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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에 나타난 식민통치 - 망향 (1937)을 중심으로- 이 수원(부산외국어대학교) I. 서론 프랑스 시적 리얼리즘의 대표작으로 쥘리엥 뒤비비에Julien Duvivier의 영화 망향 (Pépé le Moko, 1937)을 들 수 있다. 망향 은 장 가뱅Jean Gabin의 돋보이는 연기와 아름다운 대사, 비극적인 사랑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이 자 오늘날까지도 세계 영화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1) 본 연구는 이와 같이 낭만과 우수가 가득한 시적 리얼리즘의 상징작으로서 주목받아온 고 전 망향 을, 식민담론의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와 같은 시도는 이 영화가 그동안 간직해온 이미지를 감안해 볼 때 다소 위험을 무릅쓴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술작품은 그것이 창조된 시대적 배경과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본 논문은 망향 의 공간적 배 경이 알제리임을 감안해 볼 때 주된 역사적 배경으로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영화가 개봉된 1937년은 아직 서구 열강의 식민통치가 종식되지 않았던 시기이며, 특히 알제의 카스바를 주무대로 펼쳐지는 망향 의 내러티브는 당시 프랑스령 알제리의 현실을 의도적이든 아니든 반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영화는 이전까지 만들어진 알제리 관련 영화들과는 달리 당시 알제리에 대한 사실주의 적 연출로 호평을 받은 작품이지만, 이와 같은 긍정적 측면은 상대적인 것에 그치고 있다. 2) 그러나 이 글의 초점은 프랑스 식민통치에 대한 뒤비비에 감독 자신의 의식이 어땠는지를 일일이 파헤치는데 있지는 않다. 다만 영화에서 엿보이는 식민주의(넓은 의미에서는 제국주 의)의 시대상에 대한 분석이 시적 리얼리즘의 무게로 인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 리의 입장이다. 3) 이 영화가 서구 선진국이자 제국주의의 선두에 섰던 프랑스 출신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동양적 소재에 대한 작가의 위치에 있어서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존 재함은 논의에 있어서 감안해야 할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4)

영화 전체를 특징짓는 식민/피식민의 대립 구도와 조연급 인물들의 재현 방식을 주된 축 으로 삼아 논의를 진행하고자 하며, 본격적인 작품 분석에 앞서 그동안 프랑스 영화가 반영 해온 알제리의 모습에 대해 개괄적으로 짚고 넘어가게 될 것이다. II. 본론 1. 프랑스 영화와 알제리 프랑스는 오늘날 세계적인 문화강국이자 독일과 함께 EU의 중심축을 이루는 서구 선진국 이며, 프랑스어는 유럽은 물론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용되는 세계 공용 어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영광 이면에는 식민지를 지배했던 서구 열강으로서의 역사가 자리 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는 1860년대에 절정에 이른 식민통치에 있어서 영국과 함께 선두 를 달린 국가이다. 5) 양국은 이미 17세기 말부터 동지중해를 지배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을 주축으로 해서 1815-1914년까지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유럽이 획득한 식민지 영 토는 총 지구면적의 35%에서 85%까지 확장되었다. 6) 프랑스는 제 2차 대전 종전 후 1950 년대 말-60년대에 급격하게 진행된 식민지 상실의 역사에서도 그 한가운데 있었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 중 알제리는 특히 프랑스 현대사에 대한 비판적 논의에서 빠지지 않 고 등장한다. 7) 1830년 프랑스의 통치하에 놓이게 된 이래 독립전쟁(1954-1962) 8) 을 거쳐 주권을 회복한 알제리는, 오늘날 마그레브라는 집합적 개념에 포섭된 채 탈식민시대 프랑스 사회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성찰을 촉발하는 주된 화두로써 작용한다. 영화사와 연계시켜 볼 때, 프랑스 영화에 알제리가 등장하는 내러티브적 맥락은 대략 세

