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술 교 육 논 총 Art Education Research Review 2012 제26권 1호 1-28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미술문화 진화의 관계성 탐구 - 창의성의 구성요소와 전통미술을 중심으로- 1)김 혜 숙* < 요 약 > 창의성의 구성요소인 영역, 장, 개인의 관계를 조선시대 미술가, 미술계, 미술문화 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작품세계 구현에도 이러한 요소들이 긴 밀하게 작용함을 이해하게 된다. 조선시대 미술가들의 조형언어와 창의적 사고는 개인 의 경험, 관찰, 유추, 노력과 집념 등과 관계가 깊으며 동시에 동시대 미술문화를 양산 하고 발전시키는 진원지이다. 여기에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화보와 미술정보, 수집가 들의 후원과 매입, 미술계의 참여는 긴밀하게 미술가의 성장과 작품세계 형성에 영향 을 주면서 미술문화를 진화시킨다. 미술과 수업에서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촉진하고 시각언어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체험과 관찰, 유추 등을 활용한 여러 가지 학습활동과 함께 미술가, 미술문화에 대한 소개와 정보가 다양하게 제공되 어야 한다. 주제어: 창의성의 구성요소, 창의적 사고, 미술계, 미술문화 Ⅰ. 서 론 오늘날 우리들의 삶은 기계화, 문명화되고 현대화되면서 비행기로 여행하고 컴퓨터 로 모든 것을 검색하고 정보를 수집하면서 생활하지만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걸어 서 여행을 하고 집에서 가축을 기르며 그러한 것들이 그림의 소재로 다뤄졌다. 작가들 * 춘천교육대학교 교수
2 미술교육논총 2012 제26권 1호 은 이런 소재들을 시각화, 조형화하면서 임의적으로 이미지를 과장, 축소, 생략하고 배치, 배열한다. 미술교육에서 창의성에 관한 연구는 1940년대 로웬펠드와 브리테인 (V. Lowenfeld & W. L. Brittain)의 Creative and Mental Growth를 기폭제 로 하여 미술교육가, 미술교육연구가, 미술교사 등에 의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으며 많은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런 연구결과는 초 중등 미술수업에서 학생들의 창 의적 사고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적용하는데 기여한다. 오늘날 학교는 학습을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학교는 더욱 엄격해야 하며 학생 들이 더욱 많은 것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미래의 학교는 학습의 장일뿐만 아니라 사고를 증진시키는 장이 되도록 고안 되어야 한다(Torrance, 1995/2005: 19). 학교의 미술수업은 미술활동을 위한 학습의 장이면서 창의적 사고를 증진시키는 장이 되어야 한다. 미술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학습활동을 시도하며 시각언어 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뿐 아니라 어제와 오늘의 미술문화를 이해한다. 그러나 학생들 의 향유하는 문화나 환경이 예전과는 다르다보니 어제의 미술문화에 대한 이해는 피 상적이며 미술가들의 작업태도나 노력들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미술에서 창의성을 촉진하는 구성요소로 미술 영역, 미술계, 미술가 등이 있다. 즉 미술가 개인의 삶과 환경, 가치관, 미술인과의 관계, 미술계의 흐름, 미술정보 수집, 수집가들의 후원과 매입 등 모든 것이 상호 작용한다. 또한 창의적 문제해결법으로 활 용되는 방법들은 최근에 많이 연구되고 있으며 어제의 미술에서도 유사한 방법들이 많이 활용되었다. 창의적 문제해결법으로 사용되는 브레인스토밍, 연상법, SCAMPER 기법(substitute, combine, adapt, modify, put to other uses, eliminate, reverse), PMI기법(plus, minus, interesting point), 강제관련법(forced relationship), 비유법(analogy metaphor) 등은 미술의 일반적인 원리로 동서고금의 작가들에 의 해 활발하게 활용되었으며 전통미술에서도 그대로 내재되어 있다. 어제와 오늘의 미 술문화는 실타래처럼 서로 연결되어 미술문화를 진화시킨다. 미술문화의 진화과정에 서 작품에 보여 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세계화, 국제 화, 지구촌 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어제의 삶의 형태 모습과는 차이가 있 다. 과학기계문명과 컴퓨터가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세계 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하는 지금의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예술의 조형방식은 예 전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문명화가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할뿐이지 실 제적인 삶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미술에서 매체와 표현방 법, 미술양식, 조형어법 등은 다양하게 발전하였지만 미술에 내재된 근원적인 것들은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미술문화 진화의 관계성 탐구 3 어제와 오늘의 미술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창의성의 구성요소와 관련하여 다양하게 연구가 진행될 수 있다. 미술가를 중심으 로 미술 영역과 미술계를 종합적으로 조명하거나 또는 전체를 중심으로 미술계, 미술 영역, 미술가를 개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전통미술에서 보여 지는 미술품과 미술가, 미술계의 관계를 몇몇 작품과 작가로 제한하여 관찰, 유추를 중심으 로 전통미술문화에서 오늘날 논의 되고 있는 SCAMPER기법, PMI기법, 연상법 등 이 어떻게 우리 미술품에 내재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미술정보수집 및 미술문화의 진 화에 대해 알아본다. Ⅱ. 창의성의 구성요소와 인지적 사고 1. 창의성의 구성요소 창의성은 세 가지 주요부분으로 이루어진 체계의 상호관계를 통해 관찰된다. 칙센 트미하이(M. Csikszentmihalyi)는 창의성을 촉진시키는 성향으로 문화, 현장, 그 리고 사람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영역(domain), 장(field), 개인(person) 세 요인으 로 설명한다. 첫째, 영역은 일련의 상징적 규칙과 절차로 이루어진다. 영역이란 우리 가 보통 문명이라고 부르는 특별한 공동체나 인류 전체가 공유하는 상징적 지식을 말 한다. 둘째, 장은 활동현장을 말한다. 현장에서 하는 일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창작물 을 그 영역 속에 포함시킬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각예술의 현장은 미술교사, 미술관장, 미술수집가, 비평가, 문화를 관장하는 재단과 정부기관들 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현장에서 새로운 미술작품을 인정하고 보존하며 평가한다. 셋 째, 개인이다. 창의성은 어떤 사람이 미술, 음악, 수학과 같은 주어진 영역의 상징을 사용해서 새로운 사고나 새로운 양식을 발전시키면, 적절한 현장이 그러한 새로움을 선 택해서 관련영역에 포함시킬 때 가능해진다(Csikszentmihalyi, 1996/2003: 31). 영역, 장, 개인의 관계는 미술과수업에서도 의미 있게 작용한다. 학교의 미술수업에 서 깊게 관여된다. 미술교과서를 통해 만나는 미술품들과 미술관전시를 통해 만나는 미술품들, 지역미술문화를 통해 만나는 미술품들을 통해 작가를 만나고 미술계의 참 여를 인지하게 되며 미술문화의 흐름을 이해하게 된다. 이런 요소들은 학생들에게 미 술문화를 인지하고 향유하면서 다양한 상징 언어와 기호를 활용하여 창의적 산출물을
4 미술교육논총 2012 제26권 1호 만들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학고 수렴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를 자극한다. 학생들은 미 술교과서를 토대로 미술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고 미술가와 미술계와의 관계를 이해하 며 미술활동을 통해 이런 관계들의 구조를 파악한다. 더 나아가 학생개개인의 미적 체 험과 미술관 관람, 미술문화와 개인문화와의 관계 속에서 시각언어에 대한 창의적 사 고를 형성한다. 학생들이 미술교과서와 미술관 박물관에서 만나는 미술가들은 미술가 로서 성장하고 활동할까? 미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미술적인 재능도 있어야 하고 미술 대학을 진학하거나 외국유학을 가기도 하고 미술계에서 미술가들과 폭넓은 교류도 해 야 한다. 미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미술계 에 종사하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계 맺기는 미술계의 흐름 안에서 자신의 활동반경 을 넓히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런 관계적인 것 안에서 미술가로서 역량이 발휘되고 작품성과 작품세계는 동시대의 문화를 양산하기도 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낸다. 