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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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사연구자료-이야기방 hwp

목 차 국회 1 월 중 제 개정 법령 대통령령 7 건 ( 제정 -, 개정 7, 폐지 -) 1.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 1 2.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 1 3.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 2 4.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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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병해충 방제규정 4. 신문 방송의 보도내용 등 제6 조( 조사지역) 제5 조에 따른 발생조사는 다음 각 호의 지역으로 구분하여 조사한다. 1. 특정지역 : 명승지 유적지 관광지 공원 유원지 및 고속국도 일반국도 철로변 등 경관보호구역 2. 주요지역 : 병해충별 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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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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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법 시행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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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 이 6) 위 (가) 나는 소백산맥을 바라보다 문득 신라의 삼국 통 일을 못마땅해하던 당신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하나가 되는 것은 더 커지는 것이라는 당신의 말을 생각하면, 대동강 이북의 땅을 당나라에 내주기로 하고 이룩한 통 일은 더 작아진 것이라는 점에서,

호랑이 턱걸이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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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b 2) 짜내어 목민관을 살찌운다. 그러니 백성이 과연 목민관을 위해 있는 것일까? 아니다. 그건 아니다. 목민관이 백성 을 위해 있는 것이다. 이정 - ( ᄀ ) - ( ᄂ ) - 국군 - 방백 - 황왕 (나) 옛날에야 백성이 있었을 뿐이지, 무슨 목민관이 있 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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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도 2013년 12월 16일 제15호 너희들 인도가면 고생좀 할거야 평소처럼 정신없는 최형은 기자의 정신없는 인도 평화여행 후기 인도 다녀왔다. 왠지 일어나면서부터 머리가 살짝 아팠다. 할머니가 사다주신 젤리 2통을 가방에 쑤셔 넣고 아빠 차에 실려 인천 공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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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되지만,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광주지역 민주화 운동 세력 은 5.18기념식을 국가기념일로 지정 받은 데 이어 이 노래까지 공식기념곡으로 만 들어 5.18을 장식하는 마지막 아우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걱정스러운 건 이런 움직임이 이른바 호남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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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2일 사랑의 동삭교육 제 호 (2월) 년 2월 12일 사랑의 동삭교육 제 호 (2월) 6 겨울이 되면 1-4 박지예 겨울이 되면 난 참 좋아. 겨울이 되면 귀여운 눈사람도 만들고 겨울이 되면 신나는 눈싸움도 하고 겨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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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알고보면 질병! 울산금연지원센터 센터장 유 철 인 교수 금연으로 치료하세요. 울산금연지원센터는? 2015년 6월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시작된 울산금연지원센터는 울산 대학교병원과 울산금연운동협의회의 문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금연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교 밖 청소년,

無爲旅行의 세상에 대한 삿대질 005

지 생각하고,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이 작업을 3번 반복 하는 것만으로 하루가 다 간다. 그들이 제작진에게 투쟁하는 이유는 그들이 원하는 재료를 얻기 위해서다. 그 이상의 생각은 하고 싶어도 할 겨를이 없다. 이 땅은 헬조선이 아니다.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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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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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후 가구수 현 행 조 후 가구수 가구수 비 장호원 진암5 468 부 발 무촌3 579 백 사 현방 증포1 448 증 포 갈산1 769 진암5 281 기존 자연마을 진암 코아루아파트 369세대 무촌3 271 기존 자연마을 무촌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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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14 BROWN Education Webzine vol.3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목차 From Editor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Guidance 우리 아이 좋은 점 칭찬하기 고맙다고 말해주세요 Homeschool [TIP] Famil

3) 지은이가 4) ᄀ에 5) 위 어져야 하는 것이야. 5 동원 : 항상 성실한 삶의 자세를 지녀야 해. 에는 민중의 소망과 언어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입니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가능성은 이처럼 과거를 뛰어넘고, 사회의 벽을 뛰어넘고, 드디어 자기를 뛰어넘 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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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외구사( 三 畏 九 思 ) 1981년 12월 28일 마산 상덕법단 마산백양진도학생회 회장 김무성 외 29명이 서울 중앙총본부를 방문하였을 때 내려주신 곤수곡인 스승님의 법어 내용입니다. 과거 성인께서 말씀하시길 道 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어울려야만 道 를 배울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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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대중교통 전용지구 조성 아름다운 변화열린구정행복도시 연세로 대중교통 전용지구 조성 신촌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연세로 대 중교통전용지구(Transit Mall) 조성사업을 9월 28일 토요일 정오 12시에 착공 합니 다. 승용차와 택시의 통행을 제한하고 버 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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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고1 전국연합학력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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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본]햇쨍소식지_2009_여름호.hwp

2 종편 시사토크 출연 `편향성 심각' 친여 64%, 친야 15% 채널A <뉴스스테이션 친여> 83% 본격 선거기간이 시작된 지난 1월 14일(선거 90일전)부터 2 월 13일(선거 60일전)까지 모니터 대상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 치 이슈를 다룬 출연자들의 구성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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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2009사업계획(v5.0)-3월5일 토론용 초안.hwp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에 대해 사실이 아닌 주장을 쏟아내고, 지도부를 향한 음해와 비난을 일삼으며 방송용으로는 적 절하지 않은 표현들을 남용한 것에 대해 심의를 요청한다는 민원에 대해 방송내용을 확인하고 논의한 결과, 진행자(장성민)와 출연자(김태현 변호사, 이종훈

우왁~ 벌써 하루가 다 갔어! 우왁~ 내일 모레면 또 한 살 더 먹잖아! 사실 10대 때는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느낌이 별로 없죠. 하지만 슬프게도 20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시간이 20km, 30km, 40km로 걷잡을 수 없이 가속도를 내기 시작합니다. 속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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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ORGA ORGANIC MILK ORGA LIFE / 6 글.한정혜 자유기고가 사진.Tone Studio 일러스트.박경연 제주의 맑은 바람과 물, 햇볕을 고스란히 품은 자연의 선물 올가 유기농우유 소의 건강과 소가 먹는 것이 우유의 질을 좌우합니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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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2010 9월재출

Ⅰ. 머리말 각종 기록에 따르면 백제의 초기 도읍은 위례성( 慰 禮 城 )이다. 위례성에 관한 기록은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세종실록, 동국여지승람 등 많은 책에 실려 있는데, 대부분 조선시대에 편 찬된 것이다. 가장 오래된 사서인 삼국사기 도 백제가 멸망한지

August 우리 민족은 홍익인간 弘 益 人 間 의 이념 아래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교육의 전통을 이어왔습니다. 특히 선조는 지식에 앞서 덕을 쌓기 위한 수양으로서 교육을 행했습니다. 또한 군사부일체 라 하여, 제자는 스승을 또 다른 군주, 부모로서


치밀한 시간 계산으로 한 치의 오차 없이 여행일정을 계획하지만, 상황이 항상 뜻대로 돌 아가지는 않는다. 인도에서는 철로가 끊겨 있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인디언의 공격을 받 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항상 침착하고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며, 때로는 일정에 차질이 생 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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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우연히 안나를 알게 되고, 이후 두 사람은 서로 격렬한 사랑에 빠진다. 결국 안나가 브 론스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자, 브론스키는 안나가 카레닌과 이혼하고 자기와 함께 새로 운 생활을 하길 바라지만, 안나는 아들 때문에 망설인다. 한편, 카레닌은 브론스키를 사랑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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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눈오는 날의 단상 박 석 기

소개글 스무살, 서른살, 그리고 마흔살까지의 이야기

목차 1 비 내리는 날의 단상 whole story 7 2 청승.. 이러지도 못한다면 터질 것 같아 14 3 눈 내리는 날 기억의 총집합 16 4 슬프지 않은데 눈물이 나온다 18 5 너와의 잠자리 20 6 결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22 7 사랑2 23 8 헤어지고 하는 사랑 1 24 9 자유 26 10 연애학원론 - 헤어지기 28 11 연애학원론 - 감정쌓기 31 12 연애학개론 3 - 다지기 34 13 연애학개론 2 - 또 만나기 38 14 연애학개론 1 - 말걸기 42 15 이화우흩날릴제 울며잡고이별한님 46 16 술에 대한 고찰 2 51 17 술에 대한 고찰 54 18 내 인생의 미녀 57 19 술에 대한 고찰 3 61 20 My Private 63 21 My Favorite 68 22 돈은 요새이고 가난은 폐허이다 71 23 눈내리는 날의 단상 November Snow 78 24 추억 버리기 80 25 발렌타인데이 82

26 사랑낙서장 85 27 찬바람이 불어 마음이 식으면 87 28 2009년 가을, 추억은 기억의 다른 이름일 뿐 89 29 시청앞 지하철역에서 90 30 소주와 인생 92 31 희망이 있으면 살만하다 94 32 자기별로 돌아가기 싫은 화성 남자 96 33 사랑, 그 가슴뛰는 울림 100 34 사랑하는 일과 살아가는 일 102 35 싹튼 사랑이 자라다 103 36 사랑은 묻어나는 그리움이다 105 37 술에 대한 고찰 7 107 38 사랑, 그 끝없는 이야기 109 39 시간이 정말 약이 됩니까 111 40 십년된 일기를 읽으며 113 41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던져 버리다 116 42 더 이상은 관계없는 타인에게 118 43 소리를 멀리 보내기위해 종은 더 아파야 한다 120 44 2007년의 장마 122 45 눈내리는날의단상 another 124 46 내 눈에 콩깍지 127 47 마무리 128 48 나는 여자의 눈물을 믿지 않는다 130 49 너무 힘들다 너무 보고싶다 132 50 사랑은 언젠간 추억으로 그친다 134

51 사랑의 정체 136 52 술에 대한 고찰 6 138 53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139 54 숨을 쉬어도 가슴이 답답하다 141 55 눈내리는 날의 단상 sunflower 142 56 과거밖에 없는 인생 144 57 이제 다른 사람이 보인다 146 58 사랑, 그 끝없는 찌질거림 148 59 아무나 사랑하며 150 60 너를 보아야 죽을 수 있다 152 61 사랑, 나보다 앞서는 내 마음 154 62 눈내리는 날의 단상 Telephone 156 63 술에 대한 고찰 4 159 64 시월병 161 65 눈내리는 날의 단상 Letter 162 66 십년만에 165 67 비가 내리면 167 68 내가 생각하는 슬프다는 건 170 69 그대라도 행복하기를 172 70 마지막 목소리 174 71 사랑, 너는 죽어도 모를 내 마음... 176 72 부담스런 여자가 필요하다 177 73 결혼하면 외롭지 않은가 179 74 눈 내리는 날의 단상 Memory 182 75 십이년전 이맘때.. 185

76 물위의 상반신 물속의 하반신 188 77 눈내리는 날의 단상 Novel 190 78 눈내리는 날의 단상 Remember 198 79 서른세번째 크리스마스 200 80 1. 내 인생의 미영이 202 81 2. 내 인생의 은영이 206 82 3. 내 인생의 희정이 212 83 첫눈 오는 날 217 84 눈내리는 날의 단상 Cyworld 219 85 눈내리는 날의 단상 Endure 223 86 다시 말해봐.. 이번엔 잘 생각해서 226 87 눈내리는 날의 단상 Friend 229 88 이화우흩날릴제울며잡고이별한님 232 89 눈내리는 날의 단상 Goodbye 236 90 눈내리는 날의 단상 Try to Forget 240 91 눈내리는 날의 단상 Remember 242 92 눈내리는 날의 단상 Standing 244 93 눈내리는 날의 단상 Sketch 246 94 눈내리는 날의 단상 Episode 249 95 눈내리는 날의 단상 Impression 252 96 눈내리는 날의 단상 Female 254 97 눈내리는 날의 단상 Male 259

비 내리는 날의 단상 whole story 2014.12.07 01:03 비가 내리는 밤입니다. 지금이야 어떤 의미도 될 수 없지만 언젠가 이 마음 떠나보낼 날을 위해, 잊고 있었던 선물 하나 기억해냅니다. 보면 미소지어지고 만지면 더욱 귀여운 그리운 향기에 아름다운 노래가 나오는 난초같은 기록 하나 적어둡니다. 한 여인을 사랑했습니다. 사무치게. 비록.. 그때는 몰랐었지만. 웃음이 해맑아 주위 모든 이가 나를 부러워 함에도 살가운 애교에 언제나 많은 선후배가 따르는 그녀를 소유했음이 미처 복에 겨운 행복인 줄 전혀 모르고 그저 나를 진짜 좋아해 주는 누군가가 있음을 뿌듯해만 하던 못난 사랑을 했습니다. 눈부신 가을하늘 같던 우리가 이렇게 끝날 줄 상상도 못했기에 지금껏 아파하고 또 아파합니다. 구름이 터져버렸는지 하늘이 무겁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두꺼운 빗줄기가 새카만 지붕 위에 따갑게 쏟아집니다. 쏴아하는 빗소리 외 아무것도 들리지 않지만, 시끄럽지 않습니다. 통쾌하기까지 합니다. 휴대폰을 확인해봅니다. 실소가 나옵니다. 리오 맥주 한 캔을 따고 노트북의 음악을 켭니다. 비 내리는 날의 단상 whole story 7

우리 첫 만남은, 오늘밤과 완전 다른 건조한 12월의 겨울 밤이었습니다. 약속장소인 강남이 아니라 그녀가 사는 집 근방으로 장소를 옮기자 하여 난생처음 밟아본 응암동, 그곳에서 만춘의 푸르른 잎사귀 같은, 그녀를 만났습니다. 그녀와 나눈 말이 몇 마디나 됐을까. 여자에 별 관심없다며, 난 싸구려 회 한 접시와 매운탕으로 그녀를 대접했었습니다. 두번째 만남은, 해가 바뀐 며칠 후 우린 주선자의 의도 아래 종로 매운낙지볶음집에서 다시 보게 되었고 그날 이후로 인사동, 공개음악방송, 콘서트장, 왜목마을, 정동진을 함께 했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단상 whole story 8

밤기차 불편한 시트에서 곤히 잠든 채 쌕색거리던 숨결을 기억합니다. 작지만 언제나 체온으로 가득했던 그녀의 손을 기억합니다. 수줍게 나를 바라보던 그 시선을 기억합니다. 장난같은 사소한 일거리로 듬뿍 즐거워하고 어설프게 연출된 무드에 작은 흥분을 느끼는 선물 보따리 같은 여자였음을, 기억합니다. 받기만 해서 아쉬운 줄 몰랐던 그때, 사랑하고도 사랑하는 줄 모르는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별것도 아닌 일에 즐거워하고 같이 걱정해주던 시절, 생각해보면 픽 나오는 웃음에 늘 같은 자리에 꽂혀있는 오랜 앨범 꺼내 본듯 반갑습니다. 추운날 만날 땐 뜨거운 캔커피를 미리 사서 살짝 코트 호주머니에 넣어주고, 버스 몇 정거장 정도의 먼길을 손잡고 떠들며 걷고, 사부작사부작 남산을 오르고, 이태원에서 째즈를 마시고, 떡볶이, 파스타, 국밥집, 유명 재래시장과 맛집들을 탐방하고, 가끔 싸구려 해외여행도 가고, 매운족발, 홍합밥에 소주 한잔 차려놓고 낄낄대고, 주말엔 청계천, 서오릉, 주중엔 야구장을 다니며 시간을 나누었습니다. 여섯개들이 캔맥주와 육포를 챙겨서 남산 야경을 즐기고, 그저 아무말 없이 내 어깨에 기댄 그녀의 머릿냄새에 행복했습니다. 키스하기 전에 그녀 입에 묻은 와인이 좋았습니다. 그녀만의 머릿내, 살내가 좋았습니다. 난 그녀와 걷는 길에서 내 소중한 꿈을 보았고, 같은 꿈에 도착하고자 그녀에게 함께하자 말했습니다. 땅콩처럼 평생 한 집에서 둘이 같이 살겠다 다짐했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단상 whole story 9

내일의 출근을 위해 하고싶은 말을 다 못했던 저녁과 자신의 편이라고는 남편 밖에 없는 시댁에서 살고 있음을 알면서도 바쁜 일상을 핑계로 안일하게, 그녀의 외로움을 혹는 무심결의 고백을 못 들은 척했습니다. 완전한 행복은 커녕 비슷한 행복조차 선물해주지 못했습니다. 가장 가슴 아픈 건 드레스룸에서 혼자 울고 있는 그녀와 마주했던 밤, 이렇게 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숨을 쉴 수 없다며 가슴을 탁탁 치던 울먹이며 부탁해오던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그저 내가 더 잘하겠노라고 대답했던 나, 내가 문제였습니다. 날 사랑해 힘이 든다기에 놓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쓰러움을 글썽이는 눈으로 행복해야 한다고 밤새도록 대화를 나누며 참아야 했던 슬픈 거짓말. 그녀는 응원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했던 것을 알고있기에 이제까지 후회하며 진정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고 있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을 밤늦게 귀가하는 아내와 나누는 대화는 점점 줄어들었고 남편의 도움을 받지 못한 그녀는 그렇게 혼자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슬픔이 눈물로 고였던 걸까요. 헤어지고 싶지 않았는데, 행복하라 잘 살라는 말이 서둘러 나왔습니다. 비 내리는 날의 단상 whole story 10

말도 제대로 못하며 안쓰럽게 울고있는 그녀는 내 안에서 늘 애기였고 귀한집 세째딸이였습니다. 결국, 못난 나는 끝까지 잡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잠시만 떨어져 있겠다던 그녀와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변명의 여지없이, 난 그녀보다 날 더 사랑했던 것입니다. 세상엔 못난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기에, 잊혀지길 바라진 않았지만, 그래도 잊어달라 말했습니다. 모질던 이인삼각의 달리기가 끝났습니다. 모두를 팔아 마련했던 가난한 자의 축제는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둘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 아니었던 걸까요. 그래도 서로가 미워 헤어진 건 아니었는데, 아니 그런 줄 알았는데 우리 헤어진 이유를 정확히 모르는 건 나 뿐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못잊을텐데 사랑하면서 살아야지 별 수 있나요. 하기사 세상에 행복한 결말이 몇이나 될지 그저 인연이 짧아서, 내가 못난 탓이라고 할 밖에요. 비 내리는 날의 단상 whole story 11

일 년에 한두 번은 거북이마라톤에 참가해 서로의 저질체력을 놀려주고, 김밥 세 줄과 콜라비, 사과를 잘라서 산에 올라 땀 닦으며 나눠먹고, 바위 옆 공터에서 다리를 베고 누워 그녀를 올려보며 우리 살아갈 얘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눈가에 주름이 생길 때쯤 이 땅의 소나무가 아닌 적도 어디 야자나무 아래에서 인생을 담은 미소를 품고 싶었습니다. 열국의 햇살에 그을린 하얀 웃음으로 그녀의 등에 묻은 백사장의 산호가루를 털며 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백사장도 산호초도 없는 치앙마이에 혼자 있습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차가운 비가 내립니다. 이 더운 나라에도 겨울이 있습니다. 건기인 겨울에 비가 내리는 날은 흔치 않습니다. 갈라진 마음에, 마른 눈가에 비가 묻습니다. 남아있는 쪽지메모와 편지를 읽어봅니다. 익숙한 글씨체.. 코끝에 시린 비냄새가 전해집니다.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이 삶이 나 혼자만의 꿈이 아니었음을 실감합니다. 그래 내가 너를 잊어 니가 행복하다면, 기쁘게 잊어야 하겠지. 그래야 하겠지.. 잘 사시게. 내 사랑. 안.녕. 비 내리는 날의 단상 whole story 12

비 내리는 날의 단상 whole story 13

청승.. 이러지도 못한다면 터질 것 같아 2014.12.03 22:07 실비집에 갔었다. 너 없는 우리 자리. 사장님 질문을 웃어넘기며 너 없이 소주 한잔, 쓸쓸하다. 양념없는 콩나물무침, 누룽지, 마늘 가득한 낙지볶음을 입에 넣는다. 조개탕 한숟갈, 무능한 중년에 술을 먹인다. 얼핏 매워서 서린 눈물 앞에 잠깐 살짝 어리우는 너의 얼굴. 이대로는 살아갈 수 없다며, 혼자서 나를 기다리고 싶다며, 애써 나를 노려보던 착한 눈빛.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청승.. 이러지도 못한다면 터질 것 같아 14

난 다름없이 숨쉬고, 다름없이 먹고 자는데도 이상하게 사는 것 같지 않고, 사실 너 없이 잘 살아가고 있는데 희한하게 뭔가 늘 답답하다. 이 정도면 됐겠지 다시 사랑해도 되겠지 여태 기다렸으면 됐겠지.. 겨우 마신 한병반에 눈 앞이 미끌거린다. 청승.. 이러지도 못한다면 터질 것 같아 15

눈 내리는 날 기억의 총집합 2012.10.26 14:51 청량리 낡은 상가 버스정거장 앞 보도블럭 차도와 인도 사이 표시석에 걸터앉아, 면목동 서일전문대 앞 그 길 위 용마산 입구에서 택시에 너를 실어보내며, 신철원 고석정 대충 씻은 쌀 민박집에서 한참을 걸어나와 이른 아침 소나무 아래서, 안국동 덕성여고 진입로 오래된 찻집 촛농이 다 녹아 늘어붙어 있던 테이블에서 너를 떠올린다. 인사동 차마당의 감잎차, 꽃을 던지고 싶다의 미역국 광릉수목원에서의 숲냄새로, 상도동 숭실대 앞 호프집, 143번 버스 종점 길건너 그 작은 잔디밭에 앉아보며, 대학로 이층집을 개조해 멋스러운 까페로 개조한 커피집 매년 처음 눈이 오는 날 여기서 보자며 감싸쥐던 머그잔, 팔당 철길 옆 억새가 자욱한 까페, 춘천 강원대와 교도소 입구, 장흥유원지와 서삼릉 샛노랗게 물들어 거리를 수놓은 은행잎을 줏으며 부드럽던 하얀 볼살과 작은 손, 허벅지의 따뜻함에 미소짓는다. 첫 연애편지, 첫 하이힐, 첫 월급, 첫 외박, 첫키스 작은 입 속 가지런한 치아의 환한 미소 막차를 놓쳐 첫차를 타고 택시비가 없어 아현동까지 걸었던 길을 더듬어 본다. 그리고 너를 기억나게 하는 장소이기에 일부러 다니지 않았던 양평 양수리의 어느곳과 저 멀리 섬나라 괌, 십년을 넘어 이십년 가까이 된 일임에도 여태 지워내지 못했음을 느낀다. 내가 기껏해야 데리고 갈 수 있었던 곳은 고작 지도로 한 뼘 거리 버스, 자전거, 도시락, 피맛골.. 물질적으로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도 빈한했던 내 이십대 딱 그 시절의 내모습으로 돌아가 중화동 굴다리 밑에서 어깨 위에 쌓인 눈을 털지않고 서있는 군인을 본다. 마지막 인사를 위해 정성껏 군화를 닦고 군복을 다림질하고 찬바람을 맞고 입김을 토하며 밤을 지새던 불쌍한 젊음을 본다. 눈 내리는 날 기억의 총집합 16

미쳐 인삿말도 못 나누고 종로에 너를 내려보내기까지 버스 뒷자리에 앉아 몇 정거장 남아있는지 세기 바빴던 슬픈 청춘을 기억한다. 가난은 결코 행복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에 너의 뒷모습에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할 수 있었더랬다. 앞으론 나만 기억할 우리의 시간들에 눈앞이 흐려졌었더랬다. 잡을 수 없는 무기력한 못난 현실을 이를 꽉 물고 꿀꺽 삼켰었더랬다. 그렇게 우리 인연이 끝난 지 4년이 지나고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나고 눈오는 날의 이야기는 끝을 맺었다. 그후로 13년이 지났다. 아무렇지 않은데 분명 아무렇지 않아야 하는데 약해진 마음의 틈을 비집고 찬기운이 들어옴을 느낀다. 내개 늦가을은 늘 이랬다. 어김없이 첫눈이 오려나 보다. 눈 내리는 날 기억의 총집합 17

슬프지 않은데 눈물이 나온다 2012.03.02 16:32 넥타이를 매지 않고 출근했다. 안한게 아니라 모른거다. 평소에도 고속도로 진입로를 지나친다거나 실내등을 켜놓은 채로 집을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요즘처럼 내 정신 좀 봐 한 적은 없었다. 혼자 일어나 새벽밥을 먹고 점심시간에 인터넷신문을 보고 퇴근길에는 다운받은 동영상을 보며 집에 간다. 얼핏 별다른 것 없어 보이지만 많이 바뀐 내 하루. 바뀐게 아니라 바꾼거다. 촛점도 흐려지고 걸음도 느려졌다. 느리긴 하지만 넘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멍하지만 씩씩하게 큰소리로 농담을 한다. 미소를 잃었지만 슬퍼보이지 않기 위해 아침을 먹고, 영화를 보고, 구두를 닦는다. 그럭저럭 괜찮게 보이려 등산도 다니고 디카도 새로 샀다. 이렇게 쉼없는 일상이 차라리 편하다. 정신없이 바쁜 것도 나쁘지 않다. 별로 보고싶지 않고, 혼자도 좋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문은 잠겼고, 열쇠는 회사에 있다. 강한 척 지내온 시간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추운 봄날 문이 잠겨 펑펑 울어본다. 아무렇지 않은데 눈물이 쏟아진다. 슬프지 않은데 눈물이 나온다 18

슬프지 않은데 눈물이 나온다 19

너와의 잠자리 2012.02.03 23:42 너는 떠나기 이틀 전에 내 속옷과 양말을 사오고 비누와 물먹는하마를 채워넣고 세탁소에서 맡긴 옷을 찾아왔다. 너는 떠나기 전날 멸치와 간고등어를 사놓고 삼겹살을 구워 어머니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마지막 잠자리를 하고 마지막 아침을 같이 먹고 너의 짐이 승용차 한 대 분 밖에 되지 않음에 내가 해준게 이리도 없었구나 마른 눈물을 삼켜본다. 너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너와 인연이 없던 눈이 내린다. 내 인생 누군가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하얀 눈이 이제 너에게도 내리고 있다. 니가 떠난 뒤 집안에 넘쳐나는 샴푸와 세제와 내가 좋아하는 통조림을 보며 너없는 침대로 돌아와 몸을 누인다. 너없는 잠자리에 너와 함께 눕는다. 너와의 잠자리 20

너와의 잠자리 21

결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2012.01.07 00:34 난 정말 누구하고나 살 수 있다고 결혼생활이 뭐 어렵겠나 생각하며 살아왔었다. 그냥 살아가면서 사랑에 빠질 수도 있고 사랑하지 않더라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너의 전화가 줄어들고 존대가 낮아지고 내 문자에 답문이 안달리면서 난 슬슬 알았다 우리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사랑없이 사는게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는 걸. 오늘도 넌 부정하고 싶겠지만 니 마음은 사실대로 행동하고 있다. 이건 속일 수 있는게 아니다. 나에게 남은 건 그런 너를 깨워주는 일 나에게서 풀어주는 일 뿐이다. 결혼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였다.. 결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22

사랑2 2012.01.01 12:11 사랑은 스펙이 아니다 누군가 당신은 왜 이렇게 명품을 많이 갖고 있냐고 묻더군요 난 대답했죠 아내가 그쪽 계통에서 일을 해서 내게 선물을 많이 하더라구요 시간이 흘러 아내가 직장을 그만둔 후 어느날 누군가가 묻더군요 당신은 왜 명품이 하나도 없냐며 훑어보면서 난 대답했죠 아내가 명품이예요라고 사랑2 23

헤어지고 하는 사랑 1 2011.12.31 00:52 사랑 내가 갖고 싶은 물건보다 그 사람이 갖고싶어 하는거에 더 눈이 가고 내가 먹고 싶은 음식보다 그 사람이 먹고싶어 하는거에 더 맘이 가고 힘이 들때 날 힘들게하는 사람들을 욕하다가도 그 사람 생각하면 힘이 나고 우울하고 슬프다가도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 모두가 사실이라면.. 가진 게 없음에도 계속 뭔가 해주고 싶고 손해봐도 손해보는 느낌이 없는다게 행복하게 해주면서 내가 더 행복한게 이게 진심이라면.. 사랑 사랑이란거 가슴에 꽃핀거다. 헤어지고 하는 사랑 1 24

헤어지고 하는 사랑 1 25

자유 2011.11.03 08:34 1. 어떤 얘기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간 너와 살아 행복했다는 걸 알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나만 아는 자인지 더욱 절절히 알게 되었다. 잘하면 상을 받고 못하면 벌을 받는 게 정의라면 난 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 벌이 어떤 것이더라도 니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난 묵묵히 그 벌을 받으련다. 준비가 됐다. 다 말해봐.. 2. 같이 있어 행복하지 않다는데 할 말이 없었다. 난 현모양처가 필요했고 넌 사랑많고 풍족하고 존경할만한 니 지원군이 필요했었는데 나만 만족하고 넌 그렇지 못했다. 할 말 없다. 니가 행복한 자리를 찾아가던가 아니면 나를 만나기 전 제자리로 돌아가도 난 아무말 할 자격없다. 넌 자유다. 자유 26

자유 27

연애학원론 - 헤어지기 2005.11.21 12:21 작업의 단계 5 - "물러설 때.. 물러서기" 마들렌 헤어진다는 거.. 내게 최소한의 피해를 입히고자 상대에게 모든 피해를 뒤집어 씌우는 거.. 누구나 아스라히 가슴에 쓰리게 흘러내리는 헤어짐의 사연이 한두개 있을 것이다. 혼자 알고있지만 가끔은 들키는 척 드러내고 싶은 이야기. 그 사람없이도 잘 살고있는데, 그날의 노래만 들으면, 그 장소에만 가면, 비만 내리면 생각나는 그 사람과의 이야기. 술취한 밤.. 그날이 오기전의 예감과 헤어진 그날의 이야기.. 과연, 그녀를 위한 이별이란 내 헤어짐의 이유는 사실이였을까.. 그저 날 위한 핑계였을까. 이별이 싫어서 사랑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있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그를 바보 취급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이 옅어져 헤어짐을 감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를 십분 이해할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변한다. 자신이 유리하게, 자기의 입장에 편리하게, 자신만 상처입지 않게.. 거짓말 널 위해서 헤어지는 거야.. 모두 거짓말.. 심심해서 사랑을 하고싶다는 사람이 있다. 근데 심심해서 이별을 하고싶다는 사람은 없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가 취해서 전화하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고 한다. 더구나 한번 어긋난 사람이 늦은 시간 잔뜩 취해서한 전화는 전혀 반가울리 없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연애학원론 - 헤어지기 28

