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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갈 래 겨레의 창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담긴 뜻 권재일 02 겨레말 초대석 이기웅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향약의 정신으로 겨레말사업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정도상 06 특집 겨레말큰사전 오늘과 내일 표준국어대사전 과 조선말대사전 에서의 겨레말큰사전 의 올림말 선정에 대하여 이희자 14 새 어휘 분과가 걸어온 길 김재용 18 집필팀 사업 진행 현황과 계획 홍종선 21 단일 어문 규범 최호철 26 내가 만난 북녘말 동무 이수언 32 겨레말이 만난 사람 방언은 우리말의 뿌리 경북 동남부 방언사전 펴낸 정석호 선생 36 기획 겨레말큰사전 에 바란다 우리말로 학문하기와 겨레말큰사전의 용틀임하기 정현기 39 모국어의 품에서 남과 북의 아이들을 생각한다 김영춘 43 우리말나들이, 겨레말나들이 최대현 46 생활 속 겨레말 어색하면서도 친근한 북한축구 용어 박문성 49 겨레 작품 읽기 개발 논리와 생태계 보존의 딜레마 : 최련의 바다를 푸르게 하라 유임하 52 겨레말 소식 58 이 천 팔 년 상 반 기 발행 및 편집인 고은 발행일 2008년 5월 2일 발행및편집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주소 서울시 마포구 공덕2동 지방재정회관 12층 전화 02) (대표) 02) (편찬실) 전송 02) 홈페이지 전자우편 gyeoremal@hanmail.net 표지 제13차 남북공동편찬위원회 회의.

2 겨 레 의 창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담긴 뜻 하나이던 나라를 다시 하나 되게 해야 하고 하나이던 언어를 다시 하나 되게 해야 하는 것은, 통일에 대한 생각이나 정치적 인 이념이 설령 다르더라도,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다 동의할 것이다. 더욱이 달라진 어문규범을 하나로 다듬는 일과 이를 바탕으로 단일 사전을 편찬하는 일은 언어학자라면 마땅히 관심 가질 일이라고 믿는다. 권재일 남측 편찬위원장, 서울대학교 교수 남북 학자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정성껏 만드는 겨레말큰사전 의편찬사업 에 참여한 지 이제 2년 반이 되었다. 내가 사전에 적용할 어문규범을 단일화하 는 일을 맡은 것이 그 처음이었으며, 올해 봄에 편찬위원회가 제2기를 맞으면서 는 위원장 일까지 맡게 되었다. 책임의 무거움을 시시때때 느낀다. 내가 겨레말큰사전 일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주위에서 자주 듣는 말은 두 가 지다. 첫째는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로부터 듣는 말이다. 통일운동가와는 거리 먼 사람이 왜 거기에 가 있느냐? 둘째는 동료 언어학자, 사전학자들로부터 듣는 말 이다. 실용적 가치가 없는 남북 단일 사전을 이 시점에서 만든들 무슨 소용이 있 겠느냐? 이 글에서 나는 이 두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려 한다. 왜냐하면 겨레말 큰사전 은 남과 북의 학자들이 분단 상태의 우리말을 다듬어 담는 뜻 깊은 사전이 기에, 참여하는 학자로서 분명히 대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통일운동가와는 거리 먼 사람이 왜 거기에 가 있느냐라는 질문이다. 하 나이던 나라를 다시 하나 되게 해야 하고 하나이던 언어를 다시 하나 되게 해야 하는 것은, 통일에 대한 생각이나 정치적인 이념이 설령 다르더라도,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다 동의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을 위한 일이 통일운동가의 일만은 아닐 것이며, 더욱이 달라진 어문규범을 하나로 다듬는 일과 이를 바탕 으로 단일 사전을 편찬하는 일은 언어학자라면 마땅히 관심 가질 일이라고 믿는 다. 이 일은, 통일을 지향하는 방향이 다르다고 해서 밀쳐놓을 일은 아니라고 생 각한다. 우리 사회는 민주 사회로서 다양한 생각이 공존할 수 있으며, 또한 그 다양한 생각을 서로가 존중할 때 비로소 올바른 민주 사회가 될 것이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이라 해서 그 일 자체의 가치를 낮추어 보거나 비난 할일은아니다. 둘째, 실용적 가치가 없는 남북 단일 사전을 이 시점에서 만든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라는 질문이다. 사전 이용자는 당연히 그 사회에 통용되는 언어를 반 영한 사전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뜻에서 남한의 언어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도 아닌, 북한의 언어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도 아닌, 우리가 장차 지향해 야 할 우리말을 다듬어 제시하는 겨레말큰사전 의 편찬에 대해 사전학자들은 회의적인 비판을 한다. 그러나 사전의 목적은 한결같지는 않을 것이다. 사전마 다 지향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현실 언어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라 할 지라도 다른 의미에서 그 가치는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겨레말큰사전 은지 난 60년간 서로 달라진 남북의 언어를 단일화하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에, 사전 에 실을 어휘(즉, 올림말), 그 올림말에 대한 뜻풀이, 그리고 어문규범은 남북 각 각의 지금 시점의 언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겨레 말사전 편찬의 의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나는 겨레말큰사전 편찬 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다. 그간 길지 않았지만 서로 다른 제도와 생활 때문에 달라진 남북의 우리말을 하나의 같은 기준으로 기술하는 것에서 이 사전의 편찬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사 전에 실을 올림말을 공통적으로 선정하는 일은 언어를 단일화하는 데에 큰 의의 가 있다. 우리는 북한에서 남한의 특정용어를 기피하고 남한에서 북한의 특정용 어를 기피하는 현실을 알고 있다. 그러한 용어를 그냥 사전에 모두 실을 수는 없 다. 서로가 이마를 맞대고 올릴 수 있는 말, 올릴 수 없는 말을 가려내어 올림말 을 확정해야 할 것이다. 지난 3년간 남북의 편찬실 학자들은 이 일에 정성을 쏟 았다. 양쪽이 제시해 온 올림말을 함께 검토하여 반영, 보류, 삭제 등으로 분류 하여 이제 올림말을 거의 확정한 단계에 이르렀다. 남북이 함께 쓸 우리말 단어 를 가려 정하였다는 것만으로도 겨레말큰사전 편찬의 의의가 크다고 나는 생 각한다. 올림말 선정에서 무엇보다도 비중을 두는 것은, 현재 남한의 사전이나 북한의 2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3

3 뜻풀이는 일상생활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도, 사상, 역사 등의 전문용어에까지도 적용하여 양쪽이 함께 받아들일 뜻풀이를 집필할 것이다. 지금의 남북 언어 현실과는 차이 있지만, 남북 모두가 받아들 이는 뜻풀이와 보기글의 집필은 겨레말큰사전 편찬의 가장 큰 의의라 생각한다. 사전에 실려 있지 않은, 잊혀져가는 우리말을 찾아 담는 일이다. 겨레말큰사전 은 지역어와 문헌어에서 10만 단어를 새로 발굴하여 올림말로 삼고자 한다. 이 것역시 겨레말큰사전 의 큰 의의일 것이다. 올림말 선정뿐만 아니라 현재 남북에서 서로 달리하고 있는 사전의 뜻풀이를 하나의 같은 기준으로 새롭게 집필하는 일도 매우 값진 일이다. 현재 남북 양쪽 의 사전을 살펴보면 일상생활에 흔히 쓰는 명사나 동사의 경우도 그 뜻풀이가 서로 다르다. 이것을 같은 말로 뜻풀이하며 보기글도 남북 모두가 받아들이는 문헌에서 가려 뽑아 실어 남북 어느 쪽 사람들이 보더라도 수긍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뜻풀이는 일상생활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도, 사상, 역사 등 의 전문용어에까지도 적용하여 양쪽이 함께 받아들일 뜻풀이를 집필할 것이다. 이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알지만 현재 시범 집필을 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조정 해 가고 있으며 마침내는 이룰 것이라 남북 편찬실 학자들은 믿고 있다. 지금의 남북 언어 현실과는 차이 있지만, 남북 모두가 받아들이는 뜻풀이와 보기글의 집필은 겨레말큰사전 편찬의 가장 큰 의의라 생각한다. 어문규범을 단일화해서 사전의 올림말과 뜻풀이에 반영하는 것, 역시 매우 중 요하다. 어문규범 단일화 논의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이미 사전의 자모 배열 순서, 띄어쓰기, 문법 형태 표기, 외래어 표기 등 여러 부문에서 단일 규범 을 합의하였다. 물론 사이시옷 표기, 두음법칙 표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그간 서로 달리 써 온 어문규범을 남북의 국어학자들이 합리적으로 그 리고 실용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그 의의가 클 것이다. 그 결과물이 비록 남한의 현행 규범과 다른 것일 수도 있고, 북한의 현행 규범과 다른 것일 수도 있다. 예 를 들어, 사전의 자모 배열 순서가 현행 남한의 규정으로는 ㅅ 다음에 ㅇ이 오고 ㅈ이 온다. 그리고 ㄱ 다음에 ㄲ이 ㄷ 다음에 ㄸ이 온다. 현행 북한이 규정으로 는 ㅅ 다음에 ㅈ이 오고, 자음이 다 끝난 뒤에 ㅇ이 온다. 그리고 ㄲ, ㄸ 등은 ㅎ 다음에 놓인다. 이를 어떻게 단일화할 것인가? 여기에 바로 합리적이면서 실용 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한 논의를 거쳐 결국 남한의 규정처럼 ㅅ 다음에 ㅇ 이 오고 ㅈ이 오는 것으로, 북한의 규정처럼 ㄲ, ㄸ 등은 ㅎ 다음에 놓이는 것으 로 합의하였다. 어문규범과 관련해서 한 예만 더 들어보자. 현행 남한의 규정으로는 학굣길, 장맛비, 시냇가, 촛불 과 같이 사이시옷을 쓴다. 북한의 규정으로는 이것을 학 교길, 장마비, 시내가, 초불 처럼 쓴다. 이를 어떻게 단일화하는 것이 합리적이 고 실용적일까? 남한은 정해진 조건에 따라 사이시옷을 쓰고, 북한은 몇몇 예를 제외하고는 사이시옷을 전혀 쓰지 않는다. 이를 어떻게 합의할 것인가? 남한은 사이시옷 쓰기를 줄이고, 북한은 사이시옷 쓰기를 늘리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현재 남한에서 현실성이 없는 학굣길, 장맛비 를 북한처럼 학교길, 장 마비 로하고 시냇가, 촛불 같은 것은 남한의 표기대로 쓰도록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 첫머리에서 말한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이 꽤 길어졌다. 이러한 나의 대답에 대해 물론 또 생각을 달리하여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대해 비판적일 수 있겠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우리 사회는 다양한 의견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또한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상대방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이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지난 2007년 4월 국회에서 여야 의원 다수의 찬성으로 제정된 겨레말큰사전 남북 공동 편찬 사업회법 에 따라 우리는 2013년까지는 겨레말큰사전 을 세상 에 펴내야 한다. 이를 위해 편찬실 학자들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이들을 돕는 편찬위원회의 편찬위원 선생님들도 정성을 다할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사전학 자, 그리고 사회 각계 여러 분들의 긍정적인 관심과 따뜻한 성원을 기대한다. 권재일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및 대학원 언어학과를 졸업하여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언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5년부터 겨레말큰사전 남측편찬위원회의 단일어문규범위원회 위원장을, 2008년부터 겨레말큰사전 남측편찬위원 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어통사론, 한국어 문법의 연구, 한국어 문법사, 언어학과 인문학, 인문학의 학제적 연구와 교육, 남북 언어의 문법 표준화 등이 있다. 4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5

4 겨레말초대석 지난 4월 3일 파주출판단지에서 이기웅 이사장을 만났다. 우리 출판계를 이끄는 대표적인 한 사람인 이기웅 이사 장이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에 대한 애정도 한 이유였지만 이기웅 이사장이 소장하고 있다는 35년 전의 희귀본을 실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발길을 재촉했던 것이다. 파주출판단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열화당 사옥 3층 사무실 에서 우리를 만난 이기웅 이사장은 양장본 책 한 권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정도상 사업회 상임이사 냉전의 시대를 증언하는 한 권의 책을 만나다 이 기 웅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향약의 정신으로 겨레말사업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이기웅 이 책이 1972년 6월 15일에 나왔으니 꼭 36년 되었네요. 정도상 발행처가 특전사령부인데요. 국방부도 아닌 일개 전투사령부에서 이 런 책을 만들었다는 것이 아주 특이합니다. 한글학회에 계셨던 우리 사업회 편 찬실장님도 이 책의 존재를 아시고 계셔서 놀랐습니다. 이기웅 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 한글학회도 좀 관여가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한글학회에도 이 책은 없을 거예요. 한정 부수를 만들어서 쓰곤 대외비로 했으 니까요. 당시 특전사령관인 조 장군이 나를 찾아와 침투훈련 용도로 북한 방언사전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를 꺼냈지요. 북한지역에서 군 특전요원들이 위장하고 살아남거나 특수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습니 다. 당시 조 장군이란 사람은 30대 초반에 불과했죠. 그 사람이 이 책이 잘 못 나오면 우리 요원들이 북한에서 죽는다고 하는 거예요. 논리적으로는 북에다 침투요원을 보내겠다고 방언사전이 필요하다는 건데, 정서적으로는 사람이 죽 고 사는 문제라니까 부담이 아주 컸어요. 서슬이 아주 시퍼렇던 시절이고, 또 당 시 국책에 협조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시절이라 거절도 못 했지요. 특전사 령부에 ROTC 2기인 동기가 한 사람 있었어요. 보병 소총소대에서 같이 근무했 던 장기복무자인데 아주 우수한 장교였어요. 조 장군이 그 사람을 발탁했지. 다 행히 그 친구와 친한 사이여서 작업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당시에 사전 을 만들면서 결국에는 감옥에 있는 간첩들, 귀순자들한테 도움을 받았어요. 북 6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7

