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유연성의 국제비교 2014. 9. 12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 경제학) 노동시장은 어느 나라에서나 관행, 규제, 노사관계, 법과 제도, 노조파워, 정보 부족 등으로 경직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동 이슈는 노동시장 유 연화다. 1) 실제로 노동시장이 유연한 나라는 경제가 좋고, 그렇지 않는 나라는 경제가 좋지 않다. 이 글은 노트 형식으로 쓴 것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노동시장은 왜 유연해야 하는가? 2. 미국: 대표적인 시장경제 국가여서 노동시장이 가장 유연한 나라 3. 영국: 법과 원칙 을 적용하여 노동개혁에 성공한 나라 4. 독일: 노동시장 유연화로 일자리 기적 을 이룩한 나라 5. 일본: 잘못된 노동 관행으로 장기불황에 빠진 나라 6. 아일랜드: 사회연대협약 체결로 생산적 노사관계를 이룩한 나라 7. 뉴질랜드: 고용계약법 도입만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해진 나라 8. 한국: 노동시장이 규제가 많고 지속적으로 경직되어온 나라 참고문헌 1) 박동운(2009), 노동시장은 왜 유연해야 하는가 노동시장 유연성의 국제비교가 주는 교훈, 한국경제 연구원. 1
1. 노동시장은 왜 유연해야 하는가? 노동시장 유연성 은 어떻게 등장했는가? 세계경제는 1973년과 1978년 두 차례의 유가파동을 겪고 성장, 실업, 인플레이션 등 에서 대변혁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구조개혁이 등장했다. 노동시장 유연성 은 구조개혁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1970년대의 1, 2차 유가파동 이후 저성장, 고실업, 인플레이션을 경 험하게 되자 처음에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고용안정에 관심을 두고 고용보호법을 도입했다. 고용보호법 이란 해고를 어렵게 하는 법이다. 1, 2차 유가파동 무렵의 실 업률을 보면 고용보호의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실 업률은 1970년대 초에는 3.5%였는데 1975년에는 5.1%, 1980년에는 5.6%, 그리고 1985년에는 무려 7.6%나 되었다. 1973년 1차 유가파동 이후 10여 년이 지나 실업률 이 2배 정도나 증가했으니 고용보호가 주요 정책과제로 떠오르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선진국들은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지나친 고용보호는 실업률을 감소시 키기보다는 오히려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선진국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는 성장률을 높이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고용보호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고용보호 완화는 구조개혁 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최초의 구조개혁은 1979년에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 전 영국 총리가 추진 했다. 대처는 영국경제가 각종 규제, 법과 제도, 노조파워 등으로 경직되어 있다는 사 실을 깨닫고 구조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여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1984년에 뉴질랜 드에서는 롱이(D. Lange) 총리가, 1987년에 아일랜드에서는 찰스 호이(C. Haughey) 총리가 영국과 비슷한 내용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뉴질랜드와 아일랜드도 구조개혁에 성공하자 OECD는 1990년에 구조개혁의 진전 이 라는 보고서를 출간하여 회원국들이 영국, 뉴질랜드, 아일랜드처럼 구조개혁을 추진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그 내용과 방향은 다음과 같다. 1 금융시장: 개방 2 해외직접투자: 장애요인 감축 3 요소시장과 상품시장: 경쟁 강화 4 경쟁정책: 규제완화 및 철폐 5 국제무역: 자유화 2
6 농업: 보조금지급 폐지 7 산업정책: 경쟁력 강화 8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9 공공부문: 민영화 OECD가 회원국들에 권고한 내용에 따르면, 구조개혁이란 경쟁원리를 도입하여 경제 를 시장경제로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구조개혁 차원에서 노동시장 개 혁은 유연성 제고 로 묘사되어 있다. 노동시장은 어떻게 유연하게 할 수 있는가? OECD에 따르면, 노동시장 유연성이란 경직된 노동시장에 경쟁원리를 도입하여 노 동시장을 균형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동시장이 균형을 유지하려면 노동시장은 조정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임금, 고용, 법 제도 조정을 통해 가능하다. 첫째, 조정대상이 임금인 경우를 보자. 임금은 일반적으로 단체협약을 통해 결정된다. 만일 노조가 임금 인상을 지나치게 요구한다면 임금비용 상승으로 경제가 침체에 빠 질 수 있다. 이 때 기업이나 정부가 나서서 지나친 임금 인상을 조정할 수 있다. 이 를 임금조정이라고 한다. 둘째, 조정대상이 고용인 경우를 보자. 고용조정은 양적 조정과 기능적 조정으로 나뉜 다. 경제가 불황에 빠져 있을 때 정부나 기업이 해고를 통해 고용을 줄이거나 해고 대신 업무 재배치를 통해 고용을 조정을 할 수 있다. 이를 고용조정이라고 한다. 셋째, 정부가 나서서 법과 제도를 도입하여 임금조정과 고용조정을 원활하게 할 때 이를 정책적 조정 이라고 한다. 노조가 지나친 임금 인상을 요구하여 경제가 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을 때 정부는 임금 인상을 동결 또는 완화할 수 있다. 지나친 고용보 호로 인해 해고가 어려울 때 정부는 고용보호법을 완화하여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왜 중요한가? 노동시장 유연성이 중요한 이유를 정리한다. 첫째, 1990년대 전후로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1995년 1월부터 WTO가 출범하고, 이 어 정보통신기술이 빠르게 발달하여 세계는 무한경쟁 시대에 들어갔다. 산업혁명 이 후 제도, 관행, 노사관계, 정보 부족, 규제 등으로 인해 경직되어 온 노동시장도 이제 는 경쟁원리를 바탕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동시장은 유연해야 한다. 3
둘째,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높고 지속적인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노동시장이 균형을 유지해야 한 다. 따라서 노동시장은 유연해야 한다. 셋째, 오늘날 빠른 기술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기업이나 근로자는 경쟁에서 낙오하 게 된다. 기술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은 투자를 과감하게 증가시키면서 근로자를 훈련시키거나 새로운 기술을 갖춘 근로자를 필요에 따라 채용하고, 근로자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여 적합한 일자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 다. 따라서 노동시장은 유연해야 한다. 넷째, 오늘날 기술발전, 국제화, 경쟁 심화, 수요 변화 등으로 세계시장은 안정을 유 지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은 시장이 불안할 때 이에 대처하기 위해 고용조정을 바탕 으로 생산조정을 해야 한다. 따라서 노동시장은 유연해야 한다. 다섯째, 자본비용이 높고 자본소모가 빠른 환경에서는 자본의 효율적인 사용과 비용 절감이 기업 활동의 주요 목표다. 따라서 노동시장은 유연해야 한다. 여섯째, 세계적으로 경제발전의 결과 소득이 증가하여 근로자들은 여가를 선호하는 추세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근로형태가 정규근로 이외의 다른 형태로 다양하게 발전 되어야 한다. 근로자로 하여금 다양한 형태의 생활을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근로형태도 다양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동시장은 유연해야 한다. 일곱째, 기술발전은 지식 기술 정보 관련 서비스업에서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가 면서 저기술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는 많은 일자리를 소멸시키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는 노동력 수급이 적절하게 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동시장은 유연해야 한다. 2. 미국: 대표적인 시장경제 국가여서 노동시장이 가장 유연한 나라 미국은 처음부터 시장경제로 출발한 나라 미국은 처음부터 시장경제로 출발한 나라다. 미국은 1620년에 영국에서 메이플라워 (Mayflower)를 타고 건너간 102명의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다. 미국은 이민 초기에는 촌락공동체인 타운제도(town system)를 실시했는데, 인구가 늘어나자 1624년에 공동 체 구성원들에게 경작지 1에이커씩이 분배되었고, 1626년에는 각 호마다 20에이커씩 이 분배되었다. 2) 이런 방법으로 미국은 토지가 계속 분배되어 갔고, 결국에는 토지의 4