남자들은 전화를 하게된다. 감정을 모두 불사르고 남는 재의 잔류량은 얼마나 될까.. 내가 만난 모든 남자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랑이 타고 나면 미련이란 재가 남는데 여자는 참을 만큼, 남자는 평생 그리워할 만큼.. 그래도 참을 만한데 술이 굳어 있는 그 마음을 풀어헤친단다.. 여자들.. 아니다, 이해 못해도 상관없다. 그래서, 헤어지고 나서 남자는 항상 한번은 꼭 연락을 한다. 전화를 하건, 만나고 싶다고 하건, 그것도 아님 그녀 몰래 먼 발치서 쳐다만보건.. 미련 곰탱이.. 미련 곰탱이.. 전혀 엉뚱하게 전보를 보낼까도 했다. [도저히 못참겠다, 사랑해] 어느날인가 찾아온 긴급전보에 얼마나 놀랠까 발신인이 나인줄이나 알까.. 그래서 보낼까 했다. 반쯤 미친척 너의 집앞에 꽃바구니 갖다둘까 했다. 내 이름 안밝히고 생일축하해 카드 꽂아 그 한켠에 [나야 나] 쓰고 말이다. 역시 나인줄은 알까.. 바람이 들면 차마당에 찾아간다. 바람빼러 들뜬 나 달래려.. 연애학원론 - 헤어지기 29

이별 연애학원론 - 헤어지기 30

연애학원론 - 감정쌓기 2005.11.17 13:02 작업의 단계4 - "줘도 못먹냐" 손태영 이쁜 직찍들!! 또 등장했다... '병신.. 줘도 못먹냐.. 박석기 병신~' 당신은 혹시 굴러 들어온 복에 강력한 후리킥을 날린 경험이 있는가..?..... 아마 있을 것이다. 살면서, 돌이켜보면 우리네 인생살이가 모두 그렇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떠나보낸 많은 여자들은 결코 입으로 말한 적이 없었다. 그녀들은 향기로, 눈빛으로, 느낌으로, 혹은 표정으로 말했다. '눈으로 말하면 사랑을 얻는다'는 말이 있다. 여태 노총각으로 혹은 젊은 나이임에도 솔로부대 창설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많은 남자들은 과 연 눈으로 말해본 적이 있는가 반문하고 싶다. 남자가 고백을 주저하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 경우가 있겠다. 첫번째는 그녀를 너무 사랑하나 용기가 없어 다가서지 못하는 짝사랑일 경우일테고, 두번째는 그녀가 지겨워져서.. (그럴리가 있나!!) 위의 예는 일반적인 남자들의 시각에서 본 기준이고, 우리들같은 곰삭은 짱아찌 노총각의 경우는 그녀는 나를 모르고있는 짝사랑이거나, 혹 은 그녀가 나를 알고있는 짝사랑, 어쨌든 혼자 좋아하는, 두가지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 수록 겁이 없어지는 아줌마는 다르게, 남자들은 나이를 먹을 수록 감정이 다칠까 더욱 몸을 사리게 되는 것은 왜일까.. 남자는 감정을 차곡차곡 쌓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그 감정들이 꾹꾹 눌려 굳어 정말 흔들리지 않는 철옹성이 되기도 하고, 미쳐 굳기전의 콘크리트에 발자국을 남기듯 다져지지 않은 여린 마음을 여자에게 짓밟히기도 한다. 그렇게 남은 상처는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시멘트를 덧칠하지 않는한.. 그렇다면 맘에 드는 그녀에게 어떻게 내 마음을 보여야할까.. 그건 걱정의 사치일 뿐이다. (그런 여자가 있는게 어디냐!!) 남자가 자신을 숨기려 엄청난 애를 쓰거나, 혹은 그녀가 곰이 아닌 이상 남자의 감정은 뜻밖에, 너무나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럼 그녀의 마음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연애학원론 - 감정쌓기 31

앞서 말한대로 여자는 표정으로 말할 수도, 향기나 분위기로 말할 수도, 쓴소리에 단맛을 입힐 수도 있는 재주를 가졌다. (신묘술수!!) 눈으로 말하는 재주를 부리는 여자들은 남자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Yes라고 생각해서 접근하면 '치한'이 되고, 장난이거나 No라고 생각해서 웃어넘기면 남자는 '바보'가 되기 때문이다. (또그러네.. 줘도 못먹 냐!!) 여자는 남자의 눈을 보고 얘기하고, 남자는 여자의 가슴을 보고 얘기한다. 그만큼 남자는 이 세상앞에 당당해도, 여자앞에서는 소심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 경우는 짱아찌노총각의 경우를 한정지어 말하는 것임을 다 시한번 밝혀둔다. 요새 젊은 애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으니 하는 말이다. 해서, 우리 짱아찌노총각들은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차는 경우가 있다. 살아온 날들이 많아지는 만큼 과거 멀리 내찼던 '복'덩이들이 간절해지는 이유가 그것이며, 여태까지 임자를 못만난 까닭도 그것이다. 왜 여자는 눈으로 말하나.. 입 냅두구.. 그녀가 당신을 이렇게 쳐다보고 있다.. 무슨 뜻일까.. 거참.. 내 생각에 여자들은 아마 그걸 즐기고 있는 것같다. 우리들이 당황하는 거.. 그래서 더욱 창피해하고 얼굴빨개져 허둥대는 모습을.. 그게 그리도 귀엽나.. 남자와 여자가 만난지 한달이 되어갈 즈음이면 둘은 이미 많이 친해졌을테고, 성질 급한 커플 몇몇은 이미 자신들이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 맘때쯤 남자들의 마음속에서는 줄기차게 솓아오르는 욕망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사랑의 인감증명 되겠다. 물론 모든 남자가 다 그렇다라고 오인할 순 없다.. 내 주변에도 선천적으로 정신적인 사랑을 주장하는 남자가 아직 한명 있다. (우린 그를 스 님이라고 부른다!!) 녀석은 애정표시를 말이나 행동이 아닌,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으로 한다고 한다. 좋겠다.. 돈 안들어서.. 윙크 좋다는 거.. 맞지? 뭔 말이냐.. '여자도 동( 動 )한다.' 그럼 여자는 어떨가.. 내 경우 궁금한 걸 못견뎌내는 성질 때문에, 욕바가지 얻어 먹을 각오를 하고 여자들에게 참 많이도 물어봤었다. 내 생각과는 달리 그때마다 여자들은 흔쾌히 대답해주었다. 가지각색의 대답이였지만, 결론은 버킹검이였다. 남자만 그런게 아니다.. 이 말씀. 서로 만난지 한달이 되는 즈음에 남자가 느끼는 것을 여자도 똑같이 느낀다..는 말씀되겠다. 물론 우리 짱아찌노총각들은 쇠뿔 뽑듯 단숨에 만리장성을 쌓고 싶어하는 거 안다.. 쫌만 참자.. 워~ 워~ (또한번 프리킥을 찰 셈이냐!!!) 그럼, 그런 그녀의 마음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연애학원론 - 감정쌓기 32

눈으로, 표정으로, 그날의 향수로 말하는 그녀의 마음을 어떻게 읽을 것이냐.. 그녀와 영화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교외로 드라이브도 나가고, 고궁을 산책하고, 야구나 농구관람도 하고, 연극도 한편 보고, 콘서트도 가고, 술먹고 손금도 봐주고, 노래방도 가고.. 이렇게 한달이 후딱 지났다. 그녀가 너무 맘에 든다. 자, 이제 어떻게 감정을 쌓아나갈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둘이 '자야한다'. 같이 잔다는 것은.. 굳이 밀란쿤데라의 유명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펼쳐보지 않아도 그 느낌과 결과를 알 수있는 나이.. 우리는 이미 그런 나이가 되 었다. 같이 잔다는 것은, 둘이 섹스를 한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우린 알고 있다. 그럼 그 방법말고는 감정쌓는 방법이 없냐구? 있지.. 있는데 말이지.. 왜 지름길이 있는데 돌아가려는지 모르겠네.. 감정을 쌓는 다는 건, 앞으로 더욱 곤고해지기 위한 둘의 돈독함의 응집 과정이며, 상대방이 나를 향해 가진 호감의 깊이 확인이며, 감정의 절정에 달한 서로간에 애정의 절제없는 표현인 것이다. (아주 작은 이유로는 속궁합을 맞춰볼 수도 있구.. 무시할 순 없잖아.. ) 신혼여행 이런 취향이라면.. 정말 곤란하잖아.. 덤으로 그녀와 내가 앞으로 가족이 될지 않될지, 내가 그녀를 더 좋아하는지 그녀가 날 더 좋아하는 지 알 수도 있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자신을 더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하는 게 상대적으로 더 행복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있음을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아무래도 아내가 남편을 존경하는 마음의 시작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누군가 그랬지.. 웅장한 숲도 씨앗하나로 시작됐다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만 난 이렇게 생각한다. 늦은 건 늦은거고, 늦었지만 다시 해보자. 그게 맞는 말이 아닐까.. 곰삭은 노총각들. 우리 모두 2006년엔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동섭아, 화이팅!!!!!) 연애학원론 - 감정쌓기 33

연애학개론 3 - 다지기 2005.11.16 20:09 작업의 단계3 - "손금과 노래방" 애인 생기는 달마도.. 난 언제나 지갑속에.. 1996년 6월, 제대를 할 때 만 해도 내 인생은 아래와 같이 펼쳐질 줄 알았다. 제대 애인생김 학교졸업 대기업취직 사내커플(제2의 애인) 삼각관계 두 여자에게 미안함과 동시에 잘난 자신에 대한 자 책감에 몸부림치는 나.. (우하하하.. 잘난게 죄라면 난 사형감이지..)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이름만 대도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대학을.. 그나마 예리한 성적으로 졸업한 나는 재수가 좋아 좋은 직장에 들어갔으나, 역시나 그곳에서 날 맞아준 건 거뭇거뭇한 수염발을 자랑하는 턱과 꼬불꼬불 털이 난 시커먼 손등을 가진 우락부락한 선배들이였다. (물론 일끝나고 술먹기엔 더 없이 좋았지만..) 허걱! 게다가 정신차리고 일에만 집중하라는 회사측의 배려인지, 도저히 일부러 이렇게 뽑지 않는한 한곳에 모일 수 없는 여직원들도 날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처럼 생긴 여직원을 보내달라!! 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차라리 직종을 바꿀까.. 정말, 일 열심히 했다. 한눈 팔 수 없었던 그날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긴 했지만, 그 이후로도 나의 직장생활은 거의 군대 연애학개론 3 - 다지기 34

많은 생각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난 직장을 그만두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여자뿐만 아니라, 직장도 없다.. OTL 각설하고.. 오늘 떠들 세번째 얘기는, 앞서 예고한 대로 '손금과 노래방' 되겠다. 소위 '선수'들이 무당보다 더 잘본다는 '손금'. 오늘은 그 노하우를 살짝 들여다 보자. 우선 자신의 손바닥을 펴보자. 금이 몇개나 보이는가? 손금을 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내가 아는 선에서는 양손을 보는 방법을 택해 떠들어보고자 한다. 거의 누구나 마찬가지로 눈에 확띄는 손금은 세줄이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네줄이고, 보통 다섯줄 정도까지가 손금의 기본이라니 자신이 비정상이라고 괴로워하지 마시길..) 음.. 보편적으로 손금을 본다할 때는 기본으로 손바닥안의 다섯 줄의 손금을 보는 것을 말한다. 손바닥안에 그려진 손금 사이에도 그 손금들을 끊거나 나누는 등의 잔잔하고 복잡한 선들이 있지만, 크게 다섯개 정도를 구분하면 왼쪽의 그림과 같다. 그리고 참고로 이 다섯선들은 길수록, 색이 뚜렷하고 분명 할수록 좋다고 하니 늘 주먹을 꽉 쥐고 다니시는 것도 좋겠다. A. 생명선: 엄지, 검지사이에서 시작해서 손목으로 뻗는 선 B. 지능선: 생명선처럼 엄지검지사이에서 시작하지만 생명선 보다 덜 구부러지면서 손바닥으로 뻗은 선 C. 감정선: 새끼 손가락 믿에서 검지손가락 근처로 뻗은 선 D. 운명선: 손목또는 손바닥에서 중지쪽으로 올라가면서 뻗은 선 (없는 사람도 많아요..) E. 성공선: 손목또는 손바닥에서 네번째 손가락으로 올라가는 선 (이 역시 없는 사람도 많지요..) 자.. 이제 다시 한번 자신의 손바닥을 다시 내려 보시라. 분명 오른쪽 손바닥과 왼쪽 손바닥의 손금이 조금은 다를 것이다. 왜냐.. 작업하기 좋으라구.. 왼손의 손금은 타고난 운명, 즉 '팔자'요.. 오른손의 손금은 현재 자신의 상태, 즉 '처지'를 말해주는 것이라는 말씀. 다시 잘 보시라.. 확실히 오른손의 손금이 낫다면 그만큼 인생을 잘 살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 되겠다. 더구나 손금을 본다는 것은 위의 다섯줄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손의 모양이라던가 혈색이나 피부의 색깔, 상태, 두께, 손가락의 굵기와 구 부러짐, 손을 어떻게 자주 쓰고 혹은 놔두는지, 잘때는 어떻게하고 자는지까지도 본다고 한다. 왜냐구? 아까 말했잖아.. 만지작거리며 작업하기 좋으라구.. 그리고, 중요한 다섯개의 손금 외에 수많은 잔손금들은 사실 좋지 않은 사연을 많이 품고 있기에 여기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하나 더, 크게 보아 다섯개의 주요한 손금이 분명한 사람이 좋다고 말하는 건 좋은데, 잔금이 지저분하게 많은 사람, 특히 가로선이 주요선을 가로지르거나 잘라먹는 손금이 가있는 여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그녀의 질문을 회피하는 편이 좋겠다. 왜..? 그녀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아니다. 그게 더 사람을 못살게 만든다. 궁금해서 미치게.. 연애학개론 3 - 다지기 35

우리들이 오늘 익힐 '선수'들의 두번째 스킬은 '노래방' 되겠다. 우선 노총각인 자신이 여태 노래방에서 불러왔던 것, 아니다.. 자신의 십팔번을 한번 떠올려보자. 무엇이 떠오르는가.. (동섭아, 넌 뭐가 떠오르냐..?) 뽕짝인가..? 트롯이 아니라면 혹시 청승맞은 음악아닌가? 그도 아니면 행여.. 남들 아무도 모르는 팝송?? 그럼, 질문을 바꿔서.. 혹시 노총각인 당신은 혼자서 노래방에 가본 일이 있는가? 술에 흠뻑 취해, 혹은 기분 전환을 위해, 그도 아니면 도우미를 부르려고 야밤에 혼자 노래방에 가본 적이 있는가 말이다. 노래방 요즘 노래방의 특징.. 인테리어 훌륭하고, 술과 안주도 팔고, 또.. 알쥐? 그녀와 만나기전에, 우선 건전한 노래방문화에 익숙한 얼굴이 되어야한다.. 이 말이다. 드디어 그녀와 만나는 날, 저녁시간에 딱히 할일이 없는 경우에는 아무 이유없이 무작정 술마실래요? 하고 말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 '선수'들은 노래방을 권한다. 술 안먹어도 되고, 시간제이기에 정확한 시간에 나올 수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자신의 감정도 노래를 통해 전달할 수도 있고.. 3박자가 완벽 히 갖춰진 밀폐된 둘만의 공간. 노래방에서는 무엇보다 선곡이 중요하다. 돈을 지불하고 음료수 하나를 주문한 후 방에 들어가면 깨끗한 소파 가운데에 놓인 테이블 사이로 당연히 서로 마주앉게 될 것이다. (물론 그녀가 첨부터 옆에 앉아주는 센스를 발휘해준다면야 고맙기 그지 없겠지만..) 그 시간이 낮이건 밤이건, 사방이 막힌 둘만의 공간에 남겨진 당신은 분명 행운아임을 명심하시라. 첫번째 노래는, 댄스곡이다. 첨부터 우울하거나 좌악 처진 노래로 그녀를 괴롭히지 말아라. 또, 들어오자마자 호들갑을 떨며, 싫다는 그녀에게 억지로 노래를 시키면 안된다. (그녀는 도우미가 아니다!!) 우선 댄스곡으로 분위기를 띄운 후, 그녀에게 노래를 부탁하거나, 아니면 (그녀가 노래를 부름에 거부반응을 보이면) 헛기침을 하면서, 혹 은 쑥스러워하면서 사실은 이 노래를 젤 좋아해요..하며 자신이 가장 자신있게 부르는 노래중 서너번째 곡을 불러라. (최고로 잘 부르는 노래 는 카운터블로에 써야한다..) 어쨌거나 최고로 성의껏, 정성껏 불러제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그녀의 답가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물론 분위기 야릇해지면, 술도 시키고, 손도 잡고, 부르스도 추고.. 결국 키스하게 되는거지 뭐.. (2004년 10대~30대 여자 리서치, 그 남자와의 첫키스 장소 1위 '노래방'!!!) 캬아~ 갑자기 내 기분이 다 좋아지려구 그런다.. 만난지 벌써 일주일, 이제 그녀와 당신과의 거리에 오작교를 놓을 필요도 없다. 노래방에서 간척공사를 해버렸으니 더이상 다리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너무 즐거운 기분에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왜 내가 계속 즐겁지? 희안하네..) 연애학개론 3 - 다지기 36

다음 얘기의 주제는.. 영원한 솔로의 숙제.. '줘도 못먹냐'편 되겠다. 노래방 걸 직찍 노래방 도우미 싸이트 광고란다.. 연락해 보시던가.. 연애학개론 3 - 다지기 37

연애학개론 2 - 또 만나기 2005.11.13 15:48 작업의 단계 2 - "수작걸기" 사실은.. 여자가 속는거야 " 첫사랑의 여자와 결혼하는 사람만큼 행운아는 없다. " " 인생에서 늦어도 괜찮은 것은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결혼과 죽음이다. " " 미인은 바라보는 것이지 결혼 상대는 아니다. " " 열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자기 아내에 대해 아는 것보다 더 쉽다. " " 남자를 늙게하는 네가지 요소는 불안, 노여움 그리고 아이들과 악처다." 이상은 여자와 결혼에 관한 유태인의 격언이다. 첫사랑의 여자와 결혼하는 행운아가 몇이나 되겠는가마는.. 그냥 첫사랑이라 생각하고 살아야지 혹여라도 아내에게.. 아무리 뭐라해도 남자들 은 사실 첫사랑을 잊지못하는 거 알쥐?.. 라고 지껄였다간 본전은 커녕 모아놓은 적금도 빼앗기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거.. 모든 기혼남성은 경험해 보셨을 것이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질투의 화신이다. 흔히 남자의 질투가 여자의 그것보다 무섭다는 말을 하는데.. 뭐, 더 나을 것도 더 모자랄 것도 없이 둘이 똑같다. 얼굴이나 할퀴는 거나, 마음을 할퀴는 거나.. 매한가지이다. 한마디로.. 둘다 무섭다. 다음으로 아내의 심중을 헤아릴 수 없다는 말.. 우리나라에도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음에서 알 수 있듯이.. 누 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또한, 미인은 바라보는 것이지 결혼상대는 아니다..란 말, 이말 역시 어렵지 않게 동의를 구할 수 있 을 것이다. 왜냐고? 주위를 둘러보자.. 좋은 형수님, 참한 친구 와이프, 똑 부러지게 살림잘하는 제수씨.. 미인인가 아닌가.. 신기하게도 애교 만점에 고운 피부, 세련된 옷차림, 센스있는 악세사리를 한 예쁜외모의 그녀들은 친구들이나 형, 동생들이 연애할 때는 분명 주변에 많이 등장했음에도 결국 결혼에 골인한 그들의 옆에는 한결같이 모두 착하고, 맘좋은.. 그러면서도 악착같은 면도 갖춘 똑순이 살림꾼 들이 그 남자들을 차지하고 들어 앉아있다. 영화-내 머리 속의 지우개 (2004)의 장면들-1 혹시 또 모르지.. 당신이 이렇게 생겼다면야.. 미인을 반려자로 맞을지도.. 연애학개론 2 - 또 만나기 38

그럼, 과연 인생에 있어서 결혼과 죽음은 늦을 수록 좋다는 말은 왜 생긴 것일까.. '안하느니 보다 하는 게 낫다'는 결혼은 상반된 두가지 느낌으로 다가온다. 속박과 독립, 구속과 안정, 비자유와 정착.. 이혼한 사람은 알 것이다. 도장을 찍고 법원을 나서는 순간의 자유로움과 암담함이 교차하는 야릇한 희비의 순간을.. 자.. 그럼 결혼과 연애는 분명 다르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밖에 없는데..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결혼하기 전에 하는 연애에 대하여는 관대한데 (양다리나 심한 주사, 심지어는 도박을 즐기거나, 폭력적인 연애행태에 대해서까지도 많은 관용을 보인다..신기할 따름이다.), 결혼한 후의 연애에 대해서는 막무가내로 죄를 뒤집어 씌워 단죄하는 것을 당연히 여 기는 미풍양속(?)이 존재하는 바, 착하고 참한 아내도 사랑하고, 다른 여자도 사랑하는 남자와 곰같이 일만 아는 남편과 유머있고 잘빠진 다 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는 필히 자신의 면죄부를 만들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는 치밀함을 보여야할 것이다. (뭐냐..이거.. 너무 삼천포로 빠졌다..) 하.지.만. 필자는 총각인 관계로 오늘은 1편 '말붙이기'에 이어 '다시 만나기' 즉, 에프터 신청에 대해 떠들어 보기로 하자. 1편에서 맘에 드는 그녀에게 "난.. 당신이 참 좋아.."를 흘리듯이 말한 후, 여러사람이 먹은 술값을 멋지게 혼자서 치르고는, 그녀에게 택시비 를 건넨 당신. (동섭아.. 이제부터 잘 들어라..) 그녀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낸다. 정성스럽게, 그리고 조심스러움을 가득 담아.. '오늘.. 즐거웠어요.. 다시 만날 수 있겠죠.. 벌써부터 맘이 설레이네요.." 딱 좋다. 이 정도.. 뭐, 더 느끼하게나 혹은 더 간단하게 보낼 수도 있지만, 과하지 않고 그러면서 무성의하게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꼭 빠뜨리면 안 되는 '기다림의 표시'..당신을 또 보고 싶어요.. 노총각들이여, 그동안 당신들이 보냈던 숱한 문자메세지들을 한번 기억해보라!! 그녀에게 답장메세지는 바로, 혹은 하루정도 있다가 올 것이다. 마치 어제는 못보고 오늘에서야 메세지를 발견했다는 듯이.. 이런 거 보내봤어?? 연애학개론 2 - 또 만나기 39

두번째 메세지는 다음날 보내되, 반드시 유머를 곁들여야 함을 명심하라. 위에 사진에 등장한 정우성같이 생겼더라도 유머가 없으면 앙꼬없는 호빵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어제 즐거웠던 술자리를 새삼 떠올리게 할 필요도 없다. 반대로 만약 어제 실수 좀 했다면 그건 어제의 일로서 잊어라. 오늘은 오늘로서 새로운 날. 심기일전의 기분으로 그녀와의 두번째 데이트, 여기에만 집중하라. 참고로.. 제발 이런 거 좀 보내지 좀 마.. 어쨌건, 그녀와 만나게 되면 첫날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자신을 표현하여야한다. 첫날 젠틀함으로 일관했다면 계속 푸근하게.. 그렇지만 똑 부러지는 계산태도나 터프한 댄스뮤직을 불러재껴 이런 모습도 있었네.. 하게 만들 어야 하는 것이다. 만일, 첫만남의 자신이 약간 유약하거나 어줍잖은 모습으로 그녀에게 비춰졌다고 생각되면 두번째 만남에서 만큼은 자신을 돋보일 수 있는 무엇을 미리 계획하여 자신이 젤 잘할 수 있고, 남보다 나아보이는 그것을 실행함으로써 그녀로부터 존경심이나 경외감을 자아내야 한다. 하나더, 절대 예전에 사귀었거나, 잊지못하는 첫사랑 어쩌구하는 질문에 응해서는 안된다. 피해라, 동문서답하라, 아니면 도망가라. 그녀에게 과거가 없는 남자처럼 보이라는 게 아니다. 첫사랑의 기억, 혹은 과거를 보호하려는 의지를 살짝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그런 과거 로부터의 시점 이후로 지금 만난 당신이 나란 남자에게 있어 여자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기 위함이다. 두번째 만남으로 가장 즐겨행하는 데이트코스는 뭐니뭐니해도 '영화보러 극장가기'일 것이다. 얼마나 편한가.. 오랜 시간 같이 앉아 있을 수 있고, 딱히 말도 필요없으며, 두세시간이 경과되니 자연스럽게 밥 먹을 시간도 찾아오고..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절대 예술영화나 심각한 주제의 영화, 지루한 영화는 보지 말 것. 당신이 아무리 해박하고 진지해서 영화의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시켜려해도 그녀는 그런 영화의 내용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아두시길. 하나더, 이번이 두번째 만남이란 걸 잊지마시길. 소리내 웃게 만드는 영화나 혹은 눈물을 저미게하는 신파, 그도 아니면 웃다가 울다가 마지막에는 미소지으며 박수칠 수 있는 로맨틱코미디 류의 영화가 좋겠다. 그럼 벌써 저녁식사 시간이다. 밥을 먹고 바로 헤어진다는 것은 데이트의 흐름상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으니, 괜히 술한잔할 시간 만들려고 늦게늦게 밥먹지 말고, 두번째 데이트에서만큼은 약간 일찍 저녁식사를 하는 게 좋겠다. 연애학개론 2 - 또 만나기 40

이른 저녁에 집에 들어가진 않을테니 (혹시라도 일찍가야한다고 말하면 친절하게 집에까지 데려다 주면된다.. 만약 다른 약속이 있다고 말한 다면 그말은 곧 "넌 됐거든.."이란 말로 해석해도 무방하겠다.) 식사 후에는 한적한, 혹은 분위기 좋은 길을 택해 걷는 것이 가장 무난한 데이 트의 마무리 코스 되겠다. 경복궁 길, 남산 길, 덕수궁 길, 청계천 길, 올림픽공원, 한강둔치 등.. 자.. 이제 기분좋아진 그녀를 집에 보내고.. 노총각들이여, 절대 서두르지 말자. 첫술에 배부르려하지 말자. 뜸이 덜든 밥은 입천장만 벗길뿐이다. 이제, 세번째 불같은 데이트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연애학개론 다음편은 세번째 만남, '손금과 노래방' 편이다. 작업의 정석 여자와 남자의 기싸움.. 과연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까.. 연애학개론 2 - 또 만나기 41

연애학개론 1 - 말걸기 2005.11.11 11:25 작업의 단계1 - "말붙이기" 선물로 받은...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는 여자의 귀를 정복하라'라는 말이 있다. 바야흐로 오늘 내 인생의 서른세번째 빼빼로데이를 역시나 솔로로 맞이하야, 현재 내 문제가 과연 무언지.. 개전의 가능성은 있기나 한건지.. 한번 심도있게 분석해 보고자 한다. 충분히 매력있는데 왜 내게 여자가 없는지, 모자랄 조건 하나 없는데 왜 애인이 없는지, 왜 여자친구 없는 게 이상한 이 생활이 점점 익숙해져가는지를.. 일단은 나부터 파악하고 그 다음으로 여자를.. (아니, 여자를 파악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니..) 여자가 있는 놈.. 아니, 여자가 많은 놈들을 연구해보기로 한다. 오늘의 그 첫번째 주제, 자.. 과연 '선수'들은 나와 뭐가 다른가. 소위 '선수'로 분류되는 남자들의 특징은 우선 잡기에 상당히 능하다는 것이다. 영어도 잘하고, 한문도 능하며, 바둑도 좀 두고, 게임도 즐기고, 인라인이나 수영, 스키, 볼링, 축구, 농구 등 스포츠도 골고루 할 줄 알며, 도박도 할 줄은 알고, 운전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린다. 논점이 되는 시사에도 해박하며, 연예계 가쉽거리도 언어소통이 가능할만큼은 알고있으며, 일반상식선에서 꼭 알고 있 어야하는 분야도 꽤나 유식하게 보일정도로 대화할 수준은 되고, 게다가 그와 연관된 관심분야에대한 식견도 넓다. 당연히 말도 잘하고 옷도 잘입고, 웃는 모습까지도 멋있다. (눈웃음과 가지런한 치아 장착!) 유명 영화배우는 물론 팝가수나 클래식 작곡가들도 모르는 사람이 없으며, 태권도도 잘하고 당구도 잘치며, 하다못해 길거리 야구연습장의 배팅볼도 잘친다. 역시나 술도 잘 마시고, 안주도 가리지 않으며, 춤도 잘추고, 노래도 잘 한다. 맛있는 안주를 하는 곳이나 평범하지 않은 술집도 잘 안다. 헥..헥.. 여기까지는 나도 해당된다..는 아니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정말??) 그럼 뭐가 문제일까.. 왜 난 여자가 없을까. 첫번째 내 문제, 일단 난 여자에게 '말.걸.기'가 안된다. 연애학개론 1 - 말걸기 42

그렇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입담꾼인 나는, 마음에 드는 이성 앞에서만큼은 클리토나이즈원석을 곁에둔 수퍼맨 마냥 빌빌 거린다. 내 특기인 청산유수, 포복절도, 곡학아세, 성동격서, 구밀복검, 정문일침, 촌철살인, 호화찬란, 빛나라번쩍한 말재주가 쏙 들어간다.. 혀가 굳는 다. 더한 경우 말을 더듬거나 말실수를 하기까지 한다. 소위 '선수'들의 경우 자신의 얘기를 감동적으로 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 주는 편인데, 일단 그 상황에 이르기 위한 초입에 '말트기'까지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 니다. 나도 상대방의 얘기를 들으며 그윽한 눈길을 주고받고 싶단 말이다..(잘 할 수 있는데..) 그럼 '선수'들의 경우는 어떤 스킬로 '말걸기'를 시작하는 것일까. '선수'의 경우 일단, 상대방으로부터 호감 혹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가장 손쉽게 그들이 나의 우위를 점하는 방법은 우선 여자가 보편적으로 원하는 외모의 조건을 갖춘 하드웨어라 할 것이다. 일단 '선수'의 경우, 전체적으로 튀지 않고 깔끔한 인상을 주는 복장, 그러면서도 세련된 악세사리 살짝.. (예를 들어 시계나 구두, 가끔의 경 우 목걸이나 향수에 포인트를 주는 경우도 있다. 내가 보기엔 '반칙'일 뿐이다..) 곁들여 은은하게 돋보이는 외모로 매력적인 첫인상을 포장한 다. 거기에 선수들의 필수품. 그들에게는 '멋진 미소'가 갖추어져 있다. 물론 나의 경우는 전혀 이렇지 못하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투박하고 털털한게 죄냐! 하여, 오늘 나는 내게 없는 것을 마련하지 못하는 관계로 내게 주어진 악조건을 이겨내는 피나는 훈련과 고된 인고의 시간을 가졌음을 내심 이해해 달라고 동정론에 기대고 싶기도 하다.... 그러면, 나같은 사람은 어떻게 '말걸기'를 시작해야할까.. 주접? 우선 생각나는 단어는 '주접컨셉' 이다. 물론 자신 있는 분야이다. 하지만 몇번 사용해 봤는데.. 엄청난 부작용을 동반한 후폭풍을 만나게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런 컨셉을 밀고나가면 항상 먼저 나와 말을 트 는 건, 목표한 그녀 주위의 남자들이였다. 난 남자친구는 더이상 필요없는데.. 게다가 난 이미 중년의 몸이 되었단 말이다.. OTL.. 두번째 내 문제는,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는 편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난, 내가 생각해도 참 말이 많다. 물론 해서는 안될말, 할말 못할말을 가리지 못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진중하고 과묵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에는 들 수 없는 연애학개론 1 - 말걸기 43

