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전 병 술 건국대학교 접 수 일 : 2011년 11월 6일 심사완료일 : 2011년 11월 21일 게재확정일 : 2011년 11월 23일
주제분류 동양철학, 유가, 종교학, 죽음학 주 요 어 삶과 죽음, 생명의 학문, 명( 命 ), 사생취의, 초혼재생 초 록 동양철학의 특질을 생명의 학문 이라 규정하는 견해가 있다. 생명의 학문 이란 각 개인의 삶의 역정에서 절실한 체험을 바 탕으로 특정한 원칙을 세우고 삶의 지표로 삼은 다음 그에 의 거하여 평생 실천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주 체성 과 내재적 도덕성 으로 규정한다. 유가에서는 삶의 지표를 초월적인 신의 영역에 의탁하지 않고 인간 내면에서 주체적으 로 우러나오는 힘에 의지하는데, 이는 인의 ( 仁 義 )로 대표되는 주체적 덕성이 보증한다.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따라서 유교에서는 먹고 마시고 입는 자연적인 생명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더욱 근본적으로 여 긴다. 그러나 죽음학 의 관점에서 볼 때 생명에 대한 유가적 태 도는 삶에의 집착과 죽음의 회피라는 부정적 태도를 띠기도 한 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사학 개념 하에 생명의 학문 을 우 리 실존 주체성의 생명에 대한 체험과 탐구 및 이론적 심화 라 는 의미로 확대하여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학문을 건립할 수 있다.
유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_191 유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전병술 건국대학교 Ⅰ. 생명의 학문 모종삼( 牟 宗 三 )은 지식 중심의 서양철학 및 신 중심의 서양 계 시종교와 구별하여, 유 불 도를 아우르는 중국철학의 특징을 생명 중심의 학문, 나아가 생명의 학문 으로 규정하였다. 즉 생명 을 중 심으로 삼고, 그로부터 교훈과 지혜와 학문과 수행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생명의 학문 이란 각 개인의 삶의 역정에서 절실한 체험을 바탕으로 특정한 원칙을 세우고 삶의 지표로 삼은 다음 그에 의거하여 평생 실천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동양 철학의 주류학문인 유 불 도 각각에 학( 學 ) 자를 부쳐 쓰기도 하고 가( 家 ) 자를 부쳐 쓰기도 하고 교( 敎 ) 자를 부쳐 쓰기도 한다. 일반 적으로 학 을 붙이면 학술 이론을 중심으로 한 학문체계를 의미하 고, 가 를 붙이면 그 학문 집단 혹은 전통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 다. 그리고 교 자를 붙이면 종교적 의미가 강하다. 유 불 도가 교 ( 敎 ) 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개개인의 삶에 근본적인 방향을 제시하 고 각자의 생명을 기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가는 성 인 을 최고의 전범으로 삼았고, 도교는 진인( 眞 人 ), 지인( 至 人 ), 신
192_생명연구 22집 인( 神 人 ) 이 됨을 삶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으며, 불교에서는 깨달 은 자 로서의 부처 가 됨이 최종 목표이다. 이 점에서 유 불 도 삼교 를 생명의 학문 으로 아우를 수 있다. 모종삼은 선진시대 제가백가의 공통적인 시대적 과제를 주문화 ( 周 文 化 )의 피폐에 대한 응답으로 규정하였다. 여기에서 주문화의 피폐 는 예악( 禮 樂 ) 중심의 주나라 문화가 장기간의 사회적 변천을 거치면서 이미 사회적 가치 및 권위를 잃으면서 사회적 문제를 야 기했다는 의미이다. 주문화의 피폐는 단순한 사회 질서의 붕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배후에서 작동하고 있는 개개인의 인생관, 가치관 및 세계관의 변화를 상징한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 다. 따라서 주문화의 피폐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한 응답은 표면적 으로 드러나는 예악으로 대표되는 사회제도에 대한 반성에서 그치 지 않고, 그러한 제도 배후에 내포된 정신적 문제들에 대해 철저하 게 응답하는 것이 공자를 필두로 하는 당시 지식인들의 참된 시대 정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당시 사람들에게 있어서 주나 라 문화는 단순한 형식과 제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안신입명( 安 身 立 命 )의 근거임을 상징하기 때문이었다. 이 점에서 주문의 피폐는 근본적으로 생명의 귀속처를 잃었음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자백가의 공통적인 과제는 삶의 의지처를 재건함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선진시대 생명의 학문 이라 함은 삶의 의의 와 가치 실현을 중심내용으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 모종삼은 중국의 생명 중심의 학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주체 성 (Subjectivity)과 내재적 도덕성 (Inter-morality)로 규정하였는데, 이는 유가사상을 중국사상의 주류하고 인정함을 내포한다. 1) 즉 중
유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_193 국인들은 유가의 가치체계를 지표로 삼아 삶을 영위했음을 의미하 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른바 유교문화권 전체를 포 괄한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 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생명의 함의는 삶의 영역에 속하는 것 이고, 이 점에서 본다면 모든 학문을 생명의 학문 이라 규정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유가를 특정하여 표현하는 까닭은 삶의 지표를 초 월적인 신의 영역에 의탁하지 않고 인간 내면에서 주체적으로 우러 나오는 힘에 따르기 때문인데, 이는 인의 ( 仁 義 )로 대표되는 주체적 덕성이 보증한다. 나아가 이는 유가가 삶을 중시하는 전통에 서 있 음을 보여준다. 죽음학 (Thanatology)의 관점에서 볼 때 생명에 대 한 유가적 태도는 삶에의 집착과 죽음의 회피라는 부정적 태도를 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위훈( 傅 偉 勳 )은 생사학 개념 하에 생 명의 학문 을 우리 실존 주체성의 생명에 대한 체험과 탐구 및 이 론적 심화 라는 의미로 확대하여 해석하려 시도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생명의 학문 이란 학제간 정합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의학 (정신의학, 정신치료 등), 철학, 종교와 일반과학(인류학, 심리학, 사 회학 등) 등과의 관계를 통한 생사학의 건립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학문 영역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죽음에 이르면서도 존엄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천적 의의를 달성 해야 한다고 하였다. 2) 이는 생명의 학문 은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학문이 되어야 함을 의미하고 동시에 현세에의 집착, 전시관( 全 屍 觀 ) 등 유가의 부정적 전통(?)이 빚어내는 죽음 앞의 풍경들-존엄 1) 牟 宗 三, 中 國 哲 學 的 特 質, 臺 灣 學 生 書 局, 1988. pp. 5-12. 2) 林 綺 雲 等, 生 死 學, 臺 灣 洪 葉 出 版 社, 2000. pp. 29-34.
194_생명연구 22집 사(사전의료의향서 작성, 호스피스 완화의료 등을 포함하는), 장기 기증 문제 등에 대해 재검토해야 함을 의미한다. Ⅱ. 공자, 삶에서 죽음을 보다. 유교문화권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삶에 집착한다는 평 가를 받는 동시에 죽음의 의식이 삶의 의식보다 훨씬 화려한 이중 적 태도를 보여 왔다. 죽음에 대한 유가적 해석은 제자의 질문에 대한 공자의 간명한 한 마디로 대표된다. 어느 날 자로가 귀신 섬 기는 법을 묻자 공자는 사람도 잘 섬기지 못하는데 어찌 귀신을 말하겠느냐 고 하였고, 다시 감히 죽음에 대해 묻습니다. 라고 하 자 삶도 아직 다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말하겠는가? 3) 라고 하였 다. 이 문답은 공자의 관심이 신비적인 것 보다는 구체적인 일상생 활에 있고 죽음보다 삶에 있었음을 잘 알려주는 문구다. 죽음에 대 한 제자의 물음에 답한 공자의 삶도 아직 다 모르는데 어찌 죽음 을 말하겠는가? 라는 말이 공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답이라는 전제 하에 공자가 죽음에 대해 몰랐다거나, 혹은 죽음을 직시하지 않고 외면하여, 이후 삶에만 집착하는 유가적 전통을 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공자는 죽음에 대해 명 ( 命 )이라는 관념을 사용한다. 논어 에 공자가 제자 백우( 伯 牛 )가 한센병으로 추정되는 병에 걸려 죽음을 3) 論 語 先 進, 季 路 問 事 鬼 神, 子 曰 : 未 能 事 人, 焉 能 鬼? 曰 : 敢 問 死? 子 曰 : 未 知 生, 焉 知 死?
