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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아탐색과과거극복 - 문학작품에나타난병과죽음의문제를중심으로 * - 윤순식 ( 한양대 ) Ⅰ. 들어가는말 오늘날현대사회는물질적풍요와의료기술발달로인한수명연장으로급속히고령화사회로진입하면서, 삶의질을뜻하는 웰빙 Well-being 과더불어 웰다잉 Well-dying 문제가현대인으로부터본격적인조명을받고있다. 물론이말은정신적ㆍ신체적질병과연관된죽음이언제나현대인의뇌리에서떠나지않고있다는반증일것이다. 문학작품의가장빈번한테마중의하나가아마사랑다음으로바로이질병과죽음이라고해도과언이아닐것이다. 현대독일어권문학에서도빈번하게이질병과죽음은여러작품의테마가되어왔다. 이것은언제나현존하는위협의개별적의미에대해말해주는인간의욕구에관한표현이다. 1) 그런데문학작품에등장하는수많은주인공들은질병으로죽어가는와중에, 또는질병에서회복된뒤에자신이잃어버렸던자아를되찾는다거나뭔가깨달음을얻어자신의자아를좀더고양시켜나아가는것을볼수있다. 이러한자아의깨달음과고양은, 삵과정신의측면에서또는억압적인사회와의대결구도하에서개인이처한정체성의위기와극복이라는측면에서는긍정적의미의과거극복을의미할수도있다. * 이논문은 2005 년도정부재원 ( 교육인적자원부학술연구조성사업비 ) 으로한국학술진흥재단의지원을받아연구되었음 (KRF A00091) 1) Vgl. Krankheit ist Ausdruck des Bedürfnisses von Menschen, über die individuelle Bedeutung dieser immer präsenten Bedrohung zu sprechen.
2 50 윤순식 본논문은자아에관한철학적담론보다는문학작품에나타난병의문제를고찰하여병과죽음에대한사유가자아의탐색및발견과어떤관련이있는지연구하는것을그목적으로하는데, 세단계로병과문학의관련성을통시적으로고찰함에있어서그마지막세번째단계에해당된다. 2) 앞의두단계에서는병과문학내지문학과의학의관련성, 또역사속에서의질병의모습을간략히살펴보았고, 최근독일문학사에서현대문학의출발점으로보고있는 68운동이후작가들의작품을중심으로정신적질병의문제등도살펴보았다. 그래서본논문에서는세단계를종합하는차원에서병과죽음과글쓰기, 자아발견, 그리고기억과과거극복의테마를중심으로그와관련된독일의몇몇작가들특히렌츠, 마르틴발저, 해르틀링, 보토슈트라우스를분석하고자한다. Ⅱ. 병과죽음그리고글쓰기 메르제부르크주술문 에서처럼원시문학에서도병과죽음은끊임없는문학의테마였고, 중세, 근대문학에서도마찬가지였다. 현대에이르러특히모저 T. Moser 와안츠 T. Anz 에의하면, 많은현대문학작품이병의이야기이며, 병에대한문화비판적담론을논하고있다고한다. 3) 2) 그첫단계로서 현대독일어권문학에나타난병의담론 - 병과죽음을통한자아정체성의탐색 ( 실린곳 : 헤세연구, 제 17 집, 한국헤세학회 2007, 쪽.) 에서, 두번째단계로서 병과문학 - 확장된자아, 외디푸스콤플렉스적양상을중심으로 ( 실린곳 : 헤세연구, 제 21 집, 한국헤세학회 2009, 쪽.) 에서병과문학의관련성을살펴보았다. 본고는그세번째단계이다. 3) 모저 T. Moser 는특히한트케, 크리스토프메켈, 마르틴발저세작가를예로들며, 이들의작품은대부분이병의역사이며병의이야기라고한다. Tilman Moser: Romane als Krankengeschichte, Frankfurt am Main 1985, S. 7. 또, 안츠 T. Anz 는정신병리학적테마와소재에관심을기울이며, 의학과문학그리고미학관계를분석한다. Thomas Anz: Gesund oder krank? Medizin und Ästhetik in der deutschen Gegenwartsliteratur, Stuttgart 1989.
3 자아탐색과과거극복 51 헥크만 H. Heckmann이 병이란세상과자기자신을표현할수없는무능력에기인하는것 4) 이라고정의내렸던것처럼문학작품에서의병의의미는의학사전적병또는질병의의미와사뭇다르다. 5) 원래직업이의사인작가들, 예를들어카로사 H. Carossa, 슈니츨러 A. Schnitzler, 벤 G. Benn 등의작품들에서는병과죽음이주로실존적의미를담을수도있겠지만, 다른작가들, 예를들어토마스만, 베른하르트 T. Bernhard, 한트케 P. Handke, 메켈 C. Meckel, 발저 M. Walser, 슈트라우스 B. Strauß 등의작품들에서는병과죽음의의미가사전적의미와정반대의뜻을나타낼수도있는것이다. 병내지 병적인것 으로해석되는독일어 Krankheit에관한한, 누구보다도 정신과삶 을일생의테마로삼아온토마스만에게서뚜렷이드러난다. 교양시민내지시민성과더불어예술가내지예술성이그의주된관심사였지만, 그예술성과함께항상따라다니는병적인것도그의문학에서큰비중을차지한다고볼수있다. 그의초기단편들속에는데카당스, 죽음, 질병등의테마가주를이룬다. 그테마들은세기말의저주받은세계에서, 사물의본질이나이면을간파했을때느낄수있는진부한표현인이른바 인식의구토 Erkenntnisekel 때문에스스로옴짝달싹못하는작가의고뇌였다. 여기에서의유일한탈출구는자기비판의시도로서의글쓰기작업이었다. 한마디로그에게있어서병의의미는자유였다. 6) 토마스만의초기단편들에서의주인공들을살펴보면육체적이든정신적이든모두가병들어있다. 7) 토마스만의작가적도정에서큰전환점을이루는 4) Vgl. Herbert Heckmann: Literatur und Krankheit oder Der Mensch ist kein Fahrrad, Fernwald Litblockin-Verlag 1987, S : Krankheit liegt immer auch in der Unfähigkeit begründet, die Welt und sich auszudrücken, ausdrücken zu können. So wird man automatisch zum Opfer. Auch der Melancholiker ist ein Opfer. 5) 의학사전적의미에서의병또는질병이란 한유기체의정상적인생명기능을방해하거나변형시키는손상 이며, 병, 질병, 질환도각각다른의미로사용되고있다. 여기에관해서는, 마사 O. 루스토노, 엘리사 J. 소보 : 건강질병의료의문화분석, 김정선옮김, 한울아카데미 2003, 35 쪽이하참조. 6) 여기에관해서는졸고, 현대독일어권문학에나타난병의담론 - 병과죽음을통한자아정체성의탐색 ( 실린곳 : 헤세연구, 제 17 집, 한국헤세학회 2007, 쪽.) 참조. 7) 키작은프리데만씨 Der kleine Herr Friedemann, 행복에의의지 Der Wille zum Glück,