상태를 가졌다.. 이 말이다. 상대가 문제가 많거나, 질문이 많으면 내가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여자들은 처음 본 사람에게 고민을 말하거나 속내를 내비 치지 않는다. 절대로. 그런데 말이다.. 내가 말을 안하고 가만있으면.. 난 진짜 별거 없는 놈이 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이다. 세번째 내 문제는, 스킨쉽을 못한다는 것이다. 난 너무 예의바르게 자라왔는지 처음 본 사람이 내게 너무 친하게 다가와도 부담을 느끼는 편인데 어찌 내가 먼저 그 사람에게 함부로 할 수 있는가 말이다. '선수'의 경우, 스킨쉽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하며 말도 금방 놓는 경우가 흔한데 비해, 나는 여자에게 말놓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고, 더군다나 손을 잡거나 볼을 꼬집거나, 웃으며 어깨를 친다거나 하는 일에는 익숙치 않아 만약 머릿속에 어떻게어떻게 스킨쉽을 해야겠다라고 의도적인 접촉을 떠올리면, 그 생각이 자리잡는 순간부터 난 실수를 연발하며 결국 아무것도 할 수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른바 '순수 아노미' 상태..) '여성 선수'들의 경우 항상 몸이 아프다 혹은 춥다는 말로 남자의 스킨쉽을 유도하고, '남자 선수'의 경우에는 상대 여성의 피부나 머릿결에 대한 칭찬과 함께 손가락 접근이 시작되는 것 같다. 근데.. 난 도무지 그게 안된다. 손이, 입이, 덜덜 떨린다. 나의 네번째 문제는, 느끼한 대사를 못날린다는 것이다. 원래 누구나 싫어한다고 말하지만 고전적으로 시전되는 초식이 있다. 꼭 먹히는 대사가 있단 말이다. 예를 들어, 과거엔 '느낌' 이나 '우연', 혹은 '인연'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했는데, 요샌 신통치 않은지 '쿨'하다라든지, '맘에 든다'는 직접적인 표현들이 유행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느끼하다고 반응하는 여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우선 그런 멘트를 날리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술자리를 갖는다. 요즘 세상에 술못먹는 게 흉이되는 풍조가 득세하여, 다소곳하고 참한 여인네가 점점 희귀해져가는 바, 누구나 마시는 기본인 맥주세병, 소주 한병은 마셔주고 난 후에야 위에서 말한 대로 느낌이니 인연이니를 들먹이며 피부나 머릿결을 칭찬하며 다가가 결정적인 상황에서 준비된 한 마디를 날리는 것이다. "나, 당신이 맘에 들어.." 그리고 이어지는 카운터펀치. 술자리 술값을 부담없이 계산하는 쿨한 모습과 조금 흐트러진 그녀에게 택시비를 아낌없이 건네주는 젠틀함. 얼마면 되니? 얼마면 되니.. 응? 여기까지 말하니 갑자기 생각나는 나의 다섯번째 문제, 그것은 쫀쫀함이다. 아니, 궁색함이 맞을까. 위에서 말한 '선수'들의 카운터펀치 비용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날 지배한다.. 이 말이다. 내 친구중 누구는 여자를 만나면 초장에 장미꽃 100송이는 기본이고, 방에 걸 수 있는 커다란 액자, 과일바구니, 택배 생일선물 배달, 옷가지 등 선물남발을 무기로 삼는 녀석이 있다. 근데.. 그 무모한 투자가.. 신기하게 먹혀든다. 연애학개론 1 - 말걸기 44

과연 여자는 내 친구가 좋은 것일까, 내 친구가 준 선물들이 좋은 것일까.. 솔직히 난, 후자라고 생각했다. 더 멋진 건, 내 친구 역시 후자인 줄 알고 있으며, 일단 그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사로잡기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정말 멋지다. 난 그렇게 멋지지 못한다. 왜? 돈이 아까워서.. 여섯번째 나의 문제는, 너무 솔직하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난 말이 많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면 그걸 믿게 만들기 위해 엄청난 스케일의 알리바이와 암기력이 필요하다. 해서, 그저 사실만 말하고 느끼는대로 전달하는 게 내가 편하게 살기위해 택한 내 삶의 방식이다. 그런데 '선수'들은 솔직하지가 않다. 그때그때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한 대사를 던진다. 평소 외우고 다니던 그 멋진 대사를.. 그러기에 '선수'라 불리운다. 그들이 가장 중요히 여기는 '하룻밤에 만리장성 쌓기'가 끝나면 그들은 항상 여자의 귀를 의식하면서 말을 한다. 왜? 꼬리잡히지 않으려고.. 들키지 않으려고.. 뭐, 물론 그들은 세상 모든 여자를 사랑하는 게 가능하다니 난 할말은 없다. 그 '선수'들의 특징은 마지막으로 사랑을 절대 고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것처럼은 보이되 절대 입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상당히 긴 시간, 긴 내용을 쓰는 동안 내 문제를 알아가기 시작했다는 기쁨보다 오히려 '선수'들과 나의 비교에 있어서 내가 순수하다는 내 변호의 심리가 고개를 드는 건 왜일까. (이상하게 여자친구 하나라도 있는 것 같네.. 희안하네..) 그저 단순한 세대차이일까, 아니면 내 착각일까. 난 2남2녀의 장남이라 형이 없다. 해서, 내 주변엔 참 형들이 많고 그 중에 아직까지도 혼자인 형들이 있다. 그 형들도 어디내놔도 참 빠질데 하나 없는 사람들인데 아직까지도 '혼자' 이다. 뭐 여자들의 말로는 남자가 보는 남자와 여자가 보는 남자가 다르다고 하는데,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난 여태 여자가 괜찮다는 여자를 보고 한번도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분명 비겼다. 야.. '말걸기' 가 이렇게 힘드니.. 어떻게 연애하나.. 나도 아제르바이젠이나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야하나.. 참 답답한 빼빼로데이이다.. 쩝. 수애, 어디 가지말고 기다려.. 나도 간다.. 연애학개론 1 - 말걸기 45

이화우흩날릴제 울며잡고이별한님 2005.11.10 12:17 처음엔 남들처럼 그저 고만고만하게 슬퍼하다 잊혀지겠거니 했었다. 사실 잘 모르겠다. 다만 알고있는 것은 네가 몹시 보고싶다는 것과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는거.. 지긋지긋한 두통과 늘어지는 헛된 망설임은 내 인생 한번쯤 꿈꿔오던 환상과 꼭 한번은 해보고 싶던 죽어도 좋을 사랑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차가운 니 뒷모습에 흔들리고 깨어지는 꿈에 대해 낭비된 열정을 보상 받기 위해 가진 새로운 만남도, 넘쳐나고 남은 열정을 소모하기 위해 만난 여인에게도, 우습지만 난 꿈꿀 권리조차 뺏겨버렸는지 난 사랑할 자격을 잃은건지 아니면.. 벌을 받고 있는건지 한조각의 즐거움도 얻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나눠줄 정성도 없었다. 아니다. 아무말도 하지 않는 편이 덜 초라하겠다.. 이화우흩날릴제 울며잡고이별한님 46

이유가 없다는 가장 유치한 이유로 널 향한 기다림을 고이 접던 날, 그 치사량의 슬픔을 허공에 뿌려대며 괜히 슬픈 역할의 주인공이 되어보며 아뜩한 하늘을 유치하게 쏘아봤다. 정말 아무 것도 몰랐던 시절 유치해서 하늘도 아뜩하고 유치해서 가슴도 짓물렀던 내 슬픈 시절. 휴.. 이 마음도 말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 살짝 빠져 나갈께. 아무 흔적도 없이.. 물론 가끔은 눈물도 훔치겠지 그래, 난 정말 보잘것 없다. 그치.. 그래도 잘 참을 수 있어. 날 알잖아.. 내 몸 속 무언가 무겁게 침식함을 느낀다. 결국 이 몸뚱이, 이 살점 하나 하나 조각조각 떼어던지며 버텨냈던 불씨의 억울함 뿐 남은 건 '재'뿐이다. 이별을 준비하며, 이별을 받아들이며.. 내깐엔 애절했고 내깐엔 순수했기에 그 마음을 착각이라 간직하기가 혹시나 하는 기다림을 포기하며 돌아설 때보다 오히려 힘들었다. 그래서, 이 정도 허전함이야 이화우흩날릴제 울며잡고이별한님 47

이 정도 상실감이야 아픔쯤으로 괴로움쯤으로 감수할 수 있음을 어제나 오늘이나 마지막이 아닌 항상으로 맞이하고 있다. 이런 나를 용서해줘 서로의 큰 잘못 하나씩 비겼지만 너에게 준 고통 아직까지 누구도 용서하지 않아 볼펜잉크가 얼룩진 베개와 잘 닦이지도 않는 끈적이는 안경을 내려보며 포기한 척 기다리고 무섭게 질투하고 있는 여전한 나를 발견하면 눈이 뜨거워진다. 목에 걸린 가시마냥 그 몫은 내게서도 벗겨지질 않아... 앞으로 널 다시 만나가까지에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 모르지만, 아니, 오히려 안만나지는 게 훨씬 더 멋지게 남을지도 모르지만, 주기만 했다고 어리석게 고집했던 나는 우두커니 지쳐감으로도 어른스럽게 미소짓는다. 가끔 너의 기억에 시달려 지독하게 너를 보고싶을 땐, 살아갈 날이 많다는 핑계로 오늘을 지내보고난 후 내일까지 참아보기로한다. 그리고 구간 반복. 이화우흩날릴제 울며잡고이별한님 48

찬바람 한 줄에 맘에 고인 물에 여울이 지는 기억도 받았고 이젠 슬슬 추억이라 말해야하는 아쉬움도 받았지만 유치했고, 절실했고, 내겐 소중했던 순간들이기에 간절한 그리움의 대상으로, 내 영화의 여자주인공으로, 내 인생의 멋진 선물로 너를 선택해서 살아간다. 니 인생의 남자주인공은 내가 아닌 걸 알면서... 아. 언제쯤 그칠까.. 비가내리고.. 니가 내리고.. 벌써 니가 그립다.. 이화우흩날릴제 울며잡고이별한님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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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대한 고찰 2 2005.10.07 19:06 술을 마시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혼자서 술잔을 기울여본 적이 있을 것이다. 친구를 기다리며 한잔하다가 친구가 안 온다거나, TV나 영화속에서 주인공들이 포장마차에서 자잘한 안주거리를 구울 때 나는 치지익~소리 를 듣는 순간 소주 한잔 생각이 간절해져서 동네 단골집을 향하거나, 혹은 일인분의 고독을 맛보며 안주로 씁쓸함을 씹고 싶거나, 아니면 정 말로 술에 흠씬 취하고 싶을 때.. 부득이하게 혼자 술자리를 갖게 되는 경우말고 오늘은 내가 스스로 택한 나와의 술자리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보고자 한다. 오늘처럼 이렇게 한잔에 취해버리면 참 많은 생각이 난다. 잊고 있었던 일, 나도 모르는 새 잊혀졌던 일, 정말 잊고싶은데 않잊혀지는 일.. 이젠 아프지않은 흉터가 된 옛상처도 아련히 다시 저려오고, 이미 변해버린 마음이 마치 작은 죄책감에 양심선언이라도 하는 듯 왠지 누군가 를 향한 미안함도 들고, 못내 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후회도 밀려오고.. 어머니께서 여동생의 둘째 아기 순산 후, 산후조리원보다 당신께서 돌봐주시는게 더 낫겠다며, 우리집에선 내가 공부하니 매제네에서 봐주시 겠다하여 집을 비우신지 벌써 5일째. 잘됐다며 살이나 빼야겠다고, 걱정 붙들어 매시라며 어머니를 보내드렸는데, 변함없는 학구열을 불태우리라 다짐했는데, 채 일주일이 되지 않 아 이렇게 되어버린다. 아침에 이웃 누군가의 피아노소리에 잠에서 깨어 교육방송을 보고, 문제를 풀고, 써머리를 다시 정리하고.. 이제 얼마안남은 시간에 초조해하기도 하고 심기일전 심호흡도 하며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총력을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휴대폰도 정지시키고 학원에 돈내면서 특강도 들으러 다니면서 나름대로 뭔가 손에 잡힐 듯 조금씩 앞으로 나가 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냉장고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소주가 문제였다. 혼자 먹는 술이 보통 친구들과 마시는 술의 3배, 아니 4배정도 취하는 것 같다. 오늘도 아침 6시부터 교육방송보고, 인터넷 강의 듣다가 점심을 먹다가 아주 오랫만에 혼자 술을.. 아니지 처음엔.. 아주 오랫만에 반주를 했 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점심시간에 시시때때로 했던 반주이기에 별 생각없이 스팸과 김치와 끓인 라면국물이 시원해서 마시기 시작한 술이.. 나를 마시기 시작했다. 누군가와 마주앉아 술을 마시게되면 두런두런 얘기도 하고, 안주도 집어먹고, 웃었다 심각했다 술취할 겨를이 없는데, 혼자 마시는 술은 절대 적으로 시간이 남아돈다는 이유로 소주 한병은 십분에 맥주한병은 오분에 마시게 된다. 술에 대한 고찰 2 51

말할 상대가 없어 빨리 마시게 된다는 걸 이미 경험으로 체득한 나는 일단 소주 한병 먹으면 전화를 한다. 오늘은 휴대폰이 정지되서 집전화를 사용했지만.. 술이란게 참 묘한 친구여서, 화가 나서 술을 먹으면 마음이 차분해졌다가는 또 끓어오르고, 기분좋게 시작해도 어느 순간이 지나면 기분이 축 쳐져버리는 못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난 그래서 술이 좀 오른다 싶으면 으례히 친구들과 노래방으로 향한다. 소리지르고 술도 깨고, 청승맞은 노래불러 마음도 달래주고.. 오랫만에 통화를 해서 그런지 모두들 오바하면서 반갑게 맞아준다. 물론 그런 호들갑이 좋다. 난 너에게 향한 그리움이 있다는 표현을 말로 할 수 없으니 수다스런 호들갑을 동반한 격식없는 욕설이 듣기 좋다. 술 마시고 전화를 하면 가장 좋은 건, 내가 술먹었다고 말안해도, 내 발음이 꼬이지 않아도 대부분 내가 술한잔을 했다는 걸 아는 때문이다. 오늘은 술 먹었다고 말안하고 티도 안나게 통화를 했다. 이유인 즉슨 술을 마시면서 통화했기 때문이다. 혼자 마시면서 통화를 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같이 술자리를 같는 효과를 일으킨다. 해서 오히려 평소에 잘 안하던 낯간지런 말도 하게 되고, 용기있게 질책을 요구하기도 한다. 아.. 소주 두병에 머리통이 지끈거린다. 혼자 먹은 두병은 거의 네병의 효과를 넘는 것 같다. 술집에서는 돈아까운 줄 모르고 취한다 싶으면 그만 마시고 노래방을 가는 내가, 혼자서 특히 집에서 마시기만 하면 꼭 오바한다. 도대체 왜 이까짓 술을 아까워하는 건지.. 꼭 끝까지 다 마시고야 만다. 외로움 이제 맥주 한잔하니 속이 좀 시원해졌다. 그간 좀 지쳤는지 푸념이 늘어 어딘가 쏟아버리고 싶었는데 전화상으로 형들이나 친구들에게는 말 못하겠더라. 말해봐야 내 투정이 배부른 소리로 들리거나, 내가 취할 만한 다른 이유를 들춰내 날 딱하게 만들테니.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걱정해 줄 정도로 계절을 타는 나인데, 올해도 10월의 습격을 두려워했건만 기실 별 일없고, 오히려 무심할 정도로 편한 이 마음은 아마 시험이라는 다른 일에 신경을 쓰는 관계에 기인하기 때문인지, 어쨌든 실로 얼마만에 편한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술에 취해 뭔 소리를 늘어놨는지도 모르겠네.. 요즘 노래방은 맥주도 마실 수 있고.. 너무 좋다. 노래방이나 갈까.. 저 쌓인 설거지는 언제 다하냐.. 이제 좀 술이 깨는 것 같으니 (역시 술깨는 덴 수다가 최고야!) 공부 한판 해볼까.. 야.. 술 마시니까 좋다!! 술에 대한 고찰 2 52

술에 대한 고찰 2 53

술에 대한 고찰 2005.09.20 08:58 술.. 술.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어 마시면 취하게 되는 음료의 총칭. 한국 주세법 상 알코올1도 이상의 음료. 마실 수 있는 알코올인 술은 조금 마시면 처음에는 중추 및 말초신경이 흥분되고 위산 분비가 촉진되며, 또 도파민(dopamine)이라는 신경 전달물질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라고 한다. 물론 혼자 마시지 않을 경우에 한한다. 캬~ 누가 술을 슬퍼지려 마신다 하였던가.. 뭐 내 주변 사람 대부분이 다 그렇겠지만, 내 경우에도 양주, 맥주, 소주.. 이 3총사가 내 인간관계의 80%를 만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러나 주지의 사실처럼, 또 요새 친구나 아는 형들이 엄청나게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횟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술을 과 음하거나 장기간 남용 또는 과용하면 불행하게도 뇌세포 파괴를 촉진시켜 우리 뇌의 기능을 억제시킨다고 하는데 그말이 맞는가 보다. 그렇지 않아도 정상적으로 매일 십만 개씩 뇌세포가 자동 사멸하는 나쁜 머리가 다량의 음주로 인해 그나마 멀쩡한 나머지 몇 안되는 뇌세포 들을 죽인다..는 그런 말씀 되겠다. 왜 이런 말을 하느냐.. 그렇다. 내 성적의 지지부진함은 음주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말씀을 하고 싶었다. T^T 알코올의 체내흡수는 학업이나 기억 또는 사고능력 모두 저하시키게되는데, 이들의 저하는 내 뇌하수체의 해마의 작용을 둔화시킨다고 한다. 뭔말인고 하니, 알코올의 농도에 정비례하여 내 머릿속 사랑스런 해마들이 죽어나간다고 한다. (그런 영화봤자너.. 내 머리통의 지우개..) 내머리속의 지우개 과음하면 취중에 무슨 이야기를 하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를 기억할 수 없는, 소위 필름이 끊기는 현상 이나, 기억이 띄엄띄엄 나는 '시간 스프롤(Sprawl)현상'이 나타나는 결정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과거 내 인디언식 이름이 '술먹고 내가언제?' 였으니 내 머리에 해마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채 살고 있는게 어쩌면 거의 십년이 넘은 것일 지도 모르겠다. (친구 중에는 '늑대와함께 술을', '주먹쥐고 일어나봐'나 '술먹고 옷사내..'도 있었다.) 연탄가스 먹은 어린시절과 술떡이된 청년시절은 보낸 나에게 이 '필름끊기는 현상'은 부자연스럽게 찾아와서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그리고 지금은 지극히 당연한 일상. 술을 마시면 기억이 안난다. 가끔 재판 과정에서 알코올성 중독환자라는 병적인 원인을 내세워 실형이나 감형의 혜택을 보는 것으로 위로삼을 수는 있겠다. 술에 대한 고찰 54

내 스무살의 봄날 최초로 술을 입에 댄이후로 인생의 좌초를 겪었다. 마시는 족족 아침에 비둘기들이 먹을 밥을 쏟아내게 만드는 목따가운 양주와 (우리 동네 비둘기들은 날지 않는다. 뒤뚱뒤뚱 길을 비켜주거나 막 뛰어다닌다.), 마셔도 마셔도 한잔정도는 더 마실 수 있어 자꾸 마시다 결국 못일어서게되는 앉은뱅이술 맥주와, 좋은 사람은 죄다부르고 싶어져 전화하게 만드는 양의 탈을 쓴 소주와,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게하는 막걸리.. 그러나 이 정도는 아니였다. 이렇게 말끔하고 깨끗하게 기억이 지워지지는 않았는데, 적어도 그 전날의 일들을 누구에겐가 들으면 조금씩은 기억이 되살아났는데.. (아..그 게 꿈이아니였구나..) 지금은 아예 조금도 재구성되지가 않는다. (어? 신발에 왠 밥풀...?) 오바이트하는 계란? 한국 역사상 최초로 문헌에 술에 관한 이야기가 기록된 것은 고삼국사기( 古 三 國 史 記 ) 로서,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건국담 중에서 찾을 수 있다. 천제( 天 帝 )의 아들 해모수가 능신연못가에서 하백의 세 자매를 취하려 할 때 미리 술을 마련해 놓고 먹여서 취하게 한 다음, 수궁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세 처녀 중에서 큰딸 유화( 柳 花 )와 인연을 맺어 주몽을 낳았다는 설이 있다. 뭣이냐.. 옛날 호랑이 할아버지적부터 술을 마셔왔다 이 말이다. 왜? 여자 꼬시기 좋으니까.. 우리나라가 술문화에 대해 너무 관대하니 엉망이니 비규율적이니 말들이 많은데.. 음주가무에 능하고 그러다보니 잘 놀아주고 잘 마셔주는 사람이 보기 좋으며 또한 나랑 옆에 앉아 내가 망가지는 모습까지 챙겨주고 추스려주는 사람에게 신뢰를 보내어 오다(Order) 하나 더 주게 되는게 당연 인지상정인 것이다. 또 술에는 마법이 있지않은가.. 남녀간의 어색함을 급속히 친숙함으로, 한 순간에 충동을 사랑으로 착각시키는 힘, 자제를 마취하여 정열로 포장하는 힘. 바로 이 마력으로 인해 대한민국에 취해 사는 것이다. 다만 억울하게도, 술이 좀 센 사람은 이런 과장된 열정을 표현하려면 아침해가 밝아온다는 것. 게다가 남는 것은 엄청난 술과 안주값뿐. 비참 하다. 그러나 알아둘 것. 지나친 과음은 성능력에도 타격을 준다는 사실. 자칫 '남성'으로서 제구실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갈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내 주변엔 이미 늦은 사람도 몇 명 보인다. 혹자는 발기부전은 어디까지나 심인성에 기인하므로 걱정없다고 하는데.. 글쎄.. 박사들의 말로는 어쨌든 성기는 장애에 과음이 지대한 영향 을 미친다고 하니 일단 적게 마시고 볼 일이다. 그 사람들의 말로는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일회성 임포텐스란다. 모두 동의할 것이다. 폭음을 한날에는 발기가 되지 않는 현상. 그녀에게 병신쪼다로 비춰짐을 뻔히알지만 "괜찮아.." 한마디에 정말 다 괜찮을 줄 아는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시추에이션이 되버리는 일은 남자라면 모두 한번 이상은 경험해보아 알 것이다. 이런 현상은 과다한 알코올이 본능을 관장하는 대뇌의 구피질까지 마비시키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한다. 따라서 술이 깨고 나면 곧 정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물론 내 친구중에는 삼일을 가는 놈도 있다. 따라서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칫 발기부 전, 즉 고질적인 임포텐스가 될 가능성이 많아진다. 잘 생각해봐라. 본인은 어떤지. 술에 대한 고찰 55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에게 임포텐스가 많은 것은 이런 까닭이다. 반대로 결혼한 형들 중에서는 형수와는 잘 안되고, 남과는 잘 된다는 사람이 있다.... 우라질. 이 문제는 다룰 필요조차 없다. 배가 부른 것이다. 아님 미쳤거나. 말이 옆으로 새나갔는데 어쨌든, 너무 지나친 음주로 머리가 나빠진 내게 요즘 한가지 희망이 보인다. 술타령~~ 그것은.. 잠을 자고나면 기억이 안난다는 것. 바꿔말해 안자면 안까먹는 다는 것이다. 해서, 잠을 안자기위해 별짓을 다해보았다. 영화? 무조건 잔다고 보면된다. 아니 잠이 더 잘온다. 밥? 지금 내가 왜 이모양 이꼴이 되었는지 아는가? 눈이 있으면 봐라. 운동? 술먹고 찜질방에서 운동하다 혈압터져 죽을 뻔했다. 그렇게 여러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발견한 방법이 바로 노래방이다. 고거 참.. 노래하고 흠뻑 땀을 빼면.. 술이 좀 깬다? 아니다. 술은 그대로. 대신 잠이 좀 깬다. 실제로 새벽에 두시간을 노래방에서 보내면서 술을 마시면 기억도 안까먹고 아침까지 힘들지 않다.. 물론 조금 졸리긴 하지만.. 집에 돌아가는 시간쯤엔 몸이 물먹은 스펀지마냥 무겁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필름이 안끊겼는데. ㅠㅠ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마냥 너무 기뻤다. 운전면허 붙었을 때 보다 열배는 신났다. 아.. 이제 나도 어제를 기억할 수 있다.. 메맨토 생활은 끝났구나.. 뚱뚱한 비둘기들아, 이제 다른 동네가서 살아라. 오늘은 공시법 요약집을 만들고 중국출장 갔다가 우리집으로 돌아온 문기와 술한잔 해봐야겠다. 그리고 안자고 내일 아침에 박찬호 야구중계보고 자야지. 과연 기억이 날지 안날지. 또 모의고사보고 새침해 질지 헤죽거리게 될지. 술에 대한 고찰 56

내 인생의 미녀 2005.09.20 08:56 [특별기획1] 내 인생의 미녀들 내 머릿 속 선명히 도장을 새기고있는 그녀들 내 나이 이제 다음달이면 서른세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삼십대 중반. 참 세월 빠르다. 그간 나를 놀래켰고, 나를 감동시켰고, 나를 질식시킨 수많은 사람과 사건들.. 그리고 그 뒷이야기들. 오늘은 그 중에서 젤루 기분좋은 일, 떠올리는 것만으로 흐뭇해지는 얼굴들을 재생해보고자 한다. 미녀들. 캬~ 그렇다. 여자 얘기다. 벌써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내 인생의 여자들'이라는 주제로 시리즈를 게시하려 하다가 아직은 민망함이 고백의 용기를 앞서므로 우선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 로 미루기로 했다. 따라서 오늘의 주제는.. 이젠 아닌 걸 알지만 혼자 우겨보는 내인생의 '내 여자들' 되겠다. 고등학생 때 친구 경민이와 2호선 시청역에서 지하철문이 열리는 순간 경악을 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냉장고에서 초코파이를 꺼내며 "내껀 없잖아~"하며 어린 애가 우는 장면으로 끝나는 TV CF에 출연했던 우희진이 서있었던 것이다. 당시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우희진의 나이가 초등학생이거나 중학생이였던 것 같은데 초록색 반코트 위로 나와 있는 그 작고 이쁜, 인형같은 얼굴에 순간 숨이 멈추는 것같은 놀라움과 반가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흐뭇함. 참 이상하게도 남자들은 미녀를 보면서 굉장한 만족감을 느낀다. 나만 그런가.. 작은 얼굴에서 엄청나게 뿜어져나오는 아기자기한 아름다움 그리고 동시에 내 마음속에서 어느새 피어올랐다 금방 사라져버렸던 짧 은 수집욕. 나른함.. 향긋함.. 뭐 그런 느낌이였던 것 같다. 깨끗한 피부, 무표정한 얼굴 속 그녀의 선명한 눈동자가 퍽 인상적이였다. 그럼 연예인 말고 내가 태어나 만나본 최고로 이쁜 여자는 누구였는가.. 맨 먼저 기억나는 건 미영이라는 여자다. (이미영이 맞을거다..) 날 알고 있는 친구들은 모두 직접 눈으로 확인해봤을테니 상관없지만 그녀를 못본 사람들은 아마 믿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생긴 여자가 정말 나랑 얘기를 하고 있구나.. 하는 기분. 엄청나게 큰 눈(눈깔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너무 크다는 느낌 바로 아래의 뚜렷한 콧날, 작고 날렵한 턱, 어디 한군데 남는 부분이 없는 얼굴.. 연예인으로 굳이 비교하자면 황신혜의 21살 때 모습이랄까.. 아니, 많이 닮았지만 그 날씬하고 둥근 얼굴과 깨끗한 피부. 있어보이는 집의 딸 같은 분위기는.. 게다가 끝내주는 건 잠깐을 봐도 내 인생의 미녀 57

