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과 함께 하는 수다회 팬덤아 모여라 - 팬덤 수다회를 위한 참고자료 - 일시 : 2010년 7월 7 일( 수) 늦은 7시 장소 주최 : 카페 스테레오 : 문화연대 진행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이야기 손님 이동연( 전 대중문화개혁연대모임 대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신윤동욱( 한겨레21 기자) 차우진( 대중음악 웹진 [weiv] 에디터, 대중음악평론가) 그리고 수다회 참가자
팬덤의 기호와 문화정치 1)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1. 새로운 변화들 먼저 개인적인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겠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 문화 연대) 는 올 초부터 한국 대중음악 개혁을 위한 정기포럼을 준비하면서, 그 첫 번째 개혁과제로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당초에 국회공청회를 통해서 문제의 사안들, 예컨대 순위프로 선정방식의 불공정, 대중음악의 일부 장르독점, 방송사와 기획사의 결탁관계, 공중파 방 송의 문화권력들의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방송사에 대안제시 및 필요한 압력을 넣는 정도로 운동 을 마무리할 생각이었지만, 예상 밖에 일이 커져 지금은 거리서명운동, 라이브공연 방송사 항의시 위를 포함한 음악소비자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운동이 확대된 데에는 당초에 문화연대에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일반 음악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일반 음악팬들 중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팬클럽 회원들이다. 국회공청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서태지 팬클럽 회원들의 연락을 받고 함께 동 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으며, 이후에 'GOD' 와 HOT' 일부 팬클럽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 타들의 공연과 계약문제와 관련하여 저간의 사정에 대한 도움 요청이 들어왔다. 국회공청회가 끝 나고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의 후속 작업만이 아니라 여타의 대중음악 개혁과제들을 이슈화하는 과정에 일반 음악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자는 제안이 있었고, 이를 위해 대중음악개 혁을위한연대모임 ( 대개련) 을 만들게 되었다. 현재 서태지팬클럽 중에서 태지매니아 뿐아니라 6개 통신동호회 연합모임인 이승환팬사이트연합, 조용필팬사이트연합 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자발적으로 대중음악개혁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만이 아니라 여타의 대중음악 개혁과제들을 이슈화하는 과정에 일반 음악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자는 제안이 있었고, 이를 위해 대중음악개혁을위한연대모임 ( 대개련) 을 만들게 되었다. 현재 서태지팬클럽 중에서 태지매니아 뿐 아니라 6 개통신동호회 연합모임인 이승환팬사이트연합, 조용필팬사이트연합 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자발적으로 대중음악개혁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대개련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2개월 동안 주말마다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를 촉구하는 거 리서명 운동을 벌였는데, 한마디로 이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태지매니아 팬클럽의 몇몇 친구들은 거리서명운동 이외에도 대학가를 찾아다니며 서명운동을 벌였고, 한 여고생은 학교친구들과 친지 들을 총동원해서 혼자 1600 여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지역의 팬클럽 회원들은 독자적으로 거리서 1) 이동연, 팬덤의 기호와 문화정치, 대중문화연구와 문화정치, 문화과학사, 2002 에 수록.
명 운동을 조직하고 온라인을 통해서 받은 서명용지를 개별적으로 다운받아 1인 서명운동을 벌이 고 있다. 이렇게 해서 현재 모은 서명자수가 4 만명이 넘는다. 이 운동을 통해 나는 팬덤문화에 대한 다음과 같은 새로운 생각을 갖게되었다. 첫째, 우리 시대 팬덤은 하나의 문화현상 에서 문화실체 (cultural entity) 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 둘째, 팬덤문화는 그 안에 다양한 문화적 취향과 차이들을 있다는 점, 셋째, 팬덤문화는 스타- 팬 사이의 획일화된 종속관계를 스스로 거부하며 자생적인 문화실천을 하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팬덤문화는 이중 적인 문화자본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2. 문화실체 로서의 팬덤 팬덤(fandom) 은 특정한 스타나 장르를 선호하는 팬들의 자발적인 모임형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대중문화에 다양하게 퍼져있는 뮤지션, 배우, 서사물, 장르들을 선택하여 자신들의 문화 속에 수 용하는 대중문화의 일반적인 문화현상 이다. 팬덤은 스타덤(stardom) 이 주로 대중문화 속의 스타 들이 동시대 문화유행을 주도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스타들이 만든 스타일과 취향들을 자신들의 선택과 기호에 맞게 재가공하여 팬들 스스로가 스타를 매개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자발적인 문 화형식을 창출해 낸다. 따라서 팬덤의 형성에 있어 스타덤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며 때 로는 스타덤과 독립해서 독자적인 문화현상들을 만들어 낸다. 일례로 서태지와 아이들 이 은퇴했 을 때, 그들을 열광적으로 선호하던 팬들은 서태지기념사업회 를 결성하여 스타의 은퇴와는 무관 하게 자발적인 활동을 해왔고, 서태지가 검백한 이후에도 일부 서태지 팬클럽조직들은 서태지없 는 서태지팬덤을 자임하고 있다고 말한다. 팬덤은 스타( 혹은 서사물) 의 취향과 기호들을 선호하여 목적의식적으로 결합된 특정한 팬들의 조직을 생산하지만, 그러한 집단적 활동을 통해 형성되는 문화현상들은 그 자체로 독립적이다. 최 근 우리사회에서 벌어졌던 팬덤문화 현상들은 스타에 대한 팬들의 지나친 직찹증세나 스타의 일 상에 대한 과도한 대응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 사건에 스타들이 개입되어 있거나 스 스로 개입하는 사실들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팬덤문화 현상들은 거의 대부분 팬들 스스로 만든 것들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작년 11월 20 일에 최고의 아이돌 댄스그룹인 <HOT> 의 리드보컬인 강타가 음주운전에 뺑소니 사고를 내고 경찰에 조사를 받은 날 아침, 소식을 전해들은 열혈팬들은 필사 구명의 사명을 띠고 강남경찰서 앞에 수백명이 몰려들었는가 하면, 강타를 구해내기 위해 경찰서 홈페이지를 순식간에 마비시켜 버린 일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도덕적 판단을 유보한 채 강타의 팬들은 자신들의 우상인 강타의 신체를 속박한 공권력에 적개심을 드러낸다. 우리 오빠 매도하 지 마세요. 음주운전이 뭐가 그렇게 나쁜가요 강타오빠를 대통령으로,
이 사건에 대해 <HOT> 의 소속매니저사인 SM기획측은 이성을 잃은 팬들의 이러한 집단적인 행동이 <HOT> 나 강타에게 오히려 좋지않은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며 팬들의 자제를 촉구했 다. 한편 올 초에 <HOT> 가 한동안 주춤한 사이 최고의 아이돌 댄스그룹으로 등장한 <GOD> 의 한 맴버 가족에게 경쟁팬 클럽 회원의 연쇄 독극물 테러 사건이 보도된 적이 있었다. 내용인즉은 경쟁 팬클럽이 <GOD> 의 급부상에 시기한 나머지 한 맴버의 어머니에게 독극물이 든 음료수병을 배달했고, 텔레비전 녹화장에 모인 <GOD> 팬에게도 전달되었다는 것인데 경찰 조사결과 사실무 근으로 판명되었다. 일부에서는 이 사건이 인기증폭을 노린 <GOD> 기획사측의 의도적인 자작극 이 아니면 <GOD> 팬클럽의 내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을 했는데, 어쨌든 실제 사실이 과장 되고 확대되어 하나의 사건처럼 포장되는 이면에는 스타의 행적과는 무관하게 대단히 상징적이고 집단적으로 사실을 해석하는 팬들의 무의식이 존재한다. 문화현상으로서의 팬덤은 이렇듯 팬들 스스로가 사건의 주체가 되고 사건의 사회적 의미작용들을 생산한다. 그러나 팬덤의 사회적 의미작용들은 하나의 일시적인 문화현상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팬들과 팬덤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 매스컴과 부모세대의 여론들은 팬들이 일으킨 사건들을 대체로 일시적인 사회병리현상의 한 형태나 다른 사회적 모순구조로 환원해버리 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예컨대 90 년대 초반 미국의 아이돌 스타였던 ' 뉴키즈언더블록 '(New Kids on the Block) 의 내한공연 시에 10 대 소녀 하나가 공연장에서 압사당한 사건이나, 일본의 록그룹 X-Japan' 의 맴버였던 히데가 자살하고 난 후에 10 대팬들이 동반자살한 경우나, <HOT> 공연 중 무대에서 부상을 당한 희준을 보고 공연장에 있던 일부팬들이 기절을 하는 사건들에 대해 매스컴 과 여론은 이해할 수 없는 사회병리 현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으로 비판적 사 회학자들은 10 대팬들의 이러한 현상들을 입시교육, 가부장제, 가정불화 등 그들이 처한 사회적 모순들을 해소하려는 상징적인 행동으로 읽어내려고 한다. 팬들이 야기시키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그들을 비행성 병리현상으로 직접적으로 질타하건, 그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들을 비판하건 모두 팬덤을 일시적인 문화현상으로 간 주한다. 전자의 비판은 이러한 모든 병리현상이 사회적 모순과는 무관하게 전적으로 팬들의 파시 즘적인 광기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보는가 하면, 후자의 비판은 팬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의 원인 을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확대하여, 마치 그것이 해소되면 팬덤의 문화현상은 없어지게 되는 것처 럼 본다. 그러나 팬덤은 팬덤 내부의 허구적인 이데올로기나 외부의 사회구조에 의해서 일방적으 로 형성되지는 않는다. 팬덤의 문화현상은 팬덤의 외부와 내부의 교차, 상상적인 것과 실제적인 것의 교차, 욕망과 이데올로기의 교차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팬덤은 자의적이고 일시적인 문화현상, 말하자면 허구적 이데올로기의 형태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자생적인 물질적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며 외부의 구조에 의해 조작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 들의 행동과 선택을 결정한다. 팬덤의 문화현상은 대체로 집단적으로 호명당한 이데올로기이며, 일종의 상징적 최면술에 의해 확대되고 조정되는 것으로 인식되어왔다. 팬덤의 집단적 조직화는 그런 점에서 군중심리에 따른 것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해석처럼 이해되어온 것이다. 그러나 팬덤 은 하나의 문화현상을 넘어 현실 속에서 존재하는 하나의 사건이며, 이 사건은 부정적이든 긍정
적이든 팬들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며, 일정하게 문화적인 파급효과를 생산한다. 팬덤은 동 시대의 문화적 스타일과 취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며, 사회적 환기를 불러일으켜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특정한 형태의 문화자본의 흐름을 형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3. 구별짓기로서의 팬덤문화 팬덤문화는 공식문화, 지배문화, 혹은 부모세대 문화와 대별되어 비공식문화, 종속문화, 하위문 화적 형태로 분류되곤 한다. 팬덤의 사회적 파급효과를 미루어볼 때, 팬덤문화가 대중문화에서는 지배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러한 구분은 대체로 고급 대 저급, 부모세대 대 자녀세대, 본격문화 대 일상문화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이분법에 의하면 팬덤문화는 부모세대 문화, 고급취향의 문화, 본격예술의 문화와 대립되는 어떤 동질성을 표상하는 것으로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팬덤문화는 하나의 동질적인 문화로 변별하기에는 그 안 에 수많은 차이와 다양성이 존재한다. 심지어 팬덤문화 안에는 일반적으로 대립되는 부모세대나 지배적인 기성세대의 문화적 속성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영국의 문화연구자 존 피스크(John Fiske) 는 팬덤문화 내부의 차이에 대해 차 별 (discrimination) 과 구별 (distinction) 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려 한다. 피스크는 팬들은 예민한 차별성을 갖고 있어 팬덤의 안과 바깥 사이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긋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2) 그는 팬덤의 차별에는 스타를 통해 자신들의 사회적 정체성과 체험들을 의미화하는 (193 쪽) 사 회적 차별 이 있는가 하면, 자신들이 좋아하는 작품들을 다른 작품들과 위계질서적으로 차별화하 려는 미학적인 차별 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차별이 팬덤의 내부와 외부를 구획하려는 전략이라면, 구별은 팬덤 내부의 차이를 구별짓는 전 략이라고 볼 수 있다. 팬덤은 추상적으로 부모세대와 자녀세대들을 변별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볼 수 있지만, 팬덤의 주체들 내부에도 이미 세대적 구별짓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조용필, 이문세, 이승환을 비롯해 386 세대 출신 이상의 뮤지션들의 팬들은 <HOT>, <GOD>, < 핑클> 과 같 은 소위 아이돌 스타팬들과 정서적인 차이를 보인다. 물론 이러한 세대적인 구별짓기는 단순한 연령의 차이만이 아니라 그 세대가 살아온 사회적, 역사적 정체성의 차이이기도 하다. 또한 팬덤 내부에서도 양적인 구별짓기만이 아니라 질적인 구별짓기가 이루어진다. 일례로 서태지팬들은 양 적으로 20 만 명의 팬클럽 회원을 보유한 <HOT> 팬들과 비교할 때, 일종의 선민의식, 엘리트의식 을 표명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서태지 팬클럽들은 요즘 아이돌 스타들은 서태지의 유산의 일부라 는 의식이 지배적이고, 따라서 질적으로 서태지를 능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 과정에서 나머 지 아이돌 스타들의 팬조직들을 아류로 일별한다. 팬덤의 구별짓기는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의 구별을 가능케하기도 한다. 예컨대 아이돌 스 타들의 팬들이 대부분 10 대 소녀들에 의해 조직화되었다면, 축구서포터즈 그룹들은 대부분 장년 2) 존 피스크, 팬덤의 문화경제학, 박명진 외 편역, 문화, 일상, 대중, 한나래, 1996, 192 쪽.