미술가가 자신의 작품세계에 안주하며 노력을 게을리 하거나 또는 작가들과의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거나 소홀히 하면 미술가로서 활동이 위축되거나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다. 미술가의 창의성을 촉진하는 구성요소로서 이런 세 가지 요소들은 깊게 상호 작 용하며 내적동기와 외적동기로 작용한다. 미술에서 창의적 사고는 큰 시각에서 살펴 보면 개인의 소질과 재능, 경험과 관찰, 유추의 강화를 통해 개발되며 물질적 환경적 혜택에 의해 좀 더 여유롭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 그리고 미술 분 야에 있는 사람들과 교감하고 교류하면서 인정받는 것들이 관여된다. 이런 여러 가지 요소들이 직 간접적으로 관여하면서 미술가들의 창의적 사고는 길러지고 미술표현은 확장되며 미술문화는 새롭게 계승 발전된다. 2. 창의적 행동과 인지적사고 미술에서 창의적 표현을 하기위해서는 관련지식이 필요하다. 창의적 행동은 미술적 지식과 관계가 깊다. 미술적지식이 없으면 어떤 것을 만들어내기도 어렵고 성취하기 도 쉽지 않다. 미술활동을 하면서 한국화작업을 하던, 조소작업을 하던, 디자인작업을 하던 많이 하면 할수록 관련된 미술적 지식이 많아지고 깊어진다. 또한 모험적인 시도 를 통해 상상력과 사고력이 개발되고 형성된다. 미술작업을 통해 발산적 사고가 형성 되고 만들어진 결과물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수렴적 사고가 형성된다. 발산 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는 균형을 이루면서 창의적 행동과 사고에 기여한다. 미술의 창 의적 행동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구조적으로 상보되어야 한다.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미술문화 진화의 관계성 탐구 5 미술에서의 창의적 행동과 사고의 도구는 미술적지식이다. 경험들을 어떻게 주 제에 맞게 구조화하고 조형요소와 원리들을 배열하고 배치하는가, 삭제하는가, 과장하는가 등이 모두 미적안목과 미적지각 등과 관계가 깊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시각화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한다. 시각언어에 대한 이해가 형성 되어야지만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미술적 지식이 생명력 있고 살아있는 지식이 되도록 구조화되어야 한다. 미술수 업에서 배운 많은 지식들이 상호 연계되고 연결되어야지만 이를 활용한 미술표 현이 용이해진다. 미술의 창의적 사고는 다양한 정보들을 활용하여 표현된다. 창의적 사고가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조형적으로 어우러지거나 짜임새가 있어 야 하며 그를 통해 표현의도가 제시되어야 한다. 미술적인 지식과 개인의 상상력 이 어우러지면서 작품은 생명력을 지닌다. 상상력은 표현활동을 하면서도 지속 적으로 전개가 되며 지식을 연결하고 종합한다. 이런 것들에 의해 미적안목과 미 적 앎이 형성된다. 미술가들은 작업을 하면서 재료나 표현방법 등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다 양한 경험을 통해 안목을 넓히고 스스로에게 자극과 동기를 부여하면서 작업을 시도 한다. 여기에는 미술가의 인지적, 성격적, 동기적 측면들이 모두 관여한다. 작품을 하 면서 모험적이 되기도 하고 집중하면서 섬세해지기도 하고, 관습적이기 보다는 도전 의식이 강하다. 미술가들은 물감으로 흙으로 종이로 작업하면서 작업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씨줄 날줄로 교차되며 작가개인의 지평을 넓히고 세상과의 교감하게 된다. 작 품을 통해 작가개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한편으로 세상과의 교류를 시도하고 그것 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생성해낸다. 이런 과정에서 작가는 내재적 동기가 되 는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깨닫게 되고 기쁨과 즐거움을 경험한다. 동시에 작품에 의해 형성되는 지위, 명성, 경제적 부 등에 의한 외재적 동기가 형성한다. 인지적 접근법에서는 창의성을 하나의 인지적 과정으로 보고 문제해결과정과 통찰 을 주로 다룬다. 와이스버그(Weisberg, 1995)는 창의적인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 과 비교해 볼 때, 전문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고 또한 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것이 특징임을 지적한다. 이들은 오랜 시간 고된 노력을 계속하여 자기분야에서 철저 한 전문가가 된다. 그런 다음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작품이나 접근법을 창조해낸다. 핀케(Finke, 1995)는 평범한 사고와 창의적인 사고를 구분시
6 미술교육논총 2012 제26권 1호 켜 주는 것은 통찰이라고 말한다. 창의적 사고에는 수렴적 통찰과 발산적 통찰의 두 가지 유형이 있다(김영채, 2006: 17). 수렴적 통찰(convergent insight)에서는 산발적인 자료들을 수렴적으로 통합 하여 하나의 전체적인 형태 또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발산적 통찰(divergent insight)에서는 어떤 특징의 형태나 구조에서 벗어나 새 로운 종류의 형태나 용도를 탐색한다. 그리고 창의적 사고를 위한 창의적문제해결법으로는 브레인스토밍, 연상법, 체크리스 트, PMI법(plus, minus, interesting point), 강제관련법(forced relationship), 비유법(analogy metaphor), SCAMPER기법(substitute, combine, adapt, modify, put to other uses, eliminate, reverse)등을 활용한다. 이런 방법들은 오늘의 미술뿐만 아니라 어제의 미술에서도 많이 활용되었다. 미술가들은 작품을 하 면서 사실적, 심상적, 추상적 이미지들을 화면공간에 배열하고 배치하며 때로는 제한 하면서 작업한다. 작품에 대한 창의적 사고는 미술가의 호기심, 관심, 도전, 노력 등 에 따라 달라진다. 생활 속에서 보여 지고 경험되어지는 것들을 어떻게 작업하는가, 무엇을 담아내는가 하는 것은 곧 작가의 시각언어가 되며 작품세계가 된다. 따라서 미 술가 스스로 경험에 대해 열려있고, 주변 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작업과정에서 내적 외적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Ⅲ.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 관찰, 유추, 형상화 그리고 노력 1. 경험과 관찰 시각언어는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들이 표현능력과 결부되며 서로 관계없는 것들을 관계 지워지고 그런 상황을 연출하며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형태를 제시한다. 여기 에는 과제수행과 실험정신 등이 동반되며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 도전정신, 노력 등 이 동행한다. 미술표현은 이미지의 형상화 또는 이미지의 구현을 위해 많이 보고 관찰 하고 경험되어야 한다. 이런 경험들은 상상 속에서 상호 결합하면서 창의적인 사고를 하도록 뒷받침 해준다. 예컨대 수묵담채로 산수화를 그리면서 산과 나무, 계곡을 어떻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미술문화 진화의 관계성 탐구 7 게 배치하고 먹의 농담을 처리하는가, 붓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어떤 필법을 사용하는 가 하는 것들은 오랜 경험과 숙련에 의해 이루어진다. 공간을 보는 것, 또는 공간속에 서 형상을 읽어내는 것은 모두 지각, 관찰, 유추와 관계가 깊다. 그 과정에서 감정과 정서가 이입되거나 정제된다. 콜링우드(R. G. Collingwood)는 예술의 본질은 정서 의 표현이며 예술가가 표현하는 정서는 대중과 공유하는 정서이지 완전히 자기의 사 적이 정서가 아니라고 한다. 예술가의 정서는 개인적인 것이기보다는 대중과의 관계 에 의해 형성됨으로 공적인 것이라고 한다. 정서는 경험에 의해 형성되며 경험은 심적 단계, 상상적 단계, 그리고 지성적 단계로 구성된다. 그 중 상상적 단계와 지성적 단 계는 앎 의 단계에 속한다. 표현에 있어서 감각이나 인상은 심적 단계에 해당되고, 관 념이나 이미지는 상상적 단계에, 그리고 개념은 지성적 단계에 해당된다(Basin, 1979/1996: 139). 미술가의 정서와 시각언어는 심적, 상상적, 지성적 요소들이 상 호 통합되면서 개인적인 것이기보다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게 되고 상호공유 하게 된다. 다음은 전통미술문화에서 보여 지는 미술품을 실례로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조형 언어에 대해 살펴보자. 신사임당(1504년 1551년)의 <초충도>는 오랜 기간 사랑받 고 있는 작품이다. 여성적인 섬세함도 있지만 해학과 절제가 돋보인다. 그 중 <수박과 들쥐>는 수박밭에서 수박서리하고 있는 들쥐의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각각의 사물들 이 적절하게 배치되면서 사실성과 유머스러움이 배가한다. 수박의 형태와 모습, 넝쿨, 수박줄기에 매달린 수박 꽃, 나비, 파랭이, 그리고 그 아래 들쥐 두 마리가 야금야금 수박을 먹는 모습은 그대로의 모습이기 보다는 과장과 생략 등을 적절하게 적용하면 서 각각의 사물을 절묘하게 배치하면서 사물의 특성을 나타내었다. 실제로 밭에 있는 수박의 넝쿨은 흐트러져있지만 그것은 모두 담아내기보다는 절제와 여백을 통해 그러 한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다. 다 그리지 않더라도, 다 담아내지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그 런 모습이 제시되고 그려지는 것은 수박밭의 모습과 이미지, 개념 등이 어우러지면서 수렴적 통찰과 발산적 통찰이 통합되고 미술적 지식이 어우러지면서 경험으로 환원된다. 김득신(1754 1822)의 <야묘도추>는 마당에서 일어난 재미난 사건을 다룬 것으 로 가마니를 짜다가 병아리를 나꿔채어 달아나는 도둑고양이를 보고 놀라서 소리치는 노부부의 모습이 정감적이면서 해학적으로 표현되었다. 지금은 시골에 가도 마당에 놓아기르는 닭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지만 예전에는 마당에 닭을 기르는 집들이 많이 있어 이런 정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도둑고양이가 꼬리를 올리며 약 올리듯 뒤돌아 보며 달리는 모습이나 어미닭이 놀라 퍼드덕 거리는 모습, 병아리들이 혼절한 모습들