유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_195 앞두고 있을 때 문병 가서 남쪽 창문을 통해 그의 손을 잡고 영결 하면서 이런 병에 걸릴 리가 없는데, 명( 命 )인가 보다. 이런 사람 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4) 라며 한 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공자에게 있어서 명( 命 )이란 생사( 生 死 ), 귀 천( 貴 賤 ), 요수( 夭 壽 ) 등 인간의 의지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것들 을 의미한다. 공자는 또 제자인 자로( 子 路 )를 참소한 공백료( 公 伯 寮 )를 죽이려는 시도에 대해 도가 온 천하에 실행된다면 그것은 명이요, 도가 폐지된다면 그것도 역시 명이다. 공백료가 그 명에 어 떻게 하겠는가? 5) 라고 하였으며, 자신을 해치려는 환퇴의 기도 앞 에서도 하늘이 나에게 덕을 주었으니, 환퇴가 나에게 어찌 하겠는 가? 6) 라고 하며 자신의 운명을 하늘에 기탁하였다. 그러나 공자는 운명에 순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취하지는 않았 다. 공자는 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 7) 는 말로 명( 命 ) 을 통해 하늘이 자신에게 내린 사명을 깨우치고 실천할 것을 주문 하였다. 즉 명( 命 )도 각자의 삶의 일부분임을, 나아가 그 안에서 실 천을 요구하는 하늘의 소환[천명]임을 자각해야 하는데, 이는 의 ( 義 )를 통해 실현된다. 의는 삶의 영역에서의 무조건적 도덕적 실천 을 의미한다. 당시 공자가 어떤 은둔자로부터 되지 않을 것을 알면 서도 그것을 하려고 하는 사람 8) 이라는 조소를 받았을 때 자로는 군자가 벼슬을 하는 것은 그 의를 실행하려는 것일 뿐이다. 도가 4) 論 語 雍 也, 伯 牛 有 疾, 子 問 之, 自 牖 執 其 手, 曰 : 亡 之, 命 矣 夫! 斯 人 也 而 有 斯 疾 也! 斯 人 也 而 有 斯 疾 也! 5) 論 語 憲 問, 子 曰 : 道 之 將 行 也 與, 命 也. 道 之 將 廢 也 與, 命 也. 公 伯 寮 其 如 命 何? 6) 論 語 述 而, 天 生 德 於 予, 桓 魋 其 如 子 何? 7) 論 語 堯 曰, 不 知 命, 無 以 爲 君 子 也. 8) 論 語 憲 問, 曰 : 是 知 其 不 可 而 爲 之 者 與?
196_생명연구 22집 행하여지지 않을 줄은 이미 알고 있었다. 9) 라는 말로 대신하였다. 이는 성공과 실패, 나아가 삶과 죽음과 같은 결과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의 사명을 자각하고 실천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음 을 의미한다. 소명의식의 자각은 경외감으로 이어진다. 공자는 군 자에게는 두려운 것이 세 가지 있으니, 하늘의 명을 두려워하고, 대 인을 두려워하고,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한다. 10) 고 하였다. 즉 명 ( 命 )을 의( 義 )를 통해 직시할 때 원래 인간의 의지로 어찌해볼 도리 가 없던 명( 命 )이 오히려 엄중한 경외감의 원천이 되고, 나아가 고 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맛볼 수 있는 생명의 희열의 원천으로 전환 된다. 공자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해 하늘을 원망하지 않으며, 사람을 탓하지 않고, 아래로 인간 세상의 일을 배우면서, 위로 하늘의 이치를 통달하니, 나를 알아주는 것은 하늘일 것이다. 라는 탄식의 말을 내뱉었다. 11) 자신이 처지에 대해 하늘을 원망하 지도, 남을 탓하지도 않는 자세는 운명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가 아 니라 인간사와 하늘을 관통하는 원리에 대한 통찰에서 나오는 평온 한 생명의 경지를 의미한다. 12) 따라서 공자가 평생의 걱정거리는 성공과 실패, 삶과 죽음에 있는 것이 아니고, 덕이 닦아지지 못함 과, 학문이 강마( 講 磨 )되지 못함과 의를 듣고 옮겨가지 못함과 불선 을 고치지 못함 13) 에 있다고 한 것이다. 맹자는 공자의 뜻을 이어 받아 도덕적 본성의 실천을 통하여야만 온전히 입명( 立 命 )의 경지 에 다다를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맹자는 본심을 온전히 실천하면 9) 論 語 微 子, 君 子 之 仕 也, 行 其 義 也. 道 之 不 行, 其 知 之 矣! 10) 論 語 季 氏, 子 曰 : 君 子 有 三 畏, 畏 天 命, 畏 大 人, 畏 聖 人 之 言 11) 論 語 憲 問, 不 怨 天, 不 尤 人, 下 學 而 上 達. 知 我 者 其 天 乎! 12) 王 邦 雄 等, 中 國 哲 學 史, 臺 灣 國 立 空 中 大 學, 1995. p. 73. 13) 論 語 述 而, 德 之 不 修, 學 之 不 講, 聞 義 不 能 徙, 不 善 不 能 改, 是 吾 憂 也
유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_197 본성을 알 수 있고, 천도를 알 수 있다. 본심을 보존하고 본성을 기 르는 것이 천을 섬기는 것이고, 목숨의 길고 짧음에 연연하지 않고, 수신하며 천명을 기다리는 것이 바로 명을 세우는 것이다. 14) 라고 하였는데, 이 말은 도덕적 삶에 근거해야만 명( 命 )의 참뜻을 이해하 고 참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욕망 가운데 살려고 하는 욕망보다 큰 욕망은 없고, 죽음보 다 인간을 더 두렵게 만드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는 죽음은 근본 적인 실존적 물음이다. 부처도 생로병사에 대한 두려움에서 출발하 여 깨달음을 얻지 않았던가. 왜 부처인가? 그것은 자신만의 깨달음 과 초월에 그치지 않고 중생에게로 다가가서 끊임없는 윤회라는 고 통의 사슬을 버리고 해탈의 문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 자는 왜 죽음에 대해 답을 내놓지 않았을까? 공자가 죽음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하지 않고, 삶의 문제로 환원시킨 까닭은 당시 시 대상황에 비추어보아야 한다. 기원전 484년, 자신이 낳고 자라고 자 기를 알고 등용해 준 노나라에서 이상을 실현하려다 실패한 공자는 56세의 나이에 고국을 떠나 자신의 이상을 알아주고 실천할 군주를 찾아 제자들과 함께 길고 험난한 13여 년 간의 주유열국을 시작한 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은 잃은 공자는 제자를 시켜 밭 갈던 노인에 게 나루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장저 : 저기 수레에 올라앉아 점잖게 고삐를 쥐고 있는 사람은 누군가? 자로 : 공구이십니다. 14) 孟 子 盡 心 上, 盡 其 心 者, 知 其 性 也, 知 其 性 則 知 天 矣. 存 其 心, 養 其 性, 所 以 事 天 也. 殀 壽 不 貳, 修 身 以 俟 之, 所 以 立 命 也.
