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정치학회보 24집 2호, 2016년 5월: 191~215 화랑 세속오계의 현대적 리더십 반영에 관한 일고 원 홍 규 김 진 만 육군감찰실장 육군3 사관학교 교수 요 약 본고는 우리의 전통적인 정신문화 유산으로 평가받는 세속오계를 현대적 리더십에 접목하여 활용할 수 있는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고대 신라의 세속오계는 화랑들 에게 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목적적 가치를 제공하며 동시에 화랑도를 건재 하도록 만든 가치관의 중심이었다. 화랑 세속오계는 또한 시대를 초월한 바람직하면서 보편적인 실전적 가치들을 제시해줌으로써 화랑들의 모랄과 에토스를 형성시켜주었다. 화랑정신의 기원은 원광법사의 세속오계 ( 世 俗 五 戒 ) 이지만, 그 안에는 불가( 佛 家 ) 의 사 상뿐만 아니라 유가( 儒 家 ) 와 도가( 道 家 ) 의 이념이 내재되어 있다. 세속오계는 지정학적 으로 가장 열악한 환경의 신라가 삼국통일을 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으며, 리더로 서의 화랑 개인이 추구하고 갖추어야 할 가치와 행위 규범을 제공하였다. 따라서 세속 오계는 오늘날 리더가 갖추어야 할 가치와 덕목을 제시해주고 더불어 그것들의 함양 을 위한 방법론적 기초를 제공해준다. 세속오계의 계율에 내재되어 있는 윤리적 가치 와 덕목들은 조직이나 공동체를 이끌어 갈 리더들에게는 반드시 요구되는 것들이 아 닐 수 없다. 비록 천년의 간극이 있지만 화랑의 세속오계는 그것을 뛰어 넘는 가르침 을 주고 있어서 현대사회의 리더십 함양에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주제어 : 도덕성, 가치, 덕목, 충성, 의무 I. 서 론 화랑의 세속오계는 신라의 화랑들에게 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목적적 가치로 서의 삶의 이상과 방향을 제공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지도자적 자질과 역량에 필요한 수 단적 가치로서의 행동 규범과 강령을 제공해주었다. 세속오계는 또한 당대 화랑들에게는 그들만의 모랄과 에토스를 형성시켜주었지만, 나아가 시대를 초월하여 지도자로서의 자 격을 부여받은 사람들에게는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들의 방향을 제시하기에도 충분 한 내용을 담고 있다. - 191 -
大 韓 政 治 學 會 報 ( 第 24輯 2 號 ) 일반적으로 리더십이란 어떤 목표를 향하여 리더가 다른 구성원의 역량과 실천적인 행 동을 규합하고 조직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이루도록 하는 지도자로서의 능 력이나 자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화랑은 호국( 護 國 ) 을 위한 전사( 戰 士 ) 집단인 화 랑도( 花 郞 徒 ) 를 이끄는 리더이다. 그들의 정신은 근본적으로 세속오계를 중심으로 하는 가치관에 의하여 단련되었다. 본고는 우리의 전통적인 상무정신이자 리더의 가치관으로 평가받는 화랑정신의 근간인 화랑의 세속오계로부터 현대적 리더에게 적용 가능한 가치 관을 도출하고 리더십 역량을 계발에 접목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대저 사상이나 철학은 시공간적인 간극을 초월하여 전파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대의 문서 자료가 충분치 못하여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찍이 카(E. H. Carr) 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 라고 하며, 역사가의 마음속에서 그가 연구하는 역사에 대한 생각이 재구성되는 것(re-enactment in the historian's mind of the thought whose history he is studying) 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역사가는 다만 역사적으로 있었던 일에 기술(description) 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가와 비판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창조하는 것이다. 1) 그는 어떤 시 대의 관점에 따라 역사적 사건도 다르게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따 라서 화랑정신도 어느 일면만을 보고 추정한 결과를 통해 섣부른 판단을 하거나 연역해 서는 안 될 것이다. 화랑정신이 어떠한 사상의 영향을 받았는지는 매우 다면적 차원에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 본고는 화랑의 세속오계를 비교적 다양한 관점에서 재조명하여 우리 시대에 맞는 가치 체계로 전환이 가능한 지를 진단하고자 한다. 세속오계에 내재된 가치는 시대 변화에 따 른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치로도 충분히 수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가치와 덕목은 우리의 의식 안에서 직접적으로 부여되는 현상의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기술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상학적인 접근을 통한 시도 또 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2) 1) Edward H. Carr, What is History? (London: Penguin Books 1990), pp.34-40. 2) 세속오계 안에 내재된 가치나 덕목도 다른 사회적 사물이나 대상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사회적 실재 (social reality) 로 볼 때 결국 그것에 참여하거나 관련되는 사람들의 의식이나 언어, 개념 등으로 구성되 며, 그들의 상호 주관적 (inter-subjective) 인 경험으로 이룩되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본 연구 에는 후설(E. Husserl) 의 현상학적 접근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 192 -
화랑 세속오계의 현대적 리더십 반영에 관한 일고 ( 원홍규 김진만 ) II. 세속오계의 기본 가치와 구조 화랑도 ( 花 郞 道 ) 는 신라가 부족국가에서 고대국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청소년을 중심 으로 하는 정신문화 운동의 성격에서 출발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따라서 화랑도의 본질은 화랑정신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화랑정신의 근간이 되는 세속오계 ( 世 俗 五 戒 ) 는 그러한 시대 상황적 요청에 의하여 국가적 규범으로 발전되었으며, 또한 신라의 문화 적 특징 가운데 하나로 이해될 수 있다. 이 세속오계의 이념은 원광법사 ( 圓 光 法 師 ) 에게 귀산( 貴 山 ) 과 추항( 箒 項 ) 에게 전수한 계율을 일컫는다. 원광법사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두 화랑으로부터 시작된 세속오계는 이후 화랑정신의 근간이 되어, 죽죽( 竹 竹 ) 검군 ( 劍 君 ) 관창 ( 官 昌 ) 김영윤 ( 金 令 胤 ) 등 화랑도의 활동에 그대로 구현되어 있었고, 나아가 지배 층이나 일반 국민들도 준수하는 규범체계로 발전되었다. 원광이 수( 隋 ) 나라에 들어가 유학하고 돌아와서 가실사 ( 加 悉 寺 ) 에 있을 때, 귀산과 추 항이 찾아가 종신토록 준수할 계명을 요청하자 이에 대답하여 불자의 계율인 열 가지의 보살계 대신 세인으로 지켜야 할 다섯 가지의 계율을 제시하였다. 대답하기를, 첫째는 임 금 섬기기를 충( 忠 ) 으로써 하고( 事 君 以 忠 ), 둘째는 어버이 섬기기를 효( 孝 ) 로써 하며( 事 親 以 孝 ), 셋째는 친구 사귀기를 신( 信 ) 으로써 하고( 交 友 以 信 ), 넷째는 전쟁에 임하여 물러서 지 않고( 臨 戰 無 退 ), 다섯째는 생명 있는 것을 죽이되 가려서 한다는 것이다 ( 殺 生 有 擇 ). 너 희들은 실행에 옮기어 소홀히 하지마라. 고 하였다. 귀산은 살생유택의 계율이 속세의 범인들이 준수하기에는 쉽지 않은 계율임을 알고 원 광에게 재차 묻는다. 이에 원광은 육재일 ( 六 齋 日 ) 3)과 봄 여름철에는 살생치 아니한다는 것이니, 이것은 때를 택하라는 것이다. 또 부리는 가축을 죽이지 않는 것이니 말 소 닭 개와 같은 류( 類 ) 를 말하는 것이며 작은 물건을 죽이지 않는 것이니, 고기가 한 점도 되 지 못하는 것을 말함이다. 이것은 물건을 택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오직 그 소용되 는 것으로 많이 죽이지 아니할 것이니, 이것이 가히 세속의 선계( 善 計 ) 라고 할 것이다. 라고 대답하였다. 세속오계에서 내포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화랑들의 윤리 덕목은 신( 信 ) 과 충( 忠 ) 이 며, 이는 당시의 시대정신이기도 하였다. 진흥왕 순수비 ( 巡 狩 碑 ) 에 충신정성 ( 忠 信 精 誠 ) 을 3) 매달 음력 8 14 15 23 29 30일의 6 일을 말한다. 이날은 사천왕 ( 四 天 王 ) 이 천하를 순방하면서 사람들의 선악을 살피는 날이라 하고, 또한 악귀가 사람의 빈틈을 보는 날이라 하여 사람마다 몸을 조심하고 마음 을 깨끗이 하여 계를 지켜야 하며, 소식( 素 食 ) 을 하고 선행을 닦는 날로 되어 있다. 이날은 원래 민간신 앙적인 신앙형태를 지니는 날이었으나, 불교적 의미를 부여하고 재일로 삼아 불교수행일로 채택한 것이 다., 육재일,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2014.4.17. - 193 -