8 미술교육논총 2012 제26권 1호 이 실제적인 관찰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한 노부부가 마루에서 뛰쳐나오며 넘어지는 모습도 실감나게 표현되면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어미닭과 병아리들을 화선 지 공간에 배치하면서 어디에, 어떻게, 어떤 이미지로 그릴 것인가 하는 공간창출은 작품 구성의 기본이다. 이 작품은 있는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공간의 절묘한 배치 를 통해 해학성이 뛰어나다. 작가는 사물을 배치하면서 필요에 따라 더하기도 하고 빼 기도 하면서 적절한 공간배치를 통해 한가하면서 마당에서 일어난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 신사임당(1504-1551). 수박과 들쥐. 종이에 채색. 33.2 28.3cm. 조선./김득신(1754-1822). 아묘도추. 수묵담채. 22.5 27.1cm. 조선후기. <그림 1> 수박과 들쥐/야묘도추 또 다른 예를 들면 고려시대에 제작된 <청자참외형병>도 형태를 보면 쉽게 참외형 태와 꽃의 모습을 읽을 수 있는데 그 당시 관요나 도자기 공방이 있던 주변의 밭에서 기르던 참외모습과 꽃의 형태를 보고 도공이 흥미와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시도되었을 것이다. 참외형태와 꽃의 모습을 관찰하고 지각하면서 형태를 유추하고 나름대로의 노력과 시도를 거치면서 도자기의 귀와 목을 어떤 형태로 어떻게 할 것인가, 받침대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등 나름대로의 상상력과 수많은 실험 및 시도에 의해 완성된다. 이인문의 <연화도> 역시 여름날 연지에 가득 피어있는 연잎과 연꽃들을 끊임없이 살 펴보고 관찰해야지만 가능하다. 크고 작은 잎들 중에서 어떤 것을 취사 선택 할 것인 가 연꽃 중에서 활짝 핀 것과 봉우리만 있는 것,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것들 중에서 작가는 화폭에 변화를 주면서 연잎대는 휘어지고 연꽃대는 비스듬히 서있는 자연스런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청자음각연판문주전자> 역시 음각으로 처리한 주전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미술문화 진화의 관계성 탐구 9 자이지만 주전자에 어떻게 연꽃문양을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꽃이 미지를 보며 연구하고 유추하고 시도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사물을 어떻게 보는가, 지 각 하는가 그리고 관찰, 경험 등은 작품을 제작하는데 심적, 인지적, 정서적으로 긴밀 하게 연결된다. 경험과 관찰을 통해 인식된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작업하는 과정에서 배열하고 축소하고 과장하고 조직하고 변형하고 새롭게 결합하고 접목하는 것들은 동 시에 이뤄지고 진행된다. 실제적인 경험은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변형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며 이런 창의적 사고는 모험심에 의해 새롭게 재탄생된다. 변형능 력(transformation)이란 어떤 한 가지를 보고서 다른 가능성을 지각할 줄 아는 능력 이다. 이 능력에는 시각화, 상상 및 유추능력 등도 포함된다. 길포드(Gilford, 1967) 는 변형이란 알고 있는 정보를 새로운 어떤 것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라 정의한다. 새로 운 어떤 것으로 전환시킨다는 말은 가지고 있는 의미, 중요성, 용도, 해석, 분위기, 감 각양식 또는 모습을 새로운 어떤 것으로 바꾸어 보는 것을 말한다(김영채, 2006: 145). 청자참외형병. 12세기. 고려인종장릉출토. 22.8cm. 고려./이인문(1745-1821). 연화도. 지본담채. 23.6 28cm. 조선./청자음각연판문주전자, 고려 12세기. <그림 2> 청자참외형병/연화도/청자음각연판문주전자 2. 유추와 상상 시각적 이미지를 형상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체험과 경험이 전제되며, 미술표현은 재료를 활용하여 이런 형상화된 이미지를 시각적 이미지로 전환한다. 전환하는 과정
10 미술교육논총 2012 제26권 1호 에서 작품에 감정이입을 하거나 감정을 정제하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대상과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몰입이 되고 은연중 의도했던 것들이 제시된다. 미술가들은 오감을 통 해 느낀 감정이나 생각들을 시각화하면서 대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거나 은유적으로 또는 유추나 연상을 하며 이미지를 표현한다. 유추란 물질이나 대상에서 어떤 기능적 유사성이나 내적 관련성을 파악하고 읽어내는 것이다. 미술가가 종이에 그리거나 돌로 쪼거나 또는 흙으로 빗으면서 이미지를 형상화할 때 그냥 막연하게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종이에서, 돌에서, 흙에서 이미지를 유추하여 형상화한다. 재료로부터 어떤 이미지나 사물이 유추될 때 작업은 시작된다. 미술가들은 눈앞에 이미지가 보이기도 하고 재료 속에서 이미지를 읽어내기도 하며 더러는 유추하면서 작업한다. 유추에는 직유(simile)와 은유(비유, metaphor)가 있 으며 유추된 이미지를 통해 의미와 상징을 담아낸다. 또한 유추의 한 방법으로 각기 다른 이미지를 조합해서 또는 친근한 것을 낯선 것으로 만드는 결부법이 있다. 결부법 (synectics)에는 개인적 유추, 직접적 유추, 상징적 유추, 환상적 유추 등 네 가지가 있다(김영채, 2006: 260-262). 개인적 유추(personal analogy)는 문제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하여 자기 자신 을 문제에서 다루고 있는 대상이 되어 감정과 정서를 유발하고 스스로 어떻게 느 끼고 행동하는지를 상상한다. 직접적 유추(direct analogy)는 현재의 문제와 비슷할 수 있는 사실, 정보 또는 기술들을 비교해보고 해결에 대한 시사를 얻기 위한 기법이다. 상징적 유추(symbolic analogy)는 문제를 기술해보기 위하여 객관적 및 개인 적 이미지를 이용한다. 환상적 유추(fantasy analogy)는 창의적 사고와 소원성취는 밀접하게 관련되 어 있다는 프로이드의 이론에 기초한다. 예컨대 예술가는 어떤 창의적인 욕구를 가진다. 그런데 그러한 욕구는 결국에 가서는 예술작품으로 번역될 수 있는 어 떤 것을 소망함으로 드디어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소망 성취적 욕구를 가져봄으 로써 창의적 사고가 촉진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미술문화 진화의 관계성 탐구 11 운용도. 종이에 채색. 103.0 61.5cm. 조선./백제금동대항로. 백제 6세기. 높이 61.8cm./귀면전돌. 15cm/용모양토우. 신라. 9.2cm. 통일신라. <그림 3> 경복궁근정전의 12지동물상(일부)/용 이미지의 다양한 사례 유추와 관련하여 경복궁 근정전의 <12지동물상>과 <용>의 이미지를 실례로 살펴보 자. 경복궁 근정전의 앞뒤, 좌우에 모셔진 12지동물상은 화강암으로 조각된 것이다. 조각가는 주어진 직사각형의 화강암 형태에서 동물의 형상을 읽어내기 위해 많은 고 심을 했을 것이다. 12지신상을 만들기 위해 12지신상의 의미와 상징을 연구하고 동 물의 모습을 어떻게 형상화하는가? 조각가들은 동물의 크기와 모습에 따라 조금씩 변 화를 주어 다양하게 해학적으로 동물의 형상을 사각기둥의 화강암에 담아내었다. 사 각기둥에서 12지동물의 모습을 읽어내고 조각하는 조각가의 미적안목과 통찰, 지각, 직관 등은 놀라우면서 흥미롭다. 조각가들은 동물의 형상을 읽어내면서 어떻게 동물 을 안치할것인가? 어떻게 앉아있는 모습을 형상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수없이 화강암을 보며 동물의 형상을 읽어내고 유추하였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돌 에서 동물의 형상을 읽어내는 것에는 조각가의 경험과 예리한 통찰, 직관, 미적안목