가지다. 식민지로서의 모습, 알제리전쟁, 그리고 독립 후 프랑스 사회 속 이민 공동체로서이 다. 프랑스의 알제리 지배와 독립 알제리의 탄생, 그 후 현재에 이르는 역사적 흐름을 영화 가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9) 에릭 사바레즈Eric Savarese의 글을 보면 알제리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마그레브의 재현, 특히 마그레브인의 육체를 둘러싼 재현이 시대에 따라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를 알 수 있다. 10) 그는 알제리전쟁 이후 프랑스 출신 감독과 마그레브 출신 감독이 만드는 프랑스 영화에서 발견되는 차이를 논하는 동시에, 양 자의 영화 모두에서 마그레브인은 주로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재현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즉 식민시대의 연장선상에서 그 시대의 유물이자 기억으로서 다뤄지는 경우와, 두 번째로는 특히 1980년대부터 프랑스 사회 속에서 그들이 겪는 사회경제적 통합상의 어려움이라는 측 면이다. 1910-20년대에 프랑스 영화에 등장한 이래 오늘날 알제리를 중심으로 한 마그레브의 정 체성 문제는 점점 더 많은 프랑스 영화들에서 다뤄지고 있다. 일례로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 을 수상하면서 상기한 정체성 문제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마티외 카소비츠의 증 오 (1995)는, 유대인, 아랍인, 흑인 청년 셋을 등장시켜 현대 프랑스 사회 속 이민 공동체 의 삶을 보여주면서 신식민주의라고 부를 만한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한편 알제리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들도 196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이래, 2000년대 들어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11) 2. 이국성과 위협의 식민공간 영화 망향 은 전체적으로 식민지 알제리와 종주국 프랑스를 대비시키는 큰 틀을 취하 고 있다. 다만 프랑스는 영화 속에서 시각적으로 등장하는 대신 그저 이야기되고 꿈꿔지는 이상향이고, 관객은 알제의 항구지대 및 구시가지 카스바만을 보게 된다. 영화의 주된 배경은 카스바지역으로, 이곳은 내러티브적으로 파리에서 은행을 턴 페페가 일당과 함께 숨어든 은신처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장 가뱅이 연기하는 페페는 감옥 같은 카스바에서 숨 막히도록 갑갑한 2년을 이미 흘려보낸 상태이다. 페페뿐 아니라 피에로 같은 인물형(탈영병)이 반영하듯이, 영화 속 카스바는 더 이상 갈 곳 없는 문제아 본토인들이 찾 아드는 마지막 보루이며, 그곳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들은 법의 그물망에 걸리게 되어있 다. 12)

이처럼 파리에서 넘어와 알제에 정착한 인물들을 통해 영화는 프랑스 본토와 카스바로 대 변되는 식민 알제리라는 두 개의 이질적 공간을 대립시킨다. 페페가 등장하기 전 영화의 시 간적/공간적 배경을 제시하는 도입부의 삽입으로 인해 그와 같은 대립은 영화 시작부터 일 종의 전제로서 부각된다. 알제에 위치한 프랑스 경찰본부에서 벌어지는 이 도입부의 연출에 서 눈여겨 볼 것은 카스바가 재현되는 방식, 그리고 1930년대 당시 알제리 식민통치의 반 영이다. 우선 카스바의 재현방식을 살펴보면, 알제리형사 슬리만의 등장 이전까지 파리에서 도착한 프랑스경찰, 알제 주둔 프랑스경찰, 알제리경찰의 모습을 보여주되, 카스바를 설명하 고 묘사하는 권한은 프랑스경찰에게 주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통복장을 함으로써 프 랑스경찰들과 구별되는 알제리 출신은 침묵하고 있다. 이는 식민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와 그 를 말없이 감내해야하는 객체를 암묵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결국 영화에서 이야기되고 묘 사되는 카스바는 프랑스의 시각에 의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특기할 만한 것은 카스바를 카메라에 담는 장면이 다큐멘터리적이며, 그럼으로써 카스바 라는 곳이 관객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제시된다는데 있다. 거리를 둔 채 알제의 전경을 패닝 하면서 비추는 카메라는 롱숏, 패닝, 틸트 그리고 부감과 버즈 아이뷰를 적절히 구사함으로 써 객관적으로 카스바를 보여주고자 한다. 내러티브에서 약간 벗어나 연출자(관찰자)의 시 선이 한 동안 관객을 이끌어간다. 이때 알제 주둔 프랑스경찰의 내레이션은 카스바를 온갖 인종과 다양한 인간군상이 혼재하는 복잡한 공간으로 묘사한다. 우선 경찰이 본토에서 파견 나온 동료 프랑스경찰에게 페페의 체포가 힘든 이유를 설명한다. 이때 지도가 인서트되면 실제 카스바가 그에 오버랩되면서 내레이션이 시작된다. 