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회 전국 고교생 문예백일장 산문 부문 심사평.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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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당당한 선택, 행복한 육아! 변화가 문화를 만듭니다 용하다가, 육아가 끝나면 전일제로 복귀합니다. 육아를 위한 전일제-휴직-시간 선택제-전일제 사이클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현장에서는 동료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까, 내 자리가

Microsoft Word - 사업실적_2012


제주발전연구원 제주발전연구원 정책이슈브리프 2015년 11월 2일 Vol. 226 발행처 : 제주발전연구원 발행인 : 강기춘 주 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아연로 253 TEL FAX 제주발전연구원은 지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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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 평가 보고서 사업 사진 1차 장사항 행사 4차 가평 행사 평가 결과 우 수 보 통 미 흡 구 분 단체역량 운영과정 성 과 사 업 회 계 종 합 사업비 집행 현황 (단위 : 원) 비목 보조금 자부담 예산 집행 잔액 예산 집행 잔액


요 약

2016년 제35차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록(심의의결서,공개,비공개).hwp

정치

2010 차이나 퍼즐

목 차 1.감사목적 1 2.감사기간 1 3.감사위원회 편성 1 4.감사대상기관 2 5.위원회별 감사일정(총괄) 3 6.감사진행 4 7.감사대상기관별 증인 등의 출석범위 5 8.위원회별 감사 사무보조직원 선정 6 9.감사결과 처리의견 7 10.기타 감사의견 9 11.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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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나우프로필의 이동형 대표 개편의 방향이 시민참여를 많이 하는 방향이라, 홈페이지 시안 이 매우 간편해져서 소통이 쉬워질 것 같다. 다만 웹보다 모바일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급증하는 추세이므로 이에 적합한 구조가 되도록 보장해야 한다. 소셜미디어전략연구소 배운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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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주안도서관 소식지_7호.in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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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위기, 함께 나서야 합니다 작년부터 여성가족위원회 활동을 하며 우리 사회 문제 중 위기 청소년에 대한 문 제가 심각함을 느끼고 이 문제에 대한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 습니다. 청소년을 보호하고 성장시키는데 있어서 가정에서 담당하던 청소년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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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때 앞좌석 의자의 뒤 쪽에 설치된 모니터를 보니, 내가 탄 비행기는 주인공 태민이 몸을 피신한 중국 베이징 상공을 날고 있었다. 이야기는 북경의 변두리에 위치한 북한 사람들의 해장국집으로 무대를 옮기 는데, 거기에서 태민은 여러 부류의 북한 사람들을 만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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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현직 부장판사가 네이버, 다음 등에서 기사에 악성 댓글 1만여 건을 단 사실이 드러났다. (출처 : JTBC, 상습적 악성 댓글 알고 보니 현직 부장 판사가, 2015년 2월 11일자)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을 가장 참여적인 시장 이자 표현촉진적인 매체 라고 했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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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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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중인 WADIZ 신혜성 대표님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대중들로부터 자금을 모을 수 있는 통로가 되고자 하는 와디즈! 와디즈는 사람, 지역,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펀딩을 진행하고 있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EBS 보고서 EBS 수능 연구(시범)학교 운영 현황과 과제 종 수업용 콘텐츠는 사교육 의존 심리와 매체를 통한 학습 효과에 대한 인 식 부족, 현장 교사들의 활용 인식 부족, 우수한 강사진에 대한 홍보 부족, 체계적인 방송 시청지도 미흡 등으로 인해 학교현장에서 효율