남성들에 의해 조직화되었다. 물론 국내 축구 서포터즈 그룹들의 구성원 중에서 10대 소녀들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남성 노동자계급들이 주축이 된 서구의 축구서포터즈 문화 는 남성적인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팬덤의 구별짓기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스타일과 취향을 통해서이다. 팬덤문화에는 서로 다른 팬덤문화와 구별지으려는 기호체계를 가지고 있다. 취향과 스타일로서의 기호체계는 자신들의 독특한 언술행위뿐아니라 머리모양이나 화장술 옷이나 악세서리의 선택에서 구체화된 다. 일례로 축구 서포터즈들은 서로 다른 응원방식과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영국의 서포터즈 그 룹들은 주로 전통적인 노동자 계급성을 표상하는 청바지 스타일에 강력한 합창을 무기로 하는 반 면, 네델란드 서포터즈들은 전통의 오렌지색 상의와 다양한 형태의 모자를 쓰고 트럼펫을 이용한 연주응원이 돋보인다. 이에 비해 이탈리아 서포터즈들은 대형깃발과 구호가 적힌 긴 플래쉬 손수 건, 스탠드를 환하게 밝혀주는 폭죽을 즐겨 사용하며, 브라질 서포터즈들은 타악기에 삼바춤으로 유명하다. 또한 < 섹스피스톨즈 >(Sex Pistols) 와 < 크래쉬>(Clash) 의 음악을 좋아하는 펑크족들은 찟 어진 청바지, 메탈자켓, 체인 등으로 거칠고, 공격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반면, 데이빗 보위를 좋 아하는 글램족들은 양성애적인 헤어스타일과 의상에 짖은 화장을 즐겨한다. 한국에도 서태지팬클 럽들은 노란색 손수건을 애용하며, <GOD> 팬클럽들은 파란색 풍선을, <HOT> 는 하얀색 풍선을 상징적인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팬덤문화에서 스타일과 취향의 구별짓기는 팬덤 주체들 내부의 반감과 적대의식들을 표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팬덤주체들이 외부의 사회적 행위에 대한 상징적 위용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70년대 영국의 펑크족들의 공격적인 스타일들은 동시대 청년하위문화 그 룹들인 테디보이나 글램족들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면서 부모세대들에 대한 상징 적인 불만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펑크족의 스타일은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불일 치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펑크족들은 가슴에 니치십자상 (swastika) 을 달고 다녔는데, 사실 이 들은 가장 인종차별주의가 심했던 나치즘과는 다르게 흑인문화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 면서도 이들이 나치의 십자상을 패용하고 다니는 유일한 이유는 나치체제를 혐오하는 영국 부모 세대들에게 밉게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팬덤문화의 스타일이 단순히 불 만과 소외의 표시가 아니라 그때 그때마다 자신들의 표현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이해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딕 헵디지는 청년하위문화의 스타일의 잠재적 기능이 부모문화에 서 드러나지 않고 해소되지 않은 채로 있는 모순들을 마술적으로나마 표현하고 해소하려는 것 3) 리고 말한 필 코헨과는 다른 입장을 가진다. 그는 펑크족이 학교와 직장, 가정과 계급의 현실들을 스타일을 통해서 지시한다해도 언제나 상징적인 행위의 새로운 순간들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이 것이 부모세대들의 문화뿐아니라 자신들의 문화경험과의 단절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래 서 펑크의 복장들은 경험된 모순들을 마술적으로 해결했다기보다는 모순의 경험 그 자체를 시각 적 익살( 구속복장, 찢어진 청바지, 안전핀, 포고, ECT 헤어스타일 등) 의 형식으로 표상한 것 4) 이 3) 필 코헨, 하위문화갈등과 노동계급 공동체사회, 하위문화는 저항하는가, 이동연 외 편역, 문화과학사, 1998, 33 쪽. 4) 딕 헵디지, 하위문화: 스타일의 의미, 이동연 역, 현실문화연구, 1998, 166쪽
라고 말한다.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팬덤의 스타일은 사회적 행위에 대한 상징적 위용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팬덤문화에서 스타일과 취향의 구별짓기가 사회적 차별에 대한 상징적 보상행위로 기능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예컨대 스타들이 즐겨입는 복장들을 팬들이 길거리에서 입고 다닐 때 사람들의 눈길을 끌게되는 과정에서 평상시보다 더 많은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팬들은 그러한 의 미들을 사회적으로 유통시키려 한다. 5) 10대 소녀팬들이 스타들의 앨범뿐 아니라 브로마이드나 악 세사리 구입에 집착하는 이유도 한편으로는 팬클럽 내부의 정보와 결속력부터 자신이 소외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자산의 부족을 스타들의 기표의 복제품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상징적 행위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듯 팬덤의 문화는 그 안에 다양한 감수성 의 차이와 사회적 구별짓기를 위한 다양한 표현행위들이 존재한다. 4. 팬덤주체들의 자생적 문화실천 이제 다음의 두 사건들에 주목해보자. 사건 1: 강타의 음주운전 사건의 여파와 팀의 일원인 재 원의 부상에 따른 공연연기, 토니안의 재계약 불투명 등 일련의 사건으로 인하여 인기절정의 댄 스그룹 <HOT> 가 해체된다는 소문이 들리자 <HOT> 의 홈페이지 < 클럽 HOT> 의 회원들은 지난 3월 17일 SM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앞에서 HOT 해체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2000여명이 참 여한 이날 집회에 10 대팬들은 <HOT> 가 계약관계나 음반판매 인쇄수입 등에 소속사인 SM 기획 사에 상업적으로 이용당해왔으며 <HOT> 의 해체설도 이러한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라며, SM기 획사에 강력히 항의했다. 우리는 가수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며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SM기 획사에 강력히 항의한다 그러나 마침내 지난 5월 13 일 <HOT> 의 일부 맴버들이 소속사인 SM사 와 결별하여 독자적인 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HOT> 의 영생을 믿는 10대 소녀팬들 수백명 은 이날 SM 기획사에 몰려가 SM 사의 상업적 횡포에 다시 한번 항의하며 <HOT> 의 재결합이 관 철이 안되면 집단적으로 화염병과 각목 시위도 불사하겠다고 결의했다. 사건 2: <GOD> 독극물 사건이 있고 난 직후 <GOD> 전국순회 공연 중 마지막 장소인 잠실체 육관이 폭설로 지붕이 가라앉자 기획사 측에서 서울콘서트를 잠실 주경기장으로 이전하고 공연 횟수도 1 회로 제한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에 대해 <GOD> 공연 잠실 주경기장 개최 반대 비 상대책위원회 소속 팬들은 공연장소를 다른 곳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만일 본래대로 강행 될 경우 관람료 차등제와 완벽한 공연시설 보장을 차선으로 요구했다. 이들은 서명운동과 신문광 고 등을 통해 팬이자 음악소비자로서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했고, 비록 장소 변경을 이루 어내지는 못했지만 기획사로부터 내실있는 공연환경 보장 등 일부 요구들에 대한 답변을 이끌어 냈다. 5) 존 피스크, 앞의 글, 197 쪽.
