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ERI 정책연구 Working Paper Series (18) 의료보험이건강해야나라가건강하다
의료보험이건강해야나라가건강하다 고은지연구위원 의료기술발전과생활환경의개선덕택에한국인들의평균수명은크게늘었다. 2009년기준기대여명은 80세 ( 남자 77세, 여자 83세 ) 로, 1970년의 62세보다 18년이나늘었다. 그러나질병이나부상으로부터자유로운 건강수명 은 71세 (2007년기준, WHO) 로서, 같은해기대수명 (79세) 보다 8년정도짧다. 즉사망전 8년동안질병이나정형외과적불편, 노인성정신질환등고통에시달린다는얘기이다. 이렇다보니무작정오래사는것에대한거부감도커지고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11년실시한 인생 100세시대가치관 조사에의하면, 평균수명이늘어 90세이상사는것에대해축복 이라고답한의견은전체의 29% 에불과했다. 이처럼우리사회의노년기가길어지면서건강수명을늘려야할과제가커진만큼건강보험등의료제도를수술해야할필요가점차커지고있다. 수명이늘면서, 사회의의료비부담도껑충평균수명증가가저출산현상과맞물리면서우리사회의고령화는거침없이진행중이다. 2011년현재고령화율 (65세이상인구의비율 ) 은 11% 로 고령화사회 에머물러있지만, 현추세를방치한다면 2026년경에는이비율이 20% 대인 초고령사회 로진입할것이다. 1 노인이늘면의료비지출은폭증하게마련이다. 50 고개를넘기면서부터고혈압이나당뇨등만성질환이생겨나고, 이는암이나심뇌혈관질환등중증질환으로발전되게마련이다. 대개의만성질환은완치가어려워장기간의의료서비스가필요하다. 건강보험공단에따르면노인인구는 2011년전체건강보험적용인구 (4,930만명 ) 의약 10% 에머물렀으나, 이들이지출한진료비는 15조 3,768억원으로총금액의 33.3% 나됐다. 1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Working Paper 1
2000년 2011년건강보험진료비지출추이를살펴보면 65세미만의진료비증가율은연평균 10% 였지만, 65세이상은 19% 로거의두배였다. 이런추이가지속된다면, 2020년에는노인진료비규모가 84조에이르러전체진료비의 50% 를넘어설것이다. 개인이평생지출하는의료비는약 1억 5천만원으로추정되는데, 65세이후사용하는 의료비가 3 분의 2 인 1 억원에이르는것으로분석된다. 2 이러한상황에서젊은층의 노년층의료비부담은갈수록무거워질수밖에없다. 현재의건강보험체제는파산이불가피우리건강보장체계는일본이나유럽에서들여온것으로, 모든국민들에게저렴한비용으로표준화된서비스를제공하는 국가주도형 체제를지향하고있다. 1977년직장건강보험실시이후 12년만에전국민건강보장을달성해, 보장범위와서비스면에서국민건강을획기적으로개선시킨성공사례로평가된다. 다만의료서비스의공급과관리가민간에의해이루어지고있기때문에 시장체제 가절충된형태라고하겠다. 의료재정 3 측면에서건강보험이라는국가단일의재정체계를운영하고있지만이보험틀속에서의료서비스를제공하는전체의료기관 (2011년기준 82,983개, 약국포함 ) 의 96% 가민간기관이란의미이다. 이때문에국가의건강보험비용통제및관리시스템을작동시키는데한계가나타난다. 