발 간 사 이단과 사이비 집단이 출몰하여 하나님의 교회를 흔들고 어지럽게 하고 많은 폐해와 혼란을 주었던 일들은 어제 오늘의 현상만은 아니었습니다. 신 구약시대에도 있었고, 초대교회 이후의 시대에도 많은 교회에 혼란의 소용돌 이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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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운문)_금상 일 기 서준호 (대전 한밭초등학교 1학년) 나는 1학년이다. 그림일기를 쓴다. 힘들다. 나는 일기를 쓴다. 오늘을 생각한다. 뭘 쓸까? 생각이 난다. 하지만 일기를 못 쓰겠다. 너무 힘들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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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룰 변경과 관련하여 사실과 다른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당대표 당선에 대한 자기편의적 단정을 방송한 해당 프로그 램에 대한 공정한 심의와 사과 및 정정 보도 조치를 요청한다는 민원에 대해 방송내용을 확인하고 논의한 결과, 진행자(장성민)와 출연자들(여상원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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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NATIONAL POLICE AGENCY 2011 제6장 안정된 사회를 위한 경찰활동 제1절 선진 집회 시위문화 조성 제2절 경찰의 각종 경비활동 제3절 테러 등 국가위기관리 역량 강화 제4절 국가안보 확립을 위한 경찰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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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수습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동안 우리가 세계적으로 높은 의료 수준이 라고 자부했음에도, 감염성 관리에 대한 문제를 넘어 본질적으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전반 에 대한 민낯과 속살을 보였다고 할 정도로 취약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드러냈습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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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뉴스종합 소상공인방송 2년 연속 공익채널에 뽑혔다 방통위, 사회복지 채널로 선정 300만 가시청 가구 추가 확보 소상공인방송이 2년 연속으로 공익채 널에 선정됐다. 소상공인방송은 소상공인 지원과 활성화를 목표로 지난 2009년 개 국한 소상공인 전문 방송이다. 소상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제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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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1

보 고 순 서 Ⅰ.2012년도 추진성과와 반성 3 Ⅱ.2013년도 정책여건과 목표 5 Ⅲ.2013년도 주요 업무계획 8 1.주요 시정(핵심 사업)의 전략적 통합 홍보 9 2.신문매체를 활용한 시정홍보 강화 10 3.방송매체를 활용한 시정홍보 12 4.옥외매체 활용 시정

주간 뉴스 일지

2016년 2월 3일(통권35호) 경제 제재는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의거한다. 미국이나 유엔제재에 발 맞추어 개성공단도 '잔업 금지 근무 시간 단축 가동중단 폐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동맹국인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 계좌동결을 비롯해서 북한과 거래

작은 눈을 크게 뜨고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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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뉴스종합 서산시, 전통시장 활성화 유공 대통령상 수상 평가를 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됐다. 서산동부시장 상인회와 전국 최초의 시 장정비사업, 상인 민자유치를 통한 수산물 전문식당가 건립, 시내 중심권의 친환경 공영주차장 조성, 문화관광형 시장 선정 및 자체 태스

포맷

2~7면

2 이달의 인물 청소년뉴스 3 [이달의 인물] EBS 장학퀴즈 우승 대아고 2학년 강찬우, 김도헌 도전하는 건 우리들의 특권, 시도하기도 전에 미리 포기하지 맙시다 혹시 장학퀴즈를 보신 적 있나요? 토요일 저녁 5시 30분, EBS 교육방송에서는 장학퀴즈가 시작됩니다.

평화도서관 2 평화책 작가 전시 7. 1~ 평화책 작가 전시를 준비하며 전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습니다. 전쟁을 겪지 않 은 세대도 어느덧 중년의 나이이고, 또 그들의 아이들 이 부모가 되었을 만큼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아 직도 두려움에 떠는 이들이 있습니다. 7

오비맥주가 국내 맥주 브랜드 최초로 개최한 EDM(Electronic Dance Music) 페스티벌 카스 블루 플레이그라운드. 지난 8월 14일 잠실종합운동장에 모인 약 3만여 명의 관객들은 새로워진 카스에 열광했다. 카스의 영 타깃 브랜딩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한 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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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 기고문

이 지금의 케이팝이죠. SM은 자신들의 독특한 색깔을 SNS로 퍼뜨린 것이고, YG는 솔직히 SNS에 별로 신경 안 쓰다가 가장 이득을 봤죠. 왜냐면 그동안 서구권 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 아할 수 있는 감각을 지금 갖춰버린 것입니다. 강남스타일이 처음 뜨게 된 것이 강

