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습기 살균제의 비극 - 법적 분석 Krishnendu Mukherjee 번역: 이 영 주*1) Ⅰ. 서문 Ⅱ. 가습기 살균제 사건 문제 Ⅲ. 2002년 제조물책임법 Ⅳ. 영국법원에 소 제기 Ⅴ. 모회사의 책임 문제 Ⅵ. 영국법원에 소 제기의 장점 Ⅶ. 결론 Ⅰ. 서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영국에서의 소제기 가능성에 대한 원고를 받았다. 영국의 고등법원에 제소되는 모든 사건은 실질적인 법률 문제는 영국 법이 아닌 한국 법 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한국에서 논의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문제에 집중하기로 한다. 영국의 법은 절차적인 문제에 한정되어 적용될 것이다. 더 나아가 언론과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동 이슈를 강조하여 자세한 설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유엔인권위원회 또는 OECD 메커니즘을 통해 항의하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다. DOI: 10.18215/envlp.16..201602.71 * 한국환경산업협회 선임연구원
72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Ⅱ. 가습기 살균제 사건 문제 한국은 추운 겨울 대기가 건조하다. 이에 사람들은 1994년부터 가습기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였고, 2000년대 초부터는 그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가습기 의 물에 첨가하는 살균제인 가습기 살균제를 만드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 유일할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인구의 18% 이상 즉 약 400만명 이상이 최소 한 번 이상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또한 1994년 이후 가습기 살균제를 누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인구는 8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2000년대 초 이후 임신부와 유아 중 특정되지 않은 호흡기 문제가 널리 확산된 다는 사례들이 등장한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임산부들 가운데 바이러 스성 폐질환이 발견되었다는 미확인 보고들이 나왔다. 보건복지부 산하의 안전성평가연구소는 동물 호흡기 실험을 통한 역학조사를 실 시하였고, 한국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11월 11일 6개사의 가습기살균제에 대해 수 거명령을 내렸다. 수거명령의 제품안전법 상의 1) 제품의 위험이 확인된 때 2)제품 수거에 대한 권고가 지켜지지 않은 때 3)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야기할 수 있는 위 험(사망, 부상 혹은 4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질병)이 밝혀진 때의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다. 동물실험 결과 여러 가지 제품 중 특히 옥시 싹싹의 뉴 가습기당번(이하 옥시) 과 세퓨 가습기 살균제(이하 세퓨) 두 제품과 관련하여 비정상적인 조직검사 결과 가 나왔고, 이는 해당 제품들이 독성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위의 법규상 수거명령 기준 중 최소 한 가지 이상을 충족시킨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제품들은 수거되기 전에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시장에서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조치에 동의하는 전문가들은 결과에 대한 검토를 실시했고, 이후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손상이 발생한 전체의 규모 및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나라 전체에 걸친 조 사가 시작되었다. 2011년 진행되었던 안전성평가연구소의 연구 이후 동 주제에 대한 수 많은 연구 들이 있어왔다. 2015년 5월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가습기 살
