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 철학논집 ( 제 44 집 ) I. 철학함, 철학실천, 대화 철학실천은동사 ( 動詞 ) 로서의철학, 곧철학하는활동이다. 소크라테스와플라톤에게철학함은대화이다. 철학함, 철학실천, 대화는홀로-있음의한계를넘어선다. 철학함이결핍되면개인은의식가운데홀로있다. 1) 반면철학함

Similar documents
<3033C6AFC1FD5FC0CCB3B2C0CE2E687770>

2),, 312, , 59. 3),, 7, 1996, 30.

- 4 -

<B3EDB9AEC0DBBCBAB9FD2E687770>

The mission minded church - Strategies in building a multicultural ministry – Die missions-bereite Kirche - Strategien zum Aufbau multikultureller Ge

<3133C0CFB9DD5FC1A4BFACC0E75FC0E7B1B32E687770>

A 목차

완벽한개념정립 _ 행렬의참, 거짓 수학전문가 NAMU 선생 1. 행렬의참, 거짓개념정리 1. 교환법칙과관련한내용, 는항상성립하지만 는항상성립하지는않는다. < 참인명제 > (1),, (2) ( ) 인경우에는 가성립한다.,,, (3) 다음과같은관계식을만족하는두행렬 A,B에

1-1) 아직까지도우리나라는 resilience' 이라는용어가적응유연성 ( 권태철, 2002; 김미승, 2002; 박현선, 1998, 1999a, 1999b; 양국선, 2001; 유성경, 2000; 이선아, 2004; 윤미경, 2002; 조혜정, 2002; 장순정, 2

<B3EDB4DC28B1E8BCAEC7F6292E687770>

ok.

Boström, Familienerbrecht und Testierfreiheit in Schweden und anderen skandinavischen Ländern, in: Familienerbrecht und Testierfreiheit im europäische

<3032BFF9C8A35FBABBB9AE5FC7A5C1F6C7D5C4A32E696E6464>

2007년 6월 고2 모의고사 국어,언어 문제.hwp

242 외국어로서의독일어제 41 집.,.,. III.3 Y,. (2016). (2016),,,.,..., II.,,,

도식악보활용\(민경훈\)

고등독일어브로셔내지_양도원

120~151역사지도서3



<C8AFB0E6B9FDBFACB1B85F3236B1C75F33C8A32E687770>

210 법학논고제 50 집 ( )

4) 5) 6) 7)

10월추천dvd

독일기악미학\(이경희\)

교육학석사학위논문 윤리적입장에따른학교상담자의 비밀보장예외판단차이분석 년 월 서울대학교대학원 교육학과교육상담전공 구승영

과제번호 RR [ 연구결과보고서 ] 대학교양기초교육에대한 종합적분석연구 연구책임자 : 손동현 ( 한국교양기초교육원 )

<3235B0AD20BCF6BFADC0C720B1D8C7D120C2FC20B0C5C1FE20322E687770>

¿Ü±¹¹ýÁ¦³»Áö09054)

핵 1 학년 2 학년 3 학년합계 문학과예술 역사와철학 사회와이념 선택 학점계 학년 2 학년 3 학년합계비고 14 (15) 13 (14) 27 (29) 2

CC hwp

DBPIA-NURIMEDIA

융합인재교육 ( S T E A M ) 프로그램 2

저작자표시 - 비영리 - 변경금지 2.0 대한민국 이용자는아래의조건을따르는경우에한하여자유롭게 이저작물을복제, 배포, 전송, 전시, 공연및방송할수있습니다. 다음과같은조건을따라야합니다 : 저작자표시. 귀하는원저작자를표시하여야합니다. 비영리. 귀하는이저작물을영리목적으로이용할

<C0FCC8C4BCD2BCB3B0FAC7E3B9ABC1D6C0C7C0FBB9CCC0C7BDC42DBABBB9AE2E687770>

사회문화적관점에서개발주의비판하기 사회양극화와개발주의 Ÿ Ÿ Ÿ /

È޴ϵåA4±â¼Û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Drucker Innovation_CEO과정

핵 심 교 양 1 학년 2 학년 3 학년합계 문학과예술 역사와철학 사회와이념 선택 교양학점계 학년 2 학년 3 학년합계비고 14 (15) 13 (

<4D F736F F F696E74202D20BCADBEE7C3B6C7D0C0D4B9AE2034C1D6C2F75FC3B6C7D0B0FA20C1B8C0E7>

쌍백합23호3

Microsoft PowerPoint - 26.pptx

<C1DF29B1E2BCFAA1A4B0A1C1A420A8E85FB1B3BBE7BFEB20C1F6B5B5BCAD2E706466>

2 단계 : 추상화 class 오리 { class 청둥오리 extends 오리 { class 물오리 extends 오리 { 청둥오리 mallardduck = new 청둥오리 (); 물오리 redheadduck = new 물오리 (); mallardduck.swim();

<C7D8BCAEC7D0C8B85FC3D6C1BE2E687770>

<C7D5C0C7BEC8C0C75FC1A6BDC3BFCD5FC3A4B9ABC0C75FBDC2C0CE5FB9E9B0E6C0CF5FC3D6C1BEBABB2E687770>

도박중동예방프로그램개발.hwp

Microsoft PowerPoint Relations.pptx

CC hwp

#7단원 1(252~269)교

- 89 -

행정학박사학위논문 목표모호성과조직행태 - 조직몰입, 직무만족, 공직봉사동기에미치는 영향을중심으로 - 년 월 서울대학교대학원 행정학과행정학전공 송성화

새국어생활제 14 권제 4 호 (2004 년겨울 )

독일도시형태학의시기구분 제 1 단계 ( ) : 도시형태학의태동기 Otto von Bismarck 퇴임 (1890) 1 차대전종전 (1918) 빌헬름제국시대, 제국주의시대 (Zeitalter des Imperialimus) 제 2 단계 ( )

충청북도교육청고시제 호 발간등록번호충북 충청북도교육과정각론 - 초등학교 -

41호-소비자문제연구(최종추가수정0507).hwp

1 경영학을 위한 수학 Final Exam 2015/12/12(토) 13:00-15:00 풀이과정을 모두 명시하시오. 정리를 사용할 경우 명시하시오. 1. (각 6점) 다음 적분을 구하시오 Z 1 4 Z 1 (x + 1) dx (a) 1 (x 1)4 dx 1 Solut

Jkafm093.hwp

* pb61۲õðÀÚÀ̳ʸ


유니티 변수-함수.key

5 291

152*220

학점배분구조표(표 1-20)

< C617720BBF3B4E3BBE7B7CAC1FD20C1A632B1C72E687770>

2019달력-대(판형키워)

....(......)(1)

3. 다음은카르노맵의표이다. 논리식을간략화한것은? < 나 > 4. 다음카르노맵을간략화시킨결과는? < >

Microsoft PowerPoint - MonthlyInsighT-2018_9월%20v1[1]

PowerPoint Presentation

CC hwp

< C0DAC0B2C5BDB1B820BFEEBFB520B8DEB4BABEF32D33C2F720C6EDC1FD2E687770>

C# Programming Guide - Types

행정학석사학위논문 공공기관기관장의전문성이 조직의성과에미치는영향 년 월 서울대학교행정대학원 행정학과행정학전공 유진아

hwp

gnu-lee-oop-kor-lec06-3-chap7

3주차(1-3차시) 구성주의와 수학교육

Çѹ̿ìÈ£-197È£

¾ç¼ºÄÀ-2

철학탐구 1. 들어가는말,. (pathos),,..,.,.,,. (ethos), (logos) (enthymema). 1).... 1,,... (pistis). 2) 1) G. A. Kennedy, Aristotle on Rhetoric, 1356a(New York :