소위 부정적인 사회 병리현상을 낳는 주범으로 몰렸던 <HOT> 와 <GOD> 팬클럽들은 자신들의 스타를 거느리고 있는 기획사들에게 전면대응을 불사했다. 이들의 새로운 집단적 행동들은 오히 려 스타를 보위하려는 대단히 이기적인 판단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기획사의 횡포, 공연 문화의 내실화, 새로운 팬소비자 운동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스타와의 이해 관계를 넘어서는 팬덤문화의 자생적 실천을 암시해주고 있다. 최근 1-2 년 사이에 팬덤문화의 자생적 실천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작년 초에 프로야구 선 수협의회가 결성되고 KBO와 각구단주들로부터 심한 협박을 받았을 때 순수한 프로야구 팬들은 팬들의 선물 이란 팬클럽을 만들어 선수들의 갖은 뒤바라지를 했으며, 올 초 일부 기독교단체들 이 성남 일화축구단을 사이비종교운운하면서 성남연고지 철회를 요구하고 성남시가 이를 받아들 이는 사태가 있었을 때, 성남일화 서포터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성남축구단 사수운동을 벌 여 결국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한국 대중음악 개혁을 위해 서태지 와 이승환 팬클럽 등이 주축이 되어 < 팬덤연합체 > 를 결성하고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와 공연문 화활성화를 위한 팬덤문화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팬덤연합체는 앞으로 대중음악에 행 사되는 방송사의 지나친 권력을 해체하고, 공연문화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등의 운동을 펼치려 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서태지 팬클럽들은 가요음반 사전심의제도 철폐에 앞장서서 결국 사전심 의 제고를 철폐시켰고, 최근 이재수씨의 서태지 앨범 패러디에 맞서 상업적 패러디에 대한 비판 과, 한국음반저작권협회의 무책임한 저작권 대행를 바로 고치는 개혁운동을 벌였다. 시애틀 그런 지의 대표적 밴드인 < 펄잼>(Pearl Jam) 이 주도한 미국의 독점예매사 티켓 마스터 반대행동에 절 대 다수의 팬이 참여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팬덤의 자생적인 문화실천은 팬덤 내부의 차이와 적대관계들에 불구하고 팬덤문화의 선택적 연 대를 가능케 하는 조건들을 마련해 준다. 팬덤조직들은 인원조직력이나 결속력에 있어 상당한 운 동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팬덤문화는 이제 새로운 형태의 문화운동, 문화소비자운동으로 이행 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해하고 있는 것이다. 팬덤주체들은 그동안 팬클럽들 간의 지나친 경쟁의 식과 반복관계를 조장하게 만든 것은 팬클럽 내부 때문이 아니라 우리 문화환경의 잘못된 시스 템, 요컨대 상업적 기획사의 횡포와 방송사의 지나친 시청율 경쟁주의, 그리고 언론의 과대포장된 미디어효과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요순위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끝임없이 팬클럽들을 적대관계에 몰아넣는 방송사의 편성권력과, 팬덤과 관련된 사건이 터지면 마치 그것이 사회병폐 현상의 온상 인 것처럼 과장보도하는 언론들의 속물저널리즘, 그리고 팬들의 인기유지의 볼모로 이용하는 기 획사의 상업적 전략이 결국 팬덤문화의 긍정적인 측면들을 거세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들은 일리있 는 말이다. 팬덤문화의 자생적 실천이 거세당하거나 왜곡되는 것은 어떤 점에서 아직 우리사회에서 팬덤문 화가 본격적인 문화운동이나 문화소비자 운동으로 확대되지 못한 내재적인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 만, 주류 공식문화의 일정한 거부감이 반영되기도 한다. 지난 1-2년 동안 현실에서 부딪쳤던 문제 들이지만, 프로야구선수협의회 결성이 사실상 왜곡된 형태로 잔존하게 된 것이나, 아이돌 스타들
을 거느린 대부분의 기획사의 횡포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거나, 방송가의 과도한 시청률 경쟁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주류문화의 저항은 예상했던 것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인지 하게 된다. 이는 팬덤의 자생적 문화실천의 대상들은 확대되었지만, 구체적인 현장에서는 문화자 본가들의 많은 저항들이 예상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주류문화는 팬덤주체들이 예전대로 얌전하고, 순종적인 집단으로 남아주길 바라고 있다. 그들의 가끔 보여주는 사회병리적 사건들을 통해 팬덤의 운동적 에너지를 적절하게 조절 훈육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팬덤은 어떤 입장취하기를 해야하는가? 5. 팬덤의 이중적인 문화자본 팬덤문화는 언제나 이미 편집증과 분열증이라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이 좋아하 는 스타를 옹호하고 집착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극단적인 이기적인 행동들이 나오게 된 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은 스타와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문화의 동시대적 실천가로서, 생산적 참 여자로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팬덤문화의 이러한 이중적인 성격으로 인해 팬덤문화를 둘러싸 고 두 가지 자본의 형태가 존재하게 된다. 첫 번째는 팬덤문화가 대량 문화자본을 확대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구성요소가 된다는 점 이다. 존 피스크는 이를 공식적인 문화자본 이라고 했는데, 공식적인 문화자본은 대량의 소비구매 욕구를 가진 팬덤 주체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서태지나 <HOT>, <GOD> 의 앨범 이 나오면 그들의 고정팬들에 의해 100 만장이 순식간에 구매된다.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 타들의 각종 사진과 악세사리 등을 수집하기 위해 고정적으로 돈을 쓴다. 팬들의 수집 욕구는 대 단히 분명하고, 맹목적인 경우가 많아 상품과 가격과는 무관하게 구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기 업은 기업대로 스타들을 모델로 하여 골수팬들만아니라 잠재적인 팬들의 수요를 끌어들이려고 필 사의 마케팅전쟁을 하고 있다. 이제 팬덤은 문화산업 시장에서 중요한 문화자본의 구성요소로 등장했다. 팬덤이 문화소비의 독점적인 효과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은 화폐자본으로는 환원될 수 없는 문화상품의 상징 적 힘 때문이다. 스타와 관련된 문화상품을 소유한다는 것은 평범한 팬덤주체들에게는 상당한 지 적 자부심과 상징적 위용을 갖게 해준다. 팬들은 스타들이 각인된 문화상품을 소유함으로써 스타 를 매개로 한 상징적 자산의 힘을 행사한다. 이 과정에서 스타 문화상품의 수집은 화폐의 환산가 치를 넘어서 팬들의 문화적 자신감과 결속감을 높여주는 상징적 자산의 축적행위이다. 일례로 NBA 의 황제 마이클 조던이 신었던 에어조던을 ' 10만원이나 되는 돈을 지불하고 아이들이 구매 하는 것은 에어조던이 그들에게 약속하는 상징적 자산 때문이다. <HOT> 를 캐릭터로 한 에초티 음료가 순식간에 동이나고, 한때 일본만화인 < 포켓몬스터 > 에 나오는 동물들을 수집하기 위해 초 등학교 학생들이 빵을 사서 버리고 그 안에 있는 스티커만 수집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공식적인 문화자본은 이러한 상징적인 문화자본의 재생산을 통해 안정된 화폐를 축적한다. 서 태지가 컴백앨범의 컨셒으로 사용했던 하드코어 역시 그 자체로 온전한 의미에서 대중들에게 전 파되었다기 보다는 그의 상징적 위력을 통해 재생산된 일종의 문화자본의 형태를 가진다. 그러나 상징적인 문화자본은 항상 화폐자본으로 완전히 계량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동시대 문화 적 파급효과를 생산해내는 감성적인 힘이 작용하기도 한다. 팬덤이 이러한 문화자본을 취득하는 과정은 스타와 동일시하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문화적 취향을 형성하는 과정이기도 하 다. 팬덤의 문화자본은 팬과 스타의 관계, 화폐적 문화자본과 감성적 문화자본의 관계가 일방적이 거나 종속적이게 만들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스타를 통한 독자적인 팬들 스스로의 문화적 위 용이면서 동시에 화폐자본을 거스르는 비자본적 행위이기도하다. 팬덤은 언제나 이미 문화자본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문화적 취향과 결속력, 감성적 커뮤니티의 공간을 열어놓고 있다. 그것은 마치 스타에 일반적으로 동일시하는 팬덤과 그렇지 않 은 팬덤이 있듯이 화폐자본으로 재생산되는 문화자본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문화자본이 있 다. 나는 후자의 과정을 통해 팬덤의 상징적 투쟁과 감성적 연대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제 새로운 문화자본을 생산하는 팬덤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돌 팝의 연예제작 시스템과 팬덤문화 1)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아이돌 팝 연예제작사의 특이성 - SM, DSP, JYP, YG 한국의 아이돌 팝 연예제작 시스템은 SM 엔터테인먼트의 등장으로 시작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1990 년대 중반 HOT 라는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킨 SM엔터테인먼트는 기존 음악 분야의 연예기 획사와는 다른 시스템을 보여주었다. 1990년대 이전에 가수들은 주로 음반사 소속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고,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가수들은 한 명의 매니저가 관리하는 영세한 운영방식을 벗 어나지 못했다. 연예기획사 사장은 대게 다른 가수의 로드매니저를 하다 독립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그러나 1990 년대 서태지와 아이들 의 등장으로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국내 팬들의 관심 이 고조되면서 국내 연예기획사들도 체계화 전문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는데, SM 엔터테인 먼트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기획형- 기업형 연예기획사 체제를 만들었다. SM엔터테인먼트가 기존 의 연예기획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돌 이라는 특정한 대상을 선정하고 자신들의 매니지먼트 체계 안에서 훈련을 시켜 데뷔시키는 일종의 인 하우스 팜 시스템 (In-House Farm System) 을 갖 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SM 엔터테인먼트는 서태지와 아이들 의 인기를 목도하면서 10대 팬들의 소비능력을 간파하고, 이들에게 가장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아이돌 스타들을 직접 육성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를 위해 SM엔터테인먼트는 1990년대 일본의 J-pop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던 아이돌 그룹들에 대한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이를 국내에 적용했다. 그렇게 해 서 처음 가요계에 데뷔한 그룹이 바로 HOT" 이다. 1) 이 글은 아이돌 팝의 문화자본과 연예제작 시스템, 문화자본의 시대, 문화과학사, 2010의 글 일부분 을 발췌한 글이다.
