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매체 환경의 변화와 국어 생활 미디어 빅뱅: 세상이 바뀐다 매체 환경 변화를 중심으로 김택환 중앙일보 미디어 전문 기자, 언론학 박사 1. 미디어 세상의 변화 세계 언론인의 유엔 총회 라고 평가받고 있는 세계 신문 협회 (WAN) 제58차 총회와 세계 에디터 포럼(WEF) 이 지난 5월 29일부 터 6월 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행사 첫날 한국 신문 협회 대표인 장대한 매일경제신문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디지털 기술의 빅뱅으로 미디어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라고 발표했다. 컴퓨터 반도 체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 발전으로 뉴스 정보 유통의 홍수 시대를 맞 고 있다. 지난 30년간 생성된 정보의 양은 지난 역사 동안 만들어진 정보의 합계보다 많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한국이 세계에서 앞장서 미디어 빅뱅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많은 언론인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이해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우리는 숨 가쁘게 달려 왔다. 건국과 분단, 전쟁과 산업화, 독재와 민주화 등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더 심한 격동기를 살아왔다. 어디 정치사와 사회사뿐이겠는가. 특집 매체 환경의 변화와 국어 생활 7
미디어 역시 격동의 역사를 경험했다. 박정희 정권의 언론 통제에 이어 1981년 신군부는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언론 통폐합 을 단행해 언론에 재갈을 물렸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운동으로 언론 기본법 이 폐지되고 정기 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이 제정되었다(1987. 11. 27.). 그리고 이 법은 2005년 1월 27일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 장에 관한 법률 로 법명이 변경되고 전문 개정되어 2005년 7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자유로운 시장 진입과 본격적인 경쟁 시대를 연 것이다. 일간 신문의 수는 몇 배로 늘어났고 독자와 광고 시장을 두고 경쟁은 치열해졌다. 1990년대는 SBS 방송, 지역 민영 방송, 케이블 방 송이 출범하면서 방송 구조 역시 변화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최근에 보여 주고 있는 미디어 변화 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미디어계에 불어 닥친 디지털 바람 은 미디어 지도를 새로 그리도록 요구하고 있고, 빅뱅(Big Bang) 이 라 부를 정도로 거세고 폭발적이다. 기존 미디어와 뉴 미디어가 융합 하기도 하고 분화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미디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즉 미디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한국이 미디어 세상 변화의 세 계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이다.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회장 빌 게이 츠는 제2의 IT(정보 기술) 혁명 을 예고하면서 모바일이 중심에 있다 고 진단한 적이 있다. 세계에서 한국의 모바일 기술이나 이용이 가장 앞서 가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혁명의 진원지는 한국인 셈이다. 미디어 빅뱅이 미디어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고 있는가. 2. 매체 환경 변화를 이끄는 힘과 새로운 기술들 21세기 지식 정보 시대에 대중 매체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는 권력과 부의 생산 기지이자 문화의 창조자이 기도 하다. 미디어를 통해 여론의 흐름을 잡아야 권력을 획득할 수 있 다. 또한 미국, 서유럽 각국 등 선진국에서는 미디어 산업의 규모가 8 새국어생활 제15권 제2호(2005년 봄)