5 파주출판도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바로 향약인데, 나는 그것이 우리민족의 DNA라고 생각합니다.이 것이 한국의 독특한 유전인자인데 그것이 출판도시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주판알 튀겨서는 도저히 안 되는데 서로 믿고 약속을 잘 지키니까 주판알 튀기는 잔머리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이 오는 거에요. 한 말에 대해 모르니까 정확한 표현인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지요. 더구 나 각 지역별로 사용하는 생활어를 되도록 모두 조사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워낙 자료가 없었으니, 참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정도상 비록 군사적인 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의미는 그 이상인 것 같습니다. 30년 전의 북측말과 현재 북측에서 쓰는 말의 변화도 비교해볼 수 있겠고. 이기웅 여기 책을 보니 한글학회의 추천하는 말에는 이 방언집을 엮기 위하 여 모든 학자들의 저서를 낱낱이 섭렵하는 한편, 최근 북한에서 월남 귀순한 인 사들에게도 일일이 확인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므로 적어도 현재 북한의 3,40대 이상이 사용하는 그 고장 방언은 충분히 반영되었으 리라고 믿는다. 지역적 조건으로 인하여 북한 방언의 조사는 전혀 손도 못 대고 있는 요즈음 이 한 권은 그 방언 연구의 유일한 자료가 될 것이다 라고 썼지요. 홍승직 박사는 북한의 방언 연구는 여러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북한의 방 언 전문가는 현재 거의 없는 상황인데, 이 연구를 계기로 해서 앞으로 많은 연구 가 이 방면에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통일전에 대비해서 이 방면의 연구는 더 욱더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라고 했지요. 돌이켜보니, 한글학회나 홍승직 박사 나 약속이나 한 듯이 군사적인 문제나 이념적인 문제는 거의 이야기를 않고 있 네요. 그 분들도 이미 알고 있는 거지요. 결국 이런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요. 정도상 이 사전의 존재가 겨레말큰사전 편찬에도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접근 하는 정신은 어땠을지 몰라도 결국 북 주민이 사용하고 있는 입말에 대해 정리 를 시도한 것이니까요.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언어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곧 생사가 걸린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의외였고 좀 놀라웠습니다. 모두의 꿈으로 일궈가고 있는 파주출판단지 정도상 파주출판단지에 와서 보니, 문화적으로 규모가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파주출판단지의 정신을 정리한다면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이기웅 우리 전통에 향약( 鄕 約 )이 있잖아요. 파주출판도시의 가장 중요한 덕 목이 바로 향약인데, 나는 그것이 우리민족의 DNA라고 생각합니다. 파주출판 도시는 저 혼자 꾼 꿈이 아니었어요. 우리 공동이 함께 꾸었죠. 저 혼자 어떻게 꿉니까? 더불어 꿈을 꾸니까 가능했지요. 향약이라는 것, 이것이 한국의 독특한 유전인자인데 그것이 출판도시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주판알 튀겨서는 도저히 안 되는데 서로 믿고 약속을 잘 지키니까 주판알 튀기는 잔머리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이 오는 거에요. 경제학이 뭐 케인스나 애담 스미스나 이런 걸로만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향약 속에도 경제학이 있고, 다산선생에게도 풍요로운 경제학이 있지요. 파주출판도시의 정신은 향약입니다. 8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9

6 정도상 저만 하더라도 향약은 아주 오래 전에 존재했었던 옛 풍습이라고만 생 각하고 있었는데, 놀랍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도 많았을 것이라고 봅 니다. 나아가 파주출판단지에는 어떤 문화적 배후라고 할까 이런 느낌이 강하게 풍겨오는데요. 이기웅 출판단지란 게 결국 끼리끼리 모여 사옥 짓는 일 아니냐? 이렇게 폄하 하는 분들도 많았지요. 당시 초년 기자였던 국민일보 손승호 기자(지금은 부국 장) 질문이, 자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한 사람인데, 사람 머릿속에 있던 꿈과 현실의 차이가 몇 퍼센트나 되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70% 차이가 난다고 이야기했어요. 제 생각에 일을 하고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 요한 것은 의리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김두한 같은 의리도 있지만 더 깊은 인 문학적인 의리도 있는 것인데, 노자나 논어나 우리 고전에서도 의리의 문제가 많이 나와요. 다산의 글을 보면 의리가 되게 중요한 것 아닙니까? 딱 의리라고 말하지 않아도 인간이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야말로 꿈을 실현하는 기본이지요. 그리고 문화적 배후라고 하는 것도 거창한 것은 없습니다. 생태, 생명을 기본으 로 삼고 계획을 했으니까요. 생태와 생명은 말로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참 어려 운 것입니다. 그것은 개념이 아니라 행동의 문제니까요. 정도상 겨레말큰사전 작업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이기웅 겨레말큰사전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대목에서 합의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DNA는 똑같을 것 아니겠어요. 상 상력과 진정성과, 미래에 대한 책임감, 이런 것들이 다 합쳐져서 합의가 이루어 진다면 그것은 참으로 대단한 합의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치적 합의보다 중요 할 것입니다. 말은 생각에서 태어난 것이고, 말은 결국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인 데, 말이라고 하는 것에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결국 모든 것에 합의를 이루어내 는 꼴이 아니겠습니까? 이 편찬사업에 국가가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국가가 큰일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합의라는 것은 양측의 마음이 움직여야 하는 것인데, 남북 양쪽이 다 큰일 해낸 것이죠.겨레말큰사전에 드리 고 싶은 말은 무엇보다도 향약의 정신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남과 북이 향약의 정신으로 만나고, 남측의 편찬위원들끼리도 향약의 정신으로 만나야 합니다. 그 향약은 우리 민족의 피 속에 이미 녹아 있습니다. 그것을 잘 살리면 좋은 사전이 나오리라 믿습니다. 우리 출판인과 파주출판도시도 있는 힘껏 돕겠습니다. 이기웅 이사장 1940년 강원도 강릉 선교장 에서 태어났다. 아흔아홉 칸짜리 조선시대 고택인 선교장( 船 橋 莊 )에 는 열화당( 悅 話 堂 )이라는 사랑채가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가까운 이들의 정다운 이야기를 즐겨 듣는다( 悅 親 戚 之 情 話 ) 라는 도연명( 陶 淵 明 )의 귀거래사( 歸 去 來 辭 ) 마지막 구절에서 따온이건물 의 이름은 출판사 열화당의 모태이기도 하다. 1815년에 건립되어 이백 년 가까운 역사가 서려 있 는 이곳은, 많은 옛 서화( 書 畵 ), 전적( 典 籍 )들이 수장 보존되어 있어서 예로부터 문인, 학자들이 모 여 문사철( 文 史 哲 ), 시서화( 詩 書 畵 )를 논하고 진리를 모색하던 학문의 사랑방이었다. 성균관대학교 를 졸업하고 1971년 열화당을 창업했다. 열화당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미술, 전통문화 도서 전문출 판사로 자리잡았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파주출판도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왔고 2005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 빈국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것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출판계의 대표적 마당발이자 일꾼으 로 꼽힌다. 파주출판도시 건설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2 올해의 출판인 공로상을 수상했고 2006년 20회 인촌상 언론출판부문을 받았다. 2003년 이래 파주출판도시,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10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11

7 특 집 겨 레 말 큰 사 전 오 늘 과 내 일 표준국어대사전 과 조선말대사전 에서의 겨레말큰사전 의 올림말 선정에 대하여 이희자 남측 편찬위원,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새 어휘 분과가 걸어온 길 김재용 남측 편찬위원, 원광대학교 교수 집필팀 사업 진행 현황과 계획 홍종선 남측 편찬위원, 고려대학교 교수 단일 어문 규범 최호철 남측 편찬위원, 고려대학교 교수 12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13

8 특 집 겨 레 말 큰 사 전 오 늘 과 내 일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이 시작된 지 올해로 남과 북의 기존 사전의 올림말을 비교 검토하여 하나의 통일된 올림말 목록을 만든 만 3년이 되었다. 2005년 2월 금강산에서의 1차 모임에서 민 다는 일은 언뜻 듣기에 간단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원칙을 정하고 막상 구체적인 사 족어 유산을 집대성한 겨레말큰사전 편찬 을 위한 공동 보도 안으로 들어가면 해당 어휘가 반영되어야 할 어휘인지 삭제되어야 할 어휘인지 의견이 문을 발표하고 올림말 선정 작업 기간을 2006년에서 2008년으 일치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로 계획한 후, 3년이 지난 지금 목적한 대로 기존 사전에서의 올 일반 사전이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어휘인 공산주의 니 자본주의 와 같은 림말 선정 작업을 마치고 남북이 공통으로 작업할 1차 올림말 체제 관련 어휘 선정에서는 매우 민감해질 수밖에 없고, 고유명사는 삭제하기로 하자는 목록을 확보하였다. 대원칙을 세웠다고 해서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서울, 백두산, 고구려, 흥부 겨레말큰사전 의 올림말의 특성, 선정 원칙, 작업 내용과 관 같은 것도 일괄적으로 삭제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조금 련된 일반적인 기술( 겨레말 소식지 1호, 2006: 이희자 참고)에 만 더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단어들과 맞닥뜨리게 되면 문제가 예사롭지 않다. 일례를 들 이어 이 글에서는 남북공동편찬위원회에서 합의한 겨레말큰 어 알배기, 공짜배기, 곱빼기, 토배기, 토박이, 코빼기, 등배기 등 -배 사전 공동 편찬 요강 및 겨레말큰사전 올림말 선정 작업 요 기, -빼기, -박이 (조재수 2005: 남북편찬회의 자료)와 관련하여 접미사 형태에서 강 에 따라 기존 사전인 표준국어대사전 (1999)과 조선말대사 부터 파생된 단어들까지 남 북 사전에 뒤섞여 올라 있는데 이는 기존 사전의 올림말 전 (1992)에서 1차로 선정된 겨레말큰사전 의 올림말의 특성과 검토 작업이 단순 비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제에 표기 문제에서부터 의미 항목의 선정 원칙 및 방법, 규모 등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검토 문제 등 기존의 국어사전이 지니고 있었던 문제들을 바로잡아 가면서 국어의 어휘 체계를 세우는 것을 뜻하기에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이다. 1. 기존 사전에서의 올림말 선정 원칙은 첫째, 규범어(남측:표준어/북측:문화어), 지역어, 전문어(기본적인 학술 용어), 순화어(다듬은말), 흔히 잘못 쓰이는 비규범어, 문법 형태 표준국어대사전 과 조선말대사전 에서의 겨레말큰사전 의 올림말 선정에 대하여 등을 선정한다. 둘째, 전문어는 쓰임이 잦은 것을 선정한다. 셋째, 일련의 고유명사(국가 명, 지명, 인명, 작품명, 고적물명, 사건명, 종족명, 단체명 등), 어근, 옛말, 쓰임이 드문 어려운 한자어 등은 선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넷째, 남북의 체제와 관련된 용 어는 차후에 협의하여 선정 여부를 결정한다. 2. 올림말 선정 방식은 첫째, 남북 양측에서 각각 남측의 표준국어대사전(1999) 과북 측의 조선말대사전(1992) 에 수록된 올림말 중 겨레말큰사전 에 수록할 올림말을 위 의 선정 원칙에 따라 반영 삭제 검토 어휘로 구분하여 선별한다. 둘째, 이러한 기준에 따라 남북 양측에서 선별한 올림말을 분기별로 비교 검토한다. 셋째, 문제가 되 기존 사전의 올림말 검토 작업이 단순 비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제에 표기 문제에서부터 의미 항목의 검토 문제 등 기 는 어휘는 남북 양측의 협의를 통하여 선정 여부를 결정한다 존의 국어사전이 지니고 있었던 문제들을 바로잡아 가면서 국어의 어휘 체계를 세우는 것을 뜻하기에 쉽지 않은 작업이라 3. 표준국어대사전(1999) 과 조선말대사전(1992) 에 수록된 올림말의 반영 삭 는 것이다. 제 검토 어휘의 구분 기준은 아래와 같다. 반영 어휘: 겨레말큰사전 의 올림말로 적합한 어휘 부류로서 이에는 규범어를 비롯 이희자 남측 편찬위원,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14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한 지역어, 기본적인 학술 전문 용어, 흔히 잘못 쓰이는 비규범어, 순화어, 은어 비속 15

