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BUSAN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 BUSAN FILM COMMISSION MAGAZINE 2013. 2+3 Vol. 04
Contents 04 19 24 32 40 44 48 50 56 58 59 60 68 70 72 74
Editorial 19 04 50 32
1 8 t h B u s a n I n t e r n a t i o n a l F i l m F e s t i v a l
1 2 2 0 1 3 N E W T O P I C 7
1 8 t h B u s a n I n t e r n a t i o n a l F i l m F e s t i v a l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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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ommentary 19
Photo Commentary Prologue Pictur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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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 Pick Out Most popular spot in 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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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 Pick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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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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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Story 41
Space Story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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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nce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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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O T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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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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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2 김영진의 주장과논평 영화제 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제 에 보내는 청 어쩌다 보니 이 귀한 지면을 맡아 글을 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 치는 외국어 실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좋은 대학을 나오고 유학파도 아 전주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직을 제안받고 덜컥 수락해버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영화적 지력도 뛰어난 편이다. 그런 그들이 다. 첫 칼럼 내용이 부산국제영화제를 향한 쓴소리 였는데 이게 필자 영화가 좋아 영화제에서 일하면서 보수는 대개 섭섭할 만큼 받는다. 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니 다 자업자득이다. 지금부터는 논평자에 영화제 인적 구성에서 비교적 높은 위치에서 일하게 된 필자 같은 사 서 당사자로 입장이 바뀌었기 때문에 더 이상 왈가왈부 칼럼을 쓰는 람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되어 이 칼럼을 끝으로 필자가 퇴장하게 된 점 독자 여러분께 미리 양해 부탁드린다. 영화제의 모범이 되는 부산국제영화제 왜 상황이 이런 가 따져봤다니 모든 게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이라 전주국제영화제 업무를 보면서 필자가 가장 놀란 것은 밖에서 생각 고 한다.(관계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부산국제영화제 하던 것보다 영화제 스태프들의 근무여건이 훨씬 열악하다는 점이었 는 김동호 집행위원장이라는, 이제는 국제영화제 사회에서도 레전드 다. 