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이금융정책에주는시사점 노형식 ( 연구위원, 3705-6272) < 요약 > 행동경제학 (behavioral economics) 은인간의행동이완전히합리적이지않고행동편향 (behavioral bias) 을보인다는실험결과와심리학등다른사회과학이주는통찰을경제학에적용하는것으로정의할수있음. 영국과미국에서는행동경제학을금융정책등에적용하려는노력이꾸준히진행되고있음. 너지 (nudge: 인간심리에대한비강제적 간접적자극이나유인 ) 로널리알려진행동경제학의정책적용사례는비용효과성면에서분명히장점이있는것으로나타났지만이와동시에개인의자유로운선택권을침해할수있다는보다근본적인우려가있는것도사실임. 행동편향은일반적인금융소비자뿐만아니라금융회사에서도발견되는데금융회사는그자체로행동편향을보일가능성보다는금융소비자의행동편향을이용할가능성이있고이점에감독당국은유념해야함. 한편금융당국의경우에도행동편향을보일가능성이있는것으로여러연구결과밝혀지고있는데이를시정하기위한정책프로세스의점검이필요함. 우리나라에서정책에행동경제학을응용할경우기존의주류경제학에기반한정책과보완적으로이용하되실증에입각함으로써정책효과를높이도록해야할것임. 3
최근영국과미국등의국가에서는행동경제학을정책에적용하려는시도가활발히진행되고있다. 행동경제학이주류경제학을보완하는이론적공헌을해왔을뿐만아니라이제는정책에있어서도널리활용되고있는상황이다. 본고는행동경제학이정책에적용되고있는해외의동향을금융정책을중심으로살펴보고시사하는바가무엇인지짚어보고자한다. 행동경제학의영역확대 행동경제학 (behavioral economics) 은실험실또는현장에서수행되는실험과심리학등다른사회과학이주는통찰을경제학에적용하는것으로정의할수있다. 행태경제학으로지칭되기도하나본고에서는행동경제학으로부르기로한다. 1) 합리적인간을가정하는주류경제학과는달리행동경제학은인간의행동이비합리적 체계적 가측 ( 可測 ) 적편향 (behavioral bias) 을가진다는실증결과를토대로주류경제학을보완하는역할을해왔다. 동학파의경우실험을통해얻은자료또는시장에서얻은자료를분석하여주류경제학의이론적예측에서벗어난이상현상을찾아내고이를설명할수있는모형이나이론을구축하는것이주된연구흐름이었다. 행동경제학의연구결과가최초로금융분야에정책에적용된것은 1990 년대후반미국에서시행되었던근로자퇴직연금 (401(k)) 의자동가입이며, 이는민간에서주도된시도가반영된것이다. 퇴직연금자동가입은가입한이상의도적으로탈퇴 (opt-out) 하지않으면자동으로머물게하는것을말한다. 미국의한민간기업에서는 401(k) 자동가입시행후입사한사람들의참여율이 86% 에달했는데이에반해그이전에가입한사람들은근속연수가올라감에따라참여율이늘었음에도 ( 초기 57%, 3~5년차 64%, 20년차이상 83% 등 ) 불구하고이정도수준에는못미치는것으로나타났다. 2) 한편점진적저축증대 (Save More Tomorrow) 프로그램의경우동프로그램에참여한사람들의평균저축률이 40개월동안 3.5% 에서 13.6% 로증가하였음이보고되었다. 3) 점진적저축증대프로그램은봉급인 1) 행동재무학 (behavioral finance) 은행동경제학의일부로볼수있다 (Thaler, R. H. (Ed.). (2005). Advances in behavioral finance (Vol. 2). Princeton University Press. 참조 ) 2) Brigitte C. Madrian and Dennis F. Shea. (2001). The Power of Suggestion: Inertia in 401(k) Participation and Savings Behavior,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16 (4): 1149-1187 3) Thaler, R. H., & Benartzi, S. (2004). Save more tomorrow : Using behavioral economics to increase employee saving.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12(S1), S164-S187. 4 주간금융브리프