사적소유를 통해 시장경제의 핵심 원리인 사적소유제도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미국은 1776년에 13개 주( 州 )가 연합하여 독립한 나라다. 건국 초기에 미국을 지배한 사상은 하나님 앞에서의 평등 이었다. 미국은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여서 하나님 앞 에서의 평등 사상이 쉽게 뿌리 내릴 수 있었다. 이 사상은 토머스 제퍼슨이 작성한 미국 독립선언문의 첫 문장에 잘 나타나 있다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man is born equal.). 하나님 앞에서의 평등 사상은 노예제도와의 사이에서 한동안 충돌을 빚었다. 그러나 그 충돌은 1861년에 일어난 남북전쟁을 통해 16대 대통령 에이브러 햄 링컨이 1863년에 노예해방 을 선언함으로써 해결되었다. 이후 하나님 앞에서의 평등 사상은 기회의 평등 사상으로 발전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자유, 자유기업, 경쟁, 자유방임, 시장경제 등을 강조하는 나라로 발전했다. 이 결과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대표적인 시장경제 국가로 자리 잡았다. 미국 노동시장은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므로 유연해 시장경제 바탕에서 출발한 미국은 노동시장도 시장원리를 따랐다. 미국은 노조조직률 이 1964년에 29.3%였다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1984년에 19.1%, 현재는 13% 이내 로 선진국 가운데 낮은 편이고, 노조파워도 강하지 않다. 따라서 미국은 임금이 경쟁 원리에 따라 결정되어 실질임금은 경기 상태에 따라 상승하거나 하락한다. 다른 나라 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또 미국에서는 성과급이 일찍 도입되어 뿌리 를 내렸다. 미국 노동시장이 경쟁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은 미국 노동시장이 유 연하다는 것을 뜻한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나타내는 두 가지 지표가 이를 말해준다. 첫째, OECD가 발표하는 고용보호 (employment protection)를 보자. 3) 미국은 최저 임금, 성차별 등과 관련된 근로기준법은 엄격하게 지키지만 고용보호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약하다 4). 고용보호가 약하다는 것은 해고가 쉽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미국은 OECD 국가는 물론 세계에서도 사실상 노동시장이 가장 유연하다. 미국은 왜 고용보호가 약한가? 그 이유는, 미국에는 고용보호 조항이 단 하나밖에 없 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1992년에 도입된 것으로, 이에 따르면 종업원 100명 이상인 기업이 해고를 하려면 60일 전에 해당 근로자에게 미리 통보만 하면 된다. 이 조항 2) 고승제(1992), 미국의 중산층 연구, 한국개발연구원. 3) 고용보호는 세 가지 항목을 바탕으로 평가된다. (1)정규직: 해고절차의 불편함, 해고상의 사전 통보 및 고충수당 지급, 해고의 어려움. (2)임시직(한국에서는 비정규직): 계약직은 계약 횟수, 파견근로는 실시 여부. (3)집단해고: 개별해고에 대한 집단해고의 어려움 정도. 4) OECD는 1999년, 2004년, 2008년에 회원국들의 고용보호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글에 서는 1999년과 2004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한다. 5
하나만 지키면 미국 기업은 근로자 해고에서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그래서 고용보호 로 평가한 미국 노동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유연하다. 한국은 해고와 관련된 조항이 근로기준법 24 26조와 시행령을 포함하여 엄청나게 많아 해고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둘째,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발표하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economic freedom related to labor market regulation)를 보자. 이는 최저임금, 채용 해고 규제, 중앙집권적 단체협상, 채용비용, 해고비용, 징집( 徵 集 ) 6개 항목을 바탕으로 그 유무 ( 有 無 )를 따져 평가된다. 이들 6개 항목에서 미국은 경제자유 관련 노동시장 규 제가 최저임금 하나뿐이다. 미국은 6개 항목을 바탕으로 평가할 때 노동시장 유연성 이 높기로 2011년 152개국 가운데 홍콩을 제외하면 1위다. 미국은 이 순위에서 2000 2011년간 1 9위를 유지해 왔는데,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홍콩, 피지, 브루나이, 우간다 같은 국가답지 않은 국가들이다. 따라서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로 평가한 미국 노동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유연하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 노동시장은 일시해고제도 로 인해 유연해 이 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시해고제도 (temporary lay-off system)라는 것을 갖고 있어서 사용자는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 아무 때나 해고가 가 능하다. 일시해고제도란 경영 악화로 가동률이 떨어질 때 사용자가 입사기간이 짧은 근로자부터 일시적으로 해고하고, 경영 사정이 좋아지면 재취업시킨다는 제도다. 2013년 10월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법안인 오바마케어 (Obama와 health care 의 합성어)를 놓고 공화당이 반대하여 공무원 20여만 명이 아무런 거부 없이 잠정적 으로 일손을 놓게 된 것도 바로 일시해고제도 덕분이었다. 미국에서 일시해고제도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영 악화로 사용자가 임금 삭감을 제안하면 근로자의 소득이 감소하게 될 것 이므로 노조는 최근에 입사한 근로자부터 해고되기를 바란다. 또 노조는 임금에 관한 정보 부족으로 속는다는 생각을 갖게 되므로 임금삭감 대신 일시해고를 받아들인다. 둘째, 사용자는 근속연수가 많은 근로자들에게 기업 특수적(firm-specific) 인적자본 에 투자를 했을 경우 이들 근로자들이 임금 삭감 때문에 다른 기업으로 이동할 것을 우려하여 임금 삭감 대신 최근에 입사한 근로자부터 해고시키기를 바란다. 셋째, 해고된 근로자는 실업보험금을 받을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어서 일시해고를 쉽게 받아들인다. 6
이처럼 미국은 고용보호가 약한 결과 노동시장이 유연하고, 여기에다 일시해고제도까 지 있어서 해고가 세계에서 가장 쉽게 이루어지는 나라다. 한 예로, 미국은 1979 1995년간 4,300만 명이 실직한 기록이 있다. 또 1991년 이후 대표적인 대량해고 사 례는 GM 7만4천 명, IBM 6만3천 명, Sears 5만 명, AT&T 4만 명, Boeing 2만8천 명 등이다. 2008년만 해도 GM은 자국과 외국에 있는 회사 종업원 수천 명을 해고했 다.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인력을 큰 폭으로 감축했다. 미국 노동시장은 언급해야 할 특징이 또 있다. 미국은 노동이동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장기실업률이 가장 낮다. 이는 미국 노동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적이고 다이내믹하다는 것을 뜻한다. 또 미국 노동시장은 파견근로, 파트타임근로, 계약고용, 기타 임시직 등 고용형태가 매우 다양하고 이들 직종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없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 그러면 세계에서 가장 유연한 미국 노동시장의 성과는 무엇인가? 2008년 미국 발 글 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실업률과 성장률을 보기로 한다. 미국은 실업률이 1992년에 7.5%였는데 2000년에는 4.0%, 2005년에는 4.6%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1992 2007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3.1%로 G7 국가 가운데 사실상 가장 높은 편이었다. 이 는 곧 미국경제에서 노동시장 유연성은 성장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증거다. 성장률로 볼 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경제는 대부분의 선진국들보다 앞서 있다. 유연한 미국 노동시장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미국 노동시장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우리도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는 것 이다. 이를 위해 지나친 정규직 고용보호를 완화하고, 비정규직보호법을 폐기하고, 근 로자파견제도를 전 업종으로 확대 실시하고, 고용형태를 다양하게 하고, 노조파워를 약화시키는 등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온갖 규제를 완화 철폐해야 한다. 3. 영국: 법과 원칙 을 적용하여 노동개혁에 성공한 나라 마거릿 대처, 노조천국 영국의 총리가 되다 1970년대의 영국은 노조천국이었다. 노조는 자기편인 노동당이나 반대편인 보수당 할 것 없이 총리를 멋대로 갈아치웠다.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에 걸쳐 노동당 윌슨 총리와 보수당 히스 총리가 노조의 저항 앞에 물러나게 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어 7
노동당 윌슨이 재집권하여 노조 편에 섰지만 실업 증가와 인플레이션 발생으로 2년 만에 물러나고 말았다. 노동당 캘러헌 총리가 뒤를 이었지만 소득정책 실시로 노조의 지지를 잃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불만의 겨울 (winter of discontent)로 불린 노조 파업이 영국을 강타했다. 결국 노동당 캘러헌 정부도 1979년 5월 물러나고 말았다. 불만의 겨울 이란 대처가 집권하기 직전 캘러헌 정부에서 1978년 말부터 1979년 초 에 걸쳐 자동차 운수 병원 청소노조가 연대하여 일으킨 장기파업으로, 런던 거리가 쓰 레기와 악취로 가득 찼고, 사람이 죽어도 치우지 않았고, 노인들은 겨울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불안에 떨었던 사건이다. 뒤이어 1979년 3월 28일, 하원의 급식업체가 파 업에 들어갔다. 이를 놓고 실시한 불신임투표에서 노동당 정부가 지고 말았다. 그것도 딱 한 표 차이로! 캘러헌 총리는 총선거를 선언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보 수당 대처는 선거에서 노조파워 무력화 와 사회주의 추방 을 국민들에게 공약으로 내세웠다. 마거릿 대처는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었다. 마거릿 대처, 구조개혁을 추진하다 정권을 잡은 대처는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5) 대처는 구조개혁에 성공하여 사회주의에 만연( 蔓 延 )된 영국을 시장경제국가로 살려냈다. 대처는 같은 시기에 작은 정부를 실현 한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함께 신자유주의를 탄생시켰다. 구조개혁 성공으 로 대처는 영국 총리 가운데 이름 다음에 이즘(ism 대처리즘) 이 붙는 유일한 총리로 칭송받는다. 마거릿 대처가 추진하여 성공한 구조개혁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다. 첫째, 대처는 예산을 삭감하고 정부개혁을 추진하여 작은 정부 를 실현했다. 둘째, 대처는 세금으로 보전되어 정부부채를 증가시키는 공기업을 3단계에 걸쳐 48개 나 민영화했다. 이 결과 대처는 영국을 세계 최초의 민영화 수출 국가 로 만든 통치 자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셋째, 다섯 차례에 걸친 노동 관련법 개정 제정을 통해 노조파워를 무력화시켰다. 넷째, 빅뱅 이 되리라던 금융개혁 추진으로 영국을 금융 중심 국가로 만들었다. 다섯째, 친시장적 분배 복지정책을 추진하여 영국병을 치유했다. 여섯째, 교육개혁 성공으로 교육에서 평등주의를 추방했다. 마거릿 대처, 노동개혁을 추진하다 대처는 노동당 윌슨 정권과 보수당 히스 정권이 노조파워 앞에 힘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노조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있었다. 더군다나 국민들도 불만의 겨울 5) 박동운(2004), 대처리즘: 자유시장경제의 위대한 승리 구조개혁에 성공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 이야기, FKI미디어. 8