대다수 한국에서 치러지는 국제영화제가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지 가 된 훌륭한 분이 문화부 차관을 퇴직하시고 제 2의 인생을 시작하 원, 기업들의 후원으로 치러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스태프들의 인건 시면서 직무를 잘 수행하신 분의 우산 밑에서 큰 영화제다. 김동호 현 비가 저렴하다는 걸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각박한 처우에 비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위원장께서는 당시 위원장직을 사회봉사 차원에 해 아까울 만큼 내가 만나보고 심지어 함께 일하는 많은 영화제 스태 서 생각하셨기 때문에 급여 수준 따위에는 상관하지 않으셨다. 이 분 프들의 자질은 우수한 편이다.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스펙으로 의 절약정신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깊은 감화를 줬는데 이를테면
해외 국제영화제 집행 하고 사장될 가능성이 크다. 영화제의 구조적 결함이 낳은 일종의 인 위원장들과 달리 비행 력 낭비, 누수 현상이다. 기를 탈 때면 꼭 이코 노미 좌석 이용을 고 필자는 서울의 극장 집했다던가, 들어오는 에서 화제를 끌만한 월급의 전부를 영화관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계자들 술 사주는 데 를 해설하거나 감독과 탕진했다던가 하는 일 의 대화를 진행할 기 화가 그 중 일부다. 이렇게 덕망 높은 분의 선행이 바탕이 되어 부산 회가 꽤 있는데 이런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자리가 끝나면 어김없 국제영화제는 비교적 높은 도덕성을 윗 스태프들부터 실천하는 모범 적인 조직이 되었다. 급여도 그에 따라 하향 조정되었는데 점차 나아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지고는 있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후발 영화제들은 집행위원장 급여나 그 뒤풀이 자리에는 곧잘 아직 영화제에서 자리 잡지 못한 젊은 영 수당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수준에 맞추다 보니 대체로 낮은 수준의 급 화인들이 끼어든다. 얼마 전 그런 자리에서 한 젊은 여성으로부터 따 여 수당 체계가 만들어졌다는 후문이다. 가운 얘기를 들었다. 평론가님, 영화제 프로그래머 되신 거 축하해 이 뒤풀이가 이어지고 요. 근데 평론가님도 어른이시니 제발 영화제 스태프들 처우 개선에 믿거나 말거나 얘기지만 일정 부분 사실이기는 할 것이다. 이제 부 도 신경 써주세요. 필자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어떻게 하 산국제영화제의 시스템도 퍽 안정되어 2000년대 중반까지 심심치 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흥미로운 말을 했다. 영화제 스태프 않게 벌어졌던 불상사들, 이를테면 호텔에 체크인 하러 갔더니 자기 들 다수가 단기 고용직인데, 일종의 순환근무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이름이 없다거나, 비행기 탑승자 명단에 특정 게스트의 이름이 누락 한 방법이 아닐까요. 각 영화제들이 인력 풀을 공유하고 유능한 스태 되어 있다거나 또는 숱한 무대 행사에서 스태프들이 우왕좌왕한다거 프들을 돌아가며 채용하면 우리 같은 이들은 단기채용의 불안감에서 나, 기자회견 같은 공식행사의 준비가 소홀해 아수라장이 된다거나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하는 일들은 거의 사라졌다. 매년 단골 모더레이터로 부산국제영화 제를 찾았던 사람으로서 그런 시스템의 진화를 보게 된 것을 다행스 그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영화제는 단기간에 치러 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에도 아마 스태프들의 처우 문제가 개입 지는 이벤트다. 영화제의 주요 스태프들은 일 년 내내 열흘 남짓 치러 돼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중반 무렵으로 기억되는데, 영화제 기간 지는 행사를 위해 준비하지만 일의 성격에 따라 몇 달만 근무하면 되 도중 자잘한 사고들이 잇따르자 지역 방송국 기자가 인터뷰를 청한 는 일자리도 있다. 그들에게 영화제를 떠나지 않으면서 경력을 인정 적이 있다. 그때 필자는 이런 말을 했다. 스태프들의 전문성이 부족 해주는 가운데 상시 고용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기 위해 일종의 하다고 하는데 그건 당연한 일이다. 일이 손에 잡히고 능란해진 스태 순환근무 시스템을 영화제끼리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프들은 더 좋은 조건으로 제의를 받고 대기업 등으로 이직한다. 전문 이다. 두 달여 남짓 영화제 내부에서 일하며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성이 축적되지 않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가서 스태프들의 급여 명세 단기 스태프들 가운데 영화제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센 사람들도 표부터 확인해보시라. 