 합의된 것을 상기시키면서 (가스)수송관 건설과 관련한 여러 방안들이 검토되었으나 조선을 경유하는 가스수송관 건설이 비용상 가장 합리 적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고 주장하고 모든 당사자들 (북한, 러시아, 한국도 포함)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9) 북한의 남북러 가스관 추진 결정의 이유는 경제적 실익 때문이다. 북한은 동 해안 지역을 가스관 노선으로 개방하면서 단순히 통과 수수료뿐만 아니라 파이 프라인 건설 참여를 통한 막대한 인건비, 지역개발 수익, 그리고 가스관 운영 컨소시엄 참여를 통한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한국과 러시아에 추가적 인 에너지와 경제지원도 요구할 수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 대해 구소련 시절 빚진 38억 루블 10) 에 대한 채무 탕감과 전력공급, 방공망 강화를 위한 S-300 지 대공미사일, 대공레이더 항법시스템 등 첨단 무기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한 9)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5903(검색일: 2012.11.8). 10) 북한은 1960년대 이후 자국 발전소와 공장 설립을 위해 구소련으로부터 38억 루블을 빌려 갔고, 2006년 12월 세르게이 스토르차크 러시아 재무차관과 김영길 북한 재무성 부상이 회담을 갖고 이자와 환율 변동폭을 고려해 1루블에 2달러 를 적용해 약 80억 달러로 합의하였고, 러시아는 총부채의 80%를 탕감하였다. http://news.donga.com/3//20070504/8437888/1(검색일: 2012.12.4).
남북러 가스관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265 국에 대해서는 가스관 연결사업을 추진하는 대가로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인도 적 지원, 경협 확대 등을 요구할 수 있다. 2.3. 한국 한국은 세계 2위의 LNG 수입 국가이며 발전용 난방의 경우 가스 비중을 보다 높여 나갈 예정이다. 한국은 이를 위해 2011년 북미지역에서 Sabine Pass LNG 350만 톤, 카타르 가스 2~4백만 톤, 러시아 PNG 750만 톤 등 총 984만 톤의 신규 장기도입계약 물량을 체결하였다. PNG로 도입되는 러시아 천연가스는 한국의 천연가스 도입선 다변화와 경제 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은 대부분의 LNG을 중동과 동남아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최근 동남아 지역의 천연가스 공급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중동의존 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중동산 LNG는 중동산 석유와 마찬가지로 호르무 즈 해협과 말라카 해협을 거치면서 수송 안정성과 운송 비용이 갈수록 상승하 고 있다. 장거리 수송에 따른 수송비 증대도 LNG의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으 며, 한국과 같이 계절별 LNG 수요가 큰 차이가 나는 경우는 LNG 저장소를 증설해야 되는 문제를 안게 된다. 러시아의 가스 자원은 한국의 증가하는 가스 수요를 충분히 충당할 여력을 갖고 있으며, 짧은 운송거리로 경제성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LNG 위주의 고비용 에너지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PNG는 초기 가스관 설치 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일단 가동되기 시작한다면 LNG보다 25% 이상의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11) 또한 LNG에 100% 의존하였던 구조에 서 PNG라는 대체제는 가스 공급의 다변화와 경쟁을 통한 가격인하 효과를 거 둘 수 있다. PNG는 LNG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에서 경쟁적인 대 체제를 제공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남북러 가스관은 남북관계 경색국면 개선과 남북경협을 크게 촉진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대화가 단절된 남북관계에서 사업 전개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남북 접촉이 일어나며, 가스관 건설은 철도 연결과 다양한 경협 프로젝트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가스관 공사는 전력과 통신망 공사의 동시 건설을 11) 배관건설비, 수송비 등의 경제변수 이외에 북한리스크를 고려한 리스크 프리미엄 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따라서 도입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보다 자세한 논의는 IV 장 참조.