항공 우주 산업과 더불어 최고 산업으로 발전했다. 나아가 미디어는 유행과 문화를 창조하기도 한다. 모바일과 인터넷이 없던 시대를 지금 과 비교하면 그 변화의 폭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미 디어에 관심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욕망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오늘날 미디어 빅뱅 을 추동시키는 두 개의 힘이 발견된다. 디지털 기술의 혁신과 미디어 비즈니스의 다양화 다각화다. 나아가 이는 전통 적인 미디어 비즈니스에 변화를 요구한다. 이는 곧 콘텐츠 제공의 무 료화와 매체 간 경쟁의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미디어 기업은 사업하 기가 더욱 힘들어졌을 뿐 아니라 수익 모델 창출도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외에 공통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신문과 방송 등 많은 매체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책은 크게 상업화 국제화 복합 화로 요약할 수 있다. 상업화는 기존 매체든 뉴 미디어든 시장에서 수 익을 올리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국제화는 세계 무역 기구(WTO) 체제 출범과 커뮤니케이션 및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국내 울타리가 의미 없어진 상황으로 콘텐츠와 하드웨어 기술이 세계 시장 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복합화는 단일 품목만을 생산할 경우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 사업도 신문과 방송의 겸영뿐 아니라 전자 회사까지 진출하는 수직적 수평적 복합적 겸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디어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중심엔 0과 1의 조합으로 신호를 전 달하는 디지털 기술이 있다. 특히 이런 기술의 발전은 미디어의 융합 이란 거대 흐름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융합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신호를 다양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 술 융합,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 조직이 합병 또는 연합하는 조직 융 합, 뉴스나 정보 수집이 통합되는 저널리즘 융합, 그리고 수용자들이 미디어 이용 형태를 통합하는 미디어 이용 융합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먼저 정보 처리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다. 특집 매체 환경의 변화와 국어 생활 9
이는 반도체 칩으로 상징되는 컴퓨터 성능의 업그레이드로 가능해졌 다. 최근 반도체의 메모리 용량이 매년 두 배로 증가한다는,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이 이론화한 황의 법칙 이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 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둘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획기적 발전이다. 정보와 영상의 압축 과 신속한 전송 등 다양한 응용기술이 잇따라 선뵈고 있다. 셋째, 꿈의 통신망 으로 불리는 하드웨어 구축이다. 초고속 통신망 과 전송 기술이 여기에 속한다. 최근 초고속 통신망의 경우 1초에 영 화 디브이디(DVD) 80편을 송신할 수 있는 용량과 속도를 갖추고 있 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위성 등 전송 시스템의 발전이다. 위성 기술의 발전으로 산간 지역의 난시청 문제는 물론 도심에서도 이동 중에 화면이 끊기 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런 네 가지 기술 발달은 서로 얽혀 새로운 미디어를 창출시키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3. 새로운 미디어와 비즈니스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지식 정보화 사회 도래, 인간 오감의 직 간접 경험 확장, 네트워크의 확대, 시공간적 제약 극복과 더불어 매체 이용의 차별화와 개인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새로운 미디어 및 비즈니스 유형이 개발되고 있다.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디엠비, DMB) 시대 개막 2005년 상용화되는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는 디지털 방송 기술을 이용해 이동 중에도 TV, 라디오, 데이터 수신이 가능한 서비스다. 휴대 전화나 전용 단말기를 통해 언 제 어디서나 방송을 볼 수 있는 내 손안의 TV 시대가 열리는 것이 다. DMB 사업은 전송망과 전송 방식에 따라 위성 DMB와 지상파 10 새국어생활 제15권 제2호(2005년 봄)