02 솔섬풍경 소식 NEWS 세계적 결혼 성지로 뜬 알펜시아 중국인 12쌍이 10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알펜시아는 이 번 중국인 커플 합동결혼식을 시작으로 세 계적인 결혼 성지로의 변신을 시도한다. 이번 웨딩행사는 최근 중국 젊은 커플들에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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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소집공고 (제5기 임시)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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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남유럽 국가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P) 는 재정적자 우려로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4월 27일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이어 28일 스페인의 신용등급이 하향 ㆍ그리스는 BBB+ 에서 투자부적격 수준인 BB+ 로 약 1개월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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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No.233 말씀의 방 말씀으로 함께 모인 젊은이, 여러분이 교회 마음으로 만나는 이야기 모든 것이 즐겁다 : 김선구 마태오 권두언 Empathy : 유인창 안사노 신부님 특 집 년 가을 직장인 만남의 잔치 (1) 여는 기사 당신의 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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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1회 전국 고교생 문예백일장 산문 부문 심사평 *당선자 : 장원-울산효정고등학교 이예슬 차상-수리고등학교 전하영 차하-안양예술고등학교 이본느 가작-은평고등학교 강보미 가작-고양예술고등학교 강보민 배우고( 知 ), 좋아하고( 好 ), 즐기며( 樂 ) 쌓아가는 삶의 피라미드! 단국대 제 31회 전국고교생 백일장 산문부 심사위원들의 가장 큰 아쉬움은 글제 삼각 형 을 해석하고 의미를 도출해내는 응모자들의 의식이 몹시 협소하다는 점이었다. 과반수 의 응모작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삼각김밥 에 관한 단상에 머물렀고, 나머지는 미리 연습한 작문에 삼각형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따라서 1차와 2차 심 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선발된 작품들의 공통점은 삼각형 에 대한 폭넓고 다양한 의미를 제시한 것들이었다. 사다리로 간판 작업을 하는 아버지를 가리켜 아빠의 직업은 삼각형 꼭대기에서 완성 되었다.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꼭대기에 달린 별처럼 아빠는 그렇게 삼각형의 일부였다 라 는 서술로 시작한 강보민(고양예고3)의 미덕은 은유를 적절히 사용하는 능력이었다. 강보 미(은평고3)는 글제의 영역을 가장 광범위하게 해석했다. 에베레스트 등반의 유일한 생존 자인 아버지에게 동반자들의 생사를 묻자 꼭짓점에 찍혀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한 것이라 고 답하는 장면은 개인의 욕망과 좌절을 짧지만 수준 높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본느(안양예술고3)는 둥글고 넓적한 얼굴 탓에 놀림을 받는 여학생의 콤플렉스를 설 득력 있게 드러냈다. 삼각형의 우아한 뾰족함을 갖기 위해 부족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성 형수술을 감행할 수밖에 없는 한 가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점이 강점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 또한 인상적이었다. 전하영(군포수리고3)은 고단한 가정의 현실과 고3 수험생의 고민을 수능 문제로 압축시 키는 시도 자체가 돋보였다. 18번 문제의 삼각형 위로 엄마 아빠가 모서리 두 개를 차 지하고 있었다. 마지막 모서리에 위에서 비틀거리는 나도 보였다. 불안하게 흔들리던 삼 각형이 내가 쓰러지기 무섭게 찌그러졌다. 순간 뚝, 하고 샤프심이 부러지며 마요네즈 냄