12 미술교육논총 2012 제26권 1호 등이 작용한다. 동물의 형상은 과장과 생략, 단순함을 지향하면서 해학적이며 정감적 이다. 결부법의 실례로 용의 모습을 보자. 특히 용은 낙타의 머리, 사슴의 뿔, 뱀의 몸통, 사자의 머리털, 물고기의 비늘, 매의 발톱, 소의 귀, 토끼의 눈, 범의 발바닥, 큰 조개 의 배 등 10개의 동물의 부위 일부를 강제로 결부하여 만들어진 상상의 동물이다. 용 은 민화에서, 향로에서, 전돌에서 그리고 토우에서 각기 다른 모습과 형태로 이미지화 되고 형상화되었다. 용의 모습은 상황과 쓰임에 따라 용도에 맞게 역동적인 형태로 형 상화하거나 과감하게 생략되면서 다양한 이미지로 제작되었다. <운용도>는 구름을 타 고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그린 반면 <백제금동대향로>는 향로를 받치고 있는 용의 모 습을 형상화하였다. <귀면전돌>은 용이 포효하는 듯한 모습으로 역동적으로 표현되었 고, <용모양 토우>는 오히려 모든 것을 과감하게 생략하며 최대한 단순함을 지향한다. 용도와 쓰임에 따라 종이에서, 금동에서, 전돌에서 각기 다른 용의 모습을 유추하고 상상하며 형상화하는 것은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이자 상상력이며 여기에는 미술가의 경험과 지식, 창의적 행동 등이 직 간접적으로 깊게 관여된다. 3. 노력과 집념 오늘날 많은 작가들이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고 자극을 받듯이 예전의 작가들도 산 수 유람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간혹 감흥을 일으키는 풍경을 만나면 그 자리에 서 스케치를 하고 그것을 토대로 작업을 하였다. 좋은 경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외경심을 갖게 한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야겠다는 도전의식을 심어준 다.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는 대부분 작업실에서 실현되고 완성되지만 이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많이 여행하고 견문을 넓혀야 한다. 여행을 통해 새롭게 사물을 발견하고 이 를 응용할 수 있는 안목과 도전의식이 형성되며 또한 미지의 여행은 자신을 새롭게 만 든다. 조선시대 작가들 중에서 산수 유람을 떠나고 여행 중에서 본 자연의 모습을 작 업하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현한 작가들이 많다. 산수화는 풍경, 경치, 경관, 승경 등의 자연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오래전부터 다 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형호는 일찍이 산수화를 창작하는데 있어서는 기( 氣 )와 질 ( 質 )이 모두 성( 盛 )해야 하니 단지 자연물의 형( 質 )만을 표현해서는 아니 되고 신 ( 氣 )을 표현해야 된다 고 말하였다( 葛 路, 1997: 264). 곽희는 실컷 유람하고 실컷 보는 것보다 큰 것이 없으니 경험한 바가 많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연미를 재현할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미술문화 진화의 관계성 탐구 13 때는 반드시 취사선택하여 산천의 정수를 그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지도를 그리는 것 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곽희, 2003: 21). 동기창은 산수에 대한 경험과 가슴속의 터득을 중시하면서 관찰을 익숙히 하면 절로 전신이 된다 하였고 전신은 반드시 형을 통해야 하며, 마음의 능력과 실제적 재주가 결부되어 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하였다 (고연희, 2001: 178). 산천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예를 들면 계절 에 따라서 그리고 바람과 빛에 따라서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화폭에 담 아내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체험과 관찰, 사유 등이 전제 되어야 하며 화면의 시점 변 화가 요구된다. 산수화와 함께 풍속화 또한 서민의 생활모습을 그려내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많 이 경험하고 관찰해야 한다. 세시풍습, 주거생활, 민속놀이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 식은 이미지를 유추하고 상상하는데 도움을 준다. 산수화나 풍속화에 있어 풍경이나 사물을 보는 시선은 그 위치에 따라 올려보고, 내려보고, 바라보고, 언뜻 보고, 지나 쳐보고, 넘어보고, 사이로 보고, 마주보게 된다. 이런 시선의 변화에 따라, 그리고 대 상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따라 그림의 구도와 내용이 결정된다. 또는 각기 다른 시 점에서 본 것들을 서로 조합하거나 결합하기도 한다. 윤두서, 정선, 김홍도, 장승업 등의 작업태도, 작품의식, 노력과 열정 등을 간략하 게 살펴보자. 공재 윤두서(1668-1715)는 중국문인화와 실학사상의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말을 잘 그렸으며 말을 그릴 때에는 마구간 앞에 서서 하루 종일 주목해보기를 몇 년간이나 계속한 다음, 말의 모양과 의태를 마음의 눈으로 꿰뚫어 볼 수 있고, 털 끝만큼도 비슷함에 의심이 없는 후에야 비로소 붓을 들어 그렸다고 한다(이내옥, 2003: 117). 겸재 정선(1679-1759)은 금강산, 서울근교, 한강주변의 승경을 많이 그렸으며 금 강산을 그린 <금강산화첩>에는 <단발령금강산도> <내금강산도> <옹천도> 등 13점이 담겨져 있다. 정선은 금강산을 여러 번 여행했으며 여행에서 본 이미지를 자신이 고안 한 준법을 활용하여 작업하였다. 정선은 미불과 예찬, 문징명, 동기창 등의 화법을 익 히고 <태평산수도>를 화본으로 필법과 준법을 연구하며 붓 두 개를 활용해 봉우리를 그리기도 하고 붓을 세워 가늘고 힘찬 선으로 여러 차례 내리긋고 그 내리그은 선을 따라 가로 누운 횡점을 찍어 내려 산세와 산의 수창함을 함께 표현하였다(고연희, 2001: 90). 이들 작품들은 사실적으로 그린 것이기보다는 작가가 임의적으로 불필요 한 부분을 과감하게 삭제하며 여백으로 처리하거나 또는 강조하면서 현대미가 물씬 풍기는 추상성이 가미되었다. 사선구도는 긴장감을 극대화하면서 여백을 주어 상상공
14 미술교육논총 2012 제26권 1호 간을 제시한다. 표암 강세황(1713 1791)은 중국의 원말 사대가 또는 오파의 양식을 답습한 남종 산수화를 그렸으며, 조선 후기에 유행하던 진경산수의 발전과 서양화법의 수용에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표암유고>에는 중국서예에 관한 것이 많으며 회화와 관련해서 는 조맹부의 죽루도, 오도자와 이공린의 그림에 관한 정도가 있다(한정희, 1999: 289-290). 중국의 사행으로 참여하면서 명, 청의 그림을 만나고 서양미술에 대한 정 보도 수집함으로써 그 당시 서양원근법을 적용한 작품을 시도하였다. 또한 송도주변 의 계곡을 여행하고 유람한 <송도기행첩>은 모두 17첩으로 꾸며졌으며 그 중 영통동 구는 바위모습을 크게 과장되게 처리하여 바위가 많은 계곡의 모습을 흥미롭게 표현 하였으며 자유로운 공간배치는 현대적 감각이 물씬 풍긴다. 정선(1676-1759). 풍악도첩. 1711년. 견본담채. 각 36.0 37.4cm. 옹천. 조선./정선(1676-1759). 풍악도첩. 1711년. 견본담채. 각 36.0 37.4cm. 단발령망금강산. 조선./강세황(1713-1791). 송도기행첩 중 영통동구. 1757년경. 지본담채. 32.8 54cm./김홍도(44세). 금강산군첩 중에서 구룡연. 1788년. 지본담채. 30.4 43.7cm./김홍도(51세). 을묘년화첩 중에서. 촉석정. 1795년. 지본담채. 23.2 27.7cm./김홍도(52세). 병진년화첩 중에서 옥순봉. 1796년. 지본담채. 26.7 31.6cm./윤두서. 백마도. 윤씨가보. 18세기초. 비단에 옅은 채색. 32.2 40cm. 조선후기./장승업 계도. 지본담채. 148.5 35cm. 조선후기. <그림 4> 정선, 강세황, 김홍도작품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미술문화 진화의 관계성 탐구 15 단원 김홍도(1745-1806)는 산수화, 도선화, 인물화, 풍속화, 화조화 등 여러 방면 에 걸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였으며 특히 산수화에는 다양한 종류의 선묘, 원근에 따 라 미묘하게 변화하는 선염법, 변화 많은 경치를 한 화폭에 포착하는 구도감각 등이 돋보인다. 김홍도의 금강산도는 사생을 통해 사실성과 정확성을 추구하면서 원근법, 투시도법, 부감법 등을 활용하여 공간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두드러짐과 과감한 생략, 단순함을 추구하면서 독특한 경지를 개척하였다. 김홍도의 <구룡연(44세)>과 <촉석 정(51세)>, <옥순봉(52세)>을 비교해보면 구룡연은 사실성에 치중하여 그린 반면 10년 후에 그려진 옥순봉은 추상성이 가미되면서 절제된 공간구성과 필법의 원숙미가 돋보인다. 옥순봉의 일부만 그리고 나머지는 여백으로 처리하여도 이미지는 오히려 감상자의 상상력을 통해 완성된다. 오원장승업(1843 1897)은 장승업은 산수, 인물, 어해, 영모, 절지, 기완 등에 뛰 어났으며 특히 기명과 절지에 관심이 많았다. 장승업은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기위 해 역대명화를 보며 탐구하고 사물을 사생하고 관찰하면서 묵법과 필법을 익혔으며, 산수화에서는 원대의 황공망과 왕몽의 작품을 모방하였고 영모 및 화조화에서는 명대 의 임량과 청대의 상관주와 신라산인 화암, 야운 주학년의 그림을 모방한 것이 많다 (이양재, 2002: 172). 장승업은 이들의 작품을 단지 모방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작품을 재해석하면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현하였다. 조선시대 미술가들의 사생능력, 통찰력, 직관, 창의적사고 등은 끊임없는 자연 탐 구와 여행을 통해 형성하였으며 자기 안에 안주하고 머무르기보다는 끊임없이 배움 을 추구하고 새로움을 갈망하면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선취하였다. 또한 작품들을 보며 개인의 성향과 성격에 따라 준법과 필법, 화면구성 등에 다소 차이가 있다. 장승 업은 활달한 성격에 의해 호방하고 기운이 가득한 반면 김홍도의 작품은 객관적이면 서 섬세하며 정선의 작품은 주관적이고 표현적이다. 이처럼 작가 개인의 지속적인 노 력과 탐구, 동시대 미술인과의 교류 등은 작품의 기폭제가 되면서 미술가로 하여금 새 로움 시도를 추구하도록 이끌었다.