198_생명연구 22집 장저 : 노나라의 공구란 말인가? 자로 : 예, 그렇습니다. 장저 : 그라면 나루터 가는 길쯤은 알고 있을 텐데? 걸닉 : 나루터 가는 길을 묻는 그대는 누구신가? 자로 : 중유입니다. 걸닉 : 공구란 사람의 제자인가? 자로 : 예, 그렇습니다. 걸닉 : 온 세상이 물처럼 거세게 흘러가는데 누가 감히 고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자네도 나쁜 사람이나 피해 다니는 그런 공자 같은 사람을 따라 다니지 말고 차라리 어지러 운 세상을 피해 우리와 같이 지내는 게 어떠한가? 공자 : 날짐승이나 길짐승과 더불어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내 가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지 않으면 누구와 더불어 산 단 말인가? 온 세상이 질서 있고 조화롭다면 나도 구태여 바꾸려 애쓰지 않을 것이다. 15) 춘추전국 시대를 종식하고 진시황이 성취한 통일의 역사는 동시 에 200 여 제후국의 멸망의 역사를 의미한다. 춘추전국 500 여년은 문자 그대로 전쟁의 시대였다. 전쟁을 통한 살육은 닭과 개의 씨가 마르고 촌락은 폐허가 되어 행인조차 없으며, 백골이 황야에 널리 고 천리 안에는 닭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처참한 상황의 연속 이었다. 나아가 성이 포위되었을 때 자식을 서로 바꾸어 잡아먹는 15) 論 語 微 子, 長 沮 桀 溺 耦 而 耕, 孔 子 過 之, 使 子 路 問 津 焉. 長 沮 曰 : 夫 執 輿 者 爲 誰? 子 路 曰 : 爲 孔 丘. 曰 : 是 魯 孔 丘 與? 曰 : 是 也. 曰 : 是 知 津 矣. 問 於 桀 溺. 桀 溺 曰 : 子 爲 誰? 曰 : 爲 仲 由. 曰 : 是 魯 孔 丘 之 徒 與? 對 曰 : 然. 曰 : 滔 滔 者 天 下 皆 是 也, 而 誰 以 易 之? 且 而 與 其 從 辟 人 之 士 也, 豈 若 從 辟 世 之 士 哉? 耰 而 不 輟. 子 路 行 以 告. 夫 子 憮 然 曰 : 鳥 獸 不 可 與 同 羣, 吾 非 斯 人 之 徒 與 而 誰 與? 天 下 有 道, 丘 不 與 易 也.
유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_199 참상과 야만적인 행위가 벌어지곤 했다. 16) 피비린내가 하루도 쉼 없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식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불가항력의 무력감을 느끼고 현실사회와 결별하고 은둔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공자는 무엇인가 해 보겠다고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니다가 강도를 당하기도 하며 혹은 도적으로 오인 받아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기는 등 마치 비 맞은 상갓집 개와 같 은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니 어찌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았겠는가?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하는 사람 이라는 조소 속에 바로 공자의 정 신이 들어있다. 극도로 혼란한 시대에 태어나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무모하게 세상과 맞서려한다는 비아냥거림을 견디며 자신의 사명을 자각하고 수행하기 평생을 바친 인물이 바로 공자이다. 이러한 시 대에 살아야 했던 공자에게서 울려 나온 영혼의 소리는 인간의 본 모습을 되찾으라는 것이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의 질서와 조화 를 이루라는 것이었다. 공동체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최우선의 물 음은 사람이 사람인 까닭에 관한 것이었고, 마침내 인의( 仁 義 )라는 도덕적 마음을 찾게 된다. 인이 멀리 있는가? 내가 인을 행하려 하면 인은 실현된다. 17) 인을 행함은 자신으로부터 말미암는 것이지, 타인으로부터 말 미암는 것이겠는가? 18)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면 예절을 갖추어야 무슨 소용이 있으 며,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면 음악을 잘 연주해야 무슨 소용이 있 겠는가? 19) 16) 春 秋 公 羊 傳 宣 公 15 年 참조. 17) 論 語 述 而, 仁 遠 乎 哉? 我 欲 仁, 斯 仁 至 矣. 18) 論 語 述 而, 爲 仁 由 己, 而 由 人 乎 哉!
200_생명연구 22집 공자는 인간이 인간인 까닭에 대해 짐승과 달리 인간에게는 인 ( 仁 )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 仁 )은 인간이 능동적 존재이며 주 체적 존재임을 보여준다. 예악( 禮 樂 )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문화와 제도 밑바탕에 주체적 도덕성이 깔려 있어야만 비로소 바람직한 제 도로 작동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듯 더불어 사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삶에 있다. 따라서 삶과 죽음에 대한 제자의 물음에 대한 삶도 아직 다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말하겠는가? 라는 답은 공자의 소명의식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즉 죽음 과 귀신 에 대한 관심을 돌려서 인간 과 삶 에 대한 관심으로 집중해서 공동체의 질 서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이러한 사명을 완수하면 죽음도 기꺼 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공자는 아침에 온 세상에 도가 실현되 었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20) 고 하고 뜻있는 선 비와 사람다운 사람은 살기 위해 사람다움을 해치지 아니하며 내 몸을 죽여서라도 사람다움을 완성한다. 21) 라고 하였다. 즉 죽음이 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다 맞닥뜨리게 되는 삶의 자연스런 결과일 뿐이며 나아가 더 적극적으로는 사람다움의 실현을 위해 스 스로 택하는 길이기도 하다. 맹자는 또 공자가 이해하고 있는 명 ( 命 )의 의미를 발휘하여 자연적 의의의 천명과 도덕적, 종교적 의의 의 천명을 구분하여 표현하였다. 맹자는 인생의 길흉화복은 천명 이 아닌 것이 없다. 마땅히 받아야 할 정명을 받으면 그것으로 족 할 뿐이다. 그러므로 정명을 깨달은 자는 위험한 담 아래 서지 않 는다 하였다. 자신의 해야 할 도리를 다 하고 죽으면 바로 정명이 19) 論 語 八 佾, 人 而 不 仁, 如 禮 何? 人 而 不 仁, 如 樂 何? 20) 論 語 里 仁, 朝 聞 道, 夕 死 可 矣. 21) 論 語 衛 靈 公, 志 士 仁 人, 無 求 生 以 害 仁, 有 殺 身 以 成 仁.
