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2012년 12월 6일 발행인 이종욱 총장 편집인 겸 주간 임종섭 편집장 김아영 (우편번호 121-742) 주소 서울시 마포구 신수동1번지 엠마오관 B133호 대학원신문사 전화 705-8269 팩스 713-1919 제작 일탈기획(070-4404-8447) 웃자고 사는 세상, 정색은 언행 총량의 2%면 족하다는 신념으로 살았습니다. 그 신념 덕분인지 다행히 별일 없이 삽니다.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도 이야기 하지 않던가 요. <별일 없이 산다>고.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사는 게 재밌다. 뭐 별다른 걱정도 없고 하루하루 즐겁다. 매일매일 아주그냥 신난다. 사실이가사속엔 별 일 많음 에대한 역설적 의미가 숨어있습니다. 한 해를 보내며 <서강대학원신문> 콘셉트에 변화를 좀 주었습니다. 힘은 빼고 유연해 지자는 것입니다. 물론 내용의 연성화를 얘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생각이 유연해야 긴 호 흡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수많은 별일들을 견딜 힘이 생긴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습 니다. 돈 없어도 굶어 죽지는 말자, 기막혀 죽지도 말자, 자꾸 나이만 먹는다고 우울해 죽 지도 말자, 논문 때문에 힘들어 죽지도 말자, 하루하루 신나게 재밌게 살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나고 재밌게 살려면 유머 라는 소스가 필요합니다. 16세기 말 영국에서 인 간의 체액( 體 液 ) 또는 기질( 氣 質 ) 을 뜻하는 말로 시작된 유머는 서로 다른 체액 사 이의 불균형에서 생기는 특이한 기질 이나 그런 기질을 가진 사람 을 가리키는 말로 전 화됐습니다. 17세기에 이르러 그런 기질의 보유자들이 사람을 웃기는 기질 연극 (comedy of humours) 이란 것이 생겨났고, 오늘날 웃음을 만들어내는 이란 유머의 뜻과 매우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유머와 웃음 모두 마음이라는 모체에서 생겨난 한 형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유머와 함께 삼투압적 교류를 하는 웃음의 장점이야말로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먼저 웃음과 유머는 지능지수와 직결됩니다.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앨 앤더슨이 그의 연구에 서 이야기했듯 웃음은 이해능력과 기억력, 주의력을 향상시켜 인지적 발달을 돕습니다. 인간 사이의 충돌을 막아주기도 하고, 사회적 모순에 화살을 쏘는 대신 해결을 위한 지 혜를 줍니다. (과장입니다만) 웃다보니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게 되었다면 마음의 평안과 정신적 여유는 덤이겠지요. 그렇다면 한 번 웃어볼만 하겠습니다. 힘 빼고, 욕심 덜고, 마음 비우고 지면을 봐 주 시기 바랍니다. 일단 재미에 관한 이론을 설명하는 이현비 선생님이 눈에 띄실 겁니다. 재미에도 이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데, 이번에 마침 인연이 닿았습 니다. 투표의 계절, 정치 이슈가 빠지면 서운할 터. 정치유머 관련 필진 두 분을 모셨습 니다. 전 감사원장이자 민주 인사들의 변론을 도맡았던 한승헌 선생님과 1974년 TBC- TV 살짜기웃여예 집필로 개그작가 1세대를 여신 코미디평론가 김재화 선생님입니다. 한 번 잘못 뽑은 대통령으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가 몇 해나 갈 것인지는 상상 불가의 영 역입니다.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정치 웃음과 유머에 대한 외곽선을 정리해보시고, 현명한 판단을 위한 숙고에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그림 _ 위에민준( 岳 敏 君,Yue Minjun), 중국화가 독자들이 보시기에 가장 눈에 띄는 컨셉은 8090대중문화 섹션일 것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80, 90년대 대중문화에 첨벙 빠져들게 만들었던 추억의 대상들을 소환해봤 습니다. 이 모든 게 한 데 어우러져 여러분의 삶에 휴식이 되고,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기획이 여러분이 생산하는 다양한 저작물에 통찰의 스파이 크를 일으켜줄 수만 있다면 <서강대학원신문>은 앞으로도 재미있게 잘 놀고 잘 쉬는 법 을 궁리해볼 참입니다.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웃음과 유머를 집대성하려 했던 노력을 어 여삐 여겨 주시길 바랍니다. 편집장 김아영 지면안내 <기획> 웃음 2면 3면 4면 5면 재미의 원리 대학원생들에게 一 笑 를 허하라! 정치와 유머라는 언어미학 정치유머의 흐름과 형태 6-7면 웃음에 미친남자 이요셉을 만나다 인터뷰 8-9면 특집 응답하라 8090! 10면 문화 인생은 아름다워 내면의 교류에 목 마른 우리에게 내려진 단비 11면 문화 무분별하게 가해지는 자극에 대한 우리의 자세 12-14면 보도 2012 전국 대학원 총학생회 협의회(준) 출범 서강 데뷔작 영화제 2012 KS-SQI, 종합대학 1위 선정 15면 광고 원우 원고 모집 16면 책 편집부가 추천하는 It Book!
2 2012년 12월 6일 기 획 이현비( 재미의 경계 저자) 내가 설명하려는 것은 손오공과 삼장법사가 길을 가다 저만치 앞에 수많은 요괴들 의 무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손오공은 즉각 머리카락 분신 술 을 이용해 여러 명의 손오공을 만들어 내 요괴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열심히 싸우다 얼핏 보니 웬 나이 드신 할아 버지께서 열심히 싸우고 계신 것 아닌가? 눈물이 날 만큼 고마 워진 손오공은 성함이라도 알라보려고 그 할아버지께 누구시 냐고 여쭤 보았다. 그러자 그 할아버지 하시는 말씀, 주인님, 저 새치(흰 머리카락)인데요. 이것이 웃기는 유머의 전형적인 예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 자. 이 짧은 이야기는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웃기는 것일까? 이 글에서 바로 그것을 설명하고자 한다. 유머가 웃기는 이 유,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이야기가 유머가 되는 조건 말이 다. 그것을 간단히 유머의 논리적 구조 라 하자. 이것은 어 떤 이야기의 재미 와 일맥상통하며, 사실상 영화나 드라마, 소설의 재미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유머와 재미, 이것 이 이 글에서 내가 설명할 내용이다. 유머의 4가지 조건 앞에서 본 손오공의 이야기는 4가지 조건을 갖춤으로써 유 머가 된다. 그것은 1긴장의 축적과 해소, 2이야기의 2중 구 조, 3숨은 이야기의 공유, 4유쾌한 감정의 자극이라는 네 조건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손오공 이야기는 긴장의 축적과 해소를 중심에 두고 있다. 여기서 긴장은 언제 축적되는가? 요괴들을 만나는 것?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손오공을 위해서 싸우는 할아버지 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긴장은 마지막에 짧게 해소된다. 주인님, 저 새치인데요 라는 짧은 한 마디로 말 이다. 이것이 긴장의 축적과 해소가 의미하는 바이다. 여기서 짧은 한 마디 라는 것이 중요하다. 이유는? 잠시 후에 설명 할 것이다. 둘째, 손오공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 있는 까닭은 맨 마지 막 결정적 한 마디가 두 가지 모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결말이면서도 동시에 합리 적으로 이해되는 결말이라는 점이다. 이런 결말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두 겹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드러난 이야 기와 숨은 이야기의 두 겹 말이다. 드러난 이야기에서는 손오 공이 요괴와 머리카락 분신술로 싸우고 웬 할아버지를 발견 하며 누구인지 궁금해 한다. 숨은 이야기에서는 손오공의 머 리카락 중의 하나가 새치이고 이것이 분신술로 인해 할아버 지가 되어 요괴와 싸우다가 손오공에게 답한다. 이 두 이야기 가 결말에서 만나는 것이다. 셋째, 그런데 이 숨은 이야기는 유머에서 드러내 놓고 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것이 갑자기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이해하고 웃을까? 그것은 사람들이 그 숨은 이야기 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있고, 혹은 이미 경험 하여 익숙한 부분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공유 경험 이다. 여 기서 익숙하다 는 것이 중요하다. 이유는? 이것 역시 잠시 후에 설명할 것이다. 넷째, 유쾌한 감정의 자극은 최종적으로 드러난 결말이 어 떤 감정과 연관되느냐 하는 것이다. 때로는 그것이 슬픈 감정 을 자극할 수도 있고, 때로는 공포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 그 럴 경우에 그것은 재미있지만 유머는 아니게 될 것이다. 혹 은 지나치게 야하거나 외설적인 상황을 보여줄 경우도 있다. 이 때는 유머가 재미있지 못하고 오히려 큰 결례로 끝나기도 한다. 대학원생들 정도의 나이라면 유사한 경험을 보고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인지적 충격과 감정의 폭발 이 개념들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머가 만들어내 는 재미있는 웃음 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인지적 충 격에 의해서 유쾌한 감정이 폭발하는 것이다. 유머가 목표로 하는 것이 인지적 충격 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재미 있는 유머를 재미없게 표현하기 쉽다. 예를 들어 손오공 이야 기의 끝을 이렇게 표현할 가능성이 크다. 그 때 할아버지가 뭐라고 했냐 하면, 자기가 사실은 머리카락 분신술에서 섞여 들어 있던 흰 머리라고 말했대, 하하하!!! 자신만 웃고 다른 사람들은 웃지 않는다. 뭐가 잘못 되었는가? 긴장과 해소가 이루어졌고, 숨은 이야기가 결말에 개입되 었다. 문제는 긴장의 해소가 너무 완만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지적 충격 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앞에서 주인님, 저 새치인데요 라고 짧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 때문이다. 긴장이 축적된 후에 급격히 해소되어야 한다. 그래 야 인지적 충격이 크고, 쾌감의 폭발도 크다. 웃음이 터져 나 오는 것이다. 하지만 유머를 잘 하기 위해서 걱정해야 할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초등생들에게 이 유머를 들려주면 재미없을 것이다. 왜? 초등생들은 흰 머리가 나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 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미리 설명해 주면 어떨까? 이것으로 도 부족하다. 왜 그런가? 단지 아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경 험 이 공유되어야 유머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긴장은 축적되 었다가 급격히 해소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결말이 갑작 스럽게 반전되는 것이다. 그것을 듣고이해할 시간이 많지 않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해야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공유되는 것이 암기된 지식 이 아니라 익숙한 경험 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문화와 경험이 총체적으로 다른 외국인들, 혹은 낯선 사람들을 웃기 는 것은 더욱 어렵다. 상대가 가진 익숙한 경험을 알기 어렵 기 때문이다. 유머에 대한 설명에서 마지막으로 강조할 것은 가장 기본적 인 것이다. 그것은 긴장의 축적 능력이다. 유머가 재미있기 위 해서는 긴장의 축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긴장 의 해소도 없고 2중 구조와 공유 경험도 모두 힘을 잃는다. 이 때 말하는 긴장이란, 이야기 속 사람들의 갈등, 궁금증, 야한 것에 대한 상상 등이다. 손오공의 예에서 축적된 긴장은 궁금 증이었다. 그런데 긴장의 축적은 논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 니다. 표현이나 연출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유머를 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연기 를 해야 한다. 여러분이 TV에서 개그 프로를 본다면 이 점을 주목해 보자. 개그맨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렇게 논리적으 로 대단히 참신하지는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신에 그들 은 적절하게 연기를 한다.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다. 궁극적 으로 축적되어야 하는 긴장은 감정적인 긴장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평범한 비밀을 알려줄까? 유머를 재미없게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매우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고, 냉정 한 사람이다. 