大 韓 政 治 學 會 報 ( 第 24輯 2 號 ) 장려하고 있는 것이나 임신서기석 ( 壬 申 誓 記 石 ) 에 충도집지 ( 忠 道 執 持 ) 를 서약하고 있는 것 이 이 사실을 말해 준다. 나아가 통일 전쟁기라는 국가적 요청에 따라 임전무퇴 ( 臨 戰 無 退 ) 의 용( 勇 ) 이 제시되었고 불교적 정신으로 살생유택 ( 殺 生 有 擇 ) 의 자비정신 ( 慈 悲 精 神 ) 이 첨가되었다. 4) 세속오계에 바탕을 둔 화랑도 정신은 청소년 집단의 정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 인이 된 후에도 정치인이나 군인으로서 실천적인 국민정신으로 발전되었고, 국민적 가치 관과 윤리의식의 기반이 된 것이었으며, 궁극에는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되었다. 내용을 이루는 기본 구조를 보면 가장 먼저 사군이충 ( 事 君 以 忠 ) 과 사친이효 ( 事 親 以 孝 ) 에서 충과 효와 같은 이념이 제시되었고, 다음으로 교우이신 ( 交 友 以 信 ) 과 같은 청소년 집단 전래의 맹우정신 ( 盟 友 精 神, comrade ship) 계승을 강조하였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만하다. II I. 이념적 배경과 리더의 가치관 신라시대의 리더 양성체계라고 할 수 있는 화랑도는 리더, 즉 화랑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과 가치들을 당시 신라 사회를 지배하던 이데올로기에서 차용하였거나 원용하였다. 이 가치와 덕목들은 이른바 화랑정신으로 규정할 수 있는데, 그 골간이 곧 세속오계 ( 世 俗 五 戒 ) 인 것이다. 세속오계는 불승( 佛 僧 ) 인 원광법사에 의해 두 화랑에게 전수된 것으로 알려져 불가( 佛 家 ) 의 가르침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될 수 있으나, 그것의 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이것을 유교에 뿌리를 둔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일부에서는 대 승불교 ( 大 乘 佛 敎 ) 의 실천윤리라고도 하며, 또 다른 일부에서는 유교와 불교 그리고 도교 가 유합되어 있다는 입장을 펼치며 한민족 고유의 전래사상에 연결시키려는 시도까지 존 재한다. 5) 1. 불교사상과 세속오계 세속오계가 무엇보다도 불교사상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4) 金 鐵 埈 崔 柄 憲 編 著, 史 料 로 본 韓 國 文 化 史 -古 代 篇 - ( 서울; 일지사, 1989), pp.182-184, 191-192. 5) 임승택, 초기 불교에 비추어 본 세속오계의 배경과 근거, 화랑세속오계의 현대적 해석 2014년 운문사 원광화랑연구소 학술세미나, 운문사 원광화랑연구소 (2014), pp.7-10. - 194 -
화랑 세속오계의 현대적 리더십 반영에 관한 일고 ( 원홍규 김진만 ) 세속오계가 불교에 연원을 둔다는 입장은 원광이 승려( 僧 侶 ) 였다는 사실과 7세기 초반 신라에서 불교는 유교를 비롯한 다른 종교에 비해 우위에 있었다는 점을 든다. 비록 원 광법사가 세인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계율을 구별하여 제시했다고는 하나 그럼에도 불구 하고 세속오계가 불교의 보살십계 ( 菩 薩 十 戒 ) 의 영향을 받아 성립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즉 신라에 전래된 불교는 대승적 ( 大 乘 的 ) 인 보살윤리로서의 성격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인접한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대승불교 ( 大 乘 佛 敎 ) 를 받아들인 신라 불교는 왕권( 王 權 ) 과 도 긴밀한 유착관계를 가지며 출발하였다. 신라는 법흥왕 ( 法 興 王 ) 7 년(520) 율령( 律 令 ) 의 공포를 계기로 하여 국가의 법제화 조직화 시대가 전개되었으며, 동 14 년(527) 에 수용된 불교는 연맹 왕국시대의 잡다한 원시적 관념체계를 극복하게 해주었다. 법흥왕은 이차돈 의 죽음을 담보로 군신들의 극렬한 반대를 물리치고 불교를 공인하기에 이른다. 신라의 불교 공인은 왕권의 강화와 함께 홍불이념 ( 弘 佛 理 念 ) 의 확립과 계승으로 그 결실을 맺는 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신라의 군신들은 차츰 자신들의 국가를 불국토로 믿게 되었고, 또 한 정법의 수호와 국가에 대한 충성을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6) 그리고 진흥황 ( 眞 興 王, 534~576) 대에는 고구려와 백제를 상대로 한 영토 확장 전쟁에 뛰어들어 국가 적으로 몹시 힘든 국난기 ( 國 難 期 ) 였는데, 이 때 불교계는 진호국가 ( 鎭 護 國 家 ) 사상을 고 취하여 조국 수호 전쟁의 정당성을 이념적으로 뒷받침하기도 하였다. 7) 원래 우리나라에 전래된 대승불교에서는 자비와 이타행을 강조하고, 깨달음을 구하고 ( 上 求 菩 提 ) 중생을 교화함 ( 下 化 衆 生 ) 을 실천하는 사람을 보살이라 한다. 보살의 수행의 도로서 육바라밀 ( 六 波 羅 密 ) 은, 보시( 布 施 ), 지계( 持 戒 ), 인욕( 忍 辱 ), 정진( 精 進 ), 선정( 禪 定 ), 지혜( 智 慧 ) 를 말한다. 대승불교는 2 세기경 인도에서 용수( 龍 樹, Nagarjuna, 150~ 250 경) 에 의해 체계화된 중관학 ( 中 觀 學 ) 을 토대로 하며, 4 세기경에는 무착( 無 着, Asanga 310~390) 과 세친( 世 親, Vasubandu) 에 의해 유식학 ( 唯 識 學 ) 이 체계화되어 철학적 근거가 되었다. 우리 불교의 특징 중 또 다른 하나인 현실정토 ( 現 實 淨 土 ) 사상의 출발점은 불연국토설 ( 佛 緣 國 土 說 ) 8)이다. 불연국토설은 미륵( 彌 勒 ) 9) 사상과 접목되어 이 땅이 곧 미륵정토라 6) 김호귀, 신라 충의 관념의 형성과 불교의 세속오계, 대각사상 제17 집( 대각사상연구원, 2012.), p.118. 임승택, 앞의 글 p.19. 에서 재인용 7) 이기동, 신라 골품제 사회와 화랑도 - 그 수련법에 대하여 -, 원광법사와 화랑정신, 새천년 청년정신을 꿈꾼다, 운문사 원광화랑연구소 개소기념 학술대회, 운문사 원광화랑연구소 (2013), p.47. 8) 우리의 국토가 일찍부터 -석가모니 이전- 불교와 인연이 있는 땅이라는 설화 9) 원래 부처의 제자로 죽은 뒤 도솔천에 나서 현재 그곳의 天 衆 들을 위해 설법하고 있는 보살. 미래세에 轉 輪 聖 王 이 세상을 다스릴 때 내려와 龍 華 樹 아래서 成 佛 하고 중생을 제도한다는 미래불 미륵이 건설하는 이상세계가 龍 華 世 界 이다. - 195 -
大 韓 政 治 學 會 報 ( 第 24輯 2 號 ) 는 사상으로 전개된다. 현실정토 사상은 단순히 믿음으로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땅을 현 실 불국정토로 가꾸려는 노력에 참뜻이 있다. 현실정토를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 신라에 서 전륜성왕 ( 轉 輪 聖 王 ) 을 구현하는 것이다. 신라의 진흥왕은 정법치세 ( 正 法 治 世 ) 하는 전 륜성왕으로 여겨졌으며, 화랑은 미륵의 화신으로 이 땅에 미륵정토를 건설하려는 이념 속에 살아가는 존재였다. 현실정토 사상은 신라를 정토화하려는 화랑들의 삶의 지침으로서 세속오계를 탄생시킨 배경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속고승전 에 따르면 원광은 호구산에서 선정을 닦으면서 초기불교의 아함경 도 공부했다고 한다. 이 아함경 에 배속된 세기경 에는 세속오계 의 연원으로 생각될 수 있는 구절이 등장한다. 이 경전에 따르면 전륜성왕의 치세 아래 있는 백성들은 어질고 ( 仁 ) 조화롭고 ( 和 ) 자애롭고 ( 慈 ) 효순하고 ( 孝 ) 충성스럽고 ( 忠 ) 순종 적( 順 ) 하다고 한다. 10) 이를 세속오계에 연결하면 사군이충과 사친이효는 글자 그대로 충 과 효에 연결되며, 교우이신은 인( 仁 ) 과 화( 和 ) 에, 임전무퇴는 충( 忠 ) 과 순( 順 ) 에, 살생유 택은 자( 慈 ) 에 연관된다. 아함경과 다른 계통의 초기불교 문헌인 니까야 (Nik ãya) 에도 민주적 절차의 중시, 화합, 준법정신, 위계질서, 조상숭배 및 전통신앙 존중, 건전한 성도 덕, 종교인 존중 등의 계율이 나타나는데 이 또한 세속오계의 내용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또 싱갈로와다숫따 (Siṅgã lovãdasuttanta) 에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 요구되는 태 도와 의무, 스승과 제사 사이에 요구되는 태도와 의무, 부부 간에 지녀야 할 태도와 의 무, 친구 혹은 동료 사이에 지녀야 할 태도와 의무, 한인과 고용인 사이에 지녀야 할 태 도와 의무, 사문 바라문과 일반 재가자가 서로를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와 의무가 각각 5 가지씩의 조목으로 제시된다. 11) 2. 유교사상과 세속오계 화랑도가 유교에 근원하는 것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세속오계가 유교의 덕목인 충( 忠 ) 효( 孝 ) 신( 信 ) 용( 勇 ) 인( 仁 ) 에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세속오계의 덕목이 유교에서 주장하는 기본 덕목들과 일치한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으며, 그 유래를 불교사상으로만 직결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이 분명하다. 12) 비록 화랑정신의 세속오계가 불가에 기 원하고 있지만 그것이 추구하는 가치와 내용 면에서 유교적 이념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 이다. 임신서기석 ( 壬 申 誓 記 石 ) 에 나타난 바와 같이 화랑들이 스스로 시( 時 ) 상서( 尙 書 ) 예 10) 世 記 經 轉 輪 聖 王 品 ; 轉 輪 聖 王 修 行 經., 임승택, 앞의 글 참조. 11) 임승택, 앞의 글. pp.21-24. 12) 이기백, 원광과 그의 사상, 신라사상사연구 ( 서울: 일조각, 1986), p.110. - 196 -