유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_201 고, 질곡 가운데서 죽으면 정명이 아니다 22) 라고 하였다. 요수 부 귀 길흉화복 등은 운명이라 일컫는 자연적 의의의 천명이고, 정당한 인생의 사명으로서의 정명( 正 命 )은 도덕적 의의의 천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종교적 의의의 천명을 철저하게 내재화시켰음을 의미한 다. 중용 에서 하늘이 명한 것을 본성이라 이른다. 23) 하였고 또 오직 천하에 지극히 성실한 사람만이 능히 자신의 본성을 다 발휘할 수 있고, 자신의 본성을 다 발휘해야만 모든 사람들의 본성 을 다 발휘할 수 있고, 모든 사람들의 본성을 다 발휘해야만 만물 의 본성을 다 발휘할 수 있고, 만물의 본성을 다 발휘해야만 천지 를 도와 만물을 낳고 자라게 할 것이고, 천지를 도와 만물을 낳고 자라게 하게 되면 천지와 더불어 우뚝 설 것이다 24) 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지극히 성실하다 ( 至 誠 )함은 한편으로는 천명이 내재화 된 것으로서의 본성을 가리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존재론적 의의에 서의 천도를 가리킨다. 우리는 여기에서 초월적인 천명론에서 내재 화된 심성론이나 존재론적 의의의 천명론으로 바뀌어가는 궤적을 발견할 수 있다. 중용 에서 또 성실한 것은 하늘의 도요 성실 히 하려고 하는 것은 사람의 도이다 25) 라고 하면서 천도와 인도의 궁극적인 일치를 표현하고 있으며, 이 점에서 인간이 주체적이고 실천적 존재임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맹자의 다음의 말은 사람다움 의 가치가 죽음보다 소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유교의 핵심적인 22) 孟 子 盡 心 上, 莫 非 命 也, 順 受 其 正, 是 故 知 命 者 不 立 乎 巖 牆 之 下. 盡 其 道 而 死 者, 正 命 也, 桎 梏 死 者, 非 正 命 也. 23) 中 庸 章 句, 제 1장. 天 命 之 謂 性 24) 中 庸 章 句, 제 22장. 唯 天 下 至 誠, 爲 能 盡 其 性. 能 盡 其 性, 則 能 盡 人 之 性. 能 盡 人 之 性, 則 能 盡 物 之 性. 能 盡 物 之 性, 則 可 以 贊 天 地 之 化 育. 可 以 贊 天 地 之 化 育, 則 可 以 與 天 地 參 矣. 25) 中 庸 章 句, 제 19장. 誠 者, 天 之 道, 誠 之 者, 人 之 道 也.
202_생명연구 22집 문장이다. 사는 것도 내가 바라는 것이고 의로움 또한 내가 바라는 것이 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함께 얻을 수 없다면 차라리 삶을 버리 고 의로움을 취할 것이다. 사는 것 또한 내가 바라는 것이기는 하지만 하고자 하는 것이 사는 것 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구차 하게 삶을 구걸하지 않는다. 죽음 또한 내가 싫어하는 것이지만 죽기보다 싫은 것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환난을 당하는 한 이 있어도 피하지 않는 바가 있다. 26)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자연스런 현상인데, 엄습 하는 죽음을 자각할 수 있는 인간에게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인간 은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따 라서 유교에서는 먹고 마시고 입는 자연적인 생명보다는 사회적 가 치를 더욱 근본적으로 여긴다. 이 점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개체의 죽음이 아니라 사회에서 참된 가치가 실현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 서 자신의 가치관과 생명이 충돌할 때 주저 없이 자신의 몸을 바칠 수 있고, 이러한 가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죽음 앞에서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된다. 이러한 사유는 이후 성리학으로 면면히 이어진 다. 우리나라에서도 역사적으로 민족이 존망의 위기에 닥쳤을 때 목숨을 걸고 나선 의혈지사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예로 조 선 중기 성리학자 중봉( 重 峯 ) 조헌( 趙 憲 )은 임진년 8월 7백 의사와 더불어 금산전투에서 부자 모두 순절하였다. 상황이 급박한 가운데 서도 조헌은 오늘은 다만 한 번의 죽음이 있을 뿐이다. 사생과 진 26) 孟 子 告 子 上, 生 亦 我 所 欲 也, 義 亦 我 所 欲 也, 二 者 不 可 得 兼, 舍 生 而 取 義 者 也. 生 亦 我 所 欲, 所 欲 有 甚 於 生 者, 故 不 爲 苟 得 也, 死 亦 我 所 惡, 所 惡 有 甚 於 死 者, 故 患 有 所 不 辟 也.
유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_203 퇴를 의( 義 )자에 부끄럼이 없게 하라. 27) 고 하였다. 즉 삶과 죽음의 기준을 의 에 둔 것이다. 조선 말 의병장 최익현도 의병을 일으키 면서 진실로 내가 한 마음으로 나라를 위하노니 죽음은 보되 삶은 보지 않았다. 28) 고 하였고, 나아가 즐거운 마음으로 바로 죽을 수 도 있는 것은 사람다움을 구하여 사람다움을 얻었기 때문이니, 비 록 오늘 목이 잘리고 심장이 터져도 진실로 마땅히 웃음을 머금은 채 땅 속에 묻힐 수 있다. 29) 고 하였다. 이렇게 자신의 가치실현을 위해 목숨을 던진 사람들에게 무덤은 음습한 죽음의 집이 아닌 편 안한 안식처가 된다. 명나라 유학자 왕기( 王 畿. 1498~1583)의 주역에 이르길 시초를 미루어가 종말을 돌아보니 사생의 설을 알게 된다고 하였는데, 삶 과 죽음의 이치는 낮과 밤의 이치와 같다. 낮이 알면 밤도 알게 된 다. 그러므로 삶도 아직 다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말하겠는가? 30) 라는 공자에 대한 이해에서 삶도 아직 다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말하겠는가? 라는 공자의 말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현실생활 속 에서의 가치관을 넘어서 죽음은 삶의 자연스런 연속이라는 근본적 인 신념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공자 의 답은 삶이 무엇인지 알면 죽음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라는 말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다. 27) 趙 憲, 重 峯 集 附 錄 卷 2 行 狀 28) 최창규 편역, 韓 末 憂 國 名 士 疎 文 集, 서문당, 1986. p. 67. 29) 최창규 편역, 韓 末 憂 國 名 士 疎 文 集, p. 48. 30) 王 龍 溪, 王 龍 溪 語 錄, 권5 天 株 山 房 會 語, 易 曰, 原 始 反 終, 故 知 生 死 之 說 生 死 如 晝 夜, 知 晝 則 知 夜 矣, 故 曰, 未 知 生, 焉 知 死