1504-<C804><CCB4>.pdf

<C0FCB9AEB1E2BCFA20BFDCB1B9C0CEB7C220B3EBB5BFBDC3C0E520BAD0BCAE2E687770>

3.2 함수의정의 Theorem 6 함수 f : X Y 와 Y W 인집합 W 에대하여 f : X W 는함수이다. Proof. f : X Y 가함수이므로 f X Y 이고, Y W 이므로 f X W 이므로 F0이만족된다. 함수의정의 F1, F2은 f : X Y 가함수이므로

저작자표시 - 비영리 - 변경금지 2.0 대한민국 이용자는아래의조건을따르는경우에한하여자유롭게 이저작물을복제, 배포, 전송, 전시, 공연및방송할수있습니다. 다음과같은조건을따라야합니다 : 저작자표시. 귀하는원저작자를표시하여야합니다. 비영리. 귀하는이저작물을영리목적으로이용할

<B5B6C0CFC0CCB9CEC0DAC5EBC7D5C1A4C3A52E687770>

<C7D8BCAEC7D0C8B85FC3D6C1BE2E687770>

저작자표시 - 비영리 2.0 대한민국 이용자는아래의조건을따르는경우에한하여자유롭게 이저작물을복제, 배포, 전송, 전시, 공연및방송할수있습니다. 이차적저작물을작성할수있습니다. 다음과같은조건을따라야합니다 : 저작자표시. 귀하는원저작자를표시하여야합니다. 비영리. 귀하는이저작물

트렌드29호가제본용.hwp

철 학 논 집

viii 본 연구는 이러한 사회변동에 따른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 학의 역할 변화와 지원 정책 및 기능 변화를 살펴보고, 새로운 수요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전문대학의 기능 확충 방안을 모색하 였다. 연구의 주요 방법과 절차 첫째, 기존 선행 연구 검토

<5BB0EDB3ADB5B55D B3E2B4EBBAF12DB0ED312D312DC1DFB0A32DC0B6C7D5B0FAC7D02D28312E BAF2B9F0B0FA20BFF8C0DAC0C720C7FCBCBA2D D3135B9AEC7D72E687770>

나하나로 5호

02 THEATER 04 NEWS 05 PEOPLE 06 REVIEW 12 SPECIAL 14 SPECIAL 15 SPECIAL 16 COLUMN No ~10.24 NEXT plus NEXT plus NEXT plus NEXT plus

<BFACBDC0B9AEC1A6C7AEC0CC5F F E687770>

2016년 신호등 10월호 내지.indd

DBPIA-NURIMEDIA

- 2 - <교계소식> 광복 70년 평화통일 위해 기도의 힘 모은다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 내달 9일 서울광장 개최 확정 교단 교파 초월 연합행사 구 및 보수와 진보, 기독교 통일운동 및 선교 관련 단 체 등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기도회에서는 한국교회의

체의원소를계수로가지는다항식환 Theorem 0.1. ( 나눗셈알고리듬 (Division Algorithm)) F 가체일때 F [x] 의두다항식 f(x) = a 0 + a 1 x + + a n x n, a n 0 F 와 g(x) = b 0 + b 1 x + + b m x

Transcription:

철학논집제 44 집 2016 년 2 월 Sogang Journal of Philosophy Vol.44, Feb. 2016, pp. 183-207 10.17325/sgjp.2016.44..183 183 Doing Philosophy 와대화 * 65) - 슐라이어마허를중심으로 - 최신한 ( 한남대 ) 주제분류 실천철학 주제어 대화, 철학상담, 철학실천, 상호전달, 치유, 슐라이어마허 요약문 이글은슐라이어마허를중심으로 doing philosophy와대화의연관을다룬다. 철학함은철학실천이며철학실천은언어적실천이라는사실에서출발하여대화의철학적근거와의미를밝힌다. 대화수행이곧철학함이라는사실은표상의상이성이대화를통해동일한사고에도달하는과정에서나타난다. 동일한사고에서논쟁이종식되며진리가드러나기때문이다. 대화를주도하는사고를예술적사고, 업무적사고, 순수사고로구별하고, 각각의목표를대화참여자의만족, 행위목적달성, 객관적지식으로규정한다. 삶을구성하는이세가지사고는항상언어와결합되어있다. 철학실천으로서의대화는서로에게거는말, 곧상호전달이다. 상호전달은내밀한것과고유한것의공유로서인간관계를형식적관계에서친밀한관계로이끌어준다. 진정한상호전달은상대방을존중한다는점에서지배나설득이아닌절제된전달이다. 절제된전달로서의대화는서로간의공감으로이어지며, 공감은유대를만들어내면서마음의치유로이어질수있다. 따라서철학상담의과제는상담자가내담자의고유한문제에친밀하게접근함으로써내담자스스로자기인식에도달하게하는데있다. 내담자의자기인식은사실상담자와내담자의동일한사고이다. 그러므로철학상담도철함함과대화의연관속에서이루어진다. 투고일 : 1월 24일, 심사완료일 : 2월 14일, 게재확정일 : 2월 16일 * 이논문은 2015년도한남대학교학술연구비조성비지원에의하여연구되었음. 또한이논문은서강대학교철학연구소제59회월례발표회 (2015년 11월 20일 ) 에서발표한글을수정, 보완한것이다.

184 철학논집 ( 제 44 집 ) I. 철학함, 철학실천, 대화 철학실천은동사 ( 動詞 ) 로서의철학, 곧철학하는활동이다. 소크라테스와플라톤에게철학함은대화이다. 철학함, 철학실천, 대화는홀로-있음의한계를넘어선다. 철학함이결핍되면개인은의식가운데홀로있다. 1) 반면철학함에서개인은자기의울타리를벗어나관계가운데존재한다. 다른사람과대화하지않고홀로있을때, 심지어내적대화마저없을때사람들은불안에빠진다. 자신을확고하게붙들어줄토대가없기때문이다. 철학함이없으면의식의활동성도정지한다. 의식이활동하지않으면의식에대응하는대상세계마저불확실하게된다. 철학함이없는데서는자기내적토대가없으며자기밖의토대도없다. 의식이활동하지않을때사람들은그무엇과도관계하지않고홀로있을뿐이다. 활동성없는홀로-있음은의식의정지이자정신적삶의소멸이다. 그러므로철학함과대화는자기와대상세계를확인하는근본활동이다. 철학적대화의기본요소는 1대화주체 ( 나 / 상담자 ), 2대화상대 ( 타자 / 내담자 ), 3대화의주제 ( 대화내용 ) 이다. 철학적대화의효시는소크라테스와플라톤이며, 근대에는슐라이어마허가그전통을잇는다. 이들이론에서대화의목표는주제에대한상이한견해에서출발한논쟁이끝나고합의에도달하는데있다. 여기서핵심이되는것은 대화수행의기술 이다. 슐라이어마허는대화수행의기술을 변증법 으로부른다. 2) 이런의미에서슐라이어마허의변증법은 doing philosophy의전형이다. 3) 대화의최소조건은사고하는두사람이다. 사고하지않는사람은실질적인대화를수행할수없다. 대화는사고하는 A와사고하는 B 사이에이루어지는사고교환관계이다. 자기내적대화도사고하는자기 (A-a) 와사고 1)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1), Hrsg. A. Arndt, Hamburg, 1986, 64. 2)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Hrsg. A. Arndt, Hamburg, 1988, 117. 3) 실제로슐라이어마허의 Dialektik의영역본은이렇게이름붙여졌다. Dialectic or, The Art of Doing Philosophy. A Study Edition of the 1811 Notes, trans. with Introduction and Notes by Terence N. Tice, Oxford, 1996.

