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연구원현안진단제 251 호 세월호참사이후국가적혼란과더깊이침몰하는세월호 Ⅰ. 세월호참사의두가지성격 Ⅱ. 올바른재난처리과정과정치의역할 Ⅲ. 유가족의동의가필요한이유 Ⅳ. 더깊이침몰하고있는세월호 김창환 ( 미국캔사스대사회학과교수 ) Ⅰ. 세월호참사의두가지성격 세월호참사는복잡한사건이다. 복잡한사건을단순한이슈로정리하는것은사고의 발생원인을밝히는데도, 현재벌어지고있는혼돈상을이해하는데도, 앞으로비슷한사고 를방지하는데도도움이되지않는다. 세월호참사는성격이상당히다른두개사건이겹쳐져있다. 하나는세월호가침몰하고다수의사망, 부상자가발생한사건이고, 다른하나는사건발생후수색과수습과정에서벌어진국가적대혼란의사건이다. 첫번째사건을세월호침몰참사로두번째사건을국가대혼란사건으로칭하자. 두개사건은시간의연속선상에있고, 밀접히관련되어있지만, 발생원인도, 책임주체도, 향후대책도모두다르다. 재난이닥쳤을때피해당사자, 재난지역, 그사회가대혼란에빠지는경우가많을것으로생각하지만, 사실은그렇지않다. 재난이닥쳤을때사람들의행동패턴을연구한사회학자들에따르면재난이닥쳐도대혼란은매우드물다. 지난 50년동안폭풍, 테러, 화재, 폭탄폭발등의 700여건의각종재난사건을연구한델라웨어대연구팀의결론에따르면, 재난이닥쳤을때사람들은질서정연하게통제에따르고, 인간으로써의존엄성을잃지않고, 서로도우며, 침착하게행동한다. ( 이연구의내용은미국사회학회에서발간하는학술지인 Contexts 2002년가을호에 Lee Clarke가 "Panic : Myth or Reality?" 제목으로소개하였다. Clarke, Lee. 2002. "Panic: Myth or Reality?" Contexts: Fall 2002, 21-26) 세월호가침몰하는그절박한상황에서학생들과승객, 승무원누구도이성을잃고혼란 에빠지지않았다. 가만히있으라는방송에따라선실에서대기했고, 선생님들은학교에보 고하고학생들을도왔다. 아이러니하게도선장과승무원들도전혀혼란에빠져들지않고, - 1 -
본사와통화하고, 해경과통화한후, 침착하게자기들만빠져나갔다. 권력자와의사결정권자들은정확한정보를주면사람들이혼란에빠져비이성적으로행동할것으로지레짐작하고정보를통제하려고하지만, 실상은그반대다. 우리의일상생활에질서가있는것은, 원래사람들이질서있게행동하기때문이다. 드물게발생하는대혼란은의사결정자가정보를통제하고감춤으로써사람들이신뢰를상실해서대중이상황파악을하지못할때생긴다. Ⅱ. 올바른재난처리과정과정치의역할 우리사회에서세월호참사의대혼란은세월호가침몰할때가아닌그이후에벌어졌다. 세월호의두가지사건, 세월호침몰참사와이어진국가적대혼란은두가지큰질문을던진다. 첫번째는, 무엇이잘못되었기에 294명이사망하고 10명이실종되는비극이생겼는가? 어떻게하면같은사고를막을수있는가? 두번째질문은비극적사고가생겼을때어떻게해야국가적대혼란을막을수있을것인가? 세월호특별법을요구하는많은사람들이뭉뚱그려박근혜정부에게세월호참사의책 임이있다고말하지만, 첫번째사건의중요책임이박근혜정부에게있다고하기어렵다. 우선첫번째질문의복잡성부터보자. 많은사람들이동의할수있는한가지는배가 침몰할때대피명령만제대로내렸어도인명손실이지금처럼크지는않았을것이라는점 이다. 이것이외에는모든것이명확하지않다. 