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정책보고서 2-27 호 주 제 폐 지 - 호주제 벽을 넘어 평등세상으로! - 2008 작성중인 초안자료 <집필 참여자> 안보전략비서관: 박 선 원 행정관: 김 호 홍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 북핵정책과 : 손 창 호
발 간 사 참여정부가 혁신과 통합을 표방하며 출범한 지 5년, 이제 그 성과와 한계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를 국민들 앞에 내놓을 때가 되었습니다. 참여정부의 지난 5년은 말 그대로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혁신과 통합의 길목마다 어김없이 반발과 저항, 분열 세력의 방해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일부 언론과 정치세력의 왜곡과 호도 앞에 정부의 어떤 정책 활동도 사실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혁신과 통합 과정에서 왜곡된 진실을 바로 잡는 것은 참여정부의 의무이자 과제일 것입니다. 특정 정부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 평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책추진 당시의 목표와 정책 환경이 객관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책추진 과정에서의 우여곡절과 해결과정, 해결방법도 가급적 상세하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와 증언도 뒷받침 되어야 할 것입니다. 참여정부 정책보고서 는 이런 고민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참여정부 정책보고서 는 지난 5년 동안 추진되었던 핵심 정책 중 77개 과제를 선정, 정책 과정중심 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명칭을 정책보고서 로 한 것도 일반 백서 처럼 정책의 진행 일지나 자료를 모아 놓는 수준이 아니라 정책의 전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하여 국민들에게 보고 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2005년 11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시작된 정책보고서 작업은 청와대 비서관실별 집필 T/F팀과 정책기획위원회 주관으로 본격 추진되었습니다. 보다 생생한 기록을 만들기 위해 전 현직 국무총리와 청와대 수석 및 보좌관과 비서관, 전 현직 장 차관과 담당 공무원, 시민사회 단체, 국회의원 등을 직접 또는 서면 인터뷰를 했습니다. 국회 속기록과 언론 보도, 각계의 성명서와 기고문을 수집하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정책보고서는 일반 백서와 차별화하고 보다 내실 있는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몇 가지 기본 원칙하에 추진되었습니다. 첫째, 정책과정 중심으로 기록하고자 하였습니다. 정책추진과정의 우여곡절과 정책에 관여 했던 사람들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 국정의 소중한 경험들이 계승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정책과정 중심의 기록은 사적 기억 을 공공의 기록 으로 만드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둘째, 성과의 나열이나 자화자찬이 아니라 정책 추진 과정의 다양한 찬반 논란을 객관적으로 기술하고자 하였습니다. 때문에 77개 과제 중에는 성과가 미흡한 과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셋째, 객관적인 자료와 논증을 통해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정치적 곡해를 바로 잡고자 하였습니다. 넷째, 차기 정부에 넘겨줄 인수인계서의 의미를 두었습니다. 권력만의 인수인계가 아닌 정책의 실질적인 인수인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공무원들의 인사이동이나 조직 개편에도 불구하고 국정의 소중한 경험을 공유되어야 한다는 취지이기도 합니다.
이런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작성된 정책보고서는 크게 사회정치 개혁, 정책추진, 정부 혁신, 청와대 개혁 등 4개의 대주제로 이루어졌습니다. 4개의 대주제는 다시 사회정치개혁 분야 7개 과제, 정책 추진 관련 경제 분야 17개, 사회분야 24개, 통일외교 분야 6개 등 47개 과제, 정부혁신 분야 21개 과제, 청와대 개혁 분야 2개 과제 등 6개 분야 총 77개 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여정부 정책보고서 작성 과정에는 많은 분들의 땀과 노력이 서려 있습니다. 집필을 책임진 청와대 각 비서관과 담당 행정관, 부처의 담당 공직자, 국책 및 민간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이 참여 하였습니다. 집필 초안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정책기획위원은 물론 국정과제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과제들이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외부 전문가들의 감수를 거쳤습니다. 전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여러 부처의 전 현직 장차관이 해당 과제를 직접 검토하거나 인터뷰에 적극 참여해 주었습니다. 특히 청와대의 현직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등도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직접 보고서를 검토하고 수정해 주었습니다. 정책기획위원장으로서 지난 2년 2개월 동안 정책보고서 집필 과정에 참여하여 심혈을 기울여 주신 여러 선생님들과 전 현직 공직자, 국책 및 민간 연구소 관계자 분들께 발간사를 빌어 심심 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정책보고서는 국민은 물론 관련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쉽게 접근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전 과제를 PDF 파일 형태의 CD로 제작 배포할 것입니다. 청와대 브리핑 및 정책기획위원회 홈 페이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 올려 무상 다운로드가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각 연구기관이나 단체의 홈페이지 등을 통한 자료의 재배포 및 연구자의 자유로운 인용도 허용할 것 입니다. 정책보고서를 내놓는 지금 이 순간, 정책과정 중심의 새로운 백서 문화를 만들었다는 자부심과 냉철한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합니다. 정치적 견해의 차이를 떠나 정책성과와 한계를 객관적 으로 기록하고 공정하게 평가받으려 했던 참여정부의 노력과 진실이 있는 그대로 읽혀지기를 바랄뿐입니다. 우리 국민의 애정 어린 비판과 조언, 따뜻한 위로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참여정부 정책 보고서 를 국민께 바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008. 2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 김 병 준
- 목 차 - 제1부 호주제 없는 민주 평등 인권 국가로! 1 제1장 참여정부, 호주제 폐지 의 닻을 올리다 1 1. 호주제에 종지부를 1 2. 호주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4 제2장 호주제의 굴레 아래 낮은 목소리들 9 1. 여성에겐 차별, 남성에겐 버거운 짐 9 2. 차별을 벗고 평등으로 50년을 한결같이 15 제2부 호주제 폐지를 둘러싼 논의들 21 제1장 호주제 폐지의 공론화 21 1. 정책의제가 된 호주제 폐지 21 2. 맞잡은 두 손 : 민과 관이 하나로 22 3. 국민적 공감대 확산을 위한 노력 28 4. 호주제 폐지에 속도를 : 가족법 개정분과위 설치 32 제2장 마주달리는 기차 -호주제 폐지 찬반 논쟁 36 1. 시민단체들의 호주제 폐지 요구 36 2. 반대, 반대, 반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39 3. 호주제는 위헌이다 45 제3부 호주제 폐지를 향한 험난한 여정 53 제1장 종착역이 보인다 53 1. 민법 개정 정부안 을 마련하다 53 2. 특명! 국회의원을 마크하라! 58 - i -
3. 외국의 제도와 비교하라! 61 4. 누리꾼 을 잡아라! 65 제2장 갈등과 장애를 뛰어 넘어 70 1. 뜨거운 신분등록제 논쟁 70 2. 폐기된 법안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 없다 73 3. 마침내 유림과 마주 앉아 75 4. 호주제 종언 을 고하다-역사적인 위헌결정 79 5. 호주제 폐지, 마침내 국회를 통과하다 84 제4부 선진 양성평등 사회를 위한 과제 88 제1장 호주제 폐지, 그 이후를 그리다 88 1. 공동의 목표를 일군 거버넌스 88 2. 신분등록제 를 새로이 쓰다 90 제2장 선진 양성평등 사회를 향하여 91 부록 1. 헌법재판소 결정주문(2005. 2. 8) 94 2. 호주제 폐지 추진일지 137 3. 참고문헌 143 - ii -
제 1 부 호주제 없는 민주 평등 인권 국가로! 제1장 참여정부, 호주제 폐지의 닻 을 올리다 1. 호주제에 종지부를 지난 2003년 4월 4일 청와대. 여성부의 주요 현안업무에 대한 보고가 진행되고 있 었다.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던 호주제 폐지 가 그 중심에 있었다. 이윽고 지은희 장 관(현 덕성여대 총장)의 보고가 끝나자, 노무현 대통령이 말문을 열었다. 호주제 도 폐지에 앞서 이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공론화하길 당부합니다. 해방이후 수십 년간 남녀차별로 우리사회를 옥죈 호주제가 과연 그 질긴 수명을 다할 것인가, 여성계 안팎의 관심은 클 수밖에 없었다. 지은희 전 장관의 말이다. 가부장적 문화의 근거를 없앤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지를 다진 자리였어요. 20여년 여성운동에 몸 바친 저의 확신이 마침내 정책으로 추진된다는 걸 실감했지요. 사실 이날 여성부의 업무보고는 같은 해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호주제 폐지 를 12대 국정과제로 선정한 이후 호주제에 종지부를 찍겠다 는 정부의 의지를 알리 는 신호탄이었다. 참여정부가 호주제 폐지의 종착지를 향해 닻을 올린 것이다. 호주제 폐지의 기치를 든 참여정부, 그 정책추진의 배경은 무엇일까? 주지하다시 피 오늘날의 가족관계는 결코 권위주의적인 게 아니다. 가족구성원 모두는 인격을 가진 개인이다. 따라서 현대의 가족은 평등하게 존중되는 민주적인 관계로 변하고 있다. 급속한 사회의 분화에 따라 가족의 형태 역시 매우 다양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법과 제도는 오랫동안 이를 따르지 못하였다. 1960년에 시행된 민법 을 보면, 자( 子 )는 부( 父 )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의 가( 家 )에 입적한다. 판도라의 상자, 민법 제781조 제1항이다. 호주제 라는 말로 압축되는 이 간략한 명제의 이면에는 남녀 성차별, 태아 성감 별, 낙태 등 일련의 부정적인 목록이 딸려 나온다. 양성평등의 시대에 호주제는 일 찌감치 사면초가 를 맞아야 했다. 모든 여성에게는 물론, 가부장적 전통과 책임에 버거워 하는 남성에게 그것은 질곡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 호주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생명을 이어왔다. 그리고 그것은 오랜 - 1 -
세월 가족 해체와 형성의 시대 흐름을 가로막는 빗장으로 힘을 발휘했다. 재혼을 희 망하는 여성의 대다수가 왜 새 상대자는 전 배우자와 성이 같기를 내심 갈망했을까. 정녕 한국 땅이 아니고선 찾아 볼 수 없는 풍속도였다. 호주제는 부계혈통과 남계혈통을 강제하고 있다. 때문에 많은 가족들이 현실과 가족의 복리에 맞는 법률적인 가족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우리사회의 많은 가정들에게 불편과 고통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런 호주제도가 헌법 이념 인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 에 배치됨은 물론이다. 더구나 이 제도는 시대변화에 따른 다양한 가족형태를 반영하지 못한다. 당연히 어떠한 형태로든 바뀌어야 한다는 비판이 여성계 안팎에서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호주제의 근원을 따져보면 이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1923년 조선 총독부는 조선민사령 을 실시하게 된다. 일제는 가( 家 ) 구조로 집약 되는 무신정권 특유의 상속 관례를 식민치하의 조선에 이식했다. 일본의 전통법령 이 이 땅에 그대로 옮겨진 것이다. 천황-신민 의 주종관계를 체질화해보자는 속셈 이었다. 그 결과 그들의 친족상속법, 즉 호주상속제가 민법상의 관습법으로 굳 어버렸다. 일본 땅에서 이 법은 미군정 시절인 1947년 폐지됐다. 그런데 민주헌법에 배치된 다 는 이 법이 한국에서 버젓이 시행돼 왔다.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다름 아니다 라 는 비판은 당연한 것이었다. 호주제 철폐에 대한 나라밖의 관심도 클 수밖에 없었 다. 국제사회는 일찌감치 호주제를 한국의 대표적인 남녀차별제도로 인식하고 있었 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79년 채택된 UN의 여성차별철폐협약 제16조 제1항 규정을 유보 한 상태에서 1984년 같은 협약을 비준했다. 여성차별철폐협약 제16조 제1항은 가 족의 성을 포함해 부부로서의 평등한 개인적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남 녀평등 이라는 알맹이가 빠진 협약의 비준이었던 것이다. - 2 -
UN 여성차별철폐협약은 어떤 것? 유엔에서 1979년 채택됐다. 여성 권리장전 으로 불리는 이 협약은 전통적 성별역 할분업이 여성차별의 근본요인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에서의 여성역할 확대와 가정에서의 남성역할 확대 도모라는 새로운 여성관 내지 인간관을 전제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여성 권리보장 입법조치 및 여성차별 관련 관습 관행 수정 폐 지 등 일반적 여성차별 철폐, 정치적 공적활동 국제적 활동 국적 교육 경제적 사회적 생활 혼인과 가족생활 보건 분야 등에서의 여성차별 철폐 등을 의무사항으로 꼽고 있다. 아울러 고용에서의 남녀평등권 확보, 농어촌 여성에 대한 차별철폐와 권리보장, 법 앞의 평등과 민사문제에서의 남녀동권 확보 등을 의무사항에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는 1984년 비준 당시 이 가운데 국적(제9조) 및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여성차별철폐 의무조항 (제16조) 등이 국내법에 저촉돼 유보됐다. 제16조 1항 가운 데 혼인 중 혼인 해소시의 동등한 권리 책임, 자녀문제에 있어서 동일한 권리 책임, 아동의 보호 후견 재산관리 등에 있어 동일한 권리 책임 등은 1991년 개정 민법 시행으로 해소됐다. 제9조 국적관련 사항은 1998년 개정국적법 시행으로 국내법 저 촉문제가 해소됐다. 하지만 제16조 1항 중 가족의 성 선택에 관한 동등한 권리는 국내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2000년 들어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 조항은 여성 사회단체가 줄기차 게 펼친 호주제 폐지 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이었다. 이후 1999년 11월 유엔 인권위원회는 인권상황보고서를 통해 한국정부의 호주제 가 가부장제를 강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1년 5월 유엔 경제 사회 문화 적 권리위원회는 한국정부의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차 이행보 고서 평가에서 주요 우려사항으로 호주제를 꼽았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호주제는 모든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었다. 동시에 가부장적 전통과 책임에 버거워 하는 아들에게는 엄청난 정신적 부담 이었다. 과감한 정책 추진의지가 뒤따라야했다. 법과 현실의 괴리를 어떡하면 좁힐 수 있을까, 법제도의 개혁을 실질평등으로 이을 수 없을까 에서부터 말이다. 따라서 호주제 완전폐지 라는 명제가 나왔다. 이것이야 말로 변화하는 사회 환경 과 조화되고, 민주적인 가족관계 구현을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 호주제 폐지가 16대 대통령 공약으로 채택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참여정부는 출범과 함께 호 - 3 -
주제 폐지를 국정의 핵심과제로 선정했다. 호주제 폐지, 그 종착지를 향한 닻이 오 른 순간이었다. 2. 호주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호주제가 없어지면 호적도 없어지나요?, 아버지 성을 안 따르면 혼란이 오는 거 아닙니까?, 호주제의 가장 큰 문제가 뭡니까?, 호주제 대신 1인1적제나 가족 부를 생각한다는데 그게 대체 뭐죠? 참여정부는 출범과 함께 호주제 폐지에 대한 정책의지를 천명했다. 그러자 관련 부처와 시민단체 등에는 일반 국민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호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 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 였다. 그러나 이는 호주제에 대한 인식의 정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현실의 다른 면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호주제가 헌법 에 반하는 남녀차별제도인데다 이에 따 른 피해가 엄연히 속출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호주제의 개념과 법적 문제, 그리고 역사적 오해 호주란 한 호적에 등재돼 있는 가족을 통솔하거나 지배하는 자이며, 가( 家 )를 이 어가는 자를 말한다. 민법 제778조에서는 일가의 계통을 승계한 자, 분가한 자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하여 가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는 호주가 된다 고 호주를 정 의하고 있다. 민법 상의 호주제는 호주에게 호적상에만 존재하는 형식적 개념인 가 ( 家 )를 대표하도록 하고 가족구성원을 통솔할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가족관 계를 종적이며, 권위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시에 남계혈통을 통해 호주의 지 위를 승계하는 제도로, 여성에 대한 남성우월의식을 조장하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제 도이다. 우리 민법 은 관념적인 가족단체인 가 를 상정해 두고 모든 국민은 반드시 어 느 가 에 소속되도록 하되, 호주를 가 의 중심적 지위에 두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 는 가 란 사실상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가족단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호주를 중심 으로 하나의 호적에 입적된 구성원을 말한다. 민법 상 호주제의 근거가 되는 가 제도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실시된 가계 및 신분증명과 노역, 세무자료인 호적제도에서 연유한 것이다. 당시의 호적 편성은 가 장을 중심으로 현실적으로 동거하는 사람만으로 이뤄졌으므로 오늘날의 주민등록과 - 4 -
같은 성질을 띠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가 제도는 조선 초기 농업 경제사회의 기 반 위에 유교가 도입돼 종법제도가 확립됨으로써 성립된 것이다. 즉, 조선 초기에 이르러 가장권을 중심으로 한 가부장제 가족제도가 형성된 것이다. 고려시대의 가족구성에는 '호주'라는 호칭은 없고 '호'라는 용어밖에 없었다. 경국 대전을 위시해 역사법전 중에도 호적과 호적편성의 규정은 보이나 호주라는 용례는 보이지 않는다. 사서에는 일찍부터 호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호주권이란 단어는 없다는 점, 동거주의에 입각한 전통적 호적제도와 오늘날의 호적상 관념적 집단에서 비롯된 호주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 등을 미뤄 볼 때, 우리나라에서 호주라 는 용어는 대한제국시대 전까지 일반적으로 쓰인 게 아니다. 종법제도 도입에 따른 가부장제 가족제도에서는 가장 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됐다고 볼 수 있다. 가부장제 가족제도의 구성은 동일 가옥에서 가부장의 통솔 하에 있는 존 비속 친족과 노비 등을 포함하는 대가족 집단이었다. 여기서 가부장의 역할은 집안의 주인으로서 조상에 대한 제사를 주재하고 가산을 승계하며 가족에 대한 광범하고 포괄적인 권한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었다. 이런 가부장제 가족제도는 봉건적인 토지경제체제와 사회제도를 근간으로 한 것 으로 지배 복종의 규율만이 존재할 뿐이다. 또한 그것은 남계혈통 중심이기 때문에 남존여비 사상에 투철한 것이다. 이런 전통적 가부장제도가 일제 침략 이후에 일제 의 천황제적 가족국가 이데올로기에 의해 가부장제적 요소가 더욱 강화되고 변질됐 다. 곧 일제는 내선 동화의 목적을 달성하고 조선의 가족제도를 일본천황제의 하부구 조로 만들기 위해 그들의 호주제와 가 제도를 조선의 호적제도 및 관습법에 이식하 고자 했다. 결국 일제의 천황제적 가족국가의 소산물인 호주제는 1896년 이래 민적 법, 관습조사보고, 조선 민사령 등을 통해 조선의 전통적인 가장권에 접목, 이식돼 우리의 전통가족제도라고 잘못 인식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본의 호주제는 국가에 있어 천황의 대권과 가장권인 호주권을 동일시하고 가족 의 호주에 대한 복종관계를 그대로 국민의 천황에 대한 복종의 관념으로 유도하고 자 한 것이다. 따라서 가족국가주의에 기한 천황제 확립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숨어 있었다. 이 호주제는 호주에 의해 통솔되는 가와 호주권 및 호주의 초세대적인 계승 을 보장하는 적장자단독의 가족상속이라는 삼위일체의 가족질서를 원칙으로 하며, 법으로 확립돼 조선에 이식됐다. 일본은 패전 후, 가족구성원 개인의 인격주체가 가에 매몰되고 무시되는 반민주적 인 제도이며 헌법 위반이란 이유로 천황통치의 붕괴와 동시에 호주제를 폐지했 다. 그러나 1958년 2월에 공포된 우리 민법 은 입법 당시 근대정신보다 관습을 많이 반영하게 됐다. 즉, 호주권을 기반으로 한 가부장적 호주제를 근간으로 하는 일제 강점기의 가족제도를 우리의 전통적 가족제도라고 잘못 확신하던 대다수 보수 - 5 -
주의 입법자들이 호주제를 채택했던 것이다. 이런 호주제는 제도상으로는 일본에서 유래했지만, 그 채택 이전부터 우리 사회에 존재하던 중국 전래의 종법제도와 결부돼 강력한 가부장 제도를 형성하는 요소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 민법 상 호주제는 중국의 종법제와 일제가 창조 한 군국주의적인 천황제 이데올로기의 소산물인 일본 구 민법 상 호주제의 영향 을 받은 외래적인 제도로, 우리 고유의 역사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호주제 폐지운동본부(antihoju.lawhome.or.kr) 1960년 호주제가 우리 민법 에 규정돼 시행된 이후, 여성계는 이에 대한 폐지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그럼에도 호주제는 조기에 폐지되지 못하고 질긴 생명 을 이어갔다. 오히려 우리의 삶 속에 오랫동안 자리한 탓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미 풍양속으로 잘못 여기게 됐다. 보존해야 할 전통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런 사정에 따라 봉건잔재이면서 일본 제국주의가 강제 이식한 제도를 우리는 쉽게 버리지 못했다. 우리사회가 실현해야 할 양성평등의 발목을 끈질기게 붙들며 말이다. 일본은 메이지( 明 治 )유신 이후 추상적인 가 개념을 만들어 호주제를 악용했다. 집안에 가장인 추상적 호주가 있듯이 국가에는 상징적인 천황이 있다 는 식으로 말 이다. 이처럼 호주제는 그저 일본의 천황제를 옹호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패전 후, 이 제도를 만든 일본은 민법 을 개정해 폐지하기에 이른다. 그것은 민주국가로 가는 마당에서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해방 후, 우리는 거꾸로 가 는 기차 를 타고 말았다. 중국을 비롯한 어떤 나라도 없던 호주제가 민법 을 제 정하면서 법제도에 편입되는 아이러니를 낳고 만 것이다. 호주제는 생활공동체인 현실의 가족을 규정하는 단위가 아니다. 이는 호주를 정 점으로 가 라는 관념적인 집합체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가 를 원칙적으로 직계비속 남자에게 승계시키는 제도다. 따라서 장남은 혼인해 호주인 아버지와 생계를 달리해 따로 살아도 호주의 가족 이다. 혼인한 딸의 경우에도 모순과 차별이 발생한다. 종래 호주였던 아버지를 모시 며 함께 살고 있다 해도 법상의 가족에서 제외되는 어이없는 괴리가 그것이다. 개정 전 민법 은 호주승계 제1순위를 직계비속남자로 규정(제984조)하고 있었 - 6 -
다. 직계비속 장남자의 혼인에 의한 법정분가를 금지(제789조)해 장남에 의한 호주 승계를 전제했다. 남성호주는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을 제한 없이 입적할 권리를 가 졌다. 그러나 재혼한 여성의 경우, 자신의 자식을 재혼한 가정에 입적시키려면 호주 인 전남편의 동의를 얻게 했다(제784조, 제785조). 바로 남성 호주중심의 호적편제 를 기초로 한 가족제도가 유지된 배경이다. 개정 전 민법상 규정된 호주제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민법 은 1991년 일부 개정 전에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유지한다 는 명분으로 호주상속제도를 인정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호주의 직계비속장남자 의 분가 및 거가, 입양을 금지하고 호주상속권 포기도 금지했으며 호주가 된 양자의 파양을 금지했다. 태아도 출생하면 호주상속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호주 사망 후에도 가계를 잇기 위한 사후양자제도와 유언양자제도를 인정했다. 남자가 없을 경우에는 직계비속 여 자에게 호주 상속권을 인정, 입부혼인에 의해 가계를 계승하도록 했다. 그밖에 호주 의 사고로 인한 직무대행권 규정, 처의 직계비속이 부가( 夫 家 )입적할 때 부가호주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규정, 호주의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 규정과 거소지정권 규정 등 이 있었다. 1991년 민법 일부 개정 전부터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주축으로 여성계, 학계, 법조계 등은 호주제가 남녀를 차별해 세계인권선언과 우리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 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과 현실간의 괴리를 조장하고 사회변화와 국민의식의 발 전 추세에 어긋나는 전근대적인 제도이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호주제가 가족법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로 이를 폐 지하면 법률체계 뿐 아니라 가족관계를 중심으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는 이유를 들었다. 호주제 폐지에 관한 원래 개정안을 수정해 호주 상속을 호주승계 로 바꿔 호주제를 존치시킨 것이다. 다만 호주제를 유지하기 위한 규정 중 입부혼인을 제외한 모든 규정들을 삭제했 고, 호주승계포기제도( 민법 제991조)를 둬 장남도 호주승계를 포기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남편이 사망한 여성이나 이혼한 여성들이 일가창립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민법 제787조). 따라서 현행법상 호주제는 호주의 권한이 거의 없는 관 념적이고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민법 이 가 제도에 기초한 호주제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 법에 가부 장제 이데올로기가 남아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남성 우월적 이데올로기를 내포한 전근대적인 가족 관념을 형성해 가족과 국가의 민주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민법 은 가의 창설, 분가, 폐지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여기서 가란 사 - 7 -
실상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가족을 뜻하는 게 아니다. 호주를 중심으로 한 호주와 가 족이라는 신분관계로, 상호 법률상 연결된 관념적인 호적상 가족단체를 의미한다. 결국 가는 관념적인 것이지만 호주를 전제로 해 대대 무한 유지하는 것이고, 호적은 가를 실체화하고 실현하는 것이 된다. 때문에 호주는 가를 대표하고 통솔하는 관념과 지위를 상징하고, 또 호주의 지위 는 장남으로 대표되는 아들에게 승계된다. 그래서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한다는 그릇된 의무감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면서 남녀차별을 조장하는 것이다. 출처: 호주제 폐지운동본부 - 8 -
제2장 호주제의 굴레 아래 낮은 목소리들 1. 여성에겐 차별, 남성에겐 버거운 짐 호주제는 남계혈통을 중심으로 가족집단을 구성하게 했다. 그리고 이를 대대로 영속시키도록 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한 가정의 운명을 혼자 책임져야 하며, 장남과 아들은 노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호주제가 여성에게 차별 이라면 남성에겐 버거운 부담 인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호주제 폐지에 동의했습니다. 일부에서 호주제가 없어지면 가족제도가 해체된다고 우려하는데, 진정한 가족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 호 주제 폐지입니다. 세 살짜리 손자가 칠순 할머니의 호주라는 게 말이 됩니까? 2003년 5월 취임 석 달을 맞은 지은희 여성부 장관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의 지적대로 호주제에 따른 호주의 승계순위는 이랬다. 호주의 아들 손자 미혼인 딸 미혼인 손녀 배우자 어머니 며느리. 남성 우월적 순 위, 바로 그것이었다. 딸만 있는 경우, 사위가 입부혼인을 하고 외손자가 계통을 승계하지 않는 한 폐 가가 돼 대가 끊긴다 는 생각을 심어놓았다. 이런 사고는 남아선호사상의 심화로 이 어졌다. 결국 여아 낙태 와 출생 성비불균형 이라는 사회문제를 초래하고 말았다. 한국전쟁 4년 동안 군인 13만 명이 죽었다지만 지난 10년 성감별로 죽은 여태 아는 26만 명이에요. 이건 전시상황이라고밖에 볼 수 없어요. 김영삼 정권 때 성감 별 해준 의사를 구속하고 난리였죠? 그건 구두 위로 발등 긁는 격일뿐. 그 결과가 지금 초등학교 아이들이 외치는 말마따나 아들 바란 부모세대, 짝꿍 없는 우리세 대 가 된 것 아닙니까. 다이옥신이 든 고기는 폐기처분하고 몸에 나쁜 담뱃갑에는 지나친 흡연을 우려하는 경고문을 박으면서 왜 한국사회를 기형으로 만드는 호주제 는 폐지하지 않습니까.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이하 호폐모) 결성을 주도한 한의사 고은광순 씨(현 함께하는 교육시민의 모임 부회장)가 1999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다. 그의 지적대로 이런 폐해는 민주 평등 인권 을 지향하는 국가 이미지를 무색케 한다. 지난해 나온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별남녀평등순위 가 그런 예로, 우리나 라는 조사대상 115개 국가 중 92위를 차지했다. - 9 -
아프리카의 튀니지와 공동으로 랭크된 순위로, 이렇게 된 원인은 바로 우리나라 가 출생 성비부문에서 110위로 최하위권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WEF의 조사결과는 국가별 특성과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 조사는 우리나라의 남녀평등 상황이 어떤 수준인지 새삼 곱씹게 해준 것이었다. 당시의 신문을 펼쳐보면 국제사회가 우리의 남아 선호사상 을 꼬집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조사한 국가별 남녀평등 순위에서 한국이 115개 국가 중 92 위에 머물렀다. 이렇게 최하위권에 머문 이유는 비슷한 일을 하는 남녀가 받는 임금 격차가 크고, 신생아 중 남아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기 때문이다. 여아 낙태가 많 다고 본 것이다.(중략) WEF는 유엔개발계획(UNDP) 등 국제기구에 보고 된 여성 장관 비율 등 14가지 2005년 통계를 분석하고, 여기에 공공 육아서비스 수준 등 몇 가지 사항을 설문 조 사한 결과를 감안해 순위를 매겼다고 22일 밝혔다. 한국 예상보다 더 낮은 평가받아 한국은 중등교육과 기대수명 분야에선 남녀평 등 1위를 했으나 신생아 성비와 임금 평등분야에서 각각 110위와 105위로 순위가 바닥이었다. 한국은 특히 '한 자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114위)보다 신생아 성 비 부문에서 고작 순위가 4단계 위였다. 북유럽 국가가 상위권 1~3위는 북유럽의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가 휩쓸었으며 4위는 아이슬란드, 5위는 독일이 차지했다. 북유럽 국가들이 '여인천하'라는 세간의 평가를 다시 한번 입증했으며 아시아는 필리핀(6위)을 제외하곤 10위권에 들지 못했 다. 중국은 63위, 일본은 79위에 그쳤다.<중앙일보 2006. 11. 23> 이처럼 호주제가 야기한 국가적 남녀차별 상황은 구체적 개인에게 다가서면 그 폐해가 심각하게 나타난다. 남계혈통중심의 호주제 규정에 의해 아내는 친정을 떠 나 시가( 媤 家 )의 일원이 된다. 동시에 아내는 남편의 보호아래 그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 는 관념이 형성된다. 이런 관념은 현실의 가족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식적 으로 시가를 우선시하고 가족 내에서 남성의 권위적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것이다. 호주제의 대표적인 폐해 유형은 이런 것이다. 남편은 혼인한 처가 아닌 다른 여 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처의 의견조차 묻지 않고 자유로이 입적할 있다. 반면 처가 혼인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입적시킬 때는 부의 - 10 -
동의를 얻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 자녀가 속한 집안의 호주 동의가 필요해 입적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런 탓에 재혼가족 자녀들은 계부와 성이 달라 성씨문제로 일 상생활에서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며 고통 받는다. 친딸의 성을 바꿔 주려고 애쓴 주부 김 모 씨 김 씨는 애당초 호주제며, 재혼 가족의 고통 따위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여겼 다. 하지만 이혼과 재혼을 거치면서 이 땅의 법이 여성에게 얼마나 가혹한지 절감하 게 됐다고 했다. 외동딸로, 돌아가신 친정 부모의 상속 재산을 남편 사업에 밀어 넣 을 때만 해도 김 씨는 이혼을 하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부 갈등이 끊이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꾸려 가리라 작정했다. 하지만 결혼 15년 만에 이혼 도장을 찍었다. 그러고 나니 돌아갈 호적이 없었다. 김 씨는 생각했다. 이래서 아들을 낳으려고 안달이구나 라고 말이다. 딸의 친권과 양 육권을 모두 떠안은 김 씨는 재혼을 하게 된다. 김 씨와 딸 그리고 새 남편과 아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화목한 가정을 꾸렸지만 김 씨는 딸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 파왔다. 나란히 중학생이 된 남편 소생의 아들과 김 씨의 딸. 그러나 같은 학교에 보낼 수 없었다. 학원도 다른 곳에 보냈다. 견디다 못한 김 씨가 전 남편에게 연락 하자 그는 딸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내 성을 버려도 좋다 라고 동의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진 못했다. 김 씨는 전 남편의 동의 아 래 혼자 법정을 들락거렸지만 법원은 딸의 성씨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김 씨는 전 남편에게 친자부존재 확인 소송을 부탁했다. 바람 난 아내 역을 자청한 것 이다. 전 남편은 딸에 대해 혼인 중 아내가 바람을 피워 낳은 애이니, 내 아이가 아 니다 라고 소송을 내줬다. 김 씨의 하소연이 허공을 갈랐다. 오죽하면 이런 수를 냈 겠어요. 무슨 소리를 듣든 딸의 성 문제만은 해결해 주고 싶습니다. 호주제에 따른 피해 사례 2사례1 나는 장남인데 집안 대소사를 다 챙겨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제사 또한 장남의 책임으로 떠맡겨지는 현실도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장남, 차남, 아들, 딸 구별 없이 가족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하여 집안일을 해결해가야 한다고 생각합 니다. 그리고 이 모든 불합리한 제도의 근간이 되어온 호주제는 하루 빨리 폐지되어 야 합니다. 사례2 이혼해 현재 아이가 5살입니다. 양육비도,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지 전혀 관 - 11 -
심도 없이 각자 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시아버지의 갖은 횡포와 괴롭힘으로 살고 있 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는 이유는 아이를 빼앗아 갈까봐 늘 불안 하죠. 호적에 있다는 이유로 시아버지는 저에게 시집갈 때는 아이를 주고 가야 한다, 또 보고 싶다면 언제든 보여줘야 한다 는 식의 협박 아닌 협박을 하죠. 사례3 이혼 당시 아이의 친권 및 양육권이 제게 있음에도 단지 자기 호적에 아이 가 올라있다는 것을 내세워 걸핏하면 친권 및 양육권을 빼앗겠다고 협박을 일삼습니 다. 사례4 대학 강사인 30대 여성 박 아무개 씨는 결혼식을 한달 앞두고 혼수 문제 로 신랑 될 사람과 심하게 다툰 뒤 만삭의 몸이지만 용감히 결혼을 포기했다. 직장까지 쫓아다니며 갖은 모욕과 협박으로 아기를 지우라던 아버지는 출산 두 달 뒤 나타나 자기 아들이라며 아기를 빼앗아 가버렸다. 단지 아버지라는 이유로 자기 호적에 올 리고 키울 마음도 없으면서 데려간 것이다. 어이없게 아기를 빼앗긴 그녀는 세상에 이런 일이 있냐고 분개했다. 사례5 만17세 된 아들에게 신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으라는 통지서가 날아 온 후 참아왔던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습니다.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에 호주인 아버지의 이름을 기재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이름 석자 써넣 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할수록 더더욱 화가 났습니다. 생전 아버지라는 사람 얼굴 한번 보여준 적 없는데. 우리 母 子 를 찾으려는 노력 한번 해보지 않았고, 어떤 도움도 어떤 격려도 해준 적 없는 사람이 내 아들의 호주이고 아버지라니. 단지 호적상 아버지라는 이유로 그 사람의 성을 계속 써야 하다니. 온갖 비난과 고통을 감수하며 아들을 키워 온 나는 뭔가, 내 존재는. 만감이 교차하더 군요. 사례6 10년 전 이혼했다. 딸과 외국에 나가기 위해 비자를 발급받으려고 했는데 인감과 보호자동의서가 필요하였다. 인감을 받기 위해서는 전남편을 만나야 만 하는 데 사이가 안 좋아서 이혼한 남편이고 10년 동안 딸에게 연락 한 번 없는 남편을 만 나고 싶지 않아 결국에는 여행을 포기했다. 사례7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갔는데 원서 낼 때부터 눈치가 보이고 유치원장에게 구구한 설명을 붙여야 하는 것이 곤혹스러웠습니다. 아이의 호적등본을 제출하기 위 해 친아버지 호적을 떼야 하는 일부터 아이 이름 옆에 호주인 친아버지 이름이 씌어 져 있는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하는 일까지, 곳곳에 우리 가족의 실제 모습은 친아버 - 12 -
지라는 존재에 의해 마구 훼손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례8 이혼을 한 뒤 아이 둘을 데리고 다시 재혼을 했는데 주민등록등본을 떼 면 그 어린아이들이 동거인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남편 직장의료 보험에 올라가 있는데 우리 두 어린 딸(5세와 6세)은 호주가 다르다고 해서 올라가지 못하고 따로 건강보험에 등록을 해 6세 어린아이가 건강보험증에 세대주라고 적혀 있습니다. 병원에 갈 때나 아이 통장을 만들 때, 엄마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가져오라고 하 는데 정말 부끄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사례9 부모님께서는 2년 전에 이혼하셨습니다. 어머니 홀로 힘든 싸움이셨습니다. 이어지는 폭력과 도박.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희 세 자매의 양육비, 교육비 등 모든 것들이 어머니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다 재판을 하게 되고 판결이 났는데 친권행사자는 어머니지만 저희 세 자매의 호적을 어머니 밑으로 할 수 없다고 하더랍니다. 어머니는 물론 저희 자매가 원하는 것인데 그럴 수 없다 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여러 서류를 발급받을 때나 이력서 등을 쓸 때 그 사람의 이름을 쓰는 것이 너무 화가 납니다. 성도 바꾸고 싶습니다. 사례10 남편의 사망신고를 하고 호적을 정리하다 여섯 살 된 아들이 자신의 호주 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어 동사무소 직원에게 문의를 했 더니, 아들에게 포기각서를 받아오라고 했다. 그래서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들 에게 각서를 쓰도록 한 뒤 가지고 갔더니, 이번에는 아직 인지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어린아이기 때문에 그 아들이 쓴 각서는 효력이 없다고 했다. 각서의 효력도 인정받 지 못하는 어린 아들이 서른여섯 살 된 엄마의 호주가 되는 것은 무슨 법이란 말인 가. 사례11 제게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왜 낳지 않으려는가 하면서 반 강압적인 설득을 서슴지 않더니, 딸아이를 낳고는 아이를 더 낳지 않겠다는 제게, 이제 아들 하나 낳아야 되지 않겠느냐 는 말과 함께 저를 어리 석은 사람 취급하며 남편 마음은 그게 아닐 거라는 암시를 줍니다. 사례12 팔순 노모와 집안 어른들이 종가의 장손인 제게 아들이 없어 대가 끊기게 되었다면서, 제 남동생이 아들만 둘을 두었는데 큰 조카 아이를 제 양자로 입적시키 라 하십니다. 조카를 제 호적에 양자로 입적시키지 않고 죽을 경우 종가가 문을 닫 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호적에는 전호주인 저의 부친만 기재되어 있을 뿐 조부님 성함도 밝혀져 있지 않으며, 호적은 족보가 아니니 호적상 양자 입적을 시키지 않는 - 13 -
다고 해서 저희 집안의 대가 끊어지는 게 아니라고 말씀드려도 제 말을 믿지 않으십 니다. 가문의 대를 이어가는 것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서류는 족보로 족한데 왜 호적상 호주가 누가 되어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해 놓아서 일반인에게 호적이 마 치 혈통을 대대로 이어가는 것을 한 눈 으로 볼 수 있는 족보처럼 잘못 인식하게 하 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사례13 각종 취업 지원서에 왜 호주와의 관계를 쓰라고 하는 거지? 호주가 아버 지인지, 남편인지 그게 중요하다는 건지. 호주제가 폐지되지 않고 개정된다면, 성인 이면 누구나 호주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이름으로 호주가 되 고 싶어요. 사례14 호주제, 그런 것은 진짜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개명신고를 해도 나는 지 금 아버지의 성을 따를 수가 없다. 친부는 안 계시고 친부의 가족들과는 연락이 다 끊긴 상태다. 작은아버지나 고모들과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에 모두 연락이 끊어졌는데, 내가 친아버지의 유일한 혈육이라는 이유 때문에 원하지도 않은 호주가 될 의무는 없다. 어머니와 재혼한 새 아버지의 성을 물려받아 나도 떳떳하게 인간으 로서 살고 싶다. <호주제 개선방안에 관한 조사연구, 여성부 연구용역 자료, 2001> 이처럼 호주제로 인한 피해 사례는 우리사회에서 너무나 많이 접할 수 있다. 이 를 토대로 호주제의 폐해를 정리하면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혼해도 자녀 의 호적을 옮길 수 없다는 게 첫 번째 문제로 지적된다. 부부가 이혼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법원의 판결에 의해 자녀를 어머니가 키 우거나 아버지가 양육권과 친권을 포기하거나 심지어 어머니가 따로 호적을 만드는 경우도 자녀는 아버지 호적에 그대로 남는다. 이 경우 학교 등에 제출하기 위해 어 머니의 주민등록을 떼면 자녀는 '동거인'으로 나온다. 여자가 재혼을 해 건강보험을 만들어도 자녀들을 올리지 못한 채 '건강보험카드' 라는 이름으로 별도 등록해야 한다. 이로 인해 재혼과 함께 아이를 사망 혹은 실종 신고를 한 뒤 다시 출생신고를 하는 아픔을 겪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절대로 성( 姓 )은 바꿀 수 없다. 친아버지에 의한 성폭행과 남자의 일방적인 잘못 등으로 아버지가 '친권상실' 선고를 받는다 해도 성은 바뀌지 않는다. 개정 전 민 법 은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를 것을 강제하면서 '성 불변'의 원칙을 고수 - 14 -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혼해 새 가정을 만들고 새 아버지가 자녀를 입양하는 형식을 취해도 이 원칙은 유지된다. 만약 두 남녀가 각자의 아이를 데리고 결혼하면 한 가 정에 다른 성을 가진 자녀가 함께 생활해야 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중국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는 부모가 협의해 자녀 성을 정 할 수 있도록 돼 있고 UN여성차별철폐협약 제16조 G항도 성에 관한 부부의 동등 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미혼모의 경우 자녀를 빼앗겨도 속수무책이다. 최근 늘고 있는 동거 등으로 '결혼 '이라는 제도 밖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혼인 외 자녀의 경 우 아버지가 인지하면 무조건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라 호적에 입적하도록 돼 있다. 아버지가 원하지 않아 어머니의 호적에 올릴 때는 출생신고서 및 호적부 부모 란에 아버지 성명을 쓸 수 없다.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자식'이 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어 느 때라도 어머니의 호적에 있는 아이를 자신의 호적으로 옮겨갈 수 있는 것도 문 제다. 아이를 모른 척 하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아이의 호적을 '파가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 어려도 무조건 아들이 호주다. 아버지가 사망하면 부인이 아닌 아들이 호주를 승 계하도록 돼 있다. 상식적인 가족질서를 놓고 볼 때 말도 못하는 한두 살짜리 어린 아이가 단지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누나, 어머니, 할머니를 제치고 호주가 되는 것 은 부당하다. 그래서 이 조항은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2. 차별을 벗고 평등으로 50년을 한결같이 호주제 폐지는 여성계의 50년 숙원사업이었다. 이 운동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면 가족법 개정운동과 이태영 박사(1998년 작고)를 만나게 된다. 대한민국 최초 의 여성 변호사인 이 박사는 1956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이하 가정법률상담소)의 전신인 여성법률상담소 를 창설했다. 같은 해 8월 이 박사가 이끄는 여성법률상담소는 가족법 개정운동을 본격적 으로 시작했다. 이 박사는 이어 1958년, 1977년, 1989년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법 개정을 이끌어 냈다. 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의 술회다. 호주제가 여성의 억압된 삶을 방치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어요. 가 족 간의 의무와 역할, 책임을 다루는 가족법 안에서 여성과 남성이 평등해진다면 여 - 15 -
성의 삶이 보다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가족법 개정 운동이 시작된 것 이죠. (내일신문, 2005. 3. 8) 1973년에는 63개 단체로 구성된 범여성가족법개정촉진회 가 결성돼 호주제 폐지 등 가족법 개정 10대 요강을 발표했다. 이처럼 여성계의 지속적 노력으로 1974 년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 개정안 이 국회에 상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1977년 호주제 관련규정을 제외한 가족법 일부규정만 개정됐다. 이 무렵, 개정된 가족법 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협의이혼제도. 였다. 당시는 영 문도 모른 채 남편에 이끌려 동사무소에서 작성한 서류 한 장에 이혼 당하던 시절 이었다. 법원의 정식 재판절차를 밟아야 이혼이 가능하도록 법적 장치를 만들었다. 아버지만이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한 친권 양육 권한이 어머니에게도 있다고 인정하 는 계기도 이때 마련됐다. 1990년 들어서 호주제 골격에 변화가 있었다. 호주제를 존치하되 호주상속을 호 주승계로 변경하고, 호주권을 약화시키는 민법 개정이 그것이었다. 다시 말해 호주제는 폐지되지 못하고 완화된 방향으로 굳어졌다. 1997년 7월에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동성동본 금혼제가 폐지되 기에 이른다. 이에 앞서 같은 해 3월 9일, 3 8 세계 여성의 날 을 기념하는 제13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선언이 나왔다. 이이효재, 고은광순, 조한혜정, 이유명호, 김신명숙. 여성계 지도자 170명이 부모의 성을 함께 쓰겠다! 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자 천리안, 나우누리 등 PC통신 토론게시판마다 이 요상한 이름에 대한 비난의 글이 쇄도했다. 변씨랑 소씨가 결혼하면 변소 씨가 되는 거냐, 강간 씨는 어떻게 할 것이냐, 자 식 세대로 가면 성이 4자, 8자가 된단 말이냐 등 인신공격성 글이 대부분이었죠. 그 동안 아버지 성만을 써온 우리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깊고 강한지 다시 한 번 확인 했어요. 부모 성 함께 쓰기 는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화운 동의 일환이었어요. 아버지 성만을 써 온 우리사회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확인했다는 한 여성단체 회원의 회고다. 이 운동은 호주제 폐지라는 본론을 꺼냈을 때의 문화적 충 격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남계 혈통사상 에 미세하나마 균열을 내보려는 이런 시도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 16 -