16 미술교육논총 2012 제26권 1호 Ⅳ. 미술계의 참여와 미술문화의 진화 1. 미술정보의 수집 및 보상 미술가마다 자신의 표현방법과 작품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끝없이 변신을 시도한다. 미술가들은 유람을 떠나기도 하고 중국에서 유입된 화보와 작품을 보면서 스스로 선 택하고 넓혀가고 더러 기존의 것을 버리기도 하며 작품세계를 형성해간다. 윤두서, 정 선, 강세황, 김홍도, 장승업 등은 미술가로서 꾸준히 노력하면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 하였다. 그런 노력들은 당시 미술계와 문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면서 수집의 대상이 되었고 수집가들이 갖고 싶어 하는 미술목록에 첨가되었다. 국외를 통한 미술정보의 수집과 교류는 주로 중국의 사행 1) 을 통해 이루어졌다.조 선시대에는 중국에 사행을 보내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많은 화보와 미술품이 유입되었 고 유통되었다. 1613년과 1623년 사이에 <고씨화보>가 처음 들어온 이래 <당시화 보>, <십죽재화보>, <당시화보>, <십죽재전보>, <해내기관>, <개자원화전>, <명산도>, <태평산수도> 등의 화보집과 판화집들이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면서 정선, 강세황, 김 홍도, 장승업 등 동시대에 활약했던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더불어서 사행원을 통 해 중국의 서예작품과 중국화들이 많이 유입 2) 되었고 또한 조선의 작가들도 중국에 소개되면서 중국작가들과의 교류가 행해졌다. 이를 통해 오도자, 동원, 이공린, 동기 창, 심주 등의 작품들이 조선에 유입되었고 이병연, 이하곤, 남공철 등의 수집가들은 1) 병자호란이후 조선은 청에 조공을 바치게 되는데 인조 15년 즉 1637년부터 고종 31년인 1893년 까지 257년간 정례사항만도 500여 차례에 이르는 등 빈번한 교류관계를 가졌다. 당시 한중간에는 중국의 해금( 海 禁 )정책이라는 쇄국정책 탓으로 사행이 거의 유일한 교육의 통로가 되었으며 문화교류도 이 사행을 통하여 주로 이루어졌다. 청에 가는 사행을 연행이라 고 하는 데 대개 1년에 2-3회에 걸쳐 실시되었으며 참가인원은 200-500명 정도였고 체류 기간은 1회에 60일 가량이었다. 사행에는 대개 화원 1명이 매번 참가하였으므로 18세기에 만도 수많은 화원들이 사행에 동참하였으며 이들을 통하여 한중간의 회화교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한정희, 1999: 282). 2) 18세기 초기에 어떤 그림이 들어왔는지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1720년에 동지사( 冬 至 使 ) 겸 정조성절진하정사로 연경에 갔던 도곡 이의현(1669 1745)의 연행록인 경자연행잡 지 에는 그가 청으로부터 가지고 온 서화목록이 있으며 그 중 서양국화( 西 洋 國 畵 )일족( 一 簇 ) 이 포함되어있다. 이의현은 12년 뒤인 1732년7월 사은정사( 謝 恩 正 使 )로 다시 연경에 가 게 되었으며 이후에 남긴 임자연행잡지 에는 북경의 천주당에 가서 서양인 비씨( 費 氏 )를 만 난 이야기와 천주당의 벽화를 본 기록, 그리고 비씨로부터 크고 작은 그림 15 폭을 받아왔다 는 기록이 있다(이성미, 2000: 87).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미술문화 진화의 관계성 탐구 17 이들이 작품을 소장하였다. 국내 미술정보의 수집과 교류는 서민들의 부 축적이 가능해지면서 그에 편승하여 활발하게 이뤄졌다. 18세기는 실학사상의 영향으로 대동법이 실행되고 화폐가 유통 되었으며 상업자본이 형성되었다. 상업자본의 형성에 의한 매점매식과 출고 조절 등 은 부상( 富 商 )을 출현시켜 상민층에서도 예술을 감상하게 되었으며(김종태, 1989: 198) 그 주역인 역관, 아전, 군교, 상인 등이 무역 이윤의 직접적인 혜택을 누리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들의 미술품소장과 구매가 활발해지면서 왕실자기를 굽는 광주 분원소속 장인들이 만든 자기들과, 도화서에 소속된 화원들의 그림이 시중에 널 리 유통되었다(이내옥, 2003: 95). 조선시대 경제가 활성화되고 미술가들 사이의 다 양한 정보교류와 작품활동, 미술품수집가들의 수집과 매매, 후원 등은 미술가들의 내 외적 보상으로 작용하였다. 외부적인 보상은 작품 구매와 작품소장, 작품 수집 등이 관계되며 내부적인 보상은 작품에 대한 미술가의 내적 욕구가 관여된다. 미술가들의 작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널리 퍼지면서 미술계에도 미술품을 수집하고 매매하는 유통 구조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림과 도자기외에 목공예, 금속공예, 염색공예, 짚공예, 민화 등도 서민들이 취미와 기호, 요구 등이 반영되면서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2. 미술계의 비판과 참여 17 18세기 원, 명, 청 등 중국의 화보와 화론, 미술품들이 유입되면서 미술계의 비판과 참여가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도화서 화원 3) 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평문들이 발 표되었다. 평문에는 작품의 필법과 묵법, 준법, 구도, 허실, 소밀, 경중과 농담 등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예를 들면 작업 시 그림의 내용 예컨대 산과 나무, 안개, 빛과 그 3) 화원화가와 문인화가의 양대 작가군이 이루고 있었던 조선시대 회화계에서 화원의 형태와 체 제를 살펴보면, 화원은 일반도화서의 화원과 궁중화원으로 나눌 수 있으며 궁중화원은 규장 각의 자비대령화원을 말한다. 대궐 안에서 국왕이 직접 관장하는 궁중화원은 1783년 11월에 정조(1752 1776 1800)가 창덕궁의 규장각에 자비대령화원 직제를 만들면서 처음 시작되 어 조선 말기의 고종 대까지 약 100년간 지속되었다. 창덕궁 규장각에 설치된 자비대령화원 은 정조대부터 고종 대까지 조선후기의 권력과 문화의 중심부였던 창덕궁의 규장각에서 국왕 과 국왕측근의 각신( 閣 臣 )들이 당대 최고급의 화원화가 10여명을 선발한 뒤 궁중화원으로 운 영했던 특별한 화원이다. 특히 규장각에서는 이 자비대령화원들에게 국왕과 각신들이 직접 녹취재 라는 별도의 시험을 실시하면서 특별 관리하고 후원하며 재교육함으로써 화원의 운영 체제에 획기적인 변화를 초래 했을 뿐 만 아니라 도화활동의 내용과 성격에도 큰 영향을 미 쳤다(강관식, 2001: 20).