적지 않았다. 그들은 영화제를 사랑하고 자신들이 아니면 영화제가 잘 치러지지 못한다는 보람을 갖고 있다. 보다 합리적인 근무환경을 영화제의 구조적 결함 그리고 대안 슬프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부산국제영화제도 그때에 비하면 훨 만들어내기 위해 국내 최고의 영화제 맏형인 부산 국제영화제 집행부에서부터 뭔가 주도적으로 씬 모든 면에서 근무조건이 좋아졌고 주요 헤드 스태프들의 이직률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존경하는 도 낮아서 시스템이 훨씬 견고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고 문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님, 가 사라진 건 아니다. 영화제를 받치는 중간급 자리의 스태프들은 상 들리시나요? 근으로 일할 수가 없다. 대개 그들은 중-단기직으로 근무한다. 영화 제가 끝나면 그들은 어디로 갈까. 다른 영화제에서 일자리를 구하거 나 기타 영화관련 일들을 구한다. 그들 중에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여 러 영화제 경험을 쌓아 위원장과 프로그래머들, 사무처장의 성향까 김영진 명지대 영화 뮤지컬학부 교수로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평론가이며 <씨네21> 기자, <필름2.0> 편집위원 등 을 거쳤다. 저서로는 <이장호 VS 배창호><평론가 매혈기> 영문판 <박찬욱><이창동><류승완> 등이 있으며, 이외 여러권 의 같이 쓴 책이 있다. 지 훤히 알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경험은 충분히 존중받지 못 53
Column 3 사회학자 이성철의 씨네라마 (Cinema+Panorama) 기회들이 스쳐 지나가는 폴란드의 무거운 현대사 이야기 우리와 무척 닮았다!<블라인드 챈스> 세 가지 색 <레드><화이트><블루> 그리고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살인에 관 한 짧은 필름>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폴란드의 크쥐시토프 키에슬롭스키 (어렵다!) 감독의 1981년 작품이다(그러나 국내의 여러 영화 사이트에는 1987년으 로 소개되어있다. 이를 바로잡는 이유는 뒤에서 밝히겠다). 폴란드는 우리에게 퀴 리부인, 코페르니쿠스, 그리고 쇼팽, 시엔키비치, 바웬사 등으로 친근한 나라이기 도 하다. 이 영화에 사용된 음악들 역시 참 좋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에서도 음 악과 인형극이 좋았던 기억이 함께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곁가지 이야기이지 만, 원제를 텍스트적으로 충실히 번역한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이란 제목은 영화 의 내용을 오히려 왜곡시킬 수도 있는 제목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마치 베로니카(이렌느 야콥의 1인 2역)가 모순되고 바르지 못한 생활을 하는 것처 럼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의 베로니끄와 프랑스의 베로니카의 연기 (緣起)적인 삶과 정체성 찾기에 관계된 것이므로, 보다 의미에 걸 맞는 제목이었으 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설하고 1981년, 이전의 사회적 배경과 스토리 <블라인드 챈스>(폴란드 원제목은 Przypadek이고, 위기 라는 뜻이다. 그 의미 에 대한 필자 나름의 해석은 뒤에서 밝히도록 한다). 먼저 이 영화가 발표된 1981 년이라는 시점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볼까 한다. 어쩌면 1980년이나 그 전 해부터 구상 제작되고 있었겠지만. 그러므로 이 영화는 폴란드의 1970-1980년대 또는 이를 추동한 이전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갖고 있다. 이 시기는 또한 우리나라의 경 우 박정희 군사정권과 신군부에 의한 5월 광주 학살과 그 여진이 강렬하게 작동하 고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한편 이 영화는 주인공 비텍(Witek)이 겪는 세 가지 서 로 다른(그러나 당연히 연결된) 스토리 라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각각의 스토 리들은 만남과 이별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기차역에서 비롯된다. 비텍은 바르샤 바 의과대학의 학생이지만,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 4년 동안 공부했 던 의사의 길을 일단(!) 접는다. 그의 이러한 결심에 이 대학의 반체제 인사인 학장 도 만류하지만 비텍의 공산당 가입과 탈퇴 첫 번째 스토리 라인: 비텍은 바르샤바로 가는 기차에 가까스로 올라타게 된다. 열차 안에서 비텍은 이전 공산당(폴란드 통일노동자당)원이었던, 베르너(Werner) 라는 중년의 신사를 만나게 된다. 그는 반공산당 활동으로 투옥되었다가, 1954년 에 출옥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그의 호의로 비텍은 한동안 함께 지내게 된다. 