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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5 확률론 의 측정 철학과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 권 기 창** 논문초록 1) 본 연구의 목적은 케인즈가 일반이론 에서 제기한 단위 선정 문제를 확률론 의 측정 철학과 연관 지어 검토하는데 있다. 케인즈는 러셀의 절대주의적 크기 개념 과 단절하여 확률의 크기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이 과정에서 규준적이 며 임의적인 성격을 가지는 규약 관습적 척도 개념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였 다. 케인즈의 측정 철학은 확률론 에 그치지 않고, 이후 경제학 저술들 지수적 방법 및 화폐론 에서 확장 심화되었다. 명목변수의 실질변수로의 환원이라는 해석이나 노동가치론적 해석과는 달리 케인즈의 측정 철학을 고려할 때, 단위 선 정 문제는 규약 관습적 척도를 도입한 것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핵심 주제어: 케인즈, 측정 철학, 단위 선정 경제학문헌목록 주제분류: A1, B3, B4 투고 일자: 심사 및 수정 일자: 게재 확정 일자: * 유익한 논평을 해 주신 심사위원과 자문위원께 감사드립니다. **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박사과정, fora@skku.edu

2 36 經 濟 學 硏 究 제 64 집제1 호 Ⅰ. 서 론 수학적 형식주의가 주도하는 현대 경제학에 기초하면, 경제는 본질적으로 정량적 인 성격을 가지며 따라서 그 양을 정확하고 정밀하게 측정하는 문제가 중요성을 획 득한다. 1) 자연과학의 경우와 대비시켜 보면, 자연에서 직 간접적으로 관찰 가능 한 현상을 수학의 도움을 받아 물리 변수, 즉 물리량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정확하 고 정밀하게 측정함으로써 물리학이 자연철학을 넘어서는 (분)과학(문)으로 위상 을 정립해 온 것에 비견해 볼 수 있다. 근대 물리학의 사표로 추앙 받는 뉴턴이 자 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1687)에서 만유인력 법칙을 개진하고 있었음은 이러한 발전 의 한 국면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측정의 과정에는 언제 나 근본적인 질문, 즉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라는 존재론적 인식론 적 질문이 수반되곤 한다. 존재론적 인식론적 문제는 한편으로는 정량화의 전개과정에서 굴곡을 낳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정량화의 과정은 근대적 인식이 자라나온 토양이었지만, 자명하 고 단선적인 발전과정은 아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근대성을 내면화하고 있는 우 리의 눈에는 명백하게 양적인 현상으로 보이는 것을 근대 이전의 사람들은 양적인 것으로 인식하지 않았으며, 우리가 양적인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을 오히려 양적 인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2)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답이 없는 난제 (conundrum) 3) 를 1) 정확성은 대상의 참값(true value)과 측정값의 일치 정도를, 정밀성은 반복적인 관찰 측정을 통해 나온 측정값 자체의 일치 정도를 지칭한다. 측정이론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는 비유에 따 르면, 과녁의 흑점(bull s eye)을 참값이라고 할 때, 탄착점의 평균이 흑점과 가까울수록 정 확성이 높다고 하고, 여러 탄착점이 서로 몰려 있어 측정의 신뢰성이 높을 때 정밀성을 가진 다고 말한다. 2) 서양의 중세 시대를 지배한 아리스토텔레스적 세계관에서는 정량적인 것과 정성적인 것을 엄 격하게 구분하고 있었으며, 측정 가능한 영역을 매우 제한적으로 사고하고 있었다. 이러한 세 계관에서 탈피하여 정량화 가능한 영역을 대폭 확장시킨 것은 14세기 옥스퍼드를 중심으로 활 동한 학자들이었다(Crombie, 1961, pp ). 한편 Crosby(1997)는 이 국면을 다음과 같이 스케치하기도 한다. 수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앞 세대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현대의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 었다. 일례로 14세기 옥스퍼드의 학자들은 크기뿐만 아니라 운동, 빛, 열, 색깔 등 다루기 힘든 성질들에 이르기까지 측정의 이점을 알게 되자 그때까지의 제한적 영역을 뛰어 넘어, 곧 바로 확실성, 덕성, 우아함에 대해서도 정량화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사실 온도계가 발명되 기도 전에 열의 측정을 생각할 수 있었던 사람이라면, 확실성, 덕성, 우아함을 배제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p.14)

3 확률론 의 측정 철학과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 37 중심으로 정량화의 과정을 공전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자연과학, 특히 온도 측정법 분야의 역사를 조망해 보면, 순전히 몸의 감각에 기초하여 뜨거움과 차가움을 구별 하는 정성적인 온도 표준을 가지고 있던 단계에서 유체 팽창을 이용한 서열척도를 가지는 온도경의 단계로, 나아가 온도경의 단계에서 물의 어는점과 끓는점을 고정 점으로 삼아 수치척도를 가지는 온도계의 단계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도 이러한 성 격의 문제로 점철되었다. 구체적으로 온도 측정의 수치적 방법을 도입하기 위해 만 들어진 수치온도계 대표적으로 수은온도계 는 수치적 온도 상승에 따라 수은이 균일하게 팽창한다는 가정에 근거하는데, 사전에 수치적으로 온도 측정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어떻게 이 가정이 올바르다고 믿을 수 있는가? 만일, 전 단 계의 온도 측정 도구였던 온도경의 측정값에 기초하여 정당화하고자 한다면, 다시 그렇다면 온도경의 측정값은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를 낳을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순환 문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측정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공 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측정과정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실재론적 원리나 명목론적 조작주의와 같은 존재론적 인식론적 관점이 개입하게 된다. 4) 자연과학의 영역에서 제기되는 순환의 문제가 사회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의 특수 성을 추가한다면 경제학에서는 보다 복잡한 형태로 반복되리라고 쉽게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케인즈는 정량화의 과정에서 제기되는 이러한 문제를 깊이 이해하 고, 나아가 고유한 측정 철학을 바탕으로 이론을 구축한 경제학자이다. 케인즈가 지적 활동을 시작한 19세기 말 20세기 초 경제학의 지형은 측정의 시대로 특징지어 질 만큼 경제적 측정의 문제가 중심적 연구주제로 등장하고 있었다. 5) 케인즈는 이 3) 이 표현은 케인즈가 일반이론 (CW VII, p.39)에서 정량화의 문제를 다루면서 사용한 것이 다(이하 케인즈 저작 선집 The collected writings of John Maynard Keynes 에서의 인용은 CW 와 그 권수로 축약하여 표기한다). 4) 실재론적 원리는 측정 대상이 측정의 방법과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실재하고 있으며, 따라 서 우리는 그 참값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고, 명목론적 조작주의는 과학적 사실을 표상하는 개념이나 변수의 의미는 그것을 측정하는 방법에 의해서만 정의된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정 확성과 정밀성을 기준으로 할 때, 측정에 대한 실재론적 관점은 두 기준 모두를 중요하게 여 기는 반면, 명목론적 관점은 정밀성만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온도 측정법의 역사와 과학철학 적 함의와 관련해서는 장하석(2013) 및 Chang and Cartwright(2014) 참조. 장하석(2013, pp )은 측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순환을 규준적 측정 문제 (problem of normic measurement)라고 부르고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한 과학적 태도는 순환을 인정하고 나선형의 자기개선으로 나아가는 인식적 반복 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의 강점과 약점은 Gillies(2009)와 Quinn(2006) 참조.

4 38 經 濟 學 硏 究 제 64 집제1 호 러한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었지만, 경제학이 완전하게 정확한 일반화를 할 수 없는 도덕 과학 (CW VII, p.ix 및 XIV, p.297)이라는 생각을 결코 놓지 않았다. 오히려 시대의 흐름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서 정량적 인식에서 간과할 수 있는 유보사항 과 제약조건 (CW VII, p.297)에 대한 숙고를 당부하고 있다. 일반이론 에 나타나 있는 이러한 입장은 케인즈의 측정 철학을 사상하고는 이해할 수 없다. 특히 확률 론 에서 기원하는 케인즈의 측정 철학을 집약하고 있는 이론적 공간이 일반이론 의 네 번째 장인 단위 선정 이지만, 전문적인 경제학자들조차도 간과해 온 측면이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틀에 기대어 단위 선정의 문제를 재해석하고자 한다.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Ⅱ절에서는 본 연구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케인즈 연구 사에서 어떠한 맥락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개괄적으로 정리하여 제시한다. 제Ⅲ절에 서는 확률론 (CW VIII)에서 개진된 케인즈의 측정 철학의 성격을 개관한다. 이를 위해 우선 케인즈가 자신의 측정 철학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러셀의 수리철학을 어떻게 계승 단절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여기에서 중요성을 획득하는 것이 러셀 의 크기(magnitude)에 대한 절대주의적 관점이다. 나아가 러셀의 절대주의적 관점 에서 단절한 케인즈의 측정 철학이 확률론 에서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지를 살펴 볼 것이다. 제Ⅳ절에서는 확률론 에서 표명된 케인즈의 측정 철학이 이후 경제학 적 연구들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일반교환가치의 측정과 관련한 지수적 방법 (CW XI, pp , 이하 지수적 방법 ) 및 화폐론 (CW V, Book II)을 통해 살펴본다. 제Ⅴ절에서는 일반이론 (CW VII)의 단위 선정 문제의 개요를 설명하 고, 이 문제를 이해하는 두 가지 전통적 해석, 즉 명목변수를 실질변수로 환원하는 한 방법이라는 해석과 노동가치론적 해석을 개관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해석 들과는 달리 케인즈가 자신의 고유한 측정 철학에 근거하여 규약 관습적 척도 (conventional measure)의 성격을 가지는 단위를 도입하고 있다는 평가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요약한다. Ⅱ. 연구 배경 본 연구의 중심 테마인 케인즈의 측정 철학은 확률이론의 틀 내에서 형성되었다. 5) 경제학적 측정의 시대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History of Political Economy, Annual Supplement to Vol. 33(Klein and Morgan, 2001) 참조.