9 어, 문법 형태 등이 있다. 쓰이는 어려운 전문어 및 음절 수가 긴 전문어, 가감(可堪), 가귀(加貴), 가랄(苛 삭제 어휘: 겨레말큰사전 의 올림말로 부적합한 어휘 부류로서 이에는 고유명사, 剌), 고극(苦劇), 공근(恭勤)) 과 같은 비자립 어근, 가공가소, 가내균안, 가담항 옛말, 비자립 어근, 현재 쓰임이 확인되지 않는 어려운 한자어, 극히 좁은 분야에서만 쓰 의, 가부가친, 겸인지용 과 같은 어려운 한자어, 가는날개수염어, 가는풀색깡충 이는 학술 전문 용어 등이 있다. 이, 가는대안장버섯, 가는살말굴레 와 같은 음절 수가 긴 동식물명 및 전문 용어, 검토 어휘: 겨레말큰사전 의 올림말로 수록하는 데 있어 문제가 되는 어휘 부류로 서 이에는 현재 잘 쓰이지 않는 한자어, 역사 제도 용어, 민속 용어, 국악 용어, 종교 용 어, 한의학 용어 등이 있으며, 남북의 언어생활 차이에서 발생한 문법 형태나 체제 관련 가죽벗기기, 가까운바다, 가벼운짐, 가격종류, 가격균형, 가려놓다, 가려보 이다, 가로질러가다, 가져보다 와 같은 단순 복합어가 있다. 반영 삭제 검토 가 혼재해 있어 앞으로 더 논의되어야 할 어휘 부류에 가관, 용어 등도 이 부류에 해당한다. 가관노, 가귀선인기, 가호둔전, 갑술옥사, 갑신정변 과 같은 역사 제도 용어, 4. 이러한 기준에 따른 올림말 선별 결과 남측은 표준국어대사전 의 50만 6천여 개의 가장리벽화무덤, 고대중국, 고대인디아, 고려, 고조선 과 같은 고유명사와 그 올림말 중 29만 5천여 개(58%)와 조선말대사전 의 29만 5천 여개의 올림말 중 20만 3 외에 한의학 용어, 불교 용어 등이 있다. 특히 고유명사 의 경우 일괄 삭제 로 처리하 1) 만을 대상으로 하여 23만 5천여 개(80%)를 각 천여 개를(69%), 북측은 조선말대사전 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서울, 평양, 백두산, 한라산, 각 반영 어휘 즉 겨레말큰사전 의 올림말로 적합한 어휘로 선별하였다. 그런데 표준 고구려, 신라, 심청, 흥부 등과 같은 일부 고유명사와 속담 관용구에 들어 있는 국어대사전 에는 이미 북한말 이 4만 8천여 개가 올라 있으므로 이를 제외한 표준국 고유명사는 올림말로 수록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되어 이 부분은 재검토되어야 어대사전 의 반영 어휘 수는 24만 8천여 개이고, 조선말대사전 에만 올라 있는 남북 할 필요성이 있다. 공통의 반영 어휘 수가 10만 4천여 개(위의 북한어 4만 8천여 개 포함)이므로 이를 합 5. 두 사전에서의 어휘 선정과 관련하여 이제 남은 작업은 검토 및 삭제 로 분류된 어휘 하면 2008년 2월 현재 겨레말큰사전 의 올림말이 될 수 있는 어휘는 35만 2천여 개이 25만여 개의 처리인데 사실상 이들은 삭제 를 염두에 둔 분류이므로 이들 중 문제가 되 다.(단, 관용구, 속담 제외) 는 것은 반영 에 속한 어휘와 계열어휘를 이루는 것들이 검토 및 삭제 에 속해 있을 이 작업은 3년간 2 3차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초기에는 북측은 어휘 선정 기준을 느 경우 이들을 반영 으로 선별하는 일일 것이다. 이는 계열어휘 목록을 지속적으로 추가 슨하게 적용하고 남측은 엄격하게 적용하여 올림말 선별 결과물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 보완하여 하나의 완성된 계열어휘 목록 을 만들고, 작성된 계열어휘 목록 을 근거로 1 점을 보였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견해차가 좁혀져 현재는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고 있다. 차 선별 어휘에 대한 2차 선별 작업을 진행하여 정제된 올림말 목록을 확보함으로써 해결 남측에서 검토한 북측 작업을 중심으로 선별 작업 중 문제가 된 것을 어휘 유형별로 보 될 수 있다. 면, 반영 에서 삭제 로 된 것들에 간부양성기관, 간첩파괴분자, 공산주의사회, 6. 이렇게 마련된 올림말 목록은 표준국어대사전 과 조선말대사전 에서 각기 선정된 간백산밀영, 간삼봉전투 와 같은 체제 관련 용어나 가격격차금, 가공공정공학, 것을 하나의 파일로 통합하여 통합자료 로 만들어 이를 집필을 위한 1차 올림말 목록 가로세로베아링, 가소성물질, 간접적론증, 경제적효과 와 같은 좁은 분야에서만 으로 사용한다. 집필 단계에서 이 올림말 목록은 일련의 정비 작업을 통하여 최종 확정 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관용구 속담 목록을 마련하는 것과 문제 어휘에 대한 유형을 정 리하고 선별 기준을 논의하는 것이다. 1) 남측의 두 사전의 반영 삭제 검토 어휘 1차 선별 결과는 다음과 같다. 어휘 유형 기존 사전 선별된 숫자/ 전체 올림말 수 선별 비율 16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반영 어휘 표준 조선 295,371 / 202,957 / 506, ,716 58% 69% 검토 어휘 표준 조선 73,757 / 48,432 / 506, ,716 15% 16% 삭제 어휘 표준 조선 137,148 / 44,327 / 506, ,716 27% 15% 올림말 목록이 정해지면 사전 편찬의 반은 이루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 이 있듯이 올림말 선정은 사전이 인쇄되어 나올 때까지 끝까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남과 북이 힘을 합하여 어렵게 사전을 편찬하는 만큼 겨레말큰사전 의 올림말로 선정 된 단어 하나하나가 새롭게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17

10 특 집 겨 레 말 큰 사 전 오 늘 과 내 일 겨레말큰사전 의 여러 분과 중에서 가장 핵심 표준국어대사전 과 조선말대사전 은 매우 많은 양의 어휘를 수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 적인 곳이 바로 새 어휘 분과이다. 남의 표준국어대사전과 북의 만 현재 문헌과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어휘들의 상당 부분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조선말대사전에 수록되어 있지 않은 어휘들을 문헌과 현장에서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땅에서 생산된 문헌들을 광범위하게 조 찾아내어 겨레말큰사전 에 올리는 것이 새 어휘 분과의 일이기 사하여 어휘를 추출하는 작업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제하에 출판된 문학 때문에 본 작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작품들을 들추어보면 현재 남의 표준국어대사전 과 북의 조선말대사전 에 없는 어휘들을 어 겨레말큰사전 이 세상에 나왔을 때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 할 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1936년에 발간된 백석의 시집 사슴 에 수록된 유명한 시 북관 을훑 것이 이 새로운 사전이 기존의 남북 사전에 없는 좋은 말을 얼마 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나 올렸는가 하는 것일 터이기에 그 사명은 더욱 무겁다. 남북의 새 어휘 분과에서 새 어휘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남의 표준국어대사전 과 북의 조선말대사전 이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남과 북에는 이 두 사전 이외에 다른 많은 사전들이 존재 명태 창난젓에 고추무거리에 막칼질한 무이를 비벼 익힌 것을 이 투박한 북관을 한없이 끼밀고 있노라면 쓸쓸하니 무릎은 꿇어진다. 한다. 하지만 이번 작업에서 남북이 새로운 어휘라고 규정하는 것 은 남과 북의 대표적인 사전이라 할 수 있는 표준국어대사전 과 조선말대사전 에 수록되어 있지 않은 어휘들은 지칭하는 것으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이 내음새 속에 나는 가느슥히 여진의 살내음새를 맡는다 로 합의를 하였고 이 기준에 바탕을 두고 현재 작업을 하고 있다.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이 맛 속에선 까마득히 신라 백성의 향수도 맛본다. 끼밀다, 배척하다 의 두 어휘를 표준국어대사전 과 조선말대사전 에 찾아보면 나오 새 어휘 분과가 걸어온 길 지 않는다. 끼밀다 라는 것은 한 몸이 될 정도로 아주 가까이 끼고 사는 것을 말하는 것이 며, 배척하다 라는 것은 비린내 같은 냄새가 나는 것을 말한다. 이 두 어휘는 일제하에서 분 명히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오르지 못하였다. 가느슥히 의 경우 다소 복잡하다. 이 어휘는 표준국어대사전 에는 없지만 조선말대사전 에는 들어 있다. 하지만 그 뜻풀이 가 다르다. 조선말대사전 에서는 가느스름하게 라는 의미로 이 어휘의 뜻풀이를 하고 있 표준국어대사전 과 조선말대사전 은 그 업적에도 불구하고 과거 문헌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처럼 지만 백석 시의 문맥을 볼 때 이 어휘의 뜻은 희미하게 라는 뜻으로 보는 것이 맞다. 백석은 좋은 우리말들이 사전에 오르지 못하고 사장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겨레말큰사전 의 새 어휘 분과에 이 낱말을 비단 이 시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에서도 이런 뜻으로 사용하고 있 서는 비단 문헌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좋은 우리말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결실을 맺고 있다. 기 때문에 겨레말큰사전 에 이 어휘는 새로운 어휘로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어휘 자체는 이미 올림말로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뜻풀이가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끼밀 다, 배척하다 그리고 가느슥히 와 같은 아름다운 토박이 우리말을 겨레말큰사전 에올 김재용 남측 편찬위원, 원광대학교 교수 18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려 자칫 사라질 수 있는 우리 말의 유산을 지켜야 할 것이다. 누군가 백석의 시를 읽다가 이 19

11 특 집 겨 레 말 큰 사 전 오 늘 과 내 일 낱말의 뜻을 몰라 겨레말큰사전 을 들추게 되고 거기서 이 낱말들의 상세한 뜻풀이와 용례 1. 집필팀에서는 겨레말큰사전 에서 싣기로 를 만나게 되면 매우 기뻐 할 것이며 사전의 소중함을 실감할 것이다. 또한 사전이 만들어진 한 올림말에 대하여, 실제 사전에서 찾아볼 내용을 풀이해 넣는 이후 훗날 누군가 이 새로운 낱말을 접한 후 더욱 풍부하게 구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 작업을 진행한다. 사전에서 풀이말을 집필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렵다. 집필 지침을 마련해야 하며, 집필 과정에서 해결해야 하는 크고 표준국어대사전 과 조선말대사전 은 그 업적에도 불구하고 과거 문헌들을 광범위하게 작은 문제들도 적지 않다. 현재 남과 북은 집필에 관해 상당히 조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처럼 좋은 우리말들이 사전에 오르지 못하고 사장될 처지에 구체적인 지침들을 이미 합의하였고, 그에 따른 세부적인 내용 놓여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겨레말큰사전 의 새 어휘 분과에서는 비단 문헌뿐만 아니 들을 논의해 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겨레말큰사전 의 풀이 라 현장에서도 좋은 우리말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결실을 맺고 있다. 말 집필과 관련하여 남과 북이 합의한 내용과, 현재 진행하고 있 그 동안 남북 특히 새 어휘 분과는 여러 차례에 걸쳐 만나서 새 어휘 추출 작업을 하고 있 는 집필 작업에 대해 설명하기로 한다. 다. 매번 만날 때마다 새 어휘 500개를 교환하여 상호 검토하고 있다. 남북은 각각 자신들이 각 풀이말에는 아래의 사항을 필요에 따라 제공하기로 남과 검토하는 대상이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방 이후 남의 것은 남에서 하고, 해방 이후 북의 북은 결정하였다. 것은 북에서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해방 이전의 것은 부주의로 인한 중복을 피하기 위하여 작품과 잡지를 엄격하게 나누어서 작업을 행하고 있다. 남북 각각은 문헌과 현장에서 수집한 어휘들을 놓고, 남북이 합의한 기준을 적용하여, 수 록해야 할 어휘와 수록하기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어휘로 나눈다. 수록해야 할 어휘라 고 판단된 어휘들을 매 분기 남북 회의 때마다 500개씩 교환한다. 이후 이를 각자 검토하여 다음 모임에서 의견을 주고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행하고 있다. 8차에 걸쳐 이루어 졌기 때문에 남북 각각 4,000개, 합쳐 8,000개의 새 어휘를 이미 모았다. 겨레말 큰사전 은 규범사전이 아니고 유산사전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가급적 우리 토 박이말을 찾아내어 올리고자 한다. 또한 한반도뿐만 아니라 우리말을 사용하고 있는 동포 들이 살고 있는 지역도 조사를 하고 있다. 중국 동북 3성을 대상으로 하여 이미 조사 작업을 집필팀 사업 진행 현황과 계획 하였고 그 동안 조사된 3,711개 중에서 1,185개가 겨레말큰사전 에 수록되어도 좋다는 판 단이 잠정적으로 내려진 상태이다. 겨레말큰사전 의 동시대성을 고려하여 문헌은 20세기 이후로 한정하여 작업을 하고 있다. 숨어 있는 아름다운 우리말의 보석을 캐내는 이 작업은 품이 많이 들고 세심한 손길을 필 겨레말큰사전 에서는 지역어 정보는 되도록 충실하게 주고, 전문 영역 정보는 되도록 간명하게 하기로 하였다. 전자는 요로 하는 까닭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것이 제대로 행해지지 않고서는 겨레말 겨레말의 실제 쓰임을 잘 반영하여 사전을 집필하고자 한 것이고, 후자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어휘를 지나치게 전문어로 풀 큰사전 이 바로설 수 없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작업에 매달려 이하는 데서 오는 거리를 줄이고자 한 것이다. 있는 많은 이들의 땀은 겨레말큰사전 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홍종선 남측 편찬위원, 고려대학교 교수 20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21

12 (1) 겨레말큰사전 의 올림말 집필 내역 찬 경험이 달리 있었던 터라, 남북의 단일한 지침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남쪽 안에서도 단일 올림말(표기) 한 지침을 만드는 데에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대강의 체제를 마련 발음 정보 한 집필 지침에 따라 실제 집필을 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적인 문제점을 찾아내어 집필 활용 정보 지침을 완성해 간다는 것이 시범 집필을 한 취지였다. 원어 정보 1차 80개 올림말, 2차 200개 올림말을 뽑아 남북이 함께 집필하여 서로의 원고를 검토한 품사 정보 결과 양측에서 어느 정도 차이가 나타났다. 현재 자모순에 따라 500개 올림말을 선정하여 3 지역 정보 차 시범 집필이 진행되고 있는데, 역시 남과 북이 각기 집필하여 서로 검토할 것이다. 이와 전문 영역 정보 같은 진행을 통해 겨레말큰사전 을 어떻게 집필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서로의 의견을 보 문법 정보 완하며 단일한 집필 방안을 마련해 가는 중이다. 뜻풀이(동의어) 용례(예구, 예문, 출전) 3. 올림말 표기는 겨레말큰사전 에 반영할 어문 규범을 따르게 된다. 남북의 규범에 차이 관련 정보(본말, 준말, 비슷한말, 반대말) 가 있는 올림말은 모두 자모순에 따라 표기하여 올리기로 하였다. 예를 들어 논리 와 론 참고 정보(여린말, 센말, 거센말 등) 리 처럼 두음법칙 적용에 견해차가 있는 것은 그대로 모두 올림말에 넣고, 이후에 어문 규범 형태소 분석 의 합의에 따라 정리하게 될 것이다. 겨레말큰사전 은 남북이 합의한 단일한 언어 규범 어원(최초 출현형, 출전) 에 따라 공식적으로 출판하는 최초의 시도가 될 것이다. 갈래말 정보 올림말이 표기된 대로 발음되지 않는 경우는 되도록 발음 표시를 하기로 하였다. 아직 모 붙임 든 경우에 대해 합의하지는 못하였으나, 남북의 현실 발음 차이까지 포함하여 남북의 발음 관용구와 속담(뜻풀이, 용례, 출전) 실제를 되도록 충실히 보여주자는 취지이다. 이는 우리말의 언어 현실을 역사적으로 기록하 삽화 및 사진 는 의미도 있다고 할 것이다. 용언 올림말의 실제 쓰임은 기본형만으로는 충실하지 않으므로 활용 정보를 아울러 보인 2. 겨레말큰사전 의 집필 지침의 협의는 남측안(2006년 11월)과 북측안(2007년 3월) 다. 겨레말큰사전 의 활용 정보는 -어/-아, -니/-으니 가 통합한 형태를 보이는 것을 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초기에는 각 올림말에 어떤 사항을 집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남과 원칙으로 하였다. 이른바 불규칙 활용의 경우에도 불규칙 활용의 이름은 밝히지 않기로 하 북은 의견차를 보였었다. 양쪽의 지침을 근거로 2007년 3월부터 집필팀에서는 이와 같은 였으나, 제한된 활용을 보이는 용언은 문법 정보에서 그 쓰임을 보이기로 하였다. 차이점을 극복하고 서로의 견해를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합의안 마련에 착수하였다. 외래어에는 원어를 보인다. 한자어는 한자로, 그 밖의 외래어는 로마자로 원어를 보이고, 현재는 겨레말큰사전 에서 올림말을 어떻게 집필할 것인가에 대한 대체적인 사항은 슬라브계 외래어는 키릴 문자와 로마자를 병기하여 보이기로 하였다. 속음으로 읽히는 한자 합의에 도달하였고, 실제 집필에서 만나게 되는 세부적인 문제점들을 꾸준히 논의해 가고 어의 경우에는 본음을 원어 정보에서 보여 일반 사용자의 편의를 도모하였다. 있다. 한편 2007년 하반기부터는 남북이 합의한 올림말을 대상으로 집필 지침을 적용해 보는 다. 용어에서도 접두사, 접미사 를 각기 앞붙이 와 뒤붙이 를 쓰기로 한 점은 그간 대개 시범 집필 을 수행하고 있다. 겨레말큰사전 에는 국어사전 편찬에 많은 경험을 가진 전 의 남측 사전에서 쓰던 것과도 다른 점이다. 사면초가 처럼 북의 사전에서 성어 로 표시해 문가들이 참여하고 있기는 하나, 남과 북의 사전 편찬 전통이 다르고 남쪽 안에서도 사전 편 22 품사는 남북 문법관의 차이에 따라 조사 와 어미 를 모두 토 로 묶어서 보이기로 하였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두던 것은 명사로 다루기로 하였다. 23