18 미술교육논총 2012 제26권 1호 늘, 샘과 강물, 도로, 울타리, 나루터와 다리들이 모두 계획되어 그 위치가 있는가? 어떻게 옛 우아한 멋을 즐길 수 있고 어떻게 암시능력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가? 어떻 게 전 작품을 통해서 연결성을 얻을 수 있는가? 어떻게 위아래가 관련되는가? 조급하 게 붓을 써서 빠르게 작품을 한다면 운이 짧고 천할 뿐만 아니라 난폭한 기를 드러내 게 된다. 운율과 구도가 좋을지라도 조용한 만족감과 평온 자적함이 없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는 붓을 멈추고 조용히 생각하며 경중(가볍고 무거움)과 농담(짙고 옅음), 소밀(드물고 꽉참), 허실(헛것과 열매) 등 모든 면에서 완전하고 세세하게 창작해야 한다. 또 어떻게 깊이와 견고함과 생동감을 줄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임어당 편 역, 2002; 251). 청대의 평문에서는 주로 필법, 묵법, 준법, 수목법, 포치법(구도), 석법, 연운법, 태 점, 사용법 등이 언급되었으며 여기에다 이것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방법 즉 분 합, 소밀, 허실 등의 개념이 합쳐져서 복잡한 양상을 지닌다. 이중에서도 필법과 묵법 은 주요하게 다뤄졌다. 필법에 대하여는 점, 구, 준, 찰법과 중봉, 측봉, 역봉법, 그리 고 습필, 측필, 원필법, 여기에다 그것을 운용하는 경중, 질서, 편정, 곡직에 따른 변 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묵법에서는 담묵, 농묵, 염묵, 적묵, 초묵, 파묵, 비묵 등의 다채로운 기법들을 언급하고 있다(한정희, 1999: 212-213). 중국의 평문에서 다뤄졌던 필법, 묵법, 준법 등은 조선의 평문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붓을 움직이 는 필법은 굳셈과 부드러움, 움직임과 고요함, 느림과 급함, 딱딱함과 활발함, 네모짐 과 둥금, 두루 미침과 삐쳐 나옴, 통함과 막힘, 살찜과 마름, 빠름과 느림, 가벼움과 무거움, 길고 짧음, 큼과 세밀함을 말한다. 먹을 사용하는 묵법은 음과 양, 개임과 흐 림, 짙음과 옅음, 멀고 가까움, 높음과 깊음, 앞면과 뒷면, 바림과 진함, 묽음과 검음 등이다(동기창, 2003; 이내옥, 2003: 128). 준법이란 산수화를 그릴 때 산과 돌의 생김새, 수목, 바위, 언덕 등을 특징 있게 표현하는 화법을 말한다. 준법은 산과 돌의 입체감과 양감, 표면의 질감, 그리고 음영을 표현하는 데 사용하며 피마준, 미점준, 부벽준, 운두준, 하엽준, 해조묘, 수직준, 단선점준, 부벽찰법, 미가운산법, 양필법 등 30 여 가지에 이른다(장경희 외, 1994: 167). 미술계의 참여와 관련하여 조세걸의 <곡운구곡도> 발문에 있는 글과 김창협의 <곡 운구곡도>에 부친 글을 살펴보면 주제와 제작방법에 대한 것들이 폭넓게 다뤄지고 있 다. 패천 조세걸(1635 1705이후)은 조선 현종 때 성리학자인 곡운 김수증(1635 1705)의 청을 받아 강원도 화천 용담리 일대의 바위와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계곡을 직접 답사하고 계곡의 모습과 주변의 촌락모습을 아홉 곳으로 나누어 그림을 그렸다.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미술문화 진화의 관계성 탐구 19 조세걸(1635 1705이후). 제 6곡농수정(곡운구곡도 일부). 1682. 지본담채. 각 42.5 64.0cm. <그림 5> 곡운구곡도(일부) 이 그림을 그린 평양의 조세걸은 선생이 실제 손수 데리고 와서 앞에 놓고 가르쳤 다. 산골짝마다 직접 가서 그리니 마치 거울을 보면서 얼굴을 그리는 것과 같았다. 그리하여 그 겹겹이 쌓인 묏부리와 골짜기, 기이한 바위와 격류 하는 여울, 초가집 의 위치, 발뙈기를 경작하는 것, 닭이 울고 개가 찾는 것, 나귀가 가고 소가 조는 것 들이 가지가지 모두 갖추어져서 조금도 남김없이 다 그려져 있으니, 이 그림을 한번 펴 보면 황홀하여 마치 만천의 별장을 지니고 도원의 나무를 물어서 아득하게 스스 로 인간의 시끄러운 세상밖으로 멀어지는 것 같게 된다(오세창, 2001; 586). 세상에서 말하기를, 좋은 그림은 반드시 진(眞)에 가깝다하다 하고, 또한 좋은 경치는 반드시 그림같다고 한다. 아름다운 산과 수려한 물이 두루 다 갖추어지기 어 렵고 그 그윽하고 깊숙한 산수에 또한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렵고, 그 사이 집을 짓 고 백성이 만드는 물건과 가축과 밥 짓는 연기 등을 모두 갖추기는 더욱 어렵다. 그 러나 화가는 오히려 마음대로 포치하여 붓 아래 아주 멋진 경치를 환(幻) 으로 그려 낼 수 있기 때문에 어찌 아니겠는가? 그런즉, 선생께서 산에 계시며 두건을 두르고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구곡사이로 다니시는 것이 곧 그림 속 경지요, 그 산에서 나 오셔서 문을 닫고 책상에 기대어 그림 사이를 손으로 가리키시니 곧 실제 구곡이라, 그 진(眞)과 화(畵)를 어떻게 구분할까? 이 두루마리 그림을 보면서 먼저 이 문제를 생각해 봄이 마땅하겠다(고연희, 2007: 182). 김홍도를 평한 강세황과 오세창의 글에는 김홍도가 솜씨가 뛰어나고 창의적이며 작
20 미술교육논총 2012 제26권 1호 품의 신기와 보상에 대한 것들이 다뤄진다. 작품은 정확한 묘사력과 세속을 초탈한 듯 한 무심하면서도 자연스러움에 의해 생동감과 생명력이 가득함을 극찬한다. 고금의 화가가 각기 한 가지 기능을 떨쳤지 두루 솜씨를 겸할 수는 없었는데 김군 ( 金 君 ) 사능은 우리나라에 나서 어려서부터 그림그리기를 배워 못하는 것이 없으니, 인물 산수, 신선 및 불교 그림, 꽃과 과실, 나무, 새와 벌레, 물고기며 게 등의 그림 이 모두 묘품에 드는데 이르렀다. 옛사람에 비한다 해도 거의 더불어 대항할 이가 없을 것이다. 더욱 신선과 화조화에 장기가 있어 이미 한 세상을 울리고 후세에 전 하기에 족하다. 더더욱 우리 동방의 풍속을 옮겨 그리기를 잘하니 선비가 열심히 공 부하는 모습이나, 장사치가 시장가는 모습, 나그네며 규방의 정경, 농사짓는 사내며 누에치는 아낙, 큰집과 겹문, 거친 산과 들이며 물 같은 것에 이르기까지 사물의 모 양새를 구석까지 다 그려내는데 그 모양과 생김이 어그러지지 않으니 이것은 예전에 없었던 일이다. 대개 그림이라는 것은 모두 전해오는 그전의 작품을 따라서 배우고 익히며 공력을 쌓아서 비로소 비슷하게 되는 것인데 창의를 홀로 얻어 자연의 조화 를 교묘히 빼앗는 데에 이른 것은 어찌 하늘이 내린 기이함이 아니며 세속을 멀리 뛰어넘는 것이 아니겠는가. 옛사람이 말하기를 닭과 개는 그리기가 어렵고 귀신을 그리기는 쉽다고 했으니, 그것은 눈에 쉽게 보이는 것은 엉터리로 대충 사람을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오주석, 1998: 68-70 재인용). 김홍도는 풍채가 아름답고 그릇이 커서 자질구레한 예절에 구애되지 않았으니, 사람들이 신선가운데 사람 이라고 지목하였다. 산수 인물 화훼영모 그림이 묘한 지 경에 이르지 않은 것이 없고 특히 신선그림에 뛰어났다. 준찰과 구염과 몸통과 옷의 무늬를 옛사람의 법을 모방하지 않고 스스로 타고난 재주를 사용하여 정심과 이치가 모두 시원하게 발휘되어서 뚜렷하게 사람을 즐겁게 하였으니 예원의 특별한 재주였 다. 정조 때에 내정의 공봉이 되어서 매양 그림 한 폭을 올릴 적마다 문득 상감의 칭 찬을 받곤 했다. 일찍이 큰 벽에 하얀 칠을 하고 상감의 명령으로 <해상군선도>를 그리게 했다. 그리하여 내시로 하여금 진한 먹 두어되를 받들게 하고 모자를 벗어놓 고 옷을 걷어 부치고 서서 붓을 비바람 몰아치듯 휘둘러서 두어 시간도 채 못 되어 그림을 완성하였다. 그 물은 용솟음쳐 흘러서 집을 무너뜨릴 것만 같았고 사람은 훌 훌 뛰어서 구름을 타고 올라가는 것 같았으니, 옛날 대동전의 벽화도 이에 비하면 그다지 잘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상감의 명령으로 금강산 밑의 네 고을의 산수를 그리게 하고 각 고을로 하여금 음식과 의복을 이바지하게 했으니 특별한 대우였다. 음보로 벼슬이 연풍현감에 까지 이르렀다(오세창, 2001; 801) 조세걸과 김홍도를 평한 글을 보면 미술가의 소양과 재능, 소재, 창의적사고, 표현 방법, 작품태도 등 많은 것들이 다뤄진다. 조선시대 후기 미술가에 대한 평이나 제발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미술문화 진화의 관계성 탐구 21 문들은 미술계의 참여와 작품수집, 판매 등으로 이어지면서 미술문화는 활발하게 전 개되었다. 미술비평에 따른 작품분석은 또 다른 자극제가 되어 미술가의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새로운 작품을 하도록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하였으며 미술가 개인의 화풍 을 진작하고 선도하는 데에도 기여하였다. 미술가들은 이들의 비평을 겸허하게 수용 하기도 하고 작품에 반영하면서 조선시대 미술문화는 개화기 서양미술의 유입과 함께 좀 더 큰 물줄기를 형성하며 다양하게 진화하였다. 3. 미술문화의 진화 조선시대 미술은 불교와 유교의 영향을 받으면서 한국적인 예술미를 구축하였다.