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커뮤니케이션연구, 제 16 권제 2 호 Health Communication Research, 범죄와정신질환의관계, 사회적편견은어느정도인가? 1. 서론 우리사회에는정신장애에대한편견이암묵적인수준까지깊게자리잡았다. 2015년발간된경찰통계연보를보면 ( 경찰청, 2015), 연도별로 정신장애범죄자 섹션을별도로구분해그추이를정리하고있다. 흥미롭게도학력수준이나소득수준에따른범죄비율을다루는섹션은존재하지않는다. 연구자는엄정한과학적인절차를통해가설을검증한다. 하지만, 가설을검증하기에앞서어떤현상에관심을가지고가설을세우느냐는과학적절차가적용되기이전에과학자의암묵적인관심을반영한다. 즉연구자의관심이없다면, 어떤현상은가설검증의대상이되지않을것이다. 범죄와정신질환의관계는수
많은연구자가관심을가져왔고, 수많은연구가수행되어왔다. 정신장애가있는사람들가운데범죄자의통계를매년보고하는경찰통계연보의사례나, 범죄-정신질환간관계를규명하고자한다수의연구들은우리사회에정신질환에대한암묵적인관심 (interest) 이있고, 나아가걱정 (concern) 이있음을반증한다. 본기고문에서는우리사회가범죄와정신질환사이에인과관계가있다는편견을지니고있음을지적하고자한다. 또한범죄와정신질환의관계에대한사회적편견이어느정도사실에입각한것인지살펴보고, 편견을극복할수있는몇가지대안을제시하고자한다. 2. 범죄와정신질환의관계 한해동안일어난절도, 폭력등의강력범죄에서정신장애자들이일으킨범죄의비율은 2% 에미치지않는다. 대표적으로 2010년에일어난강력범죄의경우총범죄자수가 25,346명이었던반면, 정신장애를지닌범죄자는 509명에불과하다 ( 경찰청, 2011). 이러한결과는한해에만보고된것이아니며, 여러해에걸쳐유사한수준이보고되었다 ( 경찰청, 2015). 가장최근발표된대검찰청범죄통계자료에따르면, 정신질환이있는사람들이범한범죄비율은 0.34% 이며정신질환이있는사람들이범한강력범죄비율은 0.68% 였다. 정신질환이있는사람들은각종위험에쉽게노출되는특성을갖기에, 가해자보다피해자가될가능성이높다는증거들이다수축적되어있다 ( 김예나, 2017). 범죄율과학력의상관관계를살펴보자. 2008년기준대졸이상고학력자의살인비율은 13%, 강도 11%, 강간 20.2%, 그리고방화는 9% 정도이다 ( 법무연수원, 2009). 특히전문대학이상고학력자 ( 약
63%) 이면서남성인경우전체인구의약 30% 를차지한다고예측할수있는데, 이들의범죄발생비율은대략 6% 에달한다. 이는전체정신질환의평생유병률이대략 25% 이고 ( 보건복지부, 2006), 이들의범죄비율이 2% 정도인것을고려하면더욱높은수준이라고예상할수있다. 하지만우리사회에서는고학력남성의범죄율을어떻게해결할것인가에대한공론이나관심보다는정신질환자의범죄를어떻게해결할것인가에훨씬더많은노력을기울이고있다. 위에서언급한통계에대해, 정신질환이있는사람들이전체인구대비차지하는비율이낮으니전체범죄의 2% 이면많은것이라는반론을제기하는사람들이꾸준히있어왔다. 폭력과정신질환간의관계는매우복잡하지만, 그러한복잡한관계를규명한엘보겐과존슨 (Elbogen & Johnson, 2009) 의연구결과는이러한의혹을정면으로반박한다. 북미샘플 34,653명을대상으로 1차서베이및 3년후 2차서베이를실시한종단연구설계를바탕으로실시된해당연구는, 일반모집단샘플과중증정신질환이있는사람들샘플사이에범죄의비율에서차이가있는지규명하고자하였다. 연구결과, 약물중독이없는중증정신질환 ( 예, 조현병 ) 이있는사람들이 3년이후에폭력성을띄게된비율은, 일반모집단샘플의비율과유사했다. 즉, 중증정신질환의유무에상관없이유사한범죄발생비율을보였다는것이다. 안타까운것은연구에참여했던일반인모집단샘플의 75% 가정신질환이있는사람들이그렇지않은사람보다더위험할것이라고인식했으며, 60% 는조현병이있는사람들의경우폭력적인행위를할것라고예측했다는것이다. 우리사회는통계나사실과는무관하게정신질환을지닌사람들에대한편견을형성하고수정하지않고있다. 이미수십년동안비슷한연구들이축적되어왔고, 과학적인증거를통해정신질환과범죄비율사이의선형적인관계가없다는사실이재차확인됨에도불구하고, 편견에반하는결과는받아들이지않는
