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천사, 차베스시대경제를평가하다. 2013.03.08 여경훈 _ 새사연연구원 noreco@naver.com 자본주의는자본주의자체로부터는극복될수없다. 사회주의, 평등과정의를지닌진실한사회주의를통해서... 우리는사회주의를다시발견해야만한다. 소련에서보았던그러한사회주의일수는없다. 경쟁이아닌협동에기반한새로운체제를우리가발전시킬때출현할것이다. (2005년 1월30일세계사회포럼에서차베스 ) 성장과분배, 두마리토끼를잡은베네수엘라경제 브라질전대통령룰라는 3월 6일자뉴욕타임스기고를통해, 차베스의철학과신념은향후대학, 정당, 보다평등한권력배분과사회정의에관심있는사람들에의해향후수십년동안끊임없이논의될것이며, 라틴아메리카해방의아버지시몬볼리바르가차베스에게영감을줬듯이수많은젊은이들에게영향을미칠것 이라고논평했다. 우리언론에서도양극단의평가가엇갈리는가운데벌써부터그의공과를두고의견이분분하다. 그러나그의정치적견해나통치스타일을잠시접어둔다면, 무엇보다실제그가객관적으로이룬경제적성과를냉정하게평가해보고차베스이후의베네수엘라민중의삶을전망해보려는침착한태도를찾아보기가쉽지않다. 하지만베네수엘라와남미민중들이지난 10여년동안보여주었던차베스에대한열광적인지지는, 극심한경제침체와빈곤, 그리고여기에더해살인적인물가에서탈출할수있는희망을차베스가주었기때문이다. 그점에서정치지도자차베스에대한주관적선호를따지기에앞서그의 14년집권기간동안의경제실적을객관적자료에토대하여짚어보는것이필요하다고판단된다. 1
[ 그림 1] 차베스집권전후베네수엘라의실질 GDP 추세 * 자료 : 베네수엘라중앙은행그러면경제성장지표부터살펴보자. 위 [ 그림1] 은차베스집권전후베네수엘라의실질GDP 추이를나타낸것이다. 그림에서볼수있는것처럼, 베네수엘라경제는차베스집권기간사이에두차례의정치경제적충격을받았다. 하나는차베스집권초기에두차례의자본파업과석유파업에따른정치적불안정이고, 다른하나는 2008년금융위기에따른석유가격폭락이다. 1999년 2월차베스가취임한이래 14년동안베네수엘라경제는 46% 성장했다. 연평균으로환산하면대략 2.7% 성장률을기록한것이다. 이는차베스집권이전거의 20 년동안성장률정체에비하면상당한성과지만그리썩놀라운수치라고말할수는없다. 그러나이는두차례의자본파업과석유파업으로 GDP의 29% 가감소한집권초기를고려하지못한평가다. 재정수입의 50% 와수출의 80% 를차지하는국영석유회사 (PDVSA) 를통제하기시작한 2003년부터계산하면 10년동안성장률은 5.6% 에달한다. 특히 2008년금융위기의충격을받기이전인 2003년부터 2008년 2사분기까지성장률은연평균 13.5% 에달할정도로비약적인성장률을기록했다. 5년남짓한기간동안거의두배의성장률을기록한것이다. 그기간 1인당소득증가율또한연평균 11.7% 에달한다. 자본파업으로경기침체가발생하기전정점으로회복한 2004년 3분기를기준으로해도성장률은 8.8%, 1인당성장률은 6.9% 에달한다. 2
[ 표 1] 차베스집권시대경제성장률 * 인용 : Mark Weisbrot(2009), The Chavez Administration at 10 Years 이해를돕기위해남미지역의성장률을잠깐언급하면, 1960년이후 20년동안남미지역의 1인당경제성장률은 3.3% 에달했다. 반면 80년이후 20년신자유주의기간 1 인당성장률은 0.3% 에불과했다. 20년동안불과 5.7% 만큼만소득이증가한것이다. 예를들어브라질의 1980년 1인당소득은 8.458달러였지만, 2000년소득은 8,504달러로거의변함이없었다. 1) 이처럼신자유주의 20년은남미역사에 잃어버린 20년 이라기록해도무방할것이다. 