4 52 윤순식 마의산 에서도주인공카스토르프를둘러싼두교육자의병과죽음에대한열띤논쟁에서, 결국주인공은나프타의다음과같은말에병과죽음에공감하게된다. 병은지극히인간적이다. 왜냐하면인간이란것은병이라는것과같은말이기때문이다. 사실인간은본질적으로병을앓으며, 병을앓는것이인간을인간답게만든다. [...] 정신에, 그러니까병에인간의존엄성과고귀성이존재한다. 한마디로말해서, 인간은병이있으면있을수록그만큼더높은경지의인간이라고할수있다. 병적인천재는건강한천재보다더욱인간적이다. Krankheit sei höchst menschlich, denn Mensch sei, heiße krank sein. Allerdings, der Mensch sei wesentlich krank, sein Kranksein eben mache ihn zum Menschen. [...] Im Geist also, in der Krankheit beruhe die Würde des Menschen und seine Vornehmheit; er sei, mit einem Worte, in desto höherem Grade Mensch, je kränker er sei, und der Genius der Krankheit sei menschlicher als der der Gesundheit. 8) 여기서우리는토마스만이얘기하는병이인식의수단이라는것을알수있다. 그것은 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 니체가 예술가이면서병적이아니라고하는것은있을수없는일처럼보인다 고한말에서도그렇고, 또 죽음에대하여관심을갖는자는죽음속에서삶을찾는다 는쇼펜하우어의사상속에서도그렇다. 또한하우프트만의탄생 60회기념연설문에서는 죽음과질병, 병적인것과몰락에관한관심은곧삶에대한관심, 즉인간에대한관심의표현 9) 이라고하면서병과죽음을통한인식으로인해삶으로접근하는인도주의의길을예고하고있음을알수있다. 트리스탄 Tristan, 토비아스민더니켈 Tobias Mindernickel 에서각각곱추프리데만, 심장병환자파올로, 기관지환자클뢰터얀, 정신분열자토비아스등의인물이다. 8) Thomas Mann: Gesammelte Werke in dreizehn Bänden, Frankfurt am Main 1974, Bd. Ⅲ. S ) Thomas Mann: GW. Ⅺ, S. 851 (Von Deutscher Republik): Das Interesse für Tod und Krankheit, für das Pathologische, den Verfall ist nur eine Art von Ausdruck für das Interesse am Leben, am Menschen.
5 자아탐색과과거극복 53 병과죽음에대한생각이자신의문학의시작과끝이라고할수있는토마스베른하르트의작품은 1945년이후독일문학특유의부정적 ( 否定的 ) 경향을기반으로하고있다. 다만그부정주의는증오가아닌, 도저히극복할길없는절망에서발원하는것이다. 그의작품의등장인물들은모두가정신병자와신경쇠약증환자, 광인, 죽어가는자, 살인자등이다. 이것은그가죽음의보편성을단순히강조하기위해서가아니라, 오히려죽음을통해삶을재조명하고자함이다. 라니츠키 Marcell Reich-Ranicki의베른하르트에대한평가는병과죽음에대해적확한설명을하고있다. 베른하르트의글쓰기는고통당하는사람들의기록이요, 번민하는사람들의고백록이다. 그가무슨글을써내든그것은모두질병의이야기였다. [...] 그를매료시킨것은우리존재의가장어두운영역이었다. 왜냐하면그는바로거기에서삶의결정적인문제들에대한해답을찾을수있을것이라기대했기때문이다. 그는자신의주변세계에저항하였고, 그럼으로써세상전체에항변하였다. 그의작품은끝없는반란이다. [...] 하지만그는글을쓸때만큼은행복하였던것이다. Bernhards Arbeiten sind Berichte eines Leidtragenden, Konfessionen eines Besessenen. Und was immer er erzählt hat, es sind Krankheitsgeschichten. [...] Den Schriftsteller Bernhard faszinierten die dunkelsten Bereiche unserer Existenz, weil er gerade dort die Antwort auf die entscheidenden Fragen des Lebens zu finden hoffte. Bernhard protestierte gegen seine Umwelt und damit gegen die Welt schlechtin, er empörte sich gegen das menschliche Dasein, gegen alles und alle. Sein Werk ist eine endlose Rebellion. [...] Aber Glücklich war er nur, wenn er schrieb. 10) 이국땅네덜란드에서미혼모의아들로태어나죽음만을생각했던불행했던어린시절, 전쟁과나치의트라우마 11), 외할아버지와어머니의죽음, 그리고 10) Vgl. Marcell Reich-Ranicki: Meine Bilder. Porträts und Aufsätze, Stuttgart / München: Deutsche Verlags-Anstalt 2003, S ) 알라이다아스만에의하면 트라우마란, 몸속에저장된기억이의식에의해전적으로단절되었을경우를말하며, 그것은몸으로캡슐화된일종의경험으로, 증상으로나타나고회상할수있는기억을차단한다. Wenn eine in den Körper eingelagerte Erinnerung
6 54 윤순식 폐결핵에걸려치열한사투를벌였던요양원생활등이렇게베른하르트는일생을병과싸워야했으며혹은그병과더불어살아가야했다. 즉항상죽음에직면하여죽음과다투면서살아야했던것이다. 그래서베른하르트에게있어서글을쓴다는것은바로병과죽음을통한삶의극복이며트라우마의극복이었다. 이렇듯불행으로점철된죽음의시인베른하르트였지만, 그의자전적소설 호흡 Der Atem 에서삶의의미를일깨워준외할아버지의죽음을계기로그는삶의긍정과진정한자아찾기를하고있는것이다. Ⅲ. 자아탐색내지자아찾기 데카르트는우리가다른모든것의존재를다의심할수있을지라도그러한의심을하고있고그것을의식하는주체로서의우리자신은의심할수없다고전제한다. 그래서철학적으로볼때자아에대한첫발견은데카르트에게서시작된다고할수있으며, 나는생각한다. 그러므로나는존재한다 라는말에서나타나듯이그의철학에서처음으로부정할수없는근본적진리로서의자아의존재가부각된다. 12) 자아에대한의식, 자아의발견이근대의중요한특징이라면, 포스트모더니즘의이론들은바로이자아의부정에서출발한다고보아도무리가없을것이다. 이러한자아에관한한, 문학을통한자기변화의가능성과자아추구를시도한대표적작가는한트케였다. 한트케에관한연구는초기에는그의실험정 vom Bewußtsein gänzlich abgeschnitten ist, sprechen wir von einem Trauma. Darunter wird eine körperlich eingekapsetlte Erfahrung verstanden, die sich in Symptomen ausdrückt und einer rückholenden Erinnerung versperrt. 고한다. Aleida Assmann: Erinnerungsräume. Formen und Wandlungen des kulturellen Gedächtnisses, München: C. H. Beck Verlag 1999, S ) 자아에관한철학적담론에대해서는, 정항균 : 자아의발견에서자아의죽음까지 - 독일문학에나타나는자아의문제 : 테오드로폰타네, 마르틴발저, 보토슈트라우스를중심으로, 카프카연구 9 집, 한국카프카학회 2001, 쪽참조.
