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사내하청정규직특별고용합의의의미 이슈분석 이정희 * 1) Ⅰ. 머리말 현대차비정규직정규직화협의, 완전히타결되다, 불법파견공방 11년만에마무리 각언론들이뽑은기사제목들이다. 지난 3월, 현대자동차사내하청특별협의에서도출된잠정합의안이조합원찬반투표에서가결된것을보도하는기사에서다. 완전타결, 마무리, 종료, 해결등과같은단어가쓰였다. 무엇이마무리되고무엇이해결되었다는말일까? 지난 2004년노동부가현대차사내하청 127개업체, 9,234개공정에대해불법파견판정을내리면서부터 불법파견 은현대차의상징이자낙인같은것이되었다. 실질사용자인현대차가사내하청을직접고용하라는목소리가높았고, 대법원은사내하청근로자를 현대차 ( 가직접고용한 ) 직원 이라고인정하는판결을내렸다. 하지만현대차는이를소송을제기한당사자에한정한것이라고받아들이면서판결의확장성을차단했다. 오히려정규직- 사내하청이함께작업하던혼재공정을없애고가능한공정을불법파견소지가없는진성도급형태로전환시키는작업을해왔다. 법에따라조치하라고요구하는노동자들의투쟁은그래서길고길었다. 공장점거파업을하고 296일동안송전탑고공농성을하고, 무더기로해고되고, 단식을하고, 목숨을끊고, 그리고교섭을했지만 10년이넘는세월동안불법파견공방은언제끝날지모를 진행형 일뿐이었다. 변화가생긴것은 2014년에서였다. 아산과전주공장에서는그해 8월, 사내하청의정규직특별고용합의가이뤄졌다. 울산공장에서는합의안이조합원총회에서두차례부결된뒤 2016 년 3월가결됐다. 마침내 3개공장모두에서사내하청특별고용에합의가이뤄졌다. 이를두고세상은불법파견공방마무리라고쓰고있다. 하지만사내하청근로자들의정규직특별고용합의가이뤄졌다는것만으로불법파견공방 * 한국노동연구원부연구위원 (jhlee@kli.re.kr). 69
이마무리되었다고하기는어려워보인다. 이사건을규정하는두가지측면, 즉차별철폐와책임규명의측면모두를감안해야하기때문이다. 첫째, 차별철폐측면에서는해법을찾았다고할수있다. 이른바 왼쪽바퀴, 오른쪽바퀴 논란은정리되는셈이다. 정규직과같은라인에서유사업무에투입되어서일을하던사내하청들이정규직으로고용됨으로써이제임금, 근로조건, 기업복지등에서의차별은해소된다. 1) 하지만둘째, 책임규명측면에서보면이번합의는더큰숙제를남겼다. 불법행위 당사자 인현대차의책임이제대로규명되지않았기때문이다. 중노위, 서울중앙지법은물론대법원에서도사내하청에대한현대차의사용자성을인정했는데, 이들을불법적으로활용한그기간동안현대차의사용자로서 책임 은합의안에담겨져있지않다. 합의안에따르면, 사내하청근로자들은정규직으로 의제 혹은 전환 되는것이아니라 특별고용 되고, 사내하청으로일했던그기간의 일부 만호봉계산등에서경력으로인정된다. 판결에따라현대차근로자로인정되는시점부터지급되었어야했던임금, 즉체불임금으로봐야할금액은 특별격려금 명목의일시금으로갈음되며그액수도 500만원이다. 이때문에현대차에불법파견면죄부를줬다는비판도제기된다. 실제합의서제목도 사내하도급관련합의서 다. 합의서어디에도 불법파견 이라는단어는등장하지않는다. 그럼에도합의안은가결되었고, 현대차는 3월 22일, 사내하청을정규직기술직으로채용한다고공고를내고지원서를접수받는등정규직채용을시작했다. 이렇게불법파견관련일련의교섭은마무리되었고, 이합의에따른채용이라는다음단계로넘어가고있다. 