그들은 연기하지 않고 유머 이야기의 논리적인 내용만 전달하는 것이다. 긴장 축적에 실패하는 것이다. 유머에서 재미로 이와 같은 유머의 논리적 구조는 다양하게 검증가능하다. 4 가지 조건들을 가지고 조금씩 변형을 해 보면 어떤 사소한 차 이는 유머를 매우 재미없게 만든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또한 영어로 된 유머를 읽고 왜 우스운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기억도 이해된다. 뿐만 아니라, 나는 아주 생산적인 것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유쾌한 감정을 자극해야 한다는 4번째 조건 을 변형하면 유머는 아니지만 다른 종류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곧 재미의 발견이다. 이것은 이야기(혹은 스토리텔링)와 콘텐츠의 부가가치가 커지는 오늘날 매우 중요한 지식이 될 수 있다. 이미 옛말이 되었지만, 흥행 영화 한편의 수익이 1년 동안 자동차 수출액 과 맞먹는 시대가 아닌가. 물론 그런 세계적인 흥행 영화를 재미에 대한 지식만으로 쉽게 따라갈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영화를 조금씩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면 전체적으로 그와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공포영화를 만든다고 해 보자. 공포 영화라고 다 무서운 것은 아니다. 어떻게 관객에게 짜릿한 공포를 선사할 수 있을까? 잔인한 장면에서 피만 튄다고 공포감이 생기는 것 이 아니다. 긴장의 축적과 급격한 해소, 그리고 2중 구조와 같 은 재미의 핵심 조건들을 갖춘다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이것 은나의책( 재미의 경계 )에서 여러 사례분석을 통해 뒷받침 했다. 사랑 이야기나 감동적인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이상과 같은 내용의 유머와 재미의 개념적 관계를 표로 정 리하면 다음과 같다. 유머 재미 구성 요소 구체적인 의미 긴장의 어떤 긴장이 축적되었다가 축적/해소 해소되어야 한다. 재미의 이야기의 긴장 축적/해소의 이야기 유머의 조건 2중 구조 뒤에 숨은 이야기가 있다. 조건 숨은 이야기의 숨은 이야기는 익숙한 공유 경험에 의해 공유된다. 유쾌한 긴장 해소의 결말이 추가 조건 감정 자극 유쾌한 감정을 자극한다. 이 표를 보면, 재미의 조건이 유머의 조건보다 더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재미 의 개념이 유머 의 개념보다 더 추상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영화와 드라마, 소설 등의 다양한 장르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추상적인 개념의 장점이 그것이다. 유용하고 정확한 지식을 위해 재미 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럴 듯한 대답들이 있다. 예를 들어 라프 코스터에 의하면, 재미 는 패턴을 학습하는 과정 에서 온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종류의 대답이 싫 다. 그럴 듯한 말이기는 하지만 정확한 대답이 아니기 때문이 다. 패턴을 학습하는 과정이지만 재미없는 것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따분한 수학이나 영어 공부에도 패턴 학습은 있다. 우리 주변에는 이와 같이 그럴듯한 지식들이 많이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유머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고 하 면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확하고 추상도가 높은 지식은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내용이 아니어야 한다. 그리고 유머든 뭐든,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탐색한다면 단순히 재능 과 우연에만 의지하는 것보다 더 큰 성취를 이룰 것이다. 재 미와 유머에 대한 이 글의 설명도 그런 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기 획 2012년 12월 6일 3 대학원생들에게 一 笑 를 허하라! 대학원 생활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문제는 대학원에서의 적응 이다. 적응도는 얼마나 많은 기초과목을 듣고, 영어 실력을 갖추었는지, 공부하고 자 하는 자세가 되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요인이 있다. 바로 유머 이다. 만나 는 사람이 비교적 한정되어 있고 비슷한 일상이 치열하게 되풀이되는 이곳에서 유머는 인간관계를 개선시키는 지 적인 무기이자, 지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해 나아갈 수 있는 최고의 도구 일 수 있다. 원생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고단 한 생활에 대한 자조적인 농담과 공감, 유머와 웃음은 퍽퍽한 대학원 생활을 유연하게 만들어 준다. 또한 심각할 수 있는 대화를 부드럽게 하고 자유로운 대화와 정보 교환이 쉬워져 막혔던 생각이 터지기도 한다. 그러나 원생 중 대부분이 웃음에 인색한 경우가 많다. 발제문 한 문장 쓰는 데도 지나치게 걱정하고 고민을 한다. 칸칸이 나뉜 연구실 책상 앞에 앉아 암묵적으로 말 걸지 말아주세요 의 뜻을 밝히며 책과 이어폰으로 무장한다. 끝 내지 못한 과제가 신경을 건드리니 괜한 농담 하나에도 마음을 상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물론 웃음이나 유머로 문제 -학업 업무부담, 경제적 어려움, 진로 가치관 문제 등- 그 자체를 해결할 수는 없 다. 하지만 웃는 동안에 적어도 그 문제를 해결할 여유를 찾게 된다. 우리들에게서 웃음을 빼앗는 것들 힘들어 죽겠네, 답답해 죽겠네. 원생들이 자주 내 뱉는 말 중에 가장 입에 익숙한 말 중 하나는 죽겠네 이 다. 하루 4시간 수면, 교수님의 잦은 호출, 주말도 없는 일정, 가히 웬만한 직장 생활보다 힘든 생활이다. 오늘은 자 리 잡고 논문에 집중해 보리라 마음 먹어보지만, 갑작스럽게 닥치는 일들은 계획을 흔적도 없이 쓸고 간다. 흡연, 과음, 운동부족, 영향 불균형들로 마음이 상하는 경우가 많아지니 점차 웃음이 사라진다. 문득 문득 거울을 통해 얼 굴을 볼 때마다 석고 같은 표정에 흠칫 놀란다. 동기가 모 교수님의 프로젝트를 맡았다는 소식에 귀 기울이기, 교수님 이름과 출신 대학 외우기와 같은 지적 경 쟁(?)은 원생들의 웃음을 빼앗는다. 공부 외적인 일에 집중하는 학생들은 그 나름대로 타성에 젖고, 그렇지 못한 학 생들은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수업만 듣고 집에 돌아가는 아웃사이더 를 자청한다. 석사 과정을 중도 포기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공부하는 사람 이라는 타이틀의 무게도 한 몫 한다. 신중하고 논리정연한 대학원생에게 유머의 사용은 점잖지 못한 듯 보인다. 어느 정도 정형화된 이미지를 지켜주기 위해 유머를 멀리해야 한다는 이상한 압박을 받는다. 오랜 만에 친구들을 만나도 죽겠다 라는 말이 먼저 나오니, 바깥에서 보기에도 이 집단은 웃음과는 멀다고 여긴다. 대학원 생활의 윤활유, 막간의 재치 배꼽 빼는 유머 감각이 없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유머는 절대로 지식이나 논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남 을 웃기기만 하는 재주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유머는 경직된 마음을 녹여내는 순간의 재치다. 선후 배 그리고 동기들이 서로 공감하고 맞장구를 칠 수 있는 순간의 재치가 훌륭한 청량제로 작용한다. 사람에게는 때 때로 피식 웃게 하는 기분 좋은 위트 한마디가 필요하다. 예민하고 까칠해져 있을 논문학기에는 더욱더 절실하다. 논문 학기 동료들에게 논문 감 잡으세요. 말하며 감 하나를 건네 보자. 이런 정도의 유머라면 잠시 경직되었던 연 구실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 손색이 없다. 논문 감 잡으세요! 때로는 유머 센스가 훌륭한 조언보다 사람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다. 이해수 기자 lucidhaesoo@gmail.com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 막간의 대화중에도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명감에 둘러 싸인 채, 원생들 은점차 소박한 것들 에 기쁨을 느끼고 웃게 된다. 원생들은 이런 소소한 웃음이 때로는 얼마나 위안이 되고 또 필 요한지 알고 있다. 웃으며 한숨 놓고 평상심을 찾고, 다들 그렇게 사는구나, 나만 힘든 것이 아니야 서로가 유대감 을 갖게 하는 힘. 웃음에는 그런 힘이 있다. 가볍게 읽히는 이 글마저 무표정으로 읽고 있다면, 오늘이 가기 전에 꼭 한 번 웃어 보길 바란다. 웃음은 노곤했던 하루를 달래주고, 새로운 날을 맞이하기 위한 리셋 버튼이기 때문이다. Scientific Jargon by Dyrk Schingman, Oregon State University 본 글은 사실 폭로라기보다, 공감 형성용 유머이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 것! After several years of studying and hard work, I have finally learned scientific jargon. The following list of phrases and their definitions will help you to understand that mysterious language of science. 수년간에 걸친 노력 끝에 나는 드디어 과학계의 전문용어들을 익혔다. 다음의 인용문과 그 실제의 뜻에 대한 해설은 과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신비한 언어들 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줄 것이다. I didn t look up the original It has long been known... reference.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던 대로... 원전을 찾아보지 않았다. These data are practically A definite trend is evident... meaningless. 뚜렷한 경향이 드러나듯이... 이 데이터는 아무 의미 없다. Three of the samples were The other results didn t make chosen for detailed study. any sense. 샘플 중에서 세 개를 선택하여 분석 나머지 샘플은 해석 불가능했다. 하였다. Typical results are shown. This is the prettiest graph. 대표적인 결과 값들을 표시하였다. 이 그래프가 제일 이쁘죠? In my experience... Once 내 경험에 따르면 한번. In case after case... Twice 여러 사례를 보면 두번. In series of case... Three times 일련의 사례들을 보면... 세번. It is believed that... I think. 라고 추정되어지며... 내 생각에는. It is generally believed that... A couple of other guys think so too.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듯이... 나 뿐 아니라 몇 명 더 그렇게 생각한다. According to statistical Rumor has it. analysis... 소문에 따르면 통계학적 분석에 따르면... A statistical oriented projection of the significance of these A wild guess. findings... 적당히 때려 맞춰 보면 이 실험결과를 통계학적 관점에 따 라 해석해 보면... Three pages of notes were A careful analysis of obtainable obliterated when I knocked over data... a glass of beer. 데이터 중에서 입수 가능한 것들을 맥주를 엎지르는 바람에 데이터를 적 조심스럽게 분석해 보면... 은 노트 3장을 날려먹었다. These results will be in a I might get around to this subsequent report sometime, if funded. 이에 대한 결과는 차후의 논문에서 연구비 제대로 받으면 언젠가 쓸 생 다루어질 것이다. 각입니다. It is clear that much additional work will be required before a complete understanding of this I don t understand it. phenomenon occurs 이해할 수 없었다. 이 현상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이루어 지기 위해서는 후속 연구 작업이 이루 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바이며 Thanks are due to Mr. Park for Mr. Blotz did the work and Ms. assistance with the experiment Shaeffer explained to me what it and Ms. Kim for valuable meant. discussions 실험은박군이다했고, 그실험이 실험에 도움을 준 Mr. Park과 의미 도대체뭐하는건지김양이모두설 있는 토론을 해 준 Ms. Kim에게 감 명해 주었다. 사드립니다. A highly significant area for A totally useless topic selected exploratory study by my committee. 탐구할만한 가치를 갖는 매우 의미 학회에서 정해 준, 아무짝에도 쓸모없 있는 분야라고 생각되며 는 연구주제. It is hoped that this study will stimulate further investigation in I quit. this field. 저는 그만둘래요. 저의 논문이 이 분야에 있어서의 추가 적 연구들에 자극이 되기를 바랍니다.