266 러시아연구 제22권 제2호 의미한다. 액체인 석유와 달리 기체인 가스를 수송하기 위해서는 가압시설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력선이 있어야 한다. 전력선과 가스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통신망도 필수적이다. 남북러 가스관 프로젝트 추진에 한국의 여야가 합의하고 있다는 점도 다행 이다. 통합민주당은 남북러 가스관 프로젝트를 남북경협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 고 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를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식 제기하였으 며, 박근혜 전대표도 가스관은 한번 설치되면 쉽게 끊기 어렵다고 피력하면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남북러 가스관은 당장의 경제적 실익보다는 러시아를 매개로 한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구 내지 또 하나의 남북경협사업이 될 가능 성이 높다. 3. 남북러 가스관 추진의 장애요인 3.1. 북한 리스크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의 경제성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통과 수수료, 러 시아의 공급 가격, 그리고 건설 비용 등의 문제가 분명해져야 제대로 분석할 수 있지만 당장 제기되는 우려는 북한리스크이다. 이미 보수적인 언론들은 남 북러 가스관이 향후 북한의 인질이 될 수 있으며 약 1억 달러에 달하는 통과 수수료는 북한의 무기 개발에 사용되어 한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을 것이 라고 주장한다. 12) 또한 진보적인 인사들은 남북관계의 개선 없이는 남북러 가스관 프로젝트 추진은 공염불이며 6자회담과 연계하여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좌우 진영의 이와 같은 주장은 이 사업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많다. 가스관 연결사업과 관련하여 가장 큰 오해는 북한이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되어 가스관을 볼모로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북한 을 경유해 한국으로 공급될 가스 규모는 연간 750만 톤으로 한국 전체 가스 도입 물량 2,580만 톤(2009년 기준)의 약 29%에 해당되며 주로 난방과 발전용 원료로 사용된다. 북한이 통과수수료나 다른 이유로 가스관 밸브를 잠가 버리 12) 가스 통과 비용의 전용 및 부정적인 시각은 장용석(2011), 백훈(2011) 등 참조.
남북러 가스관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267 면 한국의 에너지 안보는 치명적인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바로 러시아 가스를 유럽으로 중계하는 우크라이나의 사태에서 자주 발생하였다. 1991년 소련체제의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는 유럽 으로 가는 러시아 가스를 통과 수수료와 가격 문제로 세 번이나 잠갔다. 유 럽으로 공급되는 러시아 천연가스의 약 90%는 우크라이나를 통과하여 수출 되고 있는데, 연간 1조cf의 수송능력을 가진 Brotherhood, Progress, Soyuz 파 이프라인은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며, 야말-유럽 파이프라인 은 벨라루스를 통 과하고 있다. 2005년 오렌지 혁명으로 집권한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반러시아 친 서방 이라는 정책 기조로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가스 통행료를 문제 삼았다. 2006년과 2008년 겨울 두 차례에 걸쳐 가스 대금 체불과 통과료 인상의 문제 로 러시아산 가스가 유럽에 일시적으로 공급되지 못하였다. 러시아는 그동안 가스분쟁에서 가스 공급자이자 연체 대금의 채권자라는 위치에서 우크라이나 를 위협해왔지만 역설적으로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는 탈러시아화 정책을 통해 국가적 독립성을 강화해야할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되었고 유럽수출 용 가스관이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자산 이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13) 우크라이나의 대유럽 가스 공급 중단은 유럽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북한 도 우크라이나와 같은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러 가스관은 이 에 대한 철저한 견제장치를 사전에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북한과 우크라이나는 커다란 차이점을 안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본래 러 시아와 같은 나라였다가 1991년 이후 독립국가로 분리되면서 우크라이나의 가스관이 의도하지 않게 국제 파이프라인(cross-border pipeline)이 되었으며 이 에 따라 러시아는 이 가스관에 대한 견제장치를 처음부터 갖지 못하였다. 특 히 통과 수수료를 현금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으로 대체함으로 써 복잡한 가격 정산 문제를 안고 있었으며, 우크라이나는 자국 에너지 공급 을 러시아 가스에 대해 절대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였 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는 거대 가스저장시설을 유지함으로써 러시아가 가스 를 공급하지 않더라도 상당 기간 버틸 수 있는 카드를 갖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가스관과 달리 남북러 가스관은 처음부터 국제가스관으로 시 작하고 있으며 통과국에 대한 수수료 및 페널티 등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 13) Yafimava(2011), 143.