다. 정신질환이있는사람들은실제로범죄위험이높지않다. 스웨덴에서도파젤과동료학자들 (Fazel, Långström, Hjern, Grann, & Lischtenstein, 2009) 이유사한대규모연구를수행하였다. 조현병이있는연구참여자 8천여명, 조현병연구참여자가족중조현병이없는형제들 8천여명, 일반인 8만여명을대상으로한연구결과, 조현병이있는연구참여자들의폭력범죄비율은조현병이없는사람들의범죄율과유사했다. 이처럼대규모연구들은중증정신질환이폭력행동이나범죄를유도한다는우려를반박한다. 2017년발표된논문에서호긴스 (Hodgins, 2017) 는중증정신질환과공격적인행동은인과관계가부족하다고주장하였다. 3. 정신질환과사회적편견 다수의언론보도에서범죄가해자의정신질환을중점적으로다루고있다. 최근일어난 강남역살인사건 의예로, 주요공중파및종편뉴스가이를어떻게보도했는지를조사한바에따르면 ( 민주시민언론연합, 2016), 강남역살인사건 에대해공영방송인 KBS에서조현병의범죄위험성에대해다룬보도는 3건에달했다. 이와같은보도로인해사실이확인되기전에마치조현병이범행의원인인것으로부각되는것이다. 명백한사실인지검증되지않았음에도불구하고, 대중매체에서조현병이라는단어가강력범죄와함께자주등장하는것만으로시청자는그들의관계를암묵적으로학습하게된다. 이를심리학에서는 고전적조건형성 으로설명한다. 매우강력하며한번형성된혐오적조건형성은추후소거가매우어렵다. 최근 조현병 이
라는단어는 정신분열증 이라는단어의부정적낙인을최소화할중립적단어로등장하게된낙인해소방안으로상당히성공적인시도로평가된다 (Lee, Kim, & Kwon, 2013). 그럼에도이러한언론의반복적인보도로인해조현병이라는단어가강력범죄와연합되어중립적이었던 조현병 이라는단어가부정적인이미지를갖게되고, 결과적으로편견이더욱조장되고있는상황이다. 미디어의강력한영향력을고려해조심성있게보도해야할부분임에도무책임하고근거없는보도는중증정신질환을지니고있는사람들, 가족들, 주변사람들에게악영향을미치고있다. 편견이란무엇인가? 메리엄- 웹스터사전에서정의한편견의정의는 다른사람의어떠한판단이나행위가내권리를무시하여나타나는상처나손상, 혹은 충분한지식이나근거없이갖는부정적인의견이며, 불특정한개인, 집단, 인종등에대해지니는 비합리적이고공격적인태도 이다. 편견의대상이되었을때인간이갖게되는자연스러운감정반응은슬픔, 불안그리고화이다. 마땅히존중받아야할 권리 를무시당할때우리는슬픔을느끼고, 사회에서배제되는것에대해생존의불안을느끼며, 권리를침해당했기때문에분노또는화를느끼게된다. 너무나당연하고자연스러운반응이다. 중증정신질환이있는사람들은범죄를일으키는가해율이아니라오히려자살비율이높다. 조현병환자의사고사사망원인을살펴보면 1위 (64.7%) 가자살이다. 이는사회적편견과차별및거절로인해경험하는우울, 불안, 화와관련이있을것이다. 또한이러한부정적인감정상태가적절한대처없이오랜기간동안지속되면중증신체질환의증가로이어질가능성을배제할수없다.
편견과차별의경험은정신질환이있는사람들의심리적소외나고독, 사회참여기회부족, 소통부재, 우울증, 그리고높은신체질병율과관련된다. 더안타까운사실은편견의경험은그자체로중증정신질환이있는사람들의마음속에내재화되어, 자기자신에대해사회에만연한편견을갖게한다. 스스로낙인을찍고, 자신의정신장애를숨기고자한다. 조현병이있는사람들을대상으로한연구에따르면, 차별을받는다고느끼는것, 남들에게정신질환이알려지는것에대한두려움이우울과유의한정적인관련이있었다 ( 최혜임, 2015; 황태연, 이우경, 한은선, & 권의정, 2006). 또한사회의차별을인식하는정도와공개에대한두려움이높을수록역기능적태도및실수에대해스스로를비난하고숨어버리는패배주의적믿음을더강하게갖는것으로나타났다 ( 최혜임, 2015). 4. 정신장애편견, 어떻게극복할것인가? 인간은모두편견에서자유롭지않다. 제한된자원속에서살아남기위해내가속하지않은집단에대해편견을형성할수있다는맥락에서, 편견을생존을위한인지적메커니즘이라고도볼수도있다 (Solomon, Greenberg, & Pyszczynski, 2000). 따라서편견을갖는다는것자체는수치스러운일이아니다. 하지만합리적인정보나교육을받았음에도불구하고비합리적믿음에기초한편견을수정하지않고지속적으로편견에기초하여행동하는것은자신뿐아니라사회에많은문제를야기한다. 특히나비합리적인편견으로인해누군가를차별하는행위는모든사람에게서혐오범죄를불러일으킬수있다. 정신장애가있는사람들뿐아니라그누구라도편견의대상이되거나차별을받으면화나고불안해지고슬픔을느끼게된다. 범죄나자