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형성된 미술문화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의 기반위에서 미술가들 의 실험정신과 노력,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미술품과 미술문화 그리고 중국미술가들과 의 교류, 서양선교사들과 중국을 통해 들어온 서양화법 등에 영향 받으면서 독창적인 한국 미술문화를 형성하였다. 한국미술은 미술가들의 자연을 사유하고 탐구하며 정제 된 조형어법과 조형정신을 기반으로 자연적이면서도 무기교의 비정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조선시대 미술은 임진왜란을 경계로 해서 전기와 후기로 구분하면, 난( 亂 )전과 후 는 많은 차이가 보인다. 전기 즉 15, 16세기는 미술전반에 고려양식의 여운이 있으면 서도 명나라 미술의 영향을 급격히 받아들여 조선적인 혁신기풍이 짙고 조선의 성격 이 확립되는 듯하지만, 신흥국가의 강력한 권력이 어딘지 장인들을 정신적으로 통솔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후기에 들어가면 정부의 힘이 약해지고, 초기의 규제도 완화되면서 미술활동에 대한 자유로운 세계가 자연히 조성되었으며 전란 뒤에 일어나는 새로운 민족사상도 한 요인이 되어 개성 있는 한국 미술의 발전이 촉진되었 다(김원용 안휘준, 2004: 26). 오늘날 조선시대 미술문화를 볼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미술인, 미술사가, 수집가 중에는 오세창과 간송 전형필이 있으며 그 외에도 많은 미술인들에 의해 동시대의 미술문화가 꽃피었다. 특히 남공철의 금릉집, 이정직의 석정집,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오세창의 근역서화징, 황현의 매천집, 문일평의 호암전집, 김용준의 근원수필, 김은호의 서화백년, 조희룡의 석우망 년록, 호산외기, 허련의 소치실록 등 문집에는 미술가나 미술계에 대해 사료적 가치가 되는 중요한 내용들을 다룬 것이 많다. 순조대의 실학자 서유구(1764 1845)가 1835년경에 편찬한 백과사전적 저술인
22 미술교육논총 2012 제26권 1호 임원경제지 의 유예지 권4 화전 은 조선인이 편찬한 최초의 종합적인 화학( 畵 學 ) 저술이다. 이 화전 을 편찬함에 있어 서유구는 주로 중국, 그리고 드물게는 조선의 역대 화학 관계 논저나 기타 저술 등에서 자기의 목적에 맞는 구절들을 선택하여 모아 놓았다. 그 가운데 인물 조( 條 )에 박지원의 열하일기 를 인용한 서양화 를 포함시 켰으며, 계화조 논태서법( 論 泰 西 法, 서양화법을 논함)항에서는, 청 위희( 魏 禧, 1624 1680)의 위숙자집, 팽사망(1610 1683)의 팽궁암위집평, 장조(1676 전후 생존)의 우초신지 등을 인용하며 정확한 측량과 명암에 의해 그려진 서양화의 건물 묘사에 관하여 언급하였다(이성미, 2000: 118-119). 오세창의 근역서화징 에는 신라시대의 솔거에서 이 책이 발간되기 직전에 타계한 정대유(1852-1927)와 나수연(1861-1926)에 이르기까지 모두 1117명(서예가 392, 화가 576, 서화겸비 149)의 우리나라 역대 서화가들의 인적사항과 활동 및 능 했던 분야에 대한 기록이 집성되어 잇다. 이러한 문헌은 열전과 사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신분이나 성명의 자획 수에 따른 배열이 아니라 출생년도 순, 즉 시대 순으로 기재하여 편년체식으로 열람케하고 왕조와 시기를 구분하여 5편으로 나누어 편술하였 다. 그는 근역서화징 에서 조선시대를 14세기 말의 태조와 16세기 중엽의 명종, 17 세기 말의 숙종조를 기점으로 3분기로 구분하여 정리하였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미술 사적 편년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오세창의 조선시 대 3분기법은 이동주의 한국회화소사(1972) 를 통해 채택, 계승되어 안휘준의 한 국회화사(1980) 의 4분기 법과 함께 현재까지 유력시되고 있다. 오세창은 근역서화 징 을 편술하기위해 270여종의 국내외 문헌과 각종 족보 및 고문서, 금석문, 서화의 제발과 관서( 款 署 ), 인기( 印 記 ), 그리고 전문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관련 기록들을 채 집하고 고증하였다(오세창(상), 1928/2001: 8). 간송전형필 또한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유출될 번한 국보급 문화재를 매입하며 많은 미술품을 수집하였다. 간송이 수집한 우리문화재는 삼국시대부터 조선말 근대에 이르 기까지 전 시대에 걸쳐있으며, 서화는 물론 조각과 공예 등 조형미술 모든 분야를 아 우른다. 그래서 간송미술관 소장품만으로 한국미술사를 서술할 수 있으며, 이를 제외 한 한국회화사는 상상할 수 없다. 간송수집품에는 18세기 최고의 서화수장가인 김광 국이 조선의 이름난 화가들의 그림을 모아 화첩으로 만든 <석농화원>과, 오세창이 모 은<근역화휘>, <훈민정음>(국보 제 70호)이나 <동국정운>(국보 제 71호), <혜원전신 첩>(국보 제 135호) 등과 같은 국보급 문화재들이 많다(이충렬, 2010: 398-399). 이런 문화재들은 오늘날의 많은 작가들에게 작품에 대한 다른 동기부여를 주며 새로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미술문화 진화의 관계성 탐구 23 운 미술문화를 전개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 미술문화는 미술가들의 활발한 작품 활동과 함께 수집가와 애호가들의 미술품 수 집, 미술비평 등이 어우러지면서 다양하게 전개된다. 미술가들의 작품을 화첩으로 만 들고 여기에 제발을 쓰고 미술비평가들은 그동안 있었던 행적들을 기록하면서 연대별 로 나누기도 하고 조정하기도 하면서 한국미술사 정립에 힘을 기울였고 오늘날의 한 국미술사 정립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조선시대 후기 서유기, 오세창, 전형필 등은 우리나라 서화수집과 연구에 크게 이바지하였으며 특히 한국회화사 연구에 미친 영향 력은 대단하다. 이외에도 미술사가적 안목과 미술품수집, 미술비평 등에 관심을 가진 수많은 문인들의 참여와 노력, 집념에 힘입으면서 조선시대 미술은 체계적으로 정리 되고 후학들에게 연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Ⅳ. 결 론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성을 촉진시키는 구성요소로 영역, 장, 개인의 세 가지를 제시 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조선시대 미술가와 미술계, 미술문화의 진화 등을 단편적으 로 살펴보았다. 조선시대 미술가들의 작품이 수 백 년 흐른 지금에도 새롭게 와 닿는 것은 미술가들이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작품을 통해 새롭게 재해석되면서 감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술가들은 실물사경을 하면서도 사실대로 그리기 보다는 필요에 따라서는 과감하게 생략하거나 과장하기도 하고 새로운 결합을 시도하 면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회화, 조각, 공예 등 전통미술에서 발견되는 경중, 농담, 허실, 소밀과 이미지를 가감하고 결합하고 수정하고 과장하고 생략하고 상상하 는 여러 가지 요소들은 창의적 사고와 직결된다. 회화, 조각, 공예 등 전통미술문화는 시대적 변화와 함께 동시대 미술가들의 활약과 수집가들의 매입, 미술사적 조명 등이 서로 교차되고 엮어지면서 진화하였다. 여기에 외국의 문물이 유입되면서 미술가들은 새로움을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시도하며 작품 세계를 형성해 나갔다. 미술가들은 일반적으로 도전정신과 호기심, 실험정신이 강하 며 개방적이며 자율적이면서 자존감 등이 강하다. 미술가의 작품세계는 미술가 개인 의 노력과 열정도 주효하게 작용하지만 미술문화와 관련한 정보수집과 미술계의 비판 등도 미술가의 성장을 도모하는데 영향을 끼친다.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는 개인 내에 서 형성되기도 하지만 외적인 요소들과 내적인 요소들이 상호관계 맺으면서 미술가의