화랑 세속오계의 현대적 리더십 반영에 관한 일고 ( 원홍규 김진만 ) 기( 禮 記 ) 좌전 ( 左 傳 ) 등을 함께 읽으며 사회윤리나 국가정신을 확립하려고 노력하였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유가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세속오계의 다섯 가지 계율도 유교 윤리인 오륜과 무관하다고 단정지을 근거는 없다. 원광은 세속오계에 대해 남의 신하가 된 자가 지켜야 할 계율 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 다. 이 사실을 간과하면 임전무퇴나 살생유택 등의 조목은 불교의 계율에 위배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13) 이미 정치사회 전반에 이데올로기로 작용했을 유교 이념이 세속오계에 반영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와 같이 세속오계를 유교 의 오륜사상에 의해 분석하고 있으며, 유교 생활윤리에 기초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 다. 오륜은 다양한 인간관계 가운데 군신, 부자, 부부, 장유, 붕우 등의 사이에서 지켜야 할 사회적 규범으로 의( 義 ), 친( 親 ), 별( 別 ), 서( 序 ), 신( 信 ) 등을 지칭한다. 이 오륜의 기 저에 흐르고 있는 오상( 五 常 ) 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불변의 도리로서 인의예지신 ( 仁 義 禮 智 信 ) 이다. 14) 한편 삼국사기 ( 三 國 史 記 ) 에 전하는 화랑도의 수련방법은 세 개의 분야로 요약된다. 첫째 도의( 道 義 ) 로서 서로 갈고 닦았으며 ( 相 磨 以 道 義 ), 둘째 가락( 歌 樂 ) 으로써 서로 즐겼 고, 셋째 산수( 山 水 ) 에 가서 놀았는데 ( 相 悅 以 歌 樂 ), 먼 곳이라도 이르지 않은 데가 없었 다.( 遊 娛 山 水 無 遠 不 至 ) 이 가운데 첫째와 둘째 수련법은 아무래도 유교와의 관련성이 크 다고 할 수 있다. 상마이도의 ( 相 磨 以 道 義 ) 란 세속오계의 내면화 내지는 신념화를 위한 절차탁마 ( 切 磋 琢 磨 ) 의 과정으로, 학문과 덕행을 힘써 갈고 닦을 뿐 아니라 이를 위해 서로 교감하고 결의 하여 화랑들이 가야할 보편적 진리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된다. 이때 실천적인 활 동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이 형성된다. 리더로서 화랑들에게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 덕행으로서의 사회윤리 덕목은 충( 忠 ) 과 신( 信 ) 이었다. 화랑도가 전성했던 시기가 그야말로 주변국과의 빈번한 전쟁으로 인한 국난기 ( 國 難 期 ) 였 다는 점은 유교 이념이 배신과 모략이 넘치던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그 정점에 달했 다는 점과 비교해볼 만하다. 즉 충과 신의 관념은 유교 이념과 시대적 상황의 접점에서 13) 서경수는 이 점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원광이 정통계율을 어겼다고 비판하였다., 서경수 불교문화가 한 국인의 윤리에 미친 영향, 한국사상논총 1(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 pp.54-74. 위의 글, p.9. 에서 재인용. 14) 한편 세속오계의 내용이 유가보다는 무경칠서 ( 武 經 七 書 ) 의 내용과 중첩되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손자( 孫 子 ) 가 장수( 將 帥 ) 의 도( 道 ) 로 제시한 지( 智 ) 신( 信 ) 인( 仁 ) 용( 勇 ) 엄( 嚴 ) 이나 육도( 六 韜 ) 에서 제시된 용 ( 勇 ) 지( 智 ) 인( 仁 ) 신( 信 ) 충( 忠 ) 은 분명히 세속오계의 계율에 내재된 덕목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병가( 兵 家 )들이 유가의 영향을 받았는지의 여부는 본 연구의 논의에서 제외하지만 제시한 덕목들이 유가의 오상 과 의미가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사료되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유가와 관련지어 설명할 것이다. - 197 -
大 韓 政 治 學 會 報 ( 第 24輯 2 號 ) 요구되는 가치였던 것이다. 상열이가락 ( 相 悅 以 歌 樂 ) 또한 도의( 道 義 ) 의 연마와 깊은 관련이 있다. 도의의 연마 과 정에서 화랑들은 노래와 풍류를 통해 서로의 열정을 발산하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신라 는 노래를 통한 정신교육, 특히 청소년의 의기( 意 氣 ) 를 드높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 면 효소왕 때 지난날 죽지랑 ( 竹 旨 郞 ) 의 낭도였던 득오( 得 烏 ) 가 이미 죽은 죽지랑을 추모 하여 노래를 지었다거나 경문왕 때 네 명의 화랑이 금란( 金 蘭 ) 을 유람할 때 국왕을 위한 마음에서 가곡 3 수를 지었다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상열이가락은 화랑들의 정서적인 공감을 형성하는데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음 악이 화랑도의 수련에서 중요한 방식의 하나인 것은 향가와 향가 작가의 대부분이 화랑 도와 결부되어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효소왕 때의 득오곡 ( 得 烏 谷 ) 외에도 경덕왕 때 의 월명사 ( 月 明 師 ) 충담사 ( 忠 談 師 ), 경문왕 때의 요원랑 ( 遼 元 郞 ) 등 4 선( 四 仙 ) 등으로서, 이 중 충담사는 찬기파랑가 ( 讚 耆 婆 郞 歌 ), 요원랑 등은 < 현금포곡 >( 玄 琴 抱 曲 ), < 대도 곡>( 大 道 曲 ), < 문군곡 >( 問 群 曲 ) 등을 지었으며, 월명사는 자신이 국선( 國 仙 ) 의 도에 속하 며 단지 향가를 알 뿐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한다. 화랑과 승려 외에도 신라 국민들 또한 화랑들의 아름다운 행적이 있을 때마다 향가를 지어 그들을 기리거나 위로했다. 화랑도를 풍류 혹은 풍월도라고 부르는 것도 도의를 연마하는 여가에 노래를 즐겨 부 르며 명산대천을 찾아 놀로 다닌 화랑도의 독특한 수련법과도 관련이 있다. 이기동에 따 르면, 호이징하 (Johan Huizinga) 는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 에서 놀이를 문화의 근본으로 보았는데, 이때 놀이의 개념은 유교의 예학( 禮 學 ) 사상과 상통한다고 보았다. 공자가 감성교육론자였다는 사실은, 논어( 論 語 ) 태백편 ( 泰 伯 篇 ) 에서 시( 詩 ) 에서 도의의 감흥을 북돋우고 ( 興 於 詩 ), 예( 禮 ) 에서 인륜의 규범을 바로 세우며 ( 立 於 禮 ), 낙( 樂 ) 에서 인 간의 품성을 완성한다.( 成 於 樂 ) 고 하여 시와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유가( 儒 家 ) 의 관점에서 본다면 화랑은 군자( 君 子, virtuous gentleman) 라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즉 화랑은 신라의 전통과 문화가 반영된 군자의 다른 표현인 것이다. 유 가에서 군자란 도덕적으로 완성된 인격자를 일컫는 말이다. 유교에서는 성인( 聖 人 ) 이 되 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유교는 누구나 노력에 의하여 도달하는 표준의 인물을 군자 로 보고 있다. 무릇 군자는 높은 도덕성을 가진 사람을 말하며, 군자는 모든 사람의 모범 이 될 수 있는 유덕한 사람을 말하게 된다. 15) 도덕적 인간과 도덕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유학의 방법이 수기치인 ( 修 己 治 人 ) 이 대학 의 삼강령과 팔조목으로 제시되어 있다. 유가에서 보는 인간이란 천성( 天 性 ) 을 완벽히 부 15) 君 子, 교육학용어사전,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1995). - 198 -
화랑 세속오계의 현대적 리더십 반영에 관한 일고 ( 원홍규 김진만 ) 여받은 존재자로서 만물의 이치가 빠짐없이 구비되어 있다. 하늘이 명령한 것을 성이라 하고 천성을 따르는 것을 도라 하고 도를 닦는 것을 가르침이라 한다. 16) 인간은 타고난 자연의 본성을 회복하고 발휘함으로써 만물의 본성을 헤아려 만물이 만물되게 하는( 平 天 下 ) 사명을 지닌 존재로서 군자가 되어야 한다. 17) 경문왕 ( 景 文 王 ) 고사에 나타난 1 겸손 하고 2 검소하고 3 방자하지 않는다는 화랑의 생활신조로서의 삼이( 三 異 ) 는 유가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제시하고 있는 군자나 선비의 실천적 생활태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신라 청년들에게 화랑의 일원이 되는 것은 이처럼 군자의 길을 걷는 것일 뿐만 아니라 조정에 추천되어 신하로서 국가에 봉직하거나 군의 장수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 는 등 입신양명과 더불어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주요 통로가 된다. 18) 3. 도가사상과 세속오계 화랑도가 도가( 道 家 ) 의 영향이 지대하였음은 확실하다. 특히 화랑의 수련방법은 도가의 철학에 근거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19) 화랑의 수련법 세 가지 가운데 하나인 유오산수무 원부지 ( 遊 娛 山 水 無 遠 不 至 ) 도 도의의 연마를 위한 것으로 국토순례를 통해 애국하는 마음 을 키운 것 20) 이지만, 그 성격은 유교보다는 도교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컸다고 볼 수 있 다. 화랑들은 산과 물을 직접 다니며 이르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하였는데, 이는 화랑들이 국토르 직접 밟고 다니며 조국 수호의 의지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 에서 유오산수라는 말은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도교 사상 21) 이 그 근저에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노자( 老 子 ) 는 도( 道 ) 가 만물을 생성하고 변화가게 하는 것을 무위이무불위 ( 無 爲 而 無 不 爲 ) 로 표현한다. 무위( 無 爲 ) 란 인위적, 의도적 욕구에 기초한 행동이 아닌 행위를 의미하 며 진실로 소박한 상태를 말한다. 일체 생명의 존재근원인 도는 무위자연 ( 無 爲 自 然 ) 한 것 이니, 나의 작위를 멈추고 소박한 자연상태로 돌아가야 하며, 인위( 人 爲 ) 란 마치 사족과 같은 것으로 쓸데없이 자연을 훼손할 뿐이다. 무위란 행동에 관한 궁극적인 실천 원칙으 16) 天 命 之 謂 性 率 性 之 謂 道 修 道 之 謂 敎 - 中 庸 1장 17) 格 物 致 知 誠 意 正 心 修 身 濟 家 治 國 平 天 下 - 大 學 八 條 目 18) 박홍식, 화랑 귀산 추항이 원광법사를 찾은 까닭은, 원광법사와 화랑정신, 새천년 청년정신을 꿈꾼다, 운문사 원광화랑연구소 개소기념 학술대회, 운문사 원광화랑연구소, 2013. p.141. 19) 도가는 노자( 老 子, B.C. 570~470?) 와 장자( 莊 子, B.C. 369~286) 에 의해 형성된 학파로 도덕경 ( 道 德 經 ) 과 남화진경 ( 南 華 眞 經 ) 이 그들의 사상을 담고 있다. 20) 이기동, 앞의 글, pp.50-54. 21) 한국 고유의 신선 신앙과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노장사상 가운데 어느 하나가 이 계율의 성립에 지배적이 었음은 단정하기 어렵다. - 199 -