새가 코끝을 찔렀다. 이 문단을 보면 공감각적인 요소를 활용하여 심리를 드러내는 응모 자의 자질에 신뢰가 간다. 이예슬(울산효정고3)의 응모작은 섬세하고도 시적인 표현의 난만함을 보여주었다. 접근 은 편리하나 서로가 소외된 도시의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차가운 인간관계를 간결하게 형 상화했다. 그 소통과 단절을 입술 모양으로 상징하며 삼각형과 원형을 대비시키는 탁월한 능력에 심사위원 전원은 이 글을 장원으로 뽑는데 아무런 이의가 없었다.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는 서사력과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는 묘사력을 겸비한 것을 보면 짧지 않은 습작 의 시간을 가늠케 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문학 청소년들에게 새삼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젊음은 한 개인 의 나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이 만드는 것이다. 폭넓은 독서와 다양한 체험을 통해 창조적인 상상력과 그 나이에 부응하는 지성을 갖추기를 희망한다. 하루에 잠깐이라도 모든 SNS를 닫고 고독한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 역사상의 위대한 영감은 바로 그 고독한 시간에 발아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렇게 배우고 ( 知 ), 좋아하고( 好 ), 즐기는( 樂 ) 가운데 자신만의 웅장한 피라미드를 쌓아가기를 기원한다. *심사위원 강태식(소설가) 김설원(소설가) 서유미(소설가) 오주영(동화작가) 천재강(소설가) 해이수(소설가) 강상대(평론가,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박덕규(소설가.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최수웅(소설가.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장원 울산효정고등학교 3학년 이예슬 삼각형 딸랑이는 종소리에 퍼뜩 시집을 내려놓았다. 반듯한 유리문은 아직 흔들거리는데 안으로 들어왔을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벌써 가판대 사이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을 거였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이가 물건이든 무엇이든 골라내 앞에 내려놓고 딴청을 피우고 있으면 나는 그것을 집어 바코드 리더기를 댈 것이다. 2,900원입니다 따위의 말을 건넬 때엔 나를 위해 서, 또 그이를 위해서 일부러 먼 곳을 보듯 말했다. 그러면 그이는 나의 배려에 힘입어 지 폐를 지불했고 나는 동전 하나를 거슬러주며 그를 떠나보냈다. 동네 어귀에 위치한 우리 패밀리마트엔 단골이 많았다. 파란 유니폼을 일 년째 입은 지금 의 나는 구석에 시집 몇 권을 개켜두는 여유로움을 가지고 그들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나와 일 년이 넘게 마주하면서도 어색해하는 그들이 익숙했고, 그들도 그들이 문을 밀치고 들어 서면 재빨리 시집을 덮는 내가 익숙할 것이다. 그들의 동선은 항상 일정했다. 10시가 조금 넘으면 포니테일을 한 여고생이 샌드위치를 사갔다. 머리가 거의 다 벗겨져 음울해 보이는 중년 사내는 끼니때에 삼각 김밥 두 개를 사갔고, 남방을 둥둥 걷어 올린 노란 머리의 내 또래 남자는 시가 담배를 사갔다. 갓 상경한 것처럼 촌스러운 화장을 꽤 공들여 한 여자는 화이트 생리대와 아메리카노 캔을 사갔고, 예쁘장한 여자 하나는 생수며 라면 몇 봉지를 사 갔다. 일 년이 넘게 마주한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마냥 서로를 모른척했다. 그들은 공통적 으로 삼각 김밥이나 샌드위치 등 인스턴트식품을 사 먹었다. 그들이 계산이 끝난 후에도 재 빠르게 떠나지 않고 그것을 집어든 채 이것 좀. 하고 말꼬리를 흐리면 나는 눈치 빠르 게 그것들을 건네받아 내 뒤의 전자레인지에 넣는다. 웅웅거리며 그것이 데워지는 동안, 그 들은 메시지도 전화도 오지 않는 휴대폰을 괜히 만지작거리고, 나는 시집을 뒤적거린다. 적 당히 데워진 그 삼각형을 건네면 그들은 또 도망치듯 떠나간다. 가끔 나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이를테면 지구는 본래 태양의 애첩이었는데 점점 살이 쪄 내쫓기게 된 걸까 라거나 그런 지구의 설운 눈물이 바다가 된 게 아닐까 와 같은 생각. 그 리고 요즘은 내 손님들이 하나같이 삼각 김밥이며 세모난 샌드위치를 먹는 이유가 그들이 입이 삼각형이어서가 아닐까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언어능력도 퇴화되어 대화를 기피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뒤로 그들의 입이 세모나게 보인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하늘이 갑작스레 비를 뿌렸다. 소나기일 것이다. 평소처럼 봉지라면 을 계산하던 여자가 잠시 고민하다가 컵라면으로 바꾸었다. 지나가는 비겠죠? 맑은 목소리 에 처음으로 여자의 눈을 마주한다. 가슴이 이상스레 뛴다. 네, 그럴 것 같아요. 내가 우스 꽝스럽게 말을 쥐어짜자 여자의 입이 동그랗게 웃는다. 나처럼 동그란 입이 된 여자에게 컵 라면을 익혀 건네주는데 손이 떨린다. 읽는 내내 가슴이 간질거렸던 사랑 시 몇 구절이 머