카스바의 면면들이 스크린을 지나 가는 동안 내레이션은 개미집처럼 우글거리는 숲(fore t grouillante comme une foumilière), 테라스 하나하나가 계단을 이루어 바다로 이어지는(un vaste escalier dont chaque terrace est une marche et qui descend vers la mer) 구조, 구불구불하고 어 두운 길, 덫의 형상을 한 길(ruelles tortueuses et sombres, des ruelles en forme de guet-apens), 벌레와 습기로 침투당한 문(portes envahies de vermine et d'humidité), 음침한 카페들(cafés obscures), 1만 명이 살아야 할 곳에 4만 명이 모여 사는(40.000 au lieu de 10.000) 곳이자 온갖 종류의 여자(창부)들이 공존하는 미로로서 범접하기 힘든 장소로 카스바를 묘사한다. 다채롭고, 살아 숨쉬고, 다양하고 시끌벅적한(colorée, vibrante, multiple, hurlante) 그곳은 감히 본토인이 넘볼 수 없는 지역, 첩자들로 가득 찬 모호한 공간이지만 페페만은 자기 집처럼 드나들고 있는 곳으로 소개된다. 알제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은 그곳을 방문한 가비 일행이 제공한다. 이들의 등장은 지중해에 속하는 알제리의 휴양지로서의 면모, 이국성을 담보하는 타자로서의 성격을 부각 시킨다. 프랑스 본토에서 휴가를 온 그들에게 알제는 호기심의 대상이자 이국성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그들 일행이 내뱉는 대사들은 열등한 식민 알제리에 대한 종주국의 우월한 시선 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가비가 페페를 처음 만나고 돌아온 후 일행과 함께 고급 레스토랑 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을 보면, 우선 슬리만과 식당지배인이 대화를 나눌 때 주변 손님과 웨이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카메라가 비추는 그들은 부유해 보이는 백인들이고, 웨이 터들조차 프랑스 웨이터의 차림이다. 온갖 인종이 뒤섞인 카스바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풍 경이다. 13) 이 시퀀스에서 가비가 카스바를 함께 방문할 것을 제안하자 그녀의 물주인 클립

은 한 번으로 족하다며 해충과 악취는 끔찍하다(La vermine et les mauvaises odeurs, j'ai horreur de ça) 고 넌더리를 친다. 또 다른 일행인 그라베르는 살충제를 뿌리고 들어가 야겠다고 농담조로 이야기한다. 이와 같은 태도는 열등함을 만들어내기 위해 비위생성을 들 먹인 초기 식민주의 담론의 명백한 반영이며, 1930년대 후반 여전히 프랑스 식민통치를 받 던 알제리에 대한 당시 종주국 프랑스의 일반적인 시선이기도하다. 14) 이어서 일행이 카스바 를 재차 방문했을 때 그라베르는 아랍 여인에게 천일야화 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며 감탄사 를 내뱉는가 하면( Oh, ravissante! Une apparission des Mille et une nuits."), 자신은 여 행을 좋아하고 어디를 가더라도 늘 타지에 온 것으로 상상한다며 카스바에서는 마치 중국에 와있는 것 같다고 주절댄다. 이와 같은 그의 태도와 대사는 아시아적인 것을 "이국성, 신비 성, 심원함, 생식력 등 과 일치해서 바라본 동양 르네상스 의 환상과 편견을 그대로 보여 준다. 15) 19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오리엔탈리스트들이 현실 그대로의 동양을 작품 속에 그대로 재현했다기보다는 그들의 목적에 맞게 (그 목적이 도피였든, 지배였든, 자 국민에 대한 경종이었든) 왜곡 함으로써 널리 퍼지게 된 이질적이고 이국적 관능성을 지닌 동양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16) 그라베르는 멍청하고 경박한 캐릭터로 기능함으로써 당시 알제리에 대한 종주국 프랑스의 편향된 시각을 꼬집는 감독의 시선을 대변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를 반영하는 예술인 영화는, 망향 에서 1937년의 식민 알제리와 카스바를 카메라 에 담는 동시에 또 다른 중대한 시대상을 반영한다. 즉 카스바는 식민지배자들이 섣불리 접 근할 수 없는 위협적인 장소이자 식민 알제리에서 종주국 프랑스의 지배가 통하지 않는 공 간으로 제시되는 것이다. 내러티브적으로도 페페는 프랑스경찰이 아니라 결국 알제리 출신 인 슬리만의 지략에 의해 잡히도록 설정되었다. 초반의 총격전을 보더라도 프랑스경찰들은 속수무책이며, 이는 페페 일당이 그들을 굽어보는 부감 촬영에 의해 더욱 강조된다. 역사적 으로 카스바는 지중해의 리듬에 따라 형성된 복잡한 공간이다. 뒤비비에의 영화에서는 정체 불명의 다양한 인종들이 공존하는, 사회 중심부에서 밀려난 주변부 인물들로 구성된 열등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지배자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통제를 벗어나 낯선 위험이 도사린 양가적 인 곳이다.