大 韓 政 治 學 會 報 ( 第 24輯 2 號 ) 로 행동하지 않는 행동 을 의미한다. 자연에의 귀의 는 모든 인위( 人 爲 ) 를 거부하며 자 연대로 살아감. 즉 거짓꾸미고 과장하고 허세부리고 무리하려는 모든 인위를 배제한다. 유오산수는 노장사상의 소요( 逍 遙 ) 의 개념과 거의 일치한다. 소요의 관점에서 삶은 하 나의 산책이며, 업적과 성공을 목적으로 하는 인생은 고달픈 삶일 뿐이다. 이를 초월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으로서 호연지기 ( 浩 然 之 氣 ) 를 키워야 한다. 무위와 호연지기 ( 유오 산수) 가 짝할 때 겸양, 검소, 온화의 미덕이 생긴다. 노자는 인위적인 미추( 美 醜 ), 선악( 善 惡 ), 시비( 是 非 ) 등의 가치판단이나 개념적 규정은 상대적이며 일정하지 않고 잠정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 無 爲 ) 의 근본은 무욕( 無 慾 ) 이다. 노자 는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고 하였다. 장자( 莊 子 ) 가 소망했던 진정한 자유인은 어떤 목적에 매이거나 수단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세상의 근 심으로부터 초탈하여 무하유 ( 無 何 有 ) 의 세계와 광막한 들에서 소요하는 것을 절대적 자유 의 경지로 말하고 있다. 요컨대 화랑도의 수련방식은 단체훈련을 통하여 개체를 넘어 공 동체 의식을 강조하고 특히 경치 좋은 자연 속에 노닐어 합자연 ( 合 自 然 ) 의 대아적 ( 大 我 的 ) 인격을 양성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22) 노자는 인위적이고 형식화한 유학( 儒 學 ) 의 예제나 도덕에 반대하고 만물을 생성하고 육성하면서 독립성과 불변성을 지닌 무위자연 ( 無 爲 自 然 ) 의 도를 주장하였다. 노장사상에 있어서 인간이 따라야 할 행동에 관한 궁극의 원칙은 무위( 無 爲 ) 이다. 무위는 행동하지 않는 행동을 의미한다. 이는 인간 우환( 憂 患 ) 의 근원으로 진단된 인간과 자연, 문화와 자 연과의 거리를 제거하는 행위이다. 다시 말하여 무위는 자연대로 살아가는 일을 가리킨 다. 도가에서 삶은 하나의 산책과 같은 것으로 삶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인 것이 다. 여기에서 호연지기 ( 浩 然 之 氣 ) 기 생겨나며 이 호연지기가 무위와 짝할 때 겸양( 謙 讓 ) 과 검소( 儉 素 ) 와 온화가 나온다. 노자에 의하면 도를 따른 자는 물과 같아서, 물이 만물 을 이롭게 하듯이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또한 물이 사물과 다툼이 없이 휘감으 며 흐르듯이 타인과 투쟁하지 않고 어울린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스스로 비천한 곳에 처하고자 한다. 또한 물은 그릇을 담는 그릇에 따라 그 형태의 변화 가 변화무쌍하듯이 어떠한 상황에도 잘 적응하며, 지극히 부드럽지만 견고하고 굳센 바 위도 뚫듯이 유연성을 지님으로써 강한 것을 이긴다. 요컨대 세속오계에 나타나는 리더 가 갖추어야 할 가치가 개인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타자와의 조화를 위해 자신의 욕정적 삶에서 벗어난 겸허의 생활 태도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도가 사상이 그 이념적 배경에 자 22) 이완재, 화랑도의 현대적 구현, 원광법사와 화랑정신, 새천년 청년정신을 꿈꾼다 ( 운문사 원광화랑연구 소 개소기념 학술대회, 운문사 원광화랑연구소 (2013), p.302. - 200 -
화랑 세속오계의 현대적 리더십 반영에 관한 일고 ( 원홍규 김진만 ) 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사상적 통섭 세속오계를 유불선의 세 종교의 융합적 관점에서 파악하려는 입장의 연구자들은 원광 의 사상이 불교 뿐 만 아니라 유교와 도교 등의 삼교 조화사상 등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 고 주장한다. 이는 최치원 ( 崔 致 遠 ) 이 쓴 것으로 알려진 비문에도 잘 나타나 있다. 최치원 의 난랑비서 ( 鸞 郞 碑 序 ) 에는,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 道 ) 가 있으니, 풍류( 風 流 ) 라 이른다. 그 교( 敎 ) 의 기원은 선사( 仙 史 ) 에 자세히 실려 있다. 이는 실로 3 교( 敎 ) 를 포함하여 중생 을 교화한다. 그리하여 집에 들어오면 효도하고 나아가면 나라에 충성하는 것은 노사구 ( 魯 司 寇 ) 23)의 주지( 主 旨 ) 그대로이며, 또 그 행함이 없는 일에 처하고 말 없는 교( 敎 ) 를 행하는 것은 주주사( 周 柱 史 ) 24)의 종지( 宗 旨 ) 그대로이며, 모든 악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만을 행함은 축건태자( 竺 乾 太 子 ) 25)의 교화 그대로이다. 고 하였다. 26) 실제로 삼국시대의 불교가 유교와 사상적으로 통섭(consilience) 까지는 아니더라도 전 혀 교류가 없이 단절된 채로 정착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일례로 불가의 승려였던 충담사 ( 忠 談 師 ) 의 향가인 안민가 ( 安 民 歌 ) 의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하면 나라는 태평할 것이외다. 라는 어구가 공자의 정명사상 ( 正 名 思 想 ) 27)과 내용상 일치된다는 점을 봐도 그러하다. 유불선의 이념 외에도 세속오계의 연원을 우리 고유의 전래사상에서 찾으려는 시도도 존재한다. 지증대사 ( 智 證 大 師 ) 의 비문에 적혀있는 최치원의 소도오율 ( 蘇 塗 五 律 ) 28)의 내 용이 세속오계와 유사하다는 데서 그 근거를 제시한다. 이 계율은, 성실하고 신의 있어 속이지 않으며 ( 誠 信 不 僞 ), 공경하고 행함에 게으르지 않고( 敬 勤 不 怠 ), 효도하고 순종함에 23) 孔 子 를 이르는 말, 노사구란 魯 나라의 사구란 벼슬을 의미. 24) 老 子 는 周 나라 藏 書 室 의 株 下 史 벼슬을 하였음. 25) 竺 乾 은 天 竺 을 이르는 말로 오늘날의 인도이며, 측건태자는 釋 迦 를 지칭함. 26) 金 鐵 埈 崔 柄 憲 編 著, 앞의 글, pp.184-185. 27) 論 語, 顔 淵 篇 ( 君 君 臣 臣 父 父 子 子 ). 28) 소도란 삼한시대에 천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성역을 가리키며 신라의 영역을 넘어 삼한 각처에 산재해 있 었다. 소도는 성읍국가 이전 단계인 군장사회 ( 君 長 社 會 ) 에서 천군이 임무를 수행한 장소이며, 신전과 같 은 위엄을 가지면서 당시 사회의 중심지가 되었고, 제사장으로서의 천군은 통치자와는 별도로 농경 의식 과 종교 의례를 주관하였다. 그 뒤 천군에서 왕으로 사회가 발전하면서 종교적 입장의 소도는 정치적 중 심지로 그 위치가 변하여 갔다. 한편 별읍이 바로 소도였다는 점을 중시하여, 소도는 소연맹국시대 ( 小 聯 盟 國 時 代 ) 에 행해진 제의였던 것으로 보려는 견해도 있다. 소연맹국의 지배자가 정치적 실권을 가지자 그 안에 들어온 다른 읍락이나 소국은 별읍을 이루고 있었으며, 종교적으로는 독립된 제의를 주관하고 있었 다는 것이다., 蘇 塗,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2014). - 201 -
大 韓 政 治 學 會 報 ( 第 24輯 2 號 ) 위배됨이 없고( 孝 順 不 違 ), 염치 있고 의리 있어 음란치 않고( 廉 義 不 淫 ), 겸손하고 화목하 여 다투지 않는다.( 謙 知 不 鬪 ) 는 다섯 가지 계율이다. 29) 소도오율은 환인천제( 桓 因 天 帝 ) 시대부터 행하여 내려온 한민족 고유의 윤리규범으로 유교나 불교와 같은 외래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세속오계가 내해왕대 ( 奈 解 王 代, 196~230) 부터 전통사상으로 내려온 풍류도의 충 효 신에 입각하여 세속오계가 제정되었다는 주장30)도 이 논의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겠다. 그러나 이 주장은 그렇게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적어도 이 시기 이전부터 이미 한반도에는 유교 이념이 확산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유교는 청동기 시대 부터 다수의 한족들이 만주는 물론 한반도까지 유입되면서 같이 들어왔다는 견해가 일반 적이다. 한반도 북쪽 일대를 식민 통치한 한사군 ( 漢 四 郡 ) 에 의해서도 중국의 선진문화와 함께 우리 민족에게 직접 전파되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유교의 전래는 일반적으로 고구 려 소수림왕 2 년(372) 대학( 大 學 ) 을 세운 시기를 하한으로 잡는다. 그러나 최고 학부로 서의 국립대학을 세울 수 있기까지는 상당한 세월이 경과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31) 요컨대 세속오계의 연원에 관해서는 원광이 접했던 모든 종교 사상과 당시의 시대상황 그리고 개인적인 성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원광은 노장과 유교에도 조예 가 깊었으며 대소승을 망라한 폭넓은 학문적 식견을 가지고 있다. 원광이 최초로 도착하 여 수학했던 중국의 진( 陳 ) 에서는 삼교 조화사상이 유행하고 있었다. 그곳의 승려들은 삼 교 조화의 논리를 펼쳤고 바로 이것이 범부 중생들을 구제하는 데 적합한 불교로 해석되 었다. 32) 이러한 다양한 이데올로기의 융합적 사조( 思 潮 ) 는 비단 다른 이념들 간에만 일어난 것 은 아니며, 하나의 이념 체계 안에서도 일어났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의 불교 특징인 원융 회통( 圓 融 會 通 ) 사상도 그러한 이념적 통섭을 설명한다. 원유회통 사상에서 원융이란 원 만하여 막힘이 없는 것으로 일체 제법( 諸 法 ) 의 사리( 事 理 ) 가 골고루 융통되어 무이( 無 二 ) 함을 말한다. 그리고 회통이란 대립과 갈등이 높은 차원에서 해소된 하나( 通 ) 로의 만남 ( 會 ) 이다. 따라서 원융회통은 하나인 세계의 조화이며 종합으로 1 우리의 고유사상 혹은 고유 신앙과의 조화로운 만남, 2 불교내의 다양한 이론과 종파의 묘한 종합, 3 선( 禪 ) 과 교( 敎 ) 의 원융한 아우름이 된다. 즉 화랑도는 주체성에 입각하여 유교나 불교, 그리고 29) 양근석, 화랑도의 윤리사상, 국민윤리연구, 제50 호 ( 한국국민윤리학회, 2002), pp.79-80. 30) 이종학, 원광법사와 세속오계의 신고찰, 신라문화 제7 집( 동국대학교 신라문화연구소, 1990), p.161., 임승택, 앞의 글, p.14. 에서 재인용. 31) 외래사상의 전래, 장례의 역사, 서해문집 (2006.6.20) 에서 발췌. 32) 임승택, 앞의 글. pp.12-13. - 202 -