이글은지난 3월금속노조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불법파견특별교섭합의안을총회에서가결시킴으로써일단락된현대차사내하청정규직특별고용합의과정과내용을짚어보면서합의의의미와이후과제를살펴보고자한다. Ⅱ. 불법파견공방과합의 특별고용합의평가에앞서지난 2004년노동부의불법파견판정에이어 2005년최병승씨의노동위원회구제신청으로본격화된불법파견공방 10여년의역사를간략히정리한뒤올 3월 15일최종타결된불법파견관련합의안내용과교섭경과를소개한다. 1) 현대차의이번합의는채용이후별도의직군으로편재하고않고기존정규직과동등하게대우한다는점에서사내하도급 1 만여명을별도의직군 ( 전문직 2) 으로전환시킨이마트나신세계사례와는차이가있다. 70
이슈분석 : 현대자동차사내하청정규직특별고용합의의의미 1. 불법파견공방의역사 현대자동차에서사내하청이활용되기시작한것은 1980년대초반부터다. 전속하청업체근로자들이공장내에서부품공급업무를담당하는방식으로활용되다가 1990년대들어서면서그수가본격적으로증가했고, 담당업무도청소, 포장, 운송등간접부문을넘어조립라인업무로까지확대되었다 ( 손정순, 2009). 현대차는 1998년정규직구조조정이후새로생겨난일자리에사내하청근로자를배치해왔고, 규모는점차늘어났다. 문제의식을느낀정규직노조는교섭을통해 2000년 6월, 직접생산라인내사내하청비율을 1997년 8월당시수준인 16.9% 를넘지않도록한다는데에합의했다. 1998년이후무분별하게하청이투입되는한편현장에서는사업부별맨아워 (M/H) 협상때고용조정시완충지대 (buffer) 가될수있는하청투입에합의하는사례가빈발하면서 가이드라인 을정해야겠다는판단에서였다. 하지만결과는의도와는반대였다. 노조가하청활용에동의한것으로이해되었다. 하청은계속늘었다. 직영대비 1차하청의비율이 2004년 33% 로까지증가했다 ( 이상호외, 2011). 이러한하청급증은불법파견법적공방이시작되고사회적관심도높아지자조금주춤하는양상을띠었는데여전히 2010년에도 25% 가량을차지했다. 사내하청은원청업체와하도급계약을맺은하청업체의근로자가원청업체사업장에서일하는근무형태를말한다. 이때사내하청은하청업체관리자의지휘감독하에업무를수행한다. 원청의직접지시를받는파견과다른점이다. 하지만현대차와같은흐름생산공정의경우, 어디까지가하청업체가독자적으로업무지시를내릴수있는공정인지모호할수밖에없다. 근로자들은자동차생산과정의특성상컨베이어라인이든아니든, 메인이든서브라인이든, 직접생산공정이든간접이든간에이모든것이의장공정의속도와원청업체만이정할수있는 UPH ( 시간당생산대수 ) 에연동되어움직이기때문에원청업체가세부작업내용과순서까지정해줄수밖에없다고주장한다. 이처럼원청이사내하청근로자의업무를지시할수밖에없는구조이기때문에사내하청을파견으로보는것이마땅하고, 현행파견법상제조업에서는파견이금지되어있기때문에대다수사내하청은불법파견이라는것이다. 2003년아산과울산, 2005년전주공장의사내하청근로자들이노동조합 2) 을결성했다. 임금, 근로조건개선과함께현대차의사용자책임을묻기시작했다. 노동부는 2004년, 현대차사내하청 127개업체, 9,234개공정에대해불법파견판정을내렸다. 하지만달라진것은없었다. 본격적인법적공방이시작되었다. 울산공장에서사내하청근로자로일하다가업체로부터해고된최병승씨는 2005년 3월, 현 2) 이들노조는모두금속노조현대차사내하청지회형식을띠었는데, 아산, 울산, 전주공장등을모두포괄하는하나의지회가아니라공장마다별도의사내하청지회를두는방식으로조직되었다. 71