5 확률론 의 측정 철학과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 39 확률이론 분야는 앞서 Crosby(1997)가 열거한 항목들 6) 중에서 (불)확실성을 정량 적으로 측정하고자 했던 지성사적 전통을 계승한다. 역사적으로 17세기 말과 18세 기 초 호이겐스, 자코브 베르누이 등에 의해 확률에 대한 수학적 연구의 씨앗이 뿌 려진 이래 21세기에 이르기까지 확률이론은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철학, 사회과학의 영역에서 커다란 성공을 가져 왔다. 성공을 구가하고 있는 현대의 확률이론은 공리 적 접근(axiomatic approach)을 따르고 있지만, 그 기원은 빈도론적 관점에 기초한 고전적 확률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반복관찰이 가능한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이 관점은 기대되는 사건과 발생 가능한 모든 사건의 수적 비율이 확률이고, 그 값은 언제나 수로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케인즈의 확률론 은 이러한 관점으로부터 벗어나, 러셀(Bertrand Russell)의 수학적 논리주의와 공명하 는 확률에 대한 논리주의적 접근을 택한다는 점에서 확률이론 분야에서 독자적인 위상을 점하고 있다. 물론 확률론 의 사상사적 의미는 확률이론 분야에서의 독자적 위상만으로 한정 되지 않으며, 일반이론 에 자리하고 있는 불확실성 및 기대와 관련하여 찾아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980년대 중반 이래 케인즈 연구를 특징지었던 주제는 그의 확 률이론과 불확실성이 어떠한 관계를 가지는가라는 문제였으며, 그 배경에는 두 가 지 사건이 놓여 있었다. 하나는 통화주의 반혁명(counter-revolution)으로 대표되는 경제학 전반의 이론적 전환이고, 다른 하나는 케인즈 저작 선집 의 완간 및 초기 미발표 원고의 공개라는 문헌사적 사건이다. 전자는 통화주의에 대응하여, 특히 포 스트 케인즈학파 경제학(Post-Keynesian Economics)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케인즈의 이해를 복원하고 통화주의에 대한 비판의 내용을 확립해 나가고자 하는 흐름을 형성하였으며, 7) 후자는 케인즈가 자신의 연구 분야를 경제학으로 이전시키 6) 각주 2) 참조. 7) 포스트 케인즈학파 경제학의 문제의식에는, (신)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비판을 통해 경제학을 혁신하고자 했던 케인즈의 변별적 사고가 전후 신고전파종합의 발전과정에서 상실되었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통화주의 반혁명이라는 상황에서 포스트 케인즈학파의 초기 대응은 일반이론 의 복원이라는 방식으로, 그 이후에는 확률론 으로 소급되는 케인즈 철학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났다. 특히 확률론 에 대한 연구를 통해 방법론적으로 케인즈 경제학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시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즉 현대 경제학은 불확실성을 단순히 계산 가능한 확률적 위험의 문제로만 바라보곤 하는데, 포스트 케인즈학파 경제학자들이 제기하는 계산 불가능한 근본적 불확실성(fundamental uncertainty)은 이러한 관점에 대한 일정한 비 판의 의미를 가진다. Lawson and Pesaran(1985)은 이 논의 지형 안에 들어오는 논문들을 수

6 40 經 濟 學 硏 究 제 64 집제1 호 기 이전, 당대 철학 논쟁에 깊숙이 얽혀 있던 케인즈 사상의 전모가 알려지면서 연 구자들의 관심사를 이전시키는 계기를 형성하였다. 8) 그리고 이러한 연구 흐름은 케인즈 초기 철학과 후기 경제학, 즉 확률론 과 일반이론 의 관계가 사상 이론 적으로 연속성을 가지는가라는 쟁점으로 귀착하였다. 9) 이러한 논쟁과 관련하여 본 연구는 케인즈가 청년기를 회고하며 작성한 내 젊은 날의 신념 (CW X, pp )에서 제시한 두 가지 언명에 주목한다. 하나는 러셀 의 수학의 원리 (1903)가 초기 케인즈의 철학에서 방법 을 제공하고 있었다 (ibid., pp ) 10) 는 진술이고, 다른 하나는 케인즈가 전 생애에 걸쳐 언제나 유기적 통일성의 원리(principle of organic unity)의 지지자 (ibid., p.436)였다는 진 술이다. 우선 러셀과 케인즈의 지성사적 영향관계는 주로 20세기 초 케임브리지의 신실재 론(New Realism) 전통이라는 틀에서 고찰되어져 왔다. 11) 이 전통에 따르면 세계는 록하고 있다. 관련한 국내 연구로는 권기철(1998, 2002) 참조. 8) 영국 왕립경제학회(Royal Economic Society)에 의해 1954년 시작된 케인즈 저작 선집 발간 사업은 1971년 제1권을 시작으로 1989년 전30권(31책)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선집( 選 集 ) 으로 공간된 문헌 외에도 케인즈가 남겨 놓은 문헌과 기록은 매우 방대한 것으로 유명하 다. 킹스 칼리지(King s College Archive Centre, Cambridge)가 보관 중이던 이 자료들은 1980년대 중반과 1990년대 초반 사이에 170릴(reel) 분량의 마이크로필름으로 제작되었으며, 케인즈의 철학 에 대한 연구를 촉발시켰다. 이 흐름을 대표하는 연구물은 Carabelli(1988), O Donnell(1989) 및 Davis(1994) 등이 있다. 9) 이 논쟁에서 연속성의 입장을 대표하는 논자는 Carabelli(1988), Lawson(1993), O Donnell (1989) 등이고, 단절을 대표하는 논자는 Bateman(1996), Davis(1994), Fitzgibbons(1988) 등이다. Runde and Mizuhara(2003)에는 이들의 입론을 압축한 논문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렇게 연속 단절을 쟁점으로 하여 두 진영으로 나눠지기는 하지만, 그 구분이 엄격한 것은 아 니다. 연속성을 주장하는 연구자의 입론에도 케인즈의 관점 변화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이 언 급되고 있으며, 단절을 주장하는 입론에서도 케인즈 경제사상의 통시적( 通 時 的 ) 일관성의 요 소를 발견할 수 있다. 가령 케인즈가 줄곧 합리주의자였다는 점에서 연속성의 관점을 지지하 는 O Donnell(1989, p.248)은 초기 철학 저술과 후기 경제학 저술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강 한(strong) 합리주의 대( 對 ) 약한(weak) 합리주의라는 차이를 인정하고 있으며, 초기에는 개체성(individuality)의 관점을 채택하다가 후기에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의 관점으로 이행하였다는 Davis(1994, pp.69-96)의 논의에서도 이행 그 이면에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라 는 케인즈의 지속적 관심사가 발견된다. 또한 케인즈의 철학과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의 연관성을 공통적으로 역설하는 Carabelli(1988)과 Davis(1994)가 단절과 연속 두 진영으로 각각 갈라지기도 한다. 10) 러셀의 철학이 방법으로 사용되었다면, 그 방법을 적용하여 다루고자 한 내용은 무어(G. E. Moore)의 윤리학이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김균(2001) 참조.

7 확률론 의 측정 철학과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 41 논리적 원자(logical atoms)의 성격을 가지는 단순한 대상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복 잡성을 가지는 대상은 진정한 의미의 대상이 아니고, 분석(analysis)을 통해 단순성 을 가지는 대상들로 나눠질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단순한 대상들을 직관 (intuition)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케인즈가 이러한 전통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철 학적 입장을 구축한 것은 분명하지만, 확률론 을 집필하던 단계에서 이미 다른 방 향으로의 길을 예비하고 있었다는 점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12) 관련하여 수학의 원리 에 기초한 케인즈의 방법이 어떤 과정을 거쳐 러셀과 단절하게 되었는지를 규 명할 필요가 있다. 즉 논리적 원자론이라고 칭해지는 러셀의 철학을 케인즈가 어떻 게 수용하고, 변용하여 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고, 본 연구는 무엇보다 측정 철학에서 그 단초를 찾고자 한다. 러셀의 측정 철 학과 케인즈의 측정 철학을 비교하는 작업은 기존 연구에서 공백으로 남아 있던 영 역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일차적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본 연구에서 유기체적 관점에 주목한다는 것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유 기체적 관점은 부분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 작용하며 전체 로서 존재한다는 생각을 따른다. 케인즈가 경제에 대한 전체적 관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쉽게 수긍 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초기에 원자론적 관점의 철학 전통에서 작업했다는 점에서 두 관점이 어떻게 관련되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원자론과 유기체론에 대한 논의는 케인즈 사상이론의 연속성과 관련한 논쟁 에서 중요한 쟁점 중 하나였다. 구체적으로 한편에서는 확률론 에서 케인즈가 원 자론적 관점을 취하고 있었다(Fitzgibbons, 1988 및 O Donnell, 1989)는 관점으로부 터, 일반이론 에서도 이 관점이 지속되었다(Bateman, 1996)는 관점까지, 또 다른 한편에서는 케인즈가 일반이론 에 이르러 원자론적 관점에서 단절하여 유기체적 관점으로 이행하였다(Winslow, 1989)는 관점으로부터, 확률론 에서도 이미 유기 11) 러셀 외에 무어, 초기 비트겐슈타인(L. Wittgenstein) 등이 이러한 전통의 확립에 크게 기여 했다. 러셀 철학 일반과 관련해서는 Ayer(1974), Grayling(2002) 및 Griffin(2003) 참조. 12) 이 점은 러셀의 철학과 자신의 철학을 함축의 논리학 (logic of implication)과 확률의 논리 학 (logic of probability)으로 대별하여 특징지었던 케인즈의 언급에서 분명하게 확인된다 (CW VIII, p.8). 러셀의 함축의 논리학은 고전적 형식논리학을 개선한 것으로 확실성을 가 지는 연역적 지식을 추구한다. 반면 케인즈의 확률의 논리학은 확실성을 가지지는 않지만 어 느 정도 합리성을 가지는 형이상학이나 과학, 또는 행위의 결정과 관련한 믿음 (ibid., p.3), 즉 귀납적 지식을 연구대상으로 한다. 이것은 단지 연구대상의 차이로만 그치지 않고, 우리의 지식이 확실성을 가지는가라는 좀 더 근본적인 논점을 담고 있다.

8 42 經 濟 學 硏 究 제 64 집제1 호 체적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Carabelli, 1995)는 관점까지 다양한 편차를 가지는 입 론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입론들 중에서 본 연구는 수치로 측정가능 하지 않은 확 률에 대한 논의를 유기적 통일성 개념과 연결시키고 있는 Carabelli(1995)의 연장 선상에서 확률 측정과 관련한 케인즈의 논의를 재음미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확률론 의 측정 철학을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로까지 확장시키고 있는 Carabelli(1992)의 선구적 연구와 Bradford and Harcourt(1997)의 후속 연구에서 간과되고 있는 측정의 규약 관습적 성격을 강조할 것이다. 다음 절에서는 우선 러 셀의 수리철학과의 관계를 매개로 하여 케인즈의 측정 철학을 이해하는 단초를 찾 아내고, 어떻게 확률론 에서 구체화하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Ⅲ. 케인즈의 측정 철학 1. 러셀과 케인즈 러셀은 수학사에서 논리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19세기에 수학의 본질과 대 상에 대한 표준적 관점은 연속적이거나 불연속적인 양에 대한 학문 이라는 정량주 의에 기초하고 있었다. 이 정량주의적 관점에서 수( 數 ) 개념은 사물의 양적 크기에 대한 셈하기(counting)에서 도출되며, 양적 크기는 가산적이고 순서적이라는 속성 을 가지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어떤 크기가 가산적이라는 것은 임의의 두 크기가 같은 종류라면 더해져서 동일한 종류의 또 다른 크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고, 순서적이라는 것은 동종의 두 크기를 대소의 관점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 다. 크기에 대한 당대적인 분류법에 따르면, 가산적인 속성을 가지는 것은 외연적 크기, 가산적이지는 않지만 대소의 관점에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내포적 크기라고 불리고 있었으며, 13) 측정이라는 문제로 한정하여 볼 때, 물리학 특히 온도측정 13) 외연적 크기(extensive magnitude)와 내포적 크기(intensive magnitude)라는 분류법은 고대 그리스 이래 수, 양, 크기 개념의 역사적 변천과 맥을 같이한다. 즉, 수, 양, 크기에 대한 이해 방식에 따라 외연적 크기와 내포적 크기의 의미도 미세한 차이를 가진다. 다만, 넓은 의 미에서 외연적 크기는 정량적 속성을 가지는 크기이고, 내포적 크기는 정성적인 속성을 가지 는 크기이다. 길이나 면적 등등이 외연적 크기의 범주에 포함되고, 쾌락의 강도나 고통의 강 도 등등은 내포적 크기의 범주에 해당한다. 한편 외연적이다 및 내포적이다 는 술어는 어떤 개념을 정의하는 방식과 관련한 논리학적 술어이기도 하다. 전자는 문제가 되는 개념에 속하