화랑 세속오계의 현대적 리더십 반영에 관한 일고 ( 원홍규 김진만 ) 도교의 이념을 취사선택함으로써 전통적인 가치 관념보다 한 차원 높고 보다 확대된 사 회와 국가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33) IV. 세속오계의 현대적 리더십에의 적용 화랑정신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세속오계는 우리의 상무정신의 근간이 되어 왔을 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속오계가 추구하는 가치의 보편성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변화가 화랑정신의 규범적 내용을 모두 수 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국가와 통치자의 의미나 위상의 변화는 물론 그에 대비되는 개인의 관념도 분명히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속오계를 현 대적 리더십에 발전적으로 계승하거나 접목하려면, 우선 고대와 현대라는 시대적 차이에 따른 문화와 의식의 상이점을 고려하여 가치와 규범적 내용을 해석하고 적용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신라인들의 의식이나 문화 수준이 현대인의 그것들과는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 전혀 다른 차원의 것들이라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 다. 사람의 생활양식이 본질에 있어서는 공통되는 부분이 압도적이며 따라서 그러한 보 편성으로 인하여 과거의 지혜가 현재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화랑도는 세속오계에 의하여 지향하는 목표와 이념을 뚜렷하게 가진 결합체로서의 성 격을 지녔다. 리더 또한 조직이나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리더 는, 1 자기의 기술과 지식에 대한 확신, 2 담당한 업무에 대하여 최선을 다하고 자부심 을 가지며, 3 모든 부정과 불공평을 물리칠 수 있는 결연한 자세, 4 자기 확신을 가지 고 직업에 전념하는 태도, 5 자기를 규율하고 규제하는 금기와 기준을 스스로 확립하는 것 등의 가치를 내면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세속오계에서 충( 忠 ) 효( 孝 ) 신( 信 ) 용( 勇 ) 인( 仁 ) 의 덕목을 도출시 키곤 한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맞는 해석을 하 지 않으면 세속오계가 내포하고 있는 가치와 덕목의 내면화를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다. 세속오계의 가치와 덕목들이 신라시대에 맞추어져 있기에 자칫 구태의연한 구시대적인 것들로 치부될 수 있거나 오늘날과 괴리를 보인다는 인상을 주기 쉽기 때문이다. 예컨대 세속오계의 첫 번째 계율인 사군이충 ( 事 君 以 忠 ) 은 충성으로써 임금을 섬긴다. 는 의미이 33) 金 鐵 埈 崔 柄 憲 編 著, 앞의 글, pp.182-184. - 203 -
大 韓 政 治 學 會 報 ( 第 24輯 2 號 ) 지만 현대에 그러한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그 본래적 지향하는 바를 오히려 훼손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예로부터 하늘 아래 왕의 땅 아닌 데가 없고 땅 끝까지 왕의 신하 아닌 사람은 없 다 34) 라는 사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근대 이전까지 당연하게 받 아들여져 왔다. 군주는 지배자이자 통치자로 군림하였고, 나아가 국가와 동일시되는 대상 이었다. 임금에 대한 충성은 곧 국가에 대한 충성이었던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군주제가 아닌 입헌민주주의 (constitutional democracy) 체제에서는 군 주에 대한 충성은 군주라는 대상이 없기 때문에 아예 불가능하다. 만약 군주가 아닌 어 떤 개인 일인에게 강요되는 충성은 국민 주권의 민주주의 이념에 역행하는 것이며, 독재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충성에 불과하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국민이 군주의 자리를 대 체하게 되었다. 민주주의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국민에 의한 정부 (government by the people) 이다.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 또는 그 러한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이 민주주의인 것이다. 슘페터 (J. A. Schumpeter) 는 지도력 경 쟁의 권리가 국민의 실질적 정치 참여라고 하며, 국민은 그들의 지도자를 선출하고 퇴진 시키는 통제권을 가짐으로써 주권을 행사한다고 보았다. 35) 사실 어떤 절대 권력자 일인에 대한 충성은 윤리적인 고려와 판단보다는 일차원적이고 동물적인 생존적 욕구나 세속적인 물욕이나 명예욕에 구속된 처신에 불과한 것일 수 있 다. 개인이 생존적 욕구 등에 구속되어 있다는 것은 옳고 그름에 대한 건전한 판단력과 도덕적인 자유의지가 작용하여 행위를 결정하게 된다기보다는 세속적인 욕망이 개인의 행동을 추동시키는 결정 요소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충성을 다하는 이유가 절대 권력자가 보편적이고 정당한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무소불위의 권력에 대한 공포감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거나 그 사람의 막강한 힘이 자신의 성공에 직결되기 때 문에 그 권력에 편승하여 자신의 출세를 보장받으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라 시대의 세속오계에서 의미하는 충성의 의미는 오늘날의 개인 존엄을 최고의 가치 로 여기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당연히 맞지 않기 때문에 임금이나 군주의 의미도 국가 나 국민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이제 사군이충 ( 事 君 以 忠 ) 의 현대적 해석은 군주의 의미 를 국가와 국민으로 대체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의 주권이 군주에게 있었던 과거와는 달 34) 孟 子, 萬 章 上 ( 詩 云 普 天 之 下 莫 非 王 土 率 土 之 濱 莫 非 王 臣 ). 詩 經, 小 雅 ( 普 天 之 下 莫 非 王 土 率 土 之 濱 莫 非 王 臣 ). 35) J. A. Schumpeter, Capitalism, Socialism and Socialism, 3ed. (N. Y.: harper & Row, 1947) pp. 264-268, 269-274.; J. A. Schumpeter, Competition for Political Leadership, M. Rejai ed. Democracy - The Contemporary Theories (New York: Atherton Press, 1967), pp.102-105. passim. - 204 -
화랑 세속오계의 현대적 리더십 반영에 관한 일고 ( 원홍규 김진만 ) 리 현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점에서 국민뿐만 아니라 국민 이 국가의 중심적 구성요소라는 점에서 국가도 개인에게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충성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와 국민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자신이 속한 공 동체와 직업, 그리고 그곳에서 맺어지는 다양한 인간관계, 이를테면 상급자는 물론 동료 와 하급자들까지도 충성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세속오계의 두 번째 계율인 사친이효 ( 事 親 以 孝 ) 는 효도로써 어버이를 섬긴다. 는 내용 으로 효( 孝 ) 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유가의 효제충신 ( 孝 悌 忠 信 ) 이라는 유교의 실천윤 리적 전통은 효를 다른 가치에 우선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유가의 실천적 윤리라 할 수 있는 오륜( 五 倫 ) 사상에는 부자유친 ( 父 子 有 親 ) 이 군신( 君 臣 ) 부부 ( 夫 婦 ) 장유( 長 幼 ) 붕 우( 朋 友 ) 의 인간관계에 앞서 있다. 