그런데 1999년차베스가취임하고연이어좌파정권이집권한이후 10년동안연평균 1인당성장률은 2% 를기록했다. 차베스집권이전 20년동안 (1978~98년) 베네수엘라의 1인당소득은 21.5% 감소했다. 서부사하라이남을제외하고 20세기최악의경제적성과를기록한나라가베네수엘라다. 70년대석유가격은지금보다더높았고더빨리상승했지만, 국민소득은하락하고대외부채는폭발적으로증가한기형적인나라가바로베네수엘라의과거였다. 다른남미지역혹은베네수엘라의과거와비교해도차베스집권시대의높은경제성장률을평가하는데인색할필요가없을것이다. 특히 2008년금융위기이후신속한경기회복은, 석유가격에의존하지않는, 지속가능한성장의미래를가늠해볼수있는중요한경험이었다. 국제석유가격은 2008년 4사분기에 50% 폭락했다. 재정수입의 80% 를차지하는석유가격폭락과세계경제침체는베네수엘라경제에도적지않은타격을주었다. 그러나정부의경기조절적재정지출증가와석유가격회복은 2010년 2분기부터 11분기연속성장세를유지한바탕이되었다. 2011년 4.2%, 2012년 5.5% 성장률로베네수엘라경제는최근양호한실적을기록하고있다. 특히민간과비석유부문이경제성장을주도할정도로, 차베스시대는미래경제의구조적초석을다진것으로평가할만하다. 실업률은 1998 년 11.2% 에서자본파업에따라 2003 년 18.1% 로치솟았지만, 이후경제 성장과사회적경제의확대로세계금융위기직전인 2008 년에는 7.3 까지떨어졌다. 이 3
후경기침체로 2010 년 8.6% 까지상승한실업률은경기회복에따라작년말 8% 까지떨 어졌다. 한편차베스가남긴가장크고훌륭한유산은바로수많은볼리바르미션이상징하는 사회적경제 다. 2) 베네수엘라정부는재정수입의 5~60% 를사회복지에지출하고있는데, 1999년 GDP의 12.8% 에서 2011년에는 22.8% 까지사회적지출비중이상승했다. 그러나베네수엘라의사회적경제는중앙정부의재정지출뿐만아니라, 국영석유회사와국가개발펀드의직접적인사회적지출과투자또한포함되어야한다. 이들을모두포함할경우, 1999년 GDP의 24.5% 에서 2006년에는 40% 까지상승했다. 2008년금융위기에따른경기침체로다소줄어들었지만여전히 GDP의 30% 가량을사회적지출에쏟아붓고있다. 3) [ 그림2] 차베스시대빈곤율과소득분배율 * 자료 : 베네수엘라통계청 2000년 9월유엔정상회의에서채택된 유엔밀레니엄개발목표 에서제시된 8개과제중베네수엘라는빈곤률등상당한과제를앞당겨수행하고있다. 2010년유엔총회의장인트레키는베네수엘라를방문하면서, 다른국가들은밀레니엄개발목표와관련하여베네수엘라가달성한업적들을모범으로삼아야한다. 고강조하기도했다. 사회적경제에재정지출을투자한결과, 차베스집권기간, 특히 2003년자본파업이종료된이후소득분배는상당히개선되었다. 빈곤률은 1998년 48.7% 에서 2011년 27% 로 44.6% 감소했다. 같은기간극빈곤가구는 19% 에서 2011년 7% 로 2/3 정도감소했다. 소득불평등을나타내는지니계수는 1998년 0.49에서 2011년 0.39로 20% 정도감소했다. 같은기간우리나라를비롯한대부분의국가에서지니계수가급격히상승한것과비교하면이는높이평가할만하다. 4