204_생명연구 22집 Ⅲ. 사생취의( 捨 生 取 義 )와 초혼재생( 招 魂 再 生 )의 이중주 백화제방의 춘추전국 시대, 먼저 인간이 되라는 공자와 맹자의 외침은 부국강병을 바탕으로 한 대통일의 기운에 눌려 공허한 메아 리로만 남고 결국 인간의 이기심을 직시한 법가 사상에게 대통일의 이념을 내어 주고 말았다. 한대( 漢 代 )에 이르러 유교가 지배 이데올 로기의 지위에 오르기는 하였지만 학문적 생명은 메마른 강상윤리 ( 綱 常 倫 理 )에 매몰되고 만다. 맹자 이후 천 여 년을 잠자던 유교는 당나라 말기부터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였다. 불교문화가 지배 했던 당나라는 멸망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불교도 본래의 모 습을 잃고 세속적인 변질의 길을 걷게 된다. 또한 북쪽에서의 다른 민족들의 침입으로 중국은 존폐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더욱이 당시 계속되는 전쟁과 전염병의 창궐로 인한 집단적 죽음 앞에 유 교적 해석은 민중들의 영혼을 위로 할 수 없었고, 불교와 도교가 민중의 삶 깊숙이 파고 들어가게 되었다. 이러한 내외의 위기를 극 복하기 위하여 민족의식의 고취가 요구되었고 지성계에서도 새로운 사상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 결과 불교와 도교에 관심을 기울였던 지식인들이 유교로 돌아오기 시작하였고, 선진시대 유학의 재해석 과 불교와 도교에 대한 비판을 통하여 새롭게 정립한 학설이 성리 학이다. 죽음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는 사생취의( 捨 生 取 義 )라는 공 자와 맹자의 관점을 이어받으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더욱 적극적으 로 해석하기 시작하였는데, 주로 리( 理 )와 기( 氣 ), 두 가지 측면으로 이루어진다. 낮과 밤이 바뀌는 것이 바로 삶과 죽음의 도리이다. 삶의 도리
유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_205 를 알면 죽음의 도리를 알게 된다. 사람을 섬기는 도리를 다 하는 것이 바로 귀신을 섬기는 도리를 다하는 것이다. 삶과 죽음, 사람과 귀신은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것이다. 31) 라는 정이 ( 程 頤, 1033-1107)의 말처럼 송 명 유학에서도 죽음 앞에 선 실존 주체의 삶과 죽음에 대한 정신적인 초월을 강조하였다. 장재( 張 載, 1020-1077)는 생명의 현상을 기로 설명한다. 장재는 삶과 죽음에 대해 덕이 기를 이기지 못하면 성명( 性 命 ) 은 기에 달려 있고, 덕 이 기를 이기면 성명 은 덕에 속한다. 이치를 궁구하여 자신의 성 을 온전히 실천하면 성 은 천덕( 天 德 )이고 명은 천리( 天 理 )이다. 사 람의 몸에 있어서 기가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죽음과 삶 그리고 장수함과 요절함일 따름이다. 32) 라고 말하였다. 장재는 기의 움직 임이란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는 취산작용이며, 그 취산작용을 통해 태허로부터 만물이 생성되어 나오고 다시 소멸되어 태허로 돌 아가는 순환과정으로 이해하였으며 그 과정 전체는 인간의 힘으로 는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 서 자신의 도덕성을 발휘하여 성심으로 실천한다면 죽음이 더 이상 죽음이 아닐 수 있다고 보아서 모이는 것도 내 몸뚱이요 흩어지는 것 또한 내 몸뚱이니 죽어도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을 아는 사람과는 함께 본성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토론할 수 있겠 다 33) 고 하였다. 즉 죽음 역시 도덕적 삶에 근거한 죽음이어야 하 31) 論 語 集 註 先 進, 朱 子 註 : " 晝 夜 者, 死 生 之 道 也. 知 生 之 道, 則 知 死 之 道 ; 盡 事 人 之 道, 則 盡 事 鬼 之 道. 死 生 人 鬼, 一 而 二, 二 而 一 者 也. 或 言 夫 子 不 告 子 路, 不 知 此 乃 所 以 深 告 之 也." 32) 張 載, 正 夢, 性 命, 德 不 勝 氣, 性 命 於 氣, 德 勝 其 氣, 性 命 於 德. 窮 理 盡 性, 則 性 天 德, 命 天 理. 氣 之 不 可 變 者, 獨 死 生 修 夭 而 已.. 33) 張 載, 正 蒙, 太 和 : 聚 亦 吾 體, 散 亦 吾 體. 知 死 之 不 亡 者, 可 與 言 性 矣.
206_생명연구 22집 고, 최후에는 살아서는 일에 따르고 죽어서는 편안하다 34) 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유는 명대로까지 이어지는데 특히 명대 심학자들은 개 인의 죽음에 대해 한 발 더 다가가서 더욱 적극적인 해석을 가한 다. 왕기( 王 畿, 1498-1583)는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사 에 맡기는 태도[ 任 生 死 ]와 생사를 초월하는[ 超 生 死 ] 태도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그는 인연에 따라 생겨나는 것이 원시( 原 始 )이고 인연 이 다하면 죽는 것을 반종( 反 終 ) 이라고 여기는 태도를 생사에 맡기 는 태도라고 하고 이를 불교에서의 생사관으로 여겼다. 그리고 생 ( 生 )이면서도 생이 없고 삶이 즐거운 것임을 알지 못하고, 죽음이면 서도 죽음이 없고 죽음이 슬픈 것임을 알지 못하는 경지를 생사를 초월하는 태도로 보고 이것이 유가의 궁극적인 생사관이라고 여겼 다. 이는 누구나 자신에게 양지( 良 知 )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는 것 이라고 주장한다. 왕기는 양지는 본래 다 갖추어져 있으므로 생( 生 ) 도 사( 死 )도 없다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양지 본체에 대해 깨 닫기만 하면 이 세상의 모든 실상을 알게 되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였으며, 자신의 내면을 통해 죽음을 직시하 라고 강조한다. 35) 이어서 이지( 李 贄, 1527-1602)는 학문에 입문한 직접적인 동기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고 술 회하며 무릇 학문함의 목적은 모두가 자신의 삶과 죽음의 근거를 규명하고 자신의 성명( 性 命 )의 종극을 탐구하는 데에 있다. 36) 라고 34) 張 載, 正 蒙, 西 銘 : 存, 吾 順 事 沒, 吾 寧 也 35) 王 龍 溪, 王 龍 溪 語 錄, 권6 與 存 齋 徐 子 問 答 : 良 知 本 來 具 足, 本 無 生 死. 若 直 下 認 得 無 知 本 體, 百 凡 應 感 一 照 而 皆 眞, 方 不 落 生 死. 36) 李 贄, 續 焚 書, 권1 答 馬 歷 山 : " 凡 爲 學 皆 爲 窮 究 自 己 生 死 根 因, 探 討 自 家 性 命 下 落."
유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_207 하였다. 즉 삶과 죽음을 아울러 자신의 생명을 기탁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학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치를 자각하여 깨닫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죽음을 불사하며 도덕적 실천을 강조하는 몇 몇 유학자들 뒤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여전히 죽 음을 뒤로 숨기고 부귀영화를 꿈꾸며 서로 다투며 살아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을 의도적으로 밀어내고 잘 살자는 노래만 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라는 속담이 있 듯, 유교문화권에서는 입신양명으로의 탐닉 등 지극히 현세적 생활 에 관심을 집중시키며 나아가 제의( 祭 儀 )를 통한 자기 과시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대부분 유가의 영향으로 설명하고 있 다. 37) 공자는 논어 에서 죽음이나 상례에 대해 언급할 때 사회적 질 서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에서 출발하여 상 장례와 연관된 규범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공자는 상을 치를 때 형식적으로 잘 치르기보 다는 차라리 슬퍼해야 한다. 38) 고 함으로써 장례의 본질이 그 절차 나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런 정감의 표현에 있음을 분명 히 하였다. 상 장례의 중시는 부모를 여윈 슬픔에 기초를 둔다. 순자 는 3년 상에 대해 무릇 천지 사이에 혈기를 가지고 태어나는 생물 은 반드시 지각을 가지고 있으며, 지각을 가지고 있는 생물은 반드 시 자기와 같은 무리를 사랑한다. 새나 짐승도 자기 무리와 떨어져 서 한 달 이상을 지내면 반드시 되돌아와 무리를 찾아가며, 자기 37) 林 綺 雲 은 유가 생사관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요약하였다. 1 인간의 자연 사와 죽음의 필연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 2 생사나 귀신에 대해 말을 아낌. 3 공리 주의, 현세주의적인 생사관. 4 죽은 자에 대한 애도와 상 장례에서 의식을 중시함. 林 綺 雲 主 編 生 死 學 臺 灣 洪 葉 출판사. 2000. pp. 22-25. 38) 論 語 八 佾 : 林 放 問 禮 之 本. 子 曰, ; 大 哉 問! 禮, 與 其 奢 也 寧 儉, 喪, 與 其 易 也 寧 戚
