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와명예훼손 : 진실오신 ( 誤信 ) 상당성법리와중립보도면책특권을 중심으로 박아란 (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 국문초록 2017년대통령선거과정에서다수의팩트체크기사에대해언론중재위원회에중재신청이되거나민 형사상의고소가제기되었다. 특히팩트체크기사에대해중재신청내지소송의위협을가하는자가주로공인 ( 公人 ) 들이라는점은심각한문제이다. 공직자, 정치인등공인이언론사를상대로명예훼손소송을제기할경우기자나언론사는사인 ( 私人 ) 이제기하는명예훼손소송보다더부담을느낄수밖에없다. 결국공인에의한명예훼손소송은언론사와기자에게심각한위축효과를발생시키며, 언론인은공인과관련된추후보도에서자기검열을시도하게될가능성이높아진다. 그렇다면팩트체크기사는명예훼손위협으로부터어떻게보호될수있을것인가. 공인에의한명예훼손소송의경우법원의판결을통해확립된 진실오신 ( 誤信 ) 의상당성 및 악의적이거나현저히상당성을잃은공격 의법리로보호될수있을것이다. 그러나 진실오신상당성 및 악의성 의법리가법원에서혼용되어사용되면서법원칙본래의취지를약하게만들고있으며, 공인의발언을검증하는팩트체크기사의경우 진실오신의상당성 의법리로는보호되기어려운경우도나타나고있다. 팩트체커가검증을위해공인의명예훼손적발언을그대로보도한경우 전문 ( 傳聞 ) 보도의법칙 에따라언론은원칙적으로원 ( 原 ) 발언자와마찬가지의책임을져야하기때문이다. 이러한경우영미법상의 중립보도면책특권 (neutral report privilege) 의적용가능성을검토해볼필요성이있다. 이연구에서는팩트체크와명예훼손의관계를검토하는한편, 진실오신의상당성 법리의확대가능성및그한계를살펴본다. 또한 진실오신의상당성 의법리를보완할수있는 중립보도면책특권 을검토하고이러한면책특권의한국적적용가능성을모색한다. 키워드 : 팩트체크, 명예훼손, 공인, 진실오신상당성, 중립보도면책특권, 공정보도면 책특권 - 1 -
1. 서론 최근전세계적으로이른바페이크뉴스 (fake news) 내지허위정보 (disinformation) 가사회적문제로부각되고있다. 온라인에서난무하는각종허위정보에대응하기위한방편의일환으로발언내용의사실성을검증하는팩트체크 (fack-check) 도크게주목받고있다. 미국듀크대학교의듀크리포터스랩에따르면, 2014년 44개였던팩트체크기관은 2018년 2월현재 149개로그숫자가 3배이상증가했다 (Stencel & Griffin, 2018). 더구나 2017년한해에만 35개의새로운팩트체크기관이활동을시작했다. 이처럼최근성행하고있는팩트체크는전통적인언론이당연히해야할일을수행하는측면에서의단순한팩트확인이아니라, 인용구안의말이사실인가를규명하는데초점이맞춰진새로운모델의팩트체크를뜻한다. 따라서발언자의발언내용에대한검증에초점이맞춰지고발언내용의진실성여부에대해판단을내리게되므로팩트체크는고스란히소송의위협에노출될수밖에없다. 검증대상자로서는자신의발언이거짓이라고판정될경우타인에의해주어지는자신의사회적평가인명예 (reputation) 에때로는치명적인타격을받을수밖에없기때문이다. 한국에서도 2017년대통령선거과정에서다수의팩트체크기사에대해언론중재위원회에중재신청이되거나민 형사상의고소가제기되었다. 물론팩트체크내용에허위가있거나심각한오류가있다면당연히언론중재법상정정보도나반론보도청구의대상이되어야할것이고, 법정에서도그로인한민사적 형사적책임이다루어져야할것이다. 그러나문제는이러한팩트체크기사에대해중재신청내지소송의위협을가하는자가주로공인 ( 公人 ) 들이라는점이다. 공직자, 정치인등힘이있는공인이언론사를상대로명예훼손소송을제기할경우기자나언론사는사인 ( 私人 ) 이제기하는명예훼손소송보다더욱부담을느낄수밖에없다. 결국공인에의한명예훼손소송은언론사와기자에게심각한위축효과 (chilling effect) 를발생시키며, 언론인은공인과관련된추후보도에서자기검열 (self-censorship) 을시도하게될가능성이높아진다 (Barendt, 1997). 실제로언론인들을대상으로한인터뷰에서언론인들은힘이있는공인에대해보도할경우소송의위협을직접적으로받거나외부로부터간접적으로기사내용에대해압력이나회유를받는경우가있다고답했다 ( 박아란 김민정 최지선, 2017). 권력이있는정치인이나공직자들의경우자신에게불리한보도를그냥넘기지않으며이를소송을통하여명예를회복하는한편후속기사에대한입막음을하려는것이다. 과거에도방송사를상대로한공적인물의명예훼손소송은비판적보도나의혹제기를봉쇄하는수단으로사용되었다 ( 이승선, 2007). 또한공인에대한법원의판단이종종일관적이지않아서소송에대한두려움으로인해언론이사회적으로매우중요한공익적사안에대한보도를충분히하지못한다는점도문제점으로지적되었다 ( 이재진, 2018). 그렇다면공인의발언을중점적으로검증하는팩트체크기사는명예훼손소송의위험에더욱노출될수밖에없을것이다. 따라서언론의자유를보호하고공인으로부터의부당한소송위협으로부터팩트체커를보호하기위해서는법리적인준비가필요하다. 한국에서도표현의자유와명예권의이익형량에서표현및언론의자유를더욱두텁게보호하는쪽으로나아가고있기는하지만, 때로는인격권을언론의자유보다우위에두는현상도목격되고있기때문에언론의자유를보장하기위한법리는더욱탄탄하게마련될필요가있다. 1) 1) 특히언론보도에의한초상권침해사건에서법원이언론의자유보다인격권보호에과다하게치중한다는비판이제기되어왔다 ( 심석태, 2014). - 2 -
이러한측면에서명예훼손의위법성조각사유인진실오신상당성의법리를분석해볼필요가있다. 언론의팩트체크내용이공익을위한것이고진실이라면형법제310조에의해위법성이조각되는것이어렵지않을것이다. 그러나보도당시에는진실이라고믿었으나, 실제로는허위의내용이포함되어있거나오류가있는경우언론에게전적으로명예훼손의책임을부담하라는것은언론의감시견 (watchdog) 기능을과도하게위축시킬위험이있기때문에진실오신상당성의법리가적극적으로활용될필요가있다. 나아가팩트체크기사가공인의발언을중립적으로전달하였으나그발언이명예훼손적일경우 전문 ( 傳聞 ) 보도의법칙 에의해책임을져야만하는지도검토해볼필요가있다. 이러한경우에대해서는아직까지국내에서심도있게논의된법리가없으며, 적용가능한해외법리로는영미법상의 중립보도면책특권 이있다. 그러나 중립보도면책특권 은아직까지국내학계에서제대로조명을받지못했으며, 이를논의하고있는학술서적으로는박용상 (2008) 의 < 명예훼손법 > 이거의유일한상황이다. 이연구에서는어떻게팩트체크가명예훼손의위협에노출되어있는지를살피는한편, 팩트체크와언론의자유를보호하기위한법리로서 진실오신상당성 과 중립보도면책특권 을검토하고자한다. 이를위해관련법령과문헌을조사하는한편, 국내판례는 법고을 LX 및로앤비 (LawnB) 데이터베이스를통해수집했으며, 미국과영국의판례는 Westlaw 데이터베이스및 BAILII(British and Irish Legal Information Institute) 데이터베이스를통해수집및분석하였다. 2. 팩트체크와명예훼손 팩트체크기사로인해발생할수있는가장큰법률적문제점은명예훼손이다. 법률적의미에서명예훼손이란 공연히사실 ( 事實 ) 또는허위의사실 ( 事實 ) 을적시하여타인의사회적평가를저하시키는것 을뜻한다 ( 이재상, 2015). 여기서말하는 사실의적시 란가치판단이나평가를뜻하는 의견표현 에대치되는개념으로서 구체적인과거또는현재의사실관계에관한보고내지진술 이며그표현내용이증거에의한입증이가능한것을말한다 ( 박용상, 2008). 판례에따르면사실의적시란 반드시사실을직접적으로표현한경우에한정할것은아니고, 간접적이고우회적인표현에의하더라도그표현의전취지에비추어그와같은사실의존재를암시하고, 또이로써특정인의사회적가치내지평가가침해될가능성이있을정도의구체성이있으면족하다 고한다. 2) 팩트체크기사는팩트 (fact) 즉사실 ( 事實 ) 을반드시포함하고있으며, 검증과정에서검증대상자또는발언대상자와관련된사실을적시하여그들의사회적평가를저하시킬가능성이높다. 따라서팩트체크결과검증대상자의발언이허위라고판명된경우에는언제든명예훼손소송이제기될수있는위험에노출되어있는것이다. 더구나한국에서는허위 ( 虛僞 ) 의사실뿐만아니라진실 ( 眞實 ) 한사실을적시한경우에도명예훼손이성립할수있기때문에팩트체크기사는설령보도한내용이진실된것일지라도검증대상자가자신의사회적평판이기사로인해저하되었다고주장할경우명예훼손소송의대상이될수있다. 실제로팩트체커들은명예훼손의위협을느끼고있었다. 2018년 6월팩트체크전문기자 8 명을대상으로행해진인터뷰에서응답자들모두 팩트체크기사를작성하면서명예훼손소송의두려움을느낀다 고답했다. 3) 또한주로정치인의발언을팩트체크의대상으로삼는다고 2) 대법원 2000. 7. 28. 선고 99다6203 판결. - 3 -