차베스사후베네수엘라경제는지속가능할것인가? 미국을비롯한서방언론은베네수엘라의사회적경제를포퓰리즘으로폄하하며, 석유가격이붕괴하면베네수엘라경제도머지않아붕괴될것이라고악담을퍼부었다. 어떤경제체제가지속가능하지않다고평가한다면그이유는주로더이상유지될수없는 불균형 이발생하기때문이다. 예를들어서브프라임사태가발생하기전, 미국을비롯한선진국경제의부동산버블이대표적이다. 또는한나라경제가감당할수없을정도로경상수지적자가지속적으로발생하여대외부채가누적되거나, 부동산버블로가계부채가누적될경우불가피한조정을겪을수밖에없다. 그렇다면베네수엘라는어떨까? 국가채무와경상수지, 그리고인플레이션이라는차원에서각각평가해보자. 우선 2012년기준베네수엘라의 GDP대비정부부채는 IMF 공식자료에따르면 51.6% 에달한다. 차베스가취임할당시 38%(2003년 49.3%) 에서경제성장에따라 2008년 26.3% 까지줄어들었지만, 2008년금융위기이후중국으로부터 360억달러를차입했기때문에늘어났다. IMF 자료에는국영석유회사 (PDVSA) 부채 349억달러 (2011년기준 ) 가포함되어있기때문에실제중앙정부의부채는 GDP 대비 25.1%(2011 기준 ) 에불과하다. GDP대비정부부채가 100% 를상회하는남유럽이나다른선진국국가들에비하면베네수엘라의재정건전성은양호한편이다. [ 그림 3] 베네수엘라의부문별경상수지 * 인용 : Mark Weisbrot(2012) 5
또한전략적동반자관계의일환으로추진된중국으로부터의차입은현재 225억달러가남았는데, 리보금리에 1~2% 가산금리를더한것으로통상의남미국가의대외차입금리에비하면낮은수준이다. 낮은이자부담과매년 20억달러의원금상환도지속적인경상수지흑자에견주어충분히감당할수있는수준이다. 그러면경상수지를살펴보자. 작년에베네수엘라는 GDP의 7.4% 에달하는 248억달러의경상수지흑자를기록했다. 위 [ 그림 3] 에서보듯이, 세계금융위기에따른석유가격폭락으로 2분기연속경상수지적자를기록한것을제외하면, 차베스집권이후지속적인경상수지흑자를기록하고있다. 또한현재베네수엘라의외환보유고는 270억달러에달한다. 통상외환보유고는총수입액의 3개월이면적정하다고하는데, 이는 5개월치를초과하는규모다. 현재수준의외환보유고도경제규모와대외부채수준에견주어충분하지만, 지속적인경상수지흑자구조에따라외환보유고또한더늘어날것이다. 세번째로, 베네수엘라경제에지속적인문제로제기되고있는남미의고질병인높은 물가상승률을살펴보자. 아래 [ 그림 4] 로부터차베스집권전후, 물가상승률에서비약적 인전환이이루어졌음을확인할수있다. [ 그림 4] 차베스집권전후물가상승률추세 * 인용 : Mark Weisbrot(2012) 2003년 2월부터 2006년 5월까지, 경제가급격히확장할때, 물가상승률은 38.6% 에서 10.4% 까지떨어졌다. 당시경제성장률은연평균 17% 성장률을기록했다. 통상베네수엘라의인플레이션을통화공급량확대나정부의인위적인환율평가절하라고분석하지만, 이는베네수엘라의현실과부합하지않는다. 경제는급격히성장하는데물가상승률 6
이떨어진다면이는공급측면의현상이라고보아야할것이다. 즉 20년신자유주의경제정책에따라제조업이붕괴되어발생하는공급부족현상이베네수엘라물가상승의주범이었던것이다. 아무튼베네수엘라정부는경제성장을유지하면서물가상승률을억제할수있는거시경제수단과능력을지니고있다고보아야한다. 포스트차베스시대, 베네수엘라의미래 IMF 자료에따르면, 차베스집권이전인 1980~1998년기간중베네수엘라의 1인당국민소득은무려 14% 감소했다. 20년신자유주의정책이추진된결과국민경제가사실상붕괴된것이다. 그러나차베스집권이후, 특히 2003년자본파업이종료되고석유부문을정부가통제된이후 1인당소득은급격히늘어났다. 다만 2012년말기준으로 1 인당국민소득이 2005 볼리바르였는데이는 1980년의 2110 볼리바르에도여전히미치는못하는수준이다. 달러로환산하면만천달러에해당한다. [ 그림 5] 차베스집권전후 1 인당국민소득 * 인용 : Mark Weisbrot(2012) 차베스의경제정책은점진적경제개혁을추진하면서국가의사회복지지출을통해소득재분배를추구한다는점에서사회민주주의를지향한다고규정할수도있다. 그러나베네수엘라는신자유주의경제를극복하면서통상적인 제3의길 과는다른길을걷고있다. 기존제3의길이국가와시장의결합이라면, 베네수엘라는국가와시장에사회적경제를혼합한이른바 제4의길 을걷고있는셈이다. 7