예를들어, 정부가가격을통제하면할수록민간의료기관은수익을늘리기위해보험대상이아닌의료서비스에치중하게되며, 새로운의료비절감정책을시행하려해도민간의료기관의반대가심하다. 건강보험은지출은 2011년현재 37조 4천억원규모이나고령화와의료서비스의고도화등으로 2030년에는 165조원이상이될것으로예측되고있다. 따라서이와같은 2 보험연구원 (2011), 생애환자의료비추정을위한노인의료비분석 3 국민의료비의재원은크게공공과민간재원으로나누어지는데, 2009 년현재그비중은약 60 대 40 수준이다 (< 그림 3> 의료비의재원별구성및규모 ). OECD 국가들의경우평균적인공공재원비중이약 72% 인것을볼때 (2008 년기준 ), 우리의공공재원비중은낮은편이다. Working Paper 2
천문학적인비용을감당하기위해서는현재 5% 대인 (2011 년 5.6%) 건강보험료율 4 을 2030 년까지 13% 수준으로인상해야만할것으로전망하고있다 ( 보건사회연구원 ). <BOX> 선진국들이내놓은의료개혁모범답안들 선진국에서는이미 1970 년대부터급격한의료비증가로위기를겪었다. 세금을더거둬야했지만, 조세수입은 GDP 증가율과비슷한속도로늘어나기에, 의료보험적자문제가심각하게대두됐다. 이에따라각국정부는의료비용을직접억제하기시작했는데, 예를들어의료수가통제나병원에 대한투자와장비도입의제한, 외래부문지출상한제등이그것이다. 1990 년대들어규제강화로비효율적측면이서서히드러나고의료비억제도어려워지자, 좀더 다양한방법을강구하게된다. 의료서비스의보편성을중시하는대부분의유럽국가들은공공부문의 역할을합리적으로조정하고자한다. 국가가운영해온서비스공급체계를지역사회로넘기고 중앙정부는예방이나건강증진등과같은사회전반적이슈에집중하는식이다. 또주로공공기관이 제공해온의료서비스를민간부문에도개방함으로써경쟁을유도하고있다. 소비자들의선택권을 넓히고, 서비스질을높이려는것이다. 반대로미국처럼민간의역할이큰시장주도형체제에서는 반대로전국민의료보험도입을통해의료서비스의보편성을높이려고하고있다. 양진영의해법은현재진행중인것들이많아그효과를비교하긴어렵다. 다만사전예방및 건강증진정책을강화하여원천적으로비용을줄이고, 공공과민간의경쟁및역할분담을통해 의료서비스의효율성을높이려는점등은공통적으로발견되고있다. 건강보장제도의파산을막기위한 5가지지혜현세대의료제도의문제점은사실젊은세대들이겪게될부담과위기이다. 젊은세대가기성세대가누려온, 혹은그보다더나은수준의의료서비스를누리려면현제도가안고있는파산가능성을줄여야한다. 어떤해법이있을까. 4 월소득대비건강보험료지출비율 ( 직장가입자기준 ) Working Paper 3
지불체제개선으로과잉진료를억제하자현재우리건강보험재정을위협하는원인중하나는의료서비스이용량의폭증이다. 실제로연간국민 1인당의료기관방문횟수는 2000년 11.8일에서 2011년 18.9일로크게늘었다. OECD 국가들의경우 1인당외래방문횟수는 6.8일로 (2007년기준 ), 같은해우리나라의외래방문횟수 14.7일의절반에도미치지않는다. 우리국민들이선진국보다두배나자주아픈것은결코아니다. 과잉진료의비밀은우리건강보험제도가환자가병원을자주찾으면의료기관의수익이높아지는, 행위별수가제 를채택하고있기때문이다. 우리나라는건강보험제도를도입한이후줄곧행위별수가제를유지해왔다. 반면유럽국가들은 1970년대이후의료비급등문제를해결하기위해포괄수가제, 인두제, 총액예산제등다양한노력을해왔다. 행위별수가제에장기간의존하다보니보험공단의감시체계까지복잡해졌다. 