9 확률론 의 측정 철학과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 43 분야 및 정신물리학의 발전과 함께 내포적 크기의 측정 가능성이 주요한 쟁점을 형성해 가고 있었지만, 칸트 이래 외연적 크기만 수로 측정 가능하다는 생각이 정 량주의에 의해 수용되고 있었다. 반면 사영기하학(projective geometry)에 대한 연 구를 진행하고 있던 러셀은 사영기하학의 기본 정리들이 양적인 성격을 가지지 않 는다는 점에 착안, 수와 크기를 엄격하게 구분할 뿐 아니라 순서적 속성을 기초로 하여, 수학을 형식적이고 연역적인 추론에 관한 학문으로 정립하고자 하는 기획을 마련한다. 이것이 수학을 논리학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러셀의 수학적 논리주의가 담고 있는 내용이었다. 러셀의 수학적 논리주의 하에서 수와 크기는 개념적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수는 모든 사물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우리는 수를 사용하여 구체적인 사물을 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관념들의 개수도 셈할 수 있다. 수는 여하한 종류 의 집합에 무차별적으로 부여될 수 있으며, 수가 부여된 대상이 어떠한 종류의 것 이든 수 자체는 동일하다는 성격을 가진다. 이러한 생각에 따르면 바둑돌 두 개의 모임, 흑과 백 두 색상의 모임 등등은 각각 수 2의 한 사례이고, 또 수 2는 수 전체 의 한 사례이지만, 바둑돌 두 개나, 흑과 백 두 색상이 수 자체는 아니다. 반면 크 기는 항상 특정한 종류의 대상과 관계한다. 크기는 언제나 무엇인가(길이, 면적, 쾌락 등등)의 크기이다. 예를 들어 2m는 다른 어떤 것의 크기가 아닌 길이 의 크기 이고, 2m2는 면적 의 크기이다. 이러한 수와 크기의 비대칭성에 준거한다면 수는 어떻게 정의될 수 있으며, 수와 크기의 관계는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러셀에 따르면 수는 집합의 (기)수(the number of some class) 로 정의되며, 이 때 집합의 기수는 어떤 집합과 대등한(similar) 집합들 전체, 즉 원소들 사이에 일 대일의 대응관계가 성립하는 집합들 전체로 이루어진 집합이다(Russell, 1903, p.116; 1920, p.19). 부연하면 다음과 같다. 서로 대등한 두 집합은 동일한 기수를 가진다. 집합 와 동일한 기수를 가지는 모든 집합은 기수 일 을 가지며, 집합 과 동일한 기수를 가지는 모든 집합은 기수 이 를 가지며, 집합 과 동일한 기수를 갖는 모든 집합은 기수 삼 을 갖는다. 기타 등등. 그리고 이와 같 은 기수 일, 이, 삼, 이 바로 수 1, 2, 3, 이다(Eves, 1997, p.223). 이러한 는 대상을 낱낱이 나열함으로써 정의를 하는 방식이고, 후자는 그 속성을 규정짓는 방식으로 정의를 하는 방식이다. 외연적 정의와 내포적 정의의 사례는 수( 數 )의 정의에 대한 러셀의 접 근방식(Russell, 1920, pp.11-14)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0 44 經 濟 學 硏 究 제 64 집제1 호 러셀의 정의는 다소 모호하고 순환적이라는 인상을 낳기는 하지만, 수를 정의하는 과정에 양적 크기의 개념을 배제하고, 논리학의 직관적 용어들로 규정지을 수 있는 대등 과 같은 개념을 사용하여 수를 정의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리고 이렇게 정 의되는 수 각각의 관계는 양적인 크기의 관계가 아니라, 논리적이고 순서적인 성격 만을 가질 뿐이다. 수를 이렇게 정의하고 나면 수와 양적 크기의 관계, 즉 측정을 어떻게 이해할 것 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수를 정의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러셀은 표준적 견해로 부터 이탈하여 가산적 속성이 크기 개념에 핵심적이지 않다는 순서적 관점을 제시 하고 있다. 어떤 대상을 대소의 관점에서 그 순서에 따라 배열할 수 있고, 그 순열 에 따라 수 체계와 대응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면, 이것을 크기의 측정이라고 정식 화한다. 크기의 측정은 그 가장 일반적 의미에서 한 종류(a kind)의 크기 전부 또는 일부 와, 경우에 따라 정수나 유리수나 실수일 수 있는 수의 전부 또는 일부 사이에 고 유한 상호적 대응관계를 확립하는 방법이다. 이 일반적 의미의 측정에는 문제가 되는 크기들과 수 사이에 어떤 일대일의 관계가 요구된다. 이 관계는 상황에 따라 직접적일 수도 있고 간접적일 수도 있으며, 특별할 수도 있고 자명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측정은 매우 많은 부류의 크기들에 적용될 수 있으며, 특히 두 부류의 크기, 즉 거리관계(distances)와 분할 가능한 것들 (divisibilites)에 적용된다. 수가 일련의 순열을 형성하고, 크기의 종류마다 순열을 형성하기 때문에, 측정되는 크기들의 순서가 수의 순서에 대응하리라고 보 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ussell, 1903, p.176). 인용문에 의하면 측정은 특정한 성격을 공유하는 대상에 수를 부여하는 것이고, 이러한 관점은 표상론(representational theory)적 관점을 예비하고 있는 것으로 평 가되기도 한다(Michell, 1999, p.118). 통상 표상론적 관점에 따르면, 측정 대상이 일정한 유형의 공리체계를 만족할 때, 그 공리체계의 유형에 따르는 측정 단위를 결정할 수 있고, 이것을 고려하여 수를 할당하는 과정이 측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 에서 제시되는 단위 유형에는 명목척도, 서열(서수)척도, 간격척도, 비율척도가 있다. 이 구분은 측정의 과정에서 부여하는 숫자가 수리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 는 지를 기준으로 한다. 즉 명목척도는 주민등록번호나 운동선수의 배번처럼 일종 의 이름이고, 서열척도는 시험 성적이나 재화의 품질처럼 그 우열에 따라 나열한

11 확률론 의 측정 철학과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 45 순서이고, 간격척도는 온도나 시간처럼 일정한 크기의 양을 동일한 비율로 나눈 것 의 순서이고, 비율척도는 그 자체로 기본적인 연산이 가능한 통상적인 수( 數 )이 다. 14) 이 표상론적 관점에 대해서는 여러 평가가 있지만 러셀과 관련하여 보면, 크 기의 종류라는 전통적 생각을 척도의 유형이라는 관점으로 혁신하여, 내포적 크기 라고 이해되던 많은 대상을 측정의 영역으로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 다. 달리 말해 러셀은 내포적 크기들도 그 크기의 순서에 따라 배열할 수 있다면 측정 가능하다는 생각을 개진하고 있으며, 표상론적 관점은 이렇게 러셀이 확대시 켜놓은 측정가능성의 영역을 더욱더 정교하게 다듬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측정이론 분야의 역사적 발전과정에 대한 평가를 잠시 유보하고, 러셀의 측정이론으로만 한정할 때, 강조해 두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러셀이 크기의 종 류라는 개념에 기초하여 동종의 크기는 모두 대소 비교가 가능하지만, 이종 (different kinds)의 크기들을 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견지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Russell, 1903, pp ). 이종의 크기들 간에는 상호비교 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외연적 크기들, 즉 길이와 면적에서처럼 명확한 경우도 있 지만, 내포적 크기, 즉 쾌락의 경우처럼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고전적인 예 를 들어 설명하자면, 러시아의 시인 푸쉬킨(A. S. Pushkin)의 시가 가져다주는 쾌 락은 푸쉬핀(pushpin, 압정)을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쾌락과 동일한 종류의 쾌 락인가 아니면 서로 구별해야 하는 쾌락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만일 그 둘을 서로 다른 종류의 쾌락이라고 본다면, 이 관점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우리는 시와 압정의 쾌락은 서로 비교할 길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그 구별을 정당화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시가 가져다주는 쾌락과 압정이 가져다주는 쾌락은 원래 질 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보아 그 구별을 정당화할 수도 있다. 러셀이 취한 태도는 두 번째의 것이고, 통상 크기에 대한 절대주의적 관점이라고 칭해지는 것이다. 15) 14) 비율척도를 제외한 나머지 척도는 덧셈과 같은 기본적인 산술연산이 제한적이라는 특징을 가 진다. 앞서 서론에서는 수치척도를 가지는 온도계 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표상론적 측정이 론에 따르면 엄격하게는 간격척도를 가진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10 C의 물 1리터 (A)와 20 C의 물 1리터(B)를 더한 결과에 대한 올바른 답 30 C의 물이 아니다! 을 얻기 위해서는 열량 개념을 추가적으로 동원하여, 낮은 온도의 물(A)가 얻은 열량과 높은 온도의 물(B)가 잃은 열량을 계산해야 한다. 이처럼 기본적인 산술을 적용하는데 불편이 있기는 하 지만 간격척도는 통상적으로 비율척도와 함께 기수적 척도로 분류된다. 측정이론의 표상론적 관점과 세부적인 척도 유형과 관련해서는 Stevens(1946), Ellis(1966, pp.52-73) 및 Krantx, Luce, Suppes and Tversky(1971, pp.9-12) 참조.

12 46 經 濟 學 硏 究 제 64 집제1 호 지금까지 살펴본 러셀의 수학적 논리주의의 관점은 순서적 속성을 강조하면서 수 와 양적 크기를 구별짓고, 또 측정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크기의 종류라는 문제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확률의 양적 속성에 대 한 철학적 이론 (CW VIII, p.37)을 탐구했던 케인즈에게도 드러난다. 우선 케인즈 는 양적인 용어의 오용 사례를 통해 수와 양적 크기의 구별, 그리고 그 순서적 속성 을 표명하고 있다. 편의적인 느슨함에 의해 양적인 용어를 잘못 적용한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다. 가 장 간단한 사례는 색상과 관련한 것이다. 우리가 한 대상물의 색상을 다른 것보다 더 파랗다고 묘사하거나, 녹색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할 때 우리가 의 미하는 것은 그러한 색상이 우리가 비교하고자 하는 것보다 색상의 배열에서 특정 한 위치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어떤 표준적 색상에 좀 더 가까이 있다는 것 이다. 또한 수 3이 수 2보다 크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이 수들이 양이고, 그 중 하나는 다른 것보다 더 큰 크기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수들의 순서에서 그 위 치에 의해 전자가 후자보다 더 큰 것이다(ibid., pp.38-39). 한편 크기의 종류라는 관념과 관련해서는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다. 러셀의 절대 주의적 관점과 케인즈의 관점을 드러내 주는 언급을 병치시켜 보면 다음과 같다. 아무런 두 크기에 대하여 하나는 크고 다른 하나는 작다고 말할 수 없다. 반대로 어떤 크기가 주어지면, 그것보다 크거나 작은 것들이 확정적인 집합을 형성하며, 그 집합 내에서만 임의의 두 크기에 대하여 하나는 크고 다른 하나는 작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집합이 한 종류의 크기라고 불린다(Russell, 1903, p.164). 우리는 톤(ton)도 양이고 마일(mile)도 양이기 때문에 톤과 마일의 크기를 비교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톤과 마일처럼 완전히 서로 다른 것도 아니고, 1 마일과 2마일 사이에 존재하는 수치 관계와 같은 것이 가능하지 않은 중간 정도의 친밀성을 가지는 양들의 사례가 있다. 여러 양으로 이루어진 한 집합이 같은 종류(same kind)라는 것은 대소의 관점에서 그 집합의 각 원소들을 서로 비교할 수 있을 경우이고, 동일한 단위를 가진다는 것은 그 집합의 모든 쌍 사이에서 수 15) 크기에 대한 절대주의적 관점이 러셀의 수리철학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Griffin(1991, pp ), Rodríguez-Consuegra(1991, pp ), Levine(1998) 및 Gandon(2012, pp ) 참조.