4 2012년 12월 6일 기 획 정치와 유머라는 언어미학 한승헌(변호사, 전북대 석좌교수) 감동, 친화력, 인기, 동락( 同 ) - 유머 또는 해학의 이런 효험은 인간의 삶을 훈훈하고 아름답게 감싸주는 묘약이 다. 그리고 그것들은 다름 아닌 정치의 요체와도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치 내지 정치권에서 유머는 성 인교육이라도 받아야 눈이 뜰 수 있는 소외 종목이 되고 말 았다. 정치의 장( 場 )과 정치인의 입에서는 직설, 막말, 야유 또는 비속어가 난무한다. 정치의 수준이자 인격의 수준을 보여주 는 현상이다. 직구와 와일드피칭만 가지고는 야구의 재미도 없고 관중도 권태롭고 경기에서도 이기기가 힘들다. 언어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양 사람들은 유머로 스피치를 윤택하게 하는데 동양 사 람은 통속적 어휘로 스피치를 꺼칠하게 만든다. 미국 클린턴 정부의 노동장관 라이슈는 체구가 작은 사람이었 다. 그는 보도진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Contrary to your impression, I am standing. (여러분에게는 그렇게 안 보일 Contrary to your impression, 지도 모르지만, 저는 지금 서 있 I am standing. 습니다.) 나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정치에 입문하려는 친구 가 사무실을 마련하고 집들이를 할 때였다. 그는 키가 매우 아담 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축사 를 했다. 김 위원장은 다른 사 람과 달리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도 여러분을 계속 우러러 볼 것 입니다. 한 나라 정상들의 유머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끈다. 백악관을 방문한 후진타오 주석에게 한 기 자가 중국의 인권문제에 관한 질 문을 했다. 그러나 후 주석은 시 종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 다음 차례의 기자가 왜 함구하고 있느냐고 묻자 후 주석은 이렇게 받아넘겼다. 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줄 알았다. 기자회견장은 폭소로 넘쳐났다. 프랑스가 사회당의 미테랑 대통령과 보수파인 시라크 수 상의 공동정부에 의해 통치되고 있을 때의 이야기. 미테랑 이 프랑스에서 출산율이 높아진 것은 사회당 정책의 성공 덕분이다. 라고 하자 시라크 수상이 이 말을 받아쳤다. 출 산율이 높아진 것은 프랑스 국민 개개인의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대통령도 부인치 못할 것이다. 은근한 표현 같으면서 도 날카로운 반론이 번쩍이지 않는가? 링컨이나 처칠의 유 머는 널리 알려진 고전이 되어서 여기서는 재탕을 피하기로 한다. 한국 정치인 중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해학을 내세울만 하다. 그 분은 황당한 내란음모사건 으로 복역하던 중 추방 반 망명반으로 미국으로 간 지 2년 만에 전두환의 저지를 무 릅쓰고 귀국을 강행했다. 같은 비행기에 몇 나라의 정치인, 외교관, 언론인, 학자 들이 동승하고 입국한 사실을 들어 정 부측에서 사대주의 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서 디 제이는 내가 그들의 뒤를 따라다녔다면 몰라도 그들이 나 를 따라왔는데 왜 내가 사대주의란 말인가? 멋진 일격이었다. 근엄한 자리에서 긴장을 푸는 유머는 그것대로 소중하 다. 국가원수의 근무공간인 청와대에서 내가 살짝 유머를 한 노동자가 어렵게 사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밀린 월급 날린 경험이 있다. 청와대에서 지난날 민주화운동으로 고 을 주십사 고 간청을 했다. 뜻밖에도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난을 겪은 인사들을 초청하였다. 오찬이 끝난 뒤 좌중이 돌 나는 자네를 내 자식, 우리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네. 이말 아가며 한 말씀 씩 했는데, 한 분이 청와대는 감옥과 같은 에 감격한 그 젊은이는 더구나 그렇다면 밀린 월급을 주셔 곳 이라고 했다. 외부와 단절되어 있고, 부자유스럽기도 하 야 하지 않느냐 고 호소한다. 그러자 사장 왈, 아이사람 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달리 볼 수도 있기에 나는 아, 가족끼리 일 해주었다고 돈을 내라는 사람이 어디 있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다. 감옥은 들어갈 때에는 기분 가? 의외성과 역전의 한 보기다. 나쁘고 나올 때는 기분이 좋은 곳인데, 청와대는 이와 반대 선거를 앞두고 두 여자가 주고받는 말. 난 후보자들이 어 로 들어갈 때에는 기분이 좋은데, 나올 때는 기분이 별로 떤 사람인지 몰라서 투표하러 갈 생각이 없어! 다른 여성은 안 좋은 곳이다. 이렇게 말한다. 난 후보자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투표할 정치인은 유머를 구사해야 할 주체이지만 오히려 그 객체 마음이 없다 참 시니컬한 말이 아닌가? 또는 대상으로 동원(?)되기도 한다. 전에 어떤 최고위직 인 언론의 황당한 정치기사를 꼬집는 이런 유머도 재미있다. 물이 석두 라는 별명으로 회자된 시절이 있었다. 덩달아 그 워싱턴의 한 밤중에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자다가 일어 난 꼬마가 국회의원인 아버지를 깨웠다. 그리고 왜 이렇게 천둥 이 치냐고 물었다. 누군가가 엄 바로 지금 청난 거짓말을 하니까 하늘이 진 워싱턴 포스트의 노해서 벼락을 치는 거란다. 아 윤전기가 돌아가고 버지의 이런 대답에 꼬마는 다시 있는 참이거든 묻는다. 모든 사람이 다 잠들어 있는 이 한밤중에 누가 거짓말을 해요? 아버지의 대답은 이러했 다. 바로 지금 위싱턴 포스트의 윤전기가 돌아가고 있는 참이거 든. 집권세력은 흔히 전 정권에 책 임을 떠넘긴다. 요즘의 대선에서 도 그런 억지가 유행이다. 미국 그 많은 허물을 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역대 다 덮자면 아주 대통령 중 전임자 탓을 하지 않 넓은 담요가 은 사람은 조지 워싱턴 한 사람 필요하겠는데요.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초대 ( 初 代 )였으니까. 유머에는 이런 묘미가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유머는 모 런 호칭을 입에 담다가 붙들려 간 사람이 처벌을 받았는데, 르면서도 유머 이상으로 그야말로 웃기는 언동을 들어내 죄명이 명예훼손이 아니라 국가기밀누설죄였다는 이야기. 기도 한다. 연평도가 북의 포격을 당한 뒤 군복을 입고 현지 함께 끌려갔던 친구는 겁이 나서 석두 라는 말 대신 위대 에 나타난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보온병 두 개를 들고 카메 한 지도자 라고 했더니, 무죄 석방은커녕 너는 허위사실유 라 앞에서 이게 바로 북에서 쏜 포탄입니다. 포탄! 이라고 포죄다. 라며 잡아가두더라는 것. 외쳐서 큰 화제가 되였다. 그도 모자랐는지 그는 젊은 여성 정치인과 돈의 관계는 여러 부조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연예인들 앞에서 지속적으로 히트를 쳤다. 룸에 가면 (성형 국회의원과 강도 중에서 누구를 만나겠느냐? 는 물음에 대 수술을 하지 않은) 자연산을 더 좋아한다. 고. 한 정답은 강도 라고 한다. 강도는 한 번 털리면 끝나지만, 이런 식의 저질 개그는 어쩌면 이 나라 정치인 내지 정치 국회의원은 두고두고 손을 내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의 수준을 반영하는지도 모른다. 거치른 정치풍토의 개선을 드물기는 하지만 우리 정치인 중에서도 수준급 유머를 남 위해서도 정치인의 언어 구사에 좀 더 격조와 품격이 배어나 긴 이들이 있다. 장관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청와 야 하고, 부드러운 유머로 친화력과 공감을 높일 수 있어야 대 비서실장이 야당 수뇌부를 찾아왔다. 정부로서는 최선을 한다. 날카로운 비판도 점잖은 비유와 상징 언어로 표현할 다한 인선이니 허물이 있더라도 너그러히 덮어달라는 것이 줄 아는 교양과 여유를 갖는다면 살벌한 정치현장의 소음이 었다. 듣고 있던 야당 대표가 말했다. 그 많은 허물을 다 덮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자면 아주 넓은 담요가 필요하겠는데요. 여당의 한 간부는 정치 철새에게 공천장을 준 것을 비난하면서 사람을 공천 어찌 정치인뿐이겠는가? 각계의 국민 모두가 넉넉하고 교 해야지, 왜 새를 공천하느냐? 고 비꼬았다. 양 있는 언어생활을 통하여 평화와 운치를 누릴 줄 알아야 핏대를 올리며 험구를 늘어놓는 것보다는 훨씬 운치가 있 세상이 좀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그런 삶의 내면이 유머 또 어서 좋다. 는 해학이란 언어의 미학으로 가꾸어진다면 정치를 비롯한 유머는 먼저 상대에게 어떤 예단이나 의문 또는 궁금증을 공동체사회 전반이 훨씬 평화롭고 화목해지지 않겠는가? 그 갖게 하고, 막판에 비약, 의외성으로 역전을 시키는 수순으 런 의미에서도 유머나 해학은 이제 선택 아닌 필수과목이 되 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야 한다.
기 획 2012년 12월 6일 5 정치유머의 흐름과 형태 김재화(유머작가/언론학박사) 전통적으로 풍자와 해학을 아는 우리 민족은 웃음의 유산 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정치혼란과 1948년 제헌 을 겪으면서 우리의 상상력과 풍자의 정신은 급격히 둔화되 고 말았다. 이승만 시절의 살벌했던 민간인 학살과 부역자 처 벌이 지배한 시대에는 유머를 쉽게 드러낸다는 것은 언감생 심이었다. 정치가 퇴화하면 사람들의 여유와 그 여유가 주는 유머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한 시기라 할 수 있다. 평화통일을 주장했던 이승만의 정적 조봉임. 그의 자연 스러운 정치행위가 적과 내통한 것으로 몰려 사형을 당해야 했던 현실은 그 자체가 비극을 담은 희극이자 희극을 담은 비 극이라는 복잡한 현실이었다. 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정치 를 폈던 박정희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라는 개성 없는 출생 의 의미를 부여 받은 국민들은 정치(인)유머의 부존재 시대를 살며 사회적 웃음을 잃어갔다. 제3공화국 시절 스마일 운 동 이라는 관주도의 우민화 이벤트가 있긴 했으나, 그 또한 문명국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정신유린책에 지니지 않았다. 군사정권의 쌍생아로 태어난 전두환 시대에 시작한 대통령 을 등장시키는 유머는 불법이었지만 구전으로나마 많은 종 류가 전래되었고, 정체성이 모호했던 노태우 시절에는 특징 없는 유머가 노점상 상품처럼 간간이 등장했다. 문민의 기수 김영삼 시대에 이러서야 정치유머가 합법화되어 전해졌다. 적당한 참가와 표현방식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던 유머는 인 권 대통령 김대중과 참여정치를 표방한 노무현 시대에 이르 러서야 다수 대중에 의해 생산되고 소비되기 시작했다. 한국 정치유머의 역사 8.15 광복으로 모처럼 국민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 웃음이 가시기도 전에 소련군이 평양에 진주했고, 나흘 뒤 미군이 인천에 상륙했다. 이 때 명진과 박응수라는 코미디언은 미국인들과 비슷한 하이컬러 양복을 입고 나지 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미국 놈 믿지 말고, 소련 놈에게 속 지 마라. 일본은 일어나니 조선아, 조심하라! 이 개그는 국 민들의 분노를 반일감정으로 승화시켰다. 이후 일본인들을 골탕 먹이는 코미디는 반세기가 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복진통일을 외쳤던 이승만 대통령은 민족 최대 비극인 6 25 전쟁은 막지 못했지만, 당시 그가 외쳤던 뭉치면 살고 흩 어지면 죽는다! 는 문장은 코미디언 지망생들의 성대모사 예 문이 되었다. 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부패는 극에 달했다. 빽 과 돈 은 그때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불만을 자극했다고 하겠다. 전방에서 총에 맞은 병사들이 빽 하는 비명을 지르 고 죽는다는 자조 섞인 우스개가 그 시절의 시대상을 대변한 다. 한편 이승만은 사사오입 이라는 전대미문의 억지 산술 을 유행시켰다. 제적의원 202명 중 3분의 2는 135명인데, 이 는 사사오입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담꾼들은 다음 과 같은 내용을 무대 위에서 적극 활용했다. 이봐 친구, 꿔간 돈 갚아야지. 여기 있네. 아니, 60환뿐이잖은가? 난 100환을 빌려줬는데. 이 사람, 사사오입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구먼. 60을 반올림하면 100이 되지 않는가? 이승만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가 훔쳐 가지 않 을까 하는 조바심에 밤잠을 제대로 못 잔 소심함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사람에게서 유머를 기대한다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 였다. 선거 때마다 이번 이승만 대통령 선거에 누가 출마한대 요? 라는 식의 가치 의식이 실종된 말들이 유행했다. 1인 독주 에 혐오를 느낀 이들은 입담꾼들의 혀를 빌려 못 살겠다 갈아 보자 라는 풍자를 해봤지만, 기득권층은 어용 코미디언을 동원 해 갈아봤자 별 수 없다! 라고 받아쳤다. 기운을 잃은 사람들 은 구관이 명관 이라고 했으며, 당시 이런 한국의 정치유머를 본 영국의 더 타임스지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길 바라는 것 이라고 조롱했다. 의도적이었건 아니었건, 박정희는 코미디언을 정권의 홍 보 수단으로 철저히 이용했다. 어쩌면 5공 정권은 박정희의 수법을 대물림했는지 모른다. 온 국민이 바보로 전락했던 그 시절, 1등공신은 단연 코미디였고, 전 국민의 우민화 작전 총 사령관은 배삼룡이었다. 연세대 최정호 교수는 배삼룡에 대 해 한국 현대화의 전위적인 지진아 배삼룡은 그의 얼간이 짓으로 우리로 하여금 변화하는 시대를 충격 없이 받아들이 게 해주었다 며 그에게 위안을 받지 않은 근대화의 기수들 이어디 있을까 라고 표현했다. 합죽이 김희갑 역시 박정희 를 도운 희극인이었는데 정권 홍보로 치자면 그 역시 배삼룡 못지않은 수훈갑이다. 그는 누군가 현 사회 행태를 따지거나 각종 규범의 독소조항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에이 모르는 소리! 라는 핀잔을 주었다. 이와 같은 말은 당시 중앙정보부 취조실에서나 들을 수 있는 추상같은 호령 이상의 효과를 발 휘했다. 김희갑은 팔도강산 시리즈 로 지방 각 도시의 눈부 신 발전을 보여주는 공보담당 역도 완벽하게 수행했다. 구봉 서 역시 1963년 6월부터 라디오에서 이거 되겠습니까? 이 거 안 됩니다! 라고 날마다 외쳤다. 산업화로 가는 길에 재를 뿌리는 반정부 인사에 대한 무언의 충고였다. 그러나 정권홍 보의 선발대로 거론한 배삼룡, 김희갑은 국민의 편에 선 때도 많았다. 좌충우돌 방식으로 서민들이 감히 저지르지 못하는 미필적 고의사고를 내는 것이다. 파출소에서 경찰에게 대든 다거나, 돈 많은 부자들을 골려 주는 코미디를 한 것이 대표 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서민들은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 며 대리만족을 느꼈다. 닭 모가지를 비틀었지만 새벽은 왔다. 긴급조치 시대가 끝 나고 서울의 봄 을 지나 5공화국이 탄생하면서 전두환과 이 주일은 황제로 등극했다. 전두환이 헛기침이라도 하면 이 사 회가 온통 뒤집어지곤 했으니, 정치의 연금술사였고, 이주일 의 말은 온 인구에 회자됐으니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우상 이었다. 5공 정권은 이주일의 머리카락을 빗댄 코미디나 저 질 오리궁둥이 춤이 현직 국가원수를 모독하고 건건한 국민 정서에 역행하며, 어린이들에게도 위해하다는 이유를 들어 방송출연 정지령을 내렸다. 