같은 달 22일 가정법률상담소, 여성단체연합, 여성단체협의회 등 모두 113개 단체 로 구성된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 가 발족됐다. 시민연대 공동 대표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이날 향후 활동 계획을 이렇게 전했다. "(시민연대는) 앞으로 민법 개정청원, 호주제 위헌소송, 범국민 서명운동 등 의 사업을 펼칠 것입니다. 또한 호주제도로 인해 피해를 받아온 가족들의 인권보호 와 함께 다양한 가족형태의 인정을 통해 민주적이고 열린 가족문화를 만드는 데 기 여할 것입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 113개의 시민 여 성 사회단체는 22일 함께 모여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를 발족시키고 국회 에 민법 개정 청원을 했다. 또 25일부터 29일까지 5일 동안을 '제1차 호주폐지 집중서명 운동주간'으로 선포 하고 범국민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1960년대 민법 시행 후 세 차례의 개 정을 거치면서 잔존해있는 호주제도는 국가공문서에 호주를 기본으로 하여 가족을 편제함으로써 모든 가정마다 아들을 낳아야만 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남아선호 사상과 가부장의식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1년에 3만 명에 달하는 여아가 낙태되는 등 심각한 성비불균형을 유발하 는 반인권적 제도이므로 빨리 폐지돼야 한다는 게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의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 호주제도로 인한 최대의 피해자는 현대사회에서 급증하는 이 혼 재혼 미혼모 가구의 자녀들. 이들은 가족들이 함께 살고 있음에도 법적으로는 동거인 으로 규정돼 있고 재혼의 경우 생부의 성을 따르기에 주위로부터 비정상적 가족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최근에는 여성운동가 오숙희 씨, 탤런트 견미리 씨 등이 호주제 폐지운동에 동참 을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견 씨는 현재의 남편과 재혼 후 첫 남편의 성을 유지하는 아이들의 성씨를 바꾸기 위해 고심하는 경우. 오씨는 이혼 후 나는 단독호주지만 아이들은 주민등록상 동거인으로 돼 있다 며 친권과 양육권은 생모인 내게 있지만 아이들에겐 그저 동거인일 뿐이고 아무런 법적 책임도, 실제생활도 나누지 않는 아 버지 호적에 아이들이 속해 있는 것은 모순 이라고 주장한다. <경향신문, 2000. 9. 25> 이로부터 호주제 폐지운동은 마른 섶에 불길 일 듯 한층 강력하게 추진되기 시 작했다. 호폐모의 대표를 맡았던 고은광순 씨는 2001년 11월~12월 매일 국회 의원 회관 의원실을 돌며 호주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시리즈 책자를 배포해 화 - 17 -
제가 됐다. 책의 제목은 나도 알고 너도 아는데 의원, 보좌관이 모른다면? 이었 다. 한편 운동의 밖에 있던 일반 사람들이 호주제가 폐지돼야 할 낡은 제도임을 인식 하기까지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다. 호주제 폐지론에 힘 보탠 KBS 노란손수건 엄마, 내 성은 누구꺼야? 윤지민이 정지민으로, 정지민이 다시 이지민으로, 그리고 이지민이 또 정지민으 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 꼬마 아이의 뒤엉킨 성씨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 내고 있다. KBS 1TV에서 방송되는 일일드라마 노란 손수건 은 미혼모 윤자영(이태란)이 홀 로 키워온 아들 윤지민의 호적입적을 둘러싼 갈등을 그리며 호주제 논란을 가열시 키고 있다. 드라마를 보고 현행 호주제의 문제점을 알게 된 시청자들은 홈페이지 등 을 통해 이 제도의 폐지론에 가세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여성계를 중심으로 일 고 있는 호주제 폐지 운동과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윤지민 은 미혼모 윤자영이 자신의 성을 따 지은 아들의 이름. 윤지민은 아빠가 되는 정영준(조민기)의 인지신고를 통해 정지민 이 됐다. 그러나 생부만이 인지신고 를 할 수 있는 현행법상 정영준의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더구나 생부인 이상민 (김호진)이 인지무효확인청구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황. 정지민은 재판을 통해 조만간 이지민 이 될 예정이다. 대여섯 살에 불과한 한 꼬마가 겪고 있는 이 엄청난 혼란,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 서도 자신의 호적에 입적시킬 수 없는 정영준과 윤자영의 슬픔. 드라마는 이들을 비 추며 현행 호주제의 문제점을 전달한다. 작가 박정란 씨는 작가가 페미니스트이고 여성부의 사주를 받아 드라마를 전개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억측에 불과하다 며 이 드라마로 호주제 문제가 부각됐다면 좀 더 냉정하고 분별력 있는 논쟁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고 말했다. <국민일보, 2003. 8. 15> 앞서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 발족과 함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 바로 호주제 위헌소송. 이 아이디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의 이석태, 강금실 변호사가 함께 냈다고 한다. 동성동본 금혼 위헌 결정을 이끌어 낸 주역인 이석태 변호사가 다시 한 번 국회 의결과 상관없이 호주제를 무효화할 방안 으로 위헌소송을 생각해 낸 것이었다. 2000년 위헌 소송을 위한 원고인단 10여 명을 모집하고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대 - 18 -
거 참여했다. 진선미 변호사, 당시 만삭의 몸으로 출산을 앞둔 이정희 변호사, 사법 연수생이던 김수정, 조숙현 변호사를 비롯해 가족법 연구자들이 소송 준비 팀 을 맡아 변론을 준비해 나갔다. 이후 2년여 동안 소강상태이던 소송은 2003년 5월 민법 개정안 이 이미경 의 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같은 해 11월 법무부(장관 강금실)가 정부의 민법 개정을 국회에 제출했다. 2001년 헌법재판소에 호주제는 합헌 이라는 의견서를 냈던 법무부의 괄목할 만한 변화였다. 그리고 2003년 11월, 위헌법률심판 제1차 공개변론에 지은희 여성부 장관이 직접 출석해 정부의 의지를 보여 줬다. 이처럼 호주제 폐지를 향한 길은 그것이 종언을 고할 때까지 결코 멈출 수 없는 것이었다. 남녀, 즉 우리 모두가 미래의 행복을 위 해 풀어야 할 과제였기 때문이다. 호주제 폐지운동 약사( 略 史 ) 1956년 8월 여성법률상담소(한국가정법률상담소 전신) 주도로 본격적인 가족법 개정 운동 전개 1973년 범여성가족법개정촉진회 결성(61개 단체), 국회의원 이숙종씨가 국회의원들에 게 가족법 개정 결의문 발송. 1998년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발족. 한의사 고은광순, 이유명호씨 등을 중심으로 활동. 2000년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 결성, 100여개 시민여성단체 참가. 2001년 3월 호주제 위헌심판 제청 결정.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중심, 호주제 위헌소 송 원고인단 결성. 2002년 12월 노무현 대통령 대선공약으로 호주제 폐지 약속. 2003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 호주제 관련규정은 위헌이란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 2003년 4월 4일 여성부 업무보고에서 호주제 폐지 언급. 2003년 5월 16일 '호주제 폐지를 위한 범정부 기획단' 첫 회의. 2003년 5월 27일 이미경 의원이 대표로 호주제 폐지법안 발의, 국회 제출. 2003년 5월 27일 '호주제 폐지 272' 발족. 박원순 변호사, 송자 대교 회장 등 각계인 사 272명이 국회의원 272명을 1대 1로 접촉하자는 모임. 2003년 5월 28일 6월18일 호주제 폐지 각계 릴레이 선언. 법조계를 시작으로 문화예 술인, 각계 지도자, 남성 1만인 선언 - 19 -
2003년 8월 7일 법무부 가족법개정특별분과위 제6차 회의, 개인별 신분등록제 채택 의결 2003년 11월 6일 민법중 개정법률안 국회제출 2003년 11월 20일 여성부장관 헌법재판소 구두변론 2004년 2월 13일 새마을운동중앙회 및 한국자유총연맹 호주제폐지특별기획단 추가 참여 2004년 9월 9일 열린우리당 의총에서 호주제폐지 당론 결정 2004년 12월 27일 법사위 제1소위 호주제폐지 합의 및 민법중개정법률안 통과 2005년 1월 12일 장하진 여성부장관 최근덕 성균관장 면담 2005년 2월 3일 헌법재판소 호주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 2005년 3월 2일 민법중개정법률안 국회 본회의 통과 - 20 -
제 2 부 호주제 폐지를 둘러싼 논의들 제1장 호주제 폐지의 공론화 1. 정책의제가 된 호주제 폐지 2002년 12월 제1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무렵이었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호주제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채택했다. 그런데 이즈음 호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그다지 신통치 않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다른 대선 후보들은 호주승계 순위변경 등 개선차원 정도의 방안만을 제시하고 있던 터였다. 이런 상황에 노무현 후보의 호주제 완전폐지 는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것이었다. 지은희 전 장관의 회고다. 여성계의 오랜 숙원을 받아 안은 공약이었지요. 당시의 공약이 여성계의 바람과 달랐다면 아마 제가 참여정부와 함께 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호주제 폐 지는 여성 운동의 요구로 짜였다고 봐요. 이윽고 2003년 2월, 참여정부가 출범했다. 정부는 출범과 함께 다양한 대선 공약 사항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호주제 폐지 추진이 핵심 공약 이행사항 으로 분류됐다. 여성부는 이어 2003년 4월 4일 대통령 연두 업무보고에서 호주제 폐 지 추진을 공식적으로 보고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호주제 폐지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공론화 를 당부했다. 정책 추진에 앞서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끌어 나가는 작업이 중요하 기 때문이다. 정책의 성패 역시 여기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주제 폐지 는 무엇보다 국민적인 공감대 확산이 요구되는 중요한 국정 과제였다. 연두 업무보고 이후, 여성부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첫 단계로 여성부는 같은 해 4월 17일 사회관계 장관회의에 호주제 폐지 추진을 보고했다. 관 련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어 5월 2일 고위당정회의에서는 호주 제 폐지 추진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이로부터 나흘 뒤인 5월 6일, 호주제 폐지 추진을 국무회의에 보고하였다. 바야흐 로 호주제 폐지가 명실상부한 정책의제가 된 것이었다. 정부 안팎에서는 호주제 폐 지에 대해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날 지은희 장관은 청와대에서 열 - 21 -
린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밝혔다. 호주관련 규정, 부가( 父 家 )입적 강제규정, 이혼 후에도 생부호적입적 강제조항 등을 삭제하는 민법 개정안 이 이달 중 의원 입법형태로 발의될 것입니다. 또 한 호주제 폐지를 위한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관련법 개정 추진을 위한 공동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만큼 법무부, 여성부, 국정홍보처, 여성단체 등이 참여하는 특별기 획단을 운영하겠습니다. 그가 소개한 민법 개정안 은 당시 새천년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대표발의자 로 호주제 폐지 시민연대와 함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 장관은 또한 자녀 의 성을 부모가 협의해서 결정하는 자유스러운 방안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아버지 의 성을 강제하는 경우를 폐지하겠다는 것 이라고 밝혀 부성을 전면 폐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호주제 폐지는 법무부가 검토를 거쳐 할 수 있 겠지만 부성까지 (폐지)하기는 자신이 없다 고 전했다. 이창동 문광부 장관은 호주 제 폐지반대 주체들의 경우, 문광부 소속 단체들이 많아 기획단에 참여하겠다 고 말했다. 한편 지은희 장관은 취임 직후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3년을 호 주제 폐지의 해로 삼겠다 고 말해 여성계의 기대를 한껏 높였다. 2. 맞잡은 두 손 : 민과 관이 하나로 호주제 폐지는 여성계가 수십 년 동안 주장해 온 사안이다. 그런 만큼 국민적 관 심도 매우 큰 주제였다. 따라서 호주제 폐지는 정부와 여성계 등 사회단체가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 정부와 민간단체가 손을 맞잡고 나서야 한다는 당위의 명제 가 호주제 폐지 추진 속에 녹아 있었던 것이다. 관련부처 합동의 범정부적 협력방식이 전제돼야함은 물론이었다. 무엇보다 호주 제를 규정한 민법 을 개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호적법 을 대체 할 새로운 신분등록법 을 제정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정부 부처간 협력은 절실 히 요구됐다.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한 여성부는 우선 2002년 여성단체 공동 협력 사 업을 통하여 호주제 폐지에 대한 홍보를 실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0개 여성 단체들이 이 협력 사업에 참여했다. 더불어 여성부는 2002년 10월부터 부처 홈페이 지에 호주제 바로 알기 라는 배너광고를 시작했다. 이어 2003년 5월 6일 호주제 폐지 추진이 국무회의에 보고 된 뒤 호주제 폐지특 - 22 -
별기획단(이하 특별기획단) 발족을 위한 준비 작업을 추진했다. 먼저 11개 시민사 회단체들이 기획단의 국민 참여분과에 참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한 YWCA연합회,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참여연대, 가정법률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한국YMCA전국연맹, 호폐모, 환경운동연합 등이 그것이다. 새마을운동중앙회와 한국자유총연맹 등은 2004년 2월에 추가로 동참했다. 정부 부처로는 국무조정실, 법무부, 여성부, 행정자치부, 문화관광부, 법제처, 국정홍보처 등 7개 부처가 참여했다. 기획단 단장은 안재헌 여성부 차관이 맡았다. 유림으로 대 표되는 호주제 폐지 반대단체들에 대한 참여도 열려있었다. 하지만 이들 단체의 특별기획단 참여는 특별기획단의 명칭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입장에서 호주제 폐지는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선 공약인데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기 때문이다. 특별기획단 출범을 앞두고 지은희 장관은 2003년 5월 12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미경 의원이 제출할 민 법 개정안 과는 별도로 특별기획단이 정부안을 마련하고, 이를 법무부가 늦어도 2003년 안에 정기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법 개정안 은 아들-손자-딸-처-어머니-며느리 순 등 남성위주의 호주승계 순위에 관한 조항( 민법 제984조), 여성이 혼인하면 남편이나 시아버지 호적에 입적하는 조항( 민법 826조), 자녀가 출생하면 부가호적에 입적토록 하는 조항 ( 민법 781조) 등의 폐지를 담은 것이었다. 호적 대안에 대해 지은희 장관이 밝 힌 내용은 이랬다. 1인1적제가 바람직할지, 가족부제가 바람직할지는 논란이 있는 만큼 특별기획단 에서 충분히 논의할 것이다. 올해 안에 대안을 결정하되 호적법 개정은 민법 개 정안 과 6개월의 시차를 두고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본다. 또 1인1적제와 가족부 제는 기술방식에 차이가 있으며 1인1적제의 경우, 본인 외 부모의 이름만 있어 형제 자매의 신원을 확인하려면 다시 부모의 신분등록부로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국민 여론과 효율성 등을 감안해 호적 대안을 결정할 것이다. 지 장관은 이밖에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식이 호주제 폐지 쪽으로 급격 히 기울고 있어 매우 고무적 이라고 말했다. - 23 -
2003년 5월 16일 특별기획단이 정식으로 발족됐다. 여성부는 총괄기획 분과를, 법 무부는 법제정비분과를, 그리고 여성부와 국정홍보처가 홍보분과를 책임지고 맡았 다. 한국여성개발원은 연구기관으로 함께 참여했다. 대법원은 호적사무를 관장하는 입장에서 협의기관으로 동참했다. 특히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행정부 주관의 회의체 에 매번 참여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특별기획단은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제1차 전체회의를 열어 기획단 운영방 향에 대해 논의했다. 동시에 법제정비분과와 국민 참여분과회의(법제정비분과장: 법 무부 법무심의관, 국민참여분과장: 가정법률상담소장,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 가 각각 열렸다. 구체적으로 이날의 회의에서는 입법 추진시기, 민법 개정안 과 호적법 병행추진 여부, 특별기획단 운영방안 등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특히 호주제 폐지 에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진 법무부 관계자는 남녀차별적인 법안들을 같이 개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호주제는 별도로 빼서라도 최대한 빨리 개정안을 내겠다 고 말 해 호주제 폐지 방침에 힘을 실었다. 호주제 폐지를 담을 민법 개정안 과 새로운 호적편제 방식을 담을 호적법 개정 시기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그동안 여성계는 전략적 차원에서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 을 우선 통과시키고 호적대안을 마련한다는 분리 추진을 주장해 왔다. 그런데 이날 회의에서는 시일이 걸리더라도 국민적 동의를 통해 동시 추진이 필 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돼 법제정비 분과에서 구체적으로 두 가지 안을 논의한 뒤 다 음 전체회의에서 보고토록 했다. 첫 회의에서 가장 긴 시간 토론했던 특별기획단 구성과 운영의 문제는 여성단체 들의 실무분과 참여로 일단락됐다. 당초 총괄기획 분과, 법제정비 분과, 홍보 분과, 국민 참여분과로 나뉘는 기획단에서 여성단체, 시민사회단체들이 모두 국민 참여분 과로 분류된 것이 문제였다. 이에 따라 이후 분과별 회의부터 총괄기획 분과에는 여 성단체연합과 가정법률상담소, 법제정비 분과에는 민변과 가정법률상담소, 홍보 분 과에는 호폐모 등이 참여해 관련 정부부처와 호주제 폐지 실무를 협의키로 했다. 이처럼 각 분과회의는 분과장을 중심으로 사안에 따라 수시로 열렸다. 분과별 운 영의 자율성을 부여하여 필요에 따라 분과회의가 소집되고, 진행됐다. 2003년 5월 16일 기획단 발족 이후 2005년 3월 10일 기획단 해체에 이르기까지 모두 7차례 전 체회의와 10번의 분과회의가 있었다. - 24 -
호주제 폐지특별기획단 참여자(분과별 첫 번째는 분과장) <단장> 여성부 안재헌 차관 <총괄기획분과> 여성부 황인자 차별개선국장, 국무조정실 교육정책과장, 법무부 김윤상 민법 담당 검사, 여성부 최창행 차별개선기획담당관 <법제정비분과> 법무부 조정환 법무심의관, 법제처 강성출 법제관, 행정자치부 예창근 주민과장, 법무 부 김윤상 민법 담당검사(간사), 여성부 최창행 차별개선기획담당관, 한국여성개발 원 조은희 연구위원 <홍보분과> 국정홍보처 유재웅 국정홍보국장, 여성부 조성은 공보관, 문화관광부 성남기 종무1과 장, 국정홍보처 윤필상 사회문화홍보과장(간사) <국민참여분과>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위원,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인순 사무총장, 경제정의실 천시민연합 고계현 정책실장, 대한변호사협회 유선영 변호사, 대한YWCA연합회 김은 경 사무총장,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선미 여성인권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손혁 재 운영위원장,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우혜경 사무총장, 여성유권자연맹 김혜원 사무국 장, 한국YMCA전국연맹 문홍빈 정책기획부장, 호주제 폐지를위한시민의모임 고은광순 운영위원, 환경운동연합 서주원 사무총장 이런 가운데 특별기획단의 독특한 구성과 운영방식은 특히 호주제 폐지추진 구성 원간 내부갈등을 최소화했다. 여성 사회단체들이 기획단 총괄기획 분과, 법제정비 분과, 홍보분과, 국민 참여분과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면서 정책추진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지게 됐다. 공동운명체로서 구성원간 신뢰가 더욱 깊어졌음은 물론이다. 호주제 폐지는 그 추진 초기,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제도폐지에 반대하는 상황 이었다. 그런 만큼 특별기획단을 통한 추진 주체간의 상호이해와 협력은 무엇보다 우선시됐다. 이는 호주제 폐지 추진을 큰 사회적인 후유증 없이 조기에 달성하는 중 요한 동인이 됐다. - 25 -
<표 1> 호주제 폐지특별기획단 전체회의 및 분과회의 운영현황 일 시 구 분 논 의 내 용 2003. 5. 16 2003. 6. 10 2003. 7. 8 2003. 8. 19 전체회의 국민참여 분과회의 법제정비 분과회의 국민참여 분과 홍보 분과회의 전체회의 법제정비 분과회의 법제정비 분과회의 2003. 8. 23 전체회의 2003.11. 6 전체회의 - 기획단 전체회의 및 분과회의 개최 계획 - 법제정비분과 등 분과 구성 및 운영 계획 - 민법 개정 마련 및 입법방향 - 호적전산화에 따른 소요비용과 시일 논의 - 국민참여분과장 선정 - 각 분과별로 여성 시민사회단체 추가 참여방안 - 자녀의 성과 본, 신분공시방식(가족별 또는 1인 1적별) - 여성 시민사회단체의 법제정비분과 추가참여 관련 사항 - 호주제 폐지 홍보사항 관련 교육자료 마련 및 교육인력 양성 옥외전광판(124개) 애니메이션 광고 제작 대상별(성별, 연령별 등) 바람직한 홍보전략 수립을 위한 민간 홍보 전문회사 컨설팅 TV프로그램 제작지원 및 라디오 광고 제작 등 - 국회 및 시민단체 주요활동 보고 - 입법 및 홍보 추진 등 기획단 활동현황 등 진행경과 보고 - 홍보전략 민간 컨설팅 결과 보고 - 법무부 가족법 개정특별분과위원회 회의경과 보고 - 가족법 개정특위 향후 논의 계획 - 법무부 가족법 개정시안 및 향후 법개정 추진일정 - 여성부 연구용역결과 및 민법 개정시안 개요 보고 - 국민참여분과 활동현황 보고 - 16대 국회 제출 민법 개정안 보고 - 민법 개정안 국회통과 및 홍보방안 논의 2004. 2. 13 전체회의 - 민법 개정 추진 및 홍보관련 논의 법무부에서는 가족법 개정 특별분과위원회 개최 현황 17대 국회 개원 후 추진 방향 2004. 5. 14 전체회의 - 민법 개정안 17대 국회 제출 관련 논의 2004. 6. 25 2004.11. 5 국민참여 분과회의 국민참여 분과회의 - 민법 개정안 의 17대 국회 통과 논의 7월초 개최 예정인 호주제 폐지시민연대 에서 세부사 항을 논의하기로 함 - 시민사회단체장들의 법사위 방문 등 국회 정사화시 대응방안 논의 - 26 -
일 시 구 분 논 의 내 용 2005. 1. 13 2005. 2. 4 국민참여 분과회의 국민참여 분과회의 - 대법원이 발표한 신분등록제 및 향후 추진방향에 대한 논의 - 법무부와 대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신분등록제안에 대한 설 명 2005. 3. 8 전체회의 - 2년의 활동성과 정리 그런데 특별기획단을 꾸릴 당시 여성부를 제외한 정부부처들은 호주제 폐지라는 의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법무부, 법제처는 물론 국정홍보처까지 특별기획 단 참여를 잠시 주저했으니 말이다. 더구나 법무부와는 법제정비 문제로 신경전을 펴야 했다. 최창행 팀장의 말이다. 호주제 폐지에서 가장 큰 축은 법제 정비였습니다. 그런데 법무부는 법은 소관 부처가 하는 것으로 고유영역 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별기획단이 법제 정비를 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었답니다. 하지만 호주제 폐지의 처음부 터 마무리까지 맡아야 할 특별기획단 입장에서 법 정비권한이 들어오지 않으면 아 무 소용이 없었죠. 부처가 이견이 있음에도 여성부와 법무부 장관들의 견해는 일치했다. 지은희 장 관과 강금실 장관은 서로 통화하면서 법무부의 초안을 특별기획단이 필터링하는 식 으로 합의했다. 최 팀장의 말대로 중요한 포인트에서 기관장간의 합의로 막힌 문제 가 일거에 풀릴 수 있었다. 사실 2000년 무렵 두 장관은 호주제 폐지에 대한 견해의 일치를 봤다. 당시 한 인 권대회에서 변호사이던 강금실 장관은 법적으로 호주제에 대한 폐지 이유를 밝혔다 고 한다. 지은희 장관은 이를 돌아보면서 호주제 폐지 찬성론자로서 강금실 장관의 개인적 신념을 알았다 고 했다. 어쨌든 특별기획단이 활동에 들어갈 무렵, 유림을 중심으로 한 보수단체들도 본 격적인 호주폐지 저지운동에 나섰다. 한국씨족총연합회 산하 4179개 성본종중과 전 국 1만8650개 지부 및 파종회, 성균관유림회 산하 3021개 지회, 대한노인회, 한국근 우회 등이 참여한 정통가족제도수호 범국민연합(이하 정가련) 이 중심이었다. 이들 단체는 5월20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대다수는 - 27 -
호주제에 대한 부분적 보완과 개선을 원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여성부와 일부 여성 단체들의 정략적 폐지운동에 휘말리고 있다 며 호주제 폐지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정가련은 이날 안재헌 여성부 차관을 만나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한편 향후 탑골 공원에서 궐기대회와 삭발식을 열고 1000만인 서명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 단체는 동성동본금혼제 폐지와 친양자제(재혼 때 아이도 양아버지의 성 으로 바꾸는 것)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한 국회에 계류 중인 가족법 개정안에 대 해서도 졸속 개악 이라며 저지운동을 펴기로 했다. 호주제를 둘러싸고 찬반 세력간 의 상당한 마찰이 예상되는 대목이었다. 3. 국민적 공감대 확산을 위한 노력 특별기획단이 본격 가동되면서 호주제 폐지는 그야말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 이면에는 국민적 공감대 확산 이라는 중대한 명제가 깔려 있었다. 호주제 폐지는 가족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3년 4월 4일 여성부 연두업무보고 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유독 국민적인 공감대를 강조한 것도 이런 까닭이었다. 국민적인 공감대를 넓히려면 호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가 필요했다. 호 주제 폐지에 대한 의식조사는 연구기관, 여성단체, 언론사별로 정기적으로 실시됐 다. 먼저 2001년 한국여성개발원이 21세기 여성정책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연구 를 실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호주제 폐지에 대해 27%(남성 19.1%, 여성 29.6%)만이 찬성한다는 결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어 2002년 여성부가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에 의뢰한 호주제 개선방 안에 관한 조사연구 에서는 호주제 폐지 또는 수정에 45.8%(남성 37%, 여성 55%)가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1년 전에 비해 호주제 폐지 입장이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호주제 폐지가 정책으로 본격 추진된 2003년, 여성부가 공동협력사업 방식으로 추진한 가정법률상담소의 여론조사는 한층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 줬다. 호주제 폐 지에 66.2%(남성 50%, 여성 82%)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호주 제 폐지의 당위성, 호주제에 관한 설문분석, 호주제 폐지에 대비한 대안 등에 대한 조사 발표가 잇달아 나왔다. 이처럼 호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는 시간이 갈수록 압도적인 찬성 양상 으로 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언론은 여전히 호주제 폐지에 대한 여론이 찬반논란으 - 28 -
로 팽팽히 맞선다는 인상을 주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물론 호주제 폐지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도 상당했지만 말이다. 이에 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사무 총장은 칼럼을 통해 언론의 심층보도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 개정안 시안을 마련했다는 기사가 8월 22 일자에 소개되었다. 지난 5월 이미경 의원 등이 발의한 민법 개정안 에 이어 이 번에 정부안이 발의됨으로써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 이 통과될 수 있는 전기 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물론 유림 등에서는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호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 여론은 점점 높아져 지난 5월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성인 남녀 9,593명을 대상으로 벌인 호주제 폐지 의식조사에 따르면 약 66%가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호주제 관련 기사의 부제는 호주제 폐지에 대해 찬반 논의가 거 셀 듯 이었다. 상당수 여론이 호주제 폐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마당에 굳이 찬반 논란 이라는 식의 전망을 덧붙이는 것은 그나마 정부가 어렵게 마련한 호주제 폐지 법안에 찬물을 끼얹는 보도 태도로 비춰져 아쉬움이 남았다. 국회의원들은 사회 변화의 진보적인 방향보다는 17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유권 자의 표만을 의식한 채 누구에게도 표를 잃지 않으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호주제가 논란이 많으므로 통과시킬 수 없다 는 자기변명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 련 기사를 이용하기도 한다. 때문에 8월23일 호주제 폐지와 시대 변화 사설을 통해 호주제 폐지를 시대의 흐름으로 보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의 필요성을 지적한 데 대 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특히 호주제로 인해 피해를 겪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호주제 폐지 이후에 달라지는 제도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나가야 할 것 이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족제도는 사라지지만 대신 부부간, 부자간에 평등하고 개인의 인권이 존중되는 가족제도가 생겨난다는 진실을 국민에 게 제대로 알려야 할 것이다. 특히 법무부 시안이 유림의 우려를 고려하여 자녀의 성과 본은 부성을 유지하도록 했기 때문에 이 점도 정확히 알려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2003. 8. 25> 아무튼 2001년 이후 여성부는 공동협력사업 기획과제로 호주제도 개선 및 폐지 사업 을 선정했다. 여성단체는 전국의 노인, 남성, 학생,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호주 제의 문제점에 대한 교육과 캠페인을 펼쳤다. 연극공연, 사례집 제작 등 다양한 국 민 공감대 확산사업도 이어졌다. - 29 -
가정법률상담소, 여성단체연합, 여성단체협의회, YWCA협의회, 대한주부클럽연 합회 등 호주제 폐지 공동협력사업 추진단체들은 매년 워크숍과 평가회를 가졌다. 이를 통해 각 단체들은 추진계획과 실적을 서로 논의하며 미흡한 부분은 보완해 나 갔다. 아울러 단체끼리 관련 자료를 공유하며 호주제 폐지 추진 사업의 효과를 높여 나갔다. 호주제 폐지 찬성 여론은 어느새 70%에 이르고 있었다. 호주제 폐지를 주요내용 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 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인 2004년 한겨레21(한국사회과학 데이터센터)의 조사에서 호주제 폐지에 69.6%의 국민이 찬성한다고 답한 것이다. 호주제 폐지 추진 초기 거부감을 보이던 상당수 국민들도 호주제 폐지 찬성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특별기획단을 구성한 정부의 강한 정책 추진의지와 지속적 홍보활동, 그리고 여 성사회단체들의 각종 캠페인 활동 등 덕분이었다. 사실 호주제 폐지 추진 당시 홍보 예산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국정홍보처에 의뢰, 민간 홍보컨설팅을 받아 종합홍보추진계획을 마련했다. 홍보의 목표는 호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 관심과 올바른 인식 확산과 호주제 폐지 법안의 성공적인 국회통과를 위한 국민적 지지 확보였다. 이런 목표를 바탕으로 짜 인 홍보 전략에서 돋보이는 대목은 20대 후반~40대 즉, 무관심층에 대한 관심 유도 와 지지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이들 세대는 주요 경제활동 계층으로 사회와 경제, 가족문제 전반에 관심이 높다. 하지만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사안에 대해선 자발적 관심도가 미약하다는 분 석이었다. 이에 따라 20대 후반~40대 직장인의 생활 추세에 맞춰 온 오프라인을 통 한 홍보로 관심을 유도하고 남이 아닌 나와 가족의 사안이라는 메시지를 집중 부각 했다. 통합적인 홍보 캠페인 실시로 광범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필요했던 것이다. 여론조사와 홍보활동 외에 필요한 것이 또 있었다. 호주제 폐지 추진 정책의 논 리개발과 관련제도를 탐구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그것이었다. 이는 학제적인 차원에 서 다각적으로 실시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호주제 폐지 추진의 주무부처인 여성부는 2001년 호주제 개선방안에 관 한 조사연구를 실시했다. 가족법 개정의 주무부처인 법무부도 2002년 가족제도 의 변화가 사회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어 2003년 여성부는 호주제 폐지 와 관련된 법령정비를 대비해 호주제도 폐지에 따른 법제도의 정비방안을 연구했다. - 30 -
이처럼 일련의 과정을 거쳐 2004년 6월 여성부는 호주제가 사회 문화적으로 미치 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는 여성부가 서울대 여성연구소에 의 뢰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연구결과는 같은 해 6월 21일 서울대학교 멀티미디어 강 의동에서 호주제의 사회문화적 영향에 관한 연구 라는 제목의 중간 발표회 형식으 로 이뤄졌다. 그동안 호주제 폐지를 둘러싸고 위헌성 문제로 일관된 호주제 폐지의 정당성이 실질적인 가족관계와 가족 문화, 사회생물학적 측면에서도 개연성을 가질 수 있다 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됐다. 이날 중간 발표회에는 김광억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한경혜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등이 발 제자로 참여했다. 발표회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김광억 교수는 발제문 국가-사회의 관계 속에서 호주제가 가족문화에 미치 는 영향: 비교학적 접근'을 통해 호주제가 근대사의 산물임을 강조했다. 그는 현 재의 호주제는 조선시대의 호주제와 다른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것 이라고 전제 한 뒤 호주제가 이미 폐지됐어야 하지만 전쟁과 분단, 폐허, 국가재건 등의 벅찬 현대사를 헤쳐 오며 사회질서 유지에 필요한 모든 비용과 역할을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역할을 가족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일제가 만든 호주제를 바꾸거나 폐지해야 할 필요성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국과 일본 역시 유교전통을 바탕으로 하지만 호주제 는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다 며 호주제가 없어도 가족이나 사회질서가 해 체되거나 혼란에 빠지지 않으며 가족이라는 것은 사회적 문화적 구성요소이므로 호주 제가 폐지되면 가족이 해체된다는 말은 타당하지 않다 고 말했다. 한경혜 교수는 호주제의 가족관계 및 가족 문화적 측면: 성인남성의 삶에 반영된 모습'이란 주제의 논문에서 호주제 하의 가정의 모습은 현재 한국 가정의 보편적인 모습이 아님을 역설했다. 그는 호주제에 상관없이 현재 한국의 가족은 전통적 의미의 가족구조, 가족범주 및 가족 관계 측면에서 크게 변했다 며 호주 제가 상정하는 가족 은 더 이상 한국가족의 보편적 모습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호주제 논의를 여성, 남성, 자녀의 문제로 나눠 볼 것이 아니라 이들 이 모여 구성하는 가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호주제에 의한 가부장적 가치 및 문 화가 여성 뿐 아니라 남성의 삶도 억압한다는 사실도 주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주 지위의 계승이 가져오는 부양의 책임, 가장으로서 경제적 부양책임, 아 들 선호, 가족 관계의 위계 등을 고려할 때 딸만 낳은 장남, 과도한 노부모 부양책임 - 31 -
을 지고 있는 남성, 자녀가 있는 여성과 재혼한 남성, 실직한 가장 등은 호주제의 피 해를 보고 있는 남성 이라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현재 호주제에서 정상적인 것 으로 생각하는 가족의 보편성은 점점 감소하고 있으며 한국 가족의 변화되는 실제와 호주제가 상정하는 가족 개념 및 가족 관계 간의 괴리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예 측했다. 최재천 교수는 사회생물학적 측면에서 호주제 폐지와 한국 남성의 삶을 살폈다. 그 는 호주제 폐지와 대한민국 남성의 삶; 사회생물학적 접근 이란 주제의 논 문에서 호주제의 부계혈통주의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으며 자연계의 혈통이 암컷으 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생물학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가부장 제도가 한국 남성들에게 가하는 스트레스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한국 중년 남성들의 사망률 과 무관하지 않을 것 이라며 호주제가 폐지되어 가부장적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로 워지면 여성과 남성이 함께 짐을 지고 가정을 꾸려나감으로써 한국 남성들의 사망률 도 떨어질 것 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처럼 정부는 시민 여성단체와 공동으로 호주제 폐지를 위한 다양한 사전준비를 실 시했다. 이로부터 여성부의 연구는 가족관 변화와 새로운 신분등록 제도로 모아졌다. 2005년 호주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민법 이 2005년 3월 공포된 이후의 작 업으로, 호주제 폐지에 따른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이른바 실질적 대안 연구인 것이다. 4. 호주제 폐지에 속도를 가족법 개정분과위 설치 특별기획단의 법제정비 분과를 주도한 법무부는 2003년 6월 4일 산하에 가족 법 개정특별분과위원회(이하 특별분과위) 를 발족했다. 위원장은 이승우 성균관대 교수가 맡았다. 위원으로는 조정환 법무부 법무심의관, 김윤상 법무부 검사, 김상용 부산대 교수, 최진섭 인천대 교수, 신영호 고려대 교수, 이유정 민변 변호사, 양현아 서울대 교수, 장성원 대법원 판사 등 모두 8명이 참여했다. 특별분과위 제1차 회의에서는 위원회 운영방향을 논의하면서, 호주제 폐지 등을 둘러싼 토론을 심도 있게 펼쳤다. 같은 달 13일 제2차 회의에서는 민법 상 가 족 개념 삭제 여부를 논의했다. 이어 같은 달 26일 제3차 회의에서는 새로운 신분 공시제도를 논의하면서 가족부제와 개인별 신분등록제의 장단점을 비교, 토론했다. 세 차례 회의에서 위원회는 호주제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 공감했다. 아울러 이를 대체할 새로운 신분공시 방식으로, 가족부제와 개인별 신분등록방식을 검토해 결정 - 32 -
하기로 했다. 또한 자녀의 성과 본 문제에 대한 일본, 독일 등 외국의 입법례 및 현 실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밖에 위원회의 논의에 호주제 폐지특별기획단의 의견이 개진될 통로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수렴됐다. 같은 해 7월 18일 제4차 회의에서는 민법 상 가족 개념의 존치를 결정했다. 같은 달 24일 제5차 회의에서는 자녀의 성과 본 결정, 그리고 변경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역시 같은 해 8월 7일 제6차 회의에서는 호주제를 대체할 새로운 신분공 시제도에 대한 토론과 결정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8월 11일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 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심의됐다. 앞서 여성부는 이미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민법 개정을 전폭 지지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동안 호주제 폐지를 추진해 온 여성단체 대표 들이 속속 국회 방청석에 모여 들었다. 하지만 20여 명의 방청단은 이미경 의원의 민법 개정안 제안 설명이 끝난 뒤 전개된 법사위 전문위원과 법사위원의 대체토론을 보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 다. 법사위 전문위원은 호주제 폐지보다 개정을, 자녀의 성과 본은 부계혈통주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검토의견을 제시했다. 법사위 전문위원이 과연 관련부처와 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내용을 반영해서 검토의견을 제시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당시는 각계각층에서 호주제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서와 건의문 채택이 이어졌고, 국민여론도 호주제 폐지 쪽으로 기울고 있던 터였다. 더구나 일부 법사위 의원들의 대체토론은 보수성을 넘어 퇴행적인 모습이었다. 호주제는 남녀불평등과 아무 관계 가 없으며, 부성강제조항은 남녀불평등조항이 아니고 오히려 성씨를 선택하도록 하 는 조항이 가계의 질서를 헝클어뜨린다는 한 야당의원의 주장이 그것이었다.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는 재혼, 삼혼, 사혼을 할 경우 그때마다 성을 바꾸자는 주장이라며 극단적인 상황을 전제한 반론까지 나왔 다. 호주제 폐지에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안 됐다는 이유를 들어 호주제 폐지 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야당의원들도 있었다. 한 야당의원은 자녀의 성과 본 변경은 재혼 가정에 한해 예외적인 경우에만 별도로 제도를 만들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2001년 법사위에서 법무부가 발의한 친양자 제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인 것에 비하면 조금 나아지긴 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이날 여성단체 방청단들이 분개한 것은 호주제 폐지 논의가 시작되자 사라진 여당의원들 때문이었다. 이들이 사라진 뒤 법사 - 33 -
위 대체토론은 민법 개정안 에 반대하는 의원들만 남아 찬성토론이 전혀 없었다. 이미경 의원 대표발의안 주요내용 호주의 정의 등 호주에 관한 사항과 가족의 범위 규정을 삭제함( 민법 제778 조 및 제779조 등 민법 제4편 제2장 삭제 자녀의 부성강제주의 및 부가입적주의를 삭제하고 자녀의 성과 본은 부모의 협 의에 따라 정하도록 하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정하도 록 함( 민법 제781조 삭제 및 안 제865조의2제1항 신설). 형제자매는 동일한 성과 본을 쓰도록 하고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성과 본을 변 경할 때에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함(안 제865조의2제3항 신설). 법 시행 후 관련제도 정비 등을 위해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국가인권위원회법, 형법 등 호주와 관련된 사 항을 규정한 법령을 일괄 정비함(부칙 제1조 및 제2조). 한편 사흘 뒤인 8월 14일 열린 제7차 특별분과위 회의에서는 다른 법령상의 가족 개념 정비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같은 달 21일 제8차 회의에서는 인지( 認 知 )로 인한 성 변경 등에 논의가 있었다. 위원회는 달을 넘겨 9월 2일 열린 제9차 회의에 서 마침내 호주제 폐지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민법개정 최종시안 을 도출했다. 법무부는 4일 호주제 폐지를 뼈대로 한 민법 개정안 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 은 현행 민법 에서 호주에 관한 규정과 호주제를 전제로 한 입적 복적 분가 등에 대한 규정, 호주와 구성원과의 관계로 정의된 가족 규정을 없앴다. 또 자녀의 성과 본은 아버지 것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혼인신고 때 부모의 협의에 따라 어 머니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가사소송법 등 가족 규정이 들어가는 101개 법률 가운데 51개 법률에 서 가족 이라는 단어와 호주 규정을 없애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호주제 폐 지에 따라 현행 가족 단위 신분등록제를 대신할 방안으로 논의된 개인별 신분등록 제 도입 안은 대법원이 관장하는 호적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여서 이번 개정안에 는 포함되지 않았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국회 심의 등 을 거치게 되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2006년부터 시행된다. <한겨레, 2003. 9. 5> - 34 -
내용을 추리면 민법 에서 먼저 호주 조항을 삭제했다. 자녀의 성과 본은 아버 지의 성과 본을 따르되 부모 협의시 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자(녀)의 복 리를 위하여 성을 바꿀 필요가 있을 경우, 부 모 자의 청구에 의해 가정법원의 허가 를 얻어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호주제 폐지 이후 신분공시제도는 개인별 신분등록제로 추진한다는 위원회안을 마련했다. 당시는 이 안을 토대로 정부안이 확정되면 향후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었 다. 어쨌든 앞서 5월 국무회의 보고 이후 약 4개월 만에 호주제 폐지를 뼈대로 한 민법 개정안 이 마련된 것을 두고 정부 안팎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성과라는 평 가를 내놓았다. 지은희 전 장관은 이를 두고 굉장한 속도를 낸 것 이라고 평가했다. 특별기획단 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법무부 내 특별분과위가 구성될 즈음, 여성부는 연내 민법 개정안 의 입법을 강조했다. 반면 법무부는 그리 간단치 않다는 입장이었다. 시간 이 오래 걸린다 는 것이었다. 그래서 특별기획단은 특별분과위 회의를 매주하게끔 하면서 법무부를 추동했다 는 게 최창행 팀장의 전언이다. 민법 개정안 을 4개월 만에 마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사실 특별분과위 회의나 활동 스케줄을 아주 타이트하게 짰어 요. 법무부 입장에선 황당하기도 했겠지만 매주 회의를 하게하고, 그래야 연내 입법 이라는 목표를 맞출 수 있으니 말이죠. 이와 함께 특별분과위가 민법 개정안 을 넉 달 만에 마련한 데는 호주제 폐지 라는 명백한 명제가 있기에 가능했다. 호주제에 대한 개정 작업이라면 그 범위를 어 디까지로 할 것이냐 등 논의 사항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시간이 소요될 것 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반면 폐지라는 작업은 집으로 비유하면 철거 와 같아서 한번 탄력을 받으면 충분 히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특별분과위의 4개월은 호주제 폐지 추진에 대한 가 속도를 붙인 과정이었다. 이 무렵, 호주제 폐지에는 전례 없는, 유례없는, 이례적 인 등의 표현이 속속 따라 붙었다. - 35 -