을 통해 지나친 노조파워에 식상해 있던 터라 대처는 이를 활용할 계획이었다. 대처 는 집권하자마자 이전 정권에서 노조파워를 강화시키는 데 기여한 소득정책 관련 기 구를 사실상 없애버렸다. 이어 대처는 노조의 위상을 낮추기 위해 노조파워 무력화 계획을 계속 발표해 갔다. 드디어 대처는 1980 1988년간 다섯 차례에 걸친 고용법 과 노동조합법 제정 및 개정을 통해 노조파워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 대처, 법과 원칙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다 하이에크는 시장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제를 법의 지배 안에 가둬두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변호사 경력을 가진 대처는 그 막강한 노조파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노조를 법의 지배 안에 가둬두는 데 성공했다. 대처는 다섯 차례나 고용법과 노동조 합법을 제정하고 개정하면서 노조파워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 주요 내용을 소개 한다. 여기에서는 클로즈드샾(closed shop) 제도의 폐지, 노조의 면책특권 약화에 관 심을 두면 된다. 클로즈드샾이란 노조에 가입해야만 회사원이 될 수 있는 제도로, 노 조의 결속 강화에 기여하는 노조조직의 한 형태다. 1980년 고용법 제정 클로즈드샾 제도의 지나친 보호조항 개정: 클로즈드샾을 채택할 때 비밀투표 의무화 동정파업 불법화 동정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에 대한 면책조항 삭제 1982년 고용법 개정 클로즈드샾 제도를 더욱 약화: 5년마다 비밀투표를 통해 클로즈드샾 유지여부를 결 정케 함 노사분규 대상을 명문화하고, 정치적 파업 등과 관련해 노조간부의 면책특권 제한 1984년 고용법 개정 노동조합의 면책특권 약화 고용주의 명령권 강화 1984년 노동조합법 개정 노조파업 때 파업여부에 관한 사전투표 의무화 노조간부는 5년마다 조합원의 비밀투표를 통해 선출되도록 의무화 1988년 고용법 개정 노조의 면책특권 완전 박탈: 클로즈드샾에 대한 법적 보호규정 삭제 투표절차 엄격 규제 노조에 반대할 수 있는 개별근로자의 권리 확대 9
이처럼 대처는 클로즈드샵 채택 때 조합원의 비밀투표를 의무화했고, 그 유지는 5년 마다 비밀투표를 통해 결정하게 했고, 노동조합의 면책특권을 약화시킨 후 결국에는 클로즈드샾에 대한 법적 보호규정을 삭제해 버렸다. 대처의 노동개혁의 효과 마거릿 대처의 노동개혁으로 영국 노동시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몇 가지 주요 내용을 보자. 첫째, OECD가 발표한 고용보호 (employment protection)를 보자. 영국은 OECD 국가 가운데 고용보호가 약하기로 미국에 이어 2위다. 고용보호가 약한 순서대로 쓰 면,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아일랜드다. 고용보호가 약하다는 것은 해고가 쉽 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영국 노동시장은 유연하다. 영국 노동시장이 유연한 또 다른 이유는 영국이 보통법의 전통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 이다. 영국에서는 보통법에 따라 고용계약이 사적계약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사용 자가 경영상태가 악화되어 근로자와의 고용계약 폐기를 원할 때 이는 수용되어야 한 다는 관념이 전통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영국 근로자들은 해고를 당하는 경우에도 크 게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영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해고가 쉽게 이루 지는 나라다. 이는 영국 노동시장이 갖는 대표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다. 둘째,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발표하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economic freedom related to labor market regulation)를 보자.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 자유 로 평가할 때 홍콩, 피지, 우간다 같은 국가 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몇몇 나 라를 제외하면, 노동시장 규제가 약하기로 영국은 2011년 152개국 가운데 6위다. 노 동시장 규제가 약한 순서대로 쓰면,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스위스, 일본, 영국, 아 일랜드다. 셋째, 노조조직률 감소를 보자. 영국은 노조조직률이 대처가 집권한 1979년 55.8%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였는데 1985년에 50.5%, 대처의 임기가 끝난 1990년에 43.4%, 노동당 블레어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00년에 29.5%, 그리고 2012년에 26.0%를 기록했다. 2012년 노조조직률은 한국 10.3%, 미국 11.3%, 일본 17.9%, 호주 18.2%, 영국 26.0%다. 10
대처의 노동개혁이 한국에 주는 교훈 대규모 정리해고가 발단이 된 한진중공업 노조파업 이 2011년 6월 27일 타결되었 다. 6) 사측 정리해고 방침에 맞서 노조가 2010년 12월 20일 총파업에 들어간 지 189 일 만의 타결이었다. 타결의 실마리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 고수, 불법 점거에 대한 공권력 투입 가능성, 노조원에 대한 법원의 조선소 출입금지 결정 등 파업에 대한 원칙적 대응 에 있었다. 타결 후 노사갈등 과정에서 빚어진 온갖 고소 및 고발 사건 은 노사 간에 모두 취소되었다. 한진중 노조파업 타결은 노조의 불법 파업 은 법과 원칙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준 사건이다. 한국은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파업공화국 이라는 악명을 떨쳤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16대 대선에서 한국노조는 사용자에 비해 힘이 약하다 고 말함으로써 노조 편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를 계기로 노무현 정 부 출범과 함께 한국은 삽시간에 파업공화국이 되고 말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노사분 규 발생건수, 참가자수, 근로손실일수는 김영삼 정부에 비해 각각 무려 3~4배 이상 이나 증가했다. 왜 그랬을까? 당시 정부가 노조파업이 불법인 경우에도 법과 원칙의 대응 으로 맞설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에서 법치 가 지켜지지 않으면 세상은 무법천지가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시장경제는 법치 를 주요 원리로 내세운다. 이와 관련하여 마거릿 대처는 이렇게 썼 다 나는 자유로 인해 무정부 상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자유는 법에 의해 만들어진다(freedom is the creature of law).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야수( 野 獸 ) 가 될 것이다. 7) 이처럼 자유는 법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노사갈등은 반드시 법과 원칙의 대응 으로 풀어야 한다. 한진중 노조파업에서 타결의 실마리가 된 무노동 무임금 원칙 고수 같은 법과 원칙의 대응, 마거릿 대처의 법과 원칙에 근거한 노동개혁은 앞으로 노사분규 타결에서 지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4. 독일: 노동시장 유연화로 일자리 기적 을 이룩한 나라 독일경제, 사회주의 정책으로 침체에 빠지다 6) 이 글은 한진중공업 노조파업이 노사 간에 자율적으로 해결된 것만 관련된다. 노사 간 자율적 해결 후 한진중공업 문제는 야당과 노동계의 개입으로 정치 이슈화했는데 이 부분은 포함되지 않는다. 7) Thatcher, M.(1992), On Thatcherism: Its Ideology and Practicies, The Future of Industrial Democracy, The Inchon Memorial Lecture, Korea University, Sept. 3-4. 11
루드비히 에르하르트 전 독일 총리는 2차 대전 직후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라인강의 기적 을 이룩했다. 1970년대 이전의 연평균 성장률은 1950년대에 7.9%, 1960년대에 4.5%로 높았고, 평균 실업률은 1960년대에 1%대로 낮았다. 그 후 독일은 1970년대 부터 사민당이 정권을 잡고 16개 주 가운데 15개 주에서 사회주의 정책을 실시하여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독일은 유럽의 병자 로 불리기도 했다. 지속적인 경제 침체를 우려한 사민당 총재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2003년 3월 독일 자체가 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분배 중심의 사회주의 정책을 버리고 성장 중심의 시장경제 정책을 실시하 겠다 고 선언하고, 사회 경제 개혁 프로그램인 어젠다 2010 (Agenda 2010)을 발표했 다. 이 프로그램은 2004년 1월부터 시행되었는데, 2005년 정권을 잡은 메르켈은 제2 의 대처 로 불리며 시장경제 정책과 함께 어젠다 2010 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독일 경제를 살려냈다. 어젠다 2010 은 독일경제 회생의 주역 으로 평가받는다. 8) 독일경제는 사회주의 정책이 도입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전반까지 지속 적으로 침체에 빠져들었다. 이 기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1970년대에 2.7%, 1980년 대에 2.6%, 1990년대에 1.4%로 감소했고, 메르켈 집권 이전인 2001 2005년간에는 0.6%를 기록했다. 슈뢰더가 통치한 2005년에 독일의 성장률은 0.8%였는데,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다(2005년 OECD 평균 성장률은 2.9%). 실업률은 1970 년에 0.6%였는데 1981년에 4.6%, 1991년에 5.6%, 2001년에 7.9%로 지속적으로 오 른 후 2005년에는 11.3%를 기록했다. 2005년 독일 실업률 11.3%는 OECD 국가 가 운데 슬로바키아(16.4%) 다음으로 높았다(2005년 OECD 평균 실업률은 6.8%). 한 마 디로, 메르켈 이전의 독일경제는 저성장 고실업 구조였다. 이는 사회주의 정책이 가져 온 결과로, 사민당 슈뢰더 총리가 어젠다 2010 을 발표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슈뢰더, 어젠다 2010 으로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계획하다 어젠다 2010 은 노동시장, 사회복지제도, 경제 활성화, 재정, 교육 및 훈련 에 관한 개혁을 골자로 한 것이다. 이는 시장경제로의 전환이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노동시장: 지나친 고용보호 완화, 실업급여 수급기간 단축, 실업급여제도와 사회보장 혜택을 통합, 임금교섭을 산업별 단체협약 외에 기업별로도 가능케 함, 고용창출 지원 사회보장제도: 퇴직연금수령 개시 연령을 65세 67세로 조정, 의료보험제도 개혁 경제활성화: 수공업 촉진 위해 수공업법 제정, 중소기업 세부담 완화 재정: 구 동독지역 지원, 지방재정 개혁, 세금감면 앞당김 교육 및 훈련: 민간기업의 직업훈련 촉진, 전일제학교교육 강화, 3세 미만 보육 확대 8) Spiegel Online(2008.1.15.), Schröder Reforms Bear Fruit in German Recovery. 12