릿속을 떠돈다. 유니폼을 벗고 퇴근하던 어느 날에 그녀를 마주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것은 그녀가 우리 구의 쓰레기봉투를 사가기 때문에 짐작하고 있었는데 그녀를 직접 보니 반가움이 일었다. 그녀가 아이시스 생수를 먹는다는 것이나 너구리 라면을 고집한다는 것, 매달 말이면 생리 대를 사가고 그것이 바디피트라는 것, 재료를 사가 요리하는 것을 즐겨한다는 것을 나는 알 고 있다. 나는 그녀를 안다. 안녕하세요, 말을 걸자 그녀는 멍한 표정을 한다.. 누구세 요? 그 네 글자와 동시에 동그랗던 그녀의 입이 점점 각이 진다. 나는 먼지처럼 작아져 횡 설수설한다. 저 저기 패밀리마트에 일하는데, 매일 시집 읽고요. 죄송하지만 그런 세세 한 것까진 기억이 잘. 나는 세모난 입을 한 그녀의 앞에서 떠나갈 수밖에 없다. 그녀는 나를 모른다. 어쩌면 나도 그녀를 모른다. 나는 손님이 되어 패밀리마트에 들어간다. 전혀 가정적이지 않은 모순된 패밀리마트에서 나는 물건을 내밀고 메시지도 전화도 오지 않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액정에 비친 내 입 은 삼각형이었다.(*)

차상 수리고등학교 3학년 전하영 삼각형 노릇노릇 구워진 식빵 위에 햄을 올린다. 달걀을 올리고 다진 양상추를 올린다. 마요네즈 를 뿌린 후 식빵을 한 장 더 덮는다. 네모 반듯한 그것의 귀퉁이를 사선으로 자른다. 두 개 의 말랑말랑한 삼각형을 종이에 싼다. 이 과정의 반복이 엄마의 하루 일과였다. 식빵을 굽고, 자르고, 굽고, 자르고. 엄마는 전철 역 한구석에서 쉴 새 없이 토스트를 만들었다. 엄마가 토스트를 구울 동안 아빠는 달리는 전철 안에서 여러 잡동사니를 팔았다. 손톱깎 이, 둘둘 말아서 다닐 수 있는 모자, 색색의 고무장갑, 뭐 그런 것들. 꽃무늬 앞치마를 두르 고 단돈 이천 원 을 외칠 아빠와 마주칠까 봐 나는 전철을 타지 않았다. 밤참이 생각날 즈음이면 퉁퉁 부은 다리를 한 엄마 아빠가 집에 돌아왔다. 내가 조그만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을 시간이었다. 조금만 더 고생혀. 너만 잘되면 소원이 없겄어. 내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는 투박한 손에선 마요네즈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피곤에 전 얼굴이 나를 바라보며 웃을 때마다 어깨가 무거웠다. 어느새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 다. 수능 전날까지도 나는 마요네즈 냄새를 맡으며 수학문제를 풀었다. 호스처럼 기다란 마요 네즈 통을 쭉 짜서 시그마와 리미트 기호를 저 멀리 날려버리는 꿈을 꾸다 보니 어느새 아 침이었다. 책상 위에서 눈을 뜨자마자 허겁지겁 교복을 주워 입고 집을 나섰다. 잘하고 오 라며 내 등을 토닥이던 엄마 아빠의 목소리가 귀에 달라붙었다. 시험지 위로 x 며 y 같은 기호들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었다. 그동안 만날 풀었던 문제들 인데도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설었다. 샤프 끝에서 답이 나올 듯 말 듯 우물쭈물 거렸다. 몇 번을 다시 풀어 봐도 내가 써낸 숫자들은 보기 란에 존재하지 않았다. 긴장감에 손이 떨려 숫자들이 퍼진 라면처럼 구불거렸다. 18번 문제에 그려진 삼각형 위로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엄마 아빠가 모서리 두 개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지막 모서리에 위에서 비틀거리는 나도 보였다. 불안하게 흔들리던 삼 각형이 내가 쓰러지기 무섭게 찌그러졌다. 순간 뚝, 하고 샤프심이 부러졌다. 어디선가 날아 온 마요네즈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오후 다섯 시, 굳게 닫혔던 교문이 열리고 교복 차림의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엄마 품으로 달려가 안기는 아이들 틈을 비집고 걷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 왔다. 볼을 때리는 칼바람이 매웠다. 이대로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우울한 마음과는 달리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배가 꼬르