답했으며, 팩트체크로검증하기어려운인물로는 정치인등권력이있는자 라고응답했다. 더구나성범죄의혹등정치인의사생활과관련된사안이나정치인들끼리의인신공격적발언은검증하기가매우어려우며, 정치인들은발언후에 발언당시의취지는그것이아니었다 며보도에문제를제기하는경우가빈번하다고팩트체커들은말했다. 2017년대선과정에서팩트체커들은검증대상자들의소송위협으로부터자유로울수없었다. 그파급력으로인해팩트체크기사는검증대상자로부터명예훼손적기사라고비난받는경우가빈번하며, 실제로고소를당하기도하였다. 2017년자유한국당의홍준표후보는 SNU팩트체크가당선을방해할목적으로 홍준표후보가유독거짓말을많이했다 고팩트체크결과를내놓았다며허위사실공표등공직선거법위반으로형사고발을하는한편거액의손해배상소송을제기하였다. 그러나홍준표후보의형사고발에대해서 2017년 11월 7일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공직선거법위반혐의에대해 혐의없음 으로불기소결정을내렸다. 또한홍준표후보는다수의팩트체크기사에대해언론중재위원회에조정을신청하였다. 조정신청대상과내용및결과는다음 < 표 1> 과같다. < 표 1>. 선거관련팩트체크에대한언론중재위조정신청사례 신청인 언론사 조정신청내용 결과 홍준표 JTBC 대통령선거후보인신청인의안보관련발언 ( 전술핵배치, 참여정부당시북지원금의규모등 ) 에대한팩트체크에대한정정보도청구 반론보도결정 홍준표 조선일보, 노무현정부때지니계수가최고치였다는신청인의대선후중앙일보, 보토론회에서의발언이허위라는팩트체크에대한정정보도한국일보, 청구 KBS. YTN 기각 홍준표 신청인의대선당시발언 ( 문재인, 안철수후보와 3강체제를중앙일보, 이룸, 정규직이비정규직보다많음, 유승민후보 TK지지율서울신문, 이 0%, 박근혜득표의 80% 만얻으면이긴다 ) 이허위라는매일경제팩트체크에대한정정보도청구 기각 고성완종의원에대한특별사면에문재인 ( 당시청와대민정 홍준표 머니투데이 수석 ) 후보가관여했다는신청인의 TV토론에서의발언이허 자진취하 위라는팩트체크에대해정정보도청구 홍준표 KBS, SBS 신청인의대선당시발언 ( 노무현정부가재벌에게서 8천억을받았음, 유병언의세모그룹이노무현정권때문에되살아났다, 일자리부족이강성귀족노조때문이다 ) 에대한팩트체크 기각 에대해정정보도청구 홍준표 JTBC 신청인이도지사사퇴시한직전에사표를내면보궐선거를못하게할수있다고주장한것이지방자치법과헌법정신에위배된다는팩트체크에대해정정보도청구 반론보도결정 홍준표 4대강녹조현상급증의원인이이상고온과하수유입때문 YTN, 이라는신청인의대선후보토론회에서의발언이허위라는팩 JTBC 트체크에대해정정보도청구 자진취하 3) 인터뷰대상인 8 명의팩트체커들은전국일간지, 방송사, 종합편성채널, 인터넷신문등다양한매체에서근무하고있는팩트체크전담기자들이며, 이들의언론사근무경력은최소 9 년에서최대 20 년까지로다양하였다. 인터뷰대상자들은이름이나소속이드러나지않기를요청했다. 해당인터뷰의자세한내용은 < 팩트체크저널리즘의주요원칙 >( 박아란 이나연 정은령, 2018) 참조. - 4 -
홍준표후보는 7건의팩트체크에대해그내용이허위라고주장하면서 JTBC, KBS, 중앙일보, 한국일보등다양한언론사를상대로언론중재위원회에정정보도를청구하였다. 그러나이중에서최종적으로반론보도결정이내려진이슈는 2건이며, 기각결정이내려진것은 3건, 조정신청을자진취하한것은 2건에달했다. 이러한조정신청결과는팩트체크가특히선거와관련하여법률적분쟁의타깃이될수있음을보여준다. 이처럼명예훼손은팩트체크에거론된 사실 ( 事實 ) 의적시와관련하여성립될수있지만, 기사에포함된 의견 ( 意見 ) 부분에대해서는명예훼손이성립할수없다. 하지만타인에대한감정적비난이나비하하는의견에대해서는형법상모욕죄가성립될수있으며민법상불법행위도성립될수있다. 그러나기사에서의견을표명하면서그 의견의기초가되는사실 을따로밝히고있는경우에는적시된기초사실만으로타인의사회적평가가침해된다면명예훼손이성립될수있다. 즉, 의견표명이라할지라도사실관계에바탕을두고있는것이라면명예훼손이될수있는것이다. 언론보도가허위사실적시에의한명예훼손이되려면적시된사실이특정인의사회적평가를저하시키는허위의내용이어야하는데, 그허위여부의판단에대해대법원은 일반독자가기사를접하는통상의방법을전제로그기사의전체적인취지와의연관아래에서기사의객관적내용, 사용된어휘의통상적인의미, 문구의연결방법등을종합적으로고려하여독자들에게주는전체적인인상을판단기준으로삼아야하고, 당해기사의배경이된사회적흐름속에서당해표현이가지는의미를함께고려하여야한다. 고판시하였다. 4) 또한원고가청구원인으로적시된사실이허위라고주장하며손해배상을청구하는때에는그허위성에대한입증책임은원고에게있다. 5) 허위는진실과단순히상반되는개념이아니며 허위개념은진실개념과마찬가지로무한대의가변성과불확정성을특징으로한다는점에서동형 이며진실성에대한증명이없다고곧바로허위가되는것도아니다 ( 강우예, 2018, 171쪽 ). 그렇다면팩트체크에적시된사실관계에허위내용이나오류가포함된경우항상명예훼손으로처벌되거나손해배상책임을부담해야할것인가? 그렇지는않다. 허위의사실주장이라고하여무조건금지할수없는것은표현당시에는진위여부가불확실하지만추후에비로소진위가판명되는경우가많으며끝까지진위를밝혀낼수없는경우도종종생겨나기때문이다. 이러한상황에서확실한진실만을말하도록강요하는것은표현의자유라는기본권행사를위축시킬수밖에없는것이다. 즉, 허위사실의주장이나오보에대해서상당한이유가있는경우이를면책시키는법리는표현의자유와인격권의조화를위한것이다. 따라서각국의판례와학설은표현의자유와인격권조화를위해타인의법익을침해하는사실주장을하는자에게그주장이진실임을조사할상당한주의의무를부과하고, 그러한의무를성실히이행한경우에한하여사후에허위로판명되더라도그표현행위자를면책시키는법리를발전시켜왔다 ( 박용상, 2008). 팩트체크기사도취재과정에서는진실이라고생각되었으나사후에허위사실로판명되거나오류가있었음이드러나는경우도발생할것이다. 그러한경우에진실이라고오신하는데상당한이유가있었는지가법정에서주된다툼거리가될것이며기자는이를입증할수있어야하는바, 팩트체크기사도진실오신상당성의법리에의해면책될수있는지를검토할필요가있다. 지금까지팩트체크검증대상자가자신의발언에대한검증내용이나판정결과가명예훼손적이라고주장할수있는경우에대해검토하였다. 이경우팩트체커의진실오신상당성이명 4)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다86782 판결. 5)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다58823 판결. - 5 -