독일경제의 침체 원인은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 독일경제의 침체 원인은 근본적으로 사회주의 정책 실시에서 찾아야 하지만 노동시장 경직도 주요 원인의 하나다. 어젠다 2010 발표 이전 독일 노동시장은 산업별노조가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임 금교섭은 산업별 단체교섭으로 이루어져 매우 경직된 구조였다. 이러한 경직된 구조 는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에 경영상 큰 부담이었다. 중소기업이 실적이 악화되어 구 조조정을 실시하려 해도 고용보호가 지나쳐 해고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노동자경영 참여제도 역시 기업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거나 경영구조를 개선하려 해도 걸림돌이 되었다. 여기에다 정부가 노동 관련 법안을 도입하거나 개정하려 해도 노조와의 합의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이처럼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에다 높은 노동비용으로 인해 독일 기업은 1980년대부터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했다. 2001년 현재 5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85%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한 상태였다. 9) 독일 노동시장은 한 때 선진국 가운데 가장 경직되었다.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발표 하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economic freedom related to labor market regulation)를 보자. 10) 독일 노동시장은 규제가 약하기로 2000년에 123개국 가운데 74위였는데 2005년에는 141개국 가운데 124위로 악화되었다(<표 1> 참조). 2000 2005년은 사회주의 정책을 실시한 슈뢰더 통치 기간이다. 그러다가 메르켈 통치 기간 인 2006년부터는 빠르게 개선되어 2011년에는 152개국 가운데 84위를 나타냈다. <표 1> 독일과 한국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순위, 2000 2011 2000년 김대중 정부 2003년 노무현 정부 2005년 노무현 정부 2006년 노무현 정부 2011년 이명박 정부 2013년 박근혜 정부 123개국 중 127개국 중 141개국 중 141개국 중 152개국 중 - 독일 한국 74위 58위 101위 81위 124위 74위 124위 132위 주: 순위 수치가 낮을수록 노동시장이 유연하다는 것을 뜻한다. 자료: Fraser Institute, Economic Freedom of the World, 2000 2011. 84위 133위 - - 독일경제의 회생은 근본적으로 어젠다 2010이 도입한 노동시장 개혁의 덕분 슈뢰더는 2012년 어젠다 2010 독일의 경제적 성공의 열쇠 라는 연설에서, 독일경 9) 박영곤(2003. 10), 독일 구조개혁안(Agenda 2010 의 주요 내용과 향후 전망, KIEP. 10) 이는 최저임금, 채용 해고 규제, 중앙집권적 단체협상, 채용비용, 해고비용, 징집( 徵 集 ) 유무( 有 無 ) 6개 항목을 바탕으로 평가된다. 13
제의 회생은 근본적으로 어젠다 2010 이 도입한 노동시장 개혁의 덕분 이라고 밝혔 다. 11) 메르켈은 정권을 잡자 슈뢰더가 계획한 어젠다 2010 의 노동개혁을 그대로 추 진했다. 메르켈이 2006년 이후 도입한 노동개혁은 신규직원 해고가능 기간을 6개월에 서 2년으로 연장하고, 고령자 고용에 대한 고용주 지원 등 재취업 촉진 정책 정도다. 어젠다 2010 이 내포한 노동시장 개혁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12) 5인 이하의 소기업들이 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하여 신규채용 부담을 줄였다. 파트타임과 임시직(비정규직) 규제를 완화하여 이 분야 일자리 증가를 꾀했다. 실업자들이 취업에 나서도록 자극책을 마련했다. 실업급여 기간을 32개월에서 12개월로 줄여(55세 이상은 18개월) 취업을 촉진했다. 취업 알선 거부자에게는 실업급여 지급을 중단하여 일자리를 고르지 못하게 했다. 창업의 경우 창업 이후 4년까지는 고용계약기간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하여 단기계약근로자 채용을 촉진했다. 산업별 단체협상으로 이루어졌던 임금협상을 기업별 협상으로도 가능하게 했다. 연방고용서비스청을 민간운영체계로 개편하여 고용알선제도를 효율화했다. 실업자나 훈련생을 고용한 기업에 감세와 저리 융자로 10만 유로까지 지원했다. 연방 지방정부로 나뉜 실업자 지원체계를 하나로 통합하여 재정 부담을 줄였다. 어젠다 2010 가 내포한 노동개혁의 핵심 내용은 고용보호 완화와 단기계약근로 활성 화다. 이는 어떤 성과를 가져왔을까? 대표적인 성과는 실업률 감소와 고용률 증가다. 독일 실업률은 2005년에 11.3%로 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으나 지속적으 로 감소하여 2013년에는 5.3%로, OECD 국가 가운데 열 번째로 낮았다. 실업률이 8 년 동안에 6.0%포인트나 감소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의 모든 나라 들이 성장률이 감소하고 실업률이 크게 증가했지만 독일은 2009년 성장률이 5.1% 였는데도 실업률 증가는 겨우 0.3%포인트에 지나지 않았다. 독일이 마이너스 성장률에도 실업률 증가가 낮은 것을 놓고, OECD는 한 보고서에서 독일의 일자리 기적 (German job miracle)이라 표현하고, 13) 이는 단시간근 로 (short-time work) 제도의 도입 효과로 보았다. 단시간근로제도란, 경기 불황이나 계절적 이유로 인해 근로시간이 감소하게 될 때 사용자가 근로시간 단축을 연방고용 청에 신고한 후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단축 이전 임금의 60 70%를 지급하면 나머지 를 연방고용청으로부터 지원받는 제도다. 단시간근로 의 효과는 독일 고용률 증가에 결정인 영향을 미쳤다. 독일 고용률은 2005년에 65.5%였는데 2012년에는 72.8%로, 7년 동안에 7.3%포인트나 증가했다. 독일은 금융위기로 2009년 성장률이 5.1%인데 11) Schroeder, Gerhard(2012.4.23.), Agenda 2010 The Key to Germany s Economic Success. (http://www.egmontinstitute.be/). 12) 박영곤(2003. 10), 독일 구조개혁안(Agenda 2010 의 주요 내용과 향후 전망, KIEP. 13) OECD(2013), Economic Survey of Germany 2012, p.47. 14
도 고용률은 0.2%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이 또한 독일의 일자리 기적 의 결과다. 독일의 노동 개혁이 한국에 주는 교훈 노무현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주요 노동정책 과제로 내세워 사회적 일자리 창출 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예산 낭비에 그치고 말았다. 이어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계획한 사회적 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 결과 역시 성과가 크지 않았다. 일자리 창출의 확실한 해법은 경제 활성화다. 그러나 국내 외 여건을 감안할 때 경제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기대하기 쉽지 않다. 다른 정책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로서 70-70정책 을 제시하고 중산층 70%에 고용 률 70% 달성 을 약속했다. 한국은 고용률이 2002년에 63.3%였는데 2012년에 64.2% 로 10년 동안에 0.9%포인트 증가했다. 이 같이 느리게 증가해온 고용률을 박근혜 대 통령이 2017년에 70%로, 곧 5년 동안에 5.8%포인트나 올리겠다고 하니 우려가 앞 선다. (앙겔라 메르켈은 8년 동안에 6%포인트 올렸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 장 규제 완화에 역점을 두면서 독일의 단시간근로제 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다 행히도 박근혜 정부는, 4대 보험, 복리후생 등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으면서, 근 무시간만 풀타임 근무가 아닌 양질의 일자리 로 알려진 시간선택제일자리 창출에 전 력투구하고 있고, 기업들도 이를 따르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 시장 유연화가 아닌 경직화에 기여할 것으로 우려된다. 세 가지 정책만 언급한다. 첫째, 60세 정년 의무화 는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늦춤으로써 노동시장 규제로 등장했다. 둘째, 공공부문 일부 비정규직 정규직화 는 경쟁을 배제함으로써 역시 노동시장 규제 로 등장했다. 셋째, 통상임금 14) 조정 은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노동시장 규제는 물론 새로운 노 사분규 불씨로도 등장했다. 한 예로, 현대차 노조는 2014년 8월 15일 전체 조합원들 을 대상으로 노조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재적 인원의 68.7%가 파업에 찬성 함으로써 통상임금 확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파업을 선택했다.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하는 노조파업은 다른 기업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14) 통상임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미국을 순방했을 때 미국 GM의 한 간부가 한국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자 박 대통령이 즉석에서 긍정적인 답변했고, 그 후 대법원의 한 판사가 고정적이고, 정기적이고, 일률적인 성격의 통상임금에 보너스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판결을 내림으로 써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노사분규 불씨가 되고 있다. 15