21세기사회주의라일컫는 제4의길 의 4기집권을앞두고차베스는세상을떠났다. 지난 14년베네수엘라의볼리바리안혁명과남미좌파블록형성을진두지휘했던선봉장이세상을떠난것이다. 차베스는미국의 CIA가개입한군부쿠데타와두차례의자본파업과석유파업을이겨내면서 14년동안베네수엘라의경제와정치를포함하여사회모든분야를개혁했다. 집권기간 14차례의선거에서 13번승리할정도로국민의지지가탄탄했기때문이다. 포스트차베스시대를전망하면서베네수엘라와남미의불안한정치경제적미래를전망하는보도가쏟아지고있다. 차베스가투병중이던지난해 12월주지사선거에서집권당인통합사회주의당은 23개중에서 20개주에서승리했다. 기존에차지하던 15개주보다 5개주가더많아진것이다. 통합사회주의당당원이 700만달할정도로정치적기반이튼튼하기때문이다. 또한남미에는 2000년대이후차베스의친구들이계속적으로집권하고있다. 2007년첫집권에성공한에콰도르의꼬레아는올해초압도적인표차로 3선대통령이되었다. 브라질에서는룰라가연임에성공한이후, 2010년에룰라의뒤를이어호세프가세번째집권에성공했다. 볼리비아에서는최초로원주민대통령이된모랄레스가 2009년에연임에성공했다. 우루과이에서는월급의 90% 를기부하여세계에서가장가난한대통령으로유명한무히카가 2010년부터두번째집권하고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크리스티나가 2011년에역시압도적인표차로남편의뒤를이어집권에성공했다. 남미에서는 1980년대이후 20여년동안지속된신자유주의경제정책이국민경제를붕괴시켰고, 좌파는 신자유주의 반대를명확히내걸고당선되었다. 주지하듯이 1999년차베스의집권은남미좌파블록형성의서막이었다. 이들은당선이된이후, 차베스의새로운사회경제정책을자기국가의특성에맞게차용하여추진했다. 그리고신자유주의에반하는새로운경제정책은사회복지와경제성장, 그리고경제적안정을가져왔다. 이러한경제적성과가정치적으로연이은재집권의결과를가져온것이다. 베네수엘라는 5000억배럴에달하는세계최대의석유매장량을지닌나라다. 이중매년 10억달러를채굴하고있다. 서방의비극적예언과달리석유가격이반토막났어도 2008년세계적경기침체를빠르게회복했다. 대외부채, 실업률, 물가상승률, 경상수지등여러거시경제변수를살펴보아도정치적안정만지속된다면베네수엘라의경제성장과소득분배개선은지속될것이다. 이는비단베네수엘라에만해당되는것이아니다. 차베스는죽었지만, 남미의다른국가에서기존의경제정책을지속한다면남미의좌파블록은당분간지속될것이다. 차베스는생전에한쪽에서는 악마, 다른쪽에서는 천사 로불리곤했다. 그가 악마 로묘사된까닭은그의지나온행적이그들의이익과반했기때문이다. 민중을 8
세상에서가장천한것이라고보는사람들의눈에는 악마 와 독재자, 민중을세 상만물의주인이라보는사람들의눈에는 천사 와 영웅 으로기억될것이다. 1) Mark Weisbrot & Rebecca Ray(2011), The Scorecard on Development, 1960-2010: Closing the Gap? 2) 베네수엘라의사회적경제에대한이해를위해서는 베네수엘라, 혁명의역사를다시쓰다 제 4 장공동경영제도도입과협동조합의확산을참고하라. 3) Mark Weisbrot & Jake Johnston(2012), Venezuela's Economic Recovery: Is it Sustainable?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