한국 가습기 살균제의 비극 - 법적 분석 _ 번역: 이영주 73 균제로 인한 폐손상과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6편 이상의 연구논문들을 언급한 바 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이 주제에 대해 발표된 연구논문의 수는 30편 가까이 된다. 가습기살균제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의 원인을 보다 자세히 조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3년에는 가습기살균제의 독성 관련 증거를 조사하고 가습기살균 제에 의한 폐손상 사례를 공식적으로 진단하는 임무를 맡은 가습기살균제폐손상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동 위원회는 의사, 독성학자, 환경학자들로 구성된 보건복지부의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구성되었다.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폐손상의 가능성이 있는 사례들을 검토하 면서 위원회는 이전의 진료기록들, 새로운 검진결과들, 환경평가자료들을 함께 수 집한 후 진단 기준에 따라 검토하였다. 이 검토 과정에서 방사선학, 병리학, 임상 분야를 포함하는 건강평가 와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 및 노출에 대한 환경평가 는 각각 독립적으로 실시되었고, 이후에 전염병학자들은 그 결과를 요약 및 분석하여 전반적인 타당성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검토는 원칙적으로 관련 분야에서 깊은 지 식과 경험을 지닌 3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독립적으로 진행하였다.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으로 인한 손해의 인과관계는 확실함 가능성 높음 가능성 있음 가능하지 않음 의 네 가지 확률로 구분하였고 마지막 다섯 번째 분류는 판 정불가 항목이었다. 2014년 3월 위원회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폐손상 환자가 있음 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였다. 이듬 해 환경부는 두 번째 정부조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는 2015년 4월에 발표되었는데 가습기 살균제 관련 폐손상 환자의 수는 더 증 가했음을 보였다. 내년에는 3차 정부조사가 계획되어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두 정 부조사결과로부터 위원회는 103명의 사망자를 포함한 282명의 사상자가 가습기살 균제의 사용으로 인하여 확실히 가능성 높게 가능성 있게 발생했음을 확인한 것 이다. 많은 수의 부상자들이 옥시와 세퓨를 사용했고, 실질적으로 모든 피해자들이 한 가지 이상의 살균제를 이용하였다. 그렇다면 그렇게 위험한 제품들이 장기간 이용시 건강상 위험하다는 점에 대한 강조 없이 한국의 국민들에게 공급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가? 2011년 11월 11일의 수거명령은 시장으로부터 수거된 6개의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두 개의 화학물질에 집중한다.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HGP)은 옥시를 포함한 4개의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동 원료는 한빛화학( 한빛 )에
74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서 제조되고, 이후 옥시 레킷 벤키저 코리아(RB 코리아)가 혼합하여 판매한 것이 다. RB 코리아는 2001년 설립된 레킷 벤키저 PLC가 전액 출자한 자회사이다. 수 거명령이 내려지기 전에 이 4개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동물실험 증거들은 없었 지만,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HGP)에 장기간 노출시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악영 향의 가능성은 2002년에 알려진 바 있다. SK 그룹 산하의 SK 케미칼 주식회사는 1969년에 설립된 대한민국의 화학회사 이며, 수지에 마이크로박테리아 약제를 첨가하여 2000년 특허를 받은 이후로 폴리 헥사메틸렌 구아니딘(PHGP)를 생산하고 있다. 2002년 2월 12일 발간된 물질안전 보건자료 SKYBIO 1100에 다음과 같이 명확히 기술되어 있다. 장기간 노출의 영향 이 물질을 피부, 눈의 자극, 화상을 심하게 일으키고 직접적인 혹은 장기적 인 노출이 지속되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가할 수 있다. 이 제품의 연무를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고, 반복적으로 또는 지속적으로 접촉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호흡기 보호 먼지 마스크나 호흡기 보호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이 제품과 관련된 작업을 하는 것은 안전하다. 그러나, 먼지가 많거나 차단된 공간에서 이 제품을 사용 하는 경우 마스크 혹은 호흡기 보호구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책임과 관련된 경고 위의 정보는 정확하며 현재 알 수 있는 최선의 정보라 생각된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정보과 관련하여 보증을 하는 것은 아니며 정보 를 통해 초래되는 결과에 대해 책임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사용자는 반드 시 정보가 그들의 사용목적에 적합한지를 결정하기 전에 스스로 조사를 수행 해야 한다. 이와 같은 피해의 가능성에 대해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어떠한 청구, 손실, 혹은 제 3자에 의한 피해나 이득의 손실, 또는 특별한, 간접적인, 부수적인, 간접적인, 징벌적인 손해배상에 대해 우리는 책임을 지 지 않는다.