베 르너에게는 아담이라는 친구가 있다. 그도 투옥 경력이 있으나 여전히 공산당원이 며, 바르샤바 지구에서 꽤 높은 간부이다. 한편 아담의 부인인 크리스티나는 이전 베르너의 연인이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아담의 부탁으로 베르너는 젊은이들을 대 상으로 특강을 하게 된다. 그는 지난 40년 동안 자신이 간직했던 생각 또는 입장이 었다며 청년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느 세대에서나 빛을 갈망합니다. 지식의 욕구, 신념의 욕구, (이 모두) 세상을 더 낫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 욕구는 마르크스보다 더 오래되었고, 또한 더 새롭게 되는 마약 같은 것입니다 당연히 베르너에게 강연을 부탁한 아담의 표정이 좋지 않다. 이후 이 일 등을 계 기로 우여곡절 끝에 비텍은 아담의 권유로 공산당에 가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첫 번째 임무도 성공적으로 마치고 당으로부터 신임도 얻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공 원에서 그의 첫사랑이었던(열일곱 살 때) 츄스카(Czuszka)와 조우한다. 츄스카는 반공산당 지하운동조직에 몸담고 있는 학생이다. 그녀는 각종 유인물을 등사해서 배포하고, 금서들을 반입하여 그다니스크, 크라코프, 슈체친 등의 지역에 거주하 는 노동자들의 학습용으로 전달하는 일 등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담은 이미 이러
한 일을 감시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결국 지하조직이 발각되어 두 명이 연행되고, 인쇄기는 압수되고 만다. 그리고 츄스카 역시 형사에게 붙들려 가게 된다. 비텍은 공산당원이라는 명함 덕분에 연행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츄스카와 그녀 동지들의 비텍에 대한 시선은 어떠했겠는가? 모두가 비텍의 배신으로 조직이 와해되었다고 생각한다. 비텍은 아담을 찾아가 폭행을 하고 격렬한 항의를 하게 된다. 그 일 이후 프랑스로 떠나는 날, 우지와 루블린 등지에서 발생한 노동자 파업 때문에 출국을 접고 현지와의 결합투쟁을 위해 다시 남게 되지만, 결국 공산당을 떠난다. 본격적인 지하 운동권 활동 두 번째 스토리 라인: 비텍은 바르샤바로 가는 기차를 놓 치고 만다. 역 구내에서 안전원과의 말썽으로 30일간의 공 공봉사 명령을 받게 된다. 봉사의 나날 중 그는 어릴 적 친 구였던 다니엘(Daniel)을 만난다. 다니엘은 1968년 고향에 서 덴마크로 가족 모두 이주한 친구이다. 아버지의 장례식 때 문에 잠시 폴란드로 오게 된 것이었다. 이제 그는 반체제 인 사이고 지하대학(flying university), 우리식으로 표현한다면 언더 쯤이 되는 활동을 하고 있다(해외 지원). 비텍은 그와 함께 자연스레 지하활동에 결합하게 된다. 소위 본격적인 운 동권 활동가가 되는 것이다. 언더 에서는 부칸의 작품들, 코 르니키의 신학서들, 그리고 코왈릭의 사회체제 등의 책으로 학습을 한다. 폴란드에서는 1968년경 부터 실제로 학생과 지 식인들의 문학적 저항운동이 은근한 붐을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지하활동 중 비텍은 신부인 스테판과 말렉, 스타첵(학장 의 아들) 등을 만나게 된다(이들 역시 반체제 인사들임). 특 히 스테판 신부에게는 세례를 부탁하기도 한다. 이들은 폴 란드 자유노조(엄밀히 말하면 연대노조)를 위한 서적의 반입을 비텍에게 부탁한 다. 참고로 폴란드 자유노조는 흔히 솔리다리노스치 라고 불린다. 영어의 연 대 (solidarity)에 해당하는 말이다. 솔리다리노스치 는 1980년에 폴란드 그다 니스크 레닌조선소를 중심으로 설립된 동유럽 최초의 합법적인 독립 노조였다. 이후 여러 곡절을 거치면서 1989년의 총선에서 연대노조가 압승하게 되고, 1990 년 솔리대리티 정권이 출범하게 된다. 이때의 대통령이 당시 노조위원장이었 고, 나중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레흐 바웬사이다(참고로 안제이 바이다 감독의 <철의 인간>을 보면 연대노조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사족이지만 바웬 사는 2000년 정계은퇴를 선언한다. 왜냐하면 폴란드가 신자유주의의 길을 걷는다 고 판단한 민중들이 더 이상 그를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대노조의 출발은 흔히 동유럽 및 소련의 공산주의가 무너지는 첫 신호탄이었다는 역사적 평 가를 받기도 하고 동유럽 시민사회의 첫 등장이라는 긍정적인 평을 듣기도 한다. 한편 다니엘에게는 이제 폴란드에 거주하고 있는, 자신보다 6살 많은 누나 베라 (Wera)가 있다. 유부녀인 그녀는 비텍과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사흘간의 밀 회 또는 밀애 기간 중 언더 의 지하 유인물 제작소가 발각되고 동지들은 체포되어 감방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지하 유인물제작소의 안전은 비텍이 담당하게 되어 있 었으나, 베라와의 만남으로 경찰들의 급습 시에 그는 부재중이었다. 