13 올림말이 쓰인 관용구와 속담을 올림말 풀이의 마지막 부분에 제시함으로써 올림말이 어가 발전 지향하는 방향성에도 남과 북은 모두 유의하고 있다. 쓰이는 여러 표현을 아울러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들의 개념이나 범위 등에 대해 용례는 남과 북에서 실제로 쓰인 용례를 되도록 충실히 반영하기로 하였다. 특히 남과 북 선 남북이 차이가 있지만 합의에 따라 가능한 한 폭넓게 표현을 수용하여 겨레말의 풍 의 현대문학 작품 등에 나온 용례를 두루 찾아, 겨레말 사용의 외연을 넓히고 문예 창작에도 성한 표현을 충실히 보여주는 데 목표를 두었다. 도움을 주도록 하였다. 예구와 예문을 다양하게 보이며, 예문에는 해당 문헌의 출전을 제시 하여 관심 있는 이는 찾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올림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관련 정보와 참고 정보로 제시한다. 올림말과 직접 적인 관계를 갖는 다른 올림말은 관련 정보 로, 간접적이지만 올림말을 이해하는 데 도움 이 되는 올림말은 참고 정보 로 제시하기로 하였다. 다만 올림말과 동의어인 경우에는 뜻 풀이에서 풀이말 직후에 제시하여 사전 이용자가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관 련 정보에는 본말, 준말, 비슷한말, 반대말 이 있고, 그 밖의 올림말은 참고 정보에서 제 시하였다. 겨레말큰사전 에서는 올림말이 복합어인 경우에 그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보여 주기로 하였다. 이는 형태 분석 정보 에서 다루는데, 고유어 올림말의 경우에 한정하여 제 겨레말큰사전 에서는 지역어 정보는 되도록 충실하게 주고, 전문 영역 정보는 되도록 간명하게 하기로 하였다. 전자는 겨레말의 실제 쓰임을 잘 반영하여 사전을 집필하고자 한 것이고, 후자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어휘를 지나치게 전문어로 풀이하는 데서 오는 거리를 줄 이고자 한 것이다. 문법 정보는, 자다 에 대하여 잠 으로 끝나는 말이 목적어로 쓰이기도 함 처럼 문장 성 분에 대한 정보를 주거나, 데리다 에 대하여 데리고, 데리러, 데려 로만 쓰여 와 같이 시하기로 하였다. 또 올림말의 어원은 최초 출현형을 확인할 수 있는 때에 그 문헌 정보와 함께 제시하기로 하였다. 올림말이 쓰인 관용구와 속담을 올림말 풀이의 마지막 부분에 제시함으로써 올림말이 쓰 이는 여러 표현을 아울러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들의 개념이나 범위 등에 대해선 남북 이 차이가 있지만 합의에 따라 가능한 한 폭넓게 표현을 수용하여 겨레말의 풍성한 표현을 충실히 보여주는 데 목표를 두었다. 올림말의 제한된 쓰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항목이다. 기존의 국어사전에서는 용언의 문장 성분을 형식화하거나 체계화한 문형을 제공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일반 독자들에게 너 4. 겨레말큰사전 에서 올림말 속구조의 각 항목을 집필하는 것은 이 사업을 수행하는 데 무 번잡하여 실제 이용성이 높지 못하였다고 본다. 겨레말큰사전 에서는 일반 독자가 쉽 에 있어서 가장 크고 중요한 핵심적인 일이다. 남과 북은 오랜 시간 각기 다른 사전 편찬 전 게 읽고 잘 이해할 수 있는 집필을 하는 데 목적을 두었기 때문에 문법 정보는 간명하게 풀 통을 이어 왔지만, 지금 겨레말큰사전 의 편찬자들은 그동안 이룬 성과와 역량을 모아 어서 써 넣기로 하였다. 단일한 사전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뜻풀이는 올림말의 의미를 가장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부분이다. 겨레말큰사전 의 뜻 이러한 노력은 이제 서로가 단일한 집필 지침의 대강을 완성하고, 올림말을 실제 집필하 풀이는, 올림말의 의미를 쉽게 풀이하면서도 다른 올림말을 참조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을 가 여 교환 검토하는 단계에 와 있다. 아직은 집필 작업에서 남과 북이 합의해야 할 세부적인 급적 피하고자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뜻풀이 부분은 현재 남북이 시범 집필을 하면서 가장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단일 민족어 사전으로서의 지향점이 공감되고 있으므로 앞으로 중점을 두어 지침을 확정해 나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남측이나 북측에서 쓰임이 확인되는 상호 호혜적인 이해 속에서 충분히 합의될 수 있을 것이다. 뜻은 빠짐없이 찾아 넣고자 한다. 서로 다른 뜻으로 쓰이는 경우에는 이들을 모두 수용하되, 사회 체제에 따른 이념적인 요소나 정서 등은 배제하기로 하였다. 또한 통일을 앞두고 민족 24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이제 사전의 뜻풀이 집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어, 몇 년 안에 남북 통일 겨레말큰 사전 을 우리 겨레 앞에, 그리고 세계를 향해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25

14 특 집 겨 레 말 큰 사 전 오 늘 과 내 일 남북의 단일어문규범 작성위원회는 2005년 11 에서는 홑글자의 결합으로 보아 해당 홑글자 뒤에 분산하여 두고 있는데 북에서는 하나의 월 개성에서 열린 제4차 남북편찬위원회에서 단일 어문 규범의 단위로 보아 ㄲ, ㄸ, ㅃ, ㅆ, ㅉ 순서로 ㅎ 뒤에 한데 모아 두고 있다. 이에 대해서 남북은 ㅇ 성격과 작성 원칙 및 범위를 정하고, 토론할 대상에 대하여 전반 은 ㅅ과 ㅈ 사이에 두고, ㄲ, ㄸ, ㅃ, ㅆ, ㅉ은 이 순서로 ㅎ 뒤에 두는 것에 의견의 접근을 보 적인 의견을 나누었다. 단일 어문 규범의 성격은 겨레말큰사 았다. 전 편찬을 목적으로 작성되는 것으로서 남북에서 사용하는 현 중성 글자의 배열 순서에서 남북의 차이는 겹글자에 있다. 이들 겹글자를 남에서는 홑글 행 어문 규범에 대하여 어떠한 구속력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 자의 결합으로 보아 홑글자 사이사이에 분산하여 두고 있는데 북에서는 하나의 단위로 보아 다. 여기에서는 4차 회의 이후 현재에 이르는 동안 남북 단일어 홑글자를 한데 모은 뒤에 두겹글자를 모아 두고 그 뒤에 세겹글자를 모아 두고 있다. 이에 문규범 작성위원회에서 논의한 바를 사항별로 기술하기로 한다. 대해서 남북은 홑글자 10개를 한데 모아 먼저 배열하고 그 뒤에 겹글자 11개를 한데 모아 배 열하는 것에 의견의 접근을 보았다. 홑글자 10개의 순서는 남북의 차이가 없으므로 그대로 1. 자모의 배열 순서와 이름 인정하기로 하였으나, 겹글자 11개의 순서는 ㅘ, ㅝ, ㅙ, ㅞ에 대하여 이견이 있어 추후 논의 초성 글자의 배열 순서에서 남북의 차이는 ㅇ과 ㄲ, ㄸ, ㅃ, 하기로 하였다. ㅆ, ㅉ에 있다. ㅇ을 남에서는 ㅅ과 ㅈ 사이에 두고 있는데 북에 종성 글자의 배열 순서에서 남북의 차이는 쌍글자 ㄲ, ㅆ에 있다. 이들 ㄲ, ㅆ을 남에서는 서는 자음 글자의 맨 뒤에 두고 있으며, ㄲ, ㄸ, ㅃ, ㅆ, ㅉ을 남 홑글자의 결합으로 보아 해당 홑글자 뒤에 분산하여 두고 있는데 북에서는 하나의 단위로 보아 ㄲ, ㅆ 순서로 ㅎ 뒤에 두고 있다. 이에 대해서 남북은 ㄲ, ㅆ 순서로 ㅎ 뒤에 두는 것에 의견의 접근을 보았다. 그런데 초성과 중성 글자 배열에서 홑글자 전체를 앞에 두고 그 뒤에 쌍글자나 겹글자를 두는 대원칙에 따라 종성 글자의 배열에서도 이 원칙에 따라 재조정하는 문제를 추후 중성 겹글자 배열을 논의할 때 함께 다루기로 하였다. 자모의 이름에서 남북의 차이는 ㄱ, ㄷ, ㅅ 과 ㄲ, ㄸ, ㅃ, ㅆ, ㅉ에 있다. ㄱ, ㄷ, ㅅ을 남에 서는 기역, 디귿, 시옷 으로 부르는데 북에서는 기윽, 디, 시읏 으로 부르며, ㄲ, ㄸ, ㅆ 단일 어문 규범 을 남에서는 쌍기역, 쌍디귿, 쌍시옷 으로 부르는데 북에서는 된기윽, 된디, 된시읏 으 로 부른다. 이에 대해서 남북은 기윽, 디, 시읏, 쌍기윽, 쌍디, 쌍시읏 으로 부르는 것에 의견의 접근을 보았다. 2. 띄어쓰기 단일어문규범 작성위원회에서는 사전의 집필 과정에서 제기되는 개개의 사항에 대하여 그때그때 남북이 함께 논의하여 의 견의 접근을 보게 될 것이며, 남북 규범의 차이에서 크게 부각되는 사이시옷과 한자어 두음 ㄴ, ㄹ 표기에 대해서는 지속적 으로 연구하고 논의하여 최선의 단일화 방안을 강구하게 될 것이다. 남북의 띄어쓰기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의존 명사, 보조 용언, 명사 연결체, 수사 의 띄어쓰기이다. 먼저 의존 명사의 띄어쓰기에서 남은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순서를 나타내는 경 우나 숫자와 어울리어 쓰이는 단위 명사에 대해서는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며, 북은 모든 의존 명사를 붙여 쓰고 있다. 이에 대해서 남북은 일반 의존 명사는 띄어 쓰고, 단위를 최호철 남측 편찬위원, 고려대학교 교수 26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나타내는 명사는 붙여 쓰는 것에 의견의 접근을 보았다. 그리고 보조 용언의 띄어쓰기에서 27

15 남은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어미 어 바로 뒤에 오는 보조 용언은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며, 북은 모든 보조 용언을 붙여 쓰고 있다. 이에 대해서 남북은 원칙적으로 보조 용언은 띄어 쓰되, 어미 어 바로 뒤에 오는 보조 용언은 붙여 쓰는 것에 의견의 접근 3. 문법 용어 사전 집필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제기되는 문법 용어에 대하여 남북은 [표1]과 같이 의견의 접근을 보았다. 을 보았다. 또한 명사 연결체의 띄어쓰기에서 남은 단어 단위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고유 4. 고유어의 형태 표기 명사나 전문 용어에 대해서는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북은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고유어의 형태 표기에서 남북의 차이가 나는 것에는 개별적인 단어 외에 어미 어, 오 나 하나의 대상으로 묶어지는 덩이를 단위로 띄어 쓰고 있다. 이에 대해서 남북은 전체적으로 접사 등의 표기가 있다. 이 가운데 북에서 여 로 적고 있는 어미 어 의 표기와 북에서 군 의미 단위에 따라 띄어 쓰는 것에 의견의 접근을 보고 구체적으로 사전 집필 과정에서 제기 으로 적고 있는 접사 꾼 의 표기에서는 의견의 접근을 보지 못하고 나머지는 대체로 의견의 되는 개개의 항목에 대해서는 따로 논의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수사의 띄어쓰기에서 남은 접근을 보았다. 만, 억, 조 단위에서 띄어 쓰고 있는데, 북은 백, 천, 만, 억, 조 단위에서 띄어 쓰고 있다. 이 단어 개별적인 차원에서 의견의 접근을 본 것은 여기에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우므로 에 대해서 남북은 만, 억, 조 단위에서 띄어 쓰는 것에 의견의 접근을 보았다. 생략하고 전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의 일부에 대해서만 보이면 아래와 같다. 표1 문법 용어에 대한 남북의 의견 접근 표2 고유어의 형태 표기에 대한 의견 접근 남측 북측 어미/조사 용언토/체언토 용언/체언 뒤에 붙는 토 자립명사/의존명사 완전명사/불완전명사 자립명사/의존명사 단위명사 단위명사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 인칭대명사 사람대명사 인칭대명사(1인칭, 2인칭, 3인칭, 부정칭) 지시대명사/의문대명사 가리킴대명사/물음대명사 지시대명사/의문대명사 양수사/서수사 수량수사/순서수사 수량수사/순서수사 성상형용사 단일 성질 및 상태 형용사(성질형용사, 상태형용사) 성상관형사 성질관형사 성질 및 상태 관형사(성질관형사, 상태관형사) 수(량)관형사 분량관형사 수량관형사 감탄사 감동사 감탄사 남측 북측 단일 어미 -을까/을꼬/을쏘냐/을게 -을가/을가/을소냐/을게 -을까/을꼬/을쏘냐/을께 접사 -장이, -쟁이 -쟁이 -쟁이 -배기, -빼기, -박이 -배기, -빼기, -박이 -배기, -박이 -바리/바지/직하다 -발이/받이/찍하다 -바리/바지/직하다 -뜨리다, -트리다 -뜨리다 -뜨리다/트리다 5. 사이시옷 남북의 사이시옷 표기에서 남은 고유어가 들어 있는 합성어에 한하여, 북은 철자가 같은 일 부 단어에 한하여 앞말의 받침으로 ㅅ을 적음으로써 차이가 난다. 이 문제는 남북의 표기에서 28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큰 차이이므로 그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논의하기로 하였다. 29

