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Ⅰ 복수노조허용에대한정부와자본의대응 노동권박탈, 노동조합탄압의공세에맞서야한다 구준모 정책위원 복수노조와전임자임금을빌미로노동권을강력하게제약하고노사관계를변형하려는시도가 2009 년의마지막날까지계속되고있다. 12 월 29 일추미애환노위위원장과환노위법안심사소위원장인차명진한나라당의원, 임태희노동부장관은단일한 <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 노동조합법 ) 개정안을마련했다. 복수노조허용은 1년 6개월, 전임자임금지급금지는 6개월유예하여시행하는것이합의안의골자다. 동시시행을주장하는입장이있었지만전임자임금지급금지를먼저시행해야한다는한나라당과노동부의입장이관철된것으로보인다. 타임오프대상업무의경우교섭, 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업무에 건전한노사관계발전을위한노조유지및관리업무 가추가되었다. 창구단일화의경우교섭대표를우선노조간자율로결정하고, 자율협상에실패할경우과반수노조에대표권을부여하기로했다. 과반수노조가없으면노조별조합원수에비례해서공동교섭대표단을구성한다. 단 10% 미만노조는공동교섭대표단에서제외된다. 논란이되었던초기업노조의창구단일화제외조항은포함되지않았다. 144
노동부의현행법시행방침 한편노동부는기존의입장을재확인하면서 12 월 28 일 노조의교섭창구단일화절차에대한행정고시 복수노조관련부당노동행위업무처리규정을행정예고했다.( 전임자임금지급금지의경우기존법에명시되어있으므로별도의고시가필요하지않다.) 12 월 31 일까지노동조합법이개정되지않을경우곧바로관보에게재하겠다는입장이다. 이미 11 월 25 일노사정 6자대표자회의가합의에도달하지못하고끝나자임태희노동부장관은 노동부는현행법이내년 1월 1일발효되는것을전제로산업현장의혼란을줄일시행방안을준비한다 고선언했다. 그는 11 월 10 일에도임태희장관은복수노조허용과노조전임자임금지급금지를 현행법을개정하지않고내년부터시행하겠다 고밝힌바있다. 또한 법에는복수노조허용에따른교섭창구단일화방안을노동부장관이마련토록위임해놓고있다 고주장했다. 별도의법률개정없이시행령이나시행규칙에교섭창구단일화방안을명시해적용하겠다는뜻이다. 그러나국회입법조사처는행정법규를통해복수노조교섭창구단일화를강제하겠다는노동부의방침에대해 위헌소지가크다 는견해를밝혔다. 교섭창구단일화를의무화하는것은노동자와노조의기본권을제한하는것이므로법률에근거해규정해야한다 고지적한것이다. 국민의기본권을제한하는사항은상위법령인법률로규정해야한다는헌법재판소의판례도있다. 따라서현행법을개정하지않고교섭창구단일화를강행한다면헌법에위배된다. 또한현행법을개정하지않는다면노동조합법의부칙에명시되어있는교 145
섭창구단일화관련조항이자동삭제됨에따라교섭창구단일화없이복수노조가허용되는것으로보아야한다고해석할수도있다. 노동조합법부칙 5310 호 5조 3항에는 노동부장관은 2009 년 12 월 31 일까지 교섭창구단일화를위한단체교섭의방법절차기타필요한사항을강구하여야한다 라고되어있다. 입법조사처는이조항이교섭창구단일화를의무화한규정도아니고, 노동부장관에게교섭창구단일화의방법과절차를위임한것도아니라고해석했다. 법률시행을위해준비를하고정책수립을할국가의의무를규정한것으로보아야한다는판단이다. 노동부의입장과는완전히반대의해석이다. 민주노총의경우에도법개정없이시행령을통해창구단일화를강행하려고할경우행정소송및법적절차를통해노동부의고시를무력화하는절차를밟을것이라고밝혔다. 복수노조에대한사측의대응계획 정부와자본은교섭창구단일화와전임자임금지급금지를지렛대삼아서민주노조운동의조직력과투쟁력을심각하게제약하고, 나아가민주노조운동의리더십을교체하려고시도하려고한다. 이를위해서는그동안민주노조운동이요구한복수노조허용을교섭창구단일화라는쟁점으로변화시키고전임자임금지급금지와연결시켰다. 이렇게한다면복수노조허용이보장하는노동권의확장가능성을사전에차단할수있다고본것이다. 경총은복수노조허용의 폐해 를그나마줄일수있는유일한방법이노조전임자임금지급을철저히금지하는것이라고강조한다 ( 월간경영계 2009 년 9월호 ). 복수노조가허용되면현재보다전임자숫자가늘어날가능성이높 146