비슷한 시기 배추머리 김병조 역 시 지적 언어구사로 하이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주었지만, 그 런 그도 변절하고 말았다. 민정당(민주정의당)을 정을 주는 당, 통민당(통일민주당)을 고통을 주는 당 이라고 말했다가 노도와도 같은 국민들의 힘에 한동안 방송을 떠나야만 했다. 그의 용비어천가는 실로 어설프기 그지없었다. 36%의 지지를 얻고 당선된 대통령 노태우는 늘 불안했다. 보 통사람의 수수함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어올리려 했지만, 대통 령 선거 이듬해부터 곤욕을 치렀다. 민심은 13대 총선에서 여소 야대 정국을 만들었다. 노태우의 믿어주세요 는 성대모사의 달인 최병서의 입에서 딴죽이 걸리곤 했다. 노태우는 나를 코 미디 소재로 삼아도 좋다 고 말한 유일한 대통령이었지만, 아이 러니하게도 그럴 코미디 소재로 삼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이윤박최돌물깡 사람들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지는 우리 통치권자 계보에 노태우를 물 로 묘사했다. 훗날 그의 천문학적인 비자금이 탄로났을 때 코미디언들은 노태우의 물 을 식은 숭늉 이 아닌 펄펄 끓는 물 로 고쳐 불렀다. 김영상 정권에서는 그의 사투리가 저절로 개그가 되었다.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 던 김영삼 대통 령은 자신을 무식한 사람으로 표현하는 코미디를 아주 싫어 했다. 그런 YS의 심복 박종웅은 유머를 빌어 그의 주군을 변 호했다. YS가 당시 그린벨틀를 잘못 이해한 것은 사실이지 요. 그러나 그는 우리나라 최고 지성인을 배출한 S대학 출신 아닙니까? 그의 머리를 의심해선 안 되죠. 젊은 말재주꾼 엄 용수, 심형래, 김형곤은 밀실개그 를 통해 감히 김영삼의 머 리에 자꾸 시비를 걸었다. 김영삼 대통령을 소재로 한 우스갯 소리 모음집도 불티나게 팔렸다. 국민의 정부 가 들어서면서 코미디는 르네상스 시대를 맞 았다. 김대중 후보는 선거전에서 부드러운 유머를 구사하면 서 냉철하고 이지적으로 보이는 이회창 후보와 차별화 전략 을 펼쳤다. DJ는 다변가에 달변가다. 그는 우리나라 대통령 중 코미디언을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영국에 서 돌아와 정계에 복귀한 뒤 새정치국민회의 를 창당해 총 재로 있을 때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의 이경규가 간다 코너에 깜짝 출연해 코미디언 이경규와 장시간 이야기를 나 눈 일화는 유명하다. 초기 김대중을 소재로 한 코미디는 주로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걷는 장면을 연출하는데 그쳤다. 이후 엄용수와 심현섭, 배칠수 등은 DJ 성대모사로 인기를 얻었다. 이런 코미디는 정치인 김대중이 대중 곁으로 다가서 는 데 보이지 않는 도움을 주었다고 본다. 문전박대( 文 戰 朴 大 ) 를 넘어서 지금 이 나라에서는 문전박대가 장난이 아니다. 문전박대 ( 門 前 薄 待 )가 아니다. 문전박대( 文 戰 朴 大 )이다. 문재인과 박 근혜가 대통령을 하기 위해 싸우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들이 서로를 향해 주고받는 말 속에는 차가운 겨울 칼바람 이 불지만 간혹 유머가 싹트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얼마 전 박근혜 후보는 대학생들과 하는 토론회에서 이런 개그를 했다. 심장의 무게가 얼마인지 아세요? 정답은 두근두근 네 근이에요. 여러분을 만나러 오면서 제 마음이 바로 그랬습 니다. 이 대목에서 상당한 갈채를 받았다. 한편 문재인 후보 는 전국상공인과의 대화에서 애교 있는 푸념을 했다. 오랫 동안 등산을 못했다. 사람들이 의아해하자 내년부터 북악 산(청와대 뒷산)으로 등산을 다닐 수 있게 도와 달라 며지지 를 부탁했다. 안철수 전 후보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학교 때 성적이 반에서 중간쯤이었다. 수 우 미 양 가 중에서 수는 딱 한 군데 안철수라는 이름 속에만 있었다. 는 수준 높은 개그를 선보였다. 오늘날의 우리들 역시 거대한 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 기 위해 유머라는 작은 비틀음으로 사회를 비판할 수 있다. 정 치유머는 어떤 사안에 대해 여론을 형성하고 많은 사람들이 정 치적 관심을 도모하며 갈등의 해법을 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유 용한 도구다. 정치유머의 생산자인 국민이나 웃음 산업 종사자, 그리고 유머를 구사하는 정치인은 정책 제언이나 일상적 발언 에서 유머라는 활력제를 주입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6 2012년 12월 6일 인 터 뷰 왜 웃느냐고요? 좋아하니까! 이요셉 한국웃음연구소 소장 인터뷰및편집 김아영 기자 ayoung0728@sogang.ac.kr 웃다보면 행복해지고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 성공 스토리에서 늘 반복되는 일종의 트루이즘(truism). 즉 뻔한 소리다. 그러나 그 뻔한 이야기가 구체 적인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에 녹아든다면 그리 뻔하지만은 않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가 장 잘 증명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 세상에 이렇게 긍정적인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정말 있었다. 하하하 라는 의성어를 괄호 안에 넣기가 무색할 정도로, 대화의 절반이 웃 음이었으며 웃다가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를 긍정바이러스 라는 열쇳말로 녹여낸, 보통의 자기계발서와 맞먹는 하이 테크놀로지다. 에 미친남자 경영학과를 졸업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웃음이라는 키워드에 몰입하게 된 계기가 궁금 합니다. 사실 저는 공부를 안 했습니다. 당연히 학점도 안 좋았고요. 대신 사회생활을 많이 했어요. 하 고 싶은 걸 해야겠다! 해서 옷 장사, 신발 장사 이런 저런 장사들도 해보고 백화점에서도 일 했었죠. 그렇게 대학생활을 보내고 졸업한 뒤 회사에 원서를 썼는데 다 떨어지더라고요. 학점 이 안 좋으니 그럴 수밖에요. 그러다가 어떤 분을 알게 됐는데 그 분이 병원에 와서 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셨어요. 경영학과 전혀 관계없는 일인데 내가 그 곳에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그 병원이 암환자를 위한 병원이었거든요. 아픈 분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에 문득 대학 때 레크리에이션을 했었던 게 떠올랐고,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간단 하게 활용해봤어요. 예를 들면 이렇게요. 자, 박수 세 번 해보세요. 시작! 하면 환자들이 같은 박자로 짝짝짝 해요. 이어서 그럼 박수 다섯 번 해보세요. 라고 주문하면 또 똑같은 박자로 다 섯 번을 쳐요. 그런데 박수 다섯 번을 이렇게 보여주는 거예요. 짝짝 짝짝짝 마이너스 짝. 이 렇게 했더니 환자분들이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그 이후로 이분들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웃음과 유머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혼자 공부 하고 있었던 저를 위해 병원에서 작은 대체학과도 만들어주셨고요. 덕분에 책들을 사 보면서 점점 실력이 쌓이기 시작했죠. 그러던 중 웃음은 운동 라는 것을 고안하게 됐어요. 이요셉을만나다 웃음이 운동이다 를 어떻게 가르쳐주셨나요? 운동은 아침, 점심, 저녁 언제든 할 수 있잖아요. 운동처럼 늘 웃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게 된 거죠. 거울을 봐도 하하, 땅을 봐도 하하, 그냥 미친놈이 되는 거죠. 누구 웃겨주려고? 암 환자 들 웃겨 주려고요. 병원에 들어갈 때도 길게 웃었어요. 연습하는 과정이었으니까요. 저는 웃음 이 유산소 운동이라는 것을 가르쳐줬어요. 웃으면 심장과 폐가 튼튼해지고 혈액순환이 좋아지 고 장 운동이 돼요. 사실 개그콘서트 보고 웃는 거나, 혼자 웃는 거나 똑같아요. 우리 뇌는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구별하지 못하거든요. 웃고 나면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해요. 관계가 가까 워지고요. 재밌는 사실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SERI에서 CEO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나 했는데요, 85%가 넘는 CEO들이 유머가 있는 사람, 표정이 밝은 사람을 채용하겠다고 했어요. 이게 뭐냐면, 그 사람 마인드를 본다는 거거든요. 제가 하는 것은 그냥 웃는 것이었어요. 한 번 보여드릴게요. 지금 운동하는 거예요. 뭐 한다고요? 운동! 피부가 좋아지고 혈액순환이 좋아지 는 운동이에요. 먼저 한 단어를 길게 하는 게 좋아요.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거 보세요. 지금 어이가 없어서 웃고 있잖아요? 그런데 재밌는 게 뭐냐면 지금 운동을 했거 든요. 이제 아 좋다 한 번 해보세요. 기분이 어때요? 좋아지죠? 바로 이거예요. 이 기분으로 공부를 하는 거예요. 시험을 치는 거예요. 면접을 보면 어떨까 요? 떨어질 수가 없죠. 그런데, 그렇게 정신없이 웃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되레 무서워했을 것 같은데요? 제가 막 웃으면 의사나 간호사들이 지나 가다가 그 웃음소리를 듣고는 무슨 좋은 게 있는가 싶어 문을 열어보곤 했어요. 그런데 제가 웃음을 연구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 취급 받지는 않았고요. 제가 왜 이야기를 하냐면, 지금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이 말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12번도 넘게 등장했 다). 저는 매일 웃는 것을 100일 동안 연습했어요. 그 러다보니 자신감이 생겼고요. 웃음은 바로 자신감과 연결되 어있어요. 옛날 장군들이 장수를 보자마자 제일 먼저 웃는 이유가 그런 거죠. 상대를 기선제압 하기 위해서도 그랬지만, 사실 자신의 두려운 마음을 떨쳐 내기 위함이었어요. 그래서 우리 말
인 터 뷰 2012년 12월 6일 7 중에 웃어버린다 는 게 있잖아요. 자신감이 없으면 어떤 것도 할 수 없어요. 유머는 마음에 여유를 만들어주고요, 그 사람 안에서 힘 있는 자신감을 만들어 줍니다. 웃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어요. 그런데 우리가 짓는 표정 중 에는 무표정이 가장 많거든요. 맞아요. 그런데 보세요. 사람의 첫인상은 4초 만에 결정된다고 해 요. 상대방을 보자마자 무의식에서 그 인상을 찍어버리거든요. 한 국인들의 무표정은 심각하죠. 외국인들은 볼골대가 올라가 있어서 가만히 있어도 웃는 표정이거든요. 우린 반대에요. 가만히 있으면 화난 것 같죠. 그런데 이 첫인상을 바꾸려면 200시간이 필요하대 요. 우리가 면접하러 갈 땐 어떻게 하죠? 자, 문을 엽니다, 들어갑 니다, 앉습니다, 앉아서 면접관을 봅니다. 이 과정만 해도 벌써 4 초가 지나가요. 사람들은 상대를 볼 때 가장 먼저 자세와 얼굴 표 정을 봐요. 웃는 표정이 정말 중요하지 않나요? 연구기간은 얼마나 걸리셨나요? 이런 저런 책도 엄청나게 보셨을 것 같은데요. 웃음과 유머와 관련된 책이라면 다 봤어요. 10년 동안 1억 정도 썼 죠. 정말 관련된 것들은 다 본거예요. 레크리에이션, 유머 세미나 좋다는 데는 다 가보고 다 배웠어요. 그런데 공부하다보니 사람 마 음을 또 알아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심리학도 공부하고 심지어 영 성까지 봤죠. 기분이 좋아지는 방법이 있을까요? 네, 제가 하는 방법이 있어요. 매년마다 하는 건데 보통 사람들은 이걸 안 해요. 근본적인 것부터 질문해봅시다. 제가 왜 병원에서 그런 일을 했을까요. 스펙을 얻는 것도, 월급 받는 것도 아니었어 요. 제가 왜 암환자들을 웃기려 했을까요? 좋아서요. 자, 중요한 것 세 가지가 있는데요. 일단 좋아하는 것을 적어보세요. 남자친구 사귀는 거, 영화 보는 거, 좋아하는 책 다 적으세요. 100개를요. 두 번째는 하고 싶은 것을 적어보세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적으면 어떻죠? 기분이 좋아지죠. 좋아하는 것을 적으면? 역시 기분이 좋 아져요. 마지막으로 되고 싶은 것을 적어보세요. 이건 많이 나오지 는 않아요. 이제 이 세 가지 영역, 즉 정말 좋은 것,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에서 각각 10개씩 골라 점수를 매겨보세요. 공통분모 가 나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선생님은 어떤 것을 적으셨나요? 저는 작년에 판소리, 영어 등 몇 가지를 적었는데 실행에 옮기기 위해 목표를 정했어요. 목표 정하기, 이게 왜 중요하냐면. 자기개 발서 작가로 유명한 구본형씨가 이런 얘기를 했어요. 좋아하면서 돈도 많이 받는 일은 선택하기 쉬운 게 아니라고요. 젊은 나이에서 그런 삶을 누리려면 재벌 2세 아들 아니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 면 택할 수가 없죠. 차선으로 돈은 별로 못 벌지만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잖아요? 이건 시간이 좀 더 많이 걸리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택해야 해요. 아웃라이어에서도 이야기했듯, 시간이 투자가 되어야 프로로 인정을 받죠. 그런데 사실 프로가 되기 위해 준비하 는 기간은 10년까지는 안 걸리고요 5년, 더 빠르면 3년 정도 걸린 다고 봅니다. 3년만 완전히 미치면 된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완전히 미쳐야 하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은 벌지 만 좋아하지 않는 일을 택해요. 그래서 구본형씨는 돈은 좀 적게 벌 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죠. 저도 좋아하다보니 그게 제 일 이 됐어요. 많은 사람들은 대학에 들어갈 때 부모나 선생님이 정해 주는 과를 가요. 본인이 정한다고 해도 지금 뜨고 있는 과에 들어가 죠. 졸업은 5년, 10년 후에 하고요. 졸업하고 나면 또 다른 게 유행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좋아하지 않는 것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 올지는 뻔하지 않나요? 좋아야 에너지가 나오고,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붙기 때문에 바로 여기서 전문성이 나오는 거예요. 세상은 어 떻게 바뀔 지 아무도 몰라요. 삼성도 위기설이 있고요, 애플도 마찬 가지잖아요. 대기업이 그렇다는데 하물며 개인은 말할 것도 없어 요. 그렇다면 답은 한 가지뿐이에요. 좋아 하는 것을 하는 것이죠. 논문 쓸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정말 좋아한다고 좋아하는 것만 써 도 될까요? 제가 경영학을 공부했는데 그 전체 중에 딱 하나가 기억에 남아요. 바로 파워 입니다. 당신의 파워를 알 수 있는 방법, 딱 한 가지 질 문을 해보면 알 수 있어요. 본인이 빠지고 보면 알아요. 내가 빠졌 는데 조직이 잘 돌아간다는 말은 나라는 사람이 다른 것으로 대체 되기 쉽다는 거죠. 그렇다면 나에 대한 파워는 약하다고 봐야 해 요. 파워를 쥘 수 있는 방법은, 돈은 원하는 만큼 못 가지더라도 좋 아하는 것을 하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다는 거죠. 