13 확률론 의 측정 철학과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 47 치 비교를 할 수 있을 경우이다(CW XI, pp.53-54). 지수적 방법 (1909)에서 가져온 두 번째 인용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케인즈 도 크기의 비교와 관련한 문제에서 동종의 크기 또는 크기의 종류를 중심에 놓는 다. 이렇게 러셀의 크기의 종류라는 개념은 공유하지만, 절대주의적 관점에서는 벗 어나고 있다. 16) 크기의 종류를 먼저 규정짓고, 그렇게 이미 확정된 동종의 크기들 만 비교 가능성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소의 관점에서 서로 비교 가능한 것들 을 동종의 크기라고 규정짓는 관점을 채택한다. 이 차이는 측정 문제와 관련하여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대소 비교가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은가를 기준으로 어떤 두 크기를 대소의 관점에서 비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통 단위를 가진다면 수치 비교가 가능하겠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대소 비교 자체가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 음을 시사한다. 바로 이러한 생각을 단초로 삼아 케인즈의 측정 철학은 구축되고 있다. 2. 확률론 의 측정 철학 확률론 의 측정 철학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 케인즈의 확률이론의 기 초를 간략히 언급해 둘 필요가 있다. 케인즈가 표방하고 있는 논리주의적 확률이론 의 가장 큰 특징은 확률을 명제들의 논리적 관계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그 바탕에 는 독특한 인식론과 논리학이 깔려 있다. 우선 인식론적 측면에서 케인즈는 직접적 지식과 간접적 지식을 구분한다. 직접 적 지식은 경험, 이해, 지각 등 인지활동의 세 가지 형태를 포괄하는 직접대면 (direct acquaintance)에 의하여 획득되는 지식이다. 17) 간접적 지식은 직접적 지식 16) 실제로 케인즈는 러셀의 크기와 관련한 절대주의적 정의를 인용하면서 확률의 크기 비교와 관 련해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Keynes, 1907, pp 참조). 17) 직접대면에 의한 지식은 20세기 초 러셀을 중심으로 하는 케임브리지 철학자들 사이에 통용되 던 용어이다(O Donnell, 1989, p.83). 러셀은 앎(know)을 사물에 관한 지식과 참(truth)에 관한 지식으로 구분한다. 이 중 사물에 관한 지식이 감각자료(sense-data)에 근거하는 직접 대면에 의한 지식이다. 러셀은 영어에서는 구별되지 않는 이 앎의 두 가지 형태가 프랑스어 connaître와 savoir 그리고 독일어 kennen과 wissen의 차이에서 드러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Russell, 1912, p.44).

14 48 經 濟 學 硏 究 제 64 집제1 호 으로부터 논변을 통하여 획득된다(CW VIII, pp.11-13). 논변은 명제들 간의 논리 적 관계를 지각하는 과정이고, 이 명제들의 논리적 관계를 케인즈는 확률관계 (probability relation)라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확률관계를 표현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상징적 기호를 도입한다. 즉 논거가 되는 전제를, 결론을, 확률을 라 하면, 확률관계는 또는 로 표현할 수 있다. 단순한 것처럼 보이는 이 러한 상징적 기호의 사용은 케인즈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부여 받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사건 의 확률 이라는 표현은 케인즈가 보기에 확률이 명제들 사이의 관계라는 점, 더불어 가 대표하고 있는 논거들과 관련해서만 확률관계가 형성된다는 점을 사상하는 것이어서 여러 가지 오류의 원천이 될 수 있다(ibid., pp.42-43). 18) 또한 케인즈의 확률 개념은 논리학적인 함의도 담고 있다. 결론(a) 이 주어진 논거( )와 관계를 형성할 때, 가 를 함축한다면 이 되고, 서로 모순적이라면 이 된다. 케인즈는 인 경우를 확실성 또는 극대 확률이라 하고, 인 경우를 불가능성 또는 극소 확률이라고도 한다(ibid., p.16). 그리 고 이 극대 확률과 극소 확률 사이에 정도를 달리하는 합리적 믿음이 형성될 수 있 다. 요컨대 확실성을 가지는 경우는 논리학의 연역논변에 해당하고, 확실성과 불가 능성 사이에 놓이는 믿음의 정도를 달리하는 다양한 논변은 귀납논변에 해당한다. 이런 의미에서 케인즈에게 확률은 논리학의 기본 장치 (Russell, 1922, p.119)이 고, 나아가 확률론 은 연역논변과 귀납논변을 포괄하는 논변의 일반이론 (CW VIII, p.106)에 대한 탐구로 특징지어 진다. 주의할 것은 확률관계가 명제들 사이에 형성되는 합리적 믿음의 정도(degree)를 표현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빈도론에 기초한 고전적 확률이론에서처럼 항상 특정한 값의 수치로 표현되는 것이 아닐 뿐더러 확률 크기의 대소 비교가 언제나 가능한 것 도 아니라는 점이다. 확률을 빈도론처럼 정의한다면 확률의 측정 가능성 문제는 정 당화가 불필요한 동어반복의 자명한 사실이다. 반면 케인즈의 접근을 따라가면, 확 률은 측정 가능한 것인가라는 문제가 대두하게 되고, 확률의 측정 가능성에 대한 이론적 정당화가 요구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케인즈는 측정 가능한 것의 속성은 무 18) 확률의 상징적 기호에 대한 의미부여는 경제 분석의 체계를 형식화하는 상징적인 유사수학적 방법 에 따라 경제량을 맹목적으로 다루기보다는 형식화가 수반하는 유보조건과 제약조건, 그리고 나중에 우리가 해야 하는 조정을 우리 사고 속 이면에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CW VII, p.297)는 일반이론 에서의 언급과 공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15 확률론 의 측정 철학과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 49 엇인지에 대하여, 달리 말해 양적인 비교와 측정의 방법이 적용될 수 있기 위한 조 건에 대한 정교한 사유를 전개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확률의 크기 유형을 세 가 지로 제시하고 있다. (1) 어떤 확률 관계의 쌍은 그 크기를 비교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으며, (2) 어떤 확률 관계의 쌍은 그들 사이의 차이를 측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더라도 하 나는 크고 다른 하나는 작다고 말할 수 있으며, (3) 매우 특수한 유형의 경 우에는 크기에 대한 수치 비교(numerical comparison)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ibid., pp.36-37; 인용자의 번호). 케인즈는 여기에서 비교 가능하지 않다 는 말을 임의의 두 확률관계에 대하여 서 로 같거나, 크거나, 작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의미로, 측정 가능하지 않다 는 말을 임의의 두 확률 관계가 수치 관계를 가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 다(ibid., p.37). 결과적으로 대소 비교 가능성의 여부에 따라 (1)과 (2)가 구분되 고, 수치 비교 가능성의 여부에 따라 (2)와 (3)이 구분된다. 확률관계의 크기에 대 한 이러한 유형 구분의 함의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대소 비교 가능성과 수치 비교 가능성에 대한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대소 비교와 관련하여 케인즈가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닮음의 유비 를 살펴보자. 세 대상 A, B, C에 대하여 B가 C보다 A를 더 닮았다라고 말할 때, 우리가 의미 하는 것은 B가 C보다 본질상 양적으로 더 큰 어떤 측면이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 라, 만일 세 대상을 닮음의 순서에 따라 배열한다면, B가 C보다 A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푸른색 모로코가죽 책 은 푸른색 송아지가죽 책 보다 붉 은색 모로코가죽 책 과 더 닮아 있으며, 붉은색 송아지가죽 책 은 푸른색 송아지 가죽 책 보다 붉은색 모로코가죽 책 과 더 닮아 있다. 하지만 푸른색 모로코가죽 책과 붉은색 모로코가죽 책 사이에 존재하는 닮음의 정도와 붉은색 송아지가죽 책과 붉은색 모로코가죽 책 사이에 존재하는 닮음의 정도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비교의 기준 대상에 대하여 어떤 대상이 다른 대상보다 더 닮아 있다고 기술 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한 논변이 다른 논변보다 더 개연성이 있다 즉 확실 성에 더 가깝다 고 말할 수 있다(ibid., p.39; 인용자의 밑줄과 작은따옴표). 책 장정의 소재 색상에 대한 케인즈의 유비에서 핵심적인 것은 닮음의 계열이

16 50 經 濟 學 硏 究 제 64 집제1 호 여럿 존재할 때 소재를 기준으로 할 때는 모로코가죽과 송아지가죽의 계열이 있 고, 색상을 기준으로 할 때는 푸른색과 붉은색의 계열이 있다, 비교하고자 하는 대상들에 대하여 기준으로 삼을 대상을 설정할 수 있다면, 닮음의 비교가 가능하 고, 그렇지 않다면 대상들의 닮음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확률관계도 마찬가 지이다. 비교의 기준 대상을 발견할 수 있다면 대소의 관점에서 비교가 가능하겠지 만, 그렇지 않다면 확률관계의 크기는 전혀 비교 불가능하다. 케인즈가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기에는 비교의 목적이나 의도에 따라 여러 다양한 기준 이 선택될 수 있다는 기준의 선택이라는 문제가 발생하며, 임의적인 판단의 요소가 개입할 수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즉 푸른색 모로코가죽(A), 푸른색 송아지 가죽(B) 및 붉은색 모로코가죽(C)을 모로코가죽의 계열로 판단한다면 A는 B보다 C와 더 닮아 있지만, 푸른색의 계열로 판단한다면 A는 C보다 B와 더 닮아 있다. 다음으로 케인즈가 매우 특수한 유형 이라고 말하고 있는 수치 비교가 가능한 확 률관계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차별 원리(principle of indifference)를 적용할 수 있 어야 한다. 이 원리는 라이프니츠로부터 기원하고 제임스 베르누이에 의해 확률이 론 분야에 도입된 충족이유율 을 케인즈가 개명한 것이다. 개명을 한 이유는 전통 적인 충족이유율이 확률을 수치로 측정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확률이론의 맥락에서 충족이유율은 여러 결론적 명제 중에서 우리가 어떤 명제에 대하여 더 높거나 낮은 확률을 할당해야 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 는다면 각 명제에 대해 동등 확률을 부여해야 한다는 원리이다(ibid., p.45). 동등 확률의 가정이라고 간략히 말할 수 있는 이 원리는 가령 주사위 던지기를 할 때 특 별한 불규칙성이 있다고 가정할 만한 이유가 없다면, 각 눈이 나올 확률을 동등하 게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등 확률을 적용하여 실제로 확률을 수치로 측 정하면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다. 케인즈는 역설이 나타나는 이유를 찾고 동등 확률 의 가정, 즉 무차별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 조건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케인즈가 예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역설은 비체적과 고유밀도의 역설이다(ibid., p.48). 부피/질량 으로 정의되는 비체적과 질량/부피 로 정의되는 고유밀도는 모두 물질의 질량-부피 관계를 다루는 물리량이고, 역수의 관계가 성립한다. 즉 비체적 을 라 하면 고유밀도는 로 나타낼 수 있다. 어떤 물질의 비체적 측정치가 1과 3 사이에 있지만 이 구간 내 어디에 위치하는지 그 참값은 알지 못한다고 가정할 경우, 동등 확률의 가정을 적용하면 비체적의 참값이 1과 2 사이의 구간과 2와 3