상이있을때마다자동으로저축률을높이는방식을활용한것이다. 민간에서시도한퇴직연금자동가입, 점진적저축증대등은근로자들이퇴직연금을더많이적립하고자함에도불구하고현상유지편향 (status quo bias), 미루기 (procrastination) 등으로인해필요한만큼의저축수준을달성하지못하는것에착안한것이었다. 이렇게행동경제학을활용하여사회적으로긍정적인결과를이끌어낼수있었던것은선택설계 (choice architecture) 를활용한덕분이다. 인간의예측가능한행동편향을고려할경우개인의선택의자유는보장하면서개인의후생을증진하는선택을유도하는것이가능하다. 이는자유주의적간섭주의 (libertarian paternalism) 라고할수있으며, 주로선택설계를통해구현될수있다. 4) 대중적으로널리알려진책 Nudge (Thaler and Sunstein, 2008, 국역넛지 (2009)) 에서너지는이러한선택설계를의미한다. 정부주도의행동경제학정책적용노력 영국의캐머런총리와미국의오바마대통령은집권초기에각각세일러 (R. Thaler) 와선스타인 (C. Sunstein) 을중용하여행동경제학을다양한정책에응용해왔다. 책 Nudge 의저자중한사람인미국시카고대세일러교수는영국내각사무국 (Cabinet Office) 행동통찰팀 (Behavioural Insights Team, 일명너지유닛 (Nudge Unit)) 설립시부터학술자문관으로참여하고있다. 공저자인미국하버드대선스타인교수는미국대통령비서실정보규제국장으로 2009 년부터 2012 년까지재직하면서행동경제학을정책에반영하는작업에참여하였다. 영국의행동통찰팀은행동경제학, 심리학등에근거를두고공공서비스의비용효과성및이용편의성제고, 현실에부합하는행태모형적용을통한정책효과향상, 국민이보다나은선택을할수있는권능부여등을목적으로하고있다. 예를들어정보의양이많아지고복잡성커질수록금융소비자의선택이오히려방해받기때문에제한적인주의집중 (limited attention), 틀효과 (framing effect) 등의행동편향을극복할수있도록 2014 년가을부터연금상품핵심설명서 (Pension Passport) 의간략화및표준화작업을진행하고있 4) Thaler, R. H., & Sunstein, C. R. (2003). Libertarian paternalism. American Economic Review, 175-179. 5
다. 5) 2014 년에는행동통찰팀의부분민영화를통해호주시드니와미국뉴욕에사무소를운영하는등그간의성과를전파하는노력도아울러기울이고있다. 또한영국금융행위규제청 (Financial Conduct Authority) 은 2013년부터수차례에걸쳐동기관의업무수행시행동경제학의적용방법, 이자율하락시저축자들에게자신들의저축상품을점검해보도록유도하는안내방식, 투자자들의구조화예금과대평가경향, 연간보고서 문자메시지 스마트폰앱등이은행고객행동에미치는영향등을주제로하는실증 ( 설문, 현장실험등 ) 분석결과에대한보고서를내고이를정책에활용하고있다. 예를들어저축상품점검독려방식에관한보고서는현장실험의한방법으로서무작위통제실험 (randomized controlled trial) 6) 을활용하였다. 미국에서대통령비서실내정보규제국국장으로선스타인교수를임명하였던것은연방정부의여러프로그램과정책에행동경제학의결과를적용할수있는경로를마련하려는의도에의한것이었다. 이를바탕으로 2014 년에는대통령비서실의과학기술정책국산하에사회 행동과학팀을설치하여대학생의학자금대출관리, 소기업의신용접근, 가계의의료보험가입등의부문에서가시적인성과를거두었다. 