분명 머리가 텅 비었다고 여겨짐에도 천박해 보이지 않는 그녀의 수선스러움은.. 가히 살아움직이는 아름다움이라고나 할까. 그녀의 외모를 칭찬함에 내 입이 두개였으면 좋겠다. 아니 그보다는 황신혜도 닮았지만 오히려 비비안리나.. 그렇지.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왔던 오드리햅번에 더 가깝다고 말하는 게 옳겠다. 오드리 햅번 이 사진보다 아마 미영이가 열세배는 이쁠꺼다 그치만 내가 만난 최고의 미녀는 (적어도 내 기준에서) 대학 휴학 중 레크레이션지도자 한답시고 한창 무대 뒤에서 허드렛일하고 먼 지 뒤집어 쓸 때 만난, 1998년 한국사진협회(KAPA)의 가을체육대회 때 보았던, 한국사진협회의 여직원이였다. 체육대회의 마지막이였던 경품추첨 행사가 끝나고, 사무실 사장 주엽이 형의 동생인 주형이 형( KAPA회원)의 주선으로 소주 한잔 하다가 분위기 떠서 압구정동 한강둔치에서 밤12시가 넘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달리게 된 그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돌아가고, 그녀와 한명의 KAPA회원 여자 (이 여자도 잘사는집 딸 티가 펄펄나는 요염한 여자였다..-_-)와 주 형이 형과 나, 그렇게 넷이 남아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다른 여자(요염한 여자)는 크게 웨이브진 파마의 풍성한 숱을 가진 긴머리의 소유자였는데 대략 우아한 드레스와 잘 어울려보였지만, 정작 내 이상형의 그녀에 가려져 내 눈에는 들어오지도 않았던 기억이 난 다. 그 당시 돈에 미쳐 일벌레로 살던 나에게 스키니 골프니 되도 않는 자신의 취미를 들먹여 점수를 많이 깎아먹었던 요염한 그녀는 자신이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혼자산다며 (나보다 한살 많았으니까 그 당시 그녀는 스물여덟..) 자신의 집겸 작업실로가서 막차를 한 잔 더 마시자고 제안했었다. 반면에 내 인생 최고의 미녀(이름이 기억안남..굉장히 흔한 이름이였는데..정혜라고 했던가..)인 그녀는 당시 시골에서 막 상경해 구 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상태로, 아버지가 몹시 고루하신 엄격한 집안의 세째딸인 그녀는 딸 많은 집안 분위기 상 밤10시 통금을 못지키면 불벼락이 떨어진다며, 지금 집에가도 이미 큰일 날 것이라 걱정하며 죄송하지만 먼저 가봐야 한다고 말하고는 자리를 일 어섰다. 이쁘기만해도 될텐데 어쩜 그렇게 행동거지마저도 조신한지.. 박주미(이홍렬,박주미의 여유만만)사진5 지금 보니까 정말 많이 닮은 것 같네.. 키는 164..5 정도에 당시 유행하던 약간 밑으로 떨어지는 청바지에 검은 단화, 검은 폴로티셔츠. 그위에 흔한 파란 수트(일명 마이)를 받쳐 입었는데, 정확한 헤어스타일이나 향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느낌만은 확실히 기억난다. 피부가 수성이나 유성 뭐 그런 종류가 아니라 옥을 깎아 놓은 듯한 반지르르함.. 매끈하게 정돈된 야무진 둥근거림.. 커다란 눈동자나 우뚝 솟은 화려함으로 치장함 없이도 잘 다듬어진 단정한 우아함.. 샤워 후 화장기 하나없지만 왠지 눈부신 미녀를 상상하는 느낌이랄까.. 뭐 눈코입 연예인으로 굳이 비교하자면, 탤런트 박주미를 닮았다고.. 음.. 박주미를 억지로 갖다 붙이긴 했지만, 눈은 그렇고.. 코가 좀더 얇고 작으며 오똑했다는 것 뿐, 생각해보니 상당히 비슷한 것 같긴하다. 아직도 내겐 당시 그녀에게 품었던 연정, 한창 열정적이였던 시절임에도 청결한 욕망 혹은 절제된 소유욕.. 여하튼 그녀에게 가졌던 내 마음은 젠틀함 비슷한 무엇으로 계속 남아있다. 생각할 수록 참 아쉽다. 아무것도 못했다는 게.. 그녀는 내 존재조차 전혀 기억 못할 거라는 게. 내 인생의 미녀 58

이마에서 코로 또 입술에서 턱으로 이어지는 맵시있는 선으로 이루어진 상아빛 얼굴과 아주 가끔 뿜어주었던 하얀 미소가 34살 내 인생 최고의 미녀로 그녀를 채점함에 아무 주저가 없다. 또.. 누가 있을까.. 눈이 부시게 이뻤던 애들은 뭐 이 둘뿐인가 보다. 당장 기억이 안.. 아.. 추가하자면 한명 더 3년전에 호익이형이 주선해주었던 윤... 윤뭐더라... 어쨌거나 강남 삿뽀로라이온에서 만나 별로면 집에 가버리겠다는 나를 억지로 붙잡아시켜준 비오는 날의 소개팅. 오... 얼마든지 드세요.. 술 잘하시네요.. 술 취한 채 창피한 줄도 모르고 술집에서 게임하고 논게 얼마만인지.. 하얗다못해 투명한 피부에 자연스런 눈코입, 발랄한 성격. 특별히 사진찍고 기념하고 증거를 남길 필요도 없겠어요. 놀라움 반가움 그자체로 이미 기억속에 각인이 됐어요.. 라며 작업걸던 일 이 새삼 떠오른다.. 물론 전술한 두명의 이쁜이 보다야 좀 떨어지지만 (아무래도 나이가..있으니 당시 그녀가.. 어.. 스물일곱이였으니까 그렇게 많은 나 이도 아니네..) 여하튼, 연예인처럼 생긴 그녀를 그후 한번 더 만났었는데, 그간 본인이 바쁘다하여 다른 사람들의 스케줄을 본인에 게 맞추어 어렵게 마련한 술자리였음에도, 이렇다할 별 말도 없이 술 먹다말고 친구와 통화하다 자리를 일어나버려 그 황당함과 버 릇없음에 이 여자 참 사람이 덜됐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날 우리 일행과 만나기전 미리 헤어졌다던 남자를 다시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자신의 일편단심을 증명해 보이고자 그 남자를 우리가 술먹던 술집에 불러 자신이 흔쾌히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일편단심을 증명하고는 둘이 즐겁게 여관에 갔단다. 아.. 그래서 홧김에 이름을 잊어버렸나..? 그말을 들은날 난 퇴근후에 호익형과 '여자얼굴값'에 대해 토론하며 소주한잔 더 했던 기억이 난다. 최지우 이 사진보다 턱이 좀더 날씬하다면 얼추 비슷할까.. 눈코입만 따지면 소영이도 참 이뻤다. 지금 현재로는 가장 보고싶고 소식이 궁금한 소영이. 턱이 네모져서 자기 혼자 턱을 깎아야 시집을 가겠네 성대수술을 해서 목소리를 이쁘게 바꾸겠네..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녀는 일단 외모보다 맘이 참 착했다. 예산에서 자라 인정도 마르지 않았고, 주변에 좋은 사람이 포진해서 세상에 찌들지도 않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녀 친구들도 순 진했고.. 재작년에 대학원생이랑 결혼했다는데 애기도 낳았겠지.. 그럼 내가 좋다며 고백해온 여자는 몇명이나 될까. 우선 생각나는 건 고등학교 때 못된 친구의 손에 이끌려 찾아간 운화성결교회. 중딩들의 구애가 생각난다. 그 녀석들이 여고생이 되어 처음 맞은 크리스마스. 대학생이 된 경민이와 나는 각각 두통의 연애카드(?)들 받아 들고 처음에는 웃겨서 나중에는 그녀들의 진심에 당황해서 황급히 교 회를 빠져나와 투다리에 가 소주를 마신 기억이 난다. 아. 말하다보니 초등학교 때 우리집에 찾아와서는 날 좋아한다며 울었던.. 송.. 누구더라.. 초원미용실 막내딸이였는데.. 그 친구와 정명화..정경화? 누구지, 하여튼 그 친구.. 생각해보니 어릴적 큰 쌍커풀의 그애는 지금쯤 매력적인 여자가 되어있을 법도하다. 큭.. 갑자기 목이 매인다.. 내 인생의 미녀 59

또 5학년 때 전학와 내 짝꿍이되어 방학식날 내 책상에 사랑고백의 편지를 남겨두었던.. 걘 누구더라.. 하여튼 걔는 좀 이뻤는데.. 근데 당시 내가 열렬하게 좋아하던 송미순이란 애가 있었기 때문에.. 뭐 한눈 팔 수가 없었지.. 맞다.. 내가 정말 좋다며 미국으로 이민가기 전에 내 볼에 뽀뽀했던 희선이와 오를 수 없는 나무를 쳐다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지은이도 생각난다. 중학교 때는 남녀공학이였는데도 (물론 합반은 아니였다) 그 흔한 여자친구 하나 없었고 (아마 지금 친구놈들 만나서 이 모양 이꼴 이 된거라 생각된다, 그 당시도 마찬가지 였구), 중학교 때 누리단, 고등학교 때 한별단을 하면서 여자학교 축제 다 찾아다녔는데도 남들 다 가진 여자친구 한명 없었다. 그리고 대학에 가서.. 사실 학교를 안나가 학교에서 사귀진않았지만.. 어쨌든 그 나이가 되서야 여자친구를 첨 사귀게 되었다. 그게 문제였다. 나이 스무살. 난 너무 서툴렀고 너무 몰랐고 너무 느긋했고, 그리고 너무나 착했다. 난 여자들에게 넌 남자도 아냐.. 란 얘기를 무려 열두번이나 들었다. 이제 그 이유를 알기에 더욱 쪽팔리다. 그리고 제대 후 레크레이션지도자 연수받을 때 선배인척 다가와 적극적으로 날 좋아한다 말했던 은경이. 아르바이트 끝나고 잠실 국민은행에서 우연히 만난 나에게 선배님..저랑 영화보러 가실래요..라고 말했던 94학번 여후배.. 인사동에서 기다리다 귀가시간이 늦을까봐 집으로 돌아왔던 일이나, 학생이 공부해야지..라며 정중히 그녀의 데이트를 거절했던 눈 치없고 고지식한 내가 한없이 미워진다. 손태영 이쁜 직찍들!! 병신.. 줘도 못먹냐... 그럼 다음으로는 내 인생을 장식했던 여자들은 누구였는지 고해성사가 이어지겠다. 아.. 난 이렇게 혼자 살며 벌을 받고 있는 중 인가보다. 오늘은 일단 여기서 1부 끝. 내 인생의 미녀 60

술에 대한 고찰 3 2006.01.27 14:24 빈주머니 꺼꾸로 뒤집어 털어보듯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내듯 다 쓴 치약 쥐어짜듯 저 깊은 곳, 하기 싫은 말을 억지로 캐내는 기분.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 악쓰고 싶은 기분. 이 때가 아니면 또 잊혀져 없던 일이 되버릴 나만 알고 지나갈 숨막히는 이야기들. 벌써.. 태어난지 34년, 술마신지 15년, 여자친구 없이 지낸지 10년, 직장생활 안한지 10개월, 공인중개사 시험 끝난지 3개월이 되었다. 이 시간에.. 한심하게 이런 글이나, 아니 이따위 글이나 끄적이고 있는 내게, 있는 힘껏 주먹을 쥐고 견고하게 한방 주탱이를 날리고 싶다. 에누리없이. 고독과 마시는 술은.. 아니, 절망은.. 가장 강한 최음제라 했던가.. 지금.. 아니 요 며칠 혼자 이 지랄하는 게, 마치 내 의지가 아니였던 양 적당히 술기운을 빈 실수로 치부되길 바라는 얄팍한 발상.. 과연 그런 치사한 생각은 해보지 않았었던가.. 핑계는 내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술 취해도 당당히, 후회할지라도 당당히. 난, 술 취하는 난, 내가.. 창피하다. 옹졸한 모습이.. 초라하다. 내가.. 대략 잘 났는 줄 알았다. 또 그렇게, 언제나처럼 그렇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나 자신을 책망하고 꾸중하는 중에 분명 닥칠 좋은 일에 호들갑 떨지 않기를 몰래 다짐하는 오만한 생활의 반복.. 그런 식으로.. 어쨌거나 결국에는 일이 잘 풀릴거라 생각했다. 돈 한푼 없이 여행을 떠나도 굶어 죽는 일 없듯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거라 방심했던 것이다. 그런 식으로 여태 안심하고 있었다. 술에 대한 고찰 3 61

뚜렷한 이유를 모르겠다. 작은 한숨을 반복하다가 그러다 쓴웃음을 짓다가 그 웃음 끝에 눈물이 핑돌아 술잔을 기울였다. 술을 마실수록.. 힘이 빠져나간다. 많은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말한다. 언제 같이 한잔 하자고.. 참 나.. 난, 그 사람들하고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아니,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사람들과도 마실 생각이 있으니, 술의 힘이란 가히 거짓을 진실로, 충동을 정열로, 외로움을 갈증으로 변장시키는 재주가 있다하겠 다. 보고싶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지금 한잔 같이 했으면 좋겠다. 참.. 기분 엿같다. 오늘처럼 언젠가 이런 일이, 이런 기분이 들 때가 또 있었던가 생각해보면, 계속 내가 못난 듯 느껴져 기분이 상하고 만다. 그래.. 술만 먹으면 기분이 상한다. 그러고 보니 연쇄적으로 불편해지는 감정을 다스리기엔 술을 향한 내 짝사랑이 강한 것 같다. 왜 그런 거 있지않은가, 매 맞고 살면서도 그이를 사랑한다는 병신같은 푸념.. 하하.. 그렇네.. 난 술한테 매맞고 살고있다. 미친놈. 세상에.. 술 몇잔에 내가 날 물어 뜯고 있다. 술 술에 대한 고찰 3 62

My Private 2005.09.20 08:55 [석기의 About Myself] 스스로기획 그 두번째 내 인생의 여자 (열번째 가을맞이 특집) 아무리 노력해도 '그때 그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이 당연할 진데 순간, 그 당시로 돌아가는 때가 있다. '그날'의 음악을 들을 때, '그날'의 노래를 부를 때, '그날'의 비가 내릴 때.. 더우기 술에 취해 이 세가지가 겹쳐지는 날이면 참을 수 없는 그리움과 혹독한 외로움의 매질에 못이겨 차라리 빨리 취하는 방법을 택해 내 몸을 멍하게 만들어 이런 오늘들을 잊어버리곤 한다. 지금은 이 작은 행성.. 내 미니홈피에 커버링된 JD사우더의 노래를 듣고 있다. 물론 술한잔 했고.. 비오는 날.. 그날.. 오늘 생각나는 날은 대학로의 '마리'라는 카페에 처음 갔던 날이다. 그리고 생각나는 사람은.. 한동안 비오는 날이면 으례 내 마음은 대학로의 '마리'로 달려가곤 했다. 지금은 커다란 실내포장마차로 변해버렸지만 당시 2층짜리 가정집 개조에 의해 아늑하고 정갈하게 재탄생한 1층짜리 카피숖 '마리'. 천정높은 그 집에서 넌 첫눈오는 날.. 여기서 이렇게 다섯명이서.. 다시 만나자고 얘기했었지.. 벌써 십삼년이 지났다. 그후로 난 그 해 첫눈이 오는 날이면 '마리'를 찾았고, '마리'가 없어지던 날, 나도 함께 너를 잃었다. 하루하루 쓰다보니 여기까지 쌓이게된 내 홈피는 지금까지 한사람을 위한 행성이란 이름으로 쓰여왔고 사실 너에게 보여지기 위해 꾸며졌다. 그런데, 이제 언젠가 만나게 될.. 아니 언젠가 만나고 싶은 누군가에게 이런 나를 조금이라도 정직하게 세심하게 게다가 서둘러서 보여주고 싶음으로 꾸며가고자 한다. 아무도 보지 않는 내 생각의 잔여물들이 이런 4차원적 공간에 쌓여가는 동안 솔직하고 성의있게, 과장이나 은유없이, 겉과 속에 존재하는 이중의 나를 까보이고 싶었다. Just a Day (2004년 5월 18일 화요일) 처음엔.. 어쩔 수 없이 지나간 과거에 얽매여 어쩔 줄 몰라하는 내 속모습에 나조차도 내가 측은했었다. My Private 63

그리고 그 여자 한명과 더불어 묶여있는 커다란 이야기들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놓을 수 있을까 자신도 없었다. 더우기 나에게 아직도 커다랗게 멍들어있는 낫지않는 상처를 얘기거리로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잠깐의 술기운을 빌려 십년을 참아왔던 용기를 낸다. 많은 '석기heStory' 에 등장하는 그녀를 1991년 12월, 그해 겨울에 만났다. 나에게 과분한 추억을 안겨준 그녀가 나를 떠나간 과정은, 또 나와 그녀와의 연애담은 흔하디 흔한 소설책 속에서, 혹은 내 또래 대 부분의 남녀가 겪은 그 정도에 족한 감동일테니 나와 그녀의 경우가 특별히 소설보다 더 아름다웠느니 우린 정말 남달랐느니 하는 사족은 필요없겠다. 그저 지금의 내 상태로 미루어 단지 어리고 약했던, 그저 '평범한' 남녀의 이야기 정도의 무게로 유추해주었으면 좋겠다. 음.. 이제부터는 내 행성의 여자주인공이 될 누군가를 향해 얘기하는 형식으로 써야 겠다. 그 사람에게 털어 놓고 싶다. 이 글을 보여주게 될 단 한사람을 향해서. '우선은 이런 나를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란 변명과 함께.. 나도 사랑을 했었다. 지금은 믿지 않는 '사랑'이란 것을.. 오픈하는 날... 한 30분 쉬고 났더니 좀 마음이 진정된다.. 술도 좀 깨구.. 음.. 내 친구가 될.. 그렇지.. 나의 친구가 될 여.자.에게. 난 여자친구가 없어. 그래서 내 여자친구.. 난 '아내' 란 한 여자가 '남편' 이란 한 남자의 영원한 여자친구가 되는 것... 다시 말해야겠다. 여.자.친.구. 남자도 될 수 있는 친구가 아니라 꼭 여자만 할 수 있는 '여자인 친구' 가 되는 게 '아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에겐 남.자.친.구. 뿐이다. (물론 내가 말하는 '친구'라는 단어에 함축된 의미를 설명하기엔, 그 숱한 이유를 들먹이는, 자칫 가소로울 수 있는 친구타령은 이 자리에서는 하지 않기로 하자.) 따라서 내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은 당연히 여.자.친.구.는 없다는 말이고.. 그 말은, 다시말해 나의 여자친구는 내 인생의 여자 주인공도 겸하게 될 것이라는 말과 같다. 왜? 친구는 '계속~'이라는 진행형을 내포하고 있으니까... 따라서 과거 한 때 내 친구였던 사람들은 지금은 친구가 아닌 거 겠지. 진행형이 아니니까.. 그렇구나... 말하고 보니까 그렇네.. 계속되지 않는 만남은 인연이라 할 수 없는거겠지.. My Private 64

배경 > 가을숲길02 민우라는 내 남.자.친.구.는 나를 2년간 안본 적이 있었어. 귀찮고 싫어서 그런게 아니라 (어? 어쩜 그런지도..) 음.. 뭐랄까 마치 군대가면 잘 못 보게되는, 뭐 그런 비슷한 거.. 글쎄, 어쨌든 7년의 시간을 매일 만나다시피한 그 친구와 나는 그 당시 한 5년동안 열번도 안봤던 것 같애. 난 그 동안에도 경민이와 동섭이, 그리고 지금은 과거가 되어버린 어떤 친구와 돈독한 관계에 있었고.. 근데 민우는 나에게, 기실 민우에게 섭섭함까지 가지게 되었던 당시의 나에게 충격적인 말을 하고 나를 돌려보냈지. 민우를 오랫만에 본 어느날 민우가 그러는거야. 오랫만에 만나도 참 편하지..? 친구는 그런거지.. 난 너랑 안봤다고 멀어졌다고 느껴보지도 못했다..야.. 난 순간 너무 창피했고, 너무 고마웠고, 너무 부끄러웠다. 누구나 세상사람들이 친구에 대해, 그 막연한 느낌에 대해 말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접했을테지만, 하지만 내겐... 아니다. 여자 얘기하기로 했지.. 근데 내 여자 스토리에는 친구의 개념이 우선적으로 꼭 필요하기는 해. 하지만 위에 전술한 바와 같이 그 이유까지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 이 글을 읽을 한사람은 이미 나를 잘 알 것이니 굳이 말할 필요 도 없을테니까. 어쨌든, 이렇게 술 한잔한 날이면, 나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맘이 부르트고 지탱력이 떨어져 그저 울적해지고, 사는게 아쉽고, 심사가 답답해 서글퍼지는 게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 ('약한마음' 이라 부르자) 일진데, 난 괜스레 누군가 그리워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포장해서, 애써 그 '약한마음'을 마치 그녀를 향해 고정된 절대적 신앙심인 양 변질 된 채로 십년을 넘게 지내왔나봐. 그런 것 같아. 뭐 아니라면..아닐 수도 있고.. 또, 내 초라함에 대한 합리화나 자기방어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고. 나에게 산다는 건.. 뭐랄까.. 그동안 근5-6년간의 내 삶은 정말 즐거운 일이 많았지만, 그건 마치.. 문제를 풀어야하는 상황에 문제가 잘 풀려나가는 기분이랄까.. 해야할 일이 많은데.. 그래.. 눈이 잘 쓸어지는 기분. My Private 65

치워야할 눈이 키높이 만큼 쌓여있는데 쓸고 또 쓸어도 하늘에서 자꾸 눈이 내렸던 시간이 있었지. 그런 내가 눈을 쓸어내는데 많은 일들이 겹치면서 힘들어하기도 하고, 뜻밖의 도움도 받으면서.. 아니다. 사실 크게 도움받은 기억 은 별로 없다.. 어쨌든 그렇게 눈은 치워도치워도 끝이 없을 것만 같았어. 그 눈이 잘치워지는 그런 기분.. 내가 그녀없이 지낸 시간들은 어쩌면 그녀와 나를 헤어지게만든 근본적인 이유인 그 눈들을 치우는 시간들이였어. 어쨌든 눈이 잘 쓸어지는 수월한 기분. 내게 있어 그녀를 보내고 지낸 삶의 시간은 통쾌까지는 아니여도 순탄했다고는 할 수도 있겠네... 지금은 쌓인 눈도 없고, 다행히 하늘도 흐리지 않아 당분간 큰눈도 없을테니 맘도 편하고 몸도 편한 그런 상태이지. 이런 상태가 되기까지 내가 치웠던 눈이 내 '약한마음'의 근간일텐데, 난 그것을 그녀를 향한 목마름이라 착각하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 내가 말한대로 '분명히' 사랑했지.. 하긴 했지.. 만나본 여자 중에, 나아닌 내가 또하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내게 꼭 맞는, 아니 내가 꼭 맞다고 느끼게 만드는 여자였으니까.. 문제는 다른 이하고도 꼭 맞을 수 있다는 걸 내가 몰랐다는 것이였지만.. 그녀의 여자친구를 1999년 겨울까지 만났었다. 일년에 한번 혹은 이년에 한번 정도.. 난 한번도 그녀의 안부를 물은 적이 없는데 고맙게도 늘 알아서 그녀의 일상을 전해주던 선욱.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 문득 그 친구가 입술을 옴짝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무슨 말을 저리 아끼나..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거지. 내가 내 친.구.들과 보냈던 시간들을, 그 자신있고 당당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금( 金 )칠된 내 우정을 안스럽게 봤을테지. 그리고 그런 내가 겪을 미래가 위태로울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있었던거겠지... 다 털어놓으려 했는데.. 말하고 싶지.. 더이상은 기억하고 싶지않다. 그냥 그저 나만 가만있으면 없던 일이 되는건데.. 왜 이리 찬바람이 불면 맘이 서성대는지.. 이 무슨 청승인지.. 그저 술먹고 늘어놓는 주정뱅이의 푸념. 공허한 넋두리. 잊으려 애쓰지 않았어도 어쨌든 이만큼 이미 잊혀졌잖아.. 조금더 지나면.. 그리고 조금더 지나면 그만큼 또 괜찮아 질거야.. 더이상 그녀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아닌데.. 어떻게 영원할 수가 있겠어.. 세상에 영원한 게 어디있겠어.. 분명히 점점더 괜찮아 질거야.. 나아질거야.. 다시 홀로 서며... P.S 내 여.자.친.구가 될 한 사람에게 My Private 66

앞으로 내 여자친구가 될 당신을 만날 때는 늘 설레고, 늘 촉촉하게 만나려구요. 계절이 지나 늦게 여문 과일이니만큼 만지면 손에 묻어날 정도의 애정으로 툭 터져버려 흐르는 육즙만큼 축축한 감정으로 만날겁니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꼭 말할려구요. 태어나서 한번도 여자에게 해본적 없던 말. 너무 힘든 그 말. 잘 될진 모르겠지만 꼭 너만 사랑할께. 라고 My Private 67

My Favorite 2005.09.20 08:54 [석기의 About Myself] 내가 좋아하는 것들 스스로기획 (기재글 100건 돌파 특집) 심층분석. 인간 박석기 그는 누구인가.. 오늘은 6월15일자 등록스토리 100건 돌파겸, 조회수 200명 돌파기념 이벤트로 이 Planet의 주인장을 낱낱이 파헤쳐보 고자 합니다. 글에 들어가기 앞서, 이글은 퇴고나 감수 절차를 거치지 않으므로 자칫 자화자찬으로 번질 우려가 다분하므로 걸를건 걸르고 취할 건 취하는 귀하의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겠다. 히스토리1 우선 고생깨나 하며 살아온 듯한 뉘앙스를 잔뜩 풍기며 지루하게 길게 써내려간 히스토리의 No.1 '돈은 요새이고 가난은 폐허이 다'를 읽어 보면, 이 인간이 상당히 내향성( 內 向 性 )을 띄거나 음울한 성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의 모습에 어느정도 만족을 하면서도 마치 아직 훨씬 더 나은 미래가 준비된 것처럼 은근히 자신을 치켜세운다. 치열하게 살아 온 자신에 대한 흐뭇함과 애정이 가득하다. 자기자신을 찬양하는 글, 자신을 향한 찬송가, 한마디로 "자뻑"이라 할 수 있겠다. '이화우흩뿌릴제울며잡고이별한님'이나 "눈내리는날의단상' 시리즈, 'Don't pretend knowing me', '잊을수있다면사랑이아니지','인 생의쓴맛을알면술맛이달다' 등에서 보여주었던 끈적한 기분 (한여름 숲길을 걷다 팔뚝에 거미줄이 감기는 기분) 같은 눅진함은 '잘 가하기'나 '부담스런여자가필요하다' 이후 많이 사라져 참 다행이라 하겠다. 인터넷유머 물론 몽땅 출처를 밝혀서 크게 트집잡히지 않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너무 글이 길고 상대적으로 그림이 적은 것이 흠이라면 흠 되겠 다. 본인도 삼십몇년간 주접떤 일이 적지않음을 세상이 다 알고있는 바, 본인의 치부를 밝혀 독자에게 행복을 선사함도 좋을 듯 싶 다. 기대하겠다. 사족을 달자면 굳이 코믹 File을 첨부하여 방명록 부기를 강제하는 방법은 매우 치사하다 하겠다. 미스테리 일단 주인장의 노고를 치하한다. 외국 관련사이트까지 뒤져가며 올려놓은 탐구정신과 열정은 대단하지만 공부는 도대체 언제했는지 궁금하다. 방문자의 조회수가 현격히 떨어지는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터. 음모론 추종자로 몰리기전에 적당한 선에서 끝냄이 어 떠실지... 공인중개사 관련 짜집기와 자작글의 적절한 조화가 돋보이나 아직까지 분량이 적어 전체적으로 매우 부실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음이다. 좀더 해당 공 부에 매진해서 본인이 작성한 요약방법이나 학업Know-how를 기고하기 바란다. 근데.. 만일 떨어지면 어쩔건가? 정말 이민갈껀 가? Pop song 및 가요가사와 그림 My Favorite 68

수고했다..는 말도 아깝다. 그냥 갖다 붙인 거 아닌가? 뭐, 더 말이 필요한가, 근데 Pop은 어딨나?? 석기추천여행지 오..여행얘기.. 어디 다녀온 얘기만 나오면 자랑하고 싶어 죽을테지.. 공부는 언제할 건지.. 그래서 여기서부터 갑자기 주인장과 인터뷰를 해보기로하자. 도대체 이 기획연재랑 상관없는 박나림 아나운서 사진이 왜 붙어있는가?...여행 얘기나 하시죠... -_-+ "..음.. 전 매사 굉장히 긍정적이고(심해서 탈이지요..) 낙천적이고, 놀기도 좋아하고, 또 이기적이여서 그런지 내가 피해를 안주면 나역시 피해를 안받아야된다고 생각하는 약간은 섬나라민족 같은 기질도 있고, 궁금하거나 남들 다 해보는 건 꼭 해봐야 적성이 풀리고 사람을 저울질하진 않지만 계산은 정확히하고.. 한다고 말 뱉어놓으면 반드시 지키는... 뭐.. 갑자기 이상하네요 내가 정말 이런 사람이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질문을 이해못한건가? " 큼..-_-..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질문을 하신거라면..음.. 야구, 오지탐험, 배낭여행, 땀나게 달리기, 수다떨기, 미스테리, 귀신, 철학으로서의 종교, 심리학, 토론, 덴뿌라, 오이지 볶은거, 순두부찌개, 뚱뚱한 애기볼, 라일락향기, 반바지, 햇볕, 쓰래빠, 닥치는대로하는 독서, 겸사겸사, 똥이야기, 역사책, 앨범보기, 심야우등버스, 수영, 스키, 산에 가기만하고 안 올라가기, 빗물 떨어지는 저수지, 재테크, 할인매장, 비수기 최저가 해외여행, 쫙달라붙는 옷이 잘 어울리는 여자, 존댓말하는 여자, Love affair, 프렌즈의 조이 트리비아니, 이승철, 휘성, 마이클런스투락, 베리메닐로우, 퀸, 노래방, 편의점 파라솔, 숯불구이, TV심야토론, My Favorite 69

좋은 공기, 시골에서 자란 사람 (전원에서 보낸 어린시절을 가진), 보리차, 떡볶이, 찬물, 주전자에 입대고 물마시기.. 헥 헥 야.. 난 이런 놈이구나... 오늘 특별히 등록글 100건 돌파 기념행사로 너무 많은 프라이버시를 생생하게 공개하는 거 아닙니까 *^^*?" 물어본 질문에는 대답안하구서.. 끝내 질문을 회피하는 주인장.. -_- 오늘 글의 제목이 원래 '100회 특집' 이였는데, 아무래도 'Favorite'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누가 물어봤나.. 지가 좋아하는 걸 왜 말해.. 우좌지간 글이 길어져 100회특집을 여기서 마친다. 다음 등록글 200건 돌파기념 기획은 인간 박석기의 인간관계를 준비하겠다. 왜 박나림 아나운서 사진을 붙인건지는 궁금증을 유발하려는, 신비주의에 착안한 조잡한 발상이라 정의해두자. 다음 200건 등록기념 까지 변함없는 성의와 관심을 바라며 오늘 주인장 인터뷰를 마친다. 이상. 2005년 6월 16일 혼자 미쳐서. 내가 봐도 내가 한심해진다... ㅠㅠ My Favorite 70