7 자아탐색과과거극복 55 신과언어문제에집중되었고, 그후에는자아에침잠하는신주관주의문학의테두리안에서진행되었으며, 자아와현실이라는주제로확대된것은 80년대후반의일이다. 그가주제나소재면에서끊임없이관심을가졌던것은바로 자기자신 이었다. 물론그러한자기본위의기록때문에많은비난도감수해야했다. 13) 그러한내면세계로의몰두에대해한트케는 세상의무게 Das Gewicht der Welt 에서다음과같이얘기하고있다. 어릴적부터모든것이자신에게적대적으로나타나고, 점점더적대적으로되는그런환경에서어떤희망이나출구없이자란사람은유일한가능성을자기자신이나혹은자기의육체에서찾을것이다. Jemand, der von klein auf keinen freien Ausblick, keinen freien Auslauf in eine Umgebung hatte, wo alles feindselig nahe und immer noch näher kam, würde den einzigen Ausblick an sich selber entdecken, an seinem Körper. 14) 자신의과거를오직폐허와가난으로만회상하는한트케는 1971년수면제과다복용으로어머니가자살한후이듬해어머니의전기적소설 소망없는불행 을쓰면서, 즉글쓰기를통해서그는자신의삶에대하여용기를갖고그것을행복이라생각하며, 아울러파묻힌자아에서확장된자아, 즉진정한자아찾기를수행하는것이다. 한트케는 소망없는불행 에서서술자자신이글을쓰는계기가항상극단적인언어상실의짧은순간을표현하고자하는욕구에서비롯되었다고한다. 바로그때극단적인언어상실의짧은순간과그것을말로표현하고자하는욕구가있었다. 그것은둘다똑같이이전부터글을쓰기위한계기였다. 13) Vgl. Peter Pütz: Peter Handke, Suhrkamp Taschenbuch 854, Frankfurt am Main 1982, S. 7: Die Einwände richteten sich [...] gegen deren alleinige Abhängigkeit von der Privatperson des Schreibenden. 14) Peter Handke: Das Gewicht der Welt. Frankfurt am Main 1982, S. 212.
8 56 윤순식 Da waren eben kurze Momente der äußersten Sprachlosigkeit und das Bedürfnis, sie zu formulieren - die gleichen Anlässe zum Schreiben wie seit jeher. 15) 한트케문학의목표가 자아찾기 내지 자아정체성탐색 이라는것은 나는상아탑의주민 Ich bin ein Bewohner des Elfenbeinturms 시작부분에서의다음인용문에서그대로확인할수있다. 16) 문학은내게있어오랫동안분명하지않더라도나자신에관해좀더명확해지도록해주는수단이었다. 그것은나로하여금내가존재한다는것, 내가이세상에존재하고있다는것을인식하도록도와주었다. 내가문학에몰두하기전에, 이미나는자의식을가지고있었지만, 이자의식이특수한경우나특수한사건이나질병도아니라는것을알려준것은문학이었다. 문학이없었더라면이런자의식이나를엄습하였으며, 그것은무언가끔찍스럽고, 부끄럽고, 파렴치한일이었다. Literatur ist für mich lange Zeit das Mittel gewesen, über mich selber, wenn nicht klar, so doch klarer zu werden. Sie hat mir geholfen zu erkennen, daß ich da war, daß ich auf der Welt war. Ich war zwar schon zu Selbstbewußtsein gekommen, bevor ich mich mit der Literatur beschäftigte, aber erst die Literatur zeigte mir, daß dieses Selbstbewußtsein kein Einzelfall, kein Fall, keine Krankheit war. Ohne die Literatur hatte mich dieses Selbstbewußtsein gleichsam befallen, es war etwas Schreckliches, Beschämendes, Obszönes gewesen. 17) 이처럼한트케가자전적주관주의문학을통해찾으려고했던 자아 는대략다음의세가지로특징지어볼수있다. 첫째는강요와압박으로체험되는삶의환경을 위엄과분노속에서 지탱하는자아요, 둘째는희망속에서세상을항상새롭게예시하는시적사유의힘을자각하고현대기능세계의위협적인무의미성과잔인성으로부터삶의감정을의연히유지하는자아, 그리 15) Peter Handke: Wunschloses Unglück, Frankfurt am Main 1974, S ) 여기에관해서는졸고, 병과문학 - 확장된자아, 외디푸스콤플렉스적양상을중심으로 ( 실린곳 : 헤세연구, 제 21 집, 한국헤세학회 2009, 쪽.) 참조. 17) Peter Handke: Ich bin ein Bewohner des Elfenbeinturms, Salzburg 1979, S. 19.
9 자아탐색과과거극복 57 고셋째는일상생활을위한아름다운삶의형식과실용적인조언을다시발견하기위하여문학전통으로의복귀를시도하는자아이다. 18) 한트케처럼외부세계의불안ㆍ공포가개인의내면적자아를각성시켜사회적자아로확장하는작가가있는가하면, 메켈처럼내면의자기정체성문제를외부세계에서의구체적삶의회복이라는내용으로발전시키는작가도있다. 메켈의 알아맞히기그림 Suchbild 은나치역사에직ㆍ간접적으로관여했던아버지의삶을되돌아보면서자신의정체성을모색하려는자전적소설이며, 아버지와아들의관계 Vater-Sohn-Verhältnis를테마로삼는일명 아버지문학 Vaterroman 의대표작으로꼽히는작품이다. 어린시절우울하고억눌린가정환경에서아버지로부터인정을받으려고하지만거부당하고결국아버지에대한반감을갖는다. 메켈은어린시절의기억을 결핍 의경험으로기록한다. 19) 이와같은결핍과 외디푸스콤플렉스적인아버지흔적지우기 Ödipale Leichenschändung 20) 라는정신병리학적문제를극복하기위해서는, 자기자신의트라우마를회피하지않고정면으로부딪히면서작가자신의자기반성을토대로글쓰기작업을해야하는것이다. 내가아버지를생각하는동안, 그는테마가된다.... 텍스트는그의모습을밝게도하고동시에어둡게도한다. 한사람에대해글을쓴다는것은언어의사실성을위해한인생의사실성을파괴한다는것을의미한다. 문장의구조는죽은사람에게다시한번죽음을요구하는것이다. 그사람을파괴하는것과그사람을창조하는것은동일한작업과정이다. 그러나나의테마에대해서는옳지않았으면한다. Während ich an ihn denke, wird er zum Thema. [...], der (Wortlaut) seine Erschei- 18) 윤용호 : 페터한트케연구, 고려대학교출판부 쪽. 19) 여기에관해서는졸고, 병과문학 - 확장된자아, 외디푸스콤플렉스적양상을중심으로 ( 실린곳 : 헤세연구, 제 21 집, 한국헤세학회 2009, 쪽.) 참조. 20) Tilman Moser: Romane als Krankengeschichten, S. 47.
