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경제 민주화 의 세 가지 도전 2012.9.21 김병권 새사연 부원장 (bkkim21kr@naver.com) 대선 참여 자체 여부가 불확실했던 장외의 안철수 원장이 지난 9월 19일 대 선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비로소 18대 대선구도가 확정적으로 짜여졌다. 21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발표에 의하면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후보의 지 지율은 49.9%로 44.0%의 박근혜 후보를 오차범위를 넘어서 앞서기 시작하 면서 하락하던 지지율을 만회했다. 이로써 향후 5년 동안 나라살림을 누가 책임지게 될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과 함께 가장 논쟁이 되는 지점이 그의 경제 정책 비전과 경제 민주화 의지다. 출마 회견장에서 기자들에게 경제 민주화 설명을 한 부분을 두고 박근혜 후보 선거본부에 몸담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 은 안철수 후보에게 "경제 민주화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이해가 안 된 사람" 이라며 비하하기도 했다. 다른 일부에서는 출마 회견장에 노동자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이른바 모피아 사단 의 대부로 알려진 이헌재 전 장 관이 안철수 후보 캠프에 결합하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물론 안철수 후보의 재벌개혁 방안과 경제 민주화 공약의 세부 내용은 차차 구체화될 것이고 그의 경제 팀도 더 윤곽이 뚜렷해 질 것이다. 이를 감안하 여도 지금 시점에서 드러난 것 기준으로 몇 가지 짚어볼 대목이 있다. 개혁 저항세력에 맞설 결단과 용기가 중요 안철수 후보는 12월 19일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경제 민주 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는 주로 시장에 초점이 맞 춰져 있다. 시장개혁이다. 그리고 또 민주당 쪽에서는 시장개혁도 중요하지 만 근본적인 재벌 지배구조 쪽을 바꿔야 결국은 장기적으로 효과가 영속된 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나의 기본적 원칙은 그렇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근본주의적 접근으로 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점진적으로 바꿔 나 가야 한다. 거기에 따라서 어떤 부분은 민주당과 같은 부분도 있고 어떤 부 분은 민주당보다 더 근본적인 처방을 내가 얘기하는 것도 있다. 1
그런데 경제민주화 논의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을 느낀 건 경제민주화나 복 지도 성장 동력을 가진 상태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둘은 자전거가 바 퀴가 두 개 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쪽 편에서 성장 내지는 일자리 창출되면서 동시에 그 재원이 경제민주화나 복지로 가고 다시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사람들의 혁신적 창의성을 자유롭게 불어 넣어주면서 다시 혁신구조 를 만드는 선순환이 중요하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가 말한 대목 중에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는 주로 시 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 비판한 부분과, 경제민주화나 복지도 성장 동 력을 가진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하는 부분에 대해 김종인 박근혜 캠프 위원 장이 거칠게 비판하여 관심을 모았다. "경제 민주화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이해가 안 된 사람", "경제 민주화가 성장 동력과 상충하는 것처럼 설명하는 데 그 사람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라는 비하발언이 그것이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가 기업인들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경제 민주화에 성장 동력 을 얹어서 말을 했다는 김종인의 지적 자체는 제대로 안철수 후보의 맥 락을 확인해보지 못한 오버다. 안철수 후보는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 에 서 부자국가이어야 복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를 해야 부자 국가가 되며, 복지 안전망이 오히려 위기에서 경제를 구한다 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가 경제 회복과 성장을 추동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분배와 보상을 해줘서 구매력을 키우는 것이 결 국 내수시장 활성화를 가져와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면서 경제 민주화가 진척되면 국민의 소득 증가와 내수확대로 연결되어 성 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 지점은 특히 우리 경 제가 2%대로 주저앉아질 전망이 점점 확실해 지면서 연말 대선의 주요 쟁 점으로 부상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안철수 후보의 경제 민주화에서 아직 확인이 안 된 부분은 김종인이 지적한 부분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지적한 안 후보의 성 공 여부는 재벌의 저항과 관료의 왜곡을 극복하고 일관적인 정책을 시행할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점일 수 있다. 복지나 경제 민주화는 그냥 나라곳간 국민에게 퍼주면 되는 것 아니다. 국민 들 얘기 들어주고 위로해준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국민이 권력을 주었으면 그 권력을 지렛대로 개혁저항세력에 맞서야 한다. 개혁 저항세력은 재벌과 2 2