예훼손여부를판단하는데있어결정적일것이다. 그러나팩트체크기사로인해발생할수있는다른유형의명예훼손적상황도상정해볼수있다. 가령검증대상으로삼은발언에타인에대한명예훼손적내용이포함되어있고, 이를팩트체크기사가그대로보도하여명예훼손적발언을전파하는경우이다. SNU팩트체크의화면을갈무리한 < 그림 1> 이보여주듯이팩트체크기사의제목이나내용이제3자에대한명예훼손적내용을포함하는경우를검토해본다. < 그림 1>. 검증대상자의발언이타인에대한명예훼손적내용을포함한사례 * 출처 : SNU 팩트체크 < 그림 1> 의첫번째사례는 KBS가안철수제19대대선후보의발언을검증대상으로삼으면서안철수후보의발언인 문재인아들, 5급공무원에특채 라는내용을보도한것이다. 두번째사례는이데일리가 6.13 지방선거과정에서홍준표의 박원순, 할아버지덕에방위 라는발언을검증대상으로삼은경우이다. 이와같은팩트체크기사가발행될때에는발언자이자검증대상자인안철수와홍준표의명예가훼손되기보다는, 이러한발언을보도함으로인해문재인당시대선후보의아들과박원순당시서울시장후보의명예가훼손될가능성이있다. 만약문재인후보의아들과박원순후보가자신들에대한명예훼손적인발언을팩트체커가재발행 (republication) 하여명예를훼손하였다고고소한다면언론은어떻게보호받을수있을것인가. 이경우 진실오신상당성 의법리가적용될수는없으며, 타인의명예훼손적발언을재발행한언론은원칙적으로 전문 ( 傳聞 ) 보도 로인한책임을부담하여야한다. 따라서이러한경우언론의자유와인격권을조화시킬수있는법리가필요하므로, 이에대한대안으로서영미법상의 중립보도의면책특권 의적용가능성을검토할실익이발생한다. 이하에서는검증대상자가팩트체크로인해명예를훼손당했다고주장할경우그위법성을조각시킬수있는사유로서 진실오신의상당성 의법리를살펴보고팩트체크기사의적용가능성을살펴본다. 언론이타인의명예훼손적발언을재발행하여제3자의명예를훼손했을경 - 6 -
우에는 중립보도의면책특권 이국내에서도적용될수있을지를검토해보기로한다. 3. 진실오신의상당성의법리 형법제310조는사실 ( 事實 ) 적시명예훼손의경우 진실한사실 ( 事實 ) 로서오로지 공공의이익 에관한때에는처벌하지않는다고규정하고있다. 즉, 진실성 과 공익성 이명예훼손의위법성조각사유인것이다. 민사상명예훼손으로인한손해배상청구는일반불법행위에관한민법제750조와비재산적손해에관한제751조의적용을받는다. 그러나민법은명예훼손불법행위에대해서는위법성조각사유를따로규정하지않고있어형법제310조가민사사건에도적용되고있다. 6) 위법성조각사유로서진실성은적시된사실이완벽하게진실에합치될것을요구하지는않는다. 법원은진실성에대해 내용전체의취지를살펴볼때중요한부분이객관적사실과합치되면충분하며, 세부내용에서진실과약간의차이가있거나다소과장된표현이사용되었더라도무방하다 고판단하고있다, 대법원도표현의자유를위해서는 숨쉴공간 (breathing space) 이있어야한다면서진실부합여부는 전체적취지가중시되어야하며세부적인부분까지완전히객관적진실과일치할필요는없다 고판시한바있다. 7) 표현이진실이아닌경우에도표현을한자가진실이라고믿을만한 상당한이유 가있다면위법성이없다고법원은판단하고있다. 8) 대법원은 1988년판결에서 형사상이나민사상으로타인의명예를훼손하는행위를한경우에도그것이공공의이해에관한사항으로서그목적이오로지공공의이익을위한것일때에는진실한사실이라는증명이있으면행위에위법성이없으며또한그증명이없더라도행위자가그것을진실이라고믿을상당한이유가있는경우에는위법성이없다 면서진실오신의상당성법리를도입하였다. 9) 1988년대법원판결을통해확립된상당성법리는미국의 현실적악의 (actual malice) 의영향을받은것이라기보다는일본최고재판소의 1966년판결의영향을더직접적으로받은것이라는견해가있다 ( 이제우, 2017). 신문사가명예훼손으로고소된사건에서 1966년일본최고재판소는 진실임이증명되지않더라도행위자가그사실을진실이라고믿은데에상당한이유가있을때 에는명예훼손의고의나과실이없어불법행위가성립하지않는다고판시하였다고한다 ( 김준호, 2015, 357쪽 ). 1988년상당성법리가등장한이후명예훼손소송에서법원은모두공공성, 진실성, 상당성이라는세가지기준을중심으로그위법성여부를판단하고있다 ( 문재완, 2008). 이처럼 진실오신 ( 誤信 ) 에상당한이유 가있는경우명예훼손의책임으로부터면책시키는법리는표현의자유와인격권의조화를위한것이다 ( 박용상, 2008). 그렇다면 진실이라고믿을만한상당한이유 즉, 진실오신 ( 誤信 ) 의상당성 이란구체적으로무엇을뜻하는가. 이는사안에따라달리판단되어야하므로일의적으로정의될수는없으며법원은구체적인사실관계와배경, 정황등을종합하여상당성여부를판단하고있다. 6)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 다카 29 판결참조. 7)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 다 37524 판결. 8) 대법원 1996. 8. 23. 선고 94 도 3191 판결. 진실오신의상당성에대해대법원은대체로이를위법성조각사유로판단하고있으나, 일련의판례에서는구성요건적고의의상당성을판단하는것으로해석하기도한다. 강우예 (2018, 187 쪽 ) 는 이러한대법원판결의불일치는형법제 307 조및형법제 310 조에대한해석의모순이며혼돈을가져오는것이다 라고비판하였다. 9)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 다카 29 판결. - 7 -
즉, 표현을한자가진실이라고믿게된근거나자료의확실성과신빙성, 사실확인의용이성, 보도로인한피해등여러사정을종합하여법원이오신상당성여부를판단하는것이다. 10) 따라서진실오신상당성의법리는기자의취재과정과밀접한연관이있다고할수있다. 그러나상당성기준은언론인에게진실을확인해야할엄격한의무를부과하는것이아님에도불구하고때로는법원이상당성요건을지나치게엄격하게판단하여언론의자유를침해하는경우가발생한다 ( 김재형, 2005). 진실확인을위해모든노력을다할것은언론인의윤리영역으로남겨두어야하고그러한노력을다하지못하였다면비난은할수있을지언정손해배상책임이나형사책임을지워서는아니된다는점에서상당성법리가너무엄격하게적용되지않도록법원은주의할필요가있다 ( 김재형, 2005). 실제로법원은기자가취재과정에서진실보도를위해어떠한노력을했는지를검토하여상당성여부를결정하고있다. 가령, 기자가의혹이있는사실에대해관계자의증언을폭넓게확보하여취재하는등정확한보도를위해최대한노력한정황이있다면법원은진실오신에상당성이있다고판단하였다. 11) 임야사기분양에대해보도한방송기자가고소당한사건에서도법원은기자의취재과정을살펴보았다. 방송기자가진위여부를확인하기위해관련군청공무원및부동산중개업자등을취재하였고, 그과정에서문제가된임야의등기부등본, 지적도, 매매계약서등객관적자료들을수집하였으며, 수사가진행중인지방검찰청에도수사내용을문의하여사기죄로기소할예정이라는답변을듣는등진위를밝히기위해노력한점을인정하여진실이라고믿은데상당한이유가있다고법원은판결했다. 12) 반면, 일간신문사가도의회의원들이통일원으로부터접촉승인을받고북측인사에게전달한편지에대해 김일성애도편지 등의기사제목을반복적으로사용하여보도한사건에서는언론에의한명예훼손이성립되었다. 대법원은 이름을알수없는통일원관계자나경찰관계자로부터 경고검토내지결정 또는 수사진행중 이라는말을듣고이를그대로기사화한경우 에는진실오신의상당성이없다고판단하였다. 13) 그밖에도기자가직접취재를하지않고서다른기자의기사를참조하여기사를썼거나, 14) 피의자가범행혐의를받고있을뿐임에도마치자신의직접취재에의하여그범행이확인된것처럼단정적으로기사를게재한경우에도언론의진실오신상당성이부인되었다. 15) 비리사실에대해피의자가부인하였음에도불구하고제3자의일방적제보만을바탕으로기사를쓴경우진실오신상당성이부인되어언론이법률적책임을지게되었다. 