10 58 윤순식 nung zugleich erhellt und verdunkelt. Über einen Menschen schreiben bedeutet: das Tatsächliche seines Lebens zu vernichten um der Tatsächlichkeit einer Sprache willen. Der Satzbau verlangt noch einmal den Tod des Gestorbenen. Ihn zu vernichten und zu erschaffen ist derselbe Arbeitsprozeß. Aber ich will nicht im Recht sein gegen mein Thema. 21) 이처럼글을쓰는과정에서메켈은아버지의삶과더불어자신에대해서도되돌아보며, 자신의상처가단순히개인적인차원의문제가아니라역사적차원의것임을인식하고아버지로부터벗어난다. 그결과그러한트라우마의원인이아직제대로극복되지않은과거에있다는것을알게되는것이다. 이러한청산되지않은과거를극복하는문제는독립적인정체성을확립하는과정이면서, 또현대작가들뿐만아니라독일인들에게항상부담스러운미완의과제이다. 다음장에서는현대독일작가들특히, 렌츠, 마르틴발저, 해르틀링, 슈트라우스등의작품이나대담내용등에서이러한과거극복문제를기억문제 22) 와더불어살펴보고자한다. Ⅳ. 기억과과거극복 독일의제 3제국시기라는과거극복문제를논하기위해서는기억문제를빠뜨릴수없다. 오늘날 문화학의주도개념 Leitbegriff der Kulturwissenschaften 23) 21) Meckel, Christoph: Suchbild. Uber meinen Vater. Claassen, Düsseldorf 1980, S ) 기억의문제는이미 19 세기후반과 20 세기초반의독일문학사에서중요한테마로인식되었으며, 특히벤야민 W. Benjamin 은 파사주 Das Passagen-Werk 에서기억문제에대한자신의의견을개진하였다.(Walter Benjamin: Das Passagen-Werk. In: W.B., Gesammelte Schriften, hrsg. von Rolf Tiedemann und Hermann Schweppenhäuser, Frankfurt am Main 1972, Bd. V.) 23) Aleida Assmann: Gedächtnis als Leitbegriff der Kulturwissenschaften. In: Lutz Musner / Gotthart Wunberg (Hrsg.): Kulturwissenschaften. Forschung-Praxis-Positionen, Wien: WUV S. 7.
11 자아탐색과과거극복 59 으로자리잡은기억의문제는, 1992년하이델베르크대학철학부에교수자격논문으로제출하였던알라이다아스만 Aleida Assmann의 기억의공간 Erinnerungsräume 을필두로전세계적으로많은연구가이루어지고있다. 특히독일에서는이기억문제를바탕으로해서아우슈비츠, 홀로코스트와관련한과거극복문제를둘러싸고여러가지굵직한논쟁들이진행되었다. 24) 앞장에서살펴보았던자아의식은자신의과거에대한기억없이는형성되지도못하고또한보존될수도없다. 그래서기억은자아의식의형성및보존을위한필수불가결한요소라고할수있다. 집단적인기억이한민족이나국가의역사적토대를이룬다면, 개인의기억은개인의정체성의토대가된다. 인간은자신이살아온과거의행적을기억하고그러한연속선상에서현재의자아를형성함으로써자신의정체성을유지한다. 만일인간이기억을상실한다면, 그는자신이누구인지더이상알수없으며정체성의혼란에시달릴것이다. 25) 물론정체성이단순히기억을통해서만주어지는것은아니다. 과거의경험에대한기억뿐만아니라그것을어떻게해석하여자아의전체적인연관속에위치시키는가가정체성의형성에중요한역할을하는것이다. 손상된자아란정신적으로나육체적으로전혀자신의환경을통제할능력이없으며그의언어가능동적힘을가진함축성을모조리잃어버린경우를말한다. 이손상된자아는트라우마에서그근원을찾을수있기는하지만홀로코스트의희생자들은이트라우마를구원의상징으로전환할능력이없다. 26) 그결과정신적으로도육체적으로도감당할수없는극단적인경험으 24) 대표적인논쟁들은역사가논쟁 (1986), 크리스타볼프논쟁 (1990), 슈타지논쟁 (1991, 1993), 보토슈트라우스논쟁 (1993), 귄터그라스논쟁 (1995), 마르틴발저논쟁 (1998) 등이며 2003 년독일원로지식인들의나치과거논란도독일문단을뒤흔들어놓았다. ( 나치와동독과거청산에관해서는이덕형, 김수정, 송윤희공저의 독일, 통일이후가문제였다, 경북대학교출판부 참조 ; 특히모든실제자료를함께실었기때문에, 통일이후의독일의과거극복문제를연구하는데중요한참고도서이다.) 25) 정항균 : 므네모시네의부활, 뿌리와이파리, 서울 2005, 쪽참조. 26) Vgl. Aleida Assmann: Erinnerungsräume. Formen und Wandlungen des kulturellen Gedächtnisses, München: C. H. Beck Verlag 1999, S. 258: [...] dem [= dem beschädigten Selbst] jegliche physische und geistige Kontrolle über seine Umwelt entzogen ist und dessen Sprache alle Konnotationen aktiver Ermächtigung verloren hat. [...] das beschä-
12 60 윤순식 로인해온전한자아를확립할가능성도파괴되고만다. 트라우마는의식이미치지않는경험을안정시키며이러한경험은의식의그늘에자리를잡은잠재적존재가된다. 과거극복을주제로다룬독일소설의결정판이라고하는지크프리트렌츠 Siegfried Lenz의 독일어시간 Deutschstunde 은독재의시절에사람들이당한어려움과고통, 갈등에대해쓴소설이다. 여기서주인공지기는아버지에대한외디푸스콤플렉스, 즉거세공포증을가지며, 화가에게서는자기애적동일시의대상을찾으며동시에피학적인성향이농후하다. 이것은지기의나르시시즘을더욱더강화시키는데, 그와아울러지기에게는 피관찰망상 Beobachtungswahn 의증세를보인다. 이대담한교훈극에서우리는세대를막론하고독일의정신과광신을재인식할수있다. 27) 라니츠키는다음과같은말로렌츠의과거극복을확인시켜주고있다. 렌츠가가장빈번하게얘기한주제는테러와저항, 도망과추적, 우정과배반이었다. 그의주인공들은늘빈손으로끝나거나, 공허한결과에이르는사람들이다. 삶이그들의말문을막는까닭에그들은대개말수가적다. 패배란그의모든글을관통하는근본주제이다. Am häufigsten erzählt er vom Terror und von Auflehnung, von Flucht und Verfolgung, von Freundschaft und Verrat. Seine Helden gehören zu jenen, die immer leer ausgehen. Meist sind sie wortkarg. Denn das Leben hat ihnen die Sprache verschlagen. Die Niederlage ist der rote Faden, der sich durch seine Prosa zieht. 28) 마르틴발저 Martin Walser는아데나워정권의반공정책, 경제기적등에따른사회의경직성을고발하면서새로운문학적앙가주망을강조하였으며, digte Selbst gehen auf Traumatisierungen zurück, die die Opfer des Holocaust nicht in rettende Symbole zu überführen vermögen. 27) Marcel Reich-Ranicki: Meine Bilder, Stuttgart / München: Deutsche Verlags-Anstalt 2003, S. 313: Eine ganze Generation hat sich in diesem kühnen Lehrstück über deutschen Geist und deutschen Ungeist wiedererkannt. 28) Ebd., S. 312.