대차의직접지시를받고근무했기때문에사내하청업체는해고할권한이없다 고주장하며노동위원회에부당해고구제신청을냈다. 업체가자신을해고한것은권한없는자의처분일뿐이기때문에부당한해고라고주장하면서현대차의사용자성을물었다. 2010년 7월대법원은최씨의손을들어주었다. 대법원은 현대차사내하청은불법파견이며, 2년이상사내하청으로일한경우는현대차가직접고용한것으로봐야한다 고판결했다. 3) 아산공장사내하청근로자 7명은 2005년 12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제기했다. 2015년 2월, 대법원은이들모두가불법파견에해당된다고인정하면서소송제기당시파견법에따라근무기간이 2년이상인 4명은현대차의정규직직원이라고판결했다 4). 최병승씨사건때보다불법파견범위를폭넓게인정했다. 조립라인뿐아니라엔진공장등간접생산공정까지도, 특히정규직과섞이지않고하청근로자들만으로이뤄지는공정에대해서도불법파견으로보았다. 혼재생산이아니더라도자동차공장의자동흐름생산방식의특성상원청인현대차의지휘 감독을피할수없다는것을확인한것이다. 위의두소송이소수인원에의한것이었다면, 2010년서울중앙지법에제기된근로자지위확인소송은집단적인것이었다. 소제기자중에는직접생산라인에종사하는하청근로자뿐아니라차량생산을지원하는간접공정과 2차협력업체 5) 근로자도포함되었다. 1심재판부는 2014 년 9월, 2차업체를포함한공정의근로자 1,179명 6) 에대해불법파견이라고판결했다. 현대차와 직접 업무도급계약을체결한사내하청업체근로자는물론, 업무도급또는부품거래계약을체결한현대글로비스나현대모비스와 재차 업무도급계약을체결한사내하청업체근로자 < 표 1> 불법파견법원판결 대법원 현대차불법파견판정일과범위인원수범위 2010. 7.( 파기환송 ), 2012. 2.( 확정 ) 2015. 2.( 확정, 아산 ) 1 4 의장 ( 울산공장 ) 조립라인뿐아니라엔진공장등간접생산공정까지포함 ( 아산공장 ) 고등법원 2010. 11.( 아산 ) 4 의장, 의장써브, 차체, 엔진 변속기등 지방법원 2007. 6( 아산 ) 2014. 9. 18.~19.( 울산, 전주, 아산 ) 자료 : 현대차비정규직투쟁공동대책위 (2015), 8p 필자재구성. 4 1,179 의장, 의장써브, 차체, 엔진 변속기등모든공정 (2 차포함 ) 3) 대법원은 2010 년에이같은내용으로판결하고고법으로파기환송한뒤 2012 년에확정판결을내린다. 4) 함께소송을제기한 3 명은불법파견을인정받았지만근무기간이 2 년이되지않아패소했다. 5) 원청이 1 차하청 ( 납품업체나협력업체 ) 에도급을주고, 1 차하청이이를다시 2 차하청 ( 협력업체나인력관리업체 ) 에도급을주면재하청근로자들이원청의사업장안에서근로를제공하는유형을말한다. 이는제조업에서만이아니라대형할인매장에납품을맡은하청업체근로자들이매장에파견되어제품홍보및판매를하는경우에서처럼서비스업에서도널리퍼져있다 ( 박제성, 2015). 6) 1,179 명은현대자동차를상대로불법파견판결을받은케이스다. 당시법원은기아자동차에서사내하청으로근무하던근로자 468 명에대해서도마찬가지로불법파견판결을내렸다. 72