16) 진실오신의상당성법리가마련된지 10여년후인 1999년, 헌법재판소는공적인물의공적인사안에대한명예훼손적표현에대해서는제한이완화되어야한다는법리를마련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언론의자유와명예보호라는상반되는헌법상의두권리의조정과정에다음과같은사정을고려하여야한다. 즉, 당해표현으로인한피해자가공적인물인지아니면사인인지, 그표현이공적인관심사안에관한것인지순수한사적인영역에속하는사안인지, 10) 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다24624 판결. 11) 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도3191 판결. 1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6. 8. 선고 2011가합65346 판결 ( 확정 ). 13) 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다24624 판결. 14) 대법원 1996. 5. 28. 선고 94다33828 판결. 15) 대법원 1999. 1. 26. 선고 97다10215 판결. 16)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 8 -
피해자가당해명예훼손적표현의위험을자초한것인지, 그표현이객관적으로국민이알아야할공공성사회성을갖춘사실 ( 알권리 ) 로서여론형성이나공개토론에기여하는것인지등을종합하여구체적인표현내용과방식에따라상반되는두권리를유형적으로형량한비례관계를따져언론의자유에대한한계설정을할필요가있는것이다 라면서 공적인물과사인, 공적인관심사안과사적인영역에속하는사안간에는심사기준에차이를두어야한다 고판단하였다. 17) 피해자가공인일때언론의자유를더욱두텁게보호하는법리가미국의 현실적악의 (actual malice) 원칙을반영한것이라는학계의주장이있었으나법원은이를명시적으로거부한바있다. 1997년대법원은 공직자의비리사실에관한보도에서는언론이특별히보도내용이허위임을알았거나이를무분별하게무시한경우에만상당성이없다고보아야한다거나상당성에대한입증책임을피해자가부담하도록전환해야한다는주장은독자적인견해에불과하여받아들일수없다 고판시한것이다. 18) 미국의 현실적악의 원칙은헌법상언론자유가보장되는정도가다르며명예관념과소송절차법이다른우리나라에서는적용되는것이불가능하다는견해도있다 ( 한위수, 2002). 그러나현실적으로는우리법원이언론출판의자유의중요성을강조한미국판례의상당부분을실질적으로수용하면서우리헌법체계에조화될수있는수정된법리를형성했다는점에서는 현실적악의 원칙의영향력을과소평가할수없다는견해도있다 ( 김시철, 2015). 명예훼손에서공인과사인, 공적관심사와사적관심사를구분한다는기준은 2002년대법원판결에서더욱확고하게정립되었다. 19) 2002년대법원은명예훼손이 공적인존재의정치적이념에관한것인때에는특별한의미가있다 면서 공적인존재가가진영향력이크면클수록그의정치적이념은국가의운명에까지영향을미치므로더욱철저히공개되고검증되어야하며, 그의정치적이념에대한의문이나의혹은광범위하게문제제기가허용되어야하고공개토론을받아야한다 고판시하였다. 따라서공적인존재에대한의혹제기에대해 진실하다고믿을만한상당한이유가있는지를따짐에있어서는일반의경우에있어서와같이엄격하게입증해낼것을요구해서는안되고, 그러한의혹의제기나주관적인평가를내릴수도있는구체적정황의제시로입증의부담을완화해주어야한다. 고하였다. 따라서진실오신상당성을판단함에있어원고가공적인존재인경우에는피고의입증부담을완화해야된다고대법원은판결한것이다. 이듬해인 2003년, 대법원은나아가악의성법리를확립하게되었다. 대법원은 공적인사안에관한표현인경우언론의자유에대한제한이완화되어야한다 면서 특히공직자의도덕성, 청렴성에대하여는국민과정당의감시기능이필요함에비추어볼때, 그점에관한의혹의제기는악의적이거나현저히상당성을잃은공격이아닌한쉽게책임을추궁하여서는안된다. 라고판결하였다. 20) 그결과공직자가언론을상대로명예훼손소송을제기한경우언론보도가 악의적이거나현저히상당성을잃은공격 이아닌한언론의자유가보호되어야한다는법리가확립되었다. 악의성법리는공인과관련된사안에꾸준히적용되어왔다. 최근법원은경찰이언론을 17) 헌법재판소 1999, 6. 24. 선고 97헌마265 결정. 18) 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4207 판결. 19)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20) 대법원 2003. 7. 8. 선고 2002다64384 판결. - 9 -
상대로한민사소송에서언론보도가현저히상당성을잃은경솔한공격에해당한다고판단하였다. 이사건에서는 마취환자방치시킨위험한압수수색 이라는제목으로경찰이수술실에난입하는등무리한압수수색을하여환자를위험에빠트렸다고보도한종합편성케이블채널의뉴스가문제되었다. 수술실에난입한것으로보도된경찰은허위보도로인한명예훼손을주장하며손해배상청구소송을제기하였다. 2017년서울중앙지방법원은당해보도내용이명백한허위를담고있으며, 자료화면을사용하면서도 자료화면 이라는자막없이배경화면으로내보냈고, 당시수술실의환자가아니었던사람을인터뷰하여마치당사자인환자였던것처럼보도한것은 공직자에대한감시 비판 견제라는정당한언론활동의범위를벗어나심히경솔한공격 이라며언론사에게 1천만원의손해배상액지급을명했다. 21) 공인과관련된명예훼손소송에서는악의성법리뿐만아니라진실오신상당성법리도함께활용되고있다. 자원외교에대한한겨레신문의탐사보도에대한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2017년서울고등법원은전 ( 前 ) 국회의원으로서자원외교특사를자처한공직자인원고는국민의감시와비판의대상이며이에대한의혹제기는공공의이익에관한것이라고판단하였다. 따라서기자들이문제가된볼리비아자원외교현장을직접방문하여관련자를취재한점등을고려할때언론사가취재내용이진실이라고믿을만한상당한이유가있었다며명예훼손의위법성을조각하였다. 22) 이사건에서는결과적으로언론이승소하기는하였지만, 법원이상당성법리보다는악의성법리를적용하는것이더타당했을것이라고생각된다. 기존판례를보면상당성법리를적용함에있어기자가취재당시얼마나충실하게취재를하였는지그취재과정을검토하여법원이상당성여부를결정하여왔다. 따라서기자가취재과정에서관련자료를검토하고관련자를접촉하여인터뷰하려는노력이부족했다고판단된다면상당성이부인될가능성이높다. 반면, 악의성법리는공직자의청렴성등에대한의혹을제기함에있어 악의적이거나현저히상당성을잃은공격이아닌한 언론의자유가우위에있을수있다는것이다. 따라서이사안처럼공직자에대한의혹제기를위해해외까지나가서취재를하는상황이었다면그취재과정을검토하여진실오신상당성여부를결정하기보다는언론의감시기능을인정하여악의성법리를적용하는것이보다언론의자유를두텁게보호할수있는방법이될것이라고생각된다. 이처럼법원이상당성과악의성기준을혼용하면서그판단기준에대한혼란이발생하고있으며, 상당성과악의성의명확한구분이필요하다는견해도있다. 이제우 (2017) 는 (1) 악의성법리는피해자가공인이고공적관심사가문제가되는경우에적용되는반면, 상당성법리는공인과사인및공적관심사와사적관심사의구분없이적용되는법리라는점과 (2) 두요건의핵심판단기준이다르며, (3) 상당성법리는피고가진실성요건을입증해야하는부담을경감시켜주기위한것이취지인반면에악의성법리는공인에대한언론의감시비판기능을강화하여언론의자유를더욱보호하려는취지라는점에서차이가있다며두법리는구분되어야한다고주장한다. 공인관련보도에서언론의자유를더욱강력하게보호하기위해서는상당성과악의성을원칙적으로는구분하여적용하는것이판결에대한예측가능성을높이는데더욱유용할것이다. 특히상당수의팩트체크기사가공인과관련된내용이라는점을고려할때, 공인관련사 2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5. 12. 선고 2016 가단 5246346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2. 22. 선고 2017 나 34171( 확정 ). 22) 서울북부지방법원 2016. 10. 26, 선고 2015 가합 599 판결 ; 서울고둥법원 2016. 9. 15. 선고 2016 나 2081513 판결 ( 확정 ). - 10 -