아이돌 팝은 층이 아니었던 1980 년대 미국 음악시장이 불황을 겪었을 때, 이를 타계하고자 기존에 음악 소비자 10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또래 스타들을 오디션을 통해서 발굴하여 철저하게 기 획 관리하는 전략 하에서 형성된 것이다. 미국의 팝시장은 10 대 소비층을 위한 뉴키즈 온 더 블 록 이란 아이돌 그룹을 만들었고, 일본은 미국 보다 오래 전부터 10대 음악 팬들을 겨냥한 아이 돌 그룹들을 만들어 냈다. 미국과 일본의 아이돌 그룹들은 기획사의 철저한 계획과 관리 하에 인 위적으로 만들어진 기획형 스타들인데, SM 엔터테인먼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러한 아이돌 연 예제작을 성공시켰다. 하나의 그룹이 데뷔하면 이들을 지원하는 스텦들은 로드 매니저에서 의상, 헤어, 메이크 업 코디네이터, 경호원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팀을 만들어서 운영된다. SM엔터테인먼트 연예제작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개오디션과 연습생 훈련 체계를 통해서 양질의 10 대 예비 스타들을 경쟁시킨다는 데 있다. 오디션을 통해서 통과된 연습생들은 처음부터 해당 그 룹들의 멤버로 정해지지 않은 채 연습생 신분으로 계약을 해야 한다. 이들은 연습하는 과정부터 서로 경쟁하고 적절한 파트너 조합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SM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HOT" 나 신화, 동방신기 모두 처음부터 팀을 확정하고 준비한 경우는 없다. 이들은 연습생 시절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실력을 검증받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유사한 스타일을 갖고 있는 연습생들 과 팀을 이루어 데뷔 준비를 한다. 말하자면 기획단계에서 데뷔까지 철저하게 기획사의 인 하우 스 체제에 의해서 관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연습생 제작 체제는 지금은 보편적인 조건이 되었지만, 1990년대 중 반까지는 낮선 방식이었다. 이러한 경쟁적인 연습생 시스템은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미 검 증된 팀을 데뷔전부터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는 반면에 데뷔 할 때까지 소요되는 제작기 간이 갈수록 길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SM엔터테인먼트의 입장에서는 이미 데뷔하 고 있는 팀들에 대한 관리에다 새로운 그룹의 데뷔를 준비해야하는 연예제작의 중복 시간이 갈수 록 누적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큰 연예제작사라 해도 대규모 제작 자본이 필요한 아이돌 그룹들 을 한꺼번에 데뷔시키면서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기업 형 대형 아이돌 연예기획사들은 이들을 장기 전속계약으로 묶어두는 한편, 연습생으 로 활동하고 있는 다른 팀들의 데뷔 시점들을 고려하여 적절한 시기에 해체와 데뷔를 연계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아이돌 스타들이 태생적으로 갖게 될 수밖에 없는 짧은 활동기간을 메워주고, 리 스크가 많이 발생하는 기존 그룹들의 재계약 방식보다는 새로운 아이돌 그룹들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HOT 를 시작으로 신화, 플라이 투 더 스 카이, 동방신기 등 소속 아이돌 스타들의 활동 기간을 5년 정도로 잡고 무리하게 재계약을 하 지 않는 이유가 바로 스타가 되기 위해 준비된 예비 아이돌이 넘쳐나고, 이들을 관리하는 팜 시 스템이 건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의 연예제작 시스템이 SM 엔터테인먼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SM과 비슷한
시기에 아이돌 스타들을 제작했던 DSP 엔터테인먼트 ( 과거 대성기획 ) 도 SM과 비슷한 방식을 취했 다. DSP는 1990 년대 젝스키스 와 핑클 을 데뷔시켜 SM 의 "HOT" 와 "SES" 과 경쟁체제를 만든 가장 토착적인 연예제작사이다. DSP의 연예제작 시스템도 견고한 연습생 그룹들을 보유하고 이들 에게 일정기간의 훈련과정을 통해 최적의 멤버들을 조합해 팀을 만들었다. 다만 DSP는 SM과 다 르게 일본 아이돌 연예제작 시스템의 노하우를 수용하지 않고, 자생적인 관리 체계를 만들어 국 내활동을 중심으로 제작에 무리하지 않는 매니지먼트를 했다. DSP의 아이돌 그룹의 음악적 스타 일이 한국적 댄스음악에 충실하고, 그룹별 활동기간도 SM에 비해 비교적 긴 이유도 무리하지 않 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DSP의 아이돌 그룹들은 SM의 아이돌 그룹들과의 매치 업 방식을 선택하면서도 이들의 주요 활동기간보다 조금 늦게 활동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1990 년대 " 젝스키스 -HOT", " 핑클-SES" 의 대결 구도는 2000 년대 초반 "Click-B- 신화 의 대결구도로 이어졌고 지금은 "SS501- 동방신기, 카라- 소녀시대 의 대결구도로 재생산되고 있다. DSP는 SM과 국내 아이돌 팝 제작의 양강 구도를 유지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2000년대 중반부터는 연예오락프 로그램, 드라마, 영화 부분까지 확대해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확대하려는 차별화를 시도 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아이돌 팝 시장은 SM과 DSP 로 양분되었지만, 한류의 붐과 아이돌 팝 시 장의 국제 경쟁력 강화로 새로운 제작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이돌 팝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대표적인 제작사가 바로 JYP엔터테인먼트와 YG 엔터테인먼트이다. 이 두 제작사의 공통된 특징은 이미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스타의 반열에 오른 뮤지션들이 자신이 관심 있는 음악장르 에 적합한 아이돌 스타들을 직접 제작한다는 데 있다. 1999년에 설립한 JYP는 대표 박진영의 음 악적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1970 년대 모타운 레코드사 를 근간으로 하는 흑인 블루스 소울음악과 펑키한 스타일을 현대화하는 음악적 코드들은 과거 소속 뮤지션이었던 비 뿐 아니라 요즘 활발하게 활동하는 원더걸스 나 2PM, 2AM 에게도 적용된다. JYP의 아이돌 팝 제작 방식 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서 말할 수 있다. 먼저, 제작자인 박진영이 작곡과 안무, 코디네이션, 프 로모션에 모두 관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속 아이돌 그룹들의 음악적 스타일 을 모두 디자인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원더걸스 의 모타운 복고 스타일이나 2PM의 미 소년 섹슈얼리티 이미지는 모두 박진영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또한 원더걸스 의 해외진출 역시 박진영의 글로벌한 매니지먼트 전략과 맞닿아 있다. 박진영은 비 를 월드스타로 만들기 위해 한 국에서 아시아, 아시아에서 다시 미국으로 그 영역을 넓혀나갔다.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는 한국의 기획사들은 대부분 국내 활동을 중심으로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시장을 위주로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반면, JYP 엔터테인먼트는 팝의 본류인 미국에서 활동하려는 계획을 가지 고 있다. 2009 년에 원더걸스 가 미국에 진출해서 미국의 빌보드 핫 차트 100위 안에 아시아 뮤 지션 최초로 들어간 것은 사전에 미국 음악계에서 작곡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진영의 음악적 능력 과 폭넓은 인맥의 요인이 크다. 이에 비해 YG엔터테인먼트는 힙합 음악의 패밀리 커뮤니티를 강조하면서 가장 성공한 흑인 힙합 음악 주류 기획사가 되었다. YG 의 양현석은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이후 제작자로 변신하여 현
기획 을 세우고 킵식스라는 그룹을 제작했지만, 실패하고 이후 제작한 지누션 이 성공하면서 YG 패밀리를 만들었고 원타임, 휘성, 빅마마를 빅히트시켜 지금의 YG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었다. YG 는 SM이나 DSP와 같이 전형적인 아이돌 그룹들을 제작하는 전문 기획사로 출발한 것은 아니었 고, 흑인음악을 중심으로 힙합 크루를 만들고자 했지만, 2006 년 빅뱅 을 제작하면서 아이돌 팝 제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2009 년 2NE1 의 데뷔로 국내 아이돌 팝 시장의 돌풍을 몰고 왔 다. YG의 아이돌 팝 제작 특성은 JYP 와 대조적이다. YG는 제작자인 양현석의 음악적 개입을 최소화 하고, 멤버들의 개인능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가령 빅뱅의 경우 팀의 리더인 지드레곤 에게 작곡과 작사를 전담하게 하고, TOP 에게는 랩을, 태양에게는 보컬을 맡긴다. 빅뱅 이 다른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된다면, 멤버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음악제작과 음악스타일을 만들어나간다 는 데 있다. 또한 멤버들마다 각자의 개성을 살려서 차별화된 솔로 음반제작과 개별 활동을 보장 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YG의 수평적인 커뮤니티 정신은 다른 아이돌 팝 제작사들 중에서 커뮤니 티 정신이 가장 강하고, 멤버들과 제작자들 사이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요인이다. "2NE1" 과 같은 걸 그룹의 스타일에서 알 수 있듯이, YG는 예쁘고 섹시하고 로리타 신드롬을 자극하게 하는 전 형적인 걸 그룹 제작 인습에서 벗어나 반항적이고 일탈적인 이미지의 걸 그룹을 만들면서 오히려 10 대 여성 팬들이 선호하게 만드는 차별화된 제작 방식을 보여주었다. 기획사 성격 소속 연예인 매출/ 순이익 아이돌 팝 중심의 음반기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 SM 엔터테인먼트 DSP 엔터테인먼트 JYP 엔터테인먼트 YG 엔터테인먼트 획, 매니지먼트, 음악콘텐 츠 사업, 댄스음악 중심의 음반 기 획 제작, 매니지먼트, 스 타 마케팅, 영상프로덕션 흑인음악 중심의 글로벌 이니, 소녀시대, f(x) SS501, 카라 434 억/42 억(2008) 150 억원추산 (2008) 한 음반기획, 제작, 유통, 2PM, 2AM, 원더걸스 141 억/-12 억(2007) 매니지먼트 힙합음악 중심의 음반기 획 및 매니지먼트, 매니지먼트 연기 [ 표] 주요 아이돌 팝 제작사 비교 빅뱅, 2NE1 185 억/14 억(2008) 아이돌 팝 문화자본 형성의 구조 한국에서 아이돌 팝 문화자본은 대중음악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절대적인 힘을 행사하고 있다. 음 반 산업뿐 아니라 디지털 음원시장, 방송미디어산업, 이벤트 프로모션, 연예제작 시장에서 아이돌 팝은 핵심적인 문화자본으로 기능한다. 아이돌 팝의 문화자본이 문화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
지면서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를 낳고 있는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이돌 팝을 제작하는 연예기획사들이 증가하면서 아이돌 그룹들과 연예제작사 사이에 전속계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대체로 아이돌 그룹들이 그러하듯, 이들이 소속사와 계약이 이루어지는 시점은 10대 시절이 경우 가 대부분이다. 아이돌 문화의 경제적 호황으로 수요- 공급 사이의 균형이 맞긴 하지만, 그래도 여 전히 우월적 지위에 있는 당사자는 제작자이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스타급 아이돌 그룹들보다 앞으로의 스타를 꿈꾸는 연습생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연예인과 기획사 간의 전속 계약에서 법적인 대리인이 데뷔 시절부터 참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연습생 시절 이들에게 전 속계약은 사실상 백지위임 에 가까울 정도로 절대적인 희망사항을 내포하고 있다. 부모들이 참여 해서 계약에 사인을 하더라도 계약의 구체적인 부분들을 일일이 지적하면서 계약서를 조정할 만 큼의 법적 지식과 당당한 태도들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래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습생 시절에 계약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계약의 내용들은 압도적으로 불리할 수밖 에 없다. 상당한 연습생 기간을 거쳐야하고, 일대 일 계약이 아니라 그룹 대 기획사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향후 발생할 문제들을 대비해서 기획사들은 대단히 방어적이고 보수적인 계약을 하지 않을 수밖 에 없다.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방어심리가 강하게 작용하 면서 계약 주체로서 미성년인 이들에게 연예제작사가 보이는 계약적 지위는 우월하거나 권위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렇게 시작된 최초의 계약관계가 데뷔 후에 일정한 인기를 얻고 더 이상 연습생 신분에 서 벗어난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점이다.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맺어진 불리한 계약이 일정한 성공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적용되다보니, 아이돌 그룹들과 소속연예기획사 간에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도 그룹들의 이탈과 이적을 막기 위해 사실상 영구 계약에 해당되는 계약기관을 박아 문서로 박아놓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갈등의 소지는 처음부 터 안고 있었던 셈이다. [ 표] 주요 연예기획사 아이돌 그룹 계약기간 2) 기획사 SM JYP YG DSP 동 방 수퍼쥬 소 녀 샤 이 원 더 걸 그룹 2PM 2AM 원타임 빅뱅 2NE1 SS501 카라 신기 니어 시대 니 스 데뷔연도 2004 2005 2007 2008 2007 2008 2008 1998 2006 2008 2005 2007 계약기간 13 5-13 5-13 6-13 7 7 7-6 6 5 7 2) 중앙일보, <8월 13 년 장기계약의 덫 청춘을 저당잡히다 > 기사 참고.