이슈분석 : 현대자동차사내하청정규직특별고용합의의의미 들까지현대차의직원으로인정했다 ( 박제성, 2015). 불법파견관련주요법원판결내용을정리하면 < 표 1> 과같다. 2. 합의안내용및경과 이같은법적판단이이어지고있는가운데하청근로자들은현대차의직접고용을촉구하며 2003년노조결성이후부터 10여년이넘도록다양한방식의집단행동을했다. 현대차가직접이문제의당사자로나선것은 2010년 12월이다. 비정규직노조조합원들이울산공장 CTS( 도어 < 표 2> 현대자동차불법파견주요사건정리 연도 주요사건 2000 현대차노사, 사내하청비율 16.9% 초과금지합의 ( 완전고용보장합의서 ) 2003~5 아산, 울산 (2003), 전주 (2005) 비정규직노조결성 2004 노동부, 127 개업체, 1 만명불법파견판정 2005 현대차사내하청근로자, 5 공장탈의실점거농성 불법파견원하청연대회의공식기구출범 2006 울산지검, 현대차불법파견무혐의판정 ( 노무관리상사용종속성없음 ) 2007 부산고검, 현대차불법파견무혐의판정 서울중앙지법, 아산조합원근로자지위확인소송 4 명승소 (2 년이상근무자만 ) 2008~9 경제위기이유울산, 아산, 전주공장 1 천여명비정규직해고 2010 2012 2013 2014 2015 2016 대법 ( 최병승사건 ), 현대차불법파견 으로판결, 파기환송 현대차사내하청근로자 1,941 명, 서울중앙지법에근로자지위확인집단소송 하청노조, 울산 5 공장탈의실점거농성 (238 일 ), 울산 1 공장 CTS 공정점거농성 (25 일 ) 4 자특별교섭 ( 현대차, 금속노조, 정규직지부, 비정규직지회 ) 개최 서울고법, 아산조합원근로자지위확인소송 4 명승소 (2 년이상근무자만 ) 대법, 사내하청 2 년이상근무자는정규직최종확정판결 ( 최병승사건 ) 현대차사내하청관련 5 자간비정규직특별협의시작 천의봉, 최병승송전탑농성돌입 (2013 년 8 월 8 일까지 296 일간진행 ) 사내하청근로자공모씨자살 ( 촉탁계약직으로전환 계약만료 해지 ) 사내하청노조간부박모씨자살 비정규직희망버스 5 자간불법파견특별교섭재개 전주, 아산비정규직노조정규직특별채용 4 천명합의 (8.18 합의 ) 서울중앙지법, 현대차사내하청근로자 1,179 명정규직지위인정 대법, 아산공장사내하청 2 년이상근로자 4 명정규직최종판결 9.14 합의 ( 울산공장 ), 2 천명추가총 6 천명정규직채용합의 지회투표, 부결 검찰, 현대차불법파견에무더기불기소처분 (2015.9.14. 합의부결, 2016.1.20 합의부결뒤 ) 3.15 정규직특별채용안합의 가결 ( 찬성 77.81%) 자료 : 비정규직노조및회사자료필자재구성 73
탈착 ) 공정라인을점거하고 25일동안농성을벌인이후다. 그러다가 2012년현대차노사의단체교섭에서비정규직문제를다루기위해특별교섭기구를꾸리기로함에따라 ( 곽상신 조성재, 2013) 그해 5월, 불법파견문제관련 5자, 즉현대차, 사내하도급업체 ( 대표단 ), 금속노조, 현대차정규직지부, 비정규직지회를당사자로하는특별교섭이시작되었다. 2014년 ( 전주, 아산 ) 과올 3월 ( 울산 ) 에합의를도출했다. < 표 2> 에서는이같은현대차불법파견공방을둘러싼주요사건을연도별로보여주고있다. 지난 3월, 금속노조울산공장현대차사내하청관련합의는 2015년 9.14 합의, 2016년 1.20 합의가각각부결된뒤이뤄진것이다. 이번합의는그내용에서 2014년전주 아산공장합의와부결되었던두차례합의내용과맥을같이한다. 