건에서는기자의취재과정을되짚어상당성여부를판단하기보다는취재의내용이악의적이거나현저히경솔하지않은한언론의자유를보장해주는쪽으로법원의적극적인법해석이필요할것이다. 또한사회적이익과관련된이슈에대해팩트체커가적극적으로보도할수있는환경을마련하기위해서 진실오신상당성 의법리도더욱활발하게논의되고발전되어야할것이다. 보도를위축시킬정도로과도한주의의무를언론에부과하여서는아니되며, 취재당시기자가기대할수있는정도이상의주의의무를부담시켜진실오신의상당성을부인하고명예훼손의책임을묻는것은부당할것이다. 언론의자유가더욱강력하게보호되기위해서는언론도객관적이고공정한보도를하기위해최선을다해야한다. 특히스트레이트기사에서는균형적사실 (fact) 위주의보도를위해노력하는한편추후논평등에서 저널리스트관점의합리적가치판단 을제시해야하며, 상대방에게반론의기회를제공하고관련자료등을통해 사실이라고믿을만한상당성 을확보해야할것이다 ( 유의선, 2015). 언론이더욱객관적이고공정한보도를위해노력을해야만언론의자유가강화되어야한다는주장도더욱설득력을얻을수있기때문이다. 4. 중립보도면책특권 (1) 영미법상중립보도면책특권 미국연방대법원의 1964년뉴욕타임즈대설리반 (New York Times v. Sullivan) 23) 은미국의명예훼손법이보통법의근간에서부터벗어나언론의자유를강력하게보호할수있는독자적인방향으로뻗어나갈수있도록토대를마련한판결이다. 이판결에서연방대법원은공적인토론은 ' 활발하고제약받지아니하고활짝열린것 이어야하며, 공적토론에서는정부와공무원을상대로신랄하고불쾌하고공격적인표현이사용될수있음을강조했다. 또한연방대법원은자유로운토론을위해서표현의오류가필수불가결하다면서이러한오류는표현의자유에 ' 숨쉴공간 (breathing space)' 을제공하기위해보호되어야한다고말했다. 또한공직자가명예훼손소송에서승소하기위해서는언론의보도가 ' 현실적악의 (actual malice)' 즉, ' 허위임을알았거나허위임을부주의하게무시 하면서이루어졌음을증명해야한다고판결했다. 원고인공직자가언론의 현실적악의 를입증한다는것은현실적으로매우어렵기때문에결국 현실적악의 원칙은공인에의한명예훼손위협으로부터언론을강력하게보호하게되었다. 이후 ' 현실적악의 ' 원칙은공직자 (public official) 뿐만아니라공적인물 (public figure) 에게도적용되었다. 1967년커티스출판사대버츠 (Curtis Publishing Co. v. Butts) 판결에서연방대법원은공직자뿐만아니라공적인물들도사회에서중요한역할을하고있으며, 공적인물들은일반사인들보다미디어에쉽게접근하여반론을제기할수있다면서공인과사인을구분할필요가있다고판시하였다. 24) 1974년거츠 (Gertz) 판결에서연방대법원은공직자와공적인물들은허위표현에대해자력으로반박할기회가더많으며공적인물들은일반인보다엄격한검증을거치게될가능성을자발적으로선택했다면서공적인물도명예훼손소송에서승소하기위해서는 현실적악의 를입증하도록요구했다. 25) 이처럼 현실적악의 원칙이공 23) New York Times v. Sullivan, 376 U.S. 254 (1964). 24) Curtis Publishing Co. v. Butts, 388 U.S. 130 (1967). 25) Gertz v. Robert Welch, Inc., 418 U.S. 323 (1974). - 11 -
직자뿐만아니라연예인을포함한공적인물에게까지확대적용되면서언론의승소율은급증하였고언론은더많은자유를누릴수있었던반면에, 공인의명예는제대로보호받지못하게되어언론의자유와인격권의균형이무너지게되었다는비판도제기되었다 (Robertson & Nicol, 2008). 현실적악의 이외에도보통법 (common law) 상의다양한법원칙들이언론의자유를보호하기위한면책특권으로서작동하고있다. 그중대표적인것이바로 공정보도면책특권 (fair report privilege) 이다. 공정보도면책특권 이란언론이사법, 입법, 행정절차와관련하여타인의발언을재발행하여보도하는경우 그내용이정확하고완전하거나공정한요약에해당할경우에는면책될수있다 는보통법상의법리이다 (Restatement of Torts, 1977). 이면책특권이적용되기위해서는언론이 공식적인절차나기록으로부터얻어진내용 을보도해야만한다. 공정보도면책특권은기자가그발언내용이거짓임을알고있었을때에도적용될수있다는점에서 현실적악의 보다언론을더폭넓게보호하는장점이있다. 공정보도면책특권은언론을강력하게보호할수있지만 공적인절차나과정에서행해진발언만보호한다 는점에서그적용한계가있다. 따라서때로는공적인절차에서나온발언이아니더라도 그러한발언이있었다 는사실그자체를보도할필요가있을때에는언론을명예훼손위협으로부터어떻게보호할수있을지가문제되었다. 원칙적으로는언론이타인의명예훼손적발언을보도할경우전통적인 재 ( 再 ) 발행규칙 (republication rule) 이적용되었다. 재 ( 再 ) 발행규칙 이란 명예훼손적발언을재 ( 再 ) 발행하는자는원 ( 原 ) 발언자와동일한명예훼손책임을부담한다 는보통법상의원칙이다. 따라서언론이공적인물의발언이뉴스가치가있다고판단하여이발언을그대로보도하였더라도그발언이명예훼손적이라면언론이원 ( 原 ) 발언자와마찬가지의법적책임을부담하게되었다. 이처럼공적절차나과정에서나온발언이아니어서공정보도면책특권이적용될수없는경우에타인의발언을재발행한언론을보호하기위하여미국법원은 중립보도면책특권 (neutral reportage privilege) 을마련하였다. 중립보도면책특권 이란 공적인논쟁에서공적인물간에행해진비난을인용보도할경우그기사가중립적이고정확하다면발언의진실여부와상관없이언론이면책될수있다 는법원칙이다. 중립보도면책특권의법리는 1977년미국의연방항소법원의에드워즈 (Edwards) 판결 26) 에서처음등장하였다. 연방항소법원은공인에대한명예훼손적발언이행해졌을때이를 정확하고사심없이 (accurately and disinterestedly) 재발행한자는 그러한발언의진위여부에대한주관적인식과는상관없이 (regardless of the republisher s subjective awareness of the truth or falsity of the accusation) 중립보도라는헌법적특권에의해면책된다고판단하였다. 이사건에서법원은 그러한발언이있었다는것그자체가뉴스가치가있는것 이라며, 언론이진실여부에대해의심하였다는이유만으로명예훼손의책임을지워서는아니된다고보았다. 논쟁적사안에대해충분히보도하는것이공익에기여하는것이므로명예훼손적발언을그대로재발행한언론은보호될필요가있다는것이다. 따라서문제가된발언이허위사실을포함하고있다는것을언론이알았을때에도그발언자체가뉴스가치가있다고판단하여보도한언론을보호할수있다는점에서중립보도면책특권은 현실적악의 보다언론을위해더욱강력한면책특권이될수있다. 중립보도면책특권은언론의자유를강력하게보호할뿐만아니라공적이슈에대한시민들의열린토론을보장한다는점에서수정헌법제1 조의정신을제대로계승한것으로평가받는다 (Russomanno & Youm, 2009). 26) Edwards v. National Audubon Society, Inc. 556 F.2d 113 (2d Cir.). - 12 -