즉, 삼강( 三 綱 ) 의 군신( 君 臣 ) 부자 ( 父 子 ) 부부 ( 夫 婦 ) 관 계를 발전시켜, 맹자( 孟 子 ) 에 이르러 실천 도덕으로 완성된 오륜 사상을 받아들이고, 효 를 오륜의 제일의 ( 第 一 義 ) 로 삼았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36) 맹자( 孟 子 ) 는 선진시대 ( 先 秦 時 代 ) 효 관념의 정립자라 할 만큼, 공자( 孔 子 ) 의 효 사상을 유교의 중심 사상으로 굳게 다져 놓았다. 그는 효를 백행( 百 行 ) 의 근본으로 보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요 순의 도리도 효제( 孝 悌 ) 일 따름이다. 라고 말함으로써, 효를 제왕의 도로 확대하였다. 예기( 禮 記 ) 에 이르기를, 몸은 부모님이 남겨주신 것이다. 부모의 유체를 행하는 데 감히 공경하지 않을 수 있 겠는가. 때문에 거처를 장엄하지 않고서는 효라 말할 수 없다. 임금을 섬김에 충성하지 않고서는 효라 말할 수가 없다. 관에 나아가서 공경하지 않고서는 효라 말할 수가 없다. 붕우를 믿지 못하는 것은 효라 말할 수가 없다. 전쟁에 나가서 용기가 없으면 효라 말할 수가 없다. 37) 유가에서 예법( 禮 法 ) 은 법률보다 비중이 큰 생활전반을 규제하는 규범이다. 개인의 예 법의 시작은 가정에서 시작되며, 그 도의( 道 義 ) 는 효라는 규범으로 나타난다. 현대사회에 서도 가정교육이 한 개인의 인성을 형성하고 결정하는 사회구조의 첫 단계이자 토대임을 감안한다면, 효의식의 내면화가 다른 규범의 체득에 선결조건이 된다. 효는 감사와 보은 ( 報 恩 )의 마음에서 비롯되므로 현대사회 속에서 이러한 마음은 다시 타인에 대한 배려하 는 마음으로 이어지게 된다. 남을 예우해도 답례가 없으면 자기의 공경하는 태도를 돌아 보고, 남을 사랑해도 친해지지 않으면 자기의 인자함을 돌아보고,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 36) 五 倫,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2014. 4. 21). 37) 禮 記, 祭 儀 篇 ( 居 處 不 莊 非 孝 也, 事 君 不 忠 非 孝 也, 入 官 不 敬 非 孝 也, 朋 友 不 信 非 孝 也, 戰 陣 無 勇 非 孝 也 ), 임승 택, 앞의 글 p.10. 에서 재인용. - 205 -
大 韓 政 治 學 會 報 ( 第 24輯 2 號 ) 지지 않으면 자기의 지혜를 돌아보라 38) 는 말이 있다. 효의식이 자기중심이 아닌 부모를 헤아리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듯이 자기 중심의 시각이 아니라 상대의 시각에서 헤아려 보는 삶의 지혜, 우애와 공동체 의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 그런데 유가의 인애( 仁 愛 ) 는 사실상 차별적 사랑이다. 일찍이 묵자( 墨 子 ) 는 공자( 孔 子 ) 의 인애( 仁 愛 ) 가 차별 질서를 중시하고 가족을 중심으 로 한 폐쇄된 생활공동체에 대한 사랑이라 하여 이를 반대했었다. 또한 장자( 莊 子 ) 는 겸 애( 兼 愛 ) 를 사심( 私 心 ) 이 없으니 바로 어질고 의로운 마음이다 39)라고 하며, 남의 나라 보기를 내 나라와 같이 하고, 남의 집 보기를 내 집을 보는 것과 같이 하고, 남의 몸 보 기를 제 몸같이 하라 40) 는 주장을 설파한 바 있다. 오늘날과 같은 타인과 타집단, 혹은 다른 나라 등과 교류를 통하지 않고는 고립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여건에서는 오히려 보편적 사랑으로서의 겸애( 兼 愛 ) 나 박애( 博 愛 ), 나아가서는 보다 큰 사랑이라고 할 수 있 는 자비( 慈 悲 ) 등의 가치를 수용해야 할 필요도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우리 사 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이제는 보다 보편적인 전 인류적 사랑을 베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과거처럼 한민족의 동질성만을 강조하는 지나친 민족주 의적이거나 집단주의적 의식은 현대의 국가 공동체 이념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국민 통합 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 세속오계의 세 번째 계율인 교우이신 ( 交 友 以 信 ) 은 작게는 동료애이지만 크게는 이웃 사랑의 실천을 통한 사회 질서의 유지로 그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다. 교우이신이란 원 래 믿음으로써 벗을 사귄다. 는 계율이다. 그런데 이 믿음, 즉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홀 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신뢰하기에 앞서 신뢰받도록 하는 언행이 우선이다. 그러므로 신뢰는 타인이 인정해야 되는 것이지만 그에 앞서 개인 스스로가 창출해내는 가치이다. 타인에게 신뢰받는다는 것은 본인이 먼저 정직하고 성실해야 하는 것이다. 오륜의 붕우 유신( 朋 友 有 信 ) 이 벗 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는 믿음에 있다. 는 의미로 다만 당위적 가 치로서의 신의( 信 義 ) 가 있음을 말하고 있어 매우 포괄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반면에 세속 오계의 교우이신 ( 交 友 以 信 ) 은 먼저 상대에게 믿음을 주거나 신의를 행함으로써 벗을 사귀 게 된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개인의 진실된 언행과 성 실한 태도, 그리고 정직한 마음가짐이 타인으로 하여금 그 개인을 신뢰하게 만들기 때문 이다. 38) 禮 人 不 答 反 基 敬 愛 人 不 親 反 基 仁 治 人 不 治 反 基 智 - 孟 子, 離 婁. 39) 兼 愛 無 私 此 仁 義 之 情 也, 莊 子 天 道. 40) 墨 子, 兼 愛 ( 墨 子 言 視 人 之 國 若 視 其 國 視 人 之 家 若 視 其 家 視 人 之 身 若 視 其 身 ). - 206 -
화랑 세속오계의 현대적 리더십 반영에 관한 일고 ( 원홍규 김진만 ) 교우이신은 타인에게 신뢰를 받으려는 스스로의 노력의 의미를 가지게 되면서 현대적 리더의 덕목이나 직업윤리관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신뢰( 信 賴 ) 는 정직하고 진실되며 성실한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덕목이다. 정직하지 못하고 거 짓을 일삼으며 불성실한 사람에게 신의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의 전통인 성 ( 誠 ) 과 경( 敬 ) 의 사상에서 성( 誠 ) 은 문자 그대로 말한 바를 반드시 이루도록 정성을 다하 는 것으로 언행일치 ( 言 行 一 致 ) 를 강조한 것이다. 성실한 마음을 지니기 위하여 신독( 愼 獨 ) 에 힘써야 한다. 성이 내면적 심정의 거짓 없는 자세를 말한다면 경( 敬 ) 은 성의 실천 적 의미를 지닌다. 정직성 ( 正 直 性 ) 과 성실성 ( 誠 實 性 ), 그리고 진실된 언행은 조직이나 공 동체를 이글고 나아가야 할 리더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덕목이다. 특히 리더의 정직 이나 진실성은 정정당당한 삶의 태도가 뒤따르게 되므로 명예의 관념에 자연스럽게 연결 된다. 명예의 어원이 정직이나 진실성 (integrity), 자기존중감 (self-respect, dignity) 과 연관 된다는 사실 41) 에서 정직하고 성실한 삶의 태도는 타인으로부터 신의를 얻는 첩경이 된다. 교우이신은 또한 조직 내에서 공동체 의식을 형성시키는 규범적 가치로 응용될 수 있 다. 어떤 개인이 공동체 내에서 신의를 지키는 것은 타 구성원과의 상호 의존도를 높여 서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화합을 보다 용이하게 해주며, 궁극적으로는 결속력을 강화시 키게 된다. 네 번째 계율인 임전무퇴 ( 臨 戰 無 退 ) 는 우리로 하여금 가장 화랑의 전사( 戰 士 ) 다운 면모 를 표상시키는 계율이다. 모름지기 임전무퇴란 싸움에 임해서는 물러남이 없다. 는 계율 로서 상무정신과 군인정신의 표본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전무퇴는 그저 군인 이 그의 용맹성을 과시하기 위하여 무모하도록 내모는 계율이 아니다. 소크라테스에 의 하면 용기란 두려워할 것과 두려워하지 않을 것들에 관한 바르고 준법적인 소신 의 지 속적인 보전과 그런 능력 이라고 말했다. 두려워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무모함이 며,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비겁함이다. 공자에게서도 용기는 두 려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알되 그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력이다. 42) 따라 서 용기는 위험 앞에서도 꿋꿋하게 굽히지 않음을 말하며, 포기하거나 그만두고 싶을 때 에도 과감히 행해야 할 바를 행하며 위험을 알면서도 그것에 굳건히 맞서는 것이다. 결 국 임전무퇴의 참 의미는 죽음을 불사하는 가미카제 ( 神 風 ) 식 정신 자세만을 말하는 것이 41) 라틴어 honestas 는 영어 honesty( 정직, 고결) 의 어원이기도 하다. 랜덤하우스, 앞의 사전, p.1082., 윤 영돈, 군인의 윤리와 가치관, 지역사회연구 제13 집, p.54 에서 재인용. 42) 용무( 勇 武 ) 를 좋아하는 공자의 제자 자로( 子 路 ) 가 그의 스승에게 대군을 이끌고 전쟁에 임할 때는 누구 와 더불어 가시겠습니까? 하고 묻자, 공자( 孔 子 ) 는 나는 죽어도 포호빙하 ( 咆 虎 馮 河 ) 하는 자와는 더불어 같이 행하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論 語, 述 而. - 207 -
