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특강 싸이와 조용필 임 진 모(음악평론가) jjinmoo@hanmail.net 1.싸이,B급 정서의 승리 2.조용필,레전드의 힘찬 재림
싸이와 조용필 3 싸이와 조용필 싸이는 세계 속에서 논다.본인 표현대로 국제 가수든 월드 스타든 분명 히 한국만의 가수는 아니다.언론이 온통 유투브 조회 수를 챙기고 빌보드 차트 순위에 매달리는 것도 그가 이제 로컬 가수가 아니라 글로벌 엔터 테이너라는 것의 반증이다.그것을 두고 일각에서 국가주의 라는 비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영리하고 생각 많은 그가 신작 싱글 젠틀맨 을 단독 공연무대 해프닝 을 통해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월드 마케팅에 나선 것은 어쩌면 집 나간 자 식 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려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콘서트 현장에서 미친 듯 열광한 관객들을 비롯한 국민들은 싸이의 해외중심 활 동을 관용의 수준이 아닌 대환영의 심정으로 응원한다. 나가면 어때?집 잘되게만 하면 좋은 거지! 싸이 자신도 집을 나갔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젠틀맨 은 국 내용이 아니라 누가 봐도 수출용,해외용이다.미국 유학생활을 통해 미국 문화의 경험을 가진 그는 미국을 비롯해 외국 사람들이 한국과 같은 동양 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고 있는 듯하다. 강남스타일 도 그렇지만 정장 과 선글라스 차림이어도 어딘가 덜 떨어진 것 같고 우스꽝스럽고 망가진 자신 옆에는 언제나 과감한 포즈를 취하는 미모에다 섹시한 여성들이 우 글거린다. 외국인들 상당수가 오리엔탈 신비로만 여겼던 한국 여성이 너무 아름답 고 섹슈얼한 것에 놀라고 감탄한다. 싸이가 뮤직비디오를 통해 한국 여성 의 매력을 제대로 외국에게 알리고 있다! 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아마 앞 으로도 그는 자신의 영상에 늘씬하고 매혹적인 다수의 여성들을 배치할 것이다.외국인들은 강남스타일 과 젠틀맨 을 통해 싸이의 춤도 따라하지 만 아름다운 코리안 걸도 열심히 본다.싸이의 전략이다. 언어는 말할 것도 없다.철저히 해외용 접근이라는 게 여기서도 나타난 다.그는 강남스타일 을 하면서 여전히 생소한 한국어에 대한 외국인들의 폭발적 관심을 목격했다.우리는 알랑가 몰라, 아리까리하면 까리해, 용 기 패기 똘기 같은 표현이 익숙하지만 외국인들은 알 리가 없다. 젠틀맨
4 아침 특강 은 외국인들로 하여금 뜻풀이의 욕구와 호기심을 자극한다. 수차례 반복되는 말이야 라임(있잖아 말이야/말씀드리자면 말이야/멋 쟁이 말이야.)도 재미있지만 의미는 모른다.그렇다고 모르는 것만 깔 아놓지 않았다.영어도 쓰고 아임 마더 파더 젠틀맨 처럼 깜찍하게 여길 대목도 집어넣었다.외국인들 입장에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잘 배치, 배분해놓은 게 젠틀맨 의 돋보이는 장점이다. 싸이는 게다가 대동단결을 만들어내는 무궁한 댄스의 흡수력을 믿었다. 뭔가 새로운 싸이의 신작을 기대한 우리의 음악관계자들 중 다수가 솔직 히 처음에는 그게 그것인 클럽 튠이라서 그랬겠지만 조금은 건조하고 지 루하다는 평이었다.하지만 자꾸 들으면 중독성이 생기고 영상과 묶이면 더욱 친근해지는 게 음악이다. 강남스타일 의 트랜스 스타일보다는 깨끗한 디지털 리프들을 강조한 탓 에 초기 반응은 미지근했지만 어느새 처음에는 밋밋했지만 자꾸 들으니 까 좋다 는 사람들이 많아졌다.시건방춤도 전 지구적으로 빠르게 퍼져나 가고 있다. 강남스타일 의 트랜스적인 분위기를 걷어내 꽉 찬 느낌은 약화 되었지만 그만큼 깨끗한 디지털 리프를 대거 동원해 사운드 구성의 밀도 를 높인 것이다. 강남스타일 과 비교해 다를 게 없고,심지어 짝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줄었다. 설령 말 춤보다 사람들이 이번에 시건방춤을 덜 추더라도,유투브 조회 수의 폭발적 상승세가 꺾이더라도 이미 이 정도 반응이라면 대성공이다. 빌보드에 12위로 핫 샷 데뷔한 것이 말해준다. 강남스타일 이 나오기 전의 시점으로 돌아가면 이러한 성적은 경천동지 급의 해외시장 대첩이다.솔직 히 강남스타일 의 빌보드 2위 7주 연속의 맛을 본 탓인지 기대치가 너무 높다.음악관계자들 사이에선 신작이 20위권에만 들어도 연타석 홈런이라 고들 했다.이미 목표를 초과달성한 셈이다.다시 한 번 케이팝의 리더 니 진정한 문화대사 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싸이,B급 정서의 승리 싸이는 하지만 그런 수식에 깔려있는 국위 선양을 의식할 인물은 아니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자신이 그사이 국가대표가 됐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 어서 태극기를 들고 코리아 를 연호하지만 그의 뇌리에는 국가를 알리려