17 확률론 의 측정 철학과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 51 사이의 구간에 있을 확률은 동등하다고 말할 수 있다. 즉 (단, 는 명제 의 확률값)이다. 다시 이 동일한 물질의 질량-부피 관계를 고유밀도로 측정하면 참값은 1과 사이에 놓여 있는 경우이 고, 동등 확률의 가정을 적용하면 1과 사이의 구간과 와 사이의 구간 에 있을 확률은 같다. 즉 이다. 이 때 고유밀도와 비체적은 개념적으로 역수라는 확정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 로, 고유밀도로 측정한 값을 비체적으로 환원시키면 이다. 그런데 이 결과는 처음 비체적으로 측정한 확률값, 즉 비체적 이 1과 2 사이의 구간에 있을 확률값과 고유밀도에서 비체적으로 환원한 확률값, 즉 비체적이 1과 3/2 사이의 구간에 있을 확률값이 같다는 역설적 상황으로 귀착한 다. 달리 말해 실체적으로는 동일한 물리량이지만, 동등확률을 적용하여 측정하고 자 할 경우 모순적인 결과값을 내어 놓는다. 이 역설을 제시하면서 케인즈는 질량-부피 관계가 엄격한 의미에서 수치적 정량 화 가능성 (numerical quantitativeness)을 가지는 물리량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비체적이나 고유밀도와 같은 임의적인 척도 를 사용하여 측정하는 규약 관습적 측정치 (conventional measurements)라고 평가한다(ibid., pp.49-50). 여기에서 수 치적 정량화 가능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질량-부피의 관계를 대소의 관점에서 배열할 수 있고, 그 순열에 따라 수 체계와 대응관계를 확립할 수 있지만, 그 수치 들에 대하여 한 값이 다른 값의 2배수이거나 3배수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리고 케인즈는 비체적과 고유밀도의 역설이 나타나는 이유는 측정 대상이 연속성을 가지고, 무한하게 분할될 수 있다는 속성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달리 말 해 비체적이 1과 2 사이에 위치한다 는 최초의 명제가 동등한 크기를 가지는 두 명 제, 즉 비체적이 1과 3/2 사이에 위치한다 및 비체적이 3/2과 2 사이에 위치한 다 (ibid., p.64)는 명제로 나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차별 원리는 한 쌍의 명제에 대하여, 만일 그 명제 각각이 원래의 명제들과 동 일한 형식을 가지는 상호배제적인 명제, 하지만 개연성 있는 명제들로 더 나눠질 수 있다면 적용할 수 없다(ibid., p.66). 결론적으로 역설에 대한 케인즈의 처방은 무차별 원리의 적용을 결론적 명제들이

18 52 經 濟 學 硏 究 제 64 집제1 호 더 이상 나뉘어질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었다. 달리 말해 명제들이 더 이상 분할될 수 없는 원자(atoms)적 속성을 가질 때, 무차별 원리의 적용은 가능하고 임 의의 두 확률관계는 공통 단위로 측정을 할 수 있게 된다 (ibid., p.33). 19) 즉 수치 측정의 가능성을 가진다. 역으로 대상이 되는 명제가 원자적 속성을 가지지 않고, 복잡성과 유기적 성격을 가진다면(ibid., p.277), 대소의 관점에서 비교만 가능하 거나 앞서 확률 크기의 (2) 유형, 크기의 비교가 전혀 가능하지 않은 상황 앞 서 확률 크기의 (1) 유형 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무차별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규정짓고자 했던 케인즈의 시도는 너무 엄격한 것이어서 유용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Gillies, 2000, pp.25-49; 2006). 이 평가는 확률에 대한 논리주의적 관점이 확률이론 분야의 주변 부에 머물고 있다는 것과 대체적으로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논리주의적 확률이론 의 현대적 위상과는 별도로 확률론 에서 개진된 측정 철학이 어떠한 경제학적 함 의를 획득하는가는 독립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다음 절에서는 지수적 방법 과 화폐론 을 통해 이 문제를 검토할 것이다. Ⅳ. 경제학적 적용 케인즈가 1909년에 발표한 지수적 방법 은 왈쉬(C. M. Walsh)의 일반교환가 치의 측정 (1901)을 주요 검토 대상으로 하여, 일반교환가치 혹은 일반물가수준의 19) 확률관계가 논거적 명제와 결론적 명제 사이의 관계임을 고려하면, 결론적 명제가 원자적 속 성을 가져야 한다는 조건은 논거가 되는 명제에도 이와 유사한 조건을 부가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케인즈는 논거는 결론들에 관해서 대칭적이어야 하며, 그리고 각각 의 결론에 대하여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어야만 한다. (CW VIII, p.60)고 하여 논거와 관련 한 조건도 제시하고 있다. 주어진 논거 하에서 동등확률을 부여한 경우, 새로운 논거의 추가 로 그 확률을 변화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사위의 각 눈이 나올 가능성에 동등확률을 부여할 수 있고 그 값이 1/6이라고 한다면, 지난 시행에서 어떤 눈이 나왔는가는 다음 시행에서 각 눈이 나올 확률을 변경시키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만일 새로운 논거가 결론 적 명제와 새로운 논리적 관계를 형성하여 이라면, 기존의 논거( )와 새로운 논거( )가 유기적 결합 (ibid., p.277)을 이루는 상황이고, 와 는 서로 다른 계 열의 확률관계가 된다. 따라서 확률 와 는 수치로 비교할 수 없다. 역으로 무차별 원리는 논거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않는 상황에만 적용 가능하다. 논거들의 결합에 따른 유기적 통일성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Rotheim(1988, pp.88-90) 및 Wilson(2007, p.1092) 참조.

19 확률론 의 측정 철학과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 53 측정과 관련한 개념적 수리적 난점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 강조해 둘 필요가 있는 것은 지수적 방법 이 교환가치라는 고전적 용어법에 기초하여 제기된 입론들 에 대한 비판 종합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이다. 교환가치의 측정과 관련하여 19세 기 말 경제학의 지형은 교환가치가 측정 불가능하다는 입장과 측정 가능하다는 입 장이 대립하고 있었다. 부연하면 관계적 속성이 측정 가능한가라는 문제를 중심으 로 한편에는 교환가치가 교환대상이 되는 두 대상물이 맺는 관계이자, 교환하는 경 제주체들의 행위의 결과물이라는 생각, 즉 가치가 관찰자 의존적인 현상이라는 관 점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교환가치가 물리적인 길이나 면적처럼 수치 측정이 가 능하다는 생각, 즉 가치가 관찰자 독립적인 객관적 실체라는 관점이 놓여 있었 다. 20) 케인즈는 이 두 입장을 모두 비판하면서 교환가치 혹은 가격관계가 가격 현 상의 규약 관습적 척도 (CW XI, p.69)라고 규정짓는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 규정 의 바탕에는 엄밀하게는 측정 불가능한 경우라도 속성은 유사하고 측정 가능한 또 다른 양 을 찾을 수 있다면, 경제량의 양적인 비교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기능 을 할 것이고, 이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채택되는 규약 관습적 척도의 성격 을 명확히 하는데 있다(ibid., p.53 및 p.55)는 생각이 놓여 있다. 가격관계의 규약 관습적 성격은 개별적 수준과 일반적 수준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케인즈에 의하면 개별가격수준에서는 가격관계의 규약 관습적 성격이 다 소 대수롭지 않은 문제 로 나타나지만, 집계적인 일반교환가치수준에서는 복잡 성 (complex)과 다면성 (manifold)을 가지고 나타난다. 개별 가격관계의 성격을 케 인즈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일정한 양의 통화가 일정한 양의 상품과 교환될 때 가격 현상이 존재한다. 단위 의 과 단위의 가 교환된다 는 것은 통화 과 상품 사이에 특정한 가격관 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 관계는 양적인 관계이다. 즉 (어떤) 두 가격관계 중 하나는 더 크고, 다른 하나는 더 작은 관계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관계는 수치적인 양은 아니다. 즉 가 어떤 수( 數 )일 때 두 가격관계에 대하 여 하나의 크기가 다른 것의 크기의 배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러한 가격관계를 가 20) 구체적인 내용은 Walsh(1901, pp.1-25) 참조. 관련한 현대적 논의는 시장에서의 교환과정을 경제 주체들의 상호의존적 측정 과정으로 평가하는 Fullbrook(2002)과 사회경제학의 틀에서 경제적 가치와 윤리적 종교적 미학적 가치의 논리적 동형성을 주장하는 Orléan(2014, pp ) 참조.