중립보도면책특권의적용요건은 (1) 공적인논쟁을야기하거나이미논란이되고있는공적논쟁에관련되는진지한비난에대한보도로서 (2) 원진술의주체인비난자는공직자또는공적인물이어야하며 (3) 비난의객체인피해자도공적인물이어야하고 (4) 보도내용은정확하고사익이개입되지않은중립적인것이어야한다 ( 박용상, 1997). 단, 언론이 공인을공격하기위해의도적으로발언을왜곡하거나특정한발언을옹호하는경우 에는중립보도면책특권이적용될수없다고법원은적용한계를명시하였다. 중립보도면책특권이언론의자유를강력하게보호할수있는수단이될수있음에도불구하고, 많은미국법원들은중립보도면책특권의적용을거부하였다. 이미 현실적악의 원칙에의해언론이보호받고있으므로중립보도면책특권은불필요하다는점을거부사유로들거나, 27) 중립보도면책특권이언론의자유를개인의명예보다과도하게보호한다는점을이유로그적용을거부하였다. 28) 중립보도면책특권은언론이타인의발언을그대로전달하는통로 (conduit) 내지전달자 (messenger) 의역할을한다는가정에바탕을두고있으나이러한가정은언론의법적책임에대한기존선례와맞지않는다는비판도있다 (Elder, 2007). 최근까지도중립보도면책특권은미국법원에서활발하게적용되지않고있으며, 연방대법원도이러한면책특권을검토한바가없다. 이처럼미국에서고안된중립보도면책특권이정작미국에서는제대로활용되지못하는반면에영국에서는중립보도면책특권이적극적으로활용되고있다. 2001년영국에서는저명한사우디아라비아인들간의정치적논쟁에서발생한명예훼손적발언을신문사가그대로재발행한뒤명예훼손으로고소당한사건에서중립보도면책특권이처음으로검토되었다. 29) 신문사가그러한주장의진위여부를입증하려고시도하지않았음에도불구하고영국항소법원은신문사가명예훼손적발언을 중립적이고균형잡힌태도 로보도했다면명예훼손에대한책임이없다고판시하였다. 원래영국법원은전통적인보통법 (common law) 원칙에따라언론에대해엄격한명예훼손책임을물어왔다. 심지어 1993년판결에서는미국의설리반판결을직접인용하고분석하였음에도불구하고 현실적악의 원칙을채택하기를거부한바있다. 30) 이러한영국의엄격한명예훼손법에큰변화가일어난것은 1999년레이놀즈 (Reynolds) 판결이계기가되었다. 31) 레이놀즈판결을통해이른바 ' 책임감있는저널리즘 (responsible journalism)' 이라는언론의명예훼손판단기준이확립되었기때문이다. 이사건은 1994년영국타임즈 (Times) 가전직아일랜드수상인앨버트레이놀즈가공무와관련된부정행위를저질렀다고보도하면서시작되었다. 레이놀즈는타임즈를명예훼손으로고소했고, 1심과 2심에서는승소하였다. 영국대법원이신설되기이전까지최고법원의역할을맡고있던영국상원 (House of Lords) 은레이놀즈사건에대한최종판결을내렸다. 이판결의주된논점중하나는 보도된내용이정치적표현이라는이유만으로언론사가면책될수있는가 였다. 이에대해상원은정치적표현에대한언론의자유도보호되어야하지만정치인들의명예도보호될필요가있다면서정치적기사에대해일괄적인면책특권을부여하기를거부하였다. 대신언론사를위해특별한항변을 27) Postill v. Booth Newspapers, Inc., 325 N.W.2d 511, 517-18 (Mich. Ct. App. 1982). 28) Norton v. Glenn, 860 A.2d 48 (Pa. 2004). 29) Al-Fagih v. HH Saudi Research and Marketing Ltd, (2001) EWCA Civ. 1634. 30) Derbyshire v. Times Newspapers Ltd. [1993] UKHL 18. 31) Reynolds v. Times Newspaper Ltd., [2001] 2 A.C. 127 (H.L.). - 13 -
인정하였는데언론이 ' 책임감있는저널리즘 (responsible journalism)' 을행하였다면면책될수있다는것이다. ' 책임감있는저널리즘 ' 에해당하는지판단하기위해상원이제시한 10가지요건은다음과같다 : (1) 언론보도내용의진지성 (2) 정보의성격과보도주제의공익성 (3) 정보원 (4) 정보의상태 (5) 정보의검증단계 (6) 보도된사안의긴급성 (7) 보도대상자였던원고에게반론을얻고자언론이노력했는지여부 (8) 원고측이야기의핵심이실렸는지여부 (9) 기사의어조 (10) 타이밍. 이러한 10가지요건은일명 ' 레이놀즈테스트 (Reynolds Test)' 라불리면서영국의명예훼손소송에서언론의면책여부를결정하는데중심적인역할을하게되었다. 레이놀즈사건에서는해당보도가공익과밀접한관련이있기는하였으나기자가원고인레이놀즈의반론이나해명을싣기위한노력을하지않았으므로결국부정확하고불공정한보도라고판단되었다. 그결과타임즈는 책임감있는저널리즘 의기준을통과하지못하여패소했다. 레이놀즈기준은 2006년자밀 (Jameel) 판결 32) 에서더욱명확하게정리되었다. 또한자밀판결은 중립보도면책특권 도적극적으로원용하였다. 2002년월스트리트저널 (Wall Street Journal) 유럽판은사우디아라비아억만장자인모하메드자밀 (Mohammed Jameel) 이테러단체알카에다 (Al-Qaeda) 에자금을대고있다고보도하였다. 자밀은그러한내용을부인하면서월스트리트저널을명예훼손으로고소하였다. 2006년영국상원은자밀판결에서언론의면책기준을다시정리하는데, 이른바 자밀테스트 (Jameel Test) 라고불리는세가지기준은 (1) 기사의주제가공익과연관이있는것인가 ; (2) 기사의명예훼손적표현이정당화될수있는것인가 ; (3) 취재과정이공정하고책임감있는것인가등이다. 영국상원은 (1) 해당보도가중대한공익과연관이있으며, (2) 자밀의이름은기사의중요한요소이므로공개될필요가있었고, (3) 기자가사실관계를검증하기위해노력했으며기사발행전자밀에게반론을위한기회도제공했다는점에서월스트리트저널이세가지기준을모두충족한것으로판단하였다. 특히이사건에서상원은 그러한발언이있었다는그자체에공익이있는경우가있으며그경우언론이발언의진실여부입증을위해노력했는지를검토할필요가없다 고판시하여언론에게중립보도면책특권을인정하였다. 이처럼자밀판례에서중립보도면책특권이원용된것은기존의엄격한영국의명예훼손법을언론자유에우호적이도록변화시키기위한노력이라고평가된다 (Youm, 2010). 2007년에도영국항소법원은미국의 1977년에드워즈판결을직접적으로언급하면서, 중립보도면책특권이적용되기위해서는보도가중립적일뿐만아니라레이놀즈판결의 책임감있는저널리즘 의기준도언론이충족시켜야한다고판시하였다. 33) 그러나이러한법원의판결에대해서는비판이있다. 중립보도면책특권은기자가보도내용의진실여부를검증할것을요구하지않는다는점에서진실여부를확인하기위해노력할것이요구되는 책임감있는저널리즘 기준과어떻게조화될수있을지의문이라는것이다 (Busuttil, 2009). 2013년개정되어 2014년부터시행되고있는새로운영국의명예훼손법 (Defamation Act 2013) 34) 은레이놀즈판결과자밀판결에의해성립된면책특권을법제화하였다. 개정된명예훼손법제4조는명예훼손적표현이중대한공익과연관이있거나아니면중대한공익과연관이있다고피고가합리적으로믿었음을입증하면면책될수있다고규정하고있으며, 법원은관련된모든상황을고려해야한다고규정하고있다. 이법조항은공익적보도를행한언론의 32) Jameel v. Wall Street Journal, [2006] UKHL 44. 33) Roberts v. Gable, [2007] EWCA Civ. 721. 34) 2013 c. 26. - 14 -