예를들어학자금대출상환을새로시작한사람과실수로상환일을넘긴것으로추정되는사람들에게사회 행동과학팀이미연방정부학생보조 (Federal Student Aid) 프로그램과협력하여학자금대출이연체됐다는사실, 대출관리금융회사로그인페이지링크, 소득연계상환방식등을담은안내이메일을보낸결과상환비율이 2.7% 에서 3.5% 로 29.6% 증가하였다. 이는제한적주의집중으로말미암은상환기일간과 (oversight) 현상을이메일을통해일부해소할수있음을보여주는것으로판단된다. 지난 9월에는미대통령이 대국민서비스향상을위한행동과학통찰활용 이라는행정명령을발동하여사회 행동과학팀의조직과활동에대한법적근거를마련하고미연방정부기관들의정책및프로그램수행시행동과학적통찰을접목시키도록하였다. 5) 우리나라에있는금융투자업의핵심설명서, 은행업의표준상품설명서, 보험업의상품설명서가비슷한도입취지를갖고있는데, 금융소비자반응실험등을통해보다금융소비자친화적으로개선될여지가있다. 6) 정책효과를보려면정책을처방한집단이처방했을때와그렇지않았을때가지는변수값 ( 예를들어평균 ) 의차이를봐야하는데, 정책을처방한집단에게그렇지않았을때의변수값은현실에서존재하지않는다. 정책효과를알기위해관측된변수의값은선택편의 (selection bias) 까지포함하기때문에, 이를제거하는방법으로서무작위로추출된통제된집단 (control group) 과정책을처방한집단 (treatment group) 간의변수값차이를보는방법이있다. 이를무작위통제실험으로부르며현장실험의방법으로서의학이나약학에서주로이용되어왔고최근행동경제학의정책효과를측정하기위해활발히활용되고있다. 6 주간금융브리프
한편유럽에서덴마크의예를보면정부차원의팀이꾸려진것은아니지만학계, 업계, 규제당국인사들이모인덴마크너징네트워크 (Danish Nudging Network) 에몇몇정부부처가참여하고있는데이는영국이나미국정도의적극성은아니지만정부차원의관심을시사한다. 행동경제학적통찰의정책적용시장단점 이러한자유주의적간섭주의는전통적인정책에서흔히동원되어온보조금또는세제혜택등의비용을절감하는한편정책효과는더뛰어나다는것이장점으로부각된다. 하지만자유주의적간섭주의에대해비판적인견해도존재한다. 첫째, 개인이실수를통해스스로학습할수있는기회를박탈당한다는것이다. 둘째, 기본대안 (default option) 으로특정금융상품을선택케하는경우동금융상품이과도하게축적되어금융시스템의안정성을오히려저해할수있다는것이다. 셋째, 개인에게선택의자유가있긴하지만부지불식간에정부의간섭 (nudge) 을당한다는것이다. 그러나첫째와둘째견해에대해본고는아래와같이반론을제기한다. 첫째, 예금성상품이나투자성상품이아닌주택관련대출이나보장성상품의경우학습효과를거둘수있을정도로자주일어나는거래가아니라는점에서잘못된선택의가능성을처음부터줄여주는것이더바람직할수있다. 둘째, 극단적으로모든사람이특정금융상품을선택하는금융시장의쏠림현상 ( 시스템리스크 ) 은주류경제학이상정하는대표경제주체 (representative agent) 의포트폴리오선택으로도발생할수있다. 따라서시스템리스크의야기가능성은비단행동경제정책 (nudge) 에만해당하는것은아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개인이부지불식간에정부에의해간섭당할수있다는개연성은여전히문제의소지가될수있다. 이에대한근본적인해결책은기본적인선택 (default option) 과이를제시하는방식 (framing) 에대한사회적인합의를마련하는것이다. 이경우자유주의적간섭주의가가지는비용효과성이일부희생될수는있다. 금융회사와금융당국의행동편향가능성 앞서살펴본행동경제학의정책적용사례들은주로개인의의사결정에영향을미치는 7