선장과선원들은도대체왜대피명령을내리지않은것인지우리는알지못한다. 배가이미너무기울어선내진입이어렵다고판단한해경 123정의선장의판단이틀렸다고확신할수있나? 애초에배는왜침몰하였는가? 혹자는 3등항해사의미숙에의한변침이라고, 혹자는평형수라고, 혹자는과적이라고, 혹자는노후선박의구조변경이라고들한다. 수사와조사를통해서그원인을명확히밝혀낼수있기를희망하지만, 종종기술적원인조차모두가동의하기보다는주관적판단이개입하고논란의여지를남긴다. 천안함침몰사건을둘러싼논란을상기해보라. 지금은여야가모두북한잠수함의폭침이라고받아들이고있지만, 이는과학적으로입증된객관적사실에더이상의문이없기때문이아니다. 야당이추천한헌법재판관후보가청문회에서천안함과관련된발언때문에인준이거부되고친북세력으로몰리는등, 정치적, 사회적으로폭침에의문을제기하는세력이설자리를잃었기때문이다. - 2 -
세월호침몰에서가까운기술적원인이아닌제도미비등근본적원인을찾고자하면그답은더불명확해진다. 규제완화가문제라고하지만, 어떤규제는완화되어야한다. 완화된규제때문인지, 아니면남겨놓은규제를제대로지키지않은관리의문제인지확신하기어렵다. 혹자는신자유주의가근본원인이라는데, 신자유주의를도입한많은국가가세월호참사와같은재난을겪지는않는다. 무분별한이윤추구라지만, 우리나라노동자의 93% 가이윤을추구하는사기업에서일한다. OECD 국가중에서공공부문이가장큰국가도노동자의 20% 를넘어가지않는다. 이윤추구가목표인사기업에서일하는노동자의비중이압도적으로높다. 그렇지만이런식의참사가모든나라에서, 모든분야에서일어나지는않는다. 여객선안전운항관리업무가민간기관에넘어간것이원인이라는데, 많은관리가민간기관에의해이루어진다. 가장권위있는선박관리기관인영국주재로이드선급도민간기관이다. 해피아, 관피아의유착을문제삼지만, 이주장은관리업무가민간기관에넘어가서문제라는주장과대치된다. 선박의기술적문제, 법률적규제, 규제를감독하는기관, 규제를감독하는기관과선박을운영하는주체의관계등, 세월호를둘러싼이해당사자와관리당사자들이복잡하게얽혀있다. 아마도세월호참사의원인이라고제기된모든요인들이일정부분사고와관련이있을것이고, 그주체들이일정정도사고의책임이있을것이다. 그렇기때문에대다수가의심없이동의할수있는, 의심의여지가없는명확한원인은밝히기어려울것이다. 이는복잡하게얽혀있는사회체계속에서발생하는재난의일반적특징이다. 그래서사회학자들은사람들이인식하는재난사고의원인은사지선다처럼한가지명확한답이있는것이아니라, 사고처리과정에서무수히많은여러가지설명중한가지로사회적으로구성된다고얘기한다. 복잡하고거대한재난의처리과정은다양한이해관계를가진관계자들의이해조정과정이기도하다. 이해관계의조정, 바로정치의본원적역할이다. Ⅲ. 유가족의동의가필요한이유 세월호특별법은앞으로비슷한사고를피하기위해우리사회가어떤부분을고쳐나갈지에대한원인을밝히고기억을구성하기위한사회적노력과합의의과정이다. 그래서피해당사자인유가족과다수가동의할수있는사람으로조사위원회를구성하는게중요하다. 정부와여당측인사가 ( 그런경우가없는건아니지만 ) 사고원인을감추고조사를방해하고이상한결론을내리기때문이아니라, 피해당사자와여야가모두신뢰할수있는조사위 - 3 -