싸이와 조용필 5 는 생각보다 늘 그래왔듯 현실을 조롱하고 춤을 춰 날려버린다는 생각으 로 가득 차있다.그는 비주얼을 중시하는 일그러진 풍토에 학벌과 돈에 찌 든 세상이 싫다.그부터가 새 라는 노래로 데뷔했을 때 괴상한 외모에 뚱 뚱한 몸 때문에 엽기가수 로 불린 희생자였다. 누가 봐도 그는 일류가 아니라 이류 삼류이며,주연 아닌 조연 혹은 엑스 트라이고,1등이 아니라 34등이며,결코 귀빈일 수 없는 루저다.그런데도 예쁜 얼굴에 파워풀 댄스로 무장한 가지런한 우리의 케이팝 전사들,그 아 이돌 댄스그룹들보다 더 큰 글로벌 센세이션을 야기했다.그것을 싸이는 B급 정서의 승리 라고 규정했다.미국인들은 자신을 바보 같은 캐릭터 오 스틴 파워 로 여긴다는 것이다. 젠틀맨 에서도 광대의 파괴력은 여전하다.그는 웃기는 동작을 통해 세상 에 만연한 허세를 비아냥거리며 못난 자의 반항력을 웅변하고 있다.싸이 에게 지구촌 곳곳의 팬들이 박수를 치는 이유는 눌리고 외면 받고 있는 자의 씩씩한 용트림을 읽어내기 때문이다.B급 정서의 승리는 소외된 사 람들의 수면 위 부상,그 솟구침을 가리킨다. 그런데 정말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당분간 감히 그 폭발적 장세에 도 전하지 못할 것 같은 싸이의 젠틀맨 을 내리고 조용필의 신곡 바운스 가 음원차트 1위에 오른 것이다.싸이가 바깥에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면 조용 필은 안에서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이다.음원과 음반을 관리하는 국내 유니 버설 뮤직은 잘돼도 이렇게 잘될지 몰랐다 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바운스 를 다운로딩하거나 스트리밍한 사람들이 대부분 10대와 20대라는 점 또한 경이롭다.누군가는 63세가 만들어낸 기적 이라고 했다(조용필은 1950년생이다). 조용필의 YPC 프로덕션 관계자는 애초에 사람들이 조용필의 새 앨범이 나왔다는 점만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고 했다.하지만 먼저 음원을 접 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너무 음악이 세련되고 영(young)해 올해의 앨범 감 이라는 고평이 지배적이었다.이후 젊은 뮤지션들 전체가 조용필 신보에 충격을 받을 것이며 미리부터 음악계가 떨고 있다는 얘기도 돌았다. 실제로 조용필의 새 음반은 랩이 들어간 타이틀곡 헬로,일렉트로닉 사 운드의 바운스,전형적인 록 충전이 필요해 를 위시해 발라드가 없는 것 은 아니지만 조용필의 유전자인 록 기반의 젊은 음악으로 가득하다.완벽
6 아침 특강 주의를 추구하는 만큼 외국을 오가며 다듬은 사운드의 퀄리티는 빼어나기 이를 데 없다.사실 신곡들은 오래 전에 만들어놓았으나 양에 차지 않아 갈아엎고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작업했다고 한다.새로 완성한 뒤에도 그 는 더 좋은 소리로 다듬기 위해 재( 再 )마스터링 작업 차 영국으로 떠났 다. 나이가 들어가면 대체로 음악가는 자기 세대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구하 기 마련이다.그런데도 조용필은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패기 의 사운드로 역공을 취했다.4월23일 젊은 아티스트들의 홍보와 마케팅 통 과의례로 자리 잡은 쇼 케이스 행사에 나선 행보도 지극히 젊다.그는 요 즘 음악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늘 주의 깊게 관망한다.카 라디오는 오로지 주파수 102.7메가헤르츠 즉 AFKN에 고정되어 있다.신보는 그러 한 현재진행형에 대한 민감성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그는 왜 록과 같은 젊은 음악으로 승부를 걸었을까.환갑이 넘은 나이테 를 애써 가리거나 푸르른 청춘으로 보이고 싶어서는 아니다.록은 그의 원초적 본능이다.록은 기본적으로 현장음악이고 공연음악이다.가수가 가 야할 곳은 공연장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신보의 음악도 콘서트를 의식해 상당수를 공연용으로 꾸몄다.