DMB로 구분한다. 지상파 DMB는 기존 지상파 채널(VHF 8번, 12번)을 활용하며 주파 수 대역에 따라 모두 6개의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다. 2005년 7월에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2005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위성 DMB는 SK텔 레콤이 대주주인 TU 미디어 가 단독 사업자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인 인터넷 방송(IP-TV) IP-TV 1) 는 인터넷을 통해 다채널 방송 프로그램을 가입자에게 전송 하는 서비스로 셋톱 박스 2) 를 설치해 일반 TV 모니터로 시청할 수 있 다. 이렇게 되면 TV가 인터넷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방송 콘텐츠의 실시간 전송이 가능해지면서 생겨난 방송 통 신 융합형 서비스다. 즉 통신망으로 방송 프로그램 전송은 물론, 홈 네트워킹, 전자 학습 3) (electronic learning, e-learning: 전자적 수단, 정 보 통신 및 전파 방송 기술을 활용하여 이루어지는 학습), 홈뱅킹 등 다양한 응용 부가 서비스 사업을 구현할수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IP-TV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국내에선 KT와 하나로통신 등 통신 사업자들이 이를 준비하고 있다. 1)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 인터넷 접속 장비를 내장한, 디지털 방식과 호환 되는 인터넷 프로토콜(통신 규약) 기반의 텔레비전. 개인용 컴퓨터(PC) 없이도 초고 속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는 동영상과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컴퓨터 인터넷 정보통 신용어사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편, 두산 동아(2005) 참조) 2) 셋톱 박스(set-top box): 차세대 쌍방향 멀티미디어 통신 서비스(이른바 대화형 텔레 비전)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가정용 통신 단말기. 텔레비전 세트 위에 놓고 이용하 는 상자라는 뜻으로, 가입자 신호 변환 장치 라고도 한다. 쌍방향 텔레비전이나 전 화 회사의 영상 전송 서비스 등의 망과 접속하여 가정에서는 텔레비전 모니터 등에 연결하여 이용한다.( 컴퓨터 인터넷 정보통신용어사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편, 두산 동아(2005)에서 인용) 3) 전자 학습: 통신 네트워크를 통한 학습 교육. 오프라인 교육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인터넷이나 인트라넷 등 네트워크 기술과 교육이 접목된 웹 기반의 학습, 교육을 의미한다. 원격 교육의 일종이나 실제로 온라인 교육 또는 사이버 교육과 거의 같 은 의미로 쓰인다.( 컴퓨터 인터넷 정보통신용어사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편, 두산 동아(2005)에서 인용) 특집 매체 환경의 변화와 국어 생활 11
디지털 멀티미디어 센터(DMC)의 트리플(Tripple) 서비스 미디어 융합 시대에 케이블 사업자들도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전화 및 인터넷 사업은 물론 인터넷 전송망 사업에도 뛰어들고 있다. 종합 유선 방송 사업자(SO) 들이 설립한 통합 디지털 멀티미디 어 센터(DMC) 가 한 예다. DMC는 디지털 방송을 가능하게 하는 방 송 센터로서 케이블 사업 환경이 크게 달라진다. 방송 프로그램의 단 순한 송출을 넘어 전화, 인터넷, 교육, VOD 4) (주문형 비디오) 등 다양 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통신 사업자가 추진하고 있는 IP-TV 사 업에 필적할 만하다. 현재 KDMC BSI CJ케이블넷 등 10여 개 기업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즉 방송과 인터넷, 전화 세 가지를 단일 셋톱 박스를 통해 지원하는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TPS) 가 경쟁력 있는 서 비스다. 인터넷, 미디어계의 강자로 인터넷의 등장은 과거 어느 매체의 출현보다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의 인터넷 이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민의 81%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이나 독일(60%)보다도 높은 수치다. 포털 사이트의 위력 한국의 포털 사이트들은 뉴스 제공으로 신문 등 기존 미디어를 위 협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정보 통신 산업의 기반 시설의 토대에서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나타난 특별한 현상이다. 다음 은 기 존 언론사를 비롯해 35개 뉴스 공급원 에서 하루 평균 4000여 개의 뉴스 콘텐츠를 공급받고 있다. 이 중 게재되는 것은 200~250개 정도 다. 이같이 포털 뉴스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인터넷이 갖고 있는 허브 4) VOD(video on demand): 주문형 비디오. 가입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즉시 선택해 시청할 수 있는 양방향 영상 서비스.( 컴퓨터 인터넷 정보통신용어사 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편, 두산 동아(2005)에서 인용) 12 새국어생활 제15권 제2호(2005년 봄)