大 韓 政 治 學 會 報 ( 第 24輯 2 號 ) 아니라 옳은 일, 즉 정의를 위하여 자신의 생명도 바칠 수 있는 희생적 용기인 것이다. 화랑 세속오계의 임전무퇴 정신은 화랑들의 자발적 의지가 원동력이 된다. 싸울 의지 가 없거나 군법( 軍 法 ) 과 같은 강제성 때문에 마지못해 싸우는 자가 전장에서 용맹스럽게 싸울 수 없다. 자발적 의지는 행위자 스스로가 선택한 동기를 통해 형성된다. 일찍이 귀 산과 추항이 원광법사를 찾아간 배경에서도 주목할 부분은 자발적 동기 이다. 귀산과 추 항의 자발적이고 결연한 의지는 임신서기석 ( 壬 申 誓 記 石 ) 에 나타난 맹서( 盟 誓 ) 에서 잘 나 타나 있다. 임신년 ( 壬 申 年 ) 6월 16 일에 두 사람이 함께 맹서하여 기록한다. 하늘 앞에 맹서한다. 지금으로부터 삼년 이후에 충도( 忠 道 ) 를 집지( 執 持 ) 하고 과실이 없기를 맹서한다. 만약 이 맹서를 잃으면 하늘로부터 큰 죄를 얻을 것을 맹서한다. 만약 나라가 불안하고, 세상 이 크게 어지러워지면 모름지기 충도를 행할 것을 받아들임을 맹서한다. 43) 임전무퇴의 용기는 정의( 正 義 ) 의 덕목과 짝을 한다. 맹자는 삶과 죽음의 선택 기준을 살고자하는 것도 나의 욕망이며 의로운 것을 하고자 하는 것도 나의 욕망이지만 두 가 지 일을 다하지 못하고 한 가지 밖에 할 수 없을 때는 삶을 버리고 의를 택하겠다. 고 하 며 의( 義 ) 의 가치를 단적으로 존중했다. 세속오계의 임전무퇴 ( 臨 戰 無 退 ) 가 단지 무용( 武 勇 ) 을 대표하는 계율처럼 여겨지지만 그 안에는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임무를 완수 하고 야 말겠다는 자발적으로 선택한 결연한 의지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화랑에게 있어서 명예란 불의나 부정과 타협하지 않고 이름을 더럽히는 것을 죽음보다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오늘날에도 용기와 정의감으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일이야 말로 전사( 戰 士 ) 들에게 명예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구의 기사도 ( 騎 士 道 ) 의 전통에서도 명 예란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지식과 옳은 것을 단호히 지키려는 용기를 지닌 사람에게 적 용된다. 고 강조되고 있다. 직업적 명예는 자기 분야의 탁월성을 의미하는데, 현대의 기 사와 같은 리더들에게도 탁월성은 용기와 정의감, 그리고 책임감이기 때문이다. 세속오계의 마지막 계율인 살생유택 ( 殺 生 有 擇 ) 은 산 것을 죽임에는 가림이 있다. 는 계율로 가장 불교적인 규범적 가치를 함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계율을 불교의 관점에서 설명하게 되면 아무래도 자비( 慈 悲 ) 정신의 반영이 내포되어 있기에 살( 殺 ) 보다는 생( 生 ) 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된다. 살생유택의 계율을 이해 못한 귀산의 질문에 육재일 ( 六 齋 日 ) 과 봄 여름철에는 살생치 아니한다는 것이니, 이것은 때를 택하라는 것이다. 또 부리 는 가축을 죽이지 않는 것이니 말 소 닭 개와 같은 류( 類 ) 를 말하는 것이며 작은 물건을 43) 壬 申 年 六 月 十 六 日 二 人 幷 誓 記 天 前 誓 今 自 三 年 以 後 忠 道 執 持 過 失 无 誓 若 此 事 失 天 大 罪 得 誓 若 國 不 安 大 亂 世 可 容 行 誓 之. - 208 -
화랑 세속오계의 현대적 리더십 반영에 관한 일고 ( 원홍규 김진만 ) 죽이지 않는 것이니, 고기가 한 점도 되지 못하는 것을 말함이다. 이것은 물건을 택하라 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오직 그 소용되는 것으로 많이 죽이지 아니할 것이니, 이것이 가 히 세속의 선계( 善 計 ) 라고 할 것이다. 라고 한 원광의 대답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계율의 현대적 변용은 다분히 정의( 正 義 ) 의 구현과 관련되어야 한다. 정의( 正 義 ) 와 관련된 관념은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정치사 회를 윤리공동체로 규정한 아리스토텔레스도 전투란 자연적 취득 방법이라고 선언하고 선천적으로 피지배 하의 운명에 있으나 복종하지 않는 자들, 즉 야만인들에 대한 전쟁을 사냥에 비유하면서 이러한 전쟁은 본래 정당한 것이라고 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 어서 응보적 정의(retributive justice) 는 어떤 벌이 공정하고 정의로운가의 정도와 관련된 다. 44) 맹자( 孟 子 ) 의 사단칠정론 ( 四 端 七 情 論 ) 에 따르면 사단( 四 端 ) 은 선천적인 도덕적 능력을 말한다. 측은지심 ( 惻 隱 之 心 ) 은 남을 불쌍히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이고, 수오지심 ( 羞 惡 之 心 ) 은 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며, 사양지 심( 辭 讓 之 心 ) 은 겸손하여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시비지심 ( 是 非 之 心 ) 은 잘잘 못을 분별하여 가리는 마음이다. 45) 살생유택 ( 殺 生 有 擇 ) 의 계율은 불가의 자비( 慈 悲 ) 의 마 음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면 인애의 발단인 측은지심 ( 惻 隱 之 心 ) 에 연결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만, 정의( 正 義 ) 의 가치로 해석하게 되면 맹자가 말하는 수오지심 ( 羞 惡 之 心 ) 과 시비지심 ( 是 非 之 心 ) 의 의미가 가미됨으로써 공정한 질서의 구현을 위한 가치 규범으로 확장될 수 있다. 특히 옳고 그름을 구분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정신은 전통적인 선비정신이 추구했던 이상이기도 하다. 죽일 것과 살릴 것, 죽이기 위해 혹은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쳐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지 혜와 판단력에는 정의라는 가치가 함께 하지 않을 수 없다. 살생유택은 또한 사양지심 ( 辭 讓 之 心 ) 과 연결되어 청렴( 淸 廉 ) 과 검소( 儉 素 ) 의 가치에 연 결될 수 있다. 원광이 제시한 살생유택은 자비의 정신과 더불어 무욕( 無 慾 ) 과 절제의 덕 을 추구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계율은 인간이 욕정과 욕망을 끝없이 추 구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인간 스스로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사( 李 斯 ), 한비자 ( 韓 非 子 ) 에 이르기까지 순자( 荀 子 ) 와 그의 계보를 잇는 학자들은 일찍이 무제 한적인 욕구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 존재의 본성을 갈파하였기에, 역설적으로 청빈( 淸 貧 ) 44) The Ethics Center of SCU, Thinking Ethically: A Framework for Moral Decision Making, pp.2-3., 최문기, 윤리학과 도덕교육 관계, pp.458-459. 에서 재인용, 45) 惻 隱 之 心 仁 之 端 羞 惡 之 心 義 之 端 辭 讓 之 心 禮 之 端 是 非 之 心 智 之 端 - 孟 子, 公 孫 丑. - 209 -
大 韓 政 治 學 會 報 ( 第 24輯 2 號 ) 한 삶을 명예롭게 여기며 검약과 절제를 미덕으로 삼으려는 생활태도가 존중받게 된 것 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의 선비들은 욕심이 지나쳐 염치( 廉 恥 ) 없는 놈 을 최악의 욕으 로 여겼고 염치를 알고 예의를 지키는 것을 인간의 기본 덕목으로 여겼던 것이다. 이는 옳고 그름을 따져 나아가야 할 것과 멈춰야 할 것을 알고 자신의 의지로 옳음을 선택해 야 함을 의미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리더에게 철저한 자기 관리는 기본적인 생활 태도이다. 리더에게 자 기 관리의 요체( 要 諦 ) 는 사욕( 私 慾 ) 에 대한 절제력이며, 자신의 언행( 言 行 ) 에 대한 통제력 이다. 세속오계의 살생유택이 오늘날 시사하는 바는 단지 생명체에 대한 무모한 살상 금 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정의감, 청렴과 검소, 그리고 겸허( 謙 虛 ) 등의 덕목이 내포되어 있는 계율이며, 따라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조직이나 공동체를 이끌어 갈 리더에게는 반드시 요구되는 덕목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 표> 현대적 리더십에의 반영 계율 핵심 내용 기본가치 현대적 가치 리더십 적용 사군이충 ( 事 君 以 忠 ) 사친이효 ( 事 親 以 孝 ) 교우이신 ( 交 友 以 信 ) 임전무퇴 ( 臨 戰 無 退 ) 살생유택 ( 殺 生 有 擇 ) 임금에게 충성 부모에게 효도 신의로 친구 교제 전투에 물러나지 않음 살생을 가려서 해야함 충성 ( 군주) 효도 신의 용기 자비 충성 ( 국가, 국민, 조직, 상급자, 충성의 대상 다양화 동료, 부하 등) 효, 우애, 공동체 의식 ( 겸애, 박애) 신뢰, 정직, 성실, 언행일치 용기, 정의, 책임, 명예, 창의 존중, 정의, 청렴, 검소, 겸허 타인에 대한 인식과 의리정신 리더십 함양을 위한 수행( 신독) 리더의 사생관 리더의 생활태도 화랑의 세속오계는 최초 그것이 제시된 신라 시대에는 단순히 화랑들의 행동을 제약하 는 규율을 벗어나 화랑들의 지도자적 자질을 형성시키는 가치관과 덕목 교육의 기본 지 침이었다. 그리고 오계에 내포된 윤리적 가치와 덕목들은 오늘날에도 리더의 가치와 덕 목으로 손색이 없으며, 나아가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인성( 人 性 ) 의 모범을 제시해주고 있 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을 고대사회에 존재했던 한낱 시대적 유물로만 여겨서 는 안 되며, 우리의 정신문화 유산으로 그것을 소중히 보존할 뿐만 아니라 보다 적극적 - 210 -