저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들을 많이 하거든요. 1년 에 하나씩 배워나가는 데, 그러다보니 창조를 할 수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볼게요. 판소리를 배우면 장단을 배우잖아요. 이걸 비트 박스와 조합했더니 굿거리 비트박스가 되더라고요. 전혀 다른 게 나오죠. 새로운 장르를 만드는 것. 이건 좋아하는 것을 가질 때 만 들 수 있어요. 다른 쪽에서 볼 수 있는 안목과 관점도 생겨나고요. 논문을 쓸 때도 마찬가지에요. 본인이 연구하는 분야와 미래의 직 업이 연결되는 그 포인트를 찾아보세요. 처음부터 무리하게 접합 지점을 만들 수는 없어요. 95%는 비슷하게 가되, 5%는 창의적인 부분을 집어 넣는 거죠. 페이스북에 올라온 동영상 잘 봤습니다. 헐리웃에서 판소리 공연 하는 동영상 말이에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 시간만큼은 내가 바로 헐리웃 스타다 하는 생각으로 노래를 하시더라고요. 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영어를 못한다는 거였어요. 올해 초 미국 에 갈 때만 해도 아예 못했었거든요. 그래서 생각을 바꿨죠. 실패 하자. 제 목표가 실패하자 였어요. 공연을 잘 하자가 아니었죠. 실패했던 것을 나만의 스토리로 삼자는 거였어요. 그러자 걱정이 사라졌어요. 보통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잘 하자, 완벽하게 하자 고 하지만, 처음부터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가서도 이 렇게 했어요. 저는 한국의 이요셉입니다. 저를 따라해 보세요. 하 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이렇게 하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어 이가 없어서 낄낄낄 웃죠. 이런 일들을 통해 배운 게 뭐냐면, 사람 들은 영어를 잘 하는 완벽한 나 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즐거 운 마인드를 줄 수 있는 나 를 필요로 한다는 거예요. 오, 그런 자신감이 헐리웃 공연을 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나 보네요. 아뇨, 자신감이 있어서 한 건 아니에요.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동 네 슈퍼마켓도 혼자 못 들어갔던 사람이에요. 일로 만날 땐 전혀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누굴 만나면 굉장히 어렵거든 요. 그 때도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 옆자리에 외국인이 앉아 있었어요. 영어로 말을 걸까 말까 13시간을 고민하다 말 한 마디 못 해보고 그냥 내렸거든요. 정말 가슴이 떨려서 입을 못 떼 는 거예요. 그게 저의 원래 모습이에요. 즉 타고난 자신감이 아니 라는 거죠. 그런데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 넌 영어 잘하지만 난한국말잘한다. 안 되면 한국말 하고 오겠다는 거예요. 여러 분~ 하고 오는 거죠. 생각을 바꾸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강의 중간에 하면 사람들이 굉장한 도전 을 받아요. 선생님은 강의하실 때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시나요? 저는 웃음에 대한 강의를 하지만 웃기기 위해서 가는 건 아니에요. 어떤 관점과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러 가는 겁니다. 강 의는 재밌어야 하지만 재미만 있으면 안 돼요. 싸이가 왜 떴나요? 재미와 웃음이 없었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어림도 없는 이야 기죠. 싸이보다 노래 잘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요. 싸이는 자기 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확실히 집어넣었어요. 흥, 춤, 이런 것들이 싸이의 강점이죠.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별 차이가 없다면 강점을 발휘하지 못해요. 앞으로 어떤 일을 진행 해나갈 때 나만이 좋아하는 강점을 하나 만들어줘야 해요. 그런데 안동출신이시던데요. 안동은 유교의 본고장 아닌가요? 유교적인 게 아주 강하죠. 저는 안동에서 본다면 완전히 미친놈이 에요(하하하). 게다가 전 안동 토박이고요, 재수하러 서울에 처음 올라왔어요. 안동은 크게 웃는 것에 대해 금기시하는 게 있어요. 철저한 유교문화죠. 크게 웃으면 남자답지 못하다, 체통이 없다 고 해서 크게 웃는 게 문화적으로 잘 안 돼요. 안동에서도 지금처럼 크게 웃으시나요? 아니면 분위기에 맞추시 나요? 아니요 분위기에 맞추죠. 물론, 분위기에 맞춥니다(하하하). 그렇다면 개발된 자신감의 원천은 무엇일까요? 웃음과 유머가 마음의 여유를 찾게 해주고 자신감을 만들어 주죠. 그런데 자신감에는 뿌리가 있어요. 저는 이걸 주로 다루는데요. 바 로 자존감이에요. 자기를 얼마큼 좋아하는가. 사랑하는가. 자존감 은 바로 알아볼 수 있어요. 지금 해볼까요? 만약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얼마를 줄 것 같아요? 음, 97점이요! 오 이 분은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아요. 점수는 누가 주는 거예요? 사실 점수는 자신이 주는 것이지만, 부모나 주위 사람의 영향을 받 아 자라온 점수예요. 이게 그 사람의 인생이 되어버려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 있어요. 첫 번째는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거예요. 유머도 마찬가지예 요. 따라 해보세요. 비결은? 안 웃겨도 웃는다. 사람들은 웃긴 이 야기를 좋아하죠. 하지만 막상 웃긴 이야기하는 사람은 얼마나 긴 장하는지 몰라요. 웃어줄까 안 웃어줄까. 내가 안 웃긴 이야기를 했는데도 웃어주면 기분이 어떨까요? 기분이 좋죠. 이걸 제일 잘 하는 사람이 강호동이나 유재석이에요. 재미없는 상대의 말에도 웃어줘요. 나 이거 알거든? 하면 상대는 대꾸하지 않죠. 와 이 거 진짜 웃기다 고 해야 화답을 해요. 중학교 때 일인데요, 한번은 친구 어머니가 웃는 저를 보시고는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이 야, 네 웃음은 600만 불짜리다.(온점 따옴표 안으로)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그 다음부터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또 가서 계속 웃었 죠. 안동에서 웃음치료를 했던 요인 중 하나가, 친구 어머니에게 들었던 그 한 마디, 자존감을 살려준 그 한 마디였어요. 지금 가수 디쌤버 와 왕따 예방, 자살 예방을 위한 청소년 힐링 콘서트를 하고 계시지요. 사실 디쌤버가 소속된 CS해피엔터테인먼트 전창식 사장님이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오셨었어요. 인연이 된 김에 제가 좋은 일 좀 해 보자고 제안을 했죠. 저는 성인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면 2시 간 내내 웃기고 울리고 할 수 있어요. 개그나 코미디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바꾸는 작업을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청소년들 은 너나 웃어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제가 제일 어려워하 는 대상이 중고등학생이죠. 다행히 랩이나 비트박스를 배워뒀던 게 아이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힐링콘서트가 좋 은 게 뭐냐면, 공연이 끝난 후 디쌤버와 우리 모두가 상담을 해 주 거든요. 아이들에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죠. 내년 1월엔 청소년 을 대상으로 한 힐링캠프를 3일간 무료로 진행하려 해요. 아직까 지 다른 가수들을 생각하진 못했지만, 아마 기획사도 싫어하지 않 을 것 같아요. 이슈가 되니까요. 오늘도 춘천, 대구, 부산, 경주, 여 수 이렇게 힐링콘서트 스케줄을 잡아 놨어요.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원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에 전현무씨가 <스타특강쇼>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KBS 에 합격하는 방법을 알려줬어요. 방송사 면접을 볼 땐 질문이 정해 져 있대요. 어떤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선배가 누군지, 왜 좋아하는 지, 이렇게 세 가지를 물어본다는 거예요. 그런데 어 떤 프로그램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다 똑같이 대답한대요. 당시 전 현무씨 옆에 앉은 사람은 저는 전 국민 모두가 시청하는 열린음 악회를 좋아합니다. 라고 대답했대요. 자신은 보지도 않는데 그렇 게 이야기 한다는 거예요. 반면 전현무씨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해 요. 하루는 공부를 하고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포장 마차 주인아주머니를 보게 됐는데, 작은 텔레비전을 쳐다보시며 막 웃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싶어 텔레비전을 들여다봤더니 개그콘서트였어요.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제가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든지 길거리에 있는 포장마차 아주머니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진행자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자 면접관 세 명이 씩 웃더라는 거예요. 합격 이었죠.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날 설레게 만드는 것,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하 루 정도를 비워놓고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룰 수 있는지, 그걸 왜 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이런 질문들 을 하면서 씨익 웃어도 보고, 하나하나 계획을 실천해나가다 보면 삶 속에서 놀라운 긍정의 힘, 웃음의 힘들이 나올 거예요. 끝!
8 2012년 12월 6일 특 집 70, 80년대의 체적을 지나 대중문화가 만개한 90년대 후반, 스타의 손짓 한 번에 쓰러지 고, 목 놓아 우는 등 헐리웃 액션을 마다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서랍 속에는 볼수록 가슴 뭉클해지는 물건들이 저마다의 추억을 내뿜는다. 어디 그 뿐인가. 돌청진 에서부터 등골 브레이커 까지 각 시대를 주름잡던 패션 아이템들은 즐거운 회고의 대상이다. 아! 이 모든 것들을 소환해보고 싶은 것은 정녕 우리들만의 생각일까. 아이돌 문화의 태동, H.O.T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와도 같았던 H.O.T. 와 젝스키스. 이 양대 산맥이 무 수한 소녀팬들을 양분했지만, 현 재까지 전승되는 아이돌 문화의 본격적인 태동은 H.O.T.로부터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얀 풍선을 드날리며 과감한 영 역표시로 우월감을 과시하던 소 녀들. 그들에게 H.O.T를 제외한 다른 가수에 빠져 있는 아이들은 계몽돼야 할 무지몽매한 백성, 즉 불가촉천민이었다. 그렇게 세상은 H.O.T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로 나뉘었다. 때론 이들 은 젝스키스 팬들로부터 에쵸티, 핫 으로 불리는 수모를 겪어야 했지만, 10대들의 승리(High Five Of Teenager) 라는 이름은 왕좌의 자리를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학교 앞 서점과 문구점에서 쏟아지는 각종 하이틴 잡 지와 스티커, 노트, 엽서들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만약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물건들 을 사들였다면 엄마에게 등짝을 맞았으리라.) 이뿐만이 아니다. 광풍처럼 휘몰아친 H.O.T 특수효과는 HOT 음료수, HOT 향수, HOT 미미인형, 급 기야 3D 입체 영화까지 강타 했다. 그러나 98년, 이들 앞 에 새로운 국 면이 찾아온 다. 10대일 수 없는, 20대 H.O.T 의 시험무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IMF 금융위기에도 불구하 고 그들의 3집은 (어설픈 자작곡이 9곡이나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 3개월 만에 1백 6만장이라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1집과 2집에 이어 밀리언셀러에 올라섰다. H.O.T의 음악적 역량을 평가하는 일은 여전 히 난해한 일이지만, 90년대 후반 우리 가요계 최고의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임이 확인된 것은 분명하다. 서태지의 공백으로 선택한 불가 피한 대체제가 아닌, 진정한 골수팬들을 만들어 낸 10대들의 우상이 었던 것이다. 음이탈의 본좌, Y2K 1999년에서 2000년으로 가는 세기 말,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3 인조 남성그룹이 등장했다. 바로 한일합작밴드 Y2K다. 아직도 이들 을 졸졸 따라다니는 연관검색어는 삑사리. 혹시 기억하는가.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발라드를 부 르던 중 발생한 그 초대형 음이탈 말이다. 당시 사건의 주인공이었 던 쌍둥이 형 유이치는 미아내~(미안해) 라는 외마디 비명으로 민 망함을 조속히 처리했다. Y2K는 데뷔 이래 3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돌연 해체를 선언한다. 이후 마츠오 형 제는 2007년 그룹 스완키 덩크로 데뷔한 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 다. 동생들의 어설픈 한국어 실력과 음이탈까지 감싸줘야 했던 네 모 미남 재근오빠는 뮤지컬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라고. 신화 속의 미소년 아도니스 가 팬클럽 이름이었던 Y2K. 그들은 밀레니 엄의 왕자님이었음에 틀림없다. 태사자 인 더 하우스, Uh!, 태사자 얼마 전 종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제작발표회가 있던 날 출연배우 은지원은 보고 싶은 아이돌 그룹으로 태사자를 꼽았다. 아이돌이 그리워하는 아이돌, NRG와 쌍벽을 이루던 남성 4인조 댄 스 그룹 태사자를 생각하면 아직도 기억나는 가사 한 줄이 있다. 아 ~예 태사자 인 더 하우스 (어!) 바로 이 대목에서 철천지 원수였던 에쵸티팬 과 젝스키스팬 들은 하나가 되었다. 80년대 출생한 소녀 들을 일치단결 시키는 신비의 주문, 도( 道 ) 는 그런 노래였다. 한편 H.O.T, 핑클 등 글로벌 네 이밍의 아성을 마다한 태사자( 太 四 子 )는 네 명의 큰 남자들 로진정 한 오리엔탈리즘의 색채를 보여주었다. 허당 이미지를 내보였던 천 ( 天 ) 김형준, 영득이라는 본명도 잊게 만든 미모의 풍( 風 ) 김영민, 랩 좀 한다던 우( 雨 ) 이동윤과 운( 雲 ) 박준석까지. 유노윤호, 믹키유천 이전에 호를 선점한 아이돌이라 하겠다. 뻣뻣한 댄스로 전봇대 라 는 별명까지 얻었던 리드싱어 김영민은 2006년 가수와 연기자 겸 업을 선언했지만 재기에는 실패했다. 같은 해 김형준은 모델출신 여 자친구와 쇼핑몰을 개업해 한 해 6억 원의 매출을 올린 사장이 됐 다. 한편 2008년 미국에서 극비리에 결혼을 했던 이동윤은 4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는 가슴 아픈 사실. 2PM, 비스트가 대세인 오늘 날, 우리 8090세대에게 지고지순한 몰입의 순간이 찾아오지 않음은 그 때 그 시절의 강력한 추억 때문이 아닐까. 소녀들의 필수품 누드다이어리 어린 시절의 다이어리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다. 1)비닐류 표지로 되어있다. 2)똑딱이 단추가 붙어 있다. 다이어리 라는 말이 무색하 게 글을 쓰는 건 맨 뒷장 프로필 혹은 친구 주소록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무언가 적지 않아도, 문구점에 들러서 빼 놓지 않고 사 모으 던 다이어리 속지. 속지 뿐 아니라 좋아하는 아이돌 엽서를 펀치로 구멍을 뚫어 다이어리에 끼워 두었다. 친구들과 속지를 교환하느라 여러 번 끼웠다 뺐다 등으로 인해 많이 구겨지고 그림이 벗겨지기도 했지만 교환의 횟수는 인기의 척도였다. 용도와 크기를 불문하고 무 조건 빵빵하게 채우기 위해 다이어리 속지를 모으는 데 열을 올렸는 데, 다이어리가 터지는 경지에 이른 친구들은 아, 어떡해. 말 하면 서도 내심 뿌듯한 표정을 짓곤 했다. 눈물이 방울방울 전설의 만화들 어릴 적 어렴풋이 떠오르는 추억의 만화들, 얼마나 기억할까? 웨 딩피치, 세일러문, 뾰로롱 꼬마마녀, 천사소녀 네티, 베르사유의 장 미, 슈퍼 그랑 죠, 통키, 슛돌