면책가능성을높여주는것으로서영국언론의자유향상에기여할것으로기대되고있다. 또한동조제3항은 발언이정확하고공정한것이라면법원은피고가내용의진실여부를검증하려고노력했는지여부와상관없이피고가공익을위해그러한발언을했는지를고려해야만한다 라고규정하여중립보도면책특권을법제화하고있다. 이처럼중립보도면책특권은영국에서확고히자리잡았으며, 아르헨티나에서도이법리를도입하여언론의자유를보호하고있다 (Youm, 2010). 중립보도면책특권을고안해낸미국에서는이법리가크게발전하지는못하였으나다른나라들이이러한면책특권의아이디어를수입하여언론의자유를확장하는데적극활용하고있다는점은국내법원에도시사하는바가크다고생각된다. (2) 중립보도면책특권의적용가능성 법률데이터베이스로앤비를통해국내에서중립보도면책특권을직접언급한판결이있는지찾아보았으나, 이원칙을직접언급한국내판결은검색되지않았다. 하지만중립보도면책특권이판례에직접언급되지는않았더라도그와유사한원칙을적용하여언론자유를보호하였다면중립보도면책특권은국내에도적용가능성이있다. 언론법학자이자법률가인박용상도 우리판례는위와같은법리 ( 중립보도면책특권 ) 를명시적으로도입한것은아니지만, 그러한취지와정신을반영한사례가있다 면서 1998년대법원판례를거론하며중립보도면책특권의적용가능성을모색하고있다 ( 박용상, 2008, 371쪽 ). 이사건은한국통신노조원들이단체교섭중농성사태를벌이자당시서강대총장이 북한의공산세력이노동운동을배후에서조종하고있다 는취지의발언을하였고, 중앙일보가 1995년 6월 1일자 1면에이발언을보도하면서비롯되었다. 한국통신노조원들은서강대총장및중앙일보를상대로명예훼손으로인한불법행위를이유로손해배상청구소송을제기하였다. 특히이사안에서는중앙일보가서강대총장의발언을재발행함으로인해노조원들의명예를훼손한것인지가문제되었다. 이에대해대법원은다음과같이판시하였다. 35) 피고 ( 서강대총장 ) 이한위발언의전체적인흐름, 사용된어휘의통상적인의미, 듣는사람에게주는전체적인인상등에비추어볼때, 피고중앙일보가위와같이피고 이그와같은내용의발언을하였다는것을논평없이그대로게재한것자체는전체적으로보아진실한보도라고판단하였는바, 위기사의내용을전체적으로관찰할때그것이원고노동조합의조합원들이북한의조종을받아성당과사찰에들어가농성을하여다는사실을적시한것이라기보다는피고 이판시와같은발언을하였다는사실을적시한것이라고볼수있으므로원심의위와같은판단은정당하고, 여기논하는바와같이전문 ( 傳文 ) 사실에의한명예훼손의법리를오해한위법이있다고할수없다. 중앙일보보도는총장의발언을논평없이그대로게재하여 그러한발언을했다 는사실을적시한것이므로전문 ( 傳文 ) 사실로인한명예훼손책임을지지않는다는것이다. 이판결에서법원은언론사가공적인인물의발언을보도하면서발언내용의진실여부를확인하기위해노력했는지를따로검토하지않았다. 다만 그러한발언이있었다 는사실을언론이그대로게재하였는가에만초점을맞추어언론사에게명예훼손책임을지우지않았다는점에서중 35) 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다9892 판결. ( 밑줄은저자가추가하였음 ) - 15 -
립보도면책특권의취지를적용했다고볼수있다. 그러나이판결은언론이타인의논란있는발언을보도할경우어떠한조건하에서명예훼손의책임을부담하지않는지에대해구체적인요건을명확하게설시하지않았다는점에서아쉬움이있다. 구체적인요건의명시없이는추후유사한사건에서법원이중립보도면책의법리를거부할가능성이높으며, 언론이발언내용을검증하기위해서노력했어야한다고법원이판단할가능성도있기때문이다. 1998년대법원판결이후중립보도면책의법리를적극적으로적용한사례는검색되지않는다. 다만 2009년부산지방법원의판결이중립보도면책법리를어느정도준용한것으로보인다. 이사건에서피고월간지 시민시대 는부산대학교와거액의기부자간의분쟁에대해보도하면서대학측의입장을일부는따옴표처리하여그대로옮겨싣고일부는따옴표없이그주장을요약하여보도하였다. 이에대해기부자였던원고는 시민시대 가부산대의입장만을부당하게전달하여보도하였다면서정정보도및명예훼손으로인한손해배상청구소송을제기하였다. 이에대해부산지방법원은 시민시대 가부산대학교측의입장표명이라는객관적이고외적인사실을보도하면서대학입장이진실이라는인상을독자들에게준다거나입장자체를저급한흥미에영합하는방식으로취급하는등의특별한사정이없는한 언론사가부산대의입장에포함된구체적내용의진실여부를확인할의무는없다 고판시하였다. 따라서이기사의내용이다소진실에부합하지않는다하더라도대학측의입장을확인후월간지에게재하였다는점에서기자가진실이라고믿은데상당한이유가있어위법성이조각된다고법원은판단하였다. 36) 수사관련보도에대한판결에서는공정보도면책특권 (fair report privilege) 의적용가능성도엿보인다. 언론의보도내용이수사기관이나감사기관에의하여조사가진행중인사실에관한것인경우원칙적으로언론은보도된혐의에대해진실확인의무및표현방법에대한주의 ( 注意義務 ) 를부담해왔다. 그이유로법원은 (1) 일반독자들로서는보도된혐의사실의진실여부를확인할수있는별다른방도가없으며, (2) 독자들은보도내용을그대로진실로받아들이는경향이있고, (3) 언론보도의광범위하고신속한전파력으로인하여그보도내용의진실여하를불문하고그러한보도자체만으로피조사자로거론된자나그주변인물들이입게되는피해의심각성이고려되어야한다고판시하였다. 37) 따라서수사기관이나감사기관에의한조사혐의사실을보도하는언론기관은혐의사실의진실성을뒷받침하기위해적절하고충분한취재를하여야하며, 기사표현방법에도오해가생기지않도록하는주의의무를부담하게되었다. 이러한주의의무를충분히행하지않았다면언론이수사관련보도로인한명예훼손손해배상책임을부담해야한다는것이법원의확고한입장이다. 즉, 수사기관의조사사실을보도할경우에는조사혐의사실의진실성을뒷받침할적절하고도충분한취재를해야하고, 확인되지않은고소인의일방적주장을여과없이인용하거나부각시켜고소내용이진실인것처럼독자들이오해하지않게할주의의무를부담한다고대법원은판단하였다. 38) 그러나 1999년판결에서대법원은신문기자가담당검사로부터취재한피의사실에대해별도의확인없이보도했으나검사의발표및배포자료를기초로객관적으로기사를작성하였다면명예훼손의위법성이조각된다고판시한바있다. 39) 비록이사건기사의내용이그다 36) 부산지방법원 2009. 5. 27. 선고 2008가합11033 판결. 37)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29379 판결. 38) 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5다33489 판결. 39) 대법원 1999. 1. 26. 선고 97다10215 판결. - 16 -
지신속성을요하는것이아니더라도기자의취재원이수사를직접담당한검사였으며, 보도내용이사적으로들은정보가아니라절차에따른발표형식으로공개된내용이라서그신뢰도가높았고, 사건당사자인원고가구속되어있어원고에대한직접취재를통해사실을확인하기어려웠다는점을법원은판단이유로들었다. 또한검사로부터취재한사건경위와수사방향및배포받은수사자료를기초로기사내용이작성되었으며, 검사로부터취재한피의사실을기사화하는경우에는별도의취재를하지않고보도를하는것이종래의취재관행이라는점도법원은고려하였다. 이러한법원의태도는언론의취재관행과현실을상당히고려한것으로서, 검찰의수사발표및배포자료제공이라는공적절차및공적자료에기한보도일경우언론의명예훼손책임을덜어준다는점에서공정보도면책특권의적용가능성이엿보이는것이다. 더구나 2009년판결에서대법원은공익적사안에대한수사절차의외적경과만보도할경우기자가고발내용에대한진실여부를확인할의무가없다고판시하였다. 이사건에서는변호사사무실직원이변호사가업무수행과관련된불법행위를저질렀다고수사기관에고발한내용및그로인한검찰의수사착수경위와진행상황등을지역신문이보도하였다가변호사로부터명예훼손으로인한손해배상청구소송을당하였다. 이에대해원심은언론사가고발내용자체가진실이라는점을확인하기위해객관적자료를확인하는등충분한취재활동을했다는증거가없다는점에서고발내용이진실이라고믿을만한상당한이유가없다며언론사에게패소판결을내렸다. 그러나대법원은원심을뒤집고, 공익적사안에대한수사등절차의외적인경과만을보도할때에는기자에게내용에대한확인의무가없다고판시하였다. 