다만근속인정경력산정, 입사역순정리해고여부등세부내용에서는차이가있다. 고용규모, 근속인정, 보상금, 소송등의측면에서합의안을살펴본다. 첫째, 고용규모측면이다. 현대차는 2012년 7월말이전입사자로현재직접생산하도급업체에재직하는인원중 2천명 (2016년 1,200명, 2017년 800명 ) 을 2017년말까지특별고용하며, 2018년이후에대해서는직영소요인원발생에따른기술직공개채용시직접생산하도급업체근로자를일정비율채용하기로했다. 2014년 8.18 합의때 2015년까지 4,000명채용키로한것을감안하면 2017년까지사내하청의정규직특별고용규모가 6,000명으로까지늘어난다. 두차례부결됐던합의안내용가운데수정된부분도적지않다. 정리해고시입사역순으로우선순위를정한다는 2016년 1.20 합의안내용은삭제됐다. 또한 조합원전원이채용될수있도록한다 는문구는 채용한다 로수정됐고, 신체부적격자에대한단서조항을삭제해조합원특별고용시불이익이없도록했다. 고용시기와관련, 2016년내 3차수중 2차수내에고용하기로합의함으로써입사일에따른성과금차등문제를최소화하였다. 이와함께 2018년부터정규직인원에대한수요가발생하면하도급인원을일정비율로고용하기로했다. 둘째, 근속인정경력및단체협약적용측면이다. 특별채용시근속인정경력은최장 10년을보장하기로했다. 사내하청경력약 20개월을현대차경력 1년으로인정해주는방식 7) 이다. 최대경력인정기간이 4년이었던 2014년 8.18 합의, 최대 9년이었던 2016년 1.20 합의보다근속인정경력이확대됐다. 또한기존정규직과마찬가지로기본급과근속수당, 연차유급휴가, 자녀학자금, 장기근속자예우, 차량D/C, 경조금, 연속 2교대전환수당 / 심야분보장수당등을적용받게된다. 셋째, 특별고용의전제조건으로노사쌍방이제기한모든민형사상소송을취하하기로했다. 다만 2014년 8.18 합의때포함되었던 현대차를처벌하지말것을요구하는탄원서작성 은삭제되었다. 7) 2~3 년근무했다면 1 년, 3~4 년 2 년, 4~5 년 3 년, 5~7 년 4 년, 7~9 년 5 년, 15~17 년 9 년, 17 년이상 10 년. 74
이슈분석 : 현대자동차사내하청정규직특별고용합의의의미 Ⅲ. 노사관계측면에서합의의의미 이번합의는지속적인법적투쟁과집단행동을통해사내하청을남용하는고용관행을어느정도바꿔내는데노조운동진영은물론사회적지원과지지를조직해냈다는점에서큰의미가있다. 불법행위자로서현대차의책임을제대로묻지못했다는점에서 반쪽짜리 라는비판도제기되지만현대차가하나의당사자로참여하는 5자교섭구조가마련됐다는점에서사내하청, 포괄적으로는간접고용문제에서가치사슬의맨꼭대기에있는원청이나설수밖에없다는것을확인시켜주었다. 이는복수의사용자가존재하는간접고용관계에서누구를사용자로볼것인가, 라는논의에서중요한시사점을준다. 하지만이과정은노사관계의사법화가얼마나비정규노사관계를규정하고있는지를여실히보여주었을뿐아니라사내하청정규직채용이후에도여전히간접고용, 촉탁직등의문제가남아있다는점에서노사관계영역에서풀어야할숙제가여전히남아있음을확인시킨다. 1. 노동법과노사관계 노사관계의사법화 라는말이있다. 노사관계쟁점해결을노사자율교섭에의해서라기보다사법부의판단에맡긴다는의미에서다. 노동진영에서는노조운동의취약성을반영하는것이기도하지만, 농성, 단식, 심지어목숨을건극단적선택까지할수있는건다했는데도회사가꿈쩍않으니법에서정의를구하고자하는최후의보루같은것일테다. 하지만법원판결이보수화된다면노동계로서는더욱부담을느낄수밖에없다. 