제2장 마주달리는 기차 - 호주제 폐지 찬반 논쟁 1. 시민단체의 호주제 폐지 요구 호주제 폐지는 시간이 갈수록 찬성 쪽으로 기울었지만, 그 찬반 논쟁의 양상은 마주달리는 기차 와 같았다. 우선 호주제 폐지 찬성 쪽은 시민단체들의 힘이 컸다. 특히 여성계의 움직임이 큰 몫을 차지했다. 2000년 9월 가정법률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총 113개 단체가 참여하는 호 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 가 발족됐다. 이 무렵, 여성계(곽배희 은 방희 지은희)는 호주제 폐지를 위한 국회 청원서를 제출했다. 여성계와 시민연대는 호주제에 관한 위헌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원고인단 모집을 시작으로 2000년 11월 각 관할법원에 호주제 폐지를 위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2001년 4월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과 서부지원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 판을 제청했다. 2002년 2월 27일에는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우리나라 국회 의원들이 호주제의 개선 필요성을 인식하곤 있지만 여전히 남성위주의 부계혈통주 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민연대가 이날 가정법률상담소 강당에서 발표한 국회의원 인식조사에서 설문 에 응한 의원 113명 가운데 80%가 호주제가 여성 차별적이라고 답했다. 조사 결과 에 따르면 호주의 개념에 대해 의원들은 호적편제의 기준인(54%) 또는 가족을 대 표하는 집안의 어른(35.4%) 으로 인식하고 있어 기존의 대(혈통)를 잇는 자(4.4%) 라 는 개념은 거의 사라졌음을 보여줬다. 호주승계순위에 대해서도 남녀차별로 불합리하다(47.8%), 남녀 구분 없이 연장 자가 우선돼야 한다(32.7%) 는 응답이 80.5%를 차지해 호주제가 여성 차별적인 시각 을 안고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막상 구체적인 사항으로 들어가면 유보적인 입장 을 취하는 응답이 많아 호주제 문제에 대해 대부분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호적제도에 있어서 응답의원의 56.6%가 결혼과 동시에 아내의 호적이 남편 호적 에 입적되는 것이 남녀차별 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통문화 라는 응답 도 38.9%로 나타나 남성위주의 사고를 엿보게 했다. 또한 부모 이혼시 자녀가 여전 히 친부의 호적에 남게 되는 현행법이 부당하다 는 주장이 81.4%였다. 하지만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라고 규정한 민법 제781조 제1항에 대 해서는 42.5%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고 응답해 일관성 없는 - 36 -
시각을 드러냈다. 이처럼 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에는 전통적 인 가족제도 유지, 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이 보편적이므로 등의 사유가 각각 18.8%로 나타났다. 이어 가계의 체계화내지 가족체제의 안정을 위해서(14.6%), 부 계혈통 중심주의 유지를 위해(12.5%) 등이 있었다. 이런 결과에 대해 당시 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위원이 전한 말이다. 예견한 결과지만 처의 부가입적 문제나 이 재혼 가정의 자녀 입적 문제 등에 여성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 조사를 통해 입법을 담당하는 의원들이 문제점은 인식하면서도 개선에 대해선 상당히 유보적인 입장임 이 드러남에 따라 앞으로 대대적인 입법추진운동을 전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후 2003년부터 호주제 폐지는 정부의 정책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되기에 이른다. 여기에 발맞춰 시민연대를 중심으로 한 여성 시민사회단체가 전국적으로 지역민, 학 생,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홍보캠페인과 서명운동, 그리고 호주제 문제에 대한 교육 등 국민적인 공감대 확산운동을 전개했다. 이와 함께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 의 국회통과를 위해 전체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1:1 면담과 설문조사가 이어졌다. 국회 법사위 위원장 및 위원 상대 설득, 호주제 폐지 촉구 선언문 발표 등 적극적 인 호주제 폐지 운동이 펼쳐졌다. 앞서 2002년 국회의원 인식조사 결과에 대응한 활 동으로 볼 수 있었다. 이 무렵, 언론에는 사회각계 지도자들이 연내 호주제 반드시 폐지한다 는 각오로 국회의원 설득에 나선다는 라는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이른바 272인 서포터스 운동이었다. - 37 -
호주제 폐지 272인 서포터스 운동 사회각계 지도자들이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국회의 원들에 대한 1대1의식화 교육에 나선다.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이세중 변 호사, 최병모 민변 회장, 신인령 이화여대 총장, 송자 대교 회장 등 각계 인사 272명 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호주제 폐지 272 발족식을 갖고 국회의원 272 명에게 호주제 폐지의 당위성을 인식시켜 올해 안에 반드시 호주제 폐지를 성사 시 키겠다 고 밝혔다. 호주제 폐지 272 는 국회의원 272명을 1대1로 담당, 집중 접촉해 호주제 폐지 당위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킨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이사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이상배 의원, 이세중 변호사는 한나라당 이우재 의원, 최병모 회장은 하나로국민연 합 대표인 이한동 의원, 신철영 경실련 사무총장은 자민련대표권한대행인 이인제 의 원,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한나라당 임진출 의원을 각각 담당하는 식이다. 호주제 폐지 272 측은 발족선언문에서 이번 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전개해 국민 의 평등의식을 높이고 국회의원들에게도 국민의 결집된 힘을 보여줘 호주제 폐지를 앞당기겠다 고 밝혔다. <문화일보, 2003. 5. 27> 호주제 폐지 272 발족식이 있은 다음날인 2003년 5월28일, 법조계와 법학계도 호주제 폐지 지지선언을 발표했다. 시민단체의 캠페인과 정부의 정책 추진에 다시 한 번 적잖은 힘을 실어 준 날이었다. 사실 많은 시민 사회단체의 운동가들은 호주 제 폐지의 걸림돌은 유림이 아니라 국회 라고 지적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듬해 총선을 의식해서인지 호주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 을 미루고 있던 터였다. 여론조사 결과는 성인 남성의 절반 이상, 네티즌의 70% 이 상이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말이다. 호폐모 대표였던 한의사 고은광순 씨는 호주제 폐지 운동은 유림이 아닌 광범한 무지를 상대로 싸우는 일 이었다 고 토로한 바 있다. 호주제 폐지는 유림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무지 와 무식 을 상대로 싸 우는 일이었어요. 사법부 연구원들이 제게 여자들도 씨가 있느냐 고 물을 땐 기가 막혔지만, 그래도 논리적으로 허위의식을 깨야만 우리가 조금씩이라도 진정한 민주 주의에 다가간다고 믿었어요. (주간동아, 2003. 9. 11) - 38 -
2. 반대, 반대, 반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2003년 9월 25일 마침내 여성부와 법무부의 공동 공청회가 열렸다. 상황이 여기 에 이르면서 호주제 폐지 찬 반 단체간의 갈등은 어느새 최고조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동안 유림을 비롯한 상당수 반대단체들은 정부의 호주제 폐지 추진을 설마 될까 하는 심정으로 막연하게 바라본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호주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 을 2003년 9월 입법 예고하고, 그 일환으로 같은 해 9월 25일 공청회를 열자 반대단체들은 극렬한 반발 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정부안에 대한 공동공청회는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한변 호사협회 건물에서 열렸다. 최창행 팀장이 전한 당시의 장면이다. 민법 개정안 을 마련하고 연 첫 공청회인데다 호주제 반대 단체의 반발도 커 파행을 우려했지요. 그래서 호주제 찬반 측에 같은 비율로 초청장을 보내 방청인원 을 제한했습니다. 막상 공청회 날이 되자 초청장은커녕 막무가내 식으로 밀고 들어 오는 거예요. 어쩌겠습니까? 불상사는 피해야겠기에 질서를 유지하며 들여보내야 했지요. 이처럼 공청회는 시작도 되기 전부터 기우뚱거렸다. 유림 측과 여성단체 회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방청석은 마치 신구세대를 대변하듯 두 쪽으로 갈라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공청회는 시작을 알리기 전부터 상대방에 대한 야유와 고함이 난무하고 있었다. 잠시 뒤 법무부 강금실 장관의 인사말이 시작됐다. 유림 측의 야유가 끊이지 않 았다. 강 장관의 축사는 도중에 끊기고 말았다. 법무부 장관의 인사말이 중단된 것 은 법무부 사상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처럼 공청회는 점점 파국으로 치달았 다. 부산대학교 김상용 교수가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섰다. 16세기까지도 국민의 반은 성이 없었다 는 내용으로 시작된 주제발표. 그러자 공청회장은 순식간에 호주제 찬성 측의 그럼 나머지는 상놈이냐? 등의 고함과 욕 설이 난무하며 김 교수의 발표를 중단시키고 말았다. 이에 맞서 호주제 폐지론 측도 김 교수의 주제발표를 계속할 것을 요구하며 박수 와 함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공청회는 공전되고 말았다. 이 와중에 연단으로 난입 하려는 유림 측을 제지하던 한 검사의 이마가 찢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 노인이 검사의 이마를 받은 것이었다. 전 하얗게 질렸어요. 아니, 장내 질서를 유도하던 검사가 다쳤으니. 그 검사가 - 39 -
발끈해 화를 내고 현장에서 법 집행을 했으면 공청회가 어찌 됐겠습니까? (최창행 팀장) 검사는 끝까지 참았고, 유림측 대리인인 구상진 변호사가 어르신들, 이런 방 식으로는 안 된다 라고 큰절을 하며 호소했다. 장시간의 공전 끝에 가까스로 공청회가 재개됐다. 그러나 공청회는 이미 아수라 장이 된 뒤였다. 때문에 방청석의 질의응답은 단 1건에 그쳐야 했다. 결국 공청회는 양측의 주의, 주장만을 격하게 드러낸 채 끝났다. 말 그대로 호주제 폐지를 향한 앞 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공청회였다. 이날 공청회의 한 참석자는 논리가 약해지면 너희 할아버지뻘이다, 넌 조상도 없느냐 는 말로 입을 막으려 한다 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공청회 마지막 토론 자였던 진선미 변호사는 2000년에도 같은 사안에 대해 같은 사람들이 토론을 했지 만 한 치의 변화도 없이 역시 같은 장면을 연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고 말했다. 지은희 전장관은 이날 공청회를 두고 오히려 생각보다 반발의 강도가 크지 않았고 했다. 하도 많이 당해봐서 이 정도면 별거 아니다 라고 봤죠. 예전에는 가족법 개정이라는 말은커녕 그 아래 단계의 얘기만 꺼내도 숱한 욕을 들어야 했거든요.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던 유림과의 갈등은 각종 공청회, 헌법재판소 변론과정에서 점점 심화됐다. 2005년 2월 정가련 등은 호주제 폐지 반대 퍼포먼스를 열었고, 같은 달 종묘에서 호주제수호궐기대회본부 주최 반대집회가 열렸다. 이에 앞서 2004년 9 월 15일 성균관 유도회 경주지부 300여 명이 호주제 폐지 반대결의를 했다. 석 달 뒤인 2004년 12월 15일 전국의 유림은 대규모 호주제 수호 궐기대회를 서울역에서 열었다. - 40 -
민법 개정안 공청회 법무부가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 을 최근 입법예고한 가운데 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법무 여성부 공동주최로 열린 민법 개정안 공청회가 호주제 유지론자와 폐지론자간에 치열한 공방 속에 이뤄졌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상용 부산대 법대 교수는 재혼가정의 증가와 더불어 자녀 의 성( 姓 )변경이 우리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며 재혼가정의 안정과 그 안에서 자라고 있는 자녀의 복리실현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자녀의 성변경은 허용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도 주제발표에서 "현행 민법 은 호주승계순위를 아들-딸-처-어머니-며느리 순으로 규정, 남성을 우선순위로 하고 있다"며 "이는 법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제도이며 남성 우월의식을 반영함으로써 양성평등을 저해하고 있다" 고 호주제 폐지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곽 소장은 이어 호주제가 폐지된 후 채택할 새로운 신분등록제는 개인이 특정 가 에 소속하거나 호주 등의 특정인에게 종속되지 않아 가 의식을 불식하고 인간의 존엄 과 양성평등에 기반 한 개인의 존중이라는 헌법이념의 구현에 적합한 제도 라고 평가 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호주제 유지 측의 구상진 정통가족제도수호 범국민연합 공동대 표(변호사)는 "가족, 호주의 개념을 없애는 것은 가족질서뿐 아니라 민족의식을 부인하 는 것"이라며 "국민투표 수준의 특별한 국민적 합의 없이는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일"이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호주제 폐지운동본부에 올라온 상담사례 등을 예시하며 "여성이 혼인시 남편 호적에 입적을 강제하는 것은 수평적 관계의 자유로운 혼인의사에 위배되며 국가가 이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호주제는 민주주의적 법치질서에 반( 反 )하는 것"이라며 호주제의 불평등성을 강조했다. 이어 호주제 찬성론자인 정환담 전남대 교수는 "호주제와 가족제도는 전체국민의 가 족생활에 관한 실질적 헌법질서에 해당하는 중대한 제도"라며 "따라서 호주제를 보존 하는 대원칙 아래 문제로 삼는 예외사항에 대해 한정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진선미 변호사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이 붕괴된다는 주장 은 허구 주장했다 진 변호사는 우선 붕괴, 해체를 우려하는 가족은 현실의 가족공동 체 내지 사회통념상의 가족이나 법률상의 가족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호주에 대 응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인 존재 라며 호적은 취학, 여권교부, 상속권리 분쟁과 관련해 증빙자료로 사용되는 공문서에 불과하기 때문에 호적의 기능을 없애고 신분관 계의 공시제도라는 본래의 기능을 발휘토록 해야 한다 고 말했다. <국정브리핑 2003. 9. 26> - 41 -
서울역 집회는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단체들의 반대활동 가운데 가장 격렬한 대회였다. 동틀 녘에 가장 춥게 느껴지듯 호주제 폐지가 본격화되자 호주제 폐지 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반발했다. 화형식 등 과격한 시위를 전 개한 것이다. 호주제 폐지반대 대규모 집회 유림들로 구성된 성균관 가족법 대책위원회는 오늘 서울역 광장에서 유도회 관계자 등 6,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갖고 호주제를 철폐하는 대신 개정하 거나 보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참석자들은 국회에 보내는 탄원서를 통해 호주제는 성씨를 잇기 위한 제도로 여성 차별과는 무관하며, 시대적 변화를 핑계 삼아 호주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서양의 이분 법적 사고에 빠진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는 호주제와 동성동본금혼법 철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 는 가족법 개정안 이 상정돼 있습니다. 오늘 집회에는 전국의 향교와 유도회 관계 자 등 6,0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KBS, 2004. 12. 15> 온 나라가 콩가루 집안이 되고 우리민족이 개, 돼지와 다름없이 되는 꼴을 못 보 겠다. 이처럼 극한의 표현이 난무한 주요 궐기대회만 모두 7차례 이어졌다. 이 과 정에서 나온 유림을 비롯한 반대단체의 논리는 많은 부분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부모형제도 몰라보는 금수가 된다 는 비이성적인 주장에서부 터 가족해체가 가속화된다는 비난까지 말이다. 심지어 호주제 폐지는 북한에 동조하는 것 이라는 터무니없는 이념적 주장도 뒤 따랐다. 정부의 호주제 폐지 의지가 확고해질수록 유림을 중심으로 한 반대의 목소리 도 그만큼 커지는 양상이었다. 이를테면 호주제 폐지 반대의 논리는 이런 것이었다. - 42 -
대부분의 나라에서 부인의 성이 남편 성으로 바뀌는 점을 왜 모르는가. 외국의 경 우 부인의 성을 남편 성으로 고침으로써 그 단위 가정이 어떤 가정에 속하는지를 나 타낸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와 같이 이혼했을지라도 성을 덧붙일 뿐 절대 바꾸 지 않고 전 남편의 성을 모두 다 가져가야 한다. 성을 중요시하는 것은 특정집안이 어느 집안인지를 밝히게 되기 때문이다. 서양 여자들은 대부분 남편의 성으로 바뀐다. 보봐리 부인은 남편의 성이 보봐리라는 점 을 알아야 한다. 일본도 성이 바뀌게 된다. 오히려 가족제도를 지키기 위한 이중삼중의 장치를 가 지고 있다. 이름은 다르지만 호주제와 같은 제도를 갖추고 있으면서 부인은 성이 없 으면서 이름만 올라간다. 중국과 북한의 경우만 이 같은 흐름에서 제외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부인의 성이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호주제 문제가 자연 스럽게 해결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전통이 수천 년간 없었으니 부인의 성을 바꿀 수 없어 결국 가족제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로서 호주제가 필요하다. 지금 부모 양성을 쓰는 나라는 없다. 부모 양성을 쓰는 것 자체가 가계 계승의 혼란이 일 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폐지론자들은 호주제가 봉건적 제도로서 호주가 다른 가족을 부당하게 지배하고 남계혈통제도를 강제하여 온갖 가정문제를 야기하므로 반드시 폐지하여야 한다고 주 장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호주제는 유명무실한 것이어서 유지할 실익이 없고, 폐지하 여도 현실의 가족생활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으므로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주장 자체에 모순이 클 뿐만 아니라 모두 사실과 거리가 멀다. 우리 가족문화는 전통적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여성 특히 할머니 등 모성을 존중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호주제 폐지론자들의 주장처럼 오늘날 호주가 가족에 대하여 봉건적 지배라고 할 만한 지배를 하고 있는가. 그리고 호주제 폐지는 단순한 신분등록제도의 변경이 아니다. 과거 호주에게 있었 던 재산상속권 및 거소지정권, 혼인동의권 등도 이미 없어졌다. 봉건적 지배를 한다 는 것은 이미 생각할 수조차 없다. 예를 들면 여자가 결혼하면 호적에 들어가는 것 이 남성 위주의 호주 특권이라는데 호주를 기준으로 의료보험카드를 운영하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나. 그것은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닌 만큼 특권이라 하기 어렵다. 구상진 정통가족제도수호범국민연합 공동대표 <세계일보, 2003. 10. 14> 국민의 대부분이 아무런 불편을 느끼고 있는 않는데 전체 국민의 2~3%에 불과 한 소수를 위해 민족의 근간을 형성하는 법률구조를 통째로 흔들 수는 없다., 부 인이 이혼하고 재혼할 때마다 아이의 성을 매번 바꾸면 아이의 정체성은 무엇이 되 - 43 -
느냐. 정부가 권력으로 전통문화를 함부로 건드린다. 그럼 당시 호주제 폐지 반대 측의 주장을 들어보자. 정부는 이 같은 반대논리에 대해 합리적 논리를 근거로 설득과 홍보를 지속적으 로 전개했다. 예를 들어 자녀의 성을 결정할 때 부모 합의에 따르고, 합의가 안 되면 법원이 결정하도록 할 경우 소송이 많아지게 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한 설득은 이런 것이었다. 혼인 신고를 할 때 합의에 의해 자식의 성과 본을 정하고, 합의가 안 되면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게 원칙이어서 혼인 후 부부간 소송이 제기 될 여지가 없다. 호주제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되는 조항을 개정하자는 주장에는 이렇게 대응했다. 이혼 재혼가족 자녀의 경우는 보험 수혜, 은행 등록, 여권 발급 등에서 차 별받는 등 호주제가 존속함으로써 고통을 당하는 가족은 많다. 그러나 호주제가 없 어져 피해를 입는 사람은 없으니 폐지돼야 한다. 호주에 대한 정의 조항 자체가 가 족 안의 예속화를 가져오는 관념으로 폐지만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다. 그럼,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해체, 집안말살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정부의 설득 논리는 이랬다. 실제 가족생활과 관계없이 법률상의 형식 적인 기준을 가지고 가족제도를 파악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 에는 호주제가 존재하지 않지만 가족제도가 잘 유지되고 있다. 또한 성씨를 변경하고 1인1적제가 되면 근친혼을 막지 못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성동본금혼대신 근친혼금지제도가 도입돼 근친혼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로 나섰 다. 특히 호적전산화에 따라 친족관계 입증이 더욱 용이해질 수 있다고 반대단체를 설득했다. 다음은 당시 이오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가 정리한 호주제 폐지 찬성논리다. 호주제의 문제점 3가지 첫째, 호주승계 순위가 남자 중심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버지가 사망하게 되 면 아들, 손자, 딸, 처, 어머니, 며느리 순이 된다. 호주제는 이렇듯 남성 중심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양성 평등에 어긋난다. 둘째로는 부가입적제도라고 해서 사람이 태어나면 아버지 호적에 들어가고 여자는 결혼시 남편 호적에 들어가게 되어 있다. 이런 일은 국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뤄지 는 것이어서 인권침해의 우려가 높다. - 44 -
셋째로 아버지의 성만을 따르게 되어 있어 양성 평등에 크게 어긋난다. 유림에서는 호주제가 고유의 전통이라고 보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옛날에도 이처 럼 성차별적인 제도는 없었다. 호적을 중심으로 남성 중심의 호주제가 정착된 것은 일제 강점기의 유물이라고 본다. 조선시대에도 호적은 있었지만 군대 징용 등을 위한 것이었을 뿐 호주를 중심으로 된 것이 아니었다. 가족 단위인 호( 戶 )라는 개념은 있었지만 아들이 아버지와 같이 살지 않았으면 호 에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일제가 식민지 수탈을 강화하기 위해 호적제를 두 면서 지금과 같은 호주제가 되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이런 호주제를 가진 나 라는 없다. 일각에서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이 해체된다고 하는 주장도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데다 현실에 맞는 가족제도를 만든다는 점에서 호주제 폐 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결혼한 딸의 경우 호주제 하에서 친가의 가족구성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호주제 폐지 이후 가족 해체가 우려된다면 우리 가족의 유대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습을 정착시키도록 정책을 펴나가면 된다. 호주제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 은 너무나 많다. 이혼한 여자가 아이들이 고통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 남편 성과 같은 사람과 결혼하려고 애를 써야 하는 현실을 생각해 보라. 남편이 밖에서 아이를 낳으면 현재 처의 동의 없이 호적에 입적시킬 수 있고 본처 에게 아들이 없으면 남편 사망 후 밖에서 낳아온 아이가 호주가 되는 것은 어떤가. 남편과 이혼한 어떤 여성이 산전수전 겪으며 아이를 키웠는데 그 여자가 사고로 죽었 다면 손해배상은 어떻게 될까. 일단 그 재산은 아들에게 가지만 그 아들의 호주인 남 편이 다시 그 아이의 재산을 모두 관리하게 된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호주제 폐지와 관련, 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제적으로 성을 가지도록 하는 나라는 없다. 유엔에서도 우리나라의 호주제를 시정하라는 권고사항을 내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드는 사람도 있는데 일본은 혼인할 때 부인의 성을 따를 수 있는 규정을 허용해놓고 있다. 또 이혼이나 재혼 가정을 위해서 가정법원에 서 자식들의 복리를 위해 분쟁시 아이들이 부인의 성을 따를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오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세계일보, 2003. 10 14> 3. 호주제는 위헌이다 그동안 호주제 폐지를 추진하던 여성계는 사회운동 차원의 호주제 폐지에 한계를 느끼고 위헌법률 심판 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다. 이에 2003년 2월 서울지방 법원 서울지원과 북부지원에서는 민법 의 호주제 및 성과 본 관련 조항( 민 법 제781조 제1항, 제778조)에 대해 2001년 7건, 2003년 2건 등 모두 9건의 위헌법 - 45 -
률 심판사건을 제청했다. 이와 같은 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은 그간 여성계가 주도해 제기한 남편이 호주로 돼 있는 호적을 무호주로 변경하는 소송과 이혼여성의 자녀 입적 소송 을 진행하던 법원이 호주제 관련 조항의 위헌법률 심판을 처음으로 제청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컸다. 친부 성만 따라야 하나 위헌심판 제청 재혼가정 자녀 평등권 위배 자녀는 친아버지의 성에 따라야 한다는 현행 법규정은 헌법 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며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를 가려달라고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서 울지법 북부지원 곽동효 지원장은 16일 어머니가 재혼해 새 아버지의 호적에 입적 됐지만 성을 바꿀 수 없어 불이익을 받고 있다 며 곽모(14)군 남매가 낸 위헌법률심 판 제청사건에서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는 민법 제781조 1항은 성씨의 선택과 변경을 금지, 헌법 상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등 위헌의 소지가 있다 며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고 밝혔다. 곽 지원장은 결정문에서 혼인생활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재혼해 새로운 가정 을 이루는 경우, 남편이 데리고 온 자녀들은 그대로 남편(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 지만 부인이 데려온 자녀들은 새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없는 불이익을 받게 돼 헌법 상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 고 밝혔다. 곽 지원장은 성 불변의 원칙은 가부장적 가족제도 하의 윤리관에서 비롯된 것으 로 국민 대다수의 혼인관이 집안과 집안간의 결합 에서 혼인 당사자의 자유의사를 존중한 인격 대 인격의 결합 으로, 가족의 형태도 가부장적 대가족에서 분화된 핵가 족으로 바뀌면서 남녀평등의 관념이 정착된 현대사회에서 성불변의 원칙을 규정한 민법 조항은 사회적 타당성과 합리성을 상실하고 있다 고 덧붙였다. 곽 지원장은 따라서 성불변의 조항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을 규정한 헌법 이념(제10조)과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 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 유지라는 헌법 규정(제36조 제1항)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 니라 부계혈족의 유지에만 치중, 헌법 상의 평등의 원칙(제11조 제1항)에도 위배 된다 고 밝혔다. <문화일보, 2003. 2. 17> 2002년 8월 한명숙 여성부 장관은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을 면담해 호주제의 폐해 를 설명하고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이듬해 봄 위헌법률심판사건에 대해 국가인 권위원회는 호주제가 위헌 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당시 2003년 3월11일 호주제 관련규정은 위헌이며, 인권을 침해하는 제도라는 의견을 제출하기로 했다 고 밝혔다. - 46 -
이는 가정법률상담소가 같은 해 1월 인권위에 호주제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표명 을 요청해옴에 따라 인권위가 당시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2건의 호주제 관련 위 헌법률 심판사건을 검토한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인권위가 제시한 위헌 근거는 이 런 것이었다. 호주제는 가족간에 서열을 매김으로써 평등한 가족관계의 형성을 침해한다. 이 혼할 경우, 자녀가 어머니의 호적으로 전적신고를 하지 못함으로써 가정형성의 자 유를 침해한다. 자녀를 아버지 쪽에 입적시키고 남성 우선으로 호주 승계 순위를 두 는 것은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호주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가족간의 종적관계와 부계우선주의, 남성 혈통계승을 강제해 헌법에 규정된 인간 존엄의 가치 및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침해한다. 여성부도 같은 해 11월 호주제 위헌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와 더불어 지은희 장 관이 구두변론에 출석해 호주제의 위헌성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이 역시 유례가 없던 일로 호주제 폐지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이는 차원에서 장관이 직접 나섰다 는 후문이다. 그래요. 의지의 표현이었죠. 구두변론에 나서겠다니까 처음엔 다들 만류하더군 요. 그런데 호주제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고 오랫동안 운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었어요. 나름대로 좋은 인상을 줬다고 자평합니다. 장관이 직접 나선 공개변론은 2003년 11월 20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사안이 워낙 팽팽히 맞선 것이어서 공개변론은 당초 찬반 양 측을 응원하는 방청객들로 혼란이 일 것으로 우려됐었다. 하지만 앞서 아수라장이 된 9월의 법무부 주최 공청회와는 달리 방청석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호주제 폐지 첫 공개변론 여성부장관-유림대표 공방전 호주제 폐지를 위해 장관이 직접 변호인으로 나섰다. 호주제와 관련된 위헌법률심 판 제청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이 20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진행됐다. 호주 제와 관련한 위헌법률심판이 2001년 이후 지금까지 총 9건이 제청돼 있었지만 공개 변론이 처음이라는 점, 지은희 여성부 장관이 참석해 직접 변론을 폈다는 점,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 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라는 점 등에서 관심을 모았다. - 47 -
위헌을 변론하는 측에서는 지 장관을 비롯, 최병모 민변 회장 등 4명의 남녀 변호 사가 함께 나와 준비를 단단히 한 듯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고 합헌 변론측은 성균 관장 측 대리인 서차수 변호사 1명만 나와 대조적이었다. 당초 양측을 응원하는 방 청객들로 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미 정부가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했기 때문인지 자구 하나로 고성이 오갔던 지난 9월의 법무부 주최 공청회와는 달리 방청석은 담담했다.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변론을 펴 나가는 가운데 호주제의 기본권 침해 여부와 우리의 전통문화인지 부분에 대해서 열띤 공방이 오갔다. 지 장관은 "호주제는 합리적 이유 없이 가족구성원을 차별하는 것으로 가족평등을 침해하는 근본"이라면서 "우리가 계승, 발전시켜야 할 미풍양속이 아니라 봉건적 전 통과 일제 잔재가 결합돼 나타난 폐습"이라고 주장했다. 함께 나온 최병모 변호사는 "호주제는 헌법 전문과 제4조의 민주적 기본질서, 제1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 등을 위반하고 있다"며 "호주제를 그대로 두고 개인의 존엄과 남녀평등 을 보장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성균관장 측 대리인으로 나온 서변호사는 "기본권 침해는 호주제와 직접 연관이 없다"면서 "국가는 전통문화 계승에 힘써야 한다는 헌법 9조대로 전통적인 가족문화 계승을 위한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변호사는 위헌심판이 법 개정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듯 정부가 민법 개정안을 낸 마당에 굳이 위헌신청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되물었다. <경향신문, 2003. 11. 21> 이 무렵, 법무부도 2001년 당시 호주제가 합헌이라는 의견을 이례적으로 변경해 호주제가 위헌 이라는 수정의견을 제출했다. 바야흐로 호주제 폐지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여성부장관 구두변론 전문(2003년 11월 20일) 많은 심리사건에도 불구하고 호주제 폐지 관련 심판을 위하여 이처럼 변론의 기회 를 마련해 주신 존경하는 윤영철 헌법재판소장님과 재판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현행 호주제는 양성평등과 개인의 존엄과 가 치라는 헌법상 이념에 배치되며 시대적 변화에 따라 다양화되고 있는 가족형태에 부 응하지 못하므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논의는 1958년 민법 제정 당시부터 계속되 어 왔습니다. - 48 -
오늘 이처럼 여성계에서 40년 이상 숙원사업으로 품어온 호주제 문제에 대하여 여 성부장관으로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점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합니 다. 지금부터 여성부가 지향하는 양성평등사회와 호주제 폐지의 의미, 호주제의 문제 점 그리고 그간의 국민의식의 변화 등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여성부는 여성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미래 국가 성장의 튼튼한 기반이 되도록 하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여성의 권익을 보장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여성인 적자원을 개발 활용하여 국가발전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 다. 이러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여성부는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고,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며, 평등한 문화와 의식을 확산하는 등 다양한 정 책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시대의 변화 에 부응하여 양성 평등한 민주적 가족제도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처의 부가 입적, 자의 부가입적, 남계중심의 호주승계원리를 내용으로 하는 호주제는 가족관계 를 종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전형적인 가부장제도로서 가족구성원간의 평등을 저해하 는 기제로 작용하여 왔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눈으로 보고, 듣고, 온 몸으로 느끼는 차별적인 가족문화는 아들에게는 여성을 지배하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딸에게는 차별받는 것이 숙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또한 호주제는 출생, 혼인, 이 재혼 등 국민의 일상생활 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비민주적인 가족관계를 형성하는데 크나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컨대 자녀는 출생하면 아버지의 가에 입적하며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고 아버 지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 어머니 가( 家 )에 입적하므로 아버지의 우월과 어머니 의 경시를 온몸으로 익히며 자랍니다. 혼인의 경우에도 아내는 남편과 달리 호주인 남편의 가나 시아버지의 가에 들어가게 되어 친가에서는 출가외인이 되고 친가와 시 가와의 불평등의 원인이 되며 법상으로는 호주의 가족으로서 종속적으로 규정되어 혼인생활은 불평등하고 여성의 삶은 당당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이혼 후 여성이 자녀에 대한 친권 및 양육권을 갖고 있다 해도 자녀들은 계 속 아버지의 호적에 남아 있어야 하며 재혼한 가정의 경우 어머니가 데리고 간 자녀 는 새 아버지와 성이 달라서, 또한 재혼한 남편의 자녀와 형제자매로 자라면서도 성 이 달라서 학교 등 일상생활에서 많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경우와는 달리 혼인한 처 아닌 다른 여자와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누구의 동의 없이도 호적에 등재시킬 수 있습니다. 예컨대 딸만 두고 결혼생활을 하 던 중 남편이 뒤늦게 외도하여 아들을 얻은 뒤 사망한 경우,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남편의 어린 아들이 호적에 등재되어 그 가족의 호주가 되어버리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가족 내 가부장제는 아내와 자녀에 대한 폭력으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편이자 - 49 -
아버지가 가정의 주인이고 다스리는 자로서 아내와 자식에 대하여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사회에 만연한 가정폭력의 근간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호주제 는 가족생활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제도가 아니라 혼인생활의 단계마다 발목을 잡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자녀의 어머니, 자녀, 친부, 계부 등 과연 누구를 위한 호주제입니까? 이는 헌법 제36조 1항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 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는 규정을 침해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불평등 한 관계로 이루어진 호주제는 가족생활에서뿐 아니라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성차별적 기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족 내에서 차별을 경험하고 자란 사람들은 성장한 후에도 사회생활 속의 각종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즉 가족 내의 종속적 관계는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경제활동 하는 것에 제약을 주며 남녀간의 임금격차도 당연한 것으로 받 아들이게 합니다. 이제는 호주인 남편에게도 처와 자녀를 혼자 부양하는 굴레를 벗겨주어야 합니다. 그동안 남성은 너무 과중한 부담을 져 왔다고 하겠습니다. 40대 남성의 사망률이 세 계 1위라는 현실을 바로 볼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매 우 낮으며 특히 대졸여성의 경제활동참가는 OECD회원국 중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 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불의 경제수준에서 2만 불 이상의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서는 높은 교육수준을 가진 여성인력의 경제활동이 더욱 확대되어야 합니다. 직장 내 남녀차별과 성희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처럼 여성을 대등한 동료로서 대하지 못하고 희롱이나 비하의 대상으로 보게 되는 의식과 행태도 남성중심의 가부 장제에서 크게 기인한다고 하겠습니다. 여성이 혼인하면 남편의 가에 입적하는 종속적 관계로 규정하는 호주제는 여성이 정치 분야에 진출하는 것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남성에게 귀속된 존재 로 각인된 여성이 남성과 함께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사회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호주제가 폐지되어 평등한 가족관계가 형성되면 머지않아 여성의 정 치참여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또한 남성위주의 호주승계는 대를 잇기 위해서는 아들이 꼭 있어야한다 는 남아선 호사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성의 출산율은 1.17명으로 대부분의 가정이 1~2명의 자녀만 갖고 있으며 특히 딸하고만 사는 가구 수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 의 약 16%인 225만 가구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각 가정마다 아들이 꼭 있어야 한 다는 생각은 이들과 우리 모두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남아선호사상은 태아 성감별에 의한 여아낙태와 출생성비불균형을 초래합니다. 지 난해 출생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10명으로 정상적인 출생성비인 남아 105명을 - 50 -
크게 초과하며 특히 셋째아이의 경우 남아 140명이 넘고 있어 이로 인하여 남자아이 들이 장차 신부감을 얻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문제가 심각한 실정입니다. 호주제가 폐지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아시는 바대로 현행 민 법 상 호주제는 봉건적 전통과 일제 잔재가 결합되어 나타난 것이라 하겠습니다. 호주제가 우리 민족 고유의 가족제도 라는 전제 하에 호주제도는 헌법 제9조에서 정하고 있는 국가가 계승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는 전통이고 미풍양속 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여 밝혀진 바와 같이 호주제가 고유 관습이 아니 라 일제 강점기에 이식된 제도이며 이 시대의 사회, 경제적 환경에 적절하지도 않는 봉건적 잔재로서 우리가 계승, 발전시켜야 할 전통도, 미풍양속도 아니라 할 것입니 다. 중국 종법제의 영향으로 조상제사의 주재자로서의 남계혈통계승의 관념인 종래의 호주에다 추상적 관념적 집단으로서의 일본식 가( 家 )제도가 결합한 것이 바로 현행 호주제 입니다. 1909년에 제정된 민적법에 의해 일제가 이식한 호주제도는 이를 전 해준 일본마저 이미 1948년 민법 개정으로 폐지한 상태입니다. 헌법 제9조의 정신에 따라 우리가 진정으로 계승 발전시켜야 할 전통문화는 이 시대의 제반 사회 경제적 환경에 맞고 또 오늘날에 있어서도 보편타당한 전통윤리 내지 도덕관념이라야 할 것 이므로, 가족구성원들 간의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규정하고 있는 호주제도는 헌법 전문에 명시되어 있는 타파되어야 할 사회적 폐습 에 불과하다 할 것입니다. 설령 호주제의 목적 가운데 일부가 그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이는 관습 으로 유지할 영역이지 법으로 강제할 제도가 아닙니다. 족보나 제사문제가 관습의 영역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그 문화를 이어가고 있듯이 관습, 도덕, 윤리의 영역에서 교육을 통하여 유지, 발전되어야 하며, 이를 법률로서 강제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고 봅니다. 현행법상의 호주가 가진 의미가 이러할진대, 관념상의 개념에 불과하고 헌법에도 배치되는 호주제를 굳이 민법 에서 규정할 실익이 있을지 에 대하여,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냉정히 검토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호주제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도 많 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호주제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도 상당한 변화가 있어 왔습니다. 지난 2000년 한국여성개발원의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27%만이 폐지를 지지했 으나, 그 다음해인 2001년 서울대 법학연구소에서 전국 15개 시도를 대상으로 한 조 사에서는 46%가 폐지 또는 수정을 요구하였으며 같은 해 국회의원 11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52.2%의 국회의원들이 현행 호주제를 폐지하거나 수정해야 한다 고 응답하였습니다. 2003년 4~5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전국 9,534명 대상의 설문조사에서는 66.2% - 51 -
가 폐지를 주장하였으며 지난 8월 인터넷사이트 Daum과 Empas에서 실시한 여론조 사에서는 각각 70.2%, 66.3%가 호주제 폐지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 히 지난 5월 한 일간지의 조사에서는 호주제를 이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20%에 불 과하였는바, 이는 결국 호주제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또한 최근 주요 일간지 등 언론매체들은 사설을 통하여 시대요구에 맞춰 민법 의 호주제 규정을 조속히 폐지할 것과 새로운 가족관계의 미풍양속을 만들어 갈 것 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남녀평등을 저해하는 현행 호주제도와 같은 남성우위의 가족제도는 폐지되어가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며,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UN 인권위원회 등에서 1999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우리 나라에 호주제도의 철폐를 권고하기까지 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 이상 호주 제도를 유지할 국제적인 명분도 위상도 없다 할 것입니다. 민법 상 호주제도가 많은 가족에게 고통과 불편을 주고 있으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과 평등한 혼인과 가족생활을 정하고 있는 헌법에 위배된다 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최근 정부에서는 호주와 관련된 규정을 삭제하고 자녀의 성 결정에 있어 부성강제조항을 완화하는 내용 등으로 민 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국회에 제출하였습니다. 민법 의 개정을 통하여 호주제 대신 새로운 가족제도가 마련됨으로써 양성평등 과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헌법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가족제도가 구현될 것으 로 예상됩니다. 21세기는 가족과 직장, 사회와 국가의 모든 부문에서 여성과 남성이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는 일이 요구됩니다. 우리는 차별이 사라진 평등사회, 인권이 존중되는 민주사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호주제가 과연 이 시대의 제반 사회 경제적 환경에 부응하고 또 오늘날에 있어서 도 보편타당한 전통윤리나 도덕관념인지, 다시 한 번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의 가치판단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호주제로 대변되는 기존 가족질서가 민주주의적 수 평적 사고방식과 자기결정권에 대한 강력한 자각 등 가족구성원들의 의식변화를 수 용하지 못하여 가족구성원 내부의 갈등을 증폭시킴으로써 오히려 가족의 해체를 촉 진시키고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그동안 민법 의 친족 상속 편은 가족생활관계의 급속한 변화와 시대적 요청을 조화롭게 수용하여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수차에 걸쳐 개정되었고, 이제 호 주제의 폐지는 가족생활에 있어 헌법이념을 구현하는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을 지키는 것은 호주제가 아니라 가족간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사랑과 관심입 니다. 감사합니다. - 52 -