돈은 요새이고 가난은 폐허이다 2005.09.20 07:02 돈 모두들 여유보다는 젊으니까 돈을 택하라는, 조금이라도 젊을 때 고생해서 돈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은가봐요 돈 욕심이 없진 않지만 결국 나를 위해 버는 돈 좀 더 나은 조건 (편안함, 자유로움, 여유 등등) 이 우선임에도 다들 필수불가결한 충분조건으로의 경제력을 무시할 수가 없는가봐요. 물론 돈 없으면 불편하지요.. 보편적인게 합리적인 건 아닐텐데.. 어쨌건, 제 행성(planet)에 어쩐일로 오신 뉘신진 모르오나 일단, 환영합니다.. *^^* 환영 제 소개부터하는 게 순서겠지요 음.. 전 어려서 남부럽지 않은..뭐 그정도 그런대로 밥먹구 살만한 집의 둘째이며 장남으로 태어나 초등학교 2년까지는 남부러울 것 없이 최고급만 먹고 입고 자랐어요 지금도 기억이 나니까..Thanx Pa & Mam~. 그러니까 그게.. 여동생과 막내가 아주 꼬마 일적에 아버지께서 동아일보를 그만두시고 고향친구와 성환에 공장을 짓고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아버지가 저녁에 사오시는 고려당 빵과 쎈베이라고 불렀던 생과자, 그리고 통닭 먹기 싫다고 투정이나 하는 나름대로 축복받은 어린시절 이였지요 -_-)b 그러다 첫번째 두번째 사업에 실패하시고 (사실 사기 당하셨지요 그 고향친구놈한테.. 조한수..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이름..) 돈은 요새이고 가난은 폐허이다 71

보증서 준 일이 겹쳐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남의집'살이를 하게 되었죠 어쨌든 그후 우리집 가훈이 '밝고 바르게'에서 '보증서지 말자','친구가 더 나쁜놈이다' 뭐 그런 식으로 바뀌었죠. 6학년때부터 중학교2학년 때까지 단칸방에서 여섯식구가 살기도 했구.. 그 전에 집 두채 넘어가고, 가재도구가 강제집행됐을 땐 물로만 끓인 된장찌개에 하루 한끼.. 많으면 두끼를 먹으며 살던 적도 있었어요.. (-_-"캬~들어는 보셨겠죠? 결식아동..점심도시락 못싸가는 상황.. ㅠㅠ) 어머니께서는 아직도 그당시 어린 네남매 끼니를 거르한 게 천벌을 받을 짓이 였다며 아직까지 자책하시고 자존심 때문에 잘사는 외가식구들에게 손 못벌린 것을 恨 하시곤 하지요.. 지금은 뭐 다 지난 일이 되었지만... 그 후 제 맘속에는 약간의 그늘과 반항심 타인에 대한 경계, 불신 같은 적개심이 늘 자리잡았고 누나나 저보다 못한 환경에서 자란 동생들에게 향한 부모님들의 죄의식과 보상심리는 오히려 당신들의 고통만 가중시키는 부담이 되어버렸죠 그리고 십년이 흘러 예닐곱번의 부도와 보증빚 변제로 인한 쇼크와 패배감의 누적인지 아버지는 고혈압으로 쓰러지시고 그리고 또 몇년간 중풍을 앓으셔 (뇌졸중이라하죠..) 반신 마비로 집안에만 누워계시다가 결국 제가 처음 취직한 해에 중환자실에서 병원측에 포기각서를 쓰고 집에 모셔온 후 한달만에 세상을 등지게 되셨죠 정확히 두달 후면 아버지 기일이네요... 어렸을 때, 아버지 참 많이도 원망했었는데... 또 그리고 일년 뒤 긴병에 장사 없다고 8년간이라는 긴 병간호 끝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긴장이 풀린 탓인지 누적된 피로 탓인지 돈은 요새이고 가난은 폐허이다 72

어머니께서도 쓰러지셨고 대장암 판명을 받아 절개수술 후 3개월간 입원하며 항암치료 받으시다 꾸준히 통원치료를 받으신 끝에 2년이 지난 지금 마지막 전신 조직검사 결과 깨끗이 나았다는 완치 판정을 받았답니다 ^^* (이 몇 줄만에 좋은 소식이던가..) 놀랬죠..? 굉장히 괴롭고 힘든 시절이었다고만 생각하진 않아요 견딜만 했으니까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견디기 힘든 고통의 반대말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그 과거에 대한 보상으로 졸업 후 열심히 살았어요 빈손의 무력함을 알기에 난 남들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법을 미리 체득한 것이라 자위하며 절대 신세지지 않고 손가락질 받지 않고 아쉬운 소리 안하며 살기위해 악착같이 살았죠 그리고 제겐 친구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을 현실로 보여주는 친구들과 저를 아껴주고 성원해주는 후덕한 선배님과 돈은 요새이고 가난은 폐허이다 73

눈알에 독이 오를대로 오른 저를 위해 언제나 미온함을 전해 줄 해독용해제를 타주시는 어머니.. 아.. 어머니 주저앉아 쉬기엔 아직 내일이 너무 많지요 사랑도 해보고 배신도 당해보고 친구도 잃어봤고 꼭 하고 싶었던 일들도 원없이 했고... 해서 오늘, 별 걱정없이 술에 취해 어디 안가본 곳 좀 가볼까를 놓구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이렇게 쓸데없이 듣는 이 없는 곳에 주절대고 있는 중인거죠 (그래요,, 팔자 좋은 넘 입니다.. 지금은) 인생은 아름다워 난.... 정말 나란 놈은 알다가도 모르고 개방적이며 보수적이고 낙천적이면서 극단적이고 온순하면서도 격렬하지만 직간접적으로 겪은 여러 일들이 복합되어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었던 건 그 상황마다 제 어깨를 다잡아주는 지인들이 많아 그 덕에 지금까지 꽤 괜찮은(?) 놈으로 잘 살고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두 누이는 시집가서 잘 살고 있고 넘 예쁜 조카들이 있구 (아이구 귀연년..) 돈은 요새이고 가난은 폐허이다 74

막내도 작년에 7년간의 연애끝에 여자친구와 가족이 됐어요 직장도 중소기업협동조합 산하 조합총무로 있어 큰 돈을 벌진 못하지만 탄탄하고 전형적인 B형남자 임에도 재수씨와 다툼 한번없이 잘 살고 있지요 (누이는 출가외인이라 언급 안하겠습니다) 어머니는 아침엔 수영가시구 점심엔 뜨개방가시구 저녁엔 아들들 뭐 해줄까 고민하는 전형적인 주부시져 (태평천하.. ) 지금의 여유를 선물처럼 고맙게 받고 계시다고 말씀하시는 마음 여리신.. 한없이 착하게만 사시는 분이지요 그리고 전 늘 말해왔듯이 좋은 공기 쐬는거 좋아해서 여행다니구 낚시가구 주말엔 동생과 테니스도 치구 야구하구(한강과 집이 가까워요, 회사야구부) 일년에 한번씩은 해외로 여행도 가구 한달에 한두번 수영하구 일주일에 서너번 헬스클럽 나가구 여름엔 조깅하고 겨울은 스키타구 (놀라운 팔자요 극히 축복받은 인생이지요 오..근육질이냐구요? -_- 몸은 돼지랍니다.. 쩝) 아주 지극히 정상적이고 전형적인 서른넷의 삶을 살고 있어요 (짝이 없는 거? 그거야 뭐.. 내가 선택한 일인걸..아님 인생이 박복하거나.. 이유? 글쎄요 최면을 걸기전엔 알아낼 수 없을껄!) 너무 길었나요.. 삼십년 산 얘기를 다 쓸 순 없었지만 이런 얘기도 실로 십몇년만에 해보는 거 같네요 여기까지는 늘 목에 걸린 가시처럼 잊고싶은 인생의 한 시절을 삼키지 못하고 살아왔으니 돈은 요새이고 가난은 폐허이다 75

이제 그 세월 속에 사귄 사람들과 앞으로 얼마나 더 잘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더 만들어나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토론하고 있는 지금이 얼마나 복에 겨운 일인지.. 이 얘기를 쓰다가 문득 깨닫게 됩니다 모든 친구가 같이 있고 든든한 선배나 고참들이 고언을 선물해주는데 더 힘내야지요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지요 석기는 똥지게를 져도 남보다 잘 할거라는 그분들의 격려가 힘이되어 조금만 걱정하며 살렵니다 젊은데 돈 많이 벌지요 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맛있는거 마니마니 사줄려면 까짓 몸뚱이 좀 고생하지 뭐 *^^* 그리구 (잠시 술에 취한 핑계로 삼천포로 빠져서리..) 전 개인적으로 여자가 존대말 쓸 때가 제일 섹시해여.. 홍 홍 홍 (변태아님 -_-* 변태처럼 보여도 어쩔 수 없음) 그래서 메일 쓸 때 마저도 정확히 존대을 하구, 그래야 존칭을 받겠죠 그게 공평할거구.. get back smile작전이라고나 할까요.. 돈은 요새이고 가난은 폐허이다 76

전 냉정한 놈이라 공짜가 없는 사람이예여 -_-+ 잘 읽으셨으면 방명록에 이름 남겨주시고 혹시 여자라면.. ^^* 멜주소 또는 전화번호 남겨주세요 (거듭말하지만 변태아님) 욕심같아서는 동갑 여자친구 생겨도 두손으로 따라주는 술 받구 존대말 쓰라고 할껀데.. 연하한테도 이런 말이 씨알이나 먹힐까 모르겠네요 -_-a (아직도 정신 못차린 건가..쩝) 곧은 길에서는 길을 잃는 법이 없다했으니 앞만보고 가보지요 뭐 그럼 전 여기서 진지함을 마칩니다 술이 깨기 시작하는 지 머리가 너무 아프네요 앞으로는 왠만해서 진지하고 싶지 않구요.. 저만 고생하고 자란 것 같아 우습네요 어차피 고통없이 산 새는 낳자마자 죽은 새 밖에 없다하니 머금은 냉소는 지우되 제 지독함은 예의와 승부욕으로 다시 포장해야지요 그럼 다음번에는 술깨고 함 뵙지요 신나고 흥분되는 석기의 풀 스토리 계속 됩니다!! 자, 빠~져 봅시다 인생 돈은 요새이고 가난은 폐허이다 77

눈내리는 날의 단상 November Snow 2010.09.01 09:44 첫눈이 내리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 마다 낯설지 않은 눅눅함이 찾아든다. 울적함과 무력감이 적당히 믹스된 11월의 냄새, 그리고 12월의 기억은 한 번을 거르지 않고 엄습해 온다. 대체로 그런 날들은 잿빛 구름과 닦지 않은 구두, 담배 연기와 젖은 낙엽 등 흐릿한 흑백톤으로 각인되어 있다. 또 대체로 그런 날은 잘 마시지도 않는 커피나 사연품은 발라드가 생각나고 지독한 가사에 맘이 찡해져 마음 속 구식 카메라를 꺼내보곤 한다. 어울리지도 않는 롱코트를 걸치고 오랫동안 찾이 않았던 서울의 어딘가를 걷고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입김을 내뿜으며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 한잔 기울이고 무거운 마음으로 휴대폰을 열었다 닫았다 하루 반나절 정도 충분히 청승을 떨고 돌아온다. 눈도 아니고 비도 아닌 진눈깨비. 포장마차 의자를 일어서다 남은 잔의 소주가 흘러넘치고 끈적하게 눌러붙은 안주자국과 오랜 기억들을 아주머니께서 닦아버린다. 묵은 감정 쌓인 마음 나도 필요없는 이삿짐을 내버린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첫눈, 기쁘지 않은 미소와 함께 또 그런 일년이 지나간다. 눈내리는 날의 단상 November Snow 78

눈내리는 날의 단상 November Snow 79

추억 버리기 2010.07.22 15:53 내 마음에는 이미 없는 사람이 사진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살아남아 나를 보고 웃고 있다. 지극히 무심한 마음으로 앨범을 정리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멀쩡한 사진더미를 버린다. 계속 구부려 있어 뻐근한 허리를 두드리다 문득 울퉁불퉁한 텐트바닥에서 깨던 아침이 기억나고 칼로 가위로 사진을 오려내다 과거를 피해다니는 소심한 내 모양에 울적해진다. 버려진 사진들도 남아있는 사람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아는 사진 속의 행복함은 애써 무표정한 나의 가위질로 그 당시의 애틋함은 심드렁한 나의 손아귀에 찢겨진다. 내 마음 속에는 이미 없는 사람들 아무런 의미없는 사진들.. 추억이 선명해지기 전에 사진을 찢는다. 추억 버리기 80

추억 버리기 81

발렌타인데이 2010.03.19 12:13 사랑이란 우연에 의존하지 않는 유일한 행복이다라는 말이 있다. 운명이니 인연이니 좋은 말로 포장된 사랑은 흡사 발렌타인데이를 위해 포장된 초컬릿과 다를 바 없다. 사랑, 행복, 희망 따위의 단어들이란게 하루 세끼 밥마냥 워낙 흔하게 마주치게 되다 보니 얼핏 무덤덤하게, 혹은 자칫 날림으로 사용되는 것 같지만 후딱 삼키지 않고 잘 곱씹어 보면 그 말 외에 다른 표현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사랑. 희망. 행복. 대체재나 보완재가 없다. 비슷한 말도 없다. 반대말이 있을 뿐 다른 말로 바꿔쓸 수 없는 고유한 개체, 마치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원소같이 순수한 존재인 것이다. 포장된 초컬릿을 뜻밖의 결과처럼 받아들이는 일, 우연을 가장한 흔한 행복. 2월 14일, 오늘 저녁 내 사랑은 빛이 난다. 발렌타인데이 82

발렌타인데이 83

사랑낙서장 2009.11.01 16:57 20대 초반의 내게 사랑이란 앞만 보고 달려가고 솔직하게 부딛치고, 헤어짐에 당당하고 남 보란듯이 잘 살아가는 씩씩함이였는데 20대의 후반에 찾아온 이별이란 놈이 그 중 가장 연한 부분을 물어 뜯어버렸다. 삶의 중간중간이 축축해야 할 것 같아 쓸쓸한 여행을 하고 괜한 돌탑도 쌓고 왠지 멀쩡하면 안될 것 같아 혼자 울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내 30대 초반은 남들에게 괜찮아 보이면 안되기에 더군다나 나를 잘 아는 상대에겐 동정을 얻어야 했기에 멍한 시선으로 풀린 눈동자로 어깨 위로를 받으며 복수를 다짐하는 집착으로 점철되었다. 그런 시간을 지내온 내 30대의 사랑은 나약함과 투정, 조심성과 객기의 버무려짐으로 슬픔과 오기, 독서와 향락, 술과 방종으로 내 삶을 애지중지 하는 마음 반, 될되로 되라지 하는 마음 반 추억과 미련을 오가며 줏대없는 이기심으로 변질되어갔다. 그리고 40대를 맞이하는 지금 내게 사랑이란 욕심에서 그녀를 제외시키는 것, 내게 남은 따뜻함에서 아니 얼마 남지 않은 인간미에서 한올한올 실을 뽑아 그녀를 위한 둥지를 만드는 일 가장 크고 아름답진 못하지만 내가 가진 그나마 내게 남은 가장 좋은 마음을 보관하는 곳, 그 속에서 웃는 그녀를 맞이하는 일이다. 그녀를 위해 내 진심을 항상 그 자리에 남겨두는 일이다. 사랑낙서장 84

사랑낙서장 85

찬바람이 불어 마음이 식으면 2009.10.07 08:48 "난 당신께 소중한 사람이 되겠어요.."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겠다..라고 말하는 거.. 한마디 말이니 쉽게 할 순 있겠지만 꺼내놓은 말, 그 말을 지키기란 반평생을 바쳐도 이뤄내기 힘든 일인 거.. 아니, 그 말을 꺼낸 순간 이후로 이루기 불가능하다는 거.. 누구나 알고있지만 말하지 않는 비밀이 되어버렸는데도.. 난.. 이제 서른이 넘은 나이에야 겨우 깨닫고 있습니다. 무책임하게 순간의 기분을 한껏 끌어올려 상대방에게, 머리위의 하늘이 온몸을 짓덮쳐오는 듯한 벅찬 감동을 주는 행위, 사랑의 고백, 영원의 약속들이, 결국은 '찰라의 발작', '순간의 마취', '현실감의 마비'로 영원할 수 없는 약속, 쌍방이 피해자가 되는 '기망행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한사람만 사랑한다던가, 죽을때까지 존경한다던가, 목숨을 바쳐 은혜를 갚겠다는 말을 하지 않게되는 것은, 난 당신이 좋다던가, 난 당신이 필요하다던가, 너무 감사합니다.. 라는, 조금은 책임의 무게가 덜한.. 조금만 내가 양보하면 되는 말로 대용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철해진 이유는.. 모두 경험의 소치이겠구요.. 감히 내가 너의 힘이 되겠다, 최선을 다해보겠다, 소중한 모두를 걸겠다.. 이젠 그런 말할 용기가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고 싶습니다. 나.. 겁이 난다고.. 자신없다고.. 하지만 지켜주고 싶다고.. 가장 양심적으로 말하고 나서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이룰 수 있는 약속만하는 멋대가리 없는 나이지만 누군가의 곁에서, 그 아주 가까이에서 그 사람을 향한 내 마음이 고갈될 때까지 적어도 세상누구보다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그리고 그 절정에 달한 사랑은 식어갈테니.. 그 때가서는 오늘을 되새기며 노력하겠다고.. 이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찬바람이 불어 마음이 식으면 86

찬바람이 불어 마음이 식으면 87

2009년 가을, 추억은 기억의 다른 이름일 뿐 2009.09.17 12:58 무더위가 물러가고 아침공기가 서늘한 가을이 왔다. 단 한 번도 어긋남이 없었던 무한반복. 생각해보면 한 계절이 바뀌는데에 그리고 그렇게 네 번의 반복으로 한 해가 바뀌는데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지 않다. 슬픔의 끝에서 얻는 희망, 웃음 뒤의 불안함, 좌절의 뒤를 항상 따르는 오기의 발동. 다시 가을이 오고 여름이 가고 또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을 것이다. 답답하고 담담하고 죽을 것 같지만 결국 살 만 해지고.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고 또 다시 여름이 온다. 섭리대로 기억은 추억이 된다. 2009년 가을, 추억은 기억의 다른 이름일 뿐 88

시청앞 지하철역에서 2009.08.12 18:30 추운 겨울.. 아니 겨울의 추위.. 싸늘한 바람과 습기없는 탁탁함. 반쯤 타버린 붕어빵과 벙어리장갑. 불법음반을 파는 리어커와 더럽게 녹아가는 전봇대 아래 눈뭉치.. "이번 정차할 역은 시청. 시청역 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 입니다." 짧은 침묵.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너를 다시 만났었지. 신문을 사려 돌아섰을 때 너의 모습을 보았지. 발 디딜 틈 없는 그 곳에서 너의 이름을 부를 때 넌 놀란 모습으로 음 음음 음.. 식은 커피, 넓은 창 밖. 눅눅한 노래방, LP 턴테이블과 마른 잔디. 청량리, 면목동, 상도동.. 김 빠진 맥주, 딱딱한 오징어와 땅콩. 오랫동안 오지 않는 302번 버스.. 교복을 벗고 처음으로 만났던 너 그 때가 너도 가끔 생각나니 시청앞 지하철역에서 89

뭐가 그렇게도 좋았었는지 우리 둘만 있으면.. 화장기 없는 얼굴, 츄리닝 바지. 포장마차의 오뎅, 홍합 국물 소주와 새벽. 그리고 친구... 시청 앞 지하철역. 시청앞 지하철역에서 90

소주와 인생 2009.01.15 16:07 누군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내 현실이 점수로는 몇 점이나 되느냐고 물어왔다. 겨우 소주 두 잔 마시고 들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소주를 두 잔 더 마셨고 난 대답했다. 85점이라고. 그 사람은 오 그러세요라는 놀라움과 함께 자신의 점수를 말해왔다. 51점. 오십평생을 살아온 인생을 49점짜리 낙제라 말하긴 그렇고 딱 중간인 50점보다 1점 높은 51점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그 옆사람은 걸어온 인생을 60점이라 했고, 아직 인생은 끝난게 아니라 힘주어 말한다. 그리고 그 옆사람은 49점이라고 말했고, 그 이유는 자신에게 떳떳치 못한 경제력이라며 우울해 했다. 모두들 85점을 말한 나를 부러워하는 눈치이다. 그리고 내 점수가 산정된 이유를 각각 오해하는 눈치이다. 돈이 넉넉해서 자식이 출세해서 몸이 건강해서 결혼을 잘 해서 혹은 그렇게 보이게 살고 있어서.. 과연 어떤 것들이 나를 측정할 계량기준이 되는 것일까. 100점으로 당당하지 못할 이유를 소주와 인생 91

난 얼마나 숨겨두고 사는 것일까. 단지 날이 춥다는 이유로 가볍게 소주 한 잔 걸치자던 그 날의 술자리는 이런 이유로 낯설어져 갔다. 열심히 살아온 인생들이 순식간에 싸구려 안주가 되어버렸다. 소주와 인생 92

희망이 있으면 살만하다 2008.09.26 17:07 희망이 있으면 살만 하다 아직 나를 맞아주는 이 있으니 난 살만 하다. 따뜻한 격려가 있으니 살만 하다. 아직 건강한 몸이 있으니 살만 하다. 벌써부터 여기저기 쑤셔대고 사십줄에 몸져 눕는가 하면 수술대에 오르기도 하는 사람들이 있어 난 비교적 살만 하다. 내 과거를 경험으로 믿어주니 그 덕에 살만 하다. 지난 시간은 모두 준비일 뿐 앞으로 계획된 미래는 더 성공적일 것이니 난 여전히 살만 하다. 희망이 있고 목표가 있고 그리고 남을 위해( 危 害 )하지 않으니 내일( 來 日 )은 위험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또 하나, 네가 내 곁에 있어 희망이 있으면 살만하다 93

난 아직 살만 하다. 너로 인해 난 살만 하다. 희망이 있으면 살만하다 94

자기별로 돌아가기 싫은 화성 남자 2008.09.19 13:14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남들 하는건 다 하고, 남들 가보는 곳은 다 가며, 남들 읽는 책은 다 읽는 내가.. 실로 결심한지 몇년이 지났는지도 모를 이 세계적인 스테디 설러를 드디어 읽으며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그간 명불허전의 명작도 접했고, 광고만 요란한 깡통작품도 읽었지만, 이 책은 정말 뭐라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묘한 재미를 지닌, 쪼끔은 지 루한 책이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참나.. 어떻게 이렇게도.. 참.. 사실 누구나 알 법한 내용이고, 누구나 관심있는 주제이며, 누구나 한번쯤 궁금해 할 내용이 가득한 이 책은, 책의 부제 그대로 '남녀간 차이 자기별로 돌아가기 싫은 화성 남자 95

를 통해 진전한 사랑을 일깨워주는 연애의 교과서'라고 말할 수 있겠다. 뭐 책을 읽으며 놀란 부분들도 있지만 대체로 이걸 누가 몰라..라는 혼잣말로 일관했던 터라 뭐 그리 맘을 흔드는 걸작은 아닌 것 같았지만 어쨌든 이 긴 책을 읽었음에 스스로가 대견스럽기만 하다. 애초부터, 태초부터 남자와 여자라는 생물이 다른 행성으로부터 이주해와 지구에 정착한 것이므로, 서로 완전히 다른 생각과 사고방식을 가 질 수밖에 없다는 전제를 깔고 논리를 전개하는 이 책은 현재까지 40년 이상 부부들을 위한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존 그레이 박 사의 연애지침서, 남녀갈등의 해결서이다. 그레이박사는 오랜 기간 부부간 갈등의 원인과 치유법 연구에 몰두한 바 이 책을 세상에 내게 되었다. 남녀가 서로 사랑한다라는 것은, 사랑상대가 필요로 하는 사랑이라기보다 결국 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상대가 지금 무얼 필요로 하는지 귀를 기울여 그 말을 들어주는 것이라는 한다라는 것은, 게 이 책의 요지이다. 더군다나 여자에게는 문제의 해결보다 단지 문제를 '들어주는' 일이, '함께' 동참하는 일이 그토록 중요한 일인지를 둔한 남자들에 일갈하고 있다. 자기별로 돌아가기 싫은 화성 남자 96

위 그림에서 알 수 있듯.. 아니, 위 그림을 보며 누구나 공감하듯이, 남자와 여자는 분명 다르다. 작가는 남자와 여자가 처음부터 다른행성에서 왔으므로 서로 다른 생각과 사고방식을 가짐이 당연하다. 즉,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바로 나와 같은 또다른 나를 원하는 그릇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남자에 비해 여성의 뇌는 공감에 더 적합하게 되어있고, 남성의 뇌는 체계를 이해하고 구성하는 일에 더 적합하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어서 서로 같은 언어를 말하고 있지만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작가는 첫장에서 남자를 '미스터 수리공'으로, 여자를 '가정진보위원회 위원장'으로 표현한다. 딱 맞는 비유인 것 같다. 또한 '남자는 자기 동굴로 들어가고 여자는 이야기를 한다'라고 표현했다. 정말 이거야말로 제대로 된 관찰결과가 아닐까 한다.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타당하고 일반적인 결과.. 자기별로 돌아가기 싫은 화성 남자 97

모든 사물과 현상의 원인과 결과 사이에 내재하는 보편적 일반적 필연적인 불변의 관계..를 우리는 '법칙'이라고 부른다. 작가의 의도를 자칫 잘못 이해하면, 남자들의 무지는 결국 당연한 결과일 뿐 잘못은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남자들이 여자를 이해 못하 는 것은 자연법칙인 것이다라는 말이 도출된다. 이성적이기에 감성을 자극하기 힘들고, 인과관계에 집착하기 때문에 다정하지 못하며, 한결같이 고집을 부리기에 여자 입장에서는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서로의 생각이 잘못 전달되는 것이다. 따라서.. '둔한' 남자는 무죄이다..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보듬어라.. 하지만 남자가 무딘건 원래 태생이 그렇다.. 결혼을 3주 앞둔 나.. 난 정말이지 화성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가망없는 남자는 살기편한 자기 별로 돌아가야 하냐 말이다. 함께 데리고가면.. 그 사람이 힘들려나.. 어쩌란 말인가.. 태생이 화성인인 것을. 자기별로 돌아가기 싫은 화성 남자 98

사랑, 그 가슴뛰는 울림 2008.09.16 23:57 즐겁지 않다면 춤이 아닙니다. 설레지 않는다면 꿈이 아닙니다. 멈출 수 있다면 사랑이 아닙니다. 즐겁지 않다면 춤이 아닙니다. 그녀와 시내에 나가 소소한 살림살이를 장만하고 이러니저러니 중요치 않은 작은 일로 금새 풀릴 실랑이를 벌이고 해산물 가득한 한적한 바닷가에서 시장을 보면서 얼마 차이나지 않는 가격에 머뭇거리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뭔가 약간 부족한 듯한 그녀의 요리에 흐뭇하게 웃어주며 함께하는 그 시간을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아는 것. 그녀 주변의 좋은 사람들에게 날 숨기지 않으며 얼굴 정든 분들 한분한분께 정성껏 청첩장을 준비하고 이런저런 일상으로 바쁜 그녀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일. 설레지 않는다면 꿈이 아닙니다. 백번 봐도 백번 설레는 그녀와 함께 그전에 내가 가보지 못했던 곳과 내가 그간 꼭 가보고 싶었던 곳 그리고 단 한사람만으로 기억하기 위해 가야할 장소를 들르며 이제껏 꿈꿔오던 미래를 둘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며 마음이 들썩이고 뭔가 한주먹 뭉클한 열기를 느끼는 것. 그녀가 기다릴까 달려가고 그녀가 걱정할까 웃어주며 내 생활 전체가 그녀를 위해 달라지는 것. 내 미래가 우리의 미래가 되는 일. 사랑, 그 가슴뛰는 울림 99

멈출 수 있다면 사랑이 아닙니다. 그 사람과 결혼하는데 뚜렷한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가 퇴색했을 때 그 이에 대한 애정은 어떻게 될까 항상 고맙고 미안해야 합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사랑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한사람만으로 충분해야하고 한사람만으로 벅차야 합니다. 상처를 지워내는 일 아픔을 함께하는 일 기쁨을 나누는 일 내 사람을 만날 적 마다 즐겁고 설레는 것. 그 마음이 멈추지 않는 것이 사랑입니다. 가슴 뛰는 울림이 사랑입니다. 사랑, 그 가슴뛰는 울림 100

사랑하는 일과 살아가는 일 2008.06.14 00:43 못난 모습을 보였다. 괜찮다, 일부러 그랬다. 나만 보는 일, 나를 보는 일, 내가 보이는 일.. 난 그리 철저하지 못하다고 미리 행동으로 보여줬다. 아무리 말로 변호해도 소용없는 일. 우리 사랑이 너에게 불리한 게임이기에 살짝 반칙을 하고 손을 들었다. 미워해라, 질책해라. 나를 보이는 일, 너만 아는 일. 언뜻 보기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일.. 사랑하는 일과 살아가는 일. 사랑하는 일과 살아가는 일 101

싹튼 사랑이 자라다 2008.02.05 00:10 잠들기 직전 아침에 눈을 뜬 직후 그리고 지금처럼 한가지 일이 끝나는 순간이면, 어김없이 너의 얼굴이 떠오른다. 코를 찡그리며 짓는 얼굴표정과 나를 향한 무한한 애정의 눈빛과 다정한 목소리, 일상이 끝나는 밤이면 잠자리에 들어 너에게 편지를 읊조린다. 별반 내용은 자세하지 않지만 매일 지내는 내 일상이 그저그렇지만 몇마디를 고이 접어 품에안고 잠이 든다. 늘어진 티셔츠와 눅눅한 반바지 푼 것도 싼 것도 아닌 여행가방 이름모를 새소리, 산미구엘과 너. - 2008.01.25 Iloilo 싹튼 사랑이 자라다 102

싹튼 사랑이 자라다 103

사랑은 묻어나는 그리움이다 2007.12.26 13:01 안녕이란 말은 엄청난 양의 할 말을 삼키고 뱉어내는 말이다. 수다는 어쩔 줄 몰라 웃으며 우는 내 몸부림이다. 청승의 절정에서 술을 먹고 세상 온갖 안타까움을 내 편으로 세우려 동의를 구한다. 질퍽하고 끈끈한 아침을 맞고 과거에 빠져 반쯤 미쳐사는 삶으로 자해를 한다. 흥미를 잃은 채로 살아가는 오늘을 즐기는 자격지심. 행복이란 나에게서 비롯되는 만족감과 기쁨이다. 잊을 필요없다. 애쓸 필요없다. 미련은 어두운 밤에 혼자 캐는 슬픔이다. 캄캄한 굴에 갇힌 멍청한 시간을 즐기는 것이다. 혼자서 캐낸 지독한 둘의 기록에 한 사람만 다칠 뿐이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배가 고프면 먹으면 된다. 사람이 필요하다.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은 끝없이 묻어나는 그리움이다. 지워지지도 없어지지도 않는 문신이다. 옛 문신은 더 이상 만족과 기쁨을 주지 않는다. 애쓸 필요없다. 사람이 필요하다. 사랑은 묻어나는 그리움이다 104