이 일로 비텍 은 또 다시 동지들로부터 배신자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신부는 비텍에게 그들을 탓하지 말고 기도를 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하활동에는 음모가 판을 쳐. 양날의 칼이지 라면서 오히려 그를 격려한다. 이때 폴란드 전역에는 다시 총파업이 발생 한다. 영화에서는 특히 바르샤바의 우르수스 공장 노동자 파업이 소개되고 있다. 참고로 1976년에 발생한 우르수스 트랙터 공장노동자 투쟁의 결과, 노동자옹호위 원회 가 창립되고, 이 조직은 나중(1981년) 앞서 말한 연대노조에 합류하게 된다. 당 활동에도 결합되지 못하고, 반공산당 활동에서도 본의 아니게 배척되는 비텍 의 삶이다. 영화 제목처럼 기회들이 스쳐지나 가는 셈이다(블라인드 챈스). 또는 서서히 위기 (Przypadek)가 잦아드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비텍 개인의 위기에 더해 조국의 위기까지 다시 하게 된 의학공부와 죽음 세 번째 스토리 라인: 다시 바르샤바로 돌아가려는 비텍. 그러나 이번에도 열차 를 놓쳐버린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안전원과의 다툼은 없다. 그런데 역내에서 의 과대학 동창이었던 올가(Olga)를 만나게 된다. 비텍의 삶에서 극적인 삶의 반전을 가져다주는 이는 모두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인 셈이다. 올가와의 만남을 통해 그 는 다시 의학공부를 하게 되고, 올가와 결혼도 하게 된다. 그리고 1978년 졸업과 함께, 학장의 권유로 대학에 남아 박사과정을 밟게 된다. 강 의도 병행하면서 어느 날 회진 중 자연과학대학 노동자 서 명에 동참해달라는 요구를 받지만 비텍은 이를 거절한다. 당 국의 학생활동 탄압에 항의하는 서명이었다. 그리고 이미 학 장의 아들인 스타첵은 급진문예모임 건으로 체포된 상태이기 도 했다. 학생들은 비텍에게 겁을 내시는 군요 라면서 비난 과 힐책을 한다. 서명 동참 거절은 비텍이 겪은 앞서의 일들 (당 활동과 언더 활동) 때문이었지 않을까? <블라인드 챈스>(1981) 그 날 늦은 밤, 비첵은 역에서 학장을 만난다. 학장은 그에 게 자신은 곧 대학에서 쫓겨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 기 대신 리비아로 가 달라고 말한다. 리비아에서의 학술 세미 나에 대신 참석해달라는 것이다. 비텍은 이에 응하게 되고, 6월 11일 공항으로 나선다. 불안을 느낀 올가의 만류를 뒤로 한 채 그런데 공항에는 파리의 카톨릭 모임(실제로는 국제 연대 모임인 듯)에 가려는 스테판 신부 일행들도 보인다. 비 텍의 리비아행은 파리를 경유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비행기 는 활주로를 내달려 하늘로 치솟게 되지만 이내 쾅 우리와 무척 닮은 폴란드의 현대사 이 영화는 매우 어렵게 느껴진다.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폴란드의 현대사가 무 겁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체제는 달라도 우리의 가까운 현대사와 무 척 닮아있다. 우리 모두가 비텍이 될 수 있고, 아니면 아담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다 니엘이나 츄스카, 그리고 스테판 신부가 될 수 있(었)다. 폴란드의 앞날은 여전히 위기일까? 아니면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처럼 위기란 다름 아니라 낡은 것이 죽어 가는 데 새로운 것이 태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는 것일까? 끝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비텍의 생년월일은 1956년 6월 27일 생이다. 폴란드의 1956년은 포즈난 노동자 봉기가 일어난 해이기도 하다. 포즈난은 <쿠오바디스>를 쓴 시엔키비치의 문학박물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56년 6월에 발생한 이 봉기는 폴란드 통일노 동자당(=공산당) 지배 하에서 일어난 최초의 저항이었다. 참고로 폴란드는 1952년 에 인민정부가 들어섰다. 이 봉기는 자동차 엔진공장 노동자들의 동맹파업으로 시 작되었다. 이후 10월의 봄 이라는 정치체제의 자유화가 일정 정도 이루어지고, 흔 히 우리가 고물카 라고 부르는 고무우카 가 정권에 복귀하게 된다. 그런데 이 영 화의 감독인 크쥐시토프 키에슬롭스키의 생일도 주인 공인 비텍과 같다. 다만 출생연도만 다를 뿐이다. 감독의 출생년도는 1941년이다. 우연의 일치이겠 지만(?) 감독의 조국 폴란드에 대한 일종의 비틀 기가 아닐까? 아니면(?) 말고(!). 이성철 창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회과학대학 학장. 부산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했고, 대학에서 노동과 산업 그리고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문화와 노동과 영화에 대한 대중적인 글쓰기에 관심이 많고 특히 청소년이나 유아들을 위한 노동관련 책을 낼 생각을 지니고 있다. <노동자계급과 문화 실천><안토니오 그람시와 문화정치의 지형학><영화가 노동을 만 났을 때>(공저) 등의 책을 냈다.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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