한국 가습기 살균제의 비극 - 법적 분석 _ 번역: 이영주 75 2003년 3월 호주의 국가산업물질 신고 및 평가제도청에서 발간한 폴리헥사메틸 렌구아니딘 인산염(PHGP)에 대한 최종 보고서에서 급성경구독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약간의 체중 감소, 모든 쥐에서 털이 곤두 섬, 등을 구부린 자세, 뒤뚱거 림 또는 불안정한 걸음, 무기력, 호흡 곤란, 눈꺼풀이 일부 감김, 말단부 창백 함, 타액 분비 증가, 발끝으로 걸음, 말단부가 푸르스름해지며 탈진함 2003년 10월 3일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인산염(PHGP)의 제품 자료 기록에 도 흡입을 삼가하라는 유사한 문구가 있다. 위와 같은 증거들이 제시하는 바는 최초로 생산하고, 수지에 마이크로박테리아 약제를 첨가하여 2000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인산염(PHGP)에 대한 특허를 받 은 SK 화학주식회사가 사용자들에게 동 물질을 흡입하는 경우 매우 독성이 있다 는 점 그리고 장기간 이용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렸 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밀폐된 공산에서 그러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다. 책임과 관련된 경고에서는 책임이 배 제됨을 넓게 명시하고는 있지만, 제품이 사용자의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결정하기 이전에 사용자는 스스로 조사를 수행해야 함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가습기 살균제에서 살균제의 제조 및 사용이 포함되는 듯하다. 한빛화학을 포함한 다른 회사들이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인산염(PHGP)의 생 산을 어떻게 시작하였고, 어떤 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는지, 그 독성에 대해 알 고 있었던 점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수지에 마이크로 박테리아 약제를 첨가되어 특허를 얻은 화학물질이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로 사용되 어 한국 시장에서 많이 판매되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처참할 정도로 명 확한 것은 그 화학물질을 물에 첨가하는 것, 증발시키는 것, 그리고 흡입시 독성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는 것이 상당히 부적절했다는 점이다. 2008년 1월 1일 효력을 발생한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사람 또는 재산에 위해 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결함있는 제품의 책임있는 당사자는 그러한 위험을 고지 해야할 의무가 있다. 결함있는 제품 이란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수준의
76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안정성을 결여한 제품으로 정의된다. 사람 또는 재산에 위해를 야기할 수 있는 제 품에 관해 고지할 의무는 매우 중요한 의무인데, 이는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 (PHGP)의 독성에 관한 정보가 공급망을 따라 전달되어 최종 소비자들에게 알려졌 었어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RB 코리아는 옥시를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옥시에는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사용하면 특히 호흡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폴리 헥사메틸렌 구아니딘(PHGP)이 포함되었음을 알리지 않은 잘못이 있다. 실제로 RB 코리아는 소비자에게 그러한 위험을 알리지 않은 것 뿐만 아니라 옥시 제품을 안 전한 것으로 표시했다. 대법원은 RB 코리아의 항소에 대하여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였다. RB 코리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인산염(PHGP)을 사 용한 다른 가습기 살균제 공급업자들에게도 의심의 여지없이 적용되지만,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전혀 위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기업들은 특히 다국적 기업들 은 자신의 작위 또는 부작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본고는 이제 이러한 제품 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책임을 둘러싼 문제를 검토할 것이다. Ⅲ. 2002년 제조물책임법 2002년 제조물책임법은 현재 한국에서 결함이 있는 제품에 대한 책임을 규율하 고 있는 제품의 책임에 관한 법령이다. 동 법령은 2000년 1월 2일 공포되고 2002 년 7월 1일 시행되었는데 명시적으로 동 법 시행 후 제조업자가 최초로 공급한 제 조물부터 적용한다는 불소급 규정을 두고 있다.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기 이전 제 품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소송은 과실을 요건으로 포함하는 민법상 불법행위원칙에 기초했다. 대부분의 가습기 살균제가 2002년 이후에 구입 및 사용 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준거법은 제조물책임법이 될 것이다.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결함있는 제품 이란 일반적인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기 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된 제품 으로 정의된다. 동 법에서는 결함 을 제조상