Doing Philosophy 와대화 185 하는자기 (A-b) 사이의대화이다. 이른바 내적인말 내지 내적담화 도사고활동이수반되지않으면아무런의미가없다. 내적담화를통해사상의진보가가능한데, 이것도사고활동덕분이다. 결국대화를주도하는것은 말하는사고 4) 이다. 사고와말은불가분리적이다. 사고와의사소통도분리시킬수없다. 사상이나생각은말로형성되기이전에는완성되지않는다. 5) 슐라이어마허가사고를 말하는사고 로간주할때그는이미사고의언어적실천을염두에두고있다. 철학실천 은이러한언어적실천이다. 왜냐하면철학은사고의학문이며사고는언어적실천을포함하고있기때문이다. 언어적실천을전제하는사고는그자체가보편적인것이다. 이규정을약화시킨다하더라도사고는최소한공동적인것이다. 사고하는개별주체들의대화를통해완성되는사고는개별적인것에머물수없다. 사고는개개인에게특수한것으로가아니라모든사람에게동일한것으로의식되는활동성이다. 6) 개별주체의생각이다른개별주체의생각과매개됨으로써사고는공동적인것이된다. 그러므로 언어는개인의사고의매개인동시에개인들로이루어진공동체의매개이다. 7) 언어적사고는그자체가공동적인것내지보편적인것이다. 철학은언어적실천덕분에실질적보편에도달한다. 실질적보편은철학적원리가추구하는추상적보편을보완한다. 실제적인삶과동떨어진것으로보이는추상적보편은실질적보편의도움으로구체성을얻을수있다. 이렇게볼때사고는오성적사고에만머물지않는다. 사고는특수에입각하는표상이나감각에기인하는표상도포함한다. 언어적사고를통해이루어지는대화는좁은의미의오성적보편만이아니라특수한표상을매개로하는보편까지추구한다. 좁은의미의오성적활동성을넘어선다고할 4) 말하는사고 (sprechendes Denken).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17. 5) F. D. E. Schleiermacher, Ethik(1812/13), Hamburg, 1981, 256. 6) F. D. E. Schleiermacher, Ethik(1812/13), 256. 7) M. Feil, Die Grundlegung der Ethik bei Friedrich Schleiermacher und Thomas von Aquin, Berlin, 2005, 98.

186 철학논집 ( 제 44 집 ) 때이미언어적사고는이론의경계를넘어서실천의마당으로들어선다. 언어적사고는그자체가이론과실천의종합이며이종합을실질적으로수행하는힘이다. 대화는어떤사고에서출발하는지상관없이 사고공동체 8) 에도달하지못하면참된지식에도달하지못한다. 사고공동체는동일한사고에의한결속을전제한다. 사고공동체는대화에참여한사람들이동일한사고에도달할때비로소가능하다. 사고공동체이전의단계는동일한대상에대해서로상이한사고를가진사람들간의관계이다. 대화가있다고하더라도이것은일방적인전달에불과하다. 일방적인전달과일방적인수용은진정한대화가아니다. 올바른대화가아니기때문에사고공동체를형성할수없다. 그리고사고공동체가아니기때문에지식을창출할수없고, 지식에도달하지못하는대화이므로진정한의미의철학실천이아니다. 사람들은누구나특정대상에대해확실한표상을갖고있다. 이확실성이대화를통해더이상확실하지않은것으로확인되면, 이표상은흔들린다. 대화과정에서자신의확실성을더이상밀고나갈수없는방해물을만나도이표상은동요한다. 이때사람들은자신이가졌던기존의표상을의심하거나대화상대의표상을의심하게된다. 논쟁은바로이러한의심에서출발한다. 대화는 1표상의확실성에서출발하지만대화과정에서 2표상에대한동요와의심이발생하면서 3논쟁에들어간다. 대화는이러한과정을거치면서새로운표상, 확실한표상, 공동의사고, 동일한사고에도달할때성공적인대화가된다. 슐라이어마허가생각하는변증법은이러한과정을통과하는올바른대화수행의기술이다. 대화를기피하는사람의대부분은대화가자신의기존생각을혼란스럽게한다고믿는다. 이런사람들은자신이가지고있는표상이올바른것이아님에도불구하고그것의동요를바라지않는다. 이들에게기존표상의동요는자기존재의흔들림으로받아들여진다. 대화를기피하면서잘못된표상이굳어지면이것은심리적증상으로나타날수있다. 자기세계에몰입하면서 8)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22. 사고공동체 (Denkgemeinschaft)

Doing Philosophy 와대화 187 다른사람의생각을밀어내기만한다면생각의공동체에참여할수없다. 이러한과정은그의증상을더욱심각한것으로만들수있다. 대화를통해마음의병을치유하려고한다면대화파트너스스로이러한상태를깨달아야한다. 대화를주도하는사람은상대방이이러한상태에도달하도록대화를잘이끌어야한다. 그가자기생각에만집착하지않게하고자기생각이틀릴수있다는것을받아들이게해야한다. 치유를목적으로하는대화는무엇보다내담자의표상을흔들리게하고불확실하게함으로써새로운확실성과안정으로이끌어주어야한다. 대화에서동요와의심이라는부정성은결코부정적인것으로멈추지않으며새로운긍정으로나아가게하는로고스의힘이다. 내담자스스로새로운긍정을발견하면그는대화를통해자신의문제를발견하고이를자기힘으로극복한셈이된다. 이러한생각의뿌리는소크라테스와플라톤의대화이론이다. 양자에게대화는논박술, 산파술, 변증술로세분화되지만그핵심은올바른사고에도달하는데있다. 특히논박은대화파트너로하여금문제에대한몰 ( 沒 ) 인식의상태를깨닫게함으로써그를문제인식과자기인식으로이끈다. 논박은 1상대방의무지를드러냄으로써, 그로하여금 2무지에대한인식에이르게하여, 그스스로 3문제인식과자기인식에도달하게한다. 철학적대화로서의논박은결코사사로운문제에국한되지않는다. 소크라테스와플라톤에서대화나논박의목표는요컨대문제에대한보편적정의 ( 定義 ) 를도출하는데있다. 기존의상식과통념깨뜨리고지식의보편성을추구하는것이관건이다. 논박은사물의참된실재를드러내는말을추구하고그것을올바로정의하려고한다. 따라서논박이나 변증술은이름과사물간의일치를위한전제조건 9) 이다. 소크라테스에게무지는 철학적교육과훈련을수행하기위해 방법적으로 요청된무지 이다. 10) 철학적교육은사사로운것이될수없으며사태자체의참모습을깨닫게해야한다. 그러므로논박은 주장의옳고그름에 9) L. 브리송 소피스트, 소크라테스, 플라톤. 수사학, 철학적대화, 변증술, 인간, 환경, 미래, 제7권, 인제대학교, 인간환경미래연구원, 2011, 108. 10) 이상인, 모순과구별의문답법 : 소크라테스의논박, 대동철학, 제53집, 2010, 167.

188 철학논집 ( 제 44 집 ) 관한 비개인적 탐구이고, 오직부수적결과의측면에서개인과개인간의탐구일수있다. 11) 소크라테스는하나의개인으로문답에참여하지않고오직모순율이라는초개인적척도의 증인 으로서만참여한다. 12) 그러므로논박은통념에빠져있는대화상대의내적모순을일깨움으로써보편적지식에도달하려고한다. 소크라테스는논박을통해논리적보편성에도달하려고하는동시에윤리적목적을실현하려고한다. 논박, 반박, 비판은대화상대의무지와자기모순을폭로하는것이다. 논박술의목적은동일한문제에관해답변자가모순된주장을하고있음을질문자가드러냄으로써답변자를논파하는데있다. 13) 그런데무지의폭로는대화상대의수치심을자극한다. 논박은대화상대로하여금영혼의부조화와모순을발견하고수치심을갖게함으로써그스스로변화된삶에도달하게하려는것이다. 14) 논박을당하는사람이수치심에빠진다는것은종교가수행하는비판과도연결될수있다. 초월성을지니는종교언어는유한한인간으로하여금자기모순을깨닫게하고회심을종용한다. 여기서논박은영혼의병의치유와연결된다. 수치심을통해자기반성에도달하는사람은무지에서비롯되는영혼의병을치유할수있다. 논박은인식의고양을가능하게하며, 인식의고양은올바른삶, 도덕적삶을달성하게한다. 논박과대화는한사람의운동이아니라최소한두사람간의운동이다. 논박당하는사람의입장에서보면논박은대상을소유하려는그의노력이 11) 이상인, 모순과구별의문답법 : 소크라테스의논박, 167. 12) 이상인, 모순과구별의문답법 : 소크라테스의논박, 178 이하. 13) 김유석, 플라톤의초기대화편에나타난소크라테스의엘렝코스, 서양고전학연구, 제35집, 2009, 69. 14) L. 브리송, 소피스트, 소크라테스, 플라톤. 수사학, 철학적대화, 변증술, 100 이하 ; 장영란, 철학상담과철학적대화법, 존재론연구, 제25집, 2011, 221 이하 ; 김유석, 플라톤의초기대화편에나타난소크라테스의엘렝코스, 61, 63, 66, 86; 김유석, 대화의철학혹은철학적대화, 해석학연구, 제23 집, 2009, 99 이하 ; 노성숙, 현대상담이론및심리치료적접근의철학적배경, 철학연구, 제99집, 2012, 221 이하참조.