268 러시아연구 제22권 제2호 있다. 더욱이 아직 가스연료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 수급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북한이 일방적으로 가스관 밸브를 잠그게 되면 통과 수수료의 상실은 물론 국제적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다. 북한은 더욱이 지난 북핵 사태에서 보듯이 러시아를 미국 핵에 대한 최후의 억지력으로 삼고 있는데, 러시아와 절연할 정도로 억지를 부릴 가능성은 낮다. 북한의 자의적인 조치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우리 정부는 거대 가스 저장시설을 구축하거나 대규모 LNG 시설을 갖추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14) 북한의 갑작스러운 가스 공급 중단에 대처하기 위해 동해안 근처 대규모 가 스저장소나 액화시설을 구축하여 1-2년 정도 상시적인 여유분을 확보하는 것 이다. 북한이 가스 밸브를 잠그게 되면 한국은 기존 LNG 시설을 통해 외국 으로부터 비싸지만 스팟(spot) 물량을 사오면서 버틸 수 있지만 북한은 통과 수수료의 상실은 물론 러시아와 적대적인 관계에 놓이게 되는 정치적 부담까 지 감수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러시아와의 가스 공급 계약 과정에서 이 부 분에 대한 명확한 책임 분담을 사전에 분명히 한다면 북한 리스크는 결코 심 각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국제 파이프라인 운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와 같은 사태는 극히 예 외적인 것이다. 아제르바이잔에서 그루지야를 거쳐 터키로 연결되는 BTC 송 유관의 경우도 관련 국가들이 커다란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에 최근 이 구간 을 따라 또 다른 송유관과 가스관 구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투르크메니스탄 남부 욜로탄 가스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거쳐 중국 신장성으로 연결되는 Central Asia-China Gas pipeline 도 중계국가들의 협조 속에 문제없 이 진행되고 있다. EU가 추진하는 코카서스와 카스피해를 가로 지르는 나부 코 프로젝트도 가스의 공급 양이 문제이지 중계국가가 문제되고 있지 않다. 국제 파이프라인과 같은 거대 인프라는 구축되는 것이 어렵지 일단 운영되기 시작하면 관련된 이익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떤 국가도 일방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다. 14) 현재 한국은 제10차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따르면, 저장설비를 지속 확충하여, 저 장비율(저장용량 연간수요)을 2010년 10%에서 2017년 20%까지 제고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13년에는 삼척기지 준공 등을 통해 2017년까지 총 1,536만kl(약 697 만 톤)의 저장용량을 확보할 계획이다(지식경제부 공고 제 2010-496호, 2010년 12 월 31일).
남북러 가스관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269 3.2. 셰일 가스의 등장과 가스시장의 변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는 비전통(unconventional) 천연가스의 일 종인 셰일 가스(shale gas) 생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주요 에너지원으로 부상하 고 있다. 화석 연료 중에서 천연가스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증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셰일 가스를 비롯한 비전통 가스 공급 비중이 천연가스 총공급량 대비 22%(2035년경 기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셰일 가스 개발이 가장 활발한 미국에서는 천연가스 총생산량 대비 셰일 가스 비중이 2035년경에는 거의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셰일 가스 생산이 늘어나 2009년부터는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 되었다. <그림 2> 주요 천연가스 생산국의 생산량 추이 (억m 3 ) 7,000 6,000 5,000 4,000 3,000 2,000 1,000-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미국 러시아 캐나다 이란 자료 - BP(2011),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미국은 자국의 생산량 증가추세에 따라 미국 내 헨리 허브(Henry Hub) 현물 가격이 1MMBTU당 2달러 이하로 내려가면서 셰일 가스 생산의 경제성이 떨 어지자 수출단가가 높은 동북아시아 국가로의 수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15) 미국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는