륵거렸다. 마침 신호들 앞 건물에 토스트 가게 간판이 보였다. 기운 없이 신호등을 건너 토 스트를 파는 엄마와 다른 가게 토스트를 사 먹는 딸이라니. 코에서 웃음소리인지 바람 소리 인지 모를 것이 피식 새어나왔다. 주문한 토스트를 베어 물자 잘린 빵 사이로 햄이 힘없이 너덜거렸다. 우물거리는 동안 머 릿속에서 엄마 목소리와 아빠의 투박한 손이 빙글빙글 맴돌았다. 너만 잘되면 소원이 없겄어. 눈앞이 점점 흐려졌다. 어느 순간부터 토스트에서 짠맛이 났다. 유리창 밖으로 칼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차하 안양예술고등학교 3학년 이본느 삼각형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마취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느껴지는 고통이 엄청났다. 여 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특히 수술을 한 얼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따갑고 고통스럽다. 지금 내 얼굴은 붕대로 칭칭 감겨있다. 나는 손을 뻗어 더듬더듬, 붕대 위의 얼 굴을 만져볼 순 있지만 볼 수는 없다. 눈조차 뜰 수 없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이 번 수술을 통해 삼각형을 얻게 됐다. 아주 만족스럽다. 사람들이 삼각형을 아주 우수한 모양이라고 찬양하기 시작한 건 피라미드가 세워진 이후 부터였다. 각을 조금만 깎으면 둥그런 모양이 되고, 두 개를 이미 붙이면 사각형이 된다. 삼 각형은 모든 기본도형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삼각형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파라오는 삼 각형의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알리고 싶어서 피라미드를 세웠다. 전 세계 사람들은 피라미드 를 보기 위해 지금도 이집트로 향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삼각형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에 삼각형을 가지고 싶어 했다.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는지, 칼을 대서라도 각을 만들었다. 성 형외과 의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얼굴은 이목구비를 담는 그릇이므로 그 모양이 중요하다 고 했다. 쌍꺼풀이나 코, 광대를 수술하는 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모두가 의사들의 말에 동의하며 수술대 위에 올랐다. 이 시대는 삼각형의 우아한 뾰족함을 쫓고 있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각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 어떤 도형보다도 둥그렇고 넓적했다. 내가 태어날 때 나를 받아주던 의사는 아주 작은, 한 줌밖에 되지 않았던 나를 잡고 말했 다. 어머니, 제 생각엔 따님께서 각이 좀 모자라는 것 같습니다. 나는 그 말이 너무 슬퍼서 생의 첫 울음을 터트렸다. 응애응애 하고. 그 이후로 의사의 말은 예언처럼 들어맞았다. 크면서도 내게선 어떠한 각도 찾아볼 수 없 었다. 학교 친구들은 나를 놀려댔다. 아무래도 둥그렇기만 할 뿐인 너는 멍청해 보이고 둔 해 보인다고. 모두가 나를 만만하게 생각했다. 내 얼굴은 살집이 퉁퉁했다. 눈썹은 몇 개 되지 않아 존재감이 희미했고 쌍꺼풀 없는 작 은 눈은 세상을 볼 줄 아는 기능만을 겨우 수행했다. 옆으로 퍼진 코나 두꺼운 입술까지. 이목구비 중 어디에서도 각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친구들의 놀림에도 넌더리가 나고 나 스 스로에게도 화가 났다. 난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세상이, 피라미드가 미워지기도 했다. 왜 삼각형 같은 게 생겨나가지고는. 매일 학교에 가기가 싫다고 소리쳤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볼 때마다 내 얼굴을 갈기 갈기 찢어버리고 싶다고 울어댔다. 집에서 서울이란 거울은 모조리 다 치워봤지만, 효과는 없었다. 거울을 보지 않자 불안은 점점 가중됐다. 하루하루 더 둥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았

다. 나는 틈만 나면 사색이 된 채로 얼굴을 만져댔다. 엄마는 그런 날 보다못해 큰 결심을 했다. 가족이 그 결심에 동의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 간이 걸렸다. 끝까지 반대를 한 건 아빠였지만 문밖으로 나오지도 못하는 은둔형 외톨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걸 인식하자 마지못해 허락했다. 우리 집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하기 위해 모았던 돈을 전부 내게로 쏟아 붓기로 했다. 나는 얼굴을 꽁꽁 싸매고 병원으로 향했 고 이상적인 각을 내 얼굴에 이식하기로 했다. 쌍꺼풀과 코는 덤으로 겸사겸사 하기로 했 다. 그리고 수술은 무사히 끝이 났다. 나는 지금 내 얼굴을 감고 있는 붕대를 풀 준비를 하고 있다. 까끌한 붕대는 내 목까지 내려와 잘 감겨있다. 이 붕대 안에는 삼각형의 우아한 뾰족 함이 담겨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내 얼굴의 각이 인공적인지, 자연스러운지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다. 그저 각이 있기만 하면 된다. 성형외과 의사는 내 붕대로 손을 가져간다. 내 심장이 뛰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린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켠다. 붕대는 다 풀렸다. 나는 눈을 뜨기 두렵다.(*)