건강보험수가를구성하는상대가치의개발과운영, 환산지수수준의결정, 진료비심사에서지급에이르는감시체계등을담당할조직과인력이방대해진것이다. 의료기관입장에서도진료비청구절차가복잡하고관리인력이필요해비용부담이높아지게된다. 행위별수가제를개선하지못하는가장큰이유는의료계의반대일것이다. 그러나현재의행위별수가제를지탱해주는건보재정이한정된만큼, 종국에는의료공급자들에게주어질진료비총액도제한을받을수밖에없다. 이경우진료비배분을둘러싸고의료계에심각한갈등이생길공산이큰만큼더늦기전에행위별수가제를손질하는것이타당하다. 건강보험료도더올릴여지가있다 현재건강보험재정은 2011 년기준으로총수입의 85.3% 를보험료를통해조달하고있다. 나머지재원은정부지원 (11.1%) 및건강증진기금 (2.5%) 등이다. 따라서건강보험재정을 Working Paper 4
튼튼히하는방안으로는보험료인상과세금확대, 두가지측면을고려할수있다. 우선다른나라와비교해보면, 보험료율인상여지가있는것으로판단된다. 우리나라사회보험료부담률과조세부담률을합한국민부담율은 2010년현재약 25% 수준으로, OECD 평균치 35.8% 에비하면상당히낮다. 건강보험만떼놓고봐도, 독일프랑스대만등이우리나라 (5.6%) 보다훨씬높은 10% 대안팎의보험료율을운용하고있다. 조세지원은정부가다음회계연도의건강보험료수입액을추정한뒤이예상치의 20% 를일반회계 (14%) 와국민건강증진기금 (6%) 을통해지원하는방식이다. 그런데매년정부가보험료예상수입액을낮게책정해덩달아국고지원금도낮추는관행을되풀이하면서재정지원이불안정해지는문제가발생하고있다. 건강보험지출추이는기타복지예산지출보다증가세가빠를것으로예상되는만큼추가재원을확보하기위한부담금이나목적세등을신설하는방안을검토할필요가있다. 2002년부터담배에부과한건강증진기금이일부이러한역할을맡고있는데, 선진국에서는담배뿐아니라술이나휘발유등건강을위협하는물품에폭넓게세금을매기는게관행으로정착돼있다. 공공건강보험이채우지못하는부분은민간보험을활용유럽처럼공공건강보험과민간보험과의역할분담도검토할필요가있다. 민간보험과의경쟁또는공공보험자간의경쟁을유도해효율성, 소비자의선택권을향상시키고자하는개혁움직임은이미독일, 네덜란드, 영국등유럽국가들에서시행중이다. 우리나라의현행민간보험은 1980년대초시작된암보험을중심으로발전해왔으며, 1990년대후반부터보충보험성격의의료비보장보험이도입된상태이다. 2011년기준건강보험진료비중입원은 36%, 외래는 64% 로중증질환에대한보장이상대적으로더취약한구조를가지고있다. 공적보장체계의한계가분명한만큼의료수요자들의민간보험의존도는커질수밖에없다. Working Paper 5
따라서공보험의뼈대는유지하되공보험의취약한보장성을보강하는의미에서민간보험의역할을활용할필요가있다. 이경우필수의료서비스는공보험이커버하되, 공보험이보장하지못하는나머지부분, 즉병실료차액, 간병비, 호스피스, 고급의료서비스등은민간보험에맡기는역할분담을고려할수있겠다. 그렇더라도민간보험의상품개발, 가입, 청구심사등에대한감독체계를강화해가입자편익을높여야할것이다. 공공의료서비스를포기해선안된다우리건강보험체계에서가장심각한문제는의료서비스의편재성 ( 偏在性 ) 이다. 서비스공급의대부분을민간의료기관에맡긴결과, 수익이발생하는진료과목이나, 지역으로자원이집중돼의료불균형이심각하다. 대도시병원에는 CT나 MRI 등고가의료장비를활용한진료가일반화되는반면, 농어촌지역에는번듯한의료기관자체가없는곳이수두룩하다. 국민들도불편하지만, 상급의료기관으로의집중을초래해가뜩이나열악한재정형편을더욱어렵게만들고있다. 