270 러시아연구 제22권 제2호 2012년 4월 LNG 수출기지 건설계획인 Sabine Pass LNG 프로젝트를 승인하였 는데, 연간 총 1,600만 톤의 LNG를 수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한국가스공사는 이를 통해 2017년부터 20년간 연간 350만 톤 물량의 도입 계약을 체결하였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한 러시아는 미국 등의 셰일 가스 개발동 향을 주시하면서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11년 4월 11일 총리로서의 마지막 국정보고에서 러시아 가스 업체들이 미국의 셰일 가 스 생산량 증가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의 셰일 가스 생 산이 글로벌 시장의 수급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하였 다. 16) 미국의 셰일 가스 생산증대로 LNG 시장이 확대되고, 중국이 셰일 가스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향후 러시아의 가스 가격 협상력이 약화될 것이다. 유 럽 시장이 장기적으로 PNG와 LNG와의 경쟁이 심화되어 러시아산 PNG 공급 이 경쟁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아직 셰일가스 시장이 본 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동북아 시장 진출을 보다 적극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산 셰일가스의 가격이 중동산 LNG보다 20-30% 저렴한 것은 분명하지 만 아시아로의 수출 물량이 될 경우, 관세와 장거리 운송비, 그리고 LNG로의 액화 비용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갖기는 쉽지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북미산 셰일가스의 수출을 위해서는 대규모 LNG 플랜트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입장에서는 전략적인 가스 자원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셰일가스의 부상은 남북러 가스관 프로젝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가스시장이 수요자 우위 시장(Buyer's Market)으로 재편될 것이다. 러시아 천연가스의 가격 상승 압력이 셰일가스라는 잠재적 대체제를 통해 완충될 수 있다. 러시아의 가스 독점이 무너지게 되면 한국은 가격 협상 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가스관을 잠글 경우 한 15) 세계 천연가스 3대 지역시장(북미, 유럽, 아시아)의 가스가격은 유가 연동방식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아시아와 유럽의 가격은 높으나, 북미의 가격은 최근 매우 안정 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MMBtu당 현물가격이 약 4달러인데 반해 아시 아 현물가격 $10~11/MMBtu 수준으로 미국 가스가격 수준에서 LNG를 유럽, 아시 아로 수출하는 계획은 경제성이 높다.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Henry Hub 가 격으로 구입한 셰일 가스를 가격이 유가와 연동되어 있는 국가(유럽, 아시아 지역) 들에 LNG 형태로 판매하는 것이다. 16) Putin says Russia needs to rise to US shale-gas challenge, http://www.bloomberg. com/news/2012-04-11/putin-says-russia-needs-to-rise-to-u-s-shale-gas-challenge-1-.html (검색일: 2012.11.8).
남북러 가스관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271 국은 국제 현물(spot) 시장에서 셰일가스를 비롯한 LNG를 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에너지 안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3. 경제성의 문제 남북러 가스관 건설 비용은 건설비 산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지 수용 비, 인건비 기준이 관련국간에 상이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비용을 산출하기 가 어렵다. 실제로 가스관의 건설비용에 대한 추정치는 20~60억 달러로 상당 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자회사 코가스 보스토크 (Kogas Vostok)는 25억 달러로 추산했지만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60억 달 러로 예측하였다. 17) 한러 공동연구협정(JSA) 결과에 따르면, 총 건설 비용은 34억 300만불(km 당 배관비용이 약 303만 2,977불/km)로서, 북측 구간 건설 비용(740km)이 22억 4,440만불, 남측구간 건설비용(232km)이 7억 365만불, 러 측 구간 건설비용(150km)이 4억 5,494만불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이 액수 들은 가스관 직경의 크기, 가압소 설치물 구축 수, 강관 가격의 국제 시세, 운송비용, 인건비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18) 러시아 가스 가격을 2011년 유럽 기준으로 500$/TCM로 가정하였을 때, 연 간 750만 톤이 공급되면 러시아는 2017년 48억6천만 달러의 연간매출이 예상 된다. 물론 여기에는 북한 통과 수수료, 가스관 건설 비용 및 감가상각, 제반 세금 및 관세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 러시아 측의 정확한 자료 추정이 불가 능하기 때문에 러시아가 여기서 얼마만큼 이익을 얻는 지는 불확실하지만 향 후 물량과 가격이 인상된다면 러시아는 유럽을 보완할 수 있는 거대시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남북러 가스관을 통해 일단 통과수수료로 연간 최소 1억~1억5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북한은 국제 관례대로 한다면 100km 기준 1,000m 3 당 약 2달러의 통과세를 받을 수 있으며 가스관 길이는 740km로 계 산하였다. 국경통과료는 통과국에 지급되는 로얄티 성격으로 이를 계산하기 위한 국제적 표준은 없으며, 거래당사자 및 통과국간의 협상에 의하여 결정 17) Russia, South Korea Discuss Gas Pipeline, http://en.rian.ru/business/20111024/168 057566.html(검색일: 2012.6.30). 18) 한종만 외(2012), 60.