이번합의에서도이러한부담이반영되었다. 결국은부결되었지만울산공장의두차례합의안이서울고등법원 근로자지위확인등항소심선고 8) 예정일직전에마련됐다는점에서확인된다. 회사는판결전에서둘러문제를봉합하고자했고, 노조는판결결과로승소자와패소자로나뉠것에대한우려때문에선고예정일에앞서합의를선택했다. 반대로사용자입장에서보면노사관계사법화는책임회피이자스스로문제해결능력 ( 혹은의지 ) 이없다는고백이기도하다 ( 박태주, 2014). 그런데이번불법파견합의안도출과정에서사용자가보여준태도는노사관계사법화를넘어 법위에재벌 이존재한다는것을보여주었다. 불법파견 이란단어가한번도포함되지않은합의안에서현대차는사용자의 흔적 을지 8) 2016 년 1 월 27 일로예정되었던선고일은 4 월 1 일로, 그리고 7 월 1 일로다시연기되었다. 75
웠다. 또한합의주체와관련된계류중인모든민 형사상소송을쌍방취하하고, 이후재소송을제기하지않으며, 개별소송자의판결에따른추가요구를하지않겠다는약속을받아냈다. 취하의대가로금전보상도하겠다고했다. 9) 비공개합의서에서는 노사모두근로자지위확인및근로조건과관련된사내하도급문제제반이합의되었음을확인하고, 개별소송유지자의선고결과에따라해당주체의구성원의요구가있더라도추가적인문제제기를하지않을것을확인한다 고썼다. 이른바비가역적이자최종적인합의라는것을재차강조했다. 이처럼현대차는법에서강제한책임조차이행하지않은채이를다시 노사관계 이슈로끌고와서 5자협의틀을만들었다. 한국의노사관계, 특히비정규직노사관계에서사법부역할이중요해졌지만법적판단은문제해결을위한출발점이지그자체로모든것을해결할수없는만큼노사관계영역은중요하다. 현대차가불법파견에대한책임을이행하지는않았지만그래도교섭의당사자로나선것을사용자로서의책임을지겠다는진일보한결과물이라고평가할수도있겠다. 하지만협상장에서현대차는차별해소에는합의했지만지난기간동안불법파견을해왔다는데대한책임은지지않았다. 오히려이과정에서현대차는교섭내용과별도로교섭석상에서자신들이던진협상안, 즉사내하청일정규모정규직신규채용을시작하면서교섭상대방을압박했다. 협상이진행중이던 2012년부터일정수의사내하청을신규로채용했다. 2014년 8.18 합의가이뤄질당시정규직으로채용된기존사내하청의규모는 2천여명에달했다. 이러한현대차행보가협의과정에서, 특히협상을진행하고있던비정규직노조의조직력과교섭력에얼마나부정적인영향을미쳤는지는명백해보인다. 2. 고용형태구성변화 이번사내하도급관련합의에따라현대차내고용형태구성에는변화가생기게되는데, 크게네가지형태로요약된다. 정규직, 촉탁계약직, 간접생산공정사내하청과 2차하청업체근로자들, 그리고청소, 경비, 시설관리, 식당등이른바진성도급이라불리는영역이다. 불법파견공방과정에서특별한논란이없었던네번째영역은별론으로하고크게세가지고용형태별로변화의내용을살펴보겠다. 첫째, 2014년 8.18 합의이전인 2012년부터신규채용형식으로정규직이되었던사내하청까지포함하여 2017년까지총 6천명의사내하청근로자들이새롭게정규직범주에포함된다. 2015년말로이미 4천명이정규직으로고용되었고, 올해 1,200명, 내년 800명이정규직이된다. 주목할것은, 신분은정규직으로바뀌지만이들이일하던공정이전부정규직공정으로바뀌는 9) 소취하관련별도합의서 에서는예컨대서울고등법원 근로자지위확인등항소심 취하자에게소송비용보전금 200 만원과소송판결에따른비용보전금등 500 만원을지급키로했다. 76