구조 때문이다. 포털 뉴스 사이트는 미디어가 갖고 있는 의제 설정(어젠다 세팅) 기 능까지 담당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나 촛불 집회, 연예인 X 파일 유포 과정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인터넷 신문, 종이 신문 앞지를까 신문과 컴퓨터 통신의 만남으로 새로운 저널리즘이 선보였다. 온라 인 저널리즘 이다. 인터넷 신문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중앙 일보의 www.joins.com이나 조선일보의 www.chosun.com같이 기존 신 문사가 개발한 종속형 인터넷 신문과 딴지일보,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같은 독립형 인터넷 신문이다. 오늘날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은, 적어도 정치 사회적 측면에서는 종이 신문에 비견할 정도로 커졌다. 다만 그들이 수행하는 저널리즘의 공신력에 대해서는 아직 많 은 문제점이 지적된다. 막 오른 개인 인터넷 방송 시대 기술 발전에 따라 인터넷으로 텍스트(text)는 물론 오디오와 동영상 제공이 가능해짐으로써 일인 방송국 시대가 개막됐다. 인터넷 방송 역시 종속형과 독립형으로 구분한다. 한국에선 1995년 KBS가 국내 최초로 인터넷 방송을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MBC와 SBS가 뒤를 이었다. 한국 최초의 독립형 인터넷 방송은 지금은 경영 난으로 중단된 m2station이다. 미래에도 생존할 수 있는 독립 인터넷 방송 영역으로는 교육과 포르노 방송 사업이 꼽힌다. 블로그 미디어 시대 인터넷을 가리키는 웹(web) 과 항해 일지를 뜻하는 로그(log) 의 합성어인 블로그는 간단히 웹 게시판 + 개인 홈페이지 로 볼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칼럼, 일기, 기사 등 다양한 형식으로 기록하는 것인데, 다른 네티즌과 토론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나만의 공 특집 매체 환경의 변화와 국어 생활 13
간이란 점에서 개인 홈페이지와 비슷하지만 구성이 단순하고 제작이 나 관리, 업데이트 등이 훨씬 간편하다는 점이 차별적이다. 본격적인 블로그 시대는 1999년에 개막된다. 그러나 2004년 대선이 큰 전환점이다. 대선을 계기로 인터넷의 블로그들이 매우 효과적인 정 치적 도구로 자리 잡았다. 전쟁 블로그에 이어 정치 블로그가 정착되 었다. 2004년 대선 후보 TV 토론회와 공화당 및 민주당 전당 대회에 선 블로거(blogger, 블로그의 운영자, 주인) 전용 취재석이 마련됐다. 드디어 2005년 3월엔 블로거 개럿 그래프가 백악관 출입 기자석을 확 보했다. 기존 주류 언론과 같은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최근 블로거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경우 1000 만 개, 미국의 경우 개인 혹은 그룹 블로그가 800만 개를 넘어서고 있 을 정도다. 블로그 문화의 확대 속도는 초스피드적이다. 영향력도 막 강하다. 물론 블로그를 저널리즘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계신문협회 등 미디어 단체들이 블로그를 미디어의 한 유형으로 보기 시작했다. 통신의 스마트 폰 시대로 2004년 SK텔레콤은 모바일 채널을 확대해 방송을 중계했다. 모바일 방송 유료 서비스인 네이트 에어(NATE AIR) 를 처음 선보인 데 이 어 8개 채널을 추가로 늘려 무선 인터넷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네이 트 에어가 제공하는 채널은 모두 10개다. 경쟁 통신 업자인 KTF 역시 다양한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KBS SBSi imbc등 지상파 3사와 가장 먼저 모바일 방송 업무 제휴 계약을 체 결했던 KTF는 다양한 서비스에 돌입했다. LG텔레콤도 한결 향상된 모바일 방송 서비스를 선보인다. 전화 등 기존 사업으론 위기를 맞고 있는 통신 사업자들은 방송 및 멀티미디 어 사업으로 진출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14 새국어생활 제15권 제2호(2005년 봄)