13 자아탐색과과거극복 61 또문학과정치관계에대해논쟁을일으키며사회현실과일상에직접관여하려는정치문학적입장을취하였다. 그래서현대독일의양식있는독자들에게많은인기가있고, 가장지성적인좌파작가로알려진마르틴발저의주인공들은겉으로보기에는모두시민사회의일원으로잘적응하여살아가는것같아보인다. 하지만모두들거의우울증에가까운심성의소유자들로서발저는이것을통해사회에대한섬세한관찰가능성을얻으면서큰목소리를내지않고조용히사회에비판을가한다. 이렇듯그의초기작품들에서는대체로사회적응을하려다자아의정체성을찾지못하고성숙한인격체에도달하는데에도실패하는패배자를그리고있는데, 거기서는언제나심리적으로억압된강렬한사회비판이암시되곤했다. 50년대를규정하는역사로부터의도피가별안간종말을고하며강제수용소재판이시작되고, 새로운정치ㆍ도덕적엄격주의가젊은세대사이에태동하였지만, 29) 68운동의좌절에따라문학이 개인화 되어가면서, 이성, 역사, 발전 등의개념이점점희박해지고그대신 현재, 개인적인것 이더부각되었다. 이러한 1970년대독일의신주관주의적문학경향과보조를맞춘듯, 발저는독일인들이터부시하고있던통일문제와과거극복의문제를독일민족의입장에서공공연히건드리고나선것이다. 현대독일인들의핵심적과제들중하나인과거극복문제를두고서독의진보적지식인들과날카로운논쟁을벌이게되었다. 다시말해, 독일인과독일민족의새로운정체성을둘러싼쟁점의한복판에서게되었으며, 또한온건좌파인귄터그라스와도독일통일문제를두고첨예한이견을보였던것이다. 샘솟는분수 Ein springender Brunnen 에서의주인공요한은저자발저를대변하고있으며, 발저는제 3제국의긍정이나부정없이담담하게자기의유년시절과청년시절을서정적으로그리고있다. 주인공은자신의고향바서부 29) Vgl. Günter Rühle: Das dokumentarische Drama und die deutsche Gesellschaft, M. Walser: Anpassung und Freiheit, in: Theater in unserer Zeit, Frankfurt am Main 1976, S : Die Flucht aus der Geschichte, die die fünfziger Jahre kennzeichnet, geht abrupt zu Ende. Die KZ-Prozesse beginnen, ein neuer politisch-moralischer Rigorismus regt sich unter der jüngeren Generation.
14 62 윤순식 르크에서성장하면서겪었던아름다웠던생생한기억들을여전히소중히가슴에담은채살아가고있다. 비록현실은제 3 제국의파시즘정권이온갖죄악을저지르고있었을지라도그것은아무런관계가없었다. 오로지이러한순수한개별체험들에대해서시대와역사를넘어서누구나진솔하게얘기할수있어야한다고발저는다음과같이밝히고있다. 모든사람들이공유하는과거속으로는박물관을누비고다니듯누구나마음대로돌아다닐수있다. 그러나자기자신의과거는마음대로발을내디딜수없다. 우리는단지과거가스스로내뱉는것만소유하고있을뿐이다. [...] 우리가그것을그대로놓아두면둘수록, 더욱더과거는자신의방식대로현재적일수있다. In der Vergangenheit, die alle zusammen haben, kann man herumgehen wie in einem Museum. Die eigene Vergangenheit ist nicht begehbar. Wir haben von ihr nur das, was sie von selbst preisgibt. [...] Je mehr wir s dabei beließen, desto mehr wäre Vergangenheit auf ihre Weise gegenwärtig. 30) 또베를린의홀로코스트기념비건설을둘러싸고이를지지하는독일정부및좌파인사들과이를반대하는작가마르틴발저의입장이첨예한대립을이루었듯이, 발저는과거에대한개별적인기억들을도구화된전체적인역사와확실하게구별을하였다. 그래서다음과같이기억의도구화에대한저항으로얘기하고있는것이다. 우리의과거는우리안에서극복된것으로써생존하고있다. [...] 우리가결코주인이아니라고하는과거, 그과거가존재하기를소망한다. 나중에라도어떤정복도일어나지않을것이다. 소망하는궁극적목표는과거에대한관심없는관심이다. 마치과거가그스스로우리에게다가왔으면하는관심없는관심말이다. Dann lebt unsere Vergangenheit in uns als eine überwundene. [...] Der Vergangenheit eine Anwesenheit wünschen, über die wir nicht Herr sind. Nachträglich sind kei- 30) Martin Walser: Ein springender Brunnen, Frankfurt am Main 2002, S. 9.
15 자아탐색과과거극복 63 ne Eroberungen zu machen. Wunschdenkens Ziel: Ein interesselosers Interesse an der Vergangenheit. Daß sie uns entgegenkäme wie von selbst. 31) 그리고 68운동직전발표한 일각수 Das Einhorn (1966) 에서의안젤름은기억에서심리적위안을찾는데, 이를통해네겔레는기억이긍정적측면을지닌다는것을보여준다. 32) 이것은자신의정체성을탐구하는글쓰기는기억속의과거라는더이상존재하지않는허구적현실에서빠져나와야하는것을보여준다. 내겐둥근세상의현실이없는거야. [...] 나자신은주인을잃어버린그림자라고생각해. [...]. 나는허구적인물이야. Mir fehlt die runde Weltwirklichkeit. [...]. Ich vermute, daß ich selber ein Schatten bin, der seinen Werfer verlor. [...]. Ich bin eine Figur. 33) 1990년 6월 25일쥐트도이체차이퉁문예란에실린, 구동독에서높은평가를받아온동독작가들을동조자라고말할수있는가라는설문조사에서, 발저와해르틀링 Peter Härtling 의답변을보면기억과과거극복의문제에대해그들의명확한주장이드러난다. 발저와해르틀링의답변은각각다음과같다. 내생각으로는, 티끌만큼의확신도없이협력하는사람을동조자라고말할수있을것같다. 그렇게하는지식인은자신을파멸로이끌지만그것은그의정당한권리이다. 마르크시즘이사람들을자기파멸로몰고가거나강제한다면마르크시즘에반대해야되는것이지사람에반대해서는안된다. 그러나어떤자가마르크시즘을훌륭한노선으로간주했기때문에동조했다면그는동조자가아니라기만당한자이다. 이기만당한자들에대한비난은오로지기만당하지않는자들만이해 31) ebd., S ) Rainer Nägele: Zwischen Erinnerung und Erwartung. Gesellschaftskritik und Utopie in Martin Walsers Einhorn. In: Klaus Siblewski (Hrsg.): Martin Walser. Frankfurt a. M. 1981, S ) Martin Walser: Das Einhorn, Frankfurt am Main 1978, S. 378.