특 집 2012년 12월 6일 9 이 등은 8090 세대라면 누구나한번쯤숭배했을법한만화주인 공들이다. 그 중에서도 사회적 의미가 짙은 만화들이 있었다. 생태주 의를 다루는 만화, <출동! 지구특공대>. 땅, 불, 바람, 물 마음을 상징 하는 지구의 다섯 대륙에서 모인 각각의 다섯 명의 학생들이 각자 개 인 적으로 특화된 초능력을 사용하다가 모두가 모이면 더 큰 힘을 발 휘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상징적인 만화이다. 다섯 개의 반지가 모이 면 드디어 히어로인 캡틴플래닛이 등장하는데, 사실 그의 능력은 반 지의 그것과 비교하면 초라할 만큼이나 별 쓸모가 없다. 그는 환경을 파괴하는 적들을 상대로 싸우는데, 오염 물질에 치명적으로 약한 모 습을 보여 준다. 머털도사 인기에 빛을 발하지 못한 만화, <흙꼭두장 군>. -그러나 매년 설문조사에서 다시 보고 싶은 만화 1위로 꼽힌 다.- 한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2012년 전 건설된 왕릉이 발견된다. 도굴꾼으로부터 왕릉을 홀로 지켜오던 수문장 흙꼭두장군이 열두 살 빈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고려 공민왕릉의 역사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만화는 흙꼭두장군과 빈수의 우정, 심장병이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도굴에 합류하는 아버지의 부 정( 夫 情 ) 등 한국적 정서가 녹아든 여러 사연이 얽혀들어 높은 몰입 감을 부여하고 있다. 흙꼭두장군의 달구지의 왼쪽 바퀴가 닳아 없어 지자 자신의 지우개를 조각해 달아주던 빈수의 모습에 터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 못한 기억이 난다. 감동과 눈물을 넘어 당시 한국의 도 굴꾼의 문제를 지적하고, 사적지의 무분별한 발굴을 비판한다는 사회 적 메시지까지 환기시켰던 만화다. DIY액세서리, 감각적인 나만의 아이템 국민가방 으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추억의 이스트팩 과 잔스포츠 가방. 지퍼 끝에는 늘 각종 열쇠고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고리 모양의 캔 뚜껑을 모으거나 물에 삶아 부피가 줄어들은 요구르트 병 등이 대표적이다. -고리를 끼우기 위해 송곳을 불에 달 궈서 요구르트병 입구에 구멍을 내는 작업은 신중함을 요했다.- 남는 운동화 끈으로는 엮어 스쿠비두(Scoubidou)를 만들기도 했다. 이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운동화 끈은 형광 고무 끈으로 진화했는데, 시작은 늘 어려워서 문구점 아주머니와 부모님께서 3층까지 쌓아주 시곤 했다. 운동화를 사면 하나씩 사은품으로 주던 열쇠고리. 나이키 부터 아식스, 프로스펙스, 미즈노, 죠다쉬, 슈퍼카미트, 위크엔드 등 다양한 브랜드의 스포츠화 열쇠고리는 운동화만큼이나 갖고 싶었던 선물이었다. 다시 보고픈 꺼벙이와 친구들 인터넷이 미처 이 땅에 도착하지 않았던 90년대 초반까지, 그 무 렵의 10대들은 각종 책과 함께 자랐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 20 권의 책으로 출시됐던 대교출판사의 만화일기 시리즈. 꺼벙이를 주축 으로 따옥이, 돌배, 팔방이, 얄숙이, 꾸러기 등 전 권의 캐릭터 들이 사랑을 받았다. 당시 어린이권장도서에서 235만부라는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책장에는 친지들이 모이면 언제 든지 꺼낼 수 있는 빨간책이 꽂혀있었다. 우리의 눈을 마비 시 켰던 월리를 찾아라. 커다란 안경, 호리호리한 몸매, 빨간색 줄무늬 셔츠 차림에 4계절 내내 털모자를 쓰고 있던 월리를 기억한다. 여러 명이 모여 월리를 먼저 찾기 위해 책 한권을 둘러싸 고 옥신각신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미스터케이(Mr.케이) 에 들어있 는 콩콩이 입체 편지지로 친구들에게 편지를 쓴 경험이 있다면 당신 은 8090년 세대! 엠알케이 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는 것은 Mr. 를 왜 미스터 라 읽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던 짧은 영어실력 의 반증이다. 청소년용 무가지였던 마니또 은 이 달의 신곡, 가요 순 위, 가사 등이 수록되어있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음원을 다운로드 할 수 없었던 시절, 전화 700-9872를 통해 음악도 듣고, 국내외 스타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인기남이 되기 위해서는 유행하는 몇 개쯤의 시리즈와 삼행기를 꿰고 있어야 했다. 배우 최불암 특유의 파하~ 웃음소리와 함께 말장난과 허무개그로 난무하는 최불암 시리즈 는 다년간 다져진 연기로 근엄한 아버지상 을 대표했던 그의 이미지를 깨뜨리는데 일조했다. 이는 금융위기라는 시대적 상황과 기성새대를 조롱하는 유머 시리즈들의 산파 역할을 했다는 것이 고전 유머 학계의 정설이다. 현재 버전 업 된그의소 식도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 올라오고, 어플도 만들어졌지만 미니북 한장한장아껴읽던그당시의감수성을 대신할 수 없다. 90년대 를 강타했던 수많은 유머 시리즈는 시들어가지만, 앞으로도 그들은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80년대, 자유를 향한 저항의 날갯짓 이전까지의 암울한 역사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을까. 80년 대는 눈에 띄게 자유롭고 당돌한 이미지가 인기를 끌었다. 꽤나 보수 적이던 우리나라 패션 역사로 보아서는 가히 파격적이라 볼 만하다. 머리카락을 어찌나 잘게 볶았던지 마치 사자처럼 부풀린 일명 미스 코리아 머리 는 이 시대 도발적인 여성의 상징이었다. 김완선 머리에 게슴츠레하게 뜬 눈이면 그것이 섹시인줄 알던 시절이다. 돌청진(스톤 워시드 진)에 어둠 속에서도 번뜩이는 형광색 티셔츠, 가을바람에 어 울리는, 어깨 뽕이 잔뜩 들어간 바바리는 보기만 해도 무거울 지경이 다. 여기에 민해경의 미니스커트도 빠뜨리면 섭섭하다. 김완선이 특유 의 신비스러움과 섹시한 분위기로 인기를 끌어 그녀의 패션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면, 이 시기의 민해경은 적극적이고 활달한 여성의 상 징으로 유행을 선도하는 쌍두마차라고 볼 수 있겠다. 이 후 영화 비 트 는 97년도 개봉작이지만 80년대 후반의 패션 스타일을 잘 보여주 고 있다. 자존심으로 한껏 띄운 닭벼슬 같은 앞머리와 헐렁하고 색 바 랜 청자켓, 밑단이 좁아지는 바지를 입고, 빅뱅 하이탑 운동화의 시초 격인 발목까지 오는 리복 운동화를 신는다면 당신도 패셔니스타 가 될 수 있었다. 비슷비슷하고 고만고만한 스타일 중에도 물 건너온 gap이나 polo의 맨투맨 티셔츠를 입었다면 있는 집 자식 대접을 받 기도 했다. 수입품이 경제력을 대변하던 때였으니 오죽하랴. 남자들은 한쪽 눈을 반쯤 가린 앞머리와 반항적인 눈빛으로 시대의 반항아 같 은 분위기를 연출해야 뭘 좀 안다하는 오빠였고, 언니들은 꼭 윤기 나 는 젤로 고정시킨 닭벼슬 앞머리를 누가 높이 띄우나 경쟁을 했다. 그 러나 무서운 언니보다 더 높이 띄우는 것은 암묵적으로 금기시 되었 다. 80년대에는 스타일의 다양성은 그리 보장받지 못했다. 쫄티에 청 자켓을 입으면 그만이었고, 스타일 연출의 성공 유무를 좌우하는 것 은 그저 눈빛에 달려 있다. 우수에 차 있거나, 반항적이거나. 90년대, 남과 북의 패션피플 90년대 후반 패션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남과 북의 편 가르기 가 아닐까 싶다.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의 패션스타일은 남과 북으로 갈렸다. 강의 남쪽은 미국 세미힙합이. 북쪽은 복고풍이 유행을 했으 니 말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 이제와 인기를 끌었지만 이때부 터 강남과 강북의 지역적 분위기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의 중심 광화문에 나가보면 힙합바지로 바닥을 쓸고 다니는 언 니들과 깻잎을 이마에 돌돌 말은 언니들 사이의 신경전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머리끄덩이 잡는 싸움만 나지 않았을 뿐 분위기는 매우 팽 팽했다. 우리들의 학창시절, 옷 좀 입는다는 친구 녀석들이 하나 둘 씩 매고 온 이스트팩과 잔스포츠는 어느새 학생들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예전에는 외국에 사는 친척이 있는 경우에만 공수할 수 있 었던 이 미국 애들 책가방은 그 인기에 힘입어 우리나라 백화점에 입점했다. 엄마를 졸라 가방을 사러 백화점에 가기라도 하면 같은 학교 학생들 서넛은 마주칠 정도였으니 그 인기가 대단했다. 요즘 학생들이 노스페이스 패딩으로 계급을 나누듯 이 가방에도 소심한 계급 나누기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가방 바닥에 가죽이 깔려 있 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여부였다. 이렇게 똑같은 교복에 똑같은 가방 을 매는 학생들 중 유행이 앞서는 친구들은 닥터마틴에 폴로 쫄쫄이 양말을 신어 스타일을 완성했다. 물론 나중에는 이마저도 교복패션 의 하나가 되었지만 말이다. 좋아하던 남학생의 이스트팩 앞주머니 에 삐져나온 이어폰도 떠오른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SONY 휴대 용 CD플레이어로 클래식 음악을 들을 것 같던, 남몰래 좋아했던 같 은 반 남자 아이. 알고 보니 일본판 슬램덩크 마니아였지만, 그 애가 슬램덩크 주제곡을 직접 녹음해 선물한 카세트 테이프를 늘어지도록 들었었다. 그 애는 서태웅의 광팬이었는데. 2000년대, 편한 듯 튀게 2000년대 초반, 번화가를 수놓은 불꽃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화려한 원색의 아디다스 져지에 곱게 수 놓아진 불꽃 문양으로 후 끈 달아올랐는데, 그거 하나 사 입겠다고 성인이 되자마자 아르바 이트를 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었다. TV를 틀면 연예인들도 저마다 각기각색의 져지를 입었고, 거리 또한 아디다스의 물결이었다. 외 출하면 나와 똑같은 져지를 입은 사람 두셋은 마주쳤다. 아디다스 일반 매장은 색이 별로 예쁘지 않다고 친구를 따라 당시엔 하나 뿐 이었던 압구정 아디다스 오리지널 매장을 찾아, 열심히 모아 둔 용 돈을 탈탈 털어 져지 한 벌을 장만했다. 그렇게 사고도 아까워 입 지는 못하고 쳐다보기만 했던 기억도 있으니, 져지 사랑 참 유난했 다. 누군가는 이 져지와 함께 트레이닝 세트를, 여성들은 치마를 입 기도 했지만, 여기에 어울리는 국민 바지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리바이스 엔지니어드 진이다. 엔지니어드 진은 독특한 재봉선과 소 재로 인해 단기 유행 아이템이 될 만한 가능성이 농후했으나, 예상 을 뒤엎고 2000년대 중반까지도 사랑을 받았던 제품. 리바이스 501이 리바이스의 스테디셀러로 리바이스 청바지의 역사 를 보여 준다면, 엔지니어드 진은 2000년대 초중반의 활동적이고 적극적 인 젊은이들을 상징하는 단편적인 패션의 역사 를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겠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행을 이끄는 건 패션 피플도, 대학생도 아닌 중고등학생이다. 이들의 마음에 들기만 하면 브랜드의 흥행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얼마 전 인터넷에 떠돌던 노쓰페이스 패딩점퍼 계급에 대한 글은 엄청난 공감을 얻으며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내 자식이 남들 에게 뒤처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부모님의 마음과 그들의 계급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하고픈 그 나이대 아이들의 허세에 신이 난건 아웃도어 브랜드 뿐이다. 일명 등골브레이커 는 이제 유행의 정점을 찍다 못해 마치 학생들의 교복처럼 느껴져, 중고딩이 아닌 우리는 추워 도 노쓰 패딩은 어쩐지 민망스러워 입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추워도 부르지 못하는 이름, 노쓰페이스여. 김아영 기자 ayoung0728@sogang.ac.kr 이해수 기자 lucidhaesoo@gmail.com 김하늘 기자 sky5075@gmail.com