이슈분석 : 현대자동차사내하청정규직특별고용합의의의미 ( 이른바불법파견반납공정 ) 것은아니라는점이다. 배치전환을수반한다. 현대차는이번합의가이뤄지기전부터지속적으로정규직과사내하청의혼재작업을떼어내는블록화를추진해왔다. 10) 공정재배치를통해가능한곳은하청들만의공정으로재편하여불법파견등법적으로문제가될여지를없애는대신여전히사내하청을통해고용유연성을확보하겠다는것이다. 둘째, 촉탁계약직이다. 현대차는파견금지업무에서파견근로자를사용할경우 파견기간과관계없이 사용사업주의직접고용의무를부여한개정파견법시행 (2012 년 8월 ) 을앞두고촉탁계약직활용을확대하기시작했다. 2012년 7월현대차는직접고용단기계약직인 촉탁직 을 1,400여명채용했다. 사내하청을촉탁직으로전환하는방식이었다. 한시하청 의다른형태인셈이다. 개정파견법에따라단하루라도불법파견되면현대차의고용의무가발생하기때문에이를피할목적이라고노동계는주장하고있다. 현재촉탁계약직규모는 2,400~2,500명 ( 많게는 3,000여명 ) 가량인것으로추정된다. 노조는산재, 휴직, 해외출장, 정년퇴직, 노조전임자등의이유로일시적으로정규직이빠진자리에투입된촉탁직규모를 1,200여명으로보고, 이를초과하는규모의촉탁직은정규직으로고용된사내하청이일하던공정에투입돼있을것으로보고있다. 정규직노조는촉탁계약직의규모와투입공정등실태를파악하고불가피한결원일자리에한해서만활용될수있도록할계획인데, 이들이상시지속적인업무에임시방편으로활용된다는점에서노사관계측면에서논란의불씨를안고있다. 셋째, 간접생산공정과 2차하청업체근로자들이다. 이들은재하청업체소속근로자들에대해서도묵시적근로자파견계약관계가있다고보고현대차직원임을인정한 2014년 9월서울중앙지법판결과, 간접생산공정과혼재생산이아닌공정까지도불법파견이라고인정한 2015년 2월대법원판결이후더욱정규직화목소리를내고있다. 2015년대법원판결이후 80여명이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냈고, 2016년 3.15 합의이후에비정규직노조에가입한하청근로자들도같은소송을준비하고있다. 직접생산공정에대한불법파견논란은정규직특별고용합의로일단락되었다고평가되겠지만, 그렇다고해서불법파견공방이완전히끝이난것은아니다. Ⅳ. 맺음말 현대차사내하청정규직특별고용합의는노사관계측면에서크게두가지함의를준다. 첫째, 공동사용자성논의의필요성이다. 현대의일터는원 하청관계, 간접고용과형식상자영 10) 이러한회사의계획은 2015 년 11 월사내하청근로자들이현대차를상대로제기한근로자지위확인소송변호인단이입수한문건에서도확인된다. 77
업자활용등을통해고용관계가해체되면서더욱균열되고있고, 이러한균열일터 (fissured workplace) 는사용자책임을더욱모호하게만든다 (Weil, 2014). 법상근로자에게부여된권리, 사고나재해등에대한책임소재를불분명하게한다. 더욱이한국의법은원청의사용자책임에인색하다. 이런가운데불법파견을둘러싼지난 10여년간의공방은일터의균열을가속화시키는현대차의무분별한간접고용활용관행에제동을건것은분명하다. 그렇다고해도공장안팎에서현대차의직간접적영향력아래일하는근로자들에대한사용자책임문제는여전히남는다. 이와관련, 미국연방노동위원회 (NLRB) 가 2015년, 외부업체로부터근로자를공급받아사용해온폐기물처리업체 ( 브라우닝 -페리스) 의공동사용자지위를인정하는결정을내린것에주목할필요가있다. 