208_생명연구 22집 고향을 지나칠 때면 반드시 주위를 돌아다니며 울부짖고 몇 번을 오가며 배회한 다음에야 비로소 그 자리를 떠난다. 어린 제비 새끼 마저도 한참을 재잘거리다가 날아간다. 사람은 혈기를 가진 생물 중에서 가장 빼어난 지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부모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죽더라고 끝나지 않는다. 39) 라고 하며 합리성을 부여한다. 유교에서는 제사도 대단히 중시하고 있다. 예기 에서 군자는 궁궐을 지을 때 종묘를 먼저 짓고 다음에 외양간을 지으며, 마지막 에 기거할 방을 짓는다. 집안에서 쓰는 용품도 제기를 먼저 만들고, 그 다음에 제사상에 쓸 술그릇을 만들며 밥그릇은 그 뒤에 만든다. ( )군자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제기에 죽을 담아 먹지 않고, 추워도 제사 때 입는 옷은 입지 않으며, 궁궐을 지을 때 무덤가에 심은 나무는 베지 않는다. 40) 라고 하였듯 고대 중국에서는 제사활동이 생활의 중심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제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 정어린 정감의 표현이며 돌아가신 조상과 다시 만날 것을 갈망하는 염원의 발로이다. 41) 이렇게 조상과의 끊임없는 관계맺음을 통해 후 대로까지 연결된다. 유교 문화권에서는 선조 제사를 지낼 것, 현실 속의 가정에서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고 공경할 것, 자손이 이어질 것, 이 세 가지를 아울러 효 라고 표현하였다. 그리고 불효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불효는 대를 끊는 것이다. 42) 라는 맹자의 39) 荀 子 禮 論 : 凡 生 天 地 之 間 者, 有 血 氣 之 屬 必 有 知, 有 知 之 屬 莫 不 愛 其 類. 今 夫 大 鳥 獸 則 失 亡 其 群 匹, 越 月 踰 時, 則 必 反 鉛. 過 故 鄉, 則 必 徘 徊 焉, 鳴 號 焉, 躑 躅 焉, 踟 躕 焉, 然 後 能 去 之 也. 小 者 是 燕 爵, 猶 有 啁 焦 之 頃 焉, 然 後 能 去 之. 故 有 血 氣 之 屬 莫 知 於 人, 故 人 之 於 其 親 也, 至 死 無 窮. 40) 禮 記 曲 禮 下 : 君 子 將 營 宮 室, 宗 廟 爲 先, 廏 庫 爲 次, 居 室 爲 後. 凡 家 造, 祭 器 爲 先, 犧 賦 爲 次, 養 器 爲 後. 君 子 雖 貧, 不 粥 祭 器. 雖 寒, 不 衣 祭 服. 爲 宮 室, 不 斬 於 丘 木. 41) 何 顯 明, 현채련, 리길산 옮김, 죽음 앞에서 곡한 공자와 노래한 장자, 예문서원, 1999, pp. 246-247. 42) 孟 子 離 婁 上 : 不 孝 有 三, 無 後 爲 大
유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_209 말처럼 후손이 없으면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세대의 생명이 끊어 지게 되며, 조상이 남겨준 모든 유산을 잃게 된다고 여겼다. 일본 학자 가지 노부유키는 '효'를 현대 용어로 옮기면 생명의 연속에 대한 자각, 다시 말해 현재를 영원히 자각하는 것 이라고 규정하고, 여기에서 죽음 을 보는 눈이 삶 을 보는 눈으로 단번에 바뀐다고 하였으며, 죽음의 의식에서 광대한 삶의 의식으로 바뀌는 것을 유교의 생사관이라고 여겼다. 그는 제사 또는 추모제를 통한 초혼재생에 대해 현대적 용어로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 하는 것 이라고 옮겼다. 나아가 죽은 자의 입장에서 보면 초혼재생 의식을 통해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 올 수 있으며 이는 효( 孝 )를 매개로 하여 죽음을 역전시켜 생명의 연속 이라는 관념으로 해석한 다. 43) 즉 생명의 연속이라는 관점에서 제사를 바라보면 생명의 궁 극적 원천을 파악하고 나아가 삶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는 의미다. 내가 죽더라도 혼자 고독하게 무섭고 낮선 죽음의 땅으 로 가는 것이 아니라 늘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먼저 돌아가신 조상 들과 함께 할 수 있고 나아가 내 자식이 생명을 이어갈 것이고 제 사를 통해 그들과 함께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죽음은 그리 두려울 것 없다는 위안을 얻게 된다. 다만 현실생활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 다. 이 점에서 또한 유교는 삶에서 죽음을 보게 된다. 44) 김교빈은 죽음에 대한 유교의 이해 에서 유가의 생사관에 대해 결코 보상을 바라지 않으면서 사람답게 산 결과가 죽음이라면 흔 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 를 갖춘 죽음을 두려워 않는 낙천적 43) 가지 노부유키, 이근우 옮김, 침묵의 종교 유교, 경당, 2002. pp. 72-84. 44) 유교의 상 장례 의식에 나타난 삶과 죽음에 대한 의의는 졸고, 한국에서 생사학 건 립을 위한 유가적 단초, 양명학 제 20호, 2008. 한국양명학회, pp. 417-443 참조.
210_생명연구 22집 세계관 이라고 개괄하였다. 45) 이는 유가 지식인들의 사생취의( 捨 生 取 義 ) 관념에서 나온 세계관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가지 노부유키는 저서 침묵의 종교 유교 에서 도교는 불로장생 ( 不 老 長 生 ), 불교 는 윤회전생 ( 輪 廻 轉 生 )으로 각각의 죽음에 대한 태도를 규정하고 유교에 대해서는 초혼재생 ( 招 魂 再 生 )으로 규정하였다. 이는 상 장 례 및 제례의식에서 유교의 종교성을 해석한 결론이다. 유교의 죽 음에 대한 서로 다른 두 태도를 정합적으로 보면 죽음 앞에서 보 상을 바라지 않는다 는 말을 마치 영혼불멸 을 실천이성의 요구로 두고 도덕적 행위를 보증하는 칸트의 덕복합일 의 이론전개와 같 이, 나는 죽더라도 내 자손은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가설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닌가? Ⅳ. 죽음학 에서 생사학 으로-대만에서의 생사학 전통적으로 우리 농경사회에서는 자신이 평생을 거처하던 방에서 가족들이 둘러앉아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맞이하면서 생을 마감 하였고, 장례 의식은 마을의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많 은 학자들이 경제활동이 직간접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와 삶 의 의미에 대해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아리에스가 죽음 앞의 인 간 에서 20세기에 들어와 상징적 의미로 죽음이 허무에 매몰되었 다 고 파악했듯 현대 의료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죽음을 많이 늦추 45) 김교빈, 죽음에 대한 유교적 이해 생사에 대한 철학적 성찰, 철학연구회 2006 년 춘계 학술발표회 발표문, pp. 50-57.