20 54 經 濟 學 硏 究 제 64 집제1 호 질 수는 없다. 따라서 엄격하게 말해서 가격관계는 측정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일상에서 이것은 대수롭지 않은 문제이다. 일련의 수열과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가 격관계 사이에 적절한 관계를 확립하는 규약 관습적 측정의 체계가 용이하게 획 득될 수 있다(ibid., p.57). 개별 가격관계가 양적인 관계이기는 하지만 수치적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현대적 인 관점으로 볼 때 다소 낯선 생각이다. 단위의 화폐와 단위의 상품이 교환될 때, 우리는 보통 1단위의 화폐가 단위의 상품과 교환된다고 말하거나, 1단위의 상품이 단위의 화폐와 교환된다고 말한다. 나아가 이렇게 산출된 비율에 산술 연산을 적용한 값들을 구하고, 그 값에 경제학적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이 가격 관계는 케인즈의 관점에서 볼 때, 수치로 표현되는 관계가 아니다. 부연 설명하면 화폐와 상품의 교환 비율에 일련의 변화가 발생할 때, 비율 나 에도 일련의 변화가 발생하며, 그 값을 배열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배열은 엄밀한 의미에서 크기의 순서는 아니다. 크기의 순서가 되기 위해서는 나 를 배열 하는 일정한 서열이 먼저 정의되어야만 한다. 즉 우리는 통상 규약 관습적으로 가 작거나 가 큰 것을 고가라고 정의함으로써 나 의 배열을 수로 측정한 것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다(ibid., p.65). 그리하여 로 표현되는 가격 관계이든, 로 표현되는 가격관계이든 어느 것이나 일상적으로는 정당성을 가지 는 가격 표기의 방식으로 작동하며, 만족스러운 척도로 기능하게 된다. 하지만 특정한 상황에서는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로 표기되는 가격관계와 로 표기되는 가격관계의 산술평균은 동일한 화폐-상품 관계에 대하여 서로 다 른 값을 내어 놓을 수 있다. 케인즈는 이 점을 유럽식 가격표기 방식과 인도식 가 격표기 방식의 모순 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ibid., pp.56-57). 통상적으로 유럽의 가격표기 방식은 상품 1단위를 구매할 수 있는 화폐 단위의 수 예를 들어, (실링 단위)/(밀의 쿼터량) 로 표기되며, 인도의 가격표기 방식은 화폐 1단위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 단위의 수 예를 들어, (밀의 시어량)/(루피 단위) 로 표기된다. 이 단순한 표기 방식의 차이로부터 발생하는 모순은 우리가 기초 가격과 기말 가격의 평균가격으로 다음 기초에 상품을 구매하는 선물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뚜렷이 드러 난다. 가령, 인도식 표기를 기준으로 밀의 가격이 기초에 8(시어/루피)였다가 기말 에 4(시어/루피)가 되었다고 한다면, 다음 기초에 3루피의 화폐로 구매할 수 있는 밀의 수량은 인도식 표기 기준 하에서는 18시어이지만, 유럽식 표기 기준으로 체결

21 확률론 의 측정 철학과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 55 된 계약이었다면 16시어이다. 21) 달리 말해 동일한 목적을 가지는 경제적 계약에서 가격표기 방식을 어떻게 정하느냐라는 규약 관습적 기준에 의해 서로 다른 양적인 결과, 즉 경제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가격표기 방식의 이 모순을 통해 케인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격관계와 관련한 모든 산술연산이 그에 조응하는 경제적인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다 (ibid., p.69)는 점이었다. 다음으로 일반교환가치 수준의 문제를 살펴보자. 케인즈는 통상적인 일반교환가 치 개념이 엄밀한 의미에서 측정 불가능하다는 것을 논증하고, 일반교환가치 개념 을 대체할 새로운 정의를 도입하고 있다. 즉 개별 가격관계를 수치로 측정한 것처 럼 다룰 수 있다 하더라도 여러 개별교환가치의 총화 로 정의되는 일반교환가치는 개별 가격관계와 같은 속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교환가치를 덜 일반 적인 방식으로, 즉 대표상품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어떤 특정한 합성상품의 교환가 치 로 재정의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한다. 그리고 이렇게 재정의된 지수는 개별 상 품의 가격처럼 만족스러운 척도이며, 개별 상품의 가격과 동일한 속성을 가질 수 있다 (ibid., pp 및 72)고 케인즈는 말한다. 물론 재정의를 통해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합성상품을 구성하는 대표상품 이 달라질 수 있고 비교가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어떤 합성상품 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경제적 사실을 비교하고자 하는가?, 여러 상품의 가중 치 체계를 선택하고자 할 때 중요도의 기준은 무엇인가? (ibid., p.95) 등등의 문제 가 제기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측정의 어려움을 인용자] 가능한 사소한 것으로 만들고 21) 원래의 가격변화, 즉 8(시어/루피) 4(시어/루피)를 유럽식 표기 방식으로 표현하면 1/8(루 피/시어)에서 1/4(루피/시어)로 변화한 것이고, 이러한 가격변화의 산술평균은 3/16(루피/ 시어)가 되기 때문이다. 인도식 표기의 산술평균값인 6(시어/루피)와 동일한 경제적 의미를 가지는 유럽식 표기의 평균은 1/8과 1/4의 조화평균값인 1/6(루피/시어)이다. 즉 인도식 표 기의 산술평균은 유럽식 표기의 조화평균에 상응한다. 앞서 살펴본 확률론 의 고유밀도와 비체적의 역설 도 이와 동일한 성격의 문제이고, 또 화폐론 (CW V, pp.87-88)에서의 계급 별 구매력 변화 측정과 관련한 모순 과도 관련된다. 차원이론(theory of dimensions)의 맥락 에서 보면 이 문제는 측정하고자 하는 대상이 질량(그램), 거리(미터), 시간(초) 등과 같은 기본단위로 측정되는 양이 아니라 둘 이상의 기본단위의 관계로 이뤄지는 유도량이면서 음(-) 의 차원을 가지는 단위 거리( )와 시간( ) 단위로부터 유도되는 속도단위, 즉 또는 가 대표적이다 일 때 발생한다. 차원분석과 관련해서는 Berka(1983, pp.66-73) 및 Wicksteed(1987) 참조.

22 56 經 濟 學 硏 究 제 64 집제1 호 당면한 문제를 위하여 유용한 근사치적 지수를 제공할 방책과 절충을 채택하는 일 이다. 우리가 채택하는 절충의 성격은 부분적으로 우리가 고찰하고자 하는 개별 대상의 성격에 따를 것이지만, 어떠한 경우이든 규약 관습적인 어떤 것이 끼어들 게 된다(ibid., p.72). 일반교환가치에 대한 지수적 방법 에서의 이러한 논의는 합성상품에 기초하여 화폐의 구매력 척도를 마련하고자 했던 화폐론 제2편 화폐의 가치 에서 좀 더 분 명하고 논리적인 표현을 획득하게 된다. 화폐론 의 논지는 당대 영국의 전통적인 물가지수 이론에 대한 비판을 함축하고 있으므로 그 내용을 먼저 확인해 보자. 제본스 및 에지워스가 대표하는 영국의 전통적인 물가지수 이론은 일반물가지수 를 화폐가치의 척도로 사고한다. 즉 일반물가지수의 상승은 화폐가치가 하락한 것 으로, 반대로 일반물가지수의 하락은 화폐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이해한다. 금( 金 ) 을 가치표준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당대의 관행에 비추어 보면, 물가가 올랐다는 것 은 금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이고, 물가가 떨어졌다는 것은 금의 가치가 상승했다 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개별 재화 서비스 사이의 상대가격은 변화하지 않고 유 지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만일 개별 상대가격이 변화한다면 그 효과를 상쇄시 켜야만 순수한 물가지수를 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가격변동의 원인을 화폐량의 변화로부터 생겨나는 변동과 개별 상대가격의 변화로부터 생겨나는 변동으로 구분 할 때, 후자의 변동을 상쇄시켜야 한다. 당대 영국의 전통적인 물가지수 이론의 용 어법으로 다시 표현하면, 과녁의 흑점을 겨누었던 빗나간 시위 (제본스), 즉 개별 가격의 상대적 운동으로부터 기인하는 일종의 물가지수 측정의 오차가 있을 수 있 고, 이러한 오차를 제거한 순수한 물가지수의 변동, 즉 일반물가의 객관적인 평균 변화 (에지워스)(CW V, p.76)를 측정하여 이것을 화폐가치의 척도로 삼고자 하였 다. 그러나 케인즈는 일반물가지수로 측정하는 화폐 자체의 가치 나 화폐의 고유 가치 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을 찾고자 하는 것은 만질 수도 없고 잡 을 수도 없는 도깨비불 이자, 원과 넓이가 같은 정사각형을 작도하려는 시 도 (ibid., p.72) 22) 였다고 평가한다. 22) 보통 원적문제라고 부르는 기하학의 고전적 난제이다. 케인즈가 태어나기 한 해 전인 1882년 원의 넓이를 계산할 때 사용하는 원주율(π)이 대수적인 수(algebraic number)가 아니라 초월 수(transcendental number)라는 것이 증명되면서 원과 넓이가 같은 정사각형을 작도하는 문 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졌다.

23 확률론 의 측정 철학과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 57 과녁의 흑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물가수준 또는 일반물가의 객관적인 평균 변 화라고 불리는 유일한 이동 중심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의 다양 한 목적과 연구에 적합한 합성상품의 물가 수준에 관한 꽤 확정적인 여러 다양한 개념이 존재한다. 그 외에는 어떤 것도 있을 수 없다(ibid., p.76). 제본스나 에지워스처럼 개별 상대가격의 변화 와 화폐량 변화에 의한 일반물가 수준의 변화 를 구분하는 것은 케인즈에 의하면 잘못된 접근방식이었다. 왜냐하면 화폐량의 변화는 개별 상대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관찰 대상인 일반물가수준은 그 자체가 상대가격의 함수이므로, 화폐량에 따른 개별 상대가격의 변화가 물가에 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히려 화폐량 변화의 효과는 지구의 이동이 지구 표 면에 있는 사물들의 상대 위치에 미치는 효과 처럼 다루어 질 것이 아니라 만화경 안에 든 색유리 조각의 이동 효과 (ibid., p.81)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23) 관 찰하고자 하는 대상들의 내적 상호작용의 복잡성과 관련한 이러한 케인즈의 논의는 일반물가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척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물가지수의 측정을 위해서는 합성상품 가격으로서의 물가지수개념에 기초해야 하며, 시간, 장 소 및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합성상품 가격이 적합성을 가진다(ibid., pp.71-72)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통약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이라는 용어로 표현된 케인즈의 측정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정밀한 양적 비교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은 잘 알려져 있는 다른 많은 개념, 즉 정 도의 변화 가능성이 서로 통약불가능한 방향으로 동시에 있을 수 있는 복잡성과 다면성을 가지는 모든 개념들에서 발생하는 것과 동일하다. 동일한 어려움이 한 사물이 다른 사물에 대하여 전체로서 그 정도가 더 우월한가를 질문할 때는 항 상 나타난다. 그 우월성은 각각의 크기가 가변적이고, 방향에서는 서로 통약불가 능한 여러 속성의 결합에 의존하기 때문이다(ibid., p.88). 정도의 변화가능성이 서로 통약불가능하다 는 것은 공통 단위로 그 변화량을 측 23) 만화경(kaleidoscope)은 반사경으로 이루어진 통 안에 색유리 조각을 넣어 만든 것으로, 만 화경을 움직이면(화폐량의 변화), 색유리 조각의 위치(개별 상대가격)가 변하면서 형형색색 의 빛의 산란, 분광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한 장치이다. 케인즈의 비유가 담고 있는 의미는 분 명하다. 화폐량의 변화는 전체로서의 물가수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상대가 격 자체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24 58 經 濟 學 硏 究 제 64 집제1 호 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리 말해 통약불가능성으로부터 야기되는 복잡성 과 다면성은 지수적 방법 에서 일반교환가치를 특정한 합성상품의 교환가치로 재 정의 할 필요성을 낳는 이유이기도 하고, 확률론 에서 동등확률의 조건을 적용할 때 발생하는 역설을 낳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케인즈는 통약불가능성으로부터 제기되는 측정의 문제가 동등확률을 적용하여 역설이 나타나는 상황과 같은 문제라 고 덧붙이고 있다(ibid., p.89fn.). 결과적으로 화폐론 에서 제시되고 있는 측정의 불확정성은 규약 관습적 척도라는 개념을 케인즈의 측정 철학에서 주요한 구성요 소로 등장시키는 요인과 조응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Ⅴ.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 케인즈는 이론적 분석을 위해 적합한 단위를 선정하는 문제가 일반이론 을 서술 해 나가는 과정에서 부딪힌 중요한 난제들 중 하나였다고 밝히고 있다. 24) 이러한 술회에도 불구하고 단위 선정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제4장은 전문적인 경제학자들 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일반이론 이 미국 경제학계에 서 수용되고 주류적 이론으로 발돋움하는데 이론 정책적으로 기여한 한센은 케인 즈가 씨름한 문제를 수긍이 가지 않는 논의 (Hansen, 1953, p.44)라고 하였으며, IS-LM 분석을 창안하여 신고전파종합을 선도한 힉스도 혼돈을 야기하는 주 장 (Hicks, 1975, p.59)이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전문적 경제학자들의 이러한 평 가와 달리 단위 선정 문제는 오히려 상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정량적 분석 은 양적으로 모호지 않은 개념과 변수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량적 분석은 양적으로 모호한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표현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처럼 우리가 그러한 시도를 해보면, 곧바 로 정량적으로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도 훨씬 더 잘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명확해 질 것이다. 일부 모호하고 양적이지도 않은 개념을 정량적 분석의 토 대로 사용한다면 그 정밀성은 유사정밀성이 되어버릴 것이다(CW VII, pp.39-40). 24) 케인즈가 제기한 난제는 단위 선정 의 문제 외에도 두 가지가 더 있다. 하나는 경제분석에서 기대가 수행하는 역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소득에 대한 정의이다(CW VII, p.37 참조).