272 러시아연구 제22권 제2호 되므로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19) 북 한의 입장에서는 그냥 통과만 시켜주어도 연간 수억 달러가 들어오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국의 경우 러시아나 북한보다 훨씬 복잡한 계산을 필요로 한다. 일단 한 국은 북한을 통과하는 러시아 천연가스를 공급받으면 중동에서 배로 운반하 는 것(LNG)보다 운송비를 3분의 1이나 절감할 수 있다. 운송비가 축소되면 전체 가스 구매비용은 기존 수입국에 지불하는 가격보다 낮아지게 된다. 여기 에다 PNG는 LNG와 같이 대규모 저장고 및 플랜트 설치 비용이 필요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적이다. 한국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할 가스 가격은 가스가격(석탄연동지수 70% + 석 유연동지수 30%) + 수송비 + 통과료 로 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관 건설 비용이 높아질수록 한국의 러시아산 가스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의 통과 비용도 가스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러 시아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스 공급을 수차 요청하였다. 2011년 8월 5일 한국가스공사와 가스프롬이 하바롭스크에서 러시아산 가스의 한국 공급 가격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였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해 국제시세보다 싼 할인 가격을 거듭 요구했지만 러시아는 유럽기준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 통과의 리스크를 부담시키려는 한국정부의 상황을 극대화하여 그에 상응하는 비용(risk premium)을 가격에 반영할 여지가 높다. 그 수준은 한 국이 현재 수입하는 LNG 도입가격을 상방한계선로 하여 그보다 약간 낮은 수 준으로 결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PNG의 경제성을 통해 남북러 사업 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나아가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한 국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정 가격을 역으로 러시아에게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보 다 구체적인 러시아 가스의 후생 효과를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19) 2011년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가스 국경통과요율($2.7/100km/1,000m 3 )에는 운영비와 통과료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배관의 소유와 운영을 우크라이나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는 이 요율을 통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배 관망 소유와 운영자인 Naftogaz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남북러 가스관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273 4. 러시아 천연가스의 경제성 분석 4.1. 분석 모델 러시아 천연가스의 후생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연간 750만 톤 물량이 일단 전량 주택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였다. 20) 이 물량은 지식경제 부가 예측한 2024년 천연가스 수요량인 3,411만 톤의 27.4%에 해당하는 규모 이다. 정부 예측대로라면 한국의 가스 수요는 2015년 3,501만 톤으로 최고치 에 달했다가 이후 신재생 에너지 도입으로 점차 감소할 예정이며, 러시아산 가스의 비중은 2017년 이후 평균 27%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3>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비중 전망 자료 - 지식경제부 제10차 천연가스수급계획, 국가에너지통계종합정보시스템, 관세청 무역통계 등 종합하여 작성. 20) 가스의 수요는 대체로 가정용, 산업용, 발전용 도시가스로 구분되는데, 이 논문에서는 후생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가정용 가스로 100% 전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였다. 왜냐하 면 산업용 가스의 경우, 제품 원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후생 효과 추정이 어 려우며, 발전용 가스의 경우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가스발전 자체가 비용으로 간주 되며 전력가격(SMP)의 결정 요인이 되므로 원료로서의 가스 가격은 발전사업자의 이 익으로 직결되지 소비자 후생 효과로 나타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안현호(2008) 참조.