16 6. 한자어 두음 ㄴ, ㄹ 표기 표3 외래어 표기에 대한 의견 접근 남북의 한자어 두음 표기에서 남은 발음을 기준하여 ㄹ은 ㄴ이나 ㅇ으로 적고, ㄴ은 ㅇ으 로 적기도 하지만, 북은 형태를 기준하여 ㄹ이나 ㄴ을 그대로 적는다. 이 문제 역시 남북의 남/북 외래어 남측 북측 단일안 가솔린(gasoline)/가소링(gasoline) 가솔린 가솔린 가솔린 갈락토오스(galactose)/갈락토즈(영galactose) 갈락토즈 갈락토즈 갈락토즈 뉘앙스(프nuance)/뉴앙스(프nuance) 뉘앙스 뉴안스 뉘앙스 마네킹(mannequin)/마네킨(영mannequin) 마네킹 마네킨 마네킹 러닝(running)/런닝(영running) 러닝 런닝 런닝 로봇(robot)/로보트(영robot) 로봇 로보트 로보트 갤런(gallon)/갈론(영gallon) 갤런 갈론 갤런/갈론 달리아(dahlia)/다리아(영dahlia) 달리아 다리아 달리아/다리아 표기에서 눈에 띄는 큰 차이이므로 이론적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논의하기로 하였다. 남북 각 측이 제안한 단일안이 서로 같은 것(보기) 7. 문장 부호 사전 집필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제기되는 문장 부호의 차이에 대하여 남북은 다음과 같이 의견의 접근을 보았다. 남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운뎃점( )과 중괄호({ }), 북에서 규정하고 남측의 안으로 단일화되는 것(보기) 있는 반두점(;)은 사용하지 않기로 하고, 남의 따옴표와 북의 인용표는 둘 다 인정하되 그 사 용의 범위에 제한을 두기로 하였다. 즉, 남의 큰따옴표( )는 글 가운데서 직접 대화를 표시하거나 남의 말을 인용하는 데에, 작은따옴표( )는 큰 단위를 표시하는 큰따옴표( ) 안에서 작은 단위를 나타내는 데에 사 용하고, 북의 인용표( )는 출전을 나타내는 데에, 거듭인용표(< >)는 단어나 어구를 강조 해서 드러내는 데와 큰 단위를 표시하는 인용표( ) 안에서 작은 단위를 나타내는 데에 사 북측의 안으로 단일화되는 것(보기) 용하기로 하였다. 8. 외래어 표기 남북의 안을 모두 수용하는 복수의 것(보기) 외래어는 우리말에 들어와서 우리말의 음운 체계에 맞게 조정되어 사용되므로 모든 외래 어에 대하여 정해진 규정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가 곤란하다. 따라서 남북은 사전의 올림말 후보로 선정된 단어에 대하여 남북의 외래어 표기를 개별적으로 검토하여 각 측의 의견을 제시한 다음에 논의를 거쳐 의견의 접근을 보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남북 각 측이 제안한 단일안이 서로 같은 것은 그대로 인정하고, 남북 각 측이 제안한 단일안에 차이가 있는 것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단일안을 마련하는 데에 의견의 접 근을 보았다. 첫째는 남측의 안으로 단일화되는 것이고, 둘째는 북측의 안으로 단일화되는 것이며, 셋째는 남북의 안을 모두 수용하는 복수의 것이다. 이상의 의견 접근을 바탕으로 앞으로 단일어문규범 작성위원회에서는 사전의 집필 과정 에서 제기되는 개개의 사항에 대하여 그때그때 남북이 함께 논의하여 의견의 접근을 보게 될 것이며, 남북 규범의 차이에서 크게 부각되는 사이시옷과 한자어 두음 ㄴ, ㄹ 표기에 대 해서는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논의하여 최선의 단일화 방안을 강구하게 될 것이다. 30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31

17 내가만난북녘말 동무 이수언 민화협 민족화해 지 편집인 대포를 앞세워 고향에 무더기로 들이닥쳤다. 이빨만 하얀 흑인 미군도 그 때 처음 보았다. 어른 들은 곧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걱정했다. 하지만 대포 소리가 가깝게 들려도 나는 이웃 동 무들과 어울려 동네 마당에서 놀았다.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줄도 몰랐다. 며칠 후 안개 낀 새 벽녘 귀가 따가운 총소리에 잠이 깼다. 총소리에 귀가 멍해졌다. 우리 동네에서 전투가 시작 된 것이다. 학생동무물좀 동무라고 하면 잡혀 간다 전쟁이 터졌다. 어른들은 난리가 났다고 했다. 공산당이 쳐내려오면 빨갱이 세상이 된다 고 했다. 빨갱이 세상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잡혀 죽는다고 했다. 빨갱이 세상이 되면 학교 월사금도 안내고 논밭도 공짜로 준다고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학교에 가면 조회시간 에 운동장에서 선생님의 선창에 따라 북진통일 무찌르자 공산당 때려잡자 빨갱이 라는 구호를 외쳤다. 용감한 우리 국군이 38선을 넘어 압록강 두만강까지 진격하여 멀지 않아 통 일이 된다는 교장선생님의 훈시도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이 지금부터 너희들은 동무라는 말을 하지 말고 친구라고 해야 한 다. 동무는 공산당이나 빨갱이들 끼리 쓰는 말이니 동무라고 하면 잡혀간다. 그러니 너희들 은 서로 친구이지 동무는 아니다. 라고 하셨다. 어리둥절했다. 왜 동무라고 하면 잡혀가는지 알 수 없었다. 또래들은 동무 였지 친구 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동무야 노올자 고 하던 또래들을 갑자기 친구야 하고 부르려니 여간 어색하지 않았다. 동무라고 하지 못하다 보니 우리 또래들은 이름을 부르거나 아니면 그냥 야 라고 불렀다. 동무 동무 씨동무 보리가 나도록 씨동무 라는 어깨동무 노래도 부르지 못하게 했다. 동무 들아 나오라 달 따러 가자 라는 노랫말도 친구들아~ 로 바뀌었다. 국군이 이기고 있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씀과는 달리 대포 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지 않 은 낙동강주변에선 미군전투기의 폭격소리가 고향산천을 흔들었다. 이어 미군들이 탱크와 한국전쟁 당시 내 고향(경남 창녕군 영산면)은 낙동강 전투의 최대 격전지였다. 영산방어선 이 무너지면 대구가 고립되고 부산이 위협당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그래서 미군은 내 고향에 최후방어선을 구축하고 주력부대인 제24단을 배치했다. 인민군도 전력이 막강한 제4사단이 전 투에 투입되었다. 국군은 많지 않았다. 1950년 8월11일 새벽녘 낙동강을 건너온 인민군이 마침내 우리 동네까지 진격해 왔다. 나는 아홉 살,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잘사는 사람들은 부산으로 거제도로 피난을 떠났지만 고향 사 람 거의가 가난한 처지여서 그냥 머물고 있었다. 오전 내내 총소리가 산천을 흔들었다. 어머니와 우리 형제들은 두터운 솜이불을 덮어쓰고 광속에 숨어 있었다. 여기저기서 동무들, 인민공화 국만세 라는 외침이 들렸다. 우리 집에는 다행히 총알도 날아오지 않았다. 오후가 되자 총소리가 뜸해졌다. 인민군들이 후퇴했는지 미군을 따라온 국군들이 마을 사람 들을 고향에서 조금 떨어진 후방 산골로 소개시켰다. 나머지 인민군들을 소탕하기 위해서였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동네 앞산 밑을 지나가는데 인민군들의 시체가 엄청나게 많았다. 미군들이 점령하고 있던 가파른 고지를 오르다 죽은 인민 군 시체들이 나무에도 수없이 걸려 있었다. 여기저기서 부상당한 인민군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 다. 무서웠다. 나를 놀라게 한 것 은 처음 본 인민군들의 얼굴색이었다. 주검들이었지만 얼굴 색은 빨간색이 아니었다. 32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18 공산당은 빨갱이다. 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 북한 사람 얼굴이 빨간 줄 알았고, 그림도 그 렇게 그렸는데 그게 아니었다. 우리와 꼭 같은 모습이었다. 더 놀란 일은 논두렁길을 따라 피난을 가는데 죽은 줄 알았던 인민군이 내가 들고 가던 고추장, 간장이 담긴 주전자를 보고는 논두렁에 기댄 채 힘없이 손을 내밀며 학생 동무 물 좀. 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동무 라는 말에 놀라 멈칫했다. 찌던 얼굴이었지만 창백했 다. 까까머리여서 더 앳되게 보였다. 바지에 피가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내가 물이 아니고 간장이라고 하자 손을 내렸다. 뒷집 할머니가 바가지로 개울물을 떠다 주려 하는데 흑인 미 군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고함을 치면서 총으로 빨리 가라는 시늉을 했다. 미군들의 엄청난 화력에 인민군들은 막대한 피해만 입은 채 더 이상 남하하지 못하고 퇴 각했다. 이틀이 지나자 미군은 마을 사람들을 다시 집으로 보냈다. 갔던 그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물을 달라고 했던 까까머리 인민군이 궁금했다. 그는 바로 그 자리에 자 는 듯한 모습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옆에도 인민군들의 시체가 어지러이 널려 있 었다. 인민군이 퇴각하고 미군이 철수한 후 어른들은 죽어 있는 인민군들의 시 체를 수습하여 고향 주변 외진 산자락 여러 곳에 한꺼번에 묻 었다. 나에게 동무라고 했던 그 인민군도 내 고향 주변 산자락 어딘가에 묻혔을 것이다. 60년이 다되어가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인민 군을 묻었던 고향 어른들도 대부분 세상을 떠나 지금은 장소마저 어렴풋이 전해져 올 뿐이다. 내 고 향뿐만 아니라 인민군들의 시신을 묻었거나 장소를 알고 있는 노인들이 한 분이라도 살아있을 때 표 지석이라도 세워두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보곤 한다. 북녘에 묻혀 있을 국군들도, 남녘에 묻혀 있는 인민군들도 언젠가 돌아오고 돌아가야 할 원혼( 魂 )들이니까. 년의 세월이 지난 뒤였다. 나는 기자였다. 1990년 9월16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된 남북총리회 담을 취재하기 위해 처음으로 북녘 땅을 밟았다. 정부 관계관 50명과 기자단 50명은 판문점 을 통과해 개성에서 기차를 타고 평양으로 갔다. 판문점에서 개성으로 가면서 인민군들을 보니 나를 동무라고 부르며 물을 달라고 했던 그때 그 인민군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라 가 슴이 먹먹해졌다. 평양에 머무는 동안 기자들과 함께 노동신문사를 방문했다. 노동신문 기자들이 건물 앞에 나와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편집국을 돌아본 후 국장실에서 남북기자간담회를 가졌 다. 나는 기자단 대표 자격으로 인사말을 하면서 북녘에 오면 북녘 말을 해야 친근감이 생 긴다. 면서 로동신문 기자 동무들이 남조선 기자들을 렬열히 환영해 주어서 고맙다. 고 했 다. 그랬더니 노동신문 기자들이 놀란 표정으로 박수를 요란하게 쳤다. 30대 후반쯤으로 보 이는 팔팔한 젊은 기자가 나에게 기자대표선생, 동무라고 하면 남조선에선 반동으로 몰리 는게아니냐? 고 물었다. 나는 계면쩍었지만 웃으며 남조선에선 동무보다 친구라는 말을 많이 한다. 고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나는 북한에 가면 동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식당에 가도 접대원 동무 라고 부른다. 그때마다 아가씨들은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어떤 아가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선생님, 동 무라고 해도 괜찮습네까? 라고 묻는다. 고려호텔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서울에서 왔 습니다. 동무들 반갑습니다. 라고 하면 더 다정하게 손을 흔들며 반갑습니다. 하고 답례한다. 전쟁 이후 지금까지 나는 어릴 적 동무들을 동무라고 불러 본 적도 들어 본 적 없다. 정겹 던 동무라는 단어 앞에 빨갱이 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한에는 동무 는 없고 친구만 있을 뿐이다. 어릴 적 벗들도 고향 동무 가 아니고 고향 친구 다. 북한에 가도 북녘 동포들도 나를 동무 라고 부르지 않고 선생 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나에게 동무 라고 불러준 사람은 어릴 적 그 인민군이 마지막이었지 싶다. 고향에 가서 그때 나에게 물을 달라며 학생 동무 라고 불렀던 그 인민군이 문득 생각나면 그가 죽어 있던 자리를 찾아가 잠시 고개를 숙인다. 그러고는 물을 주지 못했던 일을 미안해한 다. 어쩌면 부상당한 아픔보다 목마름이 더 고통스러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자선생, 동무라고 하면 반동 안됩네까? 전쟁 때 물을 달라고 했던 그 인민군을 본 후 내가 북녘의 동무들 을다시만난것은40 이수언 1942년 출생하여 국민일보 정치부장,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한국언론재단 기금운영본부 본부장과 언론중재위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변인을 지냈고, 현재 민화협 민족화해 지 편집인으 로 활동하고 있다. 34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35