4. 기존 미디어에 미친 영향과 전망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최근 한국의 미디어 발전 동향을 살펴보면 잡지와 신문 등 인쇄 매체와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이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신문을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가구 수는 전체 가 구 중 41%로 줄어들었다. 반면에 거의 모든 집에 TV 수상기가 있을 뿐 아니라 케이블 방송 가입자 가구가 1200만을 넘었다. 인터넷 서비 스 가입률은 전국 가구의 75%를, 휴대 전화 가입자는 전체 성인 인구 의 72%를 넘어섰다. 영상 문화는 범람하지만 읽기 문화는 쇠락하고 있는 것이 한국 현실이다. 한국 신문은 어떤 위기를 겪고 있는가 현재 한국 신문의 위기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구독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줄어드는 파이 (pie) 안에서 신문 간의 반목은 깊어 간다. 조사 전문 기관 닐슨미디어리서치가 최근 신문 이용 실태 를 조사한 결과 불과 5년 만에 한국 전체 가구 구독자의 17%가 신문 을 끊었다. 저널리즘의 제왕 격인 신문이 우리나라에서 쇠퇴한 원인으로는 질적인 면에서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신문 자체의 한계 인 터넷 매체 등 뉴 미디어의 거센 도전 신문의 과당 경쟁, 방송 인터넷 매체와의 갈등, 메이저 신문과 마이너 신문 간의 정파적 대립 등 이른 바 미디어 전쟁으로 인한 독자들의 외면 등이 꼽힌다. 지난해 12월 31 일에는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 과 언론 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 까지 국회에서 통과됐다. 금년 4월에는 신 문 시장에서 신문 고시를 위반한 불법 경품이나 무가지를 제공할 때 이를 신고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신문 시장 신고 포상제 도 실시됐다. 외부에서 신문 산업을 더욱 옥죄는 환경이다. 위기 탈출의 대안으로는 원 소스 멀티 유스, 곧 멀티 윈도(multi window)가 거론된다. 콘텐츠 산업은 사양 산업이 아니라 성장 산업이 라는 것이다. 신문의 퇴조란 인쇄된 접힌 종이 를 통한 콘텐츠의 유통 특집 매체 환경의 변화와 국어 생활 15
경로가 축소되는 것일 뿐이다. 콘텐츠의 질과 차별화 경쟁은 더욱 치 열해질 것이다. 마지막 승부처는 결국 콘텐츠 싸움이다. 누가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달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추락하는 지상파 방송의 미래는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한국 TV 시장, 특히 지상파 방송 시장의 게 임의 법칙이 바뀌고 있다. 최근 MBC 사장이 된 최문순 사장은 지상 파 TV의 위기를 지적했다. 특히 공영 방송은 나이든 사람의 매체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인터넷 등 뉴 미디어의 충격을 가장 심하게 받은 미디어는 지상파 방송이다. 2004년 미국 신문 협회가 조사한 통 계에 따르면 청년층의 50%가 인터넷에 접속하면서 TV 시청을 줄였다 고 대답했다. 우리도 이와 유사한 조사 결과가 있다. 한국 지상파 방송은 아직 시장 진입을 막는 법의 보호 아래 여전 히 독과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고 있다. 새로 운 미디어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KBS와 MBC 등 한국의 지상파 방송은 강도 높은 구조 조정 을 강행하고 있다. 대안으로 세계 속으로 뻗어 가야 먹을거리가 있다 는 것이다. 겨울 연가 한 편의 드라마가 일본에서만 3조 원을 벌어들 였다.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는 케이블 방송 1995년 3월에 출범한 케이블 방송은 양적인 성장을 했다. 케이블 가입자는 개국 당시 22만 9469 가구에서 2004년 1200만 가구를 넘었 다. 60배 이상의 성장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외화 내빈인 측면이 있다. 케이블 시청률 상위 10위권 안에 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스포츠 채널이 차지하 고 있다. 재탕 삼탕이 기본으로, 볼 것이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1만 원도 채 되지 않는 낮은 이용료 역시 케이블 방송 사 16 새국어생활 제15권 제2호(2005년 봄)
업 발전에 걸림돌이다. 중계 유선(RO) 의 종합 유선 방송 사업자 (SO) 전환, 저가 덤핑 경쟁 등으로 2004년 기준 월평균 이용료가 겨 우 5000원이다. 그러다 보니 방송 채널 사용 사업자(PP) 에게 나눠 줄 수신료가 부족하고 방송 채널 사용 사업자들은 재원을 자체 제작물에 투입하지 못하는 등 빈곤의 악순환 이 거듭돼 왔다. 케이블 업계를 살리기 위해선 전국을 4~5개 사업 권역으로 분할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로운 인수 합병이 가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다. 특히 거대 통신 자본의 진입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규제 완화를 통 해 몸집을 키워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은 디 지털 시대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송 프로그램 + 전화 + 인터 넷 사업 을 동시에 운영하는 트리플 서비스 가 가능한 디지털 미디어 센터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우는 위성 방송, 미래는 2002년 3월에 본방송을 시작한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화질 고음질 서비스, 다채널 서비스, 위성의 특 징인 동시성과 광역성을 이용한 전국 방송으로 출범했다. 