기때문이다. 심지어는타임오프제도역시우회적으로전임자에게임금을지급하는방식이기때문에결코수용할수없다고주장한다. 또한노동부의안에서창구단일화의 1단계로추진하게되어있는자율적교섭창구단일화도반대한다. 노조간의자율적합의과정에서비례대표제와마찬가지의방식으로교섭대표가선정될가능성이높기때문이다. 비례대표제를운용하면각노조간이해관계및의견차이로교섭단구성과정이장기화되고, 다수의조합원확보를위한선명성경쟁으로현장노사관계를투쟁적노조가주도하는문제가발생한다는논지다. 이에더해사업장단위에서의교섭창구단일화가하나의기업에서다수의단체교섭과단체협약을허용하는것이기때문에 1기업 1교섭만허용하는것으로바뀌어야한다고주장한다. 기업단위복수노조의허용은한국노사관계의큰지각변동을가져올수있다. 따라서사측의입장에서는복수노조허용으로새로운노조가설립될지, 노무관리비용이증가할지여부가큰관심사다. 한연구에따르면복수노조허용이후의변화를다음과같이예측할수있다 ( 복수노조갈등 노동정책연, 구 2009 년 9권 2호 ). 첫째, 한국의노조가입률이 1989 년 19.8% 를정점으로지속적으로하락하여현재 10% 대에머물고있다. 노조는대기업에집중되어있고중소기업은노조가설립될여지는있지만지불능력이낮아이미설립되어있는기존노조도운영상의어려움에처해있다. 이는노조에가입할만한노동자들은대부분가입해포화상태에가깝다는것을의미하므로, 노조가새로운서비스를제공하지못한다면복수노조허용으로노조가입률이높아지는효과는미미할것이다. 둘째, 지불능력이좋은대기업은사정이다를것이다. 특히기존의노조가정파간의주도권확보나운동노선의추구로 정치주의 성향을띠는경우새로운노조가설립되어복수노조구도가만들어질가능성이 147
매우크다. 정치주의에대한조합원의지지가크지않기때문에탈정치주의를표방하는노조가새롭게건설되거나, 정치주의를표방하더라도노선이달라새로운노조가설립될수있다. 이경우기존노조와새노조의조합원수가비슷한경우교섭창구단일화문제는노조간의갈등을격화시킬것이다. 셋째, 대기업중에서노동자의인적구성이지역, 직종, 근무형태등에서상이한경우새로운노조가만들어질가능성이있다. 생산직과사무직노조가분리되거나생산직중에서특수한자격및숙련도가요구되는직종이분리되는경우를예상할수있다. 넷째, 상급단체가민주노총과한국노총으로양분되어있고이들이조직확대를위해직접나설가능성이높아복수노조설립이상급단체에의해서주도될가능성이크다. 이경우어떤사업장에서한상급단체의노조가설립되면다른사업장에서경쟁상급단체가노조를설립하는식으로경쟁이격화될수있다. 다섯째, 교섭창구단일화를염두에두고보면노조끼리상호협력적인관계에놓이는경우보다경쟁적인관계에놓일가능성이크다. 따라서사측이복수노조설립을원천적으로막지못하더라도가능한이런상황을피하거나그부담을줄이고자할것이다. 사측의대응방향으로는다음과같은것들이제기된다. 첫째, 복수노조가허용된다면노조와의교섭비용이증가한다고보고하나의사업 ( 장 ) 에하나의노조가전체조합원을대변하는교섭구조를요구할것이다. 현재사측과정부는교섭창구단일화를법적으로강제하는방안을마련중이다. 둘째, 노무관리비용을줄이기위해서노조전임자임금지급금지를법제화하도록요구하고있다. 셋째, 노조의설립요건강화를요구할것이다. 넷째, 노조에대해법과원칙을강조하고노사관계를유지하는데드는노무관리비용을가급적줄이고자할것이다. 다섯째, 복수노조로인한인건비상승, 작업몰입도감소를우려하여작업규율을강화하 148