19 겨 레 말 이 만 난 사 람 편찬사업회에서는 지난 3월, 1994년부터 14년 동안 지역 현장을 돌며 방언사전을 혼자의 노력으로 출간 한 정석호(72 부산 북구) 선생을 만나 뵈었다. 영천 과 경주, 포항 등 경북 동남부 지역 방언 6,700여 개 를 담은 815쪽 분량의 경북 동남부 방언사전 최근 펴낸 정석호 선생은 이 책에서 방언에 대한 해석과 설명뿐만 아니라 방언이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활용 되는지를 보여주는 풍부한 입말 용례를 실었다. 또 농기구 등 생활도구의 각 부분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일일이 명칭을 소개하는 등 전문적 작업과 견주어 손 색이 없는 책을 내놓았다. 어떤 동기에서 이 방대한 작업을 시작했나? 정보통신기사로 공직에도 있었고, 개인 회사에 도 오래 있었다. 애들도 크고 육십이 다 되어가다 보니 이젠 여생을 걸고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림 몇 년 배우다가 우리말에 빠져서 그때 그때 작성한 메모 카드가 한 박스였다 년부터이니 컴퓨터가 잘 활용되지 않을 때이라 일 일이 손작업으로 했다. 방언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다른 문화재는 흔적이라도 남지만, 말이란 것은 사라지면 완전히 없어진다. 표준말은 호적이 있는 말이지만 방언은 무적인 셈인데도 불구하고 생활 감정이 가장 잘 묻어 나는 말이 방언이다. 토속적인 말을 들으면 그 시대 생활상과 감정을 알 수 있다. 이번 사전에서 예문을 들 때에도 나는 사전에서 쓰 는 서술적인 표현보다, 욕설 등 지역주민들의 감정 이 묻어 나는 말을 담으려 했다. 세련된 말보다 시 골 농군들, 부인네들, 익살스럽고 상스런 말을 담으 려 했다. 요즘 학자들은 성조 분석 등은 잘하지만 말감정을 모르기 때문에 적합한 예문을 들지 못한 다. 예를 들어 베틀 도구에 관련된 어휘를 찾으려 해도 직접 노동과정을 보거나 체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현장을 다니며 실제 쓰는 과정을 지켜보고 물어보고 해서 만들었다. 방언은 우리말의 뿌리 경북 동남부 방언사전 펴낸 정석호선생 나이도 있으신데 중도에 조바심 나지는 않았나? 없었다. 도자기 깨진 것을 맞추는 것처럼 하나씩 의미를 찾아갈 때 그 기분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 다. 작업을 나는 거리에서 했다. 시장통에서 걸걸한 말들 속에서 찾았다. 유식한 데 가면 말 안 나온다. 그 분야를 전공한 국문학, 국어학 교수 스타일로 하 지 않고 시골에 홀로 사는 영감쟁이가 자기 방식으 로 한 것이다. 민속, 민담, 동요책을 많이 봤다. 그 림도 배워서 했다. 삽화도 상당수가 직접 그린 것이 다. 기본자료가 한두 권 정도로 모이자 지금 국립국 어원장으로 계시는 이상규 선생을 찾아갔다. 원래 아는 사람은 아닌데 이 원장도 방언을 전공해서 말 하나 하나를 찾아다니던 분인데, 내가 보따리째 들 고 왔으니 안 반가웠겠나. 금방 책으로 나올 것 같 았는데, 이래 시간이 걸렸다. 방언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보는가? 방언이야말로 진정한 모국어다. 말이 몸에 배이 는 것은 어릴 때이다. 엄마 젖 먹으면서 배운 말이 언어 세포 속에 스며드는 것이다. 전통문화도 요즘 은 조금 대접받지만 이전에는 촌놈들이나 좋아하는 것이라 취급했다. 지금도 서울 가면 고향 사투리를 버리는 재빠른 환경적응자들이 많다. 방언을 촌스 럽게 본다. 방언이 우리말의 뿌리인데 무시해 버리 면 감정 표현이 제대로 되겠나. 박경리의 토지 도 사투리로 인물들의 내면을 표현해 내지 못했다면 그런 대작이, 그런 깊이가 나오겠나. 경북동남부 말의 특성을 표현한다면. 옛날에는 경상도를 서울(한양)에서볼때낙동강 을 중심으로 이동을 좌도라 하고 이서를 우도라 했 다. 요새 경남북 개념과 다르다. 옛날에는 고개 하 나 넘으면 말이 달랐다. 화전민과 어로 하는 사람 말이 다르다. 교통이 발달하면서 언어공통적인 범 위가 넓어졌다. 경상도 동남부 특징은 하다, 행동하 다를 여러 가지 변형하여 특수하게 쓰는 경우가 많 다. 이번 사전에서 활용을 별도 표로 정리해봤는데 카다, 그캤다, 그카이, 그카먼, 그캐서 가그런경 우다. 외국어에도 불규칙동사가 있지 않나. 경북동 남부 말은 좀 거칠다. 신라말인데 금호강, 경주 중 심으로 하는 말이 울산에까지 미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옛적 왜구들의 출현과 관련이 있나 싶 기도 하고. 싸움을 많이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방언을 연구하는 후학이나 혹은 관련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방언은 아직도 소외된 분야이다. 더 늦기 전에 전 국적으로 나이 먹은 사람들, 보유자를 찾아서 그 우 열을 불문하고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좋겠다. 후진들도 그런 바탕을 만들어 놓으면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 내 경우를 봐도 숨어서 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인데, 말 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이들도 어찌 보면 무형문 화재 아닌가. 선생님의 연구결과를 겨레말큰사전 편찬과정에 반영하고 싶다. 적극 동의한다. 명예로운 일이다. 책을 낸 출판사 와 적극 상의해 좋은 일에 쓰인다면 큰 보람으로 알 겠다. 36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37

20 기 획 겨 레 말 큰 사 전 에 바 란 다 우리말로 학문하기와 겨레말큰사전의 용틀임하기 우리 앞길을 막거나 가시밭으로 만드는 힘이 가로놓여 있다고 하더라도, 이 민족의 숨결인 말글 뭉치를 만드는 일에 관한 한, 잠시도 쉬어서는 안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민족의 지도자들은 부디 이 문제에 관한 한 어떤 정치적 이유를 들 어서도 사전 만들기의 발걸음을 늦추게 해서는 안 된다. 기 획 겨레말큰사전 에 바란다 정현기 세종대 초빙교수, 우리말로학문하기 회장 모든 사람은 남의 노예로 사는 것을 꺼린다. 한 사람을 자기 노예로 만들려고 하면 먼저 그 사람의 밥줄을 움켜쥐는 것이 첫 차례이다. 그렇게 한 놈이 밥줄을 이리저리 당기며 조금씩 먹이를 던져주면 서 다른 놈을 눈치 보는 천덕꾸러기 사람으로 만든다. 그리고는 그가 중얼거리 며 쓰는 말을 못 쓰도록 주둥이를 문질러 입을 막고는 말을 빼앗는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사람됨의 샘이자 뼈대이므로, 그가 하던 말을 아예 못쓰게 한다. 그러 면 그의 정신은 완전히 바스러진다. 그렇게 되면 일단 그를 말 잘 듣는 노예로 만드는데 성공한 셈이다. 밥줄과 말줄, 그것으로 사람들은 살아간다. 일본이 1917년경 일본 법과대학에 식민정책학을 개설하였을 때 아마도 이 밥 줄 끊기와 말줄 끊기는 가장 주된 책략의 심줄이었을 터이다. 그래서 한쪽에서 는 가진 방법을 다 써서 곡물들을 빼앗아 일본에 실어 날랐을 것이고, 한국의 명 산이나 그윽한 곳에 굵은 구리말뚝을 박거나 끓는 쇳물을 부어 그 정기의 맥을 끊었노라고, 그러니 너희들 조선 것들은 이미 혼이 다 빠졌노라는 믿음을 심어 주었을 터이다. 그러다가 말글을 빼앗으려고 하였고 성과 이름조차 빼앗는 일에 착수하였던 것이다. 38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39

21 조선어학회에서 활동하다가 그렇게 억울한 대접을 받았던 조상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일을 지금 후손들이 이어서 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복이다. 이제 남북언어학자들이 모여 이 일을 다시 행하고 있다. 그저 마음이 싱그럽고 기 쁠 따름이다. 그러나 모든 목숨 있음이란 누구도 남에게 노예 되어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남에게 무릎 꿇어 굽실대느니 차라리 목숨을 버려 죽기로 나아가는 사람도 있다. 먹을거리를 지키고 말글을 지키며 나의 나됨을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모든 존재, 묵숨 있음이 꿈꾸는 나됨이다. 그런데도 역겨운 종내기들은 그렇게 남을 노예로 삼아, 부리며 떵떵거리려고 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남의 노 예됨으로 부터 발버둥 치며 벗어나 보려고 한다. 정말 토악질 나는 세상이다. 그렇게 우리는 이 따위 더러운 땅에 내던져져 있고, 어리석은 부라퀴들의 음흉한 숨소리들을 역겹게 들으며 참는 다. 그래서 사는 게 참 힘들다.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이야기 우리말로학문하기라는 말이 시작된 것은 정확하게 2001년이었다. 철학자 이기상, 백종현, 최 봉영, 이승환, 음악가 노동현, 언어학자이자 신화학자인 유재원, 심리학자 최상진, 그 후배 학자 들 구연상, 이은주 등 여럿이 모여 참으로 열 띄게 우리말로 된 학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자 주 모일 적마다 우리가 이제까지 해온 학문의 성과가 정말 진짜 우리말글로 되었었는지를 살펴 보게 되었고, 그 결과는 참 허망하게도 너무나 남의 말글로 글을 써왔고 생각을 그 쪽에 맞추어 해 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먼저 칸트의 저 이름깨나 난 세 가지 비판철학 이야기조차 어리둥절한 남의 말글이었다는 것 을 우리는, 아니 나는 알았다. 따짐(이성= 性 =Reason=Vernunft), 앎(오성= 悟 性 =Understanding=Verstand), 느낌(감성= 感 性 =Gehuhl), 이렇게 옮겨 놓고 칸트를 이야기할 때 정말 우리말로 된 가장 가까운 옮김 말은 어떤 것일까? 게다가 이 같은 철학말씀을 풀어 보이 려고 할 때 어떻게 된 말이 가장 쉽고도 잘 닿게 되는 말일까? 그리고 가장 사무치는 풀이말이 될까? 이런 예는 각 학문 모든 말길 복판에 다 모여 있다. 세모꼴과 삼각형, 네모꼴과 사각형, 사 다리꼴과?, 이름씨와 명사, 움직씨와 동사, 코뼈 휨 병과 구강골절 병 따위 정말 제대로 된 배움 터(학문= 學 問 )이야기는 생각해보면 볼수록 우리들 배우미들이 너무 쉽게 남의 것을 빌어다 쓰는 버릇에 길들어 제대로 된 제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였다는 생각이다. 조선조에 그렇게나 위대한 철학자로 떠받들던 퇴계 이황이나 율곡 이이 선생들께서, 비록 이 웃 중국철학 이론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우리 본딧말로 정리하는 일에 힘썼더라면 우리 철학 말씀들이 얼마나 빤짝이는 보석들로 가득 찼을 것인지 생각만 해도 기가 차다. 세종 임금이 절대 군주로 그의 삶을 누렸다 해도, 그는 정말 천재적인 언어학자였고 철학자였다. 그런데도 그런 왕 권을 떠받들면서 앎의 길을 찾아 나섰던 그 이후 배우미들이 그 왕의 천재성을 눈치조차 채지 못 하였다는 생각이 나를 어지럽힌다. 우리도 일찌감치 그렇게 하여 이두나 구결로 한자를 빌어다 썼던 것처럼, 한자의 변이나 갓머리 바침을 빌어다 글자를 만들어 쓴 일본글은 그들이 쓰는 말 음절수가 100여 개 정도여서, 가타카나 히라가나 글자로 글쓰기가 가능하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말의 음절 숫자는 1000여 개가 더 넘는데다가 말쓰기의 가늘고 고운 갈래가 너무 많아 한자말로는 절대 빌어 쓸 수가 없었다. 이 실상을 꿰뚫어 읽고 있었던 세종임금이 훈민정음 을 만들어 내었다. 훈민정음 서문에서 밝힌 세종임금의 말씀,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 서로 사 맛지 아니할 새 라는 말의 진짜 뜻조차 이후 밝은 앎 배우미(철학자)들은 제대로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나는 보고 있다. 한자의 靑 을 우리는 푸르다/파랗다/새파랗다/퍼렇다/시퍼렇다/푸르스 름하다/푸르딩딩하다/푸릇푸릇하다 따위로 그 느낌에 따라 다르게 쓴다. 어떻게 이렇게 섬세한 말쓰기를 靑 자 하나로 옮길 수가 있는가? 사무침 이란 말하고 글 쓰는 데 가장 굵은 힘줄이다. 사무침이 없는 글들로 뭔가를 배워 익히고 남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어딘가 잘못된 배움 길임에 틀림없다. 이것이 우리말로학문하기의 배우미들이 마음 시려하고 아파하는 글 읽고 쓰기의 어려움이다. 그런 다지기를 우리는 무려 일곱 해째 해 오고 있다. 4월 중에 이 모임의 두 번째 열매, 책이 나 오기로 되어 있다. 우리말로학문하기에 뜻을 둔 철학자들이 모여 만든 우리말철학사전은 이미 다섯권 째 나왔다. 우리말로 철학하기는 배움터에서 가장 중요한 말길 트기이다. 남북공동사전 편찬 사업, 말글트기의 귀중한 맞뚫기 1980년도 부터였나? 우리 민족은 남북 사이의 벌어졌던 관계거리를 좁히려고 뭉치는 기운을 더하는 일에 눈을 뜨고 여러 쪽에서 서로 주고받는 일들을 해오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 말글을 다듬어 꿰는 사전 편찬에 큰마음을 합쳐 보태고 있어, 뜻있는 이들의 눈을 번쩍 뜨게 한다는 느 낌을 감출 수가 없다. 이 모임에서는 이 엄청난 일을 2005년도부터 시작하여 2014년도까지 4십 만 개의 우리말을 정리하여 묶는다 한다. 이 일은 1930년대 일본에게 여러 가지 수모를 견디면 서 오로지 나라 말씀을 묶어 사전으로 꿰는 일을 하다가 감옥에도 가고 억누름과 매질에 죽기도 40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41