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데이터 방송 서비스, 프로그램별 시청료 납부 방식(PPV, pay-per-view) 서비스, 전문 오디오 채널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물론 방송 시작과 함께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 나 왔다. 컨소시엄에는 KT, KBS와 MBC 등 정부 소유 혹은 정부가 입김 을 행사할 수 있는 사업자들이 참여했다. 민영 기업이 디지털 사업을 맡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데 이를 역행한 셈이다. 또한 케이블 방송의 채널 사용 사업자(PP)와 프로그램 공급자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위성만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리한 마케팅과 새로 운 수익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스카이라이프는 자본금 3000억 원을 잠식한 상태다. 경영 위기를 맡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의 새로운 투자 자를 찾지 못하면 도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케이블 방송과 DMB 등 무한 경쟁 시대를 맞아 스카이라이프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 다. 따라서 새로운 재원과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특집 매체 환경의 변화와 국어 생활 17
통신, 위기이자 기회 디지털 시대에 통신 역시 수해자이자 피해자다. 인터넷 전화가 발전 하면서 통신 사업자의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 이동 통신 가입자 역시 포화 상태를 이뤄 기존 통신 사업은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다. 와이 브로(무선 인터넷), 라디오 채널 서비스(RFRD), 홈 네트워트 등 신규 사업을 개척하고 있지만 아직 수익 모델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 이다.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은 통신 사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 을 통해 국내외 전화를 거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 무료 전화 Skype 는 통 신 사업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Skype는 사업 시작 1년 만에 전 세 계 가입자 8000만 명을 확보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또 통신 사업자들은 다른 매체와도 시장을 나눠 가져야 한다. 케이 블 사업자들도 인터넷 및 전화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니 이중 삼중으 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통신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비 즈니스를 창출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현재 통신 사 업자들은 통신망의 부가 가치를 높이기 위해 홈 네트워크는 물론 VOD(주문형 비디오)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엔 IP-TV (인터넷 프로토콜 기반의 텔레비전. 인터넷 방송.)라는 이름으로 방송 영역을 넘보고 있다. 5. 미디어 대전쟁이 시작되다 매체 이용의 혁명적인 변화가 현재 진행형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 털로, 대중( 大 衆 )에서 분중( 分 衆 )으로, 일방향에서 쌍방향으로, 소극적 수용에서 적극적 참여로, 수직적 정보 전달에서 개방형 네트워크로 그 리고 언제 어디서나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 가 도 래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미디어의 권력 지도와 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신 18 새국어생활 제15권 제2호(2005년 봄)