그의 지향은 곧 공연장을 찾은 기성세대 관 객들에게 록과 같은 젊은 음악을 들려줘 우리는 아직도 젊다 는 자신감을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조용필,레전드의 힘찬 재림 내달 5월31일을 시작으로 숨 가쁘게 펼쳐질 신보 발표 기념 전국 순회공 연에 대다수를 이룰 어른 관객들은 록 음악에 뜨거운 호흡을 내뿜으며 아 우성을 칠 것이 분명하다.그들에게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한 조용필의 존 재는 그 자체가 용기백배요,사기충천이다.그의 위상은 조용필이기에 누 릴 수 있는 그만의 특전일 수도 있지만 음악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어른 들의 상승욕구와 참여의지를 대변하는 상징적 존재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음악은 젊은 가수들 판이다.나이 들어 인기차트 순위를 다툰 가수 는 김수희의 애모,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인순이의 거위의 꿈 등 극 소수에 불과하고 실제로 젊은 층과 교감하는 아티스트도 드물었다.전설에
싸이와 조용필 7 대한 대우가 우리처럼 박약하고 냉혹한 나라도 없다.가수가 전성기가 지 나면 거의 예외 없이 인기현장에서 퇴각해 추억의 무대만 기웃거리는 게 우리 가요계의 모습이었다. 조용필은 뒤로 밀려난 움츠린 과거의 영웅이기를 거부한다.그 세대도 얼 마든지 바운스해 위로 앞으로 튀어나올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했다.젊은 이들의 음악인 록을 들고 나왔고 쇼 케이스를 했으며 게다가 대담하게 싸 이의 젠틀맨 열풍이 한복판인 시점,일반적이라면 꺼리는 시점에 신곡을 발표했다.위험한 타이밍을 마다하지 않는 그러한 정면승부에 감동했다는 사람이 많다. 싸이는 트위터에 어쩌다 제가 감히 가왕님과 공통점을 갖게 된 걸까요. 영광입니다.선배님 이라는 글을 올렸다.최고의 아이돌 그룹 빅뱅 의 태 양은 이렇게 좋을 수가.심장이 bouncebounce두근대~ 들킬까 겁 나! 라고 썼다.조용필의 바운스 가 나오자 SNS를 통한 후배가수들의 때 아닌 조용필 찬가가 이어졌다.젊은 음악팬들이 아버지보다 더 위인 조용 필의 음악에 주목한데는 이러한 후배들의 경배도 큰 몫을 했다. 싸이가 말하는 공통점은 아마 음원 차트 1위 자리,같은 시점의 신곡이라 는 점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정한 둘의 공통점은 그간 철 저히 눌려 기를 펴지 못해온 계층과 집단의 거침없는 하이 킥이 아닐까 한다.싸이 쪽은 B급 사람들이요,조용필은 노병들이다.국제가수와 가왕 은 각각 이들을 대리해 더 이상의 소외와 위축은 없다는 것을 가열 차게 선언한다.비록 세대와 음악스타일은 다르지만 따지고 보면 두 영웅은 같 은 노선을 걷고 있는 셈이다. 우리 음악계는 오랫동안 특히 1990년대 이래 적지 않은 고질병에 앓아왔 다.주지하다시피 그중 대표적인 것은 하나의 새로운 유행이 생기면 너도 나도 거기에 떼 지어 몰려가는 일종의 쏠림 현상이다.때문에 다양성의 부재 는 우리 문화의 아킬레스건이었다.2007년 원더걸스의 텔 미 이후 걸 그룹밖에 보이지 않은 것이 하나의 예다.신구의 조화도 교과서에나 있 는 말이었다. 그런데 있을 것 같지 않은 그림,싸이와 조용필의 노래가 인기차트 상위 권에 공존하는 기이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조용필의 바운스 가 1위로 상당수 음원차트를 올킬한 주에 한 음원차트는 바운스 1위,싸이 젠틀맨
8 아침 특강 3위,소녀시대 티파니의 한걸음 이 4위에 랭크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조 용필,싸이,소녀시대가 같은 시점에 음원시장에서 각축을 벌인다는 사실 은 수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용필은 이 점에서 최근 부쩍 눈에 띄는 레전드의 소환 물결을 예고한 다.틴에이저와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계통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듯 레 전드를 찾아내 섬기려는 흐름이 뚜렷하게 형성되고 있다.우선순위가 가왕 조용필이었을 것이다.간만에 음악계가 조용필 싸이 소녀시대가 함께 호흡 하면서 오랜 숙원인 다( 多 )세대의 공존을 실천하고 있다.국제와 국내의 거리감도 대폭 줄어들었다.지금이 어쩌면 음악계가 실한 내외를 다지는 조정 국면인지도 모른다.살다보니 별일을 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