Doing Philosophy 와대화 189 허사임을확인시켜준다. 소크라테스의논박이라는것은주어진주제에대한인간의매개시도, 곧대상의자기화가실패할수밖에없음을드러내는기능을한다. 15) 대상을홀로자기화하는것은실패하는반면, 동일한대상을공동적으로자기화하는것은성공한다. 이렇게보면소크라테스적대화와논박은오늘에와서 상호행위, 상호운동 으로변형된다. 16) 그렇지만대화는대상을완전하게드러낼수없다. 대화과정이끝없이진행될수있기때문이다. 대화가수행하는진리추구는잠정적인것에머문다. II. 대화를주도하는세가지유형의사고 슐라이어마허는대화를주도하는사고를세가지로구별한다. 예술적사고, 업무적사고, 순수사고가그것이다. 이모든사고는각각고유한대화로구체화된다. 자유로운대화는주로예술적사고에속한다. 17) 여기서는대화를통해상대방을만족시키는일이중요하다. 예술적대화는자신의생각을전달함으로써상대방의만족을유발하는것에집중한다. 만족을불러일으키고이를자극하는일이중심이다. 그런데자극하는힘이더이상유지되지않으면예술적사고는소진되거나, 업무적사고나순수사고로넘어간다. 사람들은예술적사고에근거하는자유로운대화를통해삶의만족에도달한다. 자유로운생각의교환이만족을준다면예술적사고는현대인의삶에서매우중요한역할을맡을수있다. 즐거움과만족을가져다는자유로운대화는생동적인삶의촉진제가된다. 이포인트를더확대하면, 예술적사고와자유로운대화는마음의치유에도움을줄수있다. 업무적사고또는일과관련된 (geschäftlich) 사고는목적달성을위해상 15) 김귀룡, 원형적비판으로서의소크라테스적논박, 서양고전학연구, 제10 집, 1996, 66. 16) H. H. Stavemann, Sokratische Gesprächsführung, Weinheim/Basel, 2007, 49. 스테이브만은소크라테스적대화가현대에와서는 Mead, Habermas, Schnädelbach 등을거치면서 상호행위, 상호운동 으로변형된다고이해한다. 17)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20.

190 철학논집 ( 제 44 집 ) 대방과대화할필요가있을때나타난다. 자연적외부세계와의관계는항상업무적사고에서시작한다. 18) 여기서외부세계는일이든다른사람이든간에사고에주어진대상이다. 상대방은나외부에존재하며일도나바깥에놓여있다. 업무적사고는상대방을자신의목적에맞추려고하든지상대방의의도를저지하려고하든지간에행위의목적에관계한다. 여기서는 말을통해다른사람의의지를규정하는것이관건이다. 19) 업무적사고는계약, 상담, 자문등의일상에서쉽게확인할수있다. 업무적사고는사고자체를위한사고가아니다. 그것은사고밖의행위와관계하며행위를통해외부세계에영향을미치려고한다. 업무적사고는대화당사자들의행위목적을달성하면서양자가동시에만족하는결과에이를수있다. 그렇지만업무적사고는상대방을기만하고심지어손해를끼치는대화로나타날수도있다. 이러한결과에도달하는대화는그자체가바람직하지않을뿐아니라회피되어야한다. 업무적사고가잘못된결과에도달한다면이는 가상적지식 20) 을낳는데그친다. 지식의가상은말그대로참이아니며일의진상 ( 眞相 )) 이아니다. 상담에서는대화파트너가만족에도달하는것이중요하다. 내담자는문제를가지고상담자를찾아오며상담을통해자신의문제를해결하려고한다. 내담자는문제해결이라는목적을가지며, 상담자도내담자의문제해결을도우려는목적을갖는다. 내담자가제기하는문제는대화파트너양자에게주어진과제로서대화의출발점을이루며, 문제의해결은내담자가만족하는결과이다. 대화파트너가얻는만족은곧대화의성공적종결이다. 그렇지만실제적인대화가항상성공적으로끝나지않는다는데철학적과제가있다. 업무적사고의출발점은개인이수행하려는일의목적이다. 대화파트너는서로자신의목적을달성하기위해상대방을만난다. 따라서업무적사고의대화에는 1대화주체A, 2대화주체B, 3사안이전제되어있다. 서로 18)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 Hrsg. L. Jonas, Berlin, 1839, 453. 19)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21. 20)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21. 가상적지식 (Schein des Wissens)

Doing Philosophy 와대화 191 의견을달리할수있는복수의대화주체와업무처리대상이전제되어있다. 성공적인대화는 1과 2가 3에대해동일한사고를가질때가능하다. 동일한대상에대해동일한사고를갖게되면, 업무적사고는자연스럽게순수사고로넘어간다. 순수사고는사고주체의외적목적과상관없이순수하게사고대상에집중한다. 특정대상에대한동일한사고는이미개인적사고를벗어난것으로서그자체가보편적이다. 최소한대화파트너의사고와동일한사고에도달한공동적사고이다. 공동적사고는가상을넘어서존재의참모습에근접한다. 순수사고는예술적사고및업무적사고와달리대화를통해 만족 과 유용성 을얻는수준을넘어서서객관적지식을추구한다. 예술적사고에서는개인의만족이중요하며업무적사고에서는행위의목적을달성하는것이중요한반면, 순수사고에서는보편적지식이중요하다. 일상에서는어떤사람에게확실한것이다른사람에게는전혀확실하지않은경우가많다. 사람들사이의상이성과불일치는많은경우언어영역의개인성에기인한다. 각자가형성하는언어영역은확실히사고하는자로서의자기인격의표현, 즉자신의고유한 [ 삶의 ] 방식의표현이다. 21) 사람들은 상이한언어를통해서서로분리되어있는존재이다. 22) 개인의언어를강조하고고유한삶의방식을주장할수록다른사람과생각이일치되는것은어렵다. 이러한불일치가바로논쟁의출발점이다. 그러나순수사고에대한보편적관심에서출발하면서로상이하고논쟁적인것에서공통적인것을발견할가능성이높다. 보편적지식에관한한, 중요한것은사고와사고대상의관계이다. 논쟁은대상의동일성에대한인정, 다시말해전반적으로존재에대한사고의관계를전제한다. 23) 그렇지만 지식을향한의지 (Wissenwollen) 가약해지면순수사고는다시금예술적사고나업무적사고로넘어간다. 존재에대한사고의관계는모든논쟁의조건이다. 그리고 존재에대한사고의관계는변증법의조건이다. 24) 그런데순수사고와업무적사고는존재에관계하는 21)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32. 22)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26. 23)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32.