5. 일본: 잘못된 노동 관행으로 장기불황에 빠진 나라 일본은 왜 장기불황을 경험하게 되었을까? 일본은 1987 1991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5.1%에 이르는 소위 거품경제(bubble economy)를 경험했다. 이 기간에 미국 LA에 있는 32개 대형 건물 가운데 16개를 일 본인이 소유했을 정도로 일본 거품경제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러나 곧 이어 일본은 1992 2002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0.1%에 이르는 장기불황에 빠지고 말았다. 그 후 연평균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인 2003 2007년간 1.9%, 금융위기부터 최 근까지인 2008 2012년간 0.1%다. 일본경제의 장기불황의 원인은 여러 각도에서 분 석되어야 하지만 필자는 이를 잘못된 노동 관행이 지배한 노동시장에서 찾고자 한다. 국제비교로 평가할 때 일본 노동시장은 유연한 편 일본은 노동시장 규제가 그다지 심하지 않은 나라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측정하는 지표 가 이를 말해준다. 첫째, OECD가 발표하는 고용보호 (employment protection)를 보자. 일본은 OECD 국가 가운데 고용보호가 약하기로 1998년에 14위, 2003년에 9위다. 고용보호가 그다지 심한 편이 아니다. 고용보호가 심하지 않다는 것은 해고가 어렵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둘째,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발표하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economic freedom related to labor market regulation)를 보자.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 유 로 평가할 때 노동시장 규제가 약하기로 일본은 2011년 152개국 가운데 14위인데, 홍콩, 피지, 우간다 같은 국가 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13개국을 제외하면, 5위다. 이런 논리로 노동시장 규제가 약한 순서대로 쓰면,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스위스, 일 본, 영국, 아일랜드다. 일본 노동시장은 잘못된 노동 관행으로 경직돼 일본 노사관계의 3대 특징은 종신고용제도, 연공급 임금체계, 기업별 노조 로 표현된 다. 이들 노사관계의 3대 특징은 1970년대의 유가파동과 뒤이은 스태그플레이션 (stagflation) 기간에도 일본경제를 고도성장으로 이끌어 한 때 세계적으로 선망의 대상 이 되었다. 그러나 기업별 노조 를 제외하면, 이들 특징은 노동시장을 경직시켜 일본경 제를 장기불황에 빠뜨리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16
그런데 이들 노사관계의 3대 특징은 OECD의 고용보호 나 프레이저 인스티튜트의 노 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로 나타내는 노동시장 유연성 평가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다. 사실상 이들 노사관계의 3대 특징은 잘못된 노동 관행 으로 보아야 한다. 여기에서 언급하려고 하는 잘못된 노동 관행이란 종신고용제도, 연공급 임금체계 에다 일본 기 업의 해고 기피 성향 을 더한 세 가지 요소다. 종신고용제도의 등장 일본은 1904 5년간 러일전쟁을 치른 후 기계 산업 발전으로 전문 인력이 크게 부족하 게 되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유능한 사원을 확보하기 위해 스카우트 전쟁을 벌였다. 기업 간 스카우트 전쟁은 모두에게 피해를 주었다. 그러자 정부가 나서서 훈련학교를 세웠다. 그러나 훈련학교의 강의내용과 시설은 좋지 않았고, 훈련을 마친 근로자들이 반드시 자기 회사를 선택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이때 큰 기업들이 나서서 회사 내에 훈 련학교를 세워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로 하고, 내부승진을 원칙으로 삼아 사원들을 관 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계기로 종신고용제도가 출발하게 되었다. 종신고용제도에서는 근로자가 다른 회사로 옮길 경우 취업기회를 잃기 마련이었다. 연공급 임금체계의 등장 종신고용제도가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에게 어떤 인센티브가 주어질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1920년대에 들어와 일본 기업들은 근로자들의 지속적인 근무와 협조적 인 노사관계를 유도하기 위해 연공급 임금체계(또는 호봉제)를 도입했다. 연공급 임금체계란 임금이 성, 직급, 경력, 학력을 바탕으로 결정되는 일종의 임금결정 방식이다. 연공급 임금체계는 1947년 일본전력산업 노조가 성인 근로자의 하루 필요 섭취량 2,400cal를 근거로 생활임금 을 채택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는데, 노동력 이 부족하던 시기에 종신고용제도가 뿌리 내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임금이 경력 이나 근속연수에 따라 결정된다면 어느 근로자가 다른 회사로 옮기려고 하겠는가. 다른 회사로 옮길 경우 어느 회사도 받아주지 않는다면 어느 근로자가 회사를 옮기려고 하겠 는가. 그래서 종신고용제도는 연공급 임금체계에 힘입어 쉽게 뿌리 내릴 수 있었다. 한 국은 일본의 연공급 임금체계를 베껴다가 오래 동안 사용해 왔다. 일본 기업의 해고 기피 성향 여기에다 일본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해고 같은 과격한 고용조정을 기피하는 성향이 짙 다. 일본 기업들이 해고를 기피하는 이유는 첫째, 해고를 할 경우 회사의 평판이 나빠 져 좋은 근로자를 유치하기가 어렵게 되고 둘째, 해고가 잘못되었을 경우 일본 법원은 17
이를 바로 무효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하는 노동경 제동향조사 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정리해고 건수는 해마다 거의 제로에 가깝다. 잘못된 노동 관행이 장기 불황의 원인 종신고용제도, 연공급 임금체계, 일본 기업의 해고 기피 성향 으로 표현되는 잘못된 노 동 관행이 일본경제에 미친 효과를 언급한다. 일본경제가 장기불황에 들어간 1990년대 전반기를 보자. 이 무렵, 1960년대 고도성장기에 입사한 근로자들이 연공급 임금체계 하에서 최고호봉에 놓여 있었고, 퇴직보너스까지 받게 되어 있어서 일본 기업들은 임금 비용의 부담을 안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1987 1991년간의 거품경제기에 무더기로 입 사한 근로자들이 30대 중반에 이르고 있어서 일본 기업들은 인력이 남아돌고 있었다. 이러한 실정에서도 일본 기업들은 해고를 기피하는 성향 때문에 남아도는 인력과 인건 비 부담을 해결하기 어려웠다. 이 결과 일본 노동시장은 경직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로 인해 나타난 것이 1992 2002년간의 장기불황, 곧 저성장이다. 일본의 잘못된 노동 관행과 관련하여 비정규직 문제를 언급할 필요가 있다. 15) 일본은 비정규직이 1975년 290만 명에서 1999년 630만 명으로 증가했고, 2003년 불황을 벗 어날 무렵 정규직 대 비정규직 비율이 6대 4에 근접했다. 또 일본은 2001년 정규직에 대한 파트타임 비중이 약 28%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네덜란드 다음으로 높았다. 뿐 만 아니라 청년실업률은 1990년 4.3%에서 2003년 10.2%로 증가했다. 2012년 일본의 청년실업률은 7.9%다. 그러나 일본은 2003년 이후 경제가 다시 호황국면으로 치닫자 고용 사정이 크게 호전 되어 대학생 취업은 3년 연속 20% 이상 증가했고, 대학생들의 취업은 입도선매( 立 稻 先 賣 )식으로 이루어졌으며, 근로자 1명당 채용을 원하는 사용자수 비율인 구인배율( 求 人 倍 率 )은 2.14로, 같은 시기에 0.25에 지나지 않은 한국보다 무려 8배나 높았다. 이런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2008년 일본경제도 강타했다. 이 결과 2008 2012년간 일본의 연평균 성장률은 다시 장기불황 때와 똑같은 0.1%로 떨어졌다. 어떻든 일본이 다른 선진국들과는 반대로 1992년부터 장기 불황에 빠지게 된 원인의 하나는 일본이 종신고용제도, 연공급 임금체계, 사용자의 해고 기피 성향 이라는 잘못 된 노동 관행으로 노동시장이 경직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종신고용제도와 연공급 임금체계가 빠르게 무너져 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일본 노동시장도 머지않아 미국과 영국처럼 경쟁원리가 바탕 15) 박동운(2003), 한국 노동시장, 어디로 가고 있는가 <Q&A> 노동시장 유연성의 국제비교, FKI미디 어. 18
이 되어 노동시장이 유연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노동시장이 한국에 주는 교훈 한국은 일본 노사관계의 3대 특징인 종신고용제도, 연공급 임금체계, 기업별 노조 16) 를 베껴다가 사용해 왔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한 번 직장은 평생 직장 이라는 사 고가 지배적이고, 노조는 파업 때마다 연공급 임금 고수를 내세우고, 기업별 노조는 대표적인 노조 조직형태로 뿌리내려 있다. 일본의 영향을 받은 한국이 앞으로도 계속 종신고용제도, 연공급 임금체계 를 유지해 간다면 한국 노동시장은 일본처럼 경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일본 노동시장이 한국에 주는 교훈이다. 다행히도 일본 노동시장이 변하는 것처럼 한국 노동시장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종신고용제도는 산업구조의 다양화로 근로 선택과 창업 가능성이 확대됨으로 써 자연스럽게 사라져 가고 있고, 연공급 임금체계는 직업의 다양화로 그 존속이 위협 받음으로써 비중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노조 조직형태도 진즉부터 기업별 노조에서 직업별 산업별 노조로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한국 기업을 위한 임금체계의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관리직, 전 문직, 연구직, 영업직 등은 연공급 임금체계(호봉제)를 폐지하는 대신 능력과 업적에 따 라 임금이 결정되는 연봉제가 도입되고, 생산직은 근무연수에 관계없이 직무에 따라 동 일한 시간급 또는 일급이 지급되는 직무급제가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행히도 박 근혜 정부가 연공에 따라 정기적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축소하고 성과와 직무에 따라 임금을 지급 하는 내용의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2014년 3월 19일에 내놓았다. 올바른 임금체계 개선 방향이라고 평가된다. 6. 아일랜드: 사회연대협약 체결로 생산적 노사관계를 이룩한 나라 유럽의 병자 가 켈틱 타이거 로 변신하다 아일랜드는 면적이 약 7만 km2로 남한의 70% 정도, 인구가 약 420만 명으로 남한의 9% 정도인 작은 나라다. 아일랜드는 한 때 유럽의 병자 로 불렸을 만큼 가난한 나라 였다. 그러한 아일랜드가 구조개혁에 성공하여 해외직접투자 유치로 1995 2000년간 연평균 9.4%에 이르는 고도성장을 이룩하자 켈틱 타이거 (Celtic Tiger)라는 별명을 16) 기업별 노조는 전두환 대통령이 1980년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후 노조에 대한 탄압을 완화할 목적 으로 도입되어 뿌리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