24 미술교육논총 2012 제26권 1호 끊임없는 노력과 집념에 의해 실현되고 구체화된다. 미술가의 노력과 집념은 새로운 화풍을 진작하고 동시대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미술계는 활발하게 전개되고 변화한다. 신사임당, 윤두서, 조세걸, 김득신, 정선, 김홍도, 장승업 등의 작가들은 사 생과 기행사경을 통해 명승명적을 담아내면서 과감한 생략과 배치를 통해 대담한 화 면구성과 개성 있는 묵법, 필법, 준법을 사용하여 화면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오늘 날 창의적 사고를 위한 수업방법으로 활용되거나 제시되는 PMI법, 강제관련법, 상상 법, SCAMPER기법 등에서 제시되는 표현방식이나 방법들은 이미 이 시대 작가들의 작품에도 보인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행을 하고 사물을 관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공각을 지각하고 인지하며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표현방법을 추구한다. 산수 화는 음미하면 할수록 거기에서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나뭇잎소리, 사람들이 두 런두런 대화하는 소리 등을 들을 수 있으며 깊은 사유의 공간을 통해 명상할 수 있는 여백을 제시한다. 미술가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술가, 미술계, 미술문화 등이 긴밀하게 상호작용 하 듯이, 학생들의 미술활동은 체험과 함께 사물을 배열하고 배치하는 인지기능이 강화 되어야 하며 미술가와 미술문화에 대한 소개와 정보가 다양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이 러한 지식들이 상호 통합되고 융합되어서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활성화하고 내적동 기와 외적동기로 작용한다.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눈 높이에 맞는 적절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며 또래 집단의 격려와 자극도 요구된다. 학생 들의 창의적 사고는 미술활동의 여러 가지 맥락들을 가늠해보면 학생개인에 국한되기 보다는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 내에서 설정된다. 학교미술수업에서 학생들의 미술적 소양과 잠재적 역량을 일깨우고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들이 다 양하게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미술문화 진화의 관계성 탐구 25 참고문헌 강관식(2001). 조선후기 궁중화원연구(상). 서울: 돌베개. 고연희(2001). 조선후기 산수기행예술연구. 서울: 일지사. 고현희(2007). 조선시대 산수화, 아름다운 필묵의 정신사. 서울: 돌베개. 곽 희(신영주 옮김)(2003). 임천고지. 서울: 문자향 김영채(2006). 창의적 문제 해결: 창의력의 이론, 개발과 수업. 서울: 교육과학사. 김원용 안휘준(2004). 한국미술의 역사. 서울: 시공사. 김종태(1989). 한국화론. 서울: 일지사. 동기창(변영섭 안영길 박은화 조송식올림)(2003). 화안. 서울: 시공사. 오세창(동양고전학회 역)(1928/2001). 국역 근역서화징(상), (하). 서울: 시공사. 오주석(1998). 단원 김홍도. 서울: 열화당. 이내옥(2003). 공재 윤두서. 서울: 시공사. 이성미(2000). 조선시대 그림속의 서양화법. 서울: 대원사. 이양재(2002). 오원 장승업의 삶과 예술. 서울: 해들누리. 이충렬(2010). 간송 전형필. 서울: 김영사. 장경희 외(1994). 한국 미술문화의 이해. 서울: 예경. 葛 路 (1997). 중국회화이론사. 서울: 미진사. 임어당 편역(2002). 중국미술이론. 서울: 한명 한정희(1999). 한국과 중국의 회화. 서울: 학고재. Basin, Y., 오병남 윤자정옮김(1979/1996). 현대 예술철학의 흐름(The Semantic Philosophy of Art). 서울: 예전사. Csikszentmihalyi, M., 노혜숙옮김(1996/2003). 창의성의 즐거움(CREATIVITY: Flow and the psychology of discovery and invention). 서울: 북로드. Finke, R. A. (1995). Creative realism. In S. M. Smith,, T. B. Ward, & R. A. Finke (Eds), The creative cognition approach. (pp. 27-52). Cambridge, MA: MIT Press. Gilford, J. P. (1967). The nature of Human intelligence. New York: McGraw-Hill.
26 미술교육논총 2012 제26권 1호 Torrance, E. P., 이종연 옮김(1995/2005). 창의성과 교육(Why Fly? a Philosophy of Creativity). 서울: 학지사. Weisberg, R. W. (1995). Prolegomena to theories of insight in problem solving: Definition of terms and a taxonomy of problems. In R. J. Sternberg & J. E. Davidson (Eds). The nature of insight (pp. 157-196). Cambridge, MA: MIT Press.
미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미술문화 진화의 관계성 탐구 27 Abstract The Exploration of the Relationship between an Artist's Creative Thinking and the Evolution of the Art World: Focusing on the Component of Creativity and Korean Traditional Art Kim, Hye Sook (Chuncheon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If we examine carefully Korean traditional art related to the components of creativity such as domain, field and person, these components strongly affected artist's works along with his own art world. The formative visual language along with the creative thoughts of Korean traditional art are deeply engaged with an artist's own personal experience, observation, analogy, labor and concentration in the art world and art culture. In the Chosun dynasty, artists were devoted and worked hard to achieve their art for using their own styles of calligraphy techniques, stringent laws and unique composition. They specialized in many genres such as landscape paintings, flower and animal paintings and portrait paintings. They enthusiastically participated in the art society and the art world. Many art collectors purchased some famous artists' artworks. Some artists got patronage. At that time, many artists studied using the picture album which came in from China. And they traveled around the countryside, communicated with other artists for gathering art information and exchanging and sharing the ideas together in a critical way. These things reciprocally interacted with each other and stimulated the artists' creative thoughts and artistic expressions. And these things powerfully inter-locked for building up and expanding the Korean traditional art culture which made the bridge to bring a new art movement. Any art teacher in school should consider such creative factors of
28 미술교육논총 2012 제26권 1호 domain, field, and person in the art curriculum and try to apply various teaching strategies and teaching materials related to art lessons. In addition to this, art lessons should reinforce a student s experience, observation, analogy for stimulating the student's creative thoughts and artistic expressions. Key words: creativity, creative thinking, art world, art culture 논문접수 2012. 3. 25 심사수정 2012. 4. 15 게재확정 2012.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