25 확률론 의 측정 철학과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 59 실제로 당대에 통용되던 주요 경제학적 개념과 변수 중 일부는 케인즈가 보기에 유사정밀성에 기초한 경제량이었다. 그 사례로 케인즈가 꼽는 것은 국민분배분 (national dividend)과 일반물가수준 개념이다. 우선 마셜과 피구가 사용한 국민분 배분은 현대적 용어로 국민소득에 상응하는 것으로 화폐가치가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의 순산출물이나 실질소득을 측정하는 개념이었다. 달리 말해 물적 단위의 경 제량이었다. 하지만 한 사회가 생산해내는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은 이질적 복합물 이기 때문에 공통의 단위로 측정할 수 없을뿐더러, 대안으로 복합적인 재화 서비 스 집합을 구성하여 측정하고자 할 때에는 한 시점의 산출물 집합의 모든 구성항목 이 다른 시점의 산출물 집합에서도 동일한 비율로 구성되어야 한다 (ibid., p.38)는 단서가 붙는다. 단순한 예를 들어 설명하면, 옷 한 벌 과 신발 한 켤레 의 물리적 총량을 측정할 수 있는 공통의 단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 옷과 신발의 일정 량을 대표하는 산출물 집합을 표준으로 삼아 그 수량적 크기를 측정하고자 한다면, 표준적인 상품 집합의 구성 항목 비율이 시간의 경과나 장소에 따라 달라지지 않 을 때만 가능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반물가수준도 일정량의 화폐로 구매할 수 있 는 재화와 서비스의 물리적 수량을 집계하고 통시적으로 비교하려 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모호성을 가지는 개념이라고 케인즈는 평가한다. 10년 전이나 1년 전에 비해 오늘날 순산출은 더 증가했지만, 물가수준은 더 하락 했다고 말하는 것은 마치 빅토리아 여왕은 엘리자베스 여왕보다 더 좋은 여왕이었 으나, 더 행복한 여인은 아니었다는 것과 유사한 성격의 명제이다. 이러한 명제는 의미가 없다거나 흥미를 끌지 못한다거나 하는 명제는 아니지만 수학적 미분법의 소재로서는 적당하지 않다(ibid., p.40). 환언하면 케인즈가 보기에 국민분배분이나 일반물가수준과 같은 개념은 수학적 도구를 사용하여 인과적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엄밀성을 가지는 경제량이 아니라, 역사적 통계적 묘사의 자리에서 다루어질 개념과 변수였다. 선행하는 경제학적 개 념 변수에 대한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일반이론 에서 채택된 경제량은 화폐량 과 고용량(노동량)이다. 만약 경제체계 전체의 행태를 다룸에 있어서 우리의 관심을 화폐와 노동이라는 두 개의 단위로만 엄격히 한정하면서, 특정한 산출물 및 설비에 대한 단위의 사용은

26 60 經 濟 學 硏 究 제 64 집제1 호 개별 기업이나 산업을 분리하여 분석하는 경우로 한정하도록 유보하고, 산출 물의 총량이나 일반물가수준과 같은 모호한 개념의 사용도 (어쩌면 상당히 폭넓 은) 어떤 한계 내에서 모두가 알고 있는 부정확하고 근사적인 역사적 비교를 하고 자 하는 경우로 한정하도록 유보한다면 많은 불필요한 혼란을 피할 수 있다는 것 이 나의 믿음이다(ibid., p.43). 나아가 케인즈는 노동 한 단위에 지불되는 화폐임금을 임금단위라고 정의하고 있 으며, 궁극적으로 이 임금단위가 분석의 기본 단위로 역할하고 있다. 임금단위로 표시한 소득 소비 투자 유효수요 물가 화폐량이라는 일반이론 의 독특한 용 어법이 여기에서 비롯한다. 그리고 임금단위 또한 화폐가치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일반이론 의 분석 단위는 화폐에 기초한다고 말할 수 있다. 단위 선정 문제에 대한 이러한 케인즈의 논의는 경제학사의 맥락에서 두 가지 흐 름의 해석을 낳았다. 첫 번째 해석은 케인즈의 작업이 명목변수를 실질변수로 환원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평가한다. 대표적으로 한센은 단위 선정 문제를 디플레이터 선정의 문제로 보았다. 이러한 이해의 배경에는 화폐가 특수한 상황에서는 경제적 변수들의 실질적 관계를 왜곡할 것이고, 일반적으로는 변수들의 관계를 비례적으로 만 변화시킬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사실상 모든 현대 경제학은 시장에서의 화폐단위를 측정의 표준으로 사용한다. 그 러나 경제학적 분석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화폐단위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경제학적 분석이 변수들 간의 함수적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시작하기 때문 이다. 경제적 변수들 간의 함수적 관계는 그 변수들이 실질가격으로 측정되 지 않는다면 의미나 의의를 거의 가질 수 없다. 하지만 데이터는 불가피하게 화폐가격으로 표시된다. 따라서 화폐 크기를 실질가격으로 환원하는 것이 필요해 진다(Hansen, 1953, pp.39-40).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경제 분석을 위해 명목변수를 실질변수로 환원해야 한다 는 필요에 따라 현대 경제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디플레이터이고, 통상 두 가 지 방식으로 구해진다. 하나는 화폐로 측정된 경제량을 물가지수로 나누어 주는 방 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임금률로 나누어 주는 방식이다. 소득 개념을 적용해 보 면, 전자의 방식에 의해 구해지는 것은 화폐구매력을 일정하게 고정시키는 불변가 치 소득이고, 후자의 방식에 의해 구해지는 것은 임금수준을 일정하게 고정시키는

27 확률론 의 측정 철학과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 61 불변임금 소득이다(ibid., p.40). 케인즈가 이 두 가지 방식 중에서 불변가치 소득 의 측정상의 곤란을 지적하면서 불변임금 소득 개념을 채택하고 있었다는 것이 한 센의 평가이다. 그리고 한센의 입장에서 볼 때는 디플레이터를 구하는 두 가지 방 식 모두 타당성을 가지며, 따라서 케인즈의 단위 선정 논의는 설득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단위 선정 문제를 이해하는 두 번째 흐름은 케인즈가 고전학파의 노동가치론을 인정하고 있었다는 해석이다. 빈번하게 인용되는 일반이론 의 다음과 같은 단락이 이 해석의 주요한 근거로 제시된다. 나는 과거에는 기예(arts)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기술이라고 불리는 것, 희소함 또 는 풍부함에 따라 지대라는 비용을 물기도 하고 물지 않기도 하는 자연자원, 그리 고 마찬가지로 희소함 또는 풍부함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 자산에 체화되어 있는 과거노동의 결과물 등등의 도움을 받아 모든 것이 노동에 의해 생산된다는 고전파 이전의 학설에 공감한다. 기업가들과 그들을 보조하는 사람들의 개인적 용역까지 도 포함하여 노동을 일정하게 주어진 기술, 자연자원, 자본설비, 유효수요의 환 경 속에서 작동하는 유일한 생산요소로 간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면 왜 경제체계에서 필요로 하는 물리적 단위로 화폐단위를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노동단위를 채택할 수 있었는지가 부분적으로 설명된다(CW VII, pp ). 제16장 자본의 본성에 관한 고찰들 에서 가져온 이 구절은 가치의 본질과 그 척 도에 대한 논의를 전제하는 고전적인 노동가치론과는 상이한 것으로 약간의 부연설 명이 필요하다. 케인즈는 자본이 그 존속기간 동안 원가를 초과하는 수익을 낳는 것은 자본 자체가 생산적이어서가 아니라 희소성을 가지기 때문이고, 자본의 희소 성은 화폐이자율(money-rate of interest)과의 경쟁에서 야기된다고 말한다. 가장 유동적인 자산, 달리 말해 가장 안전한 자산인 화폐를 보유하고자 하는 욕구에 의 해 결정되는 화폐이자율은 자본의 한계효율이 달성해야 하는 기준을 설정하고 (ibid., p.222), 한 사회 내에서 자본의 풍부함과 희소함의 정도를 결정한다. 가령 화폐 보유 욕구가 약화되어, 화폐이자율과의 경쟁이 줄어들면, 자본은 풍부해지고, 그 소유자에게 초과 수익을 가져 오지 않게 된다. 이 논의는 결과적으로 자본 소유 자의 보수가 어디에서 기원하는가라는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것이고, 따라서 모든 것이 노동에 의해 생산된다 는 케인즈의 명제는 분배론적 범주의 성격을 가진다.

28 62 經 濟 學 硏 究 제 64 집제1 호 이러한 맥락에서 딜라드는 케인즈가 노동가치론의 틀에서 분배와 관련한 철학적 입 장을 전개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경제학에서 가치론은 표면적인 시장 현상의 배후에 놓인 본질적인 속성과 관계를 발견하려는 시도였다. 케인즈는 자본의 본성과 자본 소유자(자본가) 및 이 용자(기업가)의 보수를 고찰하기 위하여 노동가치론을 사용하였다(Dillard, 1984, p.430). 25) 이러한 한센과 딜라드의 해석은 케인즈의 단위 선정 논의에서 추출할 수 있는 현 대 경제학과의 연결고리에 대한 이해(한센)나 사상사적 지평에서의 이해(딜라드) 를 심화시켜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질 뿐만 아니라, 전후 미국 경제학계에 서 케인즈 경제학이 수용 확산되는 한 국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학설 사적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확률론 이래로 케인즈가 견지해온 측정 철학에 대한 이해를 빠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재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기도 하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케인즈는 확률이론의 틀에서 대소 비교가 가능한 것과 수치 로 측정 가능한 것의 속성에 대한 치밀한 사유를 전개시켰다. 이렇게 구축된 확률 의 수량적 속성에 대한 철학적 이론 에서 규약 관습적 척도가 중요한 의미를 부여 받았다. 이 관점은 확률의 크기에 대한 논의로 한정되지 않고, 지수적 방법 과 화 폐론 으로 이어져 교환가치 및 물가지수의 측정과 관련한 경제학적 의미를 획득하 고 있음도 확인하였다. 일반적으로 규약 관습적 척도는 규준적(normic)이며, 임의적(arbitrary)인 속성 을 가지는 척도를 일컫는다. 규준적이라는 것은 측정의 과정에 협약, 표준 및 규범 의 성격을 가지는 요소가 들어온다는 것을 말한다. 측정이론에서 빈번하게 맞닥뜨 리는 순환론의 문제가 이 측정의 규준적 성격을 부각시킨다. 임의적이라는 것은 어 떤 척도가 필연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능한 것들 중 하나가 선택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원칙 없이 자의적으로 선택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정한 목적과 의도 하에서 선택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측정의 규준 적 임의적 성격은 범위를 조금 넓혀 보면 사회적 관습(social convention)의 규범성 25) 노동가치론과 케인즈의 관계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는 Dillard(1948, pp ) 및 류동민 (2002) 참조.