보수언론, 모피아 관료들, 사법권력 등과 같이 우리 사회에 가장 힘 있는 기 득권 세력들이다. 이들의 저항을 이기고 국민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결기가 있어야 한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 이후 정부에 맞서 한미 FTA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주 저 없이 밝혔던 사례나, 민자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 시도에 단호하게 맞섰 던 경우가 있다. 그리고 주거문제나 등록금 문제 등에 대해서 저항세력의 반 발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관되게 복지 확대의 태도를 관철시키려는 태도는 서울시민들로 하여금 박원순 시장을 신뢰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실제 저항세력에 맞서 개혁을 관철시키기가 가장 어려운 영역이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다. 아직 안철수 후보는 저항세력에 맞서 국민의 뜻을 관철시키 겠다는 의지를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 경제 민주화에 맞는 경제 정책팀이 구성되어야 사실 김종인이 걱정해야 할 것은 다른 후보가 아니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선거본부의 후보인 박근혜 후보다. 김종인 자신의 경제 민주화 구상은 개혁 적일 수 있다. 새누리당 경제 민주화 실천모임이 주도하여 발의한 1,2,3호 개혁 입법안도 평가해줄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박근혜 후보는 5년 전 자 신이 발표한 신자유주의적 줄.푸.세 정책과, 신자유주의를 극복하자는 경제민 주화를 '같은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이해도의 저열함이 심각한 수준이다. 즉, 지금까지 박근혜 후보의 입에서 나온 버전을 기준으로 보면, 박근혜의 경제 민주화 정책은 F학점이고 적성도 소질도 없다고 봐야 한다. 특히 경제 에 대한 식견은 물론 민주주의 소양이 없어서 경제적 약자들에게 권리와 힘을 주는 구상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김종인이라는 특별 과외선생을 붙여 놓았다고 해서 몇 개월 안에 후보 당사자의 인식과 신념이 달라질 것인가. 과외 선생의 지식이 학생의 지식은 아니며, 과외 선생의 실력이 학생의 실력 은 더더욱 아니다. 박근혜 선거본부가 이른바 멘토는 무난하나 당사자가 문제 인데 반해, 안철 수 선거본부는 당사자는 무난하나 멘토가 문제 인 반대의 상황인 것으로 판 단된다.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금융 자유화와 규제완화, 시장화를 주 도해왔던 인물들을 경제참모로 기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안 후보가 정치적 정책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헌재 전 장관 같은 '모피아'에 의존하는 순간 실패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비판했다. 3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안 후보가 이 전 부총리를 붙들고 가는 것은 내가 철이 없어 경제를 모른다 고 공시하는 것과 마찬가지 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 다. 물론 안철수 캠프에는 이헌재 전 부총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그의 역 할이 무엇일지도 뚜렷하지 않아 예단하기에는 섣부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 서 언급한 대로 관료와 재벌 등의 개혁 저항세력을 꺾는 것이 경제 민주화 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분수령이고 진정한 시대교체 를 이룰 유일한 길 이며, 안철수 후보가 말한 시대의 숙제 를 해결하는 방향임을 기억해야 한 다. 새사연도 출판물 리셋 코리아 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두 민주정부 때처 럼 대통령과 청와대 일부 바뀌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재벌 - 관료 - 보수언론의 3각 동맹에 휘말려 새로운 체제의 화두인 최소한의 보편적 복지 국가도 이룰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3중, 4중의 위기가 중첩되는 거대한 전환을 맞고 있으며, 양대 선거는 새로운 사회 경제체제를 선택하는 장이 되 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안철수 후보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시대의 숙 제를 하려고 출마했다면 경제 민주화를 위해 시장주의 신봉자를 경제팀에 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디지털 벤처 혁신 마인드와 사회적 경제의 마인드 안철수 후보는 그 자신이 벤처기업가이며 스스로 디지털 마인드와 혁신을 강조해왔다. 경제 민주화와 일자리 창출의 아이디어들도 적지 않게 여기서 나온다. 그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현재 많은 분들의 열망이 21세 기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것 정치개혁, 혁신 경제 그리고 디지털 마인드와 수평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지점은 여타 후보들에게 없는 안철수 후보의 장점이자 젊은 세대들과의 소통을 확장시켜주는 매개이기도 하다. 긍정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벤처적 혁신의 개념만으로 우리경제의 양극화를 해결하고 불 평등을 완화할 수는 없다. 오히려 김대중, 노무현 정권시절에도 적지 않게 벤처기업 육성과 혁신형 중소기업을 강조했지만 양극화 해소나 불평등 완화 에 기대한 것만큼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4 4
벤처와 혁신의 모범인 지금의 미국과 캘리포니아 주를 보아도 그렇다. 미국 은 애플과 구글이라는 거대 혁신기업을 주축으로 하여 여전히 최고 정점을 달리는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고 있지만, 이것이 미국을 경제위기에서 탈출시 키거나 특히 미국 실업률을 낮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지금도 경제위 기로 인해 세 번째 양적완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실업률이 8% 밑으로 떨 어지지 않아 대선 쟁점이 온통 실업문제가 될 정도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 극복과 실업 해소 등의 대안으로 오히 려 최근에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 협동조합이나 지역공동체, 사회적 기업 등으로 통칭되는 사회적 경제 영역을 확대시키고 사회적 자본을 늘리는 것 이다. 이미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주도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매우 공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지자체 수준이 라고 외면하지 말고 참조해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새사연은 승자독식의 경쟁 사회를 넘어 신뢰와 협동 의 가치를 중심으로 시 장경제와 공공경제, 그리고 사회적 경제가 공존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대 안으로 제안한 바가 있다.(새사연, 리셋 코리아 74~96쪽) 안철수 후보는 디지털 벤처 마인드라는 자신의 자산에 갇히지 말고, 신뢰와 협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경제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흡수하여 경제 민주화의 내 용을 풍부히 만들 필요가 절실하다.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시대의 숙제는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진심 을 가지고 국민에 의지한다면 소명을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