정책들이었다. 즉금융소비자또는일반적인소비자의제한된합리성또는제한된의지력 에따른행동편향을전제로한정책들이다. 그러나금융에논의를한정하여보면금융회사 와금융당국은합리적인가라는의문이남는다. 먼저금융회사에대해생각해보면경영진또한행동편향을보일수있지만다음과같은이유로개인과는다르다고볼수있다. 첫째, 금융회사의행위는금융당국, 주주, 이해관계자들로부터항시주목을받고있기때문에행동편향이나타나더라도체계적으로반복되는데제약이있다. 둘째, 금융회사내의사결정구조와견제장치가제대로작동하는경우행동편향은단기간에소멸될가능성이크다. 마지막으로금융산업내경쟁압력에의해서도행동편향은감소될수있다. 금융회사의경우그자체의행동편향가능성보다는금융소비자의행동편향을이용할가능성에대해보다주의를기울일필요가있을것이다. 예를들어미루기와같은행동편향은작은비용증가에도더욱심화될수있는데, 일정잔액이하가되어계좌유지수수료가발생하고있는은행계좌를해지하려는경우우편으로만해지신청을접수하면잔고가거의바닥이날때까지계좌유지수수료를징수하는것이가능하다. 7) 그렇다면금융당국은어떤가? 지난 10여년간금융당국도행동편향을보일수있다는몇편의논문이발표되어왔다. 8) 예를들어허쉴라이퍼의논문은금융규제가범할수있는심리적편향에대해논증하고있는데, 몇가지를소개하면다음과같다. 첫째, 두드러짐 (salience) 에의해규제관련논의가극단적사건이나비통한개인의이야기등에크게좌우된다. 둘째, 부작위 ( 不作爲 ) 편향 (omission bias) 은어떤정책이도입되었을때의부정적효과에대해책임지기보다는도입되지않게놔두는결과를초래한다. 셋째, 희생양찾기 (scapegoating) 는실제금융회사의악의적인행위와의관련성여부와무관하게관심의대상이된기존정책을희생양삼아미래의불건전행위 (misconduct) 의예방책으로규제를강화하게한다. 넷째, 과신 (overconfidence) 은시장에서발생한현상에대한완전한이해없이지각된문제에대한규제해결책을만들게한다. 금융당국의행동편향가능성은금융규제나정책의이론적근거를불문하고시정될필요 7) 금융소비자의행동편향과금융회사의악용가능성에대해서는 FCA. (2013). Applying behavioural economics at the Financial Conduct Authority. Occasional Paper No. 1 을참조할수있다. 8) Choi, Stephen J. and Pritchard, Adam C. (2003). Behavioral Economics and the SEC. Michigan Law Econ. Paper No. 03-002 와 Hirshleifer, D. (2008). Psychological bias as a driver of financial regulation. European Financial Management, 14(5), 856-874 등을예로들수있다. 8 주간금융브리프
가있다. 금융당국의행동편향이발견될경우현제도하에서금융위원회의현장점검단이나금융감독원의옴부즈만을활용할여지가있으나금융회사와수평적관계가아닌이상행동편향의시정은물론적기지적도어려울가능성이있다. 따라서규제측면에서는공청회, 입법예고, 국회법안소위등에서금융규제의행동편향을걸러낼수있어야하고, 감독측면에서는감독의책임성 (accountability) 확립이필요해보인다. 맺음말 우리나라에도행동경제학을응용한정책을도입할경우다음과같은점을염두에둘필요가있다. 행동경제학이규제및정책에반영됨으로써기대되는긍정적인측면중하나는실증 (empiricism) 에입각한정책및규제의시행이다. 행동경제학이실험을통해이론을검증하고발전시켜온것처럼정책처방도실증에입각해야의도한효과를거둘수있을것이다. 특히정책의경우해외에서활발히활용되고있는무작위통제실험을소규모로우선시행하는것이규제의효과를미리점검하는데적합할것으로보인다. 그렇지만행동경제학을응용한정책처방은기존의주류경제학에기반한보조금지급이나세금부과와같은금전적유인을통한정책처방과함께보완적으로사용될필요가있다는데에유념할필요가있다. 예를들어금융회사의불건전영업행위나민원처리미흡에대응하여불명예공개 (name and shame) 등을활용하는것은행동경제학시각에서봤을때사회적압력 (social pressure) 을통해긍정적변화를유도하는것이다. 여기에주류경제학에이론적기초를둔기존의금전적제재를적절히활용하는정책은금융회사의영업행위 (business conduct) 를규율하고정책집행력을확보하는효과적인방법이될수있다. KIF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