3. 이상향으로서의 파리 - 캐릭터의 대비 위에서 살펴 본 알제리와 프랑스의 구분은 영화 속에서 페페를 중심으로 삼각관계를 형성 하는 이네스와 가비에 의해 더욱 강조된다. 주인공 페페가 카스바에서 의지하는 이네스는 집시 창녀이고 본토에서 찾아온 가비는 화려한 파리지엔으로, 둘은 각각 카스바와 파리를 상징한다. 여기서 눈여겨봐야할 점은 페페의 마음이 가비에게로 쏠린다는 설정이다. 시적 리얼리즘의 애잔함과 비극을 표현하도록 마련된 장치이자 주인공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은유이지만, 식민담론분석의 틀을 적용해본다면 이네스의 열등함과 그에 따른 피식민자의 열등함 또한 부각되고 있다. 페페는 카스바에 묶여있는 자신의 처지에 갑갑해할 뿐 이네스 에 대한 관심은 사라진지 오래다. 고국 프랑스를 그리워하던 페페에게 가비라는 여자가 나 타나고, 그녀는 그가 그리워하는 모든 것을 상징함으로써 지긋지긋한 카스바를 상징하는 이 네스보다 우월한 위치에 선다. 두 여자 사이의 차이는 그들의 외양에서 가장 크게 드러난다. 17) 유색 피부에 헝클어진 머 리, 소박한 옷차림의 집시 이네스는 하얀 피부에 말끔하게 빗어올린 머리와 세련된 옷차림, 보석들로 치장한 고급스러운 파리 상류층 여인 가비와 대비된다. 이와 같은 두 여자의 상반 된 이미지는 전형적인 피식민자와 식민자의 차이, 야만과 문명의 차이라는 식민주의적 재현 방식과도 맞닿는다. 이네스는 종주국 프랑스에 대한 식민 알제리의 미개함과 열등함을 상징 하는 인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가비는 이상향으로서의 프랑스를 구현하며, 이는 페페와 가비가 속삭이는 사랑의 대사에 이르러 직접 표면화한다. 그들의 두 번째 만남에서 페페는 가비의 마음을 확인하는데, 이때 둘은 샹젤리제, 오페라등 파리의 명소를 각각 교대 로 인용하다가 동시에 블랑쉬 광장la place Blanche 을 내뱉음으로써 마치 그곳에서 만나 는 듯이 연출된다. 페페의 파리에 대한 향수를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둘 사이의 공감 대를 형성하는 장면이다. 게다가 세 번째 만남에서 가비의 대사는 그녀가 파리에 대해 지니 는 애착이라는 1차적 의미를 넘어 그녀 자체를 파리의 상징물, 즉 카스바가 아닌 그 무엇으 로서 한 번 더 부각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녀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파리가 곁에 있지 않 으면 다시 잠들고 싶다( Si je n'ai pas Paris à portée de ma main en ouvrant l'oeil, j'ai envie de me rendormir.")고 말한다. 파리 외의 장소는 상상하기 힘든 인물로 제시되는 것 이다. 시적 리얼리즘의 아름다운 대사들은 가비의 존재를 매개로 이상향 파리에 대한 향수 를 불러일으킨다. 18)

- 타자로서의 아랍 타자화는 본디 한 개체 혹은 민족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필수적으로 거쳐야만 하 는 사회적 과정이다. 자신과 외부의 존재를 구분짓는 것은 자기 인식의 측면에서 요구되는 허구적이지만 필요한 절차인 것이다. 19) 그러나 지배의 목적으로 이를 일정 집단에 적용하다 보면 본질적인 우월/열등의 대립구도를 낳게 된다. 식민지시대에 서구 열강들이 전략적으로 제조해낸 열등한 피식민국민이라는 담론도 우월한 서구를 확립하기 위해 허구에 기반한 타자 만들기의 산물이었다. 일례로 마그레브지역에 대한 프랑스의 통치는 아랍인에 대한 타 자화 및 면면히 반복되고 이어져온 상투형stéréotype을 필요로 하였다 20). 망향 의 인물들은 대사, 언어, 행위 등 다양한 층위에서 1930년대 당시 동서양을 구분 짓는 불균등한 시선을 직간접적으로 반영한다. 그 예로 앞 장에서 가비 일행 중 클립과 그 라베르의 대사를 살펴보았다. 대사보다는 덜 직접적이지만 알제리 출신 조연급들의 연출 또 한 식민담론이 형성하는 피식민자들의 상투적인 모습을 반영한다. 비서구인들은 배신, 거짓 말, 밀고와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로 특징지어져있다. 특히 레지스와 아이랍 같은 인물상은 아랍인 이라는 전형적인 의식의 소산이다. 