한국 가습기 살균제의 비극 - 법적 분석 _ 번역: 이영주 77 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제조상의 결함 은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되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 한다. 설계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하지 않아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표시상의 결함은 제조업자가 제품의 잘못된 사용이나 제품의 사용에 있어 위험을 경고하는데 적합하지 않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표시나 설명이 발견된 경우를 말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의 제품 용기의 표시가 허위표시 라고 결정 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법원은 적어도 표시상의 결함이 있다고 결정할 것 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HGP)이 잘못 사용된 사실에 기초하여 설계상의 결함이 인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제조물책임법은 결함 있는 제품이 야기한 손해에 대해 생산과정에 참여한 모든 당사자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금전적인 보상이 보장되도록 하 고 있다. 제조물책임 소송에서 피고가 될 가능성이 있는 자들은 제조업자뿐만 아 니라 판매자, 수입업자, 유통업자, 그리고 서비스 제공자도 해당되는 것이다. 흥미 로운 것은 제조물에 성명, 상호, 상표 기타 식별가능한 기호 등을 사용한 자가 포 함된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제품에 자신의 상표가 부착된 기업도 동 법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가습기 살균제의 최종 공급자가 최종 제품을 제조 함에 있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문제되지 않으며, 제품에 그 성명이나 상호가 부 착되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즉 RB코리아와 세퓨와 같은 회사들은 위해 화학물을 직접 제조하지 않았어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논의한 것처럼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최소 한 가지 이상의 가습기 살균제 를 사용했는데, 그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실제 유해화학물질은 다수의 화학 회 사들이 만든 것이다. 그런데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둘 이상의 당사자가 특정 제 품이 야기한 동일 손해에 대해 책임이 있는 경우, 모든 당사자가 공동으로 보상책 임을 질 수 있다. 이는 해당 제품의 제조 및 공급에 관여하는 모든 당사자들이 개 별적으로 그리고 공동으로 법적인 책임이 있으며 따라서 원고는 모든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또는 특정 당사자를 대상으로 자신이 입은 손해에 대한 완전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분명한 것은 특별한 장애 사유가 없다면 소를 제기할 때 하나의 특정 피고를 대상으로 하고, 판결 이후 그 피고가 다른 불법행위자들에
78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 쉬운 소송이 될 것이다. 한빛이 폴리헥사메틸렌 구 아니딘(PHGP)을 생산하였고, 이를 RB 코리아가 혼합제조하여 공급한 상황에 이를 적용해 보면, 원고는 한빛 또는 RB 코리아에게 또는 둘 모두에게 완전한 보상을 요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제품이 사용된 경우라 어떤 제품이 어느 정도의 손해를 입혔는지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다수의 기업 중 하나의 특정 기업을 피고로 하여 손해에 대한 완전한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제조업자는 결함 있는 제품이 야기한 손해에 대해 엄격 한 책임이 있다. 이는 제품의 결함과 관련한 소송에서 제조업자의 잘못 또는 과실 이 추정됨을 의미한다. 한국 법원이 최근 특정한 상황에서 제조물책임법을 적용함 에 있어 인과관계에 관한 원고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고려된 다. 이번 사건에서도 인과관계의 문제가 논의되는데 제조업자 또는 공급업자가 자 신의 가습기 살균제가 손해를 야기하지 않았음 을 입증해야 한다. 현재 한국 법원 에 200건이 넘는 소송이 접수되었고 인과관계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조 업자들과 공급업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품에 경고 문구가 부착되었어야 했다 는 결정, 개별 사례에서의 피해 원인을 조사한 두 건의 정부조사결과, 그리고 가습 기살균제의 사용과 이로 인한 폐질환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독립적인 연구들을 반박하고 있다. RB 코리아는 법원에서 정부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 이다. 그러나 제조물책임 사례에서 입증책임 문제와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 (PHGP)의 독성에 관한 증거를 고려해 볼 때 그들의 노력이 성공할 것으로 보이지 는 않는다. 제조물책임법 제 4조에서는 제조업자 책임이 면제되는 사유들이 규정되어 있는 데, 한국 소송에서 여기에 있는 어떤 사유도 원용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02년에 해당 원료의 독성에 대한 증거가 있었으며 따라서 그 원료를 가습기 살 균제로 사용하는 것이 적합한지여부에 대한 실험을 수행할 수 있었고 또 수행했어 야 했다는 점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의 과 학 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 고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제조업자가 입증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상당한 주의 를 다했어도 제품의 결함 이 공급 당시에는 발견하기 어려웠음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서 제조업자 는 제품이 시장에 공급한 이후에도 제품의 안정성을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보장하