의료서비스를민간이맡은탓에, 의료계의이해관계에반하는보건의료정책을추진하기도어렵다. 국내굴지병원들이잦은파업을떠올리면이해하기쉽다. 의약분업도입이나, 지불제도개선, 예방용건강관리서비스제도도입등이쉽지않았던원인이여기에있다. 최근논란이된외국영리병원 ( 투자개방형병원 ) 의도입도우리가확고한공공의료시스템을가지고있었다면, 문제될것이없었다. 수십년정착된민간중심의의료공급체계를한순간뜯어고칠수는없다. 다만의료취약지와취약계층에한해서라도보건의료의공공성을강화하려는접근을포기할수는없다. 농어촌에공공의료기관을늘리고, 저소득취약계층에대한 의료안전망 을세우는것등이다. 재정이여의치않다면, 민간과공공의료기관을네트워크로연결해공공의료의외연을넓히는방안도마련할수있다. 국공립병원과지역보건소의경쟁력을키우는노력은두말할필요가없다. Working Paper 6
건강한고령화 를유도하여비용발생을차단병을낫게하는것보다중요한것은병을예방하는일이다. 건보재정면에서도훨씬효과적이다. 당장국가차원에서 건강한고령화 를유도하기위한정책을행동에옮겨야한다. 운동및식생활개선, 금연등사전예방및건강증진활동들이다. OECD는건강한고령화로 2050년까지의료비를각국 GDP의 0.8% 까지절약할수있다고추정한바있다. 5 건강한고령화를위해서는개개인의노력에더해지역사회및국가의적극적인지원이중요하다. 우리나라도과거급성질환을치료하는, 의료서비스의양적확대에치중했으나, 1995년국민건강증진법제정을계기로질병예방과건강증진의중요성을체감하고있다. 그러나충분한관련예산을확보하지못한탓에 건강증진분야 부터매우좁게해석하고지원하는실정이다. 실제로국가 ( 주로보건소 ) 에서수행하는건강증진사업은예산부족으로국민의 2~3% 정도만이혜택을받고있어실효성이낮은편이다. 무엇보다예방및건강증진정책이건보재정에도도움이된다는인식전환이우선적이다. 또공공부문만으로는예방의효과를기대하기어려운만큼, 민간이참여할수있는파트너십을다양하게고민할필요가있다. 예방과건강증진사업에민간을참여시키는것은이미글로벌스탠다드의하나이다. 위기해결을위한공감대형성이중요보건의료정책은최근의글로벌금융및재정위기와다가올선거정국때문에가장중요한복지이슈로부각되고있다. 그러나대부분의정책제안을두고건강보험관련집단간에첨예하게이해가갈리는탓에엄밀한분석을통해컨센서스를이루기보다는정파적 논쟁으로흐를개연성이매우높다. 이미다분히홍보효과를노린 OO 의료, 복지 라는 용어들이남발되는상황이다. 5 OECD(2006), Projecting OECD Health and Long-term Care Expenditures : What are the main drivers? Working Paper 7
향후의료복지논쟁은무엇보다보험재정의붕괴가능성에대해공감대를이를필요가있다. 우리사회는건강보험관련, 이중적잣대를가지고있다. 갈수록의료비지출이증가해파탄이임박한상태인데도, 지금보다높은수준의의료서비스를같은보험료로누리려하는것은매우모순적태도가아닐수없다. 실상을제대로알아야, 현실적인해결책도마련할수있다. 정부와정치권은 고령화사회 란폭탄이떨어지기전에현실의엄중함을국민들에게설명하고, 지속가능한대책을설계해야한다. 위에서언급한 5가지대안들은모두의료공급자와수요자들의고통분담을전제로하는것들이다. 건보재정건전화의첫걸음은공감대형성으로시작해야할것이다. Working Paper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