유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_211 었으나 그에 따른 고통 또한 증가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 다수의 사람들이 기계로 가득 찬 중환자실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 한다. 따라서 죽음은 더욱더 우리의 일상생활로부터 멀어지고 터부 시되고 말았다. 만일 우리가 죽음을 계속해서 피하려고만 하거나 죽음을 적으로만 간주한다면, 우리는 두려움과 불안이 한층 고양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피할 수 없 는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장자는 대지가 나를 이 땅에 살아가게 하였는데, 삶에 수고롭게 하고, 늙음으로 여 유를 주고, 죽음으로 편안함을 준다. 그러므로 삶이 좋은 것이라고 여긴다면 죽음도 좋은 것이라고 여겨야 할 것이다 라 하였듯이 죽 음의 문제는 육체적 연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죽음은 삶과 불가분 의 관계에 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삶을 끝맺는 방식은 곧바로 그가 삶을 어떻게 살았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그러므로 죽어 가는 사람이 마지막 단계를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보낼 수 있는지, 자기 자신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보다 폭넓게 접근할 필 요가 있다. 이러한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 죽음학이다. 죽음학은 1908년 노벨생물화학상 공동 수상자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 생물학 자 메치니코프(Elie Metchnikoff : 1854~1916)가 1903년 출간한 The Nature of man 가운데 Thanatology 개념을 쓰면서 시작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엘리엇(T. S. Eliot : 1888~1965)이 1955 년 Death Education'(죽음교육)을 성교육과 동등하게 중시해야 한 다고 역설하였으며 1963년 미국 미네소타(Minnesota)대학원에서, 1963년에 죽음학 이 로버트 펄튼(Robert Fulton)교수에 의해 개 강되었고, 1969년에는 죽음교육과 연구센터 Center for Death
212_생명연구 22집 Education and Research 가 개설된 이래, 1970년대 중반 이미 165개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죽음과 죽어감(Death and dying) 이 라는 강좌를 개설하였고 지금은 수백 개 대학으로 늘어났다고 한 다. 의학계에서는 이미 80년대부터 질병에서 삶으로의 복귀 못지않 게 죽음에 대한 적응을 중요하게 여기고 도와주는 호스피스 운동이 일어났다. 장기 이식이나 신약개발의 기술이 증대되고 생명공학이 발달할수록 죽음에 대한 관심과 연구도 높아졌다. 안락사가 많은 나라에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고,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이제 삶의 권리뿐 아니라 죽을 권리도 인권의 한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일본 에서는 1971에는 퀴블러 로스(Elisabeth Kübler Ross)의 죽음의 순간(On Death and Dying) 이 번역된 이래로, 사생학 ( 死 生 學 )등 의 명칭으로 오늘날까지 죽음에 관한 연구가 크게 발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만에서의 죽음학은 1993년 미국 필라델피아 템플대학 종교학과 의 대만학자 부위훈( 傅 偉 勳 ) 교수가 자신의 10여 년 간의 죽음관련 교육내용을 바탕으로 사망의 존엄과 죽음의 존엄-임종정신의학에 서 현대생사학까지 46) 를 출판하면서 시작되었다. 작자 자신이 직접 암과 투쟁하면서 쓴 이 책은 예상을 넘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학계의 연구방향을 바꾸며 출판계에 새로운 기획을 제공하게 되었 다. 그는 대만에 죽음학을 들여오면서 Thanatology 를 생사학( 生 死 學 )으로 번역하고 Death Education 에서 Life and Death Education 으로 변환하여 사용하였다. 그 이유는 우선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에서의 죽음 이라는 단어에 대한 금기가 기독교문화권에 비해 46) 傅 偉 勳, 전병술 역, 죽음, 그 마지막 성장, 청계출판사, 2001 참조.
유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_213 더욱 강하기 때문에 거부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의도가 있다. 이와 같이 서구 죽음학은 죽음에 대한 인식, 정의 및 죽음과 관 련되는 여러 현상에 대한 파악을 주요 목적으로 삼기 때문에 생명 에 대해 직접적으로 강조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원래 삶 과 죽음을 하나( 一 體 兩 面 )로 보기 때문에 죽음의 문제를 삶과 죽음 을 함께 아우르는 생사 문제로 확충해서 파악해야 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만약 죽음을 생명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살펴보지 않고 단지 죽음 현상에서만 연구한다면 죽음의 본질은 영원히 죽음 자신 이 지닌 무화( 無 化 )의 힘 속에 매몰되어 감추어질 것이다. 물론 우 리는 죽음의 현상 에 관해 독립적으로 연구 할 수도 있지만 생명 전체를 통해 죽음의 본질 을 연구해야만 한다. 죽음의 현상은 본질 의 드러남이고 이 본질은 다름 아닌 생명 자체다. 다시 말해 죽음 의 본질은 삶의 완성(to live)이고 삶의 현상은 죽음의 실현(to die) 이다. 죽음에 대한 물음은 결국 삶에 대한 물음과 연결된다. 삶의 의미는 태어나면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로부터 명확히 드러난다. 반 대로 삶에 대한 태도가 죽음에 대한 태도를 결정한다. 삶이 없으면 죽음도 없다. 삶과 죽음은 일체다. 죽음의 현상 에 관한 연구는 지 금까지 죽음학과 죽음교육의 목표였다. 죽음의 본질에 관한 진일보 한 연구는 생명 자체이고 따라서 현대 죽음학의 새로운 방향이어야 한다. 죽음에 대한 연구가 본디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던 가? 생명에 대한 사랑이 바로 종교의 본질이다. 종교적 정감의 온 사랑(the whole love of religious feeling)의 실천은 멈출 수 없다. 따라서 현대 죽음학의 가장 중심이 되는 테마는 삶과 죽음을 꿰뚫 는 궁극적인 생명에 대한 큰사랑의 종교적 정감 및 궁극적 관심이
214_생명연구 22집 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망학 이라는 단어에서 생사학 이라는 단어로의 전향이 필요하다고 여겨 Thanatology 를 생사학(Studies of Life-and-Death)이라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동북아 사상의 근 간인 유학은 몸소 체득함( 體 認 )에 있다. 부위훈은 이를 바탕으로 자 신의 책에서 서구 죽음학 연구에서 진일보하여 동양의 심성체인 중 심의 삶과 죽음에 대한 지혜를 배합하여 현대 생사학 을 건립하고, 삶과 죽음은 나누어지지 않는다( 一 體 兩 面 ) 는 기본적인 관점에 의 거하여 죽음의 문제를 삶과 죽음을 함께 아우르는 생사문제로 확충 하였다. 즉 죽음의 존엄과 생명의 존엄을 나눌 수 없는 밀접한 관 계로 보고, 현대인의 죽음에 대한 정신적 초탈 및 삶과 죽음의 궁 극적인 의의에 대하여 성찰하고 있다. 이 점에서 원래 구상하였던 제목인 죽음의 존엄-현대인의 죽음의 문제 및 정신적 초탈 에서 사망의 존엄과 생명의 존엄-임종정신의학에서 현대생사학까지 로 바꾸어 출판하게 된 이유다. 이후 지금까지 죽음의 철학, 생 사학, 생사학 개론, 이론생사학, 종교철학과 생사학, 생사교 육과 카운슬링 등의 수십 종의 전문서적들이 단독 혹은 공동연구 로 출간되었다. 최근에는 Thanatology 에 생명의 특질을 부여하고, 현대 생명윤리학 관점을 부가하여 생명의, 생물의, 혹은 유기체의 등을 함의하는 전치사 Bio를 넣어 Biothanatology 로 생사학 을 나 타내기도 한다. 47) 부위훈 교수의 책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반향이 각 학교의 생사학 과목 개설로 이어졌다. 출판 이듬해 인 1994년 국립 대만대학 심리학과에서 2인 팀티칭의 교양과정에 47) 蔡 瑞 霖, 宗 敎 哲 學 與 生 死 學, 臺 灣 南 華 管 理 學 院, 1999.