29 확률론 의 측정 철학과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 63 및 임의성과 상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회적 관습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곤 하는 도로주행의 경우를 고려해 보면, 우측 주행을 규칙으로 정할 것인가 아니면 좌측 주행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는 둘 중 그 어느 것이 선택되어도 무방하다는 의미에서 각 사회의 임의적 선택이지만, 도로주행의 안전성 보장이라는 의도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더불어 규칙의 위반은 사회적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에서 규범적인 성격을 가진다. 규준성과 임의성을 케인즈의 측정 철학의 맥락에서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측정의 기준을 정한다 는 의미에서 규약 관습적 성격이 케인즈 의 측정 철학에 들어온다. 닮음의 유비에서 닮음의 기준대상을 정하는 것, 가격관 계에서 고가의 의미를 정의하는 것, 합성상품 집합의 가격으로 물가지수를 정의하 는 것 등이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다음으로 속성은 유사하고 측정 가능한 또 다른 경제량 을 임의적으로 선택한다는 의미에서 규약 관습적 성격이 나타난다. 비체적과 고유밀도는 질량-부피의 관계를 표현하는 선택 가능한 임의적 척도이고, 유럽식 가격표기 방식과 인도식 가격표기 방식도 가격관계를 표현하는 임의적 척도 였다. 그리고 이러한 규준성과 임의성을 야기하는 근본적 원인에는 측정대상의 유 기적 성격 및 통약불가능성이 놓여 있었다. 이러한 케인즈의 측정 철학과 결부지어 본다면, 단위 선정 문제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케인즈가 국민분배분이나 일반물가수준 개념을 비판했던 맥락에서 본다면, 화폐 가치의 양과 고용량은 각각 공통의 단위를 가질 수 있는 경제량이어야 한다. 화폐 가치의 양이 원이나 유로, 달러와 같은 화폐단위를 공통 단위로 하여 측정할 수 있 는 동질적인 양이라는 것은 자명성을 가진다. 반면 고용량은 다소 복잡하고 우회적 인 성격을 가진다. 화폐가치의 양은 엄격하게 동질적이고, 고용량은 그렇게 만들 수가 있다. 왜냐하 면 노동의 여러 상이한 등급 및 종류가 어느 정도 고정적인 상대적 보수를 받는 한, 보통 노동의 한 시간 고용을 단위로 삼아 특별 노동이 한 시간 고용된 것에 대해서는 그 보수에 비례하는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을 통해 우리의 목적에 부합하는 고용량을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CW VII, p.41). 고용량의 경우 동질적인 경제량으로 만들 수 있다 고 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 다. 여기에는 규준적 측정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케인즈가 암시하고 있는 것처

30 64 經 濟 學 硏 究 제 64 집제1 호 럼, 개별 노동은 숙련의 정도와 전문성의 정도가 서로 다르고, 지급받는 보수도 차 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고용량도 근본적으로는 이질적인 경제량일 수밖에 없 다. 이 점에서 보통 노동의 한 시간 고용을 기준으로 하여, 여러 이질적인 노동에 대하여 화폐임금에 비례하는 가중치를 부여함으로써 고용량을 동질적인 것으로 만 들 수 있다는 케인즈의 설명은 노동단위의 동질성이라는 규준을 설정하고 있는 것 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측정 가능성을 획득한 고용량에 대하여 케인즈는 생산의 결과로 나오는 총산출량에 대한 만족스러운 지표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았다. 즉 고용량과 산출량이 수적으로 확정적인 비례관계를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동일한 방향으로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속성을 가진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시간단위 로 측정한 고용량은 총산출량과 속성은 유사하고 측정 가능한 또 다른 경제량으로 서의 성격을 가진다. 그리하여 총산출량이 증가했다거나 감소했다는 모호한 표현을 대신하여 고용량이 증가하거나 감소했다는 것으로 총산출량의 증가 감소에 대한 대략적인 비교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ibid., pp.40-41). 26) 더불어 이렇게 고용량 을 기본 단위로 삼은 것은 일반이론 의 기본적 탐구대상(quaesitum)이 고용량을 결정하는 요인 (ibid., p.247)이었다는 것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단위 선정 장( 章 )에서 케인즈는 노동의 동질성이라는 임의적인 규준 하에 규약 관습적 척도로 노동단위를 도입하여 측정과정에서 나타나는 순환의문제를 해소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27) 26) 고용량 개념의 사용방식과 관련하여 Bradford and Harcourt(1997, p.116) 및 Carabelli (1992, pp.24-26)는 대리 척도 (proxy measure)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27) 노동단위와 관련한 이러한 해석과 앞서 살펴보았던 딜라드의 해석의 차이에 대해 좀 더 구체 적으로 밝혀 둘 필요가 있다. 단위 선정 문제에 대한 딜라드의 해석은 케인즈와 마르크스가 노동가치론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은 가치실체로서 의 추상노동과 그 척도로서의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이라는 인식틀에 기초하고 있다. 물론 딜 라드는 양자의 차이를 잘 알고 있었고, 특히 케인즈에게 노동가치론이 부수적인 역할만을 한 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치는 전적으로 노동에 의해 생산과정(in production)에 서 만들어 진다 (Dillard, 1986, p.633)는 언급이 시사하는 것처럼 여전히 가치실체 개념의 잔영을 케인즈에게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본 연구의 해석은 케인즈가 노동이라는 고정된 가치실체를 상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31 확률론 의 측정 철학과 일반이론 의 단위 선정 문제 65 Ⅴ. 결 론 본 연구에서는 케인즈가 일반이론 제4장에서 제기한 단위 선정의 문제를 확률 론 에서 확립하고, 이후 지수적 방법 및 화폐론 에서 확장 심화된 케인즈의 측 정 철학과 연관 지어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우선 Ⅱ절에서는 케인즈 연구 사( 史 ) 의 맥락에서 확률론 과 일반이론 의 관계에 대한 논쟁을 개괄하고, 본 연 구가 이 논쟁과 어떻게 접맥되는가를 제시하였다. Ⅲ절에서는 케인즈 측정 철학의 세부적 내용을 설명하였다. 러셀의 수리철학과 의 관계를 매개로 하여 케인즈의 측정 철학을 이해하는 단초를 밝히고, 이 단초가 확률론 에서 어떻게 구체화하였는지를 논하였다. 전반부에서는 케인즈가 러셀의 크기에 대한 절대주의적 관점과 단절하여 대소 비교 가능성과 수치 비교 가능성을 기준으로 확률의 크기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음을 보였다. 후반부에서는 닮음과 확률의 유비 그리고 동등확률 적용에 따르는 역설 비체적과 고유밀도의 역 설 을 고찰하면서, 케인즈의 측정 철학 내에서 규약 관습적 척도가 중요한 의미 를 부여받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Ⅳ절에서는 지수적 방법 및 화폐론 을 통해 케인즈의 측정 철학이 경제학적 연 구들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논하였다. 지수적 방법 에서 케인즈는 가격표 기 방식의 역설을 제시하면서 가격관계를 가격현상의 규약 관습적 측정치로 평가 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관점은 경제량 측정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통약불가능성 문제 및 일반물가수준의 불확정성문제를 다루고 있는 화폐론 으로 이어지고 있음 을 논하였다. Ⅴ절에서는 케인즈의 단위 선정 문제의 개요를 설명하고, 이 문제를 이해하는 두 가지 방식, 즉 명목변수의 실질변수로 환원이라는 해석 및 노동가치론적 해석을 검 토했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과는 다르게 케인즈의 측정 철학과 연관 지어 볼 때, 단위 선정 에서의 논의는 규약 관습적 성격의 측정 단위를 도입한 것이라는 평가 를 제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러셀은 양적 크기의 종류 를 먼저 규정짓고 이렇게 동종의 크기로 분류되는 것들에 한하여 대소 비교를 허용 하는 절대주의적 관점을 표명하고 있었지만, 케인즈는 대소의 관점에서 서로 비교 가능한 것들을 동종의 크기라고 규정짓는 관점을 채택하고 있었다. 확률론, 지

32 66 經 濟 學 硏 究 제 64 집제1 호 수적 방법, 화폐론 및 일반이론 에서 개진된 케인즈의 측정 철학은 이러한 관 점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규명할 수 있었다. 둘째 케인즈의 측정 철학에서 규약 관습적 척도가 중요한 의미를 부여 받고 있 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통상 규약 관습적 척도는 규준적이며 임의적인 척도이다. 케인즈의 측정 철학에서 닮음의 기준대상을 정하는 것, 가격관계에서 고가의 의미 를 정의하는 것, 합성상품 집합의 가격으로 물가지수를 정의하는 것 등에서 측정의 규준적 성격이 나타나며, 비체적 고유밀도, 유럽식 인도식 가격표시 방식에서 측정의 임의적 성격이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단위 선정 장( 章 )에서 사용된 케인즈의 노동량(고용량) 개념은 대리 척도라는 이름을 부여받기도 하지만, 그 기본적 성격은 속성은 유사하고 측정 가능 한 또 다른 경제량 이라는 의미에서 규약 관습적 척도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 이것 은 케인즈가 생산과 고용을 결정하는 요인을 탐구대상으로 설정하고, 양적으로 모 호하지 않은 분석을 수행하기 위해 노동의 동질성이라는 규준적 가정을 도입하고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참 고 문 헌 1. 권기철, 케인스의 불확실성 이론과 현대 거시경제학, 경제학의 역사와 사상, 제1호, 1998, pp (Translated in English) Kwon, K., Keynes s Theory of Uncertainty and Modern Macroeconomics, Korean Journal of History of Economic Thought, Vol. 1, 1998, pp , 케인즈의 확률과 불확실성, 기대의 문제, 박만섭 편, 케인즈의 경제학, 서울: 다산 출판사, (Translated in English) Kwon, K., Keynes s Probability, Uncertainty and Expectation, in Keynes s Economics, edited by M. Park, Seoul: Dasan Press, 김 균, 철학자 케인즈와 <일반이론>의 방법론적 기초, 경제학의 역사와 사상, 제4호, 2001, pp (Translated in English) Kim, K., Keynes as a Philosopher and Methodolog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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