얻었다. 아일랜드는 1인당 국민소득을 17년(1990 2007) 만에 1만 달러에서 5만 달 러로 끌어올린 나라다. 세계 역사에서 그런 유례는 찾아볼 수 없다. 구조개혁만이 경제회생의 대안 아일랜드는 1937년 독립할 때까지 400여 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 통치를 받았다. 1845 51년간에는 감자 흉작으로 100만여 명이 굶어 죽고, 100만여 명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났다. 이 가운데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할아버지도 들어 있었다. 아일랜드는 1970년대 1, 2차 유가파동 이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실업률이 17.5%까지 증가하는 등 경제사정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확장재정 정책으로 경기 회 복을 꾀하다 보니 정부규모는 GDP 대비 56%까지 증가했고, 정부부채는 1979년 GDP 대비 125%까지 증가하여 IMF에 구제금융까지 요청했다. 아일랜드는 규제가 심 했고, 노사분규가 그치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만 해도 4만여 명이 일자리를 찾아 이민을 떠났을 정도로 아일랜드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다. 아일랜드는 경제 회생을 위해 구조개혁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1987년 정권을 잡 은 호이(C. Haughey) 총리는, 1979년 이웃나라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1984년 뉴질랜드의 롱이 총리가 했던 것처럼 구조개혁에 착수했다. 호이 총리는 재정지출 삭 감과 정부조직 축소 폐지부터 과감하게 추진했다. 이어 소득세율, 법인세율, 자본이득 세율, 관세율 등을 엄청나게 인하했다. 한 예로, 법인세율을 50%에서 16%로 인하했 는데, 후임 총리가 2003년에 12.5%까지 인하했다. 법인세율 12.5%는 현재 법인세 자 체가 없는 몇 나라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세율이다. 규제개혁도 폭넓게 추 진되었다. 호이 총리는 경제 전반에 걸쳐 구조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해갔다. 사회연대협약은 경제안정에 기여 구조개혁 추진 과정에서 개혁은 정부 밖에서도 이루어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 혁을 지켜보던 제1야당인 민족당의 앨런 덕스(Allen Ducks) 당수와 최대 노조인 전 국노조연합(ICTU)이 공동으로 정부에 제안하여 국가재건을 위한 프로그램 이라는 사 회연대협약 (Social Partnership Agreement)이 1987년 10월에 체결된 것이다. 사회연대협약은 소위 아일랜드식 노사정위원회의 협약이다. 아일랜드식 노사정위원회 는 정부 주요 사용자그룹 노조가 자발적 으로 참여하여 구성된 모임이다. 사회연대협 약은 구조개혁이 추진된 1987년부터 3년 단위로, 2006년에는 10년 단위로 체결되어 지금까지 모두 7차에 걸쳐 경제 사회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표 2> 참 조). 20
협 약 제1차(1987~1990) 제2차(1991~1993) 제3차(1994~1996) 국가재건 프로그램 명 칭 경제 사회발전을 위한 프로그램(Program for Economic & Social Progress) 경쟁력과 일자리를 위한 프로그램(Program for Competitiveness & Work) 제4차(1997~1999) 파트너십 2000(Partnership 2000) 제5차(2000~2002) 제6차(2003~2005) <표 2> 아일랜드의 사회연대협약 내용 번영과 공정성을 위한 프로그램(Program for Prosperity & Fairness) 성장 지속(Sustaining Progress) 제7차(2006~2015) 2016년을 향하여(Towards 2016) 자료: 구동현(2008), 세계 최강소국 아일랜드의 경제성장 전략, FKI미디어. <표 2>의 내용을 요약한다. 1 3차 협약: 경제안정과 위기극복 4 6차 협약: 사회통합과 분배개선 7차 협약: 종전과는 달리 2016년을 향해서(Towards 2016) 라는 이름으로 10년 (2006 2015) 기간을 대상으로 체결된 협약인데, 주요 내용은 일자리 창출, 공정성 확립, 성장 지속, 복지와 분배 개선 등 사회연대협약은 생산적 노사관계를 정착시켜 경제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사회연대협약은 노동시장 유연화에도 기여 사회연대협약 체결 후 아일랜드 노동시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몇 가지 주요 내용을 보자. 연평균 임금상승률은 사회연대협약 체결 이전에는 20%를 넘었으나 1차 협약에 따 라 2.5%로 억제된 결과 그 후 3~5% 수준에서 안정되었다. 노사분규 발생건수는 1974년과 1984년에 각각 250건과 200건에 달했으나 1988년 이후에는 연평균 50건 미만으로 크게 감소했다. 기업의 80%에 노조가 조직되어 있지 않아 노사관계가 안정되었다. 실업률이 1992년 15%를 넘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2007년에는 4%대로 떨어 졌다. 결과적으로 사회연대협약은 노동시장 유연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노동시장 유연 21
성을 측정하는 두 가지 지표가 이를 말해준다. 첫째, OECD가 발표하는 고용보호 (employment protection)를 보자. 아일랜드는 OECD 국가 가운데 고용보호가 약하기로 1998년과 2003년에 5위다. 고용보호가 약 한 순서대로 쓰면,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아일랜드다. 고용보호가 약하다는 것은 해고가 쉽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아일랜드 노동시장은 유연하다. 둘째,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발표하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economic freedom related to labor market regulation)를 보자.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 자유 로 평가할 때 노동시장 규제가 약하기로 아일랜드는 2011년 152개국 가운데 20 위인데, 홍콩, 피지, 우간다 같은 국가 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13개국을 제외하 면, 7위다. 노동시장 규제가 약한 순서대로 쓰면,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스위스, 일 본, 영국, 아일랜드다. 아일랜드, 1인당 국민소득이 17년 만에 1만 5만 달러로 오르다 구조개혁을 통해 법인세율을 12.5%로 낮추고, 투자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완화하 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한 결과 아일랜드에 해외직접투자가 밀려들었다. 아일랜드의 해외직접투자 연간 유입액은 1970년 0.3억 달러였는데 그 후 빠르게 증가하여 1991 년 10억 달러, 1999년 100억 달러, 2000년 200억 달러, 2010년 400억 달러를 기록 했다. 그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12년에는 293억 달러로 감소했다. 아일랜드는 엄청난 해외직접투자 유입에 힘입어 1970 2012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4.2%나 된다. 특히 세계경제가 호황국면에 접어든 1992년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전까지 아일랜드의 연평균 성장률은 6.8%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 불행하 게도 아일랜드는 개방도가 큰 나라여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피 해가 컸다. 아일랜드는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를 재정지출로 대응하다보니 재정적 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2010년 EU와 IMF로부터 850억 유로(약 122조 원)의 구 제금융을 제공받았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해외자본 유치로 최근 경제가 다시 살아나 2013년 11월 구제금융 딱지 를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뗐다. 아일랜드는 엄청난 해외직접투자 유입에 힘입어 1인당 국민소득이 1970년 1,655달러 였는데, 1990년에 1만 달러, 1998년에 2만 달러, 2003년에 3만 달러, 2005년에 4만 달러, 2007년에 5만 달러를 넘어섰다. 불행하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아일랜드는 1인당 국민소득이 2012년 말 현재 37,804달러에 머물러 있다. 어떻든 1 인당 국민소득이 아일랜드처럼 15년(1990 2005년) 만에 1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17년(1990 2007) 만에 1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오른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22