사랑은 묻어나는 그리움이다 105

술에 대한 고찰 7 2007.12.05 15:29 비참할 수록 술맛은 달다 난 요즘 술맛이 쓰다. 약간은 여유있는, 지내왔던 시간과 많이 비교되는 일과가 끝나면 누군가와 만나는 일이 남은 그 시간에도 새삼 여유가 느껴진다. 누군가와 만나는 자리가 잦아지는 12월에 친한 사람들의 생일이 많은 12월에 내가 떠날 12월에도 마음의 자유로움이 넉넉하다. 작년 11월, 재작년 12월, 그 작년 12월, 또 그 전에도 내게 있어 연말의 겨울은 그저 소주 마시기 딱 좋은 날들이였다. 차가운 바람, 모락모락 피는 국물, 기울어진 포장마차의 탁자.. 추운 날씨에 시린 손끝의 동작으로 목을 통과하는 소주 한잔이 힘이 되었다. 쓴 맛이 통쾌하게 목을 넘어가고 술에 대한 고찰 7 106

울적함이 두 눈에 차오르는 기분. 쓰디쓴 소주가 단맛이 되고 차가운 소주가 뜨거움이 된다. 냉철한 오기는 몽롱함으로 바뀌고 답답함은 이내 허무함으로 변신한다. 뜨끈한 국물에 소주 한잔.. 혼자 마시는 익숙한 술에 버릇처럼 여기저기 정겨운 목소리들에 전화 한통. 힘든 일이 별로없어 오늘은 내 걱정보다 그들의 안부가 안주가 된다. 깨어 있음은 자고 있음보다 행복한 일. 깨어 있음은 취해 있음보다 다행한 일. 추울 수록, 힘들 수록, 비참할 수록 술맛은 더 달던데.. 한겨울로 치닫는 이 밤에 마시다 마는 겨우 소주 한병. 2007년 12월, 내 입엔 지금 술맛이 쓰다. 술에 대한 고찰 7 107

사랑, 그 끝없는 이야기 2007.11.21 11:32 희망보다 추억으로 살던 내게 앞으로 무얼하고 싶다는 작은 의욕이 일었다. 우왕좌왕 무작정 눈 돌리던 삶에 깨알같은 목표가 생겼다. 인정할 순 없지만 그 곳은 내가 관심도 없다던 방향 산다는 게 다 내 맘처럼 진부하지만은 않더라는 생각 그리고 무작정 싫지만은 않은 책임감. 나외에 다른 사람의 행복을 침범하지 않으려 아주 멀리 돌아 돌고돌아 겨우 이 자리. 그저 혼자 무너지고 싶으면 혼자 술을 마시고 나만 울고, 나만 춤추고, 다른 생각하며 살면 되기에 하나도 어렵지 않았던 십년의 시간들. 기간의 차이만 있을 뿐 오르락내리락 같은 줄거리의 반복, 지루한 사계절. 장소만 바꾸려 했는데 사람도 바뀐다. 전혀 다르게 진행되는 이야기. 예상에 없던 전개, 다른 주인공, 다른 사연.. 새로운 시작. 그래도 멀리에서 보면 끝은 없는 하나의 이야기. 같은 나의 이야기. 사랑, 그 끝없는 이야기 108

사랑, 그 끝없는 이야기 109

시간이 정말 약이 됩니까 2007.10.06 12:25 잊기위해 별 짓을 다했다. 너를 그리워하는 습관을 친구들이 병이라 말하는 이 버릇을 같이 추억하기에 계속 안고 살거다. 뭘 더 잊는단 말인가. 뒤돌아 보면 아픔을 기뻐한게 아닌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마다 차가운 비가 내릴 때마다 별 짓을 다했다. 아름다운 단어로 채워진 글을 볼 때마다 귀에 달라 붙는 노래가 들릴 때마다 애써 웃기위해 침을 삼켰다. 너가 내가 싫어 나를 떠나갔다면, 내가 너를 잊어 니가 행복하다면, 기쁘게 잊어야 하겠지. 그래야 겠지.. 늘 여기까지 생각하고 멈추어 버린다. 살아온 날들에 가장 소중한 실수 잠시 너를 포기했던 일. 우연히 만나면 할 수 있을 많은 얘기들. 그렇게 흘러간 시간들. 정말 너 없이 살 수 있을지 널 사랑하기가 이렇게 힘든지. 시간이 정말 약이 됩니까 110

시간이 정말 약이 됩니까 111

십년된 일기를 읽으며 2007.09.01 20:09 나와는 무모한 사랑이였다는, 아니 실로 사랑이 아니였다는 달콤한 그녀의 고백에 너는 은연 중에 나와 너를 자로 재면서 니 쪽으로 기우는 더 안정적인 사랑이란 자신감에, 애써 믿음을 심고 있겠지. 조금 비싸보이는 까페의 한 테이블에서 내가 가졌던 시간보다는 좀 더 세련된 호텔방에서, 게다가 이젠 호사스런 마음에 나에게 동정을 보낼 여유까지 느긋하게 가지면서 말이지. 문 밖에 나가서 이런저런 사람말고 너와 나를 아는 사람들에겐 지금 힘들다며 너의 변호를 충실하게 하고 있을꺼야, 그렇지? 넌 친구가 많아 날 버렸지만 난 그나마 지금도 많은 친구를 갖고 있음을 감사해. 넌 너의 편이 많아 안도의 신혼을 맞이하고 있겠지만 나에겐 오늘 크리스마스도 다음주 연휴도 지겹고 징그러. 너와 그녀의 생각을 단 하루도 안할 수는 없을까 그저 널 죽이고 싶도록 미워할 수만 없을까 니 둘이 이 세상에서 지워졌으면, 내 기억에서 내 머릿 속에서 가슴에서 나를 바라보는 내 주변사람들의 시선에서. 1999.12.25 이제 곧 잠들 차림으로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다. 차디찬 강, 검은 물, 시린 차 안.. 차 안 가득 '사랑의 인사'가 흐르고 있고, 난 방금 초컬릿 하나를 먹어치웠다. 아주, 아주 지극히 평범한 29세 석기의 일요일 밤. 실내등을 켜놓아 사람들이 지나가며 슬쩍 시선을 주지만 그리 신경쓰이지는 않는다. 아파트 야경도, 시커먼 하늘도, 조명을 새로한 영동대교도.. 아니, 청담대교.. 어쨌든 별로고. 누구 전화할데 없나 갸웃거리다 십년된 일기를 읽으며 112

좀 있으면 집에 가야겠다. 한 시간처럼 되겠지. 내일부터, 또 지난 주처럼 살겠지. 그렇게 되겠지. 2000.11.05 동섭이는 두달 후에나 귀국하고, 경민이는 PC방에 있고, 전모는 결혼해서 두문불출이고, 민우는 데이트.. 언제인가부터 매일 면도를 해야하고 속옷을 안입고 상의를 입으면 불편하다. 트렁크팬티와 소주를 애용하는 평범한 샐러리맨. 봄 가뭄이 길다. '여자비'나 내렸으면 좋겠다. 끝없이 탄식하듯 주룩주룩 내린다하여 아마존 원주민들이 붙인 이름. 행복이 지극히 멀지 않음도 알고 지금에도 만족할 줄 아는 나이인데 계속되는 허전함. 2001.05.01 발전소에서 전기를 보내주듯 재밌는 영화를 보고 햄버거를 먹고 샀던 옷을 바꾸고 안경을 맞추고 무의미 할 수 없게 지내려 계속 꿈지럭 댄다..... 계속 꿈틀거린다. 2002.05.20 유치한 서른두살. 혼자 잘 살려면 아직 멀었다.. 2003.04.08 십년된 일기를 읽으며 113

사람을 만난다는 것과 사귄다는 것의 차이. 처음 부려보는 사치. 2007.01.12 근사한 삶을 설계하는 의욕 앞에선 나. 소리없는 시작. 2007.09.01 십년된 일기를 읽으며 114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던져 버리다 2007.07.24 14:53 집착이나 미련.. 과거 속에 갇혀 살던 반푼이가 따끔한 충고를 들었습니다. 일상에선 전혀 그렇지 않은데, 인터넷에만 들어오면 혼자 되는 시간이면 왠지 바보같고, 맥없는 소년같고.. 쓸쓸한 순애보를 적는 사랑의 실패자가 됩니다. '그대 사랑하는 나는' 으로 시작해 '나 그대 사랑해..' 로 끝나기에 까지 밤부터 아침까지 못난 사람의 대사는 무척이나 길었지요. 잠시 떠나있는 것 뿐인데 약간의 거리로 조금만 자유롭고 싶었는데 결국엔 어쩔 줄 몰라하며 사는 내 모습을 즐기는 그런 고통의 유희를 들켜버렸습니다. 본디 내 모습이 여러가지인 나를 모르는 타인들에게 내 속 깊이 가라앉아 이젠 딱딱히 굳어버린 얘기들을 마치 어제의 일 마냥 생생하게 뱉어냅니다. 그리고 빚어지는 오해.. 남들의 격려, 혼자하는 착각, 환상.. 잠시 현실을 떠난 그리움과 즐거움, 막연한 처연함.. 그런 축축한 감정을 즐겼던거죠.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위로와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의 빈축을 사면서도 괜시리 저미는 아픔을 지상 가득 화풀이로 채우는 투정을 부리다가는 그런 니가 무섭다는 말 한마디에 이젠 안 그래도 되지않냐는 충고에 모든 게 정지 됩니다. 내 미련이, 내 집착이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나봅니다. 모두에게 미안합니다. 언제부턴가 난 사랑을 잃어 상처를 입은 게 아니라 다 나은 상처를 긁어 피를 내는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어요. 늦은 시간 날 아끼기에 거리낌없이 던진 마음.. 잘 받았습니다. 모두..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던져 버리다 115

문득 옛 기억에 시달려 그리움에 절은 나를 발견하면 남겨지지 않고 버려졌다고 자학하는 나를 보게되면 훗날 영화같은 일기 한 장 갖기 위해 버둥거리는 내게 비극의 주인공인 척 소주를 털어넣는 내게 손 안 가득 힘을 주어 따귀 한 대를 날려 주세요. 그 이상의 어떤 말도 필요없을테니까요. 집착, 미련.. 돈을 벌기 위해 쳐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기 위해 그들을 미워할 핑계가 필요했어요. 적어도 난 이미 혼자 살기 맞게 개조되었으니 맹렬한 사랑은 한 번으로 족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사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준다는 게 자신없던 거죠. 못난 자의 푸념. 2007년 칠월 중순. 이제 그만 서랍을 닫고,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버립니다. 다신 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던져 버리다 116

더 이상은 관계없는 타인에게 2007.07.24 14:50 마음에 구멍이 난 채 알면서 모른 체 나완 상관없는 타인에게 묻고, 외치고, 애원하고, 기도하고. 불쌍한 내게 화내고, 타이르고, 다그치고, 그런 나를 달래고... 십이년 장마동안 비를 핑계삼아 술잔에 우울함을 먹이고 2007년에도 어김없이 올해의 장마를 맞이한다. 그리고 비 끝에 더이상 관계없는 타인을 향한 말문이 열렸다. 나완 상관없는 타인을 나만 기억하는 사람을 지갑 비닐에 남은 자국을 손끝으로 비벼 지운다. 못난 시절을 보내게 만든 장본인임에도 그 쓴 맛을 쓴 줄 모르게 울어삼켜도 바보처럼 좋았던 남들 눈에 띄지 않게 감춰두고 마주쳐야했던 눅눅함을 십년 삼천육백오십일 혹시 만날까 신경쓰이던 타인을 무심히 떠나보내기로 한다. 그냥 마음이 시키는대로 그리고 나만 알면 되는 방식대로. 혼자서 담담한 저녁, 2007년 여름 새로운 장마가 시작되고 있다. 빗줄기가 시원하다. 안녕.. 떠나보낸다. 남김없이 보내준다. 잘 가. 정말 잘 가.. 더 이상은 관계없는 타인에게 117

더 이상은 관계없는 타인에게 118

소리를 멀리 보내기위해 종은 더 아파야 한다 2007.07.03 17:06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 뿐임을.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일. 나는 배웠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임을. 삶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곁에 있는가에 달려 있음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이라는 것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함을. 또 나는 배웠다.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 낸다 해도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 놓아야 함을 나는 배웠다.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두 사람이 서로 다툰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님을 나는 배웠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두 사람이 한 가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그렇게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소리를 멀리 보내기위해 종은 더 아파야 한다 119

소리를 멀리 보내기위해 종은 더 아파야 한다 120

2007년의 장마 2007.07.02 10:27 마음에 구멍이 난 채 알면서 모른 체 나완 상관없는 타인에게 묻고, 외치고, 애원하고, 기도하고. 불쌍한 내게 화내고, 타이르고, 다그치고, 그런 나를 달래고... 십이년의 장마동안 비를 핑계삼아 술잔을 들고 몸에 습기를 먹이고 우울함에 절고.. 당연히 2007년에도 어김없이 장마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비 끝에 나만 기억하는 사람을 지갑 비닐에 남은 전혀 관계없는 타인의 자국을 손끝으로 비벼 지워낸다. 못난 시절을 보내게 만든 장본인이면서도 그 쓴 맛을 쓴 줄 모르게 울어삼켜도 바보처럼 좋았던 남들 눈에 띄지 않게 감춰두고 마주쳐야했던 눅눅함을 십년 삼천육백오십일 혹시 만날까 신경쓰이던 타인을 무심히 떠나보내기로 한다. 그냥 마음이 시키는대로 그리고 2007년의 장마 121

나만 알면 되는 방식대로. 담담한 저녁, 2007년 여름 새로운 장마가 시작되고 있다. 빗줄기가.. 시원하다. 2007년의 장마 122

눈내리는날의단상 another 2007.05.01 14:25 단 한번도 같이 걷는 길을 상상하지 않았다. 난,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남들 다 가는 길에 발자국 더할 마음도 없었고 더군다나 누군가를 등에 없고 그 길을 걸어나갈 자신이 없었다. 건조하고 담담한 일상의 반복인 내 사는 방식에 남의 무게를 더 얹는게 싫었다. 게다가 나로 인해 혹시라도 남의 행복을 축내는 일은 결코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 길을 잘 좇아가는 사람, 그 길에서 쉬고 있는 사람, 멀리 다른 길을 가는 사람도 보았다. 길 위에 있다해도 사람마다 각자의 방식을 택하는 것을 알았다. 결혼한다고해서 외로움과 남남이 되는 것이 아님을, 한번 정한 발걸음을 다시 되돌이키기는 더더욱 쉽지 않음을 알기에 방향 결정으로 허비되는 시간을 아끼고자 혼자 걷는.. 편한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런 내게 누군가 손을 내밀었다. 눈내리는날의단상 another 123

그 손을 가만히 내려다 보고있다. 여전히.. 내 손은 수줍다. 맘껏 뻗지도 못하지만 그렇다고 그 손을 거두게 하고 싶진 않은 머뭇거림. 그치만, 따뜻함을 잃어버린 내 손에 그 손을 덥썩 안아 차가움을 전해줄까 두렵다. 절반은 냉랭하고 절반은 이기적인 나란 사람을 정당화시키기가, 아니 점점 미워져가는 내 못난 손을 드러내기가 못내 미안하다. 닫힌 마음, 차가운 손.. 이렇게 사는 내게 친절한 손이 말을 걸어왔다. 점점 손이 뒤로 감춰지고, 마음은 갈등하고 정말이지 안스럽기 그지없다. 내가 힘들어 하는 걸까? 나는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하는걸까. 무슨 말을 해야할까? 어떤 말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여전히.. 어렵다. 사람과 손 잡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하고 만다. 거짓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의 손이 내 손에 깍지를 껴온다. 꼭 껴안은 두 손. 눈내리는날의단상 another 124

꼭 껴안은 두 손. 그녀의 온기를 느끼며 시간이.. 멈췄다. 눈내리는날의단상 another 125

내 눈에 콩깍지 2007.03.01 12:09 한듯만듯한 벽돌색 립스틱 그 작은 입술이 움쭉거릴 때마다, 꺼멓게 늘어붙은 화장 그 짙고 긴 눈썹이 속알거릴 때마다, 난 어찌할 바를 모른다. 눈이 시릴 것같은 큰 눈, 그 이쁜 눈 깜박일 때마다 뽁뽁 소리나는 것같아 게다가 촉촉한 하얀 볼, 깨끗한 둥근 이마 솜털위에 콱 물어 상처를 내고싶어 난 정말 어쩔 줄을 모른다. 그 밑에 너의 하얀치아 둥글게 내미는 혀를 보면 뿌듯한 전율마저 느껴진다. 너무 예뻐서 막 때려주고 싶은 너. 이토록 애틋해 꼬옥 품에 안아 머리를 엉켜쥐고 깨물어 먹고 싶은 너. 영락없이 살의( 殺 意 )가 일어난다. 내 눈에 콩깍지 126

마무리 2007.02.05 00:40 내 스스로 만들었던 촛대의 불을 이젠 끄기로 하자. 입으로, 눈으로 물기가 있는 나의 모든 신체로 불을 끄기로 하자. 십년을 넘게 눅눅하게 안아온 주책스런 청승보따리를 이렇게나 쉽게 놓아 버린다. 끈적함으로 얼룩진 새우잠자리와 얼큰히 취한 얼굴에 부딛는 찬바람의 계절과 작별을 고한다. 눈이 쌓이고, 안개가 내리고, 비가 퍼부을 때 마다 따가운 목에 술을 붓고, 마른 가슴에 돌을 쌓는 일을 이제 정말 그만두기로 하자. 나를 비아냥거리는 내 방 가득한 너의 물건과 어쨌든 지나갔던 하루하루의 이죽거림에, 괴로움만 더 할뿐 내 가슴을 파먹는 일을 이제 그만두기로 한다. 네 옆에 내가 앉을 자리는 조그맣게도 없기에 천연덕스레 타인의 순애보를 축복해주었던 쓴웃음. 그리고 그 사실이 여전히 변함 없음에 패자의 등을 돌려 마음을 정리한다. 내 맘 가득 하얗게 펴두었던 일기장을 조용히 덮기로 하자. 태연스런 웃음, 초라한 미소, 한 곳을 응시한 미련함, 그 지긋지긋한 우울함. 제발 이젠 모두 잊기로 하자. 마무리 127

마무리 128

나는 여자의 눈물을 믿지 않는다 2007.02.02 20:17 눈물은 눈동자로하는 언어라는 말이 있다. 여러가지 상황에서 쏟아지는 각각의 눈물들은 그 양만큼의 사연을 담고 있을테지만 난 그 눈물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편이다. 그렁그렁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잘못을 은폐시키고,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며, 이별을 사랑으로 변질시킨다. 나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그 뜨거움과 그 투명함 속에 감춰진 냉정함과 더러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환심을 사거나 마음을 돌리기위해 눈물이 사용되고 있다. 대개는 나는 여자의 눈물을 믿지 않는다 129

여자가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여자의 눈물은 상대방에게 보여진다. 울면서 미소짓는 사람이 숨어서 울어 본 사람의 눈물을, 혼자 우는 슬픔을 알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돌이킬 수 없는 시간, 후회로 꼭 다문 어금니. 말 표현이 아니라 정말 가슴이 뻐근한 아픔, 짓눌리는 답답함, 슬픔의 절정. 터진 둑에서 쏟아지는 폭포같은 눈물이 눈동자로 말하는 언어이다. 하지만 여자에게 눈물은 무기요, 책략이요, 능력이다. 내 앞에서 울고, 눈물을 닦고, 일어서고.. 하나도 어렵지 않은 일들. 난 더이상 여자의 눈물을 믿지 않는다. 안속아.. 나는 여자의 눈물을 믿지 않는다 130

너무 힘들다 너무 보고싶다 2007.02.02 20:15 밤이 낮을 따라오듯 결국.. 되돌아 올 줄 알았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런 기분 잊고 산지 오래되어 다신 안만날 줄 알았더니 자존심 하나로, 흥청거림으로 위장한 시간동안 잘도 참고 있었던거야. 가끔은.. 슬픈 것도 재밌지. 가슴 속 큰 불길 사그러드는 일. 허기를 채울 곳을 찾아, 열락을 찾아 닥치는대로 씹으며 마시며 갈증을 해결하려 했어. 그러면서 내가 잘 변해간다고 생각했지. 나, 그리고 모두는 어차피 각자를 책임지는 혼자. 그리고 혼자인 내게 가르침을 주는 건 말없는 사진, 그래.. 너의 침묵. 혼자 쳐다보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말걸기보다 살날이 많은 젊음이란 미명 뒤에 숨어 너무 힘들다 너무 보고싶다 131

몸은 꾸미고, 눈은 속이며 살면서 늘 입다문 채 다녔지. 보고싶으면 보고픈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그냥 혼자인 채로.. 짐을 싸야겠어. 흔적없이.. 그만 퇴장해야겠어. 한눈 그만 팔고 해야할 일이 많음을 눈물은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음을 나만 이러지 않으면 아무일도 아닌 것임을 알게 된거지. 모든 결정은 내 책임이여서 숨고 싶어도 등이 보일 뿐 결국 혼자 남아 강해짐을 알게 된거야. 술도 많이 마셨지. 착각했나봐. 그래.. 취했었나봐. 그냥 이런 얘기라도 하지 않으면, 티내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서 멀리 출장 가 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썼어. 쓰다가.. 지웠어 잊었다하기도 지쳤어. 도대체 뭘 잊는단 말야. 겉포장을 벗는 일이 가장 중요한 급선무라면, 정녕 내가 지금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거라면, 그래볼께 그래, 애써 볼께.. 근데.. 너무 힘들다. 너무 보고싶다.. 너무 힘들다 너무 보고싶다 132

사랑은 언젠간 추억으로 그친다 2007.01.11 00:38 사랑은 언젠간 추억으로 그친다 후회하건, 뉘우치건 잊고지내건 잊혀지건.. 삶은 사랑의 준말. 사랑은 언젠간 추억으로 그친다 133

사랑의 정체 2007.01.08 16:36 사람들이 묻는다. 사랑이 뭔지.. 사랑? 사랑이라.. 사실 지금은 믿지 않는, 유통기한이 있는 극단의 황홀함?, 구체적으로 열거할 게 너무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진 추상적인 감정, 그 행복한 상태 를 표현하는 어휘? 뭐 그 정도..? 영화 'French kiss'에서 비행기공포증이 있는 맥라이언을 안심시키기위해 도둑인 캐빈브라운이 이런저런 얘기로 정신을 쏙 빼놓아 결국 이륙에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맥라이언이 고마움의 표시로 진지한 대답을 하던 중 "사랑을 믿으세요?"라는 질문을 하는데 캐빈브라운의 대답이 지금의 내 심정이 아닐까.. "동화를 믿는 어린애나 할 수 있는 질문이로군요..-_-"" 잠깐의 마취이고 그것이 풀리면 곧바로 아픔이 시작되고.. 또, 그 시간마저 지나면 상처만 남고 고통없는, 뭐 그런 거.. 사랑이란 마취의 절정에 다다르면 더 줄 것이 없나 안타까와할 지경이지만 막상 그 시간이 지나 기다림이 무던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심히 잊게되는 거.. 내 일기장 속에 뉴스가 되었다가, 역사가 되었다가, 그냥 추억이되고, 흐릿한 전설이 되는 거.. 그런게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의 정체이다. 사랑의 정체 134

어차피, 결국 손에서 빠져나가 버리는 거.. 그런게 사랑 이틀째 하늘이 시커멓게 무거워 눈이라도 내리길 바랬는데 뭐 먼지만 자욱하니 사나운 바람에 날씨만 추워져 찬 공기가 불쾌하게 느껴지는 일월 초순의 꽉찬 겨울. 소한 추위에 움츠려든 어깨만큼이나 하루하루 살아가는 재미가 떨어지는 요즘 누군가를 만났다. 올해는, 아니 돌아오는 이월엔 더 신나고 재밌는 일들이 펼쳐지기를, 남들이 말하는 사랑, 끝이 좋은 모험을 감행할 수 있기를 바라며 쓴웃음.. 환하지 못한 미소를 지어본다. 사랑의 정체 135

술에 대한 고찰 6 2007.01.08 16:34 술에 대한 고찰 6 모두들 일하고 있어 아무도 술 따라줄 수 없는 대낮도 아니고, 이 새벽에 난 뭘하고 있는 걸까.. 낼 아침에는 북어국, 아니 김치국이나 설렁탕을 먹어야지..생각하며 한심한 술을 따른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 술을 좀 먹구 들어오면 어머니께오서 아침으로 김밥이나 토스트 같은거 해주셨는데 (함 견뎌바라..-_-+ 란 의미) 지금은 꼬박꼬박 조개국이나 김치국을 끓여 주시니 황공무지하여 몸둘 바를 모르겠다. 술을 먹는 사람이 없는 집안 분위기 상 아무리 먹어도 집에 들어와서는 말짱한 척하는데, 어제 부터 마신 술에 오늘은 티가 너무 난다. 방에서도 술냄새가 나는 지경이다. 정말 술을 많이 먹으면, 옷에서두 술냄새가 난다는 걸 오늘 알았다..-_-;; 목도 따갑구 양쪽 머리끝두 띵하지요 배는 째질 듯 아프지요 그때 술깨는 최고의 방법은 일어나자마자 물마시구 다시 잠들구 다시 일어나자마자 화장실 다녀오구 (쑥 뽑아내야..-_-*) 또 물마시구 눕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해장술이나 두통약을 먹는 것은 진정한 자살행위. 차라리 관장을 하자. 개인적으루는 다른 걸 추천하고 싶지만 드러우니 참겠다. (사실 오바이트하구 자면 진짜 속시원한데..-ㅠ-)b 어제부터 텔레비젼에 자꾸 술먹는 장면들이 나와 사실 술이 마시구 싶긴했다. 꼭두새벽에 왠 소리냐하겠지만 이상하게 비가오거나 추워지면 소주가 땡겨 어제부터 줄창이러고 있다. 아, 어지러.. 언제 한번 같이 마시자구. 많이는 몰라도 오래는 마시는 편이니까 술친구로는 그만이쥐. 게다가 말도 많거든. 아.. 정말 취한다.. 술에 대한 고찰 6 136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2007.01.08 16:12 걸쭉한 무언가가 걸러지지 않은 채 항상 밑바닥에 고여있었다. 가슴 속 시커먼 채로 그 걸쭉한 잔액을 별로 더러운 줄도 모르고 익숙해진 채로 그 모습이 '나'인 채로 그렇게 사는 것도 나름대로 재밌다며 이 모습이 결국 내 모습이라 믿으며 어차피 누군가를 만나도 외롭긴 마찬가지라며 조금은 외롭고 조금은 치열하게 조금은 방탕하고 조금은 서글프게 구년의 시간을 보내고 오늘 그 오물을 배설하려한다. 그치만 아직 깰 자신이 없는지 겁이 나는지 알을 깨서 얻을 수 있는 해방감보다 알 안에서의 아늑함과 포근함을 잃기가 두렵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그 외로움이 내 맘속의 옛사람을 다시 만나는게 아닌 무지의 타인을 만나는 방식이였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137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138

숨을 쉬어도 가슴이 답답하다 2007.01.08 16:11 도저히 먹고나서도 믿기지 않는 양의 빈 술병을 종로에 남겨둔 채 동녁이 밝아올 무렵 집에 들어와 겨우 낮잠에서 막 깨어 일상처럼 메일을 확인해본다. 쓸데없는 스팸만 가득할 뿐이지만 어찌되었건 오늘 저녁은 혼자서 먹는 푸짐한 만찬. 조금은 울적하구 슬퍼지겠지만 비일비재한 속아픔을 겪는 것이 혼자만이 아님으로 용기를 낸다. 기억도 잘안나는 꿈을 애써 되새기지만 않으면 가슴에 눈물이 철철 흐르던 날들 그 슬픔의 잔재들을 남의 얘기처럼 늘어놓을 수 있는 여유. 그냥 인연이 안 닿았나보다 운명이 아니였나보다 허허롭게 미소 지을만한 내가 되었음에 씁쓸하지만 힘을 내본다. 헤어진 다음날.. 억지로 힘을 내 본 다. 숨을 쉬어도 가슴이 답답하다 139

눈내리는 날의 단상 sunflower 2006.12.30 02:54 너를 향한 그리움 사실 잘 모르겠다. 다만, 알고있는 것은 네가 몹시 보고싶다는 것과 이미 벌써전에 늦었다는.. 그것. 낭비된 열정을 보상받고 싶다는 생각 꿈꿀 권리, 연애할 정성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다. 가슴 짓물렀던 내 이십대 그 슬픈 시절 서른이 훌쩍 넘어서야 비로서 벗어나온다. 흔적 없이, 보잘 것 없이.. 잘.. 참을 수 있다. 버텨왔던 불씨의 억울함 남은 건, '재'뿐이다. 눈내리는 날의 단상 sunflower 140

내가 용서를 구할 필요가 있을까 서로의 큰 잘못 하나씩 비겼지만 네게 잘해준 건 기억나지 않고 목에 걸린 가시마냥 포기한 척 기다리고 있는 여전한 나를 발견하면 맘 속에 넓적한, 돌이 쌓인다. 가슴에 한 단씩 쌓는 탑 널 잊어보겠다는 노력 니 인생의 남자주인공이 내가 아닌 걸 알면서 영화를 찍는다. 아. 언제쯤 그칠까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고 니가 내리고.. 벌써, 니가 그립다.. 눈내리는 날의 단상 sunflower 141

과거밖에 없는 인생 2006.12.18 13:18 인간이기에 열렬했던 만큼 뜨거움이 식을 수 있음을 배웠다. 다 타고 남은 재는 더 이상 태울 수 없음을 알았다. 누구와 사랑을 하고있을까 나를 기억하고는 있을까 그래도, 무슨 큰일이 난 것도 아닌데 이 세상에서 네가 없어진 것도 아닌데 확인해야 할 것같다. 잘 있는지, 어떻게 사는지 니 아이는 어떤지..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이 동네, 이 자리, 이 날씨 니가 어디에 있는지도 아는데 어쩌면 힘들어할지도 모르는데 더구나 이렇게 보고싶은데 절대 보면 안된다고 한다. 과연, 과거밖에 없는 인생 142

잊을 수 있을까.. 과거밖에 없는 인생 143

이제 다른 사람이 보인다 2006.12.10 00:44 그렇게 당차고 태연스레 돌아서는 너의 뒤로 못난 눈길하나 보낼 수 없었다. 억울하게도 난 능력이 없었다. 무엇이 너를 위한 것인지 안타까와 말하는 모든 것이 변명일 뿐이다. 차라리 구걸할 걸 그렇게 생각도 했다. - 비웃듯 날리는 웃음. 공유하려 허적대던 안쓰런 몸부림. - 못난이를 쳐다보는 차가운 시선. 화제를 바꿔가며 버벅대는 남자. - 기다려왔었다는 듯 돌아서는 뒷모습. 그 뒤편에서 구걸. 이제 다른 사람이 보인다 144