우선 레지스는 영화 초반, 경찰에게 페페의 거처를 알려주는 밀고자로서 가장 부정적인 인물이다. 결국 페페가 동생처럼 아끼는 피에로는 레지스의 계략에 넘어가 카스바를 벗어나 는 바람에 죽게 되고, 그에 대한 복수로 레지스는 페페 일당에게 둘러싸여 최후를 맞이한 다. 레지스는 영화에서 시종일관 악인의 캐릭터로 등장하여 교활하고 비열한 아랍인이라는 이미지를 구현한다. 그는 크로머의 종속적 종족 이 묘사하는 정도에 지나친 아부 와 음모, 교활, 거짓말을 대변한다. 21) 그가 직접 알제 주둔 프랑스 경찰서를 찾아가 피에로를 미끼로 페페를 잡아들이자고 제안하는 장면에서는 알제리인이자 페페를 잡아야하는 슬리만조차 그 를 힐난한다. 배신이라는 용서될 수 없는 죄로 인해 부각되는 것 외에, 레지스는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억양 섞인 불어를 구사하며, 비서구화된 의상을 통해 아랍인이라는 개념 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한편 아이랍은 앞서 언급한 경찰서 장면에 잠깐 등장한 후 피에로를

유인하는 편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영화 후반, 슬리만의 지령 을 받고 페페를 속여 카스바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장면에서 절정에 달한다. 물론 페페는 이에 속아 넘어가지 않고 아이랍의 거듭되는 거짓말과 배신을 폭로한다. 이처 럼 레지스와 아이랍은 상투적이고 전형화된 아랍인상을 구현하는 인물들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풍부한 의미와 역할을 부여받은 아랍인은 단연 슬리만일 것이다. 슬리 만은 단순한 아랍인의 상투형을 넘어서는 복합적인 인물로, 그의 연출방식이 이를 증명해준 다. 우선 내러티브적으로는 프랑스경찰의 지시를 받고 일을 하지만 자신만의 계획에 따라 행동하고 결국에는 프랑스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페페 검거작전에 성공한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이는 이미 식민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프랑스경찰의 무력함을 한 번 더 부각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다음으로 슬리만은 대사를 통해 여러 번 자신이 무슬림임이 드러나도록 연출 된다. 직접 인샬라 라는 대사를 하거나 신의 뜻을 믿고 따르는 행동방침이 언급된다. 그는 동료들을 팔아넘기는 레지스하고는 차원이 다른 자존심 있는 알제리인으로서 차별화된다. 이는 레지스가 피에로를 미끼로 페페를 체포할 방안을 이야기하는 장면의 미장센과 대사에 의해 특히 강조된다. 레지스가 화면 좌측에, 경찰서장이 우측에 있고 둘이 대화를 나누는데, 자신의 계략을 설명하는 레지스와 듣는 입장인 경찰서장이 전면에 위치해 있고, 시각적으로 그 사이, 그리고 뒤쪽에서 침묵을 지키며 슬리만이 앉아있는 구도를 취한다. 전면에서, 게다 가 대사를 하는 인물들에게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이 숏이 30초 정도 편집 없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숏의 미장센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함으로써 사이에 위치한 슬리만을 발견하도록 한다. 22) 그러나 이와 같은 슬리만의 반식민주의적 이미지는 영화에서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요소 가 아니다. 오히려 표면적으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어느 한쪽에도 속하지 않는 모호함 과, 이네스-가비와의 삼각관계를 이용하여 페페를 체포하는 일종의 교활함, 그리고 이로 인 해 형성되는 속을 알 수 없는 음흉함의 이미지일 가능성이 높다. 23) 특히 그가 처음 등장하 는 장면의 카메라 움직임이나 조명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앞서 언급한 영 화 초반 도입부 시퀀스에서 카스바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프랑스경찰의 동선을 따라 우에서 좌로 패닝하던 카메라는, 경찰이 멈춰섰는데도 패닝의 움직임을 이어가서 문을 열고 슬그머 니 들어와 자리에 앉는 슬리만에 이르러 움직임을 멈추며 그의 모습을 잡는다. 