제 3 부 호주제 폐지를 향한 험난한 여정 제1장 종착역이 보인다 1. 민법 개정 정부안 을 마련하다 정부는 2004년 상반기 호주제 폐지 조기 달성을 위해 민법 개정작업에 박차 를 가했다. 우선 법무부는 산하 가족법 개정특별분과위의 연속 개최를 통해 호 주제 폐지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해 관계기관의 의견 조회(2003. 8. 23~9. 3)를 거쳐 2003년 9월 4일~24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이런 다음 2003년 9월 24일 여성부와 법무부는 공동으로 민법 중 개정 법률안 에 대한 공 청회를 열었다. 여성부는 2003년 9월 24일 국무총리 주재 제1차 여성정책조정회의에 호주제 폐지 추진현황을 보고했다. 입법 추진과정에서 당초 연내 호주제 폐지를 표방한 여성부 는 민법 중 개정 법률안 의 16대 정기국회 통과 목표를 위해 조속한 입법절차 진행이 절실했다. 그리하여 여성부는 법제처 심사 및 국무회의 상정의 절차가 지연 되지 않도록 법제처,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의 관련부서를 찾아다니며 적극적인 협조요청을 했다. 당초 입법예고와 공청회를 거친 민법 중 개정 법률안 은 가족의 범위를 삭제 하는 것으로 해 2003년 10월 21일 국무회의에 상정됐다. 하지만 국무회의에서 민 법 의 가족 범위 삭제로 인한 가족해체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보류되기에 이르렀 다. 이후 국무총리, 법무부장관, 여성부장관 등이 간담회를 거쳐 가족의 범위를 수 정해 규정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이에 2003년 10월 28일 호주제를 폐지하되 가족 의 범위를 규정한 민법 중 개정 법률안 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민법 개정안 의 주요내용은 이렇다. 우선 호주에 관한 규정과 호주 제도를 전 제로 한 입적 복적 일가창립 분가 등에 관한 규정을 삭제했다. 호주와 집안 구성 원과의 관계로 정의된 가족에 관한 규정을 새롭게 규정했다(제779조). 호주와 관련 된 모든 조항을 삭제해 호주제를 철폐한다는 방향에 대해 애초부터 합의가 돼 있어 이를 둘러싼 정부 내 혼선은 없었다. 다음으로, 자녀의 성과 본은 아버지의 성과 본 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혼인신고를 할 때 부모의 협의에 의해 어머니의 성 - 53 -
과 본도 따를 수 있도록 하였다(제781조 제1항). 자녀의 성 결정방식은 법률상 관점 에서 보면 호주제와 직접 관련되는 사항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남계혈통중심 의 호주승계제도와 자녀의 부성강제주의가 상당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고 할 때, 봉 건 잔재인 호주제와 그 연원을 같이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자녀의 성씨 결정방식뿐만 아니라 가족의 성씨를 어떻게 결정하는가하는 문제는 나라마다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 하나의 의미로 규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 점에서 호주제와 자녀의 성씨 결정방식은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지만 호 주제 폐지의 영향으로 자녀의 성씨 결정방식이 부성강제주의에서 부성원칙주의 로 완화되고, 부모 협의에 의하여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도록 한 내용 자체는 우리 나라 성씨 결정방식의 획기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자녀의 복리를 위해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 등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제781 조 제6항). 재혼가정 자녀의 경우, 새 아버지와 성이 달라 겪는 정신적 고통이 크다 는 점에서 재혼가정에 대한 매우 실질적인 개선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동성동본금혼 제도를 폐지하고 근친혼금지제도 로 전환하되, 8촌 이내의 부계 혈족 혹은 모계 혈 족 사이에서는 혼인을 금지하는 근친혼 제한의 범위를 조정했다(제809조). 이 조항은 대법원 판결에 의해 사문화된 동성동본금혼제도를 법에 반영한 것이 다. 양친과 양자를 친생자관계로 보아 종전의 친족관계를 종료시키고 양친과의 친 족관계만을 인정하며 양친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하는 친양자제도 를 신설했다(제 908조의 2 내지 제908조의 8 신설). 친양자제도는 호주제와 직접 관련된 제도라고 보긴 어렵지만 호주제 폐지와 함께 도입된 획기적 입양제도로, 국내입양의 활성화 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됐다. 민법 중 개정 법률안 제779조(가족의 범위) 부부, 그와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부부와 생계를 같이 하는 그 형제자매는 가족으로 한다. (16대 국회 제출안) 당시로서는 호주제 폐지를 담은 법안의 국무회의 통과만으로도 양성평등의 큰 걸 - 54 -
음을 디딘 것으로 평가될 정도였다. 이에 앞서 같은 달 24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 안 정책조정회의에서 민법 개정안 의 주요쟁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 다. 호주제 폐지를 위한 입법추진을 둘러싸고 정부는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쟁점을 정리해 나갔다.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 은 당초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됐지만 국무회의 심의과정에서 별다른 이견 없이 통과됐다. 그동안 두 차례 국무회의에 상 정됐다가 심의가 보류되거나 다시 심의키로 하는 등 진통을 겪었던 점을 고려하면 쉽게 통과된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같은 달 22일 열린 국무희의에서 충분한 토론이 이뤄졌고, 이틀이 지난 24일 관계 장관들이 모여 논란이 된 가족의 범위 를 수정했기 때문이다. 민법 개정안 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 논란이 계속될 경우, 국회라는 어려운 관 문을 통과하는데 지장을 줄 우려가 커 정부 내 이견을 서둘러 봉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찬반 양측이 첨예하게 맞선 호주제 폐지 법안이 국회 제출을 앞두고 국무회 의 석상에서 또 한 번 자중지란 을 일으키면 정부 측에 상처만 주기 때문이었다. 고 건 총리도 이를 의식해 국무회의에 앞서 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해 진화에 나선데 이 어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가족의 범위 조항을 수정토록 지시하는 등 발 빠르 게 대응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실제 정부 관계자는 이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늦어도 다음 달 초(10월)까 지는 법안을 제출해야 하는 관계로 시간이 촉박한데다 국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 었다 고 언론에 밝혔다. 국무회의에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가족의 범위 등 입법 취지를 설명한 뒤 앞서 재심의를 주장한 고 총리에게 신경 써 줘서 고맙다 고 사 의를 표시했다고 한다. 고 총리는 지은희 장관에게 (개정부분이)괜찮겠느냐 고 물 어봤으며 지 장관이 고개를 끄덕이자, 민법 개정안 을 토론 없이 통과시켰다는 후문이다. - 55 -
<포럼> 가족 개념 논란거리 못된다 그동안 사회적 논쟁거리가 돼 온 호주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 이 2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으로써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다. 호주제도에 대해서는 여 러 가지 비판이 있다. 여성의 부가( 夫 家 ) 입적, 자녀의 부가( 父 家 ) 입적, 호주 승계에 있어서의 직계 비속 및 아들 우선, 비민주적 권위주의적 가족 관계의 조장, 다양해지 고 있는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한 대응 미흡, 실효성 희박 등.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점은 그것이 위헌적 요소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호주제도는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유엔 인권협약 등 국제법에도 저촉되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법원은 호주제와 관련해 여러 건의 위헌제청 결정을 하여 헌법 재판소에 그것이 계류 중이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에 대해 지난 3월 10일 호주제 관련 규정은 위헌이며 호주제는 인권침해 제도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 출한 바 있다. 호주제를 그대로 둬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측은 호주제를 폐지하면 가족이 해체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가족의 안정성, 연대감이나 상부상조 정신 등은 호주제도의 존부에 따라 강화되고 약화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일부에서 붕괴나 해체를 우려하는 가족은 현실의 가족 공동체 내지 사회 통념상의 가족일 터인데, 민법 상의 가와 가족은 현실적 가족단체, 현실적 동거친족, 통념상 의 가족과는 전혀 다른 형식적인 존재이다. 민법 상의 가족은 오로지 똑같은 호 적에 등재돼 있느냐의 여부로 결정한다. 요컨대, 호주제도가 폐지된다고 할 때 없어 지는 가족은 현실의 가족이 아니라 현실과 유리된 법상의 추상적 가족인 것이다. 민법 개정안 은 국무위원들이 회의에서 격론을 벌이면서까지 호주제 아래의 형 식적 가족 개념을 부부, 그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 혈족 및 그 배우자, 부부와 생계 를 같이하는 그 형제자매로 바꾸어 존치키로 했다. 그런데 과연 이런 규정을 둘 필 요가 있는지는 매우 의문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가족의 안정과 민법 상의 가족 개념 설정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그리고 다른 법령에 가족 개념을 쓰고 있는 것이 많이 있기 때문에 민법 에 가 족의 개념을 설정해 두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개별법에서 쓰 는 가족 개념은 그 개별법의 입법 목적, 취지에 따라 그 내용과 의미가 각기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족 개념을 민법 에 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별법에 서 규정하고 있는 가족에 대해서는 해당 법률에서 그 법의 입법 취지에 맞게 가족의 개념과 범위를 규정하면 될 것이다. 우리와 같은 호주 제도를 가지고 있던 일본은 제2차 대전 이후에 그 전의 비민주 적 제도 및 법률 개정 작업의 하나로 호주 제도를 폐지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이 제도의 존치에 대해 아직도 많은 국민이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가부장제 의식과 이를 우리 고유의 순풍 양속으로 오인한 점도 작 - 56 -
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호주제도 속에 내포된 조상 봉사 내지 남계 혈통 계승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조상봉사의 양속은 이에 관해 법이 관여하지 말고 관습에 맡기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남계 혈통 계승 제도는 변화한 오늘 의 사회 사정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은 헌법상 허용되지 도 않는다. 민법 개정안 은 자녀의 경우 부의 성을 따름을 원칙으로 하되 부모의 합의에 따라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게 하는 한편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성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현행 민법 상의 자녀의 부성 추종 및 성 불변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아 앞으로 그 변경 여부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일 것 으로 보인다. 성에 관한 전통적 관습 법감정, 자녀의 복리 보호와 가족생활의 다양성 인정, 헌법 적합성과의 조화를 기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호주제도는 그 존폐를 둘러싼 대립 속에서도 느리지만 그러나 점차로 이완 해체의 길을 걸어 왔다. 이제 논진될 대로 돼 그 논의 자체가 무익하다고 여겨질 정도에 이 른 호주제도 존폐 논쟁이 마침표를 찍고, 차분히 그 힘을 호주제도의 폐지에 따르는 제반 법적 문제, 예컨대 호적제도의 개편, 호주 제도를 전제로 한 다른 관련 법령의 정비, 그리고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 관한 기준의 명확화 방안 등의 연구에 쏟아야 할 단계에 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승우 성균관대 법학 교수 <문화일보, 2003. 10. 29> 사실 가족의 범위 문제는 고 총리와 지 장관 사이에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지 전 장관에 따르면 고 총리는 총리실에 관계 장관을 모아 놓고 법전까 지 뒤져가며 가족의 범위를 강조했다고 한다. 총리께선 호주제 폐지는 가족 해체의 문제가 있다며 한사코 가족의 범위를 넣어 야 한다고 하더군요. 현실과 추상적인 두 측면에서 이는 어떻게 규정하더라도 합치 될 수 없는 건데 말이죠. 지 전장관은 가족 규정을 안 넣을 경우, 고 총리를 넘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 규정해도 좋다 고 맘먹고 이에 응했다고 전했다. 이른바 전략 적인 선택이었던 셈이다. 이런 사정에 따라 당초 민법 개정 정부안 의 국무회의 통과가 1~2주 지연됐다고 한다. 한편 민법 개정 정부안 의 국무회의 통과 직후 지은희 장관은 세종로 정부청 사에서 긴급브리핑을 갖고 이렇게 말했다. - 57 -
국무회의에 참가해 호주제 폐지안을 의결한 것 자체가 굉장히 감동스럽습니다. 특히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 풀리게 돼 무척 기쁩니다. 전 세계적으로 97% 이상이 아버지의 성을 관행적으로 따르고 있는 만큼 우리도 그 관행은 유지될 것으로 봅니 다. 다만 부성강제 조항을 부성원칙으로 바꾸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여성계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동안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했던 사회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에 대해 크게 환영한다. (한국여성단체연 합), 국무회의 통과를 환영한다. 조속히 국회로 상정돼 이번 회기 내에 안건이 통 과되길 바란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드디어 같은 해 11월 6일 민법 개정 정부안 이 국회에 제출됐다. 공이 국회로 넘어간 것이다. 다음날 여성부는 전체 국회의원을 상대로 호주제 폐지를 주요내용 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 설명 자료를 배부하면서 국회통과를 당부하는 홍보활 동을 전개했다. 과연 여성부의 바람대로 연내 국회통과가 가능할 것인가. 이제 모든 이의 관심은 국회로 향해 있었다. 2. 특명! 국회의원을 마크하라 2003년 11월 7일 민법 개정안 은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 다음날 법사위와 여 성위에 회부됐다. 같은 해 11월 15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정부안이 상정됐고, 법사위 는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했다. 호주제 폐지를 위한 국회통과 가 목전에 도달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역구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호주제 폐지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제기됐 다. 국회 입법추진이 지연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관건은 뭐니 뭐니 해도 국 회였다. 국회의 분위기는 다수당인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호주제 폐지에 반대하고 있었다. 한나라당의 당론은 이혼과 재혼가정 자녀들의 성을 변경하는 친양자제도를 우 선 도입하겠다 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주장한 친양자제도는 이미 2년 전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됐으나,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처리되지 못했을 뿐이다. 최병렬 대표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제도의 근간을 흔들 위험이 있다 (5월의 한나라당 대표경선 후보자 설문조사)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7월 24일 관 훈 토론회에서도 호주제는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게 아니다. 다만, 남편과 사별한 - 58 -
부인도 호주를 승계하는 등 보완장치를 마련해가며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라 는 비슷한 발언을 했다. 법안을 심의할 국회 법사위 의원들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이 에 여성계는 가부장적이고 퇴행적인 국회의 모습을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 며 벼르 는 분위기였다. 여성단체연합 이오경숙 상임대표는 17대 총선여성연대(8월 19일 구성)를 중심으로 국회의원 개개인마다 호주제 폐지 찬반여부를 물어 반대의원 명 단을 공개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여성단체들은 9월 20일 한강시민공원에서 호주제 폐지 시민 한마당 을 연데 이 어 10월 3일 서울시청 앞에서 호주제가 폐지된 양성 평등한 새 나라를 바란다는 뜻 에서 제2의 개천절 을 선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특히 여성단체를 중심으 로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설득노력이 본격화됐다. 정부는 호주제 폐지 홍보자료를 통해 국회의원별 1:1 홍보를 실시했다. 여성사회 단체들은 방송탤런트 등 호주제 폐지를 찬성하는 인사들의 1인 릴레이 시위를 주도 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변, 행정개혁시민연합 등의 단체들은 호주제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잇달아 발표했다. 호주제 폐지 운동단체들이 가장 우려한 대목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 이 민법 개정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일 소지가 크다는 점이었다. 이를 막기 위 해 구성된 272인 서포터스 운동 은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는 각계인사 272명이 국회 의원 272명을 상대로 1대1 설득작업을 벌인 활동이었다. 시인 고은, 배우 권해효, 개 그우먼 김미화 씨와 민변 최병모 회장, 아름다운 재단 박원순 상임이사 등이 이 운 동에 적극 참여했다. 여당의 한 의원을 맡아 활동한 한의사 이유명호 씨는 272인 서포터스 운동 의 취 지를 이렇게 밝혔다. 사석에서 만난 한 중견 정치인이 우리 아이가 이혼하고 나서 왜 호주제가 폐지돼야 하는지 깨달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폐지운동 에 동참하는 것은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 고 말하더군요. 이런 이들을 열심히 설득해 호주제 폐지운동가 로 만드는 것이 이 운동의 목표입니다. (주간동아, 2003. 11. 6) 이런 운동은 호주제 폐지 활동을 펼친 단체들의 눈에 띄는 변화상이기도 했다. 1999년 1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거리 서명을 받으며 호주제 폐지 여론 형성에 앞 장 선 호폐모는 272인 서포터스 운동에 주력하면서 호적을 대신할 만한 신분등록 방법을 연구하는 모임을 꾸렸다. 다음은 호폐모 대표 고은광순 씨의 말이다. - 59 -
운동 초기에는 호주제 폐지의 당위성을 알리고 세를 모으는 게 중요했지만 이제 는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고 봅니다. 국회통과를 위해 국회의원 을 대상으로 한 운동을 펼치는 것과 호주제 폐지 후의 대안 마련이 더욱 중요합니 다. (주간동아, 11. 6) 이때만 하더라도 호주제 폐지 자체에 대한 논란이 많았기 때문에 대안까지 이야 기해 유림의 반발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 안 없이 호주제를 폐지할 경우, 이후 상황에 대한 책임을 폐지 운동가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대안 연구 활동이 요구됐다. 호주제 폐지 운동이 인권을 극대화한 신분등록 제도를 고민하는 제2라운드 로 진화하는 시점이었다. 이처럼 정부의 적극적 입법추진노력과 여성단체들의 지속적 홍보운동에 따라 2003년 12월 17일 민법 개정안 에 대한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사 가 있었다. 여기서 2004년 1월 법사위 주최의 공청회를 연 뒤 법안을 처리한다는 결 정이 내려졌다. 당시 언론은 사설 등을 통해 호주제 폐지의 정당성을 지지해 주고 있었다. 언론 의 주된 흐름은 급변하는 사회정서에 맞춰 새롭게 나가자 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들이 여론의 흐름을 읽을 것이고, 이를 감안해 민법 개정안 을 통과시 킬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많았다. 반면 법안을 최종 심의하는 법사위 15명 의원들 대부분이 법조인 출신의 남자의 원들로 여론보다 훨씬 보수적인 성향을 나타내고 있었다. 1997년 7월 16일 동성동 본금혼제도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고 1999년 1월부터 적용이 중지돼 사문화됐음에 도 당시 국회가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것이 보수성향의 대표적인 예로 꼽 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여론을 있는 그대로만이라도 반영했 으면 한다 는 바람을 보였다. 호주제 폐지 여론이 비등하고 이에 대한 공감이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뤄진 상태 이지만 막상 심사에 부처지면 통과가 쉽지만은 않을 것 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 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16대 국회가 당초 일정대로 입법을 추진하지 못하고 막을 내리고 만 것이다. 2004년 상반기 호주제 폐지를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정부는 17대 국회 조기 추진 으로 시간표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호주제 폐 지는 이미 대세 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 60 -
3. 외국의 제도와 비교하라 외국의 제도를 한번 따져보자. 일본은 중세이후 메이지 유신까지는 호주제도의 법이나 관습이 없었다. 그러다 1898년 메이지 민법 에서 천황제 정치의 하부구 조로 호주 중심의 가족제도를 도입했다. 호주를 가의 통솔자로 만들어 놓고 이를 토 대로 관념적인 법률상의 가를 조직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호주는 가족의 대표로 법 률행위를 행사하고 가족의 교육권 징계권 거소지정권 등을 가졌다. 이런 호주중심의 가족제도는 1947년 폐지됐다. 미국의 영향으로 제정된 민주헌법 의 이념에 따라 천황제와 봉건적인 잔재로 인식되던 호주제가 폐지된 것이다. 1948 년부터 개정 시행한 민법 에서 호주와 가족의 관념은 쓸모없는 봉건적 잔재로 친족공동 생활에 장애가 될 뿐 아니라 현실의 친족관계를 규율하지 못한다는 이유 로 호주제도 자체를 없애버렸다. 당시 호주권이나 가독상속(호주 상속)이 봉건적인 제도이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폐지하더라도 그 외의 호주와 가 제도는 민법 상 존치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일본 정부는 그러한 방식으로 호주제를 존속시킨다는 것이 법률상 무의미할 뿐 아니라 개인의 존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헌법 정신과도 합치하 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 최고재판소 또한 1969년 12월 24일 판결에서 헌법 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사회적 신분 등에 따른 차별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호주를 중심으로 한 구 민법시대의 가 제도를 인정하지 않은 입장에 서 있다 고 판시했다. 일본은 가 제도를 폐지하면서 전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개인별 호적기록을 감 당할 수 없다 고 해 가족단위 기록방법을 채택했다. 일본 호적은 우리나라처럼 인 적편제이고 가족단위기록이지만 가제도와 호주 제도를 폐지함으로서 호주를 중심 으로 한 가 단위가 아닌 부부와 성이 같은 자녀를 한 호적에 편제하는 부부중심 가 족단위 원리에 입각하고 있다. 아울러 3대 호적금지원칙에 따라 자녀의 자녀가 태어 나면 호적을 분리한다. 그 기재 방법 역시 부부관계, 친자관계 그대로를 법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대만의 호적은 호( 戶 )단위로 편성된다. 보통 일가( 一 家 ) 또는 동일 장소에서 동일 한 주관자 아래서 공동생활을 하거나 공동사업을 하는 자를 일호( 一 戶 )로 한다. 가 장 또는 주관자는 호장( 戶 長 )으로 하고 있다. 호에는 가장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생 활호 와 주관자 중심의 공동사업호 가 있다. - 61 -
이처럼 대만의 호적은 1930년대 중국 민법 을 큰 틀에서 유지하고 있다. 친족 단체인 가와 그 가에 가장(호장)을 두는 제도이다. 그런데 가장은 우리의 호주개념 이 아닌 세대주의 의미를 갖는다. 추천으로 선출되거나 최고세대의 자가 된다. 가족 의 복리추구 측면에서 집안의 일을 관리하지만 가족에 대한 지배권은 없다. 계승이 라는 개념도 없다. 이런 점에서 실제 친권자 중심의 가족제도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의 순위는 1순위가 친족단체의 추천으로 선출된다. 2순위는 최고 세대자(세대가 같 은 경우 연장자)인 것으로 우리의 호주제도와는 완전히 다르다. 스위스의 경우, 1907년 제정 민법 (1912년 시행)에서 가장제도를 규정했다. 이 에 따르면 남편은 법적으로 가장이다. 또한 남편에게는 가장으로서의 권한이 주어 져, 가장인 남편이 주거를 정하고 아내와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진다. 그리고 아 내는 혼인과 동시에 남편의 성을 따르게 돼 있었다. 그러나 1975년 세계 여성의 해를 맞이해 양성평등에 관한 헌법적 논의가 본격화 돼 같은 해 양성평등 조항의 신설을 위한 위원회가 정파를 초월해 구성됐다. 이후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 에 양성평등 조항이 삽입됐다. 모든 법률에서 성별에 따 른 어떠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당연히 혼인법 의 개정 이 뒤따르게 됐다. 1984년 제정(1988년 시행)된 신혼인법 은 부부공동가장제 원리를 채택했다. 부부는 부부공동체의 유지와 자의 복리를 위해 서로 성실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의 무규정을 뒀다. 남편을 가장으로 규정한 조항과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라야 한다는 조항 등도 폐지됐다. 프랑스는 1942년에 민법 을 개정해 부( 夫 )를 가장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1970 년~현재 민법 은 부가 가장 이라는 규정을 개정해 부부의 가족에 대한 공동의 지도원리 를 채택했다. 프랑스의 신분등록제도는 교회부에 그 유래를 두고 있다. 혼 인, 사망 등의 사건을 중심으로 하는 사건별 편제방식을 취하며 출생증서, 사망증 서, 결혼증서 등을 작성한다. 이 같은 증서는 각각 그 사건이 발생한 지역 또는 행해진 지역의 신분등록관에 의해 등록되고 그 지역에 보관된다. 따라서 동일인의 출생, 사망, 혼인 등에 관한 증 서가 각각 다른 곳에 존재할 수 있고 증서 상호간에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어 동일 인의 신분관계를 증서로 파악할 수 없다. 가족대장은 신분증서에 기록한 범위 내 사 항만을 기록하며 신분증서의 내용이나 기능을 넘을 수 없다. 또한 가족대장은 혼인 - 62 -
시에 호적공무원이 부부에게 발행하며 보통 하나만 작성하고 뒷날 자녀가 태어나면 그 출생증서초본을 바탕으로 자녀의 출생사항을 기록한다. 외국의 입법례-신분등록제도 일본 - 부부와 자녀 2대 가족을 기준으로 한 가족별 편제방식이다. - 성이 다른 경우는 다른 호적에 편제한다. 남편 성을 쓰는 부부가 이혼하고 아내가 과거의 성을 회복한 경우, 자녀들의 성을 변경하지 않는 한(법원의 허가를 얻어 변 경이 가능하지만 정체성 문제로 성 변경이 어려울 수 있음) 같은 호적에 등재될 수 없어 이를 개정해아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검색을 위해 호적필두자(기준인) 개념이 있다. - 본적, 씨명, 부모, 자녀 배우자 등을 등재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 - 호구등기부에는 혼인, 이혼, 입양, 입지, 실종, 가구분리, 가구합병 등의 호구변동사 항이 기재되어 있다. - 편제단위는 가구, 배우자, 자녀, 친족, 친족관계가 없는 동거인도 포함된다. - 호구등기부는 시민의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로서 가족관계를 나타내는 항목은 가구 주와 관계 1란 밖에 없다. 따라서 호구등기부만으로는 각 사람의 가족관계, 친자 관계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 출생신고는 가구주, 친족, 부양자 등이 상주지 호구등기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 - 부부가 동적일 것을 요구하지 않으며, 혼인이나 이혼이 호구이전을 반드시 수반하 는 것은 아니다. - 신분등록의 목적이 사회질서 유지, 인구 억제정책, 인구이동제한으로 신분등록 공 시기능은 부차적이다. 미국 - 출생, 사망, 혼인으로 나누어 기록을 작성하여 보관하고 이혼기록은 법원이 보관하 는 사건별 편제방식이다. - 신분기록에 본인만 기록되고 가족관계는 기록되지 않는다. 가족집단을 한꺼번에 알 수 없고 개인 신분사항도 한 번에 알 수 없다. 상속인을 확인하려면 각자의 출 생증명서로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유언상속이 원칙이다. - 출생증명서에 자녀의 성명, 성별, 부모의 성명, 주소, 출생지 등을 기록하고 출생증 명서는 본인에게만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 - 결혼은 결혼허가증으로 증명된다. 혼인신고를 받은 주의 기록청이 결혼허가증을 - 63 -
편철한 혼인기록부를 보관하고 아무나 열람할 수 없다. - 이혼은 법원의 결정을 받아서 하고 법원에서 이혼재판기록을 보관한다. 혼인기록 부에 등재되지 않아 이혼사실을 알 수 없다. - 사망은 사망증명서로 증명한다. - 철저한 사생활 보호로 아무나 열람할 수 없다. 가족관계 공시기능이 없어 중혼, 근 친혼 방지의 어려움이 있다. 신분등록제도가 개인 식별특정, 국적등록의 증명가능, 공증기능 등의 증명기능, 인구동태조사 기초 자료로 사용되며 가족관계, 상속인 추 적, 가족질서 조직과 형성은 문제되지 않는다. 영국 - 출생, 혼인, 사망에 관하여 런던의 중앙신분등록청에서 관리한다. - 출생등록부, 혼인등록부, 사망등록부로 나누어 등록하는 사건별 편제방식이다. 상 호간의 색인기능은 없다. - 어느 지역에서 등록을 하던 중앙신분등록청으로 신고서류를 보내 중앙에서 보관한 다. - 일반에게 공개된다. 프랑스 - 출생, 혼인, 사망에 관한 것을 나누어 등록하는 사건별 편제방식이다. 지방에 따라 세 가지 등록부를 각각 작성할 수 있고, 단일한 신분등록부에 편철하기도 한다. - 출생은 신분등록공무원에게 신고하여 출생증서를 작성한다. 혼인외 자녀의 경우 부모가 원하지 않으면 부모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증서와 연관시키기 위 해 난외에 혼인증서, 사망증서, 인지증서, 이혼 별거를 증명하는 서류 등을 부기 한다. - 혼인신고 전 2개월 동안 공고를 하고 이의가 없는 경우 혼인신고를 하고 혼인증서 를 작성한다. 등본은 아무나 열람할 수 없다. - 사망신고로 사망증서를 작성한다. - 신분증서 이외에 가족대장이 있어 신분사항을 등기한다. 이는 공시기능은 아니고 가족대장에 기록된 당사자가 그 신분을 공공기관에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혼인예 식 후 신분등록공무원이 발행하고 자녀에 관한 사항, 입양, 이혼 등에 관한 사항 을 기재한다. 독일 - 출생, 혼인, 사망의 사건별 편제방식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난외부기방식, 가족단 위 편제방식 등을 채용하고 있다. - 출생부에는 부모 성명, 난외에는 가족부의 소재지를 기록한다. 출생부를 바탕으로 출생증서, 혈통증서, 출생증명서를 교부한다. - 혼인부에는 부부의 성명, 주소, 생년월일 등을 기재한다. 초혼의 경우는 부모의 가 - 64 -
족부에 통지하고 재혼의 경우 전혼의 가족부에 통지한다. 난외에 혼인무효, 이혼 등을 기재하고 혼인부를 바탕으로 혼인증서를 교부한다. - 가족부는 혼인시 편제하고 부부와 자녀의 신분변경에 관한 사항을 기재한다. 부부 의 부모, 부부의 혼인, 부부의 국적, 사망, 이혼, 자녀출생, 혼인, 입양 등을 기재한 다. 재혼인 경우는 전혼의 가족부 소재지를 난외에 기재한다. - 신분등록부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스위스 - 출생등록부는 부모의 성명, 주소 등을 기재하고 사후에 혼인, 사망 등의 추가정보 를 등재하지 않는다. - 혼인공고 후 성혼절차를 거쳐 혼인등록부에 등록된다. 부부의 성명, 부부 부모의 성명, 혼인경력 등을 등재한다. - 사망등록부, 인지등록부가 별도로 있다. - 가족등록부에 부부와 자녀 2세대를 등록하고 출생, 혼인, 자녀에 관한 사항이 등재 된다. 혼인, 출생, 사망, 인지등록부와 연계되어 신분에 관한 사항이 집중되어 있 다. - 신분등록의 비공개가 원칙이다. 호주제 폐지운동본부(antihoju.lawhome.or.kr) 이처럼 외국의 입법사례를 분석해 설명자료 등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호주제 폐 지에 의아심을 가졌던 국민들에게 상당한 설득력을 갖게 됐다. 특히, MBC 등 방송 사의 TV프로그램 제작지원을 통해 외국의 가족제도를 다양하게 비교하면서 호주제 의 부당성을 알리는 홍보를 펼친 게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4. 누리꾼 을 잡아라 2003년 6월 호주제 폐지 추진 당시는 홍보예산이 여의치 않던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호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올바른 인식의 확산을 위해 국정홍보처가 민간 홍보컨설팅의 도움을 받아 호주제 폐지를 위한 종합홍보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이 같은 종합 추진계획아래 호주제 폐지에 대한 전국적인 홍보활동이 펼쳐졌다. 참여정부의 호주제 폐지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서 여성부는 호주제 폐지 에 대한 국민공감대를 형성하고 확산하는데 힘을 쏟았다. 국정홍보처의 홍보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의식 개선사업 예산을 활용했다. 이에 따라 TV, 라디오, 동영 상, 리플렛, 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전국적인 홍보사업이 펼쳐졌다. - 65 -
2003년도에는 호주제의 문제점과 호주제 폐지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소책자와 홍 보만화를 제작해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민원실 등에 배포했다. 가족을 지키 는 것은 호주제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라는 제목의 소책자에는 호주제의 문제점, 피해사례, 관련 질의응답, 외국의 입법례 등을 담았다. 추석명절에는 홍보 리플렛 20만 부를 만들어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에서 추석 귀성객에게 나눠 줬다. 또한 남성들을 대상으로 출퇴근 시간대에 라디오 CM 홍보를 했다. 여기에다 학 생들이 호주제에 대해 올바로 알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진행됐다. 여성부 공동협력 사업으로 가정법률상담소가 제작한 우리, 평등하게 살래? 라는 비디오를 전국 의 중 고등학교에 배포하여 양성평등교육 자료로 활용토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남편 자식 성 다른 여자, 부모부양 버거운 장남 호주제가 눈물의 씨앗 남편과 사별한 뒤 호적을 떼어 보니 한 살짜리 아들이 호주로 돼 있어 황당했습 니다. 그 뒤 재혼을 하려 했지만, 아들과 재혼을 하려는 남자와 성이 달라 재혼도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능력 있는 자녀가 부모를 모시면 되는데 장남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정신적, 경제 적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부당합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최근 호주제 폐지 홍보 영화 우리 평등하게 살래? 를 제작해 전국 주요단체와 학교에 배포하는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호주제 폐지 캠페 인에 나섰다. 이 홍보 영화는 호주제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제 인물 들이 나와 자신의 사연을 들려준다. 아이와 남편의 성이 달라 늘 불안하게 살고 있는 재혼 여성부터 장남에게 지워지 는 사회적 부담이 버거운 40대 남성, 평생을 아버지, 남편, 아들의 부속물로 살아 온 80대 할머니와 호주제 위헌소송 원고인단으로 참여한 30대 부부까지 다양한 관점에 서 호주제의 부당성을 알린다. 영화는 이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미혼모나 한 부모 가족, 재혼 가족 등 다양한 가 족 형태를 비정상 가족 으로 내모는 호주제를 비판하면서, 일본이 한국 식민통치를 편하게 하기 위해 호주제를 만들었다가 자국에서는 벌써 폐기한 사실도 꼬집는다. <한겨레신문, 2002. 7. 8> 호주제의 폐해를 올바로 인식한 경우, 이 제도의 폐지를 지지할 수 있는 계층으 로 20~30대를 들 수 있다. 특히 이들 계층 가운데 누리꾼(네티즌)이 많다는 점을 감 - 66 -
안해 인터넷 대화를 통한 홍보방식을 개발했다. 여성부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003 년 5월 호주제 폐지 사이버운동의 근거지가 될 노(NO)호주제-호주제 너머 으라차 차 신나는 사회로 사이트(www.nohoju.or.kr)를 개통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온라인 서명운동과 상담이 이뤄졌고 장관, 국회의원, 교수, 영화 배우 등 각계 유명 인사들의 호주제 폐지지지 글이 연재됐다. 또 호주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 의 국회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국회의원에게 카드보내기, 친지들에게 호주제 폐지운동 동참 권유하기 등의 메뉴가 마련됐다. 아직도 호주제 가 있다고요?, 성씨 선택할 자유를 달라!, 호주제 폐지이후 신분등록제도 어떻게 바꿔야 할까? 등의 주제로 토론방도 개설됐다. 한의사 고은광순씨는 호주제 폐지 운동이나 활동에 인터넷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호주제 폐지 운동의 일등공신은 인터넷이에요. 물론 사이버 마초 들을 양산하기 했지만 인터넷을 통해 토론도 하고 힘을 모을 수 있었으니까요. (주간동 아, 2003. 9. 11) 2003년 11월 10일 여성부는 중앙일보와 함께 실시간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지은희 장관은 누리꾼들의 다양한 질문에 상세한 답변으로 응하면서 호주 제의 폐해와 폐지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특히 그는 가족이든 사회든 남녀가 역 할을 나눠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고 누리꾼들에게 전했다. 2003년 여성계의 최대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호주제였다. 참여정부 출범을 계기 로 여성계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호주제 폐지. 이 문제가 숱한 논란 끝에 민 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져 관련 안이 같은 해 11월 국회에 제출됐기 때문이다. 결 국 국회통과에는 실패했지만 2003년은 정부와 여성계가 호주제의 문제점과 호주제 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를 집중적으로 홍보한 해였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는 이듬해인 2004년부터 호주제 폐지 이후 기대되는 긍정적인 변화 내용을 콘셉트로 설정해 TV매체를 중심으로 홍보를 추진했다. 다양한 형태의 외국 가족 삶과 중국과 일본의 양성평등한 가족문화, 명절문화 소개를 내용으로 하 는 TV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했다. KBS, MBC, CBS TV 등 주요 방송을 통해 홍보도 실시했다. 더불어 홍보만화, 설명자료 등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관련단체와 기관에 서 교육 자료로 활용토록 했다. 이와 함께 국회, 정당 등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설명회나 강연회 자리를 지원 했다. 당시 많은 강연회 가운데 여성의 입장에서가 아닌 남성의 눈을 통해 호주제 - 67 -
문제를 따져보는 강연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2004년 7월 6일 배우 권해효 씨가 정 부청사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 그것이다. 권 씨는 평등가족 만들기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오전 11시 과천청사 지하 대강당은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모여든 청사 공무원들로 가득 차 있었다. 호주제 폐지에 대한 공무원들의 관심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법무부는 색다르게 남성의 입 을 통해 여성, 가족문제 등에 대해 듣고자 이 강연을 준비하게 됐다고 했다. 가족형태 차별 조장 호주제 빨리 폐지돼야 둘째 아이를 낳고 출생신고를 하러 동사무소에 갔는데, 서류에 아내의 본적주소까 지 적었다가 동사무소 직원에게 한소리를 들었습니다. 본적은 아이의 아버지만 적도 록 돼 있다는 겁니다. 남편과 아내의 본적이 다른 게 상식인데 여자가 결혼하면 남편 의 호적에 들어오게 돼 있기 때문에 결국 부부의 본적이 같다는 겁니다. 권해효 씨는 호주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이런 일을 당하고 보 니 호주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호주제 폐지를 위해 적극 나서게 됐다 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 호주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며 호주제의 문제점 네 가 지를 지적했다. 먼저 여자가 결혼을 하면 남편의 호적에 들어 가야하는 부( 夫 )가입적조항, 아이가 태어나면 반드시 아버지의 호적에 들어가야 하는 부( 父 )가입적조항, 부부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을 때는 반드시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하는 부성강제조항, 호주 사망시 남성, 직계 비속 중심의 호주승계원칙 등을 열거했다. 권씨는 이혼율 증가 등으로 현재 우리나라에는 재혼가정이나 혼자 살아가는 한 부모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는데 현행 호주제는 그런 다양성들을 인정 하지 않는다 고 지적했다. 그는 재혼가정이 늘며 아이와 아버지의 성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재혼가정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가족사항을 적을 때 아버지 이름을 적는 란에 죽었거나 같이 살지 않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생부의 이름을 적는다고 한다 며 부성강제조항은 우리 현실에서 너무 가슴 아프게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고 말했다. 권 씨는 또 가( 家 )는 호주를 중심으로, 결국 남자 중심으로 승계하도록 하는 현행 호주제는 남녀평등을 규정하는 헌법과도 위배된다고 지적하며 호주가 죽으면 집에 어 머니, 할머니가 있어도 3살짜리 남자아이가 호주가 되는 일들이 과연 상식적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호주제 폐지 반대론자들의 논리에 대해서도 모순이 많다고 지적했다. 반대론자들은 호주제를 폐지할 경우 근친간 결혼이라든가 순수혈통 유지가 어렵다는 등의 주장을 펴는데 이것은 억지스럽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부성강제조항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반만년을 이어온 순수혈통 - 68 -
등을 내세우는데, 임진왜란이며 당나라와 원나라 침입 때 과연 순수혈통이 지켜졌느 냐 며 과연 무엇이 순수하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고 말했다. 근친간 결혼 에 대해서 권 씨는 집에서 키우고 있는 개를 비유해서 반박했다. 예 를 들어 수컷 진돗개와 암컷 시츄가 교미를 해서 A라는 수컷을 낳고, 그 개가 다시 암컷 치와와와 교미를 해서 B라는 수컷을 낳았다고 가정해보자. 호주제 폐지 반대론 자들의 주장대로 한다면 B도 순수혈통의 진돗개가 됩니다. 부계혈통만 인정하기 때문 에 이런 억지스러운 논리가 나오는 것이지요. 강의를 마치며 권씨는 호주제는 단순히 여성에 대한 문제도, 법률상의 문제도, 구 세대와 신세대의 문제도 아닌 가족구성원,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제 도 라며 17대 국회에서 하루빨리 호주제 폐지 관련 법률이 통과되길 바란다 고 말했 다. <국정브리핑, 2004. 7. 7> - 69 -
제2장 갈등과 장애를 뛰어 넘어 1. 뜨거운 신분등록제 논쟁 우역곡절 끝에 호주제 폐지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 이 2003년 11 월 국회 법사위에 제출됐다. 그러자 현행 호적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신분등록제도 를 둘러싼 논쟁이 새롭게 불거졌다. 정부는 당초 전통적 가족에 대한 국민정서를 감 안해 신분공시 방식으로 가족별 편제방식 을 적극 검토했다. 하지만 이는 호주제 폐지의 취지를 퇴색시킨다 는 여성계의 지적을 불러왔다. 아울러 여성 차별적 상징으로 자리 잡은 용어인 본적 이 색인자로 존치되는 부담도 있었다. 2003년 7월 15일 개인별신분등록제실현공동연대 (이하 공동연대)는 여성부 차관을 면담하는 등 개인별 신분등록제 도입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활동이 본격화 됐다. 이즈음 여성, 노동, 인권, 종교, 정당 등 18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동연대 는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 의 국회통과 성씨 선택의 자유 확대, 개인별신분등 록제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하고 기자회견과 퍼포먼스 를 가졌다. 특히 공동 연대에 참여한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가족별 편제방식이 도입되면 사회에서 차별 받는 여성 장애인들이 서류상에서 또 한 번 차별받게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단체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가족별 편제방식은 결혼한 부부와 미혼 자녀, 핵가족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10 명 중 7명은 결혼하지 못하는 여성장애인들의 경우, 지금의 호주제처럼 또 다시 어 떤 형태로든 누군가에 소속될 수밖에 없다. 여성 장애인들은 가족 가운데 누군가 재 산을 갖고 있을 경우 누려야 할 혜택을 받지 못한다. 2003년 6월 5일 가정법률상담소는 호주제 폐지, 우리는 평등이라 말한다-더 나 은 가족제도가 기다리고 있다 를 주제로 호주제 폐지 및 대안 심포지엄을 열었다. 곽배희 소장은 이날 기조발제를 통해 호주제 폐지와 대안에 관한 1만부의 설문조사 결과를 남녀 성비에 가중치를 넣어 수정, 발표했다. 특히 호주제 폐지 이후 대안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는데, 조사대상자의 50.8%가 개인별 편제방안을, 49.2%가 가족 별 편제방안을 선택해 차이를 나타내진 못했다. 반면 성별로는 여성이 개인별 편제방안(57.3%)을, 남성이 가족별 편제방안(60.5%) 을 선호했다. 연령별로는 30대 이하 젊은 층이 개인별 편제방안을, 50대 이상 장년 - 70 -
층이 가족별 편제방안을 선호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족별 편제방안의 경우 현행 호적이 가진 신분등록제도의 기 능을 유지하고 반대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대안인 만큼 기존 호주제가 갖는 문제점 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반면, 양성 평등 측면에서 이상적인 제도로 평가받는 개인별 편제방법은 가족해 체를 우려하는 반대여론과 전산 시스템 내용변경 등에 따른 예산과 인력 문제 등이 제기됐다. 신분등록제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마침내 2003년 8월 7일 법무부 가족법개정특별분과위 제6차 회의는 5대 4로 개인별 신분등록제 채택을 의결했다. 호적사무를 관장하는 대법원도 개인별 신분등록제도안을 마련했다. 이런 와중에 가족별 편제방식이든 개인별 편제방식이든 인적 편제방식으로서 지나치게 개인의 정보가 집적 관리돼 사생활보호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때문에 목적별 편제방 식 도입도 제기됐다. 그러나 호적 전산화가 완료된 시점에서 목적별 편제방식은 준비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고, 전혀 새로운 체제라는 점에서 국민적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점 등으로 지 지를 받지 못했다. 결국 등록방식은 개인별 신분등록 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결 론이 났다. 그렇지만 공시에 있어서는 개인의 사생활을 최대한 보호한다는 차원에 서 목적별 공시를 채택했다. 이에 정부가 마련한 제도는 개인별과 목적별이 혼합된 형태의 신분등록제였다. 2005년 1월, 국회 법사위는 호주제 폐지를 주요내용으로 하 는 민법 개정안 을 처리하기 전에 신분등록제도에 대한 정부안을 미리 제출하 도록 요구했다. 절차법인 신분등록법안 이 함께 심사돼야 호주제 폐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법무부는 이에 따라 2005년 1월 10일 신분등록제도개선위원회 를 신속하게 구성 해 개인별 신분등록제도안을 마련했다. 네 차례의 회의를 거쳐 나온 성과였다. 실제 호주제 폐지 이후의 새로운 신분등록제도를 둘러싼 법무부와 대법원간의 신경전은 뜨거웠다. 호적제도를 관장하는 대법원은 2005년 1월 10일 개인별 신분등록제를 내놓았다. 이러자 법무부는 같은 날 서둘러 신분등록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국민의 신 분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할 정부부처로서 대법원에 밀릴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 해 1월 26일 법무부안과 대법원안이 동시에 국회 법사위에 제출됐다. 법무부안의 - 71 -