가작 은평고등학교 3학년 강보미 삼각형 8,848m의, 거대한 산봉우리를 오르던 아버지가 지상으로 내려왔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서였다. 하지만 무사히 산을 내려온 아버지의 표정은 어두웠다. 인터뷰 요청에도 거부했고, 오로지 집에만 가고 싶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결국,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와 말없이 세상과 연결하는 문을 닫았다. 이것이 진정 아버지가 원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단 지, 문을 닫을 때의 그 뒷모습이 쓸쓸했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아버지가 에베레스트를 오른 것은 불과 한 달 전이다. 평소 등산을 즐기던 아버지는 산악 대원들을 모아 에베레스트를 올랐다. 국내 최초의, 아마추어 산악대였다. 걱정과 우려 속에 에베레스트를 오른 산악대원들의 출발은 좋았다. 부상자도 없이 산 중턱까지의 등산이 무리 없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산을 코앞에 두고서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기후변화에 대원들과 연락이 끊긴 것이다. 사람들은 애써 기계 상의 문제라고 믿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열흘째 되던 날, 각종 언론매체는 대원들의 사망소식을 세상 밖으로 내보냈다. 그날의 우리 집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계속되 는 기후변화 탓에 시신조차 찾기 어렵다는 말을 듣자 우리 가족은 서둘러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다. 죽은 사람이 어차피 되돌아오기는 글렀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 때문이었다. 아버지 의 장례를 치르고 얼마나 지났을까. 세탁소를 가던 어머니의 휴대폰으로 아버지의 소식이 전해졌다. 어머니도, 어머니를 따라 세탁소를 가던 나도 믿을 수 없었다. 세탁물도 잊은 채 아버지가 발견된 곳에서 일하는 직원과 화상 전화를 시도했다. 작은 화면 속에 도저히 아버 지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몰골의 남자가 보였다. 추위에 피부가 상해있었고, 무척이나 야위 어 있었다.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우리는 비행기 표를 끊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망부석처럼 가만히 우리는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 니와 내가 다가가도 그 입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딱 한마디, 아버지가 꺼낸 말이라고는 가 자, 라는 말뿐이었다. 아버지의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산악대원들에서 들 을 빼야 하는 그 런 것이었다. 모든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고 우리 가족은 집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굳게 닫힌 방문을 가장 처음 두드린 것은 나였다. 대답조차 없는 방문 앞엔 가자, 에베레스트로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문을 열고 방 안을 둘러보자 아버지의 뒷모습 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 저녁 잡수세요. 아버지의 뒤척임이 느껴졌다. 이불 밑 으로 튀어나온 발이 꼼지락거리는 것 같았지만 썩어버린 발가락밖엔 없었다. 나는 방문을 열고 한참 동안 아버지와 단절된 세상을 연결시켜 주었다. 너, 삼각형 끝이 얼마나 뾰족한 지 아냐? 오랜 침묵 속에서 아버지가 처음 내게 꺼낸 말이었다. 나는 몰라요. 하고 짧게 대 답했다. 내가 아버지에게 정말 궁금한 것은 삼각형의 뾰족함이 아닌 다른 아저씨들의 소식 이었다. 왜 아버지 혼자만 오셨어요? 계속 이어질 것 같았던 대화가 멈췄다. 나는 대답 없