원회의결론과조치가사회적으로저항없이받아들여지기때문이다. 노무현정부시절과거 사진실위원회에서대한항공 858 폭파사건을북한의테러사건으로밝히자, 이를둘러싼논 란은줄어들었다. 신뢰성있는기관의조사는이토록중요하다. 한가지확실히해둘것은무슨조치를취해도사고를근절할수는없다는점이다. 사고 를완전히없앨수는없지만, 관련주체의각단위에서사고확률을낮추는여러행동을취 하도록사회를재조직화하는것, 그게목표다. 그런데이런식의복잡한사건에대한똑떨어지지않는설명은범인을찾는분노한대중의욕구하고는서로맞아떨어지지않게된다. 여기서문제는꼬이기시작한다. 이해갈등을조정하고재난이닥친이후상황을관리하고안전사회를추구해야할박근혜정부는체계를세우지못하고우왕좌왕하는극심한무능을노정하였다. 그러면서분노한대중앞에서희생양찾기에급급했다. 세월호참사에대한책임에서벗어나고싶었던박근혜대통령은 3 권분립의헌법정신을무시하고, 기소에적용할법률에대한사법적판단이내려지기도전에, 자신이나서서 살인행위 라고규정하였다. 대중영합주의다. 해경이잘했으면다수의생명을구할수도있었을것이라는대중의희망적인믿음은온갖유언비어가난무하게만들었다. 언론, 정치권, 정부까지나서서해경희생양만들기에몰두했다. 목숨을걸고바다속으로뛰어드는잠수부를해경권력과결탁한부패의상징으로몰아붙였다. 304명의목숨도모자라사체인양과정에서추가희생자를결국보고말았다. 잠수부에대한비난이멈춘것은민간잠수부가사망한이후다. 다이빙벨논란은세월호참사를사업기회로삼고자했던업자와충분한검증없이이를보도한언론이합작한촌극이었다. MBN의홍가혜허위인터뷰는촌극이라고하기에도너무나기가막힌일이었다. 사건초기에현장을통제하고정리하지못한정부는총리를책임자로보내고대통령이팽목항을방문한후에도여전히지휘체계를잡지못했다. 급기야사고원인에대한아무런진단이나오기전에대통령이나서서해경을해체하겠다는최악의대중영합주의를선보였다. 세월호침몰이라는첫번째사건의책임이박근혜정부에게있다고하기는어려우나, 국 가적대혼란을초래한두번째사건의책임은박근혜정부에게있다. 정부가신뢰를주지못 하고정보가공유되지못할때생기는대중의대혼란이촉발된것이다. 지금은박근혜정부와여당이유가족측에서제시한세월호특별법의추진을꺼리고있지만, 처음부터이런입장을취했던것은아니다. 박근혜정부는세월호침몰사망참사의원인을밝히고대책을세우는주체였다. 박근혜대통령이팽목항을방문한후, 대통령직무지지도는상승하였다. 다음은지난 5월 16일청와대본관접견실에서유가족과만나던박근혜대통령의발언이다. - 4 -
" 특별법은저도만들어야한다고생각하고있습니다. 그리고검경수사본부에서하고있는것외에도국정조사도하고특검도해야된다고생각합니다. 항상어떤통로를통해서계속여러분 [ 유가족 ] 들의의견을수렴해서조사하는과정이라든가이걸집행하는과정에서그의견이항상반영이될수있도록그렇게해나가겠습니다." 특별법을만들고유가족의의견을반영하겠다는 5월 16일의대통령의약속은어느순간어디론가사라지고말았다. 국민안전이라는여야를초월할수있고, 또그래야마땅한의제가두번의선거를거친후, 첨예한정치대결의소재가되었다. 그것도모자라언론이앞장서유가족의사생활을들추었다. 여당을지지하는우익청년들은뛰쳐나와서단식하는유가족앞에서폭식하면서대통령이약속한특별법에반대하는였다. 세월호특별법은우리사회의추악한단면을들춰내는주제가되고있다. Ⅳ. 더깊이침몰하고있는세월호 왜이렇게변모했는가? 여기에박근혜정부의무능과그와는동떨어진강력한정치적지지가자리하고있다. 세월호침몰참사를수습해야할박근혜정부의무능때문에세월호사건은국가적대혼란의사건이되어버렸다. 이것도특별법이다루어야할내용중에포함되어버렸다. 박근혜정부가문제해결의주체에서문제의대상이되어버린것이다. 