16 64 윤순식 야한다. 34) 열살때나는나치소년단원이되었고, 어른들의슬로건을믿었다. 히틀러총통을따르라고우리를부추겼던사람들중적지않은사람들이패전후최고의민주주의자와독실한기독교인이되었다는사실이나에게는유년시절의정신적외상 ( 外傷 ) 으로자리잡게되었다. 그것이아마도나로하여금글을쓰도록만든것같다. 그때부터나는우리들의불행한이야기, 추방, 나중에나타난오만한행동들, 몸에밴역사의식의결여등의문제에몰두하게되었다. [...] 그러므로동독에살면서그곳에서글을썼던사람들을아무런구별없이동조자로비난하는것이나에게는아무런의미가없다. 내유년기의수많은동조자들이지금은나무랄데없이행동하는민주주의의건설자요수호자로변한이후이런논의는아무의미가없다. [...] 그렇다고나는자비심과망각을옹호하려는것이아니다. 그반대로, 역사에대한성실성을옹호하는것이다. 35) 마지막으로보토슈트라우스 Botho Strauß의과거극복에관해알아보자. 새로운감수성 의작가로 1970년대중반이후각광을받기시작한보토슈 34) Thomas Anz: Es geht nicht um Christa Wolf Die Literaturstreit im vereinigten Deutschland, Frankfurt am Main: Fischer Verlag S : Mitläufer könnte ich einen nennen, der mitmacht, ohne im geringsten überzeugt zu sein. Ein Intellektueller, der das probiert, richtet sich selbst zu Grunde. Das ist sein gutes Recht. Wenn der Maxismus Leute zu dieser Selbstzerstörung bringt oder zwingt, spricht das gegen den Maxismus, nicht gegen die Leute. Wenn aber jemand mitmachte, weil er den Marxismus für einen guten Weg hielt, dann ist er kein Mitläufer, sondern ein Getäuschter. Und Getäuschten Vorwürfe machen sollten nur Untäuschbare. 35) Vgl. ebd., S. 158: Ich bin mit zehn Jahren Pimpf geworden und habe den Parolen der Erwachsenen geglaubt. Daß nicht wenige von ihnen, die uns angefeuert hatten, dem Führer zu folgen, nach der Niederlage die besten Demokraten und gläubige Christen wurden, ist für mich zu einem Kindheitstrauma geworden, das mich vermutlich zu Schreiben brachte. Seither gehe ich unserer elenden Geschichte nach, den Verdrängungen, den nachträglichen Anmaßungen und der gepflegten Geschichtslosigkeit. [...] Das kann für mich nicht bedeuten, denen, die in der DDR lebten und schrieben, ohne Unterschied bedenkenlose Mitläuferschaft vorzuwerfen. Dies nicht, nachdem die ungezählten Mitläufer meiner Kindheit zu den Gründen und Bewahrern der Demokratie wurden, die sich jetzt geradezu für untadelig hält. [...] Nein, ich plädiere nicht für Barmherzigkeit und Vergessen. Im Gegenteil: Für historische Gewissenhaftigkeit.
17 자아탐색과과거극복 65 트라우스의작품세계는더이상역사적사건이나역사적인물의정치적갈등이아니라오늘날평범한시민의단절되고소외된감정적현실이며, 이러한내면세계를그는특유의환상적이고비합리적인수법으로그리고있다. 슈트라우스작품의특성은다의성과난해함이라고한마디로얘기해도될만큼그의극작품이나소설은독자를미궁속에빠뜨린다. 이같은특징은그가자연스러운혹은전통적인형상화과정을고의적으로파괴하고, 그대신철저히인위적이고해체적인방식을취하고있기때문이다. 따라서독자들은그의작품을대할때면마치숨은그림찾기를하듯어려움과지적인매혹을동시에맛보게된다. 신주관주의, 신내면주의, 새로운감수성 이라불리는 70년대독문학계가 60년대의정치적경향에서벗어나상상력과감정, 내면세계, 개인관계와체험을중요하게다루듯 36), 인간의내면세계에몰입한슈트라우스의주인공들은외부로부터단절당한채망상혹은환상속에서배회하고있다. 전후맥락없이뒤섞여나타나는이들의정서는불안과죽음에대한동경 ( 마를렌느의언니 Marlenes Schwester ) 을드러내고, 지루함 ( 우울증환자들 ) 을드러내고, 현실에대한무력감 ( 재회의삼부작 ) 을드러낸다. 또 헌사 Die Widmung 의리하르트에서파악할수있듯슈트라우스의주인공들대부분은더이상현실에적응하지못하고사회적규범에서이탈된패배자라고볼수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그의작품들은나치과거극복이나강렬한사회비판적인요소를담고있다. 주인공들의와해된의식세계는고도의물질적풍요를이룬사회의부산물이고, 주인공들의내적욕구는사회적인메커니즘에의해조작되고지배당하고있다는것이다. 특히그의처녀작 우울증환자 Die Hypochonder 의제목이시사하듯등장인물들의대부분은현실감이나대인관계를상실한현대의노이로제환자들이다. 또막연한기대감으로결속된예술가동호인들의인위적인정서세계를 36) 물론 70 년대독문학계의또다른경향으로, 이전 60 년대의문학의정치화현상을더강하게표출하는양상이많은작가들의작품속에드러났던것도엄연한사실이다. 여기에관해서는, 정인모 : 70 년대독일소설에나타나는탈정치화경향. 독일언어문학제 40 집, 한국독일언어문학회 2008, 쪽참조.