주요 내용은 이렇다. 우선 호주가 사라지고 본인을 중심으로 한 개인별 신분등록 이다. 신분등록부는 본인 뿐 아니라 부모와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 자녀와 형제, 자매가 기재되는 가족 부의 형태를 갖췄다. 현행 호적은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들의 출생과 사망 등 모든 신분변동을 기재해 왔다. 그러나 신분등록부는 본인만 신분변동을 모두 기재하고 가족들은 인적사항과 사 망여부만 표시하게 했다. 따라서 부모가 이혼을 했더라도 자녀의 신분등록부에는 부모의 이혼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 재혼한 여성의 경우, 새 남편의 신분등록부에 는 여성의 이혼사실이 나타나지 않는다. 입양된 자녀의 신분등록부에는 생부모는 빠지고 양부모만 기재되게 했다. 법무부 는 이를 두고 양성평등의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가족사항을 충분히 나타낼 수 있도 록 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법무부와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호적과 다른 점으로 개인이 중심이 되는 그런 기록부가 생겼다는 것 대해 환영하는 바입니다. (곽배희 소장, MBC, 2005. 1. 26) 여성계는 이처럼 미흡한 점은 있지만 대체로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2월 21일 국회 법사 위는 정부가 제출한 신분등록제도안에 대해 공청회를 열었다. 새로운 '신분등록제'를 둘러싼 우려들 [공청회]여야 "정보유출, 가족정보 노출과다 우려" 국회 법사위가 21일 개최한 호주제 폐지 관련 새로운 신분공시제도 공청회에서 법 무부는 본인 기준으로 개인별 편제 양식을 취하되, 일정 범위의 가족사항이 공시되는 '본인 기준의 가족부'안을 소개했다. 이 안에 따르면 신분등록원부의 기재ㆍ공시사항은 가족사항과 신분사항으로 나뉜 다. 가족사항에는 본인을 기준으로 부모,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 형제자매, 자녀의 인 적사항 및 사망여부가 기재ㆍ공시되며, 신분사항에는 본인의 출생, 입양, 혼인, 이혼, 사망 등이 기재된다. 이렇게 본인을 중심으로 가족의 신분정보를 기재, 가족부 형태를 갖추는 방법은 지 난 달 대법원이 제출한 혼합형 1인1적제 와 유사하며, 다만 대법원안은 본인과 배우 자 부모의 사망 여부를 고아, 편모 편부 노출 을 이유로 하지 않는 반면 법무부안은 기재하며, 배우자 부모도 대법원안은 성명만 표시하지만, 법무부안은 주민등록번호까 - 72 -
지 표시하도록 하는 차이점이 있다. 법무부 김현웅 법무심의관은 일부에서는 가족사항이 지나치게 많이 공시됐다는 비판이 있지만, 새로운 신분등록제도는 실생활에 있어서의 각종 수당, 세금 공제, 상 속자ㆍ수급자 확인 등 편의적 측면과 국민정서를 감안해 만든 것 이라며 법개정을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 중으로 올해 상반기 내에는 제정안을 마련할 것 이라고 설명 했다. 그러나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우려는 쏟아졌다. 한나라당 주 호영 의원은 정부는 원부에만 모든 정보를 집적하고 발급은 목적별 공부방식을 통해 정보 유출을 방지하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지켜지겠냐 며 시행 전에 일선 호적 담당 관서에 여러 양식을 미리 배부해서 예상 부작용 지적 등 검증작업을 거쳐 야 할 것 이라고 조언했다. 열린우리당 양승조 의원은 형제자매까지 기재하는 것은 과다한 노출 이라며 형 제자매의 관념이 향후 사회에서는 재혼가정 등으로 다양해질 텐데, 이를 어떻게 법이 포괄할 것이냐 고 제기했다. 같은 당 이은영 의원도 정부가 확실히 누설금지 원칙 선언 을 하고, 개인이 자기 정보를 열람하고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권리의 보완도 필요하다 고 이에 동의한 뒤, 기존에는 성명+호주+본적 으로 개인의 정체성이 정해 졌는데, 현재 정부안은 성명+주민번호 인지 성명+주민번호+본적 인지 확실치 않다 고 지적했다. 민노당 노회찬 의원도 현행 호적법상 본적은 신고소재지일 뿐이고, 전 국민의 기 록 관리는 모두 법원에서 하고, 본적 개념 자체가 호주제와 종이호적을 배경으로 생 겼는데 양 기둥이 다 무너진 이후에도 본적이 존속할 이유가 있냐 며 본적 개념은 일본ㆍ대만을 제외하고 세계 어디에도 없다 고 제기했다. <프레시안, 2005. 2. 22> 보도된 대로 이날 공청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보 유출, 특히 가족정보의 과다 노출이라는 우려를 쏟아냈다. 부작용에 대비한 철저한 사전보완책을 주문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새로운 신분등록제도가 세금공제, 상속자 등 편의적 측면과 국 민정서를 감안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 의 국회통과를 위한 사전 절차가 모두 끝났다. 이제 민법 개정안 의 국회통과만 남 겨 두고 있었다. 2. 폐기된 법안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 없다 2003년 12월 17일이었다. 이날 민법 개정안 에 대한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 위의 심사가 있었다. 법안심사 소위는 2004년 1월 공청회 개최 이후에 심사를 처리 - 73 -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16대 국회는 호주제 폐지를 담은 민법 개정안 처리에 주저했다. 이듬 해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호주제 폐지 반대세력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결국 당 초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한 일정대로 민법 개정안 은 처리되지 않았다. 수도권에서는 지지하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그렇지만 지방의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 개별적으로 유림들과 관계가 있는 탓인지 힘들어했어요. 민법 개정안 을 달가워하지 않은 거죠. (최창행 팀장) 갈수록 속도를 내던 호주제 폐지라는 이름의 자동차가 국회라는 '병목(bottle neck)'에 걸린 것이다. 16대 국회는 2004년 5월 29일로 임기가 종료됐다. 그리고 민법 개정안 은 자동으로 폐기되고 말았다. 정부, 특히 여성부는 허탈한 분위기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는 2004년 상 반기 호주제 폐지를 목표로 온힘을 쏟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멈출 수도 좌절할 수도 없었다. 특별기획단은 긴급히 전체회의를 열었다. 17대 국회에 민법 개정안 을 다시 제출한다는 논의를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4년 5월 20일 17대 국회에 다시 제출 하는 일정을 추진하게 됐다. 민법 중 개정 법률안 제779조(가족의 범위) 1다음의 자는 가족으로 한다. 1.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2.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 2 제1항 제2호의 경우에는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에 한한다. (17대 국회 제출안) 법무부는 ( 가족법 개정)특별분과위 회의를 통해 정부가 16대 국회에 제출한 2 건의 민법 중 개정 법률안 의 중복되거나 미흡부분을 종합적으로 조정했다. 가 족의 범위를 법해석상 명확하게 하고, 국민정서에 더 부합한 내용으로 수정하기 위 한 것이었다. 17대 국회 제출안은 이렇게 마련됐다. 법제처도 호주제 폐지 추진에 일정 역할을 했다. 17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법안 - 74 -
제출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16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과 같은 내용의 법안을 다 시 제출할 경우, 부처협의 입법예고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의 절차를 생략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법제처는 관련 법안을 5월 국무회의에 일괄 상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17대 국회개원에 따른 정부입법추진대책 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이에 따라 2004년 5월 25일 호주제 폐지와 함께 친양자제 도입, 동성동본금혼규정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민법 중 개정 법률안 이 국무회의에 상정, 의결됐다. 이 개정안은 2004년 6월 4 일 17대 국회에 제출됐다. 17대 국회의 임기가 5월 30일 개시됐지만 아직 원구성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따 라서 정부의 움직임은 매우 이례적인 입법조치 의지로 평가됐다. 호주제 폐지에 다 시 한 번 이례적 이라는 표현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호주제는 폐지되지 못했다. 다만, 여야가 2005년 2월 임시국회에서 호주 제를 폐지할 것으로 합의했다는 희망은 남아 있었다. 앞서 2004년 12월27일 국회 법 사위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호주제 폐지안을 이듬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을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보통 소위를 통과한 안은 상임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즉시 회부된다. 그러 나 이례적으로 2월까지 라는 단서를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한나라당 이 호주제 폐지 이후의 신분등록제 대안을 먼저 검토해야겠다고 주장한 때문이었 다. 여성계는 여야의 호주제 폐지 합의에 한 목소리로 환영을 표시하면서도 일말의 우려를 나타냈다. 2005년 정초에 나온 한국여성단체연합회의 성명이다. 혹여 새로 운 신분등록제에 대한 검토과정에서의 논란을 빌미로 합의한 내용을 2월 임시국회 이후로 미룰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대안에 대해 검토는 하되 호주제 폐지 민 법 개정안 을 새로운 신분등록제에 대한 전제조건 없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3. 마침내 유림과 마주 앉아 서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 호주제 폐지를 둘러싼 찬반의 입장을 한마디로 표현 한 것이다. 그랬다. 정부는 당초 정책의지대로 호주제 폐지를 강하게 추진했다. 이 에 반해 유림 등 반대단체들은 거리시위와 각종 공청회를 통해 절대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 75 -
이 무렵, 호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의식은 압도적인 폐지 찬성 쪽으로 수렴되고 있었다. 정부의 호주제 폐지 추진의지도 더욱 확고해져갔다. 정부와 유림의 만남이 이런 상황에서 이뤄졌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부와 유림, 양측 대화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던 중이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호주제 폐지 이후 사회적 후유증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반 면 유림은 호주제 개선의 타협점을 찾던 터였다. 이 같은 정부와 유림, 양측의 이해 속에서 마침내 대화의 장이 마련됐다. 이복실 여성가족부 보육정책국장(당시 여성 부 차별개선국장)의 말이다. 예전에는 유림과 만난다는 걸 상상도 못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당시 최근덕 성 균관 관장의 호주제 폐지 반대 입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지 않다 라는 비공식 정 보를 입수하게 됐어요. 유교자체가 남존여비가 아니다 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거 죠. 실제 최 관장은 여러 갈래의 유림 가운데 개혁적 인물로 통한다. 이 국장은 즉시 성균관 측과 연락을 취했다. 성균관에서도 논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거예 요. 협력할 것도 많고 대화의 물꼬를 트길 희망한다는 거죠. 그래서 여성부 장관과 의 만남에 나섰어요. 이 국장은 처음에는 성균관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만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시위 등을 우려해서다. 성균관 측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극한 표 현까지 담은 플래카드도 철거하겠다고 했다. 만남은 거의 성사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다 여성부 장관이 바뀌었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지은희 장관 시절 논의된 사항을 신임 장하진 장관께 보고했어요. 그러자 장관께서 흔쾌히 받아들이셨어요. 화합의 모습은 좋은 것 이라며 가겠다고 하신 거죠. 취임하자마자 첫 외부행사인데 아마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에요. (이복실 국장) 면밀한 사전답사가 이뤄졌다. 장관과 관장의 동선에서부터 기타 세세한 사항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그날의 시나리오가 짜졌다. 성균관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한 것 이었다. 성균관 측에선 이 같은 여성부의 준비성에 대해 인상적 이라는 평가를 보 냈다고 한다. 여성부 장관이 성균관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성부로 전화가 빗발 쳤다. 언론이 비상한 관심을 보인 것이다. 마침내 2005년 1월 12일, 여성부 장하진 장관이 성균관을 직접 예방했다. 성균관 최근덕 관장을 만난 것이다. - 76 -
정부가 2003년 4월 호주제 폐지를 공식적으로 추진한 이후 이루어진 역사적 만남 이었다. 호주제 폐지를 추진하는 주무장관과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대표단체인 성균관장과 이루어진 최초의 만남이어서 더욱 그랬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남북정 상회담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동안 성균관과 유림은 호주제 폐지를 추진해 온 여성부에 대해 없어져야 할 부처 라며 반발해 온 터여서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자체로 화제였다. 그만큼 언론의 관심은 지대했다. 성균관과의 대화 자체만으로도 호주제 폐지에 대한 희망을 기대 하는 분위기였다. 유림회관에는 5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 와중 에 면담 장소에 있던 화분이 깨지기도 했다. 반세기 대치 끝의 첫 만남. 최 관장은 몰려든 취재진을 보며 바쁜데 찾아와 줘 고맙다. 여성부 장관이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 고 말문을 열었다. 장 장관은 호주제 문제 자체가 국민의 관심을 많이 받는 사안이라고 화답했다. 최 관장이 우리 가정 이 위기에 처해 있어 그만큼 여성부 장관의 책임이 무겁다 고 말을 건넸고, 장 장관 은 취임해 처음 찾아왔다 며 성균관 방문에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장 장관과 최 관장은 비공개로 면담을 가졌다. 10여 분간의 비공개 면담이 끝난 뒤 최 관장은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시대가 변하니 새로운 가족문화 창출 을 위해 남녀가 도와야 하고 여성이 마음 높고 사회활동을 하도록 힘써야 하는데, 이에 대해 장관과 제 생각이 일치했다 고 전했다. 장 장관은 호주제 뿐 아니라 자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가족정책을 만드는데 협조를 구했고 다음에 관장이 여성부를 방문하면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얘기를 나눌 것 이라고 밝혔다. 이날 면담 내용을 브리핑한 이복실 국장의 말이다. 전통가족의 좋은 면을 새로운 가족정책에서 반영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앞으로 가족정책을 펼치는데 다양한 채널로 의논하자는 것으로 면담을 마무리했고요. 면담 초 호주제에 대한 말이 나왔지만 장관은 그 문제는 국회와 헌법재판소로 공이 넘어 갔으니 원만히 진행되도록 지켜 볼 것 이라고 말하고 곧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어 요. - 77 -
여성계 유림 화합의 첫 물꼬 텄다 장하진 여성부 장관이 어제 최근덕 성균관장을 전격 방문했습니다. 호주제 폐지 문제 는 일단 지켜보자며 양 측 모두 한 발 물러섰지만 남녀 성 평등 정책과 보육 정책 등 에 함께 힘을 쏟기로 해 화합의 첫 물꼬를 튼 것으로 보입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본 면담에서도 계속됐습니다. 유림과 여성계는 남녀 상생, 성 평등 정책을 펴는 데 협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녹취: 최근덕, 성균관장 서로가 도와야죠, 가족도 그렇고 남녀가 돕지 않고 되는 게 어디 있습니까? 보육 정책과 새 가족 정책에도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녹취: 최근덕, 성균관장 여성부 장관 첫 목표가 보육 정책이라고 합니다. 좋은 장관 님과 이야기 했고 제가 생각한 것과 모든 게 일치합니다. 녹취: 장하진, 여성부 장관 새 가족 정책에도 전통의 좋은 점을 새 형태로 담아내 는 데 많은 대화하기로 했습니다. 양측의 이번 만남은 지난 해 말 국회 법사위원회가 호주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민법 개정안 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함에 따라 호주제 폐지에 반대해 온 유림과의 갈등을 사전에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여성부가 제안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관심을 모은 호주제와 가족법 문제는 공이 국회와 헌재로 넘어간 만큼 일 단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대신 여성부 장관과 성균관장, 실무진들이 계속 만 나 대화하고 협조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여성계가 호주제 폐지운동을 벌인 지 50여 년. 양측 수장의 만남은 짧았지만 오랜 갈 등을 씻고 양 측이 화합하고 협력할 수 있는 물꼬를 튼 것으로 보입니다. 호주제 문 제도 어떤 결론이 나도 양 측이 논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미리 열어 놔 큰 성과로 여겨집니다. 최근덕 성균관장은 조만간 장하진 여성부 장관을 답방하고 두 번 째 논의의 장을 가질 예정입니다. <YTN, 2005. 1. 12> 이복실 국장은 이날 만남을 두고 유림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고 했다. 첫 만남만으로 반대단체가 호주제 폐지를 찬성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은 아니었 다. 그러나 극한상황으로 반대하던 유림이 이날 대화를 통해 호주제 폐지문제를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 성균관으로서도 유교의 현대화와 더 이상 다양한 가족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 다는 현실과 마주 서 있었다. 그래서인지 건설적인 대화가 오갔다. 유림과 여성 계는 남녀상생과 성 평등정책을 펴는데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의 만남은 - 78 -
향후 호주제 폐지 이후 사회적인 갈등을 최소화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4. 호주제 종언 을 고하다-역사적인 위헌결정 여성부와 유림의 역사적인 대화는 나름의 의미와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호주 제 폐지를 둘러싼 논쟁은 한층 격렬해졌다. 호주제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제기된 뒤, 바야흐로 논쟁의 무대가 헌법재판소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논쟁은 더욱 뜨거워 졌지만, 그것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어느새 동이 트고 있었던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4월 이후 서울지방법원 서부 및 북부지원, 대전지법 등으로 부터 제청된 8건의 호주제 민법 조항에 대한 위헌제청사건 심리를 병합해 진행 해왔다. 특히 2003년 11월부터 이듬해 12월 9일까지 모두 5차례 공개변론을 통해 찬 반 의견을 청취했다. 헌법재판소는 또한 법무부, 여성부, 국가인권위, 가정법률상담 소(위헌론측)와 성균관, 정가련(합헌론측)등으로부터 의견서를 제출받아 검토를 벌 였다. 호주제 위헌소송이 제기된 뒤 위헌론측과 합헌론측은 각각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학계, 법조계 등으로 참고인을 신청했다. 양측은 공개변론을 통해 호주제의 위헌성 과 합헌성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다. 호주제의 위헌성을 둘러싼 헌법재판소 구두변론은 격렬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찬성과 반대 측의 팽팽한 주장이 맞부딪혔다. 양측은 특히 과학자까지 동원하면서 변론을 거듭했다. 영장류 연구로 유명한 서 울대학교 최재천 교수가 위헌론 참고인으로, 한국과학기술원 신희섭 교수가 합헌론 의 참고인으로 진술했다. 최 교수는 동물과 인간의 세계를 비교하는 글과 강연, 방 송출연 등으로 널리 알려진 학자였다. 양측의 변론이 거듭될수록 헌법재판소의 결 정은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열띤 공방이 펼쳐진 마지막 5차 공개변론 당시의 상황으로 잠시 돌아가 보자. 우 선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공개변론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 부 교수의 주장이다.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부터 남성 중심의 사회로 변해왔을 것 으로 추정된다. 인류의 역사를 20만년으로 보면 농경사회는 1만 년 전에 시작돼 인 류 역사의 95%는 남성위주의 사회가 아니었다. 최 교수는 이중섭, 피카소의 그림과 임신 당시 잡지 표지모델로 등장한 미국 여 배우 데미 무어의 사진 등을 참고자료로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여성이 자녀를 양 육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게 되면 남성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호주제가 폐지 - 79 -
되면 부계 중심의 중압감에서 남성이 해방될 수 있다. 그는 또한 호주제가 폐지되면 남성 사망률이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전 세계 20대와 30대 남성 사망률은 여성 사망률의 세배에 달한다. 그러다 40대, 50대 엔 대부분 같아진다. 이에 반해 유일하게 40대, 50대 남성 사망률이 높아지는 나라 가 한국이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중년 남성들의 사망률이 떨어지거나 다른 나라와 비슷해 질 것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여성이 해방된다는 건 그만큼 남성의 짐을 벗 는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의 설명을 들은 뒤, 권성 재판관은 수렵생활로 진화하면서 남성이 중심이 된 것은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냐. 호주제가 여성이 경제적 힘을 기르 는데 족쇄가 되고 있느냐 고 묻기도 했다. 합헌론측 대리인으로 나온 구상진 변호사 도 물러서지 않았다. 생물의 수정과 번식에는 정자로부터 전달되는 중심소체가 필 수적이다. 동물의 세계를 기준으로 인간사회의 제도를 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2004년 12월 9일 마침내 공개 변론이 끝났다. 그리고 해를 넘겨 2005년 2월 3일 오후 2시, 호주제 위헌법률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선고가 있었다. 법정이 열 리자마자 헌법재판소는 호주제가 헌법 에 불합치 한다 는 결정을 내렸다.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호적사무가 중단되는 혼란을 감안해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재판관 9명 중 6명의 다수의견으로 내려진 사실상 위헌결정이었다. 여성단체들은 환호했다.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 소속 20여명은 법정 밖으로 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이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마침내 헌법재판소가 성 평등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양성 간의 진정한 공존이 가능한 시대로 나아가게 됐다 고 밝혔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6명의 판사가 불합치 의견을 모아준 데 대해 너무나 감사한다. 2000년 6월부터 준비한 소송이 성과를 얻어 너무 감격스럽 다 고 기뻐했다. 가정법률상당소도 가족법 개정 운동사에 획기적인 방향전환 이 이뤄진 날로 영원히 기억될 것 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직접 위헌결정은 접한 이복실 국장은 애써 기쁨을 감췄다고 한다. 여러 경로를 통해 들은 바가 있어 낙관은 했지만 너무 기뻤어요. 그렇지만 반대 측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일체의 논평을 자제했어요. 일행들과 안국동에서 청 - 80 -
사까지 걸어오며 말이죠. 이에 반해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던 유림 등 단체 참석자들은 크게 실망하며 거세 게 반발했다. 성균관 가족법개정대책위원회 등은 성명을 내고 헌법재판소의 반역 사적 반민족적 결정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를 즉각 취소하고 국민투표를 실 시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정가련도 전통문화가 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인지 이 해하기 어렵다. 15일 종로 대규모 투쟁대회 등 반대운동을 계속할 것 이라고 반발 했다. 그러나 이후 유림 등의 반발은 당초 우려와 달리 미미했다. 사실 여성부 등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뒤 반대 측에서 혹시 분신이나 극한 저항을 하면 어쩔까 하며 적잖은 우려를 했다고 한다. 최창행 팀장의 말이다. 유림측이 헌법재판소에 기대를 많이 했던 같습니다. 그런 만큼 극한 저항을 우 려한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잖아요? 헌법재판소 의 결정이 모든 이들을 자유롭게 했다고 봐야지요. 그의 말처럼 국회의원들은 더 이상 유림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됐다. 법이 그렇 게 결정됐는데 어쩔 수 있겠는가 라는 설득논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반대 세력의 지 도부 역시 같은 논리로 자체 반발을 무마할 수 있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분수령이었다. 모든 갈등을 일거에 종결시키는 그런 것 말 이다. 마치 2002년 월드컵 때 축구 경기가 끝난 뒤의 쓰레기 하나 없이 말끔했던 시 청 앞 광장을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정말 우려한 후유증이 없었지 않습니까? 그리고 호주제가 폐지되면 다 망할 것 처럼 반발도 있었지만 뭐, 태양은 그대로 다시 뜨지 않았습니까? 모두에게 다 좋은 것이니까요. (최창행 팀장) - 81 -
호주제 없어진다 위헌이냐, 아니냐를 놓고 오랫동안 제기돼 왔던 호주제 논란이 드디어 종지부를 찍 게 됐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 호주제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호주제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새 법안을 만들어야 하고 그때까지 만 기존 호주제의 효력이 유지됩니다. 재판부는 호주제가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해 정당한 이유 없이 남녀를 차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로 인해 많은 가족들이 불편과 고통을 겪고 있다며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규정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종익 공보담당관 (헌법재판소) 전례의 가족제도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존엄과 양성 의 평등을 규정한 헌법규정에 위반된다고 하면 그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는 없습 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단순위헌 결정을 하면 큰 혼란이 우려되는 만큼 법을 개정할 때까지 만 관련 조항을 적용하도록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다고 밝혔습니다. 여성계와 시민 단체는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곽배희 (가정법률상담소장) 남성 어깨 위에 걸려 있던 무거운 짐도 다 벗어 내리게 하고 그리고 남성과 여성 모두가 다 주인이 되는 그런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정을 이 루며 살 수 있는... 반면 성균관과 유림 등에서는 반역사적인 결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승관 (성균관 전례연구위윈장) 있을 수 없는 판결,우리 후손들의 무궁한 장래를 위해서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은 대단히 염려가 되는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 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오랜 논 란에 종지부를 찍은 헌재의 결정으로 법안처리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MBC, 2005. 2. 3> 이날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요지는 이런 것이었다. 호주제는 성 역할에 관한 고정 관념에 기초해 호주승계 순위, 혼인 자녀 등의 신분관계 형성에 있어 정당한 이유 없이 남녀를 차별함으로써 많은 가족들의 불편과 고통을 불러오고 있다. 개인을 가 족 내에서 존엄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가의 유지와 계승을 위한 도구적 존재로 취급, 양성평등과 개인의 존엄을 천명한 헌법 36조 1항에 위배된다. - 82 -
<표 22> 조항별 재판관 의견 대상법률 법률조문 내용(<> 안은 심판대상 제외) 심판결과 합헌의견 민법 77 8조 (호주의 정의) 일가( 一 家 )의 계통을 계승한 자, 분가한 자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하여 일가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는 호주가 된다. 6대3 위헌 김영일 권 성 김효종 민법 78 1조1 (자의 입적, 성과 본)1 자( 子 )는 <부( 父 )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가( 父 家 )에 입적한다. 8대1 위헌 권 성 민법 82 6조3 (부부간의 의무)3 처( 妻 )는 부( 夫 )의 가( 家 )에 입적한다 7대2 위헌 김영일 권 성 호주제의 가장 큰 폐해로 지적돼 온 사례도 언급됐다. 다수 의견은 어머니의 재 혼으로 새 아버지와 살면서도 옛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하는 자녀의 입장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법률적 가족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비정상적인 가족으로 취급됨 으로써 겪는 불편과 고통은 이혼율과 재혼율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회문제다. 소수의견을 개진한 김영일, 권성, 김효종 재판관은 가 ( 家 )에 호주를 두고 있는 호주제는 전통문화에 터 잡은 것인 만큼 호주를 정의한 조항인 민법 778조가 합헌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781조 1항(자녀의 입적), 826조 3항(처는 부의 가에 입 적한다)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를 보였다. 호주제 위헌소송 일지 1999. 5 여성단체연합 호주제 폐지운동본부 발족 2000. 9. 22 111개 시민 여성 사회단체,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 발족식 및 국회 청원 11. 28 시민연대, 제1차 호주제 위헌 소송 가정주부 배모씨 등 15명, 호주 변 경신고 불수리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서울가정법원에 제출 2001. 4. 1 서울지법 북부지원, 민법 제778조,781조 1항 위헌법률 제청 4. 5 서울지법 서부지원,781조 1항 위헌법률 제청 2002. 5. 15 시민연대, 제2차 호주제 위헌 소송 : 민법 제826조 3항 '처는 부 의 - 83 -
가에 입적한다'부분 2003. 3. 11 국가인권위원회, 호주제 위헌 의견서 헌재 제출 9. 4 법무부,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 입법예고 11. 20 헌재, 호주제 위헌심판 첫 공개변론 2004. 5. 25 국무회의, 호주제 전면 폐지의 내용을 담은 민법 중 개정 법률안 통과 12. 3 국회 법사위, 호주제 존폐 문제 공청회 12. 9 헌재, 마지막 5차 공개변론 12. 27 국회 법사위, 호주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 합의 2005. 1. 26 법무부,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안 국회 제출 2. 3 헌재, 호주제를 규정한 민법 781조 1항 및 778조 헌법불합치 결정 호주제는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위헌제청이 제기된 지 4년 가까이 지나, 그것도 정치권이 호주제 폐지에 사실상 합의한 뒤에 헌법재판소가 막차 를 탔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호주제 폐지와 이에 따른 후 속 제도 마련에 완벽한 힘이 실리게 됐다. 당연히 헌법재판소의 호주제 위헌 결정은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 의 국회 통과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이 결정은 호주제가 폐지된 뒤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후유증을 막는 순기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5. 호주제 폐지, 마침내 국회를 통과하다 16대에 이어 17대 국회에 다시 제출된 호주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민법 개정안 에 대해 국회도 조속히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2004년 9월 8일 제250회 정기국회 제2차 법사위에 정부가 제출한 민법 중 개정 법률안 이, 2004 년 12월 1일 제250회 정기국회 제13차 법사위에 이경숙의원 등 156인이 발의한 개 정 법률안과 노회찬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개정안이 각각 상정됐다. 그리고 이들 개정안은 제안 설명과 검토보고, 대체토론을 거쳐 각각 법안심사 제 1소위원회에 회부됐다. 법사위는 2004년 12월 3일 호주제 폐지에 대해 찬성하는 측 과 반대하는 측의 진술인을 구성해 개정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어 2005 년 2월 28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는 민법 개정안 을 통과시켰다. 법사위 복도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여성의원들과 여성단체 회원들은 감격의 눈 - 84 -
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하지만 이에 이르기까지 여성계 인사들의 우려대로 진통이 없지 않았다. 본회의에 상정되기 위한 직전 절차인 법사위 회의장. 2월 28일 밤 10 시 40분이었다. 최연희 법사위원장이 합의하자고 하자 주호영 의원이 반대를 했다. 양당 간사들은 다시 의논한다고 자리를 떴다. 얼마 뒤 재입장한 의원들은 결국 표결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찬성 11명, 반대 3명, 기권 1명이었다. 현장을 지킨 이 복실 국장의 술회다. 한 밤에 위원장이 찬성하는 의원 일어나라 고 말하자 여야의 원 할 것 없이 찬성입장을 표하더군요. 순간 전율이 일어났어요. 많은 사람들이 반 신반의하던 호주제가 드디어 사라지는 구나 라는 생각과 말이죠. 그리고 마침내 2005년 3월 2일 오후 5시 32분, 국회 본회의는 헌법재판소가 호주 제 위헌결정을 내린 지 한 달 만에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 을 통과시켰다. 찬 성 161표, 반대 58표, 기권 16표. 호주제 폐지 개정안은 그렇게 절대적 지지를 받으 며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호주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성을 갈겠다 는 말은 더 이상 엄포나 농담이 될 수 없다. 국회 본회의장에 마련된 TV로 국회 방송을 지켜보던 여성계 인사들은 일제히 환 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이날 국회 본회의는 예정시 간보다 2시간 30분이나 늦게 시작됐다. 게다가 민법 개정안 이 안건처리 순서에 서 뒤로 밀리는 바람에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본회의장에서 호주제 폐지 반대토론자로 나선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호주제 폐지는 가족 폐지를 의미한다 며 목청을 높였다. 김 의원의 주장이다. 부모 자식의 성을 마음대로 바꾸고 김 씨 손자를 박 씨로 만드는 것이 호주제 폐지인가? 일부 여 성들 의견에 질질 끌려 다니는 못난 남성들은 부끄럽지도 않나? 이날 국회에서 TV로 본희의 현장을 지켜보던 여성계 인사들 중 가장 눈에 띈 사 람은 지은희 전 장관이었다. 그는 집에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이렇게 나왔지만 아직 도 마음이 떨린다 며 기자회견 장소까지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본회의에서 호주제 폐지가 통과되는 장면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당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하며 자축했습 니다.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호주제 폐지가 현실화되기 어려웠을 겁니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당시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 이 수월하게 17 대 국회에서 통과될 듯했는데, 본회의장에 안건으로 오르기까지 애를 많이 태웠다 며 호주제로 고통 받았던 많은 가족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고 했다. - 85 -
<기고> 호주제 폐지의 의미-평등하고 민주적인 가족관계 구현 비로소 진정한 21세기를 맞이하는 느낌입니다. 지난 3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호 주제 폐지를 담은 민법 개정안 이 통과됨으로써, 1958년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되어 그 역사가 곧 개정운동의 역사인 우리 민법 이 헌법 과 시대정신을 구현 하기 위해 호주제 라는 커다란 걸림돌을 치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족에게 가장 이나 호주 라는 이름과 지위가 있어 그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가족을 가족이게 하는 것은 사랑과 신뢰인 것입니다. 헌신은 그 자체 아름다운 덕목이지만 주로 아내와 딸,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에게 요구되어온 일방적인 희생은 더 이상 미덕일 수 없습니다. 또한 가장, 장남, 호주 이기 때문에 정도 이상의 희생과 부담을 일생의 짐으로 안고 살아가야했던 남성들도 이제는 그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해도 실제 가족관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문제없던 우리 가족이 호주제가 폐지됐다고 해서 갑자기 갈등이 생기고 해체에 이르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호주와 가족을 구분하던 법적 개념이 없어 지고, 호주제로 인해 법적, 사회적으로 2차적 존재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우리 사회 의 어머니, 아내, 딸들인 여성의 인권이 제 자리를 찾게 됩니다. 또한 수직적이고 차별적인 가족관계에서 평등하고 민주적인 혼인관계 및 가족관계 로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사회의 변화는 가족형태에도 변화를 가져옵니다. 한 부모 가정, 재혼가정, 독신가정 등 현재 우리 사회에는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생각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폭넓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농경제 신분사회의 잔재인 호주제로는 이들 다양한 가족형태를 포용 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정상가족이니 비정상가족이니 하는 말 그대로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구분이 실재하여 공공연한 차별과 인권침해를 가져왔던 것입니다. 호주 제 폐지는 이처럼 불합리한 현상을 바로잡아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바탕으로 우 리 사회 안에서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게 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분명하게 해 두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 호주제에 관해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더 많이 문제를 제 기하고 또 폐지에 적극 찬성했다고 해서 호주제의 문제를 여성과 남성의 대결로 바 라보거나, 그 대결에서 여성들이 승리했고 남성들이 패배했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호주제 폐지는 법적 당위이며 시대적 요청이고, 그 일을 이루어 낸 것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승리입니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 담소 소장, <여성가족부 뉴스마당, 2005. 3. 10> 국회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세례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곽배희 가정법률상담 소 소장이었다. 곽 소장은 호주제 폐지의 의미를 묻는 남성 기자들에게 차분한 목소 리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말이다. 호주제 폐지는 남성중심의 사회에 - 86 -
서 남녀중심의 사회로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 때문에 고립되고 고통 받은 사람 들의 권익이 나아질 것을 기대합니다. 호적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신분등록제도 도입과 호적전산화 준비기간을 감안해 2년 10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 이에 따라 호주제 폐지 관련조항은 2008년 1월 1일 부터 시행되도록 했다. 한편 정부는 개정 민법 을 2005년 3월 31일 공포했다. - 87 -
제 4 부 선진양성평등 사회를 위한 과제 제1장 호주제 폐지, 그 이후를 그리다 1. 공동의 목표를 일군 거버넌스 호주제 폐지 추진사업은 노대통령의 핵심공약 사항이었다. 따라서 이 정책은 정 부 내에서 지속적으로 평가관리 돼왔다. 사안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언 론으로부터도 지속적인 관심과 평가를 받아왔다. 그 때문인지 호주제 폐지를 단연 돋보이는 10대 뉴스였다. 9개 중앙 언론사의 2005년 뉴스를 분석했더니 호주제 폐 지는 10대 뉴스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성 악법 호주제 2008년 완전 폐지 50년간 여성계의 숙원사업이던 호주제 폐지 는 2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 정으로 물꼬를 텄다. 헌재 결정 후 50일이 안 돼 국회는 민법 개정안 을 통과시키면서 호주제를 역 사 속으로 사라지게 했다. 호주제는 여성권리의 신장, 한 부모 가족 증가 등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존속시켜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유림 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었다. 유예기간을 거쳐 호주제가 완전 폐지되는 2008년 1월부 터는 가족 관계를 개인별로 관리하게 된다. <서울신문, 2005. 12. 27> 2005년 3월 31일 호주제 폐지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민법 이 개정, 공포되면서 대통령 공약사항이 완료됐다. 그런데 유림 등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계층의 항의 집회나 민원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결과였다. 시민단체와의 연대, 언론의 지지,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제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법안의 적기 마 련, 다양하고 효율적인 홍보전략 등 다양한 주체들의 노력이 결집한 덕분이었다. 지은희 전 장관은 정부와 NGO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도록 한 거버넌스 를 가 장 중요한 사항으로 꼽았다. 거버넌스는 어렵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입니 다. 마주 앉기만 해도 서로 의견이 다르니 미리 의논해서 실현 가능한 케이스를 찾 아야하는 거지요. 대통령께서 누차 강조한 대목으로 호주제 폐지의 의의는 바로 여 - 88 -
기에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호주제 폐지 정책은 거버넌스의 승리라고 봅니다. 지 전장관은 NGO가 원칙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NGO 입장에서 법안이 통과 되지 않더라도 원칙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미흡하더라도 통 과가 우선인가 라는 선택의 문제가 놓여 있다고 했다. 정부 역시 비슷한 맥락에 서 있다. 따라서 양측이 현실적으로 상호동의가 가능한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모색해야 한다고 지 전장관은 강조했다. 이처럼 성공한 공약사업으로 호주제 폐지 추진은 우수정책 품질관리 사례였다. 다른 정책에서도 선례가 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실례로 2006년 중앙공무원교육원이 주관 한 정책품질우수사례 공모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호주제 폐지 정책에 대한 정부 안팎 의 평가는 매우 호의적이었다. 우선, 국무조정실은 2003년도 우수정책사례로 선정했다. 이어 국정홍보처는 참여정부 3년 성과로 선정하면서 참여정부가 만든 12가지 생 활혁신 가운데 호주제 폐지를 꼽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여성을 남성 가장 에 종속시키는 호주제가 폐지되어 여성의 인권신장을 위한 개선이 이뤄졌다고 평가 했다. 이밖에도 성 평등 실현에 대한 국제사회의 긍정평가가 이어졌다. 여성 종중원 인정, 호주제 폐지 덕" 2010년 세계여성법관회의를 한국에 유치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해외 법 관들이 한국이 선진법률 국가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어요. 하지만 여성 종중원 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헌재의 호주제 헌법불합치 결정 등을 발표했더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그러다 생각지도 않았던 지역 이사로까지 뽑혔네요. 3~7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제8차 세계여성법관회의(IAWJ)'에서 2년 임기의 아시 아, 오세아니아 지역 이사로 선출된 서울남부지법 김영혜 부장판사(47). 한국의 여성 법 관이 세계여성법관회의 이사회 이사로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사회는 북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을 대표하는 17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1991년 국제단체로 출범한 IAWJ는 현재 34개 기관 가입국 회원 4264명과 54개국 218명의 개인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IAWJ는 2년마다 대회를 열어 여성 인권 관련 국 제조약에 대한 교육을 장려하고 선진 법률 등을 논의한다. 한국에서는 92명의 여성법 관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번 대회에는 김영란 대법관을 비롯하여, 14명의 여성법관이 참여해 2010년 회의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을 벌였다. 2010년 개최국은 2007년 3월 이사회 회의에서 결정되 며 김 부장판사의 이사 선임으로 한국 유치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일 보, 2006. 5. 12> - 89 -