192 철학논집 ( 제 44 집 ) 방식에서서로구별된다. 순수사고에서는존재에관계하는사고가 사고의성질가운데서, 즉지식안에서실현된다. 반면업무적사고에서는존재에관계하는사고가 행위의매개에서, 다시말해서 존재의성질가운데서 실현된다. 존재와사고의관계가사고의성질안에서실현되는지, 아니면존재의성질안에서실현되는지에따라두사고가구별된다. 순수사고는존재를결정하는사고인반면, 업무적사고는존재에따라결정되는사고이다. 순수사고에서존재는사고안에서보편적으로규정되는반면, 업무적사고에서존재는행위의목적에따라그때마다사고를결정한다. 대화의속성은그것이보편적지식을추구하느냐, 업무의목적을추구하느냐에따라명백하게구별된다. 순수사고가근원적으로발생해야한다하더라도그것은오로지업무적영역과예술적영역에서통용되는언어요소를매개로하여성립되거나, 전혀다른언어요소를매개로하여성립될수있을뿐이다. 25) 예술적사고와업무적사고의경우와마찬가지로순수사고도언어의매개없이작동될수없다. 그러므로순수사고는 항상일상 (gemein) 언어안에서근원적으로발생한다. 26) 언어는순수사고의전제이다. 순수사고의근원적발생은사고독자적으로발생하는것이아니다. 이런점에서지식의절대적출발점을언급하는것은실질적으로불가능하다. 우리는지식의모든영역에서임의적인출발로만족해야한다. 27) 그렇지만순수사고는업무적사고및예술적사고와엄격히구별되며이두사고에서보이는특수성을애당초배제한다. 지식은언제나보편적지식인반면, 행위목적의달성과자유로운만족은늘특수한지식과관련된다. 그러므로논쟁을해소함으로써달성하는 사고하는존재의동일성 28) 과공통적-보편적지식의영토는언제나추구되며고유하게존립한다. 슐라이어마허는순수사고의발생가능성을두갈래로설명한다. 첫째, 순 24)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36. 25)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37. 26)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39. 27)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49. 28)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50.

Doing Philosophy 와대화 193 수사고는그고유의언어를통해 정신의내적열림 으로발생한다. 둘째, 순수사고는 이미찾아졌거나기술적으로발견된다. 29) 찾기와발견은언어적매개없이불가능하다. 그런데찾기와발견은일상언어의언표로성취된다. 언어적으로매개된찾기는순수사고에선행한다. 찾기는곧방법이다. 순수사고는방법없이작동될수없다. 이런맥락에서 변증법은주어져있는것을테스트하는처리방법 (Anweisung) 이나비판적방법이지, 근원적으로산출하는방법이나교육적 (didaktisch) 방법일수없다. 30) 방법없는순수사고, 즉언어적매개없는순수사고는내적으로완결된모습으로발생해야한다. 이렇게되면순수사고는자기자신에게만확실한사고가되어서 전적으로소외된개인적사고 로끝난다. 31) 개인적사고는순수사고라하더라도보편적지식을담아낼수없다. 그것은우연적인것으로서아무런의미를지니지못한다. 개인적사고는결국자기자신을지양한다. 순수사고가 정신의내적열림 으로발생한다는첫째경우에는순수사고의활동만있을뿐그것에매개되는언어를상정할수없다. 정신의내적인열림이순수사고의발생이라는설명을받아들일수있으려면, 정신의내적열림이우연성, 몰의미성, 특수성을벗어난것으로규정되어야한다. 정신의내적열림이고유의의미를지니면서도보편성을지니려면그자체가일상성을벗어나서초월적지평을제시할수있어야한다. 정신의내적열림에서순수사고가발생한다는것은순수사고가이미초월적지평에서작동하고있다는사실을가리킨다. 이러한차원의순수사고는일상언어와특수한견해들간의논쟁을초월한것이다. 이러한순수사고의마당은보편적지식을추구하는학문의영역이아니라, 종교적지평과시적 ( 詩的 ) 지평일것이다. 이지평은예술적사고의만족, 업무적사고의목적지향적행위, 보편적지식과도구별되는영역이다. 업무적사고는욕구능력에관계하며사고주체를둘러싸고있는주변사람들과환경에연결되어있다. 예술적사고는자유로운형성및표상과연결되어있다. 여기에는꿈과현실에서비롯되는자유로운감각인상이영향 29)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38. 30)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 II, Hrsg. M. Frank, Frankfurt a. M., 2000, 38. 31)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39.

194 철학논집 ( 제 44 집 ) 을미친다. 그러나업무적사고가주변환경에대한기계적인반작용이아니듯이, 예술적사고에서도자유로운감각인상이기계적으로작용하는것은아니다. 사고의자립성이작동하고있는것이다. 그런데 순수사고의자립성도언어의소유와결합되어있으며 32) 이전의순수사고에토대를두고있다. 순수사고도역사성을지닌다. 순수사고가역사성을지닌다는주장에동의하지않는주장들이있지만, 삶자체를고려할때이를부정하는것은어렵다. 예술적사고, 업무적사고, 순수사고가뒤얽혀있는것이인간의삶이기때문이다. 이세가지사고는동근원적 ( 同根源的 ) 이다. 이셋은서로연결되어있다. 하나의사고가운데다른사고가함께정립되어있는것이다. 자유롭게만족을얻으려고하고, 의지의목적을달성하려고하고, 지식을얻으려고하는것이삶이다. 뒤얽혀있는이런세가지의욕이원만하게달성될때안정적인삶과행복한삶이영위된다. 반면세가지의욕이달성되지않으면불만족과실패와오류가발생할수있다. 삶의문제와고통은여기서발생한다. 세가지의욕은각각고유한사고에토대를두고있다. 따라서삶의문제는세가지사고를통해서해소방안을찾을수있으며이들사고에서출발하는대화가성공적으로수행됨으로써극복될수있다. III. 대화와상호전달 철학실천으로서의대화는사람들간의상호전달이다. 진정한상호전달은실제적인교제와사귐으로귀결된다. 교제의상태는오로지전달과수용의동일성에서존재하며상호전달에서만존재한다. 33) 교제는 자유로운상호소통이일어나는이상적인마당 34) 이다. 대화를통해일어나는교제와사귐은가장내밀한것의나눔에서출발하여고유한것을공유함으로써완성 32)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45. 33) F. D. E. Schleiermacher, Ethik(1812/13), 51. 34) M. Wolfes, Öffentlichkeit und Bürgergesellschaft, Friedrich Schleiermachers politische Wirksamkeit, Teil 1, Berlin, 2004, 104.

Doing Philosophy 와대화 195 된다. 자유로운교제는대중보다는개인과개인사이에서일어난다. 무리속에파묻혀구별되지않는상태에서보다, 무리가운데서돋보이는개인의특유함에서일어난다. 교제는개인의특유함에서출발하여사람들간의특유함으로이행한다. 그러므로 교제는특유한인식의공존이다. 35) 특유성을중시하는대화라하더라도교제는사사로운영역에머물지않는다. 이대화는예컨대하이데거가비본래성으로거론하는 수다 로치부할수없다. 36) 아무런의미도나누지못하면서시간을허비하는담화가참된교제와사귐을만들어낼수없다. 교제로귀결되는대화는대화참여자의공통성에도달하는것이목표이다. 이공통성은대화주제 (= 존재 ) 의객관성을드러내야한다. 더나아가교제는존재의객관성을개념너머의영역에서확보하려는활동성이다. 이런점에서상호전달로서의대화는순수사고가지향하는보편적지식을보완한다. 순수사고에서는사고대상에대한보편적지식및사고하는존재의동일성이중요한반면, 상호전달에서는대화참여자의고유한심적상태가중요하다. 모든전달에서우선적인것은 감정의재인식 37) 이다. 이것은가장섬세한부분을인식하고전달함으로써개념적인것을더욱풍부하게만든다. 자유로운교제가이루어지기위해서는다른사람과부드럽게관계하는숙련성과더불어상대방과교감할수있는삶의감정과마음씨가요구된다. 38) 대화참여자에게요구되는마음씨는 규정적이고진보된의식형태로서의식적활동성의통일성과정체성 을뜻한다. 39) 숙련성과마음씨가합쳐질때제대로된활동성이성립되기때문에, 자유로운교제에앞서개인의도야가필요하다. 자유로운교제는 내적인도야능력 40) 을요구한다. 자연적상태나저급한도야에머물러있는이들에게서는자유로운교제가일 35) F. D. E. Schleiermacher, Ethik(1812/13), 70. 공존 (Gemeinschaft) 36) M. Heidegger, Sein und Zeit, Frankfurt 1972, 167 이하참조. 37) F. D. E. Schleiermacher, Ethik(1812/13), 77. 38) W. H. Pleger, Schleiermachers Philosophie, Berlin 1988, 89. 삶의감정 (Gemeingefühl), 마음씨 (Gesinnung). 39) F. D. E. Schleiermacher, Ethik(1812/13), 88. 40) 내적인도야능력 (Qualifikation) 은 내면성의자격 을뜻한다.