22 기 획 겨 레 말 큰 사 전 에 바 란 다 한 위대한 국어학자들이 한 일과 똑같은, 귀중한, 마음 씀이다. 조선어학회에서 활동하다가 그렇 게 억울한 대접을 받았던 조상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일을 지금 후손들이 이어서 하고 있 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복이다. 이제 남북언어학자들이 모여 이 일을 다시 행하고 있다. 그저 마 음이 싱그럽고 기쁠 따름이다. 문제는 남북 사이에 벌이고 있는 정치적 힘겨루기가 아직 우리 앞 에 가로놓인 가시밭길이다. 그런데 그게 다 누구 탓이냐를 따지자면 아마 엄청난 분량의 침 튀길 말글이 필요할 터이다. 하지만, 그게 비록 어떤 남의 탓으로 돌려 우리 앞길을 막거나 가시밭으 로 만드는 힘이 가로놓여 있다고 하더라도, 이 민족의 숨결인 말글 뭉치를 만드는 일에 관한 한, 잠시도 쉬어서는 안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민족의 지도자들은 부디 이 문제에 관한 한 어떤 정치적 이유를 들어서도 사전 만들기의 발걸음을 늦추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나서 남북 공동 사전편찬에 힘써 일하는 분들에게 바라는 마음 한 가지 쯤 더 적는다면 이렇다. 첫째, 모든 말은 학문 용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좋은 학문 용어는 우리 말 가운데서도 본딧말로 찾아나서는 일이라고 나는 주장하고자 한다. 앞에서 적은 대로 우리말로학문하기 모임 의 배우미들은 그들이 꿈꾸는 배움 길의 잣대가 되는 우리 말글에서 본딧말로 바꿀 수 있는 모든 말을 찾아 말하고 글로 쓴다. 자유, 사회, 개인 따위 본딧말로 바꾸기가 정 어렵거나 그럴 수 없는 배움 말은 그대로 잘 써서 더욱 우리에게 가까운 사무침의 말로 바꾸는 노력을 기울이 되, 본딧말로 바꿀 수 있고 그것이 아주 잘 맞는 말글이라면, 누구 눈치도 볼 것 없이 우리말로 바꾸어 내 삶의, 아니 우리 삶의, 큰길 찾기로 나아가는 말 모음으로 돼야 한다. 둘째, 사전을 만드는 이들은 우리말 찾기에서 학문 용어로 될 수 있는 말 쓰임이나 그 실례들 을 잘 찾아내어 배우미들로 하여금 그 말글을 가지고 자기 뜻이나 학문적 말길 트는데 쓰기 편하 도록 길을 내 주기 바란다. 위에서 적은 사무치는 글쓰기 는 신진 철학자 구연상 박사가 훈민정 음 서문에서 찾아다 오늘날 우리 글쓰기의 갈 길로 만들어 보여주었는데, 아주 좋은 느낌으로 여 러 사람에게 다가왔다. 우리의 우리 됨은 이렇게 말글 쓰기와 그것을 닦는 일로부터 삶의 먼 길을 떠나면서 이루어진다. 먹을거리나 그것을 만드는 터전을 빼앗기지 않는 일은 두말할 것도 없고, 우리 혼을 지키는 말글 닦 기는 남북 공동 사전 만들기와 우리말로학문하기 모임의 사람들이 마음과 힘을 합쳐 꾸준히 멈추지 않도록 빌어야 하고 꿈꿔야 한다. 정현기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까지 연세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세종대 초빙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문학평론가로 활동하였고, 저서로 [비평의 어둠걷기]. [포위관념 과 멀미], [한국 현대문학의 제도적 권력과 사회], [한국문학의 해석과 평가]와 시집 [시속에 든 보석]과 [흰 방울새와 최익현]이 있다.. 모국어의 품에서 남과 북의 아이들을 생각한다 나의 한 생애와 함께 할 어머니의 언어가 우리의 몸속으로 스며든 맨 처음 바로 이 순간이다. 가족과 형제들의 살아온 방식 이나 온갖 경험들이 모국어를 통해 내 몸속에 들어와 나를 만들고 키워가는 날들이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김영춘 전주 솔내고등학교 국어교사 우리가 이곳에 태어나 저의 살아있음을 울음으로 알려올 때, 어머니는 아이를 가슴에 안는다. 온 우주를 다 뒤져도 다시는 없을 소중한 몸짓으로 자신의 생명을 끌어안는다. 세상을 안는다. 그리고 속삭인다. 어머니의 사랑과, 사랑이 주는 기쁨 과, 희망과, 약속을 아이의 맑은 귓불에 토해 놓는다. 나의 한 생애와 함께 할 어 머니의 언어가 우리의 몸속으로 스며 든 맨 처음 바로 이 순간이다. 가족과 형제들 의 살아온 방식이나 온갖 경험들이 모국어를 통해 내 몸 속에 들어와 나를 만들고 키워가는 날들이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새 학기 국어 시간에 모국어를 근원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싶어서 내 실제 마 음보다도 더 강렬하게 아이들을 향해 일방적으로 쏟아 붓는 말들이다. 사람이 태어나는 그 순간을 생각해보면 제법 나이를 먹은 나도 가슴이 떨려오려고 하는 데 처녀의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야 오죽하랴? 벌써 자세도 좋아지고 눈빛도 맑 아진다. 몇몇 아이는 국어에 대한 사랑을 저는 일생동안 끌고 갈 수 있어요. 하 는 표정으로 수업 속에 들어와 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오랜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의 빛나는 눈빛과 간절한 마음이 그리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을 말이 42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43

23 설령, 우리가 누군가의 힘에 눌려 언어의 식민지가 된다하더라도 우리 남과 북의 아이들은 똑같은 환경의 식민지 아래 살게 해 주시오. 서로 알아듣지 못해서 미워하는 일 따위는 없게 하시오. 제발! 다. 왜냐하면, 이 사회는 학교와 아이들에게 모국어와 관련한 어떤 것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바라는 내용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고 요구함으로 써 모국어를 통한 문화 전승의 과제를 쓰레기통처럼 한구석으로 몰아붙여 버리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는지 이제는 짜증이 나서 내 입에는 올리기도 싫게 되었 지만, 영어 몰입 교육인지 뭔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짜증을 낸 채로 그만두고 지나갈 수 만은 없는 까닭은 이것이 언어 식민지화 과정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그것도 우리 스스로 쏘아 올 린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그런 무서운 말들을 나라 책임자들이 서슴없이 뱉어내고 정책화하고 있다니 오래오래 부끄러울 일이다. 물론 그들은 영어이야기만 했지 국어교육에 대하여 말하지 않았다. 또한 영어 몰입 교육을 하자는 데에는 오해가 있었다는 해명도 했다. 먹고살기에 바쁜 언어대중들에게 어떤 언어에 몰두해야만 살아남기에 적합한 일인지 밤낮으로 생각하게 한 뒤에 사회적 분위기는 이 정도 띄었으면 되었다 싶을 때 넉살좋은 말로 슬쩍 넘어가는 것이다. 올해 설을 지내면서 집집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남긴 덕담은 영어를 잘하길 바란다. 였다고 하니 국어선생 몇몇이 모국어를 들고 아이들을 만나 우리가 어찌 살아왔고 어찌 살아가 야 함을 말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우리의 말과 글은 멀리 한자로부터 요즘 영어에 이르기까지 한 순간도 외세와 그를 추종하는 힘으로부터 자유로운 순간이 없었다. 거기다가 세계화에서 비롯된 패권주의적 사고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되면서는 언어를 통해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전승하는 모국어의 개념은 똥 친 막 대기가 되어버렸다. 현실이 이러하니 영어에 밀려 빌빌거리던 우리말의 우스운 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으므로 잠시 덮어 둔다고 하더라도, 저희들끼리 잡아먹는 문제(중앙 언어의 지방 언 어에 대한 포식관계) 또한 심각하여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얼마 전 익산(옛 이름은 이리)에서 선생을 할 때 소설가 윤흥길 선배가 익산을 배경으로 한 소라단 가는 길 이라는 소설집을 만들었는데, 저희들 태어나고 자란 곳을 알게 하기에 좋겠다 싶어 아이들을 도서실로 모아놓고 수업을 서너 시간 해 본 일이 있다. 몹시 힘든 수업을 하고 말 았다. 이유는 익산의 아이들이 윤흥길 선배가 구사한 익산의 방언을 거의 백지에 가깝게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투리만 가르치다가 제 아버지 어머니가 살았던 이야기는 들어가지도 못한 채 수업을 끝내고 말았다. 경상도라고 해서 찍고 전라도라 해서 서로 어쩌고 하는 없어져야 할 것들은 모두 징글징글하게 살아남았는데, 이 세상에 나와 저를 키워 온 언어는 이미 죽어서 무덤 속으로 가고 없어서 말뜻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죽어가게 되어 있으 니 죽음이 꼭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수많은 언어 생명이 누군가에게 살 해되어 어린 나이에 죽어서 사라졌다면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누가 중앙 언어로 하여금 지 방 언어를 마구잡이로 잡아먹도록 하고 있는가? 수많은 지방 언어의 죽음으로 인해 얼마나 많 은 아이들이 자신의 삶의 터전에 대한 이해와 사랑도 없이 미래를 꿈꾸며 밥을 먹고 살아가고 있 는지. 참 슬프다 못해 나중에는 기운이 하나도 없어진다. 며칠 전 교실에서 나오다가 책상 위에 멋들어진 감각으로 그려 놓은 낙서 그만 해 를 뜻하는 낙서 구만 회 라고 쓴 낙서를 보았다. 국어선생의 눈길만 아니라면 참 예쁘게도 잘 그려놓은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보는 일을 가지고 호들갑을 떨어서 무슨 해결 방책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 일을 정말 어찌하면 좋을까. 이 언어 현상을 북쪽의 아이들에게 무어라 고 설명할 수 있을까. 무어라고 설명해서 소통하게 할 수 있을까.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은 언어도 돈이 되는 언어가 따로 있다고 밤낮으로 말하고 있다. 그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아침 부터 저녁까지 같은 일만 반복하다가 이제 모든 것이 지겨워서 같은 말도 다르게 표현해야만 직 성이 풀리게 되었다. 그만 해 를 구만 회 라고 해야 살맛이 나게 되었다. 실제로 10년 전만 해도 겨레말 사전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한반도에서 시작되리라고는 감히 꿈도 꾸지 못했다. 교실에서 남북한의 언어 차이를 가르치면서 통일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 중의 하나로 사전을 함께 만들고 같은 언어생활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정리했었다. 그런데 그 날 이 왔다. 이름도 보란 듯이 우리말 사전이 아니고 겨레말 사전이다. 이만하면 사실 가슴이 둥둥 뛰는 일이다. 이런 일은 나의 복이 아니라 우리 겨레 모두에게 내린 축복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뭔가 내 마음이 이상하다. 찜찜하다. 겨레말 사전이 주는 기쁨으로도 어쩌지 못할 무엇이 나를 누르고 있는 게 틀림이 없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도 아닌 미친 소리를 지껄이며 혼자 걷고 있 는 것이다. 설령, 우리가 누군가의 힘에 눌려 언어의 식민지가 된다하더라도 우리 남과 북의 아 이들은 똑같은 환경의 식민지 아래 살게 해 주시오. 서로 알아듣지 못해서 미워하는 일 따위는 없게 하시오. 제발! 김영춘 1957년 전북 고창에서 출생하여 1988년 실천문학 복간호에 눈 내리는 일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 을 시작했고, 1993년에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을 발간했다. 현재 전주 솔내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 고 있다. 44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45

24 기 획 겨 레 말 큰 사 전 에 바 란 다 우리말나들이, 겨레말나들이 왕따 를 북쪽에서는 모서리 먹는다 라고 한다는 것을 아는 남쪽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이런 상태가 더 진행된다 면, 남북이 통일됐을 때, 우리는 북쪽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 영어로 혹은 러시아어로, 중국어로 번역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최대현 아나운서, MBC 우리말나들이 PD MBC 문화방송에서 지난 10년 동안 한국어 교육프로그램으로 아나운서들이 직접 만든 방송의 이름은 우리말나들이 이다. 하지만, 우리말나들이 는 방송 프로그램으로 제작되기 이전인 1993년에 한글창제 550돌을 기념한 유인물로 시작됐다. 그 당시 입사 6년차였던 강재형 아나운서(현 MBC 아나운서국 뉴스, 스포츠부 부장)의 소위 맨땅에 헤딩 하는 정신으로 만들어 졌던 우리말나들 이. 1993년 당시에는 어떤 방송사에서도 우리말 교육에 대한 프로그램은 없던 시절이었다. 당시 한글 창제를 기념하기 위해 흔히 틀리는 말을 모아서 시작했 던 우리말나들이 였고, 5년 뒤 MBC우리말나들이 라는 방송프로그램이 시작 되기 전까지 MBC의 직원들은 출근할 때 회사 정문 게시판에서 우리말나들이 유인물을 통해서 우리말에 대한 교육을 받게 된다. 16절 갱지에 찍어낸 이 유인물의 반응은 뜨거웠다. 홍보부에선 사내 방송 기 획 프로그램으로 제작해 보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신입사원이었던 박나림(현재 는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아나운서가 MC로 강재형 아나운서가 PD를, 그리 고 이재용 아나운서가 급식담당(?)을 맡아서 사내방송프로그램이 제작됐다. 첫 방송소재는 강산애씨의 노래 넌 할 수 있어 중에 나온 깨끗이 의발음이었 다. 그리고 얼마 후 기획에서 촬영, 편집, 출연까지 모든 과정을 아나운서들이 직접 만들어 내는 대한민국 방송 사상 유례가 없는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됐다. 월~금 오전 10 시 55분과 오후 5시 25분에 각 1분씩, 1998년 12월 1일 첫 방송이 시작된 후 2008년 4월 17일 깨작깨작하다 방송까지 1,747회에 이르는 방송이 제작됐다. 요즘은 방송사마다 우리말 관련 프로그램을 앞다퉈 제작하고 있고, 실제로 이런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꽤 높게 나오면서 시청자들의 우리말 실력만큼이나 방송사의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높 아졌다. 그러나 우리말나들이 는 시발주자였던 만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우리말을 배운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말 그대로 무모한, 아니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었다. 고작(?) 1분짜리 프로그램에 넣기 위한 30초짜리 영상을 위해서 헬기를 띄웠으며 (당시의 소재는 헬리콥터의 북한말인 직승기, 산마루 등이었다.), 첫 해외촬영으로 일본을 방문 했다.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하지은 아나운서의 도움으로 우리말속의 일 본말을 걸러내는 작업을(지리, 짬뽕, 묵찌빠 등) 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7년 7월 우리말나들이 in USA 가 미국 LA 현지에서 제작되어(MC 이하정 아나 운서) 미국 현지 교민들 사이에 우리말에 대한 새로운 바람몰이에 나섰고, 같은 해 10월에는 고 려인 강제이주 70주년을 맞아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한글을 배우려는 고려인 3,4세들의 꿈과 열정을 소개하고, 한글을 잃지 않고 후손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데 힘써온 고려인 1,2세들을 만 났다. 우리말나들이 는 이 밖에도, 남쪽의 한국어 와 북쪽의 문화어 가 아닌 우리말 을 알리고 자 노력했다. 금강산과 백두산, 중국 옌지, 헤이룽장성, 하얼빈을 찾아가 북한말나들이 를제 작, 현지에서 쓰이고 있는 북한말을 남쪽에 소개했고, 2004년에는 방송문화진흥회와 공동 기획 으로 방북해 북한말나들이 를 제작하고자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지금까지는 성과를 보지 못하 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필자가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고려인들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 켄트에 있는 니자미 사범대학 한국어문학과에서는 고려인과 우즈베키스탄인들에게 한글을 가르 칠 선생님을 양성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학교에서는 어떤 말을 가르치고 있었을까? 한국어? 아니면 구소련의 연방이었으니 문화어? 정답은 둘 다이다. 실제로 구소련시절에는 북한의 학자 들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문화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이 독립한 후에는 한국과 국교를 맺고, 현재 외교부의 파견 교수님들이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덕분에 우즈베키 스탄의 고려인 1,2세대 그리고 3세대까지도 문화어를 한국어로 알고 사용하고 있었고, 인터넷에 익숙한 4세대 고려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한국 드라마(대학생을 인터뷰했더니 당시 유행하던 드 라마인 커피프린스 에 나온 탤런트 윤은혜보다 자기 여자 친구가 더 예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46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47