화랑 세속오계의 현대적 리더십 반영에 관한 일고 ( 원홍규 김진만 ) 이고 전향적인 해석을 통해 현대적인 리더십 함양에 응용하여 보다 발전시켜 나갈 필요 도 있다. V. 결 론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를 이끌어 오면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규범체계 가 운데 화랑의 세속오계만큼 유불선 사상이 응축되어 있는 규범체계도 드물다. 원광법사가 전수하였기에 불교 사상과 문화의 영향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살펴본 바와 같이 사실상 그 구조상의 핵심적인 내용들은 유교와 도교의 영향도 적지 않 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화랑정신은 유 불 선과 우리 고유의 전래 사상이 융합되어 나 타난 산물이다. 화랑도는 신라가 부족국가에서 고대국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청소년을 중심으로 하는 정신문화 운동의 성격에서 출발하였으며, 세속오계 또한 그러한 국가적 요청에 의한 규 범적 윤리였다. 모름지기 철학이나 사상은 시공( 時 空 ) 의 제약을 초월한 것이기에 삼국시 대의 그것이 오늘날 맞지 않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 사회 문화적 조건이 다 른 것은 분명하므로 시대와 상황에 맞는 변용은 분명히 필요하기 때문에 본고에서는 새 로운 분석과 해석을 제시했던 것이다. 본고는 화랑정신을 현상학적인 관점에서 내재된 본질적 의의를 분석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적어도 현대사회의 문화와 가치에 부합되도록 세속오계가 품고 있는 가치를 현대 사회의 리더십에 접목하려고 시도 하였다. 세속오계의 첫 번째 계율인 사군이충을 통해 리더는 진정한 의미의 충성의 개념을 이 해하고 충성의 위계(hierarchy of loyalties) 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사친이효를 통해서는 존중이라는 덕목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책임의식과 유가의 의리( 義 理 ) 정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화랑도 세속오계의 계율 가운데에는 임전무퇴와 교우이신, 그리고 살생유 택의 계율은 각각 리더의 인격 수양 방법과 사생관, 그리고 생활태도에 대해 시사해주고 있다. 교우이신에는 신의, 정직, 성실 등의 덕목이 포함되어 있다. 임전무퇴의 계율에 함 축되어 있는 덕목은 무엇보다도 용기와 정의, 책임, 그리고 명예도 이 계율과 연관된다. 살생유택은 존중, 정의, 청렴, 검소, 그리고 겸허와 관련된다. 올바른 사생관 ( 死 生 觀 ) 확립은 군 리더로 하여금 참된 자아를 발견하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고 명예로운 삶을 선택하게 해준다. 사생관은 죽음에 대한 관념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살려는 생명 - 211 -
大 韓 政 治 學 會 報 ( 第 24輯 2 號 ) 관이기도 하다. 살생유택의 계율이 죽이기보다는 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것은 존중의 덕목을 이행하는 것이다. 존중이란 사람의 명예를 귀하게 여기고 그들의 권리를 소중히 대하는 태도로 타인을 존중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존중도 포함되며 이를 통해 타인을 배려하게 된다. 존중의 가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 가운데 최고의 원리인 인간 존엄의 원리에 근거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요컨대 현대 사회의 리더는 화랑정신의 세속 오계를 현대적으로 이해하고 체득함으로써 리더가 갖추어야할 가치관의 내면화를 더욱 용이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詩 經, 論 語, 孟 子, 墨 子, 莊 子, 老 子 金 鐵 埈 崔 柄 憲 編 著, 史 料 로 본 韓 國 文 化 史 - 古 代 篇, 서울; 일지사, 1989 김성규, 새천년 청년정신 정립을 위한 화랑세속오계의 현대적 해석, 화랑세속오계의 현대적 해석 제 회 운문사 원광화랑연구소 학술세미나, 운문사 원광화랑연구소, 2014. 김진만, 군대와 윤리, 서울: 양서각, 2013. 김호귀, 신라 충의 관념의 형성과 불교의 세속오계, 대각사상 제17 집, 대각사상연구원, 2012. 박홍식, 화랑 귀산 추항이 원광법사를 찾은 까닭은, 원광법사와 화랑정신, 새천년 청년정신을 꿈꾼다, 운문사 원광화랑연구소 개소기념 학술대회, 운문사 원광화랑연구소, 2013. 서경수, 불교문화가 한국인의 윤리에 미친 영향, 한국사상논총 1,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 양근석, 화랑도의 윤리사상, 국민윤리연구, 제50 호, 한국국민윤리학회, 2002. 오완석, 공감의 도덕교육적 함의, 한국도덕윤리과교육학회 편, 도덕윤리과교육 제9 호.1998 윤영돈, 군인의 윤리와 가치관, 지역사회연구 제13 집, 2008. 이기동, 신라 골품제 사회와 화랑도 -그 수련법에 대하여 -, 원광법사와 화랑정신, 새천년 청년정신 을 꿈꾼다, 운문사 원광화랑연구소 개소기념 학술대회, 운문사 원광화랑연구소, 2013. 이기백, 원광과 그의 사상, 신라사상사연구, 서울: 일조각, 1986. 李 錫 潤 譯, I. Kant, 判 斷 力 批 判, 서울: 博 英 社, 1974. 이완재, 화랑도의 현대적 구현, 원광법사와 화랑정신, 새천년 청년정신을 꿈꾼다, 운문사 원광화랑연 구소 개소기념 학술대회, 운문사 원광화랑연구소, 2013. 임승택, 초기 불교에 비추어 본 세속오계의 배경과 근거, 화랑세속오계의 현대적 해석, 운문사 원광 화랑연구소 학술세미나, 운문사 원광화랑연구소, 2014. 정세구 역, 리코나, 자녀와 학생들을 올바르게 기르기 위한 도덕교육, 서울: 교육과학사, 1995. 제임스 레이첼즈, 도덕철학, 김기순 역, 서울: 서광사, 1989. 인터넷 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http://terms.naver.com/entry.nhn? docid, 2014.4.17, 21. - 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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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 韓 政 治 學 會 報 ( 第 24輯 2 號 ) Abstract A Study on Five Commandments of Hwarang Applied to Modern Leadership Won, Hong-gyu Kim, Jin-man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combine the values and the leadership of a leader with the spirit of a young men s association called the Group of Hwarang. This young men s association is originated from the age set in ancient society. The young man who could be picked out as a leader of the group was a youngster out of the aristocrat in Silla society. Those who belonged to the group of warriors were used to train the mind and the body making a pilgrimage to the country. They are not practicing asceticism in the mountains but enjoying the view with putting their efforts into a field of study such as Confucianism, Buddhism and Taoism, and cultivating their character. They conducted military drill as well practicing their martial arts. At that time, a martial art was practiced by elite noblemen who belonged to Hwarangdo. To find the way fostering the leadership of modern society, this study attempted to combine the code of Silla chivalry Hwarangdo with modern values by analyzing Confucianism, Buddhism and Taoism. Because the code had been formed being influenced by the ideologies. Due to the fact that the group of Hwarang means the group of warriors to protect their country from the invasion of other countries, the five commandments used to be called the five warrior's ethos. These precepts were explained as follows. First, serve your duke with loyalty. Second, serve your parents with filial piety. Third, treat your comrades with good faith. Fourth, do not retreat in the face of battle. Fifth, be selective when taking life. The five precepts were composed of not merely the highest values derived from Confucianism but also the virtues Buddha taught. A precept of Hwarangdo was a general rule that helps a youngster as Hwarang to decide how he should behave in particular circumstances. This study also tries to construct an unified moral principles by fusing five precepts of this earthly life called secular society, which was made by Buddhist monk Won Kwang, into ethical value - 214 -
화랑 세속오계의 현대적 리더십 반영에 관한 일고 ( 원홍규 김진만 ) system to cultivate a leader s ability in military. Key Words : morality, value, virtue, loyalty, duty 46) 논문투고일 : 2016 년 3월 30 일 / 논문심사완료일 : 2016 년 5월 9 일 / 게재확정일 : 2016 년 5월 9일 - 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