한국 가습기 살균제의 비극 - 법적 분석 _ 번역: 이영주 79 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사전적인 조치를 취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제조물책임 사건의 사효와 관련하여, 제조물 책임법은 단기 3년과 장기 10년의 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의 청구 권은 피해자 또는 그 법정 대리인이 손해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제조업자가 손 해를 발생시킨 제조물을 공급한 날로부터 10년 중 중 먼저 발생한 건의 기간 이내 에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될 것이다. 공소시효는 소송의 예 비 관문이며 한국 법원에서 접수되었던 어떤 소송에서도 시효가 연장된 적은 없었 다고 이해한다. 단기 시효와 관련하여 피해자들 중 가습기 살균제 관련 폐손상 진 단을 가장 빨리 진단 받은 날짜는 2014년 4월이므로, 시효가 그 시점에 개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 시효과 관련하여 제조물책임법에는 다만 신체에 누적되어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물질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 또는 일정한 잠복기간이 지난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손해에 대하여는 그 손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기산한다 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사망 또는 손해의 진단이 발생한 때 개시될 것인데, 대부분의 경우 2011년 이후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제조업자들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해도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법제에서 손해 의 종류는 보상적 손해와 비보상적 손해가 있다. 그리고 제조물책임법에서 규정하는 보상적 손해에는 인간의 생명, 인적 자산, 그래고 재산 을 포함하는데 이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정신적 고통을 포함하는 것이다. 한 국의 법제에 가중적/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법원은 심각한 신체 손상 혹은 사망의 경우 손해배상액을 상당히 높게 선고할 수 있는 사실상의 재량 을 가지고 있으며,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전체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 할 것이다. 제조물책임법에도 손해액에 대한 상한선은 없다. 한국의 법제에서 한 가지 중요한 불리한 점이 있다면 불법행위소송 또는 제조물 책임소송에서 단체소송/집단소송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같이 다수의 피고를 상대로 다수의 원고들이 소송을 제기할 때 이는 분명히 장애물이라 고 할 수 있다.
80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Ⅳ. 영국법원에 소 제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신체 피해에 대해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지 는 이러한 단점은 단체소송을 허용하는 관할권 하에 있는 외국 기업에 대해 소송 을 제기하는 것으로 일부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외국 기업과 일 정한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외국 기업은 신체 피해를 초래했다고 주장되어 지는 자회사의 모기업이다. 동 사건의 경우 RB PIc은 RB 코리아가 초 래한 신체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가? RB Plc은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영국의 상장기업이다. 2013-2014년 기간 동 안 총 88억의 매출을 달성한 다국적 기업이다. 영국은 단체소송을 허용하고 있으 며, 소송에서의 특히 불법행위에 관한 소송에서 준거법은 문제의 불법행위가 구성 된 국가의 법이므로 동 사건의 경우 한국법이다. 따라서 한국법이 적용되고, 공소 시효도 이에 따른다. 그러나 손해액의 산정은, 만약에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이 2011년 1월 9일 이전에 발생한 것이라면, 한국의 요율이 아닌 영국의 요율에 따 라 산정된다.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RB 코리아가 옥시제품으로 야기된 신체 피해에 관한 불법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적극적인 주장을 할 수 있어 보인다. 동 법에 따르면 제조업자는 신체 피해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지기 때문에 제품이 피해를 야기하 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책임은 기업에게 있다. RB 코리아는 위원회 보고서, 연구 논문들, 인과관계 사례들을 반박하는 자신의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2002 년 이후에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HGP)의 독성에 대한 정보가 있었으므로, 특 히 호흡했을 때의 독성에 관한 정보가 알려져 있었개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그러 한 위험 가능성을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한 충분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뿐만 아니 라 추후의 검사도 실시할 수 있음에도 수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충분한 이유도 없어 보인다.