는등개별적근로관계의강화에관심을기울일것이다. 노동 3 권제약과기업별노사관계강화시도 정부와사측이교섭창구단일화를복수노조허용의전제조건으로제시한것은복수노조로인한 비용 과 혼란 을최대한줄이려고하기때문이다. 12 월 29 일현재환노위위원장과한나라당, 노동부가합의한안이나노동부의안은복수의노조가자율적으로교섭창구를단일화하도록하고, 자율적단일화가실패할경우에는과반수노조에대표권을부여하며, 과반수노조가없을경우조합원수에비례해서공동교섭대표단을꾸리도록한다 ( 그러나 10% 미만노조에는이마저허용되지않는다 ). 따라서애초에복수노조허용의취지로논의되었던단결의자유는크게침식된다. 노조를설립해도실질적으로단체교섭권과단체행동권이보장되지않기때문에단결의의미가반감된다. 그런데자본가단체들은공익위원안의자율적교섭창구단일화는물론이고, 사업이나사업장단위의교섭창구단일화조차도불충분하다고주장하며더욱개악된형태로복수노조허용을밀어붙이려고한다. 한편교섭창구단일화를전제로한복수노조는결과적으로산별교섭을무력화하고기업별노사관계를강화할것이다. 현재환노위에서주요하게논의되고있는안이나노동부의안같은경우에산별노조, 지역 ( 일반 ) 노조와같은초기업노조의경우에도 사업또는사업장 단위로교섭창구를단일화하도록하고있다. 산별노조의특정사업장에대한대각선교섭이불가능해질뿐만아니라, 다수노조로승인되지않은소수노조의경우산별교섭에참여할수없다. 현재산별교섭에참여하고있는노조라할지라도사업장에서다수노조의지 149
위를상실하였을경우에는산별교섭에대한참여의권리를박탈당할것이다. 2008 년말기준으로한국노조조합원의 52.9% 가산별및업종별노조의조합원이고, 민주노총의경우 77.6% 가산별노조조합원이다. 이러한현실을무시하고산별노조의지회나분회까지포함하여모든복수노조의교섭창구를단일화할경우현재도안착화하지못한산별교섭은아예실현이불가능할것이다. 사측은교섭창구단일화를통해기업별노사관계를강화하고노동자의기업에대한귀속감을고취시켜현장에대한노조의통제력을약화시킬수있게된다. 특히기업별노사관계가강화될경우어용노조를통해사측의현장장악능력이배가될수있다. 일본의사례를보면사측이어용노조를활용함으로써기존의민주노조를무력화하는수단으로악용할수도있다. 1950~70 년대일본에서는사측이제2 노조 ( 어용노조 ) 를결성하여총평으로대표되는투쟁적인민주노조를파괴했다. 일부자본이전임자임금지급이금지되고교섭창구가단일화되면복수노조허용을수용할수있다고간주하는데는이러한계산도깔려있다. 사측에우호적인노조를적극적으로활용하면파업과같은격렬한대립의국면에서강경노조를무력화할수있기때문이다. 물론사측이당장무리하게어용노조설립을강행하지는않을것이다. 사측은현재와같이기존노조의대의원을장악하고반대파를이용해서투쟁적인집행부를흔드는방식을선호할가능성이높다. 무리하게어용노조를만들면조합원의반발감이거세지고, 기존노조가강력한투쟁을통해존재감을확인받으려할것이기때문이다. 하지만조합원의동요가커지는시기, 즉기존노조의리더십이위기에처한상황에서어용노조로조합원을결집시키는전술을사용하면기업별수준에서노조운동의틀을바꿀수있을것이다. ( 즉각 150
적인제 2 노조결성으로드러나지않았지만지난여름쌍용차파업과정에서사 측이사용한전술을이러한형태라고볼수있다.) 노동기본권을지키기위한적극적대응이필요하다 복수노조허용과전임자임금지급금지가지금과같은형태로관철된다면노동권과노조활동이크게제약될것이다. 정부와자본은노동 3권의온전한실현을위해서논의된복수노조허용을노조활동을원천적으로가로막는수단으로전환시켰다. 정부는국회를우회해서사태를행정적으로처리하려고하고있다. 사측과자본가단체들은더욱강경한안을밀어붙여서최소한현재의노동부안을통과시키려고하고있다. 민주노조운동은노동기본권을심각하게제약하는법개악을막기위한투쟁에적극적으로나서야한다. 이번법개정은노조활동전반을변화시키고노동기본권의실현을가로막는것이기때문에매년반복되는국회대응투쟁과같을수없다. 또한복수노조와전임자임금문제의시행이일정기간유예될가능성이높기때문에 2010 년에도격렬한논란과투쟁이지속될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의미래가좌우될수도있다는점에서, 지속적으로문제가될복수노조와관련한사회적쟁점의첫단추를잘끼운다는측면에서현재어떤방식으로투쟁을전개하느냐가매우중요하다. 각개별노조의기득권을유지하기위해서실익을계산하는방식으로는노조전체와노동기본권에대한전방위적인공격에맞설수없을것이다. 교섭창구단일화와전임자문제를노동 3권을침해하고노조활동을제약하려는정부와자본의공세라는점에서바로보고적극적으로대응해야한다. 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