일련의 일들이 오랜 영화 속 한편의 장면처럼 긁히고 덧칠되어 기억조차 희미하다. 내가 그렇게 어림도 없었을까. 그 아프기만 했던 일들이 모두 내 잘못이기만 했던 시간들이 소중하고 아름답고 눈물겨운 간직들이 많이 잦아든다. 물기가 말라간다. 난 정말이지 거지같았다. 정말.. 거지같았다. 이제 다른 사람이 보인다 145

사랑, 그 끝없는 찌질거림 2006.11.30 12:32 첫눈이 내렸다. 내 마음속엔 벌써부터 내린 눈이지만 첫눈을 기다리는 연한 마음으로 혼자 아름다운 그것에 들떠 착각하며 요란을 떨었다. 후회가 나를 힘껏 눌러 이 넋이 다 빠질 정도로 술을 마셨다. 한밤을 다 바쳐도 헤어나지 못함은 바로 너 때문인 것을, 며칠 전의 니가 아닌 것임을, 우리, 그 시절의 너 때문인 것을 아침에야 알았다. 지난 주 너를 보았다. 그리고 이제 널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마음이 천갈래 만갈래로 끊어진다. 그저 달래도 달래도 보채기만하는 철딱서니가 창밖으로 눈발이 날린다는 이유로 잠시 그리워하는 짓거리를 할 뿐이다. 술타령을 할 뿐이다. 정말이다. 그것 뿐이다. 남은 건 잘 잊는 일. 쓸쓸히 웃기 싫은데 자꾸 쓴웃음이 난다. 눈발이 눈에 들어가 눈물이 난다. 사랑, 그 끝없는 찌질거림 146

사랑, 그 끝없는 찌질거림 147

아무나 사랑하며 2006.11.22 00:57 엄두가 나질 않았다. 말 할줄 몰라서가 아니라 채 익지를 않았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다름없이 숨쉬고 먹는데도 사는 것 같지도 않고 아니, 사실 너 없이도 잘 살고 있는데 늘 뭐가 답답하다..... 술을 마셔봤다. 술이 약이 되진 않았다. 그래 다시 사랑해도 되겠지 여태 이만큼 기다렸으면 됐겠지...... 언젠가 후로 너한테만 못했던, 아무나 사랑하며 148

그 흔한 말을 헤프게 아주 쉽게 쓰며 살고있다. 이젠 엄두가 나서가 아니라 너무 억울해서... 이렇게 살고 있어서.. 아무나 사랑하며 149

너를 보아야 죽을 수 있다 2006.11.22 00:56 전부를 요구하는 사랑에 불확실한 '전부'보다는 확실한 '일부'에 투신하며 결국 내게 유리한 결론을 지었다. 곁에 있어야 득 될 것이 없다며 잠시만 너의 곁을 떠나는 척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할 여행을 떠났다. 너는 모르는 곳으로의 잠수. 잠든 자 보다 잠든 척하는 자를 깨우기가 훨씬 힘들 거란 졸렬한 발상. 성숙한 사랑이란 멋스런 핑계로 나는 계량할 자격조차 없는 만큼의 아픔을 보내며 상처받는 너를 피해 갈 길 가기 바빴다. 지켜주는 이 하나 없는 너를 등지고 말았다. 지금 내 소중한 모두를 걸어 널 보는 우연을 살 수 있다면 입 안에 맴도는 한 마디, 끝내 못할 이 한마디. 이 말을 해야 죽을 수 있다. 아니, 해야 살 수가 있다. 눈을 찡그리고 너를 떠올리려 애써본다. 너를 보아야 죽을 수 있다 150

몇 초만에 다시금 침몰하는 배. 너를 보아야 죽을 수 있다 151

사랑, 나보다 앞서는 내 마음 2006.11.06 12:10 사랑, 나보다 앞서는 내 마음 (잠든 너에게..) 당신을 위해 무엇이라도 난 무엇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날 원한다는 당신께 모두를 주어도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부족하기만하리라 여겨집니다. 눈 앞에 없지만 느낄 수 있는 무엇, 그 '무엇' 당신은, 내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내가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여태까지 쓰여지지 않던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남들이 모르는 단어가 필요합니다. 떨리는 당신의 귀에 속삭입니다. 너무 흔해서 너무 부족한 표현같아서 사랑, 나보다 앞서는 내 마음 152

조용히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당신을 사랑해..) 그 '무엇'을 표현할 방도가 없어 남들이 다 하는 말,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사랑해..) 그 귀가 너무 작아서 고운 이마에서 발끝까지에 다 그저 당신만을 사랑한다고. 사랑, 나보다 앞서는 내 마음 153

눈내리는 날의 단상 Telephone 2006.10.11 16:10 장난 전화 1. 아무 소리도 없는 전화가 걸려오면, 마치 네게 온거라 상상을 한다 그리곤 시시한 인사말이라도 오래 하려 하지 다정히 대답을 구하려다 곧이어 뚜뚜 금방 끊어지지만, 암말없이 얘기하는 너의 전화였거니 생각해 2. 끊어지는 전화가 오면 너에게 전화를 걸어 너였냐고 묻고싶다. 눈내리는 날의 단상 Telephone 154

다섯번 정도 벨이 울고 네가 나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딸칵. 이번에도 그냥 끊었다. 저번에 너도 그랬으니까 서로 비겨 쌤쌤이지 뭐. 3. 삼십분이 지나도 다시 울지 않는 전화. 이번 건 진짜 너 같았는데 내가 있나 확인한 걸 텐데 다시 오면 너 맞지 하며 반길려구 했었는데. 세 가치 담배와 두 잔의 커피. 나도 그렇게 전화해 볼까. 혹시 네가 받아 난 줄 알고 다시 걸어올지 모르니.. 4.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아무말이 없다. 눈내리는 날의 단상 Telephone 155

여보세요? 잠깐의 침묵 그래서, 개그맨 누구처럼 여보세요? 했더니 끊겼다. 겨울이 돌아오면 주말이 돌아오면 임자없는 전화가 더 설쳐댄다. 눈내리는 날의 단상 Telephone 156

술에 대한 고찰 4 2006.10.11 16:09 혼자 마시는 술 (1). 그냥 불러 한번 볼 수도 있을텐데 그러지도 못하면서 오늘같은 가을비엔 너 없이 소주 한잔 쓸쓸하다. 청승.. 이러지도 못하면 가슴이 터져버릴거다. 취할 것 같으면 토할 양으로 많이도 마셔댔다. 후회.. 짠 오징어를 집어삼키며 먹어서는 안된다는 소주 섞어가며 의사선생님 전 귀머거리예요 내 몸이 내 것이 아닌냥 부어댔다. 미련.. 보고픈 사람을 두고 못보는 것도 바보짓이다. (2). 일년이면 한두번, 이럴 때가 있지 기연인지 우연인지 이런 날엔 친구 하나 가까이에 없어 늘 혼자인 것 같은 기분마저 내 등을 떠밀어 영화배우마냥 처량한 포장마차 소주 한병에 오이 한접시 쉽게 취한 두 눈으로 멋지게 웃어보다 한심한 내 모습이 정말 우스워 두들겨 주고 싶기까지해 넌 언제일까 이런 때, 일년에 한두번. 술에 대한 고찰 4 157

술에 대한 고찰 4 158

시월병 2006.10.11 16:03 가을칼 지독히도 파고드는 가을기운에 가슴 한 켠이 얇게 베었다. 아물지 않았나 보다. 요사이 자주 터지는 걸 보면... 그래도 아직까진 행복하다. 내 주위엔 심장이 쏟아질까 가슴을 쥐어잡고있는 이들 투성인 걸 보면. 시월병 159

눈내리는 날의 단상 Letter 2006.09.24 16:56 1. 너에게로 달려갔다. 정말 둘이 똑같은 꿈을 꾼 것에 불과한 것일까 하지만 어제도 이것과 같은 슬픔에 얼마나 참아야 했는지 모른다. 술에 젖은 목소리로 울면서 웃음을 팔고 있을 널 향해 세상 그리움 모두 모은 채로 클럽 앞 가로등에 기대어 있었다. 밤새도록 비벼끈 내 담배가 어지러이 널릴 때쯤 자격지심하며 집을 돌아서는 너의 휘청거림을 지켜보며 아직도 더 줄 것이 남았음을 슬퍼했다. 밤의 꽃, 호스티스, 빠순이, 그리고 너의 가명 지은이.. 나에겐 수없는 밤을 허덕이게하는 지순한 공주이면서 술 취한 주정뱅이들은 널 그렇게 불렀다. 감히 뒷모습에 대고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는 내 너를 그들은 그렇게 불렀다. 2. 집을 나오기전 어제 니가 준 편지를 읽었지. 울었다. 내 사랑만큼 행복해서 울었어. 눈내리는 날의 단상 Letter 160

너의 슬픈 동화들. 괜찮아.. 난 그런 너를 사랑하는거니까 어제는 살아온 날들에 대한 후회가 나를 힘껏 눌러 이 못난 넋이 다 녹아버릴 정도로 술독에 빠졌다. 나만 혼자 아름다운 그것에 들떠 너의 피눈물을 착각하며 요란을 떨었다. 니 편지는 읽어보지도 않고, 그럼 그것은 무엇이였을까 난 아름다운 그것이 사랑인줄 알았다며 내 주변 모든 사람들과 너없는 술파티를 벌인거지. 사랑이 아무나 하는건 줄 알았다. 그렇게 말하는게.. 멋져보였다. 3. 살아온 날들에 가장 소중한 실수 그렇게 너를 포기했던 일, 우연히 만나면 할 수 있을 많은 얘기들. 정말 너 없이 살 수 있을지 널 사랑하기가 이렇게 힘든지. 내가 싫어 나를 떠나갔다면, 내가 너를 잊어 니가 행복하다면, 난 기쁘게 널 잊어야 하겠지. 그래야 겠지.. 여기까지 생각하고는 멈추어 버린다. 너를 그리워하는 습관을 친구들이 병이라 말하는 이 버릇을 얼마나 계속 안고 살아갈지 찬비 한번에 기온이 뚝 떨어지는 가을이 오면 술과 담배 한가치, 니 글씨체.. 그리고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나. 눈내리는 날의 단상 Letter 161

눈내리는 날의 단상 Letter 162

십년만에 2006.08.10 17:55 십년만에 축하드립니다. 그저 축하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벌써 여러번 맞이하신 당신의 이 날을 그 옛날의 오늘처럼, 언젠가의 귀한 추억처럼 한번 더 새로워 짐을 멀리에서 빙그레 축원합니다. 그저 기억 속에 남아있는 날짜였기에 몇 줄 축하편지나마 띄울 수 있었습니다. 그간 나누었던 생일보다 함께했던 그 누구의 생일보다 행복하게 보내시기를 소원합니다. 어색하지 않게, 하지만 진심으로 당신의 오늘을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갈등도 했습니다. 아무 말도 없이 아무 일 없이 얼버무리기엔 제가 아직도 약한가봅니다. 역시 여전히 바보같나봅니다. 사실은.. 아닙니다. 발신인란을 비운 것은 미안합니다. 나를 기억해보라는 투정도 아니고 궁금증을 포장한 장난기의 발동도 아니지만 이름 세 글자 적은 이유로 내용조차 펼쳐지지 못하고 봉투채 버려질까하는 생각에 세 글자를 쓸 수 없었습니다. 그저 도려내진 후회 가득한 과거를 더욱 패이게하고싶지않은 나름대로의 자위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불살라질 어떤 이유도 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십년만에 163

단 한번도 챙겨주지 못해 애쓰지 않아도 기억나는 좋은 사람의 생일에 이 몇자가 기쁨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만 바랍니다. 사실 제대로 뭐하나 준적도 없지만, 제가 당신께 드릴 수 있을 만큼의 축복으로 당신이 받을 수 있을 만큼의 행복으로 그 모든 소중함으로 소리죽여 조그맣게 당신의 오늘을 축원합니다. 실로 십년만에..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십년만에 164

비가 내리면 2006.07.04 16:50 비가 내리면 우린 그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줄까.. 여태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음에도, 내가 너의 우산이 되어줄께..라는 말을 하곤합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멈출 재주는 없으니, 너의 몸에 차가운 빗물이 닿지않게 해주려한다, 지나온 시간보다 지낼 시간을 더 사랑하겠다 합니다. 그렇게 우산이 없는 이에게 우산이고 싶은 이가 다가갑니다. 그래서 '시작'이 시작됩니다. 여자도, 비를 멈출 절대자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비를 맞기보단 몸이 안젖는 것이, 이왕 맞을거면, 혼자 맞는 것보단 둘이 맞는 편이 마음 편안한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랑하기에 같이 비를 맞아준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비가 내리면 165

그렇게 '걱정'이 시작됩니다. 내 맘에도 비가 내립니다. 아주 오래전에, 비오는 날이면 저에게 우산이 되어주고 싶다던, 또 자신이 비를 맞으면 제게는 그냥 옆에서 같이 비를 맞아줄 친구가 되어달라던 여자가 있었습니다. 깊은 그 사람의 속내를 알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저 같이 비를 맞고 있다가, 어느날 그 사람이 커다란 우산밑으로 비를 피한 것을 알게되었음에도 지금껏, 여태껏 비를 맞으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청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오늘, 시원한 찬비가 내렸습니다. 잠시 뒤를 돌아봅니다. 이젠 옛 일들을 잊지 못할까봐 두렵기보다 이런 마음마저 잊고 지내게 될까 겁이 납니다. 비가 내리면 166

여전히 장마가 시작되면 빗물에 마음이 불어 아련한 그 일들이 문득 새삼스러워집니다. 아마도.. 제겐 여전히 우산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비가 오면 그녀를 마중나가야 할 것같던 마음도 뜨거운 사랑 한번 제대로 못해본 아쉬움도 이미 십년전의 것임을 인정하기까지, 빗방울에 마지막 불씨가 꺼지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있습니다. 누군지 알기에, 그녀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애써 곧추세우며 이제 둘을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난 두팔 벌려 하늘이 쏟는 비를 맞아냅니다. 시원합니다. 아파서, 매맞는 것같아서 시원합니다. 올여름 장마가 길 것 같습니다. 비가 내리면 167

내가 생각하는 슬프다는 건 2006.07.01 16:08 오랫만에 네 얘기를 꺼낼 수 있었다. 맘을 흔들어대는 영화를 보아도, 감쪽같이 만들어진 드라마의 클라이막스에도, 그 날의 그 노래를 들을 때에도, 이렇게까지 우울하진 않았는데 우리들의 얘기.. 그 짧은 시간이 지금까지 나를 몹시 울적하게 만들고 있다. 멍청히 거울을 보며 얼굴을 꼬집어 본다. 칫.. 이미 그 당시 우리 모습에서의 내 얼굴이 아니다. 잠깐 떨어져있었다고 믿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흘러버린 까닭이다. 하긴.. 우린 할말도 없는데, 그간 함께나눈 고독으로 대부분의 이야기.. 나누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슬프다는 건 168

내가 생각하는 슬프다는 건, 내 사랑이 기다림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 매년 가을 너를 잊었다고 말하는 것. 빗속 외로움을 영원한 친구로 받아들이는 것. 너의 뒷전에서 남을 위해 박수를 쳐주는 것. 도무지 이놈의 감정이 마모되지 않는다는 것. 이렇게 하루하루.. 우리의 이야기가 나만의 이야기로 되버리는 것. 내가 생각하는 슬프다는 건 169

그대라도 행복하기를 2006.06.21 17:15 파카 속에 묻힌 지워진 화장 위 창백한 얼굴. 피곤으로 푹 꺼진 시트 위로 녹초가 된 니 모습에 막연한 외로움 한 모금.. 너무 속상하다. 이보다 슬픈 천사의 얼굴이 있을까 차안 가득 슬픔 냄새. 오히려 안 취한 내가 미워 차가운 밤공기 본네트에 기대앉아 무능한 내 젊음에 술을 먹인다. 쉬운 세상사는 내게 잠든 너의 모습은 오히려 어른스런 가르침. 이름없는 밤벌레, 헤드라이트, 그리고 담배 타들어 가는 소리.. 새벽으로 짙어지는 차안에서 너는 모르는 입맞춤. 울며무는 내 입술 아래 숨죽인 너의 미소, 뻐근한 가슴.. 무엇이 날 위한 건지 그것이 무언지 알면서, 사랑할거면 멀어지라는.. 잠긴 너의 목소리 이대로는 사랑할 수 없다며 애써 나를 노려보던 하염없는 사랑의 눈빛 진정 사랑하여 널 보내야 한다면 그대라도 행복하기를 170

난 널 사랑하지 않는가 보다. 한겹 어린 눈물자국 슬픔이 고여 눈물이 된다던데, 이렇게 많은 슬픔 고여있는데.. 그냥은 사랑하면 안되나 또 다시 밝아오는 가난한 아침 그대라도 행복하기를 171

마지막 목소리 2006.06.20 16:28 비를 맞고 왔다. 딱히 우산도 없었지만 있었어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이미 젖은 옷 마르지 않을테니 그냥 그런 채로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왔다. 괜히 비만 맞은 것 같기도 하다. 아까.. 너의 목소릴 들었다. 무엇 때문인지 일초도 못 참고 전화박스를 뛰쳐 나왔는데 맥이 풀려 아무 일도 못하겠다. 내가 들은 말은 단 한마디 뿐이였는데 수십개.. 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어렵게 수백번을 망설이다 너무나 어렵게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먼저 끊지않으면 니가 끊겠지.. 그런데 그 친구의 목소리만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 괜히 건 것 같기도 하다.. 잊는다는 것.. 잊는다는 일이 이렇게나 어려운 것임을 하루가 다르게 느끼면서도 너를 찾는 미련한 발걸음.. 그 마음을 쉽게 돌리지 못한다. 지금.. 울고 있다. 아니, 울음이 난다. 그날 이후, 절대로 절대로라며 수천번을 맹세했는데 삼년도 못 지키고 그만.. 울어 버린다. 마지막 목소리 172

너도 밉고 그 친구도 밉다.. 너무.. 힘들다. 너무.. 보고싶다. - 눈물바다에 불어터진 섬의 하반신 2001. 11. 13. 이젠 안다... 내게 기회 따윈 없다는 것을... 마지막 목소리 173

사랑, 너는 죽어도 모를 내 마음... 2006.06.14 16:37 자리를 옮겼다. 늘 앉던 자리로. 하지만 알았다. 늘 느끼던 감정이 아니라는 거. 그리고.. 같은 추억으로 간직하기가 영 힘들겠다는 거. 정말.. 다 타버린 재는 불을 붙일 수 없는 걸까. 사랑, 너는 죽어도 모를 내 마음... 174

부담스런 여자가 필요하다 2006.06.02 13:48 료코사마 카와이 버전! 부담스런 여자가 필요하다. 지겹게 보채며 팔장을 끼우고 싫다는데 자꾸만 전화하고 곤란하게 약속없이 찾아오는 말썽쟁이가 필요하다. 곧잘 응석을 부리다가도 내 눈매가 쓸쓸하면 조용히 안아주고 딱히 이유를 묻지 않으며 혹여 이유를 알더라도 모르는 척 해주는 포대기같은 여자가 필요하다. 남의 시선 아랑곳 않고 오로지 나만 보는 눈동자가 필요하다. 시도때도 없이 내가 그리워 애타고 목말라할 여자가 필요하다. TV를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일기를 쓰다가 문득 내 얼굴이 생각나 늦은 시간 참지 못하고 어려운 전화 한통에 날씨 얘기, 연예인 얘기나 하다가 수화기 내려놓고 혼자 웃고마는 바보가 필요하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 맘이 백배 천배.. 그보다 훨씬 더 클 것 같은 내 사람이 필요하다. 해서, 부담스런 여자가 필요하다 175

내가 미안할 수 있도록 미안해서 꼼짝 못하도록 아무런 잘못도 못하도록 안보이게 나를 관리할 자기가 곰인줄 아는 여우가 필요하다.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헤어지는 게 멋인 줄 아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나를, 사랑이란 감정조차 믿지않는 나를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줄 선생님이 필요하다. 딱히 이유없이 자리할 수 있는 술친구 얼토당토 않은 농담에도 맞장구 쳐주는 말상대 아이스크림 냄새나는 입술... 나란 놈에게 착하디 착한 그녀가 너무 과분해서 부담스런 그런 여자가 필요하다. 최강희 부담스런 여자가 필요하다 176

결혼하면 외롭지 않은가 2006.05.08 22:08 정말 결혼하면 외롭지 않을까, 정말 그럴까? 프러포즈하던 마음으로 아내를 바라보고, 결혼하던 마음으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까. 혼자 살면 외롭다고 하는데 결혼하면 외롭지 않을까.. 독한 외로움 내 외골수로 여태까지 나를 외롭게 방치한 것인가.. 오늘 햇수로 4년만에, 만3년만에 소개팅이란 걸 해봤다. 물론 시작도 하지않고, 심지어 이름도 모른채 헤어졌지만, 만나러 가는 빗길조차 왠지 설레였다. 아직 내게 이런 파릇한 마음이 남아있음에 즐거웠고,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아니 새로운 시작을 해보고싶음에 흥미로움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외로움. 그 뿐이였다. 나에겐, 아니 누구나에게 외로움이란 그림자가 존재한다. 세상사람들은 말한다. 쿨한 사랑, 엔조이, 마음의 안정, 기댈 언덕, 동반자, 사랑을 배려하려 감수하는 이별, 희생, 영원 불멸한 사랑.. 맞는가..? '정말' 인가 말이다.. 결혼하면, 오랜동안 사랑하면 왜 외로운걸까..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내가 알기론 원래 사랑이 변한다. 결혼하면 외롭지 않은가 177

마취약을 가득 묻힌 큐피드의 화살에 맞은 남녀는 모두 벗어날 수 없는 마력에 취해 '사랑'속에서 허덕인다. 마취약 기운에 아픈 줄도, 힘든 줄도, 심지어는 잘못 판단한 줄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사랑의 최절정에서 결혼을 한다. 물론 결혼이 남녀관계의, 혹은 인생의 종착역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이십대 전부를 결혼 상대자를 찾기위해 연애를 하고, 삼십대 초반에 시간에 쫓기듯 자신의 반려자를 찾아 짝을 지우는 많은 사람들의 행동을 일종의 '문화'라고 밖에 받아들일 수없음은 비단 나 만의 삐딱한 시선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거라 말하고 싶다. 과연 결혼이 외로움을 채울 유일한 방편인가? 아니 적어도 각자의 외로움을 달래주기는 하는가? 계속 파트너를 바꿔서 사랑하는 것이나, 동거를 하는 것이나, 또는 차라리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사는 것은 그것과 많이 다를까? 바빠서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다는 친구가 있다. 그럼 안바빠지면..? 결국 어차피 동행해야할 외로움이란 불쌍한 친구와 이인삼각의 달리기를 하는 게 '결혼생활'이 아닐까 한다. 나 나름대로의 결혼관에 있어 최대화두가 바로 이것이다. 난 정말 행복할까.. 난, 과연, 정말, 외롭지 않아질까.. [양희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술을 마셔봤다. 술이 약이 되진 않았다. 전혀 즐겁지 않았다. 한시간을 넘게 걸었다. 이 사람 저 사람 그 길에서 보낸 시간속의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발바닥이 아팠다. 그렇다.. 술을 마시면, 고독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휴...하는 한숨이 나온다. 사랑하면, 영원히 행복할까 결혼하면 외롭지 않은가 178

영영 헤어지지 않을까 결혼하면, 난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결혼하면 외롭지 않은가 179

눈 내리는 날의 단상 Memory 2006.04.17 10:59 사랑이 아무나 하는 것인 줄 알았다.. - 술집 아가씨 I 불을 껐다. 속이 비치는 블라우스를 걸친 네 모습이 미처 상상이 되지 않는데 넌 그렇게 술기운을 용기삼아 옷을 벗는다. 내가 사랑하는 넌 감히 이렇게 대담하지 못한다. 이건.. 분명 꿈이고 착각이다. 핏줄 깊이 퍼진 알콜들이 내 너를 이렇게까지 슬프게 만든 것일 뿐 이렇게 눈부신.. 너의 눈부신 살결을 만져대는 추악한 손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넌, 그저 내 옆에 있어 울지말고 평안히 잠들어야 가장 아름다울 사람.. 너를 원하는 커다란 마음 애써 지우며 조용히 속삭이듯 잠을 재운다. 밤이 지나 이런 니 모습 다신 볼 수 없다해도 그래도 오늘은 흠뻑 술에 젖어버린 너를, 나의 쉰 목소리로 나의 젖은 팔베개로 눈 내리는 날의 단상 Memory 180

세상 누구 못지않은 아늑함 속으로 푹 재우고 싶었다. - 술집아가씨 II 파카 속에 묻힌 지워진 화장 위 창백한 얼굴. 피곤으로 푹 꺼진 시트 위로 녹초가 된 니 모습에 막연한 외로움 한 모금.. 너무 속상하다. 이보다 슬픈 천사의 얼굴이 있을까. 차안 가득 슬픔 냄새. 오히려 안 취한 내가 미워 차가운 밤공기 본네트에 기대앉아 무능한 내 젊음에 술을 먹인다. 쉬운 세상사는 내게 잠든 너의 모습은 오히려 어른스런 가르침. 이름없는 밤벌레, 헤드라이트, 그리고 담배 타들어 가는 소리. 새벽으로 짙어지는 차안에서 눈 내리는 날의 단상 Memory 181

새벽으로 짙어지는 차안에서 너는 모르는 입맞춤. 울며무는 내 입술 아래 작은 너의 미소. 뻐근한 가슴.. 무엇이 날 위한 건지 그것이 무언지 알면서, 사랑할거면 멀어지라는.. 잠긴 너의 목소리. 이대로는 사랑할 수 없다며 애써 나를 노려보던 하염없는 사랑의 눈빛. 진정 사랑여 널 보내야 한다면 난 널 사랑하지 않는가 보다. 한겹 어린 눈물자국. 슬픔이 고여 눈물이 된다던데, 이렇게 많은 슬픔 고여있는데.. 그냥은 사랑하면 안되나. 또 다시 밝아오는 가난한 아침. 안녕. 눈 내리는 날의 단상 Memory 182

십이년전 이맘때.. 2006.03.24 12:05...... 고독 저절로 수화기가 내려진다.. 어렵다.. 혼란스러워서 어렵다.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기에 움직이는 것.. 이런걸 몸부림이라고 부르는 걸까.. 내게 득될 것도 없는데 이런다고 니가 돌아올 것도 아닌데 누가 시킨 듯 마지못해 하는 복수. 이건.. 내가 원하는게 아니였는데.. 너를 다치게 하려는 건 아니였는데.. 그래도, 한번쯤은 조금쯤은 너도 아파봐야 한다는 생각.. 치기어린 오기.. 내가 이럴 수 있다는게 슬프다. 함박 벚꽃, 아카시아, 라일락.. 눈부신 4월의 하늘. 십이년전 이맘때.. 183

피곤한 눈을 비벼대며 둘러보아도 이 봄에 가장 잘 어울릴 잔인한 너는 보이질 않는다. 생글거리는 얼굴은 나타나질 않는다. 너를, 너만 생각하다 다 타고 재만 남았다. 서울에서는 더이상 낭비할 게 없다. 매일 구박하는 내 외로움에게도 미안하다. 어차피 며칠후면 전주행 기차를 타야한다. 그렇게.. 마무리되는 거다. 이렇게 청명한데 마음 속엔 비가 내린다. 여전히 이렇게 미운 세상에서 제일 미운 너의 이름을 수없이 불러본다. 제기랄.. 사랑은 위대하다. 십이년전 이맘때.. 184

물위의 상반신 물속의 하반신 2006.03.15 18:10 오랫만에 네 얘기를 꺼낼 수 있었다. 맘을 흔들어대는 영화를 보아도, 감쪽같이 만들어진 드라마의 클라이막스에도, 그 날의 그 노래를 들을 때에도, 이렇게까지 우울하진 않았는데 우리들의 얘기.. 그 짧은 시간이 지금까지 나를 몹시 울적하게 만들고 있다. 멍청히 거울을 보며 얼굴을 꼬집어 본다. 이미 그 당시 우리 모습에서의 내 얼굴이 아니다. 잠깐 떨어져있었다고 믿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흘러버린 까닭이다. 하긴.. 우린 할말도 없는데, 그간 나눈 고독으로 대부분의 이야기 나누었는데.. 그리움 남겨지지 않으면 버려지는 것이다. 훗날 곱게 적힌 일기 한 권 갖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 같아 내가 불쌍해 보였다. 이쯤에서 그만 두자는 어줍잖은 생각도 수천번 해보았다. 그래서, 너를 미워할 핑계가 필요해서, 난 혼자이면서 너에겐 다른 이를 사랑할 시간을 주었다. 난 혼자 살기 맞게 개조되었다고 최면을 걸었다. 적어도 내 마음엔 네가 있으니 충분히 든든할거란 위로를 하며 참았다. 그렇게 칠년이 지났다. 물위의 상반신 물속의 하반신 185

나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 이렇게 끝나버리기 전에 나도 너처럼.. 나도 너만큼 행복하고 싶다. 내 마음속 선량한 부분 그 속에 접어둔 지난 얘기들. 아무에게도 욕하지 않으련다. 그냥 다시 사랑할 때가 됐다고 하면 되겠지. 여태 기다렸으면 됐다고 해도 괜찮겠지. 잊혀진 불행함보다 잊어야하는 더 큰 고통. 희망없는 나의 기다림. 너에 대한 그리움에 마침표를 찍는다... "우린 너무 어렸고 너무 성급했으며, 너무 사랑했어요.. 그 사랑의 기억으로 난 평생을 행복할 수 있었어요.." - 올리비아 핫세 - 물위의 상반신 물속의 하반신 186

눈내리는 날의 단상 Novel 2006.01.22 15:39 술집아가씨 첫 번째 Episode - 남자 눈이 내리는 밤입니다. 지금은 비록 그녀에게 어떤 의미도 될 수 없지만 언젠가 다시 헤어질 날을 위해 언젠가 정말 헤어질 날을 위해 오늘부터, 그간 잊고 있었던 선물, 마저 만들려 합니다. 먹어서 속상하지 않고 마음 충혈시키지 않는 물빛 착한 술.. 빚으렵니다. 한 여인을 사랑했습니다. 미치도록. 그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전.. 그녀의 직장을 알고 있었습니다. 찰랑대는 단발머리가 누구보다도 어울렸고,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녀라 부르기보다 그애라 부르는게 더 어울리는, 웃는 눈동자를 가엾게 느끼기엔 너무나도 해맑은 한 소녀를 사랑했습니다. 항상 애처로움만은 아니였기에 이렇듯 오늘까지 추억하며 아파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겨울이 참고 참아 터뜨린 주먹덩이 눈송이가 펑 펑 내리는 1월의 어느 날 때이른 첫눈 같은 그녀를 만났습니다. 애인보다 친구인 척, 그 나이에 딱 어울리는 유치한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픽 나오는 웃음에 꼭 꼭 넣어두었던 앨범 꺼내어 보듯, 다락에 숨겨둔 오랜 추억 몰래 갉아먹듯 혼자 그리워합니다. 늘 아쉬움의 저녁이 오면 그녀의 아픔을 피해 바쁜 척 해야했고 눈내리는 날의 단상 Novel 187