196 철학논집 ( 제 44 집 ) 어날수없다. 반면인륜적도야에서는교제가활발하게일어난다. 인륜적도야가동일하게이루어지면대화참여자는같은신분을갖는다. 신분의동일성은자유로운교제영역을완성한다. 41) 이것은사회적신분이아니라내면을나눌수있는정신적신분이다. 자유로운교제는내적인관계를중시한다는점에서우정과함께논의된다. 개인간의우정은자유로운교제운동에서전개되어야한다. 개인간의우정은교제가만들어내는결합의토대이다. 교제와우정은이와같은관계를만들어낼수록더욱생동적인것이된다. 42) 결국교제의목표는대화에참여하는사람들을관통하는 규정적이고완전한상호작용 43) 이다. 상호작용에서대화주체는모든연관의중심에있어야한다. 소외되는쪽이있다면그것은상호작용과거리가멀다. 상호작용은한사람의활동이다른사람에게영향을미치는곳에서만일어난다. 44) 이러한현상은개인의내면에서도똑같이일어난다. 듣는활동을하지않는사람에게, 즉깨어있지않고다른사람의목소리에주의를기울이지않는사람에게는아무것도들려질수없다. 들음의활동성이있기때문에사람들은무엇인가를청취할수있다. 듣는사람의청취가하나의활동성이어야한다면청취는말하는사람에게무언가영향을미쳐야한다. 수동성은능동적이어야한다. 이와반대로 말하기는그자체가이미듣는사람의작용이어야한다. 45) 이와같이말하기와듣기의상호작용이잘일 41) F. D. E. Schleiermacher, Ethik(1812/13), 127. 42) F. D. E. Schleiermacher, Ethik(1812/13), 130. 교제와우정의전형은야코비의 볼데마르 이다. 슐라이어마허는이점에서야코비를적극적으로수용한다. 최신한, 양심의변증법. 야코비의영향을중심으로, 헤겔철학과형이상학의미래, 서광사 2015 참조. 43) F. D. E.Schleiermacher, Versuch einer Theorie des geselligen Betragens, KGA I, 2, Berlin, 1984, 169. 44) F. D. E. Schleiermacher Hrsg. K. Nowak, Bruchstücke der unendlichen Menschheit. Fragmente, Aphorismen und Notate der frühromantischen Jahre, Leipzig, 2000, 45. 45) F. D. E. Schleiermacher, Bruchstücke der unendlichen Menschheit. Fragmente, Aphorismen und Notate der frühromantischen Jahre, 46.

Doing Philosophy 와대화 197 어나는곳에건강한삶이있다. 아무런활동성도없고아무런반응과영향이없는곳에는건강함대신고통이있을수있다. 듣고말하는상호전달이원활하게이루어지는곳에서인간성은자유롭게펼쳐진다. 모든올바른전달은자기고유의것을내면으로되돌리는행위이다. 그러므로다른사람에게말을거는사람은듣는사람에게자신의한계감정을부여한다. 46) 이것은가장섬세한전달이며절제된전달이다. 자신의생각을주입하려는전달이아니며듣는사람에게서자기를확인하려는전달도아니다. 이것은상대방과결속된끈을놓치지않는가운데그의개인성을최대한존중하는전달이다. 전달을통해듣는사람과의관계를확인하려는조심스런노력에는상대방에게완전히도달할수없다는한계의식이포함되어있다. 듣는가운데말하는사람의한계감정을느끼는사람은, 말하는사람이듣는자신의독자성을인정한다는사실을확인한다. 이로써그는말하는사람을보다적극적으로받아들일수있다. 듣는사람은화자가자기주장을관철하려고한다는생각보다, 듣는자신의존재를존중한다는생각에이를수있기때문이다. 절제된전달은듣는사람을잃는다기보다오히려그의적극적수용을끌어낼수있다. 큰틀에서보면이러한전달과수용은전통이성립할수있는토대이다. 전통의인식은 한사람의의식이다른의식에전달될수있는가능성에기인한다. 47) 전통은전달의과정없이만들어질수없다. 전달은언어적매개를통해이루어진다. 완전한전통의상태는모든사람이자신의인식을균등하게언어에서수용하고언어로간직하는상태이다. 48) 전통을상호전달의틀에서설명하는것은전통과언어적교제가불가분리적이라는사실을드러낸다. 동시대사람들간의상호전달뿐만아니라시대와시대간의상호전달이언어로이루어진다. 이러한말은내적인말을수반한다. 내적인말은기억의언어이다. 글은기억이고언어의전통이다. 이언어를통해기억은전적으로객관화되며전달은산출시기와무관하게이루어진 46) F. D. E. Schleiermacher, Bruchstücke der unendlichen Menschheit. Fragmente, Aphorismen und Notate der frühromantischen Jahre, 51. 47) F. D. E. Schleiermacher, Ethik(1812/13), 65. 48) F. D. E. Schleiermacher, Ethik(1812/13), 69.

198 철학논집 ( 제 44 집 ) 다. 49) 기억 ( 내적인말 ) 이전달됨으로써다음세대는이전세대의전통을이어받는다. 이러한과정은모든실재를향해열려있다. 가족의전통과사회의전통이현재의삶에영향을미친다는것은자명하다. 가족과사회공동체가안고있는문제와고통은현재와동시대의산물만이아니다. 현재의문제는그것이어떤전통, 어떤전달과정에서나온문제인가를알때정확하게드러난다. 문제해결을위해서는현재속에용해되어있는전통을재구성해야하며현재의개인에게각인되어있는과거와대면해야한다. 자기파악은자기속의과거파악을전제한다. 자기를형성한과거를현재가운데불러내지않는한현재에미치는과거의영향을벗어날수없다. 문제의현재가과거에서나온것이라면과거자기와현재자기간의대화는필수적이다. 이러한과정없이문제해결과치유는불가능하다. 시대와시대의대화, 내면과내면의만남은그자체가언어적이며해석학적이다. IV. 대화와치유 살펴본바와같이철학적대화의목표는대화상대와합의에도달하는데있다. 이러한합의에서대화참여자는각각자기자신을인식할뿐아니라대화의주제를인식한다. 철학적대화는자연스럽게철학상담으로연결된다. 소크라테스적대화와논박은대화파트너의자기반성과각성을요구한다면, 슐라이어마허의절제된전달은대화파트너의공감을이끌어내려고한다. 내담자의자기각성을위해서때로는외부로부터오는사고의충격이필요하다. 동일한대상에대해누구든인정할수밖에없는공통된견해를발견하게해주는충격은더이상자신의그릇된생각에미련을갖지않도록해주기위해필요하다. 이것은올바른생각에도달하는것이곧올바른삶을영위하는것이라는사실을일깨워주는것이기도하다. 이에반해절제된전달은공격적인논박에앞서대화파트너의마음을열게하는대화방법이 49) F. D. E. Schleiermacher, Ethik(1812/13), 67.