민법 개정안 이 국회를 통과한 뒤 외국의 관심이 높았어요. 특히 미 대사관 측에서 저희를 찾아와 호주제 폐지 정책에 대한 세세한 설명을 구했습니다. 뜻밖이 었지요. 대사관에서 이런 것에도 관심이 있다니 하면서 말이죠. 미국의 한 대학교수 는 호주제 폐지가 향후 한국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연구한다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최창행 팀장) 한편 중앙의 유력 일간지들도 참여정부의 핵심 공약사항 가운데 호주제 폐지를 성공을 완료한 공약으로 분류했다. 아울러 호주제를 폐지해 부계와 모계를 동등하 게 인정하는 제도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2. 신분등록제 를 새로이 쓰다 2007년 4월 27일 헌법재판소의 호주제 위헌결정 취지에 맞춰 기존 호적제도를 대 신할 새로운 신분등록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08년 1월부터 시행될 새 신분 등록제의 세부내용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에 담겨 있다. 이 법은 현재 호주를 기준으로 통합 작성되고 관리되던 호적부 대신 국민 개별 신분등록부 (국적 및 가족관계 등록부)를 통해 출생, 혼인, 사망 등의 변동사항을 기록하고 관리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호적등본에는 본인은 물론 가족 전체의 신분에 관한 사항이 모두 기재돼 민 감한 개인정보가 부당하게 노출되는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 이에 증명하려는 목적 에 따라 기본증명, 혼인증명, 입양증명, 가족증명 등 개별증명을 발급받을 수 있도 록 했다. 또한 증명서 교부신청은 원칙적으로 본인과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만 이 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이와 함께 그동안 각종 신분변동 등록, 증명사무가 지방자치단체 사무로 규정돼 있는 바람에 지자체의 적자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 이 업무를 국가사무로 전환했다. 법무부와 대법원간 신경전을 폈던 관장기관은 대법원으로 정리했다. 신분등록제 법안이 국회통과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있었다. 법무부와 대법 원이 신분등록 관장기관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인 것이다. 때문에 새 신분관 계 법안의 처리가 지연됐다. 2006년 9월 국회에서 공청회가 열린 이후 논의는 한동 안 답보상태를 면치 못했다. 현행 호적법 에서 호적관련 업무는 대법원이 관장, 감독하도록 돼 있으나 호 주제가 폐지되면서 새 신분등록 방법 및 관장기관을 규정한 법률제정이 필요했다. - 90 -
국회에는 대법원( 신분관계의 등록 및 증명에 관한 법률 ), 법무부( 국적 및 가 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 ), 민주노동당( 출생, 혼인, 사망 등의 신고와 증명에 관한 법률 )이 제출한 3개 법안이 계류됐다. 또 대법원의 전산시스템과 호적관련 공무원 인력을 그대로 법무부에 이관하면 바 로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관장기관이 법무부로 이관돼 도 법무부는 이를 수행할 준비도, 능력도 없어 중대한 혼란이 발생할 것 이라고 반 박했다. 법원은 80년간 호적사무를 관장해오면서 노하우를 쌓아 온 만큼 훨씬 유리 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로써 2008년 1월 1일 우리는 새로운 신분등록을 접하고, 비로소 호주제 없는 세상 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이 땅에서 새로운 남녀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일 게 다. 호주제 폐지와 새로운 신분등록제, 이 양성평등의 역사적 사건 이 우리의 의식 구조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 91 -
제2장 선진양성평등 사회를 향하여 2005년 2월 헌법재판소가 호주제 위헌결정을 내리고, 같은 해 3월 국회가 호주제 폐지 법안을 통과시킨 뒤 호주제 폐지에 따른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다. 같은 해 7월 21일 대법원이 여성종중회원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드디어 여성도 성인이 되면 자동으로 종중회원으로 편입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여성종중회원 자 격인정판결은 호주제 폐지가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전향적 내 용이었다. 딸들의 반란' 성공 대법 "여성도 종중원 자격 있다 대법원이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성인 남성만 종중( 宗 中 ) 회원으로 인정해 온 관습과 판례를 깨고 여성도 종중 회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새 판례를 내놓았다. '딸들의 반란'이 3심에서 끝내 '성공'함에 따라 종중은 재산 처분 등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여성 종중원의 의견을 동등하게 수렴해야 하는 등 변화의 물결을 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20세 이상 성인 여성에게도 종중원의 자격을 인정해 달라"며 용인 이씨 사맹공파, 청송 심씨 혜령공파의 출가 여성 8명이 종친회를 상대 로 각각 낸 종친회원 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한국경제신문, 2005. 7. 21> 정부는 호주제 폐지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민법 개정시 호주제와 직접 관련 된 법률조항은 부칙을 통해 일괄적으로 개정했다. 하지만 현행 법령상 남녀차별적 인 조항이 상당부분 남아있었다. 이 같은 문제 조항을 발굴해 지속적으로 정비할 필 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2005년 하반기부터 2006년 상반기까지 현행 법령상 남녀차별 조항을 일제히 발굴했다. 이를 통해 드러난 385개 조항에 대해 5년 목표로 관련부처 와 함께 지속적인 정비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주제 폐지 관련조항은 호주제 폐지 시행일인 2008년 1월 1일전까지 모두 철폐될 예정이다. 호주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조항도 양성 평등한 사회구현을 위한 기반조성차원에 서 시급한 정비가 요구된다. 호주제 폐지와 후속 차별법령 발굴, 정비추진에 따라 명시적 직접적 차별은 사라 - 92 -
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과 관행에 남아있는 보이지 않는 차별은 여 전해 이에 대한 해소노력도 요청되고 있다. 이런 만큼 모든 정부정책과 생활 속에 남아있는 차별요소를 척결하기 위해 양성 평등적 관점의 모니터링과 대안 제시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호주제 폐지는 민주적 가족제도와 가족관계의 기반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양성 평등사회 실현의 기틀을 다졌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아울러 호주제 폐지는 여 성종중회원 자격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서 보듯 향후 한국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 위향상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앞에는 선진양성평등사회의 실현을 앞당겨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그것은 호주제 폐지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 학제적 연구와 양성평등 정책의 지속적 실시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 93 -
부록 헌법재판소 결정주문 (2005. 2. 3) 사 건 2001헌가9 10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부분 위헌제청 2001헌가11 12 13 14 15, 2004헌가5(병합) 민법 제778조 위헌 제청 제청법원 서울지방법원서부지원(2001헌가9) 서울지방법원북부지원(2001헌가10 내지 15) 대전지방법원(2004헌가5) 당해사건 서울지방법원서부지원 2000호파988 입적신고불수리처분에 대한 불 복 신청(2001헌가9) 서울지방법원북부지원 2000호파1673 호적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 청(2001헌가10) 서울지방법원북부지원 2000호파1674 1675 1676 1677 1678 호적 공 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2001헌가11 내지 15) 대전지방법원 2002호파722 호적사무관장자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2004헌가5) 주 문 1. 민법 제778조,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제826조 제3항 본문은 헌법에 합 치되지 아니한다. 2. 위 법률조항들은 입법자가 호적법 을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01헌가9 10 사건 당해사건의 신청인들은 혼인하였다가 이혼하고 일가를 각 창립한 자들로서, 전 부( 夫 )와의 사이에 태어난 그들 자( 子 )의 친권행사자이며 양육자인데도 그들 자 ( 子 )의 호적은 부( 父 )인 전 부( 夫 )가 호주로 있는 가( 家 )에 편제되어 있다. 신청인 들은 그들의 자( 子 )를 자신의 가( 家 )에 입적시키기 위하여 2000년 10월 경 관할 - 94 -
호적관청에 각기 입적신고를 하였으나 호적관청은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을 들어 입적신고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이에 신청인들은 당해사건 법원에 각 호적관청의 처분에 대한 불복을 신청하였 고, 그 재판계속 중에 민법 제778조, 제781조 제1항 본문이 위헌이라고 주장 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는데, 당해사건 법원은 2001년 3월 27일(2001 헌가9 사건의 경우) 및 같은 달 29일(2001헌가10 사건의 경우)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중 후단에 대한 신청은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 하고, 나머지 조항에 대한 신청은 모두 각하하였다. (2) 2001헌가11 내지 15 사건 당해사건의 신청인들은 혼인하여 각 그 배우자와 하나의 가( 家 )를 이루어 동일 한 가적에 올라 있고, 호적상 호주는 부( 夫 )인 신청인들(2001헌가11 14 사건의 경 우) 또는 신청인들의 부( 夫 )(2001헌가12 13 15 사건의 경우)로 되어 있다. 신청인들 은 부( 夫 )가 호주로 되어 있는 가를 무호주, 즉 호주가 없는 가로 바꾸기 위하여 2000년 10월 경 또는 동년 11월 경 각기 관할 호적관청에 호주변경신고를 하였으 나, 호적관청들은 현행법상 무호주제도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호주변경신 고의 수리를 거부하였다. 이에 신청인들은 당해사건 법원에 각 호적관청의 수리거부처분에 대한 불복을 신청하였고, 그 재판계속 중에 민법 제778조, 제826조 제3항 본문이 위헌이라 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는데, 당해사건 법원은 2001년 3월 29일 민법 제826조 제3항 본문에 대한 신청은 모두 각하하고, 민법 제 778조에 대한 신청은 모두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3) 2004헌가5 사건 당해사건의 신청인들은 서로 혼인하여 동일한 가적에 올라 있고, 호적상 호주 는 부( 夫 )인 신청인으로 되어 있다. 신청인들은 부( 夫 )가 호주로 되어 있는 가를 무호주, 즉 호주가 없는 가로 바꾸기 위하여 2002년 3월 경 관할 호적관청에 호 주변경신고를 하였으나, 호적관청은 현행법상 무호주제도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호주변경신고의 수리를 거부하였다. 이에 신청인들은 당해사건 법원에 호적관청의 수리거부처분에 대한 불복을 신 청하였고, 그 재판계속 중에 민법 제778조, 제826조 제3항 본문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는데, 당해사건 법원은 2004년 2월 9일 민법 제826조 제3항 본문에 대한 신청은 각하하고, 민법 제778조에 대한 신청은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 95 -
나. 심판의 대상 (1) 헌법재판은 단순히 제청신청인이나 헌법소원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만 을 위한 제도가 아니고, 객관적 헌법질서를 수호 유지하기 위한 제도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 또는 심판대상을 직권으로 확정하기도 하고(헌재 1993 년 5월 13일 91헌마190, 판례집 5-1, 312, 320; 헌재 1998년 3월 26일 93헌바12, 판례집 10-1, 226, 232), 위헌제청되지 않은 법률조항이라 하더라도 체계적으로 밀 접불가분의 관계에 있거나 동일한 심사척도가 적용되는 등의 경우에는 그 법률조 항도 심판대상에 포함시켜 위헌제청된 법률조항과 함께 그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도 하였다(헌재 1999년 1월 28일 98헌가17, 판례집 11-1, 11, 14; 헌재 2000년 8월 31일 97헌가12, 판례집 12-2, 167, 172). 이는 모두 헌법재판의 객관적 기능을 충 실히 구현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2) 민법 제826조 제3항 본문에 대한 심판의 필요성이 있는지 본다. 당해사건의 신청인들 중 무호주로의 호주변경신고를 한 신청인들의 본질적 취 지는 부부의 어느 일방도 호주가 됨이 없이 동등한 가족구성원으로 되는 가( 家 )를 구성하게 해달라는 것이고, 여기에는 처의 무조건적인 부가( 夫 家 )입적을 다투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것이므로, 호주 지위의 설정에 관한 민법 제778 조와 더불어 처의 부가( 夫 家 )입적에 관한 민법 제826조 제3항 본문 또한 제청 신청의 취지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민법 제826조 제3항 본문은 제778조, 제789조와 밀접한 관계 에 있는 조항이다. 전자는 후자와 결합하여, 남녀가 혼인하면 처는 부( 夫 )의 가( 夫 가 호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에 강제로 편입된다는 법률결과를 창출하는 것인데, 이는 민법 제778조가 근거조항인 호주제의 핵심적 내용의 하나를 이 루고 있는 것이다. 호주제의 위헌여부가 쟁점인 이 위헌제청사건에서 민법 제826조 제3항 본 문이 위와 같은 정도로 민법 제778조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면, 설사 제청법 원의 견해와 같이 전자의 조항에 엄밀한 의미의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 하더라도, 호주제의 위헌여부라는 중요한 헌법 문제의 보다 완전하고 입체적인 해명을 위하여 그 조항에 대하여도 심판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그 위헌여부까지도 심판의 대상으로 삼아 한꺼번에 심리 판단하는 것이 위에서 본 헌법재판의 객관적 기능 에 비추어 보아 상당하다 할 것이다. (3)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민법 제778조,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제826조 제3항 본문의 위헌여부이고, 이 법률조항들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 96 -
다음과 같다. 민법 제778조(호주의 정의) 일가의 계통을 계승한 자, 분가한 자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하여 일가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는 호주가 된다. 제781조 (자의 입적, 성과 본) 1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가에 입적한다. 다만, 부가 외국인인 때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고 모가에 입적한다. 제826조(부부간의 의무) 3처는 부의 가에 입적한다. 그러나 처가 친가의 호주 또 는 호주승계인인 때에는 부가 처의 가에 입적할 수 있다. [관련조항] 제779조(가족의 범위) 호주의 배우자, 혈족과 그 배우자 기타 본법의 규정에 의하 여 그 가에 입적한 자는 가족이 된다. 제784조(부의 혈족 아닌 처의 직계비속의 입적) 1 처가 부의 혈족 아닌 직계비속 이 있는 때에는 부의 동의를 얻어 그 가에 입적하게 할 수 있다. 2 전항의 경우에 그 직계비속이 타가의 가족인 때에는 그 호주의 동의를 얻어 야 한다. 제785조(호주의 직계혈족의 입적) 호주는 타가의 호주 아닌 자기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을 그 가에 입적하게 할 수 있다. 제787조(처 등의 복적과 일가창립) 1 처와 부의 혈족 아닌 그 직계비속은 혼인의 취소 또는 이혼으로 인하여 그 친가에 복적하거나 일가를 창립한다. 2 부가 사망한 경우에는 처와 부의 혈족 아닌 그 직계비속은 그 친가에 복적 하거나 일가를 창립할 수 있다. 제788조(분가) 1 가족은 분가할 수 있다. 제789(법정분가) 가족은 혼인하면 당연히 분가된다. 그러나 호주의 직계비속 장남 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980조(호주승계개시의 원인) 호주승계는 다음 각호의 사유로 인하여 개시된다. 1. 호주가 사망하거나 국적을 상실한 때 2. 양자인 호주가 입양의 무효 또는 취소로 인하여 이적된 때 3. 여호주가 친가에 복적하거나 혼인으로 인하여 타가에 입적한 때 제984조(호주승계의 순위) 호주승계에 있어서는 다음 순위로 승계인이 된다. 1. 피승계인의 직계비속남자 2. 피승계인의 가족인 직계비속여자 3. 피승계인의 처 4. 피승계인의 가족인 직계비속여자 5. 피승계인의 가족인 직계비속의 처 제991조(호주승계권의 포기) 호주승계권은 이를 포기할 수 있다. - 97 -
2. 제청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제청이유 (1) 민법 제778조는 일가의 계통을 승계한 자, 분가한 자 또는 기타 사 유로 인하여 일가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는 호주가 된다. 라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가( 家 )에는 반드시 호주가 존재하는 이른바 호주제도를 우리 가족제도의 기 본원칙으로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조에 의한 호주제도는 호주에게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여 일가를 구성하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호주를 정점으로 강제적이 고 일률적으로 순위 지워지게 함으로써 존엄한 인격을 가진 개인들이 평등한 차 원에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으므로 위 법조는 민주적 기 본질서를 규정한 헌법 전문 및 제4조에 위반된다. (2) 위와 같이 호주제도는 개인에게 자신의 법적 지위를 스스로 형성할 기회 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결과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각자를 지배 복종 관계에 강 제로 편입시키고 호주 아닌 가족을 호주에게 종속시킴으로써 개인의 자율적인 법 률관계 형성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열위의 지위를 강제하여 인격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위 법조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에도 위반된다. (3) 위 법조에 기초하는 호주제도는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그 구성원 상호간의 평등한 법률관계 형성을 막고 남성에게 호주가 되는 우선적인 지위를 인정함으로 써 합리적 근거 없이 아내의 지위를 남편보다 하위에, 어머니의 지위를 아버지보 다 하위에 각 위치하게 하는 정당성 없는 남녀차별을 초래하여 성별에 의한 차별 을 금지한 헌법 제11조 제1항과 개인의 자율적 의사와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생활과 가족생활의 자유로운 형성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각 위반된다. (4) 우리 사회의 가족제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개인의 권리를 부득이 제한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위 법조에 의하여 형성되는 호주제도는 목적의 정당성, 수 단의 적합성, 법익의 최소침해성 및 법익침해의 균형성을 갖춘 정당한 기본권 제 한이 아닐 뿐만 아니라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까지 침해하고 있어 위 법조는 과잉 금지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배된다. (5)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은 부계중심주의 원칙을 채택하여 자녀 가 속할 가를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가로 정하여 남녀의 성( 性 )에 따른 차별을 두 고 있으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 및 제36조 제1항에 위배된다. (6)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을 비롯한 자녀의 입적에 관한 민 법 의 체제는 일단 아버지의 가에 속하게 된 자녀가 부모의 이혼 등으로 아버지 와의 가족공동생활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자녀에 대하여 어머니의 가로의 전 - 98 -
적의 여지를 두지 아니하고 있는데 이는 모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으 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배된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 정부는 가족제도에 있어 헌법 상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양성평등의 이념을 보다 충실히 구현하고, 기존의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족제도로 인한 사회적 문제 를 해결함과 동시에 현실의 다양한 가족형태를 포용하고 국민의 변화된 가족관념 과 새로운 가족제도 구성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반영하여, 호주제 폐지, 자녀 성 ( 姓 )결정에 있어 부성( 父 姓 )강제 완화, 자녀의 복리를 위한 성의 변경 허용을 근간 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다. 여성부장관,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 위 제청이유와 대체로 같다. 3. 판단 가. 호주제의 개관 (1) 민법 제778조 등과 호주제의 관계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이 된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만을 판단한다. 그런데 어떤 법률조항은 법률 내에서 고립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법률조항들을 전 제로 하거나 조건으로 하기도 하고, 다른 법률조항들과 결부하여 하나의 법률효 과를 지향하기도 한다. 그러한 법률조항의 의미와 기능은 체계적 관련성 속에서 만 올바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민법 제778조와 같이 어떤 법제도의 근거조 항인 경우 더욱 그러하다. 호주제는 민법 제4편 제2장 호주와 가족 을 중 심으로 한 여러 법률조항들이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되어 구성된 제도이다. 민 법 제778조는 그러한 호주제의 근거조항으로서 핵심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조항이다. 따라서 민법 제778조는 호주제와의 관련성을 떠나서는 고립적으로 그 위헌여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 한편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및 제826조 제3항 본문 또한 호주제의 골격을 구성하는 주요 법률조항들이고 민법 제778조와도 불가분의 밀접한 관 계에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의 위헌여부는 결국 호주제라는 제도 자체의 위헌여부로 귀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는 호주제 전반의 내용, 위헌여 부를 살펴보고 이와 결부시켜서 심판대상조항들의 위헌여부를 판단함이 상당하 다. - 99 -
(2) 호주제의 개념 호주제의 개념을 정의한 법률조항은 따로 없다. 호주제란 민법 제4편 제2 장 호주와 가족, 동편 제8장 호주승계 를 중심으로 일정한 법률조항들을 묶어, 이러한 법률조항들의 연결망이 형성하는 법적 상태를 지칭하는 말이나, 민법 의 개별조항들이 담고 있는 내용들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호주제 란 호주를 정점으로 가( 家 )라는 관념적 집합체를 구성 유지하고, 이러한 가를 원칙 적으로 직계비속남자에게 승계시키는 제도 라고 집약하여 정리할 수 있고, 이를 달리 말하여 보면 남계혈통을 중심으로 가족집단을 구성하고 이를 대대로 영속시 키는데 필요한 여러 법적 장치라고도 할 수 있다. 호주제가 단순히 집안의 대표 자를 정하여 이를 호주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호주를 기준으로 호적을 편제하는 제도는 아니다. (3) 호주제의 구성요소 호주제를 위와 같이 정리한다면 결국 호주제의 핵심적인 구성요소는 가( 家 )의 구성 과 호주승계 라고 할 수 있다. (가) 가( 家 )의 구성 민법 은 가( 家 )의 개념을 여러 곳에서 사용하면서도 정의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민법 제778조와 제779조 및 기타 관련조항을 모아 보면 가란 원칙적으로 호주와 가족으로 구성됨을 알 수 있다. 호주란 일가( 一 家 )의 계통을 계승한 자, 분가한 자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하여 일가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 를 말하고( 민법 제778조), 가족이란 호주의 배우자, 혈족과 그 배우자 기타 민법 의 규정에 의하여 그 가에 입적한 자 를 말한다( 민법 제779조). 자 ( 子 )는 부가( 父 家 )에 입적하고(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처는 부( 夫 )의 가에 입적한다( 민법 제826조 제3항 본문). 이러한 조항들을 통하여 호주와 가 족으로 이루어지는 가의 기본형이 구성된다. 모든 국민은 호주 또는 가족으로서 반드시 어떤 가에 속하게 된다. 가는 호주를 중심으로 하여 호주와 가족이라는 신분관계로 상호간에 연결된 관 념적인 가족단체로서, 현실생활공동체와는 무관하다. 망부의 장남자로서 호주의 지위를 승계한 가상의 인물 갑( 甲 )의 예를 들어 보면, 갑이 가족을 떠나 다른 곳 에서 내연의 처와 동거하고 있더라도, 혹은 갑의 장남자인 을( 乙 )이 그의 처와 아 들을 데리고 나와 독립가계를 꾸리고 있더라도 이들은 법률상 여전히 같은 가에 귀속되며, 호주는 여전히 갑이다. 이러한 가의 구성은 법률상 강제된다. 이 법률상 강제의 대표적인 내용을 신분 당사자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첫째, 민법 제778조의 요건이 충족되면 본인의 - 100 -
의사와 무관하게 법률상 당연히 호주로 된다. 둘째, 장남자가 아닌 남자는 혼인하 면 일가를 따로 거느리고 호주가 된다( 민법 제778조, 제789조). 그러나 여자 가 혼인하면 민법 제826조 제3항에 따라 친정의 가족 에서 남편이 호주 인 가의 가족 또는 시가의 가족 으로 신분관계가 변동된다. 셋째, 자녀가 출 생하면 당연히 부가( 父 家 )에 입적한다(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이혼한 여자가 자녀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지정되어 자녀를 보살피며 생활공동체를 이루 더라도 그 자녀는 어머니와 가를 이루지 못하고 여전히 아버지가 호주인 가의 가 족으로 남는다. 이와 같이 호주제는 호주를 정점으로 가를 구성하며, 가족원은 평등하고 독립 된 인격체로서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호주의 배우자, 호주의 혈족, 호주의 혈족의 배우자와 같은 식으로 호주와의 관계자로서만 파악된다( 민법 제779조). 호주 제는 호주를 가의 중심적 지위에 두고 가족원을 주변적 지위에 배치하여 놓고 있 다. 그러므로 호주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전 호주의 가족은 신 호주의 가족이 된다는 민법 제780조의 규정은 호주제의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나) 호주의 권한과 의무 구 민법 상 호주는 가 내부에서 상당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으나, 1990년 의 민법 개정으로 그 권한이 대폭 축소되었다. 현재 호주의 권한은 다음과 같 다. 첫째, 가족의 거가( 去 家 )에 대한 동의권. 가족이 그 모의 재혼가에 입적할 경우 종래의 호주는 거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민법 제784조 제2항). 둘째, 직계혈족을 입적시킬 권한. 호주는 타가의 호주 아닌 자기의 직계존속이 나 직계비속을 자신의 가에 입적시킬 수 있다( 민법 제785조). 셋째, 친족회에 관한 권한. 가정법원에 대하여 친족회 소집을 청구할 권한( 민 법 제966조), 친족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권한( 민법 제968 조), 친족회의 결의에 갈음할 재판을 청구할 권한( 민법 제969조), 친족회의 결 의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할 권한( 민법 제972조). 넷째, 폐가할 수 있는 권한. 일가창립 또는 분가로 인하여 호주가 된 자는 타가 에 입양하기 위하여 폐가할 수 있고( 민법 제793조), 여( 女 ) 호주는 혼인하기 위하여 폐가할 수 있다( 민법 제794조). 구 민법 은 호주에 대하여 가족부양의무를 지우고 있었으나(제797조), 1990 년 개정 시 삭제되었다. 이와 같이 1990년의 민법 개정으로 호주의 권한은 매우 빈약하게 되었고, 호주의 의무는 전혀 없게 되었다. 여기서 호주의 가부장적 권한이 거의 삭제되었 - 101 -
으므로 호주제는 실질적으로 형해화된 것이고, 상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 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거가동의권, 직계혈족 입적권과 같은 권리가 유보되어 있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강제적 가의 구성과 이에 수반되는 가족관계의 강제형성, 가의 승계라는 호주제의 요소는 엄존하고 있고, 이는 상징 적인 의미만 지니는 것이 아니라 민사실체법적 효과를 지니고 있다. 가장 대표적 인 사례만 보더라도, 여자가 혼인하면 친가의 가족에서 시가 또는 부가( 夫 家 )의 가족으로 신분이 전환되고, 자녀가 이혼한 모를 따라 재혼가정에서 가족공동체를 꾸리고 있더라도 재혼 부가( 夫 家 )의 가족이 될 수 없으며, 호주의 장남자가 사망 하고 그 처와 자녀들이 시가와는 별도로 완전히 독립된 생활공동체로 살아가더라 도 그 처를 중심으로 한 독립적인 가족관계를 따로 형성하지 못하고 여전히 그 처의 시아버지이자 그 자녀들의 할아버지인 호주와의 가족관계에 얽매이게 된다. 신분관계를 이와 같이 강제로 변화시키기도 하고 변화를 방해하기도 하는 것은 엄연한 법적 효과이다. (다) 호주의 승계 (가의 영속성) 민법 제980조는 호주가 사망한 때 등의 경우에 호주승계가 되도록 규정하 고 있으며, 민법 제778조는 일가의 계통을 계승한 자는 호주가 된다고 규정 하고 있다. 여기서 일가의 계통의 계승이란 곧 호주승계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민법 제984조는 호주승계의 순위를, 1 직계비속남자 2 가족인 직 계비속여자 3 처 4 가족인 직계존속여자 5 가족인 직계비속의 처로 정하고 있 다. 즉, 사망한 전 호주의 아들, 손자, 미혼의 딸, 처, 어머니, 며느리 순으로 되어 있어 철저히 남성우월적 서열을 매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호주승계제도를 통하여 가는 그 구성원의 사망, 혼인, 분가 등에도 불구하고 부단히 후세에 이어지게 되어 그 영속성이 보장되는바, 그 기초에는 남 계혈통은 계승되어야 한다는 관념이 놓여 있다. 구 민법 은 호주의 직계비속장남자의 임의분가를 금지하고(제788조 제1항 단서), 호주상속권은 이를 포기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제991조), 호주라는 법적 지위를 강제로 승계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현행 민법 은 호주의 직계비속장남 자의 임의분가도 허용하고( 민법 제788조 제1항), 호주승계권의 포기를 허용함 으로써( 민법 제991조) 강제적 호주승계의 제도는 해소되었다. 그러나 호주승 계순위의 남성우월로 인하여 실제 직계비속남자들 모두(예컨대, 형제들 모두 또는 아들 손자 모두) 호주승계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호주의 지위는 남자에 의해 승 계되므로, 호주승계포기조항으로 인하여 남계혈통의 계승이라는 호주제도 본래의 취지와 기능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는 평가하기 어렵다. - 102 -
나. 헌법 과 전통 호주제를 비롯한 가족제도에 관하여는 그것이 민족의 역사와 문화에 뿌리박은 전통이므로 이를 함부로 합리성의 잣대로 평가하거나 남녀평등의 도식으로 재단 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와 같이 하였을 경우 규범과 국민들의 의식 간에 괴리만 부채질하게 된다는 논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헌법 과 전통, 헌법 과 가족법 간의 관계에 관하여 살펴본다. (1) 헌법 과 가족법 헌법 은 모든 국가질서의 바탕이 되고 한 국가사회의 최고의 가치체계이므 로 다른 모든 법적 규범이나 가치보다 우선하는 효력을 가진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헌법 은 한 국가의 최고규범으로서 입법 행정 사법과 같 은 모든 공권력의 행사가 헌법 에 의한 제약을 받는 것은 물론, 사법( 私 法 )상 의 법률관계도 직 간접적으로 헌법 의 영향을 받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일찍 이 헌법 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제정된 국민생활의 최고 도덕규범이며 정치 생활의 가치규범으로서 정치와 사회질서의 지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사 회에서는 헌법의 규범을 준수하고 그 권위를 보존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고 설파한 바 있다(헌재 1989. 9. 8. 88헌가6, 판례집 1, 199, 205). 가족제도는 민족의 역사와 더불어 생성되고 발전된 역사적 사회적 산물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가족제도나 가족법 이 헌법의 우 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없다. 만약 이것이 허용된다면 민 법 의 친족상속편에 관한 한 입법권은 헌법 에 기속되지 않으며, 가족관계의 가치질서는 헌법 의 가치체계로부터 분리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것이 입헌민주주의에서 용납될 수는 없다. 만약 헌법 이 가족생활이나 가족제도에 관하여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 다면 다른 헌법규정과 저촉되지 않는 한 전통적 가족제도는 가급적 존중함이 바 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헌법이 가족생활에 관하여 중립을 지키지 않고 스스로 어 떤 이념 가치,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면 그것이 가족생활 가족제도에 관한 최고규 범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오늘날 헌법은 가족생활관계도 이를 단순히 사인( 私 人 )간의 사적 문제로만 파악하지 않고 그것이 국민생활 내지 국가생활의 한 요소 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헌법사항에 포함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리하 여 오늘날 많은 국가의 헌법에서 가족생활관계에 대해서도 그 근본이 되는 원칙 을 헌법의 한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우리 헌법도 제36조 제1항에서 혼인과 가족 생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정치 사회적 변혁기에 새로운 정치 사회질서, 새로운 가치와 이념을 지향 - 103 -
하면서 제정된 헌법(우리의 제헌헌법이 이에 해당한다)의 경우,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 전래의 제도를 헌법에 맞게 고쳐나가라는 헌법제정권자의 의사가 표출되기 도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국민의 법감정이나 정서와 헌법규범간의 괴리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새로운 헌법이념의 채택에도 불구하고 고래로부터 이어져 온 의 식은 쉽게 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법 의 역할은 사회현상 이나 국민의 법감정을 단순히 반영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의 최고가 치질서인 헌법이념을 적극적으로 계도하고 확산시키는 역할 또한 가족법 의 몫이다. 그런데 가족법 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는커녕 헌법이념의 확산에 장애를 초래하고, 헌법규범과 현실과의 괴리를 고착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면 그 러한 가족법 은 수정되어야 한다. (2) 전통과 민주적 가족제도: 헌법 제9조와 제36조 제1항의 관계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 을 강조하고 있으며, 헌법 제9조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 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 는 이를 보장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헌법 제9조와 제36조 제1항간 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어떻게 조화롭게 해석할 것인지 문제되는바, 그 해답의 단초는 헌법 제36조 제1항의 특별한 입헌취지에 더하여 전통 내지 전 통문화의 헌법적 의미를 조명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 제36조 제1항의 연혁을 살펴보면, 제헌헌법 제20조에서 혼인은 남녀동권( 男 女 同 權 )을 기본으로 하며, 혼인의 순결과 가족의 건강은 국가의 특별 한 보호를 받는다. 고 규정한 것이 그 시초로서, 헌법 제정 당시부터 평등원 칙과 남녀평등을 일반적으로 천명하는 것( 제헌헌법 제8조)에 덧붙여 특별히 혼인의 남녀동권을 헌법적 혼인질서의 기초로 선언한 것은 우리 사회 전래의 혼 인 가족제도는 인간의 존엄과 남녀평등을 기초로 하는 혼인 가족제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근대적 시민적 입헌국가를 건설하려는 마당에 종래의 가부 장적인 봉건적 혼인질서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헌법적 결단의 표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헌법의 의지는 1980년 헌법 에서 더욱 강화되었다. 양성평등 명령이 혼인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생활로 확장되었고, 양성평등에 더하여 개인의 존엄까지 요구하였다. 여기에 현행 헌법 은 국가의 보장의무를 덧붙임으로써 이제 양성평등과 개인의 존엄은 혼인과 가족제도에 관한 최고의 가 치규범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한편, 헌법 전문과 헌법 제9조에서 말하는 전통, 전통문화 란 - 104 -
역사성과 시대성을 띤 개념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과거의 어느 일정 시점에서 역 사적으로 존재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헌법 의 보호를 받는 전통이 되는 것 은 아니다. 전통이란 과거와 현재를 다 포함하고 있는 문화적 개념이다. 만약 전 통의 근거를 과거에만 두는 복고주의적 전통개념을 취한다면 시대적으로 특수한 정치적 사회적 이해관계를 전통이라는 이름 하에 보편적인 문화양식으로 은폐 강요하는 부작용을 낳기 쉬우며, 현재의 사회구조에 걸맞는 규범 정립이나 미래 지향적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소로 기능하기 쉽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헌법 제9조의 정신에 따라 우리가 진정으로 계승 발전시켜야 할 전통문화 는 이 시대의 제반 사회 경제적 환경에 맞고 또 오늘날에 있어서도 보편타당한 전통윤리 내지 도덕관념이라 할 것이다. (헌재 1997. 7. 16. 95헌가6등, 판례집 9-2, 1, 19)고 하여 전통의 이러한 역사성과 시대성을 확인한바 있다. 따라서 우리 헌법 에서 말하는 전통, 전통문화 란 오늘날의 의미로 재해석된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오늘날의 의미를 포착함에 있어서는 헌법이념과 가치질서가 가장 중요한 척도의 하나가 되어야 할 것임은 두 말할 나 위가 없고 여기에 인류의 보편가치, 정의와 인도의 정신 같은 것이 아울러 고려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가족제도에 관한 전통 전통문화란 적어도 그것이 가족 제도에 관한 헌법이념인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반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 다는 자명한 한계가 도출된다. 역사적 전승으로서 오늘의 헌법이념에 반하는 것 은 헌법 전문에서 타파의 대상으로 선언한 사회적 폐습 이 될 수 있을지 언정 헌법 제9조가 계승 발전 시키라고 한 전통문화에는 해당하지 않는 다고 보는 것이 우리 헌법 의 자유민주주의원리, 전문, 제9조, 제36조 제1항을 아우르는 조화적 헌법해석이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래의 어떤 가족제도가 헌법 제36조 제1항이 요구하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반한다면 헌법 제9조를 근거로 그 헌법적 정당성을 주장 할 수는 없다. 다. 호주제의 위헌성 (1) 양성평등원칙 위반 (가)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양성의 평등대우를 명하고 있으므로 남녀의 성을 근거로 하여 차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성질상 오로지 남 성 또는 여성에게만 특유하게 나타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예외적 경 우에만 성차별적 규율이 정당화된다. 과거 전통적으로 남녀의 생활관계가 일정한 형태로 형성되어 왔다는 사실이나 관념에 기인하는 차별, 즉 성역할에 관한 고정 - 105 -
관념에 기초한 차별은 허용되지 않는다. 호주제는 남계혈통을 중심으로 인위적 가족집단인 가를 구성하고 이를 승계한 다는 것이 그 본질임은 위에서 본바와 같다. 인위적 가족집단인 가를 구성 유지 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를 차치하고서, 남계혈통 위주로 가를 구성하고 승계한 다는 것은 성에 따라 아버지와 어머니를, 남편과 아내를, 아들과 딸을, 즉 남녀를 차별하는 것인데, 이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가 없다. 숭조( 崇 祖 )사상, 경로효친, 가족화합과 같은 전통사상이나 미풍양속의 보존을 위하여 호주제를 존치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으나, 그러한 것은 문화와 윤리의 측면에서 얼마든지 계승, 발전시킬 수 있다. 호주제를 유지한다고 하여 그 러한 전통문화나 미풍양속이 저절로 배양되는 것도 아니고, 호주제를 폐지한다고 하여 그러한 것이 저절로 폐기되는 것도 아니다. 호주제의 남녀차별은 가족 내에서의 남성의 우월적 지위, 여성의 종속적 지위 라는 전래적 여성상에 뿌리박은 차별로서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 에 지나지 않는다. (나) 호주승계 순위의 차별 민법 제778조는 민법 제984조와 결합하여 호주 지위의 승계적 취득에 있어 철저히 남성우월적 서열을 매김으로써 남녀를 차별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머니와 누나들을 제치고 아들이, 또한 할머니, 어머니를 제치고 유아인 손자가 호주의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미혼의 딸도 아들이나 손자 가 없을 경우에는 호주가 될 수 있으나, 나중에 혼인하게 되면 남편 또는 시아버 지가 호주인 가의 가족원으로 입적되므로 평생을 미혼으로 지내지 않는 한 호주 의 지위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호주제는 모든 직계비속남자를 정 상적 호주승계자로 놓고 고안된 제도이며, 여자들은 남자들이 없을 경우 일시적 으로 가를 계승시키기 위하여 보충적으로 호주 지위가 주어지는 잔여범주로서 존 재하는 것이다. (다) 혼인시 신분관계 형성의 차별 혼인이란 남녀가 평등하고 존엄한 개인으로서 자유로운 의사의 합치에 의하여 생활공동체를 이루는 것이어야 하므로 부부관계라는 생활공동체에 있어 남녀는 동등한 지위를 유지하여야 한다. 그런데 민법 제826조 제3항 본문에 의하여 여자는 혼인하면 법률상 당연히 부( 夫 )의 가에 입적하게 되는바, 이 조항은 민 법 제789조와 결합하여 다음과 같은 법률효과를 일으킨다. 첫째, 부( 夫 )가 호주의 직계비속장남자인 경우에, 부는 법정분가하지 않고 그대로 - 106 -
자신의 가에 머무는 반면, 처는 종래 소속되어 있던 자신의 가를 떠나 부의 가의 새로운 가족원이 된다(대개의 경우 친정아버지가 호주인 가에서 시아버지가 호주 인 가로의 전입을 의미한다). 둘째, 부( 夫 )가 호주의 직계비속장남자가 아닌 경우에, 부는 법정분가하면서 새 로운 가의 호주가 되는 반면, 처는 부의 가에 입적되므로 입부혼을 제외하고는 그 가의 가족원이 될 뿐 호주지위를 획득할 수 없다. 부부는 혼인관계의 대등한 당사자로서 부부공동체에 있어 동등한 지위와 자격을 누려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 고 이러한 처의 입적제도는 처의 부에 대한 수동적 종속적 지위를 강제한다. 처의 입적제도는 호주승계에 있어서 여자의 열등적 지위와 결합하여 여성으로 하여금 어려서는 아버지(때로는 오빠 또는 남동생)의 가에, 혼인하여서는 남편의 가에, 늙어서는 아들의 가에 귀속토록 하고 있는데, 이는 여성에 대한 봉건적 삼 종지의( 三 從 之 義 )의 한 모습을 오늘날에 재현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지언정 개개의 여성을 존엄한 독립적 인격체로서 존중하라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 예 정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 처의 입적이라는 법률적 제도가 사회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매우 광범 위하고 깊다. 법률적으로는 단순히 소속 가의 변경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인식에 미치는 상징적, 심리적 의미는 매우 중대하다. 혼인과 동시에 호적을 파서 남편의 호적으로 옮긴다는 것은 이제 친정과의 결별이자 시가의 일원으로 편입되었다는 것에 대한 공식적인 확인의 의미를 지닌다. 실제 많은 여자들이 혼인신고 시에 정체성의 혼돈 상실이라는 경험을 겪는다고 한다. 그러한 공식적 확인을 통해 가족구성원의 인식과 심리에 이제 혼인한 여자는 출가외인( 出 嫁 外 人 ) 으로 내면화되고, 가족관계에 있어 시댁과 친정이라는 이 분법적 차별구조가 정착된다. 가족관계에 대한 이러한 인식과 양상은 당연히 남 아선호라는 병폐와 연결되고, 사회적 관계에로 확장되었을 때에는 남성우위 여성 비하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 유지하게 된다. 민법 제826조 제3항 단서는 처가 친가의 호주 또는 호주승계인인 때에는 부( 夫 )가 처의 가에 입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이른바 입부혼), 이러한 제도를 두었다 하여 본문조항의 남녀차별성이 상쇄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입부혼이 거 의 행해지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통계를 보면 2000년도 보통의 혼인신고는 368,151건, 처가입적 혼인신고는 24건, 1999년도의 경우 전자는 398,040건, 후자는 34건, 1998년도의 경우 전자는 396,206건, 후자는 6건임을 알 수 있다), 법률적으 로도 처가 친가의 호주 또는 호주승계인인 때로 한정하고 있는 점, 처가에의 입 적여부를 부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한 점에서 처의 부가( 夫 家 )입적의 경우와 는 분명히 차별적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다 본질적으로 보면 입부혼 또한 - 107 -
가계계승의식의 발현으로서, 부계혈통계승의 영속화를 위해 1회적 잠정적으로 모 계를 활용하는 편법에 불과하다. (라) 자녀의 신분관계 형성의 차별 1) 부가입적( 父 家 入 籍 )원칙의 문제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은 자는...부가에 입적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혼인중의 자( 子 )는 출생에 의하여 당연히 부가( 父 家 )에 입적 한다. 입부혼( 入 夫 婚 )의 경우에는 반대로 부부간의 자는 모가( 母 家 )에 입적한다 ( 민법 제826조 제4항). 부가 외국인인 때에도 모가에 입적한다( 민법 제 781조 제1항 단서). 혼인 외의 자는 부가 인지함으로써 부가에 입적한다. 부의 인 지가 없는 혼인 외의 자는 모가에 입적한다( 민법 제781조 제2항). 이와 같이 현행 민법 은 극히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를 부가에 입적하 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녀가 태어나면 당연히 부가( 父 家 )에 입적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가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자녀를 부계혈통만을 잇는 존재로 간주하겠다는 부계혈통 우위의 사 고에 기초한 것인데, 이는 자녀가 부모의 양계혈통을 잇는 존재라는 자연스럽고 과학적인 순리에 반하며, 부에 비하여 모의 지위를 열위에 둠으로써 부당히 차별 하는 것이다. 모가에 입적할 수 있는 예외적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는 모두 부가 로의 입적이 불가능한 경우로 한정되어 그 범위가 너무 협소하므로 원칙적인 남 녀차별성을 치유할 수 없다. 자를 부가에 입적시킨다는 이 민법 조항의 본질적인 의의는 단순히 호적법 상 호적편제의 기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계혈통을 통한 가의 계승이라는 호 주제의 관철에 있다. 대부분 호주의 지위를 겸하고 있는 부의 가에 자녀를 편입 시키는 것은 호주 중심의 가의 구성 을 위한 불가결의 요소를 이루며, 또한 후손을 통한 가의 계승 이라는 호주제의 또 다른 내용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 가 된다. 2) 부모가 이혼한 경우의 문제 자( 子 )에 대한 신분법적 규율은 첫째로, 자의 복리향상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하 고, 둘째, 가능한 한 친자관계 당사자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일률적으로 자를 부가( 父 家 )에 입적하도록 함으로써 부모가 이혼한 경우에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야기된다. 부모가 이혼한 경우에는 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으며, 우리 사회의 이혼율 증가와 더불어 이혼 후 모가 자녀와 함께 사는 모자가정의 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 108 -