무심결의 고백을 못 들은 척 해야했던 어른스런 스무살. 술에 취해 훈련된 웃음으로 날 대할 때면 그 모습.. 용서할 수 없는 내 약한 마음 부여쥐고 애처러움에 허덕이는 날 보며 그리워 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그 절정에 달해 살고 있다는 사실에 차마 그녀를 끝내 미워할 수 없었던 우리 어린 스무살. 가장 가슴 아픈 건 술 취한 밤 밤새도록 통화하며 나눠야했던 슬픈 거짓말. 안스러울 정도로 취해버린 그녀에게, 내 안에서 늘 공주였고 여염집 세째딸였던 그녀에게 결코 가슴을 숨길 수도 열어 줄 수도 없었던 나는, 그렇게 못난 나는.. 결국 그녀를 잡지 못했습니다. 떠남이 진실한 사랑인 줄 알았던 한심한 시절, 입영통지서에 찍혀 날아든 날짜 그 전날밤의 짧은 통화로 모두를 끝맺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아픔을 모르는 척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잊혀지길 바라진 않았지만 잊어달라 했습니다. 이유도 없이 참으며 모질도록 냉정하게 친구들과 나를 속이며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모두를 팔아 마련했던 가난한 자들의 허영의 축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가슴 한귀퉁이 뽑지 못할 큰 못을 박는 댓가를 지불하고 인생 다 아는 척 그녀를 원망했습니다. 마치 영화 속 비련의 주인공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살았습니다. 그는 마음 속으로 나를 포기하는 연습을 수 없이 했을거라며, 내가 없어져야 정말 행복할 것이라며. 사실은, 그렇게 믿어야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였습니다. 제대 후 많은 일에 파묻혀 지낼 즈음 우연히 그 애를 만났습니다. 그전의 그녀는 아니였지만 그동안 잊고 지냈던 것 뿐이지 결코 잊혀지지 않는 그녀. 멋지고 싶었습니다, 아쉬울 것 없이 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을 속여야 했습니다. 다 잊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주 편한 척 먼저 인사를 했습니다. 눈내리는 날의 단상 Novel 188

안.. 녕..? 창 밖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섞여 움직이고 카페 가득 시큼한 캐롤과 들뜬 연인들, 투정이라도 부리듯 괜한 맥주만 목이 시리도록 마셨습니다. 지켜보던 그애도 몇 모금 마셨을까. 별 얘기도 안했는데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그리고 아까부터 캄캄한 밤에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예보에도 없던 눈이 내려 그저 서글프고 좋아서 떡볶이도 먹고 노래도 부르고 그 언제처럼 볼도 꼬집고 재잘재잘 우스개도 늘어놓았습니다. 쉽게 12시가 다가왔습니다. 서로의 상처를 피해 나누던 인사말들이 끝난 후 꺼내놓았던 그 옛날 추억들을 고이 챙겨 자리를 일어섰습니다. 각자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터덜대며 걷다가 문득 그애가 노래방에 지갑을 두고 왔다는 말을 꺼냈을 때의 괜한 환희란. 찾고 싶지 않은 지갑을 한참 찾다가 포기하기를 한 시간. 그애도 없고 나도 돈이 없었지만 언젠가를 추억하며 재잘거리기에 충분한 만족. 꼬부라진 혀와 비틀대던 걸음이 제대로 돌아올 즈음 그녀를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장난기있게 웃어 보이며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어 들었습니다. 현금지급기 앞에 서서 우울했지만 짠짜잔하며 액수와 비밀번호를 눌렀습니다. 4.0.8.0. 그녀의 생일. 그 옛날 누구와 내 통장의 비밀번호. 그애는 울어버렸고, 정작 울고 싶은 나는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흐느낄수록 더욱 태연하게... 아무 말없이 그녀를 택시에 실어 보냈습니다. 빈 손을 흔들며. 둘이 된 자를 위한 혼자 남은 사람의 배려였을까. 택시가 지난 길 끝에 시선을 둔 채 쓴 웃음을 짓다가는 눈 속을 뛰었습니다. 눈내리는 날의 단상 Novel 189

뭐라 솟아 나오는게 있어 소리내지르고 싶었는데 차마 찾질 못했습니다. 몹시나 눈이 펑 펑 쏟아지던 밤이였습니다. 술집아가씨 두 번째 Episode - 여자 길을 걷다가 아주, 정말 아주 우연히 그를 보았다. 뭐랄까, 피할까 말까, 아는체 해야하나... 눈이 마주쳐 버렸다. 서먹하게, 너무나도 어색하게 인사하고 말았다. 어쩌면 그냥 지나치거나 눈인사로 갈라섰을 길에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덩그러이 놓여있게 되었다. 안.. 녕..?" 이란 그의 인사말에 한동안 멍하니 손만 들다가 잘 지내?" 라고 내민 초라한 한마디. 형식에 치우치기 싫었음일까, 먼저 물었다. 눈내리는 날의 단상 Novel 190

준비해두었던 많은 말들을 죄다 버리고난 지금 할 말이 없었던 탓일까... 너는?" 오히려 그가 물어왔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입이 붙어버린 것 같았다. 딱히 할 말도 없었다. 그저 입가에 웃음을 띄고 서 있을 밖엔. 아, 어디 가는 길이야?" 그가 물었다. 글쎄, 약속시간은 아직도 멀었다. 그가 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와 있는진 모르겠지만 바쁜 약속도 아닌데 지나치기에는 분명 이런 일은 다신 일어나지 않을 일일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사는 동안에도.. 으응, 아니 그냥..."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당당해야하는데. 마음 끝에서는 약속은 없다, 시간이 있느냐, 아우성을 목끝으로 밀어올렸지만 가슴 깊은 곳의 앙탈을 뒤로 한 것은 한가닥 자존심이였을까. " 너는 어디가니?" " 응, 이 근처 지점에서 약속이 있어서.." " 바쁘겠구나..?" " 뭐, 조금.." 분명히 아쉬워했다. 아니 아쉬워하기를 바란건지도 모른다. 둘인 서로 얼굴만 마주 볼 뿐 입을 다물고 있었다. 뭔가 입술이 달싹거리는데.. 그럼 다음에.." 다음에 언제? 그가 지나쳐 간다. 잠깐이지만 친숙한 그 만의 향취가 짙게 그전의 슬픔을 희구케 한다. 단 몇 초의 만남. 이렇게 보고 마는 건가.. 이거 정말 이래도 되는건가. 잊었노라 자신있게 말했음에 괜찮아야할 마음이 더욱 흔들렸다. 그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다시 갈라서는 만남이 서운했다. 친구로서, 아니 그냥 아는 사람으로서 뒤를 돌아봤다. 그렇게 그의 뒷모습을 보는데도 눈내리는 날의 단상 Novel 191

무언가 왈칵 치밀어온다. 어쩌지.. 그 순간 그가 몸을 돌렸다. "저.. 시간 있으면 녹차나 한잔.. 할.까.." 얼굴은 분명 웃고 있는데 주먹을 쥐기까지하며 찬찬히 물어왔다. 자리를 옮겼다. 늘 앉던 자리로. 하지만 알았다. 늘 느끼던 감정이 아니라는 거. 그리고, 같은 추억으로 간직하기가 영 힘들겠다는 거. 보잘 것 없는 얘기,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 서로 얼마나 잘 지내는지 자랑하는 시간이 지나니 창밖에 눈발이 내리고 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에도 그는 역시 자기 얘기를 잘 안한다. 늘 뭔가가 답답하다. 이젠 그도 다시 사랑할 때가 됐다고 해도 되겠지. 여태 기다렸으면 됐다고 말해도 되겠지. 시큼한 맥주를 얼마나 마셨을까 그가 취할까봐 겁이 난다. 아니, 내가 취할까봐 겁이 났다. 밖엔 눈이 쌓여 사람이 가득하다. 문득 눈이 맞고 싶어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계산 했어.. 그만 마시자.." 내가 먼저 일어 섰다. 그가 취하는 모습에 연민을 느끼고 싶지 않다. 어.. 지갑이 어디 갔지?" 아까 노래방에서 계산하고 분명 코트 호주머니에 넣었는데 지갑이 없다.. 소중한 기억이 많이 묻은 지갑이지만 그 앞에서 호들갑 떨기 싫어 그냥 가자하는데 무슨 소리냐며 그가 가게로 뛰어간다. 한참을 노래방 소파를 뒤집어 진땀을 흘리는 그는 뭐가 그리 좋은지 차비를 주겠노라고 웃으며 근방에서 현금인출기를 봤느냐 묻는다. 눈내리는 날의 단상 Novel 192

같이..갈까..?" 정말? 추운데..괜찮아 여기서 기다려 혼자 갔다올께." 나야 오랜만에 눈맞고.. 그게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럼 오랜만에 강아지처럼 뛰어볼끄나.." 없던 시절 그가 나에게 주기위한 용돈을 뽑곤했던 은행 365일 코너.. 그는 알고 있을까. "어? 지갑에 돈 많네.." "아니 뭐, 어차피 돈 내면 또 뽑아야하니까..." 그가 장난기 있게 웃어 보이며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어 들었다. 입으로 짠짜잔 소리까지 내곤 카드 비밀번호를 눌렀다. 4.0.8.0. 내 생일. 그 옛날 나와 이 사람, 우리 둘만의 비밀번호. 그이 앞에서 울기 싫었는데 눈물이 났다. 난 지금 그에게서 보다 훨씬 사랑받고 안락하게 살고 있는데 그는 아무 것도 잊지 않은 채로 여전히 제자리인 것이다. 일부러 보인 걸까.. 그 어깨너머로 그저 무심히 보인 비밀번호에 나 혼자 과하게 오해하는 건 아닌지.. 그래도 아무 말도 하고 싶진 않았다. 근데 나 말야.. 너한테만 못했던 그 흔한 말을 헤프게, 아주 쉽게 쓰며 살고 있어.. 엄두가 나서가 아니라 너무 억울해서. 이렇게 살고 있어서.' 가슴이 답답해서 전화박스로 달려갔다 이 가슴 털어놓을 이가 필요했다. 하지만 전화할 곳이 없었다. 지금의 남자에겐 미안하지만.. 여자는 과거에 기대어 산다 난 지금의 그를 선택했지만 과거에 내가 선택했던 이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혼란스러워 고개를 흔들었다. 택시 안에서 엉엉 울고 말았다. 왜 이럴까.. 눈내리는 날의 단상 Novel 193

이런 어설픈 해우는 다시 갖고 싶지 않다. 몹시나 눈이 펑 펑 쏟아지던 밤이였다. 눈내리는 날의 단상 Novel 194

눈내리는 날의 단상 Remember 2006.01.16 06:05 물위의 상반신 물속의 하반신 오랫만에 네 얘기를 꺼낼 수 있었다. 맘을 흔들어대는 영화를 보아도 감쪽같이 만들어진 드라마의 클라이맥스에도 그 날의 그 노래를 들을 때에도 이렇게까지 우울하진 않았는데, 우리들의 얘기.. 그 짧은 시간이 지금 나를 몹시 울적하게 한다. 멍청히 거울을 보며 얼굴을 꼬집어 본다. 이미 그 당시의 우리 모습의 내 얼굴이 아니다. 잠깐 떨어져있었다고 믿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흘러버린 까닭이다. 하긴 우린 할말도 없는데, 그간 나눈 고독으로 대부분의 이야기 나누었는데. 너에 대한 그리움에 마침표를 찍는다... 남겨지지 않으면 버려지는 것. 훗날 곱게 적힌 일기 한 권 갖기 위해 이러는 것 같아 내가 불쌍해 보였다. 이쯤에서 그만 두자는 어줍잖은 생각도 수천번 해보았다. 그래서, 너를 미워할 핑계가 필요해서, 난 혼자이면서 너에겐 다른 이를 사랑할 시간을 주었다. 난 혼자 살기 맞게 개조되었다고 최면을 걸었다. 적어도 내 마음엔 네가 있으니 충분히 든든할거란 위로를 하며 참았다. 그렇게 칠년.. 나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 이렇게 끝나버리기 전에 눈내리는 날의 단상 Remember 195

이렇게 끝나버리기 전에 나도 너처럼.. 나도 너만큼 행복하고 싶다. 내 마음 속 선량한 부분들, 그 곳에 접어둔 지난 얘기. 아무에게도 욕하지 않으련다. 그냥 다시 사랑할 때가 됐다고 하면 되겠지. 여태 기다렸으면 됐다고 해도 괜찮겠지. 잊혀진 불행함보다 잊어야하는 더 큰 고통. 희망없는 기다림. 그리움 눈내리는 날의 단상 Remember 196

서른세번째 크리스마스 2005.12.28 13:53 크리스마스 올해도 어김없이 365일만에 크리스마스가 돌아왔다. 나 역시 누구나처럼 크리스마스를 좋아한다. 노처녀 시집가기 전날 마냥 괜한 행복감과 설레임으로 전세계가 술렁이는, 나와는 상관없는 외국 성인의 생일전야제라고만 하기엔 너무 심각 하게 들뜨는, 이미 우리와 너무 익숙해져 있는 크리스마스 홀리데이라는 전체적인 축제 분위기를 좋아한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문기네 부부와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개그콘서트를 보러 대학로에 다녀왔었다. 재작년에는 춘기네와 문기네를 모두 불러 크리스마스트리 옆에서 케잌을 잘라먹었고, 그 작년(그러께)에는 아마 어머니와 저녁먹고 TV보 다 어느새 잠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라는 미명으로 짝없는 날 위로하며, 남부럽지 않게 놀만큼 놀았으니 이젠 차분하게 보내자는 핑계로 날 변호 하며, TV앞에 누워 매년 반복되는 특집영화를 보며 애써 덤덤하게 보내고 있다. 솔로부대 크리스마스 대첩을 준비하라. 안주와 술값 메뉴판이 따로 만들어질 정도로 왠지 특별한 날인 것 같은 12월25일은, 애인있고 돈 좀 있는 자들을 위한 파티가 즐비한 성탄전 야는 그래서 항상 즐거움과 행복함의 반대편에 외로움과 자격지심이 존재한다. 그렇게.. 매년 크리스마스는 어떤이에겐 추억으로, 또 다른 이에겐 상처로, 쓸쓸함으로 기억을 더해간다. 요 몇년의 그것에 비하면 4년전인가, 5년전 크리스마스는 참 특별했었다. 누구나 그러하듯, 보통 나 역시도 친구들과 술집을 전전하며 24일밤을 꼬박 세워 술떡이 되거나, 우르르 차를 몰고 바다로 향해 조개구이를 먹었던 이십대의 크리스마스를 보냈지만, 여느 때와는 다르게 그해의 크리스마스는 민우라는 걸출한 이벤트맨 덕분에 열명이 넘는 인원이 하 늘 가득 쳐내리던 눈송이를 보며 잔잔한 캐롤의 선율과 친구와 술과 이야기로 밤을 지세울 수 있었다. 당시 석모도로 들어가는 포구 언덕위에 위치한 통나무오두막 까페2층을 통째로 빌렸다는 전화를 받았다. 민우는 그날을 위해 친한 모든 사람과 그 친한 모든 사람의 친한 사람을 초대했고, 스무개가 넘는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들까지 준비해 두었 다. 그해 강화도 최고 적설량을 기록했던 크리스마스이브는 친구들과 그와 동행한 친구의 친구들에게는 낭만의 만끽을, 한나절 내내 눈속에 갇혀 새벽을 맞이했던 나와 전모에게는 최악의 크리스마스로 기억된다. 스노우타이어, 견인차, 전복, 통화권이탈, 지긋지긋한 눈, 얼어붙은 언덕, 가로등 없는 산길.. 완전 무인도.. 크리스마스 서른세번째 크리스마스 197

매년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문자메세지만으로도 즐거웠던 나의 성탄절이 서른 넘어서부터는 밋밋한 문자메세지에 서운함을 느끼게 되는 나 이로 접어들었음을 알려주기라도 하려는듯, 더이상 부정할 수 없는 삼십대 중반이 되어버린 올해 크리스마스에 받은 문자메세지는 내게 별반 마음의 감동을 주지않는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해 오히려 나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내가 어제 민우와 동섭이하구 무리하지만 않았어도 원래 계획은 어딘가로 훌쩍 떠나보려구 했었는데.. 어쨌든 지금은 아직 술이 덜깨서 어디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눈 오는 화이트크리스마스에 혼자 떠나는 여행. 왠지 조금은 안되보이고, 괜히 서글퍼 보이고, 그래서 낭만적으로 비춰지는 청승. 혼자만의 여행, 미지로의 여행, 나 혼자 정말 진정한 혼자가 되어 떠나는 여행은, 그것은 마치 아무도 없는 시골 변두리 극장에서 혼자만 영 화를 보는 기분과 비교할 수 있을까.. 아니면 크리스마스라는 눈부신 미녀에게 말을 걸어보지도 못하고 도망가는 것같은 기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 어느 책에선가 여행을 이렇게 표현했던 것이 기억난다. '여행은 마음 속 얼어붙은 호수를 깨는 도끼'라고.. 혼자 여행을 떠난 내 마음은 항상 이랬다. 난 무언가를 피해 여기로 왔는데, 결국 그 시간내내 그 생각을 하며 보냈다.. 누군가가 돌봐주어야 할 사람을 결국엔 내가 돌봐줘야해라고 생각하는 일.. 결국 혼자 떠난 나의 여행은 인생이 뭔지 고민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리곤 인생이란 정해진 길에서 일탈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같은 기분에 서둘러 짐을 챙긴다. 못난 자신을 만나러 가는 여행, 결국 혼자 떠난 이 외로운 여행길에서 난 못난 내 자신을 만나게 된다. 유쾌하게 걸으면 종일 걸을 수도 있었는데 금새 지치는 크리스마스의 여행, 아니 크리스마스로부터의 도피. 도망가는 길에도 숨을 곳이 없다. 어디에나 사람들의 시선이 있다, 도처에 널린 눈사람마저도 날 지켜보고 있다. 눈사람은 쓸쓸하지 않은가 보다. 고소해죽겠다는 표정으로 나의 서른세번째 크리스마스를 비웃고 있다. 크리스마스 서른세번째 크리스마스 198

1. 내 인생의 미영이 2005.12.13 06:53 내 인생의 미영이 미영이 치고 안이쁜 미영이가 없었더랬다.. 오.. 신문광고 신문광고 흔한 이름을 기막히게 사용한 광고 ' 선영아 사랑해'...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은 세계 어느 곳에서 들어도 귀에 쏙 들어올 정도로 특이하다. 딱딱한 뉘앙스가 나도록 받침들이 많이 포함되어 발음하기도 어렵고, 연음이 되는 경우도 많지 않으며, 부드럽게 모음으로 끝나더라도 중모 음인 경우가 많아 외국인은 아무리 혀를 꼬아도 할 수 없는 발음으로 이루어진 이름도 있다. 내 이름의 경우 어릴적 알파벳 겨우 알았을 때, 그 당시에 지은 스펠이 Suckee였다는 이유로 여권에 까지 이 이름이 등록되어 있으니.. 영 어를 아는 입국심사장 직원들이나 영어문화권 외국인들이 보기에 나란 인간을 얼마나 변태적이고 수상쩍게 보았을까.. 필리핀의 누구는 끝까 지 내 이름을 '서기' 혹은 '수키'라고 발음해서 내내 내가 똑바로 가르쳐줬던 적이 있더랬다. " 잘 들어, 내 이름은 한국말로 '석.끼.', 영어로 '썩.키.' 야.. 알았어? 따라해봐.. '써.키'.." 라고.. ( 그들에게는 "Suck Key" or "Sucker"의 피동형으로 들렸을텐데..ㅠㅠ ). (참고로 친구 동섭이의 이름은 'Dong-seop' 영어로 '똥국' 되겠다...) 이렇게 영어식으로 발음하기 쉽지않은 우리나라의 이름은 대개의 경우, 몇개의 성씨가 대부분의 인구를 지배하고 있는데다가 성을 제외한 나 머지 두 글자로 이름을 짓기 때문에 언어의 조합 상 중복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어머니 세대의 여자이름은 아들을 바란다는 소위 '끝순이'의 의미를 지닌 말복, 말순, 말녀, 말례, 점례, 복남, 순이, 종순, 남희, 금녀, 금순 등의 이름과,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갖다붙인 계집 희( 姬 )자로 이루어진 영희, 정희, 윤희, 은희, 미희, 그리고 자식이라는 이유로 갖다붙인 자( 子 )자로 끝나는 춘자, 영자, 순자, 선자, 미자, 화자, 복자 등이 주류를 이룬다. 3-4십대의 대세를 이루는 이름은 그나마 좀 나은데, 아름다울 미( 美 )자나 꽃 화( 花 )자를 사용하거나, 꽃부리 영( 英 ), 착할 선( 善 )자를 사용하 는 이름을 사용했다. 모두들 흔하다고 공감하는 이름들인 화영, 미경, 미순, 미정, 현정, 은주, 은영, 은경, 은숙, 지현, 순영, 보경, 정혜, 희정, 지영, 미영, 지은, 지 연, 현주, 선영, 선아 등이 있을 것이다. 헉 헉.. 오늘부터 세편에 걸쳐 내가 말하려는 사람들은 바로 이 이름들의 주인공이다. 흔한 이름이여서 그 이름 하나에 한꺼번에 여러명이 겹쳐 기억되는 사람들. 오늘 말하고자하는 첫번째의 이름은 '미영이' 이다. 1. 내 인생의 미영이 199

[미정](2003) 이 땅 위에 셀 수 없이 많은 미영이, 미정이, 지영이들.. 내 인생에 첫번째 방명록을 남긴 미영이는.. 고등학교 때 본 교회 멋쟁이 누나 '미영이'였다. 당시 고3이였던 내 친구들과 나에게 술한잔 사주면서 폼나게 10만원권 수표를 내밀던 미영이는 참 멋져보였다. 철없고 무모한, 그래서 아무나 사랑할 수 있는 고3 풋내기 남자들에게 미영이는 선망의 대상이였고, 당시 대학교2학년이라는 두살정도의 나 이 차이는 그녀와 우리가 남녀로 만나는데 있어 별반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도 않았었다. 친구일당 중에서 나는 그나마 미영이를 누나 반, 여자 반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비해 나머지 녀석들은 그게 아니였다. 학교 야자를 땡땡이치고 그녀 집 앞에 가서 우울한 표정으로 술한잔 사달라고 한다던가, 어울리지도 않게 일요일에 새벽같이 교회에 나가 잠 긴 목소리로 기도를 하고있는 어처구니 없는 작태를 보이는 녀석도 있었다. 당시 우리는 신촌의 Village나 Endzone, 명동의 Postcard나 Drama 같은 메이커의 옷들을 입었는데 (자랑이라도 하듯이 상표가 밖으로 나와있던 옷이 뭐그리 좋아 보였는지..) 하여튼, 돈많은 교회집사의 딸로 여대2학년이고 키도 늘씬했던 미영이는 늘 comma라는 상표의 옷을 위아래도 맞춰입고 다녔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세련되 보이고 '있어' 보이던지,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너도나도 명동에서 옷을 사입기 시작했다. 대학교 1학년시절 24박25일 전국여행 중에 당시 동해에 머물던 우리들이 굳이 남이섬에 들러 수련회를 온 교회사람들을 만났었던 이유는 미 영이를 여자로 보았기 때문이였다. 물론 내가 교회에 한 여자를 사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두번째 기억나는 미영이는 '내 인생의 미녀' 편에서 잠시 소개되었던 '미영이' 이다. 세상에 태어나 내가 말해보고 만져보고 같이 술마시고, 떠들고, 춤추고, 노래하고, 같이 자본 (방이 좁았던 관계로 비록 그녀는 그녀의 남자 친구와 마주보고, 나와는 뒤돌아 누운 상태였지만..어쨌든!!) 최고의 미녀. 당시 그녀는 내 여자친구로 기억되는 여자의 친구였는데.. 사실 그녀 친구이기 이전에 내가 했던 아르바이트자리에 내 여자친구가 된 여자와 같이 일하러 온 한명의 '구직자' 였었다. 당시 아르바이트 장소가 기독교방송국이여서 그녀들은 맨질한 얼굴을 믿고 뭐, 방송국에서 일하는 건가보다 하고 생각하며 왔었다는데, 실제 로는 거의 사기꾼같은 일 (국가에서 무료로 영어를 교육시켜드리는 프로그램입니다.. 단지 교재비 조로 일금 50만원을 입금하시면..) 을 하고 있던 곳이였지만. 어쨌든 잘난 얼굴값을 해보지도 못하고 남자직원들과 사장이하 총각간부들에게 그만 코꿰어져 버렸다. 이런 여직원 어디서 구하냐.. 그 후 언젠가는 꼭 TV를 통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현재까지 그녀에 대한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외국으로 이민간 것으로 추정 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에서 그런 미인이 인생을 조용하게 살 수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얼마냐 이쁘냐 하면..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내 인생의 미녀'편을 보시라. 비비안리 많이 닮긴 했지만 미영이가 더 이쁘다.. 콧날하며 턱선까지도.. 세번째 기억되는 '미영이'는 제대하고 3학년 때 소개팅으로 만난 미영이다. 1. 내 인생의 미영이 200

내 친구의 학교 음악동아리 친구인 정민이가 지독한 내 등쌀에 못이겨 젤 친한 친구라며 소개시켜준 '미영이'. 당시 대학로에서 처음본 그녀의 모습은 참.. 놀라웠다. 당시 맥라이언 주연의 프렌치키스 라는 영화가 공존의 히트를 치고 있을 무렵으로 기억되는데 그 머리를 하고 나온 것이였다. 어찌나 어색하던지 할 말을 잃고 있다가는 바람 좀 쐬러가자고 야구장에 데리고 갔던 기억이 난다. 그제야 눈에 좀 익더라.. 작은 얼굴에 애교가 철철 넘치던 미영이는 그후 이상하게 내 친구와 엮여 난 정말 그녀와 단지 '친구'가 되어버렸고, (물론 그것이 나쁘지 않 았고..) 한 2~3년을 같이 술먹고 놀다 내 친구와 헤어진 뒤 연락이 끊겼었는데, 2년인가 지났나.. 처음에 그녀를 소개해 주었던 정민이의 말로 는 새로 사귄 남자가 손버릇이 나쁘다며 힘들어한다고 해서 위문공연 차원에서 2년만에 잠깐 만났다가.. 그만 내가 좋아하게 되어버려.. 한때 자칫 어색한 사이로 발전할 뻔했으나, 다행히 서로 나이를 먹어감에 역시 친구가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멀어진 마음이, 자연스럽게 무 뎌짐으로 인해 슬슬 연락이 뜸해짐으로 번져가면서 안만나게 되었는데..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에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딸도 낳았다더라.. 미영이란 애가 워낙 센스가 있고 똘똘한 면이 있어서, 남편 꽉 잡고 아마 잘 살 것이라 여겨진다. 내가 동섭이와 이따금 술먹다 정말 친구일뿐인 동섭이 (정말 미영이와 즐거운 추억이 많았다..)가 보내는 문자도 100% 씹는 걸 보면.. 물론 박지영이 더 이쁘긴 하다만.. 또.. 누가 있을까.. 한 명 더 생각나는 미영이가 있기는 한데.. 뭐, 멋진 기억이나 가슴 설레는 추억이 없어서.. 위에 말한 정민이가 나래이터모델 일 할 때 만났던 여자후배인데 이쁘기가 정말 서울역에 그지 없었다.. 행사 끝나고 동생들과 합석해도 괜찮겠냐는 정민의 말에 나와 친구들 모두는 쌍수를 들고 얼른 오라고 삐삐를 쳤다. 90년대 중반이였던 당시, 나래이터모델이라는 약간은 생소하면서도 왠지 화려할 것만 같던 직업을 가진 여자들이 떼거리로 온다는 말에 나와 친구들은 모두 약간 흥분해 있었다. 종로 후미진 술집에 들어선 그녀들은 역시나 훌륭하게 눈에 띄었다. 그저 키만 큰 여자 둘과 정민이, 그리고 미영이.. 큰 키에 늘씬한 몸매, 매력이 뿜어지는 얼굴, 깨끗한 피부의 나래이터모델이였던 미영이는 말도 얼마나 깍듯하고 조신하게 하는지 누가 데려 가도, 어느집 며느리로 들어가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어릴적 순대국밥집 딸이였음을 즐겁게 말할 줄 아는 세련된 여자였다. 우리 모두를 일괄적으로 흥분시켰던 그녀가 잠시 후 저 남자친구 있거든요 라고을 이야기한 후 채 삼십분이 안되어 그날의 술자리가 파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그후로도 다시 만난 적이 몇번 있다. 그녀가 결혼했다는 말을 들은 몇년 후, 재작년에 만난 그녀는.. 정말 늠름하고 씩씩한 미남자가 되어 있었다. 피부 깨끗하고 덩치 큰 미남자.. 다른 사람인 줄 알고 첨 뵙겠습니다. 하고 말 걸었다가 삼십분을 시달려야 했다. 시집가서 살쪘다는데 뭐라 할 말이 없더라.. 남자가 나한테 '오빠'라고 하면 기분이 이렇겠구나.. 하는 느낌을 겪었다. 역시 난 여자가 더 좋다. 오윤아 자신은 모터쇼에도 나가고 일당도 높다며, 소위 미장원 찌라시 나눠주는 나레이터들과의 비교를 거부했던 그녀.. 아.. 결혼.. 골치가 아파지므로해서 '미영이'들은 여기서 줄이기로 한다. 이젠 모두 남의 여자가 되어버린 미영이들에 대한 추억담을 늘어놓으려하니 마음이 많이 축축해진다.. 흑.. 난 뭐했나.. 자꾸 새침해져서 이만 1. 내 인생의 미영이 201

얘기 해야겠다. 여러가지 일들도 떠오르기도 하고.. 사람 사는 게 꼭 즐거운 일로만 만들어지는 건 아니잖는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 이야기할 흔한 이름의 주인공들은.. 내 인생의 '은영이'들 되겠다. 아.. 벌써부터 맘이 아려온다.. 1. 내 인생의 미영이 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