한국 가습기 살균제의 비극 - 법적 분석 _ 번역: 이영주 81 Ⅴ. 모회사의 책임 문제 RB Plc이 RB 코리아의 작위 또는 부작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지의 문제 또한 한국법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옥시제품에 RB Plc의 마크 가 부착되어 있다는 것으로 RB Plc가 책임을 지게 되는가? 한국법에 따를 때 RB PIc은 기업의 통합된 경영구조에 근거하여 책임을 지게 되는가? 한국법에 따를 때 RB PIc이 RB 코리아를 인수한 전후로 RB 코리아의 운영에 상당한 주의의무를 태 만히 한 경우 RB PIC이 책임을 지게 되는가? 한국법에 따를 때 RB PIc은 자회사 의 지배와 경영에 관한 정책에 기초하여 책임을 갖게 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해서 는 보다 조사가 필요하다. 영국의 Chandler vs Cape PLC (2012) EWCA Civ 525 사건 항소심에서 자회사 의 작위에 대해 모회사가 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 포함될 수 있 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a) 모회사와 자회사의 사업이 관련되거나 동일한 분야이고 (b) 모기업은 특정 산업분야에서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측면에서 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했고, (c) 모기업이 알거나 알아야 했던 자회사의 업무 시스템이 안전하지 않고, (d) 모회사는 자회사 또는 자회사의 직원들은 자신의 직원들을 보호함에 있어 모회사의 많은 정보에 의지한다는 것을 알았거나 예측했었어야 한다. 모회사가 회 사의 건강과 안전 정책에 실제적으로 개입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는 없으 며 법원의 회사 간의 관계를 보다 넓게 바라볼 것이다. 예를 들자면 생산 및 자금 문제에 있어 모회사가 자회사의 거래에 개입한 것만을 보여주면 충분할 것이다. Ⅵ. 영국법원에 소 제기의 장점 모회사에게 자회사의 작위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데 있어 법인격부인 이라는 장애물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영국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몇 가지 절차 상의 이점을 갖고 있다. 단체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변호사 비용은 피고가 패소 할 경우에만 부담된다는 조건약정이 적용된다. 이는 원고가 패소한다면 청구인들은
82 환경법과 정책 제16권(2016.2.28) 변호사 비용은 전혀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신체 피해 소송에 있어 이러한 일방향의 소송비용에 관한 일반 규칙에 따르면 원고 패소 시에 원고는 피고의 비용 역시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신체 피 해와 관련된 제소전 행위규범 으로서 소송 부담이 낮으며, 분쟁을 합의(settle) 할 수 있는 강력한 유인이 있는 것이다. Ⅶ. 결론 RB Plc 이 RB 코리아의 부작위에 대해 법률상 책임을 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 만약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면 영국에서 RB PIc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가습기살균제 사 건의 비극은 부실한 법적 시스템을 가진 외국의 기업을 인수하는 대형 다국적기업 의 기업책임과 관련하여 더 큰 문제를 제기한다. 자금지원, 모기업의 책임과 관련 한 법제 정비 등을 통해 사법정의를 확대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인권 보호의 관점 에서 전 세계의 법제도는 점점 더 글로벌화 되어가는 현실 세계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