25 생 활 속 겨 레 말 를 실시간으로 보고 현대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같은 민족 두 가지 언어의 공존. 같은 듯, 다 른 듯. 틀림없이 신세대 고려인들은 부모와 대화하면서 단어의 의미가 혼동될 때 러시아어로 번 역했으리라. 그런데 이런 문제는 자칫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최 사장님, 여기는 짧은 중간거립니다. 쇠채 드릴까요? 나무채 드릴까요? 타격대 올라가시기 전에 말씀해 주세요. 짧은 중간거리?, 타격대는 뭐고, 쇠채는 뭐지? 모처럼 휴가를 내고 금강산 골프장을 찾은 최 사장은 심기가 불편하다. 라이벌인 이사장과의 게임인데, 캐디와 영 호흡이 맞질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귀찮더라도 사정을 해서 남쪽 캐디 를 쓰는 건데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맴돈다. 오늘 시합은 일찌감치 포기다. (2008년 4월 1일 14:00 금강산 골프장) 분단 60년을 맞는 지금 남과 북의 언어는 이렇게 차이가 나고 있다. 외래어니까 그렇지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상에서 쓰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왕따 를 북쪽에서는 모서리 먹는다 라 고 한다는 것을 아는 남쪽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이런 상태가 더 진행된다면, 남북이 통일됐을 때, 우리는 북쪽 사람들과 대화하려고 영어로 혹은 러시아어로, 중국어로 번역을 해야 할지도 모 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말나들이 PD로서 또 대한민국에서 한국어를 가장 잘한다고 자부(?)하는 아 나운서로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회를 만나게 됐다.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 이미 편찬 사업회 에서는 겨레말큰사전 에 수록할 30만 개에 달하는 어휘 선정 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집필 작업 에 들어갔다고 한다. 물론 말을 통일시킨다는 작업, 남과 북 모두 양보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일 이기에 힘든 점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외세에 의해서 갈라져 버린 우리말을 우리가 바로잡아서 후손들에게 교육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말나들이 에서는 5월에 겨레말나들이 를 기획하고 있다. 비록 남북 정세 악화로 4월 개 성회의에는 동행할 수 없게 됐지만, 5월에 개성을 방문해서 2004년 못 이뤘던 우리말나들이 북 한촬영을 성공시킬 계획이다. 물론 여기서 다룰 소재는 겨레말 이다. 개성 집필분과회의에서 다 뤄진 어휘들을 소개하고,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의 의미도 시청자들에게 전할 생각이다. 앞으 로 우리말나들이 에 북한말 나들이 대신 겨레말나들이 를 연재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다시 한 번 우리말의 통일 사업이 성공해서 진정한 겨레말큰사전 이 편찬되길 기원한다. 최대현 부산방송(PSB)과 강원민방(GTB) 아나운서를 거쳐 현재 MBC 우리말나들이 PD와 MBC 5시 종합뉴스 앵 커로 활동 중이다. 주요프로그램으로는 MBC 정오뉴스, 주말뉴스, 화제집중, 아주 특별한 아침, 네 꿈을 펼쳐라, 1%의 나눔 행복한 약속, 프로야구 중계, 대학 농구 중계 등이 있다. 벌축, 빼몰기, 몸놀기 어색하면서도 친근한 북한축구 용어 그간의 성과와 부족점을 분석 총화하고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한 달 동안 세웠다. 이러한 전술적 과업의 결과다. 언뜻 이해가 쉽지 않다. 분 명 우리말인데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지난 3월26일 2010남아공월드컵 지역예선 남북전 직후 북한대표팀 김정훈 감독의 말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펼쳐진 남북전이 무승부로 끝 난 데 대한 김정훈 감독의 소감이다. 전력 약세로 평가받은 북한 으로선 만족스런 결과였고 한국전을 철저히 대비한 노력의 결과 라는 내용의 인터뷰였다. 직업상 많은 축구 경기를 접하고 북한대표팀 또한 가까이 지 켜볼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경기 결과와 성적을 떠나 한민 족의 또 다른 대표팀을 바라보는 것은 기분을 묘하게 한다. 설 렘, 반가움, 아쉬움 등이 한 데 섞인 감정이랄까. 묘한 마음도 잠시, 말을 주고받다 보면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공식 인터뷰 등을 통해 접하는 북한의 축구용어는 생경하다. 기술 수법 (테크닉), 기초 동작 (기본기), 몸놀기 (유연성), 차넣 기 (슈팅), 빼몰기 (드리블로 수비수 제치는 동작), 벌축 (프리킥) 등 낯선 표현이 적지 않다. 문맥 전체를 살피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단어만 듣고는 이해가 쉽지 않 은 표현들이다. 하지만 자꾸 들으면 이해에 불편함이 사라진다. 우리식 표현에 외려 친근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박문성 SBS 축구 해설위원 48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49

26 정대세의 북한대표팀 적응기 북한이 영어 등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속도 라는 표현 을 즐겨 쓰지만 스피드 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축구의 발상지가 영국인데다 유엔(UN)보다도 많은 가맹국을 두고 있는 국제축구연맹 (FIFA)의 영향을 받는 축구인지라 영어 사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한다. 국제축구연맹은 전 세계 가맹국들에게 통일된 규정과 용어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국가대항전이 빈번한 운동 경기라 일정 정 도 표현의 통일은 불가피하다. 물론 영어 사용은 공식석상에서의 일이 고 국가 내부적으로 뭐라 쓰는지는 자유다. 우리도 스로인 을 던지기 공격 등으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북한식 축구용어를 꼬 아 볼 필요가 없는 이유다. 북한선수들 인터뷰는 아직까지 여의치 않다. 믹스트 존(선수들의 인터뷰가 허용된 장소) 등지에서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북한 선수들이 말을 꺼리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갖은 노력을 다해 어쩌다 들을 수 있는 한 마디가 최선 정도 다.북한대표팀에 변화가 생겼다. 자연스레 인터뷰에 응하는 선수들이 나타난 것이 다. 주인공은 정대세(가와사키프론탈레)와 안영학(수원삼성)이다. 재일교포 출신으 로 북한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정대세와 안영학은 남쪽에서 온 기자들의 질문에 거리 낌 없이 답을 내놓는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 한국에 사회 정치적 거리감이 없는 데 다 일본과 한국 프로축구 무대에서 활약하며 인터뷰 문화가 몸에 밴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정대세 또한 북한대표팀 합류 초반 언어와 문화적 생경함 때문에 적잖게 고생을 했다는 사실이다. 국적 논란으로 화제에 오르기도 했던 정대세는 초 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조총련계 수업을 받으며 북한말과 문화에 익숙했지만 북한 선수들과의 직접 대면이 처음에는 낯설었다고 한다. 표현과 생각이 다소 다르다 보 니 대표팀에 합류한 초반에는 서로가 서먹해 멀뚱히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고. 하지 만 언어와 표현이라는 것이 마음의 문을 열고 받아들이면 한껏 다가오듯 정대세가 대표팀에 합류한 지 1년이 지난 지금은 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화)이다. 특히 이영표는 인터뷰를 받아 적으면 그대로 기사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 로 논리 정연한 말솜씨로 유명하다. 한번은 잉글랜드에서 잠시 휴식차 국내에 들어 온 이영표 선수에게 큰 체구의 유럽 공격수들을 상대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가? 라 고 물었다. 돌아온 말이 압권이었다. 반문으로 운을 뗐다. 삼국지를 읽어 보셨나요? 삼국지 를 보면 상대를 꺾기 위해선 나를 상대에 맞추기 말고 상대를 나에게 맞추라는 구절 이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공격수들의 체구가 크지만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면 승 산은 충분합니다. 이영표 선수의 말을 듣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뒷목이 뻐근했다. 박지성(맨체스터유나이티드) 선수의 인터뷰는 기자 사이에선 기피 대상이다. 성 격이 까다롭거나 말을 못해서가 아니다. 박지성 선수의 인터뷰는 언제 어디서나 모 범 답안이다. 치열한 주전경쟁관계에 대해 물으며 축구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고 선수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 답하는 식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 만 기삿거리에 목마른 기자들로선 뭔가 허전한 인터뷰가 아닐 수 없다. 기삿거리를 위해 말을 지어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기자 입장에서 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박지성 선수 인터뷰 때마다 기자들의 웃 음이 터지곤 한다. 박지성 특유의 말버릇 때문이다. 박지성 선 수는 때문에 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쓴다. 문장 중간에 때문에 를 넣어 말을 이어간다. 한번은 박지성 선수에게 때문에 라는 단 어를 많이 쓰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것은 제 말버릇이 기 때문에. 라고 말해 주위가 한 바탕 웃음바다가 된 적이 있다. 축구공은 발로 차지만 동료들 간에 이해와 협력 없이는 기대한 결 과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방법 중 하나가 말이다. 감독들이 선수들에게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 도 여기에 있다. 나아가 남북한 선수들이 자유로이 말을 주고받으며 서 로의 마음을 열고 이해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남측 선수들이 벌축이라 소리치고 북측 선수들이 프리킥을 차는 장면은 꿈속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남 북한 팀은 두 개여도 축구공은 하나다. 축구공은 하나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말(인터뷰)을 잘 하는 선수는 이영표(토트넘)와 김상식(성남일 박문성 MBC ESPN 해설위원을 거쳐2006년 SBS 독일월드컵 해설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SBS 축구해설위원, 월간 베스트일레븐 차장, 네이버축구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월 26일 남아공월드컵예선 남북 한전을 생중계했다. 50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51

27 겨 레 작 품 읽 기 개발 논리와 생태계 보존의 딜레마 : 최련의 바다를 푸르게 하라 지금의 북한 사회는 생태계 문제에 관해 어떤 인식수준과 태도를 가지고 있을까. 북한 사회가 생태계 문제에 눈뜨게 된 것 은 오래되지 않았다. 1986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환경보호법 이 생태계의 관리 보존을 법적으로 제도화한 첫 행보였다. 이후 공해 방지와 생태 환경 보호를 위한 각종 시책을 펴나갔다. 유임하 한국체육대학교 교양과정부 교수 보호법 이 생태계의 관리 보존을 법적으로 제도화한 첫 행보였다. 이후 공해 방지와 생태 환 경 보호를 위한 각종 시책을 펴나갔다. 하지만, 1997년 대만으로부터 핵폐기물을 수입하려 했던 점을 떠올려 보면,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북한에서는 대도시보다는 중화학공업지대가 있는 지역이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 다. 중화학공업지대에서 배출되는 각종 유해 폐기물은 처리시설과 여과장치를 갖추지 못해 인근 해역의 오염 정도는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북한 농촌에서 는 물자난으로 인한 산림 훼손이 가장 심각하고, 다음으로 토양 오염, 쓰레기 및 폐기물 오 염, 수질 오염 등이 뒤를 잇는다. 북한의 환경오염 문제는 중화학 분야를 중시해온 산업 정 책의 필연적인 산물이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문제는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홍수 와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진 것도 땔감을 얻고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 해 산자락을 밭으로 일구어 산림을 지속적으로 파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정부도 북한 사회 지원에 해야 할 일로 산림녹화를 돕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오늘 북한 사회가 생태 환경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한 것도 사태의 심각성에서 촉발된 것 으로 볼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의 일단을 보여주는 최근의 소설 사례가 있어 흥미롭 다. 최련의 바다를 푸르게 하라 (조선문학 2004년 2월호)가 바로 그것이다. 이 작품은 드물 게도 바다 생태계에 대한 북한 사회의 인식을 보여준다. 1. 생태계에 일어나는 사태와 파장은 상상을 넘어선다. 사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를 정도면 단시일에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 최근 서해안 원유 유출사태가 가져다준 엄청난 파장도 그러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백 만을 훨씬 넘긴 자원봉사자들의 참여 물결이 세계에 널리 회자되기는 했지만, 삶의 터전을 잃어 버린 서해안 주민들의 절망은 전쟁의 수준에 버금갈 정도로 심 각한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다. 또한 이와는 별 개로 오염된 바다의 소생은 수십 년, 수백 년을 기다려야 하는 게 자연의 냉엄한 법칙이다. 지금의 북한 사회는 생태계 문제에 관해 어떤 인식수준과 태 도를 가지고 있을까. 북한 사회가 생태계 문제에 눈뜨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1986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환경 2. 바다를 푸르게 하라 는 여성 과학자를 주인물로 등장시켜 바다 생태계의 보존 이라는 문제의식을 담아낸 작품이다. 작품의 첫 면 머리말로 배치된 경제와 과학기술을 비약적으 로 발전시켜 나라의 국력을 백방으로 다지자! 라는 구호는 과학자의 임무가 무엇인지를 대 변하고 있다. 작품의 중심 화자는 현지답사조 책임부원 박신철 을 수행하는 윤해송 이다. 그녀는 어 릴 적부터 고향 바다를 지켜보며 성장해온 인물로, 바닷가의 아름다운 정경을 벗 삼아 아버 지와 함께 대화를 나누었던 20년 전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런 그녀가 부딪치는 문제는 바다 자원의 합리적 이용과 함께 그것의 남용으로 인한 자원 고갈 문제 때문이다. 작품이 가진 빛나는 면모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시약 생산은 외화 획득과 관련해서나 자원 활용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긴요한 당면 과제이다. 이는 국가의 부를 제고하는 국가적 시책 에 부응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약 생산이 불가피하게 자원의 고갈을 초래하고 생 태계 교란을 불러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이다. 자원 활용과 바다 생태계 보존이라는 문 52 이천팔년겨레말상반기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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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5-99)미디어포럼4(법을 알고).indd 법을 알고 기사 쓰기 62 논쟁적 주제 다룰 땐 단정적으로 보도하지 말아야 과학적 사실에 대한 보도 시 주의할 점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정책연구팀장 변호사 기자도 전문가 시대다. 의학전문기자, 경제전문기자 라는 말은 이미 익숙하고 이 외에도 책전문기자, 등 산전문기자, IT전문기자, 스포츠전문기자, 자동차 전문기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기자들이 있다.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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