공동사용자원리 (joint employer doctrine) 는고용계약을맺지않은업체더라도간접적지휘감독을통해근로자의핵심고용조건에실질적영향력을행사했다면공동사용자로간주되어노동관계법상책임을부과하는원리 ( 신은종, 2016) 를말한다. 한국에서도대법원은직접생산공정은물론간접생산공정하청근로자들에대해서현대차의책임을인정했고, 더나아가서울중앙지법은현대차의 2차사내하청에대해서도 묵시적근로자파견계약관계 라고판단했다. 이는근로계약에의해사용자지시권이정당화되는 지시종속 의관계를넘어사용자권력이행사되는범위를근로계약범위밖으로확장시키는비가시적인 지배종속 관계로확장할필요가있다는점을보여준다 ( 박제성, 2015). 고용관계가더욱복잡해지고있는가운데한국에서도집단적 / 개별적노동관계상의공동사용자성에대한논의가더욱필요하다. 둘째, 앞으로내부노동시장을어떻게운영해나갈것인지에대한과제역시던져준다. 현대차의간접고용비정규직활용관행은자본의요구에따라확산돼왔지만, 1998년구조조정이후고용불안을내재한정규직들의이해를반영한노조가사내하청사용관행확산에일조한것도사실이다. 정규직들은사내하청을시장충격을완화하는하나의안전판으로여겼고, 이는사업부별로일정한수의사내하청활용에합의하는것으로귀결됐다. ( 사내하청에대한 ) 연대적관계와고용안정완충으로간주하는이중적태도 ( 이병훈 홍석범 권현지, 2014) 가 10여년이넘는불법파견공방에서어떻게발현되었는지, 앞으로현대차노사관계에주는시사점은무엇인지에대한평가가필요하다. 현대차는사내하청 6천명정규직고용과별개로여전히고용유연성확보라는이름으로촉탁계약직을사용하고있고, 공정블록화와 2차하청업체등을통해사내하청을계속활용해나갈계획이다. 또다른불씨는남아있는셈이다. 앞으로비정규직의활용범위와규모, 이들에대한처우등을포함한전반적인내부노동시장운영방안에대한노사모두의전략이요구된다. 78
이슈분석 : 현대자동차사내하청정규직특별고용합의의의미 [ 참고문헌 ] 곽상신 조성재 (2013), 현대자동차비정규직특별교섭의쟁점과평가, 노동리뷰 2013년 4 월호, pp.7~19. 박제성 (2015), 같은것은같게, 다른것은다르게 : 현대자동차불법파견판결과노동법의과제, 시민과세계 26호, pp.94~107. 박태주 (2014), 현대자동차에는한국노사관계가있다, 매일노동뉴스. 손정순 (2009), 금속산업비정규노동의역사적구조변화 : 산업화이후금속산업사내하청노동을중심으로, 고려대학교경제학과박사학위논문. 신은종 (2016), 미국공동사용자원리의변화와간접고용관계에대한함의 : 브라우닝- 페리스사건 결정 (2015) 을중심으로, 노동정책연구 16(1), pp.87~131. 이병훈 홍석범 권현지 (2014), 정규직 -비정규직의연대정치 : 현대자동차울산공장사례를중심으로, 한국사회학 48(4), pp.57~90. 이상호 김보성 엄재연 남우근 김직수 손정순 (2011), 금속노조비정규노동자조직화전략에대한진단과대안연구, 전국금속노동조합정책연구보고서. 조성재 (2012), 현대차노사관계의바람직한미래, 노동리뷰 2012년 12월호, pp.55~66. Weil, D.(2014), The Fissured Workplace: Why Work Became So Bad for So Many and What Can Be Done to Improve It, Cambridge, Massachusetts, London: Harvard University Press. 79