는 아버지의 등을 보며 다시 문을 닫았다. 서서히 닫히는 문틈으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 다. 꼭짓점에 찍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거다. 문이 닫혔다. 그 뒤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일찍이 방문을 열었지만, 아버지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신발장엔 아버지의 등산 용 운동화가 아닌 슬리퍼가 사라져 있었다. 썩은 발가락을 이끌고 아버지는 어디로 간 걸 까. 아버지의 발이 없는 등산용 운동화가 보였다. 운동화 끈이 풀려있었다. 아버지는 분명 꼭짓점의 끝으로 간 것 같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버지는 8,848m의 산 중턱에서 죽 어가는 대원들을 버리고 홀로 살아남았다고 한다.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아버지는 대원들조 차 살리지 못하고 도망쳤다는 사실에 부끄러웠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되돌아가 가족들의 꼭짓점이 될 자신이 없었던 게 분명하다. 나는 아버지를 따라 평평한 직선을 걸었 다. 저 멀리서 꼭짓점에 가슴이 콕콕 찔리는 아버지가 보였다. 8,848m의 거대한 꼭짓점이 었다.(*)

가작 고양예술고등학교 3학년 강보민 삼각형 아빠의 직업은 삼각형 꼭대기에서 완성되었다.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꼭대기에 달린 별처 럼 아빠는 그렇게 삼각형의 일부였다. 아빠는 사업이 두 번째 망하고서, 친구와 동업을 하기로 했다. 친구가 간판을 만들면 아 빠는 그것을 매달아주었다. 정확한 직업명조차 없는 직업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나는 절 대 안 된다고 아빠를 말렸다. 고소공포증이 조금 있던 아빠였다. 이 나이에 어디서 일자리를 구하겠어. 이거라도 감지덕지지. 너도 대학가야 하잖아. 대학이라는 소리에 나는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아빠는 쓴 미소를 지으며 창고에 있 던 낡은 사다리를 꺼냈다. 오랫동안 접혀있던 사다리는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펼쳐졌다. 아빠는 사다리로 더 완벽한 삼각형을 만들려고 했다. 한쪽이 더 벌어져 있거나 좁혀져 있으 면 아빠가 오를 때 아슬아슬하게 요동쳤다. 아빠에겐 완벽한 삼각형이 필요했다. 아빠는 꼬박꼬박 안전모와 목장갑을 챙겼다. 크레인으로 간판의 위치를 정하면 아빠는 사 다리 위에서 조명을 점검하고 간판을 고정시켰다. 감전이라도 될까, 떨어지지 않을까, 언제 나 두려웠다. 남들보다 위에 있는 걸 원하던 아빠였다. 돈을 많이 벌어서 더 높은 곳에서, 더 높은 아파트 빌딩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자. 아빠는 항상 말했다. 사다리 사이로 넘나드 는 사람들을 보며 아빠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빠의 사업이 망하고서 나는 학원, 독서실 모두 끊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했다. 여느 때처럼 집에서 복습을 하고 있는데 아빠가 돌아왔다. 아빠의 얼굴은 불콰했다. 오는 길에 한잔 걸친 것 같았다. 우리 집에도 간판이나 달까? 아빠는 바닥에 드러누우며 말했다. 아빠가 나에게 가까이 오라며 손짓했다. 나는 책을 덮 고서 아빠에게로 다가갔다. 간판 다는 일을 하고서 손바닥에 굳은살이 많이 늘었다. 간판이 말이야, 새 출발 아니야. 그 치? 우리 집에도 새 간판을 달고, 새 출발을 하는 거 야. 예전처럼. 느이 엄마 살아있을 때를 기점으로. 아빠는 횡설수설했다. 나는 그런 아빠는 몸 위에 이불을 덮어주었다. 미안해. 아빠는 어쩌면 삼각형 꼭대기가 아닌 도망갈 수도 없는 꼭짓점으로 내몰린 것이라는 생각 이 들었다. 다음날 학교에 있는데 급하게 연락이 왔다. 아빠가 크게 다쳤다는 것이었다. 나는 연락을 받자마자 아빠가 있는 병원으로 급히 달려갔다. 삼각형의 꼭짓점으로, 꼭짓점으로 내몰리던 아빠는 더 이상 자리할 곳이 없었다.

아빠는 사다리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빠는 팔 한쪽, 다리 한쪽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자고 있었다. 안전모를 쓰고 있어, 크게 머리를 다치지는 않았다고 했다. 나는 천천히 아빠에게 갔다. 아 빠의 붕대감긴 다리를 어루만졌다. 반대쪽 다리엔 크게 멍이 들어있었다. 멍은 꼭. 삼각 형 모양이었다. 나는 찌그러진 삼각형의 맨 위에 검지를 대 보았다. 찌그러져 있어도 삼각 형의 끝은 어쨌든 뾰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