40) 공익적사안에서는 기사의제목이나보도방식이나표현등을종합적으로고려하여고발된내용자체가진실이라는인상을통상의독자들에게준다거나고발자체를저급한흥미에영합하는방식으로취급하여고발상대방의인격적이익을도외시하거나고발의내용이합리적인사람이볼때진실인지를쉽사리의심하게하는것등의특별한사정이없는한 언론사가고발의구체적인내용까지파고들어그진실여부를확인할의무는없다는것이다. 검찰의수사절차및진행상황에대한보도가공정하고객관적인것이라면면책될수있다는점에서역시공정보도면책특권의한국적적용사례라고볼수있을것이다. 이상의판결을살펴보면중립보도면책특권을적극적으로인용한국내판결은아직까지없지만, 기자가타인의발언을재발행하여제3자의명예를훼손한것으로주장되는경우 (1) 공적인사안 에대하여 (2) 공인간 에 (3) 그러한발언이있었다 는사실만을 (4) 중립적인태도 로 정확하고공정하게 보도한다면명예훼손의책임으로부터벗어날수있는가능성이있을것이다. 또한 공적인절차나기록 에서나온발언을공정하고객관적으로보도한것이라면역시면책가능성이있음이선례를통해알수있다. 물론중립보도면책특권은언론의자유를극단적일정도로보호하는측면이있어서이러한면책특권을전면적으로국내에도입하기는어려움이있다. 그러나사실관계를전달하는과정에서타인의발언을그대로전달할수밖에없는스트레이트기사내지타인의발언을그대로전달하여검증대상으로삼는팩트체크기사에는적어도이러한법리가도입될필요성이있다. 타인의발언을전달하여보도했다는이유만으로명예훼손책임을지게된다면팩트체커는검증대상으로삼을발언을선정하는데있어서상당한어려움을겪을수밖에없기때문이다. 팩트체크가보다활성화되어온라인에난무하는허위정보들을검증해내고공익에기여할수있도록합리적인범위안에서법리의개발이적극적으로필요한시점이다. 40)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다27769 판결. - 17 -
5. 논의및결론 누구나자유롭게미디어콘텐츠를만들어이를배포및확산시킬수있는디지털미디어환경속에서팩트체크의사회적중요성은갈수록높아지고있다. 특히공직자나정치인의발언을검증하는팩트체크는언론의감시견기능을충실히수행하고있으며공공의이익에큰기여를하고있다. 더구나팩트체크의주된대상은고위공직자나정치인등권력이있는공인이될수밖에없는데, 공인의사회적영향력이크면클수록그들은언론으로부터더욱엄격한비판과감시의대상이되어야하며공인들에대한적극적인문제제기도허용되어야한다. 그러나공인이팩트체크를상대로적극적인법률적조치를취하고자하는일련의현상은언론의자유측면에서심히우려된다. 공인의소송은언론사와기자에게금전적이든심적이든큰부담으로작용할수밖에없으며, 궁극적으로는팩트체크기능을마비시킬위험도따르기때문이다. 이러한측면에서언론의자유와개인의인격권을조화롭게균형을맞출수있는법리의모색이필요하다. 앞서살펴보았듯이타인의법익을침해하는사실주장을하는자에게그주장이진실임을조사할상당한주의의무를부과하고, 그러한의무를성실히이행한경우에한하여사후에허위로판명되더라도그표현행위자를면책시키는 진실오신상당성 의법리도이러한필요성으로인해발전되었다. 특히공인에대해서는 악의적이거나현저히상당성을잃은경솔한공격 이아닌한언론의자유가보호되어야한다는악의성법리는언론관련소송에서더욱활발하게적용될필요가있으며, 팩트체크와관련된법률적문제에서도언론의감시기능보호를위해적극적으로원용되어야할것이다. 팩트체크가명예훼손적발언을재발행하여제3자의명예를훼손하는경우에는언론에게전문 ( 傳聞 ) 보도로인한엄격한법적책임을묻는대신에 중립보도면책특권 의법리를활용할필요가있다. 때로는공인간에서로를비난하는발언이있었다는것그자체가뉴스로서가치가있기때문이다. 이러한발언을보도했다는이유만으로팩트체커에게명예훼손책임을지운다면언론에상당한위축효과를일으킬것이다. 나아가입법, 행정, 사법과관련된공적절차나공적기록에서나온발언을언론이그대로보도하는경우에는 공정보도면책특권 의법리가활용되어야할것이다. 언론보도는타인의인격권과자주충돌한다. 이러한권리의충돌상황에서보도의내용이사적사안이라면언론자유보다명예나프라이버시와같은인격권이우선적으로고려될수있겠으나, 공적사안에서는언론의자유가더욱비중있게고려되어야할것이다. 공적인존재의국가적 사회적영향력이크면클수록그에대한검증은더욱철저하게행해져야하고, 공적인존재의청렴성이나행태에대해서도적극적인문제제기가허용되어야하기때문이다. 따라서공인에대한비판적언론보도는민주적시민사회의유지와발전을위해필수적이다. 공인에대한팩트체크가소송의위협으로인해위축되지않도록적극적인사회적관심이필요하며언론의자유확대를위한법리도더욱활발하게연구되어야할것이다. -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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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Fact-checking and Defamation: Analysis on Possible Misapprehension of Truth and Neutral Report Privilege Ahran Park, Senior Researcher, Korea Press Foundation As fake news and disinformation becomes a global phenomenon, fact-checking would prove to be more important than ever. During the 2017 Presidential Election in South Korea, several public figures seriously complained about fact-checking news articles that decided their political comments as false. Moreover, fact-checkers were sued for defamation by public figures. Such lawsuits will likely have a serious chilling effect on the press. In this context, this article argues that the press should be protected from such threat of defamation lawsuits by public figures and the court should develop legal principles for free press. Examining the current legal principles such as possible misapprehension of truth, this paper suggests that such principles should be more clearly defined to strengthen freedom of the press. In addition, this article proposes that neutral report privilege should be adopted to protect fact-checking articles that simply deliver public figure s libelous comments against other public figure. Keywords: Fact-check, Defamation, Public figures, Possible Misapprehension of Truth, Neutral Report Privilege - 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