그런데 현실적으로 모( 母 )가 자녀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지정되어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더라도 자녀는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에 따라 여전히 부( 父 )의 호적에 남아 있게 된다. 즉, 법적인 가족관계는 부자간에 있을 뿐이지, 모자간에 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부( 夫 )의 혈족 아닌 처의 직계비속만이 친가 복적이나 일가창립을 통하여 모와 동적( 同 籍 )할 수 있을 뿐이다( 민법 제787조 제1항). 그리하여 부의 양육권 포기, 재혼 등으로 부와 자녀간의 교류가 전혀 단절되어 있더라도, 자녀학대, 성추행, 폭행 등으로 가정파탄의 원인을 부가 제공한 경우에 도, 당사자인 자녀가 아무리 부가를 떠나 모가에의 입적을 원하더라도, 부 스스로 자녀의 모가 입적을 분명히 원하는 경우에도 그 자녀는 여전히 부가에 소속되고 그 부가 자녀들의 호주가 된다. 반면 모는 주민등록상의 동거인 에 불과하게 된다. 모와 자녀가 현실적 가족생활대로 법률적 가족관계를 형성하지 못하여 비 정상적 가족으로 취급됨으로써 사회생활을 하는데 여러모로 불편할 뿐 아니라 극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헌법에 반함은 물론 오늘날의 가 족현실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3) 인수 입적( 引 收 入 籍 )의 문제 처가 부( 夫 )의 혈족이 아닌 직계비속을 가에 입적시키려면 부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이 경우에 그 직계비속이 타가( 他 家 )의 가족인 때에는 그 호주의 동의를 얻 어야 한다( 민법 제784조). 그리하여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여 오다가 재혼한 처가 전부( 前 夫 ) 소생의 자녀들과 함께 살더라도 재혼한 부( 夫 )의 동의가 없으면 자녀들과 각기 다른 가의 구성원이 될 수밖에 없다. 설령 재혼한 부가 동의하더 라도, 전부( 前 夫 )가 동의하지 않으면 자녀들은 전부( 前 夫 )의 가를 떠날 수 없다. 재혼율, 특히 여성의 재혼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 또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부( 夫 )가 처의 혈족이 아닌 직계비속을 입적함에는 처의 동의라는 제한이 없는 데 비하여, 처의 경우 위와 같은 제한을 둔 것은 부계혈족 아닌 혈족의 부가( 夫 家 )입적을 제한하려는 것이고(제784조 제1항의 경우), 또한 가계계승을 고려한 것 으로서(동조 제2항의 경우) 역시 남계혈통만을 중시하는 호주제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4) 미혼모의 경우의 문제 미혼모가 자녀를 출산한 경우 부가 인지하지 않으면 모가에 입적한다( 민법 제781조 제2항). 그러나 생부가 인지하면 모나 자녀의 의사에 상관없이 부의 가에 입적된다. 생부가 모와 혼인할 의사가 없고, 자녀를 양육하지도, 그럴 의사가 없 - 109 -
더라도 생부의 일방적 행위에 의하여 자녀는 가족관계의 엄청난 변화를 감수하여 야 하는데, 이 또한 남성우월적 사고에 터 잡은 것이다. (2) 개인의 존엄 위반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을 존중하는 가운데 성립 되고 유지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인간생활의 가장 본 원적이고 사적( 私 的 )인 영역이다. 이러한 영역에서 개인의 존엄을 보장하라는 것 은 혼인 가족생활에 있어서 개인이 독립적 인격체로서 존중되어야 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관한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을 존중 하라는 의미이다. 혼인과 가족생활을 국가가 결정한 이념이나 목표에 따라 일방 적으로 형성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민주주의원리와 문화 국가원리에 터잡고 있는 우리 헌법상 용납되지 않는다. 국가는 개인의 생활양식, 가족형태의 선택의 자유를 널리 존중하고, 인격적 애정적 인간관계에 터잡은 현 대 가족관계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헌재 2000. 4. 27. 98헌가16등, 판 례집 12-1, 427, 445, 446 참조). 따라서 혼인 가족제도가 지닌 사회성 공공성을 이유로 한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혼인 가족생활의 형성에 관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법률의 힘만으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에 반하는 것이다. 그런데 호주제는 당사자의 의사와 자결권을 무시한 채 남계중심의 가제도의 구 성을 강제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하여 신분당사자의 법률관계를 일방적으로 형성 한다. 첫째, 대한민국 국민은 예외 없이 호주이든, 가족이든 법률상의 가족단체인 가 에 소속되어야 한다. 둘째,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호주의 지위를 강제로 부여한다. 호주가 되면 가의 대표자로서의 지위, 일가의 계통을 계승하는 자의 지위에 놓이게 되며, 몇 가지 호주로서의 권한도 부여받게 된다. 이는 법률상 무의미한 지위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민법 제778조의 요건이 충족되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법률상 당 연히 호주로 되어, 자신과 가족에 관하여 의미있는 신분법상의 지위를 강요당하 게 된다(다만, 승계취득의 경우 적극적으로 포기권을 행사한다면 호주의 지위를 면할 수 있다). 당해사건 제청신청인들의 사례는 이러한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부부 어느 쪽도 호주가 되길 원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무호주선택권은 인정되지 않고 혼인으로 인한 법정분가의 효과로 부( 夫 )에게 호주의 지위가 강제 되었던 것이다. 셋째, 모든 개인은 가족 내에서 평등하고 존엄한 개체로서가 아니라 호주와의 - 110 -
관계를 통하여 가족 내의 신분적 지위가 자리매김 된다. 물론 여기에서 호주는 중심적 존재로서, 나머지 가족원은 주변적 존재로서 위계화된 가족질서 내에 배 치된다. 이와 같이 호주제는 개인을 독립적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남계혈통 중심의 가의 유지와 계승이라는 목적을 위한 대상적 도구적 존재로 파 악하고 있다. 호주제는 혼인과 가족생활 당사자의 복리나 선택권을 무시한 채 가 의 유지와 계승이라는 관념에 뿌리박은 특정한 가족관계의 형태를 법으로써 일방 적으로 규정하고 강요하는 것인데, 이는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의 존엄을 존 중하라는 헌법 제36조 제1항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 (3) 변화된 사회환경과 가족상( 家 族 像 ) 부계혈통주의에 입각한 가부장적 가족제도가 우리 민족 전래의 가족제도임을 인정하고, 호주제가 그러한 가족제도와 일정한 연관성을 가진다고 가정하더라도 호주제가 성립 유지될 수 있었던 사회적 배경은 오늘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확산된 부계혈통주의에 입각한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이념 적 배경은 종법사상과 성리학이라 할 것인바, 이것이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직접 이끌어가는 지도적 이념이나 원리라고 하기는 어렵고, 따라서 그에 기초한 가족 제도 또한 오늘날 현대가족의 표준이 되기 어렵다. 조선후기와는 사회 경제적 환경도 완전히 바뀌었다. 가부장제의 경제적 토대는 농경사회였다. 그런데 20세기 중반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산업화의 진전은 우리 사회를 크게 변모시켰다. 농업중심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이행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생산관계의 변화는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변화 를 초래하였다. 도시화의 진전, 핵가족의 정착으로 가족공동체의 모습과 생활원리 가 판이하게 달라졌고, 대중교육의 발달,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는 개인의 자유의 식, 여성의 인권의식을 신장시켰다. 오늘날 가족이란 일반적으로 부모와 미혼자녀로 구성되는 현실의 생활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대부분의 가족이 그러한 소가족의 형태를 띠고 있다. 가족의 기능이나 가족원의 역할분담에 대한 의식도 현저히 달라졌고 특히 남녀평등관념이 정착되고 있다. 이제 가족은 한 사람의 가장(호주)과 그에 복속하 는 가속( 家 屬 )으로 분리되는 권위주의적인 조직이 아니며, 가족원 모두가 인격을 가진 개인으로서 존중되는 민주적인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부부의 관계는 물론 부모와 자녀의 관계도 대화와 상호 존중의 원리에 의해 형성 유지되어야 한다는 관념이 확산되고 있다. - 111 -
한편, 사회의 분화에 따라 가족의 형태도 매우 다변화되고 있다. 부모와 자녀로 구성되는 전형적 가족뿐 아니라 자녀가 없는 부부만의 가족, 모와 자녀로 구성되 는 가족, 재혼부부와 그들의 전혼소생자녀들로 구성되는 가족들도 많다. 할아버지 부터 손자손녀까지 같이 사는 3세대 이상 가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력 향상, 이혼율 증가 등으로 여성이 가구주로서 가장의 역할을 맡는 비율이 점증하고 있다. 호주제와 가제도는 이러한 오늘날의 현실적 가족의 모습과 더 이상 조화되지 않으며 그 존립기반이 이렇게 무너진 지금 호주제를 더 이상 존치할 필요는 없다 고 할 것이다. 호주제라는 법률제도를 폐지한다 하여 숭조( 崇 祖 )사상, 경로효친과 같은 전통문 화나 미풍양속이 더불어 폐기되는 것이 아니며, 가문이 무너지거나 혈통의 뿌리 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혈통이나 가계의 전승은 족보를 통하여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숭조사상, 경로효친과 같은 미풍양속은 사회 문화 윤 리의 문제로서 호주제라는 법제도와 무관하게 얼마든지 유지 발전시킬 수 있음 을 분명히 하여 둔다. 라. 심판대상조항들의 위헌성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호주제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심판대상 조항인 민법 제778조,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제826조 제3항 본문은 호주 제의 핵심적 구성부분을 이루는 법규범이다. 위 법률조항들은 혹은 독자적으로 혹은 서로 결부하여, 혹은 다른 호주제 관련조항들과의 체계적 연관성을 통하여 호주제를 존속시키며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고 있으므로 위에서 본바와 같은 호주 제가 지닌 위헌성을 심판대상조항들은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결론적으로, 민법 제778조는 당사자의 의사와 자결권을 외면한 채 법률로 호주의 지위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존엄에 반할 뿐만 아니라 호주 지위의 획득에 있어 남녀를 차별하고 있으며,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및 민법 제826조 제3항 본문은 당사자의 의사와 자율적 선택권을 무시한 채 혼 인 및 자녀에 관한 신분관계를 일방적으로 형성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존엄에 반 하고 나아가 정당한 이유 없이 남녀를 차별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심판대상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된다. 마. 헌법불합치 결정의 선택 심판대상조항들은 호주제의 골격을 이루며 호주제와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핵심요소이므로 이 조항들이 위헌으로 되면 호주제 및 가제도는 더 이상 존속하 - 112 -
기 어렵다. 위헌결정으로 호주제가 폐지되면 호주를 기준으로 가별로 편제토록 되어 있는 현행 호적법 이 그대로 시행되기 어려워, 신분관계를 공시 증명하 는 공적 기록에 큰 공백이 생긴다. 이러한 법적 상태는 신분관계의 중요한 변동 사항을 호적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서 중대한 법적 공백을 의미한다. 호주제 를 전제하지 않는 새로운 호적정리체계로 호적법 을 개정하는 데에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그 동안 국민들의 신분관계의 변동사항을 방치할 수는 없 으므로 부득이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면서 호적법 개정시까지 심판대상조항들 을 잠정적으로 계속 적용케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법자는 조속히 호적법을 개정 하여 위헌인 호주제의 잠정적인 지속을 최소화할 의무가 있다. 4.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 대하여는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김영일의 위 반 대의견에 대한 별개의견과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김효종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 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호주제 자체가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한 다음, 호주 제의 핵심적 구성부분으로서 호주제가 지닌 위헌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민 법 제778조,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및 제826조 제3항 본문도 모두 위헌이라 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호주제가 헌법 에 위반된다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반대하므 로,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을 밝히기로 한다. 가. 호주제의 의의와 호주의 지위 호주제란 호주를 중심으로 가( 家 )를 구성하고, 이러한 가를 원칙적으로 직계비 속남자에게 승계시키는 제도이다. 이러한 호주제는 부계혈통주의( 父 系 血 統 主 義 )에 입각한 가의 구성 및 가통의 계승을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 을 것이다. 민법 의 제정 이래 규정되어 온 호주제는 1990년 1월 13일 법률 제4199호로 민법 을 개정하면서 호주상속제도를 호주승계제도로 하고 호주의 권한을 대 폭 축소하는 등 대폭적인 수정이 가하여져, 호주의 권한은 매우 빈약하게 되었고, 호주의 의무는 전혀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호주의 가족에 대한 지배권 통제권이 완전히 제거됨으로써 호주는 - 113 -
가장 또는 호주권자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하게 되었으나, 호주는 여전히 호적면상 의 필두자( 筆 頭 者 )로서의 지위는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원래 호주와 가족간의 권 리의무관계를 의미하는 것이었던 호주제는 1990년 민법 의 개정으로 가족 법 상의 권리의무제도로서는 유명무실하게 되었으나, 현행 민법 은 이와 같 이 호주제에 담겨 있던 권리의무관계를 거의 다 없애면서도 가적의 법정에 관한 규정은 여전히 남겨 두고 있고, 호적법 은 그러한 가적을 호적편제의 기준으 로 삼고 있기 때문에, 호주제는 호적편제의 기준으로 되는 점에서는 여전히 의미 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호주의 가통계승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해 주는 규정이 거의 삭제되고, 호 주상속인에게 인정되었던 제사용 재산의 승계권이 제사주재자에게로 옮겨진 점 ( 민법 제1008조의3) 등으로 인하여 호주의 가통계승자로서의 성격이 많이 탈 색되었으나, 호주승계제도가 있는 이상 호주는 적어도 상징적인 의미의 가통계승 자로서의 지위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 우리나라의 전통적 가족제도 및 호적제도 (1) 유사 이래 거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인류의 보편적인 가족제도는 부계주 의원리에 의해 형성 유지되어 왔듯이, 우리나라의 경우도 부계혈통주의는 전 역 사를 통하여 유지되어온 원칙이었다고 할 수 있고, 부계혈통주의를 기반으로 한 가족제도는 고대에서 시작하여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발전하여 왔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가족제도의 특징은 모계적 요소를 강하게 띰으로써 여성을 존중하는 비교적 합리적인 부계혈통주의의 모습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대 이래 혼인으로 맺어진 두 개의 부계혈족집단( 父 系 血 族 集 團 )은 동등한 관계를 형성하여, 여자는 혼인을 하게 되면 부( 夫 )의 혈족집단의 구 성원의 신분을 취득하되, 본래 자신의 혈족집단의 구성원의 신분을 잃지 않으며, 남자 또한 자신의 혈족집단의 신분을 유지하면서 여자의 혈족집단의 구성원의 신 분을 새로이 취득하였다. 즉, 여자는 혼인 후에도 원래의 부계혈족집단의 구성원 으로서 신분상 재산상의 지위를 유지하였기 때문에, 여자의 지위는 남자에 비하 여 그다지 열등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러한 모계적 요소로서는 고구려에서 행해진 이래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보 편적으로 유지되면서 여성의 지위보장에 큰 역할을 해온 남귀여가혼( 男 歸 女 家 婚 ) 의 혼인풍습을 들 수 있고, 여자가 혼인을 하더라도 원래의 부계혈족집단의 표지 인 부( 父 )의 성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 114 -
이러한 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계혈통주의에 따른 가족제도를 형성한 대부 분의 나라에서 남성위주의 혼인문화를 발전시켜 왔고, 여자는 혼인을 하게 되면 본래의 성을 변경하여 부( 夫 )의 성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과는 명백히 구별되는 특 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우리의 가족제도의 특징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 중기에까지 이어 져 재산상속에 있어서 자녀의 균분상속이 인정되고 조상에 대한 봉사도 자녀가 윤행( 輪 行 )하는 등 여자는 남자와 거의 대등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선시대 중기 이후 점차로 합리적인 부계혈통주의의 모습이 퇴색하면 서 남계중심의 완고한 부계혈통주의가 자리 잡게 되어 혼인한 여자에게는 본래의 부계혈족집단의 구성원으로서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고 그로부터 배제하기 시작하 였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친자제도 혼인제도 상속제도 등 가족제도 전반에 커다 란 영향을 미쳐 여자의 지위를 몹시 열악하게 변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로 인하여 조선후기에 접어들면서 가족제도가 점차로 가부장적 성격을 띠기 는 하였으나, 호주는 경국대전 이래 대전회통에 이르기까지 대외적으로는 호적의 필두자로서 국가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고 대내적으로 가족을 통솔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을 뿐, 국가에 의하여 법적인 권한이 부여된 것은 아니었다. (2) 고려사( 高 麗 史 ) 식화지( 食 貨 志 )에 의하면, 고려시대의 호적에는 호주 및 호 주와 동거하는 자식 형제 질( 姪 ) 서( 壻 ) 등의 친족의 세계( 世 系 )는 물론이고 노비 와 그 세계까지도 기록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은 호적이 단순한 징세와 부역을 위한 장부의 기능과 함께 신분과 출계를 확인할 수 있는 증명부의 역할을 겸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고려의 호적은 징세와 부역을 위해서 사실상의 거주 를 기준으로 편제되었으면서도, 친족의 출계를 기록하여 족보적 기능을 하고 있 었다. 고려의 호적은 부계와 함께 처계를 기록하다가, 점차 범위가 확대되면서 모 계도 포함되었고, 사조( 四 祖 )를 기록하는 호적과 팔조( 八 祖 )를 기록하는 호적이 있 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의 호적은 경국대전에 이르러서 호주의 사조와 호주의 처의 사조가 기 록되고 가족으로서 솔거하는 자녀와 서( 壻 ) 그리고 노비 등을 기재하도록 하여 근 본적으로는 고려의 호적제를 본받으면서도 그 범위를 축소하여 사조호구식( 四 祖 戶 口 式 )으로 규정하였다. 이것은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호적 외에도 가계를 기록 하는 족보가 사용되면서 호적에 있어서의 출계의 기록을 통한 신분증명의 기능이 축소되었으므로 호적에 팔조에 이르기까지 기록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손현 경, 한국가족법상의 성씨에 관한 연구, 부산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6 참조). - 115 -
다. 호주제의 전통성 문제 현행법상의 호주제는 천황제를 유지 강화할 목적으로 창안된 일본의 가제도, 가독( 家 督 )상속제도가 식민지 지배를 통하여 이식된 것이므로 우리의 전통적 가족 제도 또는 순풍양속이라 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호주의 지위는 강력한 가부장권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집안 어른 정도의 상대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제사자 봉사자( 奉 祀 者 )의 계승은 있 었으되, 호주가 상속의 대상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일제식 호주제는 가에 포함되는 가족원의 범위가 매우 넓고, 그 가족원 을 호주가 강력한 호주권으로써 통솔하며, 가의 재산도 호주로부터 호주(원칙적으 로 장남)에게 단독상속시키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하는 것으로서 이것을 두고 우리 의 전통적 가족제도 또는 순풍양속이라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1990년 민법 개정 이전의 호주제에 대하여는 상당부분 타당한 것이었 을지 몰라도, 적어도 1990년 개정 이후의 현행법상의 호주제에 대하여 이를 일제 유산이라고 쉽사리 매도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우선 호주 또는 호주제라는 용어 자체가 일제의 잔재라고 볼 수 없다. 원래 호주라는 용어는 이미 고려시대에 사용되었고, 조선시대에는 호수인( 戶 首 人 ) 또는 호주라고도 부르다가 가장( 家 長 )으로 통일되었으며, 호주, 호수인, 가장 은 가의 공법상의 대표자의 뜻이었고 대한제국시대에 이르러 호주라고 통칭되고 그 이후 법률상의 용어로 확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현행법상의 호주제는 앞에서 본 일제식 호주제의 특징적 요소들을 모 두 제거하고 있다. 분가제도에 의하여 완화된 현행법상의 가제도는 우리 고유의 대가족제를 상징 적으로 표상하는 정도에 지나지 아니하고, 현행법상 호주에게는 호적부상의 필두 자로서의 지위와 호주승계제도를 통하여 인정되는 상징적인 의미의 가통계승자로 서의 지위만이 남아 있는데, 이와 같은 지위는 고대로부터 이어온 부계혈통주의 의 상징적 표현으로서 우리의 전통으로부터 유리된 것이 아니다. 즉, 현행법상의 호주제는 조선 후기의 완고하게 변질된 부계혈통주의가 아닌 고대 이래 조선 중기까지 이어져온 우리 고유의 합리적 부계혈통주의의 전통을 이어받아 부계혈통주의의 존립을 위한 극히 기본적인 요소만을 담고 있는 것으로 서, 일제의 잔재로서의 색채를 불식하고 우리 고유의 관습으로 복귀한 것으로 평 가할 수 있다. 라. 호주제와 사회환경의 변화 호주제는 그것이 성립 유지될 수 있었던 사회적 배경이 존재하지 않고 가족의 - 116 -
형태가 다변화된 오늘날에는 현실적 가족의 모습과 더 이상 조화될 수 없으며, 현실적 가족공동체를 질곡하고 민주적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뿐이 라는 비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이행과 도시화의 진전으로 인하여 가족공동체의 모습이 일반적으로 부모와 미혼자녀로 구성되는 핵가족의 형태로 바뀌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민법 도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직계비속장남자를 포함하여 임의분가 를 허용하고( 민법 제788조 제1항), 혼인신고로 자동적으로 분가되는 법정분가 의 제도(직계비속장남자는 제외)를 마련함으로써( 민법 제789조), 호적과 현실 생활공동체를 될 수 있는 대로 부합시키고 부부중심의 가족제도를 실현할 수 있 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호적법 제19조의2 제2항 제1호에서 입양, 입양의 취소, 파 양, 이혼 기타의 사유로 인하여 타가에 입적하여야 할 자에게 배우자나 직계비속 이 있는 때에는 법정분가에 준하여 신호적을 편제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부부중 심의 가족제도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취지이다. 이제 호주의 권리가 대부분 삭제되어 거의 호적편성의 기준을 정하는 행정기술 상의 제도에 지나지 않게 된 현행법상의 호주제는 호적에 등재되는 가족의 범위 를 정함에 있어, 직계비속장남자의 임의분가는 허용하되, 법정분가는 인정하지 않 아 삼대 가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고려하고, 호주 승계의 순위에 있어 남자우선의 원칙을 규정하여 상징적인 의미에서 우리의 전통 적인 부계혈통주의를 반영하고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비록 오늘날 우리의 가족형태에서 핵가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더 라도, 아직도 부모를 모시는 삼대 가족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고, 이는 여전히 권 장되어야 할 우리의 전통적인 미풍양속인 것이다. 그렇다면 임의분가제도를 통하여 호적상 등재되는 가족구성관계의 선택권을 부 여함으로써 삼대 가족을 강요하지는 않으면서도, 이러한 가족관계가 호적상 반영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는 호주제가 현실적 가족공동체를 질곡하고 민주적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 117 -
마. 호주제의 합헌성 (1) 혼인제도와 가족제도의 제도적 보장의 헌법규범적 의미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 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라고 규정함으로써 민주적 인 혼인제도와 가족제도를 헌법적 차원에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혼인과 가족생활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전통과 관습의 모습으로 존재 하면서 오늘에까지 이어져 온 것이므로, 혼인과 가족관계를 규율하는 가족법 은 전통성 보수성 윤리성을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혼인과 가족관계에 관한 헌법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가족법 의 전통적 성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도외시한 헌법해석은 규범과 현실의 괴리를 심화시켜 헌법생활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 제36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제도적 보장도 혼인과 가족생활의 민족문화적 전통성 때문에 당연히 이에 바탕을 둔 혼 인제도와 가족제도의 보장을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 더욱이 헌법 제9조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 에 노력하여야 한다. 라고 하여 국가의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 의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터이므로, 현재의 혼인제도 및 가족제도가 전통문화의 근간을 이 룬다고 할 수 있는 우리 고유의 혼인제도와 가족제도를 그대로 답습해야 하는 것 은 물론 아니라 하더라도, 그로부터 완전히 유리된 형태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헌법 또는 가족법 의 규정을 해 석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성격상 긴장관계에 있는 양성평등의 요청과 전통존중 의 요청을 함께 충족시킬 수 있는 조화로운 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나, 오늘 의 시점에서 우리의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요구되는 평등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 떠한 것이어야 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평등사상이 역사적으로 다양한 변천과정을 거쳐 오면서 약자에 대한 억압과 소 외를 해소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대의 사회는 기존의 전통과 질서, 권위가 부정되고 해체되어 가는 경 향을 띰으로써 해체의 시대 로 특징지어지기도 하는바, 평등의 이념이 전통부 정과 질서해체의 논리로 남용될 가능성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가족 법 의 영역에서 도식적인 평등의 잣대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함부로 재단함으로써 전통가족문화가 송두리째 부정되고 해체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2) 양성평등의 원칙 위반여부 - 118 -
(가) 심사의 기준 평등원칙의 위반여부에 대한 심사는 그 심사기준에 따라 자의금지원칙에 의한 심사와 비례의 원칙에 의한 심사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우리 재판소는 비례의 원 칙에 따른 심사를 하여야 할 경우로서 첫째, 헌법 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 고 있는 경우 즉, 헌법 이 차별의 근거로 삼아서는 아니되는 기준 또는 차별 을 금지하고 있는 영역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그러한 기준을 근거로 한 차별이나 그러한 영역에서의 차별의 경우 둘째,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 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를 들고 있다(헌재 1999. 12. 23. 98헌마363, 판례집 11-2, 770, 787).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의 영역에서 특별히 남녀평등을 요구 하고 있는바, 이러한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을 달리 취급하는 호주제가 양성평등 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비례심사를 해야 할 것이다. (나) 비례의 원칙 위반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 호주제의 입법목적으로는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계승 발전과 함께 호적편제의 기준의 정립을 들 수 있으나, 호적편제의 기준의 정립은 부수적 입법목적에 지나 지 아니하고 그 주된 목적은 전자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호주제를 통하여 계승 발전시키고자 하는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핵심은 부계혈 통주의에 입각한 가의 구성 및 가통의 계승이라고 요약할 수 있으므로, 호주제의 입법목적이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부계혈통주의의 유지 필요성이 먼 저 규명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가족이나 친족집단의 존속과 통합을 꾀하기 위해서는 가통의 정립을 통한 최소 한의 기준과 질서의 부여가 요청된다는 점은 이를 부인하기 어렵다. 가통의 정립이 반드시 부계혈통주의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전통적으로 부계혈통주의 및 이에 입각 한 가통계승을 통하여 가족집단 및 친족집단의 유지에 필요한 질서를 부여하는 방법을 택하여 왔으며, 여기에는 남녀의 자연적 차이 및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에 있어서 모자관계는 생래적으로 증명되고, 인간이 출생하여 성장하는 과 정에서 모자간의 공동생활과 이를 통한 양육이 필수적이라고 한다면, 부자관계나 부자간의 공동생활은 반드시 그러하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성주의 ( 父 姓 主 義 ) 등으로 대표되는 부계혈통주의는 부의 자에 대한 책임의식을 고취함으 로써 모자관계에 비하여 소원할 수밖에 없는 부자간의 유대강화에 이바지하고 나 - 119 -
아가 가족의 존속과 통합에 크게 기여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무릇 모든 질서와 제도는 많은 경우 차별과 소외를 수반하기 마련이라고 할 것 인데, 부계혈통주의의 오랜 전통 하에서 여성들이 가족 내에서 소외의 고통을 겪 어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부계혈통주의가 가부장적 성격을 강하게 갖 는 경우에는 여성이 느끼는 소외의 정도 또한 더욱 극심하였을 것이다. 우리나라 의 경우는 적어도 조선 중기에 이르기까지는 여성을 존중하는 합리적인 부계혈통 주의의 전통이 이어져 온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이와 같이 부계혈통주의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필연적으로 여성의 소외 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단점만이 지나치게 부각되어 온 점이 있으나, 부계 혈통주의는 가족 및 친족집단 나아가 인류사회에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인류가 문 명사회로 나아가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고, 이에 입각한 가통계승제도는 인류 로 하여금 천박한 당대주의( 當 代 主 義 )에서 벗어나 문화의 전승을 가능하게 함으로 써 인류문명에 폭과 깊이를 더하여 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 고, 이러한 사정은 지금에 와서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할 것이다. 부계혈통주의가 갖는 위와 같은 기능은 모계혈통주의에 의하더라도 대체로 달 성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역사적으로 부계혈통주의가 정착된 상황에서 일거에 전통을 뛰어넘어 모계혈통주의로 전환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고 하여 양계혈통주의를 취하는 방법으로는 가통의 정립을 통하여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가족이나 친족집단의 존속과 통합을 도모한다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불 가능함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부계혈통주의의 필요성과 그 부득이함이 인정된다면, 어 떻게 하면 이를 합리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이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여성의 차별 과 소외를 최소화할 것인가의 문제만이 남는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호주제가 계승 발전시키고자 하는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부계혈통주 의에 근거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호주제의 입법목적 자체가 부당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이러한 점은 기본적으로 가족법 이 갖고 있는 전통성과 보수성 및 국가의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 의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9 조에 비추어 보면 더욱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2) 차별대우의 적합성 현행 민법상 호주제를 구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원칙 및 제도로서는 처( 妻 )의 부 가( 夫 家 )입적 원칙, 자( 子 )의 부가( 父 家 )입적 원칙 및 호주승계제도를 들 수 있는 바, 이들 중 처의 부가입적 원칙과 자의 부가입적 원칙은 부계혈통주의에 입각한 가의 구성을 위한 것이고, 호주승계제도는 부계혈통주의에 입각한 가통의 계승을 - 120 -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호주제는 위와 같은 원칙 및 제도를 통하여 입법자가 추구하는 전통적 인 가족제도의 계승 및 발전이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촉진하고 있다고 할 것이 므로,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차별효과의 최소침해성 호주제를 구성하고 있는 처의 부가입적 원칙, 자의 부가입적 원칙 및 호주승계 제도가 구체적으로 차별효과의 최소침해성을 충족하고 있는지를 본다. 가) 처의 부가입적 원칙과 자의 부가입적 원칙 여자가 혼인하면 부모를 떠나 남편의 가족이 된다는 관념은 농경사회 이래의 오랜 부계혈통주의 내지 부계중심사회의 전통 하에서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았고, 현재에도 대체로 세계적인 관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남귀여가혼의 전통 하에서도 남자가 일 정기간 여자의 집에서 생활한 다음에 종국에는 여자가 남자의 집으로 옮겨와서 생활하였고, 조선 중기 이후 남귀여가혼의 전통이 퇴색하고 친영례( 親 迎 禮 ) 또는 반친영례( 半 親 迎 禮 )의 풍속이 자리 잡게 되면서 여자가 혼인하면 남편의 가족으로 서 생활의 터전을 부모에게서 남편에게로 옮긴다는 인식은 더욱 확고한 것으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이러한 현실은 지금에 와서도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할 것 이다. 민법 제826조 제3항 본문에서 처는 부의 가에 입적한다. 라고 하여 처 의 부가입적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혼인과 동시에 여자의 생활기반이 남편 으로 이동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부부가 같은 호적에 등재될 수 있도록 하 기 위한 호적편성상의 기술에 관한 문제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위와 같이 보편 화된 가족생활관계를 반영한 단순한 호적기록의 변경을 두고 여자의 신분의 종속 적 변경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또한 민법 제826조 제3항 단서에 이른바 입부혼에 관한 규정을 두어 처가 친가의 호주 또는 호주승계인인 때에는 부가 처의 가에 입적할 수 있는 길을 열 어두고 있다.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에서 정하고 있는 자의 부가입적 원칙은 처 의 부가입적 원칙에 따른 부수적이고 필연적인 결과일 뿐만 아니라, 이 또한 우 리 사회의 오랜 전통과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처의 부가입적 원칙과 자의 부가입적 원칙은 그것이 부계혈통주의에 입 각한 가의 구성을 위한 전제로서 우리 사회의 오랜 전통과 현실에 기초한 것일 - 121 -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실질적 차별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 다는 점에서 차별효과의 최소침해성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호주승계제도 민법 제984조는 호주승계의 순위에 있어서 남자우선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 는바, 이는 기본적으로 부계혈통주의에 입각한 가통의 계승을 보장하기 위한 것 이지만, 처의 부가입적 원칙과 관련하여 호적사무의 편의를 고려한 측면도 있다. 즉, 여자는 혼인하면 남편의 가에 입적하게 되어 친가의 가통을 영구적으로 이어 갈 수 없게 되므로, 남자우선의 원칙을 적용하면 여자를 호주로 하게 될 경우 혼 인시 여자의 거가( 去 家 )로 인한 호주의 변동으로 초래되는 호적사무의 번거로움과 인적 물적 낭비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위와 같은 호주승계제도 또한 호주의 지위가 호적기재의 기준 즉, 호적부 상의 필두자에 지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의 전통 및 호적사무의 편의를 고려하 여 호주승계에 있어 남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일 뿐이므로, 여성에 대한 실질 적 차별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차별효과의 최소침 해성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호주제를 구성하고 있는 처의 부가입적 원칙, 자의 부가입적 원칙 및 호주승계제도는 어느 것이나 차별효과의 최소침해성에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호 주제는 차별효과의 최소침해성의 요건도 충족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4) 법익의 균형성 입법목적의 비중과 차별대우의 정도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본다. 호주제는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그 근간으로 삼고 있는 부계혈통주의를 지탱하는 하나의 축을 이루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나, 부계혈통주의는 호 주제에 의하여만 지지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부계혈통주의를 유지함에 있어 보다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부성주의( 父 姓 主 義 ) 내지 부자동성 ( 父 子 同 姓 )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의 호주제가 폐지되거나 수정된다고 하여 바로 부계혈통주의가 형 해화된다거나,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일거에 붕괴의 위기에 처하리라고 단 정하기는 어렵고, 다만 부계혈통주의에 근거하고 있는 제도적 장치인 호주제의 존립여부는 부성주의의 미래와도 무관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호주제와 부성주의 는 상호보완의 관계 또는 순망치한( 脣 亡 齒 寒 ) 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부계혈통주의의 필요성과 그 부득이함이 인정되 고, 호주제의 입법목적이 부계혈통주의에 입각한 가의 구성 및 가통의 계승을 핵 - 122 -
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계승 발전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만 으로 현행의 호주제가 합헌인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물론이다. 만일 호주제로 인한 여성에 대한 차별대우의 정도가 심하여 호주제를 통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입법목적에 비추어 법익균형성을 상실한 나머지, 오히려 호주제 가 부계혈통주의의 합리적 운용에 저해가 되는 것으로 평가되기에 이른다면 그러 한 호주제는 위헌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우선 호주제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를 심사하기 위하여 그로 인하여 초래되고 있는 차별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호주제로 인하여 여성들에게 초래되는 차별효과로는 우선 호주제로 인하여 여 성을 남성에 비하여 이차적 종속적 열위적 존재로 인식되게 함으로써 여성의 사 회적 지위에 상징적 심리적으로 불리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음을 들 수 있다. 그 밖에 구체적인 경우의 실제적인 차별효과로서 부모가 이혼한 경우, 인수입적 ( 引 收 入 籍 )의 경우, 미혼모의 경우 등에 여성이나 자가 겪게 되는 곤란 등을 들 수 있으나, 이는 주로 자의 부가입적의 원칙에 있어 그 예외설정의 협소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현행의 호주제를 통하여 달성될 수 있는 입법목적이나 호주제의 유지를 통하여 현실적으로 얻게 되는 이익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호주제를 통하여 부계혈통주의에 입각한 가의 구성 및 가통의 계승을 핵 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계승 발전시킴으로써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중시하고 있는 가족 및 친족공동체의 존속 통합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전통에 대한 존중의식을 고양함으로써 날로 팽배해져 가는 물질주의 및 개인주의의 폐단 을 막아내고 완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호적기재에 있어 삼대 가족의 길을 열어 놓음으로써 상징적으로나마 우리 의 전통적 미풍양속이라고 할 수 있는 부모를 모시고 봉양하는 전통을 고무하고 조장하는 데 도움이 되고, 이를 통하여 날로 심각해져 가는 노인문제의 해결에도 일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호주를 기준으로 한 호적편제방법의 변경에 따른 인적 물적인 면에서의 막대한 국가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호주 등의 개 념을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법령의 개정에서 오는 혼란과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 을 것이다. 호주제로 인하여 초래되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효과는 결코 경시될 수 없는 것 으로서 법익의 균형성의 문제는 판단하기가 쉽지 아니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부계혈통주의를 폐지하지 아니하는 한, 그로 인하여 초래되 는 여성들에 대한 불리한 상징적 심리적 효과를 완전히 불식하기는 어려운 것이 - 123 -
고, 구체적인 경우의 실제적인 차별효과는 호주제의 근간을 건드리지 않고서도 자의 부가입적의 원칙에 대한 수정 보완 등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행법상의 호주제가 법익균형성을 상실한 제도라고 단정하기 는 어렵다. (다) 소결론 현행법상의 호주제는 남성에 비하여 여성을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차별하는 것 으로는 볼 수 없고, 따라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개인의 존엄 위반여부 현행 민법 상 처의 부가입적 원칙, 자의 부가입적 원칙 및 호주승계제도 등 으로 구성되어 있는 호주제는 그로 인하여 대한민국 국민은 예외 없이 호주 또는 가족으로 법률상의 가족단체인 가에 소속되어야 하고, 호주지위의 취득이 강요되 며, 가족의 신분적 지위가 호주와의 관계를 통하여 설정되는 등 신분관계가 일방 적으로 형성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가족제도를 법제화하고 이를 호 적제도와 연계시키는 과정에서 부득이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그리고 현행 민법 이 법제화하고 있는 가족제도의 내용을 살펴볼 때, 호주 의 직계비속장남자의 경우도 임의분가가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민법 제788조 제1항), 호주승계권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여 호주승계를 임의화하였을 뿐만 아니 라( 민법 제991조), 호주가 가족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실질적으로 모두 소멸되어 호주의 지위가 호적기재의 기준 즉, 호적부상의 필두자 나아가 상 징적인 의미의 가통계승자에 지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개인의 존엄을 실질 적으로 침해하는 요소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두고 혼인과 가족 생활에서 개인의 존엄을 존중하라는 헌법 제36조 제1항의 명령에 위배되는 것으 로는 보기 어렵다. 바. 결 론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호주제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되는 것으 로 볼 수 없다. 다만, 구체적으로 이 사건 심판대상인 민법 제778조,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제826조 제3항 본문의 위헌여부에 대하여, 재판관 김영일의 견해는 민 법 제778조, 제826조 제3항 본문은 헌법 에 위반되지 아니하나 제781조 제1 항 본문 후단은 아래 6.과 같은 이유로 헌법 에 위반된다는 것이고, 재판관 권 성의 견해는 호주제가 헌법 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호주제의 주 - 124 -