또한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신의 음악적인 정체성을 알아나가는 과정에 있는 아이돌 그룹들에게 연예제작사에서 취하는 우월적 지위와 강압적인 행동 등은 이들의 커뮤니티 문화에 회의와 갈등 의 소지를 낳은 여지를 안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돌 연예기획사가 그룹의 팀워크와 균형을 고려해서 강압적이거나 일방적인 명령을 내리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유연하게 팀을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팀원들의 충분한 정신적, 육체적 상황을 고려해서 사전에 충분히 대 화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을 충실하게 밟고 스케줄을 조정하는 배려는 많지 않다. 그룹멤버들이 나 이를 먹기 전에 최대한 빨리 연예활동을 부여해서 단기간에 수익을 창출하려는 게 기획사들의 일 반적인 생각이 아닐까 한다. 아이돌 그룹들이 일정한 인기를 얻고 불공정한 계약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연예기획사 들은 충분한 대화의 자세를 가지고 재계약에 임하기보다는 데뷔를 준비 중인 다른 그룹들로의 대 체를 준비한다. 계약협상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제작사의 입장에서 불리한 조건보다는 새로운 아 이돌 그룹으로 교체를 희망한다. 아이돌 그룹을 한 시즌에 한 기획사가 관리할 수 있는 수가 물 리적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메이저 기획사의 경우 데뷔를 준비 중인 일종의 핵심 상비군 은 언제나 출격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방신기 의 경우에는 선배 그룹인 HOT 와 신화 에서 경험했던 재계약에 따른 불편함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아예 아이돌 그룹으 로서의 활동기간을 감안해서 장기간 계약을 추진하고 경우에 따라서 부분적으로 계약 조건을 갱 신하려는 의도로 읽을 수 있다. 멤버들의 부분이탈이 발생하더라도, 지명도를 확보한 다른 멤버들 의 독립적인 연예활동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준비 중인 새로운 아이돌 그룹들을 데뷔시킬 수 있 는 안정망을 가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들의 수명이 5년 이상 가기가 어려운 이유가 아이돌 그룹 의 태생적 한계나 그룹 활동에 따른 제약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공정한 계약관행과 아이돌 그룹 의 과잉된 수급상황, 아이돌 시장의 치열한 경쟁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치열한 연예제작 환경에 서 아이돌 그룹들은 연예계의 스타일과 트랜드 변화와 빠른 세대교체 분위기, ( 남자의 경우) 군복 무라는 제약의 조건 하에서 안정된 활동공간을 확보하기기 대단히 어렵다. 둘째, 한국 아이돌 연예제작에 있어 또 다른 두드러진 특성 중의 하나가 이들의 활동 수명이 길 지 않다는 데 있다. 일본의 아이돌 역사의 경우에는 10년 이상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들도 상당수 가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남성 아이돌인 SMAP 는 1992년에 데뷔하여 20년 가까이 아이돌 스타 로 인기를 얻고 있고, 1997 년에 데뷔한 Kin Ki Kids 와 1999 년에 데뷔한 Arashi 는 지금도 왕 성한 활동과 함께 국민 아이돌로 추앙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은 5년 이상 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한국 아이돌 그룹들의 조루 현상은 그룹 자체의 역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연예제작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알다시피 아이돌 그룹들에 대한 전속계약제는 아 이돌 멤버들에게 불합리한 조건들이 많고, 인기를 얻고 난 후에 계약문제로 잡음이 끊이질 안는 다. 불합리한 계약조건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 상황은 결국 권력을 가지고 있는 제작자의 권위적 인 태도와 잘 준비된 연습생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으로 인해 대게 원만하게 해결되기 보다는 해 체의 수순으로 이어진다. 2PM 사건에도 알 수 있듯이 아이돌 그룹에 대한 위험 요소 관리 (risk
care) 에 대한 매뉴얼도 없고, 장기적으로 매니지먼트하려는 의지나 계획도 충분하지가 않다. 이러 한 비신사적이고 단발적인 아이돌 팝의 연예제작 시스템은 콘텐츠의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불안 한 상황을 자주 연출한다. 동방신기 사태는 이러한 아이돌 팝 연예제작 시스템의 한계를 고스 란히 안고 있다. 아이돌 팝이 그룹으로서의 활동 수명이 짧아지면서 이들이 개인 연예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 을 사전에 준비하는 개별 매니지먼트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과거 그룹 중심으로 활동하는 방 식을 뛰어넘어 지금은 시기별로 다양한 활동 방식을 선택한다. 가령 신곡이나 미니 앨범이 발표 된 직후에는 주로 그룹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하다 신곡의 효력이 미미해지는 시점에는 멤버들 별 로 개별 활동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가령 빅뱅의 경우에는 어느 멤버가 솔로 활동을 중심으로 매 니지먼트를 진행할 경우에는 다른 멤버들은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거나 드라마에 배역을 맡아서 출연하는 다원화된 매니지먼트 전략을 세운다. 소녀 시대 의 경우에는 라디오 프 로그램 진행자, 음악프로그램 MC, 드라마 연기 등과 같은 각자의 성향과 장점을 살리는 개별 활 동을 담당한다. 멤버가 10 명 이상이 되는 슈퍼주니어 의 경우에도 멤버별로 예능 각 분야에 솔 로 활동을 기본적으로 설정하고 활동한다. 이는 모닝구 무스메, "SMAP", "Arashi" 등 일본의 아 이돌 스타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중적인 연예 매니지먼트 방식을 따른 것으로 이미 팀이 데뷔하기 이전에 계획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우리가 아이돌 연예제작 시스템의 문제제기에서 한 가지 놓치고 있는 점은 연예제작 자본 형성의 변화와 그에 따른 구조화된 문화자본의 커넥션 문제이다. 한국의 연예자본은 전근대적이 고 봉건적인 문화관행과 불공정한 커넥션에 의해 심화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문화산업 자본과 엔터테인먼트 자본이 자율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양성화되기 어렵다는 증거이다. 연예기획사의 봉 건적인 계약관행, 방송사와의 부적절한 공생관계, 주식 가를 높이기 위한 연예기획사들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연예- 제조업 자본의 통합 등은 한국 문화자본의 구조적 폐해를 심화시키는 주요인 들이다. 따라서 한국의 연예 문화자본은 금융자본과 밀접한 커넥션을 가지고 있는데, 연예매니지먼트의 구조상 이러한 금융 커넥션은 연예기획사 간의 치열한 주도권 전쟁을 낳으면서 기획 사간의 전략 적 인수합병, 소속사 이적을 둘러싼 갈등, 그리고 주식 가를 높이기 위한 연예 프로모션의 부적절 한 관계가 형성된다. 일례로 2002년 가요계 피알비 사건은 부적절한 연예프로모션 방식에서 연계 기획사와 방송사 간의 새로운 커넥션을 보여주었다. 2002년 가요계 피알비 사건을 통해서 연예기 획사는 주식상장을 목표로 소속연예인들의 집중적인 방송 노출을 요청하면서 방송 피디들에게 현 금이나 차량을 제공하던 과거의 방식과는 다르게 상장을 전제로 한 주식공여 혹은 상장된 주식 거래를 제공한다. 주식을 보유한 방송 피디들은 자신의 주식 가를 높이기 위해 거래한 기획사의 연예인들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이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에 독점 출연시키고 이 과정에서 연예자본과 방송제작진 사이에 돈독한 공생관계가 유지된다. 드라마제작의 경우 최근 대형 외주 제작사들이 생겨나면서 방송 콘텐츠를 매개로 직접 혹은 우회 상장을 하고 있는데, 전직 드라마
PD출신들이 외주제작사의 대표나 이사로 이동하면서 방송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이 러한 이해관계 때문이다. 2009년 초 지상파 방송사 예능국의 주요 간부들이 줄줄이 금품수수로 검찰에 구속되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코스닥에 상장된 연예기획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아이돌 팝의 연예제작은 단순히 매니지먼트 매출 자본으로만 산출되지 않는다. 아이돌 팝은 실제 적인 경제적 이익뿐아니라 상징적인 자본의 효과가 크기 때문에 무형의 자산을 취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이돌 팝과 연계된 주식자본이다. 연예제작사의 수익 구조의 최종 지점은 연예제작을 통한 순 매출을 토대로 안정적인 기업으로 인정을 받아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이다. 아이돌 스타들의 인지도는 코스닥 상장을 위해 적절한 기회요인이 되고, 이들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투자자를 구해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은 아이돌 팝의 연예제작과 주식자 본이 결합하는 전형적인 형태이다. 올해 한국 아이돌 팝 매니지먼트의 선두주자 SM엔터테인먼 트 의 이수만 회장이 범아시아 한류스타 배용준을 제치고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최고의 주식보 유자가 되었다. 이수만 회장이 보유한 SM 엔터테인먼트 의 총주식가는 191 여억 원으로 배용준과 가수 비 를 제치고 엔터테인먼트 계의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작년에 80억 원에 불과했던 주식가 가 최근에 급상승한데는 올해 아이돌 팝의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소속사 동방신기, 소녀 시대 와 슈퍼주니어 의 인기 덕분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수만의 뒤를 잇는 배용준과 비 의 경 우도 소속사를 옮기면서 연예기획사의 코스닥의 상장에 따른 주식을 부여받아 부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연예기획사의 자본축적의 최종 목표는 연예산업 시장에서의 매출액이 아니라 소속 연예인의 인기를 기반으로 상장한 주식 가를 상승시키는 데 있다. 한류스타들이 소속사를 옮기는 가장 큰 이유도 이적한 연예기획사에게 주식을 배당받을 수 있기 때문이고, 소속사 역시 이들의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직접 코스닥에 상장하거나 아니면 다른 중소기업과 합작을 해서 우회 상장하는 영업 전략을 내세운다. 1990년대까지 직간접적인 연예활동을 통해 발생한 연예산 업의 수익구조는 금융자본의 시대에는 연예활동을 매개로 주가 상승을 노리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돌 팝의 연예제작이 모두 투자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는 아 니라는 점이다. 위의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의 대표적인 연예기획사들의 영업이익을 보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연예매니지먼트사인 예당은 2008년에 324 억의 영업적자를 보았고, SM의 경우에도 2007년에는 37 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외형적으로 보 면 납득할 수 없는 수치이지만, 연예제작의 고비용 구조와 투지 위험요소의 가중, 그리고 무리한 신규 분야 투자출자 등이 주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연예기획사들이 영업 적자를 보면서도 계속해 서 제작을 하는 이유는 슈퍼스타와 킬러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단 순간에 적자를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팝의 연예제작이 최근에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연예제작의 킬러 콘텐츠에 대한 대박 기대심리는 누구나 갖고 있는 원초적인 욕망 이다.