274 러시아연구 제22권 제2호 러시아 천연가스를 발전용이 아닌 가정용 난방용으로 전용할 때, 가구당 비 용 절감 효과는 PNG 도입 전 1 cubic meter당 도매가 중 재료비 해당 부분과 1 cubic meter당 PNG 도입 가격을 비교하여 결정할 수 있다. LNG 가격과 도 시 가구 난방용 가스 도매 가격은 2012년 한국 가스 공사 공시자료를 사용하 였다. 21) <수식 1> 가구당 난방 비용 절감 효과 (%) X L : LNG 주택용 도매가격 (매년 5% 인상 가정) X P : 추청 PNG 주택용 도매가격 X p = X p1 + X p2 + X p3 w 1 + M k X p1 : 1m 3 당 PNG 가격(US$) 매년 3% 인상 가정 X P2 : 1m 3 당 PNG 북한통과비용(0.014 US$) X P3 : 1m 3 당 PNG 수송비용(US$) w: 환율(1$=1,100원) M: 추정 PNG 도입 부대비용 비율 (=LNG 도입부대비용 LNG 재료비), 2012년 기준으로 환산할 때 약 12% K: LNG 도매가격 환산비율 (= 1 0.943) 4.2. 가구당 난방비 절감 효과 러시아 천연가스 750만 톤을 전량 난방용 원료로 사용할 경우, 2017년 기 준, TCM당 400 달러일 경우 한국의 모든 가구는 아래 <그림 4>에서 보듯이 연간 22%의 난방비 절감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간 100만원을 난방비로 내는 가구가 러시아 천연가스를 도입할 경우 연간 22만원이 절약된 78만원만 내면 된다. 한국이 러시아와 협상을 잘 하여 TCM당 300 달러로 수 21) 이 수식에서는 관세, 세금, 부대비용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따라서 5-10% 정도의 절감 효과는 실질적으로 후생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남북러 가스관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275 입할 경우 가구당 난방비는 31.9% 줄일 수 있고, 협상을 잘못하여 TCM당 600 달러로 도입할 경우 2.3% 절감 효과를 가지게 된다. 매년 3%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갈수록 가구당 난방비 절감 효과는 감소하 게 되는데 2030년의 경우 TCM당 500 달러로 도입할 경우 세금 등 부대비용 때문에 PNG의 경제성은 사라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LNG의 수입 비중을 줄 이고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비중을 확대하게 되면 후생 효과는 보다 커지게 될 것이다. 즉 천연가스 가격 상승 요인은 도입 물량 확대를 통해 어느 정도 억제 가능하다. <그림 4> 가구당 난방비 절감 효과 2,500 25.0 2,000 1,500 1,000 22.0 20.6 1,988.66 1,955.02 1,809.77 18.3 1,664.52 1,558.17 1,528.56 16.3 1,400.74 1,272.92 1,220.86 1,194.81 12.2 1,082.33 1,054.63 1,030.50 11.3 969.85 926.32 10.1 822.15 9.0 20.0 15.0 10.0 500 % 5.0 2.3 2.1 1.9 1.7 0 WON 2017 2020 2025 2030 PNG 도입 이전 주택용 도시가스 평균 도매가격예측 PNG 도입 후 도매가격 예측(400$/TCM) PNG 도입 후 도매가격 예측(500$/TCM) PNG 도입 후 도매가격 예측(600$/TCM) PNG 도입으로 인한 가구당 비용절감효과(400$/TCM) PNG 도입으로 인한 가구당 비용절감효과(500$/TCM) PNG 도입으로 인한 가구당 비용절감효과(600$/TCM) - 위의 분석 모델에서는 러시아 가스의 가격 조건이 TCM당 400달러 모델이
276 러시아연구 제22권 제2호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도출되었는데, 이 가격은 2011년 기준 러시아 가스의 유럽 공급 가격(약 350달러)보다 약간 높다. 가격 차이를 보인 것은 기본적으 로 국제 유가 기준에다가 가스 공급 원가를 공급하지 않는 러시아 가스의 유 럽 판매 가격을 고려하고 여기에다가 가스관 신설에 따른 대규모 금융 비용 과 북한 통관비용을 첨가하였기 때문이다. 향후 이 가격 기준은 셰일가스 등 장에 따른 국제가스 가격의 하락과 제반 부대비용, 그리고 가스관 신설 및 금융 비용을 포함하여 보다 합리적으로 구체적으로 계량화하여야 할 것이다. 5. 결론 남북러 가스관 건설 비용은 북한의 토지보상비, 인건비, 관련 인프라(도로, 전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따라 비용은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현재 한 국 정부는 가스관 공사 및 가스 공급, 공급에 대한 책임 전부를 러시아에 맡 길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기간을 맞추기도 힘들고 비용도 크게 상승할 것이다. 러시아 건설업체들은 대체적으로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건설 비용 도 국제시세보다 훨씬 비싸다. 푸틴 2기 정부 하에서 의욕적으로 추진된 동 시베리아 태평양 송유관(ESPO)이 당초 예상비용보다 2배나 폭등하고 완공 기 간도 2 3년 늦추어졌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러시아 영토 이외의 지역에서 수 행되는 가스관 공사는 예상보다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많다. 마찬가지로 남북러 가스관 사업과 관련하여 북한 리스크를 전부 러시아에 떠넘기고 대신 한국이 가격과 물량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 식은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러시아가 공급자고 파는 쪽이니까 모든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 우리는 가스를 구입하면 된다 는 발상으로는 남북 러 가스관의 의미를 살릴 수 없다. 가스 공급자가 가스관을 책임지고 시공한 다는 국제 관례는 없다. 중앙아시아-중국 가스관 은 소비국인 중국이 100% 투 자하여 진행되었다. 북한리스크가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경제성 없는 가스 공급은 결코 있어 서는 안 되며, 가스관 사업을 러시아가 전부 좌우하는 것도 향후 한반도 정세 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냉전의 와중에도 소련과 유럽은 국제 파이프라인을 구 축하여 상호 원윈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 국제 파이프라인은 결코 어떤 한 국