그동안 경찰 들의 대화는 외화면에서 계속 들리는 상황이다. 그럼으로써 카메라는 다소 비밀스러운 방식 으로 슬리만을 처음 등장시키며, 관객의 시선을 그에게로 고정시킨다. 이어서 카메라는 편 집 없이 다시 방향을 바꿔 좌에서 우로 슬리만의 동선을 따라 패닝하여 그를 프랑스경찰들 과 한 숏에 담는다. 본토에서 파견나온 경찰이 왜 페페를 매일 만나면서도 잡지 못하냐고 질책하자, 그는 자신만의 계획이 있다고 하면서 오히려 섣불리 행동하다가는 카스바에서 쥐 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다고 응수한다. 슬리만이 이와 같은 대사를 할 때 두드러지는 것

은 그의 얼굴을 비추는 조명이다. 명암 대비가 뚜렷한 조명이 사용됨으로써 인물 내면의 복 잡함 나아가 위협적인 음모가 암시된다. 통상 명암대비가 강조된 조명은 어둡고 부정적인 상황에 자주 사용되는 것으로, 이 장면에서 그의 은밀한 등장과 내용을 알 수 없는 계획을 부각시켜 비밀스럽고 음흉한 이미지가 형성되는데 일조한다. 이처럼 슬리만은 교활함과 지혜로움 사이를 오가는 복합적인 인물로, 관점에 따라 상반되 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다만 내러티브 줄기를 고려해 봤을 때, 프랑스경찰이 해내지 못하 는 일을 성취하고 따라서 페페와의 내기에서도 결국 승자가 되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간과되 어온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III. 결론 본 논문에서는 알제리 식민지배기에 촬영된 소수의 프랑스 영화 중 가장 지명도가 높은 망향 을 통해 영화에 반영된 시대상을 살펴보고자 했다. 영화는 알제 주둔 프랑스경찰들의 대사를 통해 식민 알제리라는 시공간적 배경을 제시함 으로써 시작하여, 1930년대 후반 프랑스제국이 직면한 식민통치의 불안한 정황을 반영한다. 특히 알제의 카스바는 이국성과 낯선 위협을 동시에 대변하는 곳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내 러티브상으로 프랑스령 알제리를 상징하는 이곳은 주인공에게는 벗어나야 할 감옥으로서, 그가 이상향으로 꿈꾸는 파리와 대비된다. 이와 같은 대비는 영화 전체를 특징짓는 것으로, 알제리와 프랑스, 식민지와 종주국의 차이는 주인공을 둘러싼 두 여성 인물을 통해 한층 강 조된다. 카스바의 집시여인을 두고 파리의 상류층 여인을 갈망하는 주인공을 통해 피식민자 (동양)의 열등함과 식민자(서양)의 우월함이 은연중에 도출되는 것이다. 영화의 조연급 인물 들 또한 상투적인 아랍인 을 대변하거나 당시 서구의 불균등한 시선을 대사로써 드러낸다. 오리엔탈리즘에 기인하는 부정적인 상투형들이 영화 속 아랍인들이 떠맡는 내러티브상의 역 할이지만, 그들에 대한 단죄와 슬리만이라는 복합적인 인물의 존재는 감독의 비판의식 또한 암시한다. 망향 에는 식민통치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당연하겠지만, 종주국 국민으로서 한계를 지니는 프랑스인의 시선이 혼재한다. 알제리를 비롯한 마그레브 감독들 혹은 프랑스 국적이 지만 마그레브 출신 감독들이 세상에 내놓는 소수의 영화들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 요성이 있다. 참고문헌 공일주, 전완경, 북아프리카사, 대한교과서, 1998 김호영, 프랑스 영화의 이해, 연극과 인간, 2003 노서경, (프랑스의) 알제리전쟁 비판의 지적 계보, 대구사학, 제84권, 2006 민경숙, 19세기 프랑스의 인종관과 플로베르(Flaubert), 국제지역연구, 7권1호, 1998 안병직 외, 세계의 과거사 청산, 푸른역사, 2005 크리스틴 톰슨, 데이비드 보드웰, 세계영화사 II, 시각과 언어, 1999 Abdou B., "Alger au cinéma, de Pépé le Moko à Bab-el-Oued City", La pensée 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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