한국에 주는 교훈 아일랜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에도 노사정위원회가 있다. 한국경제가 1997년 12월 3일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자마자 김대중 정부는 구제금융 을 제공한 IMF의 요청에 따라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노사개혁 위원회 가 있었지만 노사정위원회를 새로 발족시켰다. 김대중 정부의 노사정위원회는 1998년 2월 60개 항의 국민적 합의 사항을 만들어냈고, 이 과정에서 정리해고법과 근로자파견법을 도입하는 등 기여한 바도 있다. 그러나 그 후 노사정위원회는 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그동안 노사 정위원회는 노정( 勞 政 )위원회 또는 사정( 使 政 )위원회로 전락하여 정치 싸움만 일삼아 왔다. 우리의 노사정위원회는 아일랜드의 사회연대협약을 본받아 생산적 노사정위원 회로 발전되어야 한다. 지금 노사정위원회는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할 일이 있다. 그것은 경제 전반에 걸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에 근로자 정년 60세 의무 화 정책을 도입했지만 이 정책에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임금 정책이 빠져 있다. 그런데 삼성이 최근 임금피크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LG, GS, 포스코에 이어 대기 업으로서는 네 번째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발표했다. 다른 대기업들은 노조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실정에서 노사정위원회가 나서서 경제 전반에 걸쳐 임금 피크제 도입을 선언해줄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국민대통합 이다. 17) 7. 뉴질랜드: 고용계약법 도입 만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해진 나라 100년 동안 중앙집권적 노사관계를 유지하다 뉴질랜드는 약 1000년 전 북쪽에 위치한 폴리네시아의 하와이키에서 마오리족이 이 주하여 세운 마오리족의 나라였다. 유럽인 아벨 타즈만이 뉴질랜드를 처음 발견했는 데, 그는 전설속의 거대한 남쪽대륙을 찾아 1642년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그 후 1769 년 제임스 쿡 선장이 이곳을 영국의 땅으로 선포했다. 이를 계기로 유럽인들이 뉴질 랜드로 이주해 뉴질랜드는 한 때 무법천지가 되기도 했다. 그러자 영국이 1840년 윌 리엄 홉슨 선장을 부총독으로 보내 마오리 족장들과 와이탕기 조약 을 체결케 하여 뉴질랜드를 하나의 독립 국가로 세웠다. 뉴질랜드는 영연방의 일원이다. 17) 2014년 3월 1일 자 동아일보 사설도 이 같은 내용을 제안했다. 23
뉴질랜드는 사실상 영국인들이 신이 내린 천국 을 건설할 목적으로 1800년대 중반부 터 뉴질랜드에 정착하기 시작하여 세워진 나라다. 영국인들은 출발부터 뉴질랜드를 노동자 천국 으로 건설해 갔다. 뉴질랜드는 1894년에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최저임 금제도를 도입했고, 같은 해에 노동자 천국 의 기반을 마련해 준 산업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 (Industrial Conciliation and Arbitration Act of 1894)을 도입했다. 산업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 은 항만노조의 격렬한 파업을 막고 산업평화와 중재를 목 적으로 도입되었다. 이 법은 노조에게 파업을 불허하는 대신 그 대가로 분쟁 해결을 위한 분쟁조정기구로서 노동법정을 설치하게 했다. 이 법은 노동문제를 보통법에서 분리하여 특별법으로 다뤘다. 이 법을 기반으로 뉴질랜드는 중앙집권적 노사관계를 도입했다. 그런데 이 법이 뒷받침되어 강성노조는 오히려 법을 무시하고 파업을 강행 하다가 1916년 노동당을 창설했고, 1935년에 집권에 성공했다. 노동당은 모든 노동자 를 의무적으로 노조에 가입케 했고, 각종 사회입법과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노조 권한이 막강해졌다. 모든 노동자는 고용계약 체결 후 14일 이내에 노조에 가입해야 했고, 정부에 설립신고를 마친 노조는 해당 직종의 모든 노동자에 대해 독 점권을 갖게 되었다. 뉴질랜드는 산업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 도입으로 100여 년 동 안 중앙집권적 노사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뉴질랜드는 경제 활력을 잃고 말았다. 고용계약법 도입만으로 노동개혁에 성공하다 영국경제에 의존해오던 뉴질랜드는 1950년대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5위인 선진복지국가였다. 1960년대에 들어와 영국경제가 몰락하자 영국경제 의존도가 높았 던 뉴질랜드경제도 기울기 시작했고, 1970년대에 들어와 두 차례의 유가파동을 겪고 나서는 그만 활력을 잃고 말았다. 산업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 을 기반으로 중앙집권 적 노사관계가 100여 년간 유지된 결과 뉴질랜드는 1980년대 중반에 노동시장이 세 계에서 가장 경직된 나라가 되고 말았다. 이런 여건에서 노동당 롱이 총리는 1984년 에 정권을 잡자마자 영국의 마거릿 대처처럼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18) 롱이 총리에 이어 팔머 총리, 무어 총리, 볼저 총리도 1996까지 지속적으로 구조개혁을 추 진했다. 구조개혁은 어렵지 않게 추진되었지만 노동개혁은 노조의 막강한 힘에 밀려 성역( 聖 域 )으로 남아 있었다. 노동개혁은 1, 2차 개혁은 실패로 돌아갔고, 1990년 국민당이 재집권한 후에야 비로소 추진되었다. 국민당은 1991년 5월 15일에 가까스로 고용계 약법 (Employment Contract Act of 1991) 도입에 성공했다. 이 결과 100여 년 동 안 유지되어왔던 중앙집권적 노사관계가 분권적 노사관계로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드디어 노동개혁이 성공한 것이다. 노동개혁 성공으로 노동시장이 크게 변했다. 대표 18) 이계식 배준호 전성인(1998), 350만의 드라마, 중앙M&B. 24
적인 변화 내용을 요약한다. 고용계약은 고용주와 노동자가 자유롭게 체결하게 되었다. 고용계약에서는 법적 규제가 거의 없어졌다. 노조가 가졌던 의무가입규정과 독점적 교섭권이 폐지되었다. 노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산업별 직종별 파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분쟁조정은 원칙적으로 자율적으로 해결하게 되었다. 단체협약의 포괄적 적용이 폐지되었다. 기업별 임금교섭이 가능해져 교섭에 수반되는 거래비용이 감소했다. 노동이 더 이상 특별 상품으로 간주되지 않게 되었다. 노조파워 약화로 단체행동에 의한 파업이 크게 감소했다. 임금상승률이 낮아졌고 근로형태가 다양하게 되었다. 노동개혁 성공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다 뉴질랜드는 고용계약법 도입만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하게 된 나라다. 구조개혁 차원 에서 노동개혁을 추진한 결과 뉴질랜드는 지금 노동시장이 유연하기로 세계 3위 안에 든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나타내는 두 가지 지표가 이를 말해준다. 첫째, OECD가 발표하는 고용보호 (employment protection)를 보자. 뉴질랜드는 OECD 국가 가운데 고용보호가 약하기로 1998년 3위, 2003년 4위다. 고용보호가 약 하다는 것은 해고가 쉽다는 것을 뜻한다. 뉴질랜드는 고용보호에서 미국, 영국 다음으 로 노동시장이 유연한 나라다. 뉴질랜드의 고용보호가 이렇게 약한 이유는 집단해고 가 가장 쉽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OECD의 한 보고서에서 따르면, 1980년대 중반까지 뉴질랜드 노동시장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경직되었을 정도로 온통 규제로 범벅되어 있었다. 이로 보아, 뉴질랜드의 약한 고용보호는 노동개혁의 성과가 얼마나 컸는가를 알 수 있다. 둘째,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발표하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economic freedom related to labor market regulation)를 보자.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 자유 로 평가할 때 홍콩, 피지, 우간다 같은 국가 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7개국을 제외하면, 뉴질랜드는 노동시장이 유연하기로 2011년 152개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2 위다. 노동개혁 성공의 결과 1990년 이전 노조천국이었던 뉴질랜드는 크게 달라졌다. 노조 조직률 감소 추세가 이를 말해준다. 뉴질랜드는 노조조직률이 노동개혁 이전인 1988 년에 44.7%였는데 1995년에 21.7%로, 7년 만에 무려 23.0%포인트나 감소한 것이다. 25
노조조직률이 7년 동안에 23.%포인트나 감소한 예는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하다 노동개혁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해진 뉴질랜드경제는 어떠했는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의 실업률과 성장률을 보자. 1992 2007년간 뉴질랜드는 연평균 성장률이 2.8%로, G7 국가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높았다. 뉴질랜드는 실업률이 1992년 10.3% 였는데 최근에 이를수록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06년에 3.5%, 2007년에 3.6%까지 떨어졌다. 2006년 뉴질랜드 실업률 3.5%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는 노동시장 유연성이 뉴질랜드에서도 성장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증거다. 유연한 뉴질랜드 노동시장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유연한 뉴질랜드 노동시장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미국은 애초부터 시장 경제로 출발했기 때문에 경쟁원리가 바탕이 되어 노동시장이 유연한 나라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고용계약법 도입만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여 노동시장이 유연하게 된 나 라다. 한국은 고용보호로 평가할 때 포르투갈 다음으로 정규직 해고가 어려운 나라다. 김대중 정부의 정리해고법 도입이 노동시장을 경직시킨 것이다. 우리도 경직된 노동 시장을 유연하게 하려면 합리적인 노동법을 도입하여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8. 한국: 노동시장이 규제가 많고 지속적으로 경직되어온 나라 김대중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 한국에서 노동시장 유연화가 등장한 것은 김영삼 정부 때다. 김영삼 정부는 노사개혁 위원회 를 만들어 정리해고법, 파견근로제 등을 도입하려 했지만 당시 김대중 대표가 이끈 평민당의 완강한 반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 후 1997년 12월 3일에 한국경제 가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자 정권을 미리 인수한 김대중 정부가 IMF의 권고에 따라 구조개혁 차원에서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했다. 김대중 정부는 노사개혁위원회 가 있는데도 노사정위원회 를 만들어 1998년 2월에 60개 항의 국민적 합의 사항을 이 끌어냈고, 이 과정에서 정리해고법과 28개 업종에 한정된 근로자파견법을 도입했다. 26