주요 기획사 영업이익 ( 억원) 2006 2007 2008 주요 소속 연예인 YG엔터테인먼트 7 6 14 빅뱅, 2NE1, 지누션, 구혜선 JYP엔터테인먼트 16-12 0.6 박진영, 원더걸스, 2PM, 2AM 비에예프 -16-32 -0.8 배용준, 박예진, 아나영, 봉태규 SM엔터테인먼트 -23-37 -17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Mnet 미디어 -101-183 -31 이효리, 옥주현, 송승헌, 씨야 웰메이드 스타엠 -19-14 -52 김남주, 하지원, 김승우 올리브 나인 -63-32 -53 최지우, 황수정, 채림, 손혁주 팬텀엔터테인먼트 -93-60 -85 김상경, 신하균, 한효주, 아이비 IHQ -27-80 -90 김혜수, 조인성, 박미선, 장혁 예당엔터테인먼트 -183-92 -324 김아중, 김정은, 황정민, [ 표] 주요 매니지먼트사 현황 (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신용평가정보 ) 3) 이상과 같은 한국 아이돌 팝 문화자본 형성의 구조적 특성을 살펴보면, 2009 년에 불거진 동방신 기 사태가 원인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다. 동방신기 사태 는 한국 아이돌 팝의 연예제작 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그대로 내장하고 있다. 동방신기 사태는 한국 아이돌 팝의 연예제작에 어떤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을까? 동방신기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주지하듯이 2009년 7월 31 일 당대 최고의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멤버 중 3 인( 시아준수, 믹키유 천, 영웅재중 ) 이 소속사인 SM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법원에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을 제 출했다.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아이돌 그룹이 부당 계약 문제로 법적 소송을 감행한데다, 인기절정의 순간에 내려진 결정이고, 5인의 멤버 중 3인만 소송 에 참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소송 건은 한국 대중음악 시장 뿐 아니라 연예 매니지먼트 시 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올만한 사건이다. 더욱이 이번 소송으로 인해 아이돌 팝 제작에서 가장 선 두에 서 있는 SM 엔터테인먼트가 HOT, 신화 등 2000년대 초반부터 문제가 되었던 소속 연예인 들에 대한 부당 계약 문제들을 여전히 내부적으로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스란 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아이돌 스타들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연예제작사들의 현 수준을 가늠케 한 다. 3) 내일 신문, 2009년7월8 일자 참고.
사실 동방신기 의 3 명의 멤버들이 실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소송까지 갈 수 있었던 것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연예인 전속계약에 대한 실태 및 개선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 까 싶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인 계약 문화에 대한 광범위한 실태 조사를 벌인 후에 지난 7월 초에 연예인 전속계약에 대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가장 핵심적인 권고 사항은 계약기간이 최대 7 년이 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인데, 이에 대해 주로 가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연예기획사의 연합체 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 가 개인영업의 자유 원칙을 내세워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른바 연예인 노 예 계약 이라는 원시적인 언어가 미디어를 통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 것도 바로 사실상 연예활 동 전체를 구속하는 장기 계약기간이 상식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동방신기 멤버들의 소송의 핵심도 13년이라는 불합리한 장기계약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리는 데 있다. 그러나 이번 소송이 안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는 장기계약 기간이나 SM엔터테인먼트에서 제기한 소송에 참여한 멤버들의 화장품 사업 참여가 아니라 연예활동을 둘러 싼 아이돌 스타들과 연예제작사 사이의 투명하지 않은 봉건적 관계 때문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10개 대형 연예 기획사를 대상으로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해 전속계약서 내용이나 실제 매니지먼트 활동 중에서 지 적했던 내용들은 1) 자사 소속 연예인을 강제로 홍보에 나서게 하고 회사 행사 등에 무상 출연케 한 조항, 2) 연예인에 대한 과도한 사생활 침해 조항, 3) 연예인들의 연예 활동에 대한 자율적 의 사결정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조항, 4) 계약해지 통보 후 연예기획사의 수익배분 면제 조항, 5) 연 예기획사에 특별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연예인의 동의 없이 계약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이 주를 이루었다. 동방신기 의 소송 사태도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 기간 보다도 소속사인 SM 엔터테인먼트사가 이들의 활동시간, 활동내용, 개인생활 관리 등에 있어 서 멤버들과 충분한 상의를 하지 않고 진행했다는 점과, 이들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수입내역 과 지출 내역 등의 투명한 공개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연예제작에 있어 갑 과 을 의 관계가 합리적이고 투명한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출발부터 봉건적이 고 권위적인 상황에서 출발해서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표준 계약서에 명문화하기 이전에 봉건적인 계약관계로부터 벗어나 제작자 나 연예인 들 사이에서 투명하고 합리적인 연예제작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소통해야 할 하나의 문화 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줄을 잡아놓고, 하루 종종 뺑뺑이 돌리는 관행이나, 팀웍을 명분으로 과도한 합숙생활을 강요해 개인들의 사생활이 침해된다거나, 보은, 은혜 를 운운하면서 어린 아이돌 스타들의 활동과 수익에 대한 합리적인 요구를 묵살하거나 말 로 대충 얼버무리려는 연예제작 시스템의 전근대적인 경영방식으로는 동방신기 소송 사태를 해 결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동방신기 사태는 불공정한 계약문제가 실제적인 쟁점이지만, 더 큰 틀로 보면 한 국 연예제작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들과 연계되어 있다. 특히 한국 연예산업의 대형화/ 수직계열
화로 인한 연예자본의 독점적 효과와 금융자본으로의 확대는 연예기획사들의 제작방향의 전환을 몰고 왔고 이로 인해 상징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연예인들의 활동이 이러한 연예자본의 확대재생 산에 묶여 있다. 올 초 연예기획사로부터 부당한 피알비를 받고 지상파 방송 간부급 예능 피디들 이 대거 구속된 사례나, 한 여배우를 자살로 몰고 간 성상납스캔들의 경우에도 이번 사건과 직접 적인 관련은 없지만 방송, 미디어, 주식, 권력과 밀착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현실을 인식하 는 데 있어서는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동방신기 사태는 현재 한국의 연예제작 시스템에서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아이돌 스타들을 중심으로 표준 계약문화는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 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해보자. 언론에 알려진 동방신기 와 SM 사이의 전속 계약서 내용을 놓고 이른바 노예계약 논쟁이 일어 났다. 일부에서는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 조건들, 예컨대 계약기간, 수익분배, 위약과 손해배상 청 구에 명시된 구체적인 내용들이 지나치게 부당해서 노예계약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들에게 지난 5년간 110 억 원이 분배되었고, 고급외제 승용차 등 상당한 품위유지에 많은 비용 을 지불했기 때문에 노예계약 이란 말은 지나치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가장 선진적인 연예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SM 소속 연예인들은 계약서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영세한 연예기획사 소속 연예인들보다는 그나마 호강한다는 상대적 냉소주의도 있을 법하다. 그 러나 적어도 동방신기 -SM 사이의 계약내용들을 살펴보면, 정상급 아이돌 그룹과 최상의 연예 매 니지먼트사가 맺은 계약으로 보기에는 불합리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권고하는 표준계약서 내용 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 점에서 계약 그 자체로만으로 공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노예계약 이 라는 말 자체는 연예인들의 화려한 활동과 정상인들보다 높은 수익에 대한 상대적 평가를 떠나서 실제로 계약의 당사자인 멤버들이 자신들의 연예활동에서 자율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계약 상 거의 보장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실제적이고도 상징적인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동 방신기 와 SM 사이의 계약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는가? 먼저 전속 계약서의 주요 내용들 을 보자. 동방신기 -SM 엔터테인먼트 전속 계약서의 주요 내용 4) 제3 조( 권리의 양도) 1. 신청인의 모든 방송출연 및 국내외 연예활동에 관한 권리는 피 신청인에 있다. 2. 계약기간 중 신청인은 피 신청인의 판단으로 인하여 결정되어지는 일에 대하여 성실하게 임하여야 하며, 계약기간 중에 신청인의 임의대로 활동하여서는 안 되며 이를 위약 시는 제11조 제1, 2, 3항 에 따른다. 3. 신청인의 모든 연예활동에 대한 출연 등의 모든 권한은 피 신청인에 있는 것으로 한다. 제6 조( 신청인의 의무) 2. 피신청인 또는 매니저가 요구하는 공연 및 방송활동 등 제반일정에 대한 출연의무를 부담한다. 4) http://v.daum.net/link/3835841/http://ejung.blog.seoul.co.kr/76 에서 재인용