Doing Philosophy 와대화 199 다. 문제를갖고있는사람을대화의마당으로끌어내는일은결코간단하지않다. 스스로찾아온내담자라하더라도그에대한공격적논박은오히려그의입을닫게할수있다. 그를대화의마당으로이끌어내기위해섬세한접근이필요하다. 절제된전달은내담자의자발적토로를자극할수있다. 논쟁은문제를수반한다. 그리고논쟁은생각을달리하는사고주체들을전제한다. 사고주체들은동일한대상에대해서로다르게사고하기때문에논쟁하며논쟁이종식되지않는한문제를안고있다. 이문제는경우에따라사고주체의정신적고통으로이어진다. 대화와상담이대화파트너의문제해소에기여해야한다면, 상담자는내담자로하여금 사고하는존재의동일성 에도달할수있게도와주어야한다. 사고하는존재가동일하다는것 (selbig; same; gleich) 은똑같은대상에대해동일한생각을하는상태를지칭한다. 특정대상 / 존재에대해다른사람들과똑같이생각하는것, 이것은사람들의생각이일치하는지점이다. 사람들의생각이일치하므로논쟁이사라지고생각의불일치가유발하는불안도사라진다. 다른사람과생각을달리하기때문에문제를느끼는사람은, 다른사람과동일한생각에도달하고동일한생각을하는자기존재를회복할때문제와고통에서해방된다. 이러한해방은곧치유이다. 여기서말과사고의관계를재확인할필요가있다. 사고는말 (Rede) 없이불가능하며, 말은사고를완성하는조건이다. 50) 그리고말은주어져있는언어에서가능하다. 사고는기존의언어로구성된말을통해비로소작동하며완성된다. 그러므로언어는사고의전제이다. 모든말은현상하는사고이다. 51) 순수사고는애당초언어매개적이다. 언표 ( 言表 ) 는실제세계에서이루어지는의사소통이기때문에사고는전달된말을통해다른사람의생각속에현존하며실제세계에현존한다. 이런점에서 언표는사고의현존이다. 52) 말은언어와사고의실제적결합이다. 언어와사고의실제적인매개를통해언어도진화하며사고도발전한다. 언어와사고는실제적인의사 50)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 II, Hrsg. M. Frank, 127. 51)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 II, Hrsg. M. Frank, 126. 52)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 Hrsg. L. Jonas, 491. 언표 (Sprechen)

200 철학논집 ( 제 44 집 ) 소통을통해자기구별의단계에진입하며이전에없던새로운의미를획득한다. 언어는사고를통해새로운의미를얻으며, 사고는언어를통해새로운규정을얻는다. 언어와사고의운동과자기구별은각각의타자덕분이다. 언어의타자는사고이며, 사고의타자는언어이다. 대화는말과생각의교환이므로, 대화과정에서상대방의사고를확인할수있다. 문제를안고찾아온내담자는상담과정에서자신의생각을표현한다. 상담의일차적과제는상대방의말속에서그의고유한생각과문제를발견하는일이다. 이것은철학상담의중요한목표이다. 말과결합되어있는사고의고유함을발견하는일은특별한기술을요한다. 내담자의고유한사고를발견하기위해서는그가내뱉은말에감추어져있는그만의고유한생각을발견해내어야한다. 내담자의말에는그말이함유하는일반적인사고와구별되는그만의고유한의미가들어있다. 그러므로내담자가내뱉은말에서그의고유한사고가어떻게분화되었는지알아내어야한다. 사고의분화과정을추적하는일이관건이다. 사고의분화과정을말의분화과정과함께추적해야한다. 이처럼뒤엉켜있는말과사고를풀어내는작업이해석학적변증법의핵심과제이다. 변증법은 논쟁적으로된개별적사고의교정 53) 과관계한다. 사고주체들의상이성은논쟁에참여한각자의상이한사고와상이한언어사용에서나온다. 사고주체들의상이성을지양한다는것은각자가고유하게가지고있는사고와언어의상이성을뛰어넘어모두가동일한사고지평에들어선것을의미한다. 논쟁을해소한사고는 그가속한언어영역에서사고하는존재의동일성을표현함으로써 54) 사고주체들의상이성을지양한다. 이때 사고하는존재 는시간적지평에서가아니라무시간적지평에서동일성에도달한다. 이것은경험적차원이동일성이아니라선험적차원의동일성이다. 이동일성은실제의삶을지향하는통찰이지만후험적인것이아닌아프리오리한것이다. 55) 그러므로사고하는존재의동일성은특수한동일성 53)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50. 54)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50. 사고하는존재 (denkendes Sein) 55) A. Lindseth, Von der Methode der Philosophischen Praxis als dialogischer

Doing Philosophy 와대화 201 이아니라보편적동일성이다. 보편은모두에게구속력을지닌다. 논쟁의종식이하나의업무로나타나거나, 의견의일치가만족을가져다주는것은 낮은단계의진리 56) 에지나지않는다. 진정한진리는순수사고가도달한일치이다. 철학적대화와상담의완결은이러한사고의일치에있다. 마음의고통은사고의일치에서해소될수있다. 문제로떠오른상황, 이상황과관련된대상의동일성을일깨워주는것은내담자의내적안정과치유를위한토대임이틀림없다. 내담자로하여금문제에대한다면적, 종합적인식에도달하게하는것은철학상담의제1과제이다. 상담자와내담자가문제의객관성에서합의에도달하는것은모든상담에필수적이다. 합의에이르지못하는상담은피상적, 임시적방편을제공할뿐이다. 이렇게되면내담자는언제든지불안정한상태로떨어질수있다. 그런데합의와동시에간과하지말아야하는것이있다. 사고하는존재의동일성 과더불어내담자의고유성을함께고려해야한다. 내담자에게만적용되는고유한의미세계가존재하므로, 이를적절하게이해하고공감하는대화가수행되어야한다. 위에서살펴본 절제된전달 은이문제를해결하기위해함께요구된다. 대화주제 / 존재의객관성과더불어대화주체 / 내담자의특유성을고려해야한다. 이것은철학상담에게요구되는특별한대화방법이다. 보편성 / 객관성과특수성 / 고유성의병립을추구하는대화는삶의상황과진리를함께고려하는대화이다. 진리는고통의삶을외면하지않는동시에삶의다양한계기들을아우른다. 이러한지평은경험을관통하는선험의영역이다. 철학실천은양자를추구할때완성된다. doing philosophy는보편과특수의생생한교차를창출한다. V. 맺음말 슐라이어마허의 doing philosophy 가표상의상이성에서동일한사고에도 Beratung, Hrsg. D. Staude, Methoden Philosophischer Praxis, Bielefeld, 2010, 98 참조. 56) F. D. E. Schleiermacher,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147.