유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_215 제한인원 100명으로 개설한 생사학의 탐구 과목에 수백 명이 신청 하여 결국 180명으로 제한하여 강의를 하였다. 1995년 타이페이 간 호대학( 台 北 護 理 學 院 )에서 전공필수과목으로 죽음학 을 개설하였다. 개설 목적은 학생들로 하여금 생사학 연구와 운용현황에 대하여 의 학, 사회학, 종교 및 윤리적 관점에서 죽음의 과정과 개인에게 미치 는 영향 및 죽음 관련 의식 및 사회적 조직의 영향에 대한 이해를 도모함에 있다. 그 결과 학생들로 하여금 올바른 생사관을 건립하 여 죽음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997년 대만에서는 최초로 남화( 南 華 )대학에서 생사학 연구소 (대 학원 과정)를 개설하였고 2001학년도부터는 학부 과정에 생사학과 를 개설하게 된다. 1998년, 타이페이 간호대학에서 삶과 죽음 연구 센터 ( 生 與 死 研 究 中 心 )를 개설하고 이어서 생사교육과 카운슬링 연 구소 를 개설하게 된다. 이후 2,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1999년 9 21 지진참사 이후 각 대학 및 중고등학교에서 생사학 관련과목을 개설 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전국 대학 가운데 1/3 이상이 교양과목으로 생사학 관련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일상화된 학교폭력, 늘어나는 청소년 자살 등이 사회문제로 제기되어 중등학교에서도 생명교육을 실시하여 학 생들이 올바른 가치관 및 인생관을 세우고, 자신의 생명의 고귀함 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2000년 7 월 교육부에서 정식으로 교육부 생명교육추진 위원회 를 구성하고 공청회를 거쳐 2001년을 생명교육의 해 로 선포하게 된다. 수년간 의 연구 끝에 마침내 2008년부터 초등학교부터 중등학교까지 생명 교육은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교과목 내용은 다음
216_생명연구 22집 과 같이 생명교육개론, 철학과 인생, 종교와 인생, 삶과 죽음, 도덕적 사고와 결단, 성과 결혼윤리, 생명과 과학윤리, 전인격과 영성발전 등 8대 영역으로 나누었다. 이외에도 학교 밖 학교 개념으로 세계종교박물관 을 통하여 유아 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실제 방문과 시청각 효과를 통하여 죽음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종교박물관은 10년의 기획과 건축 을 거쳐 2001년 타이페이 교외에 2300여평의 면적으로 개관되었다. 내부에는 세계 10대 종교의 희귀한 문물 및 예술 작품들을 전시하 고 있다. 2002년부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생명의 건축사 라는 생 명교육교안을 작성하여 참관 및 유관활동을 통하여 학생들로 하여 금 새로운 각도에서 생명의 역정(Rites of Passage)에 대하여 살펴 보고, 올바른 삶의 방향을 찾고 스스로 생명의 의의와 가치를 체득 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즉 학생들로 하여금 영적, 종 교적 각도에서 생명의 의의와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협조하여 바 르고 적극적인 인생관을 세울 수 있도록 인도하는데 목적을 둔다. 탄생, 성장기, 장년기, 노년기, 죽음 및 사후세계 등 다섯 구역으로 나누어 참관과 지도 및 토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48) 48) http://www.mer.org.tw/ 참조.
유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_217 참고문헌 論 語 孟 子 中 庸 春 秋 公 羊 傳 禮 記 張 載, 正 蒙 王 龍 溪, 王 龍 溪 語 錄 李 贄, 續 焚 書 趙 憲, 重 峯 集 최창규 편역, 韓 末 憂 國 名 士 疎 文 集, 서문당, 1986. 牟 宗 三, 中 國 哲 學 的 特 質, 臺 灣 學 生 書 局, 1988. 林 綺 雲 等, 生 死 學, 臺 灣 洪 葉 出 版 社, 2000. 王 邦 雄 等, 中 國 哲 學 史, 臺 灣 國 立 空 中 大 學, 1995. 傅 偉 勳, 전병술 역, 죽음, 그 마지막 성장, 청계출판사, 2001. 蔡 瑞 霖, 宗 敎 哲 學 與 生 死 學, 臺 灣 南 華 管 理 學 院, 1999. 何 顯 明, 현채련, 리길산 옮김, 죽음 앞에서 곡한 공자와 노래한 장자, 예 문서원, 1999. 가지 노부유키, 이근우 옮김, 침묵의 종교 유교, 경당, 2002. 전병술. 한국에서 생사학 건립을 위한 유가적 단초, 양명학 제 20호, 한국양명학회. 2008. 김교빈, 죽음에 대한 유교적 이해, 생사에 대한 철학적 성찰, 철학연 구회 2006년 춘계 학술발표회 발표문. http://www.mer.org.tw/
218_생명연구 22집 儒 家 的 生 死 觀 田 炳 述 建 國 大 學 校 包 括 儒 彿 道, 東 方 哲 學 的 特 質 可 以 稱 爲 生 命 的 學 問. 做 爲 儒 彿 道 三 敎, 其 所 以 爲 敎, 也 正 在 其 以 提 供 生 命 的 根 本 方 向, 以 安 頓 吾 人 生 命 而 爲 敎. 此 中, 無 論 是 儒 家 以 聖 人 爲 人 類 生 命 的 最 高 價 値 典 範, 抑 或 是 道 家 的 眞 人 至 人 神 人, 佛 敎 的 佛, 都 是 以 生 命 最 圓 滿 的 完 成 爲 其 標 的. 這 世 界 對 東 方 哲 學 而 言, 首 先 乃 是 一 生 命 活 動 與 自 我 實 現 時 所 經 歷 的 場 所. 當 代 新 儒 學 者 牟 宗 三 對 中 國 哲 學 的 特 質, 用 一 句 最 具 槪 括 性 的 話 來 說, 特 重 主 體 性 (Subjectivity) 與 內 在 道 德 性 (Inner-morality). 儒 彿 道 三 大 主 流 學 問 當 中, 儒 家 把 主 體 性 復 可 以 特 殊 的 規 定, 而 成 爲 內 在 道 德 性, 卽 成 爲 道 德 的 主 體 性. 儒 家 把 生 命 的 指 標 不 依 歸 超 越 這 世 界 而 主 宰 人 的 神, 依 據 以 仁 義 代 表 的 內 在 的 道 德 主 體 性. 以 禮 樂 爲 象 徵 的 人 文 制 度, 也 依 據 道 德 主 體 的 實 踐 才 會 妥 當 的 作 動. 不 然 整 個 文 化 墮 落 於 疲 弊, 奪 取 個 人 安 身 立 命 的 場 所. 人 是 活 着 共 同 體 裏, 實 現 價 値 的 存 在. 所 以 儒 家 比 其 自 然 生 命, 把 實 現 社 會 的 價 値 視 爲 更 根 源 的 生 命. 在 這 視 野, 一 生 最 恐 懼 的 不 是 個 體 的 死 亡, 而 是 實 現 不 了 眞 正 的 價 値. 所 以 自 然 生 命 與 價 値 觀 相 衝 時, 毫 不 遲 疑 不 舍 一 條 命 的. 子 路 問 事 鬼 與 死 的 問 題 時, 孔 子 回 答 說 未 能 事 人, 焉 能 事 鬼, 未 知 生, 焉 知 死, 就 是 闡 明 儒 家 的 價 値 取 向 何 在. 以 後 整 個 儒 家 生 死 觀, 從 義 命 對 揚 的 格 局, 捨 生 取 義 與 招 魂 再 生 兩 條 路 進 行 的. 儒 家 的 生 死 觀, 從 死 亡 學 (Thanatology) 的 觀 點 看, 可 以 說 帶 着 執 着 於 生 而 回 避 死 的 負 面 的 方 向 進 行 的. 爲 了 克 復 這 點, 傅 偉 勳 在 生 死 學 的
유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_219 理 念 之 下, 對 生 命 的 學 問 這 個 詞 彙 重 新 解 釋, 把 生 命 的 學 問 解 釋 爲 我 們 實 存 主 體 性 對 生 命 的 體 認 與 探 究, 來 提 唱 了 脫 生 死 的 智 慧, 並 以 此 來 探 討 現 代 人 的 死 亡 問 題 及 其 精 神 超 克, 以 及 生 死 的 終 極 意 義. 關 鍵 詞 : 生 死, 生 命 的 學 問, 命, 捨 生 取 義, 招 魂 再 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