요 구성부분을 이루는 위 조항들 모두가 헌법 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가족과 혈연은 자연적으로 생성되어 실재하는 실체이지 단순한 관념상의 존재는 아니다. 호주제도는 실체로서 존재하는 가족과 혈연을 인식하는 기호의 체계로서 하나의 기술에 해당한다. 인식의 기술이 인식의 대상인 실체의 존재와 가치에 영 향을 미칠 수 없다는 통상의 논리에 의하면 호주제도는 가족과 혈연의 존재 및 가치에 무슨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이다. 종법제나 가부장제와 같은 문화적 요 소가 호주제도라는 인식기술에 덧씌워지는 일이 있지만 이렇듯 덧씌워진 문화적 외피가 일으키는 문제는 문화의 변천과 법률의 변화에 의하여 자연적으로 해결되 는 것이고 또 그렇게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여성이 갖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명하는 헌법의 정신과 원칙은 호주제와 같은 기술적 기호 의 체계가 침범할 수 있는 영역의 밖에 있는 것이다). 6. 재판관 김영일의 위 반대의견에 대한 별개의견 나는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이 규정하고 있는 자의 부가입적 원칙 이 그 자체로서 위헌이라고는 보지 아니하나,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은 그 원칙에 대한 예외의 설정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헌이라고 생각 하므로, 별개의견을 밝히기로 한다. 처의 부가입적 원칙에 대하여는 혼인의 취소 또는 이혼이나 부의 사망의 경우 에 친가복적, 친가부흥, 일가창립 등으로 부의 가적에서 이탈할 수 있는 길이 열 려 있다( 민법 제787조). 그런데 자의 부가입적 원칙에 대하여는 부가 외국인 인 때( 민법 제781조 제1항 단서), 부를 알 수 없을 때(동조 제2항), 입부혼의 경우( 민법 제826조 제4항) 등 모가에 입적할 수 있는 예외적 규정을 두고 있 기는 하나, 이는 모두 부가로의 입적이 불가능한 경우로 한정되어 그 범위가 너 무 좁다는 점에서,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우선 부모가 이혼한 경우에는 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실정 에서 현실적으로 모가 자녀의 양육자로 지정되어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더라도, 자 녀는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에 따라 여전히 부의 호적에 남아 있게 된다. 즉, 이러한 경우 당사자인 자녀가 아무리 부가를 떠나 모가에의 입적을 원 하더라도 그 자녀는 여전히 부가에 소속되고 그 부가 자녀들의 호주가 되며, 반 면 모는 주민등록상의 동거인에 불과하게 된다. 또한 미혼모가 자녀를 출산한 경우 부가 인지하지 않으면 부를 알 수 없는 자 로서 모가에 입적하지만( 민법 제781조 제2항), 생부가 인지하면 모나 자 녀의 의사에 상관없이 부의 호적에 입적된다. 생부가 모와 혼인할 의사가 없고, 자녀를 양육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도 그러하다. - 125 -
위와 같은 경우는 자의 입적과 관련하여 현실에 맞지 않고 불합리하게 자의 의 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모를 실질적으로 차별하는 것으로서 개인의 존엄 및 평 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위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바, 이러한 문제는 모두 자의 부가입적 원칙에 대한 예외가 협소하게 설정되어 있는 데 따른 것으로 서, 이 경우 위헌의 책임은 자의 부가입적 원칙을 정하고 있는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부가 처의 혈족이 아닌 직계비속을 입적함에는 처의 동의라는 제한이 없 는 데(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또는 제782조 제1항) 비하여, 인수입적 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784조는 처가 부의 혈족이 아닌 직계비속을 가에 입적시키려면 부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이 경우에 그 직계비속이 타가의 가족인 때에는 그 호주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 또한 호주제와 관련하여 여성을 실질적으로 차별하는 조항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이 사건 심판 대상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사건 심판대상 중 민법 제778조, 제826조 제3항 본문 은 헌법 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보나, 다만, 자의 부가입적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은 그 원칙 자체가 위헌은 아니나 원칙에 대한 예 외의 협소한 설정으로 개인의 존엄 및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되어 헌 법 에 위반된다고 보는 것이다. 7. 재판관 김효종의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중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제826조 제3항 본문에 관하여는 위헌이라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지만 민법 제 778조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 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 다. 가. 호주제 및 가제도( 家 制 度 )와 그 관련조항 (1) 호주제 및 가제도의 개념 호주제의 개념을 정의하거나 그 효과를 따로 규정한 법률조항은 없다. 호주제 란 민법 제4편 제2장 호주와 가족, 동편 제8장 호주승계 를 중심으로 일정한 법률조항들을 묶어 이러한 법률조항들이 규율하는 법적 상태를 지칭하는 말이고, 현행 민법 의 개별조항들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호주제 란 호주 를 정점으로 가( 家 )라는 관념적 집합체를 구성 유지하고, 이러한 가( 家 )를 원칙적 으로 직계비속남자에게 승계시키는 제도 라고 집약하여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법적 의미에서의 가( 家 ) 는 호주를 중심으로 하여 호주와 가족이라는 신분관계 - 126 -
로 상호간 법률상 연결된 관념적인 호적상의 가족단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이 파악된 호주제 및 가제도의 개념은 현재 존재하는 실정제도의 원 칙적인 모습, 그것도 그 개략적 윤곽만을 반영함에 그친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개념이 고착화되어 호주제가 개념필연적으로 부계혈통주의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 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2) 현행법상 관련규정의 구성체계 민법 제778조는 일가의 계통을 계승한 자, 분가한 자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하여 일가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는 호주가 된다 고 규정하여 호주를 정의하 고 있으며, 가( 家 )에 관하여 직접 정의한 조항은 없지만, 민법 제779조는 호주의 배우자, 혈족과 그 배우자 기타 본법의 규정에 의하여 그 가( 家 )에 입적 한 자는 가족이 된다 고 규정하여 그 구성원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호주제 및 가제도의 기본적 틀을 정하고 있는 위 민법 제778조 는 실질적으로는 별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형식적 규정에 불과하고, 그 구 체적 내용은 다른 개별규정에서 정하고 있다. 그리고 가족의 범위 역시 민 법 제779조만으로 확정될 수 없고, 배우자, 혈족 등에 관한 다른 개별규정이 적 용되어야만 구체화되고 특정될 수 있다. 즉, 입법자는 호주제 및 가제도에 관한 민법 의 규정들을 입법기술적으로 형식적 틀만을 정한 기본조항과 그 실질적 내용을 정한 개별조항으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문 구성체계만 보 더라도, 호주제가 부계혈통주의 또는 남성우월주의와 연결된 흔적을 기본조항인 민법 제778조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추상적인 일반론에 기초하여 호주제 및 가제도 전반에 본질적으로 위헌 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보는 다수의견은 재고될 필요가 있고, 그 위헌 여부를 판 단함에 있어서는 제도 전체의 대체적인 성격을 참고하되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개별조항을 면밀히 검토하여 위헌적인 요소와 그 범위를 정확히 가려내는 작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으며, 이와 같은 점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호주제 및 가제 도를 구성하는 개별조항에 위헌성이 있다는 이유로 기본조항인 민법 제778조 도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3) 호주제 및 가제도의 기본성격 호주제 및 가제도의 기본성격, 특히 호주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는, 호주제와 부 계혈통주의가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보는 이른바 계종제도설( 繼 宗 制 度 說 ) 이 주장된 바 있으나, 현행 민법상 호주가 언제나 남계의 혈통에 따라 승계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호주는 가( 家 )의 형식적인 주재자로서 호적상 - 127 -
기준자의 지위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와 같이 호주제의 법적 성격에 대 해서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히 보수적인 견해에 따라 호주제가 본질적으로 부계혈통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단정하는 다수의견에는 찬성하기 어렵 다. 민법 제778조는 가제도를 전제로 하고 있고 일가의 다른 구성원과 구별되 는 호주라는 지위를 상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구별이 헌법적으로 어떻게 평가 될 것인가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다수의견이 지적하고 있는 호주제의 부계혈통 주의적 또는 남성우월주의적 경향은,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및 민 법 제826조 제3항 본문과 같은 개별규정들에 반영되어 있을 따름이다. 나. 호주제 및 가제도의 헌법적 의의 (1) 가족제도의 헌법적 보장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 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 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 야 한다는 내용과 국가는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아우르고 있다. 논리적으로 보자면, 국가가 혼인과 가족생활의 존재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일차적인 당위명제와 나아가 이를 토대로 그 구체적 내용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 의 평등을 기초로 형성되어야 한다는 이차적인 당위명제를 함께 담고 있다고 봄 이 상당하다. 다른 한편 헌법 은 제9조에서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여 만일 가족제도에 담겨 있는 내 용이 전통문화 또는 민족문화에 맞닿아 있다면, 이것 역시 헌법적인 보호의 대상 이 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헌법 제36조 제1항이 정한 헌법적 가치, 즉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라는 가치와 상충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헌법적 해석이 요구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은, 헌법 제36조 제1항은 일차적으로 어떤 경우에도 혼인과 가족생활 자체는 보장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으므로, 혼인제도와 가족제도의 존재 그 자체는 서로 상이한 가치관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헌 법제정권력자의 가치적 결단이라는 점이다. 그러면 가족제도를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의 헌법적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 것인가? 우선 헌법 제36조 제1항은 전래된 가족제도를 입법자의 자유로운 처분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가족제도에 대한 제도보장을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헌재 2002. 8. 29. 2001헌바82, 판례집 14-2, 180 참조). - 128 -
제도보장은 객관적 제도를 헌법 에 규정하여 당해 제도의 본질을 유지하려 는 것으로서 헌법제정 권력자가 특히 중요하고도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고 헌법적 으로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제도를 헌법에 규정함으로써 장래의 법발 전, 법형성의 방침과 범주를 미리 규율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제도보 장은 주관적 권리가 아닌 객관적 범규범이라는 점에서 기본권과 구별되기는 하지 만 헌법에 의하여 일정한 제도가 보장되면 입법자는 그 제도를 설정하고 유지할 입법의무를 지게 될 뿐만 아니라 헌법 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법률로써 이 를 폐지할 수 없고, 비록 내용을 제한하더라도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헌재 1997. 4. 24. 95헌바48, 판례집 9-1, 444, 445 참조). 따라서 입법자는 헌법적으로 보호되는 가족제도를 법률로써 구체적으로 형성할 수 있지만, 이러한 입법적 형성은 가족제도 자체를 폐지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한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제도 보장의 대상인 가족제도는 그 존재 자체 또는 본질적 내용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 요한 범위 내에서는 일정 부분 국민의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있고, 그 범위 내에서 입법자는 가족제도 존치의 정당성에 대한 논증책임에서 해 방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가제도의 헌법적 의미 가제도는 위와 같은 헌법적 보장의 대상인 가족제도의 사법상( 私 法 上 ) 구현 형 태라고 할 수 있다. 가족제도의 보장을 위해서는 가( 家 )와 가족( 家 族 )이라는 개념 을 법적으로 명확히 규율할 필요가 있고, 이로써 공권력에 대한, 또는 공권력에 의한 보호의 대상과 범위가 보다 명확히 드러나게 되어 가족제도 보호의 보다 확 고한 기초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가령 가족의 해체 또는 경시( 輕 視 )를 초래할 수 있는 공권력의 작용에 대해서는 그로부터 방어되어야 할 대상이 사전에 보다 명확하게 인식될 수 있고, 조세행정, 급부행정 등의 영역에서 가족을 지원하는 정 책을 수립, 시행함에 있어서 그 지원의 대상을 민법 상 가( 家 )와 가족( 家 族 )이 라는 개념을 기초로 하여 이를 직접 또는 수정하여 사용함으로써 공권력 행사의 통일과 형평성을 기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가제도와 개인 사이에 빚어지는 긴장관계에서 발생하는 헌법적 문제는 아래에 서 다시 검토하기로 한다. (3) 호주제의 헌법적 의미 헌법 이 보장하는 가족제도와 민법 상 호주제 사이에 필연적인 상관관계 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제도가 민법 상 인정되고 가( 家 ) 및 가족을 공시 - 129 -
하는 호적제도가 인정된다면 적어도 호적상 필두자( 筆 頭 者 )로서의 의미가 있을 수 있겠으나, 이것은 헌법 이 직접 요구한다기보다는 입법정책상의 문제에 불과 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가족제도의 유지, 강화가 요구된다면 그 구심점으로서 의 호주의 지위가 필요하다는 관점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 경우에도 가( 家 )와 가 족들 사이의 유대감 또는 연대성에 대한 상징적 의미 이상을 갖기 어렵고, 역시 입법정책적으로 결정될 문제라고 생각된다. 다만 호주제와 관련하여서는 상충하는 개인의 존엄 및 양성의 평등이라는 헌법 적 가치와 전통문화라는 헌법적 가치 사이에서 어느 범위에서 실제 조화로운 해 석이 가능한지가 문제될 수 있는데, 이 점에 관하여는 아래에서 상세히 보기로 한다. 다. 민법 제778조의 위헌 여부 (1) 문제의 소재 다수의견이 호주제에 대한 위헌성의 근거로 들고 있는, 호주승계 순위에서의 양성의 차별 등 사유들은 헌법 제36조 제1항 전단에 저촉되는 것이어서 이에 기초한 위헌론은 충분히 수용할 만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유에 해당하는 관련 개별규정은 헌법 에 위배되어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자( 子 )의 부가입적( 父 家 入 籍 )을 규정함으로써 부계혈통주의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및 처( 妻 )의 부가입적( 夫 家 入 籍 )을 규정함으로써 남성우 월주의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민법 제826조 제3항 본문은 앞에서 본 바와 같 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다수의견에 찬성하므로, 이에 관한 판시 이유를 모두 원용 한다. 그러나 민법 제778조에 관하여는 다수의견이 호주제가 개별규정의 내용을 떠나서 그 본질상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을 하고 있고 개인의 의 사에 반하여 가족단체인 가( 家 )에 소속하거나 호주의 지위를 부여받을 것이 법률 적으로 강제되는 것이 개인의 존엄에 반한다고 하여 위헌이라고 보고 있는바 이 에 대하여는 동의할 수 없다. 민법 제778조가 담고 있는 중요한 규범적 내용은 1 가( 家 )의 존재를 인정 하고[해석상 개인은 가( 家 )에 소속하여야 한다는 요청을 도출할 수 있다], 2 그 가( 家 )에는 법률이 정하는 일정한 방법에 의하여 결정되는 호주가 있어야 한다는 두 가지 점이다. 다수의견은 위 각 규범적 내용이 헌법 제36조 제1항에 저촉된다고 보고 있 으므로 아래에서는 위 각 사항의 헌법적합성에 관하여 살펴본다. - 130 -
(2) 민법 제778조의 규범적 내용 민법 제778조는 호주가 되는 자로서 일가의 계통을 계승한 자, 분가 한 자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하여 일가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 를 들고 있지 만, 여기에서도 앞서 조문의 구성체계와 관련하여 본 바와 같이 부계혈통주의적 남성우월주의적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 먼저 일가의 계통을 계승한 자 에 관하여 보건대, 이에 관하여는 호주승계 에 관한 민법 제984조 이하의 개별조항들이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984 조가 정한 호주승계 순위는 피승계인의 직계비속남자를 최우선 순위로 한 것(같 은 조 제1호)만을 보더라도 부계혈통주의적인 요소가 강하게 반영된 것은 사실이 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양성차별적 요소는 민법 제984조 및 관련 개별규정이 위헌이라고 보아 그 효력을 상실시키거나 입법적 개선이 이루어지면 해소될 수 있는 문제여서 위와 같은 위헌적 요소가 기본조항인 민법 제778조에 본질적 으로 내재된 문제라고 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그리고 분가한 자 와 관련해서는 가족이 혼인하는 경우에는 법률상 당연히 분가되는 법정분가제도( 민법 제788조 본문)가 특히 문제된다. 여기서 여자는 혼인으로 인하여 남편의 분가호적에 입적함으로써( 민법 제826조 제3항 본문) 위 법정분가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법정분가에 관한 개별규정들에 의하면 남성우월에 입각한 양성의 차별이 존재한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 나 이는 법정분가제도 또는 처의 부가입적( 夫 家 入 籍 ) 원칙에 내재된 문제일 뿐이 지, 법정분가는 물론 양성을 균등하게 취급하는 임의분가( 민법 제788조 제1 항)의 경우에도 함께 적용되는 민법 제778조 소정의 분가한 자 에 내재한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기타 사유로 인하여 일가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 에 관하여 본다. 일가의 부흥은 복적의 경우에 일가창립과 선택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제도이므로 ( 민법 제786조 제2항, 제787조 제3항), 복적 및 일가창립과 함께 살펴본다. 일 가창립이 인정되는 다양한 사유들( 민법 제781조 제3항 본문, 제782조 제2항, 제786조 제1항, 제787조 제1항, 제2항 등) 중 특히 양성차별적 요소를 지닌 것을 찾아보기 어렵고, 다만, 처가 혼인의 취소 또는 이혼으로 인하여 일가를 창립하거 나 친가에 복적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민법 제787조 제1항)이 여자의 지위를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복적 또는 일가창립은 처의 부가입적( 夫 家 入 籍 ) 원칙의 반면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되는 경우 의 처리를 규정한 것으로 독자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두고 여자 를 차별한 것이라고 본다 하더라도 이는 그 개별규정에 국한된 의미가 있는 것이 어서 민법 제778조와 연관시킬 것은 아니다. - 131 -
따라서 민법 제778조가 규정하고 있는 개개의 사유를 살펴보더라도 그것이 개별규정과 연관되지 않는 이상 그 규정 자체가 개별규정의 내용을 떠나서 본질 적으로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민법 에 가( 家 )라는 개념 및 호주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그 형식적, 기본적 인 틀만을 제시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남는 문제는 가( 家 )의 존재와 호주 의 지위를 인정하는 조치의 헌법적합성이라 할 수 있다. (3) 가( 家 )의 존재의 인정 헌법 제36조 제1항에 의하여 가족제도가 헌법제정 권력자에 의하여 특히 보호 의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그 범위에서 헌법은 개인 의 기본권과 저촉하는 경우에도 가족제도 자체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가치적 결단 을 이미 내렸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하여 입법자가 갖는 형성적 자유는 헌법 제36조 제1항이 정한 기준에 저촉되지 않는 한 매우 광범위하다 할 것이고, 입법자가 형성한 법적 규율이 가족제도의 취지에 반하거나 자의적 조 치라고 할 만큼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는 이상 이를 헌법 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가족제도에 관한 법률적 기초를 공고히 하고 가족간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민법 이 가제도( 家 制 度 )를 두고 있는 것은 헌법 이 보장하는 가족제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할 것이어 서 법적 개념으로서의 가( 家 )의 존재 자체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778조가 헌법 제36조 제1항을 비롯한 헌법 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법률상 강제적으로 개인이 가( 家 )에 속하게 되는 것이 개인의 존엄에 반 하는 것인지에 관한 문제는 인간과 사회 간의 관계에 관한 깊은 통찰을 요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이성을 절대화하여 인간을 추상화된, 고립적인 개별 존재로 파악하는 입장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타인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 에 대하여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 현실에 존재 하는 구체적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실존적 구조를 갖고 있 다고 이해하는 입장에서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인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원초 적인 출발점인 가족관계를 법적 관념에 반영하는 것은 오히려 인간의 본성에 부 합한다는 시각 또한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인간과 그 존재양식이 다양한 시각 에서 달리 이해될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헌법 스스로 보호하고자 하는 가족 에 각 개인이 속하도록 하고 있는 입법적 조치가 개인의 존엄을 침해한다고 단정 하기 어렵다. 오히려 헌법은 각 개인은 가족관계에서 사회적 관계의 공고한 기초 를 찾아야 하고, 이를 기초로 할 때에만 사회적 연대성의 강화와 정치적 통합이 가능하다는 전제에 서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132 -
또한 민법 제778조가 개인이 가( 家 )에 속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더 라도, 이 규정 자체는 이에 따른 법률효과를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민 법 제778조가 규정하는 가( 家 )와 개인의 관계는 관념적인 것으로서 상징적인 의 미 이상을 가질 수 없어서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심대하다고 보기 어 렵다. 헌법 이 명문의 규정을 두어 가족제도를 특히 보장하고 있는 것은, 가족 제도 존립을 위하여 위와 같은 최소한의 제약은 개인이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민법 제778조가 가( 家 )의 존재를 규정하고 개인이 이에 속하게 하였 다고 하여 이를 헌법 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 (4) 호주의 지위 (가) 민법 제778조는 위와 같은 가족제도에 터 잡은 각개의 가( 家 )에 호 주를 두고 있는바, 이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의 전통문화에 터 잡은 것 으로 봄이 상당하다. 즉, 고려의 가족제도는 부계혈족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으나, 처(모)가 혼인 으로 인하여 본래의 혈족집단의 구성원으로서의 신분과 부( 夫 )의 혈족집단의 구성 원으로서의 신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처(모)족이 존중되고 처(모)의 지위가 열악하지 않았고, 가족관계가 가부장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고 려사 식화지( 高 麗 史 食 貨 志 )에 의하면 호적에는 호주 및 호주와 동거하는 자식 형제 질( 姪 ) 서( 壻 ) 등 친족의 세계( 世 系 )는 물론이고 노비와 그 세계( 世 系 )까지도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중기까지는 재산상속에 있어서 자녀의 균분상속이 인정되고 조상 에 대한 봉사( 奉 祀 )도 자녀가 윤행( 輪 行 )하는 등 여자의 지위는 남자에 비하여 열 등하지 않았다. 경국대전( 經 國 大 典 )에도 호적은 호주의 사조( 四 祖 )와 호주의 처의 사조( 四 祖 )가 기록되고 가족으로서 솔거( 率 居 )하는 자녀와 서( 壻 ) 그리고 노비 등 을 기재하도록 하여 근본적으로는 고려의 호적제를 본받았다. 그러나 그 후 점차 성씨제도가 정비되고 체계화되면서 수직적 부계혈족주의와 결합하여 부계혈통주 의가 강화됨으로써 필연적으로 가족제도의 변천을 초래하게 되어 여자의 지위를 극히 열악하게 하였으며 친자제도를 비롯한 혼인제도 상속제도의 전반에 걸쳐서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한편, 조선의 가족제도는 1896년에 호구조사규칙 이 칙령으로 공포되어 새 로운 호적제도가 시행되면서 호주의 사조( 四 祖 )만을 기재하게 하여 가족제도가 더 욱 남계중심의 부계혈족주의로 진전되었다. 이와 같이 호주의 구체적인 지위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리 나타나고 있지만, - 133 -
호주라는 관념 자체는 가족제도에 가부장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났는지 여부와 상 관없이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이는 적어도 가족제도와 더불어 호주 라는 관념 은 우리의 전통문화에 깊이 뿌리 내린 문화적 침전물이라고 할 수 있음을 보여주 는 것이므로, 헌법 제9조에 의하여 그 계승 발전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 (나) 한편, 호주라는 관념을 인정한다면 호주와 가족 간에는 가족 내 지위에 차이가 존재하고 호주의 지위가 강요되는 것이므로, 이것이 개인의 존엄에 반하 는 것인지, 호주 아닌 가족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와 같은 문제상황에서는 헌법 제36조 제1항 전단이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적 가치와 헌법 제9조가 규정하고 있는 헌법적 가치의 상충이 일어나고 있는 데, 헌법 스스로 서로 저촉될 수 있는 가치를 헌법질서 내에 수용하면서 그 상충관계를 해결할 만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아니한 것은, 입법자가 상충하 는 가치를 둘러싼 이익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법공동체 구성원들의 가치적 지향 점이 담겨 있는 정치적 의사를 수렴하여 상충하는 각 가치가 갖는 타당영역 사이 의 경계를 법률로 설정하라는 뜻이라고 해석된다. 이에 따라 입법자에게는 입법 의 방식 내용 형식의 결정에 있어서는 일정한 형성의 자유(Gestaltungsfreiheit), 즉 입법재량이 원칙적으로 귀속된다. 그러나 입법자의 입법재량도 일정한 한계를 갖 게 마련이므로, 입법자가 구체적으로 입법적 형성을 한 경우에 사법적 심사의 범 위는 입법자의 입법재량 행사가 그 한계를 일탈하였는지 여부에 국한되고, 그 심 사에 있어서의 기준은 입법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자의금지 의 원칙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다) 이를 전제로 민법 제778조가 추상적인 호주 라는 관념을 도입한 것이 입법재량의 범위에 속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우선 가족제도가 존재한다면, 그 가족 구성원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호주라 는 관념을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가적을 호 적편제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에는 호주를 중심으로 하여 각 가족구성원들의 관계 를 표시하는 것이 호적사무의 능률을 기하고 가독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 라, 가족의 구심점으로서의 호주를 인정하고 가족구성원인 자녀들의 성이 통일적 으로 정해지도록 규율하는 등의 조치는 가족의 유대감과 연대성을 보다 강화하는 측면이 있어 가족제도의 존속, 유지에 기여하는 바가 없지 않다. 게다가 우리의 전통에 터 잡은 호주제라는 것은 생존한 존속에 대한 봉양( 奉 養 )과 사망한 조상에 대한 봉사( 奉 祀 )와 무관하지 아니하고, 이를 미풍양속으로 여겨온 전통적 민족의 식이 투영되어 있다 할 것이므로, 이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하여 호주라는 관념을 - 134 -
입법에 반영한 것만을 들어 입법재량을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행 민 법 에 이르기까지 구 법상 갖고 있던 호주의 실질적 권한은 상당 부분 배제되어 호주의 지위가 단순한 호적상 기준자, 즉 필두자( 筆 頭 者 )의 지위에 불과하게 되었 음을 고려하면, 호주의 관념을 민법 에 도입한 것만으로 호주가 아닌 국민을 차별하여 그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된다. 따라 서 양성의 평등을 침해하는 등 위헌적 요소가 있는 개별규정이 효력을 상실하거 나 합헌적으로 시정된다면, 굳이 형식적, 추상적으로 호주의 관념만을 인정한 민법 제778조가 입법재량을 벗어난 위헌적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가령, 호주제를 유지하되 그 호주승계의 순위를 남녀의 구분 없이 세대 (항열)와 연령 순으로 일응 규정하고, 가족 구성원의 합의 등에 의하여 그 순위를 변경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면, 부계혈통의 유지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가 계에서는 부계혈통에 따른 호주승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고, 부계혈통주의를 봉 건적 악습이라고 보는 가계에서는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호주를 결정할 것이다. 이렇듯 각기 달리 나타날 수 있는 각 개인 또는 가족집단의 취향과 의사결정에 국가가 간섭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개인 권리 보장의 영역과 전통문 화의 영역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음에도, 이를 전적으로 배제한 채 호주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법 제778조를 포괄적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오히려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나아가 민법 제778조에 의하여 호주가 되는 것이 강요된다는 점에 관하여 보더라도, 누가 호주가 되는가도 민법 제778조에 의하여 바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개별규정의 내용을 종합하여야 판단이 가능한 것이므로, 그 구체적 결정 방법에 문제가 있다면 그 개별규정이 위헌인 것이지 민법 제778조가 당연히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입법적 형성의 내용에 따라서는 누 가 호주가 될 것인가를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하여 정하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민법 제778조가 특정 개인이 호주가 되는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호주는 단지 호적상 기준자 또는 필두자의 지위를 가짐에 불과하여 현실적으로 개인의 신체와 행동의 자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 고 상징적 의미만을 갖는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상징적 의미라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관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는 상대적인 것이다. 따라서 민 법 제778조에 의하여 개인의 존엄이 다소 영향을 받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상대적인 것으로서 과대평가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고, 나아가 호주제가 가 족제도의 존속, 유지에 미치는 앞서 본 바와 같은 긍정적 효과를 고려해 보면, 민법 제778조가 일가의 관념적 필두자로서 호주라는 개념을 인정하였고 이에 - 135 -
따라 의사에 반하여 호주가 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하여 그것이 현저히 자의적인 방식에 의하여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치라고 할 수 없다. (라) 그렇다면 민법 제778조가 호주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도 입법자 의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입법적 조치라고 할 것이므로, 이를 헌 법 제36조 제1항에 위배된 위헌인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라. 결 론 이상의 이유로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 중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및 민법 제826조 제3항 본문은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배되어 헌법 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나, 민법 제778조는 가족제도의 보장을 위한 입법재량 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입법적 조치로서 헌법 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005. 2. 3. 재 판 장 재 판 관 윤 영 철 주 심 재 판 관 김 영 일 재 판 관 권 성 재 판 관 김 효 종 재 판 관 김 경 일 재 판 관 송 인 준 재 판 관 주 선 회 재 판 관 전 효 숙 재 판 관 이 상 경 - 136 -
호주제 폐지 추진일지 1953. 9.법전편찬위원회, 가족법 초안 완성 1956. 8.여성법률상담소(한국가정법률상담소 전신) 주도로 본격적인 가족법 개정운동 전개 1958. 2.신 민법 제정 <호주제관련 개정 내용> 호주권 약화 - 호주권자의 가족의 혼인 입양 분가에 대한 동의권 폐지 호주상속과 재산상속의 분리 - 재산상속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해서만 개시됨. 단 족보, 제구, 분묘 및 그 부속재산은 예외 1962. 12. 가족법 개정 : 법정분가 채택(소가족제도를 법적으로 채택한 것으로, 차남 이하는 혼인과 동시에 분가) 1973. 범여성가족법개정촉진회 결성(61개 단체) 1977. 12. 가족법 개정 범여성가족법개정촉진회가 1974년 국회에 제출했던 가족법 개정안 중 호주제 폐지가 포함되어 있었으나 개정되지 못함 1982. 10. 8차 개헌 헌법 제34조...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 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 신설 1987. 10. 9차 개헌 헌법 제11조 :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에 의하 여...차별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36조 :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성과 양성의 평등을 기 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1990. 1. 가족법 개정 - 137 -
<호주제 관련 개정 내용> 장남도 호주상속을 포기하고 분가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집에 양자 로 갈 수도 있게 됨. 호주의 권리, 의무 축소 : 가족에 대한 거소지정권과 가족 중 성년남자에 대해 강제로 분가시킬 권리, 가족 중 미성년자의 후견인이 될 권리가 삭제 됨 호주와 가족 중 누구의 소유인지 분명하지 않은 재산에 대해서 호주의 소 유로 인정하던 규정을 개정하여 가족의 공동소유로 인정함. 호주가 되는 장남이 다른 형제보다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는데 있어 자 기 고유의 상속분보다 절반을 더 받던 특권이 없어짐. 호주가 되면 당연히 상속받던 분묘에 속한 금양임야와 묘토, 족보, 제구 등은 호주 아닌 다른 사람이 제사를 지내면 그 사람에게 승계되도록 함. 호주제도의 유지를 위해 인정되던 사후양자, 유언양자 제도 폐지 일단 호주가 된 양자는 파양할 수 없도록 했던 규정 삭제 호주와 가족 사이에 서로 부양의무를 지던 것을 삭제 1990. 11. 유엔 인권이사회, 한국정부의 국제인권규약 관련 인권상황보고 서 에 대한 심사결과 호주제는 남성우위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고 지적 2000. 9.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 발족(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142개 단체) 호주제 폐지 국회 청원(청원인 대표 : 곽배희, 은방희, 지은희) 2001. 4.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양승태 지원장 서부지원 안성회 지원장 헌법재 판소에 호주제 위헌법률심판 제청 5. 유엔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위원회, 한국 정부에 호주제 폐지를 권고하는 보고서 채택 2001. 11. 서울대 법학연구소 의뢰 호주제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를 통한 호 주제 의식변화 분석 및 호주제 개선방안에 관한 조사연구 실시 2002. 3. 6. 친양자 제도 도입 등이 포함된 민법 개정안 관련 국회 법사위 공청회 참석 2002. 8.한명숙 여성부장관, 헌법재판소장 면담 12. 노무현 대통령 후보 대선 공약사항으로 호주제 폐지 채택 2003. 4. 4 여성부 대통령 업무보고시 호주제 폐지 보고 4. 17 사회관계장관회의에 호주제 폐지추진 보고안건 상정 4. 22 국회인권정책연구회 호주제 폐지시민연대 공동주최 호주제 폐지를 위한 국회의원초청 간담회 참석(여성부 차별개선 - 138 -
국장) 5. 여성부 공동협력사업으로 가정법률상담소에서 국민의식조사 실시 5. 2 고위당정회의에서 호주제 폐지 논의(지은희 여성부장관과 정세균 새천년민주당정책위 의장) 5. 6 국무회의에 호주제 폐지 추진 보고안건 상정하여 관련부처 및 시 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호주제 폐지특별기획단 구성 운영할 것 을 합의 5.16 호주제 폐지특별기획단 발족 및 제1차 회의 개최 6. 4 법무부 가족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 발족 7.15 안재헌 여성부차관 개인별 신분등록제 실현 공동연대 면담 8. 호주제도 폐지에 따른 법제도의 정비방안 연구(한국가족법학회) 8. 7 6차 법무부 가족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 개최 및 개인별 신분등록제 채택 합의 8. 25~26 여성단체연합 등 민주당 정세균 정책위의장과 한나라당 최병렬대 표 면담 9. 4 여성부장관과 언론사 논설위원 간담회 개최 9. 4~23. 민법 중 개정법률안 입법예고 9. 17 국무조정실장 주재 분야별 차관회의에 호주제 폐지 관련 추진 상 황 보고 9. 20 여성단체연합 등 주최 호주제 폐지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집회(여 성부 차별개선국장 등 참석) 9.24. 국무총리 주재 제1차 여성정책조정회의 호주제 폐지추진현황 보 고 안건 상정 9. 25. 여성부 법무부 공동 주최 민법 중 개정법률안 공청회 개최 9. 30. 한국가정법률상담소주최 호주제 폐지 및 대안 심포지엄(여성부 차 별개선기획담당관 지정토론자 참석) 10. 2. 호주제 폐지 관련 주요인사 간담회 개최 및 홍보방안 논의 참석: 여성부 장 차관, 여연 이경숙 대표, 가법 곽배희소장, 여성 민우회 김상희대표, 미즈엔 이옥경대표 등 10. 3. 시청 앞 대한민국 여성축제(여성부 차별개선국장 등 참석) 10. 9. 민법 중 개정법률안 차관회의 상정 10. 15. 여성부장관 주재 언론사 여성부담당 부장 간담회 개최 10. 22. 민법 중 개정법률안 국무회의 상정 10. 24. 총리주재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 개최- 민법 개정안 쟁점 논의 11. 5 국회 여성위원회 위원 대상 민법 중 개정법률안 설명 11. 6 민법 중 개정법률안 국회 제출 - 139 -
11. 6. 민주당 정책실장 및 여성전문위원 대상 민법 개정안 설명 11. 7. 전체 국회의원실 여성위 법사위 방문 및 설명자료 배포 11. 10. 안건상정관련 법사위 전문위원 입법조사관 협의 및 자료 제공 11. 10. 중앙일보주최 정책당국자(여성부장관)와의 온라인 토론 개최 11. 11. K-TV 토론광장 호주제 폐지 대안은 있나? 참석(여성부 차별개선 국장) 11. 12. 헌법재판소에 호주제 관련 여성부 의견서 제출 11. 12. 여성부장관과 민주당 정책위 김영환 의장 열린우리당 정책위 정 세균 의장 민주당 안상현 의원 면담 11. 13. 한나라당(여성정책위원회) 주최 민법 중 개정법률안 공청회 11. 13. 법사위 행정실장 면담 및 민법 중 개정법률안 안건상정 협의 11. 20. 여성부장관 헌법재판소 참석 및 구두변론 12. 5. 국회 법사위 보좌관 대상 설명회 개최 12. 11. 16대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민법 중 개정법률안 심사 및 제1 소위 회부 12. 17. 16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 민법 중 개정안 소위 심사 - 공청회(2004년 1월)후 처리 예정 2004. 2. 13 새마을운동중앙회 및 한국자유총연맹 호주제 폐지특별기획단 추가 참여 3. 11. 헌법재판소 호주제관련 위헌법률심판 2차 공개변론 4. 12. MBC 도올 특강-우리는 누구인가 : 죽음과 호적 강의 방영 5. 7. 법무부 가족법 개정특별분과위원회 회의 개최 및 민법 개정 시 안 논의 5. 14. 호주제 폐지특별기획단 전체회의 개최 5. 20. 열린우리당 여성위전문위원 등 대상 호주제 폐지 추진 관련사항 설명 6. 4.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 국회 제출 6. 4. 호적전산화 및 호적대안 관련 대법원 방문(여성단체 연계) 6. 9. 여성부차관 주재 법무부 가족법개정특별위원회 간담회 개최 6. 10. 헌법재판소 호주제관련 위헌법률심판 3차 공개변론 6. 17. 법무부 제2기 가족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 구성 6. 21. 호주제의 사회 문화적 영향에 관한 연구 중간발표회 개최 6. 25. 호주제 폐지특별기획단 국민참여분과회의 개최 6. 30. 국회 보좌진 대상 호주제 폐지 설명 7. 2. 자유총연맹 대상 호주제 폐지 강의(여성부 차별개선국장) 7. 6. 제2청사 공무원대상 호주제 폐지 강연(강사 : 권해효) - 140 -
8. 19. 호주제의 사회 문화적 영향에 관한 연구 완료 8. 23. 열린우리당 정책간담회 개최(여성위 법사위 위원 및 민변 여 성단체 등) 9. 8 정부제출 민법 중 개정법률 안 법제사법위원회 상정 9. 9. 열린우리당 의총 호주제 폐지 당론 결정 9. 9. 이경숙 의원 대표발의 민법 중 개정법률안 국회 제출 9. 14. 노회찬 의원 대표발의 민법 중 개정법률안 국회 제출 10. 5. 호주제 폐지 공동협력사업 추진단체 간담회 개최 11. 3.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방문 및 호적대안 관련 논의 11. 5. 호주제 폐지특별기획단 국민참여분과 회의 개최 11.11. 헌법재판소 호주제관련 위헌법률심판 4차 공개변론 11.18. 여성단체장 대상 호주제 폐지 추진현황 설명(협력지원과 주관) 11. 25. 민법 개정안관련 의견제시의 건 여성위원회 상정 12. 1. 의원발의 민법 중개정법률안(2건) 법제사법위원회 상정 12. 2. 여성부장관, 박근혜 대표 최연희법사위원장 장윤석 간사 면담 여성부 차별개선국장, 법사위 이은영 위원 전문위원 면담 12. 3. 법제사법위원회 주최 민법중 개정법률안 공청회 개최 12. 8. 여성부장관주재 법무부 법사위 위원 등과 국회통과대책 간담회 개최 12. 9. 헌법재판소 호주제관련 위헌법률심판 5차 공개변론 12. 17 법사위 제1소위 민법 중 개정법률안 심사(열린우리당과 민주 노동당만 참석하여 호주제 폐지 결정) 12. 27. 법사위 제1소위 호주제 폐지 합의 및 민법 중 개정법률안 통 과 2005. 1. 6. 여성부와 성균관 면담(여성부 차별개선국장, 성균관 총무처장 등) 1. 10. 여성부 차별개선국장 등 성균관 방문 1. 10. 대법원 신분등록제안(혼합형 1인1적제) 발표 1. 10. 법무부 1차 신분등록제도개선위원회 개최 1. 12. 장하진 여성부장관, 최근덕 성균관장 면담 1. 13. 호주제 폐지특별기획단 국민참여분과 회의 개최 1. 13. 법무부 2차 신분등록제도개선위원회 개최 1. 17. 법무부 3차 신분등록제도개선위원회 개최 1. 17. 이은영 의원 주과 호적대안 세미나 개최(여성부 차별개선국장 토 론자 참석) 1. 20. 법무부 4차 신분등록제도개선위원회 개최 1. 26. 법무부(본인기준의 가족기록부) 및 대법원(기존안 일부 수정) 신분 - 141 -
등록제안 국회제출 1. 21. 노회찬의원 주최 신분등록제 토론회 개최 2. 3. 헌법재판소 호주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 2. 4. 호주제 폐지특별기획단 국민참여분과 회의 개최 2. 2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신분공시제도 공청회 개최 2. 28. 민법 중 개정법률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통과 3. 2. 민법 중 개정법률안 국회 본회의 통과 3. 11. 호주제 폐지특별기획단 해단식 모임 개최 7. 15 대법원신분관계의 증명 및 등록에 관한 법률(안) 부처협의 7. 21. 대법원 여성종중회원자격인정 판결 9. 28. 노회찬의원외 13인 출생, 혼인, 사망 등의 신고와 증명에 관한 법률안 발의 11. 4. 법무부 국적 및 가족관계등록에 관한 법률안 입법예고 12.28. 이경숙의원 외 43인 신분관계의 등록 및 증명에 관한 법률 안 발의 2006. 3. 3. 법무부 국적 및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법률안 국회 제출 3. 6. 법사위 회부 4. 21.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 후 법안심사소위 회부 9. 14. 법사위 새로운 신분등록법 공청회 개최 - 142 -
참고문헌 국회여성위원회, 호주제 폐지 전략과 호주제 폐지에 대비한 대안연구, 2002 국회법제사법위원회, 민법개정에 관한 공청회 자료, 200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호주제 폐지를 위한 소송백서, 2003 법무부, 호주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2000 법무부, 가족제도의 변화가 사회 문화에 미치는 영향, 2002 법무부, 가족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 회의록, 2003 법무부 여성부, 민법(친족편) 개정안 공청회 자료, 2003 여성부, 호주제 개선방안에 관한 조사연구, 2001 여성부, 가족을 지키는 것은 호주제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2003 여성부, 호주제도 폐지에 따른 법제도의 정비방안, 2003 여성부, 호주제의 사회 문화적 영향에 관한 학제적 연구, 2004 여성부, 민법개정안 설명자료-호주제 폐지 추진, 2004 여성부, 호주제 폐지 백서, 2005 여성가족부, 호주제 폐지에 따른 가족관 변화와 새로운 신분등록제도, 2005 여성특별위원회, 現 行 家 族 法 의 問 題 點 과 改 善 方 案 硏 究, 1999 조은희, 호주제 폐지의 대안으로서 개인별 신분등록제도에 관한 연구. 1, 한국 여성개발원, 2003-1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