문 출판 잡지 지상파 방송 케이블 TV 및 위성 방송에 디지털 멀티미디 어 방송(DMB), 인터넷 방송(IP-TV)까지 어우러져 미디어의 다중 분할 시대가 오고 있다. 이런 다매체 환경의 변화는 근본적으로 무한 경쟁 논리를 내포한 다. 특히 인터넷의 발전으로 콘텐츠=무료 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게 미디어 업계로선 부담이다. 미디어 시장의 개방 움직임이 가속되고 있 고, 미디어 산업은 세계 미디어 자본과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렇게 미디어의 종류와 경쟁자는 많아지는데 소비자나 수입은 한 정돼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한판 미디어 대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 오고 있다. 독자나 시청자 등 미디어 이용자들은 무한대의 시간을 미 디어에 바칠 수 없다. 기업의 광고 파이도 한정돼 있다. 산업 구조의 재편으로 세계 시장을 노리는 국내 대기업들은 국내 광고를 줄이고 해외 집행분을 늘린다. 인터넷을 통해 직접 마케팅이나 홍보가 가능하 기 때문에 매스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도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미디어 대전쟁의 양상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신주류 헤게모니 쟁탈전 이다. 우파와 좌파 혹은 보수와 진보, 신문과 방송, 인터넷 미디어군, 여당과 야당, 시민 단체 등이 미디어와 맞물려 복잡한 전선을 형성한다. 이미 지난 대선 때부터 메이저 신문 대 마이너 신문, 메이저 신문 대 공영 방송, 메이저 신문 대 인터넷 신 문 등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미디어의 헤게모니 쟁탈전이다. 지 적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대중의 동의를 얻을 수 있고, 영향력도 행사 할 수 있다는 사고에서 누가 헤게모니를 잡느냐가 중요하다. 둘째, 수익원에 대한 전쟁이다. 특히 광고에 집중된다. 지상파 방송 은 걸핏하면 실패한 미국 모델인 중간 광고와 가상 광고 도입을 요구 한다. 한정된 광고 파이를 더욱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각 매체들은 줄어 가는 광고 시장을 놓고 양보 없는 전쟁을 벌 여야 한다. 셋째로 미디어 지형의 변화와 경영의 위기는 내부 구조의 변화도 특집 매체 환경의 변화와 국어 생활 19
강요한다. 때로는 노선과 자리를 놓고 큰 갈등이 표출될 수 있다. 향후 미디어 대전에 어떤 전선이 형성되는 되는가 먼저 저널리즘 차원이다. 이념을 놓고 싸우는 정파 대 정파 미디 어, 또 반대로 정파 대 객관 미디어의 전선이 생겨난다. 미디어가 좌 우로 갈려 상호 때리기 를 할 수 있다. 둘째, 경영 방식 차이다. 미디어를 국제 네트워크나 세계적 사업으 로 키우려는 세력과 외국 자본이나 외국과의 연대를 좋지 않은 시선 으로 보는 세력과의 싸움이다. 미디어 국수주의 와 미디어 국제주의 간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다. 오마이뉴스가 세계 시민기자 를 외치면 서 세계로 향하는 전략은 과거의 폐쇄적 진보와는 차별적인 태도다. 셋째, 대중주의와 전문가주의가 한판 붙을 수 있다. 온 오프 공간 (on-off 空 間 )에서 군중(Mob) 의 형태로 미디어 활동을 하기도 하고 전문가로 등극할 수도 있다. 여론 몰이를 위한 수평적 군중의 형태와 사이버상에서 족장이나 추장이 되려는 전문가적 형태가 한판 대결을 붙게 된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웹 사이트와 그 반대편 에 서 있는 블로그와의 대결 국면도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 대전쟁 시대,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먼저 인식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유주든 기자든 종사자든 지 금이 미디어 시대일 뿐 아니라 미디어 빅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 아야 한다. 둘째, 변화 추세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과 시 장의 반응, 그리고 세계적 표준(글로벌 스탠더드)을 파악해야 앞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포시스(Morphosis: 변형) 다. 즉 버릴 것은 과감히 버 리고 새로운 변화와 변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다. 수용 자의 생활 양식의 변화를 읽어 즉시 변화된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국 제 정세 변화도 꿰뚫어야 한다. 이것이 미디어 세계를 개척하는 가장 20 새국어생활 제15권 제2호(2005년 봄)
중요한 원동력이다. 따라서 비켜 갈 수 없는 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국가(정 부) 정책의 수준과 시민의 역량이 한국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참고 문헌 김택환 이상복(2005), 미디어 빅뱅, 한국이 바뀐다, 박영률출판사. WAN(세계 신문 협회) 발표 자료들(www.wan-press.org). 특집 매체 환경의 변화와 국어 생활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