제9 조( 이익금의 분배- 음반) 1. 신청인이 가수로서 음반을 발표하여, 단일 음반 판매량 중 반품을 제외하고 50만장 이상 판매되었 을 경우, 그 다음 음반 발매 시 일금 5000 만원을 지급하고, 100만장 이상 판매되었을 경우 일금 1억원 을 지급한다.( 단 싱글 음반은 매 50만장 이상시 일금 2500 만원, 100만장 이상 시 5000 만원으로 한다.) 단, 신청인이 계약 후 팀( 그룹) 의 일원으로 활동할 경우 그 팀의 인원수만큼 나눈 금액을 지급한다. 2. 제1 항은 신청인의 정규앨범의 수익부분에만 해당하며, 피 신청인이 제작한 2 차적 편집물( 라이브 음 반, 베스트 음반, 옴니버스 음반, 기타 모음집 등) 에 의한 수익은 모두 피 신청인의 소유로 한다. 3. 온라인 및 유무선 인터넷상의 음원유통 (MP3 와 그 외 디지털 음악파일의 유통 포함) 에 대한 수익 과 해외시장을 타겟으로 외국에서 제작된 음반의 경우는 순수익의 이 그룹일 경우, 분배방식은 9조1 항과 동일) 10% 를 신청인에게 지급한다.( 신청인 4. 피 신청인의 요구가 있을 경우 신청인은 피 신청인이 제작하는 인터넷방송에 언제든지 출연하여, 인터넷 방송은 신청인의 홍보로 해석하며, 이에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제10 조( 이익금 분배- 방송, 행사, 광고, 초상권 등) 1. 모든 고정방송매체에 출연료의 40% 를 피 신청인에 지급하여야 한다. 2. 고정출연 외 게스트 및 가수로서의 방송출연료는 피 신청인의 홍보 진행비로 전액 충당키로 한다. 3. 연예활동으로 발생하는 모든 수입(9 조와 10조 1, 2 항은 제외) 중에서 누적된 모든 운영비를 제외한 순수수입의 50% 를 피 신청인의 수입으로 한다. 단 그룹( 팀) 인 경우는 순수수입의 40% 가 피 신청인에 귀속되며, 신청인의 각 개인 수입은 다음과 같다. ( 듀엣 30%, 트리오 20%, 4인조 15%, 5인조 12%, 6인조 10%) 4. 피 신청인과 신청인의 이익 분배 산정은 수입발생 후 6 개월 내에 이루어지도록 한다. 제11 조( 위약과 손해배상청구 ) 1. 신청인이 본 계약을 위반하였을 경우,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해는 배상하여야 하며, 신청인이 연 예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나 행위를 일으켰을 때 그에 대한 전체의 책임을 신청인이 지며, 그로 인하여 연예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피 신청인이 판단하는 경우 신청인의 활동을 중지시킬 수 있고, 신청인은 피 신청인에게 손해 배상하여야 한다. 2. 손해배상으로 총 투자액( 음반제작비 및 기타 어떤 형태로든 지급되거나 사용된 제반비용의 3 배, 잔 여 계약기간 동안의 예상 이익금의 3 배되는 금액, 그리고 일금 1억원을 별도로 신청인은 피 신청인에게 배상해주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전속계약서의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1) 13년이라는 계 약기간( 임의적인 활동중단 및 군 복부 기간 제외) 은 아이돌 그룹의 특성상 종신계약에 해당되며 상식적으로 일방적 계약에 해당된다는 점, 2) SM이 동방신기에 요구하는 기본 계약 사안이 절대 적인 면( 연예활동의 모든 권리 귀속, 연예활동 요구에 대한 절대적 이행 등) 이 많은 반면, 동방신 기가 SM 에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 인기관리, 일정통보 ), 3) 수익 분배에 대 한 세부 사안들이 동방신기에게 상당 부분 불리하다는 점, 4) 위약이나 계약해지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물어야 할 금액의 조건이 상식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점이다.
먼저 13년의 계약기간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언론에서 보도되었듯이 최초의 계약을 은퇴 할 때까지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사실상 불합리한 계약조건으로 은퇴할 수밖에 없는 종신계약의 성격을 갖는다. 아이돌 그룹들의 특성상 연습 생 기간을 포함하고 재계약시에 발생될 멤버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기획사의 불가피한 조치라고 보기에는 리성 차원에서 의심의 여지없이 일방적이다. 13년의 기간은 표준계약의 공정성과 합 연예인 표준계약서에 명시되는 이른바 갑 ( 기획사) 과 을 ( 연예인) 의 계약관계는 비단 이번의 경우 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갑 의 일방적인 권리의사를 명시하는 데 집중한다. 제3조의 권리의 양도 에서 갑이 결정한 내용에 성실하게 임할 의무를 져야하고, 을이 임의대로 활동하는 모든 것에 대 해 금지하고 있으며, 제5조 을의 의무에서도 갑이나 갑을 대리하는 매니저가 요청하는 모든 활동 을 거부할 권리를 원천적으로 금하고 있다. 연제협이 권고하는 표준계약서 조차도 이와 다르지 않으면 심지어는 계약과 양도필요한 모든 공식서류 ( 인감도장, 등 초본 등) 을 갑에 위임하는 경우 가 대부분이다. 동방신기 와 SM 사이에서 쟁점이 되었던 수익 배분의 세부사안들도 면밀히 살펴보면 합리적인 원칙이 적용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먼저 음반수익 배분의 경우 음반시장의 급격한 몰 락을 고려해본다면 음반판매 50만장 이상의 경우 5000 만원을 분배한다는 규정은 지나치다. 동방 신기의 정규앨범 중에서 50만장 이상 판매된 것은 정규 4 집 앨범이 유일하다. 통상 음반 1장당 제작사가 같은 수익이 4천 원 정도로 추산할 때 50만장의 음반 판매일 경우 20억 정도의 순수익 이 발생된다. 음반제작에 필요한 총제작비를 감안하더라도 SM이 벌어들일 수 있는 음반수익은 10 억 이상으로 추산이 가능한데, 이 상황에서 멤버들에게 총 5천 만 원을 지급한다는 것은 상식 적인 계약으로 보기 어렵다. 최근에 계약갱신을 통해 50만장 이하의 판매에서도 0.4%-1% 의 수익 을 배분한다는 것도 큰 의미는 없다. 더욱이 더 심각한 문제는 정규앨범 이외의 2 차 제작 음반( 라 이브 앨범, 싱글, 베스트, 스페셜 앨범 등) 의 모든 수익은 SM에 귀속된다는 것도 수익에 대한 공 동 이익을 원칙으로 하는 표준계약의 기본 정신에 위배된다. 또한 9조 3 항의 온라인 및 유무선 인터넷상의 음원유통 (MP3 와 그 외 디지털 음악파일의 유통 포함) 에 대한 수익과 해외시장을 타 겟으로 외국에서 제작된 음반의 경우는 순수익의 10% 를 신청인에게 지급한다 는 조항 역시 음원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고려할 때 불합리하다. 음원시장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한 SM에서 구체적 인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최소한 음반에서의 수익보다는 훨씬 많은 것은 분명하며, 경비 를 제외하고 제작사가 음원수익의 90% 를 취득한다는 것 은 그 자체로 불공정하다. 그밖에 방송출연과 CF등 연예활동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의 분배에 있어서도 동방신기가 불리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고정 출연 시에 출연료의 40% 를 기획사에 지급, 고종출연 이외의 출연료는 홍보 진행비로 전액충당, 연예활동으로 발생하는 수익( 초상권, CF 촬영, 행사출연 ) 중 운영경비 제 외한 순수익의 50% 가 SM 에 귀속된다는 조건 역시 합리적이지 않다. 특히 계약을 위반할 시에 투 자액의 3 배, 계약 종료시점까지 예상되는 수익의 2 배를 손해 배상해야 한다는 조건이나, 합의하에
계약이 해지될 경우에도 위약금을 물어야한다는 조건들은 전형적인 노예계약 의 성격이 강한 불 공정한 계약이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SM이 제공한 110억원의 분배액도 세전금액을 제외한 것이 아니어서 실제적 으로는 팀 원당 1년에 2 억 정도의 수익금으로 환산이 되며, 고급외제승용차 역시 랜탈 차량이어 서 개인들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최근 활발한 일본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SM재팬과 AVEX가 수익의 50% 를 분배하고, 다 시 SM 과 SM 재팬 이 50% 나눠 갖는 방식이어서 실제적으로 동방신기의 일본 활동 수익은 전체 수익총액의 1/4 에 해당되는 금액 중에서 일부를 분배받는 방식이다. SM재팬과 SM은 사실상 같 은 회사라고보기에 무방하기 때문에 이러한 수익배분 방식은 이중 취득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동방신기 가 분배받은 총액, 스타로서 누렸던 명성, SM 에서 주장하는 막대한 운영비용 ( 사실 이 조차도 수익배분에서는 대부분 제외되었다 ) 의 상황을 고려해도 계약서에 명시된 세부사실을 꼼꼼 하게 검토하면 갑 과 을 의 합리적인 계약관계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른다. 그렇다면 이러 한 불합리한 계약이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돌 그룹과 연예제작사 사이의 불공정한 계약관계는 비단 동방신기 만의 문제는 아니다. SM 소속 전현혁 소속 모든 팀이 계약, 혹은 재계약건으로 몸살을 앓았고, 한때 SM과 아이돌 그룹 양대 산맥이었던 DSP 기획사나, 최근 메이저 기획사로 성장한 YG, JYP도 경우에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내홍을 겪었거나, 겪고 있다. 연예산업계에서 자주 불거지는 불공정 계약 사태는 비단 아 이돌 스타들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돌 스타들의 계약 관계가 갖는 특수한 상 황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동방신기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거나, 아이돌 그룹들의 합리적인 계약문화가 정착하 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먼저 중요한 것은 SM을 포함해 연예제작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시한 연예인 전속계약에 대한 권고안의 가이드라인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SM은 공정거 래위원회가 권고하는 계약기간 7 년을 수용해야 하며, 소속 연예인들의 활동에 있어 사생활 침해, 과도한 스케줄 등과 같은 일방적인 매니지먼트 관행들은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동방신기 와 SM 과 현재 맺고 있는 계약 내용 중에서 계약기간, 활동에 대한 수익분배, 위약시의 손해배상 부분에 대한 SM 측의 전향적인 계약 수정과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계약단계를 다원화해서 데뷔 이전의 계약과 데뷔 이후의 계약, 왕성한 활동기간에서의 계약 조건들을 차별화해서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동방신기 사태가 주는 교훈은 계약조건이 데뷔 이전 시점으로 설정할 경우 분쟁의 소지를 이미 안고 있다는 점이다. 아 이돌 그룹의 연예활동의 특수성 상 오히려 계약기간을 장기간 일관되게 하는 방식보다는 가변적 이고 탄력적인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예활동을 통해 확보된 수익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안정된 월급여제 + 인센티브 방식의 도입도 고려해볼만하다. 동방신기 의 3명의 멤버들이 이번에 제기한 문제는 부당한 계약관행의 개선과 수익에 대한 투명한 공개이다. 합리적인 계약이 이루어지더라도 수입구조와 재무구조에 대한 투 명한 공개와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선진적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 합리 적인 연예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 일본에서 적용하고 있는 월급여제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연예인들의 월급여제는 한국의 환경에서는 당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장기적인 연예활동을 위해서는 연예인들과 연예 제작사들이 상호 양보하고 협력할 부분이다. 다른 한편으로 아이돌 그룹들의 전속계약이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인관관계에 의해서 이루어지 는 방식에서 탈피해서 이들을 법적으로 대리할 법률대행인을 통한 계약도 고려할만하다. 프로 스 포츠의 경우에도 최근에 스포츠에이전시들이 당사자들을 대리해서 구단과 계약을 시행하고 있다. 법적으로 상식이 부족한 연예인들이나 부모들을 대신해서 합리적이고 투명한 계약문화가 이루어 지면 연예 매니지먼트의 양성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제도적인 개선안 보다 먼저 중요한 것은 양측의 신뢰관계의 회복이다. 아시아 최고의 아이돌 그룹인 동방신기 의 불행한 해체를 누구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로 서는 양 측의 원만한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SM이 고수하고 있는 전속계약에서 문제시 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시정과 개선이 요구된다. K-pop의 훌륭한 연예콘텐츠가 전근대적인 연예제작시스 템으로 인해 곤경에 처하는 우를 범하는 상황은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동방신기 사태는 한 국 연예제작의 선진화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지 않을까 싶다. 상징 자본으로서 아이돌 팝의 민족주의 코드 - 박재범 사태와 팬덤 아이돌 팝의 문화자본과 매니지먼트는 사실 예외적인 변수가 많다. 통상적으로는 메이저 연예기 획사가 제작하는 아이돌 그룹들은 모두 성공을 보장받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룹의 실력 이외에 대중들이 선호하는 문화적 코드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도 성공을 위한 중요한 변수이고, 돌발적으 로 발생할지 모르는 각종 스캔들도 안정적인 매니지먼트에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아이돌 팝 의 매니지먼트는 순식간에 인기와 명성을 얻는 장이기도 하지만, 한순간에 몰락할 수도 있는 위 험부담을 안고 있다. 따라서 아이돌 팝의 문화자본 역시 물질적인 양의 의미를 넘어서 상징적이 고 이데올로기적인 요소들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문화자본은 특히 팬덤의 선호도와 미디어 의 보도에 의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동시대 문화유행과 트랜드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아이돌 팝의 문화자본은 어떤 담론이 개입하고, 어떤 스타일로 대중들에게 소비되는가에 따라 예 외적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상징자본으로서 아 이돌 팝은 애국주의 와 섹슈얼리티 라는 상징적인 코드에 의해서 재구성되고 이 코드를 대표하 는 것이 바로 2PM 의 박재범 한국비하 발언과 걸 그룹들의 섹슈얼리티다.