김대중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는 오히려 노동시장 경직화를 불러와 그러나 김대중 정부가 도입한 정리해고법은 노동시장 경직화에 기여했다. 한국은 정 리해고법 도입으로 정규직 해고가 어렵기로 OECD 국가 가운데 포르투갈에 이어 2위 가 된 것이다. 19) 근로기준법 제24 26조와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정규직을 해고하려 면 첫째,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어야 하고, 둘째,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가 있어 야 하고, 셋째,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넷째, 고충수당을 지급해야 하고, 다섯째, 해당 근로자에게 50일 전에 통보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가 도입한 정리 해고법은 경영상의 이유 로 인한 집단해고가 법적으로 허용된 것이라고는 하나 그것 은 기존 판례를 명문화한 것이었을 뿐 실제에 있어서는 집단해고의 요건과 절차를 더 욱 강화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정규직 해고가 사실상 어렵게 되고 만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친노( 親 勞 )정책으로 파업공화국 만들어 노무현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한국을 노조천국, 파업공화국으로 만들었다. 노무현 대선 후보는 2002년 한국은 사용자에 비해 노동자의 힘이 약하다 며 노동자 편에 힘을 실 어줬고, 한국은 근로자의 56%가 비정규직이다 며 비정규직 철폐를 내세웠다. 이를 계기로 2003년 2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기가 바쁘게 한국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을 내세운 노조의 파업공화국이 되고 말았다. 노조파업은 2006년경에 안정되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어렵사리 2006년에 비정규직 보호법을 도입하여 비정규직을 2 년 고용하면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게 함으로써 노동시장 경직화에 박차를 가했 다. 여기에다 노무현 정부는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사회적 일자리 에 예산만 쏟아 부 었다. 이명박 정부도 노동시장 경직화에 일조 이명박 정부도 노동시장 경직화에 기여했다. 노무현 정부가 사회적 일자리 창출 이 효과가 없자 2006년에 사회적 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 을 세웠는데, 이 명박 정부가 이를 그대로 물려받아 실시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은 효과가 크지 않 았고, 결국 세금만 먹은 하마로 전락했다. 이명박 정부의 기여라면 노조전임자 수 관 련 타이오프제 도입과 김대중 정부 때부터 유예되어온 공공부문 노조 설립 허용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2011년 말에 포퓰리즘에 빠져 노동시장을 더욱 경 직시킬 비정규직 종합대책 을 발표했다. 즉,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불법근로자로 밝혀 지면 그가 사원이 아닌데도 원청회사는 그를 즉각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는 등의 비정규직 보호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19) 이는 OECD가 발표한 Employment 1999를 따른 것이다. 27
한국 노동시장은 유연성이 낮고 지속적으로 경직되어온 나라 한국 노동시장은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가? 먼저 OECD의 고용보호 수준을 보자. <표 3> OECD 국가들의 고용보호 수준(1998, 2003) 종합 정규직 부문별 임시직 개별해고에 대한 집단해고의 어려움 1 미국 (1) 2 영국 (2) 4 뉴질랜드 (3) 5 아일랜드 (5) 9 일본 (14) 12 한국 (17) 19 독일 (20) 1 (1) 2 (2) 8 (9) 7 (8) 16 (20) 16 (26) 23 (21) 1 (1) 3 (1) 11 (5) 6 (1) 11 (17) 17 (16) 18 (18) 10 (11) 10 (11) 1 (1) 6 (4) 2 (2) 3 (3) 21 (13) 주: ( ) 없는 수치는 2003년, ( ) 안의 수치는 1998년 순위. 수치가 작을수록 고용보호가 약함. 자료: OECD, OECD Employment Outlook 1999, 2004를 필자가 정리한 것임. <표 3>에 따르면, 한국은 고용보호가 약하기로 1998년 27개국 가운데 정규직 26위(포 르투갈이 27위로 꼴찌), 임시직 16위, 개별해고에 대한 집단해고의 어려움 3위로, 종합 순위 17위를 기록했다. 20) 고용보호 의 경우 한국은 정규직 고용보호가 지나치게 심한 것이 문제다. 임시직(비정규직) 보호도 심한 편이고, 집단해고의 경우는 법 도입으로 해 고의 근거가 마련되어 보호가 약한 것으로 나타나 있으나 법의 내용은 그렇지 않다.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발표하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economic freedom related to labor market regulation)를 보자.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로 평 가할 때 한국 노동시장은 지속적으로 경직되어 왔다(<표 3> 참조). 한국 노동시장은 규제가 약하기로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123개국 중 58위였는데 2003년 노무현 정 부에서 127개국 중 81위로 악화되었다가 노무현 정부 말에는 141개국 중 132위를 기록했다. 이어 2011년 이명박 정부 말에는 152개국 중 133위로 더욱 악화되었다. 2011년에 한국보다 노동시장 규제가 더 심한 나라들을 보면, 앙골라(150위), 볼리비 아(139위), 브라질(137위), 에콰도르(152위), 그리스(143위), 이란(135위), 모로코(138 위), 니제르(146위), 파라과이(136위), 세네갈(140위), 베네주엘라(147위), 짐바브웨 (144위) 등 거의 모두 아프리카 미개국들이나 독재국가들이다. 이렇게 비교할 때 한 국은 노동시장 규제에 관한 한 아프리카 미개국과 다를 바 없다. 20) 한국의 고용보호 종합순위가 1998년의 17위에서 2003년에 12위로 개선된 것은 정규직 고용보호가 26위에서 16위로 개선되었기 때문인데 이는 법조문 하나 고쳐지지 않고 이루어진 것이어서 의미가 없다. 28
한국 노동시장을 독일과 비교해보자(13쪽의 <표 1> 참조).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 자유 로 평가할 때 독일은 2000 2005년까지 노동시장 규제가 강화되어 한국에 크게 뒤졌으나 2006년부터는 개선되기 시작하여 2011년에는 152개국 중 84위를 나타냈다. 이와 달리 한국은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노동시장 규제가 강화되어 2011년에는 133위로 악화되었다. <독일 노동시장>에서 논의한 대로, 슈뢰더가 계획한 어젠다 2010 을 메르켈이 그대로 추진한 결과 독일 노동시장은 유연하게 된 것이다. 우리에 게는 메르켈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에 관심 보이지 않아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초 7시간 끝장 토론 을 벌이는 등 일반 규제 개혁에 관심을 보여줬지만 노동시장 유연화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후보로서 2012년 70-70정책 을 제시하여 중산층 70%에 고용률 70% 달성 을 약속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을 잡자마자 70% 고용률 달성 을 목표 로 일자리 만들기에 전력투구해오고 있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관심 두어온 노동 정책은 고용률 올리기, 정년 연장, 공공부문 일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공공부문 채 용 늘려 4명 중 1명을 시간선택제 근로자 로 뽑기,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조정, 임금체계 개편, 임금피크제 도입 등 으로,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적극적이다. 결과는 좀 더 기다려보기로 하자. 그런데 이 같은 정책은 일자리 만들기 보다는 일자리 나 누기 이고, 노동시장 유연화 보다는 노동시장 경직화 라고 보여 우려된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에도 관심 둬야 이 글은 노동시장 유연성의 국제비교다. 노동시장이 유연한 나라는 경제가 좋고, 그렇 지 않는 나라는 경제가 좋지 않다. 따라서 이 글의 핵심 내용은 한국 노동시장을 유 연하게 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 점을 감안하여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몇 가지 내용을 중심으로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화 방안을 논의한다. 첫째, 지나친 정규직 보호는 완화되어야 한다. 완화 내용은 근로기준법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⓵항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는 긴박한 을 빼고 경영 상의 이유 로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정규직 해고가 쉬워진다. 이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재계는 물론 심지어 노동부와 산자부까지 나서서 제안한 내용이다. 정규직 보 호가 심하면 신규채용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업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OECD 국가들은 정규직 보호를 완화해 왔다. 메르켈은 어젠다 2010 을 근거로 5인 이하의 소기업들이 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고용보호를 완화하여 신규채용을 늘렸다. 29
둘째, 비정규직으로 2년 근무하면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 되게 한 노무현 대통령 의 비정규직법은 폐기되어야 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4대 보험, 복리후생 등 을 정부가 지원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를 폭넓게 도입해오고 있어서 노무현 대통령의 비정규직 보호법 은 이제 의미가 없다고 평가된다. 셋째, 노조의 힘에 밀려 28개 직종에 제한적으로 도입되었던 근로자파견제 는 전 직 종으로 확대 실시되어야 노동시장이 유연하게 된다. 노동시장이 경직된 독일은 물론 일본도 전 직종에 걸쳐 근로자파견제를 진즉 도입했다. 넷째, 불법 파업은 법과 원칙 으로 다스려야 한다. 한진중공업 노사분규 해법이 좋은 사례다. 마거릿 대처는 법과 원칙 적용으로 노조천국 영국을 노동시장이 미국 다음 으로 유연한 나라로 만들었다. 다섯째, 정치 싸움만 일삼아온 노사정위원회를 생산적 노사정위원회로 발전시켜야 한 다. 아일랜드의 사회연대협약 이 교훈을 준다. 현 시점에서 노사정위원회는 통상임금 조정, 임금피크제 도입 등에서 할 일이 많다.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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