10 2012년 12월 6일 문 화 혁명가 트로츠키는 스탈린에 쫓기는 신세에서도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 로 말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의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는 이 말에 큰 감명을 받았다는데, 그것이 영화의 제작 동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혁명이나 좌익과는 거리가 먼, 아쉬울 것 전혀 없이 잘 나가는 영화감독인 그에 게 트로츠키의 말이 그의 마음에 어떤 혁명의 불씨를 당겼던 것일까. # 가벼움과 무거움 요즘 세상은 가벼움에 지배당하고 있는 듯하다. 무거움 혹 은 진중함과 양립하지 않는 가벼움은 바람에 날리는 깃털처 럼 연약하고 무의미하다. 문화적인 자극을 위해 개봉 영화들 의 이국적이고 화려한 배경과 현란한 그래픽에 눈을 뺏기다 보면 어느새 두 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이 끝나있다. 어느 때 보다도 화려한 영상을 뽐내는 영화의 홍수 속에서도 우리는 갈증을 떨치기 힘들다. 아무 생각 없이 취하는 휴식을 원하 는 이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차고 넘치지만, 문화적인 자극을 바라는 영화팬들에게 생기는 갈증은 고질병이 되어 버렸다. 체코의 작가 밀란 쿤데라는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의 대 립쌍은 모든 대립들 중에서 가장 신비스럽고 타의적이다 라 고 말했다. 이 세상이 양분법적 대립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에 반대하여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의 완벽한 분류는 무의미할 뿐 아니라 우리 삶은 그 두 가지를 다 필요로 하고 있다고 보 았다. 베니니의 영화는 가벼움과 무거움의 비율을 알맞게 버 무린 영화이다. 극대화된 슬픔을 보여주는 것은 눈물도, 오 열도 아닌 웃음이었다. 그는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한 자신만 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아름다워 는 우리나라에서 개봉한지 벌써 10년도 넘은 영화이다. 그 세월이면 잊혀질만도 한데 몇 번을 보아도 새로운 대사를 음미하게 되는 볼 때마다 새로운 영화 이다. 유쾌함의 극치를 보이는 주옥같은 대사의 향연과 대조되는 시대적 배경은 비극적이고 암울하다. 베니니는 이탈리아인들 에게도 가슴 아픈 역사인 홀로코스트를 자신의 필름에 담아 냈다. 홀로코스트 라는 말은 원래 그리스어로 번제 를 뜻하 지만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은 이 말을 유태인 대학살 을 뜻하는 고유명사로 만들어 버렸다. 민족의 수난 으로 치자면 우리나라도 빠지지 않지만 유태인에 비견할 만큼은 아니었 다. 유태인은 숫자가 적고 그들의 나라조차 갖고 있지 않음에 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래 서인지 유태인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다. 베니스의 상인 의 악랄한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으로 대변되기도 하고, 세계인 의 책장에서 여전히 지혜의 상징으로 꼽히는 탈무드 의지혜 를 가진 민족이기도 하다가, 선민의식으로 똘똘 뭉친 답답하 고 이기적인 민족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마르크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등의 걸출한 인물을 배출한 민족이기도 하다. 현 재는 시오니즘을 실현하기 위한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세계 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언론과 재계를 좌지우지하고 있기도 한 엄청난 저력을 가진 민족이기도 하 다. 그들의 존재감 때문일까. 우리 역사에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악랄한 범죄는 유태인을 대상으로 일어났다. 홀 로코스트는 많은 영화의 소재가 되었다.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 로부터 시작해 가장 최근 개봉작인 사라의 열쇠, 소피의 선택 등 유태인 말살정책을 다룬 영화는 많지만 베 니니가 그린 홀로코스트의 비극에는 단지 슬픔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것들과는 다르다. 이탈리아식 유머를 통해 베니니의 개성을 한껏 뽐낸 인생 은 아름다워 는 1930년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 기는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이 한창일 때이지만 따뜻하고 푸 르른 시골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평화로운 배경과는 대 조적으로 주인공의 등장은 처음부터 어수선하기만 하다. 어 떤 영화인지 전혀 모르고 본다면 이러한 어수선함에 적응이 되지 않아 자리를 박차고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 내심을 조금만 가지면 마시멜로 이야기 처럼 스토리가 전개 될수록 아껴 두었던 마시멜로를 맛보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 Buon giorno, principessa! (안녕하세요, 공주님!) 홀로코스트에 의해 희생된 한 가족의 이야기는 Buon giorno, principessa! (안녕하세요, 공주님!)이라는 한 마디로 시작된다. 레스토랑 웨이터인 귀도와 초등학교 선생님인 도 라는 언뜻 보기에도 잘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지만 귀도는 적 극적이고 끈질긴 구애 끝에 도라의 관심을 얻어내는데 성공 한다. 여러 번의 우연한 만남에서 귀도는 도라와 마주칠 때마 다 안녕하세요, 공주님! 을 외친다. 그의 진실한 마음을 느낀 도라는 귀도의 마음을 받아 들여 조수아를 낳고 행복한 가정 을 꾸린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초반부를 귀도와 도라의 사랑 이야기로만 알고 넘어가면 섭섭하다. 가진 것은 없지만 당당 하고 위트가 넘치는 귀도라는 인물에 주목해 본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의 생활양식과 파시스트에 대 인생은 아름다워 La vita é bella - Roberto Benigni 내면의 교류에 목 마른 우리에게 내려진 단비 김하늘 기자 sky5075@gmail.com 한 베니니의 풍자는 귀도라는 인물을 통해 재현된다. 귀도는 상류층들을 자기 마음대로 비웃고 있는 듯하지만 정작 그는 그런데는 관심조차 없는 순박하고 유쾌한 인물이다. 또한 영 화 곳곳에서 지금까지 거의 드러내지 않았던 베니니식의 정 치관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례를 보자면 도시로 상 경해 숙부를 찾은 귀도는 숙부가 젊은이 몇의 행패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쫓아버리지 그랬냐는 귀도의 말에 숙 부는 침묵만큼 큰 저항은 없다 고 조용히 대답한다. 베니니 는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이런 방식으로 나타냈을지 모를 일 이다. 귀도가 도라를 만나기 위해 학교에 찾아가 로마에서 온 장학사 흉내를 내는 장면은 마치 코미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흥미롭다. 이탈리아인의 우월함을 아이들 앞에서 설명하라는 교장 선생의 다소 파쇼적 발언에 귀도는 천연덕스럽게 웃통 을 벗고 순수 혈통 아리아인의 배꼽의 위대함 을 보여준다. 이렇게 영화 중간중간 펼쳐지는 언어유희와 역설적인 상황에 서 터져 나오는 웃음은 이 영화의 깨알 같은 재미를 더해준 다. 또한 베니니는 영화 곳곳에서 민족적 우월감 을갖는것 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탈리아인들의 민족적 자부심 을 드러 내는데는 주저하지 않는 듯 보인다. 이탈리아인으로서 로 시 작하는 수 많은 대사들과 관공서나 학교 등 어디를 가나 가장 훌륭한 장식처럼 걸려진 삼색기(Tri colore)가 그렇다. # 유태인과 개는 출입금지 운명의 여신은 행복한 자를 질투한다 했던가. 도라가 다른 남자와 약혼식을 하는 날 누군가 숙부의 말에 유태인의 말 이라고 써 놓은 것에서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그러나 귀도는 그런 일에 전혀 개의치 않고 유태인의 말 을 타고 개선장군 처럼 도라를 원치 않는 삶으로부터 구해낸다. 우여곡절 끝에 아들 조수아를 낳고 조그만 서점도 차려 꿈을 현실로 실현시 켰지만 그 행복도 잠시, 이탈리아에도 홀로코스트의 어두운 그림자가 덮치기 시작한다. 유태인과 개는 출입금지 표시 가 붙은 상점이 점점 늘어나고, 귀도가 차린 조그만 서점에 도 유태인의 가게 라는 글귀가 붙어 모든 책을 반값에 팔아 도 손님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도라의 어머니로부터 결혼을 인정받고 조수아의 생일이기도 한 날, 어머니와 함께 외출했 다가 돌아온 도라는 남편과 아들이 수용소로 가는 기차를 타 러 갔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도라는 유태인이 아님에도 남 편과 아들을 따라 같은 기차에 몸을 싣는다. 한편 수용소에 도착한 귀도는 조수아에게 생일 이벤트로 오랫동안 계획한 게임이라고 말하며 안심시킨다. 호기심 어 린 조수아의 눈과 아들에게 끊임없이 우스갯소리를 하는 귀 도 주위로 비통함과 절망에 잠긴 사람들의 얼굴이 교차된다. 결국 귀도는 죽는 순간까지도 아들이 이 비극적인 현실을 알 아차리지 못하도록 조수아를 즐겁게 해줘 조수아는 끝까지 이 상황이 진짜 게임을 하는 상황이라 믿는다. 독일이 패망 하고 수용소에 정적만 남았을 때, 조수아가 자신의 은신처에 서 나오자 진짜 탱크가 조수아를 향해 다가온다. 조수아는 탱크를 타고 1등의 기쁨을 누리고 엄마와 재회한다. 그리고 성인이 된 조수아의 이것이 자신의 이야기 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영화에서는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도 우연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베니니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데 일상 의 특징들을 이용한다. 도라 역시 이런 에피소드를 겪으며 이 우연들이 마치 귀도와의 필연이라 여기게 된다. 억지스럽 게 느껴질 수도 있는 에피소드들은 영화의 동화 같은 면을 부 각시킨다. 혹자는 홀로코스트라는 무거운 주제를 너무 희화 화한 것이 아니냐고 말 할지 모른다. 하지만 베니니는 그만 의 스타일로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충분히 상기시켜주고 있 으며,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극단의 상황에 처해 있는 인간을 절망 이라는 시각만으로 조명하지 않을 수 있 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깬 부분일 것이다. # 베니니식 혁명 지난 2011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의 원작자 루비노 로 미오 살모니가 세상을 떠났다.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살아남 은 유태인은 극소수에 불과한데, 역사의 증인들은 이제 세월 의 흐름 속에 잊혀져 가고 있다. 부끄러운 역사를 다시 반복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과거의 아픔을 잊기 보다는 자 주 끄집어 내 상기시켜야 할 것이다. 빠른 역사의 흐름 속에 서 잊혀져 간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자기만의 방식 으로 세계 인에게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는 측면에서 베니니의 영화는 가히 혁명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비극을 희극적으로 연출하 겠다던 야심찬 시도, 어둡고 암울한 블랙유머가 아닌 유쾌한 농담처럼 파시스트들을 조롱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블 랙 유머는 인간 존재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전제로 해 어둡고 무거운 어조를 지녔다는 특징이 있지만 그의 유머는 어둡지 않다. 오히려 아무런 악의가 없어 보이는 농담들처럼 느껴져 조소나 풍자한 장면을 보려면 영화를 다시 한 번 돌려 보며 일일이 찾아봐야 할 지경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 뼈가 없어 보이는 유머들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이나 세태 에 좌절하지 않고 절대 굴하지 않는, 심각한 일도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기는 강인한 인간을 나타내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영화는 깐느 영화제에서 특별대상 수상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우리나라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극장 에 개봉했을 당시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입소문만으로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사랑하고, 홀로코스트의 아픔을 가슴으로 함께 느꼈다.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는 이탈리아 영 화 천재의 역작이라는 찬사와 채플린의 아류라는 비판을 동 시에 받고 있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는 판단은 잠시 미뤄두고 웃다가 울다가 정신없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문 화 2012년 12월 6일 11 김하늘 기자 sky5075@gmail.com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 유와 힘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좌우된다. 이는 정신과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의 명언이다. 무의식적으로 가해지는 반응에는 무방비 상태이지 만, 그에 따른 반응은 우리가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무분별하게 방출되는 자극들에 파블로프의 개처럼 더 이상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만은 없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유해정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힘을 가지는 것이 이 시 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필수 미션일 것이다.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조금 과장하자면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며,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 들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일이나 저축에서 즐 거움을 찾던 예전과 달리 우리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 낼까 고민하는 데 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마저 스트레스 받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상황 이 이렇다보니 별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문화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문화산업의 포화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자 미디어는 자 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내지 않을 수 없게 되 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채널선택권의 우위를 점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명절에 친척들이 둘러앉아 윷놀이를 하는 모습은 이제 달력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되어 버렸다. 윷놀이를 대체하는 것은 TV에서 나오 는 명절특집 예능프로그램이다. TV에 나와 실없는 소리를 해대며 자기들끼리 웃는 연 예인들의 모습은 어르신들과 함께 보기 민망하기 짝이 없다. 젊은이들이나 따라 웃지, 웃음 포인트를 찾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전혀 알지 못하는 외국어나 다름없다. 이 것은 비단 명절만의 문제가 아니다. 평일 TV 황금시간대 편성의 대부분이 예능프로그 램으로 꽉 차있다. 그나마 토크쇼가 일부를 차지하고 나면 나머지는 그저 몸 개그나 말 장난을 통해 웃기는 프로그램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 생각 없이 깔 깔대다 보면 저녁시간이 무심히 흘러가 버리는데, 바보상자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도 이런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인터넷 댓글에서나 쓰일 법한 막 장드라마 라는 용어가 이제 사전에 등재되었을 정도다. 출생의 비밀이나, 원수 가문의 사랑 같은 고리타분한 소재로는 더 이상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한다. 일상에 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사건들이 드라마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주말 드라마와 미니시리즈에서 살인사건을 다룬 드라 마만도 절반 수준을 차지한다. 