18 66 윤순식 통해정치적침체기의감정적현실을묘사한 재회의삼부작 Trilogie des Wiedersehens 은사회적정체성을상실한채고립되고혼란스러운내면세계로물러난현대개인의정신병리학적고찰인것이다. 이것은그의세번째작품으로, 1977년함부르크에있는도이체스샤우슈필하우스 Deutsches Schauspielhaus 에서초연되었다. 이작품이초연되자비평가들은거의이구동성으로이작품을긍정적으로평가했는데, 무엇보다도 현실에가깝고치밀한세부묘사 를높이샀던것이다. 37) 또 1993년슈피겔지에발표된에세이 커져가는속죄양의노래 Anschwellender Bocksgesang 와호메로스의오디세이를각색한연극작품 이타카 Ithaka (1996) 는엄청난논란을불러일으켰다. 그러나보토슈트라우스를비롯한마르틴발저나크리스타볼프등일련의작가들에대한독일언론계의반응은실은문학외적요인, 이를테면독일의현대사와관련되어어느나라에서보다예민하게거론되는좌ㆍ우파에대한지식인들의입장과맞물려있다고보아야할것이다. 38) 에세이 커져가는속죄양의노래 에서슈트라우스는스스로를우파라고칭하며, 고독한소수에속하는그들이야말로비현재적상상력을가진자들이라규정함으로써지금까지의나치와관련된우익에대한터부에반론을제기한것이다. 우파가된다는것은값싼확신이나비열한목적에서가아니라모든존재로부터기억의우위를체험하는것이며, 인간은이것을통해포착된다. [...] 중요한것은다른하나의반항행위, 즉현재의전면적지배상황에대항하는것이다. 이전면적지배상황이란계몽되지않은과거와역사적생성물과신화시대의모든현존을개인에게서빼앗아근절시키려하고있다. [...] 우파는진정한축구팬이훌리건과동떨어진존재이듯이네오나치와전혀다른존재이다. 아니그이상이다. [...] 앞으로올비극의형태에대해우리는아무것도모른다. 다만점점더커져가는 37) Vgl. Christine Winkelmann: Die Suche nach dem Großen Gefühl, Wahrnehmung und Weltbezug bei Botho Strauß und Peter Handke. Frankfurt/M. 1990, S ) 하지만작품에서는작가의경험이작가의정치적견해에앞선다. 예를들어 1998 년평화상수상연설문에서발저도그와같은견해를피력했다.
19 자아탐색과과거극복 67 불가사의한소리, 우리행동의심연에서울려나오는속죄양의노래소리만들릴뿐이다. Rechts zu sein, nicht aus billiger Überzeugung, aus gemeinen Absichten, sondern von ganzem Wesen, das ist, die Übermacht einer Erinnerung zu erleben, die den Menschen ergreift. [...] Es handelt sich um einen anderen Akt der Auflehnung: gegen die Totalherrschaft der Gegenwart, die dem Individuum jede Anwesenheit von unaufgeklärter Vergangenheit, von geschichtlichem Gewordensein, von mythischer Zeit rauben und sie ausmerzen will. [...] Der Rechte ist vom Neonazi so weit entfernt wie der Fußballfreund vom Hooligan, ja mehr noch. [...] Von der Gestalt der künftigen Tragödie wissen wir nichts. Wir hören nur den lauter werdenden Mysterienlärm, den Bocksgesang in der Tiefe unseres Handelns. 39) 그러나슈트라우스는이제는보다더엄격한형태의 일탈 Abweichung 과 중단행위 Unterbrechung 가필요하다고언급하면서나치의과거는극복되어야한다고주장하고있다. 또한에세이 커져가는속죄양의노래 보다 3년전에차이트지에기고한 아류적세계에대한반항 Der Aufstand gegen die sekundäre Welt 에서는 기억상실증 에빠진전후계몽적가치관의탈피라는문제에도꽤몰두했음을보여준다. 반동보수주의자란정치적비방이가해지는방해꾼또는개선의여지가없는반동분자들이아니다. 그반대로, 잊혀진것을기억속에되살리는일이중요한문제가되면, 그는오히려선두에서서앞으로나아간다. [...] 위대한예술작품이란시대를초월하여 보수적 이며, 시대를막론하고기억상실증과투쟁하게마련이다. Der Reaktionär ist eben nicht der Aufhalter oder unverbesserliche Rückschrittler, zu dem ihn die politische Denunziation macht-er schreitet im Gegenteil voran, wenn es darum geht, etwas Vergessenes wieder in die Erinnerung zu bringen. [...] Nichts anderes verfolgt nach Steiner jedes große Kunstwerk und ist demnach 39) Vgl. Botho Strauß: Anschwellender Bocksgesang, in: Der Aufstand gegen die sekundäre Welt. München 2004, S
20 68 윤순식 auf eine zeitlose Weise reaktionär ; es kämpft gegen Vergeßlichkeit in jeder Epoche. 40) 하게슈테트는어떤생물학적유기체가자아보존의의미로기능하면그것은건강한것이고, 그렇지않으면모두병든것으로간주한다. 41) 따라서슈트라우스가보기에실패한좌파지식인들, 즉비판이론의대표자들과그들의아류라고할수있는 68세대의자기파괴적인모든시도들은모두병으로간주될수밖에없다. 42) 그래서렌츠, 그라스, 발저, 해르틀링, 슈트라우스등등의작가들역시 과거나치시대의극복 이라는 정신적외상, 즉질병을갖고있으며, 이러한질병을어떠한형태로든표출하는것이그들의문학적임무였을것이다. Ⅴ. 나오는말 이상에서본연구는병과문학을통시적으로고찰함에있어서자아와기억, 그리고현대독일작가에게여전히트라우마로작용하는과거극복문제가문학작품속에어떻게투영되는지살펴보았다. 파묻힌자아, 외디푸스콤플렉스적자아에서진정한자아찾기등과육체적, 정신적인질병과의연관하에지난기억들을순기능적으로반추하면서과거를극복하려는작가들의지난한몸짓을보았다. 특히기억의문제를간략히고찰하면서, 전후세대작가들에의해서발견되는문화적기억과의대결은지난과오를쉽게망각하는사회에대한비판적인성찰에서비롯되었음을알수있었다. 40) Botho Strauß: Der Aufstand gegen die sekundäre Welt. Bemerkungen zu einer Ästhetik der Anwesenheit, München 2004, S ) Vgl, Lutz Hagestedt: Botho Strauß, Literatur als Erkenntnis, Frankfurt am Main 1993, S ) Vgl, Botho Strauß: Anschwellender Bocksgesang, S
21 자아탐색과과거극복 69 토마스만과토마스베른하르트에게서의병이란의미는삶이며자유였고, 병과죽음은그들작품의테마였다. 이것은죽음의보편성을강조하는것이아니라, 죽음을통해삶의희비극성을나타내고자함이다. 또한트케처럼외부세계의불안이라는질병이개인의내면적자아를각성시켜사회적자아로확장되기도하고, 메켈처럼병적인물인아버지콤플렉스와결핍이라는정신병리학적문제가자기반성을통해과거상처를치유하기도한다. 이러한질병의문제는동독이몰락하면서정체성에대한질문이다시금제기될때, 기억문제와과거극복문제에대한트라우마로다시금떠오른다. 야만적파시즘을경험했던증인들이점차사라져가는오늘날, 그러한상처와범죄를어떻게기억하고회상해야하는지는중요한문제로대두되고있다. 집단범죄 는존재하지않으며 개개인의책임 만이존재한다고얘기하며기억의도구화에대한저항으로서글쓰기를하는발저와진정한우파란근원적인기억의우위를체험하는자라고말하는슈트라우스, 그리고나치기억과동독기억의청산에대한여러논쟁들에서알수있듯, 독일인에게는항상부담스러운제3제국의과거사가아직해결되지않은미완의과제로남아있음을나타내주고있다.