2009년 남성 아이돌 그룹 중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2PM 의 리더 ' 재범'( 박재범) 이 2005 년 미국의 사이트 ' 마이스페이스에 ' 한국을 비하하는 글을 남겼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누리꾼과 미디어의 뭇매를 맞다 결국 2PM 을 탈퇴하고 말았다. 인터넷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한 순간 나는 이 친구가 도대체 어떤 심각한 발언을 했기에 자기 목숨과도 같은 팀에서 탈퇴했을까 궁금했다. 인터넷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그가 문제가 될 법한 발언을 한 것은 " 한국인은 정상이 아니다. 내 가 하는 저질 랩을 잘한다고 칭찬한다. 정말 멍청하다 ", "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허상이었다 " 는 정도였다. 듣기에 따라서는 이 발언이 마치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 어글리 코리아" 로 근거 없이 매도하듯이 모국의 지적 수준을 비하하는 발언처럼 들릴지는 모르겠다. 철없는 교포 출신의 연습생이 아무 생각 없이 한 말로 책임이 있다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뒤 문맥을 따져보면 지극히 개인적 인 감정을 토로한 글이며, 자신의 음악적 견해나 연습생으로서 느낀 심리적인 불안 상태를 간접 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심각해졌을 때, 그가 직접 올린 공식 사과문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그의 발언은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로서 본토 한국의 문화에 대한 부적응, 그리고 뮤지션으로서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연습생으로 활동하던 고등학교 시절에 했던 발언 을 놓고 4 년이 지난 후에 누리꾼의 온갖 비난이 쏟아지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이토록 시끄럽 고, 급기야는 당사자가 그룹에서 탈퇴하는 상황을 접하면서 한국 사회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 신 애국주의 ' 담론의 공포를 느낀다. 한국에서 연예인들에 대한 대중들의 애국주의적 요청은 스포츠 스타만큼이나 강렬하다. 과거 가 수 유승준이 군 입대를 회피하기 위해 포기했던 미국 시민권을 다시 취득했다 결국 공항에서 강 제 출국당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연예인들은 대중들의 열광적인 사랑에 걸 맞는 애국 시민으 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설령 자신의 소신이라 해도 한국, 한국인을 비난하거나, 군 입대를 회피하거나, 국가의 주요 이벤트에 불참하는 일이 발생하면 바로 매국노로 매도당한다. 특히 한류의 첨병 아이돌 스타들에게 국가나 시민들이 원하는 국위선양의 기대감은 상상을 초월 한다.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애국심은 한류 아이돌 스타일의 " 아시아 정복" 을 단순한 엔터테인 먼트의 성공사례로 놓아두질 않는다. 미디어는 국위를 선양한 한류 아이돌, 대한민국의 건아 아이 돌 스타, 아시아를 깜짝 놀라게 한 대한의 건아 등의 수식을 쓰면서 이들의 활동에 애국적 기호 들을 쏟아 붓는다. 원더걸스 의 성공적인 미국 진출, 보아와 동방신기 일본 활약상, NRG의 중국 성공 기를 보도하는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인터뷰들도 이들의 입에서 한국의 위대함을 표현하길 내심 원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한국의 아이돌 스타들의 정체성은 탈국적화되어 있다. 상당수 멤버들이 한 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른바 ' 교포들이고 ',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적 스타일도 글로벌한 주류 팝
음악을 지향하고 있어 탈국적화되어 있다. 이들의 신체와 음악적 스타일이 탈국적화되어 있는데, 이들에게 과도하게 애국심을 요청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난센스다. 한국의 아이돌 문화와 음악은 이미 한국이라는 특정한 국가의 정체성을 떠나 있다. 물론 교포로서, 한국어로 노래 부르는 뮤지 션이자, 한국을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엔터테이너로서 모국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더 각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한 애정은 자발적이어야 하지 강요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재범의 한국 비하 발언과 2PM 탈퇴 사건을 보면서 한국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과도한 애국주의 가 미디어와 포털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무차별로 유포되고 있음을 절감한다. 누리꾼들의 개인적 의견들이 모아져 미디어 포탈에 전해지면 그 순간 대중들의 애국주의 담론은 우리사회의 공적인 담론이 되어 버린다. 사실 애국주의나 민족주의로부터 가장 자유롭다고 볼 수 있는 연예계조차도 애국주의의 시선에서 한발 짝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을 보면서 이성으로부터 이탈한 대중의 애 국주의의 힘, 미디어 담론의 힘을 목도한다. 1990년대 중반 영국 축구의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날렸던 엘런 시어러가 축구 인생의 황혼 기에 2002년 한일월드컵 잉글랜드 대표로 뛰어달라는 영국축구협회의 요청을 거절한 적이 있었 다. 국가대표 발탁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해 오래전부터 대회 기간에 가족과의 여행 계획을 잡아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이유가 국가대표로 굳이 뛰고 싶지 않은 변명이었는지는 모르겠지 만, 어쨌든 그는 대표팀을 고사했고, 협회도 더 이상의 요청은 하지 않았다. 만일 한국의 어떤 선 수가 대한축구협회의 요청을 이런 식으로 거절했으면 아마도 그 선수는 한국에서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국가대표 차출을 놓고 프로구단과 축구협회가 벌이는 신경전도 결국 따지고 보면 애국주의 논쟁이다. 고난의 시절을 경험한 한국에서 애국주의, 민족주의는 제국주의를 경험한 유럽의 국가들과 다르 게 독특한 의미를 갖는 것은 사실이다. 국가가 절박한 위험에 빠져 있던 때가 어디 한 두 번이었 겠는가? 그럼에도 국가의 시민적 정체성이 아직 분명하지 않은 10대 아이돌 스타나 개인의 승리 와 행복도 중요한 스포츠인들에게 대중들과 미디어가 너무 지나치게 애국심을 기대하는 것은 한 국 사회의 문화 다양성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누리꾼들과 미디어는 이미 글 로벌한 한국 아이돌 팝 시장과 탈국적화된 아이돌 스타들에게 지나치게 민족주의적인 잣대를 들 이대려고 한다. 이들의 인기가 높으면 높을수록, 문화자본이 거대해지면 거대해질수록, 아이돌 스 타들에 대한 윤리적, 도덕적, 이데올로기적 요구들도 함께 높아진다. 그러한 요구들이 민족주의, 애국주의의 코드로 이행하는 것은 그만큼 아이돌 팝이 단순히 음악적 트랜드로 기능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과 불만을 표출하는 대변의 공간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재범 사건 이 사회적 갈등의 요소들, 예컨대 사회적 신분과 경제자본의 불평등과 민족적 배타성이 결합된 문제를 어둡게 드러냈다면, 최근 걸 그룹의 섹슈얼리티 코드는 아이돌 대중문화의 취향에 부합하 는 연예제작 시스템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팬덤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 팬덤들의 자유로운 연합 - 팬덤의 문화공동체 : 차이와 연대 - 장르를 넘어서, 세대를 넘어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팬덤문화는 가능한가? 2. 연예제작 시스템과 연예산업에 개입 -독점적인 연예제작시스템을 감시하고 스타를 혹사시키는 연예산업 구조에 개입 -연예기획사의 불공정 계약관행들을 시행하는 운동 3. 생산적인 문화소비자 운동 - 공연, 음반 구매 시 부가세 폐지운동 -방송 및 연예산업 상품에 대한 소비자 운동 4. 연예인의 인권과 팬덤의 권리찾기 운동 - 미성년 아이돌 그룹들의 인권보호 : 합숙, 교육권박탈, 비인격적 대우, -팬덤의 문화권리를 위한 다양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