202 철학논집 ( 제 44 집 ) 달하는활동이라하더라도, 상담자와내담자가나누는대화가언제나합의에도달해야만하는것인가 라는의문이생길수있다. 57) 철학상담의전문영역에서는동일한사고보다다르게생각하는것을터득하고, 자신의삶이걸어오는물음에대해자기만의명확성을얻는것이중요하다는것이다. 여기에는보편적인답변보다실존적답변이더중요하고다른사람의문제보다자신의문제를해결하는것이더시급하다는입장이들어있다. 따라서상담자는내담자를 동일한사고 로이끌기보다 공감적이해 로끌어안아야한다는것이다. 이런맥락에서다수의철학상담이론가들은철학상담에서이루어지는대화가진리인식과무관하다는차원에서소크라테스나하버마스와함께갈수없다고주장한다. 이러한주장에고유성이없는것은아니다. 그러나함께생각해야하는것은철학상담의대화가대화일반의범주를벗어날수없다는사실이다. 대화일반의범주를벗어나는대화여야한다면이것은더이상대화가아닐것이며철학실천의영역에들어올수도없다. 생각의고유성만인정되어야하고이와관련된다른생각은아예배제되어야한다면고유성을인정받는것자체가고립을자초하게될것이다. 상담자와내담자의대화는내담자의고유성을인정하는동시에이것에대한거리두기와성찰을요구하는것이기도하다. 거리두기와성찰은불가피하게개인의테두리를넘어선다. 상담자가내담자를공감적으로이해하는것도내담자를무조건껴안는것이아니라는사실은분명하다. 내담자의상황에공감하면서도그스스로이상황에서빠져나올수있는다른차원의생각을유도하는것이상담자의중요한활동이다. 상담자와내담자의대화는그것이대화인한에서결코내담자의차원에머무는것이아니며양자의공동성을향한노력이다. 슐라이어마허의대화이론에서중요한것은바로이 공동성 을발견하는과정이며이를통해상위의사고에도달하는것이다. 대화에서는진리를논리적으로밝히는것에앞서서, 대화에참여하는사람들사이의공동성을발견하고 57) 홍경자, Doing Philosophy와대화 에관한논평문, 1. 2015년 11월 20일서강대학교철학연구소월례발표회에서활발한토론을이끌어준홍경자박사께감사드린다.

Doing Philosophy 와대화 203 그속에서삶의새로운지평을발견하는것이관건이다. 그러므로슐라이어마허가말하는 동일한사고 는넓은의미에서 공동적사고 이다. 바로이러한점에서그는논리와사고라는이론적차원대신대화라는실천적차원을강조한것이다. 결국상담자와내담자사이의대화가동일한사고에도달해야한다는주장의지향점은양자의공동적사고에있다. 공동적사고는공감적이해를포함한다. 이사고는공감과모순되는활동이아니다. 논리적, 이론적사고를넘어서는상위의사고는공감을끌어안는다. 그렇지만사고를배제하는공감은일시적이거나기회원인적이다. 공감만으로상담자에게도움을받은내담자는또다른삶의상황에서이전과비슷한어려움에봉착할수있다. 그러나공감을통해다른차원의사고를획득한내담자는삶에서생겨나는새로운어려움을스스로헤쳐나갈수있다. 그러므로철학실천은단순한실천학을넘어서서 상위의인식론 을요구한다. 58) 인식론과이론을배제하면서실천에만몰두하는것은단편적상담이나임시방편으로끝날수있다. 상위의인식론은확장된인식론이다. 이것은보편개념이나이론이해결할수없는삶의상황에적극적으로대처하면서이를공동성과상호주관성의차원으로끌어올리는실천철학이다. 상위의인식론은특수한경험과실천을상호주관적차원에담아내는새로운논리학이다. 슐라이어마허의대화이론은이러한차원을염두에두고있다. 58) F. Kümmel, Logik und Hermeneutik, Hechingen, 2013 참조.

204 철학논집 ( 제 44 집 ) 참고문헌 김귀룡, 원형적비판으로서의소크라테스적논박, 서양고전학연구, 제10 집, 1996, 43~77. 김유석, 플라톤의초기대화편에나타난소크라테스의엘렝코스, 서양고전학연구, 제35집, 2009, 57~92., 대화의철학혹은철학적대화, 해석학연구, 제23집, 2009. 노성숙, 현대상담이론및심리치료적접근의철학적배경, 철학연구, 제99집, 2012, 209~243. 이상인, 모순과구별의문답법 : 소크라테스의논박, 대동철학, 제53집, 2010, 157~200. 장영란, 철학상담과철학적대화법, 존재론연구, 제25집, 2011, 203~234 최신한, 양심의변증법. 야코비의영향을중심으로, 헤겔철학과형이상학의미래, 서광사 2015, 37~61. Brisson, L., 소피스트, 소크라테스, 플라톤. 수사학, 철학적대화, 변증술, 인간, 환경, 미래, 제7권, 2011, ( 인제대학교, 인간환경미래연구원 ), 85~113. Feil, M., Die Grundlegung der Ethik bei Friedrich Schleiermacher und Thomas von Aquin, Berlin, 2005. Heidegger, M., Sein und Zeit, Frankfurt a. M., 1972. Kümmel, F., Logik und Hermeneutik, Hechingen, 2013. Lindseth, A., Von der Methode der Philosophischen Praxis als dialogischer Beratung, Hrsg. D. Staude, Methoden Philosophischer Praxis, Bielefeld, 2010. Pleger, W. H., Schleiermachers Philosophie, Berlin, 1988. Schleiermacher, F. D. E., Dialektik, Hrsg. L. Jonas, Berlin, 1839., Dialektik(1811), Hrsg. A. Arndt, Hamburg, 1986., Dialektik(1814/15), Einleitung zur Dialektik(1833), Hrsg. A. Arndt, Hamburg, 1988., Dialectic or, The Art of Doing Philosophy. A Study

Doing Philosophy 와대화 205 Edition of the 1811 Notes, trans. with Introduction and Notes by Terence N. Tice, Oxford, 1996., Dialektik II, Hrsg. M. Frank, Frankfurt a. M., 2000., Ethik(1812/13), Hamburg, 1981., Versuch einer Theorie des geselligen Betragens, KGA I, 2, Berlin, 1984, 163~184., Bruchstücke der unendlichen Menschheit. Fragmente, Aphorismen und Notate der frühromantischen Jahre, Hrsg. K. Nowak, Leipzig, 2000. Stavemann, H. H., Sokratische Gesprächsführung, Weinheim/Basel, 2007. Wolfes, M., Öffentlichkeit und Bürgergesellschaft, Friedrich Schleiermachers politische Wirksamkeit, Teil 1, Berlin, 2004.

206 철학논집 ( 제 44 집 ) <Abstract> Doing Philosophy und Dialog - Mit Rücksicht auf Schleiermachers Diskussion - Choi Shin-Hann (Hannam Univ.) Die vorliegende Abhandlung zielt darauf ab, mit Schleiermacher den Zusammenhang zwischen Doing Philosophy und Dialog zu behandeln. Sie geht daraus, dass Doing Philosophy die philosophische Praxis ist und diese m.a.w. sprachliche Praxis ist. Darüber hinaus versucht sie den philosophischen Grund und Sinn des Dialogs erhellen. Dass die Gesprächsführung Doing Philosophy ist, zeigt sich im Prozess, in dem die Verschiedenheit der Vorstellungen durch den Dialog zum gleichen Denken erreicht. Denn der Streit beendet im gleichen Denken, in dem zugleich die Wahrheit des Gegenstandes erscheint. Nach Schleiermacher unterscheidet sich das die Gesprächsführung ermöglichende Denken dreiteilig: künsterlisches, geschäftliches und reines Denken. Die drei Denken bezwecken jeweilig Befriedigung des Lebens, Erreichung des Handlungzwecks und objektives Wissen. Diese Denken verbinden sich immer mit Sprache. Der Dialog als philosophische Praxis ist die gegenseitige Mitteilung. Diese leiten als das Miterfahren vom Heimlichen und Eigentümlichen das Menschenverhältnis vom formalen zum intimen. Die gegenseitige Mitteilunge ist keine Beherrschung bzw. Überredung, sondern eine enthaltsame Mitteilung. Diese schliesst sich zum Mitgefühl an, und dies kann die gelegentlich zu brechende Innerlichkeit heilen. Daher liegt die Aufgabe der philosophischen Praxis darin, dass der Berater den Ansprechspatner zum Selbsterkennen erreichen lässt, indem jener sich zum eingentümlichen Problem von diesem vertraulich annähert. In der Tat ist das Selbsterkennen des Ansprechspatners das gleiche Denken von beiden. Somit die philosophische

Doing Philosophy 와대화 207 Praxis kommt auf jeden Fall im Zusammenhang von Doing Philosophy und Dialog zustande. Key words: Dialogue, Philosophical Counseling, Philosophical Practice, Mutual Communication, Healing, Schleierma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