22 70 윤순식 참고문헌 일차문헌 Bernhardt, Thomas: Auslöschung. Ein Zerfall. Frankfurt am Main Handke, Peter: Wunschloses Unglück. Erzählung, Frankfurt am Main Handke, Peter : Das Gewicht der Welt. Frankfurt am Main 1982, Thomas Mann: Gesammelte Werke in dreizehn Bänden, Frankfurt am Main 1974, Meckel, Christoph: Suchbild. Uber meinen Vater. Düsseldorf: Claassen Moser, Tilmann: Romane als Krankengeschichten. Über Handke, Meckel und Martin Walser, Frankfurt am Main Strauß, Botho: Hypochonder. Hanser, München, Wien Ders. : Trilogie des Wiedersehens. München / Wien: Hanser Walser, Martin: Die Verteidigung der Kindheit. Frankfurt am Main Ders. : Ein springender Brunnen. Frankfurt am Main 이차문헌마사 O. 루스토노, 엘리사 J. 소보 : 건강질병의료의문화분석, 김정선옮김, 한울아카데미 윤순식 : 현대독일어권문학에나타난병의담론 - 병과죽음을통한자아정체성의탐색, 헤세연구제 17집, 한국헤세학회 2007, 쪽. 윤순식 : 병과문학 - 확장된자아, 외디푸스콤플렉스적양상을중심으로, 헤세연구제 21집, 한국헤세학회 2009, 쪽. 윤용호 : 페터한트케연구, 고려대학교출판부 정인모 : 70년대독일소설에나타나는탈정치화경향. 독일언어문학제 40집, 한국독일언어문학회 2008, 쪽. 정항균 : 자아의발견에서자아의죽음까지 - 독일문학에나타나는자아의문제 : 테오드로폰타네, 마르틴발저, 보토슈트라우스를중심으로, 카프카연구 9집, 한국카프카학회 2001, 쪽. 정항균 : 므네모시네의부활, 뿌리와이파리, 서울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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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72 윤순식 Rühle, Günter: Das dokumentarische Drama und die deutsche Gesellschaft, M. Walser: Anpassung und Freiheit, in: Theater in unserer Zeit, Frankfurt am Main Schwarz, Olaf: Das Wirkliche und das Wahre. Probleme der Wahrnehmung in Literatur und Psychologie um 1900, Kiel Strauß, Botho: Der Aufstand gegen die sekundäre Welt. Bemerkungen zu einer Ästhetik der Anwesenheit, München Walser, Martin: Die Gallistl sche Krankheit, Frankfurt am Main Ders.: Brief an Lord Liszt, Frankfurt am Main Winkelmann, Christine: Die Suche nach dem Großen Gefühl, Wahrnehmung und Weltbezug bei Botho Strauß und Peter Handke. Frankfurt/M
25 자아탐색과과거극복 73 Zusammenfassung Die Selbstsuche oder Selbstfindung und die Vergangenheitsbewältigung - In Bezug auf die Probleme der Krankheit und des Todes in der deutschen Literatur - Yoon, Sun-Shik (Hanyang Univ.) In dem vorliegenden Beitrag wird die Selbstsuche oder Selbstfindung in Zusammenhang mit der Vergangenheitsbewältigung kritisch betrachtet. Die Schwerpunkte der Betrachtung liegen auf den Problemfeldern Krankheit und Tod in der deutschsprachigen Literatur der Gegenwart. Zunächst werden die Krankheit, das Schreiben und die Selbstsuche, dann vor allem die Erinnerungen und die Vergangenheitsbewältigung behandelt. Literatur kann Krankheit unter jedem beliebigen Aspekt thematisieren. Die Beschäftigung mit Literatur ermöglicht also eine Auseinandersetzung mit verschiedenen Aspekten des Themas Krankheit. Seit den neosubjektiven 70er Jahren und noch in der,postmodernen Subjekt-, Vernunft- und Zivilisationskritik der 80er Jahre zeigt die literarische und kulturkritische Intelligenz auffälliges Interesse an medizinischen, insbesondere psychopathologischen Themen und Motiven. Peter Handke versuchte in seiner poetischen Welt in dem,verschütteten Selbst das wahre Selbst wiederzufinden und weiterzuentwickeln. In dem Suchbild. Über meinen Vater von Christoph Meckel wird gezeigt, wie die Nachkriegsgeneration durch die Auseinandersetzung mit den für die historische deutsche Schuld verantwortlichen Vätern die Vergangenheit bewältigt
26 74 윤순식 und sich dadurch ein wahres Selbst oder eine eigene Identität bildet. Die Fähigkeit zur Erinnerung ist Voraussetzung für individuelle Identität, denn der Einzelne erfährt die Kontinuität seines Ichs durch Erinnerung und kann sich auf Basis der zuvor gemachten Erfahrungen in der Welt orientieren. Martin Walser setzt sich mit dem Vorurteil des festgelegten Ich auseinander. Jedoch geht er nicht so weit, dass er die Existenz des Ich selbst leugnet. Er behauptet, dass es kein,kollektivverbrechen sondern nur die,individualverantwortung gibt. So führt er das Schreiben als Widerstand gegen die Instrumentalisierung der Erinnerung an. Dagegen vertritt Botho Strauß die Ansicht, dass das Ich als Individuum nur eine menschliche Erfindung ist. Er ist der Meinung, dass die wahre Rechte die Übermacht einer gründlichen Erinnerung von ganzem Wesen zu erleben ist. Die radikalen Experimente mit dem Ich, die in den literarischen Werken in einem hypothetischen Stil wie bei Walser durchgeführt werden, zeigen eine lediglich für die fiktionale Literatur charakteristische Eigenschaft. Das Spiegel-Essay von Botho Strauß Anschwellender Bocksgesang hat eine neue Patriotismusdebatte ausgelöst und das Problem der Medienkritik bis zur Frage der national Einheit Deutschlands ausgeweitet. Vor allem richtet Strauß sich gegen die moderne aufgeklärte Masse und die,totalherrschaft der Gegenwart. Das Problem,Vergangenheitsbewältigung in der deutschen Literaturgeschichte wurde zur Zeit der 68er Bewegung aufgebrochen und bleibt bis heute umstritten. 주제어 : 병, 죽음, 자아탐색, 기억, 과거극복 Schlüsselbegriffe: Krankheit, Tod, Selbstfindung, Erinnerung, Vergangenheitsbewältigung 필자 soonshik@snu.ac.kr 논문투고일 : , 논문심사일 : , 게재확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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