남북러 가스관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277 가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일방적 무기가 아니다. 러시아 가스의 북한 통 과의 책임을 러시아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차라리 남과 북이 협력하여 경제성 과 부대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전략은 기본적으로 독점 공급과 파이프라인 장악을 통 한 가격 통제에 있다. 가스프롬은 벨라루스 통과 가스관을 매입한 이후 이제 우크라이나 가스관마저 매입하기 위해 정치경제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북 한을 통과하는 가스관을 러시아가 100% 장악하는 경우 한국은 경제성있는 가격으로 천연가스를 공급받기 힘들다. 북한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존재하고 최근 국제 가스시장에 셰일가스의 등장으로 소비자 위주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남 북러 가스관 사업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은 다양한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철저하게 경제성에 입각하여 모든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 는 한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 러시아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가스 관을 매개로 다른 의도나 요구가 개입되면 이 사업은 제대로 추진될 수 없 다. 가스관 연결사업과 가스 공급은 일회성이 아닌 연간 30억 달러이상의 거 래가 일어나는 초대형 사업으로 한국과 러시아, 북한은 모두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된다. 남북러 가스관 프로젝트는 상호 실용주의 관점에서 사업이 진행되 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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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러시아연구 제22권 제2호 Abstract Study of Economic Impact of the SK-NK-Russia Gas Line: Case of South Korea Yoon, Seong Hak This study breaks down the economic feasibility, from South Korea's perspective, of using natural gas from Russia delivered through the SK-NK-Russia gas line. It seeks to find out the price level that would maximize welfare effects for South Korea when it purchases Russian gas, using a model that compares gas price with the price of LNG. The construction of the model means quantifying purchase price, logistics expenses, and passage charges; and assumes diversion of all gas imported for city gas use. Using the model, an import of 7.5 million tons of natural gas from Russia at $400/TCM results in a 22% reduction in heating costs per every gas-using household, while an import price of $300/TCM would lead to a reduction of 31.9%. However, assuming mistakes are made during the negotiation and a subsequent purchase price of $600/TCM, savings per household would be a minuscule 2.3%. Therefore, no meaningful economic benefit can be expected from a purchase arrangement where the 'North Korea risk' is deferred to Russia while South Korea assumes the burden related to price and quantity. The model used shows that the high risk associated with North Korea notwithstanding, gas supplies that lack economic feasibility is simply not worth considering. 논문투고일: 2012. 10. 25 논문심사일: 2012. 11. 1 ~ 11. 26 심사완료일: 2012. 11. 28 논문심사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