일상에서 전혀 공감이 되지 않을 이야기들은 배우의 인 기나 연기력에 의존한 채 시청자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시청률을 올리는 데에만 혈안이 된 듯하다. 막장드라마가 쓸 수 있는 막장 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시험하고 있는 것일까. 직장인들 중 대다수는 자신의 업무에 대한 걱정보다 직장 내 인간관계를 더욱 고민 한다고 한다. 성실함이나 진실함만으로는 내 밥그릇을 지키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소 위 사내정치 가 승진의 팔할을 결정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일을 잘하는 것 은 기본이고, 음주가무까지 잘해야 사랑받는 직원이 될 수 있다. 직장인들은 회 식 때 선보일 춤을 배우기 위해 주말에 댄스학원이나 음치탈출 노래교실을 다 니거나,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유머책 이라도 암기해야할 지경이다. 거래 처와 상사에게 즐거움이라는 자극을 주지 못하는 신입사원이 발 붙일 곳 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학교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학기가 시작할 때 가장 인기가 많은 수업은 단연 재미있는 수업이다. 수업 내용이 어렵게 느껴지거나, 유머감각이 없는 교수의 수업 은 인기를 끌기 어렵다. 학생 입장에서 재미있는 수업이란 수업내용과 관계없는 요 소가 많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학원가의 스타강사들은 이러한 학생들의 욕구를 그대로 실현한 예라고 볼 수 있다. 강사들은 수업내용의 질을 고려하기 보다는 만화 캐릭터로 분장하거나, 육두문자를 마구 날리며 학생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재보다 잿밥에 더 관심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수업이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다. 수강생의 수 가 강사의 자질을 결정하는 학원계의 특성상 이 같은 상황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겠지 만,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얼마 전 대선 주자 안철수와 문재인의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토론이 있었다. 그러나 주변과 인터넷의 반응은 너무 재미가 없어서 끝까지 못 보 고 다른 채널로 돌려 버렸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네거 티브 없이 정책만을 이야기하는 고상한 토론 방식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다.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1차원적 대립에 익숙해진 우리들 에게는 자극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키는가의 여부가 대선후 보를 선택할 때마저도 중요한 변수가 된 듯하다. 마치 대 선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끄는데 적합한 리더를 선출하 기보다는 더 매력적인 인물이 누구인가 뽑는 인기투표처 럼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대 진영에 대한 비방과 네 거티브를 배제한 선거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것이 국민들의 의식만이 문제 라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어째서 이렇게 자극 을 추구하고,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일까. 바삐 돌아 가는 세상에서 타인을 바라보지 못해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게 되는 인간 소외 현상은 무분별한 자극 추구 행위를 부추긴다.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음을 전혀 고 려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배출해낸다. 네티즌에 게도 이런 현상은 낯선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악성댓글에 달고 누 군가는 익숙해지면서 악순환은 되풀이된다. 인터넷 유저들의 상당수는 인터넷 댓글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지만, 익명성으로 보장된 댓글 의 자유는 어디까지가 자유이고, 방임인지 도저히 분간을 하기 힘들다. 초고속 무선 인터넷 보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100%를 돌 파한 인터넷 선진국에서 네티켓 을 바라는 것이 사치에 가깝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자극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행위이다. 즐거움이나 재미도 자극이 선행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잣대나 신념이 존재하지 않 은 채 무의식적으로 수용하는 자극의 대가는 꽤나 크다. 최근 뉴스를 보면 일정시간 이 상 컴퓨터 게임에 노출된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이성을 배제하 고 자극 추구의 본성만을 따른 자의 말로이다. 우리는 원하는 정보를 클릭 몇 번이면 찾아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동시에 어떤 것을 수용하고 어떤 것을 버릴지 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기도 하다. 니체는 권력에의 의 지 에서 깔깔대고 웃는 아이 를 신의 유아성에 비유한 바 있다. 자극이라는 경로를 통해야만 웃을 수 있는 요즘 사람들에게 순수함에서 기인한 어린 아이 같은 웃음은 인간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경지이자, 자극으로 인한 부작용으로부터의 탈출구가 될 것이다.
12 2012년 12월 6일 보 도 2012 전국 대학원 총학생회 협의회(준) 출범 지난 10월 13일 전국 대학원 총학생회 협의회 준비 위 원회(이하 전원협)가 출범식을 열었다. 이 행사는 본교 대 학원 총학생회 동행 을 주축으로 강원대, 건국대, 고려 대, 동국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상명대, 한국외대, 항공대, 홍익대 총 12개 대학원 총학생회 회장단 및 집행 부가 참석하였다. 동행 은 지난7월이미신촌지역세 학교(서강대, 연세대, 홍익대)만의 연합을 시도한 바 있다. 이번 협의회는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서 지속적인 연결고 리를 마련하고, 연합의 규모를 전국적으로 확대했다는 점 에서 의미가 있다. 등록금 문제 개선, 학술 연대 방안 등 중점 논의 본 협의회는 전원협의 취지를 알리고, 기존 안건에 대 한 각 학교의 입장을 파악하는 것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각 총학의 학내 위치와 운영 제도, 성과 내용을 소개하고, 원우들과의 소통 정도 등을 바탕으로 총학의 현주소를 짚 어보았다. 이 날 구체적인 논의는 크게 세 가지였다. 등록 금 심의 위원회에 총학생회 참여 문제, 공동학술연대 방 안 모색, 그리고 전원협 정식 발족 시기와 장 단기 발전 계획 논의하는 순으로 이루어졌다. 우선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각 학교마다 입장과 상 황 차이가 커서 조율이 쉽지 않았다. 학교별로 등록금심 의위원회 구성 방식, 학생의 권한 및 운영방식이 달라 합 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등록금은 반드시 해결 해야 할 문제이며,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해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 재 전원협은 공동성명의 필요성에 대해 계속 논의 중이며 이를 구체화하여 향후 정책 방향을 도출할 예정이다. 한편, 전원협은 학교 간 교류 뿐 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 문적 관심을 높이고 다양한 주제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 는데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 했다. 논집 발간, 학술 세미나와 교류행사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등을 공동 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전원협은 정식 발족을 위한 인수인계 체계화 방안도 모 색 했다. 앞으로 협의회는 이 모임이 명목상으로 끝나도 록 구두합의를 문서화하여 차기 회장단과 집행부가 시행 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출범식 이후 전원협은 11월 10일 두 번째 모임을 통해 다시한번 입장을 정리했지만 구체적인 논의까지는 시일 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회장단 임기 만료와 교체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차기 회장단의 취임 여부를 떠나 구체적인 사안들을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 다. 이에 동행 의 한택수 회장은 한 달에 한 번 전원협을 지속적으로 개최함으로써 학교 간 소통을 원활히 하고, 각 총학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해나갈 것 이라고 전했다. 세 번째 모임은 12월 8일 고려대학교에서 가질 예정이다. 26대 대학원 총학생회 동행 사업 평가 26대 대학원 총학생회(회장=한택수)의 임기가 석 달 가 량 남은 현 시점에서 그 동안의 활동을 되짚어 보았다. 올 해 총학은 문화지원 사업을 신설하여 문화적 욕구는 충족 시켰지만, 대학원 총학생회의 주요한 사업인 학술사업이 부진했다. 그러나 불필요한 사업에 대한 예산은 줄이고 참여율이 저조한 사업은 과감히 폐지함과 동시에 학우들 이 함께 할 수 있는 행사와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 에 대해서는 여론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계방학 특강으로 SPSS 프로그램 활용 강좌를 열 었다. 논문에서 SPSS가 많이 활용되고 있으나 고비용의 외 부 강좌는 원우들에게 부담이었다. 과정별로 5만원씩의 수 업료를 받았으나 지각 및 결석이 없는 경우 전액 환급 하는 방식으로, 원우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김조광수(영화 친구사이 감독) 강연을 개최했다. 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그의 영화 이야기를 듣고,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변화와 그들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하 여한번더생각해보는 자리가 되었다. 외국인 유학생 원우들을 위한 사업을 활발히 진행했 다. 유학생 템플스테이, 상하반기 외국인 유학생 간담회, 외 국인 유학생 한국역사문화탐방(경주) 등을 통해 유학생의 한 국 적응을 도왔다. 문화 활동 지원 프로젝트 는 올 해 새롭게 신설된 사 업이다. 학업에 치여 공연, 연극, 전시 등 문화생활을 접하기 힘든 원우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지난 10월 24일부터 3일간의 접수 끝에 선발된 20명의 원우들은 11월 10일 장진 감독의 <서툰 사람들>을 함께 관람했다. 본 프로젝트는 매 학기마다 약 2회에 걸쳐 진행되며, 공연, 연 극, 전시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단체 점퍼 공동 구매 사업이 성황리에 끝났다. 동행 의 대표적인 기획사업 중 하나인 이번 사업은 접수 21시간 만에 선착순 200명 모집이 조기 종료됐다. 이후 원우들의 추가구매 요청이 이어졌으며, 지난 11월 15일부터 양일간 2 차 공동구매가 이어졌다. 총학생회는 점퍼비용 4만3천원 중 3만3천원을 지원했으며, 만 원 단위의 개인부담금으로 점퍼 를 구매한 원우들은 점퍼 구입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 가를 내리고 있다. 동행 은 학교측에 협소한 연구 공간 실정에 대해 끊 임없이 문제제기 했으며 이를 위해 올해 초 각과 연구 공간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하반기에는 X관 열람실 리노베이션 완공에 따라 일반대학원 전용 열람실 운영을 재개했다. 지 정석은 11월 1일부터 배정됐다. 연구 공간 확보는 공간 자체 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 렵다. 차기 회장단은 대학원 연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열 람실 개편 공간 문제 해결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동행 의 총학생회는 내년 1월까지 12월 1일 유학생 DMZ 탐방 12월 4일 이병률 작가 기획 특강 연구 환 경 개선 물품 배부 질적 방법론 동계 특강 등 다양한 사 업이 진행할 예정이다. 이해수 기자 원우들과 동행하기 위해 물심양면 노력해준 26대 집행부원들에게 사랑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학생회에서 해오던 기존 사업을 없애고 새로운 사업으로 대체한 부분의 반응이 좋았다고 봅니다. 작년의 풋살 대회나 식당 블로거 사업 같은 경우엔 학생들의 참여율도 높지 않았고 극소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던 사업이었습니다. 그래서 26 대 학생회장 후보 당시, 보다 많은 원우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춰 풋살 대회, 식당 블로거 등의 사업 을 폐지하고 단체 점퍼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10월과 11월, 총 2차에 걸쳐 250명의 신청을 받았으며 반응은 예상보다 너무나도 뜨거웠습니다. 1차(200명) 신청은 21시간 만에 종료되었고 2차(50명)신청 역시 5시간 만에 종료 되었기에 기존에 해오던 어떠한 사업들보다 더욱 뜨거운 관심을 이끌었다고 느꼈습니다. 학업에 지친 원우들이 조금이라도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새롭게 시도한 문화 지원 프 로젝트 역시 반응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혜택을 드릴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학술적 사업을 다 소 놓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체 점퍼 사업에 들어갔던 예산을 학술적인 사업(타교와 연합 세미나, 컨퍼런스 주최)으로 집중 했다면 그것 역시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이제 본교 학생회에서 전국 대학원 총학생회 협의회(준)의 초석을 타교 학생회와 함께 세워나갔고 타교와 연합 학술 행사를 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으니 앞으로 연합 세미나 등의 형식을 갖춘 학술 관련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 합니다. 아직 겨울방학의 사업이 남았지만 원우들과 동행하기 위해 4계절 동안 다산관 404호에서 물심양면 노력해준 26대 집행부원들에게 사랑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26대 대학원 총학생회 동행 을 응원해주시고 쓴 소리를 아끼지 않으 신 일반대학원 원우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26대 대학원 총학생회 회장 한택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