살등사회문제의보다직접적인원인은정신장애의유무라기보다는차별행위의유무와관련되어있는것으로생각된다. 강력범죄를걱정한다면중증정신장애가있는사람들을관리할방안을생각하기보다, 더욱적극적으로정신질환과관련된차별행위를멈출수있는방안을고민해야한다. 차별행위혹은편견이가져올수있는잠재적인범죄는환경의변화, 즉사회적변화를통해줄일수있다. 그렇다면이러한사회적편견을구체적으로어떻게극복할수있을것인가? 편견에는일종의두려움이내재되어있다. 두려움극복에는이성의역할이선행되어야한다. 이러한맥락에서가장먼저정신질환에대한올바른이해가필요하다. 복잡한정신질환에대해생물 -심리- 사회의다각적측면에서통합적인모델제시가이루어져야한다. 이러한모델에기초하여정신질환관련대중교육프로그램과공익프로그램, 그리고어린이교육프로그램을제공하는것이이상적일것이다. 또한집단에대한편견은지지적인환경내에서타그룹에속한사람들과개인적인만남을할때극복될수있다는고전적인심리학연구결과에주목할필요가있다 (Stephan, 1987). 즉, 생물-심리 -사회적모델에입각한교육과함께, 정신질환이있는사람들과그렇지않은사람들이지속적으로면대면으로만날수있는기회와동기부여가주어져야한다. 실제중증정신질환이있는사람들이참여하는지역사회정신건강관련기관에서자원봉사활동에참여한대학생들이봉사경험이후, 중증정신질환이있는사람들을실제로만나봤더니내가가졌던편견이잘못되었음을깨달았다, 만나봤더니도리어내가그분들께배운점들이더많았다 는등의의견을주었다. 이러한정신질환편견해소를위한교육과함께사회참여기회를제공하고확대하는것을제안한다. 사회적측면에서는불안에대한성숙이요구된다. 두려움이있을
때인간은충동적으로이를배제하거나피하고싶어한다. 이러한두려움의실체가무엇인지를파악하기위해서는어느정도불안을견디면서그실체를살펴볼필요가있다. 이부분에서언론의역할이중요할것이다. 시청자혹은독자들의불안을자극하기보다, 기사내용의타당성을높이고, 기사를통해정확한현상을전달하며, 편견과차별의희생자가될사람들에대한고려가있어야할것이다. 또한타인의가치를존중하는배려의문화가필요하다. 배려는상대방이지닌가치를존중해줄때나타나는것이다. 중증정신질환을지니고있는사람들의가치, 즉그들의사회생활, 인간관계, 일, 여가등을존중하고, 이러한가치를실현할수있는기회를제공할수있는사회적배려가필요하다. 마지막으로역경으로부터성장할수있는가능성을잊지말아야한다. 중증정신질환이있는사람들가운데이러한질병의역경을겪음으로타인을더잘수용하는계기가되었다는긍정적인보고가있다 ( 최혜임, 2015). 또한역경가운데성장하는경험을할때자신에대한효능감도더욱향상되는것으로보고되었다. 즉, 우리사회가정신질환이있는사람들이정신장애라는편견과차별속에서고통받도록하기보다, 역경을통해성장할수있는분위기를형성하고성장을이끌수있는제도및심리사회적서비스를제공할수있어야한다.
참고문헌 경찰청 (2011). 2011 경찰통계연보경찰청 (2015). 2015 경찰통계연보김예나 (2017). [ 엠빅카드 ] 조현병, 범죄를부르는병?. MBC 뉴미디어뉴스국. 민주시민언론연합 (2016). 강남역살인사건 관련방송보도모니터보고서. 법무연수원 (2009). 범죄백서 : 제 1편범죄의동향. 보건복지부 (2006). 정신질환실태조사. 최혜임 (2015) < 조현병환자에서의한국판내재화된낙인척도신뢰도및타당도연구 >. 고려대학교석사학위청구논문. 황태연, 이우경, 한은선, & 권의정 (2006). 한국판정신질환의내재화된낙인척도의신뢰도및타당도연구. <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 >, 45(5), 418-426. Elbogen, E. B., & Johnson, S. C. (2009). The intricate link between violence and mental disorder: results from the National Epidemiologic Survey on Alcohol and Related Conditions. 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 66(2), 152-161. Fazel, S., Långström, N., Hjern, A., Grann, M., & Lichtenstein, P. (2009). Schizophrenia, substance abuse, and violent crime. JAMA Psychiatry, 301(19), 2016-2023. Hodgins, S. (2017). Aggressive behavior among persons with schizophrenia and those who are developing schizophrenia: attempting to understand the limited evidence on causality. Schizophrenia Bulletin, 43(5), 1021-1026. Lee, Y. S., Kim, J. J., & Kwon, J. S. (2013). Renaming schizophrenia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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