그런데민주주의체제에서무능한정부를심판하는유일한방법은선거다. 대선은아직멀었고, 국민들은집권중반기도지나지않은정부가벌써레임덕에빠지기를바라지않았다. 지난지자체선거와보궐선거는이를명확히보여주었다. 세월호참사에대한박근혜정부심판론은더이상정치적의제가되기어렵다. 박근혜정부는선거를통해자신들의무능에대한면죄부를받았다고생각할것이다. 특 별법을유가족이원하는대로통과시키면, 애써받은면죄부가사라지고, 조사과정에서정 치적으로어려운상황에몰릴까두려워하고있다. 예를들면이런것이다. 세월호수습과정에서 대통령의 7시간 이문제가되고있다. 복잡하게얽혀있는세월호참사의원인규명은단순한결론을내리기어렵지만, 대통령의미스터리한 7시간은충분히자극적일수있다. 전례도있다. 미국클린턴정부시절의화이트워터게이트사건은클린턴부부의직권남용에대해특별검사가조사한사건이다. 조사과정에서화이트워터게이트사건의직권남용의혹은사라지고이조사는클린턴대통령의성추문사건으로만남았다. 무슨일이있었는지는알수없으나, 지금까지의청와대와여당의태도로보건데대통령 - 5 -
의 7 시간이국민에게소상히밝혀칭찬받을내용은아닌듯하다. 자칫하면특별법제정후 조사과정에서세월호참사의대책과무관하고, 사건의실체와도별로관계없는대통령의 7 시간으로정치적공방이이어질수도있다. 이러한두려움이이해가안되는것은아니지만, 정치적이해득실의계산때문에국민안전에관련된의제를폐기하는게과연옳은가? 유가족이면담을요청하며단식할때, 박근혜대통령은뮤지컬을관람하고, 부산자갈치시장을방문하며, 대통령은세월호논란을무시한다는신호를자극적으로보냈다. 여기에가장적극적으로화답한세력이아마폭식투쟁에나선일베일것이다. 박근혜대통령은 16일자신과현정부는세월호의혼란을해결하는데관심이없고, 정치적해결의의지도없다는점을명확히했다. 국가의최고정치지도자인자신이마치정치와동떨어진존재인듯한언어를구사하며, 세월호혼란의정치적수습을거부하였다. 박대통령은자신의책임을피할때는사법적판단이내려지기도전에선장의행위를 살인 이라고주저없이규정하더니, 수사권과기소권에대한판단은대통령의결단사안이아니라며피한다. 대통령의발언의방점은 대통령에대한모독적인발언이그도를넘고있다 며자신에대한비판을거부하는데찍혔다. 대통령과정부가관심도없고, 자칫하면대통령에대한모독이될수도있는안건에, 수사권도기소권도없는위원회가조사하면, 어떤산하정부조직이협조하겠는가? 박대통령의강경한태도는설사특별법이통과되더라도조사위원회를무력화시키기위한정치적발언에다름아니다. 국가적대혼란의주원인이정부기관에대한신뢰의부족이었다. 박근혜대통령은본인이했던유가족의뜻을반영한특별법약속도지키지않음으로써, 정부기관에대한신뢰도를더욱떨어뜨렸다. 재난이도래했을때대혼란이또다시초래될가능성을키우고있는것이나다름없다. 박근혜대통령은자신의높은정치적지지를지렛대로삼아이해관계자의갈등을해결 하기보다는, 자신의지지도를일베등의극렬친위세력을동원하는수단으로쓰고있다. 그런지지도는한국사회에도대체무슨의미가있는것일까? 세월호는더깊이침몰하고있다는안타까운심정을금할수없다. (2014/09/17) 코리아연구원은네트워크형싱크탱크로정치 외교, 경제 통상, 사회통합분야의정책대안을제시합니다. 회비및기부금은공익성기부금으로인정되어세제혜택을받을수있습니다. 세상을바꾸는생각네트워크, 코리아연구원의회원등록을권합니다. -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